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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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4-23~2024-05-23
음악57%
인사일반17%
문학/출판13%
칼럼10%
문화 일반3%
  • “비련의 주인공 아닌 주체적 비올레타로”

    세계 오페라무대 인기 작품 중 하나인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가 12월 서울에 찾아온다. 2016년 서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오페라부문 최우수상, 2017년 대한민국 음악대상 오페라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증명해온 솔오페라단이 동아일보와 함께 주최하는 무대다. 12월 9∼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라 트라비아타’는 프랑스 파리 화류계 여성과 순정남의 사랑을 그린 뒤마 피스의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베르디는 첫 아내와 사별 후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주세피나에게 과거가 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그 고뇌를 이 작품에 녹여냈다. 연출은 장르를 넘나들며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여온 안경모가 맡는다. 그는 “욕망에 이끌려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련의 여인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삶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여성으로서 주인공 비올레타를 그려내려 한다”고 밝혔다. 솔오페라단은 이번 무대의 조명을 특히 눈여겨봐 달라고 귀띔했다. 파격적인 콘셉트로 주목받아온 김대한의 무대 디자인과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김영빈의 조명이 만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테크아트’로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오페라 무대를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지휘는 이탈리아 베로나 야외극장 상주지휘자인 프란체스코 오마시니가 맡는다. 2014∼2019년 베네토 주립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내며 콘서트와 오페라 양쪽에서 능력을 보인 지휘자다. 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소프라노 질다 피우메와 김신혜가 출연한다. 피우메는 독일 바이로이트 극장, 베로나 야외극장, 스페인 리세우 극장에서 주역 소프라노로 활약하고 있으며 감미로운 목소리와 우아한 표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신혜는 솔오페라단 ‘잔니 스키키’ 라우레타 역을 맡았다. 순수남 알프레도 역에는 테너 세르조 에스코바르와 김동원이 출연한다. 스페인 출신인 에스코바르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와 암스테르담 오페라에서 주연으로 출연해왔다. 김동원은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눈에 띄는 음성연기의 매력을 선보였다. 알프레도의 부친 제르몽 역은 미국과 유럽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바리톤 루카 그라시와 국내 30개 이상의 오페라에 출연해온 박정민이 맡는다. 공연은 12월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7시, 11일 오후 5시에 열린다. 5만∼2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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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가을이 가기 전에 듣고 싶은 음악들

    11월 산속을 걷는 길은 후각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쌓이고 삭아들면서 찻잎이 찻물에 우러나는 듯한 향기를 낸다. 코로 깊이 들이마시면 몸에도 좋을 것만 같다. 소소한 감각의 향연 속에 지난해와 그 이전의 숲들이 남긴 기억들도 쌓인다. 이런 계절에 불만에 잠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달력은 고작 한 장이 남고, 결산의 때는 기업들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해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이며 꿈꾸고도 손대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가을에 흔히 소환되는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심각한 자기 회의(懷疑)의 주인공이었다. ‘재능도 없는 데다 게을러터졌다’며 걸핏하면 자책감에 빠지곤 했다. 그의 사랑받는 선율들이 흔히 심한 가을앓이와 결부되는 것은 이 계절이 주는 자기 불만과도 관련될 것이다. 그의 표제적 작품인 ‘만프레드 교향곡’에 나오는 주인공도 그렇다. 이 센티멘털한 러시아인은 영국 문호 바이런의 시 ‘만프레드’를 네 악장의 교향곡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만프레드는 심각한 자기 연민과 회의에 빠져 스위스의 알프스 산속을 방랑하는 주인공이다. 이 계절에 귓전으로 불러내는 이 복잡하고 심각한 교향곡은 충족과 불만 속을 방황하는 ‘가을인(人)’들에게 동질의 위안을 안겨준다. 바람 많고 흐린 날이 많은 북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작곡가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늦가을의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악장, 선율은 마디마디 조각나서 일부는 현에, 일부는 플루트에, 일부는 첼로의 낮은 음역에 나부낀다. ‘드뷔시적인 브람스’라 할 만큼 다양한 색상의 팔레트로 채운 소리의 물결은 옷깃에 찬 바람이 스며드는 흐릿한 날의 풍경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억제할 수 없는 격정으로 1악장이 마무리 지어지면, 시선이 탁 트이는 풍경 속에 한층 더 절절한 과거의 추억 속으로 2악장이 우리를 인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번 소개한 바 있지만 영국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가 쓴 ‘토머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도 바람 불고 쓸쓸한 이맘때 벗해 듣기 좋은 작품이다. 16세기 성가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현의 울림이 아득한 과거의 환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829년, 갓 스무 살의 젊은 작곡가 멘델스존은 북쪽 나라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젊은 나이에 목숨을 빼앗긴 메리 여왕의 흔적이 깃든 옛 성에서 감회에 젖어보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폭풍에 곤혹스러워하기도 하는 여행이었다. “아버지, 여기서 마실 만한 것은 위스키뿐이랍니다.” 그가 묘사한 스코틀랜드의 어둡고 쓸쓸한 풍광도 우리의 늦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듯하다.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스산한 오후에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곡을 들을 때는 독일 작가 슈토름의 소설 ‘호반’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 옛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 같은,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에 대한 상념이랄까. 가을이 그 종적을 감추기 전, 한층 어둡고 묵시록적인 11월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도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우고 두 손을 깊이 주머니에 찔러 넣은 사람의 센티멘털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11월은 근대 오페라 최후의 큰 봉우리로 남은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 달이다. 그는 1924년 11월 29일에 후두암 치료를 위해 찾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세상을 떠났다. 벨기에는 이국의 대가를 국장으로 예우했고 6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며칠 뒤 그의 유해는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돌아와 밀라노의 대성당(두오모)에서 두 번째 장례식이 열렸다. 이 장례식에서는 그의 두 번째 오페라 ‘에드가르’ 장송 합창, 레퀴엠이 연주됐다. 이해도 한 달 남짓을 남겨둔 주말, 집에서 가까운 산에 오른다. 이 한 해 동안 내가 소망한 것을 얼마나 성취했으며 그것을 위해 나는 얼마나 부지런히 살았을까, 얼마간의 성취감과 함께 작은 후회들도 밀려온다. 서쪽 하늘을 부옇게 물들이는 붉은 해를 보며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느린 악장 아다지오를 듣는다. 브루크너가 자신이 경모하던 바그너의 죽음을 접하고 쓴 악장이다. 해가 짧아져서 산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이 바쁘지만 ‘바그너 튜바’의 긴 울림은 귀에 선명히 남아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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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목소리’ 레즈네바가 들려주는 바로크 음악

    “레즈네바는 목소리 자체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악기다. 젊음의 순수함과 함께 마치 크림 같은 황홀함을 안겨준다.”(영국 월간 ‘오페라’) “어떤 기악 연주가의 손가락도 레즈네바의 성대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영국 일간 가디언) 러시아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33)의 노래는 폭풍처럼 강력하고 미풍처럼 달콤하다. 현존 최고의 모차르트와 로시니, 바로크 소프라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그가 다음 달 3,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무대를 연다. 2013년부터 세계 최고의 바로크 전문 아티스트와 악단들을 소개해온 ‘한화클래식’의 열 번째 무대다. 레즈네바는 러시아에서도 변방으로 꼽히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김치도 먹어보고 한국 옷가게에서 산 한국 스타일 옷도 입었다. 물리학자였던 아버지가 일찌감치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덕에 일곱 살 때 모스크바로 이사해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그는 스무 살 때 핀란드의 미리암 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는 등 여러 콩쿠르를 휩쓸었다. 2010년 세계적 바로크 지휘자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조반니 안토니니에게 발탁된 뒤 청순한 이미지와 깎은 듯한 기교, 유연한 음성으로 세계무대를 누벼 왔다. 음역이 넓어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를 위해 작곡된 레퍼토리 대부분을 소화한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첫 내한 무대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레즈네바는 “바로크 음악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점에서 재즈를 닮았다. 노래할 때 모험을 하듯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재즈를 닮은 매력”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797년 창단된 뒤 이탈리아의 바로크 연주를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8,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함께 내한한 바 있다. 2008년 발매된 비발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음반이 음반 저널 디아파송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공연과 음반 양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레즈네바는 헨델 ‘알렉산드로스’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를 비롯해 후기 바로크의 오페라 3대장으로 불리는 헨델과 비발디, 니콜라 포르포라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배치한 비발디 ‘그리셀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는 2018년 서울시향과의 공연에서 ‘몰아치듯’ 청중을 열광시킨 노래이기도 하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비발디 ‘현과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등 기악곡들도 감상할 수 있다. 2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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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소프라노 레즈네바의 ‘폭풍 같은 바로크 무대’가 온다

    “레즈네바는 목소리 자체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악기다. 젊음의 순수함과 함께 마치 크림 같은 황홀함을 안겨준다.” (영국 월간 ‘오페라’)“어떤 기악 연주가의 손가락도 레즈네바의 성대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영 일간 가디언) 러시아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33)의 노래는 폭풍처럼 강력하고 미풍처럼 달콤하다. 현존 최고의 모차르트, 로시니, 바로크 소프라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그가 12월 3,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무대를 연다. 2013년부터 세계 최고의 바로크 전문 아티스트와 악단들을 소개해온 ‘한화클래식’의 열 번째 무대다. 레즈네바는 러시아에서도 변방으로 꼽히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김치도 먹어보고 한국 옷가게에서 산 한국 스타일의 옷도 입었다. 물리학자였던 아버지가 일찌감치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덕에 일곱 살 때 모스크바로 이사해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스무 살 때 핀란드의 미리암 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는 등 여러 콩쿠르를 정복했다. 2010년 세계적 바로크 지휘자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조반니 안토니니에게 발탁된 뒤 청순한 이미지와 깎은 듯한 기교, 유연한 음성으로 세계무대를 누벼왔다. 음역이 넓어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를 위해 작곡된 레퍼토리 대부분을 소화한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첫 내한 무대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바로크 음악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점에서 재즈를 닮았다. 노래할 때 모험을 하듯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점도 재즈를 닮은 매력”이라고 말했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797년 창단된 뒤 이탈리아의 바로크 연주를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8, 2015년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와 함께 내한한 바 있다. 2008년 발매된 비발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음반이 디아파송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공연과 음반 양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레즈네바는 헨델 ‘알렉산드로스’ 중 ‘사랑스러운 고독이여’를 비롯해 후기 바로크의 오페라 3대장으로 불리는 헨델과 비발디, 니콜라 포르포라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배치한 비발디 ‘그리셀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는 2018년 서울시향과의 공연에서 ‘몰아치듯’ 청중들을 열광시킨 노래이기도 하다.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비발디 ‘현과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등 기악곡들도 감상할 수 있다. 2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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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난의 증명’ 요구하는 사회… 누군가 소외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가,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고 하지만 세상의 일부는 여전히 가난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기준을 마련한 뒤 자립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면 될 듯하다. 그런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서울 난곡에서, 중국 둥베이(東北) 지역과 남부 선전시(深(수,천)市)에서 수많은 가난과 마주치며 빈곤에 천착해온 저자는 예상 가능한 답안을 거부한다. 또는 ‘간단히 답하기를 일부러 실패한다.’ 그의 연구 속에서 가난함의 범주는 계속 확장된다. ‘기존의 논의와 불화하며 우리 시대 빈곤에 관한 사유를 확장하는 것’이 저자가 밝히는 의도다. 사회가 빈곤을 다루는 관심의 중심에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다. 이 제도가 오랜 노력의 성과임은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돌아보아야 할 지점들은 존재한다. 빈곤을 가려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난은 ‘증명해야 하는’ 것이 되고 그 대상자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누적시킨다. 모친 명의로 당장 쓰러질 듯한 집 한 채가 있다고, 오래전 소식이 끊겼어도 자식이 있다고 수급의 바깥으로 추방된다. 심장병을 앓는 이가 질병 수당과 실업 수당을 받기 위해 분투하다 그만 죽고 만다는 영국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는 먼 현실이 아니다. 현실 적용 과정에서의 이런 잡음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빈곤 통치의 역사는 노동을 강제하기 위한 역사’였음을 상기시킨다. 오늘날에도 ‘노동할 수 있는 자 대 수급자’라는 서열이 엄연하다. 멀쩡한 사람이면 수급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과거 서로 협력했던 빈민 운동은 ‘전문가 대 수혜자’의 기계적 관계로 대치된다. 따뜻한 연대 대신 치열한 심사를 거친 개별 가족의 생존이 관심거리가 된다. 대학교수로서 10년 동안 ‘빈곤의 인류학’ 수업을 진행해 온 저자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빈곤 퇴치 프로젝트에도 주목한다. 자신들도 결핍으로 위협받는 세대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빈곤 레짐(규범 틀)에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프런티어’로 뛰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봉사와 여행, 취업에 대한 욕구가 모호한 상태로 뒤섞여 있으며 이들에게 재미있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다가온다고 봤다. 빈곤과 반(反)빈곤의 모색이 만드는 모순의 광경들이 한국 사회만의 것일 리는 없다. 책 한가운데엔 저자가 중국에서 마주친 현장 사례들이 놓인다. 중국 선전에서 그는 2010년 연쇄자살 사태가 벌어졌던 전자기기 회사 ‘폭스콘’의 여성 노동자를 만난다. 가혹한 환경에서 나름 자부심을 가졌던 그는 폭스콘을 나온 후 여러 종류의 노동을 하며 분투하지만 소외와 체념도 계속 쌓여간다. 하얼빈에서는 홍수로 시골집을 잃은 뒤 자기만의 집을 갖기 위해 애쓰다 좌절하는 중년 여성을 만난다. 두 사례 모두 저자의 시선은 ‘체념과 소외의 누적’으로 향한다. 기존 논의들을 모으고 마무리할 마지막 장에서 저자의 시선은 오히려 인간을 넘어 지구로 확장된다.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착취가 자연을 ‘가능한 한 저렴하게 일하게’ 하며 인류세(人類世)적 빈곤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 별에 거주하면서 매 순간 접촉하는 것들을 단지 소비할 자원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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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할 수 있는 자와 기초생활수급자…빈곤이 만든 계급 

    대한민국이, 세계가,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고 하지만 세상의 일부는 여전히 가난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기준을 마련한 뒤 자립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면 될 듯하다. 그런가?서울 난곡에서, 중국 둥베이(東北) 지역과 남부 선전시(深圳市)에서 수많은 가난과 마주치며 빈곤에 천착해온 ‘빈곤 과정’(글항아리)의 저자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예상 가능한 답안을 거부한다. 또는 ‘간단히 답하기를 일부러 실패한다.’ 그의 연구 속에서 가난함의 범주는 계속 확장된다. ‘기존의 논의와 불화하며 우리 시대 빈곤에 관한 사유를 확장하는 것’이 저자가 밝히는 의도다.사회가 빈곤을 다루는 관심의 중심에는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다. 이 제도가 오랜 노력의 성과임은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돌아보아야 할 지점들은 존재한다. 빈곤을 가려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난은 ‘증명해야 하는’ 것이 되고 그 대상자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을 누적시킨다. 모친 명의로 당장 쓰러질 듯한 집 한 채가 있다고, 오래전 소식이 끊겼어도 자식이 있다고 수급의 바깥으로 추방된다. 심장병을 앓는 이가 질병 수당과 실업 수당을 받기 위해 분투하다 그만 죽고 만다는 미국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는 먼 현실이 아니다.현실 적용 과정에서의 이런 잡음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빈곤 통치의 역사는 노동을 강제하기 위한 역사’였음을 상기시킨다. 오늘날에도 ‘노동할 수 있는 자 대 수급자’라는 서열이 엄연하다. 멀쩡한 사람이면 수급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과거 서로 협력했던 빈민 운동은 ‘전문가 대 수혜자’의 기계적 관계로 대치된다. 따뜻한 연대 대신 치열한 심사를 거친 개별 가족의 생존이 관심거리가 된다.대학 교수로서 10년 동안 ‘빈곤의 인류학’ 수업을 진행해 온 저자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빈곤 퇴치 프로젝트에도 주목한다. 자신들도 결핍으로 위협받는 세대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빈곤 레짐(규범 틀)에서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프론티어’로 뛰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봉사와 여행, 취업에 대한 욕구가 모호한 상태로 뒤섞여 있으며 이들에게 재미있고 창의적인 활동으로 다가온다고 봤다. 빈곤과 반(反) 빈곤의 모색이 만드는 모순의 광경들이 한국 사회만의 것일 리는 없다. 책 한가운데엔 저자가 중국에서 마주친 현장 사례들이 놓인다. 중국 선전에서 그는 2010년 연쇄 자살사태가 벌어졌던 전자기기 회사 ‘폭스콘’의 여성 노동자를 만난다. 가혹한 환경에서 나름 자부심을 가졌던 그는 폭스콘을 나온 후 여러 종류의 노동을 하며 분투하지만 소외와 체념도 계속 쌓여간다. 하얼빈에서는 홍수로 시골집을 잃은 뒤 자기만의 집을 갖기 위해 애쓰다 좌절하는 중년 여성을 만난다. 두 사례 모두 저자의 시선은 ‘체념과 소외의 누적’으로 향한다.기존 논의들을 모으고 마무리할 마지막 장에서 저자의 시선은 오히려 인간을 넘어 지구로 확장된다.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착취가 자연을 ‘가능한 한 저렴하게 일하게’ 하며 인류세(人類世)적 빈곤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 별에 거주하면서 매 순간 접촉하는 것들을 단지 소비할 자원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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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진 우승때 2~4위… 서울서 잇단 내한공연

    “그날 조성진과 함께 상을 받은 경쟁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2015년 10월 21일,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2, 3, 4위로 우승자 조성진(28)과 나란히 시상대에 섰던 피아니스트들이 잇따라 서울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마련한다. 세 사람 모두 세계무대에서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로 영역을 다지며 그날 영광의 가치를 함께 증명해 왔다. ‘그날’의 2위 수상자인 캐나다의 샤를 리샤르아믈랭(33)은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2등상과 함께 최고의 소나타를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상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2014년 ‘LG와 함께하는 제1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3위와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1부에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을 비롯한 라벨의 피아노 작품을, 2부에서는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집’ 작품 28 전곡을 연주한다. 25일에는 신생 오케스트라인 ‘필하모니 코리아’ 창단연주회에서 지중배 지휘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협연한다. 리샤르아믈랭은 쇼팽 콩쿠르 입상 직후 음반사 아날렉타와 계약을 맺고 10장의 앨범을 발매해 왔다. BBC 음악매거진은 그를 “매력적인 음색과 우아하고 세련된 테크닉을 가졌다”고 평했다. 이번에 연주할 쇼팽 전주곡집은 지난해 6월 음반으로 발매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 3위 수상자인 싱가포르의 케이트 류(28)는 12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1부에서는 쇼팽의 녹턴과 마주르카, 왈츠 8곡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작품 13을 들려준다. 그는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 클리블랜드 교향악단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한편 미국 뉴욕 카네기홀 등에서 독주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12월 6일에는 ‘그날’의 4위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24)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역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2015년 수상 당시 열일곱의 앳된 나이였던 그는 2018년 리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제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더 낯익다. 루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악단들과 협연해 왔으며 올해 5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과 함께 무대를 갖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워너 레이블로 발매한 쇼팽 전주곡집 음반은 BBC 뮤직매거진이 선정하는 ‘올해의 기악 음반’으로 뽑혔다. 이번 무대에서는 1부에서 쇼팽의 녹턴과 왈츠, 모차르트의 소나타 8번을, 2부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20번을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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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그날’ 조성진의 경쟁자들 내한 줄 잇는다

    “그날 조성진과 함께 상을 받은 경쟁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2015년 10월 21일,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2, 3, 4위로 우승자 조성진과 나란히 시상대에 선 피아니스트들이 잇따라 서울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마련한다. 세 사람 모두 세계무대에서 차세대 스타 피아니스트로 영역을 다지며 그날 영광의 가치를 함께 증명해 왔다.‘그날’의 2위 수상자인 캐나다의 샤를 리샤르아믈랭(33)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2등상과 함께 최고의 소나타를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상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2014년 ‘LG와 함께하는 제10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3위와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1부에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을 비롯한 라벨의 피아노 작품을, 2부에서는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집’ 작품 28 전곡을 연주한다. 그는 25일에는 신생 오케스트라인 ‘필하모니 코리아’ 창단연주회에서 지중배 지휘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협연한다. 리샤르아믈랭은 쇼팽 콩쿠르 입상 직후 음반사 아날렉타와 계약을 맺고 10장의 앨범을 발매해왔다. BBC 음악매거진은 그를 “매력적인 음색과 우아하고 세련된 테크닉을 가졌다”고 평했다. 이번에 연주할 쇼팽 전주곡집은 지난해 6월 음반으로 발매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 3위 수상자인 싱가포르의 케이트 리우(28)는 12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1부에서는 쇼팽의 녹턴과 마주르카, 왈츠 8곡을, 2부에서는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작품 13을 연주한다. 그는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 클리블랜드 교향악단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한편 카네기 홀 등에서 독주회를 이어나가고 있다.12월 6일에는 ‘그날’의 4위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에릭 루(24)가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역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2015년 수상 당시 17살의 앳된 나이였던 그는 2018년 리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제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더 낯익다. 에릭 루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고의 악단들과 협연해 왔으며 올해 5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과 함께 무대를 갖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워너 레이블로 발매한 쇼팽 전주곡집 음반은 BBC 뮤직매거진 선정 ‘올해의 기악 음반’으로 뽑혔다. 이번 무대에서는 1부에서 쇼팽의 녹턴과 왈츠, 모차르트의 소나타 8번을, 2부에서 슈베르트의 소나타 20번을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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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이혁, 佛롱티보콩쿠르 공동 1위

    피아니스트 이혁(22·사진)이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한 2022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일본의 가메이 마사야와 공동 1위를 수상했다. 한국의 노희성은 5위에 올랐다. 이혁은 이날 결선 경연에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해 영예를 안았다. 이혁은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거쳐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국제 체스 대회에 출전하는 ‘체스선수 겸 피아니스트’로도 알려졌다.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12월 열린 프랑스 아니마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롱티보 국제 콩쿠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 콩쿠르로 피아니스트 마르그리트 롱과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1943년 창설했다. 2011년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을 대상으로 3년마다 같은 부문을 개최한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파울 바두라스코다,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스타니슬라프 부닌 등의 명연주가를 배출해 왔다. 한국인으로는 2001년 임동혁이 피아노 부문 1위, 2008년 신지아가 바이올린 부문 1위, 2011년 베이스 심기환이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피아니스트 안종도는 2012년 1위 없는 2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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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초입에…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4色 사랑에 빠져보세요

    “‘겨울 나그네’는 좌절된 사랑 노래의 지루한 연속이 되기 쉬운 작품을 불멸의 예술로 만드는 초월적 특성이 있다. 소박하지만 마음을 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을 건드린다.”(이언 보스트리지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들어가는 말) 겨울의 초입,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가 잇따라 마련된다. 12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에서는 음악극과 1인극으로 각각 꾸민 ‘겨울 나그네’가 같은 시간 무대에 오른다. 현역 독일 가곡 최고의 해석가로 꼽히는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는 12월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은 17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바리톤 이응광은 12월 2일 IBK챔버홀에서 ‘겨울 나그네’를 모놀로그(1인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활동해온 작곡가 다움의 편곡이 가미된다. 다움은 “곡 사이의 흐름을 피아노로 풀어내고 박자나 화음에서 약간의 재치를 가미했다. 끝 곡 ‘거리의 악사’ 동기를 곳곳에 배치해 전곡에 통일감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이소영이 반주를 맡는다. 같은 시간, 같은 로비를 사용하는 콘서트홀에서는 여러 인물이 출연하는 뮤직 드라마(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 나그네’가 공연된다. 베이스 손혜수가 나이 든 목수 요나스로, 바리톤 양준모가 젊은 목수 레오로 출연한다. 실내악 앙상블 트라이베카와 피아니스트 김주리, 기타리스트 김진택이 반주를 맡는다. 줄거리엔 원곡에 없는 상상이 가미된다. 목수 요나스는 과거를 회상한다. 젊은 날 뛰어난 목수가 되기 위해 방랑하던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으나 그 사랑은 물거품이 됐다. 나이가 든 그는 딸 막달레나를 사랑하는 목수 레오에게서 젊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 레오는 꿈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막달레나 역은 배우 이산하가, 그의 어머니 역은 피아니스트 안인모가 맡았다. 다음 날인 3일 오전 11시 반 롯데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하는 테너 보스트리지는 2004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겨울 나그네 음반을 내놓았다. 두 음반 모두 이 시대 겨울 나그네의 대표급 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토머스 아데스와 함께한 2019년 음반은 다음 해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을 받았고, 그가 쓴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2016년)도 이 곡의 예술적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두루 조명한 명저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가 함께한다. 오페라와 예술가곡 양쪽에서 지적인 표현과 매력적인 음성을 인정받아 온 바리톤 햄프슨은 12월 17일 피아니스트 윤홍천 반주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그도 2011년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슈의 피아노 반주로 내놓은 ‘겨울 나그네’ 음반이 애호가들의 명음반 목록에 올라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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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네가지色 ‘겨울나그네’가 온다… 연극·콘서트 등 ‘매력 경쟁’

    “‘겨울 나그네’는 좌절된 사랑 노래의 지루한 연속이 되기 쉬운 작품을 불멸의 예술로 만드는 초월적 특성이 있다. 소박하지만 마음을 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을 건드린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들어가는 말)겨울의 초입,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 특별한 무대가 잇따라 마련된다. 12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에서는 연극으로 꾸민 ‘겨울 나그네’가 같은 시간에 무대에 오른다. 현역 독일가곡 최고의 해석가로 꼽히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은 각각 12월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7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바리톤 이응광은 1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겨울 나그네’를 모놀로그(1인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지난해 5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모놀로그로 풀어낸 데 이은 두 번째 작업이다.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활동해온 작곡가 다움의 편곡이 가미된다. 다움은 “곡 사이의 흐름을 피아노로 풀어내고 박자나 화음에서 약간의 재치를 가미했다. 끝곡 ‘거리의 악사’ 동기를 곳곳에 배치해 전곡에 통일감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이소영이 반주를 맡는다.같은 2일 저녁, 같은 로비를 사용하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여러 인물이 출연하는 뮤직 드라마(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 나그네’가 공연된다. 베이스 손혜수가 나이든 목수 요나스로, 바리톤 양준모가 젊은 목수 레오로 출연한다. 원곡 24곡 중 ‘보리수’를 비롯한 11곡을 골랐고 실내악 앙상블 트라이베카와 피아니스트 김주리, 기타리스트 김진택이 반주를 맡는다.줄거리엔 원곡에 없는 상상이 가미된다. 목수 요나스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젊은 날 뛰어난 목수가 되기 위해 방랑하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으나 그 사랑은 물거품이 되었다. 나이가 든 그는 자신의 딸 막달레나를 사랑하는 목수 레오에게서 젊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 레오는 꿈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막달레나 역에는 배우 이산하가, 그의 어머니 역에는 피아니스트 안인모가 출연한다.다음 날인 3일 오전 11시반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하는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는 2004년, 2019년 두 차례 내놓은 이 곡 음반이 모두 이 시대 겨울 나그네의 대표급 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토마스 아데스와 함께 한 2019년 음반은 다음해 국제 클래식음악상(ICMA)를 받았으며, 그가 쓴 책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도 이 곡의 예술적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두루 조명한 명저로 인정받고 있다. 보스트리지와 경력 전반을 함께한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가 함께 한다.오페라와 예술가곡 양쪽에서 지적인 표현과 매력적인 음성을 인정받아온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은 12월 17일 피아니스트 윤홍천 반주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겨울 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그도 2011년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쉬의 피아노 반주로 내놓은 ‘겨울 나그네’ 음반이 애호가들의 꾸준한 애호 음반 목록에 올라 있다.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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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서울시향의 강렬한 에너지, 아직도 생생”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를 지휘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찬사를 받은 독일 지휘자 마르크 알브레히트(사진)가 4년 만에 서울시향의 지휘대에 돌아온다. 17, 18일 서울시향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의 베토벤 황제’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기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메인 프로그램을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으로 장식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초기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력 지휘자로 일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을 바꾼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불과 25세였고, 한순간에 말러를 연주하는 방법을 이해했습니다. 음악에서 휴머니즘과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아바도로부터 배웠죠.” ―부친인 게오르게 알렉산더 알브레히트도 유명한 지휘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제 첫 선생이셨고, 11세 때부터 하노버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아버지의 콘서트나 오페라를 거의 다 봤습니다.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와 브루크너 같은 대가의 작품을 아버지와 함께 ‘포핸즈(네 손 연주)’로 연주했죠. 제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는 사촌이죠? “아버지끼리 형제여서 친사촌입니다. 자랄 때 폰데어라이엔은 피아노를 정말 멋지게 연주했어요. 우리 친척들에게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건 늘 중요했어요.” ―2018년 서울시향 콘서트를 지휘할 당시 서울시향에서 어떤 면모를 느끼셨는지요. “서울시향은 무대에서 펼쳐내는 에너지가 참 멋졌습니다. 리허설에서도 없던, 아름다운 사운드와 훌륭한 디테일이 뿜어져 나왔죠.”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말러, 쇤베르크 등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또는 20세기 초의 음악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그 시대에 매료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시대는 20세기가 시작되고, 후기 낭만주의가 모더니즘으로 대체되는 예술적 전환의 시대였죠. 수많은 천재 작곡가들의 ‘독창성 실험실’이었던 ‘빈’이라는 도시도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그 시대의 편성이 큰 관현악 작품을 지휘할 때도 ‘실내악적 음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음향에서 최고의 투명함과 깊이를 끌어내려는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악보에 있는 모든 세부사항과 음향의 층을 듣고자 하는 겁니다. 100명의 음악가가 다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죠. 멋진 일 아닙니까?”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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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으로 돌아온 지휘자 알브레히트 “큰 관현악곡도 실내악처럼 울려야”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를 지휘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찬사를 받은 독일 지휘자 마르크 알브레히트가 4년 만에 서울시향의 지휘대에 돌아온다. 17, 18일 서울시향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의 베토벤 황제’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기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메인 프로그램을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4중주 1번으로 장식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초기에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력 지휘자로 일했습니다.“한마디로 인생을 바꾸는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불과 25살이었고, 한순간에 갑자기 말러를 연주하는 방법을 이해했습니다. 음악에서 휴머니즘과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아바도로부터 배웠죠.”―부친인 게오르게 알렉산더 알브레히트도 유명한 지휘자였습니다. 지휘자로서 부친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까?“아버지는 저의 첫 선생이셨고, 저는 11살 때부터 하노버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아버지의 콘서트나 오페라를 거의 놓치지 않고 보았습니다.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와 브루크너 가타은 대가들의 작품을 아버지와 함께 포핸즈로 연주하곤 했죠. 이런 일들은 제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과 사촌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분과 관련된 추억을 소개해 주신다면….“아버지끼리 형제이셔서 친사촌 간입니다. 자랄 때 우르줄라는 피아노를 정말 멋지게 연주했어요. 우리 친척들에게 있어서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것은 항상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요즘엔 서로 바쁘다 보니 만날 기회가 적어져서 아쉽네요.”―2018년 서울시향 콘서트를 지휘할 당시 서울시향에게서 어떤 면모를 느끼셨는지요?“서울시향이 연주 중 무대 위에 펼쳐내는 에너지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리허설에서도 없던, 아름다운 사운드와 훌륭한 디테일이 실제 무대 위에 뿜어져 나왔죠. 멋졌습니다.”―음악사를 관통하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말러, 쇤베르크, 쳄린스키 등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또는 20세기 초의 음악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내가 그 시대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곡가들의 시대는 20세기가 시작되는 시기였고, 후기 낭만주의가 현대로 바뀌는 예술적 전환의 시대였죠. ‘빈’이라는 도시도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이 도시는 수많은 천재 작곡가들의 ‘독창성 실험실’이었습니다.”―그 시대의 편성이 큰 관현악 작품을 지휘할 때도 ‘실내악적 음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 시대 음악은 풍부한 대위법을 사용하며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케스트라 음향에서 최고의 투명함과 깊이를 끌어내려는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악보에 들어있는 모든 세부사항과 모든 음향의 층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치 100명의 음악가가 다 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죠. 멋진 일 아닙니까?” 한편 서울시향은 2023년 시즌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10일 공개했다. 2022년 공식 임기가 끝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은 임기 중 시작했던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3월까지 이어 나간다. 2024년 새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얍 판 츠베덴은 7월부터 네 차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이외 러시아의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독일의 만프레트 호네크 등이 객원지휘자로 지휘대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리사 바티아슈빌리, 엘리나 베헬레, 조슈아 벨, 김봄소리, 첼리스트 지안 왕과 최하영, 피아니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 선우예권, 박재홍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전체 패키지는 12월 1일, 개별 티켓은 9일 판매를 시작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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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소폰 소리로 듣는 라흐마니노프의 멜로디

    “라흐마니노프는 제게 음악가라는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키워줬어요. 언젠가는 그의 음악만을 담은 음반을 내겠노라 다짐했었죠.”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34)가 음반 역사상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 곡만을 담은 색소폰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내놓았다. 24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도 연다. 음반에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편곡판과 ‘보칼리제’,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을 편곡한 ‘기도’ 등을 실었다. 음반과 공연 모두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함께 한다. 브랜드 최는 8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음반과 공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처음엔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인식이 우리나라에 없어 힘들었어요. 그럴 때는 작곡가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작품들이 제게 영감을 줬습니다.” 브랜든 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색소폰을 시작했다. 미국 신시내티 음대 대학원에서 최연소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리옹 국립고등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귀국해 올해 여수국제음악제에서 글라주노프의 색소폰 협주곡을 국내 초연하는 등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려왔다. 색소폰은 1840년대에 벨기에 목관악기 연주가 겸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가 발명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등 다양한 음높이의 색소폰이 있다. “목관악기지만 악기 몸체도 금속으로 돼 있고, 목관의 부드러움뿐 아니라 금관의 웅장함이나 현악기의 유연함까지 갖추고 있죠.” 그는 “클래식 색소폰은 대중음악의 색소폰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우스피스(입에 대고 부는 부분)와 리드(갈대로 만든 떨림판)가 아예 달라요. 클래식 색소폰은 아랫입술을 말아 클라리넷 비슷한 따뜻한 소리를 내고, 재즈나 팝에서 쓰는 색소폰은 입술을 풀어서 거친 느낌의 텍스처를 표현합니다.” 24일 연주회에선 2부에 이번 앨범의 메인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1부에선 무소륵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을 색소폰과 피아노 듀오로 연주한다. 내년에 집중할 ‘전람회의 그림’ 프로젝트를 미리 공개하는 셈이다. 브랜든 최는 현재 한양대와 동덕여대 겸임교수로 후배 색소포니스트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시내티 음대에 유학 갔을 때 많은 전공자들이 색소폰을 클래식 악기로 인식하는 걸 보고 놀람과 동시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는 게 꿈이고, 언젠가 그렇게 될 걸로 믿고 있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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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소폰으로 듣는 첼로 소나타-피아노협주곡…매력 넘칠거예요”

    “라흐마니노프는 제게 음악가라는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키워 주었어요. 그 꿈을 이룬 후 언젠가는 그의 음악만을 담은 음반을 내겠노라 다짐했었죠.”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34)가 음반 역사상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 곡만을 담은 색소폰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내놓았다. 24일 저녁 7시 반에는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도 연다. 음반에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편곡판과 ‘보칼리제’,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을 편곡한 ‘기도’등을 실었다. 음반과 공연 모두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함께 한다. 그가 8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음반과 공연에 대해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처음엔 색소폰이 클래식 악기라는 인식이 우리나라에 없어 힘들었어요. 그럴 때 작곡가로 성공하고 싶었지만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작품들이 제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간의 내면과 슬픔을 가장 잘 해석한 게 라흐마니노프의 곡들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든 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색소폰을 시작했다. 미국 신시내티 음대 대학원에서 최연소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리용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귀국해 올해 여수국제음악제에서 글라주노프의 색소폰 협주곡을 국내 초연하는 등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려왔다. 색소폰은 1840년대에 벨기에 목관악기 연주가 겸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가 발명했다. 그가 만든 여러 악기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여할 정도로 이 악기의 표현력과 가능성에 자신을 보였다. 소프라노 앨토 테너 바리톤 등 다양한 음높이의 색소폰이 있다. “목관악기지만 악기 몸체도 금속으로 되어 있고 목관의 부드러움 뿐 아니라 금관의 웅장함, 현악기의 유연함까지 갖추고 있죠.” 이번 앨범에도 첼로 소나타는 바리톤 색소폰, 보칼리제는 알토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등 여러 음높이의 악기를 사용했다. 혀로 리드를 치는 ‘슬랩 텅깅’기법으로 첼로의 피치카토를 대신하는 등 색소폰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오늘날 대중음악에서 더 친근하게 볼 수 있지만 클래식과 대중음악에서의 색소폰은 약간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우스피스(입에 대고 부는 부분)와 리드(갈대로 만든 떨림판)가 아예 달라요. 클래식 색소폰은 아랫입술을 말아 클라리넷 비슷한 따뜻한 소리를 내고, 재즈나 팝에서 쓰는 색소폰은 입술을 풀어서 거친 느낌의 텍스처를 표현합니다.” 24일 연주회에서는 2부에 이번 앨범의 메인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고 1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을 색소폰과 피아노 듀오로 연주한다. 내년에 집중할 ‘전람회의 그림’ 프로젝트를 미리 공개하는 셈이다. 라벨이 관현악용으로 편곡할 만큼 다양한 회화적 느낌과 리듬,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브랜든 최는 한양대와 동덕여대 겸임교수로 후배 색소포니스트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시내티 음대에 처음 유학갔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악기로 분명히 색소폰을 인식하고 수많은 전공자들이 있는 걸 보고 놀라는 한편 자신감을 얻었어요.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는 게 제 꿈이고, 분명히 그렇게 될 걸로 믿고 있습니다.” 반주자 라시콥스키와 이번 앨범의 녹음을 맡은 녹음 엔지니어 황병준에게 그는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6월에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했는데 통영까지 라시콥스키와 함께 이동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홀의 음향이 색소폰과 너무 잘 어울렸는데, 녹음이 그 멋진 음향을 잘 잡아 주었어요.” 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 팬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고 건강을 되찾았어요.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걱정 감사하고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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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세계 음악수도 영광 간직한 ‘빈 호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959년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2년 뒤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알려졌다. 이 영화 주제가인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안녕이에요(Say No More, It‘s Goodbye)’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에서 멜로디를 따왔다. 기자가 어릴 때도 이 영화는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그렇지만 ‘브람스 3번’과 그 선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시대를 뛰어넘는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가 제작된 걸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적막한 선율은 교향곡 3번 3악장의 서두에 첼로로 나왔다가 중간부가 지난 뒤 호른 솔로로 다시 한번 상기된다. 늦은 가을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는 것처럼 고적하다.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연주회에서 이 곡을 듣는 사람은 평소 (대부분의) 음반에서 듣는 것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악단 호른 주자들이 사용하는 호른은 다른 대부분 악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몇몇 대표 악단들은 ‘빈 호른’을 쓴다. 빈 호른은 표준 호른과 몇몇 점에서 다르다. 표준 호른은 종 모양의 나팔(벨)이 악기 본체와 하나로 연결돼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나지만 빈 호른은 벨 부분에 별도의 판이 붙어 있어 두드리면 ‘턱턱’ 소리가 난다. 연주자가 입에 대고 부는 마우스피스는 18세기 이전의 호른과 비슷해서 표준 호른보다 덜 오목하게 들어간다. 음높이를 바꾸는 밸브도 통상의 호른에서 쓰는 로터리 밸브(키를 누르면 부품이 회전해 새 통로로 관을 연결하는 장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달라서 키를 누르면 부품이 수직으로 움직이면서 관을 연결하는 ‘펌프 밸브’를 쓴다. 보통의 ‘더블 호른’이 관의 길이가 다른 두 악기를 한 몸체에 결합한 하이브리드 악기인 데 반해 빈 호른은 F조 관 하나만 지닌 싱글 호른이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빈 호른은 표준 호른에 비해 밝고 몽상적이며 붕 뜬 듯한 소리가 난다고 평가된다. 빈 신년음악회에서 매년 앙코르 첫 곡으로 연주되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는 바이올린의 트레몰로에 이어지는 호른 연주로 멜로디가 시작된다. 이 부분을 표준 호른의 연주로 들으면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기 마련이다. 호른은 전체 오케스트라 음색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악기와 잘 섞이는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고 음량이 큰 편인 데다 2관 편성(목관악기가 종류마다 두 대씩 출연하는 합주 크기) 기준 네 대 이상이 출연해 두꺼운 화음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확성 장치를 사용한 불완전한 음향 속에서도 빈 호른이 느껴지는 뚜렷한 빈 필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빈 음악가들의 독특한 고집은 빈 호른뿐만이 아니다. 빈 필은 목관악기인 오보에도 독특한 구조의 ‘빈 오보에’를 쓴다. 세계 피아노의 표준이 스타인웨이로 통일되다시피 한 오늘날에도 빈 음악 팬들은 빈 고유 상표인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음색에 변함없는 사랑을 보낸다. 이런 독특함은 오랜 시간 ‘세계 음악수도’로 꼽혔던 빈의 자존심에서 비롯된다. 18세기 말 하이든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말러에 이르는 수많은 별들이 빈으로 모여들어 활동했다. 남들이 표준이라고 불러도 빈 음악가와 음악 팬들은 ‘빈의 표준’이 아니라면 인정할 수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오스트리아 제국은 붕괴했고 빈은 제국의 10분의 1 규모인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수도가 되었지만 빈 예술의 자존심은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다른 나라의 연주가와 악단들이 찾아올 때는 연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스토리를 싣고 와서 풀어놓고 간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꿈꾸는 듯한 호른 소리에서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중부 유럽 일대를 호령했던 옛 영화(榮華)의 꿈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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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클래식 이끌 17명의 샛별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게 돼 기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제62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한 조예원 씨(19·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소감을 밝혔다. 조 씨는 부문별 격년제로 개최되는 이 콩쿠르에 “2년 전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연주가로서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올해 동아음악콩쿠르는 포스코홀딩스 협찬, 서울교육대 후원으로 열렸다. 올해 콩쿠르에서는 각 부문 1위 입상자 6명을 비롯해 17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9월 26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1, 2차 예선을 거친 7개 부문 29명이 이달 26∼28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본선에서 치열하게 기량을 겨뤘다. 시상식에서는 첼로 1위를 수상한 조 씨가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 버나드 그린하우스와 그 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그린하우스재단의 그린하우스재단상을 받았다. 바이올린 부문 1위 최주하 씨(20·서울대 2학년)는 바이올리니스트 고 우금 양해엽을 기리는 우금상을 받았다. 베이스트롬본 연주자가 트롬본 부문 1위를 수상할 경우 수여하는 빅트롬본상과 호른 부문 1위에게 수여되는 이석준호른상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11월 1일부터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와 심사평을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연주 동영상은 11월 중 유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바이올린 △1위 최주하 △2위 윤해원(17·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비올라 △1위 태랑(20·서울대 2학년) △2위 박하문(24·한예종 졸업) △3위 신상민(22·서울대 3학년) ▽첼로 △1위 조예원 △2위 차단비(22·한예종 졸업) ▽콘트라베이스 △1위 유은서(21·서울대 3학년) △2위 문준호(22·서울대 4학년) ▽호른 △2위 강민성(19·연세대 2학년) △3위 김찬희(19·한예종 1학년) ▽트롬본 △1위 박지수(17·한예종 1학년) △2위 이승득(22·한예종 3학년) △3위 김흥진(22·한예종 3학년) ▽트럼펫 △1위 김준영(19·한예종 1학년) △2위 박세현(19·한양대 1학년) △3위 이희상(22·한예종 3학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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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람스 곡처럼… ‘정직한’ 화성-선율 연주하고 싶어”

    “센세이셔널하다! 기교와 지적인 해석 모두 뛰어나 단 하나의 결점도 느낄 수 없다.” 지난해 9월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은 당시 스물한 살이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스웨덴 BIS 레이블로 낸 세 번째 독집 음반 ‘세기의 여정(Journey Through a Century)’을 극찬했다. 해당 앨범을 ‘이달의 음반’으로도 선정했다. 이달 오스모 벤스케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BIS에서 내놓은 윤이상 앨범(지난해 8월 서울 연주 실황)에서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한 박수예가 국내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이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다음 달 4일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협연한다. 가을빛이 짙은 24일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벌써 다섯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어요. “스승인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음대의 울프 발린 교수님이 저를 BIS에 적극 소개해 주셨어요. 16세 때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음반이, 다음 해 소품들을 실은 ‘사랑의 인사’가 나왔죠. ‘세기의 여정’이 세 번째, 윤이상 음반은 독집은 아니지만 네 번째죠.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 작품집의 녹음을 마쳤고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리사이틀 연주곡은 어떻게 정했나요. “그리그의 소나타 3번과 브람스의 소나타 3번, 라벨의 소나타 2번, 시마노프스키와 비에니아프스키의 곡도 있어요. 평소 사랑해온 낭만주의 작품 위주로 골랐습니다. 독일에서도 자주 연주해온 작품들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해온 작곡가는 브람스예요. 특유의 ‘정직한’ 화성과 선율을 사랑합니다.” ―‘세기의 여정’ 음반에선 해설을 직접 썼습니다. 문헌을 많이 읽고 연구하는 편인가요. “연주하는 곡에 대해서는 작곡가의 창작 배경을 자세하게 알아두려 노력합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크게 달라지거든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활동에도 관심 있나요. “음악을 한다는 그 자체로 행복하기에 어떤 활동을 주로 하겠다는 식의 카테고리는 정해두지 않으려 해요. 앞으로 벤스케 지휘자와 협연해 내놓을 음반에 대해 BIS와 상의 중입니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제 연주를 듣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녹음을 제안한 바 있는데, 팬데믹 여파로 연기됐지만 다시 논의할 것 같아요.” ―라시콥스키와는 첫 협연이죠. “함께 연주한 분마다 정말 잘 이끌어 주신다고 들었어요. 이분과 함께하게 된다는 말에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어요. 기대가 큽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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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예, 국내 단독 리사이틀…“가장 사랑하는 낭만곡 들려드립니다”

    “센세이셔널하다! 기교와 지적인 해석 모두 뛰어나 단 하나의 결점도 느낄 수 없다.” 지난해 9월,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머폰은 당시 21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스웨덴 BIS 레이블로 낸 세 번째 독집 음반 ‘세기의 여정(Journey through a century)’을 이렇게 평하며 이 앨범을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했다. 이달 오스모 벤스케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BIS에서 내놓은 윤이상 앨범(지난해 8월 서울 연주 실황)에서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한 박수예가 국내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2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 이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와 협연한다. 가을빛이 짙은 24일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음반사 BIS에서 벌써 다섯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스승이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울프 발린 교수님이 저를 BIS에 적극적으로 소개해 주셨어요. 16세 때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음반이, 다음 해에 소품들을 실은 ‘사랑의 인사’가 나왔고 ‘세기의 여정’이 세 번째, 윤이상 음반이 독집은 아니지만 네 번째죠.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집도 녹음을 마쳤고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세 번째 음반이 올해 그라머폰상 수상도 점쳐졌지만 이달 발표 결과 기악부문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는데.“이달의 음반에 오른 것만으로도 깜짝 놀랐고, 그라머폰상 최종 후보가 된 것도 믿기지 않았어요. 다른 후보 앨범들이 너무나 대단했거든요.”―이번 리사이틀의 연주곡은 어떻게 정했나요.“그리그의 소나타 3번과 브람스의 소나타 3번, 라벨의 소나타 2번, 시마노프스키와 비에니아프스키의 곡들도 있어요. 평소 사랑해온 낭만주의 작품 위주로 골랐고 독일에서도 자주 연주해온 작품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해온 작곡가는 브람스에요. 특유의 ‘정직한’ 화성과 선율들을 사랑합니다.”―앨범들을 들어보면 다른 국내 연주가들과는 약간 다른 억양이랄까, 느낌이 전해집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9살)때 독일로 건너갔다는 데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요.“다른 사람의 연주에 영향 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악보에만 몰입하는 편입니다. 발린 교수님의 권고이기도 하죠. 어릴 때 한국에 마스터클래스를 하러 오신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저를 독일로 이끌어 주셨어요.”―발린 교수님이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요.“음악가로서 몇 십 년을 살 것이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자기 단계에 필요한 것들을 하라고 강조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악보 읽는 것도 혼자 하고 핑거링(손가락 짚기), 활을 아래위로 긋는 순서 등도 혼자 알아서 정해보라고 하셨죠. 그렇게 자신의 관점으로 준비하는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요즘 한국에서 육성된 연주가들도 여러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데, 독일에서 성장한 데 만족하나요.“베를린은 엄청난 오케스트라들을 비롯해 훌륭한 공연들을 볼 수 있고 미술관도 너무나 많아서 여러 가지 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이죠.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즐기고 있습니다.”―‘세기의 여정’ 음반에서는 해설을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문헌을 많이 읽고 연구하는 편인가요.“연주하는 곡들에 대해서는 작곡가의 창작 배경을 자세하게 알아두려 노력합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크게 달라지게 되죠.”―앞으로의 계획을 밝혀본다면.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활동에도 관심이 있나요.“음악을 한다는 자체로 행복하기에 어떤 활동을 주로 하겠다는 식의 카테고리는 지금 정해두지 않으려 합니다. 음반 얘기를 하면 앞으로 오스모 벤스케 지휘자와 협연해 내놓을 음반에 대해 BIS와 상의 중입니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제 연주를 듣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레코딩을 제안한 바 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되었지만 이것도 다시 논의될 것 같아요.”―피아니스트 라쉬콥스키와는 이번 리사이틀이 첫 협연이죠.“함께 연주하신 분마다 엄청나게 정말 잘 이끌어주신다고 얘기해주셔서, 이 분과 함께 하게 된다는 말에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대가 큽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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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외없이 실력 탁월… 각자 개성 강한 연주 인상적”

    “결선에 오른 여섯 연주자의 실력이 출중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어요. 예외 없이 연주 수준이 탁월해서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으로 13일간의 열전을 참가자들과 함께한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가 25일 말했다. 그는 “결선 경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공간이 커서 연주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 6명의 결선 연주자들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과 연주를 컨트롤하는 능숙함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여섯 명 모두 바로 세계무대에 나가도 위축됨 없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김현미 교수와 백주영 서울대 교수, 김현아 연세대 교수(이상 운영위원 겸임), 슈무엘 아슈케나시 전 베르메르 4중주단 리더, 드미트리 베를린스키 미시간주립대 교수, 데이비드 볼린 오벌린음악원 현악과장, 아니 카바피안 예일대 교수, 니컬러스 키친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루돌프 코엘만 취리히 국립음대 종신교수, 민초 민체프 독일 에센폴크방 국립음대 교수, 세계적 솔리스트 다케자와 교코 등 11명이 참여했다. 김현아 교수는 “결선에서 각자의 개성이 강력하게 두드러지는 연주를 펼쳐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1997년 처음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이 콩쿠르의 제2회 대회에서 루마니아의 리비우 프루나루(스위스 메뉴인 음악아카데미 음악감독)와 공동 우승을 차지한 백주영 교수는 “해가 갈수록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기회여서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민체프 교수는 “1차 예선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특별한 재능을 가진 6명을 수상자로 뽑은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6명 모두 결선에서 바이올린을 ‘쥐어짜듯이’ 강력한 연주를 펼쳤다. 곧바로 유럽 대형 악단과 협연해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연주자들이다. 등위에 상관없이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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