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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큰 잘못으로 염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가수 백지영(42·사진)이 남편인 배우 정석원(33)의 마약 투약 사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 백지영은 남편이 체포된 가운데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 섰다. 백지영은 “어제 하루 10년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남편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내 된 사람으로서 함께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부가 사는 모습을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편과의 결혼식 혼인서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건강하지 않을 때나 언제나 그 사람을 사랑하는 아내로 곁을 지키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누리꾼들은 8일 정석원의 체포 소식이 들렸을 때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리 백지영에게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역경을 많이 겪었는데 힘내라’는 위로와 응원의 글도 많았다. 백지영과 정석원은 2013년 결혼한 뒤 지난해 5월 딸도 출산하며 화목한 연예인 부부로 사랑받아 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내 1세대 여성 행위예술가.’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정강자 화백(1942∼2017) 이름 앞엔 이런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1968년 ‘세시봉’에서 고인이 선보인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고발한다는 함의보단 국내 최초의 누드 행위예술이란 잔상이 지금도 크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정 화백이 타계한 뒤 열리는 첫 회고전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는 어쩌면 그의 진짜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피상적 평가에 가려졌던, 고인의 내면을 비추는 회화 및 조각작품 약 75점이 서울과 천안에서 관객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고인의 작품은 일단 ‘강렬하다’는 표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환생’(1985년)이나 ‘사하라’(1989년) 같은 작품은 날것 그대로의 파닥거림이 넘실댄다. 정 화백은 1970년 첫 개인전 ‘무체전’을 이틀 만에 강제 철거당했다고 한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정부 권력의 남용이었다. 전지영 전시담당은 “상심한 고인은 1977년 싱가포르로 이주했다가 1980년대엔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오랫동안 여행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념했다는 회화에는 이때 깊숙이 팬 상처를 안고 마주했던 오지의 에너지가 오롯하다. 더 흥미로운 건 1990년대부터 몰두했다는 추상작품들. ‘한복의 모뉴먼트’(1998년)처럼 전통문화에 대한 회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격식을 깨려 했던 여성 전사의 변절일까. 아니다. 고인은 생전에 한복 치마를 “수천 년 남성우월주의 지배에서 억압받고 유린당한 우리네 여성의 깃발”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서 치마끈은 훨훨 풀려난 채 자유롭게 날갯짓한다. 말년에 완성했다는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2015년)와 ‘인생Ⅱ’(2016년)도 매혹적이다. 사막은 피안을 닮았고 바다는 산맥을 품었다. 평생을 경계에 서 있던 작가는 마침내 그 정점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림은 아무 말이 없다. 서울 갤러리에 전시된 대형 솜뭉치도 예사롭지 않다. 정 화백이 대형 목화솜을 굵직한 쇠파이프로 눌러놓았던 1968년 설치작품 ‘억누르다(To Repress)’를 재연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식이 묵직하다. 고인은 이제 짐을 내려놓고 훠이훠이 가벼이 갔을까, 아니면 거기도 비가 내려 되레 무거워졌을까.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5일까지. 02-541-5701.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5월 6일까지. 041-551-51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으로 허미숙 전 C채널방송 사장(66), 상임위원으로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51)을 선출했다. 또 박상수 전 KBS 심의실장(64), 이상로 전주기전대 교수(63),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51),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50),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47), 이소영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44)를 위원으로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30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규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선정성 폭력성 인권침해 가능성으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66·전 C채널방송 사장)과 전광삼 상임위원(51·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선출했다. 또 박상수(64·전 KBS 심의실장) 이상로(63·전주기전대 교수) 심영섭(51·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김재영(50·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윤정주(47·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이소영(44·법부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위원을 뽑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4기 위원장으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61·사진)를 선출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방송학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위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이날 위원회는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는 허미숙 위원(66)과 전광삼 위원(51)을 선출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31일부터 열리는 안지예 작가의 개인전 ‘Reflect; The other’는 살짝 착시현상이 들 수도 있다.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물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첫 개인전을 가지는 안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을 지녔다. 직장인이 한숨 돌리며 내다봤던 창문의 경치, 아니면 도심에서 하늘을 보려다 건물 외벽만 눈에 가득 찬 순간과 닮았다. 실제로 요즘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최신 빌딩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지 않나. 거기에 일그러지고 부유하듯 비치는 표상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잡아냈다. 물론 빌딩에 비치는 건 대부분 또 다른 ‘무생물’ 빌딩이다. 그런데 작가는 흥미롭게도 ‘Big man’ ‘Friends’ ‘Mr. Hide’ 등 대부분의 작품에 인간을 일컫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캔버스에 담긴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일지도. 김정윤 큐레이터는 “작품 속 건물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타자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flect…’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가 올해 상반기 마련한 릴레이전시 ‘실상과 허상’ 가운데 하나. 안 작가를 포함해 젠박 김성중 이수원 김기섭 서윤아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02-737-4678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댄 플래빈(1933∼1996)이란 예술가가 낯설다면, 26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의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은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 전시다. 특히 전시관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은 달랑 45도쯤 기울어진 형광등 하나가 전부다. 털어놓자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도 좀 ‘거시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눈치껏 안다. 참아야 한다. 앤디 워홀(1928∼1987)과 비견되는 작가라는데. 솔직히 워홀 작품도 옛날엔 동네 호프집에 내걸린 그림판으로 더 친숙했지 않은가. 모르니까 평가도 맘대로인 거다. 대신 하나씩 배우다 보면 그게 또 나름 즐거우리니. 실제로 ‘형광등의 작가’ 플래빈은 워홀과 공통점이 꽤 많다. 다섯 살 차의 미국 작가로 첫 전시도 1960년 전후쯤. 당시 현지 미술계 대세였던 추상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팝아트’(워홀)와 ‘미니멀리즘’(플래빈)을 추구했다. 산업재료를 미술로 끌어들였고, 시리즈 연작을 즐겼다. 선구자들이 그렇듯 둘 다 초기엔 욕 많이 먹었다. 이번에 들어온 14점은 플래빈의 ‘욕받이’ 시절이라 할 초기작들(1963∼74년). ‘1963년…’은 바로 그가 처음으로 형광등을 이용한 작품이다. ‘콩스탕탱 브랑쿠시에게’란 부제가 달렸는데, 현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형광등도 어지러운데 시골 벌판에 배배 꼬여 30m 넘게 올라간 기둥이라니…. 하지만 의외로 플래빈 작품은 미주알고주알 따지지 않아도 딱히 불편하지 않다. 설렁설렁 따라 걸으며 각자 ‘필’대로 맛보면 된다. 원래 ‘빛’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고 광합성과 비타민D까지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눈 부라리며 집중할 필요도 없다. 안구만 뻑뻑해질 뿐. 그저 작품에서 뻗어 나오는 빛을 즐기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전시의 ‘앙꼬’로 꼽히는 ‘무제(Untitled)’는 무척 인상적이다. 제목도 없는데 주로 ‘장벽(Barrier)’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길이가 40m를 넘어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다. 1.2m짜리 형광등이 60cm 간격으로 뻗어 있는데 울타리인지 책장인지 그물인지 묘하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디아아트(Dia Art)파운데이션 관계자는 “현지 전시장에선 매우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선 예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게 이채롭다”는 감상을 내놓았단다. 역시 빛이란 시공간을 타고 넘는 존재인가 보다. 아쉬운 건 전시 장소다. 찾아가기 너무 힘들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있는데 길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잘만 당도하면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권윤경 롯데뮤지엄 아트디렉터는 “첫 시작인 만큼 플래빈에 이어 ‘사실주의 초상화의 선구자’ 알렉스 카츠의 전시를 준비하는 등 대형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8일까지. 02-1544-7744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연히 들른 거라면 괜히 왔단 후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획전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첫인상은 좀 휑하다. 바깥에 쇼핑몰 윈도처럼 전시된 작품부터 살짝 과학박람회 분위기. 안에 들어서도 금방 적응되진 않는다. 훅 밀려든 온기에 안경에 김이 서린 기분이랄까. 갈팡질팡. 그래도 커피 물 끓을 시간 정도만 찬찬히 걸음을 옮겨 보자. 전시를 마련한 큐레이터 3인(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심심한데 뿌연, 딱 걸리진 않는데 궁금한. 우리가 쉽게 ‘우주’라 부르지만, 실은 쥐뿔도 아는 게 없는 광활한 무대. ‘우리는 별들로…’는 인류의 근원이자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준 별나라를 비추고 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이란 이름 아래 기획자들이 엄선한 작가는 모두 5명. 솔직히 그들의 작품에 모두 별이 담겨 있다곤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별빛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강동주 작가의 유화 ‘155분 37초의 하늘’은 왠지 쓸쓸하지만 항상 그곳을 버티는 밤의 어둠이 존재한다. 보이든 안 보이든 거긴 별빛이 있으리니. 김윤철 양유연 전명은 작가 작품 역시 ‘스페이스 오디세이아’가 넘실거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민하 작가의 17분짜리 영상 ‘Cosmic Kaleidoscope(우주 만화경)’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만하다. 좀 불편한 사운드가 귓등을 때리겠지만, 그게 또 요상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외계. 달에 사는 토끼의 진짜 이름은 뭘까. 감히 스포일러를 저지르면 답은 ‘없다’. 정진우 큐레이터는 “2007년 개관한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며 “몇몇 큐레이터에겐 미국에 있는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기획전 기회도 제공하는 등 해외 활동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모두 잘 되면 좋겠다.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02-708-505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댄 플래빈(1933~1996)이란 예술가가 낯설다면, 26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의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은 당혹스런 기분이 들 전시다. 특히 전시관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은 달랑 45도쯤 기울어진 형광등 하나가 전부다. 털어놓자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도 좀 ‘거시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눈치껏 안다. 참아야 한다. 앤디 워홀(1928~1987)과 비견되는 작가라는데. 솔직히 워홀 작품도 옛날엔 동네 호프집에 내걸린 그림판으로 더 친숙했지 않은가. 모르니까 평가도 맘대로 인거다. 대신 하나씩 배우다보면 그게 또 나름 즐거우리니. 실제로 ‘형광등의 작가’ 플래빈은 워홀과 공통점이 꽤 많다. 다섯 살 터울 미국 작가로 첫 전시도 1960년 전후쯤. 당시 현지 미술계 대세였던 추상회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팝아트’(워홀)와 ‘미니멀리즘’(플래빈)을 추구했다. 산업재료를 미술로 끌어들였고, 시리즈 연작을 즐겼다. 선구자들이 그렇듯 둘 다 초기엔 욕 많이 먹었다. 이번에 들어온 14점은 플래빈의 ‘욕 받이’ 시절이라 할 초기작들(1963~74년). ‘1963년…’은 바로 그가 처음으로 형광등을 이용한 작품이다. ‘콩스탕탱 브랑쿠시에게’란 부제가 달렸는데, 현대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형광등도 어지러운데 시골벌판에 배배 꼬여 30m 넘게 올라간 기둥라니…. . 하지만 의외로 플래빈 작품은 미주알고주알 따지지 않아도 딱히 불편하지 않다. 설렁설렁 따라 걸으며 각자 ‘필’대로 맛보면 된다. 원래 ‘빛’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고 광합성과 비타민D까지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눈 부라리며 집중할 필요도 없다. 안구만 뻑뻑해질 뿐. 그저 작품에서 뻗어 나오는 빛을 즐기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전시의 ‘앙꼬’로 꼽히는 ‘무제(Untitled)’는 무척 인상적이다. 제목도 없는데 주로 ‘장벽(Barrier)’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길이가 40m를 넘어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다. 1.2m짜리 형광등이 60㎝ 간격으로 뻗어있는데 울타리인지 책장인지 그물인지 묘하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디아아트(Dia Art)파운데이션 관계자는 “현지 전시장에선 매우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선 예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게 이채롭다”는 감상을 내놓았단다. 역시 빛이란 시공간을 타고 넘는 존재인가보다. 아쉬운 건 전시장소다. 찾아가기 너무 힘들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있는데 길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잘만 당도하면 공간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권윤경 롯데뮤지엄 아트디렉터는 “첫 시작이니만큼 플래빈에 이어 ‘사실주의 초상화의 선구자’ 알렉스 카츠의 전시를 준비하는 등 대형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8일까지. ※콘스탄틴 블랑쿠시=Constantin Brancusi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연히 들른 거라면 괜히 왔단 후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기획전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첫인상은 좀 휑하다. 바깥에 쇼핑몰 윈도우처럼 전시된 작품부터 살짝 과학박람회 분위기. 안에 들어서도 금방 적응되진 않는다. 훅 밀려든 온기에 안경에 김이 서린 기분이랄까. 갈팡질팡. 그래도 커피 물 끓을 시간 정도만 찬찬히 걸음을 옮겨보자. 전시를 마련한 큐레이터 3인(김민정 송고은 신지현)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뭔가 심심한데 뿌연, 딱 걸리진 않는데 궁금한. 우리가 쉽게 ‘우주’라 부르지만, 실은 쥐뿔도 아는 게 없는 광활한 무대. ‘우리는 별들로…’는 인류의 근원이자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준 별나라를 비추고 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이란 이름 아래 기획자들이 엄선한 작가는 모두 5명. 솔직히 그들의 작품에 모두 별이 담겨 있다곤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별빛은 보인다. 예를 들어, 강동주 작가의 유화 ‘155분 37초의 하늘’은 왠지 쓸쓸하지만 항상 그곳을 버티는 밤의 어둠이 존재한다. 보이든 안 보이든, 거긴 별빛이 있으리니. 김윤철 양유연 전명은 작가 작품 역시 ‘스페이스 오디세이아’가 넘실거린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민하 작가의 17분짜리 영상 ‘Cosmic Kaleidoscope(우주 만화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만하다. 좀 불편한 사운드가 귓등을 때리겠지만, 그게 또 요상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외계. 달에 사는 토끼의 진짜 이름은 뭘까. 감히 스포일러를 저지르면 답은 ‘없다.’ 정진우 큐레이터는 “2007년 개관한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이어어고 있다”며 “몇몇 큐레이터에겐 미국에 있는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기획전 기회도 제공하는 등 해외활동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모두 잘 되면 좋겠다.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갤러리.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1일부터 열리는 안지예 작가의 개인전 ‘Reflect ; The other’는 살짝 착시현상이 들 수도 있다.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물 바깥 풍경이 펼쳐진다고나 할까. 첫 개인전을 가지는 안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을 지녔다. 직장인이 한숨 돌리며 내다봤던 창문의 경치, 아니면 도심에서 하늘을 보려다 건물 외벽만 눈에 가득 찬 순간과 닮았다. 실제로 요즘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최신 빌딩은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지 않나. 거기에 일그러지고 부유하듯 비치는 표상들을 작가는 세심하게 잡아냈다. 물론 빌딩에 비치는 건 대부분 또 다른 ‘무생물’ 빌딩이다. 그런데 작가는 흥미롭게도 ‘Big man’ ‘Friends’ ‘Mr. Hide’ 등 대부분 작품에 인간을 일컫는 제목을 달았다. 이 작품들의 주인공은 캔버스에 담긴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일지도. 김정윤 큐레이터는 “작품 속 건물은 작가에게 있어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타자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대변해줄 수 있는 매개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flect…’ 전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가 올해 상반기 마련한 릴레이전시 ‘실상과 허상’ 가운데 하나. 안 작가를 포함해 젠박 김성중 이수원 김기섭 서윤아 등 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령 3만 호를 맞은 동아일보는 ‘문화주의를 제창한다’는 사시에 어울리는 다양한 예술 전시를 개최해 큰 관심을 받았다. 1970, 72년엔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이 주최하는 ‘동아 국제 판화 비엔날레’가 당시 경복궁에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다. 미국 독일 브라질 등 세계 30개국 작품이 모였는데, 그 시절 ‘비적성공산국가’였던 체코 루마니아의 작품도 국내에 소개했다. 이 밖에도 1970, 80년대 척박한 상황에서도 ‘동아미술제’ ‘오스트리아 전시회’ 등을 꾸준히 개최했다. 창간 70주년을 맞았던 1990년엔 세계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 ‘인상파―현대미술 걸작’ 전시를 선보였다.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르 드가 등 지금 들어도 가슴이 뛰는 거장들의 작품들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덕수궁에서 열렸던 ‘위대한 회화의 시대―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과 2010년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서울시립미술관)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네덜란드 회화 전은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남자’ 등 렘브란트 판 레인의 걸작을 3점이나 전시해 개막 3일 만에 1만6000여 명이 몰리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앤디 워홀전 역시 박찬욱 영화감독과 빈 소년합창단 등 유명인사들까지 찾으며 35만 명이나 관람했다. 최근 열린 동아일보 주관 전시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2016∼17년 국립중앙박물관과 울산박물관에서 열린 ‘이집트 보물’전은 무려 46만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무민을 다룬 지난해 ‘무민 원화’전과 2014년 일본 현대 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를 소개한 ‘구사마 야요이―A Dream that I dreamed’전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헐, ‘에쵸티’도 돌아와?” 웬일일까. 새해 복 많이 받으래도 듬성듬성 답하던 ‘까똑 방’이 난리가 났다. 누군가가 한 방송에서 H.O.T 재결합 공연을 추진한단 소식을 올리자, 순식간에 온갖 반응이 쏟아졌다. 하긴 1996년 데뷔했던 ‘아이돌의 시조’. 40대라도 관심 가질 만하지. 하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와, 걔들 2001년에 해체했어? 우리 딸이 2002년생인데. 그때 와이프랑 경주에 놀러갔다가….” “1996년이면 내가 군대 제대해서 복학했지. 첫날에 술 마시고 뻗어가지고….” 그럼 그렇지. 그들에게 중요한 건 ‘에쵸티의 귀환’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잠깐 몰려온, 어린 시절 향수에 흠뻑 젖은 거였다. 그땐 그랬지, 그땐 참 좋았지. 추억은 방울방울 얽히고설키더니 결국 1980년대쯤 가서야 마무리됐다. 그리고 ‘까똑’은 다시 침묵. 그래도 고맙다, 에쵸티. 아마 그들 가운데 몇 명은 잠시나마 신났으리라. 진짜 당신들의 복귀 무대를 마주하면 ‘치맥’도 찾게 되리니. “쇼는 계속돼야 한다.”(퀸의 ‘The show must go on’) 삶이 그리 이어지는 것처럼.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는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후계자다.”(프랑스 미술평론가 질 바스티아넬리) 프랑스 미술계에서 ‘현대의 야수파’ 작가로 불리는 피에르마리 브리송(63)의 국내 첫 개인전 ‘지중해’가 열렸다. 브리송은 1972년 17세에 오를레앙에 있는 샤를페기센터에서 첫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화가. 40여 년 동안 지중해와 인물, 바다, 영웅과 인간이란 주제에 천착해 왔다. 접거나 오리거나 물감을 칠한 종이들로 캔버스를 채우는 방식으로 예술세계를 표현하길 즐긴다. 대담한 원색을 강조해 강렬한 개성을 표출했던 마티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는 ‘지중해’와 ‘붉은 아칸서스’ ‘아르카디아 댄스’ 등 모두 13점을 선보인다. 올리브나무와 함께 지중해 혹은 고대 그리스를 상징하는 아칸서스 나뭇잎은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가운데 하나. 아르카디아 역시 고대 펠로폰네소스 지역에 있었다는 ‘이상향’을 뜻한다. 최근 국내 개인전을 맞아 내한했던 브리송은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지중해의 평화와 시적인 느낌을 관람객들도 맛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의 첫인상은 남부 유럽을 여행하다가 어느 민박집에서 마주칠 법한 ‘고풍스러운 벽지’가 떠오른다. 코발트블루와 같은 밝은 톤의 색감과 세월을 짐작할 수 없을 듯한 거친 질감은 시공간을 초월한 몽롱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평론가 바스티아넬리는 “브리송의 작품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대한 영원한 찬사”라며 “특히 코린트 양식의 기둥과 궁전을 장식하는 아칸서스 나뭇잎은 지중해 특유의 후각적인 분위기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원래 다음 달 8일까지 예정됐던 전시는 관객들이 몰리며 28일까지 연장됐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올리비아박갤러리. 02-517-3572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4∼16세기 한반도에서 꽃피었던 ‘분청사기(粉靑沙器)’의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전시 ‘이제 모두 얼음이네’가 관객을 기다린다. 가나문화재단은 “한국 분청사기의 대가로 꼽히는 ‘급월당(汲月堂)’ 윤광조 작가(72)와 후배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청사기는 시기적으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에 크게 성행했던 도자. 청자나 백자가 지닌 정갈하고 단아한 아름다움과 달리, 독특한 조형미로 투박하면서도 대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멋을 지녔다. 이 때문에 청자 백자보다 현대적인 감각에 더 잘 맞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 작가는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1916∼1984)이 생전에 “물속에 잠긴 달을 길어 올릴 만한 기량을 가진 작가”라며 급월당이란 호를 지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얽매이지도 과장스럽지도 않은 그의 작품 세계는 서구권에서도 각광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엔 급월당은 물론 변승훈과 김상기 김문호 이형석 등 그의 문하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이 함께 참여해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재단은 “다섯 작가의 동인전은 분청사기의 전통 양식과 현대 미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까지. 02-736-102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예술 공항(Art Port).’ 18일 개장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최고의 문화공간을 꿈꾸며 ‘아트포트 프로젝트’에 약 46억 원을 투입했다. 지니 서, 율리우스 포프 등 국내외 유명작가 18명의 작품이 승객들을 맞이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프랑스 미술계의 스타’ 그자비에 베양(55·사진)의 ‘그레이트 모빌’이다. 3층 출국장에 설치된 높이 18.5m의 작품은 모른 척 지나치기도 힘들다. 11일 개장 기념 기자회견에 맞춰 내한한 베양은 “인천공항과 같은 국제적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이 내 작품과 조우하는 건 작가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레이트 모빌’에 가장 주력한 점은…. “겸손과 균형이다. 대형 프로젝트지만 여긴 미술관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어도 소박해야 한다고 봤다. 큰 모빌이지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전달하려 했다. 승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되 압도하길 바라진 않는다.” ―작품이 지닌 뜻은 뭔가. “모빌은 물리적 법칙을 따라 움직인다. 본질은 같아도 계속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치 자연 풍경이나 낮과 밤처럼. 공항에 오는 승객과도 닮았다. 동일한 인물이지만 다른 상황과 환경으로 이동하지 않나.” ―설치 장소가 공항이란 점을 많이 의식한 것 같다. “맞다. 공항은 사람들이 24시간 움직이는 곳이다. 21세기를 상징하는 형이상학적 공간이랄까. 내 작품에서도 시간과 이동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볍게는, 내 작품이 승객들이 거대한 공항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917년 그가 한 거라곤 별게 없었다. 뉴욕 한 상점에서 산 소변기에 ‘R. Mutt’란 서명을 남겼을 뿐. 하지만 후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작품”(2004년 영국예술협회)으로 꼽았다. 그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샘’을 올해 국내에서 만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2018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다. ‘완성도, 전문성, 그리고 역사적 깊이’를 올해의 목표로 삼은 미술관은 뒤샹을 비롯해 김중업, 이성자, 윤형근, 아크람 자타리 등 다양한 국내외 거장의 향취에 흠뻑 젖을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관-미래를 내다보는 상상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마르셀 뒤샹’전은 올해 12월 마지막 전시로 예정돼 있다. ‘샘’과 함께 ‘레디메이드’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 등 관련 작품 약 110점을 선보인다. 뒤샹 전으로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이보다 앞서 5월엔 레바논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 ‘아크람 자타리(52)’ 개인전이 관객을 찾아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공동 주최. 마리 관장은 “특히 1997년 ‘아랍이미지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자타리는 재단이 축적한 예술가들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한 작업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1월에는 2014년 세상을 떠난 독일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하룬 파로키’ 전도 예정돼 있다. 한여름 8월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 ‘윤형근’(1928∼2007) 전이 열린다. 사후 미공개 작품을 포함한 작품 60여 점이 소개된다. 유족들이 처음 공개하는 다양한 사료를 통해 장인인 김환기(1913∼1974)와의 관계도 조명한다. 연극 무용 등과 연계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2018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과 1960년대 미국 뉴욕 예술가들과 벨 전화연구소가 설립한 비영리 예술단체 ‘이에이티(E.A.T.)’를 조명하는 ‘E.A.T.: 예술과 과학기술의 실험’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천관-한국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 과천관은 올해 국내 거장을 소개하는 자리가 많다. 먼저 3월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성자(1918∼2009) 회고전이 마련된다.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추상예술의 대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마리 관장은 “한국의 대표적 개념·설치미술가 박이소(1957∼2004)를 조명하는 ‘박이소: 기록과 기억’(7월)과 국내 1세대 현대건축가 김중업(1922∼1988)을 회고하는 전시 ‘김중업’(8월)도 놓치면 아쉽다”고 추천했다.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하는 특별전도 2차례 열린다. 국내 작가의 뉴미디어 소장품을 전시하는 ‘소장품 특별전: 동시적 순간’(2월)과 지난해 ‘균열Ⅰ’에 이어 김환기 유영국 백남준의 작품을 보여줄 ‘소장품 특별전: 균열Ⅱ’(9월)가 관객을 기다린다. 한편 덕수궁관에서는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5월)과 ‘제국의 황혼, 근대의 여명: 근대전환기 궁중회화’(11월)가 예정돼 있다. 마리 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2016년 관람객 221만 명에서 지난해 284만 명으로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다”며 “미술관 운영에서 3년은 짧은 시간이다.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재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에 취임한 마리 관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고향 제주에서 히말라야까지.’ 한국사진학회장인 양종훈 상명대 교수가 제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포토옴니버스’전을 개최한다. 늘 발로 뛰며 세상을 누비는 ‘행동하는 사진가’인 양 교수는 이번 전시 역시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부터 폭압에 신음하는 동티모르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세계의 현장 곳곳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특히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는 동향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척박한 작업 환경에도 묵묵히 삶을 꾸려온 강인한 여성의 질감이 잘 살아 있다. 소설가인 박범신 명지대 교수는 “그의 사진 세계는 밝고 천진하고 역동적이면서도 고통 너머의 희망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양 교수는 2007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동아미술제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전시기획부문에 당선됐을 정도로 세상의 그늘진 곳을 조명하는 데 줄곧 힘써 왔다. 양 교수는 “개선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건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의무이자 특권”이라며 “병들고 약하고 소외된 이들이 자신에게 손짓한다는 믿음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064-759-609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전진과 창작을 위해서 기성관념이나 생활 주변의 여러 가지 현실을 부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우리들의 의식 속에 깃들어 있는 자국과 그림자는 결코 지울 수 없을 것이다. … 전통이란 말 속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우성 김종영(又誠 金鍾瑛·1915∼1982)이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 도록에 썼던 ‘자서(自書)’의 일부분이다. 이런 글은 다소 의외다.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가 전통을 중시 여겼다니.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김종영, 붓으로 조각하다’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낙낙하게 제공하는 자리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우성은 ‘영남 사림의 영수’ 김일손(1464∼1498)의 7대손이다.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 대궐”이 그의 생가를 일컫는다고 한다. 명문가답게 여섯 살 때부터 시(詩)·서(書)·화(畵)를 자연스레 접하고 배웠다. 1932년 동아일보 주최 ‘제3회 전조선남녀학생작품전람회’에서 서예작품으로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한 김종영미술관의 박춘호 학예실장은 “당시 겨우 17세인 학생이 중국 당나라 서예가 안진경(709∼785)의 서체를 구현하자 심사위원들이 현장에서 다시 써보라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런 우성인지라 ‘전통과 현대의 일치’는 자연스레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세기 초 국내 미술계는 서양 문물에 경도돼 한국과 동양미술을 격하하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양쪽 모두 체득한 우성은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지닐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조각에서도 서구 풍조를 객관적으로 수용하려 했다. 이번 전시는 우성의 예술세계가 글씨에서 그림, 그리고 조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성이 고교 때 수학여행을 갔다는 금강산을 담은 우리의 대표적 전통미술작품으로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만폭동도(萬瀑洞圖)’가 있다. 실제로 이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우성의 글씨와 수채화를 먼저 감상하자. 그런 뒤 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드로잉을 거쳐 조각작품 ‘74-5’나 ‘75-4’ 등을 마주하면 한 예술가의 시간여행에 동행한 쾌감이 몰려온다. 특히 추사 김정희(1786∼1856)를 유독 존경했다는 우성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녹록지 않다. 이번 전시에선 우성이 1967년 썼다는 글씨 ‘판천지지미 석만물지리(判天地之美 析萬物之理)’도 만날 수 있다. 장자(莊子)의 ‘천하’편에 나오는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분석한다”는 글귀다. 우성의 예술관을 적확하게 짚어준다. 박 학예실장은 “김종영 선생은 초기엔 작품에 ‘각인(刻人)’ ‘각도인(刻道人)’으로 서명을 남기다가 후기엔 ‘불각도인(不刻道人)’으로 바꿨다”며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배제하고 끝없이 예술의 정수(精髓)를 추구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이런 동양적 가치관과 깊은 연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4일까지. 02-580-1300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세계 미술계에 한류 붐을 일으켰던 ‘단색화’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까.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5일 시작된 전시 ‘한국의 후기 단색화’는 어쩌면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단색화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주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은 이번 참여 작가들에게 차세대란 수식어는 꽤나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김근태 김이수 김춘수 김택상 남춘모 법관 이배 이진우 장승택 전영희 천광엽 등 11명은 짧아도 10년 이상, 길게는 1970년대부터 꾸준히 단색화 작업을 해온 미술가들. 기획을 맡은 윤진섭 전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김환기(1913∼1974) 이우환(82) 등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제자 세대로 1970, 80년대 한국 미술 현장에서 모더니즘 미술을 직접 체험했던 작가들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을 윤 전 부회장이 기획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한국 단색화를 2000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영문판 도록에서 ‘코리안 모노크롬(Korean Monochrome)’이 아니라 ‘Dansaekhwa’로 처음 명명한 평론가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던 ‘한국의 단색화’ 전도 선보였다. 윤 전 부회장은 “후기 단색화 작가들은 최근의 퇴조를 만회할 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미술계의 지배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 21점은 모두 인상 깊다. 하나로 묶어 단정 짓긴 어렵지만, 독자적인 재료와 실험을 통해 작품을 ‘의식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 성향을 보인다. 천연 재료인 숯과 먹 등을 즐겨 쓰는 이배 작가는 특출한 동양적 감각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택상 작가는 물에 최소한의 안료만 섞어 표현하는 ‘침전기법’을 통해 오묘한 자연주의를 추구한다. 서울 전시는 다음 달 24일까지. 3월 8일부터는 대구 중구 리안갤러리에서 순회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02-730-2243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