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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의 첫 상견례는 단 5분 만에 끝났다. 긴밀한 논의를 위한 ‘비공개 대화’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취임 인사차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추 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기다렸다”라며 “정치적 파트너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운 숙제들을 풀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여야가 협조를 해서 나랏일을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라며 “덕담해 주시는 의미를 새겨듣도록 하겠다”고 짧은 답변을 건넸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시종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4기 동기로 추 대표는 판사, 홍 대표는 검사로서 법조인의 길을 나란히 걸었다. 추 대표는 대선을 앞둔 5월 1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홍준표 후보는 사법연수원 14기 2반 동기이고 같은 반에서 수업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정치적 행보는 입문부터 달랐다. 1996년 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할 때 추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키즈’, 홍 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키즈’로 불렸다. 이제는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로 만났다. 추 대표는 회동이 끝날 무렵 “협치를 국민들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라며 홍 대표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추 대표 입장에서 대선 이후 ‘대통령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파트너가 생겨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가 생겼다”라며 “홍 대표와 팔짱을 낀 것도 이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났기 때문에 민주당 측에서 비공개로 전환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고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돼서 퇴장을 했다”고 밝혔다. 첫 만남부터 ‘엇박자’를 낸 셈이다. 홍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는 취임 인사를 가지 않았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를 만들겠다는 홍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그동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해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에 “흡수될 정당”이라고 말해 왔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분명히 못 박지만 한국당과 지방선거 전 통합은 없다”라며 “누가 보수의 본진이 될 것인지 노선 경쟁, 혁신 경쟁이 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홍 대표는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경남도지사 시절 정무특보를 지낸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새 지도부에 당의 주요 지역 기반인 PK(부산경남) 출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부산 부산진을이 지역구인 이 전 의원을 임명해 지역 안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체제가 끝나고 계파가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친홍(친홍준표) 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주 안으로 주요 당직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긴 세월 동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고생한다)’라고 적으며 당 혁신 의지를 거듭 밝혔다.송찬욱 song@donga.com·박성진 기자}

국회가 인사청문회 정국에 발이 묶였다. 야당은 각종 정치 현안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연계하고 있고 여당도 김상곤 조대엽 송영무 장관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시급한 문제는 국회 추경 처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추경은 새 정부의 제1 국정 과제로 여겨지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방안인 만큼 여권 입장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카드다. 하지만 야3당은 ‘신(新)부적격 3인방’으로 규정한 김상곤 조대엽 송영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추경 및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국회 현안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안한 추경안은 지난달 7일 국회로 넘어온 뒤 2일까지 26일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국회 개별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 초에 국회에 제출된 추경이 무산된 전례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부터 국토위 국방위 농해수위 등 추경에 강력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맡지 않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추경 심사를 위한 회의를 열 방침이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불참해도 ‘민주당+바른정당’으로 과반이 되는 상임위에서 표결 처리하는 방침을 세웠다. 5일까지 최선을 다해 상임위 일정을 진행해 예결위로 추경안을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일 추경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얻어 이번 주에 국회 예결위에 추경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일정상 예결위 상정기일 관련 이번 주 내로 지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결위 단독 상정 카드도 고심하고 있다. 인사청문 정국에서 여야 대치로 추경이 더 지연되면 7월 임시국회 본회의(11, 18일) 통과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모두 김상곤 조대엽 송영무 장관 후보자 카드를 강행할 경우 추경 협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슈퍼위크’로 불리며 예정에 없던 ‘1박 2일 청문회(김상곤)’까지 치러졌지만 야당이 부적격 3인방이라고 명명한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주에는 3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4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등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소야대로 이뤄진 국회에서 문 대통령이 야권의 도움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이 잘 보여주고 있다”며 “여권의 말뿐인 협치와 야권의 묻지 마 발목잡기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재직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야당 의원들의 날 선 공격이 이어졌다. 야당은 “장관은 물론이고 교수 자격도 없다”고 맹공격하는 등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사외이사 등재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였다. 조 후보자는 “발기인으로 알고 인감을 맡겼을 뿐 주주, 사외이사 등재 사실은 최근 알았다”며 “경영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한국여론방송 홈페이지에 조 후보자의 프로필과 사외이사 등재 여부, 주식 비율(50%) 등이 상세히 기재된 사실을 보여주며 “그럼 이것은 도용을 당한 건가. 현직 대학교수가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의 발기인을 할 수 있느냐”며 “사외이사 신고 의무를 모르면 교수가 아니다. 고려대의 수치다. 그만두라”고 언성을 높였다. 진실 공방은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여론방송에서 3개월 재직했다는 조성은 국민의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가 명절에 선물세트를 갖고 회사에 왔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도 했다”며 “회사 문제를 상의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발기인으로 알았다는 해명도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주식회사 발기인은 주주발기인인데, 발기인으로 알았다는 건 본인이 주주가 되는 걸 알았다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조 후보자가 “주주발기인 개념을 몰랐다”고 해명하자 하 의원은 “회사와 주식과 발기인 개념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노동 문제를 다룰 수 있냐”며 “(한국여론방송이) 주식 납입을 가짜로 한 의혹이 있다. (조 후보자가) 인감을 준 건 협조한 것이다.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조 후보자가 이사회에 참여했다는 공증 문서까지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설립자가 친분이 있는 교수들을 이용한 것 같다”며 조 후보자를 옹호했다. 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됐다. 문진국 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1995년 고려대 박사 논문이 본인의 저서 3권을 자기 표절했다고 주장했고, 조 후보자는 “논문 끝에 참고문헌을 다 밝혔고, 자기 표절 기준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다”고 부인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노동 현안에 대해 ‘오답’을 내놓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동진오토텍, 유성기업, 갑을오토텍이 어디랑 문제가 꼬여서 이러고 있냐”고 묻자 조 후보자는 한동안 답을 못하다 “현대중공업하고 관련돼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현대중공업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협력업체로 노사 분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파악도 하지 않고 청문회에 나왔느냐”고 지적했고, 여당 의원들조차 “(장관으로 지명된 후) 3주 동안 뭐했느냐”고 질타했다. 이날 조 후보자는 음주운전에 대해 “경위가 어떻든 간에 뼈아픈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연예인도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면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며 “학교에 보고하고 징계를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또 “1989년 식당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서울북부지청에서 주의, 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다른 전과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 처분은 기소유예로 확인됐다. 한편 조 후보자는 취임하면 전교조 합법화를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일반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유성열 ryu@donga.com·박성진 기자}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를 조작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38·구속)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달 25일 안철수 전 대표에게 “고소 취하를 부탁드린다. 구속당한다고 하니 너무 두렵고 죽고 싶다”며 구명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상대로 고발한 사건이 취하되도록 당에서 힘써달라는 취지다. 국민의당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30일 안 전 대표를 전화로 조사했다. 안 전 대표는 전화에서 “이 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상 무시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은 안 전 대표를 대면 조사한 뒤 이르면 3일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 씨가 조작한 증거를 당에 전달했던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안 전 대표를 독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고발 사건에 당이 전혀 지원을 않는다”며 국민의당 관계자를 면담하러 갔다가 안 전 대표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도 침묵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정당 지지 여부를 조사해 30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최저 지지율인 5%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8%의 지지율로 1위 자리를 지켰고, 바른정당이 9%로 2위에 올라섰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은 각각 7%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0%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올랐다. 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음주운전과 고액 자문료 등에 대해 일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고액 자문료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액수가 많아) 저도 깜짝 놀랐다. 오로지 방산 수출을 위한 자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송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과 고액 자문료 수수 의혹 등에 집중했다. 송 후보자는 법무법인과 방산기업으로부터 고액 자문료를 받은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먼저 월 30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에 대해 “저도 깜짝 놀랐다”며 “일반 서민이나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액의 연봉을 받은 것에 대해 정말 저 스스로도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송 후보자는 명분을 내세웠다. “전관예우가 아니라 오로지 방산 수출을 위한 자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자문료를 받은 데 대해서는 “영국과 프랑스 같은 방산 선진국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천 지식을 가져야만 하는 것으로 믿었다”며 “법률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해서 자문 요청에 응했다”고 소명했다. 이어 “앞으로 후배 장성들이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 권해서 더 직업을 보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음주운전 전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음주운전 전력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을 돈으로 매수해 (사건 관련 서류를) 손으로 찢어버렸다는 제보가 있다”며 “완전범죄를 위해 은폐·파쇄·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청문회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송 후보자는 “26년 전 젊은 시절 한순간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진해경찰서에서 음주측정을 받았고, 이후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금품을 제공했다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거나 의혹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다면 군인의 길을 성실히 걷던 사람으로서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1%가 나오면 면허 취소라는 사실을 몰랐느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김 의원의 추가 음주운전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제가 분명히 운전하지 않았고 제 동기생이 본인의 차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폭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동기가 한 것을 후보자가 한 것으로 공격해서 후안무치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서 용퇴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고민은 많이 했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저의 진실과 정직함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송 후보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회 비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 비준 동의냐 아니냐라고 단순하게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즉답을 못 하는 것은 고려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국방개혁을 완전히 다시 설계한 다음 (군사력이) 웬만큼 수준을 갖췄을 때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국군의 의지가 앞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송 후보자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해 필수 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전작권 전환을 할 것인가’라는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질문에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가슴에 묻은 딸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바로 부대에 복귀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송 후보자는 “작전은 항상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 장병 급여를 올해 최저임금 기준의 30% 선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액은 월 135만2230원으로, 장병 급여는 병장 계급 기준으로 현재 월 21만6000원에서 40만5669원으로 인상된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 분야 공약인 장병 급여 인상안 이행 방안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내년에는 최저임금의 30% 선까지 인상하지만 2020년에는 40%, 2022년에는 50% 선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병장 월급 기준으로 2020년에는 54만892원, 2022년에는 67만6115원이 지급된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의혹들이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김병관 전 후보자의 논란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후보자는 당시 부동산 투기 의혹과 편법 증여, 위장전입 외에 무기 중개업체 고문 근무 경력이 낙마의 결정적 이유였다. 김 전 후보자는 전역 후 2년 동안 무기 중개업체 고문으로 근무하며 자문료 2억 원을 받아 ‘고액 자문료’ 논란에도 휩싸였다. 여기에 해외 자원개발업체인 KMDC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지명 37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송 후보자에 대한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송 후보자는 2008년 3월 전역 직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했다. 2009년 1월부터는 법무법인 율촌의 자문직도 맡아 2년 9개월 동안 주 2일, 14시간 일하며 월 3000만 원씩 총 9억90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ADD에 제출한 겸직 신청서에는 보수와 관련해 ‘월 약간 활동비 정도’라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이 외에 해군참모총장 재직 당시 납품비리 관련 수사 중단 지시, 딸의 ADD 특혜 취업, 위장전입 등의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후보자의 섣부른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킨 점도 닮았다. 김 전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본인의 주식 거래 내역은 없으며, 주식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가 거짓말 논란을 키웠다. 송 후보자도 23일 한 언론에 고액 자문료와 관련해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세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송 후보자가 말하는 그런 세계란 보통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월수삼천(월수입 3000만 원) 무릉도원’을 말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야당의 주장은 내가 부동산을 사면 투자요 남이 사면 투기이며, 내 여자관계는 로맨스고 남의 여자관계는 스캔들이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1996년 6월 12일 국회 본회의장.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파행의 책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중이었다. 먼저 불을 지른 건 새정치국민회의 장영달 의원이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로부터 짓눌린 노예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박 의원은 당시 원외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겨냥해 “(야당은) 장외 지도자에 의해 조종되는 리모컨 국회를 끝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논리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다. 20여 년 뒤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내로남불은 그렇게 시작됐다. 9년여 만의 정권교체로 공수(攻守)가 뒤바뀐 여야는 과거 서로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데칼코마니 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공격하면 야당은 “여당이 야당일 때는 더했다. 어디서 내로남불이냐”고 쏘아붙이는 식이다. 야당의 속성을 잘 아는 여당, 여당의 한계를 이해하는 야당…. 역지사지하면 ‘환상의 협치’를 이룰 만도 한데, 그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오늘도 ‘나만 옳다’는 이중 잣대로 내로남불을 외치고 있다.》 ▼서로 거울 보듯… 여야 바뀌면 태도 반전 ‘정치적 한국病’▼“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5대 인사 배제 원칙’ 위배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내놓은 해명이다. 집권 뒤 막상 인선을 해 보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야권에서는 곧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9년여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정치권은 온통 ‘내로남불 공방’에 휩싸여 있다. 내로남불은 올해의 ‘사자성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최근 유행어가 됐지만 사실 정치권의 고질적 현상이다. 똑같은 퍼주기를 해도 내가 하면 ‘민생정책’이고,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다. 다른 정당과 공동보조를 맞춰도 내가 하면 ‘협치’고, 남이 하면 ‘야합’이다. 그럼에도 새 정부가 출범하자 여야가 불과 몇 달 전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몇 달 새 180도 표변한 여야 새 정부가 내각 진용을 갖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놓고 뒤바뀐 여야의 태도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야권이 공직 후보자의 자질보다 신상 검증에 주력한다며 여권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꼭 닮았다. 문 대통령은 13일 야권의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현재 인사청문회가 흠집내기 식으로 하니 정말 좋은 분들이 청문회 과정이 싫다는 이유로 고사한 분들이 많다”며 “그런 것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흠집내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던 야당 시절을 돌아보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시계를 4년 반 전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13년 1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 인사 난맥상이 불거지자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현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도입했고, 이 제도로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면서 “그런 청문회를 지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야당의 무대’인 청문회 제도를 고치는 데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민주당이 최근 야3당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야당들이 시큰둥한 건 당연한 일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한마디로 ‘업보’인 셈이다.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며 야당을 압박하는 것도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장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경제활성화법 통과가 지연되자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1년 반 뒤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발언 내용은 쏙 빼닮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인사 대치 정국의 발단이 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국민’을 앞세웠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협치는 없다거나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최종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집권 초반 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사실상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회 무시”라는 野, “국정 발목잡기”라는 與 내로남불은 자생력 잃은 한국 정치의 토양에서 자란 독버섯이다. 여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엄호’하고, 야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반대’해야 하는 숙명에 갇힌 그들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깡그리 잊지 않는다면 ‘정치 분열증’을 앓게 될지 모른다. ‘집단적 기억상실증’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0일부터 인사 대치 정국으로 ‘올스톱’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 하지만 합의문 작성을 눈앞에 두고 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문제 삼아 판을 깼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을 확보하라’는 (청와대의) 오더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 원내대표는 “입이 닳도록 전화하고 문턱이 닳도록 야당을 찾아갔는데 너무하다”며 울컥했다. 19대 국회의 ‘데자뷔’ 아닌가. 지난해 초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이 주문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노동개혁법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들 법안과 선거구 획정의 연계처리를 요구하며 여야 원내대표 간 잠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스토커 소리를 들으며 쫓아다닌 게 몇 달인데 (야당이) 합의를 깨기만 반복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울분을 토했다. 여당일 땐 야권의 공세는 ‘국정 발목잡기’다. 야당일 땐 여권의 정면 돌파가 ‘국회 무시’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이 싸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강 장관 임명 강행에 “인사청문회를 그저 흠집내기, 시간낭비로 여기는 국회 무시이자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의원내각제라면 국회 해산권을 발동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나만이 옳다’는 독선이자 아집이며 국회 무시다.” “(야당이 무작정 반대한 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게 함으로써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의도다.” 이건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때 내놓은 여야의 반응이다. 화자(話者)만 바뀌었지 내용은 한결같다. 화자를 가리면 누가 한 얘기인지 모르게 된 지 오래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에 앞서 한국 정치에는 여당과 야당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집단적 기억상실 속에 무한 도돌이표 야당의 반대로 국정 동력을 잃은 정부의 선택지도 매번 다르지 않다. 국회를 우회하는 꼼수를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법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이나 고시 개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서둘러 정책 성과를 내려면 어차피 ‘되지도 않을’ 야당 설득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법 위의 시행령’을 손보겠다며 국회법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시행령에 너무 많은 권한을 위임한 탓에 정부의 재량권이 너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찍어내기’로 귀결된 국회법 파동은 사실 정부의 ‘국회 우회’ 꼼수에 현 여당이 제동을 걸려고 하면서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두 차례 정권교체에도 여야가 똑같은 정치 행태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대통령과 의회 권력 간 ‘견제와 균형’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이 저마다의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하기보다 정파의 이익에 매여 있다 보니 여당은 정권을 옹호하고, 야당은 정권을 반대하는 행태를 답습하게 된다”며 “이런 고질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로남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당의 양보냐, 야당의 협조냐’는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무의미할지 모른다. 문제는 10년 주기의 정권교체가 정치권의 역지사지와 협치 역량을 키우기보다 내로남불의 철판만 두껍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 정치권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염치(廉恥·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라는 말이 나온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정치권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1996년 15대 총선 직후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와 관련해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을 퍼붓자 ‘내로남불’로 응수했다. 박 전 의장은 “내가 창작한 말”이라고 했다. 다만 처음부터 내로남불이란 조어 형태로 사용된 건 아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불륜’ 대신 ‘스캔들’을 활용해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의 형태로 주로 쓰였다. 내로남불의 제1 전성기는 1990년대 중후반이었다. ‘내가 하면 숙달운전, 남이 하면 얌체운전’ ‘내가 못생긴 건 개성, 남이 못생긴 건 원죄’ ‘내가 땅 사면 투자, 남이 땅 사면 투기’ ‘내가 하면 예술, 남이 하면 외설’ ‘내가 하면 오락, 남이 하면 도박’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크게 유행했다. 공통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중 잣대를 꼬집는 말들이었다. 2015년 7월 내로남불은 공식석상에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처음 등장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전병헌 의원(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내 여야 갈등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두고) 누리꾼들이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내로남불은 정치권에서 상대방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는 핵심 키워드로 반복 등장한다. 올해 4월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구상을 ‘정권야합’이라고 비판하자 “내로남불의 표본 인간”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권교체 이후 여야의 입장이 180도 달라지면서 내로남불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여당이 야당을 비판하든, 야당이 여당을 비판하든 과거 서로의 말을 끄집어낸 뒤 내로남불만 붙이면 훌륭한 논평이 되면서다. 심리학에서는 내로남불을 인간의 본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이론이나 허구적 독특성(false uniqueness) 이론 등은 내로남불을 설명해주는 이론들이다. 결국 내로남불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자아 붕괴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 시스템 중 하나인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로남불 논쟁이 정치권에서 도돌이표 같은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로남불은 불가피한 인간의 본성인 동시에 한계”라며 “내가 한 사랑이 결코 아름다운 로맨스가 아닐 수 있고, 상대도 동일한 실수를 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반성하고 또 그것을 포용할 수 있을 때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치권의 내로남불 논쟁에선 반성과 포용이 빠졌다는 지적인 셈이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은 22일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로 협상이 합의 직전 결렬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우 원내대표는 눈물까지 보였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선 불복”이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추경은 계속 논의한다’는 문구조차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대선이 끝났으면 최소한 협조를 해야지, 추경 논의조차 막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에는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훔쳤다. 우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거의 매일 전화로 굿모닝 인사도 하고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사정했는데 결국 (추경안) 논의 자체도 못 하겠다고 원천봉쇄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너무 뒷짐만 지고 있으면 국회의 어려운 논의를 어떻게 돌파하느냐”며 국민의당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고마워할 줄 모르다가 안 풀리면 국민의당을 탓하는 민주당은 딱 놀부 심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협치’의 책임자인 여당 원내대표가 자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대치 국면에서도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정당 중앙당의 후원회를 부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중앙당 후원회를 열어 연간 50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앙당 후원회는 2006년 폐지된 뒤 11년 만에 부활했다. 민생 현안이 아닌 여야의 숙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를 통과한 1호 법안으로 기록됐다.강경석 coolup@donga.com·박성진 기자}
국민의당이 21일 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 반성문을 쓰며 쇄신 의지를 다졌다. 5·9대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신과 가치를 실현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지만 준비 부족과 역량 미흡으로 기대를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강한 야당’으로의 재탄생을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약을 폐기하고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인기 위주 행보만 하고 있다”며 “적폐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과 차이가 없으며, 신(新)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호남으로부터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여받은 야당다운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발목 잡는 정당은 하지 않겠지만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는 야당으로서 정도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발굴한다는 정신으로 젊고 유능한 지방 인력을 찾아내 당을 변화시키겠다”며 ‘세대교체’를 시사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운영이 중단됐던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르면 22일부터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참여에 대해 야당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국회가 순항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22일부터 상임위에 참석할 방침이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20일 비공개 회동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 등에 사실상 합의했다. 7월 임시국회를 열어 국회 운영위원회에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을 출석시켜 업무보고를 받는 부분에도 의견이 접근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국가재정법에 따른 요건에 맞지 않다”며 심사에 반대해 21일 합의문 작성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불발됐다. 상임위가 정상 가동이 되더라도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무산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이 법적 요건에 맞지 않다고 야3당 정책위의장이 동의를 했고 곧 그만둘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을 상대로 추경 심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야3당 정책위의장은 13일 회동에서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추경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합의한 바 있다. 같은 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을 확보하라’는 (청와대의) 오더를 받은 것 같다”며 “한국당은 추경은 근본적으로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추경 심의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경에 대한 (반대)입장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면서도 “요건이 논란이 되는 추경을 안 한다든지, 법 요건을 완화해서 시비가 없도록 하자고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1일 추경 심의 참여를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할 뿐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부 원안보다 치밀한 추경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달리 추경 심의에 참여를 하되 ‘국민의당 자체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추경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라는 수준의 문구라도 합의할 수 있도록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회동을 갖고 합의를 다시 시도하기로 해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송찬욱 song@donga.com·박성진 기자}

19일 출범한 ‘국가정보원 개혁 발전위원회(개혁위)’는 각종 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국정원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개혁위 구성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 “국정원 개혁 의지가 강한 진보 성향 전문가가 대거 참여했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의 국정원 비판을 대폭 수용해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예고한 셈이다. 개혁위원의 면면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다. 위원장에 임명된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의 수사를 주장한 대표적 진보 학자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 측 협상팀장을 맡았고, 2013년에는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치혁신위원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국정원 개혁 의중을 실행에 옮길 최적임자인 셈이다. 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과거에 잘못한 것을 시정하는 문제와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는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초반에는 장기 과제보다 단기 과제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각종 정치개입 의혹 사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작업을 진행한 뒤 조직쇄신 TF에서 중장기적인 개혁 과제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 외에 7명의 민간위원 중 법조계 출신인 이석범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부각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다. 그는 2015년 2월 민변과 한국진보연대, 민주국민행동 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자리에 함께했다. 학계 인사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 라인으로 꼽히는 ‘연정(연세대 정외과) 라인’ 출신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한반도 안보성장추진단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 분야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개혁위원에 임명됐다. 두 사람은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과 2012년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이 주최하는 외교통일 전략 토론회 등에 참석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김유은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국가안보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와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장유식 변호사도 개혁위에 포함돼 ‘참여연대 라인’의 요직 등용 공식도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안보 기조를 잘 아는 인사들인 만큼 밖에서부터 국정원 개혁을 추동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정원 내부 핵심 요직에 서훈 국정원장과 호흡을 맞출 인사들도 속속 배치되고 있다. 대북 핵심 파트에는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가, 해외 파트에는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포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위의 외부 개혁 압박에 발맞춰 내부에서 국정원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향후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외부 인사가 요직에 배치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강경석 coolup@donga.com·박성진·최고야 기자}

《 어디에서 살며 어떻게 자녀들을 교육시킬 것인가. 교육과 주거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과 주거정책을 책임질 수장에 지명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그들은 각각 어떻게 자녀 교육을 시켰고, 또 어떻게 내 집 마련을 했는지 들여다봤다. 두 후보자가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다. 》 “결혼 11년 만에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전셋값 인상 요구로 여섯 차례나 이사한 후였다. 전셋값 인상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고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때다. 아직도 아파트 융자금을 갚고 있다.” 1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55)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잦은 이사 전력이 화제가 됐다.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주민등록초본 첫 장에는 지방 출신의 ‘팍팍한’ 서울살이 흔적이 엿보인다. 김 후보자는 줄곧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에 등록돼 있다가 남편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57)와 결혼한 이후 1989년 7월 서울 은평구 응암동 전셋집에 처음 전입했다. 이듬해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문화촌아파트로 이사했으나 1년 만에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으로 집을 옮겼다. 이어 1994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1996년 송파구 거여동으로 이사한 뒤 2001년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성저마을 7단지 빌라(84m²·약 25평)를 1억 원가량에 매입했다. 서울 전입 12년여, 6차례 이사 끝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일산서구 부동산 관계자는 “시세는 현재 3억1000만 원 선에 거래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성저마을 14단지로 이사했다가 2014년 3월 일산서구 일산아이파크 1단지 146.6m²(약 44평)를 5억4500만 원에 분양받았다. 김 후보자 측은 “당시 미분양으로 할인 판매한 것을 융자를 끼고 샀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신고한 본인 재산은 아파트 외에도 경기 고양시 건물 전세임차권(2000만 원)과 예금 1억4500만 원 등 총 6억7124만여 원이다. 현재도 주택자금 대출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상환하고 있다. 남편 백 교수는 경기 연천군 장남면 단독주택 등 총 1억5400만 원대 재산을 신고했다. 김 후보자의 부친은 김병태 전 정읍시의회 의장, 조부는 김종문 제헌국회 의원이다. 정치 명망가 집안이지만 김 후보자가 자립심을 기르도록 특별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석사 논문 표절 의혹에 “처음 쓰는 논문이라 실수가 많았지만 표절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은 “똑같이 3분의 2나 베껴 놓고 처음 쓰는 것이라고 해명하면 끝이냐”고 공격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 기자}
신속처리제도(일명 ‘패스트 트랙’)의 소요 기간을 현행 최장 330일에서 105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개정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시급한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14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신속처리 지정 안건은 상임위원회에서 60일 이내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 회부 15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했다.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각각 최장 180일과 90일 동안 논의하고 이후 본회의 통과에 최장 60일이 걸리는 현행 규정에 비해 처리 시한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노 원대대표는 “국회선진화법 도입 전인 18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의 평균 처리 기간이 129.1일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안건 신속처리 절차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거대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합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극히 어려운 구조다. 19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때부터 찬성으로 돌아섰고 반대로 한국당은 “(여야 간) 공수가 바뀌었다고 함부로 국회법을 손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식물국회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겠지만 ‘말로만 협치’를 강조하는 민주당과 정부가 변화하는 자세를 보여야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당의 중앙당이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인당 후원금 한도는 연간 1000만 원으로 제한한다. 중앙당의 후원금 모금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등이 ‘차떼기’ 식으로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정된 정치자금법(오세훈법)에 따라 2006년 3월부터 금지돼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정당 후원금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이 추진돼 왔다. 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일본에 날을 세웠다. 이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추 대표는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한일 위안부합의는 있어서는 안 되는 내용으로 당연히 무효고 재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1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안 한 국가가 감히 그것(위안부 합의)을 ‘최종적이다, 불가역(不可逆)적이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점을 (니카이 간사장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그저 돈 몇 푼 쥐여준 채 그것이 최종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어야 하는 것은 일본의 사죄와 억울한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이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전시에 어린 소녀들을 붙잡아 가서 성노예를 시킨 잔인무도한 일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것으로 인권과 정의에 관한 자연법의 이치에 따라 풀어야 한다”며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잘못된 것은 정상화해내는 일을 하라고 만들어주신 국민주권 정부로서 한일간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 정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박성진 기자psjin@donga.com}

시민운동가 출신은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및 내각 인사의 한 축으로 꼽힌다. 특히 참여연대 출신들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해 정치권에서는 “‘참여연대(大)’를 나와야 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바야흐로 ‘참여연대 전성시대’다. 13일 내정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시민운동계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정 후보자는 2010년부터 6년 동안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다. 11일 지명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했다. 안 후보자의 제자인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당시 센터 부소장을 지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출신들이 검찰 개혁의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다. 청와대 정책실과 경제 부처에도 참여연대 출신이 대거 입성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13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장 정책실장과 함께 참여연대 소속 직함을 갖고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고위직은 아니지만 청와대 행정관에도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참여연대뿐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 출신도 중용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 및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지속가능발전비서관과 민원제안비서관을 역임한 환경운동가다. 김 후보자는 1991년 낙동강 불법 페놀 유출 사건 당시 대구지역 시민 대표로 활동하면서 ‘페놀 아줌마’로 불리기도 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도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이 밖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녹색연합 등 비정부기구(NGO) 출신 인사가 다수 청와대에 입성했다. 하승창 대통령사회혁신수석은 경실련 정책실장과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은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를, 대통령기후환경비서관에 내정된 김혜애 씨는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시민단체 출신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광주일고 출신의 약진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45회)를 비롯해 세 명이 내각에 포진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후보자(43회)는 이 총리의 광주일고 2년 선배다. 13일 내정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48회)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시민단체와 호남 출신의 약진은 정권 교체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너는 내 운명”채널A ‘외부자들’ 황금콤비 전여옥-정봉주 前의원#. “공개적으로 ‘전여옥 의원이 싫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전 작가를 좋지 않게 봤어요. 하지만 워낙 똑똑하고 화력이 좋으니…. 괜히 불똥 튈까 봐 일부러 피해 다녔죠. 하하!”정봉주 전 의원(봉 도사) “17대 국회 당시 사립학교법 논쟁 때 봉도사가 몸을 던져 막던 장면이 눈에 선해요. 서로 상임위가 달라서 못 본 줄 알았는데나를 일부러 몰래 피해 다녔다고요?”전여옥 전 의원(전 작가)#. 8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 채널A 외부자들(화요일 오후 11시) 녹화 스튜디오. 시사정치 예능 전성시대를 이끄는 외부자들의 핵심 패널전여옥(58·이하 전 작가), 정봉주 전 의원(57·봉도사)을 만났습니다.족집게 정치 예측으로 명성을 얻은 두 사람은“외부자들에 출연하면서 반대 진영의 사람들이 무슨 의도와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서로에 대한 존경과 믿음을 키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죠.#. 두 사람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나란히 금배지를 달았습니다.봉도사는 화끈한 입담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고한나라당 대변인이던 전 작가는 촌철살인 논평으로 여당의 정곡을 찔렀죠.하지만 이들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죠.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의혹을 제기한 봉 도사는 법원에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1년 간 수감 생활을 했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비판한 전 작가는 18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 4년 간 두문불출했고요.#. 2016년 가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둘의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전 작가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글이 뒤늦게 회자되면서 이슈메이커로 부상했고 봉 도사 역시 팟캐스트 등을 통해 다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죠.“외부자들 출연 여부를 고심할 때 주위 진보 인사들이 전 작가라면 방송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국정농단 사태를 예견한 혜안과 이슈 파급력을 가진 합리적 보수의 대표입니다”(봉도사)“국회 시절부터 눈여겨봤기 때문에 봉도사와 함께 하자는 제의를 흔쾌히 승낙했죠. 지금도 그 선택은 100% 맞았다고 생각하고요”(전 작가)#. “봉도사는 굴곡진 정치 인생을 겪어왔기 때문인지 공감 능력이 탁월해요. 불꽃 튀는 토론을 벌이다가도 금세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뛰어나요”(전 작가)“방송이든 정치든 팀워크가 생명이죠. 전 작가는 녹화 후 회식에 늘 참여해요. 묵묵히 팀을 이끄는 외부자들의 누님이죠.”(봉도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인사 문제로 정국은 꽉 막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좀 더 야당을 포용했으면 해서 아쉬워요. 야당에도 일부 내각 인사를 양보했으면 지금의 대립은 없었을 텐데….”(봉 도사)“야당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요. 오히려 쿨하게 인사 문제에 협조한다면 나중에 ‘잘 되면 우리 덕분, 못하면 협조했는데도 못 한다’고 비판할 수 있잖아요?”(전 작가)#. 정계복귀에 대한 둘의 의견은 완전히 달랐습니다.“피선거권이 2022년 12월까지 제한돼 있지만 제 몸에는 정치 DNA가 꿈틀대요.어찌 압니까. 제가 일찍 사면될지 하하.”(봉도사)“여의도에 다시 돌아갈 일은 없어요. 정치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았어요. 기회가 되면 음악방송 DJ를 해보고 싶어요”(전 작가) 2017. 6. 13.(화)원본| 유원모·박성진 기자사진 출처|동아일보DB·뉴시스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김유정 인턴}

《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의 채널A ‘외부자들’(화요일 오후 11시) 녹화 스튜디오.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 3, 4%대를 기록하며 시사정치 예능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녹화를 30여 분 앞둔 전여옥(58·이하 전 작가), 정봉주 전 의원(57·봉도사)의 모습에서는 방송 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족집게 정치 예측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봉도사와 정계 은퇴 후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전 작가. 문화부와 정치부 기자가 함께 정치판의 내부자에서 외부자로 변신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네가 싫었다 봉도사와 전 작가의 인연은 17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에 처음 입성한 2004년부터다. 당시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인해 이른바 ‘탄돌이’로 불린 열린우리당 소속 초선 의원들을 대거 배출한 선거다. 국회 개원과 함께 봉도사는 화끈한 입담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고,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전 작가는 촌철살인 논평으로 여당의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공개적으로 ‘전여옥 의원이 싫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전 작가를 좋지 않게 봤어요. 하지만 워낙 똑똑하고 ‘화력’이 좋으니…. 괜히 불똥 튈까 봐 눈도 안 마주치려고 일부러 피해 다니기도 했죠. 하하.”(봉도사) “당시 사학법(사립학교법) 논쟁 때 봉도사가 몸을 던져 막던 장면이 눈에 선해요. 서로 상임위가 달라서 보지 못한 줄 알았는데 몰래 피해 다녔다고요?”(전 작가) 이후 이들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의혹을 제기한 봉도사는 법원에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1년여간 수감 생활을 했다. 전 작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비판한 후 18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 4년여간 두문불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어준 인연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가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시작됐다. 전 작가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글이 뒤늦게 회자되면서 이슈의 중심에 올라선 것. 봉도사 역시 팟캐스트 등을 통해 다시 이름을 날리던 시점이었다. “‘외부자들’ 출연 여부를 고심하던 당시, 주위의 ‘불빨(불멸의 빨갱이들)’이라 불리는 진보 인사들이 전 작가라면 방송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국정농단 사태를 예견한 혜안, 그리고 이슈 파급력을 가진 합리적인 보수의 대표죠.”(봉도사) “정치인에게 선명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인은 믿을 수가 없죠. 국회 시절부터 눈여겨봤기 때문에 봉도사와 함께 하자는 제의에 흔쾌히 승낙했죠. 지금도 그 선택은 100% 맞았다고 생각하고요.”(전 작가)○ 외부자들의 훈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인사 문제로 인해 정국은 꽉 막혀 있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미묘하게 달랐다. “문재인 정부가 좀 더 야당을 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야당에도 일부 내각 인사를 양보했으면 지금처럼 대립하는 모습은 보지 않았을 수도 있죠.”(봉도사) “야당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요. 오히려 ‘쿨’하게 인사 문제에 협조한다면 나중에 ‘잘되면 우리 덕분, 못하면 협조했는데도 못한다’고 비판할 수 있잖아요.”(전 작가) 다당제 지형으로 인해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협치가 필수가 된 상황에서 극한의 정치 대립은 줄어들 겁니다. 이제는 이념별로 정당들이 대립하지 않고, 이슈별로 이합집산하는 새로운 모습이 나타날 겁니다.”(봉도사) “협치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수적이에요.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 대통령제에서는 계속해서 갈등이 재생산될 수밖에 없죠.”(전 작가)○ 나의 종착역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봉도사는 “내 몸속엔 ‘정치 DNA’가 꿈틀댄다”며 정치권으로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그의 피선거권은 2022년 12월까지 제한돼 있다. “아내가 저한테 정치만 하라고 해요.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요. 저를 이끄는 힘은 정치였어요. 어찌 압니까. 제가 일찍 사면될지, 하하.”(봉도사) 반면 전 작가는 여의도에 다시 돌아갈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어요. 지금부턴 저를 위한 삶을 살 겁니다. 여행하고, 책 쓰고,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요. 아, 기회가 된다면 음악방송 DJ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전 작가) ▼방송 통해 이렇게 변했어요▼鄭 “진보적 신념, 부드럽게 전하는 법 배워”田 “보수의 핵심가치 ‘희생’ 진심 담아 강조”봉도사와 전 작가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이들이 정치권에서 활동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이른바 ‘전투력’이 높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채널A ‘외부자들’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절한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온다. “아무래도 초선 때는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형식과 방법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깨닫죠. 저 역시 진보적인 정치 신념에는 변화가 없어요. 단지 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모습이 달라질 뿐이죠.”(봉도사) “보수의 핵심 가치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 선택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지금도 보수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방송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어요. 지금의 보수 정당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전 작가) ‘외부자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두 사람에게 전환점이 됐다.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다른 패널들이 모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이 부딪치죠.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균형 있는 대안은 무엇일지 늘 고민해요. 덕분에 한 시민단체가 이번 대선 프로그램 중에서 ‘외부자들’을 가장 공정하고, 정책까지 다룬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뽑기도 했습니다.”(봉도사) 정치인이 아닌 방송인으로서의 평가는 어떨까. “봉도사는 굴곡진 정치 인생을 겪어왔기 때문인지 공감 능력이 탁월해요. 불꽃 튀는 토론을 벌이다가도 금세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봉도사의 역할이 크죠.”(전 작가) “방송이든 정치든 팀워크가 생명이죠. 전 작가는 프로그램 녹화가 끝나고 진행되는 회식에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참여해요. 묵묵히 팀을 이끄는 ‘외부자들의 누님’이죠.”(봉도사)유원모 onemore@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사진)은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야 3당이 반대하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후보자 인준 문제 등 다른 현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일자리 추경만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 선순환을 이룰 수 없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 손 놓고 있으면 정치 직무유기”… ‘일자리’ 44번 언급▼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대란과 소득불평등에 대한 정치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해 국회의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9분간의 연설을 모두 일자리 추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준 협조 요청은 없었다. 일자리 추경이 ‘정치적 줄다리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추경안 국회 통과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실업대란 방치하면 경제위기”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실업대란을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를 ‘재난’으로 규정해 이번 추경이 ‘국가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 모른다”며 추경안의 시급한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른다”며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 “일자리 해결의 선도적 노력은 국회가 시작” 등 국회의 책임을 부각하며 야당에 추경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까지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전례가 없는 만큼 추경안을 둘러싼 국회의 힘겨루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를 44번, 청년을 33번 강조하며 이번 추경안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이어 여성과 노인, 지역 일자리를 우선순위로 꼽고 추경 예산이 지원되는 계층별 일자리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자살방지 문구가 적힌 한강 다리 난간 등 일자리와 관련된 감성적인 사진과 문구를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띄워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시정연설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안을 설명하기 위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처음이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며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 찾아 악수 청한 문 대통령 이날 시정연설 직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우롱 인사지명 대통령은 철회하라’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타나면서 본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동안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기립은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 16회의 박수가 나왔다. 시정연설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문 대통령은 퇴장하기 전 의원석 앞줄에 앉아 있는 의원들에게 두루 악수를 건넸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심재철 국회 부의장, 정우택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 등이 동행했다. 통상 시정연설에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만 동행해왔다. 그만큼 추경 통과를 위한 국회 설득에 절박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마디로 시급한 상황, 친절한 설명, 절박한 호소로 요약될 수 있는 시정연설”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