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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 잽은 흑이 어떻게 대마를 타개하려는지를 알아보려는 응수 타진. 흑은 예상대로 95, 97로 힘차게 밀어붙이고 나왔다. 여기서 백이 참고 1도 1로 두는 것은 너무 나약한 수. 흑은 2, 4로 세력을 갖게 되는 반면 백은 연결한 것 말고는 얻은 게 없다. 그래서 백 98로 이단 젖힌 것은 자연스러운 돌의 흐름이고, 흑도 103까지 백 한 점을 잡고 안정을 취했다. 백은 흑 대마를 쉽게 살려줬으나 중앙을 두텁게 했고 선수까지 확보했다. 백 104 때 흑이 참고 2도 1로 귀의 실리를 중시하면 백 2, 4로 상변을 키운다. 단순히 백 4로 둔 것에 비해 이득이다. 백도 110까지 우상 귀에서 꿈틀거리며 살자고 했는데 흑은 귀의 백을 잡을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흑 모양에 단기필마로 쳐들어간 느낌이지만 노림을 간직한 수다. 흑이 반사적으로 참고 1도 1로 밀면 백 2가 급소. 흑 말의 안형이 없어지고 후수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흑 87은 참고 1도 백 2의 급소를 방비한 수이다. 하지만 A로 뚫리는 약점이 남았다. 백 90은 직접적인 공격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속도를 늦춘 수. 이어 흑이 91로 보강하는 틈을 타 백은 92로 좌변에서 끝내기 맛을 남긴다. 참고 2도 백 1, 3이 있어 꽤 짭짤한 이득을 볼 수 있다. 물론 후수여서 지금 당장 두지는 않지만 사실상 백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백은 94로 계속 중앙 흑 돌을 향해 잽을 던지고 있다. 가벼운 잽이지만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좋은 수법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공영방송 뉴스가 특정 정치 집단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가 25일자 노보에 게재한 글의 일부다. 공정방송을 추구한다는 민실위가 갑자기 ‘공영방송의 ABC’를 들고나온 것이다. 25일자 노보는 ‘새 사장에게 바란다’는 1면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지면에 24일 선임된 박성제 사장에 대한 당부와 우려의 목소리를 담았다. 결국 ‘특정 정치 집단을 옹호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박 사장에게 보내는 당부인 셈이다.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해직됐다가 복직한 박 사장은 MBC 노조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런 박 사장과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노조가 쓴소리를 한 것에 대해 “그만큼 조국 사태 이후 보도에 대해 불만을 피력하는 내부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실위는 구체적인 사례로 임미리 교수의 칼럼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1심 판결 무죄,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공소장 공개 등을 들었다. 민실위는 “정치적 쟁점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우리 뉴스의 대응은 한발 늦었고, 대처도 일관되지 못했다. 이슈별 취사선택에 ‘패턴’이 보인다면 편향적이란 소리가 나오기 충분하다”고 적었다. 민실위가 지적한 최근 사례를 MBC 뉴스데스크는 어떻게 다뤘을까. 13일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 칼럼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표현 자유의 침해’라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당일 뉴스데스크에선 볼 수 없었다. 다음 날인 14일에야 민주당이 칼럼 고발을 취하했다는 소식을 “요새는 손님들이 적으시니 편하시겠네”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 논란과 함께 다뤘다. 보도의 내용도 표현 자유의 침해 등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당내 반발이 강력해 취하했다는 정도였다. MBC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하고 있는 내부 인사는 “보도 추이를 보면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한 기사는 콕 집어 키우고, 불리한 것은 축소하거나 누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그동안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파업을 벌인 노조가 원했던 공정방송이 이것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편’인 노조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미 박 사장은 보도국장 시절 서울 서초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의 참가자 수를 “딱 봐도 100만”이라고 해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박 사장이 내외부의 우려와 비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박 사장은 22일 사장 후보에 대한 방문진 면접에서 “1년 7개월 동안 노조로부터 공정성 비판을 받은 적이 없다. 이 기간 우리 뉴스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다. MBC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답했다. 편향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비판할 뿐이지 실제로는 공정했다는 취지다. 또 박 사장은 사장 취임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도 1위를 탈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보도를 해서 시청률을 올렸고, ‘그거라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으니까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지 않나”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민실위는 노보 글의 마지막 단락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만의 정의, 우리만의 공정성에 사로잡히면 ‘어떤 사안은 누락해도 되고, 어떤 사안은 이 정도만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퍼진다.” 프레임을 갖고 비판한다고 하기 이전에 MBC가 프레임을 갖고 뉴스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박 사장이 되돌아봤으면 한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좌하 귀에서 점수를 딴 백은 선수마저 잡았다. 한동안 방치돼 있던 우변을 정리할 시점이다. 백 74는 맥점. 흑의 응수가 쉽지 않다. 평범하게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은 백 2, 4가 있다. 백 6으로 우하 귀까지 다치면 흑은 견딜 수 없다. 그래서 흑 75로 젖혔는데, 백 76부터 흑 85까지 순식간에 진행됐다. 흑 81로 참고 2도 흑 1로 젖히는 것은 백 2가 선수여서 우하 흑 집이 많이 파괴된다. 실전 진행은 흑이 우변을 넘어가 실리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이다. 그 대신 두터움을 차지한 백은 86으로 허술한 중앙 흑 대마 선공(先攻)에 나섰다. 얼핏 무모한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나름의 노림수를 간직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수다. 참고 1도를 보자. 백 1, 3이면 후수지만 깔끔하게 좌하 귀를 손에 넣지 않는가. 백 ◎도 후수이긴 마찬가지. 흑 61은 당연한데 이번엔 흑이 방향을 잃는다. 지금 좌하가 가장 뜨거운 곳인데 흑 63으로 한가로이 중앙을 보강한 것. 그냥 참고 2도 흑 1로 두면 백 2로 둘 때 흑 3부터 13까지 좌하 귀에서 알뜰하게 살 수 있다(백 12=○). 흑 63으로 한 수 노는 바람에 백 64가 놓였고, 그 덕에 백 66으로 끊는 수가 성립한 것. 백 72까지 흑 일단을 잡았다. 귀에서 흑이 패를 내는 뒷맛이 남아 있지만 참고 2도에 비하면 한참 미흡하다. 흑백이 서로 실수를 주고받는 바람에 아직 형세는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후배 프로기사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차민수 5단(69)은 최근 프로기사회 회장을 맡았다. 40대 미만의 젊은 기사들이 맡아오던 기사회장을 고희를 앞두고 맡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순전히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프로기사 377명 가운데 대국료 등의 수입이 0원인 기사가 47명이나 됩니다. 200만 원인 기사는 무려 60%가 넘습니다. 월수입이 아니라 연 수입입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프로기사로 입단을 하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길게는 10년 이상 매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다. 차 5단은 인터뷰 내내 작심한 듯 숫자를 줄줄 쏟아냈다. “랭킹 50위권 이내의 기사도 평균 연봉이 2000만 원에 불과해요. 아마추어가 리그(내셔널리그) 선수로 뛰면 2000만∼3000만 원은 벌어요. 이것만 해도 프로기사보단 나은 거죠. ‘입단하면 망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니 이대로 가다간 한국 프로바둑계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그는 빠른 상황 진단만큼 빠른 해결책도 내놓았다. 그는 10여 년간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결선 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프로기사들도 대선배인 차 5단의 솔루션을 믿었던 것이다. 그는 우선 기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전을 4, 5개 창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가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해서라도 기전 창설이 필요합니다. 모든 기사가 다 참가하는 기전 이외에도 10∼20대 신예, 30∼40대 중견, 50대 이상 시니어, 여성 기전 등 세분화해서 기전을 만들겠습니다.” 그는 스포츠토토에 바둑을 포함시키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과거엔 바둑을 도박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인식이 컸지요. 하지만 스포츠토토는 잘 활용하면 바둑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이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반대하는 기사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고요. 그 대신 부정행위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겠죠.” 그는 프로기사들의 태도도 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둑이 팀워크를 중시하는 축구 야구 등과는 달리 동료를 이겨야만 하기 때문에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 “바둑계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에 대해 프로기사들이 감사 표시를 못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하하.” 그는 어린 시절 부유하게 자랐지만 어머니가 바둑 같은 승부에만 몰두하는 그를 거의 무일푼으로 미국에 쫓다시피 보냈다. 그 열악한 환경을 딛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수입 100만 달러 이상 버는 프로 포커 선수가 된 스토리가 드라마 ‘올인’으로 극화됐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간끼리 두는 바둑에 흥미가 없어진 건 아닐까. “좋은 스승을 갖게 됐다고 보면 됩니다.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바둑의 재미가 따로 있어요. 국내 바둑계 현실이 열악하지만 저는 박정환 신진서 최정 9단 등이 활약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 바둑계가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고 봅니다. 그 불빛이 저는 훤히 보여요.” 평생 큰 승부에 강했던 그가 다시 한판 승부를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 ◎로 바싹 협공하자 흑 47의 묘한 행마가 등장했다. 흑 47보다는 참고 1도 흑 1이 한눈에 들어온다. 흑 A로 나오는 수가 강력하기 때문에 백 2는 생략할 수 없는데 이때 흑 3으로 두면 흑 모양이 산뜻하다. 흑 47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백 48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백 54까지 흑의 약점을 헤집고 나오자 흑 ● 두 점의 운신이 피곤해졌다. 흑 55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수.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한 뒤 좌하귀를 손대면 흑 17까지 빅을 만들 수 있다. 백 56은 흑 A로 나오는 수를 선수로 방지하는 기분 좋은 수. 그런데 백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가 나온다. 백 60이다. 이미 축으로 잡은 곳을 뒤늦게 보강한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7은 좌변 백 진의 확대를 막기 위해 시급한 곳. 흑 39도 우변의 요처다. 두텁게 두던 한돌이 행마에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골락시는 일단 백 40, 42로 하변을 집으로 만들고자 한다. 흑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 어려운 장면인데 흑 43이 등장했다. 흑 43은 한돌뿐 아니라 다른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들도 일제히 추천한 수다. 과연 프로기사들은 흑 43을 맞힐 수 있을지 궁금하다. 흑 45가 좀 느슨했다. 우선 A로 ⊙의 축머리를 둔 뒤 백이 B 정도로 보강할 때 흑 45를 두는 것이 좋은 수순이었다. 이 그림은 좌하에서 흘러나온 흑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변 백 한 점을 훨씬 편하게 공략할 수 있다. 이 틈을 타 골락시는 백 46으로 바짝 다가와 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고도처럼 유연하게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19의 삭감은 적절하다. 백도 당장 응수하지 않고 백 20으로 뛰어 국면 전체를 관망한다. 여기서 흑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참고 1도 흑 1로 두면 하변 백 진은 깨지만 백 4로 전체가 공격 당한다. 한마디로 흑이 무거워진다. 흑 21이 침착한 수. 그러나 백 22는 논란에 휩싸였다. 백 20이 있는 상황에서 별로 급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 A로 둬 좌변도 지키고 하변 흑 2점도 공격하는 것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흑의 좌상 귀 침입에 백 30, 32로 둔 것은 좌변을 중시하는 정석. 흑 33은 선수를 잡기 위한 수. 참고 2도 흑 1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흑이 후수를 잡게 돼 백에게 A를 빼앗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돌의 예선 세 번째 상대는 세계 최정상급 인공지능(AI)으로 꼽히는 골락시다. 세계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한돌로서는 쉽지 않은 상대지만 넘어야 할 산이다. 백 6의 3·3 침입은 이제 상식이다. 백 10은 축이 좋을 때 둘 수 있는 수. 흑 11에 백은 참고 1도 1도 택할 수 있다. 백 9까지 AI가 유행시킨 정석으로 흑백 서로 없다. 수순 중 흑 6을 기억해둬야 한다. 흑 13으로 찝는 수를 뒀는데, 참고 2도 흑 1의 날일 자로 조금 여유를 주면 백 2의 요처를 빼앗기는 것이 싫다는 뜻이다. 백도 A로 참지 않고 14로 단수해 반발하는 것이 좋다. 흑 17까지 바꿔치기가 성립했는데 흑은 실리를, 백은 두터움과 선수를 잡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딱히 잘못 둔 곳이 없다. 기껏 지적하자면 백 30 때 참고 1도 흑 1로 두지 않은 정도랄까. 흑 5까지 전체적으로 흑의 모양이 두텁다. 그렇다고 흑 31이 형세를 그르친 수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백이 잘 뒀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참고 2도 백 1(실전 90)의 맥점을 바탕으로 백 3, 5로 하변 흑 진을 뚫으면서 백의 우세가 확실해졌다. 한마디로 백이 흑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완승한 대국이다. 한돌의 기량이 매우 안정적이고 수준 높다는 것을 입증한 한판이었다. 2연승을 거둔 한돌은 14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8강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20=13, 151=132. 15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42가 평범한 젖힘 같지만 상변 흑을 꽤 압박하고 있다. 흑 45까지 된 뒤에도 참고 1도 백 1로 치중하면 5까지 흑이 제법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한돌은 당장 참고 1도를 결행하지 않고 백 46으로 좌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흑 47은 49처럼 들여다보는 수를 노리고 있다. 백은 48의 강수로 응수했다. 진짜 흑 49가 놓이자 백 50으로 젖혀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 있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뜻이다. 흑 51로 끊어 탈출하는 것이 흑의 유일한 수습책. 이때 백 52는 가장 간명한 처리법. 참고 2도 흑 1, 3으로 백 한 점을 잡아도 백 4로 두면 승리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백의 강온 양면 전략에 흑은 백 54를 보고 패배를 인정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신진서 9단이 LG배 결승전에서 박정환 9단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다. 2000년생인 신 9단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커제 9단(1997년생)을 누른 데 이어 역대 전적에서 뒤졌던 박 9단(1993년생)마저 이겨 세계 바둑계의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백 ◎의 어깨 짚는 수는 좌변 흑 세력을 삭감하는 데 제격이다. 중앙 백이 두터워 ◎가 심하게 공격당할 일은 없다. 백 24, 26으로 가볍게 뛰어나가 사실상 중앙 백과 연결했다고 할 수 있다. 백 28, 30도 좋은 수. 흑에게 어느 쪽을 이을지 묻는 것인데 흑으로선 양쪽 모두 탐탁지 않다. 그래서 흑 31로 강하게 버텼는데 백 36까지 되돌려치는 수가 성립해 깔끔하게 정리됐다. 흑 41은 실리로 크다고 보고 둔 수. 참고도 백 1로 치중해도 흑 14까지 살 수 있다(백 9=●).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실리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둔 수지만 백 12로 끼운 것이 워낙 아프다. 역시 흑은 ● 대신 중앙을 보강해 뒷날을 도모했어야 했다. 백 12에 대해 참고 1도 흑 1로 막으면 백 2, 4로 흑 2점을 잡아 백의 모양이 깨끗해진다. 흑은 손을 빼고 상변부터 안정시켰으나 백 16에 다시 응수가 막힌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 점 잡는 건 굴욕이다. 그래서 흑은 다시 손을 뺐으나 백은 무심하게 18로 중앙 흑을 잡았다. 이렇게 두텁게 정리하는 걸로 충분한 형세라는 뜻이다. 흑이 믿을 구석은 좌변밖에 없다. 흑 21로 최대한 품을 넓혀 본다. 그러나 백 22로 어깨 짚는 수가 제격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젖힌 수는 백 대마 전체를 노리는 것. 흑 ○를 선택한 이상 백 102까지는 필연이다. 문제는 흑 103으로 늘어 백 대마의 출구를 틀어막았을 때다. 흑의 포위망이 허술하긴 해도 평범한 수로는 탈출할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탈출 대신 안에서 살 순 있지만 너무 옹색하게 살아야 한다. 한돌은 백 104의 붙임을 찾아냈다. 참고도 흑 1로 차단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데 백 2로 둘 때 흑은 백의 궁도를 줄이지 못한다. 백 104의 효과 때문에 중앙 흑 모양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흑 3으로 두면 백은 4로 우변에서 제법 크게 살아버린다. 백 110까지 우변 백 말은 탈출하는 수와 우변에서 사는 수를 맞보기로 해 안전하다. 흑 111은 A로 중앙을 보강하는 것이 정수. 백이 좌변을 선점하면 실리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흑은 보강하지 않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귀삼수를 방비한 맥점. 백 ◎가 있으면 참고 1도처럼 진행돼 온전한 귀삼수가 성립하지 않는다(13=7, 16=9, 17=2). 흑은 귀의 백 말 일부를 잡을 수는 있지만 백은 18로 넘어 귀의 흑 집을 선수로 없앤 뒤 20으로 우변 대마까지 안정시킬 수 있다. 백 92 때 흑이 하변을 지키기 위해선 당연히 참고 2도 흑 1로 막아야 하지만 백은 14까지 깔끔하게 모양을 정리할 수 있다. 어떻게든 좌변 백을 공격해야 하는 흑으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셈. 그래서 실리 손실을 감수하고 흑 93으로 참았다. 백은 자연스레 하변을 선수로 뚫어 또 이득을 본 뒤 백 96으로 타개하러 나섰다. 흑 97은 A로 물러서면 형세 만회가 어렵다고 본 승부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77로 우변 백 말을 크게 공격하고 나섰다. 백 78의 붙임수가 맥점. 이때 참고 1도 흑 1로 후퇴하는 것은 그냥 패하는 길이다. 백 6까지 흑 두 점을 선수로 잡으며 대마가 살기 때문이다. 흑 79가 가장 까다롭게 버티는 수다. 하지만 백 80, 82의 원투 펀치에 이어 귀에서 수를 내려는 듯 백 86, 88로 흑 진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흑은 백의 수를 한 수라도 줄이기 위해 89로 타이트하게 막았다. 이때 백이 수를 늘리겠다고 평범하게 참고 2도 1로 두면 흑 2, 4로 ‘귀삼수’에 걸린다. 귀의 특성 때문에 백의 수가 3수를 벗어나지 못해 수상전에서 흑이 이긴다. 백 90은 바로 ‘귀삼수’를 해결하기 위한 맥점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가볍게 달아나자 흑은 바로 공격에 들어가지 않고 65로 이어 약점을 보강한다. 이렇게 힘을 비축해야 공격이 제대로 성립할 수 있다. 흑은 일단 67로 백 모양을 무너뜨리려고 했다. 백 68 때 참고 1도 흑 1로 막는 것이 강력해 보이지만 백 2로 쏙 머리를 내미는 수가 있다. 백 10까지 진행되면 흑의 모양이 좋지 않아 백의 수습이 어렵지 않게 된다. 그래서 흑 69로 치받는 수는 최선인데, 백 70으로 연결하는 자세가 좋다. 백 74로는 참고 2도 백 1, 3으로 두는 수도 있다. 이어 백 5로 선수를 잡고 좌하귀까지 차지하는 그림인데, 백은 실리의 격차를 더 벌리는 것보다는 실전처럼 대마 안정에 더 무게를 실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를 어떻게 공격할지 어려운 장면이라 흑은 53으로 상변 삭감을 하며 멀리서 ◎를 노려보는 전략을 택했다. 백 54가 적시의 응수타진. 흑이 석 점을 살리겠다고 참고 1도 1, 3으로 두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백은 6까지 우변에서 쉽게 수습하는 형태를 갖춘다. 흑 55는 선수로 백의 우변 진출을 막겠다는 뜻이다. 실리는 좀 내주지만 흑 59까지의 응급조치로 백의 진출을 막은 뒤 흑 63으로 드디어 공격의 칼끝을 들이댄다. 흑 63 대신 참고 2도 흑 1처럼 위에서 덮어씌우는 수도 있다. 백 10까지 형태상으로 둘 다 불만이 없는데, 흑으로선 백에게 계속 실리를 내주는 것이 부담스럽다. 백 64의 가벼운 행마로 흑의 예봉을 피해 가려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3은 뜻밖이다. 폐석과 같은 한 점을 쓸데없이 살리려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 하지만 인공지능의 수에 대한 해석은 굉장히 관대해졌다. 실제로 흑 43, 45를 놓고 보니 상변 백 진을 견제하는 것으로는 좋은 활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한 번 더 ‘고’를 외치는 건 좋지 않다. 참고 1도 흑 1은 백 2, 4의 반격을 부르기 때문에 아직 때가 아니다. 한돌은 평소 성향대로 48로 두텁게 둔다. 흑도 49로 하변을 키워 불만은 없는 곳. 백 52로 우하 흑 진을 견제하는 것은 이제는 당연하다. 만약 백 52 대신 참고 2도 백 1로 상변을 키우면 흑 2로 지켜 우변 집이 너무 커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