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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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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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드도 가격전쟁…전기차 주가 일제히 급락 [딥다이브]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빅테크의 실적 발표, 그리고 고용보고서까지.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는 미국 증시가 주춤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77%, S&P500 -1.30%, 나스닥지수 -1.96%. 경계감 때문이겠죠. FOMC 정례회의 결과는 2월 1일(한국시간 2일 새벽) 나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걸로 예상하는데요. 늘 그렇듯 기준금리 인상폭 자체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죠. 파월 의장이 이번에도 또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아 시장을 흔들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1월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상승해왔던 증시가 연준을 앞두고 움츠러든 이유이죠.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팀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투자자들이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기본 규칙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주가 상기시켜 줄 겁니다.”이번주는 실적 시즌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합니다. 1월 31일 제너럴모터스∙화이자∙맥도날드∙엑슨모빌, 2월 1일엔 메타(페이스북), 2일엔 알파벳∙아마존∙애플∙포드∙스타벅스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투자자들에겐 상당히 바쁜 한주가 되겠군요. 지난주까지 S&P500 기업 중 29%가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과거 5년 평균(77%)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웃도는 비율(69%)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실적이 약하다는 뜻이죠.오늘 증시에선 전기차 관련주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날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 크로스오버 가격을 최대 8.8%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가 차값을 내리자 맞불 작전을 벌이는 거죠. 포드 측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차량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우리는 누구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게 포드 전기차 사업부 최고고객책임자 이야기.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건데요. 포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고작 7.6%입니다. 테슬라(65%)와 격차가 상당하죠. 특히 머스탱 마하-E는 테슬라 모델Y와 경쟁하는데요. 테슬라가 모델Y 가격을 6만6000달러에서 5만3000달러로 대폭 내리자, 포드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테슬라와 달리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인 포드가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도 마진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날 증시에서 포드 주가는 2.86% 하락했습니다. 테슬라 주가도 6.32%나 빠졌고요. 다른 신생 전기차 업체들 주가는 더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요. 리비안은 -9.03%, 루시드그룹은 -8.7%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더 작은 전기차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카누는 -11.59%, 패러데이퓨처 -9.87%, 피스커 -9.67%, REE오토모티브 -5.99%, 아키모토 -6.76%. 가뜩이나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발주자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생겼으니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광범위한 전기차 가격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봤는데요. 이달 초 그는 “(테슬라의) 경쟁업체들은 전기차를 팔아도 이익이 극도로 적거나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비즈니스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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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테크 정리해고 바람…그래도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딥다이브]

    페이스북(메타)을 시작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믿었던 구글(알파벳)까지.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수만 명이 멀쩡히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다니. 과거 한국 외환위기 시절 기억이 생생한 저로서는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너무 무시무시하게 들리는데요. 그런데 웬걸. 미국의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정리해고가 직원 개개인에게 너무나 큰일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은 아니랄까요. 오히려 ‘아직 파티가 끝난 건 아니야’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왜 그런지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새해 들어 5.9만명 정리해고32세인 에린 섬너는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의 소프트웨어 채용 담당자였습니다.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강점을 홍보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죠. 지난해 정리해고 소문이 돌 때도 그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게 ‘회사가 은행에 쌓아둔 현금이 400억 달러’라며 안심하라고 했죠.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해고된 1만1000명 중 하나였습니다. 섬너는 곧바로 신생 IT기업 딜리트미(DeleteMe)의 수석 채용 담당자라는 새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빅테크 정리해고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움츠러든다고 말합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해고당했어요.”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정리해고자의 이야기입니다. 고연봉은 기본이고, 현대적 사무실 공간에 무료 통근셔틀과 무료 점심∙저녁식사, 세탁 같은 서비스까지 제공하던 꿈의 직장.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빅테크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될 것만 같던 그 세계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빅테크에 닥친 정리해고 물결과 함께 말이죠.글로벌 기술 기업의 정리해고를 집계하는 사이트 Layoffs.fyi에 따르면 2023년 들어서만 5만9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테크기업에서 해고됐습니다(해고될 계획 포함). 2022년 한해 동안 정리해고된 사람이 16만명쯤 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정리해고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몰아친 겁니다. 이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주요 빅테크의 정리해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글(알파벳):1만2000명 감원지난 20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직원(18만6779명)의 약 6%에 해당하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사실 지난해 11월부터 구글 직원들이 정리해고를 걱정한다는 보도는 나왔는데요. 결국 현실화된 겁니다. 구글은 해고된 직원에게 6개월의 건강 보험과 유급 휴가, 2022년 보너스와 16주 급여를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1만명 감원MS는 3월 31일까지 직원 1만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지난 18일 발표했습니다. 전체 직원(22만1000명)의 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거시경제 환경과 소비자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죠. 정리해고를 위한 퇴직금 등 비용 지출에 12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이 들거라고 합니다.아마존:1만8000명 감원이달 초 아마존은 주로 1만8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8년 역사상 가장 큰 인력 감축인데요. 아마존 전체 직원수(154만명)의 1%가 조금 넘는 규모입니다. 앤디 제시 CEO는 정리해고가 주로 인사와 매장 부문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밝혔습니다. 메타(페이스북) : 1만1000명 감원메타는 빅테크 중에선 상당히 일찍, 지난해 11월에 1만1000명 해고를 발표했죠. 전체 직원(8만5000명)의 13%가 해고된 겁니다. 메타가 창립한 지 18년 만의 첫 정리해고였죠. 세일즈포스:8000명 감원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도 올해 초 전체인력(8만명)의 10%를 해고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팬데믹으로 수익이 가속화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고용했고, 그것이 현재의 경기침체를 초래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죠. 해고된 직원들에겐 최소 5개월치 급여와 건강보험을 제공합니다.경기 탓? 정리해고의 진짜 이유그런데 빅테크들이 왜 이렇게 정리해고를 한꺼번에 몰아치듯 대규모로 할까요. 경영진들은 이런식으로 설명합니다. ‘팬데믹으로 급증했던 IT 관련 수요가 계속될 줄로만 알고 그때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았던 게 실수였다. 그걸 다시 되돌리려고 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외부환경이 달라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구글 피차이 CEO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과거와 전혀 다른 경제 현실에 직면했다”고 정리해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설득력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빅테크 직원 수는 급증했죠. 아마존 직원 수는 2019년 말 이후 2배로 급증했고요, 메타 94%, 세일즈포스 63%, 알파벳 57%, 마이크로소프트 53% 늘었습니다. 너무 빠르게 몸집이 키웠던 걸 이제라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을 수도 있죠.하지만 좀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아직은 빅테크 실적이 크게 꺾인 것도 아니고, 경기침체가 올것 같다고는 하지만 수요가 줄어드는 게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는 상황이거든요(단, 매출이 줄고 있는 메타는 예외. 메타는 진짜 위기 맞음). 그런데 왜 벌써부터 호들갑스럽게 만 명씩 정리해고를 하는 걸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변화가 주가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와 회사 간의 힘의 역학이 달라지자, 빅테크들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내민 카드가 정리해고라는 해석입니다. FT는 그 근거로 최근 10년 간의 빅테크 기업의 직원 수 추이를 제시했는데요. 흔히들 ‘팬데믹 때 기술기업이 채용을 갑자기 늘렸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지난 10년 동안 채용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해왔습니다. 팬데믹과 상관없이 그 전부터 많이씩 뽑았던 거죠. 늘 그랬으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코로나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빅테크의 정리해고 바람에 매우 부정적인데요. 그는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른 기업이 하는 일을 모방하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기업 다 하는데 왜 우린 안해?’라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사회적 전염’이죠. 인적관리 전문가인 페퍼 교수는 “정리해고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도, 비용을 절감하지도 못하는 나쁜 결정”이라고 보는데요(나중에 그 인력을 다시 채용하려면 비용이 더 듬). 정리해고는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기’ 때문에(자살확률 2.5배 증가) 기업이 정말 어렵다면 인력의 10%를 해고하는 대신 모든 직원의 임금을 10% 삭감하는 게 낫다고 주장합니다. ‘꿈의 회사’ 떠난 이후엔?페퍼 교수 말대로 정리해고는 당한 이에겐 너무나 큰 사건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도 젊은 MZ 엔지니어들은 적잖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는데요. 지난 10년간 IT업계가 줄곧 호황을 누리다 보니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더 그렇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과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실직과 백수생활을 경험한 적 있는 40대 후반~50대 시니어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군요. 그렇다고 빅테크에서 해고된 엔지니어들이 당장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기술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죠.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그들에게 익숙한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은 아니란 겁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보험과 은행, 의료, 소매 부문의 기업에서 특히 엔지니어를 채용하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이런 회사도 기술 인재가 매우 필요합니다. 이제 모든 회사가 기술회사인 세상이니까요.이와 관련해 미시간 지역 언론에 보도된 기사가 인상적인데요. 빅테크의 해고 물결로 드디어 미시간주 기업에도 엔지니어들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내용입니다. 미시간은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지역이지요. 물론 과연 캘리포니아의 엔지니어들이 선뜻 미시간까지 갈까 싶은데요. 그래서 기사에서도 인재 유치의 관건이 원격근로 허용과 임금 수준일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인력데이터 업체 레벨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해고된 근로자의 70% 이상이 3개월 이내에 새 일자리를 찾았고, 절반 이상이 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직장을 구했다고 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다음 일자리를 금방 찾는 직업군으로 나타났죠. 해고된 이들에게는 다행스런 소식입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인용해 설명하자면 “타이트한 노동시장에서 해고되는 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이 될 수도 있겠죠. ‘적어도 지금은 여전히 파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예전처럼 퇴폐적이진 않겠지만.’ 블룸버그가 지금의 빅테크 정리해고 물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붕괴했던 시절(그땐 정말 실업자가 넘쳐나고 ‘파티가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는 거죠. 해고 당하면 감사 글을 남겨라?유례없는 MZ 엔지니어의 대규모 해고는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어냈는데요. 바로 ‘링크드인에 해고 포스트 남기기’입니다. 인도 출신으로 뉴욕의 빅테크에서 일했던 개발자 싱은 지난해 말 해고됐습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회사의 정리해고 방식에 크게 좌절했다고 합니다. 해고 절차가 너무 갑작스럽고, 불공평했고, 메시지 전달 방식이 끔찍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다른 수천 명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링크드인에 접속해 포스트를 남겼습니다. 자신의 여정은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쉽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내용이었죠. 사원증 사진과 함께 글을 마무리했고요. 이 게시물엔 다른 동료들의 지지 댓글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왜 자신을 냉정하게 자른 회사에 고맙다는 글을 남기냐고요? BBC는 이를 ‘근로자의 고용 가능성과 조직 적응력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더라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능한 직원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구직 중이란 사실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는 거죠. 소셜미디어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실제 싱의 이 전략은 상당히 효과가 있어서 구직 제안이 줄 잇고 있다는데요. “소셜미디어에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쓰는 것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습니다. 절대 다리를 태우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직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싱의 조언을 명심해 두셔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자고 일어났더니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이 안 된다’, ‘출근해서 카드키를 댔는데 빨간불이 켜지며 문이 안 열린다’. 최근 나오는 미국 빅테크의 정리해고 스토리를 보면 냉정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동시에 정리해고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를 보면 씁쓸하고요. 정리해고 결정이 ‘사회적 전염’의 결과라는 분석을 접하고 나서 보니 더 그런데요. 빅테크 정리해고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빅테크 정리해고 바람이 새해에도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믿었던 구글마저 사상 최대규모의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왜 이렇게 정리해고가 이어질까요. 빅테크들은 팬데믹 때 초과고용이 있었고, 경기침체에 대비해 이제 이를 다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죠. 주가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을 달래려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다른 기업이 다 하니까' 정리해고를 한다고 보기도 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실업자가 넘쳐나거나 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기술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은 줄을 섰으니까요. '꿈의 직장'을 떠난다고 해서 파티가 끝나는 건 아닌 듯.*이 기사는 1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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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인하 통했다…테슬라 주가 11% 급등[딥다이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한 성장률 지표를 보이자 증시는 안도했습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는 0.61%, S&P500 1.1%, 나스닥지수 1.76% 상승. 이날 증시는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뒤 상승흐름을 탔습니다. 4분기 성장률은 연율 2.9%. 예상치(2.6%)를 웃돌았죠. 미국 경제의 성장이 3분기(3.2%)보다는 둔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꽤 탄탄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미 연준이 2022년 한해 동안 기준금리를 4%포인트나 끌어올렸는데도 말이죠. 월가에서 걱정하는 경기침체의 조짐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겁니다. ‘어쩌면 진짜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희망회로가 돌아가면서 주식시장은 이날 상승세를 보였죠. 기업실적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우선 강력한 희망을 보여준 테슬라부터 살펴보시죠. 이날 테슬라 주가는 10.97% 상승한 160.27달러로 마감했습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이 기간 동안 주가가 26% 올랐습니다.전날 테슬라는 역대 최대 실적(지난해 총 131만대 인도)을 발표했는데요.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올해 전망치였죠. 일론 머스크 CEO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1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을 기록했다. 현재 생산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수요가 꺾일 거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운 겁니다. 테슬라의 가격할인 정책에 대해 우려가 많았는데(안 팔리니까 가격 내리는 거 아니야?), 오히려 가격인하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꽤 효과적이라는 전략임을 확인하게 된 거죠. 물론 차량 가격을 내린 만큼 마진은 줄어들겠지만요.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테슬라가 문을 박차고 으르렁거리며 뛰쳐나왔다”며 테슬라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200달러로 상향했는데요.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테슬라가 박리다매 전략을 택했고, 이것은 고객 주위에 철옹성을 쌓아 다른 전기차 경쟁업체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올바른 전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이날 실적 발표 뒤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도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인데요. 인텔은 4분기에 큰 폭의 적자(6억6400만 달러 손실)를 기록했습니다. 매출도 전년보다 32% 줄었고요. 월스트리트의 예상(2억7800만 달러 손실)보다도 더 나쁜 성적이죠. 게다가 올해 1분기 매출도 월가 예상(139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105억~115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부진한 실적은 PC수요 감소와 과잉 재고와 경쟁 심화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그 스토리입니다. 인텔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넘게 하락했는데요. 시장 전망이 악화됐지만 인텔은 칩 제조 공장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는 계속해 나갈 거라고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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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살 때 중요한 건 ‘어디’보다 ‘언제’…그래서 바닥은 언제쯤?[딥다이브]

    거래 절벽에 집값 빠지고 전세값 떨어지면서, 분양시장까지 ‘미분양’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죠.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연일 주요 뉴스거리인데요. 동시에 이런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집을 사기 좋은 시점이 오려나?’ 나라 경제는 물론 개인 재산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을 오래 들여다 보신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을 모시고 글로벌 주택시장, 그리고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동산 투자의 타이밍과 방법도 함께 알아보시죠.이 기사는 1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미국 주택시장, 충격 덜한 이유-한국만이 아니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전 세계 주택시장이 같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지금 글로벌 주택시장은 어떤 국면에 있는 건가요? “주요 국가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요. 매우 공통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던 나라들이 많이 빠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거든요. 이 얘기는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겁니다.이렇게 높은 가격에 누군가 계속 집을 사주려면, 소득이 많이 증가하거나 대출이 늘어야 하는데요. 지금 그런 상황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글로벌하게 주요국에서 주택 수요가 많이 감소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 거래량은 줄었지만 주택 가격은 그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은 나라들도 있더라고요. 집값이 덜 올랐던 나라들은 아직 충격이 크지 않은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인데요. 미국이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 폭이 작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대신 거래는 엄청나게 많이 빠지고 있죠. 미국은 최근 몇 년을 보면 집값 상승세가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는 하락폭이 큰데 그만큼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었고요.”-미국도 계속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높은 금리 수준이 한동안 유지될 텐데요. 그럼 주택수요가 더 줄어들면서 가격도 많이 빠지게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전망하세요?“물론 거래량도 줄고 가격도 하락할 텐데, 폭이 중요합니다. 과연 얼마만큼 집값이 떨어지느냐가 중요한데, 미국은 하방경직성이 어느정도 있지 않겠느냐고 봅니다. 의미 있는 지표가 임대 수익률이에요. 주택 가격이 빠지는데 임대 수요도 같이 빠지는 나라는 리스크가 큽니다. 그런데 미국은 가격이 하락세인데요 임대료가 크게 빠지고 있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즉 가격 하락 폭이 엄청나게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미국은 2007~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부동산 때문에 경제 자체가 흔들렸는데요. 지금은 그럴 위험은 별로 없는 거네요. “일종의 반면교사라고 할까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리스크를 잘 컨트롤해온 거죠. 그런 측면에서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자산 가격이 종국적으로는 어떻게 크게 하락하냐면 갖고 있던 사람들이 못 버티고 매물로 내놓을 때, 그때 가격이 폭락하거든요.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채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그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작은 거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국 부동산이 다른 국가보다 좀 안전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안 떨어진다는 말씀은 아니에요. 하락은 하지만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거죠.”아파트 전세가 하락은 위험신호-저희 구독자분들도 관심 많은 한국 주택시장에 대해 여쭤볼게요. 지금 서울도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 중이고,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라고 보세요? “한국도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택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2023년엔 미국과는 달리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파는 거죠.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입니다. 한국 주택시장은 가격이 빠지면서 임대료도 빠지니까,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계속 갖고 있기 힘들거나 또는 갖고 있을 이유가 줄어드는 거죠. 그러니까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고 하락 폭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임대로는 전세가 있잖아요. 지금 전세 가격이 빠지는 속도가 매매 가격보다 더 빠르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되면 갭투자를 해놓은 분들이 못 버티고 매물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죠.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팔 사람만 많아지면 가격 하락 폭이 굉장히 커질 수 있습니다.”-전세 가격이 빠지는 게 상당히 안 좋은 신호이군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가장 리스키한 건 가격이 빠지면서 임대료가 같이 빠지는 겁니다. 그러면 하락 폭이 훨씬 더 클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이 지금 이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전이 효과가 일어나서 매매가격이 더 빠지게 됩니다.”-그래서 지금 정부가 여러가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도 풀고 대출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요.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면 추세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요인일까요?“이전에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의 정책 효과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때 20개 넘는 정책이 나왔는데도 결국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잖아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효과라는 게 시간차도 좀 있고요, 바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좀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투자화돼있어요. 투자로 사고 파는 사람들이 시장을 움직이죠. 투자화한 자산 시장에서 정책이 영향을 미치려면 세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치 못한 정책이어야 해요. 두번째는 예상치 못한 시점이어야 해요. 세번째는 과거에 없던 정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예상한 거고 과거에 있던 정책이에요. 시점은 좀 (예상보다) 빠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다 예측하고 있었죠. 이 세 가지 측면에서도 정책이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2010년대 초중반에 긴 부동산 침체기가 있었죠. 당시 집을 판 사람도 많았고 ‘집을 왜 사?’라는 분위기가 5-6년 이어졌거든요. 다시 그런 긴 침체기로 빠질 수 있는 건가요?“가능성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하락이 얼마나 단기간에 일어나느냐 하는 겁니다. 단기간에 집값이 가파르게 빠지면 회복도 매우 빠를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정책이 막 나오고 대출도 해준다고 해서 (집값이) 서서히 빠지면, 회복도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집값이 어떤 속도로 빠지느냐에 따라서 회복의 시간도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경착륙보다는 서서히 빠지는 연착륙을 시키려고 지금 노력하는 셈이잖아요. 그런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길고 오래 가는 침체를 만들 수 있는 거군요.“그렇습니다. 만약 최근 내놓은 정책이 잘 안 먹힌다면 앞서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죠. 새롭고 과거에 없던 정책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나와서 시장을 움직이게 되는 거죠. 그러면 집값이 지지부진하게 빠지면서 회복도 늘릴 수 있습니다.모든 혁신은 엄청나게 어려울 때 나오잖아요. 자산시장도 마찬가지거든요. 빠르게 회복하고 큰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통도 사실 필요한 거죠. 정부 정책도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좋겠습니다.”집값 바닥은 바로 여기-많은 분들이 ‘그럼 집을 사려면 좀 많이 기다려야 겠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렇게 봐도 될까요? “결국 궁금한 건 ‘나 언제 집 사면 되는데?’이잖아요. 그런데 질문을 좀 바꾸면 좋겠어요. ‘언제’라고 묻는데, ‘2024년이야? 아니면 2025년이야?’ 이런 게 아니고요. 언제 사느냐는 결국 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자산 가격이 충분히 빠졌을 때는 사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2024년일지 2025년일지는 아무도 예측 못하는 거죠. 만약 가격이 충분히 빠르게 빠지면 사야 할 시점이고, 만약 천천히 빠진다면 좀더 기다려야 하고요. 그런 관점에서 ‘가격’을 중점적으로 보셔야 합니다. 그럼 질문을 하시겠죠. 그럼 어느 정도 수준이 바닥이냐. 그 가장 싼 시점의 절대 기준을 측정하긴 힘들어요. 대신 ‘가격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 수요가 들어올 수 있느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3.6% 정도. 그러니까 지난해 9월 평균 아파트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23.6% 빠지면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 더 빠지면 ‘이제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으니까 들어가도 되겠다’라고 볼 사람들이 꽤 있다는 얘기로군요. “그렇게 빠지면 큰 변화가 일어나요. 거래량이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사기 시작하니까요. 가격이 빠질 때 거래량도 같이 빠지면 가격이 더 빠진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빠지긴 하는데 거래량이 이상하게 회복할 겁니다. 그러면 그 가격이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큰 거죠. 그래서 여러분은 가격과 함께 거래량도 같이 보시면서 시장을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글로벌 리츠에 지금 투자하라고?-지금 계속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글로벌 리츠(REITs)는 투자할 만하다라고 보셨더라고요. 왜 그런가요? 리츠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요. “리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죠. 그런데 부동산 가격보다 리츠 주가가 훨씬 더 많이 빠졌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부동산은 유동성이 충분한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활발하게 거래가 안 돼요. 그래서 시장 리스크가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커도) 그냥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그런데 기초자산이 같은 부동산인데도, 리츠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그 리스크를 반영해서 시장에 매물을 내놓습니다. 그게 반영돼서 지금 글로벌 리츠 주가가 엄청나게 많이 빠졌거든요. 쉽게 말하면 부동산 가격이 25~26% 정도 빠진 것과 같아요. 그럼 살 때죠. 그런 관점에서 저는 글로벌 리츠는 충분히 가격에 (리스크가) 반영이 된 시점이라고 보는 겁니다.”-리츠 주가가 바닥권에 근접할 정도로 이미 많이 빠진 거군요. 그런데 리츠 종류가 너무 많고요. 리츠 투자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끼는 분도 많습니다. 어떤 걸 보고 리츠에 투자해야 할까요. “리츠가 갖고 있는 기초자산은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자본 이익(시세 차익)보다 배당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요. 임대수익을 받아서 투자자들한테 배당을 나눠주는 구조이죠. 그래서 순수하게 배당만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고금리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왜 지금 시점이 좋다고 하느냐면 가격이 빠졌기 때문이에요. 배당 수익률이 그 가격 기준으로는 많이 상승한 상황이죠. 그런데 우량한 리츠를 투자를 하셔야죠. 그런 차원에서 세 가지 정도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임차인이 우량해야 해요. 임차인이 갑자기 부도 나서 없어지면 임대료를 못 주니까요. 예를 들어 임차인이 애플이나 삼성전자이면 너무 좋은 거죠. 두번째로 임대기간은 길수록 좋습니다. 세번째는 리츠는 차입을 많이 일으켜서 부동산을 사놓는데요.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는 구간이기 때문에 그 차입금 만기가 장기여야 합니다. 이 세가지는 회사 홈페이지나 보고서를 보시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살 때 한꺼번에 다 사야하죠. 그래서 부동산은 ‘언제 사느냐’에 따라서 크게 리스크가 있어요. 우리가 보통 부동산 살 때 ‘어디에 사느냐’고 많이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입지나 위치는 모두 다 알기 때문에 큰 차별점이 없어요. 대신 부동산은 유동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언제’ 사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매우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서 강남 아파트를 지금 사면 되게 힘들잖아요. 5~6년 전에 샀으면 너무나 좋았을 텐데요. 이와 달리 리츠는 리스크가 해지돼요. 쉽게 말해서 1주씩 매일 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를 사는데, 매일 벽돌 한 장씩 사는 겁니다. 그래서 리츠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해서 매입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배당 수익 관점에서 접근하시면 저는 2023년이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기 매우 유리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은 투자자산으로 보셔야 시장의 변화가 읽힙니다. 내 집 마련을 하더라도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책임한 게 ‘네가 살 집이면 언제 사도 좋다’는 말입니다. 내가 살 집인데 집값이 떨어져도 좋은가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내 집을 살수록 적당한 시점에 자산에 맞춰 잘 사야죠. 그런 말에 현혹돼서 그렇게 높은 가격에 영끌해서 집을 샀기 때문에 지금 어려움에 봉착하는 거잖아요. 자산시장을 볼 때 투자 관점에서 보세요. 그러면 기회도 생기고 변화가 읽혀집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즘 제가 부동산 가격 더 빠진다고 하니까 저보고 ‘되게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가격이 오를 때 계속 오를 거라고 얘기하는 건 절대 긍정적인 게 아니고, 진짜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세상에 변화가 없단 얘기잖아요? 가격이 오를 때 떨어질 걸 고민하고, 떨어질 때 다시 회복할 걸 고민하는 게 세상을 진짜 긍정적으로 보는 거죠.여러분이 자산시장을 보실 때 이런 긍정적인 관점으로, 즉 변화를 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부동산, 리츠, 주식 할 것 없이 한국 자산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럴 때 오히려 회복과 기회를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By.딥다이브사실 부동산 시장은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유주택자이냐 무주택자이냐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감정을 자극 하는 뜨거운 이슈인 건데요. 오히려 ‘투자자의 시각’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시장을 판단해야 한다는 이광수 위원님 조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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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통했다…가입자 수 ‘깜짝 증가’[딥다이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겠다는 의지에 여전히 가득 차있고, 노동시장은 금리인상에도 아랑곳없이 굳건합니다.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이유인데요. 다우지수(-0.76%)와 S&P500(-0.76%)은 사흘 연속, 나스닥지수(-0.96%)는 이틀 연속 하락입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 건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보다 1만5000건 줄었고, 시장 예상치(21만5000건)을 크게 밑돌았죠.여전히 노동시장이 뜨겁단 뜻인데요. 주식시장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습니다. “연준이 편안하게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면 노동시장이 무너져야 한다”(온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발언까지 더해졌습니다. “최근 완화하는 징후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면서“우리는 현재의 코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죠. 참,연준은 꺾이질 않네요. 오늘의 핫이슈 종목은 넷플릭스입니다.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동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1997년 넷플릭스를 설립했으니 만으로 25년 만이죠. 헤이스팅스는 이날 블로그 게시물에서 “우리 이사회는 수년 동안 승계 계획을 논의해 왔다(설립자도 진화해야 한다!)”면서 “이사회와 나는 지금이 승계를 완료할 적기라고 믿는다”고 썼는데요.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렉 피터스가 CEO로 승진해, 이미 공동 CEO로 재직 중인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넷플릭스를 이끌게 됩니다. 헤이스팅스는 회장직을 맡고요. 그는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 주식이 잘 나가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증시 폐장 직후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나 치솟았는데요. 넷플릭스가 발표한 4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4분기 신규 고객이 766만 명이나 늘었는데요(총 가입자 수는 2억3080만명). 예상치(450만 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지난해 11월 내놓은더 저렴한 광고 요금제가 신규고객 유치에 기여했다는 게 넷플릭스 자체 분석입니다. 광고 요금제 가입자 대부분이기존 고가 요금제에서 다운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 유입된 고객이란 거죠. 넷플릭스는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도 1분기 중 본격적으로 시행할 텐데요. 비밀번호 공유로 넷플릭스를공짜로 보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1억 명은 될 거라는 게 자체 추산입니다. 앞으로는 남의 계정으로 공짜로 시청하는 사람을 찾아내서 요금을 매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넷플릭스는 남아메리카 일부 국가에서 추가 요금을 내야 계정 공유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운영 중인데요. 가입자 수가 실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물론 일부 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모든 회원이 여행 중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시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건 아니란 뜻이죠.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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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들 어디 갔나? 미국 고용 미스터리, 해답은 ‘워라밸’[딥다이브]

    금리가 엄청 오르고 경기가 가라앉는다는데 고용시장은 왜 이렇게 뜨겁지?요즘미국 경제의 가장 큰 미스터리입니다. 도대체 그 많던 노동자들이 어디 갔길래 아직도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걸까요.이 미스터리가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하느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연구가 얼마전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8일 전미경제연구소(NBER)가공개한 따끈따끈한 워킹 페이퍼인데요. 제목은‘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나? 대퇴사부터 조용한 사직까지(Where are the workers? From great resignation to quiet quitting)’. 이 연구를 한신용석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를 12일(현지시간 11일 밤) 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핵심 키워드를 미리 공개하자면‘워라밸’입니다. (워킹 페이퍼 원문은 NBER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실업률 3.5%인데 일자리가 남아 돈다?-한국에서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고용보고서 내용에 따라 주식시장이 웃거나 울기 때문인데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역대급으로 낮은데 구인율(Vacancy rate)은 상당히 높은데요. 이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요? “실업률이 이렇게 낮을 때 구인율이 그렇게 높은 적은 없었거든요. 정말 특이한 상황입니다. 구인율은 ‘기업이 채용하려는 사람/전체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계산하는데요.실업률이 3.5%일 때 구인율이 6.4%인 건 정말 너무 높은 겁니다.예전이었으면 (구인율이) 한 4% 돼야 정상일 거예요. 그러니까 실업률만 봐도 지금 미국 노동시장이 아주 뜨거운데,그 실업률이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수요가 있는 거죠. 또 미국 연준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열심히 올리면서 다른 데는 (그 효과가) 이제 조금씩 보이거든요. 경제활동이 좀 줄어들고 물가 상승률이 줄어드는 게 보이는데,노동시장은 안 움직이는 거예요.‘실업률이 왜 이렇게 안 움직이나’가 연준사람들에겐 퍼즐이거든요. 결론은 이제 수요가 조금씩 줄어드는데 실업률이 이렇게 안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결국 노동자들이 예전만큼 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지금 신규 취업자수가 (월간) 22만명 정도인데, 평균과 비교하면 아직 높거든요. 그래도 지난해 초엔 40만~50만명이었다가 22만명으로 내려왔죠. 그래서 주식시장에선 사람들이 ‘이제 노동시장도 조금 약화되는구나’라면서 ‘앞으로 몇 달 지나서 실업률이 올라가면 연준이 금리도 내려주겠구나’라고 기대하고 있는데요. 제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Fed에서는 ‘우리 마음을 주식시장이 전혀 못 알아주고 있다’면서 황당해해요.Fed는 금리를 더 올릴 거고, 높은 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할 생각인 거죠.”-2021년에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용어가 있었고, 2022년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말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 용어가 미국 상황을 설명해주나요? “미국은노동자들이 ‘바게닝 파워’가 세졌습니다. 협상에서 우위에 있죠.회사들이 자리를 못 채워서 난리니까요. 노동자들이 ‘난 이제 지쳐서 평소보다 일을 좀 덜 하겠다’라고 해도 회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Quiet quitting’이니까 그걸 대놓고 하진 않지만요. 만약 정말로 노동시장이 약해져서 실업률 오르고, 구인하는 숫자도 줄어들면 ‘한번 쫓겨나면 다시 직장 구하기 힘드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한동안은 노동시장이 아주 뜨거울 것 같습니다.” -교수님 페이퍼를 보면 미국에선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특히 학력이 낮은 젊은 남성이 경제활동 참여를 덜 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건 2007~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계속된 현상이라고요? “2007~8년 금융위기 당시 일하던 사람들은 전부 다 타격을 입었거든요.이후 여성이나 대학을 나온 남자들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줄어들었다가) 다 회복했는데, 대학을 안 갔던 남자들의 참가율은 회복을 못하고 있어요. 더 특이한 건 그때 아직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 즉 당시 10대들을 보니까 아예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로 시작하는 거예요.그때 10대 후반이었던 사람들이 20대일 때 노동 참여율을 보면 그 이전 세대보다 7%포인트 정도 낮거든요. 그래서 2013년쯤부터 미국에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때 나온 얘기는 예전에 비해서 여가를 보내기가 훨씬 싸졌다.비디오게임 하면 돈 얼마 안 들이고 하루 종일 즐겁게 놀 수 있으니까 일 하기 싫은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요. 최근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는 걸 알고 ‘그럼 나 일 안해’라고 나오면서 굳이 나가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황당한 건 그게 아직도 계속 남아있다는 거죠. 다만 그 사람들은 이전부터 계속 일을 덜하고 있으니까, 팬데믹 때문은 아니고요. 저희 페이퍼가 더 주목한 건일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일하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봤더니 새로운 패턴이 나왔습니다.” 고학력, 고소득 남성이 일을 덜하기 시작했다-페이퍼에서 2007년부터 미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추이를 살펴보셨는데요. 근로시간이 금융위기 여파로 줄었다가, 이후 서서히 다시 늘었다가, 팬데믹 기간엔 좀 많이 줄어들었다고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요. 2007~8년 금융위기 이후엔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서 근로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노동수요가 회복하지 않았던 거였죠. 사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회복해 정상으로 돌아온 건 2019년이거든요. 그때까진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풀 타임으로 일하고 싶은데 직장을 못 잡아서 파트 타임으로 일했던 겁니다. 이번엔 매우 달랐던 게 사람들이 골랐다는 겁니다. ‘일 할 수 있는데 일을 덜 하겠다’라고요.물론 2020년엔 팬데믹 때문에 직장이 닫아서 다들 일을 줄였는데요.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오면서 경제상황 좋아지고 팬데믹 영향도 없는데도 다시 근로시간이 줄어든 거예요. 이건 사람들이 원해서 줄인 겁니다. 실제로 데이터 서베이를 보면 ‘나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많이들 얘기하거든요.” -그동안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였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실제로 계산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찍 은퇴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게 아니었고요.그보다 젊은 사람들(25~54세) 중에서 특히 일을 원래는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겁니다.”-페이퍼를 보니까 주로 남성이면서 오래 일을 하고 임금도 많이 받는, 그러니까 민간기업 입장에선 가장 핵심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보다 일을 덜 하는 걸로 나왔더라고요. 특이한 현상인데요. “맞습니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나 파트타임 할래’라고 하는 건 아니고요.일하는 시간을 5~6% 정도 줄이는 거죠.주당 40시간 일하다가 37~38시간만 일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 ‘금요일 오후엔 일 안 해’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겁니다. 임금이 낮은 사람들은 2019년에 비해서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보기에 예전 경기침체 때처럼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풀 타임 잡이 마땅한 게 없어서 파트 타임으로 간다’는 패턴이 전혀 아니더라고요.”-그렇네요. 오히려 여유 있고 돈 벌 만큼 버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 이제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아’라는 느낌이군요. “네. 특히 주로젊은 남성이면서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층이 그렇습니다.”-한국에서도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도 그런 트렌드가 확실히 보이는군요. “그렇죠. 사람들이 ‘조용한 사직’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정말 얼마나 대세인지는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 숫자를 보니까 정말 그런 걸로 나온 거죠.” -그런데 왜 여성은 근로시간이 안 줄었는데, 고학력 남성만 주로 줄었을까요?“보통 팬데믹 땐 애들이 학교에 못 가니까 여성 근로자가 더 타격을 받는다고들 얘기했는데, 신기하게도 여성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다 회복했어요. 지금은 임금 높고 학력 높고 일을 진짜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할 필요 없다’면서 줄이는 분위기인데요. 누가 많이 줄였는지를 보면1년에 2600시간 넘게 일했던, 정말 극단적으로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이 팍팍 줄인 겁니다.그런데 미국에서도 연 2600시간 씩 무리해서 일하던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었거든요.” -근로시간 최상위층이 많이 줄였는데, 미국도 원래 최상위층은 남자가 많았던 거군요. “한국만큼 남녀 차이가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미국도 그랬던 거죠.” 한국도 워라밸? 글쎄…-일을 많이 한다는 미국보다도 근로시간이 더 긴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한국의 경우에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현상이 있고요, 또 문재인 정부 때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서 근로시간이 줄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도 많이 줄었는데요. 제 생각에 52시간제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52시간이면 1년에 2500시간 넘게 일하는 건데, 실제 근로시간이 그에 근접하진 않거든요. 제가 숫자를 보니까 한 10년 전에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근로시간 연 2150시간이었는데요. 지금은 1900대로 내려왔습니다.10년 사이에 8~9% 정도 떨어졌더라고요.그리고 정말 대단한 게 한국은 1970년대엔 3000시간을 일했대요. 한 주에 60시간씩 일했다는 거죠. 그땐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했던 거고요. 이게 쭉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세가 갑자기 더 떨어지거나 평평해지는 것 없이 쭉 같은 기울기로 (근로시간이) 내려오고 있어요. 따라서 한국도 결국 더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보기엔 지금의 미국 패턴과는 다른데요.한국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주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한국은 고령화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늘어나는데, 그들 중 노동에 참여하는 분들은 많지만 노동 시간은 길지 않거든요. 일 많이 하던 젊은 사람들이 ‘나 일 좀 덜하겠다’는 게 아니고요.통계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일을 좀 덜하니까 떨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일을 덜하면서 소득도 적은 사람들 비중이 늘어나겠군요. “잘 살게 되면 결국 근로시간은 떨어집니다. 이건 모든 나라에서 다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미국이 좀 특이한 게 근로시간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다가 1980년대에 갑자기 평평해졌어요. 잘 안 떨어졌죠.한국은 계속 내려가고는 있지만 미국처럼 힘 있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직장 문화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너무 열심히 일했던 분들이 아직 직장에 남아있고요, 또 한국에선 다들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니까 대기업이 갑인 거죠.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잘 돌아가는데요.일주일에 4일은 직장에 나와서 일하고 하루는 집에서 일하는 식으로 하는 회사가 많이 늘었거든요.경영자들이 잘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회사가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에 한국 경영자 분들과 얘기해보니까, 그런 거에 거부감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것부터 시작해야 근로자들이 근로시간도 줄일 수 있는데요. 지금 같은 문화에선 ‘금요일 오후에 3시간 덜 일하겠습니다’라는 얘기 못하죠.”-미국 같은 경우에 근로자들이 일을 너무 과다하게 하는 걸 줄이고 자기 삶을 좀더 챙기는 게 대세라면요. 미국 기업들은 거기에 맞춰주고 있나요? “지금 노동시장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기업이 채용을 하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죠. 사람들이 임금만 높여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유연근로제나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조건으로 내걸 거든요. 이건 앞으로도 남을 것 같습니다. 100% 재택근무는 불가능하겠지만, 회사에 따라서는 5일 중 하루나 이틀은 집에서 일하는 식으로요. 미국 경영자들과 얘기해보면 예를 들어 금요일엔 다 집에서 일하는 건 생산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이건 미국 경영문화에 계속 남을 거예요.”GDP와 실업률 따로 간다면, 연준의 선택은?-역사적으로 구인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땐 항상 실업률이 급등했는데요. 이번에도 경기가 둔화하고 구인이 줄어들면 실업률이 늘어나게 되는 패턴으로 가겠지요? “구인율과 실업률은 항상 음의 관계입니다. 그걸 ‘베버리지 커브(Beveridge curve)라고 부르는데요. 그게 하나의 커브에서 (실업률과 구인율 수치가)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커브 자체가 계속 움직입니다. 지금 같은 경우엔 커브 자체가 위로 올라간 거예요. 똑 같은 실업률에서도 구인율이 훨씬 더 올라간 거죠. 앞으론 그 올라간 상태에서 새로운 커브로 내려오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률이 올라가기 전에 구인율이 먼저 내려옵니다.직장에서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먼저 ‘일단 안 뽑을래’가 되거든요. 그래서 구인율이 좀 내려오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면 이제 사람을 내보내니까 실업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돼있거든요. 그러니까 음의 관계는 있는데이번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구인율도 그렇게 많이 안 떨어질 것 같고, 실업률도 많이 안 늘어날 것 같습니다.미국 경제 전체가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요.노동시장 만큼은 연착륙을 할 겁니다.그 이유 중 하나가 노동 공급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고요. 실업이라는 게 직장을 열심히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실업자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미국에선 베이비부머 세대도 많이 은퇴했고, 젊은 남성 중 대학 안 나온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안 해서 노동 공급이 별로 없는데요. 거기다가 이제 일하는 사람들마저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니까 노동공급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엔갑자기 실업률이 확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현상이죠. 여태까지는 보통 GDP와 실업률의 움직임 간에 어떤 원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다를 것 같아요.GDP 성장률은 많이 떨어져도 실업률은 별로 변화가 없는 양상이 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연준 입장에선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서, 통화정책을 덜 긴축적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굳이 뜨거운 고용시장을 식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면요? “이번 연구가 나온 뒤 연준 관계자 분들에게서 ‘그게 고용시장에 대한 해석이 될 수 있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어쨌건연준은 ‘정말로 인플레이션 2% 될 때까지 우리는 간다’이거든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하지만 실업률이 너무 올라가면 그게 부담되지 않습니까. 그런데연준 입장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금리를 올려도 실업률은 많이 올라가지 않겠구나’라며 안심할 수 있죠.물론 GDP 성장률은 많이 떨어질 수는 있는데, GDP 성장률이 몇 퍼센트 떨어지는 것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구직하려고 길거리에 줄 서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거든요. 연준은 노동시장은 (금리 인상에도) 그렇게 크게 잘못 되는 건 없이 지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오히려 굳히는 것 같습니다.” By. 딥다이브미국 고용시장의 미스터리가 좀 풀리셨나요? 결론적으로 연준은 실업률 걱정 없이 금리를 더 올릴 것 같다는, 주식시장 입장에선 다소 우울한(?) 전망이었는데요. 신용석 교수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고용시장이 이례적으로 뜨겁습니다. 실업률이 낮은 데도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 공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노동 공급이 어디서 줄었을까요? 미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분석해서 답을 찾았습니다. 원래 일을 많이 했던 고학력의 핵심 연령대(25~54세) 남성들이 일을 덜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챙기려는 자발적인 근로시간 감축이죠.-이런 변화에 맞춰 미국 기업에선 ‘하이브리드 근무’ 같은 새로운 일하는 방식 도입이 대세가 될 겁니다.-GDP 성장률은 크게 떨어져도 실업률은 그리 치솟지 않는 새로운 현상이 기대됩니다. 연준 입장에선 마음 놓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셈.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 보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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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팔린 신차 10대중 1대는 전기차…1위 테슬라, 2위는?[딥다이브]

    1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별일이 없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아 휴장했거든요. 하루 쉬고 17일부터 다시 격동의 실적 시즌을 이어갈 예정입니다.17일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유나이티드 항공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요.19일엔 넷플릭스, P&G가 등판합니다.앞서 13일엔 4개 대형은행(웰스파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네 곳 모두 주당 수익이 월스트리트의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다소 신호가 엇갈렸죠.대출 수익성은 더 높아졌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용카드 지출을 늘렸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쪼그라들었고 투자은행(IB) 수익도 반토막 났습니다.아울러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왕창 쌓았습니다. 빚을 갚지 못할 고객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본 겁니다.“경미한 경기침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의 말이 이전과 달라졌는데요. 그는 지난해 6월 “경제에 허리케인이 온다”고 말해서 아주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게 만들었죠. 그런데 이제 ‘경미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를 말하네요. 한발짝 물러선 느낌. 그는 며칠 전 인터뷰에서도 “경제적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고 작년에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확실히 구름은 있지만 광범위한 폭풍우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전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16일 새로 나온 소식 중엔 이게 눈에 띕니다.‘순수 전기차’가 지난해 전체 신차 판매의 약 1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정확히는 10%는 좀 안 되는 9.7% 정도. 월스트리트저널이 LMC오토모티브 연구를 인용해 전한 통계인데요.지난해 순수 전기자동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외)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보다 68% 증가한 약 780만대에 달했습니다.전기차 성장을 이끈 건 중국과 유럽시장이죠. 지난해순수 전기차는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9%, 유럽의 11%를 차지했습니다. 만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더하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점유율은 20.3%에 달합니다.미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 뒤쳐져 있는데요. 그래도 전기차 점유율이 2021년 3.2%에서 지난해 5.8%로 증가했습니다.사실 2022년에 전체 자동차 시장은 썩 좋지 않았는데요. 글로벌 전체 신차판매가 약 1% 줄어든 8060만대에 그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치솟는 에너지 비용, 경제성장 둔화… 그럴 만한 요인이 너무 많았죠. 하지만 포드, 메르세데스-벤츠그룹, BMW는 공통적으로 총 차량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지난해 순수전기차 시장에서전 세계 판매량 1위는 물론 테슬라입니다. 그럼 2위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치고 올라왔죠.() 3위는 중국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 4위는 폭스바겐그룹이었습니다.참고로 글로벌이 아닌 미국시장에선 1위는 테슬라, 2위 포드, 그리고 3위가 바로 현대∙기아차이고요.그럼 올해 전기차 시장은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지난해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경기는 가라앉고,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인데요. 언스트앤영 애널리스트 피터 퍼스는 “약한 경제로 소비자가 주저하게 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가격) 할인을 보기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뭐, 이미 선두업체 테슬라가 가격할인에 세게 들어갔으니, 전망이 아닌 현실일지도.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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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가 원유 시대를 끝낼까? 유가를 둘러싼 N가지 변수들[딥다이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 무역수지, 러시아 제재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까지. 이 굵직한 이슈들이 모두 밀접하게 엮여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원유시장! 최근엔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원유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는데요.그런데 국제유가를 전망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은데다, 전쟁 같은 돌발상황까지 생기니까요. 달리 보면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을 알아두면 글로벌 경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원자재 시장을 7년 동안 담당하고 있는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과 원유시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원유 수요: 중국 리오프닝 vs. 미국 경기침체-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겨울 날씨가 따뜻해서 유가가 내려간다고도 하고요.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이 끝나서 유가가 오른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날씨와 중국의 방역이 현재 유가의 변수가 되고 있나요? “말씀하신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원유시장에 반영되고 있는데요. 사실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는 시장이 섣부르게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종료했지만 원유 수요가 실제 늘어나는 게 아직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거든요. 오히려 중국 경제지표는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원유수입도 주춤한 모습이고요.” -경제성장률에 따라 원유수요가 얼마 늘어날지를 계산하는 공식이 혹시 있나요? “공식이 따로 있진 않습니다. 보통은 ‘경제성장률이 이 정도 되면 원유수요가 얼마 늘 거다’라고 가정해서 가격에 선반영해서 거래를 합니다. 그런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되면 가격이 높아지거나 낮아지죠. 또 지정학적 리스크나 다양한 공급 차질 이슈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수요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거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경기 침체에들어간다면 수요가 줄어들 거고, 그럼 유가가 내려갈 요인이죠? “작년보다 올해 원유시장 환경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년은 금리인상기였고요. 미국의 평균 금리가 2.5% 정도였죠. 그런데 올해는 최종 기준금리가 5% 또는 그 이상일 가능성이 큽니다.연준의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금리에 도달한 뒤엔 이를 어느 정도 유지합니다.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죠. 그 기간이 보통 6개월~1년 정도인데요. 그걸 감안하면 평균 금리가 작년보다 훨씬 더 높을 겁니다. 그런 걸 반영해서 IMF와 OECD, 월드뱅크도 올해 성장률을 낮게 전망하고 있죠.” -연준이 금리 인상을 2분기에 멈춘다고 해도, 평균 금리 수준은 상당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니까 경제엔 큰 부담이겠군요.“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요.”원유 공급: 러시아와 OPEC, 그리고 미국-원유 공급 측면에선 너무 많은 이슈들이 있죠. 일단 궁금한 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둔다는 게 한참 이슈였잖아요. 그런데 가격 상한제에도 러시아는 아무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요? 왜 그런가요. “작년 초부터 이슈였죠.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 거라고 보고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별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정작 제재를 가한 서방국이 꾸준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EU만 해도 전체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이 25% 정도였고요. 중국도 2021년보다 2022년엔 수입량을 20% 정도 늘렸고요. 게다가 인도가 2021년엔 하루 3만 배럴 정도밖에 수입을 안 했는데, 갑자기 작년엔 100만 배럴을 수입했어요. 33배가 는 거죠. 그럼 서방국은 왜 인도를 그냥 놔줬느냐. 서방국가는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지금 금리 인상을 하는 거잖아요.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은 에너지 대란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인도는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를 재가공해서 유럽과 미국에 열심히 팔았죠. 만약 진짜로 러시아를 정밀 타격하려고 했다면 제3자 제재를 가했어야 합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하는 국가엔 우리가 금융제재 할 거야’라고 했으면 깔끔하게 끝나요. 그런데 문제는 EU가 아직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애매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가격상한제 도입은 했죠. 배럴당 60달러로요. 문제는 지금 러시아산 우랄원유 판매 가격이 60달러 미만입니다. 따라서 (가격상한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고요. 설사 이걸 좀 넘더라도 러시아 입장에선 그냥 몇 달러 낮춰 팔면 그만입니다.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공급 차질 우려는 사실 급격하게 줄어들었고요. 지금도 12월 기준으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거의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는 상황인 거죠.”-말로만 겁주고 실제로는 서방에서 별로 한 게 없었군요.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OPEC 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해서 큰일 난 것처럼 미국에서 큰 이슈였는데요. 그것도 요즘 잠잠하네요?“사실 OPEC 플러스의 역대 최대 감산는 코로나 직후였거든요. 당시 970만 배럴을 감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엔 꾸준히 감산량을 줄였습니다.어찌 보면 증산을 한 거죠. 그러다가 결국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생산량을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OPEC 입장에선 ‘우리 이제 감산 중단했어’라고 하면 유가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OPEC 플러스가 지난해 10월에 ‘우리가 8월 생산 목표량 대비해서 200만 배럴 감산할 거야’라고 얘기했어요. 여기에서 맹점이 뭐냐하면, 원래 OPEC국가들은 감산 합의를 할 때 ‘실제 생산량’을 기준으로 감산량을 정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생산 목표량’ 대비 감산량을 정했습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면요. 8월 생산 목표치가 실제 생산량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그 생산 목표치를 기준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한 거죠. 그럼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느냐. 막상 지난해 11, 12월 감산을 할 땐 실제 감산량은 200만 bpd(barrels per day : 일일 생산 배럴)가 아니라 70만 bpd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12월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앞으로 우리는 매월 감산 합의를 하지 않고 6월에 다시 감산 회의를 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이건 무슨 뜻이냐면 원래 시장은 매월 감산회의가 열릴 때마다 추가 감산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OPEC이 추가 감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감산 회의를 6월로 늦춘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였다면 사우디나 러시아가 합심을 해서 추가 감산을 합니다. 두 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너네 여력 없지? 오케이, 그럼 우리가 추가 감산할게’라고 이끌어 갔는데요. 지금은 원유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서 유가가 하방 압력에 노출된 상황이거든요. 원래 감산이라는 게 감산한 비율(물량의 감소)보다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분(가격의 상승)이 더 높아야 총량적으로 메리트가 생기는 거잖아요(매출=물량*가격). 그렇지 않고 유가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감산할 명분이 사라지죠. 더욱이 사우디는 현재 네옴시티에 집중하고 있고, 러시아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리더십을 통해 추가감산을 해서 유가를 지지해야 할 요인이 사라져 있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할 형님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너무 바쁘군요. 그 결과 OPEC 플러스의 감산 때문에 유가 급등하고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별일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나요? “지금도 미국은 꾸준하게 증산을 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증산량이 명확하게 확인되진 않는데요. 미국의 원유 증산을 이끌어 가는 건 퍼미안 지역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셰일 분지인 퍼미안 지역 생산량이 계속 역대 최고치를 갱신 중입니다. 텍사스주 퍼미안 지역은 다른 분지보다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500만 배럴 정도인데요. 원유 매장량도 워낙 많고 재고창고가 있는 쿠싱 지역과 가깝고, 텍사스 항구까지 거리도 짧고, 서비스 업체도 몰려있다 보니 저렴한 비용을 빨리 증산할 수 있습니다.”-요즘 미국의 전략 비축유가 38년 만에 최저치라는 기사도 연이어 나옵니다. 아마 지난해 많이 방출을 해서 그런가 본데요. 비축유 재고가 너무 적다는 건, 달리 보면 앞으로는 좀 채워 넣어야 하니까 유가엔 상승 요인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 의견이 시장에 존재하고 실제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합니다. 다만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데요. 전략 비축유가 전시 상황에 대비해서 원유 수입이 완전히 끊겼을 때 100일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전제였거든요. 과거엔 이 말이 맞았습니다. OPEC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70~80%에 달했거든요. 지금도 미국이 원유 수입을 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동 국가로부터의 수입은 5%에 불과합니다. 캐나다에서 300만 배럴, 멕시코에서 100만 배럴 수입하고요. 나머지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1200만 배럴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만큼 전략 비축유의 중요도가 높진 않습니다. 다만 전략 비축유가 계속 감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유가 지지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는데요. 바이든 정부가 이달부터 일부나마, 300만 배럴 정도를 바이백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원유수요가 급감할 이유-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한 10차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유가가 안정세를 띨 거라는 전망이 대세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금년도 유가 수준은 70달러 부근에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급격한 금융위기가 아닌 경기 침체가 서서히 반영된다는 가정 하에 보수적으로 말씀을 드린 거고요.금리 인상 최상단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데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일 거기 때문에,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려면 빨라야 올해 4분기로 예상되고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있지만 사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 더 나아가서는 중국의 해외여행으로 다른 국가까지 재확산될 거란 우려도 같이 반영되고 있거든요. 또 한 가지 변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가능성인데,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갑자기 뜬금포로 1월 7일까지 36시간 동안 일시 휴전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는데요. 어찌 보면 러시아가 지금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러이사의 가장 큰 무기가 유럽 천연가스였거든요. 그런데 유럽이 빠르게 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기도 했고요. 1월 유럽 날씨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재고가 반등하고 있단 말이죠. 러시아 입장에서도 아마 아차 싶었을 거예요. 거기다가 미국과 프랑스는 장갑차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하고요. 그래서 지금 한국식 휴전, 그러니까 38선 같은 선을 긋고 휴전할 가능성도 언급이 된다는데요.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전쟁여력이 소실된 러시아, 에너지 대란을 크게 겪었던 유럽 국가 모두 확전을 부추길 요인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땐 어느 정도의 (휴전) 합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다만 갑자기 휴전이 된다고 해도 러시아의 그동안 행보를 감안했을 때 급격한 유가 급락을 보이진 않을 것 같아요. 휴전을 해도 러시아가 어느 정도 카드는 쥐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할 걸로 봅니다.”-연구원님의 전망 보고서에서 눈에 띄었던 게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구조적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내연기관차량 생산이 중단된다면 확실이 원유수요가 확 줄어들까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판매대수를 넘어서는 시점을 과거엔 2035년으로 봤는데요. 지금은 더 앞당겨져서 2032년 정도라고 합니다. 승용차 기준으로 내연기관차 1대가 전기차로 전환됐을 때, 1년에 감소하는 원유수요가 0.03bpd입니다. 이게 별로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해마다 계속 누적됩니다. 그래서 2019년까지 승용차의 전기차 전환으로 줄어든 원유 수요가 7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됩니다. 중국은 현재 판매되는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35%에 달하고요, 유럽이 25%, 한국도 10~15%, 미국이 10% 정도 됩니다. 전체 원유 수요에서 운송 관련 수요가 50%가 넘거든요. 이게 꾸준하게 감소한다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원유의 대규모 수요 감소요인이 될 겁니다.일각에선 이렇게 주장해요.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기수요도 늘어날 거고, 그럼 이와 관련한 원유 수요도 늘어나지 않겠느냐, 원요로도 전기를 일부 생산하니까. 그런데 전 세계 전기 생산량에서 원유로 생산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0.5%에 불과하고요. 그래서 2032년에 도달했을 때,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분은 하루 평균 1200만 배럴로 예상 됩니다. 이것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건데요.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버스나 트럭, 이륜차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문제는 지금 원유라는 이 거대한 탄소 배출시장에서 대규모 수요를 대신할 만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천연가스나 원자력처럼 선진국들의 입맛대로 갑자기 친환경으로 포함시킨다든지, 이렇게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를 대체할 것이 부재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UAE가 급격하게 수소경제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요. 전 세계에서가장 수익성이 좋은 아람코를 일부 상장하기도 했죠. 만약 향후 수익성이 계속 좋다고 예상했으면 굳이 이걸 상장해서 지분을 팔 이유가 없겠죠. 체제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상당하잖아요. 원유 ETN이나 ETF로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오늘 인터뷰를 보고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해볼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 투자자가 원유 파생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뭐가 있을까요. “실제로 지난해 말에 미국이 ETP 투자 관련해서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저희 삼성선물에 많이들 문의를 주셨더라고요. 개인투자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절대로 풀(full) 레버리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일부 상품, 예를 들어 7배까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요. 1300만원을 가지고 한 1억원 정도 어치를 투자할 수 있는 건데요. 문제가 뭐냐면 1억원 정도 베팅할 수 있어서 수익을 크게 낼 수도 있지만, 풀 베팅을 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방어하지 못하고 자산이 그냥 소멸돼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이 13%만 움직여도 자산이 0원이 돼버릴 가능성도 있는 거죠. 항상 어느정도 여유 버퍼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레버리지를 운영해야 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단순하게 주식처럼 단타 매매로 빨리 수익을 내보자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수익 낼 수 있는 게 선물시장이거든요. 그 부분을 감안하셔서 투자하셨으면 합니다.” By. 딥다이브 세계 경제성장률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원유시장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공부가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원유시장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원유수요가 늘어날 거란 기대가 유가에 반영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원유수요를 줄일 요인입니다.-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가 많았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OPEC 플러스의 감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별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미국은 꾸준히 증산을 하고 있습니다.-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부근에 안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가 휴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락하진 않을 걸로 봅니다.-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원유수요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나 UAE가 수소경제로 가겠다고 하는 이유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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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둔화’ 안도에 나스닥 5거래일 연속 상승[딥다이브]

    예상대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대로 내려왔습니다. 뉴욕증시는 안도했지만 아직 환호하지는 않았습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64%, S&P500 +0.34%, 나스닥지수 +0.64%. 나스닥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라는군요.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는데요.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6월 정점(9.1%, 40년 만에 최고치)을 찍은 뒤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CPI는 1년 전보다 5.7% 올라, 역시 전달(6.0%)보다 상승세가 둔화했습니다.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는 건데요. 월가는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미 연준(Fed)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 그러니까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선택하게 될 거란 예측이 힘을 받게 됐습니다. 알리안츠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수석투자전략가는 “오늘 지표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연준 처방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발언도 이날 시장을 안도하게 했는데요. 그는 “한번에 75bp(0.7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던 시절은 확실히 지났다. 내 생각엔 앞으로 2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별 종목 중엔 테슬라 관련 소식이 두가지가 눈에 띄는데요. 우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개인투자자가 테슬라 주식을 3억1500만 달러어치(약 3931억원)를 순매수해서 사상 최대 일일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인 11일에도 3억 달러를 순매수.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걸 드러내 주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테슬라에 대한 신뢰는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생산능력을 2배로(현재 연 100만대에서 200만대로) 늘리는 3단계 확충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정보보안을 이유로 테슬라가 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인데요. 우주인터넷 사업을 하는 스타링크가 테슬라와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테슬라에 스타링크 장비가 장착된 건 아니지만요.중국에서의 테슬라 위상도 예전 같지 않은데요. 테슬라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차값을 크게 인하하면서 이미 차를 구입한 고객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물론 이와 별개로 테슬라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협상 중이긴 합니다. 연간 10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위한 예비계약에 근접했다는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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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품 대신 고객을 판다? 아마존이 광고시장에서 핫한 이유[딥다이브]

    2022년은 빅테크의 수난시대였습니다. 지난 1년 간 주가 변동률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데요.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60.81%, 아마존 -47.05%, 알파벳(구글) -35.65%, 애플 -24.71%. 딱히 좋아 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장을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좁혀놓고 보자면 빅테크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공고했던 두 강자(구글&메타)가 크게 흔들리면서 아마존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트댄스(틱톡)나 애플도 치고 올라올 기세이고요. 모처럼의 지각변동에 업계는 들썩이고 있는데요. 연 4000억 달러(약 500조원)짜리 산업, 디지털 광고시장의 새 물결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화려했던 소셜미디어 광고 시대는 지고스마트폰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한 뒤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나이키 광고가 떡하니 떠있는 경험, 해보셨나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에 뜬 광고를 보다 보면 나도 잘 몰랐던 내 관심사를 쏙쏙 뽑아내 광고화해서 무섭기까지 한데요. 이런 ‘맞춤 타깃 광고’로 돈을 쓸어담았던 메타가 휘청거린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애플이 날린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 강펀치에 세게 얻어맞은 건데요.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 금지’를 설정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사용자 활동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럼 맞춤 광고도 할 수 없게 되고요. 대다수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금지’를 선택한 건 당연합니다(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추적 허용 비율은 10~25% 수준으로 조사됨).애플의 정책 변화로 멘붕에 빠진 건 메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디지털 광고업계가 술렁거렸는데요. 본래 디지털 광고란 데이터를 통해 잠재고객을 정확히 파악해서 광고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핵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고객 데이터가 없으면? 디지털 광고만의 특장점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그래서 “애플의 변화가 미친 영향은 정말 세계적인 패닉과 같았다”는 한탄(마케팅기업 인큐베타의 글로벌서비스책임자 제이드 아렌스타인의 FT 인터뷰)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2022년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까지 더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쪼들리는데 광고주들이 별로 성과도 없는 곳에 광고비를 쓰고 싶겠습니까. 메타의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277억4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7% 줄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구글 광고수익(544억8000만 달러)은 2.5% 증가했는데요. 애플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영향을 받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구글이 좀더 나은 건 검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구글에서 검색어 입력하는 사용자에겐 직접 광고를 맞춤화할 수 있으니까요.‘리테일 미디어’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은 이런 추세를 완전히 거슬러 갔습니다.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95억 달러)이 25%나 늘어난 겁니다. 1위 구글이 주춤하고 2위 메타플랫폼스가 꺾이고, 트위터까지 광고가 빠진다며 아우성인 상황에서 유독 승승장구한 건데요. 왜냐고요? 아마존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전자상거래 업체니까요!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0% 안팎을 점유하는 절대강자입니다.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소비자들은 대부분 로그인을 하죠. 아마존은 고객들의 행동, 특히 ‘무엇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구매 행동(뭘 샀는지, 광고를 보고 샀는지, 광고를 보고도 안 샀는지 등등)은 광고주 입장에선 가장 가치있는 정보입니다. 아마존은 이걸 자체 데이터로 쌓아두고 있는 겁니다. 굳이 애플 같은 다른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마존의 자체 데이터라는 강점이 빛을 발하게 됐습니다. 광고주들이 예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진 소셜미디어 대신 아마존 광고를 찾고 있는 겁니다.아마존닷컴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회색 글자로 ‘스폰서’라고 표시된 제품이 상위에 뜨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게 대표적인 아마존 광고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광고와 비슷하지 않냐고요? 얼핏 보면 그렇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검색한 사람들 대부분은 물건을 사기로 마음 먹고 시장에 나온 예비 구매자라는 거죠. 단순 포털 검색보다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아마도 아마존 안에서 구매를 하게 될 거고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광고를 클릭했냐 아니냐’만이 아니라 ‘어떤 광고가 구매로 이어졌는지’까지 알 수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선 확실히 매력적이죠. 덕분에 아마존 광고사업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광고수익은 이제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오디오북∙디지털음원 수익’보다 많아졌습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7.8%에서 2022년 13.3%로 늘어났죠. FT 기사의 설명대로 “아마존은 광고 시장 변화의 가장 확실한 수혜자입니다”. 아마존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광고수익은 아직 보잘 것 없긴 합니다(전체의 7% 차지).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것보다 광고를 파는 게 훨씬 더 마진이 높은 비즈니스라는 건 딱 봐도 아실 수 있겠죠(아마존 전체 영입이익률은 2~3%이지만, 광고사업은 30% 수준). 아마존이 대대적인 정리해고에 나섰지만 광고부서 인력은 줄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엔 동영상 광고를 쉽게 만드는 툴을 공개하고,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예를 들면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광고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광고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려는 겁니다.아마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아마존은 4위인데요(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다음).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전망에 따르면 2024년이면 중국 알리바바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3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런 아마존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해 따라가는 기업들이 있죠. 각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인데요. 미국의 월마트는 이미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이 30%나 껑충 뛰었습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 존 레이니는 “광고가 소매 비즈니스보다 빠르게 성장할 뿐 아니라, 마진도 더 높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말했죠. 영국 테스코(Tesco)∙부츠(Boots)∙세인즈버리(Sainsbury), 호주 울워스(Woolworths), 캐나다 롭로우스(Loblaws)도 아마존처럼 디지털 광고를 확장 중이고요. 아예 이런 큰 흐름을 묶어 일컫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라고요. 미국에서 이런 리테일 미디어의 광고 수익은 이미 ‘라디오+인쇄물’ 광고시장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데요. 아마존처럼 ‘소매업체가 가진 막강한 자체 데이터’와 ‘구매를 작정하고 찾아온 고객’이 결합됐다는 게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를 두고 맥킨지 마케팅 수석파트너 마크 브로드허슨은 이렇게 설명하죠. “소매업체 중 다수는 정말 흥미진진한 보물창고에 앉아 있습니다.” 광고그룹 WPP 전 임원 글리슨도 이렇게 덧붙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제 3의 물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는 여러 면에서 미디어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아마존은 틱톡처럼 될 수 있을까그런데 광고주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입장에선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쇼핑몰이 광고로 도배하게 되면 과연 그 쇼핑몰을 믿고 물건을 살 수 있을까? 이미 미국 언론에서도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마존의 모든 것이 광고가 되었다”(Vox 기사의 제목)는 지적인데요. 일단 광고가 많아지는 건 고객 경험을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인기 있고 잘 나가는 제품과 돈 써서 광고한 제품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지니까요. 이건 실제 아마존 내부의 소매 담당 부서에서도 나왔던 지적이라고 합니다(물론 결국 광고를 더 하자는 쪽이 이겼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단순히 광고가 많아서 짜증이 나는 데 그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마존 입점 업체가 광고비를 많이 쓰게 된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실제 Vox 기자가 6명의 아마존 대량 셀러를 인터뷰한 결과 판매액의 10~20%를 아마존 광고비로 지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광고비가 상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고요. 아마존 광고의 급성장은 아마존 판매자와 고객에게도 이익인 건 맞을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이 ‘디지털 광고 플랫폼의 미래’가 되기엔 아직 부족한 점도 뚜렷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땐 늘상 아마존 앱을 열고 검색하지만 심심해서, 시간 때우려고 아마존 앱을 열진 않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앱을 보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 추천에 이끌려 사게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겁니다. 미디어라고 하기엔 아직 약한 거죠.광고인 듯 아닌 듯, 은근슬쩍 제품을 노출하는 데는 ‘틱톡(TikTok)’과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일가견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더우인에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동영상으로 보고 관심 있어서 누르면 상하이 디즈니랜드 할인 티켓 구매 광고가 뜨는 식입니다. 벤처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코니 챈 파트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발견하게 합니다. 미국 아마존에선 그런 식으로 쇼핑하지 않죠. 그 얘기는 제품 발견을 잘 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플랫폼에게 더 많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기회가 있을 거란 뜻입니다.” By. 딥다이브미국 경기가 꺾이고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도 예전만 못해서 아마존 역시 주가가 급락하고 정리해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도 디지털 광고사업은 승승장구 중이라고 하니, 역시 빅테크 걱정은 쓸데없는 짓인가 봅니다. 참고로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도 ‘광고 ID 삭제’로 온라인 맞춤 광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요. 맞춤형 타깃광고가 찜찜하셨던 분이라면 한번 설정을 바꿔보셔도 좋겠습니다. 디지털 광고시장 트렌드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애플의 정책 변화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타깃 광고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메타는 광고수익이 줄어 울상입니다.-대신 아마존은 광고매출이 급성장 중. 아마존 고객들의 구매이력을 포함한 ‘자체 데이터’가 빵빵하기 때문인데요. 광고 비즈니스는 마진율도 높아서 아마존엔 큰 기회입니다.소매업체들이 광고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리테일 미디어’ 붐인데요. 하지만 망가지는 고객 경험은 어쩌나요? 아마존이 정말 ‘미디어스럽게’ 고객을 머물게 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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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증시 혼조…물가와 실적이 방향 가른다[딥다이브]

    상쾌하게 출발했던 증시에 연준 인사들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힘이 빠졌습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34%, S&P500 -0.08%, 나스닥 +0.63%. 지난 주 금요일 ‘임금인상이 둔화됐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미국 증시는 이날도 상승세로 장을 열었는데요. ‘임금 상승세 둔화→물가상승률 둔화→연준 긴축 속도도 둔화’라는 희망회로가 작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한 다음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발언이 이날 연이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죠.역시나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건 여전히 물가일 텐데요. 이번주 목요일(정확히는 12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밤 10시 30분)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2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전달(7.1%)보다 하락한 6.6%일 걸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FOMC(1월 31일~2월 1일)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치라서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번주엔 기업 어닝시즌도 시작됩니다. 13일 금요일에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델타항공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P500지수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마이너스 성장은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편 정초부터 정리해고 소식이 줄을 잇는데요. 이번엔 골드만삭스가 직원 3200명을 감원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골드만삭스 직원 수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4만9000명이었으니, 직원의 6.5% 정도를 해고하는 겁니다. 투자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M&A와 IPO 관련 수수료가 크게 타격을 입은 데다, 자산가격까지 폭락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이익이 급감했다는데요. 골드만삭스가 이 정도 규모로 직원을 해고한 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직원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3000명 이상을 해고했죠.다만 미국에서 화이트칼라에 대한 정리해고가 급증한 것과 달리, 블루칼라 노동자는 아직 해고 위험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심스럽게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자들부터 해고됐던 이전의 경기침체기(2020년 봄)와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팬데믹 초기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대거 직장을 떠났는데, 이후 다시 일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여전히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같은 기간 공격적으로 고용을 늘렸던 기술∙금융 기업이 부랴부랴 인력 감축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죠.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이 아직 탄탄하다는 건 미국 경제엔 좋은 신호로 보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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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냉전 시대, 무기공장이 24시간 돌아간다[딥다이브]

    ‘신 냉전’이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는데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운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사일∙무인기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까지. 세계 곳곳이 불안불안합니다. 높아지는 안보 위협에 모처럼 호황을 맞이하게 된 산업도 있는데요. 바로 방위산업입니다. 전투기, 장갑차, 미사일, 탄약까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공장이 쉴 틈이 없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반전 평화주의자들 입장에선 땅을 칠 노릇이지만 ‘K-방산’ 수출에서 보듯 업계 입장에선 큰 기회이기도 하죠. 오늘 딥다이브는 글로벌 방위산업을 들여다볼게요.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군비 늘려! 무기 주문해!미국의 올해 국방수권법(NDAA) 예산은 무려 8580억 달러(약 1100조원)입니다. 전년보다 약 800억 달러나 증가했죠.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했던 것보다 의회가 450억 달러나 더 늘려잡은 겁니다. 국방 지출을 확 늘려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이 의견이 일치했던 건데요. 이렇게 안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건 미국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위협이 앞마당까지 밀어닥친 유럽이야 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는데요. 최근 덴마크 새 연립정부가 덴마크의 11개 공휴일 중 하나인 ‘대기도절’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게 이런 절박함을 드러내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국방비를 늘려야 하니까 덜 쉬고 일을 더하라는 (북유럽스럽지 않은) 발상이라니.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미 2006년에 ‘각국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라’는 지침을 정했는데요. 그동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고(‘국방비 안 늘리면 너네 나라가 러시아 공격 받아도 지원 안 해줄 거야!’) 난리 쳐도 들은 척하지 않았던 유럽 각국이 뒤늦게 이 지침에 맞추겠다며 국방 예산을 가파르게 늘려잡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의 위협은 (국방비 증액에) 효과 없었지만, 푸틴의 위협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컨설팅업체 맥킨지가 2026년까지 유럽 국방비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까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최근 냈는데, 그 내용을 한번 볼까요.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다면? 유럽 국방 지출은 2001년 이후 5년 동안 총 1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겁니다(2021년 2960억 유로→2026년 3370억 유로).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시나리오가 바뀌었고요. 이에 따르면 5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최대 65%로 껑충 뛰게 됩니다(2026년 4880억 유로). 유럽이 러시아 때문에 저 아우성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은 중국과 북한, 두 나라의 위협 때문에 난리입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방위예산(6조8000억엔)을 전년보다 26.3%나 늘려 편성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2027년까지 동안 방위비 지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엄청난 계획까지 내놨죠. “1945년 이후 일본의 평화주의 전통과의 급격한 단절을 의미한다”(가디언 기사)는 평가가 나올 정도. 물론 그 돈을 어떻게 대느냐는 게 관건이긴 하지만(엔저가 걸림돌) 만약 목표대로 된다면 일본은 미국, 중국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가 될 겁니다(현재는 9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요국의 군비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 같은 전범국가까지 재무장에 나섰고요. 설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이런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결국 세계 평화로 이어질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글로벌 방위산업엔 참으로 모처럼 물이 들어왔습니다. 무기 공장의 호황이 시작됐다스팅어(stinger)는 보병 병사가 어깨에 매고 쏠 수 있는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헬기나 무인기를 타격하는 데 쓰이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이 스팅어 미사일을 1600발 정도 지원했는데요. 이로 인해 재고가 똑 떨어지면서 미국 국방부가 부랴부랴 생산업체인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에 스팅어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스팅어를 주문한 건 200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죠. 레이시온은 부랴부랴 은퇴자까지 다시 고용하며 스팅어 공장을 가동 중. 그레고리 헤이스 레이시온 CEO는 “우리는 지난 10개월 동안 6년치 스팅어를 썼다. 재고를 보충하는 데 몇 년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뉴욕타임스 인터뷰). 방위산업 관점에선 ‘전쟁=무기 소비’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놀라운 속도로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 무기는 스팅어만이 아닙니다. 1억400만 발의 탄약과 최소 100만 발의 155㎜ 포탄, 4만6000발의 대전차 무기, 8500발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쓰였죠. 원래 탄약이나 미사일은 사용연한이 매우 깁니다. 오래됐다고 해서 버리고 새로 사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고로 전쟁이 안 나는 한 주문이 들어올 일도 거의 없었는데요. 재고를 대거 떨어내는 대형 이벤트가 일어난 겁니다.재고를 다시 채워넣기 위한 미국 정부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방산업체들은 총력 가동에 나섰는데요. 그럼에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예컨대 재블린 미사일을 공급하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은 연간 2100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이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물량의 4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는 6륜 5톤 트럭 위에 227㎜ 로켓 6발을 발사하는 발사대가 올라간 다연장 로켓체계인데요. 러시아 탄약고와 교량을 정밀타격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이 역시 미 육군은 물론 유럽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무기이죠. 록히드마틴 제임스 타이크렛 CEO는 지난해 10월 하이마스 월 생산량을 5대에서 8대로 늘릴 거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위해 하이마스 공장은 ‘하루 24시간 주 7일’ 생산체제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국방비 지출을 늘려잡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산 무기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요. 대표적인 게 전투기입니다. 록히드마틴은 3년간 398대의 5세대 F-35 라이트닝Ⅱ 항공기를 인도하는 3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확정했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함께 핀란드∙벨기에∙폴란드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독일과 스위스 역시 F-35 계약을 지난해 마무리했죠. 재무장에 나선 일본도 미국 무기를 올해부터 왕창 사들일 예정인데요. 예산안에 반영된 미국 무기 계약액(1조4768억 엔)이 지난해의 4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산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해 ‘반격능력(상대의 미사일 발사지점을 타격하는 공격)’을 갖출 거란 계획입니다. 토마호크 사정권엔 당연히 한반도도 들어가죠.선두 방산업체가 최고 수혜자? K-방산은?그런데 선진국들은 왜 이렇게 주로 미국산 무기를 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능이 가장 우수하니까요. 무기 성능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함부로 구매할 수야 없죠. 당연히 글로벌 시장의 선두 업체에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은 가격이 민감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고요. 전 세계 톱5 무기제조업체가 미국 기업입니다(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보잉, 노스럽그러먼, 제너럴다이믹스). 미국은 늘 전 세계 무기 수출국 1위였죠(2021년 전체 무기 수출 중 41.4% 차지). 유럽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잇따라 국방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건 미국 대형 방산업체에 큰 호재인 셈이죠. ‘보수적인 방위산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결국 기존 대형 방위산업체의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삼성증권 ‘안보투자 전성시대’ 보고서 인용). 유럽 방위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미국 쏠림이 커진 이유입니다.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입니다. 자국 군이 어느정도 사줘야만 업체들이 무기를 만들 수 있죠. 내수시장 규모가 받쳐줘야 투자가 지속되는 건데요.탈냉전 이후 유럽 각국은 군사비 지출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무기 주문도 줄였고, 무기 개발비 지출도 줄였죠. 투자를 안 하니 당연히 성능 경쟁력은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전투기 ‘라팔’은 예산의 문제로 개발기간이 엄청 길어지면서 (초도비행에서 배치까지 16년이나 걸림), 미국산 전투기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됐죠.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K-방산은요? 다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K-방산의 수출전략은 한마디로 ‘가성비’입니다. 성능은 선진국의 90% 수준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니까요(예-국산 K-239는 대당 약 30억원, 미국산 하이마스는 약 50억원). 무엇보다 대량생산 체계가 잘 갖춰져서 기한 내에 제때 납품하는 점이 한국 방산업체의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 그렇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거나, 좀 빨리 납품받을 필요가 있는 국가들이 K-방산의 수출국이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원래 미국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싶어했는데요. 원하는 수량과 납기를 미국기업이 맞춰주지 못하자 지난해 한국의 FA-50(경공격기), K2(전차), K-239(다연장로켓, 천무) 도입을 결정했죠. 우크라이나와 붙어있는 폴란드는 유럽에서도 급속하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국가입니다. 달리 보면 선두업체가 모든 주문을 다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후발업체인 한국방산기업에도 수출의 기회가 열린 건데요. 한국 무기는 NATO 규격을 준수해서 미국 무기체계와 호환이 잘 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직은 K-방산은 틈새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죠. 냉정한 평가에 혹시 실망하셨나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보수적인 방위산업 특성상, 새로운 시장을 뚫기란 상당히 어렵지만 일단 한번 수출을 뚫으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무기를 팔면 그걸 유지, 보수하는 매출이 장기간 보장되기 때문이죠. 적어도 K-방산의 잠재력은 확인된 겁니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이어갈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하겠죠. By.딥다이브 냉전 시대의 끝자락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신 냉전’이라는 말이 무시무시하게 들리는데요. 그럼에도 수혜를 보는 산업과 기업은 있는 법입니다. 글로벌 방위산업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러시아 전쟁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까지 군비 지출을 대거 늘리고 있습니다. 군비경쟁 흐름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겁니다.-덕분에 방위산업엔 호황이 시작됐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재고가 소진된 탄약과 미사일을 생산하기 바쁘고, 무기체계 주문이 밀려듭니다.-보수적인 방위산업 특성상 그 수혜는 선두에 있는 대형업체에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K-방산은 가성비 전략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중.*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자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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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고용시장은 아직 뜨겁다…뉴욕증시엔 악재?[딥다이브]

    역시나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말은 미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 같단 얘기이기도 합니다.미국의 12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 -1.02%, S&P500 -1.16%, 나스닥 -1.47%로 마감했죠.고용보고서 내용이 어땠길래?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3만5000명이나 증가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15만3000명)를 크게 웃돌았습니다.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도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인 겁니다. 미국 빅테크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는 소식이 줄을 잇는데 왜 전체 고용시장은 끄떡 없냐고요? 인구구조(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이민자 감소 같은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조) 특히 최근 미국에선 대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중소기업은 늘리는 현상이 뚜렷한데요. 주로 레저, 교육, 건강서비스, 건설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은 강하지만 산업과 기업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ADP 수석 이코노미스트 넬라 리차드슨)는 분석입니다.문제는 연준의 시각에선 ‘노동시장 강세→임금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란 겁니다. 이미 4.25~4.5%로 높아진 정책금리를 계속 더 올리려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를 뒷받침하듯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전날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정책금리가 5.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직후라서 더 시장을 움츠러들게 했습니다.이날 미국 상장사 소식 중엔 베드배스앤드비욘드(티커 BBBY)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는데요. 미국에 1000개 가까운 매장을 보유한 이 회사는 보유 현금이 바닥나고 있어서 대금을 지불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고 매출이 줄어든 탓이라는데요. 회사 측은 구조조정, 추가 자본조달, 자산매각은 물론 파산신청까지 선택지에 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이른바 ‘밈주식’으로도 유명한데요. 한때 레딧 같은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돌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었죠. 주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폭등했다가 지난해 여름 다시 폭락했고요. 파산신청 검토 소식이 나온 이날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는 29.88%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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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갈등? 러·우전쟁?…2023년 경제는 집토끼가 문제다[딥다이브]

    주식이든, 채권이든. 혹시 투자를 하셨다면 2022년 한 해 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도 밝았겠다, 이제 금융시장이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이런 기대를 가지고 3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올해 경제 전망은 한번쯤 알아봐야죠. 신년에 토정비결 보는 기분이랄까요.그런데 말씀을 들어보니 결론적으로 그다지 올해 전망이 썩 긍정적이진 않은데요. 오죽하면 증권사에 계신 분이 올해는 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조언을! 심상찮은 2023년 글로벌 경제∙증시 전망을 함께 알아보시죠.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미국에 경기침체가 오긴 오려나-2022년 내내 금융시장에선 물가와 연준 통화정책이 화두였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경기침체가 더 큰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2023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까요?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2022년처럼 물가가 상당히 높고 연준이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경험이 1980년대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가다 보니 주식을 포함한 각종 자산가격이 많이 하락했고요. 최근 들어서는 미국 주택경기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고요. 이것이 제조업 경기 쪽에도 둔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의) 형태는 좀 논란이 있습니다. 얕은 침체냐, 골이 깊은 침체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얕은 경기침체 모습은 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면 미국 연준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연준이 지금까지는 물가가 잡힐 때까지, 연간 2% 물가상승률이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올린다는 식으로 말은 하고 있는데요. 연준도 경기침체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지 않나요.“약간 갈림길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준이 FOMC에서도 조금 매파적으로, ‘앞으로 금리인상 더 할 거야’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1분기를 지나서 더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최근 나오는 미국 경기지표를 보면 상당 부분 악화될 여지가 상당히 커졌고요. 또 연준이 생각하는 물가 압력 2%대까지 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거기까지 끌고 가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물가 압력이 일정부분 둔화됐다는 확신이 있을 때 연준이 결국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할걸로 봅니다. 아마 그 시점은 시장 예상대로 늦어도 3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여기서 더 금리를 올려서 연준이 중간값으로 제시하는 5.0~5.25% 이상으로 간다면, 그것은 ‘골이 깊은 경기침체’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미국 정책금리가 5.5%, 6%까지 간다면 가계는 물론 기업의 이자부담과 도산위기가 상당히 커질 테니까요. 따라서 연준 입장에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 분수령이 2월 초 있을 FOMC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미국 경기지표들을 보면 약간 헷갈리는데요.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안 좋아지는 지표도보이지만, 고용시장은 생각보다 매우 탄탄하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시나요?“미국 고용시장은 과거와 다른 구조적 요인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미국의 인구사이클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 즉 1960년대 초반 태어난 근로자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이들이 팬데믹으로 조기은퇴도 많이 했고요. 해가 지나다면 자연스럽게 근로시장에서 나가게 되겠죠.베이비붐 세대의 공백을 누군가 메워줘야 하는데요. 20대 초반 사회초년병들이 새로운 근로자 공급원의 역할을 해야 될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미국 20대 초반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정확한 분석은 아직 없지만 2000년 이후에 사회초년병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근로가 아닌 다른 소득원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거겠죠. 그러한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 노동시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두번째는 이민자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이민자를 잘 받지 않는 정책으로 돌아섰고, 팬데믹으로 아예 이민자를 받지 못하게 됐죠. 그 후유증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상당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담당하던 일에 정상 시장의 노동자를 찾아야 되도록 구조가 바뀌었고요.또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즉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오는 정책 효과도 적지 않아서, 노동 수요 자체가 많이 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미국 경기가 안 좋으면 노동시장이 바로 타격 받는 모습은 아닐 수 있고요. 12월 FOMC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이민 문제를 노동시장 문제와 관련해서 얘기한 것도 아마 그러한 맥락이라고 봅니다.한편에서는 ‘임금상승률이 떨어지지 않아서 물가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 마치 강한 노동시장이 악당인 것처럼 지적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건 미국 경기가 그만큼 견조하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실업상태에 잘 빠지지 않다보니까, 가계 소득이 계속 유지될 수 있고 소비도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그렇게 보면 물가에 조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고용시장이 강한 것이 미국 경기침체의 골을 상당히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다른 경기침체에 비해 노동시장이 악화되는 강도는 약할 거고,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짓눌렸던 소비가 폭발한다-중국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22년에는 중국 경제가 정말 너무 심각했어서, 한국 증시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3년엔 중국 경제가 그래도 나아지겠죠? “2022년에 비해서는 나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리오프닝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을 하면서 이달 말 춘절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경기 정상화 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거든요. 그래서 상반기 중국 경기를 기준으로 보면 예상대로 좋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위드코로나가 되면서 그동안 못했던 외식이나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처럼 중국도 3년 동안 짖눌려있던 수요가 한순간에 폭발할 수 있죠. 그게 중국 경기를 상당부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갑자기 연 6%, 7% 갈 거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중국이 안고 있는 한계도 분명하니까요. 잠재적 수요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일시적으로 좋아질 순 있지만 중국 체제,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건 ‘공동부유’ 정책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더불어 같이 잘 살자’ 또는 ‘소득을 나누자’라는 개념인데요.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소득 불균형입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그것이 자칫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면 체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 경제가 과도기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결국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아무래도 성장보다 분배를 중심으로 하면 성장의 속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이 과정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내느냐가 중국경제를 좌우할 부분이고요. 또 ‘헝다’로 대변되는 중국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자를 살려주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마지 못해 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경기를 다시 적극적으로 살리진 않을 겁니다. 이 부채 문제는 결국 언젠가 한번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거든요. 중국 경기에 잠재적인 시한폭탄 역할을 계속할 거고요. 그게 중국의 경제 성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겁니다. 거기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중 갈등 문제까지 보자면 2022년 중국 경제가 정말 힘들었는데, 2023년 상반기엔 상당히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 흐름이 지속가능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그 미∙중 갈등이요. 지금 양상을 보면 이건 피할 수 없는 싸움이고, 앞으로 쭉 이어질 것 같은데요.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전망하신 게 있을까요?“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단순하게 미∙중 갈등만이 아니라 최근엔 ‘신냉전’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요. 즉 단순히 경제적 패권 문제가 아니라, 세계질서 자체가 완전히 재편되는 과정 속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1990년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나서 ‘데탕트’라는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세계가 움직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해왔죠. 지난 20~30년 동안 그 체제가 유지돼 왔는데요. 미∙중 무역갈등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난 걸 보면 지금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건 상당히 오래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누구도 패권 경쟁에서 지기를 싫어할 테니까요. 관건은 경제 패권 싸움이 군사적인 충돌까지 가느냐입니다. 예를 들어서 TSMC를 둘러싸고 대만 침공 같은 일이 일어나느냐이죠. 이런 생각을 하면 상당히 골치 아프고, 세계경제에 위협적인 일인데요. 양국이 타협을 모색한다면 새로운 길이 나오겠지만, 아직 그런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2023년에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겁니다. 특히 전 세계 경제에 있어 미∙중 갈등은 자칫 공급망 자체가 쪼개져서 이분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럼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공급망이 분리되면 당연히 비용은 올라갈 거고, 그럼 물가 압력이 계속 이어지겠죠. 그럼 ‘중물가 중금리’, 즉 3~4%대 물가상승률이 지속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이 과연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야 합니다.”-달리 보면 불과 3년 전만 해도 1%대 저물가여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는데요. 그런 저물가 시대가 다시 안 올 수도 있는 건가요? “결국 그러면 세상은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겁니다. 과연 앞으로 물가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아까 말씀드린 노동시장과 관련 있는데요. 사람(노동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결국 로봇이 대체해야 할 겁니다. 로봇은 24시간 계속 일할 수 있고, 생산성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물가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요즘 자율주행차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미국에선 이것이 점점 현실화되는 이유가 트럭기사가 부족해서 임금이 많이 올랐거든요. 그것을 만약 자율주행 트럭으로 대신하면 운임이 많이 떨어지겠죠. 그런 게 물가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요. 제가 조금 전 ‘중물가’를 말씀 드렸지만, 우리가 새롭게 다시 저물가 국면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다만 시기가 언제일지는 사회가 기술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올해 한국 경제는 집토끼를 챙겨야-2022년에는 한국 경제는 3고-고환율, 고유가, 고물가에 시달렸는데요. 2023년엔 킹달러 현상도 덜 할 거고, 물가도 정점을 지났고, 유가도 그렇게 천정부지로 오르진 않을 전망입니다. 그럼 한국 경제는 희망적으로 봐도 될까요. “희망적으로 말씀드리기엔 아직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란 측면에선 개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2022년 전 세계 주식시장, 특히 G20 국가 기준으로 가장 주가가 많이 빠진 나라가 러시아입니다. 그 다음 국가가 한국입니다. 그럼 왜 한국이 이렇게 주가가 많이 빠졌을까요. 저는 세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요. 2022년 미국 금리인상과 팬데믹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이 상당히 안 좋았다는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요. 두번째는 고유가입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거의 100%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노출도가 톱 클래스이거든요. 또 중국 리스크에도 대만과 한국이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입니다. 즉 반도체 비중 톱, 에너지 의존도 톱, 중국 리스크 톱. 주식시장에서 보면 또다른 ‘3고’인데, 이것이 전 세계에서 한국 주가가 가장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내년 한국 경기와는 별개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조금 개선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 요인 때문인데요. 중국 경기가 2023년 상반기엔 좋아질 거고요, 유가도 다행스럽게 배럴당 80달러 내에서 움직이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했는데, 그걸 피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수 있고요. 이런 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을 상당히 줄여주는 요인, 즉 기업의 마진이 좋아진다는 의미이죠. 그러한 것이 해소된다면 주식시장엔 반등의 힘이 있을 걸로 봅니다. 그런데 경기와 관련해서는 딱히 뭐가 좋아질 게 아직 잘 보이지 않는데요. 2023년 전 세계 성장률을 보면 미국도 0%대를 얘기하고 EU도 0%대, 중국이 좋아진다고 해도 결국 4% 아니면 잘해야 5% 정도를 보거든요. 결국 한국 수출 경기가 강하게 살아나긴 어렵다는 게 한국 성장률엔 제약요인입니다. 또 최근에 제가 강조드리는 건 그동안은 우리가 주식시장이나 경기 얘기를 할 때 바깥의 얘기만 많이 했는데요. 2023년은 집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그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부동산입니다. 최근 국내 아파트 가격 하락 속도가 심각할 정도로 빠릅니다. 이미 대구는 전년 동월 기준으로 지수가 8~9%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수가 그 정도면 집값은 더 크게 떨어졌단 얘기죠. 그런데 이 하락을 멈출 거냐고 하면 그걸 장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까 중물가를 말씀 드렸는데요. 그런 물가흐름이 계속 유지된다면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빚 내서 주택투자 하는 사람들의 이자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요. 누가 섣불리 집을 사려고 하지도 않겠죠. 그래서 집값 하락 속도 자체는 상반기에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IMF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택가격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뉴질랜드, 호주, 한국 세 나라를 꼭 집어서 얘기했거든요.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집값은 잘 받쳐지지 않을 거라서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 현상이 불거지는 부분이 다시 재현될 수 있는 리스크를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와 한은이 부동산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느냐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집토끼를 빨리 잡아야 2023년 하반기 한국 경제가 반등할 근거가 될 테니까요.”-딥다이브 구독자들, 그리고 투자를 하려는 분들에게 2023년엔 이런 거를 주의해서 보라고 조언 한마디 해주시죠. “제가 증권회사에서 맡은 업무 자체가 투자 조언을 드리는 역할인데요. 한편으로는 2022년 조금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부분에 대해 저도 반성의 말씀을 드려야 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물가가 올라오는 걸 모처럼 경험했고요. 또 금리인상이 그렇게 가파를지를 잘 예측하지 못해서, 실수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2023년엔 투자 조언을 드리는 입장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불확실성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되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서둘러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아직 금리가 좋은 수준이니까 채권 쪽도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 추이를 보면서 투자를 선택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워낙 2022년 많이 빠져서 조금 반등할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 반등에 있어서 중요한 게 미국의 물가, 그리고 중국의 경기 사이클인데요. 말씀드린 대로 올해 1분기에 그런 리스크가 축소된다면 그 시점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이런 리스크가 정말 싫다면 사실 지금 예금금리도 상당히 좋습니다. 어찌 보면 앞으로 다시 보기가 어려울 수 있는 예금금리 수준일 수 있어서요. 복잡하게 각종 투자상품을 보기가 싫다면 예금도 좋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By.딥다이브 새해에도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이 잔뜩 쌓여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인터뷰였는데요. 하지만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기다리는 위기는 오지 않는 법이다!’ 희망의 끈을 붙잡으시길 바라면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의 경기침체,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연준도 이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을 거고, 미국 고용시장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견조합니다. 침체가 얕을 걸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중국은 춘절 이후 경제 정상화가 되면 상반기에 소비가 폭발할 겁니다. 다만 ‘성장보다는 분배’에 집중하면서 성장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올해 한국 경제는 대외 환경보다는 집토끼, 즉 부동산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투자를 한다면 올해는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물가나 금리 상승세가 꺾이는지 확인한 뒤 주식 비중을 높이시고요. 리스크가 싫다면 은행 예금도 방법입니다.*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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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4분기 판매량 기대 이하…수요균열 신호인가 [딥다이브]

    조용한 1월 3일의 아침입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휴장했기 때문이죠. 신년 대체휴일이라는데요. 뉴욕증시는 3일 새해 첫 개장에 나섭니다. 월요일 새로 나온 소식 중엔 테슬라 차량 인도 실적이 눈에 띕니다. 2022년 4분기에 총 40만5278대의 차량을 인도했다는군요. 전년 동기보다 31.3% 증가한 수치입니다. 4분기 생산량은 43만9701대였고요. 생산은 했는데 고객한테 인도되지 않은 물량이 3만4423대라는 얘기이죠. 테슬라는 2022년 한해 동안 총 131만대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서 약 40% 늘어난 겁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7만대로, 47% 증가했죠. 테슬라 IR책임자인 마틴 비에차는 “나는 이 결과를 낸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배송이 원활하려면 더 많은 차량운송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생산량>인도량이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설명했습니다. 생산량보다 인도량이 적은 건 차가 잘 안 팔려서가 아니라, 물류의 문제 때문이라는 걸 강조한 겁니다.다만 투자자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동안 월가에선 테슬라의 4분기 인도량을 42만7000대로 예상했었거든요. 이런 기대치와 비교하자면 2만대 넘게 적게 팔린 겁니다. 생산량이 인도량을 초과하는 일도 3분기 연속으로 발생했고요. 가뜩이나 테슬라에 대한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파다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역시나 투자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요. 번스타인 애널리스트인 토니 사코나기는 이날 메모에서 “우리는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가 직면한 수요문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2023-2024년 (판매)수치가 실질적으로 재설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 역시 “수요균열은 테슬라에서 분명히 발생하고 있고, (4분기) 수치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죠. 이미 이전부터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테슬라 실적 추정치는 낮춰잡아 왔습니다. 현재 평균 예측은 2023년 한해 테슬라의 차량 인도물량을 192만대로 보고 있는데요. 이는 석달 전 212만대보다 20만대나 줄어든 겁니다. 이제 4분기 실적이 공개됐으니, 어쩌면 여기서 더 줄일지도. 테슬라 주가는 2022년 12월에 37%, 2022년 한해 동안은 65%나 폭락했는데요. 이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역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2000억 달러(약 252조원)를 잃은 사람’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일 파이낸셜타임스가 꼽은 ‘2023년 주목해야할 기술자’에 3년 연속 선정됐는데요. FT는 “머스크가 (트위터가 아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 즉 전기차와 우주발사체를 중요한 신산업으로 키우는 일로 돌아갈 것인지가 기술세계에선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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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나라 집값은 안녕하신가요? 고군분투 중인 전 세계 주택시장[딥다이브]

    주가는 급락해, 채권가격도 떨어져. 물가는 치솟는데, 대출금리까지 덩달아 올라. 경제에 암울한 뉴스가 가득한 한 해였는데요. 이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로벌 주택시장.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섭게 올랐던 집값이 속절없이 꺾이기 시작한 게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주택시장 대부분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주식시장과 달리 우리가 해외 부동산 시장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잘 모를 뿐이죠. 딥다이브가 주요국의 올해 집값 추이를 들여다 봤습니다. 참고로 국가별로 온도 차이가 꽤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집값이 크게 떨어진 국가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그럼 올 한해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조금만 더 읽으시면 아실 수 있고요. 참고로 한국은 하락률 기준으로 무려 3위입니다.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캐나다와 스웨덴, 뉴질랜드의 공통점최근 캄리 씨는 아내와 함께 차에 앉아 구매 희망자들이 토론토 교외에 있는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둘려보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현재 3주택자인 그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집값이 급등하는 걸 보고 빚을 내서 주택 두 채를 구입했죠. 하지만 두 대출 모두 올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고, 다시 대출을 받기엔 이자율이 감당할 수 없게 높아진 걸 알고 결국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주택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매년 사람들은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예전엔) 매년 그렇지 않았어요. 막상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급속히 진행됐죠.”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 소개된 캐나다 다주택자 사례입니다.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50%나 급등했던 캐나다 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하락 중입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1월 0.25%에서 12월 4.25%로 무섭게 인상했는데요. 저금리를 틈타 ‘영끌’해서 주택을 여러채 사들였던 투자자들부터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캐나다의 집값 하락세는 옆나라 미국과 비교해도 가파른데요. 두 나라의 결정적 차이가 있으니, 바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주택담보대출은 절반 넘게 변동금리 또는 만기 1~2년짜리 단기 고정금리 대출입니다. 1~2년 전 연 1.5%도 안 되는 싼 금리로 빚을 잔뜩 냈던 대출자들이 이제 연 5% 넘는 금리를 감당해야 하니 휘청거릴 수밖에요. 사실 캐나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팽배했던 나라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캐나다 집값은 잠깐 하락(-9%)했을 뿐, 곧바로 다시 회복했죠(금융위기 당시 미국 집값은 40% 가까이 폭락).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인구입니다. 캐나다는 끊임없이 이민자가 몰려들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선진국이거든요.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캐나다에서 ‘집은 사두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자산‘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최근 깨진 겁니다. 로이터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캐나다는 주요국 중 내년에 집값이 가장 많이(-10%) 떨어질 나라로 꼽혔죠. 금리인상에 휘청거리는 건 캐나다 주택소유자만이 아닙니다. 2022년 집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 바로 스웨덴인데요. 올해 초 정점과 비교할 때 집값이 무려 14%나 급락하면서 스웨덴 부동산시장은 거의 폭탄 맞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스웨덴 주택경기는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만에 최악이라는데요. ‘세계 주택경기 침체의 선두주자’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락률 2위(뉴질랜드 -11%)나 3위(한국 -8%)와 비교해도 하락속도가 아주 빠른데요(영국 부동산회사 나이트프랭크 통계). 북유럽 강국 스웨덴 경제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올해 초까지 스웨덴 주택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었습니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스웨덴에선 저렴한 변동금리 대출로, 그것도 이자만 내면서(원금은 만기 일시상환) 집을 장만할 수 있었는데요. 한동안 주택담보 대출이 하도 급증해서 중앙은행 총재가 “화산 위에 앉아있다”면서 걱정했을 정도였죠. 그리고 마침내 스웨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초에 0%였던 기준금리를 11월 말엔 2.5%까지 끌어올렸죠. 2.5%이면 별로 안 높다고요? 스웨덴은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무려 8년 동안 이어진 ‘제로 이하 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니 엄청난 변화였죠.문제는 스웨덴 주택담보대출의 80%가 변동금리라는 점. 대출자들이 내야 할 이자가 몇 달 만에 3배로 뛰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젊은 주택구매자들은 난생 처음 겪는 집값 하락에 패닉이라는데요. 심지어 내년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까지 더 올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이 10% 더 떨어질 거란 무서운 전망까지 나옵니다.지난해 뜨거웠던 시장일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는 사실은 뉴질랜드 주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집값은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평균으로도 40%나 올랐죠. 지난 7년 동안엔 거의 2배가 됐다는데요. 올해는?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빠른 속도로 하락 중입니다. 특히 수도인 웰링턴 집값은 1년 전보다 17.3%나 떨어져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 하락이 큰 도시로 꼽힙니다. 역시나 뉴질랜드도 저렴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불러왔던 ‘부동산 광풍’이 부메랑이 됐습니다. 이미 6%까지 오른 뉴질랜드 대출금리는 내년엔 8%로 치솟을 전망인데요. 그동안 집값이 너무 과도하게 올랐었기 때문에 “정점에서 20% 하락한다고 해도 질서정연한 연착륙으로 간주될 것”(ANZ 샤론 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란 냉정한 분석도 나옵니다. 프랑스와 일본의 공통점, 터키의 특이점 전 세계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 집값이 꺾이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 아니냐고요? 네, 물론 대출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금리인상의 파장이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죠. 집값이 의외로 안 빠지는 곳도 있는 겁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인데요. 집값이 지난해처럼 오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떨어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 집값이 오히려 오를 거란 전망이 파다한데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일단 금리가 올라도 주택소유자들이 별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이용했기 때문이죠. 코로나 때 이미 저렴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놨으니 당분간 큰 걱정이 없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집값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 특히 미국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인데요. 유로화 약세로 인해 파리에 집을 사려는 외국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에겐 파리 주택이 ‘바겐세일’ 중인 느낌이랄까요? 코로나와 재택근무 트렌드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세컨드 하우스 수요) 프랑스 휴양지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지만, 파리 주요지역은 인기가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치 일본 아파트(맨션)가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현상과 비슷한데요.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가계부채가 적은 국가라면 금리인상기에도 위험이 덜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프랑스∙일본∙이탈리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집값이 안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특이한 나라도 있긴 합니다. 바로 튀르키예인데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튀르키예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무려 190% 급등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상승률인데요. 심지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격 상승률로도 57%나 됩니다. 다른 물가보다 집값이 유독 더 크게 뛰었다는 거죠.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국인 구매자들이 몰려든 탓인데요. 튀르키예 부동산을 사서 시민권을 얻으려는 러시아인이 특히 많다는군요. 집값이 오르자 임대료까지 덩달아 뛰어서 튀르키예 서민들이 월세를 감당 못해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금융위기 2.0’ 걱정은 없다?정리하자면 ①집값이 지난해까지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했으면서 ②변동금리 대출이 많고 ③가계부채가 빠르게 급증한 나라들부터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 조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국가를 거론하자면 캐나다∙뉴질랜드∙호주∙스웨덴∙영국, 그리고 한국입니다. ‘거래절벽’이라며 큰일난 것처럼 기사가 쏟아지는 미국 주택시장은 알고 보면 꽤 탄탄합니다. 거래는 줄었는데도 가격은 아직은 안 빠지고 있으니까요(전월 대비로는 하락이지만,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아직 상승 중).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 주택시장, 특히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그때와 완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내줄 때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됐는데요. 덕분에 고신용자(신용점수 760점 이상)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합니다(금융위기 땐 이 비율이 25%에 불과). 금리가 올라도 여전히 빚을 갚을 여력이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져서 금리인상에도 별 충격이 없고요. 미국에서도 집값이 내년엔 빠질 거란 전망이 나오긴 합니다(모건스탠리 4% 이상 하락 전망). 하지만 적어도 200만건이 넘는 주택 압류가 발생했던 2009년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내년 글로벌 주택시장을 두고 험악한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IMF는 심각하게 부정적인 시나리오라면 2년 동안 신흥국 주택 실질가격(실질 가격)이 25%, 선진국은 10%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집값이야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긴 하지만 워낙 주택시장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집값 폭락은 경제에 큰 충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대출이자 부담은 늘어난 주택소유자들이 소비를 줄이면 어쩌나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죠.현재로선 “2006~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은 주택시장 붕괴가 되풀이 되진 않을 것”(크리스티나 아벨래즈 모건스탠리 글로벌이코노미스트)이란 전망에 기대고 싶은데요. 하지만 “계속되는 대출금리 급등은 내년에 일부 시장을 가파른 하락세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아담 슬래터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미스트)는 경고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By. 딥다이브부동산 시장은 늘 핫이슈이지만, 정작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은 어떤지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여러나라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택시장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코로나 때 집값이 많이 올랐던 나라일수록 더 일찍, 더 많이 집값이 빠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같이 집값이 급락한 국가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대출이 깐깐해진 미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데요.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새해에도 글로벌 주택시장은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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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제로 코로나’의 종말…국경 열고 ‘B급 감염병’ 강등[딥다이브]

    조용한 연말입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 대체공휴일로 휴장했습니다. 트레이더들도 대거 연말 휴가를 떠나서 이번 주는 내내 한산할 예정입니다. 거래량도 줄어들 거고요. 그래도 아직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남아있는데요. 엄밀히 정의하자면,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이후 5거래일(올해는 4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르는 걸 뜻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엔 기관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고(=공매도도 줄어들고), 연말 보너스도 나오고, 배당효과까지 겹쳐 반짝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는 건데요. 물론 지금은 ‘원래 산타는 없다’는 냉정한 이야기와 함께 ‘산타랠리가 아닌 사탄랠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가라앉아있긴 합니다.올 한해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난리였던 중국이 드디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합니다. 26일 밤 새로 나온 소식인데요. 중국 정부가 내년 1월 8일부터 코로나19의 등급을 기존 A급 감염병에서 B급 감염병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경도 재개방하죠. 무려 3년간 이어진 코로나 관련 검역∙격리∙봉쇄 정책이 싹 풀리는 겁니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5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지방 보건당국에 ‘1월 8일부터 B급 관리로의 강등에 대비하라’고 통보했다는데요. 중국 입국자에 대한 강제 검역, 즉 호텔에서 5일 강제격리+집에서 3일 건강관찰 의무도 1월 8일 풀립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의 국경을 완전히 재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데요. 다음달 초이면 그 첫번째 단계가 시행될 거라는 군요.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과 외부세계 관계를 변화시켰던 제로 코로나 시스템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지난 11월 이어진 중국 내 반정부 시위가 이러한 변화를 촉발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내년 3월쯤에나 끝날 줄 알았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생각보다 일찍 풀려버리는 셈인데요. 문제는 급격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의 의료시스템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사망자 급증으로 장례식장 복도까지 시신 가방이 늘어서 있는 끔찍한 영상이 보도될 정도입니다. 의약품까지 동났고, 중국인들이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까지 대량으로 해열제와 진통제를 사가고 있다고 하죠. 중국 정부는 25일 “지금부터 일일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 며칠 전엔 ‘12월 1~20일 약 2억4800만명(중국인구의 약 18%)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베이징과 쓰촨성 인구의 절반이 감염됐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회의 메모가 온라인 상에 나돌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메모의 정확한 정체는 확인되진 않았는데요. 확진자 수치가 전문가들 추정치와 비슷하긴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중국의 확산세가 곧 정점을 지날 거라는 점인데요. 벤 카울링 홍콩대 역학 석좌교수는 “전국적인 감염의 정점은 1월 초가 될 거고, 베이징 같은 일부 도시는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확진자수가 정점을 친 이후에도 그 여파는 한달 이상 이어질 겁니다. 왕광파 베이징대 제 1병원 교수는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2월이나 3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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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전기차 느낌”…그린수소 대전이 시작됐다[딥다이브]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는 ‘그린수소’를 일컫는 말입니다. 탄소배출 완전 제로!하지만 아직은 미래의 기술쯤으로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MB정부 때부터 ‘수소경제시대가 온다’고 정부가 나서 얘기해왔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수소산업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죠.그런데 실제로 그린수소 시대가 다가오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수소산업이 “10년 전 전기차와 같다”는 평가인데요. 전기차에 비유하니 좀더 솔깃하신가요? 그린산업을 오래 담당해온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탄소중립의 필수품,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죠. 태양광도 있고, 풍력도 있고요. 그런데 왜 수소, 특히 그린수소가 중요하고 특별한가요?“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입니다. 천연가스에서 개질해서 쓰거나 철강∙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수소시대 개막’에서 얘기하는 건 그런 수소가 아니라 그린수소입니다.그린수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인류가 2050년 탄소중립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철강∙화학 같은 분야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너무 힘든 영역이죠. 비행기∙배 같은 큰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이고요. 배터리로 하기엔 너무 무거워지니까요.철강산업의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회사가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합니다. 철광석을 녹일 때 석탄을 넣으니까요. 이걸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지 않으면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가 없어요.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수소에너지입니다.반드시 수소가 필요한 거죠. (수소가 필요한가 아닌가라는 논쟁은 이제 없고) 탄소중립 시대 완성을 위해서 수소가 전체 에너지원의 10%가 필요한가 20%가 필요한가 정도의 논쟁만 있습니다. 글로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만 한다 하더라도 이게 연간 시장 규모가 조 달러예요. 2조 달러냐, 4조 달러냐, 이런 얘기를 할 정도니까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거죠.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거의 대부분, 80~90%가 다 재생에너지로 바뀔 겁니다. 현재 전 세계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밖에 안 돼요. 그런데 이게 빠른 속도로 올라가서 2040~2045년이 되면 80% 가까이 될 겁니다.그러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이죠.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빛이 세게 쬘 때는 많이 만들어지는데, (바람이나 빛이) 없을 때는 덜 만들어지니까 저장 수단이 필요하죠. 지금은 우리가 저장하는 수단이 ESS(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그런데 ESS는 주기가 짧아요. 요즘은 장주기, 즉 아주 긴 시간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저장 수단이 필요한데, 수소로 이게 가능합니다.풍력이나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가 나오잖아요. 그 수소로 아까 말씀드린 다양한 산업에 쓸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의) 사이클이 갖춰집니다.독일이나 영국 같은 유럽국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보니 너무 많이 남아돌아서 그냥 버리는 케이스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버려지는 걸 돈으로 보상해주거든요. 유럽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대 중반인데도 이런데, 이게 80~90% 가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버려야 하는 거죠.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차원에서도 수소는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생산단가 비싸고 인프라 없다고?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생산하니까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이긴 한데요. 발전단가가 너무 높잖아요.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려나요? “그건 우리가 이미 여러 번 경험했죠. 2010년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단가가 지금보다 열 배 비쌌습니다. 그런데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게 했고, 하다보니 기술 발전이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은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쌉니다. 석탄, 천연가스, 심지어 원전보다 싸죠. 미국의 발전 단가, LCOE(균등화 발전원가, 플랜트의 평생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로는 태양광과 풍력이 제일 싸요.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서 R&D에 돈을 많이 넣어주고 기술 발전을 시키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하면 당연히 그린수소 단가도 떨어집니다. 미국엔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있고, 유럽엔 러시아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리파워EU’가 있는데요. 그 안에 수소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린수소 가격이 그레이수소와 비슷해지는 시점을 원래는 2030년 정도로 봤거든요. 이게 훨씬 더 앞당겨질 겁니다. 아마 2025년에서 2027년 사이로요. 수소시대가 더 빨리 오는 거죠.” -수소는 생산비용도 걸림돌이지만 운송이 또 큰 이슈잖아요. 기체 상태로 운송하려면 탄소 섬유로 만든 압력 탱크가 필요하고요, 액체로 만들려면 초저온으로 냉각을 해야 하고요. 그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까요.“그 부분도 초기투자가 꽤 일어나야 하죠. 요즘 미국과 유럽 모두 수소의 이송, 유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EU는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물론 그러려면 (파이프라인) 재질의 변화가 필요하죠. 수소는 입자가 너무 작아서 금속을 파고들어가는 특성이 있어서요.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인 준비들이 진행되고 있고요.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는 이미 수소전용 파이프라인 건설을 발표했어요. 원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였던 걸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하기로 확정 발표했고요. 독일도 조만간 아주 긴 수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발표할 예정이고요. 네덜란드는 이미 투자를 시작을 했습니다. 아마 2030년 정도 되면 유럽의 현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상당 부분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미국은 ‘수소 허브’를 내년부터 건설합니다. 수소 허브는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다 놓는 건데요. 거기에 연방 정부 예산이 투입이 됩니다.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고 있고요. 우리가 전기차 시대를 목도했잖아요. 전기차 시대 초창기에 가장 많았던 질문이 ‘충전 인프라 없는데 이게 되느냐’였거든요. 그런데 이젠 전기차 시대가 왔다는 걸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물론 수소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훨씬 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그래서 정부가 나서줘야 되는 거죠.”-수소차, 정확히는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전기차이죠. 이게 2023년에도 새로 많이 출시가 된다던데요. 승용차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해서 달린다, 이건 인프라 구축까지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부에선 승용차는 어렵고 아마 화물트럭이 항구에서 수소를 충전해서 다니는 게 주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던데요?“맞습니다. 수소승용차는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요. 전기차는 이미 대규모 생산체제가 확정됐고 인프라도 용이하게 갖춰지고 있어서 둘이 경쟁할 순 없어요. 다만 이런 건 있죠. 승용차는 (신기술을) 적용하기가 좀 쉬운 차종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서 대량생산 체제를 어느정도 갖춰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엔 기술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이게 현대차와 토요타의 개념이죠. 토요타는 생산능력이 연간 2만대 정도되고, 현대차도 1만대 이상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두 업체가 수소차뿐 아니라, 그 수소차에 들어가는 PEM(고분자전해질막)방식의 수소연료전지에서는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이런 대량생산 체제 덕분이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점차 더 중량이 큰 교통수단으로 옮겨가게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당연히 아주 큰 상용차, 버스, 건설기계, 배, 기차, 항공기 쪽으로 가게 될 겁니다. 이게 수소연료전지 기술 없이는 어느 날 갑자기 수소배를 타거나 수소비행기를 탈 수가 없잖아요. 정부가 초기에 수소차 산업에 보조금을 주면서 붐업 시키면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정책은 잘하고 있다고 보고요. 최근에 우리 정부도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확대하겠다고 했죠. 상용차도 테슬라 세미트럭 같은 전기차와 경쟁하게 될 텐데요. 둘이 공존할 것 같아요.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의 국가는 수소상용차가 훨씬 유리하겠죠. 전기차라고 해도 상용차용 충전소는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승용차용 충전소가 깔려 있는데, 거기엔 트럭을 댈 수가 없으니까요. 상용차는 두 개(수소차, 전기차) 모두 인프라가 새로 구축돼야 하죠. 유럽은 2027년 말까지 수소차 충전소 의무화를 발표했어요. 주요 도로 100㎞마다 수소차 충전소를 건설해야 하죠. 아직은 수소차 산업이 우리가 눈에 띄게끔 확 올라오고 있지 않지만 202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겁니다. 최근엔 중국이 나서기 시작했죠. 전기차도 사실 테슬라가 워낙 잘했지만,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이 열렸거든요. 수소차도 똑같아요. 최근 중국의 수소상용차 생산이 시작됐습니다. 아직은 월 100~300대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생산이 진행되고 있어요. 결국 수소차도 앞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 거냐 정도만 남아있다고 보시면 돼요. 물론 아주 크진 않아요. 하지만 5%만 된다 하더라도 엄청난 시장이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연간 3000조원 시장이거든요. 현대차나 토요타가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는 게 이 때문이고요. BMW나 르노, 혼다, 그리고 GM도 수소차는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선점 못하면 패자, 수소대전 시작됐다-유럽은 리파워EU, 미국은 IRA, 중국은 국가수소로드맵이란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소산업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중 가장 앞서갈 곳은 어디일까요?“원래 이런 정책 게임은 중국이 가장 빠릅니다. 중국은 일사불란하잖아요. 중앙정부가 얘기하면 지방정부가 쫙 움직입니다. 지금 중국의 국가 수소 로드맵이 나온 뒤 주요 지방정부들은 거의 다 수소 사업에 조 단위로 투자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기업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고, 최근엔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회사(두산퓨얼셀)가 중국에 진출하기로도 했잖아요.그런데 그걸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IRA를 들고 나오면서 수소 관련 예산을 잔뜩 포함시켰고요. 유럽은 더 급하게 됐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해야 하니까요. 그 상당 부분을 수소에 의존할 계획이라서 지금은 모든 국가의 수소 관련 정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건 미래산업이니까요. 전기차의 약 10년 전, 재생에너지의 약 20년 전 모습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좀더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죠. 이제 수소대전이 시작됐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에도 말씀하신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회사가 있고요, 수소차 업체나 부품업체, 소재업체도 있는데요. 이런 기업들도 기술 면에서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굉장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물론 수소는 업스트림, 생산과 유통에 먼저 투자하고 이게 어느 정도 마련되면 뒷단의 수소를 사용하는 영역, 자동차나 발전으로 가는 게 정석이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맨 마지막 단(자동차, 발전소)만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앞부분(생산, 유통) 기술력이 비어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도 최근 대기업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어요. 또 이 앞부분 투자는 아직 초기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나라가) 큰 격차가 없어요. 그래서 업스트림도 우리 기업들이 따라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수소를 만들어 놓으면 어쨌든 써야할 거 아니에요. 그게 자동차에 들어가든, 발전용으로든 써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단도 수소산업의 최소 30~40% 정도 되는 시장이거든요. 그 부분을 우리 기업들이 제일 잘하는 거죠. 수소연료전지발전, 그리고 수소와 관련한 소재, 부품 쪽은 우리가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런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계속 돼야 하고요. 해외에서 워낙 맹추격하고 있으니까 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하죠.”-여전히 수소산업에 대해서는 ‘그게 되겠어?’ ‘정부가 설레발 친다’는 식의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수소산업의 미래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요?“목표는 탄소중립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는 물론 원전까지도 결국 다 대체하게 될 겁니다. 그런 시대로 가기 위해 수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린수소가 과연 필요한가’는 논란은 사실 이제 없습니다. 수소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느냐는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죠. 우리가 이때까지는 어느 정도 했지만, 여기서 주춤하면 수소산업이 한국의 주요산업이 될 수 없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잘 해야 되겠죠.” By. 딥다이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필수품, 그린수소 산업에 대해 들여다 봤는데 어떠셨나요. 각 국이 앞다퉈 뛰어드는 걸 보니 정말 수소시대가 오긴 오는구나 싶은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에 따라 수소가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전체 에너지의 10~20%만 차지하더라도 수 조 달러의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생산단가가 너무 비싸다? 충전 인프라가 없다? 그런 문제는 정부의 투자와 기술 발전으로 해결될 겁니다. 10년 전 전기차, 20년 전 재생에너지 모습과 같죠.-한국은 수소생산, 유통 기술은 없지만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수소차 기술에서 앞섭니다. 이 기술 격차를 유지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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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나무 언니’ ETF 손실 눈덩이… 마법이 저주되나[딥다이브]

    고용시장은 탄탄하고,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다우지수 -1.04%, S&P500지수 -1.45%, 나스닥지수 -2.18%. 역시 증시에 산타는 오지 않나 봅니다.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건으로 예상치(22만2000건)를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고용시장은 강하고 임금 상승의 압력(=물가 상승의 압력)이 있다는 뜻이죠. 역시 이날 나온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추정치(2.9%)보다 높은 3.2%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거죠. 지표가 좋게 나와서 시장은 실망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연준이 ‘역시 아직 금리 인상을 멈추려면 멀었군’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되니까요.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에 못 미치는 건 연준이 바라는 노동시장 둔화가 2023년에나 나타날 거란 신호”(모건스탠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크 로웬가트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셈입니다.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창업자가 주식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소식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는데요.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주식 매도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Fed가 무언가(금리 인상)를 하겠다고 말하면 그것을 믿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거죠. 이날 테슬라 주가는 8.88% 하락해 130달러 선마저 무너졌는데요(종가는 125.35달러). 테슬라가 올해 말까지 모델3와 모델Y 차량을 인도받는 고객에게 7500달러(약 960만원)를 크레딧으로 주고, 1만 마일 무료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 게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그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거죠. 테슬라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으로 유명한 아크이노베이션ETF(ARKK)는 이날 3.39% 하락한 31.6달러로 마감했는데요. 2017년 8월 이후 5년 여 만에 최저수준이라고 합니다. 올해에만 거의 70% 폭락했습니다. ‘돈나무 언니’라는 별칭으로 한때 핫했던 캐시 우드의 아크이노베이션ETF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와 테슬라, 암 진단 도구 제조업체인 이그젝트 사이언시스. 모두 올해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죠. 우드는 가상자산 강세론자이기도 하죠.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로 폭등할 거라는 주장. 지난달엔 FTX사태로 가상자산업계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요. 물론 이후 코인베이스 주가는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중. 로비 그린골드 모닝스타 투자전략가는 아크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는데요. “아크이노베이션의 올해 결과는 끔찍했고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입니다. ‘돈나무 언니’의 마법이 저주로 바뀌는 걸까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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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는 어디? 테슬라를 제쳤다고?[딥다이브]

    간단한 퀴즈 하나.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자동차 회사는 어디일까요.혹시 ‘테슬라’라고 답하려다가 주춤하셨나요? 테슬라가 정답이면 굳이 안 물어봤을 테니까? 정답은 테슬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요. ‘전기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순수전기차(내연기관 아예 없음)’ 판매량으로는 테슬라가 단연 세계 1위 맞는데요. 순수전기차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로 충전하는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하면 올해 중국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쳤습니다.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는 건 변칙 아니냐고요? 그렇게만 볼 건 아닙니다. 중국은 ‘신에너지차’, 유럽은 ‘친환경차’라는 명칭으로 순수전기차와 플로그인 하이브리드를 묶어서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비야디의 판매량 성장세가 올해 들어 그야 말로 수직상승하고 있어서 ‘테슬라를 위협한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비야디와 중국 전기차 시장, 그리고 테슬라 이야기를 좀 깊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가성비 갑’ 비야디의 무기는 칼날비야디(比亚迪, BYD). 1995년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해 2008년 전 세계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양산차를 선보이며 중국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죠.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산업 밀어주기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요(선전시 택시가 죄다 비야디 전기차). 특히 지난해부터 성장속도가 한층 가팔라졌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건 바로 배터리의 혁신.전기차의 핵심이 배터리인 건 다들 아실 텐데요. 비야디는 이 배터리를 직접 만듭니다. 왜냐, 배터리 기업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하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비야디가 이걸 실제 하고 있는 겁니다.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리튬인산철’과 ‘삼원계’로 나뉘는데요. 한국 배터리3사가 하는 게 삼원계이고요(값 비싼 고급형, 단 화재위험 큼). 비야디는 둘다 했었지만 지금은 리튬인산철(가격 저렴)가 주력입니다.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값이 싼 대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게(=주행거리 짧음) 치명적 약점이었죠. 비야디는 배터리 구조를 바꿔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으로 조립되는데요. 비야디는 칼날처럼 얇은 배터리셀을 촘촘하게 박아 모듈을 건너뛰고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기술을 2020년 선보입니다. 이른바 ‘블레이드 배터리’. 같은 부피에 훨씬 더 많은 배터리셀을 넣게 되면서 주행거리를 확 늘렸죠. 이어 올해 5월엔 배터리팩까지 없애고 바로 배터리가 차체 바닥이 되는 ‘셀투바디(CTB)’ 까지. CTB 배터리를 적용한 비야디 전기차모델 ‘씰(바다표범)‘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무려 700㎞나 된다고 하죠. 삼원계 배터리 장착차량과 별 차이 없음. (참고로 중국 주행거리 측정법은 한국과 달라서, 한국 환경부 기준으로 하면 저보다 25~30% 깎입니다.)배터리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비야디 전기차는 자타공인 ‘가성비 갑’이 되었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평균 판매단가 19만 위안=약 3500만원) 테슬라(평균 판매단가 35만 위안=약 6500만원) 못지 않은 주행거리를 내니까요. 가성비 모델을 ‘박리다매’하는 전략으로 비야디는 단숨에 전 세계 신에너지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의 1위로 올라섭니다(올해 1~9월 누적 판매량 기준 비야디 118만대 VS. 테슬라 91만대). 순수전기차로도 2위(58만대, 전년보다 214% 증가)이고요. 그럼 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쳤거나 그와 동급 수준이 된 거냐고요? 흠, 글쎄요. 아직 그렇게 보긴 어렵겠습니다. 얼마나 돈을 버느냐(수익성)만 따져보면 체급 차이가 드러나죠. 차 팔아 버는 돈, 테슬라 1대=비야디 6대 비야디는 원래 내연기관차 업체였다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올 4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올인 중입니다. 이것도 전 세계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 중 최초라는데요. 그만큼 전기차로 돈 벌 자신이 있단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비야디는 전기차 판매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흑자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주식시장에서 한창 핫했던 중국 전기차 삼총사(니오∙샤오펑∙리샹)는 여전히 적자라고요. 중국 정부가 그렇게 보조금을 투입했는데도 말이죠.(중국 네티즌들이 ‘니오 차량 1대당 손실이 11만 위안이다. 리빈(니오 창업자) 형을 위해 차를 사지 말자’고 조롱할 정도.) 하지만 테슬라와 비교하면 비야디는 이익률이 너무 낮다는 평가인데요. 비야디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모회사 귀속)은 24억4000만 위안(약 3억5000만 달러). 테슬라(16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차량 한대당 순이익으로 환산해 보면 ‘테슬라가 차량 1대 팔아 버는 돈=비야디 6대’인 셈이죠(물론 지나친 단순 비교이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비야디 차는 저가형이 많아서 많이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비야디가 내년부터 차량 가격을 올리겠다고는 했지만, 원래 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올려봤자 푼돈이죠(인상폭 2000~6000위안, 즉 37만~111만원 예정). 차종이 다양하고 계속 신차를 내놓은 것 역시 비야디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비야디는 한(漢)∙탕(唐)∙송(宋) 같은 ‘왕조’ 시리즈(모델명이 중국 왕조 이름)와 돌고래∙바다표범 같은 해양시리즈, 거기에 트럭과 버스, 지게차까지 만듭니다. 2020년 9개였던 모델을 19개로 늘렸다는데요. 고객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지니 나쁘지 않습니다. 신차가 출시되면서 판매를 견인하는 효과도 있고요. 판매량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죠(이른바 ‘자식이 많으면 싸우기 쉽다’는 원칙에 충실). 문제는 생산공정이 복잡해지다 보니 제조비용이 많이 듭니다. 단 4개의 모델, 그것도 이미 출시된 지 몇 년 된 모델을 꾸준히 판매하는 테슬라의 ‘단순함’과 정 반대인 전략인 셈입니다(물론 테슬라는 ‘모델 노후화’가 약점으로 꼽힘). 한편 비야디는 생산공정의 85%가 수동이라고 하는데요. 테슬라는 75%의 자동화를 자랑 중. 당연히 테슬라가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겠죠. 비야디의 큰 장점으로 그동안 많이 언급된 게 수직계열화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전력 반도체까지, 웬만한 건 자회사가 자체 생산하는데요(‘창문, 타이어 빼고 다 직접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 덕분에 반도체칩을 포함한 공급망 대란에도 별 타격이 없었습니다. 코로나 봉쇄에도 생산물량을 키울 수 있던 비법이죠. (비야디 1위 등극엔 ‘공급망 대란+코로나 봉쇄’가 기여했단 분석도) 하지만 다 직접 하는 전략이 꼭 효율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일부 부품은 규모가 큰 외부업체에서 납품 받는 게 차라리 싸게 먹힐 수 있죠. 테슬라의 경우엔 워낙 물량이 크다보니 부품업체와 3년 장기 고정 계약을 해서 비용을 낮추고 있기도 하고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수직계열화 효과도 예전 같지 않아질 겁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와 게임이 안 되는, 비야디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소프트웨어. 테슬라는 이미 월 199달러(약 27만원)짜리 FSD(완전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판매 중이죠. 전 세계에 깔린 테슬라 차량에서 수집되는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도 어마어마합니다. 비야디는? 이 분야에서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직접 개발 대신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아폴로 플랫폼)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물론 바이두가 적어도 중국에선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훨씬 더 돈이 되는 법. 비야디는 이걸 못하고 있으니 수익성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요. 결론적으로 비야디의 폭발적 성장세는 참 대단합니다만 아직 중국 언론에서조차 ‘비야디가 진짜 세계 1등이 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비야디가 정말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브랜드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문이 닫히고 있다엄청난 실적의 힘으로 상반기 급등세를 탔던 비야디 주가는 여름부터 주춤합니다. 실적은 연일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죠. 테슬라의 올해 주가 하락률(-58%)에 비하면 양반이라고요? 그렇긴 하지만 비야디 주가엔 심상찮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워런 버핏이 팔고 있단 점이죠. 사실 비야디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 시킨 건 2008년 9월 워런 버핏의 지분 투자였습니다. 당시는 비야디가 간신히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을 출시해 전기차 사업의 걸음마를 떼려던 시점이었죠. 버핏은 비야디 왕촨푸 회장을 높이 평가한 찰리 멍거의 권유로 투자에 나섰습니다. 이후 비야디 주가가 치솟으면서 버핏의 수익률은 약 2000%를 기록(블룸버그 추산). 비야디 이름 앞엔 ‘버핏이 14년 동안 한 주도 팔지 않은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곤 했는데요. 그런데 올 8월부터 버핏이 비야디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14년 만에요. 가장 최근인 12월 8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20.49%에서 14.95%로 떨어졌죠. 버핏은 왜 비야디 주식을 팔까요. 그는 결국 비야디와 완전히 결별할까요? 물론 그에 대한 답이야 버핏밖에 모릅니다. 비야디 부사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버핏이 비야디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그는 비야디와 경영진을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죠. 확실한 건 비야디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더 빡세지는 거죠. 중국에서 전기차 침투율은 이미 30%에 육박했는데요. 전기차가 이미 팔릴 만큼 팔리면서, 어쩌면 몇 년 뒤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질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중국에 현지 전기차 업체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데요. 중국 전기차 제조사는 2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내년에 출시될 전기차 모델만 100종에 달하고요. 작은 스타트업만 있는 게 아니죠. 화웨이는 합작 브랜드 전기차 아이토를 이미 출시했고, 샤오미도 2024년 전기차 양산을 준비 중이니까요. 게다가 2010년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을 떠받쳐온 보조금 정책은 올해 연말 사라집니다. 엄청난 변화인데요. 그동안 중국 정부는 1대당 1만 위안 안팎의 보조금을 전기차 업체에 지급했습니다. 업체들은 그 보조금을 감안해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었죠. 그런데 정부가 ‘키울 만큼 키워줬으니 이제 시장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겁니다.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선 기존 보조금 규모만큼 고스란히 수익에 마이너스가 날 판인데요. 이 와중에 테슬라는 지난 10월 모델3와 모델Y 중국 판매가격을 5~9% 인하하면서 가격경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판매가격을 올리자니 차가 안 팔릴 것 같고, 가격을 안 올리자니 수익성이 바로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부터 나가 떨어지게 될 겁니다. 결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계속 성장하려면 이제 중국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미국 수출은 사실상 막혔고(IRA법), 유럽 진출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은 입지가 약합니다. 비야디 수출 물량이 1~11월 4만5000대에 그쳤을 정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아직 크기도 하고요. 일단 비야디는 내년에 일본, 멕시코 그리고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데요.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지난 6월 실적발표 때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빨라야 추월할 수 있습니다”라며 공격적인 확장계획을 밝혔는데요. 그의 (당장의 수익성은 어쩌면 더 떨어지겠지만) 빠른 물고기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마하의 현인 버핏 옹의 투자판단에 무게를 실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비야디의 대표 세단형 전기차 모델이자, 한국 출시가 유력한 ‘한(한나라의 한)’의 사진을 투척하며 마무리할게요. By. 딥다이브테슬라 주가가 연일 시장의 핫이슈인데요(트위터 인수 뒤 사고뭉치가 된 머스크 탓이라는 기사가 주를 이루지만). 그와 관련이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한번 들여봤습니다. 어떠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2008년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비야디 전기차를 봤으면서도 주식 살 생각은 못했던 게 안타깝기만 한데요(물론 당시엔 비상장사였음).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서 1위 업체로 중국 비야디(BYD)가 등극했습니다. 자체 생산 배터리와 ‘가성비’ 전략으로 올해 중국시장을 휩쓸었죠.-판매량은 1위이지만 이익 면에선 테슬라에 한참 못 미칩니다. 낮은 판매단가, 부족한 소프트웨어 역량, 낮은 효율의 생산공정 등 넘어서야 할 점이 많죠.-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3년 보조금 폐지로 크게 달라집니다. 테슬라는 가격을 인하하면서 경쟁에 시동을 걸었고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해외로 나가야 할 테지만, 만만찮습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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