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63빌딩’이라 불리는 서울 여의도 63시티 건물은 1985년 준공 이후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높이 249m였던 63시티는 당시 지방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3년 256m 높이의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에 1등 자리를 내줬다. 하이페리온은 1년 만인 2004년 264m 높이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밀렸다. 타워팰리스의 위세도 8년 만인 2012년 여의도 IFC(서울국제금융센터)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IFC의 높이는 279m. 13일 연성대 광고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이 서울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서울 높은 빌딩들’의 인포그래픽을 공개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3일 오후 일본 교토(京都)의 사찰 고류(廣隆)사. 이곳을 찾은 한국 청소년들이 영보전(靈보殿)에 있는 높이 125cm의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더니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 반가사유상은 한국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거의 흡사해 백제나 신라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들은 수려한 반가사유상의 모습에 감탄한 듯 한참 멈춰 서있었다. 학생들은 “실제로 보니 미소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서울시 SH공사가 주관하고 우리은행 동아일보 서울의료원 하나투어가 후원한 ‘희망과 함께 GOGO!’ 청소년 탐방대가 2일부터 5일까지 일본을 찾았다. 오사카 교토 나라 지역에 남아 있는 백제문화를 비롯해 한민족의 흔적을 둘러보는 탐방대다. 참여 청소년은 중3∼고3 32명. SH공사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며 모범적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이다. SH공사는 2006년부터 8년째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번 탐방에서 호류(法隆)사, 도다이(東大)사, 아스카(飛鳥)사, 왕인박사묘 등 백제의 흔적이 남은 곳을 찾았다. 또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조선인의 코와 귀 12만 개를 전리품으로 베어간 뒤 묻어놓은 귀무덤(미미즈카·耳塚)도 둘러봤다. 3일 찾은 교토의 귀무덤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귀무덤 100m 앞에는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이곳에 귀와 코를 묻을 것을 지시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모시는 도요쿠니(豊國)신사가 정갈하게 관리된 채 자리 잡고 있었다. 반성호 군(17)은 “선조들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핍박받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무덤을 국내로 이장해 제대로 관리하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4일에는 오사카에 있는 백제인 왕인박사묘를 찾았다. 묘를 관리하는 요시토미 가즈오 씨(77)는 “왕인박사묘를 찾는 사람의 90%는 한국인이다. 일본인은 왕인 박사를 거의 모른다. 내가 백제인의 후손이어서 관리하는 것이지 내가 죽으면 관리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해 학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나라=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가 ‘여성 안심 택배’ 서비스를 이번 달부터 50곳으로 확대한다. 이 서비스는 여성들이 택배를 받을 때 낯선 택배원을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의 무인보관함에서 물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1월부터 11곳에서 운영해 왔다. 시는 이번 달 초 무인보관함을 이미 35곳에 설치했으며 다음 달 나머지 4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에 설치됐거나 설치 예정인 곳은 마포구 도화동주민센터, 양천구 목3동주민센터, 영등포구 대림정보문화도서관 등으로 여성이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에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1월부터 시범 운영된 11곳 중 일부는 이용률,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설치 장소를 일부 변경했다. 시는 무인보관함을 내년 상반기까지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무인보관함을 이용하려면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보관함 주소를 물품 수령 장소로 지정하면 된다. 보관함 주소는 시 여성가족분야 홈페이지(woman.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관함에 물품이 도착하면 물품 도착 시간과 인증번호가 수령자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수령자는 보관함에서 본인 휴대전화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 물품을 찾으면 된다. 물품이 도착한 시간부터 48시간까지는 무료이며 48시간을 초과할 경우 24시간마다 1000원의 보관료가 부과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상어’의 초반부에는 남녀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던 12년 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드라마에는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추억을 만들어가는 그림 같은 장소들이 등장한다. 그중 눈에 띄는 장소는 여고생 조해우(경수진 분)가 샤갈의 도록을 사려고 친구 한이수(연준석 분)와 함께 찾은 자그마한 헌책방이다. 헌책방은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대오서점’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서점’ 부분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특유의 운치가 풍긴다. 두 주인공이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미닫이문을 열고 서점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중인이 살았을 법한 아담한 한옥이 나온다. 대청마루, 처마 아래 등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책이 빽빽이 꽂혀 있다. 195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점이어서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만든 세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서점은 종로구 서촌(통인·옥인·누하동 일대)에서 운영 중이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실제 이름도 ‘대오서점’이다. 가수 이승기의 ‘나에게 초대’ 뮤직비디오에서도 서촌을 산책하던 이승기가 들르는 헌책방으로 나왔다. 대오서점이 문을 연 건 1951년. 조대식 씨(1929∼1996)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다리를 다쳐 돌아온 직후 자하문로 일대에 헌책방을 열었다. 조 씨는 권오남 씨(82)와 결혼한 뒤 누하동 한옥으로 이사하면서 한쪽 창고를 개조해 헌책방을 다시 열었다. 부부는 각자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 서점 이름을 ‘대오’라고 지었다. 인근에 매동초, 청운초, 청운중, 경기상고 등 학교가 몰려 있어 서점은 싼값에 헌책을 사거나 책을 팔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창고를 개조해 만든 헌책방에 책을 쌓아둘 공간이 없어지자 부부는 1평(3.3m²) 남짓한 한옥 현관에 책장을 짜 넣고 헌책을 가득 꽂아뒀다. 그러고도 공간이 부족하자 살림을 살던 한옥 내부 빈 공간마다 책장을 짜 넣고 책 선반을 만든 뒤 헌책을 켜켜이 쌓아두고 팔았다. 조 씨가 1996년 세상을 떠날 당시 헌책방 업종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권 씨는 헌책 1000여 권을 지인에게 주고 ‘창고 헌책방’도 세를 줬지만 한옥 현관과 집 곳곳에 쌓인 책은 그대로 둔 채 지금도 헌책방을 홀로 운영하고 있다. 서점에는 지금도 옛날 교과서, 1970, 80년대 가요집 등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권 씨는 “누군가 이곳에 찾아와 어린 시절 교과서를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고 허름한 곳이지만 추억이 있는 공간이라며 카메라에 담아가는 게 고마워서 문을 닫지 못한다”라고 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300m를 직진해 나오는 형제마켓에서 좌회전. 참여연대 건물을 지나 작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가 7, 8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9호선 지하철의 운행 간격을 최대 1분 연장한다. 시가 10일 발표한 ‘여름철 에너지 절약 종합 대책’에 따르면 2호선 운행간격은 6분에서 6.5분, 9호선은 4.3분에서 5분으로 하고 나머지 노선은 1분씩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9호선 지하철 운행 대수는 하루 평균 1050대에서 919대로 줄어든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운행 간격이 기존처럼 유지된다. 시는 운행 간격 연장으로 순간 최대 사용 전력량을 1만1500kW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같은 기간 오후 2∼5시 서울시내 전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조명의 절반을 끌 계획이다. 시는 또 실내 냉방온도를 섭씨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건물의 기준을 순간 최대 사용 전력량 100kW 이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이 지난해 424곳(1600kW 이상)에서 1만3095곳으로 크게 늘었다. 시는 이 지침을 어길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는 행위도 단속한다. 시는 명동, 신촌, 홍대입구역 일대, 영등포역 일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도산공원 일대, 강남대로, 경복궁역 일대 등 8곳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시는 중랑물재생센터에서 청계천 및 중랑천 권역(중랑천, 도봉천, 방학천, 우이천, 묵동천)으로 물을 내보낼 때 사용하는 펌프 수도 줄여 전력 사용량을 낮출 계획이다. 7, 8월 오후 2∼5시에는 청계천 펌프를 현재의 3대에서 2대로 줄이고 중랑천 펌프 5대는 아예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임옥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중랑천은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이 있어 펌프 가동을 중단해도 유량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는 5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관악구 신림동 1482 일대와 종로구 충신동 6 일대의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해당 구역은 재개발을 추진할 주체가 없고 토지 소유자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한 곳이다. 또 동대문구 답십리동 12 일대 답십리 제17주택재개발 정비구역 변경 지정 안건도 조건부 가결됐다. 변경안에선 용적률 241%, 건폐율 30%를 적용했고 지상 7층에서 최고 21층 규모의 공동주택 6개동, 318채를 신축하도록 했다. 이 중 316채는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중소형 주택으로 만들어진다. 마포구 아현동 609-3 일대의 마포로 3구역은 소단위 맞춤형 정비계획을 할 수 있도록, 마포로 3-3지구에는 오피스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계획이 변경됐다.}

6월 1일부터 서울시내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다. 서초구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작하는 10월부터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전체에서 종량제가 실시된다. 시는 종량제 전면 실시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최대 20%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독주택=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송파, 양천, 영등포, 서초 등 5개 구는 단독주택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다. 현재 이들 구를 제외한 20개 구는 이미 단독주택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강남구 단독주택 주민들은 그동안 음식물쓰레기를 무상으로 버렸지만 다음 달 1일부터 전용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넣은 뒤 집 앞에 내놓아야 한다. 봉투 용량은 1L부터 100L까지 9종류이며 L당 80원이다. 영등포구도 다음 달 1일부터 단독주택 전용봉투 종량제를 시행한다. 봉투 용량은 1L부터 100L까지 7종류이며 L당 61원이다. 양천구는 7월 1일부터 시행하며 봉투 값은 2L 50원, 3L 80원, 5L 130원이다. 다만 양천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기본료 명목으로 봉투 값 외에 가구당 매월 1500원을 추가로 받는다. 송파구와 서초구의 단독주택 주민들은 납부필증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납부필증 방식은 구청이 각 가정에 무상으로 나눠주는 음식물쓰레기 전용 플라스틱 용기(5L)에 쓰레기를 담은 뒤 스티커형 납부필증을 붙여 용기째 집 앞에 내놓는 것이다. 송파구의 납부필증은 5L에 400원이고 서초구는 미정이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체는 전용용기에 든 음식물을 수거해 갈 때 이 납부필증을 함께 떼어 간다. 납부필증은 일반 쓰레기종량제 봉투 판매소에서 10개 한 묶음으로 살 수 있다. ▽공동주택=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은 이미 종량제를 시행 중인 10개 구를 제외한 15개 구가 다음 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종량제를 실시한다. 이 중 동작, 성북, 용산, 성동, 광진(이상 6월 시행), 은평, 관악, 중랑(이상 7월 시행) 등 8개 구 공동주택에선 단지별 종량제가 실시된다. 이들 자치구 공동주택은 그동안 음식물쓰레기 배출량과 상관없이 가구당 1000∼1800원을 매월 관리비에 합산해 부과했다. 그러나 앞으로 각 가구는 단지 전체의 월별 배출량에 따라 쓰레기 처리비용을 내야 해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이 매달 변한다. 단지 내 가구가 공동책임을 지는 것인데 가구의 자발적 노력이 없으면 처리비용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금천, 영등포, 양천, 마포, 서초 등 5개 구는 공동주택에 전자태그(RFID) 방식을 도입한다. 아파트 가구 입주민이 RFID 카드를 들고 역시 RFID가 부착된 공동 음식물쓰레기통에 갖다 대면 쓰레기통 문이 열린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 특정 가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 양이 자동으로 측정돼 한국환경공단 서버로 전송된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각 가구는 매달 자신이 버린 쓰레기 양만큼의 처리 비용만 내면 돼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꼽힌다. 이 방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는 금천구의 경우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28%나 줄었다. 송파구는 단지별종량제와 RFID를 혼용할 예정이고 강남구는 전용봉투 방식을 선택했다. 시는 종량제가 전면 시행되면 음식물쓰레기가 10∼20% 줄어들어 처리비용이 연간 138억∼277억 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시에서 발생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3311t, 처리비용은 138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단지별종량제는 쓰레기 감량 효과가 크지 않아 시의 기대만큼 음식물쓰레기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RFID 방식이 감량 효과가 가장 크지만 대당 설치비용이 170만∼200만 원에 달해 단기간에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시가 부실·비리 어린이집이 적발될 경우 그 명단을 공개하고 추가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불량급식, 아동학대 등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다. 시는 우선 내년 1월부터 국고보조금 횡령, 아동학대, 불량급식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의 경우 명칭, 대표자·원장 이름, 구체적인 위반 행위와 행정처분 내용을 서울시 보육포털(iseoul.seoul.go.kr)에 전면 공개한다고 29일 밝혔다. 또 민간어린이집 중 시가 지정한 서울형어린이집에서 비리·부실 문제가 발생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경우 추가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 현재 서울형어린이집은 1800여 곳으로 보육교사 인건비 등을 추가로 지원받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어린이집이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서울형어린이집 허가를 취소해 추가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시행해왔다. 한 명의 대표자나 원장이 다수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데 따른 병폐를 막기 위해 한 명이 운영할 수 있는 어린이집 수를 제한하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상당수의 ‘복수 어린이집’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실과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시는 어린이집 전담 현장점검팀 인력도 7명에서 1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 유일의 정신과 전문병원인 광진구 중곡동 국립서울병원이 ‘종합의료복합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광진구는 30일 국립정신건강연구원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연구원은 사업비 950억 원을 투입해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4만4188m² 규모로 2015년 10월 준공된다. 연구원에는 정신건강연구시설, 임상센터, 300개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들어선다. 2015∼2018년에는 연면적 10만8100m², 지하 3층∼지상 21층 규모의 의료행정타운을 건립하는 2단계 사업을 펼친다. 의료행정타운에는 의료행정기관, 의료바이오벤처시설, 민간 연구개발(R&D)연구소 등이 입주한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2008년)에서는 조직폭력배 이강패(소지섭 분)가 훗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박 사장(한기중 분)을 고급 한옥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강패가 ‘ㅁ’자 구조의 한옥에 들어서자 소나무 대나무 등이 어우러진 운치 있는 정원이 펼쳐진다. 이강패와 박 사장이 얘기를 나누는 대청마루와 그 배경으로 화면에 잡힌 정원과 본채, 별채 등의 고즈넉한 느낌은 영화의 긴장된 분위기와 사뭇 대비됐다. 이곳은 MBC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에서 한국을 찾은 헨리 김(다니엘 헤니 분)이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로도 나왔다. 햇볕이 쏟아지는 한옥 방에서 헨리와 유희진(정려원 분)은 장난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이 한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후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락고재(樂古齋)’. ‘옛것을 즐기는 집’이라는 뜻의 락고재는 한정식집, 김치·한복 체험 공간 등으로도 활용된다. 락고재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2008년), MBC TV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SBS TV 드라마 ‘쩐의 전쟁’(2007년) 등에 단골로 등장했다. 락고재는 미국에서 컴퓨터엔지니어로 일하다 1992년 귀국해 외국인 대상 한옥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안영환 씨가 만든 공간이다. 그는 2003년 가회동 일대 한옥 2채와 일반 주택 2채를 구입했다. 한옥 2채 중 1채는 187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집으로 일제강점기 한국사 연구 단체인 ‘진단학회’ 창설을 주도한 이병도 선생(1896∼1989)의 자택이었다. 안 씨는 인간문화재 정영진 대목장의 도움을 받아 한옥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일부만 개수한 뒤 안방, 건넌방, 대청마루, 부엌으로 나눠 본채로 만들었다. 1950년대에 지은 또 다른 한옥은 마루와 방 2개가 딸린 별채로 만들었다. 일반 주택 2채는 모두 허물고 방이 딸린 정자와 주차장 등으로 바꿨다. 건물은 물론이고 마당의 수목, 정자, 연못 등을 옛 풍류에 맞게 세심하게 되살린 덕에 락고재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인기 있다. 안 씨는 “호텔과 달리 방이 개방된 구조인 만큼 락고재에 온 손님끼리 어우러져 놀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재동초등학교 방향으로 걸어서 2, 3분. 숙박료는 안방·건넌방 1박 25만 원(2인 기준), 정자방 30만 원(1인 기준), 별채 45만 원(방 2개 4인 기준)이다. 별채에 숙박 손님이 없을 때 미리 예약을 하면 한정식집으로 이용할 수 있다. 02-742-3410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올해 1월 17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최고 134μg(오후 1시 기준)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m³당 25μg)의 5.3배를 넘어선 것. 머리카락 지름의 30분의 1∼200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는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폐까지 침투해 호흡기·심장 질환을 유발해서 ‘죽음의 먼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당시 시민들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얼마나 짙은지 알지 못해 무방비 상태에서 외출했다. 앞으로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실시간으로 공개돼 시민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10월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제’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3μg으로 측정돼 뉴욕(14μg), 런던(16μg), 도쿄(14μg)보다 1.5∼2배 높았다. 시는 10월부터 서울시내 25개 측정소에서 측정되는 초미세먼지 시간평균 농도를 시내에 설치된 1029개 전광판, 시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cleanair.seoul.go.kr), 모바일서울(m.seoul.go.kr)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주의보나 경보도 발령한다. 발령 사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기후대기과 트위터(twitter.com/seoulcleanair)를 통해 전달한다.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싶으면 대기환경정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시는 실내 초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숯불구이 등 직화구이 음식점의 그을음(블랙카본)을 줄이기 위해 그을음 저감장치의 설치비도 융자해 주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 업소에 대해서는 저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서울 방화대로가 2018년 모든 구간이 개통된다. 그동안 방화대로 공사 구간 중에 군부대를 관통하는 250m 구간이 있어 공사가 지연돼 왔다. 서울시는 27일 오전 국방부, 강서구, SH공사 등과 협약을 맺고 방화대로 구간에 있던 군부대 101연대의 이전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방화대로는 경기 부천시 오정동 오정대로 삼거리와 서울 올림픽대로를 잇는 길로 시가 1999년부터 강서 마곡 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해 왔다. 시는 군부대 이전 예정지에 대한 토지보상 문제가 협의됨에 따라 2018년까지 전 구간에 대한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살인·방화 등 강력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시는 ‘층간소음, 우리 같이 해결할 수 있어요’를 주제로 다음 달 20∼23일 서울광장에서 ‘층간소음 공감 엑스포’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시와 롯데건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위층과 아래층을 오가며 직접 피해자와 가해자가 돼 층간소음을 느껴볼 수 있는 층간소음 체험관, 층간소음 방지 제품을 전시해놓은 전시관, 층간소음 갈등 해결방안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시한 층간소음 힐링관 등으로 구성된다. 전문가 상담과 층간소음 방지 예절을 주제로 한 인형극, 층간소음 방지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한다.}
서울시는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개인택시 50대를 7월부터 서울과 경기 부천, 고양, 의정부, 구리, 안양, 성남 등 12개 시, 인천공항 등에서 운행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장애인 전용 택시는 콜택시 형식으로 운행된다. 기본거리 5km에 1500원이며 5∼10km 구간에서는 km당 300원이, 10km 초과 때부터는 km당 35원이 추가된다. 20km를 이용할 때 3350원만 내면 돼 일반택시(기본 2km에 2400원, 초과 144m당 100원 추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2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용산 방향으로 서울시 소속의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출발했다. 앞 유리에는 카메라 두 대가 달려 있고 카메라가 찍은 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가 보조석 앞에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주차된 차량이나 주행 중인 차량 번호판을 스캔하자 실시간으로 차량 번호가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떴다. 이 SUV는 과태료 미납 차량을 적발하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특수 폐쇄회로(CC)TV 시스템’ 장착 차량이었다. 용산구의 한 이면도로에 주차된 SUV 앞을 스쳐가자 “띠링” 대신 “단속됐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조수석에 앉은 김태영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차량 번호를 입력했다. 차주 이름과 주정차위반 의무보험미가입 등에 관한 과태료 부과 내용, 체납 총액 등이 곧바로 스마트폰 액정에 나타났다. SUV 차주가 의무보험미가입 과태료 90만 원 등 총 145만9500원의 과태료를 체납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김 주무관은 차에서 내려 이 SUV의 번호판을 뗀 다음 번호판 영치 안내문을 차량에 비치해 놓았다. 그는 “이 시스템이 도입된 뒤부터는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과태료 체납 여부와 체납액을 모두 알 수 있어 번호판 영치가 쉬워졌다”고 했다. 2011년 7월 질서위반행위 규제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가 불법주정차와 버스전용차로위반, 의무보험미가입 등 자동차 관련 26종 과태료를 합쳐서 30만 원 이상, 60일 넘게 체납한 차량에 대해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체납 여부와 액수를 현장에서 즉시 가려낼 방법이 없어 번호판 영치를 할 수 없었다. 체납 차량 및 체납액 정보가 자치구별로 따로 관리돼 합산할 방법이 없었던 것. 단속원이 무작위로 차량 번호를 적은 다음 자치구에 저장된 영치 대상 차량 데이터와 일일이 대조하는 원시적인 방법밖에는 없었다. 박경여 서울시 택시물류과 주무관은 “영치 대상 차량의 주소지로, 집으로 찾아가도 차량이 없어 허탕 치는 경우도 많았다”며 “차주 앞에서 번호판을 영치하려고 하면 마찰도 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가 이달 초부터 25개 자치구가 부과한 과태료 체납 정보를 한 데 모은 ‘통합영치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와 자치구가 이달부터 ‘특수 폐쇄회로(CC)TV 시스템’ 장착 차량 20대와 통합서버와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이 깔린 스마트폰 54대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과태료 체납 차량 ‘수색’에 나선 것. 서울시내 영치대상 차량은 총 3만7000대(체납액 320억 원). 1일부터 21일까지 291대의 번호판을 영치했다. 체납 과태료 7억2000만 원도 받았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도 1시간 30분 만에 주행 중인 차 가운데 7대, 주차 중인 차 가운데 2대의 영치대상 차량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CCTV 차량으로 꾸준히 단속하면 주행 중인 차량을 단속하지 않아도 과태료 체납 차량을 상당수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상습 체납 차량 중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대포차도 상당수 있어 대포차를 단속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1일 오후 7시 서울 뚝섬한강공원 인공암벽등반(스포츠클라이밍)장. 높이 15m에 폭 40m, 5면으로 된 암벽을 올려다보니 백색 조명이 켜진 암벽에 6명이 ‘스파이더맨’처럼 매달려 있었다. 지상에선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40여 명이 암벽에 오를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뚝섬암벽장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에서 3∼4분만 걸으면 나온다. 암벽장은 한강 둔치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다. 수목이 우거지고 강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암벽 등반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이용자는 난이도에 따라 14단계의 등반코스를 실력에 맞게 선택해 한 단계씩 정복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냥 올라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악으로 버티면 될 거 같은데요.” 기자의 말에 인공암벽장을 운영하는 뚝섬클라이머스 김은희 대표(46·여)는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 대표는 “기본 안전 장비부터 착용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홀드(세라믹 등으로 만든 손잡이)를 잡는 순간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하네스(안전을 위해 허리와 다리에 차는 벨트), 암벽용 신발, 초크(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루), 초크통, 로프(50m)를 가져왔다. 암벽용 신발을 신고 하네스를 찼다. 하네스 앞쪽에 로프를 묶은 다음 뒤쪽에 초크를 넣은 통을 차니 장비는 완료됐다. 기자는 도전하기 전 암벽등반 마니아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15m 정상에 있는 마지막 퀵도르(로프를 걸 수 있는 수갑 모양의 장비)에 로프를 걸고 “완료!”라고 외치자 ‘확보자’가 줄을 탱탱하게 끌어당겼다. 확보자는 밑에서 로프를 잡아줘 등반자가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끼리 등반자와 확보자로 역할 분담을 한다. 등반자는 몸에 묶인 줄을 타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기자도 첫발을 뗐다. 자신만만했던 마음은 홀드를 잡자마자 사라졌다. 온몸의 근육에 모두 힘이 들어가면서 몸이 떨렸다. 방금 전 본 클라이머처럼 자유자재로 팔다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홀드를 잡은 손과 발이 떨어지지 않아 바둥거리기만 했다. 간신히 6m를 올라갔지만 버티기 힘들었다. 기자가 “추락”이라고 외치자 김 대표가 아래에서 “홀드를 쥔 손을 놓으세요”라고 외쳤다. 홀드를 놓으면 떨어질 것 같았다. 여러 차례 갈등한 끝에 홀드를 놓자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다음 바닥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지상에 발이 닿는 순간 짜릿한 느낌이 밀려왔다. 정상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온몸 근육을 빼놓지 않고 사용한 뒤 오는 느낌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25년째 인공암벽등반을 즐기는 한재만 씨(50)는 수제화 가게에서 신발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는 “일을 할 때는 몸의 일부 근육만 반복해서 쓰는데 이곳에서 암벽을 타면 근육을 모두 사용한다”며 “전신에 잔 근육이 생겨 몸이 예쁘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암벽장에는 한 씨처럼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 직장인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10명가량 암벽에 오를 수 있는 반면 암벽을 타려는 사람은 많은 탓에 상당 시간 기다려야 한다. 장비만 있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성수기(3∼11월) 기준 오전 9시∼오후 9시. 뚝섬한강공원 주차장에 최초 30분에 1000원, 초과 10분당 200원을 내고 주차할 수 있다. 4∼11월 매월 선착순 10명씩 무료 교육을 한다. 교육 신청은 매월 20일 오전 10시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수강생에게는 암벽화 외에 모든 장비를 무료로 빌려준다. 응봉산암벽공원, 보라매공원, 수락산당고개공원에도 인공암벽장이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단독주택이나 원룸 건물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재활용품을 분리해 배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단독주택가에는 아파트처럼 재활용품 공동 수거함이 비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품을 그냥 집 앞에 내놓거나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 안에 넣어 버려야 했다. 올해 이런 불편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동식 재활용 수거함’을 주택가에 비치하는 ‘재활용 수거체계 개선 계획’을 22일 발표했다. 시는 이를 통해 현재 45.9%인 서울 재활용률이 2030년까지 66%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식 수거함은 150가구당 한 곳꼴로 공영주차장, 공터 등에 설치된다. 수거함 설치는 일주일에 3번씩 오전 시간대에 할 방침이다. 시는 최소 6종류로 재활용품을 분리할 수 있도록 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수거 관리인’ 역할은 폐지를 수거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 맡는다. 노인들은 해당 요일과 시간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거함 주변을 청소하는 한편 당일 모인 재활용품을 사회적 기업에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기업은 재활용품 가격을 매긴 뒤 노인의 통장 계좌에 재활용품값을 송금한다. 시는 수거관리인이 최소 월 50만 원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이번 달 성북구 성북동 일대 41곳에 이동식 수거함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서울 전역 주택가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가길현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주민은 재활용품을 쉽게 버릴 수 있으며, 노인은 보다 많은 수입을 거둘 수 있고, 자치구에선 재활용품 수거 및 처리 비용을 줄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상영 중인 영화 ‘몽타주’는 15년 전 발생한 아동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직후 당시와 똑같은 수법의 유괴 사건이 발생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담았다. 영화에는 괴한이 봄이를 납치한 뒤 공중전화로 봄이 엄마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온다. 범인이 전화를 거는 장소는 햇빛이 쏟아지는 드넓은 공원. 수풀과 꽃이 우거지고 매미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공원은 봄이 엄마가 긴장한 채 경찰과 함께 숨죽이고 있는 어두운 집 분위기와 대비된다. ‘몽타주’를 제작한 ‘미인픽쳐스’ 관계자는 “‘유괴’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된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공원이 필요했다”라며 “시내 공원을 다 다녔지만 넓으면서도 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곳은 월드컵공원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347만1090m² 면적으로 조성된 월드컵공원(사진)이다. 월드컵공원은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평화의 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Ⅱ’에도 이 공원이 나왔다. 재일교포 준코(이청아 분)는 종만(박기웅 분)과 하늘공원을 찾는다. 준코는 “할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예전엔 ‘꽃섬’이라고 불렸다”고 말한다. 종만은 “이곳은 원래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였다. 꽃섬이었다는 건 잘못된 정보”라고 대꾸한다. 월드컵공원은 이전엔 쓰레기매립지였고, 그 이전엔 난지도(蘭芝島), 즉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라는 섬이었다.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고 불렸다. 김정호의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는 ‘꽃이 피어 있는 섬’이라는 의미를 담은 ‘중초도(中草島)’라고 기록돼 있었다. 1960, 70년대에는 땅콩, 수수 재배지로 유명했으며 억새가 우거져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였다. 난지도가 서울시 쓰레기매립장이 된 건 1978년이었다. 명칭은 매립장이었지만 사실상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었다. 이후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 9200만 t이 쌓였다. 쌓인 쓰레기 더미의 높이가 98m에 달했다. 난지도는 ‘꽃섬’이라는 별칭 대신 먼지, 악취, 파리가 많은 ‘삼다도’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난지도는 1993년 매립을 끝내고 지반안정화작업을 거쳐 2002년 월드컵공원이 조성된 뒤 다시 ‘꽃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립지 위에 수목을 식재해 생태숲을 조성한 결과 지난해 공원 내에 동식물 970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개포주공1단지 124개 동의 재건축안을 통과시키면서 단지 중 1개 동(24동)의 일부를 남겨 개포주공1단지의 역사를 보존하는 문화시설로 사용하자는 내용을 계획안에 포함시켰다. 24동의 일부는 허물고 일부는 리모델링을 해 개포주공아파트의 원형과 강남권 아파트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개포주공1단지는 1982년 준공된 124개 동 5040가구의 대규모 저층(5층) 아파트 단지로 강남권의 대표적 아파트 단지였다. 시는 개포주공1단지 사례처럼 향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아파트나 마을의 재개발·재건축 계획안을 승인할 때 계획안에 최대한 옛 모습의 일부를 남기도록 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문화유산을 보존한 뒤 훗날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미래유산화’ 구상의 일환이다. 시는 옛 모습을 남기는 방안은 개포주공1단지처럼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한해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철공소 밀집 지역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집창촌인 ‘청량리 588’ 등에 대해 같은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 조합과 충분히 논의한 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 한해서만 추진할 계획인 만큼 사유재산 침해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그곳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정문에 들어서서도 1km는 더 가야 했다. 하지만 정문을 지날 때부터 마음이 부풀 대로 부푼 아이들은 숨이 차는 것도 잊은 채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이 가까워질수록 쇳덩이가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굉음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내지르는 “꺄악∼” 하는 비명이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놀이동산’이란 팻말이 나타나고 그 너머 2만5701m²(약 7770평) 땅엔 당시로선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고개를 위로 젖히면 88열차를 실은 길이 587m 궤도가 공중에서 굽이쳤다. 24인승 88열차는 최고 시속 80km를 자랑하며 아이들 비명을 동력삼아 하루 130회 곡예를 펼쳤다. 1973년 설치된 청룡열차를 대신해 1984년에 둥지를 튼 ‘최신식 놀이기구’ 88열차는 15명씩 한 열을 만들어 줄을 서고도 줄이 놀이동산 바깥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였다. 그보다 한 해 전인 1983년 설치된 바이킹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 사람들은 서울 시내 놀이동산 중 최초로 설치된 40인승 바이킹에 오르려고 2시간을 기다렸다. 놀이동산에서 30년째 근무한 홍현순 어린이대공원아이랜드 본부장은 “초기 4, 5년간은 바이킹을 처음 타 본 사람들이 구토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했다. 같은 시기 설치된 대관람차는 밤이면 아이들보다 연인이 많았다. 1980년대 연인들은 대관람차가 운행하는 6분 동안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키스를 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려왔다. 이 놀이기구들은 놀이동산을 위탁 운영했던 동마기업이 1983∼1995년 들여온 놀이기구 9종 중의 대표주자들이었다.○ 잘근잘근 분해된 88열차 궤도 16일 오후 기자가 찾은 놀이동산에는 놀이기구 9종이 한 대도 없었다. 소형 놀이기구 몇몇 만이 놀이동산 한편을 지키고 있었다. 놀이기구가 있던 자리에는 잡초가 자라 황량함을 더했다. 3월 28일 놀이동산엔 대형 크레인 두 대와 포클레인 한 대 등 철거 장비가 들어왔다. 산소절단기 불꽃이 튀더니 88열차 궤도가 1, 2m 간격으로 ‘잘근잘근’ 잘렸다. 30년을 지켜온 궤도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바이킹 배는 땅으로 엎어졌고 역시 1, 2m 간격으로 절단됐다. 대관람차와 파도그네도 원래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잘렸다. 놀이기구 안전진단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안전학회와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는 2011년 11월 회의를 열어 놀이기구 9종에 대해 시한부 생명을 선고했다. 노후화가 심해 2012년 6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통보였다. 박상규 어린이대공원 원장은 “추억이 담긴 만큼 최대한 고쳐 쓰려고도 해봤지만 어떠한 보수도 무의미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라고 했다. 지난해 7월 1일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놀이동산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놀이기구의 추억을 남기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먼저 논의된 건 놀이기구 매각. 놀이기구 무역상을 자처한 ‘업자’들이 찾아와 “놀이기구를 팔아넘기라”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놀이기구를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면 10억∼20억 원은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철거한 놀이기구를 처분할 권한을 주면 2억∼3억 원을 대공원 측에 지급하겠다는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 업자도 있었다. 변호사에게 자문해 얻은 결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놀이기구가 재사용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판매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불량 놀이기구’를 파는 건 도덕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얘기였다. 폐기물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정크 아트 전문가에게 소재로 제공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놀이기구가 예술작품으로 되살아나면 추억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규모가 큰 놀이기구를 해체하면 상징성이 훼손돼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적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놀이기구를 폐기하는 것이었다. ○ 용광로로 들어간 추억 어린이대공원은 대형 철강업체에 납품한 실적이 있는 철거·고철처리 업체를 선정했다. 철거 업무 위탁계약서에 ‘1, 2m 크기로 절단해 절대 재사용할 수 없게 한다. 고철을 철강업체로 가져갈 때 어린이대공원 측 관계자가 동행해 다른 곳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는다’는 등의 내용까지 세세히 적었다. 18일 동안 철거 작업을 마친 뒤 잘게 잘린 9종의 놀이기구는 차례차례 25t 트럭에 실려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떠났다. 30년 치 추억은 269t의 고철로 변했고 kg당 390원, 약 1억500만 원으로 바뀌어 추억을 품고 용광로로 들어갔다. 30년 전의 페인트 색이 여전히 남은 ‘고철’ 놀이기구가 떠나던 날 홍 본부장은 “후련하면서도 씁쓸했다”고 말했다. “늘 불안했어요. 저 오래된 기구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고요. 그 애물단지들이 잘려서 사라지는데 오랜 친구를 화장장으로 보내는 것처럼 먹먹하더라고요.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30년을 일한 한 세대가 퇴역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철거된 놀이기구를 대체할 ‘최신식 놀이기구’ 9종은 내년 4월에 놀이동산에 들어온다. 멀리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지에서 제작되는 놀이기구가 차례차례 들어올 예정이다. 1세대 놀이기구는 퇴역했지만 이제 2세대 놀이기구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