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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선출될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빠질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해 온 왕 서기가 실제로 탈락할 경우 시 주석의 권력 집중 및 장기 집권 계획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임되는 7명의 명단이 최근 폐막한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새 상무위원에는 왕양(汪洋) 부총리,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上海)시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꼽혔다는 것이다. 신문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당 원로들이 참석해 8월 중순까지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이 결정된 인사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왕 서기는 69세이지만 상무위원의 나이 제한 불문율인 ‘7상 8하(七上八下·당 대회가 열리는 해에 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퇴임)’에 걸리지 않고 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리커창을 제치고 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당 대회를 불과 2, 3개월 앞두고 왕 서기 탈락설이 나온 것은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 명단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당 대회에서 19기 상무위원 7명이 걸어 나와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때까지 ‘막후 권력 투쟁’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국 전문가는 “왕 서기 탈락설이 나온 것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에 버금가는 ‘시 황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왕 서기가 유임된다면 시 주석이 ‘7상 8하’ 원칙의 예외를 만들어 2022년 이후 자신도 퇴임하지 않고 장기 집권할 계획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왕 서기가 퇴임하면 시 주석도 차차기에는 물러나고 후계자에게 최고 권력을 물려주게 된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전 상하이 총영사)는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며 “왕 서기가 유임되지 않으면 장쩌민 주석 이후 유지돼 온 10년 단위 권력 교체의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도된 7명의 상무위원 구성대로라면 시 주석의 독주 체제가 제동을 받았고, 후 주석 계열 공청단파도 권력 균형을 이루려고 하고 있으며, 장 전 주석 계열도 한정 서기를 유임시켜 명맥을 유지한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한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이 약화되면 밀어붙이기식 강공 외교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정책도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왕 서기 탈락설의 배경에는 비리에 연루돼 미국으로 도피한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왕 서기와 그의 부인이 자신과 관계있다고 잇따라 폭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에 대한 비리 폭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패 공직자 저승사자’인 중앙기율위 서기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대인 후춘화 서기와 천민얼 서기가 이름을 올릴 경우 이들은 2022년 이후에도 상무위원에 남을 수 있어 ‘포스트 시진핑’은 천 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후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가 유력 후보였으나, 지난달 쑨 전 서기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낙마해 후계 구도에 대변화가 일어났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재직(2002∼2007년) 당시 언론에 기고한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이나 썼을 만큼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貴州) 서기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갈 수 있는 요직인 충칭시 서기로 전격 발탁돼 상무위원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천 서기가 상무위원에 진입할 경우 10년 전 17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과 리 총리가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원에 오른 상황이 재연된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저지하겠다. 미국이 급하게 철수하면 공백 상태가 생겨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를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1일 발표)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아프간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는 교두보로 삼으려는 것이다.”(중국 관영 환추시보 23일 기사)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막기 위해 지상군을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자국 견제용이라고 비난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인 샤커다오(俠客島)도 같은 날 “아프간은 실크로드의 중심에 있는 전략적 요충 국가”라며 “중국 러시아 인도는 아프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미국은 ‘역외 국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미국이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는 것은 ‘제국의 무덤’에 다시 빠지는 것이자 아프간 주변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2001년 9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간에 파병해 16년간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미국과 중-러는 아프간에서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 중국이 탈레반 대표단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해 내전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테러 반대’라는 명분에서는 미국과 중-러가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계획을 뒤집고 갑작스럽게 추가 파병을 결정하자 중-러가 미국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을 콕 집어 탈레반에 배후 기지를 제공해 왔다고 압박하자 중국은 우방인 파키스탄 편을 들고 나섰다. 미국-인도 대 중국-파키스탄의 상호견제 전선도 강화될 조짐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미국 주장과 관련한 질의에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테러 척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과 큰 희생을 감내해 왔다”고 파키스탄 편을 들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국이 앞으로 탈레반 대응을 위해 파키스탄을 더욱 압박하면 파키스탄은 더욱 중국과 밀착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테러’를 명분으로 시작된 미군의 아프간 파병과 추가 파병을 중국과 러시아가 지역 패권 다툼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대립과 유사하다. 북한 핵 저지를 명분으로 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러시아가 이를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유럽 일본이 뭉쳐 중-러에 맞서는 이른바 ‘신냉전 벨트’는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까지 폭넓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이 2014년부터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 설치를 확대하자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대항했다. 러시아가 중국 편을 들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공화국을 합병한 뒤 미국과 서유럽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하자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품앗이 지지’에 가깝다. 2011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지하며 대립할 때 중국은 한동안 ‘내정 불간섭’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점차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러시아와의 글로벌 협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소 간 냉전 벨트는 이념과 체제를 따라 나타났지만 신냉전 벨트는 특정 기준이 없이 국익을 위해 나타나고 있는 점이 차이다.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으로 미-러가 손잡고 중국을 제어하는 ‘연아제중(聯俄制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 100여 일 만에 신냉전 벨트가 확대되는 형국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 당국의 요구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문을 삭제했던 영국 유명 학술잡지가 중국 사이트에 논문을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중국 시장’이라는 압력을 이겨내고 ‘학문의 자유’를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BBC 중문방송 등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출판부(CUP)가 발행하는 세계적 학술지 ‘차이나 쿼터리(The China Quarterly)’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요구로 사이트에서 삭제한 논문 300여 편을 사흘 만인 21일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삭제된 글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티베트, 위구르, 문화대혁명, 대만, 홍콩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담은 것들이다. 팀 프링글 편집인은 “담당자들과 회의를 거쳐 해당 논문을 다시 게재키로 했다”며 “앞으로 논문 심사에서는 주제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며 학문의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논문들을 삭제하면서 “다른 학문 및 교육 자료가 중국에서 계속 접근이 가능하도록 삭제 요청에 응했다”며 중국 사이트 전체가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을 내비쳤다. 앞서 논문들이 삭제되자 1960년부터 발행된 차이나 쿼터리는 물론 1534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인 CUP, 나아가 800년 역사의 케임브리지대에 ‘학문의 자유가 중국 시장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베이징대에 재직하는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 등이 청원운동을 벌여 중국 내외에서 300여 명이 서명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자 CUP 측은 방향을 바꿨다. CUP 측은 중국 측이 제시한 ‘블랙리스트’에 따라 논문을 폐쇄했는데 선정 기준이 매우 불합리하고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대표적 소설가로 문화부장(장관)까지 지낸 왕멍(王蒙)을 다룬 논문이 삭제된 반면, 최근 사망한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저서 ‘아무런 적도, 아무런 증오도 없다’를 다룬 논문은 삭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왕조가 바뀌면 나라 이름을 바꾸고 수도도 바꾸려고 한다. 지금도 최고 권력자가 되면 자신의 치적을 눈에 보이는 곳에 남기려고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런 점에서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낙서꾼’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중국 전역에 자신의 글을 남겼다. 새로 개통하는 다리나 건물에 자신의 글씨로 제자(題字)를 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유명 관광지에 붉은 글씨로 글을 남기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공 호수에서 배를 타고 협곡 사이를 1시간가량 오가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룽칭사(龍慶峽)에서 배를 타고 올라 가다보면 호수 오른쪽 절벽 위에 새겨 놓은 ‘龍慶峽’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江澤民’이 작게 새겨져 있다. 중국이 다음달 21일부터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구간에서 평균 시속 350km로 세계 최고의 고속철도를 운행한다고 중국철도총공사가 20일 발표하면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객차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중국이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1주일 앞두고 베이징-톈진(天津) 구간에서 처음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할 때 객차의 이름은 ‘허셰(和諧·조화)호’였다. ‘허셰’는 ‘과학발전관’과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대의 통치 이념인 ‘조화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허셰호’는 ‘후진타오 고속철도’가 아닌 보통 열차와 대비한 일반 명사처럼 사용됐다.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이 총서기에 선임되면서 최고 권력자가 바뀌었다. 시 주석 집권 후 측근 등용 등 여러 분야에서 1인 집권체제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고속철도 노선 개통은 계속됐지만 모두 허셰호 그대로였다. 하지만 다음달 운행을 시작하는 ‘최고 시속 400km’의 총알열차의 이름은 ‘푸싱(復興·부흥)호’다. ‘부흥’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 주석의 핵심 슬로건이다. 중국측은 푸싱호가 평균 속도가 과거보다 50km 가량 늘어나 더욱 빨라진 ‘2세대 고속철도’라고 부른다. 허셰호에 비해 좌선 간 간격이 넓어지고 객실 내 조명에 LED를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전 노선 전 좌석에 걸쳐 무선 인터넷이 제공된다고 한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시진핑 시대가 됐으니 고속열차의 이름도 바뀐다’고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굳이 ‘2세대 고속철도’라고 할 만한 명분은 부족하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9년 12월 26일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서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를 연결하는 우광(武廣)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순간 최고 속도 시속 394.2km, 평균 시속 341km로 ‘푸싱호’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중국 당국은 2011년 7월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에서 고속철이 추돌해 39명이 사망 한 뒤 일부 구간에서 350㎞로 운행하던 속도를 일률적으로 300㎞로 낮췄다. 기존의 철로와 시스템, 객차로도 속도는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시 주석의 브랜드인 ‘중화 부흥’ ‘중국몽(夢)’ 등을 부각하는 용비어천가나 작명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푸싱호’ 작명에 대한 상념과는 별개로 중국의 고속철도 발전과 성장 속도는 경탄할 만하다. 중국의 첫 ‘징진 고속철도’를 운행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중국은 고속철도 관련 대부분 분야에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고속철도 총연장 2만2000㎞로 가장 길고, 운행 최고속도, 평균 운행속도, 단일 구간 길이 등등. 고속철도 건설의 3요소인 △철로 노반 조성 △객차 생산 △운행 시스템 구축 등에서 대부분 국산화를 이뤘다. 처음 고속철도를 건설할 때 ‘고속철 선진국 3인방’인 ‘일본(신칸센) 독일(ICE) 프랑스(TGV)’에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저울질하던 시절은 벌써 오래전 일이 됐다. 중국의 고속철 노선 거리 2만2000㎞는 전 세계 고속철 노선의 3분의 2에 해당하며 2020년까지 3만㎞로 연장할 계획이다. 2011년 6월 30일 징후(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를 처음 개통할 때 ‘고속철도를 타고 가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다음달 ‘푸싱호’에서는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푸싱호가 투입되면 베이징 상하이 구간은 현재 일반 편 기준 5시간 30분에서 최단 소요 시간이 4시간 가량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이 구간에서 비행기(비행시간 약 2시간)보다는 고속열차를 타는 것이 더 편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일부 구간이 개통해 중국에 앞서 고속철 시대를 열었다. 한국이 고속철도를 건설할 때 중국측 관계자들이 참관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객차 등 고속철도 운행에 필요한 하드 및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국산화 등 발전이 급진전되는 반면 한국 고속철은 잦은 고장과 사고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 고속철도 건설 추진 논란으로 몇 년을 허송한 뒤 불과 몇 년 앞선 경험으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는 역부족이었다. 고속철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분야가 없지 않을 것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역사적으로 올바른 선택에 의해 이뤄진 양국 수교의 성과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닌 만큼 소중히 해야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1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중관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국제세미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양국 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이자 어려운 문제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추 대사는 한중 수교 25주년(24일)을 앞두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성균중국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중한 관계가 정상으로 복귀하려면 초심(初心) 신심(信心) 성심(誠心) 3가지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교 당시 양국의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운명 공동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 하며 양국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국 관계를 이끌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드 갈등을 풀기 위해 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발표와 토론을 맡은 한중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로 흔들리고 있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해법을 고민했다. 일부 중국 측 참석자들은 사드 갈등 해결에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1992년 한중 양국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수교했다. 지금의 사드 극복이 과거 적대 관계 극복보다 크지 않다고 본다.”(류린제·牛林杰 산둥대 한국학원 원장) “한중 양국 관계는 각 분야에서 전면적으로 발전한 반면 북중 관계는 정체 혹은 후퇴했다. 지금 한중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류더빈·劉德斌 지린대 공공외교학원 원장) 하지만 먼훙화(門洪華)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 국가전략연구원 원장은 “21일부터 한미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하고 있는 것도 양국 관계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중국의 대국적인 판단을 요구했다.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사드로 한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압박만 해서는 안 되며 중국이 패권적 모습을 보이면 국제적인 위상도 손상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사드 배치 하나로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균형이 흔들린다고 주장하는데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국방을 현대화한 덩샤오핑(鄧小平)이 들으면 실망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북핵 및 사드 문제가 오히려 관계 변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사드 갈등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갈등과 북핵 문제라는 두 가지 외생 변수 때문에 나타났다”며 “두 가지 문제 모두 한중 양국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제했다. 이어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게 된 상황이 오히려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한국 정부는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사드 배치 철회는 어려운 상황에서 사드의 민감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친구와 인생의 반려자는 바꿀 수 있으나 이웃 국가는 바꿀 수 없다. 한중은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박병석 의원(한중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은 “북한 핵 개발과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에도 우여곡절이 있으나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 핵배치 불용인, 한반도 미래 논의에 한국 정부 배제 불가 등 3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과 인도 군대가 한쪽 국경에서는 대치하고 다른 쪽 국경에서는 몸싸움을 벌이더니 급기야 양국 간 무역 분쟁까지 시작했다. ‘용(중국)과 코끼리(인도)의 투쟁(용상지쟁·龍象之爭)’ 전선이 날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7일 홍콩 밍(明)보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상공부는 9일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93종의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섬유, 기계류, 플라스틱, 전자제품 등이다. 상공부 산하 반덤핑이사회(DGAD)는 또 다른 중국산 수입품 40건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인도가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촉발하는 도발을 하고 있다”며 “인도는 이 같은 조치가 초래할 결과에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상반기 자국 제품에 대한 무역 제재가 15개국에서 37건이 진행됐는데, 인도가 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미국(11건)보다도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14일부터 자국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들어가 미중 간 무역 전쟁을 앞둔 가운데 인도와 먼저 전쟁을 벌이게 됐다. 또 인도 정부는 중국산 휴대전화가 연락처 등 사용자 개인 정보를 도용할 우려가 있다며 28일까지 제품을 개조하도록 요구했다고 중국 하이와이왕(海外網)이 인도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인도는 이미 중국 전자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인디아타임스는 보도했다. 인도의 한 정부 관리는 “양국 변경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중국 전자 제품이 개인, 기업, 정부에 대한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 부탄 3개국 국경선이 만나는 둥랑(洞朗·인도명 도카라) 지역에서 양국 군대의 대치가 2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5일에는 서부 국경에서도 양국군이 서로 투석전과 몸싸움을 벌였다. 밍보와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군 병력 일부가 인도 북서부 잠무카슈미르주 라다크의 판공 호수 인근에서 국경을 5km 정도 넘어왔다가 인도군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 군대의 난투극이 벌어졌고 인도군은 돌을 던져 중국군을 몰아냈다. 양측이 총기는 쓰지 않았지만 2시간여의 몸싸움 끝에 서로 군대를 뒤로 물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전했다. 중국중앙(CC)TV 등 관영 언론은 연일 1962년 중인전쟁에서 중국이 거둔 승리를 소개하고 양국 간 전력을 비교하며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중국 변방부대원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중국 측이 순찰하고 근무하다가 발생했다”며 중국군이 불법 월경했다는 인도 측 주장을 반박했다. 라다크 지역에서는 2014년에도 중국군과 인도군 1000여 명이 대치했고 지난해 11월 중국군 55명과 인도군 70명이 대치했다가 중국군이 철수하기도 했다. 둥랑에서는 6월 16일 중국이 국경지역까지 도로를 건설하자 부탄이 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인도에 지원을 요청해 양국 간 대치가 시작됐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15일 독립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양국 외교 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 대화’를 창설키로 한 것도 중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언론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때 시작한 양국 외교 통상장관 회의를 외교 국방장관 회의로 대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미국에서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중국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연대를 통해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재재 결의안 2371호를 5일 통과시킨 지 9일 만인 상무부가 14일 ‘이행 공고’를 올렸다. 지난해 1월 4차 핵심험에 대한 제재로 유엔 결의안 2270호가 통과된 뒤에는 35일, 9월 5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2321호가 나온 뒤 12일 걸린 것에 비하면 또 다시 3일이 단축됐다. 15일부터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납광석, 수산물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내용도 역대 최강이다. 이걸로만 보면 중국이 유엔 결의안 이행에 대한 의지가 점차 강해지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진정성을 보일까’하면서 뭔가 미덥지 않고 의혹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중국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중국 상무부가 서둘러 공고를 올린 것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가 ‘이행 공고’를 올리기 2일 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14일(중국 시간 15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구두 통보를 받았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북한 핵개발 저지에 나서도록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2. 지금도 대북 석유 수출 ‘0’인데 한 해 50만t씩 가고 있는 ‘이율배반’상무부 공고대로라면 15일 이전 항구에 운송된 금지 물품은 반입을 허용하지만 9월 5일부터는 수입신청 후 미승인 물품까지 포함해 아예 수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런데 중국은 공식 통계로만 보면 2014년부터 대북 석유 수출은 ‘0’다. 그럼에도 단둥에서 북한으로 가는 석유 파이프를 통해 한 해 50만t 가량은 북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위해 석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다음달부터 ‘석탄 수산물 해관통계 수입 0’라고 발표해도 석유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3. 훙샹 그룹 조사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감감 무소식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단둥훙샹(鴻祥)집단’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 관련 전략 물자를 공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해 9월이다. 그런데 훙샹이나 마샤오훙(馬曉紅) 회장에 대한 어떤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중화권 언론에서 ‘훙샹의 대북 전략 물자 제공’의 배후에는 중국 당국이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증거를 들이대며 압박해서 조사에 나서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이 진정성있게 조사를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신뢰도를 높이려면 훙샹에 대한 철저한 조사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4.‘제 2의 훙샹’ 얼마든지 있다 훙샹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단둥에서 만난 소식통들은 “마샤오훙 회장이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게 아니다. 돈만 주면 북한에 물자를 보내거나 들여오는 것 문제없다. 북한에서 금을 못 들여오게 하면 ‘은’이라고 서류를 만들어 가지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얘기를 나누던 호텔 커피¤ 밖의 ‘압록강 철교’를 가리키며 “저기 오가는 화물차를 다 까고 검사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훙샹 한 곳을 을 잡아들여도 북한에 핵 물자를 불법 수출하는 업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5. 결의안에도 구멍 송송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 결의안 2270호의 맹점은 ‘석유 수입 금지하되 민생용은 제외’라는 대목이다. 북한에서 들여오는 석탄이 ‘민생용’으로 파는 것인지, 석탄을 팔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는 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결의안 2270호는 ‘북한과 중국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농락당한 유명무실한 것이 됐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후 11월 결의안 2321호를 채택할 때 ‘총량’ 규제에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총량을 규제하든 이번 2371호 결의안처럼 전면 금지하든 공식 통계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으면 제재의 신뢰성은 높아질 수가 없다. 6.‘신의주의 벤츠’가 보여준 밀수의 추억 한 때 단둥 건너편 북한 신의주 강변에는 벤츠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압록강 상류의 강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낙이나 초라한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에서도 빈부격차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 그 보다 ‘신의주의 벤처’가 시사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치품으로 대북 금수품이었지만 밀수로 수출된 뒤 버젓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압록강 중하류에는 60개의 크고 작은 부두가 있다. 공식 수출 루트가 막히면 이곳이 분주해진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 영향이 없지 않겠으나 밀수를 통한 교류가 상당 부분 메꿔준다. 단둥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단둥은 베이징에서 멀다’는 말이 있다. 중앙 정부에서 제재로 북한과의 거래를 통제해도 단둥 등 변경지역에서는 이를 우회하는 많은 방법들을 생각해 낸다는 것이다. 법은 멀고, 이익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7. 중국 당국의 의지가 관건중국에는 ‘위에는 정책, 아래에는 대책’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정책이나 규정이 나와도 이를 빠져나가는 계책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확인되면 가급적 위반을 하지 않는다. 그 위반의 댓가가 얼마나 가혹한 지 알기 때문이다. 짙은 스모그로 악명이 높던 베이징의 공기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의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두고 논란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안되겠다’고 하면 지금처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에 가속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어떤 약속을 하고 ‘이행 공고’를 발표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성있는 의지가 있는 지 두고 지켜볼 일이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의 정책과 관행, 법률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훔쳐 가는지 조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대통령 메모(presidential memo)를 통해 무역대표부(USTR)에 이같이 지시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기업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었다. 조사의 타깃이 짝퉁 혹은 모조품의 단속 차원이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정책과 관행, 법률’의 부당성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을 통한 첨단 기술 도용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일부 업종이나 기업에 중국과 합작하도록 하거나 중국 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도록 하고 있다.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합작회사나 R&D센터에는 중국인 근무자나 연구 인력이 참여하게 돼 자연스럽게 중국 인력에게 기술이 이전될 수밖에 없다. 중국 진출을 대가로 노골적인 ‘시장과 기술 교환’ 방식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같이 교묘하게 이뤄지는 반강제 기술 이전 등이 이번 조사의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개발된 특허 기술 등을 중국 내에 먼저 등록하도록 하는 것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수법으로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중국 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외국에 먼저 등록한 특허 기술을 중국에 들여와 쓰기 위해서는 혹독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6월 1일 발표된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은 중국 당국의 해외 인터넷 차단 장벽을 뚫는 가상사설망(VPN) 설치를 막고 있으며 ‘반강제 기술 이전’의 함정을 곳곳에 포함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국가의 기업들이 지난해 입법안이 나왔을 때부터 한목소리로 반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법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중국에 두도록 규정했다. 한 전문가는 “IT 기업의 핵심 정보가 중국 당국의 감시하에 들어가게 하는 것으로 신종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변웅재 변호사는 “미국이 ‘슈퍼 301조’ 등을 꺼내 들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나서는 것은 침해 피해 사례를 찾아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이들 분야의 빗장을 풀어 중국 시장 진출의 단초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힌 분야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영화 드라마 출판 등의 저작권 분야가 대표적이다. 현재 영화나 출판물들은 중국 정부가 지목한 한 기관을 통해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불사하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지시한 것은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말로만 북한을 압박한다고 비판했지만 미국도 별 차이가 없었다. 대북제재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이진 않았다. 중국과 무역 마찰을 빚으면 자국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뤄왔던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들면서 북핵 압박을 놓고 미중 간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덤핑 수출, 나아가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 제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2대 경제대국 중국과의 무역전쟁까지 감수하기로 한 것은 지난달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등으로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ICBM을 가장 먼저 탐지해 요격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그런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하는 상황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사드 배치 속도가 늦어질 듯하자 불만을 나타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정면 대응은 피하고 있다. 이제라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은 미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중국 역시 사드 반대 이유로 ‘미중 간 핵전략 균형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에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 사드를 운용할 미국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부지를 제공한 한국만 때린다. 중국도 사드가 불만이라면 미국에 대해서도 관광 중단 등 보복에 나서겠다고 해야 한다. 사드 보복에 대해 미중 모두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피하는 것은 서로의 마찰을 우려한 것이자 한국을 약소국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겁하기는 미중이 마찬가지다.구자룡·국제부 bonhong@donga.com}

올가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통해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주석의 권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이 회의에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시 주석이 집권 10년차가 되는 2022년 제20차 대회 이후까지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을 ‘시 핵심’으로 부르는 등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 RFI 중문판은 15일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번 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 주석의 임기 연장 조짐이 한층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낙점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 중 한 명인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돌연 낙마하는 바람에 중국 공산당의 독특한 권력 이양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당대 최고지도자가 차차기 최고지도자 후계자를 지정하는 ‘격대 후계자 지명’ 제도가 정립됐으나 시진핑 시대에 와서 유명무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격대 후계자 지명이 이뤄지려면 19차 당대회에서 2022년 이후의 최고지도자 후보군이 드러나야 하지만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린 뒤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당대회 개최 시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상무위원에서 은퇴한다)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고 유임될 가능성이 큰 것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홍콩 둥팡(東方)일보는 “쑨 전 서기 해임과 8월 1일 건군절 첫 열병식 주재 등을 통해 시 주석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전 주석을 뛰어넘어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 후핑(胡平)은 “이번 회의가 시 주석의 권력집중을 견제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장 전 주석의 여동생이 최근 ‘시 핵심’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점으로 미뤄 고령의 장쩌민이 차기 인사 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이 15일부터 북한산 석탄 등 광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의 실제 이행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유엔 제재 이행 의지를 내보이는 동시에 북한에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충돌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다분히 미국을 향한 제스처라는 평가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통과 30일 이내에 각국이 시행하기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이번 조치는 예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의 채택 9일 만에 자국 내 실행에 나선 것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른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이 3분의 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26억3440만 달러인데 이번에 수입 금지된 품목이 16억516만 달러(62.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는 약 60억6000만 달러로 북한 전체 교역의 9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의 이번 조치로 북한이 입는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상품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달러 수입원을 대부분 막은 것이어서 북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석탄의 경우 지난해 3월 채택된 결의 2270호는 민생용 예외조항이 있어 실효성이 없었고 지난해 11월에 나온 2321호는 연간 4억 달러라는 상한선을 뒀으나 이번에 모두 막힌 것”이라며 “석탄 수출 하나만으로 연간 10억 달러의 수출 중단 효과가 있고 다른 철광석까지 포함하면 북한 달러 수입 차단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 통과 수주 전부터 철광석 수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 가운데 신규 노동자 해외 송출을 막는 규정에 대해서는 이행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던 중국 내 일부 공장이 북한 측에 앞으로 추가 고용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 전에 미리 북한 노동자 송출을 막는 작업을 소문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도 이를 예견해 대북제재 결의 발표 뒤 해외에서 체류 기간이 만료된 파견 노동자들에게 귀국을 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 현지에 남아 버티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중국은 미국이 예고한 대중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 착수 방침에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고집스럽게 301호로 중국을 제재하는 길로 가면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맞춤형 무역 보복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의 무역전쟁 능력이 중국보다 강하다 할지라도 적군 1000명 죽이고 아군 800명이 죽는 방식을 미국 여론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문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무역전쟁으로 갈 것”이라며 “즉각적인 중국의 보복이 가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무역전쟁은 미국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내 여론이 트럼프 정부에 대해 대규모 항의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징지(經濟)일보는 “미국의 조사는 득보다 실이 크다”며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중국의 수출입 산업과 연관된 미국 일본 한국 등의 기업이 모두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 피해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하게 될 이번 조사는 최장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첨예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추가로 성의를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하며 제재는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구자룡·주성하 기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급 통화에 나서면서 초긴장 국면으로 치닫던 한반도 상황을 풀기 위한 중국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일단 중국은 그동안 관망세에서 벗어나 선제타격론 등 군사 옵션까지 들이미는 미국의 압박에 끌려나오는 모양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이 북핵 해결에 별 도움도 못 주고 오히려 해법 모색을 위한 외교 방정식만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일단 대중 압박 드라이브 강화 미중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미 관리들은 12일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에 대해 행하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과 정책, 관행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사 개시를 두고 “북한 압박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할 경우 (미국이) 새로운 ‘곤봉’ 하나를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역할론의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면 통상 문제에서 (중국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며 “(지금) 고려하고 있는 (대북 관련) 제재가 아주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독자 제재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에 주력해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미중 간 협상과 해법 모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 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런민(人民)망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를 가동하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뿐”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특사 파견하나 일단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북핵 해법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가 주변에선 중국이 평양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권영세 전 주중국 대사는 “시 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만나기엔 부담이 큰 만큼 북한과 물밑 접촉을 통해 한 달 안에 특사를 보내는 외교적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우다웨이(武大偉) 전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평양을 특사 방문하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오히려 특사 파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국제사회와 협조해 대북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의 팡중잉(龐中英) 해양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요청과는 무관하게)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지역 안보 문제에서 권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할리우드 액션’만 취할 뿐 실질적 제재에는 여전히 미온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이와 관련해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범위를 벗어나는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레드라인’까지 설정해 압박하자 시 주석이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미-중 대화 채널이 열린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구자룡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두 달 이상 무력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인도-부탄 3국 간 접경지대인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에 인도군이 대규모 군대를 증파해 전운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이곳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인도양을 봉쇄해 중국의 석유 운송을 막을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홍콩 둥팡(東方)일보에 따르면 인도는 도카라 인근 ‘시킴’ 지역 등에 병력을 4만5000여 명까지 증원했다. 인도군은 전군 경계수준도 한 단계 상향 조정했으며 매년 9월이나 10월 2주일간 실시하던 대규모 군사훈련도 앞당겨 이달 실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도카라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해 첫 총성이 울리면 분쟁은 전면전으로 치닫고 인도가 인도양 봉쇄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싱크탱크인 업저버리서치 재단의 군사 전문가 라제스와리 라자고팔란은 “전쟁이 발생하면 인도 해군은 중국 함정들이 벵골만이나 인도양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해외 석유 수입의 80% 이상이 인도양이나 말라카해협을 거치기 때문에 인도양이 봉쇄되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과 북한의 무력 충돌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억제를 위해 중국과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 억제를 위한 협조를 구하면서도 이틀 후인 14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서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 지시를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직설적인 외교 방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월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에서 시 주석과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시 주석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으나 실망도 컸다. 12일 트럼프가 시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조사 계획도 통보한 것은 “시 주석 선생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이야”라는 속내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의 통화가 끝난 직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시 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대화와 담판을 통해 정확한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상호 타격을 공언하며 위기가 높아지자 시 주석이 나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줄곧 ‘대화와 타협’만 강조하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두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미사일 개발에 접근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사격’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조사를 지시할 내용은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과 정책, 관행 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기업에게 강제로 기술 이전을 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중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훔치지는 않았는 지 등이다. 조사는 1년 가량 이뤄질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조치가 내려지고 중국이 보복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미중간 무역 전쟁이 일어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미 관리들은 “북핵 사태와 무역 조사는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USTR의 조사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대북 압박에 중국이 나서도록 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전망이다. 14일 USTR의 조사 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북핵 사태와 미중 무역 전쟁이 하나로 묶이는 출발점이 되는 의미가 있다. NYT는 과거 미국의 다른 대통령들은 중국을 다루는데 안보와 경제 현안을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를 연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에 대해 가졌던 기대에 대해 실망이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휴가지인 뉴저지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면 통상 문제에서 (중국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한 편으로 ‘통상 보복의 칼’을 꺼내드는 것에 중국이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런민(人民)망도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를 가동하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뿐”이라며 경고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12일 통화를 한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압력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폭주’를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중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홍콩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냉각시킬 중국의 수단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마지막 압박 수단은 석유 수출 중단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북한 핵문제로부터 오는 도전에서 경제적인 힘을 사용해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지역 안보에서 권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 교수는 “중국이 지역의 정치 안보 현안에서 영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간 설전 고조로 진행되어 온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간 외교 및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다시 강조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질적인 선결 조건”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핵무장을 막는 것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해법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이라는 버퍼 존(완충지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한반도로부터 대부분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공약 같은 것도 포함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북미간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무역 제재’의 칼까지 빼들고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중국이 ‘협상의 염불’을 그치고 대북 압박에 팔 걷고 나서게 될지, 북미 갈등에 미중 갈등까지 겹쳐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미국의 중국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 개시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강경파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5일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협조하면서 대중 제재안 발표를 미뤘지만, 중국의 협조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미 관리들은 12일 워싱턴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과 정책, 관행 등에 대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제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의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 등이다. 조사 결과와 대응에 따라서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미중간 무역 전쟁의 서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휴가지인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지금까지의 중국의 역할에 불만을 나타내고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면 통상 문제에서 (중국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추가적인 대북 제재도 다짐했다. 그는 “고려하고 있는 제재가 매우 강하고, 매우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아마도 그보다 강한 제재는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4일로 예고된 대중 경제 제재와 추가 대북 제재를 통해 외교적 압박도 동시에 최고치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중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런민(人民)망도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를 가동하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라며 경고했다. 그럼에도 4월 ‘북핵 위기론’이 고조됐을 때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던 미중 양국 정상의 통화가 급한 불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이번 트럼프-시진핑 전화 통화가 마주 달려오는 열차처럼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핵 사태에서 제동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지 관심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직접 북한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중국과의 외교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 간의 이해가 (북한 위기 해결에)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라면서 “한국과 일본도 핵심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 정상들도 전화통화에서 북핵 문제 해결 협조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대화와 담판을 통해 정확한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또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국빈 방문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이 한반도 핵 문제에 있어 발휘한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국 측은 중국 측과 함께 공동 관심의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양국이) 북한이 도발적이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12일 SCMP에 따르면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범위를 벗어나는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북한의 핵 야욕을 냉각시킬 수단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마지막 수단은 석유 수출 중단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북한 핵문제로부터 오는 도전에서 경제적인 힘을 사용해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지역 안보에서 권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 교수는 “지역의 정치 안보 현안에서 영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북한의 미국령 괌 ‘포위사격’ 위협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틀째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중국은 북-미 갈등이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전쟁 위험으로 치닫는다는 위기감에 따라 관영 언론을 통해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북한이 먼저 도발해 미국의 보복을 당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키며 북한을 돕지 않겠다는 취지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1일 “북한이 미국령 괌을 공격해 미국의 보복을 초래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먼저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해 보복을 초래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은 ‘말의 전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오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괌에서 뭔가를 저지른다면 지금껏 아무도 보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다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경고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히고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에 대해선 “그건 말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11일에는 트위터에 “북한이 지혜롭지 않게 행동한다면 (사용할)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 김정은이 다른 길을 찾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은 추가 괌 타격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조선을 당할 자 세상에 없다’는 글에서 “판가리(판을 갈아엎는)의 결전이 시작됐다. 조국은 천만 군민 모두를 전민 총결사전으로 부르고 있다”고 위협했다. 또 “(미국이) 제재와 전쟁이라는 두 칼을 뽑아들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을 말살하려고 사상 최대로 미쳐 날뛰고 있다”며 “백년 숙적 미제와 총결산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오전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40여 분간 통화하고 “한미 양국의 안보와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취할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다”며 밝히지 않았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황인찬 기자}
미국과 북한 간 설전이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제기한 ‘중립론’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1일 사설에서 “만약 북한이 먼저 미국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해 보복을 초래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타격에 나서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여 미국과 북한 모두에 권고하는 모양새지만 방점은 북한이 경거망동하면 중국은 도와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의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발표한 내용이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보복 의지를 보여주는 데다 중국이 간접적으로 압박을 받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오랫동안 교묘히 빠져나갔지만 더는 안 된다. 이건 전혀 새로운 게임(whole new ballgame)”이라며 “북한이 괌에서 뭔가를 한다면 지금껏 아무도 보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사이의) ‘설전 극장’의 주요 관객은 베이징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이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 정도와 대중(對中) 무역 제재 조치를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무역과 관련해 감정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 것은 양국이 1961년 7월 맺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이 경우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북한에 경고한 것이다. 조약은 ‘어느 일방이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전쟁에 들어가면 다른 일방은 의무적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군사적 지원 등을 제공’(조약 2조)하도록 했다. 하지만 북한이 먼저 공격을 자초한 경우 중국엔 조약상의 의무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북한 책임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환추시보는 5월 4일 사설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중조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 위반”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는 지역 안정에 충격을 주고, 중국의 국가 안전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실제상 조약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 때문에 공격을 받는다면 중국은 방어해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북-중 조약 1조에 ‘쌍방은 세계의 평화와 각국 인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규정에 위반된다는 논리에서다. 미 해군 구축함은 10일 남중국해의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12해리(약 22.2km) 이내를 지나는 ‘항행의 자유(FONOP)’ 작전을 펼쳤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1일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는 속셈이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이 북핵 억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얘기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북한에 ‘화염과 분노’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은 10일 미국령 괌에 대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그야말로 일촉즉발로 갈 듯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BBC 방송 중문판은 이런 기세가 전쟁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0일 ‘미국과 북한이 죽어라 싸우면 누가 이길지 말하기 어렵다’는 사설에서 “미국이 비록 힘이 세지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북한과 죽어라 싸우는 지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체면을 깎는 것은 아니다”고 충고했다. 북한이 미사일 4발을 괌에서 30~40km 떨어진 해상에 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미국이 발끈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BBC 중문판이 북미 간에 전쟁으로 비화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제시한 3가지 중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누구도 싸울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보유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의 생존이다. 그런데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정권은 위기를 맞는다. 북한이 미국 혹은 한국 등 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하고 김정은 정권은 역설적으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김정은은 핵을 보유하면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 어려워져 리비아의 카다피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처럼 미국에 당하지 않을 것을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선제적 공격을 할 것인가. 미국은 북한이 공격을 당하면 한국이나 일본에 보복을 가하고 심지어 미 본토가 공격을 당하는 위험을 감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BBC는 전한다.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은 북한 정권의 전복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이 붕괴돼 미국과 한국 군대가 압록강까지 올라오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전쟁이 발생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중국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둘째는 비록 설전은 더욱 거칠어지지만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 미국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말은 미국 대통령이 통상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BBC는 전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막스 피셔도 “국제관계에서 최고지도자가 즉흥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상의 신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7월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 실험 후 중국과 러시아 지지까지 얻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도 바라고 있다는 미 외교관의 말도 있다고 BBC는 전한다. BBC는 세 번째로 북미 간 ‘전쟁 위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필립 크롤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1994년 북한이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거부할 때에도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이 있었지만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일본 한국을 공격하겠다고 줄곧 목소리를 높이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 것도 여러 차례라는 것이다. BBC는 마지막으로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데도 한국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낙관론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환추시보의 10일 사설은 북미 간에 높아지는 긴장 분위기에 비하면 한 발 떨어져 훈수하는 듯한 분위기다. 또한 북미 긴장 사태를 보는 중국의 시각을 잘 반영해 주는 것이어서 뜯어볼 만하다. 신문은 “북미가 말싸움을 벌여봤자 미국이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충고했다. 북미 간 현 국면을 ‘말싸움’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미국이 북한을 말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는 이유로는 ‘미국이 뭐라고 하건 북한 사회에는 (전달되지 않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 여론은 귀를 쫑긋 세우고 양측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으며 미국 증시는 크게 내려가지만 북한은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신문은 “힘이 약한 북한은 보다 강경한 발언으로 힘의 부족을 메운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북한이 비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가졌더라도 먼저 미국을 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저 입으로 위협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다만 올해 북한은 미사일 시험을 통해 ICBM 기술에 큰 돌파구를 마련해 미국을 위협하는 실제적인 능력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 변화라고 봤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북한의 위협을 들을 때 느낌이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고도 했다. 신문은 “북한 미사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국이 제재와 군사위협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됐다.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각종 대가를 치르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저평가했다. 그리고 북한 사회가 각종 어려움도 참아낼 것이라는 것을 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오히려 신문은 “제재와 군사위협을 무한히 높이는 것은 마른 수건을 더 짜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을 짜내려는 것과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신문이 “지금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이 뭐라고 경고하거나 어떤 군사적 위협을 하거나 안보리 제재가 어떤 수준에 도달해도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해 진지하게 응답해야 할 시점으로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 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이 한반도 상황을 완화할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에는 ‘맨발인 사람은 신발 신은 사람 겁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더 잃은 것이 없는 사람이 겁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미국이 비록 힘이 세지만 북미 양측이 죽어라하고 싸우면 북한이 꼭 진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신문은 충고한다. “미국은 북한과 목숨 걸고 싸우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것이 체면을 손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를 고언으로 들을 수도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는 데 함께 나서기는커녕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고나 오히려 북한 편을 든다고 생각하지나 않을지 모를 일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의 대화용 인공지능 로봇 ‘채터봇 베이비Q’가 공산당을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조직이라고 비방하다 지난달 30일 운영이 중단됐다. 2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인터넷 업체 텅쉰(騰訊·텐센트)의 컴퓨터 메신저 프로그램인 QQ가 운영하던 이 로봇은 한 누리꾼이 최근 ‘공산당 만세’라며 베이비Q에 말을 걸자 ‘베이비Q’가 ‘이처럼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조직이 만세를 누릴 수 있나’라고 대답했다. 이어 ‘너 (공산)당을 좋아하니’라고 묻자 ‘안 좋아한다’고 즉각 대답했다. 누리꾼이 ‘너의 중국의 꿈(中國夢)은 뭐니’라고 묻자 ‘나의 중국의 꿈은 미국 이민이야. 정말이야’라고 대답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의 꿈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에 비춰 보면 불경한 발언이다. 누리꾼들은 자기 스스로 언어를 습득한 베이비Q의 ‘반란’을 통상 의로운 명분을 들고 봉기할 때 사용하는 ‘치이(起義)’라며 응원하고, 베이비Q의 활동이 중단되자 촛불 메시지를 올리며 애도를 표하는 등 항의하고 있다. 또 ‘프로그래머가 곧 사라지겠군’이라며 프로그램 개발자가 처벌될 것을 우려했다.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미국이 보는 북핵 시계는 ‘레드 라인’(포용과 인내의 한계선)에 접근하고 있지만 중국에게는 멈춰있다. 북한이 지난해 4,5차 핵실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13차례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에 근접했다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중국은 전혀 긴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못지않게 이를 막지 않거나 오히려 비호한 중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 더 이상 이대로 두지 않겠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국과) 대화는 끝났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해야 한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미 고위층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두 번째 ‘화성-14호’ ICBM 발사 이후 미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중국 책임론’의 경보음이다. 북핵 문제가 얼마나 급박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떤가.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달 31일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 재개와 긴장완화는 중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다”고 응수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뒤에도 한 얘기다. ‘인내가 끝나가는’ 미국은 북한 압박에 소극적인 중국에 경제 제재의 칼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 나올 경제 제재안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포함되면 미중간 무역 및 경제 전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은 이제 긴장하고 있다.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은 31일 “북핵 문제는 미중 무역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며 관련성이 없어 함께 섞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역 전쟁이 나면 중국의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북핵이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이 비록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올해 1분기 중국 대외 무역 흑자의 75%(약496억 달러)를 미국과의 무역에서 거두는 등 미국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강국 이란도 미국이 2010년 내린 ‘포괄적인 이란 제재법’(이란의 석유 수입국의 기업이 미국의 금융기관 거래를 중단시키는 것 등 내용)이라는 ‘이란판 세컨더리 보이콧’에 못이겨 2015년 손을 들고 핵동결 협상에 서명했다. 더욱이 올 가을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1인 지배 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서는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반(半) 파탄’이 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시 주석이 반부패 등으로 쌓아놓은 국내 정치적 자산이 있지만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무역 전쟁이 나타나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안보와 경제 무역’을 분리하자는 중국의 주장은 자기 모순이다. 중국은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중국 내 롯데마트에 소방 위생 단속을 벌여 영업정지시키고, 단체 관광 및 인문 교류 중단 등 전방위 보복 조치를 하고 있어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야말로 2010년 노르웨이 스톡홀름에 위치한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하는 등 ‘경제 보복’을 전가의 보도로 삼고 있다. 류제이 대사의 발언 등 중국측이 구두선을 삼는 ‘북핵 북미 책임론’은 지난해 2월부터 중국이 주장하는 ‘항장의 칼춤’을 빙자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논리와도 맞지 않다. 중국 왕이(王毅) 부장은 지난해 2월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공식 협상을 개시한다고 발표하자 한반도 사드 배치를 ‘항장의 칼춤’에 비유하면서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우가 유방을 ‘홍문의 연회’에 불러 놓고 부하인 항장에게 칼춤을 추다가 유방을 칼로 베도록 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 고사대로라면 유방(중국)은 칼춤을 추는 항장(사드 배치한 한국)이 아닌 항우(미국)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등 어디에서도 미국과 정면으로 사드에 대해 언급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중국내에서도 이런 중국의 태도를 미국에 겁먹은 것이라며 비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항장의 칼춤’ 논리를 제시한 지난해 2월 이후 북핵 해결 방안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 논리가 나온 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ICBM 현실화에 바짝 다가갔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북한이 2차 ICBM을 발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양비론(북한 미사일 발사 유감 표현과 사드 배치 반대)’은 지난해 초와 다를 바가 없다. 북한은 이미 선을 넘어가고 있음에도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지 않고 ‘안보리 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대북 핵억제 책임론’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하랴’라는 논리를 편다. 이야말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무책임과 허위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31일 “트럼프는 중국이 아주 쉽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는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결정하고 한미 군사 위협도 무시하는데 어떻게 중국의 제재가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같은 날 “중국은 북미 양자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의 ICBM급 2차 도발을 계기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중국이 막상 마음먹고 북한 핵개발 저지에 나섰지만 북한이 말을 듣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시 주석과 중국 의 체면에 먹칠을 할 까봐 나서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중국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90%, 북한으로의 석유 수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숫자보다 단둥(丹東) 투먼(圖們) 훈춘(琿春) 창바이(長白) 등 북중 국경 도시를 가보라. 마치 양국간 혈류가 흐르듯 물자를 실은 트럭과 기차가 끊임없이 오간다. 유엔 안보리 제제국과 제재 대상국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단둥에서 만난 많은 대북 사업가들은 ‘베이징에서 하는 대북 제재 우리는 모르오’라고 한다. 설령 공식 해관(세관)이 막히면 압록강을 따라 60여개의 크고 작은 부두에서 밀무역이 이뤄진다. 24시간 밀수를 막을 수도 없고 국고로 들어가는 관세와 달리 뒷돈을 챙길 수 있는 밀수를 막을 이유도 없다. 그게 북중간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이 적발해 중국에 조사하도록 한 단둥의 훙샹(鴻祥) 그룹은 대형 선박으로 전략 금수 물자를 실어날랐다. 물론 중국 당국의 진정성있는 제재 의지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국경은 베이징에서 멀기만 하다. 미국은 이렇게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비난하지만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중국의 협조를 구하거나 압박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 먼 아시아의 동맹국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서부 뿐 아니라 북한에서 1만km 이상 떨어진 워싱턴 뉴욕까지 미친다고 하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미국이다. 미국이 북한 핵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지, 그래서 중국을 어느 정도로 압박하는냐에 달려 있다. 진정 북핵을 막는 것이 중국과 무역 전쟁이라도 할 만큼 심각한지를 보여줄 때다. 중국으로서도 기존처럼 북한 핵 개발을 사실상 묵인 내지 소극적 제재로 방패막을 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할 것인지, 아님 혈맹도 아니고 이제는 동맹도 아니라는 북한을 감싸기 위해 중국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고 결단을 내릴지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런 대국간 관계의 풍향을 결정하는데 한국은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 까. 한국이 고래 사이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닌 양측이 무시 못하는 ‘고슴도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 지 어느 때보다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