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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부터 국내 상장주식 한 종목을 5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투자자들만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큰손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1년짜리 감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투자자에게 효과 돌아가” 21일 기획재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가운데 종목당 보유금액을 현행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당장 올해 말부터 새롭게 바뀐 기준이 적용된다. 주식 양도세는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하고, 이들이 이듬해에 주식을 팔아 소득이 발생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한 종목을 일정 금액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한다. 세율은 양도차익의 20∼25%다. 이번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보유금액 기준이 5배로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 큰손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감세 혜택을 보게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투자자는 7045명이었다. 14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주식 투자 인구의 0.05%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접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적더라도 연말의 주식 매도세가 완화돼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그 효과는 전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5년부터 대주주 양도세를 완전히 대체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인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1년짜리 감세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 반색, “영향 미미” 지적도 이에 따라 연말마다 반복됐던 ‘대주주 매도 폭탄’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각종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개인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카페에 “주식을 10억 원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라고 부르는 게 창피할 정도였는데 드디어 기준이 올라 다행”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보유 주식이 10억 원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편법을 써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2022년 중 개인투자자가 12월에 순매수를 한 연도는 2020년과 2022년뿐이었다. 올해도 최근 7거래일(12월 12∼20일) 동안 개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약 4조8700억 원에 달했다. 직전 7거래일(12월 1∼11일) 동안 순매도 규모가 2500억 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매도량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세 완화가 코스닥 시장의 일부 종목에 영향을 미칠 뿐 전체 증시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제도 때문에 매년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같은 패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지 주가 상승 요인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 연말부터 국내 상장주식 한 종목을 5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투자자들만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큰 손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 표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1년짜리 감세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투자자에게 효과 돌아가”21일 기획재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가운데 종목당 보유금액을 현행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당장 올 연말부터 새롭게 바뀐 기준이 적용된다.주식 양도세는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하고, 이들이 이듬해에 주식을 팔아 소득이 발생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연말을 기준으로 국내 주식 한 종목을 일정 금액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한다. 세율은 양도차익의 20~25%다.이번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보유금액 기준이 5배로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 큰손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감세 혜택을 보게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투자자는 7045명이었다. 14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주식 투자 인구의 0.05%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직접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적더라도 연말의 주식 매도세가 완화돼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그 효과는 전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하지만 2025년부터 대주주 양도세를 완전히 대체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인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1년짜리 감세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 반색, “영향 미미” 지적도이에 따라 연말마다 반복됐던 ‘대주주 매도 폭탄’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각종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개인투자자는 온라인 주식 카페에 “주식을 10억 원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라고 부르는 게 창피할 정도였는데 드디어 기준이 올라 다행”이라고 적었다. 그 동안 보유 주식이 10억 원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편법을 써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2022년 중 개인 투자자가 12월에 순매수를 한 연도는 2020년과 2022년 뿐이었다. 올해도 최근 7거래일(12월 12~20일) 동안 개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약 4조8700억에 달했다. 직전 7거래일(12월 1~11일) 동안 순매도 규모가 2500억 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매도량이 급증한 것이다.다만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세 완화가 코스닥 시장의 일부 종목에 영향을 미칠 뿐 전체 증시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제도 때문에 매년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같은 패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지 주가 상승 요인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하면서 채권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적은 자금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형 상품을 중심으로 ET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채권 금리는 13일(현지 시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긴축 종료 기대감이 퍼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0월 월평균 4.272%까지 올랐다가 11월 3.890%, 이달 3.532%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채권형 ETF 시장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기준 순자산총액 상위 ETF 10개 중 6개는 금리·채권형 ETF였다. 이 중 국내 우량 채권 4000여 종목을 바탕으로 구성된 ‘KAP 한국종합채권지수(AA―이상)’를 기초 지수로 하는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순자산은 2조8623억 원으로 연초 이후 약 7700억 원 늘었다. 9월 상장한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는 10월 순자산총액 1조 원을 넘어선 후 이달 5일 2조 원을 돌파했다. 채권형 ETF들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3%를 넘어 국내에 상장된 804개 ETF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약 18.5%로 5위,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합성 H)’는 약 15.0%로 10위에 올랐다. 채권 투자 인기에 힘입어 국내 ETF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기준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19조5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80조4200억 원)에 비해 1.5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ETF 시장 성장의 71.7%는 채권형 상품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중 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인공지능(AI, 60%) 다음으로 많았다. 채권형 ETF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관련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만기 매칭형’ 채권 ETF가 처음 등장한 데 이어 이달에는 ‘만기 자동 연장형’이 출시됐다. 만기 매칭형은 일반 채권과 같이 만기가 도래하면 청산하는 ETF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수 시점에 예상한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KB자산운용의 ‘KBSTAR 23-11회사채(AA―)’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만기가 도래해 최고 4.8%의 수익률을 내고 상장 폐지됐다. 반면 만기 자동 연장형은 만기 시 상장 폐지되는 대신 1년 뒤 만기인 채권으로 자동 교체되는 상품이다. 만기 매칭형과 같이 예측 가능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만기 이후 또 다른 채권형 ETF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선보인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가 유일하다. 내년에도 채권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기에 무리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2024년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 약세와 인플레이션 둔화는 국채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주식에는 도전적인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며 채권 투자를 추천했다. 반면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 본부장은 “연초부터 채권 ETF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수익을 보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채권 투자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연준의 세 차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고객들의 채권에 대한 이해도가 주식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하락한다고 채권 투자가 무조건 이익을 낼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 경제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2040년대에는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자본 투입도 둔화하면서 생산성 향상이 경제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조태형 한국은행 경제원구원 부원장이 발표한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낮은 생산성이 유지된다면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 0.6%, 2040년대 ―0.1%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조 부원장은 “노동 투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본 투입 증가세도 크게 낮아지면서 생산성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는 1970∼2022년 연평균 6.4%씩 성장했는데, 이 중 자본 투입 기여도가 3.4%포인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노동 투입과 총요소생산성(TFP)은 각각 1.4%포인트, 1.6%포인트씩 기여했다. TFP란 생산에서 노동, 자본 투입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으로 국가 경제에서 생산 활동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가늠하는 척도다. 과거 한국 경제 성장이 급속도로 축적된 자본에 힘입었다면 앞으로는 TFP의 기여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성장률은 1980년대 9.5%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대 2.7%로 낮아지고, 코로나19를 겪은 2020∼2022년 2.1%로 떨어졌다. 2010년대 이후 성장률 하락은 TFP 정체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 방안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및 신성장 동력 확보 △인적 자본 확충과 지식 축적 시스템 업그레이드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및 경제 회복력 강화가 제시됐다. 조 부원장은 “주도 산업은 꾸준히 변화할 것이며 이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산업의 기회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기후위기 및 탈탄소 전환 등을 예로 들면서 인적 자본 확충 방안으로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2072년 생산연령인구(15∼64세) 3명 중 1명은 외국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향후 50년간 외국인 중 생산연령인구는 연평균 최대 9만1000명씩 늘어 2072년 61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합계출산율의 비관적 시나리오(저위 추계)에 따르면 2072년 생산연령인구는 1667만 명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생산연령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6.7%에 이르게 된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 금융당국이 14일(현지 시간) 사상 최초로 인공지능(AI)을 금융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취약 요인으로 규정했다. 사이버 공격, 기후변화 등과 마찬가지로 AI 또한 현 금융체계와 소비자에게 상당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대형 금융사의 AI 사용 실태를 전수 조사하는 등 미 당국은 금융 분야에 AI를 활용할 때 적용할 규칙을 만드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아직 AI 규제의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금융권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AI의 결과 도출 원리 알기 어려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를 주재하고 AI를 포함한 14개 금융 위협을 지정한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옐런 장관은 “올해 위원회는 처음으로 금융 서비스에서 AI 사용을 금융 체계의 ‘부상하는 취약점(emerging vulnerability)’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FSOC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같은 대형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만들어진 기구다. 재무장관이 의장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SE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주요 금융당국 수장이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AI를 주요 위험으로 지정한 이유는 AI 특유의 ‘설명 가능성 부족’ 때문이다. AI 이전의 전산 체계는 ‘인풋’에서 ‘아웃풋’으로 가는 경로가 예측 가능하고 투명했다. 반면 스스로 학습하는 AI는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를 도출하는 과정이 마치 ‘블랙박스’ 같아 알 수가 없다. 이에 따라 AI 체계가 편향되거나 부정확한 결과를 생성하고 이를 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AI가 사용하는 데이터의 신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FSOC는 “AI는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정리되지 않은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결과물을 내는데 이것이 편향성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가 특정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했을 때 그 근거가 될 데이터와 추천 이유 등에 결함이 있으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대출 승인에 사용된 AI가 특정 인종 등에 대한 편향성 등을 바탕으로 일부 고객에게 인종차별적인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2023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 참여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결과물은 단조롭고 왜곡될 수 있다. 독점적 정보나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FSOC 위원이기도 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당국이 AI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신속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금융 위기를 촉발하는 것을 “거의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교황 “AI 활용 자율무기 체계, 인류 생존 위협” 국내 금융권의 더딘 AI 규제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AI의 금융 활용 위험성에 대비하는 모습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생성형 AI는 사람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성능을 내고 있어 윤리적, 법적 문제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무인기(드론) 등 AI를 활용한 자율무기 체계의 발전, 선거 개입, 감시 사회의 부상 가능성 등을 경고했다. 교황은 “AI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위태롭게 하는 ‘기술 독재’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AI의 개발과 사용을 규제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내년 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내년 3차례 금리 인하라는 강력한 피벗 시그널에 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코스피도 상승 랠리를 펼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이 일제히 환호했다. 13일(현지 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 기준금리를 기존 5.25∼5.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날 시장의 관심사는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FOMC 위원 17명이 각각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의 내년 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4.6%(4.5∼4.74%)로,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 내내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내려갔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금리 인하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오늘 (FOMC) 회의의 논의 주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금리는 정점을 찍었거나 근처에 다가갔다”며 고강도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1년 9개월 동안 11차례, 총 5.25%포인트를 올린 연준의 피벗 공식화에 증시는 수직 상승했다. 미 다우지수는 1.4% 급등해 사상 첫 37,000 선을 뚫었고, 대형주 중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 모두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4% 오른 2,544.18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24.5원 내린 1,295.4원에 거래를 마쳤다.한국경제 ‘3高 위기’에 숨통… 한은, 내년 7월이후 금리 내릴듯 개인-기업 대출이자 부담 완화 기대물가 압박에 금리인하 소폭 그칠 듯금융권 “美금리 내려도 4%대 유지내년에도 고금리 기조 이어질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는 국내 경제 최대 리스크인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소폭에 그치면서 상당 수준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년 하반기(7∼12월)쯤 돼야 완만한 수준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고 위기’ 완화 기대 14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1%가 넘는 상승세를 보인 건 미국의 긴축 기조 종료로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 6200억 원, 코스닥에서 13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달러화 약세와 더불어 외국인투자가 증가에 따른 달러화 유입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시장에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는 3고에 허덕이는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하락 여파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 14일 4.463%에서 이달 13일 4.046%로 떨어졌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내리면 물가 압박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7월 2.3%까지 떨어졌으나 환율 상승 여파로 10월에는 3.8%로 반등했다.● 내년에도 상당 수준 고금리 불가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경제 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등 최근 물가 흐름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상당 수준의 고금리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의 ‘제로 금리’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직 당분간은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져도 여전히 4% 이상의 높은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여전히 고금리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고금리, 고물가가 일정 수준 유지된다면 내수 침체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의 경기 둔화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경기 반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내후년은 돼야 국내에서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내년 하반기쯤 금리 내릴 듯 복합적인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인해 한동안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한은의 딜레마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압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한은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차가 지금도 크기 때문에 먼저 낮추면 외국인투자가 이탈 등 리스크를 안게 된다”며 “연준이 내년 여름쯤 금리를 내린 다음 한은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나 속도에서 관건은 물가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3.4%에서 3.6%로, 내년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과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즉각적인 통화 정책 변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도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 시간) 내년에 금리를 내릴 뜻을 밝히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전반적인 훈풍이 불었다. 14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상승했다. 한국 원화 가치도 올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3.52포인트(1.34%) 오른 2,544.18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6243억 원, 6922억 원을 사들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36% 오른 840.59에 장을 마감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도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전날보다 24.5원(1.86%) 내린 1,295.4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20.7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258%에 장을 마쳤고,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1.2bp 내렸다.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 금리도 각각 19.3bp, 17.1bp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홍콩, 대만, 호주 증시도 모두 올랐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0.73% 떨어진 3만2686.25엔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상승 출발했지만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 강세 현상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앞서 13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 또한 사상 최초로 37,000 선을 넘어섰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기술주 주도의 상승세가 나타난 덕으로 풀이된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7% 오른 197.96달러에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가총액 또한 3억 달러를 넘어섰다. 테슬라 또한 자율주행 보조장치 결함에 200만 대 이상을 리콜한다는 악재에도 0.96% 오를 정도로 기술주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달러 약세 여파로 이날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2% 이상 오르며 온스당 2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도 같은 날 장중 한때 4.46% 급등한 4만3008달러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대형 금융사의 인공지능(AI) 사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AI를 어떻게 규제할지 고심해 온 SEC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규제 틀을 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EC는 최근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 자문사에 AI 활용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에 활용되는 AI 알고리즘 모델, AI 관련 마케팅 서류, 데이터에 대한 제3자 제공, 컴플라이언스(준법) 교육 사항 등이 SEC의 요청 내역에 모두 포함됐다. AI 활용 금융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가 금융 분야 AI 규제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 유망주 추천, 포트폴리오 설계… AI에 빠진 월가 SEC의 AI 실태조사는 최근 미 월가까지 번진 AI 도입 경쟁을 반영하고 있다. AI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투자 포트폴리오 작성뿐 아니라 내부 배임 방지 기능도 개발 중이다. JP모건은 고객들에게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줄 수 있는 ‘인덱스GPT’를 올해 5월 발 빠르게 상표등록을 마쳤다. 모건스탠리는 오픈AI와 손잡고 자사 재무상담사들을 위한 맞춤형 ‘챗GPT’ 형태의 챗봇을 도입했다. 최근 각종 위법 의혹에 휘말렸던 도이체방크는 생성AI를 통해 트레이더의 ‘통화 톤’에서 위법행위 징후를 감지하는 AI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한 트레이더가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는 말을 했을 때 이것이 단순한 깜짝파티 계획에 대한 것인지, 모종의 음모가 담긴 것인지 AI가 알아채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사내 AI그룹을 꾸렸다. 2위 뱅가드 또한 고객들의 은퇴 포트폴리오 생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모티머 버클리 뱅가드 최고경영자(CEO)는 5월 “생성 AI 도입으로 상당수 ‘인지 작업’이 일상적인 수준임을 발견했다”며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작업이 갑자기 모두 자동화되는 혁명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국내 AI스타트업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와 LG AI 연구원 또한 공동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펀드는 AI가 매달 고른 유망한 대형주 종목 100개에 투자한다. 국내 금융권도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AI 챗봇뿐 아니라 올 3월 AI 음성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맞춤형 예적금 상품 상담 등에 AI 기술을 적용한 ‘AI 금융상담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SEC “AI발 금융위기 우려” 경고 SEC는 계속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올 10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규제 당국의 신속한 개입이 없으면 향후 10년 내 AI로 인한 금융위기 촉발이 “거의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특정 AI 모델 및 알고리즘에 기댄 투자 결정이 금융위기를 부를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최근 ‘2023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도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결과물은 단조롭고 왜곡될 수 있다”며 “독점적 정보나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AI 관련 과대 광고에 대한 우려 역시 상당하다. 겐슬러 위원장은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과 마찬가지로 ‘AI 워싱’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AI가 모든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처럼 기대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SEC가 규제 일변도의 행보를 걷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겐슬러 위원장 또한 “(AI가 야기할) 잠재적 위험이 월가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이 만든 모델에 기반하고 있어 금융규제 당국엔 어려운 도전”이라고 토로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등으로 전 세계적인 투자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일부 신흥국들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은 신흥국 관련 투자 상품을 선보이면서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일 인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인도 증시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은 8일 20,969.40에 거래를 마쳤다. 니프티50은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간 7.8% 급등했다. 연초 이후에는 15% 이상 치솟았다. 인도네시아 IDX지수도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며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베트남 VN지수는 10월 하락세를 보이다가 반등하기 시작해 빠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요 선진국들은 긴축 기조의 장기화와 경기 불황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일부 신흥국들은 견고한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어 선진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6.8%로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영국을 제치고 GDP 세계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도네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4.7%에서 4.9%로 높이고, 내년에는 5.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옴시티’와 같은 초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GDP가 8%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 지형이 변화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신흥국 투자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3개국에 분산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4월 니프티5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인도니프티50 ETF’와 ‘KODEX 인도Nifty50’을 각각 상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거점을 넓히기 위해 현지 9위 증권사인 샤레칸증권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팀장은 “내년 투자 여건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더 좋을 것”이라며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신흥국 투자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강달러 현상이 재연되고 중국의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질 경우 신흥국의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우려도 여전하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헴슬리 빌딩. 2011년 국민연금이 지분 49%를 인수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건물의 주인이 최근 빚더미에 깔릴 위기에 처했다. 미 부동산 개발 업체 RXR리얼티는 2015년 헴슬리 빌딩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으로 6억7000만 달러(약 8800억 원)를 빌렸다. 이달 8일(현지 시간)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 고금리와 공실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건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미국 곳곳에선 부동산 투자기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시티플라자 등을 보유한 월턴스트리트캐피털과 부동산 투자 업체 그린로 파트너스는 6270만 달러(약 820억 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한 달째 연체 중이다. 재택근무로 인한 높은 공실률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글로벌 평균 공실률은 16%에 달했다. 높은 공실률로 인한 임대 수입 감소와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부동산 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3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연체된 대출 금액이 직전 분기보다 40억 달러(30%) 증가한 177억 달러(약 23조1250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3년 2분기(4∼6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부동산 거래 역시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MSCI RCA)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누적 기준 글로벌 부동산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5.34% 급감했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도 40.82% 줄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내년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금을 비롯한 원자재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향후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내년에도 이 자산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2042.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에는 2152.30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2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달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ETF인 ‘SPDR 골드 셰어스’에는 10억 달러(약 1조3110억 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과 구리 가격 역시 10월 4일 대비 각각 18%, 7% 가까이 올랐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도 급상승 중이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오전 7시 20분 기준 비트코인은 4만2372달러를 찍었다. 비트코인이 4만2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 달 전보다 20% 넘게 오르면서 전체 가상자산 시총은 1조5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한 이후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자재와 가상자산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높은 변동성에도 총발행량이 고정돼 있다는 게 장점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내년이 비트코인 반감기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금 가격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재영 KB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쯤 금 가격이 2400∼25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시선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잇따른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도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1일에 이어 9일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전반적으로는 가상자산이 상승 흐름을 보이겠지만, 투기 자산으로만 이용되다 보면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중국이 첨단산업 중심으로 성장구조를 전환하면서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더는 중국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업황이 점차 회복되는 것에 비해 수출 증가 속도는 더딘 만큼 특정 품목 및 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중국 성장구조 전환 과정과 파급 영향 점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경쟁력 제고로 경합도가 상승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부동산 위주의 투자에서 소비와 첨단산업 중심으로의 성장구조 전환을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제조 2025’ 등 제조업 고도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중국 내 신성장 산업이 발전하면 중간재 수입이 줄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이 과거보다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 내 소비·투자·수출 등 최종 수요가 자국 내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비중은 2020년 87.4%로 2018년(86.6%)보다 높아졌지만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비중은 축소됐다. 한국의 수출 흐름은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 수출액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1140억 달러로 총수출금액(5751억2000만 달러)의 19.8%에 불과해 2004년(19.6%) 이후 1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술개발을 통해 수출품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인구가 감소했던 때보다 빠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2일(현지 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추락한 것에 대해 “한국은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인구 감소의 놀라운 사례연구(case study) 대상”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다우섯은 2009년 NYT에 최연소 칼럼니스트로 합류했으며, 정치 종교 교육 등에 관해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다우섯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7명이라는 것은 “200명이었던 인구가 다음 세대엔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면서 “두 세대를 거치면 200명이 25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인구 붕괴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우섯이 인용한 소설 ‘스탠드’ 속 전염병의 치사율은 99%에 이른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이렇게 낮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2060년대 후반까지 인구가 3500만 명 미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정도 감소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급격한 경제 쇠퇴, 유령도시와 폐허가 된 고층 건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층의 해외 이주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우섯은 “한국이 실전 배치된 군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언젠가 현재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의 침공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다우섯은 한국의 낮은 출산율 원인으로 학업 경쟁 등 교육 문제와 낮은 혼외출산율 등 문화적 보수성과 남녀 갈등, 정보기술(IT) 발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례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출산율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韓 저출산 방치땐 2050년대 마이너스 성장” 한은 초고령사회 영향 보고서“청년들 고용-주거-양육 불안이 원인정책지원-노동시장 개선 나서야”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문제를 방치하면 2050년대에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혼율 증가가 저출산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청년들의 고용 및 주거 불안 등을 해소해 출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을 경우 2050년대 한국 경제 성장률은 68% 확률로 0%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70년에는 90%의 가능성으로 총인구가 4000만 명 이하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저다. 한은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한국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46.6%로 OECD 평균(54.6%)보다 현저히 낮다. 청년층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지난해 41.4%로 증가해 일자리 질마저 악화됐다. 실제 미혼자 1000명 중 35.7%는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취업과 생활 안전, 집 마련 문제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한은은 △가족 관련 정부 지출 △육아휴직 실제 이용 기간 △청년 고용률 △도시 인구 집중도 △혼외출산 비중 △실질 주택가격 지수 등 6개 출산 여건을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한국 출산율은 0.78에서 1.63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동시장 문제를 개선하는 구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 문제를 완화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거느린 오스트리아 부동산·유통 기업 시그나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산 규모 38조 원이 넘는 기업이 고금리와 상업부동산 찬 바람에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갚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미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 파산에 이어 유럽 거물 부동산 재벌도 무너지자 각국 규제 당국과 시장은 상업부동산과 금융기관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드라마틱한 추락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 25년 만의 고금리에 무너진 부동산 거물 시그나그룹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며 ‘자율 관리 형태’로 채무 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주주 르네 벵코가 “영국 왕실 수준”이라며 자랑했던 세계 랜드마크급 부동산도 고금리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 JP모건은 시그나그룹 주요 자회사 부채가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70억 유로(약 38조 원)를 보유한 시그나의 창업자 벵코는 세계 부동산 시장의 유명 인사였다. 2019년 미국 부동산투자기업 RFR과 공동으로 1억5000만 달러에 크라이슬러빌딩(부지는 제외)을 매입해 주목받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셀프리지 백화점, 베를린 간판 카데베 백화점 등 유럽 번화가 백화점도 순식간에 사들였다. 시그나그룹은 이번 파산의 원인과 관련해 “유통부문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은 여파가 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유로화 25년 역사상 가장 높은 금리와 시그나 자산이 몰린 독일 부동산 폭락이 파산에 이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창업자 벵코는 고금리 중에도 부채를 늘려 자산을 취득했다. 태국 부동산 재벌 센트럴그룹과 손잡고 스위스 명품 백화점 체인 글로버스를 인수하고 64층짜리 독일 함부르크 타워 등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저물자 자산가치는 하락했고, 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졌다. 벵코는 파산 직전까지 단기자금 6억 달러를 구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 세계 상업 부동산 가격 하락 자극할 수도 각국 규제 당국과 시장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기자들에게 “(시그나에) 투자한 모든 사람들, 특히 은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 라이파젠이 시그나에 빌려준 대출 등 손실액이 7억5500만 유로(약 1조700억 원)에 달하며, 스위스 율리우스 베어 은행은 6억 스위스프랑(약 89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집계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럽의 병자’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독일 경제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시그나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추진했던 64층 빌딩 건설 사업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독일 경제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이 불안해지면 전체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시그나그룹이 일부라도 부동산 매각에 나서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해 유럽 은행들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상업부동산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한파를 맞았다. 미국도 공유오피스 위워크 파산과 공실률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상업용 부동산 한파에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해외투자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 텍사스주 댈러스의 오피스 4개 동을 투자액보다 약 23% 낮은 금액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출시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피스빌딩 공모 펀드 손실률은 80%를 넘어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한 해외 자산들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신규 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고물가, 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4개월째 움츠러들었다. 최근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가운데 주택가격 전망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전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7월(103.2)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CCSI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의 6개 지수를 반영한 지표로 100을 넘으면 소비자 체감경기가 낙관적(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구성 지수 중 소비지출 전망과 현재 경기 판단이 2포인트씩 하락했고, 현재 생활형편도 1포인트 떨어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높은 물가 수준에 따른 소비 여력 둔화로 소비지출 전망이 외식비(―2포인트), 여행비(―2포인트), 교양·오락·문화비(―2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주택 거래량이 하락세인 가운데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2로 전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올 7월(1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전달(―2포인트)에 이은 하락세다. 이 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1년 뒤 집값 하락보다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조사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과 같은 3.4%였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 2월 4.0%에서 9월까지 3.3%로 점차 떨어지다 10월 3.4%로 반등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공공요금(64.6%), 농축수산물(39.4%), 석유류제품(37.9%) 등이 꼽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증권가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주가조작 사건 등을 계기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12곳의 CEO 13명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3월 사이에 끝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날 계열사별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을 내정했다. 5년간 재임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59)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김성환 부사장(54)이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게 됐다. 부동산 PF 전문가인 김 부사장은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50대 중반 이전 사장 승진은 빠른 편이어서 한투 내부에선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55세의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메리츠증권은 56세의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로 발령했다.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창훈, 이준용 부회장은 모두 54세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징계도 교체 변수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안건 소위원회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박정림 KB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박 대표가 금융감독원의 제재 수위보다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최근 KB증권에 사전 통보했다. 반면 양 부회장과 정 대표에 대해선 이 같은 통보를 하지 않았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대표, 양 부회장(당시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넉 달 뒤에는 정 대표에게도 문책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제재심의위는 금감원 자문기구여서 심의 결과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과태료, 기관 및 임직원 제재 등이 결정될 수 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가 금융위에서 확정될 경우 대표이사 연임뿐 아니라 향후 3∼5년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올 4월 라덕연 세력의 주가조작과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황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사회가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증권가에선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등을 차기 대표로 거론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도 CEO 교체 움직임에 한몫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 키움, KB 등 주요 증권사 10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올 1분기(1∼3월) 2조3332억 원에서 2분기(4∼6월) 1조4865억 원, 3분기 1조3582억 원으로 하락세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PF 부문 실적이 악화되자, 부동산 금융조직 개편과 더불어 김진영 투자금융총괄 사장을 면직시켰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북한 등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 중개 등을 한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완전 철수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붕괴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이른바 ‘거래소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쇄 등에 따라 이용자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주의보를 내렸다.● FTX 이어 바이낸스 사태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를 창업한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趙長鵬)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미국인 고객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낸스는 북한에 총 80건, 약 437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 조직,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한 테러단체 등 범죄자와의 거래가 의심되는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과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차단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제재를 위반한 가상화폐 거래 총 166만여 건(총 7억 달러 상당)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규제 강화 뒤따를 듯바이낸스의 대규모 벌금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오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는 2∼4%씩 하락했다.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바이낸스코인(BNB) 시세는 10% 안팎 급락했다. 테라·루나 사태,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닥친 대형 악재로 주요 코인 시세가 흔들리는 현상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코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 업계에 규제 강화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가 규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다른 거래소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바이낸스 사건은) 재무부와 가상화폐 업계와의 관계에 있어 분수령이 되는 순간으로 봐야 한다”며 “모든 가상자산 서비스 업체는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낸스가 규제 사각 지대에서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고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탈중앙화 기술의 혁신성 때문에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거래소의 잇따른 영업 정지 사태와 관련해서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영업 종료를 앞둔 거래소들이 최소 1개월 전에는 영업 종료 사실을 알리고, 예치금이나 가상자산 등도 즉시 반환토록 지도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몇몇 사업자의 급작스러운 영업 종료에 따라 이용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당국은 고객자산 반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용자 피해가 방지되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절반 이상은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에 대한 과도한 단타 매매가 공모가를 적정 가치보다 높게 평가하도록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일부 상장사의 실적 부풀리기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장된 64개 종목(코스피 및 코스닥) 중 33개(51.6%)의 주가(20일 기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3개 종목 중 1개, 코스닥 61개 종목 중 32개다. 이 중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종목은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에스바이오메딕스였다. 이 종목은 5월 4일 공모가 1만8000원에 코스닥에 상장됐지만, 20일 종가는 7510원에 그쳐 하락률이 58.27%에 달했다. 시지트로닉스(―51.72%), 씨유박스(―50.20%), 버넥트(―49.38%) 등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의 이날 종가는 1만9770원으로 공모가(3만1000원)보다 36.23% 하락했다. 일부 IPO주는 실적이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큰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공모 당시 올해 목표 매출액으로 47억 원을 제시했지만, 올 1∼3분기(1∼9월) 매출은 2억6356만 원에 그쳤다. 회사가 밝힌 목표치의 5.5% 수준이다. 1∼3분기 영업손실은 59억268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억6126만 원)보다 늘었다. 파두 역시 상장 전 올해 매출을 1200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1∼3분기 매출은 180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매출은 220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바이오메딕스와 파두 모두 기술특례 상장업체라는 점에서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은 당장의 기업 실적은 떨어져도 기술력이 있고 성장성이 큰 기업이 상장이 가능하도록 심사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올 들어 32개 기업이 이를 통해 증시에 상장됐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상장을 막기 위해 기술특례 상장 시 주간사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17일 예고했다. IPO를 둘러싼 시장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상장 예비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당국이 상장 심사를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장 시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뷰티 테크기업 에이피알,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9월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선박 개조 및 수리업체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다음 달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 사이에서 공모주를 상대로 한 단타 투자가 일반화되면서 적정 공모가격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며 “이에 편승한 일부 상장사의 실적 부풀리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잠시만, 이따 건너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후문 앞. 중학교 3학년 유모 군(15)이 하굣길 친구들과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멈칫했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사각형 모양의 ‘보행자용 도로전광표지(VMS)’에 ‘차량 위험’이란 글자가 떴기 때문이다. VMS는 상황에 따라 ‘충돌 위험’, ‘차량 주의’ 등의 내용도 알려준다. 이 횡단보도는 폭이 좁아 신호등을 만들기 어려운 곳인데, 차량 통행이 많아 자녀를 둔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유 군은 “신호등이 없어 건널 때마다 긴장됐는데 위험을 알려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위험 경고 유 군과 친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VMS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공지능(AI) 안전관리 시스템’의 일부다. 행정안전부가 ‘취약계층·시설 등 안전사고 예방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스쿨존 내 불법 주행을 단속하고 사고위험을 신속히 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기능은 ‘보행자 안전관리’다. 스쿨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험 상황을 신속히 탐지해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경고해 준다. 예를 들어 이륜차나 개인형이동장치(PM)가 보행자 도로를 주행하거나 보행자가 공을 잡기 위해 도로로 갑자기 뛰어드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탐지해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이날 기자가 1시간가량 지켜본 VMS 화면은 도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었다. 평상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란 글자가 떠 있었다. 그러다 차량과 보행자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차량 위험’ 또는 ‘차량 주의’ 문구가 나타났다. ‘차량 위험’은 보행자의 인지 반응 시간(3초)을 고려해 충돌 예상 시간 4.5초 전에 뜨게 설정돼 있다. ‘차량 주의’는 충돌 예상 시간 5.5초 전에 나타난다. 시범 설치 지역 중 한 곳인 서초초교 앞 교차로는 서초대로 73길과 강남대로 61길이 교차하는 곳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만,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좁은 횡단보도로만 이뤄져 있다.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까지 있어 사고 위험이 큰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곳에선 평일 등교시간(오전 8∼9시) 하루 최대 161건의 일시정지 위반이 발생했고, 하교시간(오후 2∼3시)에는 하루 최대 683건의 무단횡단 위험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초초교에 자녀를 보낸다는 학부모 남모 씨(46)는 “강남역이 근처다 보니 차량 통행이 많아 항상 걱정이 많았다. 이제라도 AI 시스템이 도입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VMS는 보행자뿐 아니라 차량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스쿨존 한쪽에는 운전자를 위한 차량용 VMS가 별도로 설치됐다. 운전자가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화면을 통해 ‘보행자 위험’, ‘보행자 주의’ 등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면 ‘무단횡단 위험’이란 문구가 뜨기도 한다. ● CCTV 한 대로 경찰·지자체 단속 정보 제공 스쿨존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향후 반칙운전 단속에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교통단속은 경찰과 지자체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과속, 신호 위반, 정지선 위반 등을 담당하는 CCTV를 관리한다. 또 지자체는 CCTV를 활용한 주정차 위반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AI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통합 단속이 가능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AI 프로그램이 설치된 CCTV는 모든 불법 행위를 자유자재로 포착해 경찰과 지자체에 각각 보고할 수 있다”며 “아직 단속에 도입하진 않았지만 시범 운영을 통해 데이터가 쌓이면 실제 단속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통합관제센터로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역할도 한다. 이 내용은 119안전센터로도 즉각 전송돼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지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기존의 단편적 시설 개선이나 처벌 강화 방식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이라며 “앞으로 ‘저비용 고효율’로 어린이 교통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으로도 스쿨존 AI 안전관리 시스템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를 더욱 확대해 어린이가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시정지 의무’ 스쿨존 횡단보도, 15분간 차량 41대 안 지켰다 보행자 없어도 ‘우선멈춤’ 1대 그쳐법시행 직후보다 위반 늘어지난해 7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자동차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설치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 과거에는 보행자가 없으면 멈추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위반 시 운전자에게 승용차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법 시행 후 1년 4개월이 지났는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을까. 평일인 이달 2일 오후 4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서울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지켜본 결과 15분 동안 차량 41대가 신호등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반면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2대에 불과했는데 그중 1대는 보행자를 보고 멈췄다. 보행자가 없어도 정차한 차량은 1대에 불과했다. 일시정지는 스쿨존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올 8월 일시정지를 지킨 차량 수는 지난해 8월보다 5.7% 감소했다. 일시정지 규정이 유명무실한 건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일시정지는 자동차의 바퀴 4개가 완전히 멈추는 걸 의미한다”면서도 “정확히 몇 초 동안 멈춰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속도를 거의 멈춘 듯한 상태에서 다시 높이는 차량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스쿨존 인공지능(AI) 안전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단속이 시작되면 ‘스쿨존 일시정지’ 규정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카메라가 기존에 학습된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기 때문에 사람의 눈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시정지 위반 여부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해 스쿨존부터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되는 경우 높은 범칙금을 물리면 ‘일시정지’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적재 불량이 의심되는 4.5t 흰색 트럭이 들어서자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차량 적재함 부근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로공사(도공) 서울영업소 사무실로 실시간 전송됐다. 근무자인 유재순 주임은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적재물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불량을 확인한 유 주임은 ‘고발 버튼’을 눌러 내부 시스템망에 위반 사실을 등록했다. AI 카메라가 이미 차량번호를 확보했기 때문에 별도의 신분 확인이나 차량번호 입력은 필요없다. 유 주임은 “AI 카메라를 통해 원스톱 적발 및 등록이 가능해졌다”며 “이곳에서만 매달 평균 200여 대의 적재 불량 차량을 적발해 경찰에 넘긴다”고 말했다. 도공은 올 5월부터 AI 카메라로 화물차 적재물이 제대로 실렸는지 확인하는 ‘AI 적재 불량 판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는 적재함 문이 개방돼 있거나, 짐을 감싸는 덮개가 없는 위험 화물차의 사진 약 300만 장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적재 불량 의심 차량을 자동 분류하고 있다.● AI 카메라 도입 후 단속 실적 2.4배로 증가 기존에는 사람 눈으로 일일이 모든 차량을 확인해 적재 불량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의심스럽다고 분류한 차량만 사람이 들여다보고 적재 불량 여부를 판별한다. 실제로 AI 시스템은 5∼7월 19개 영업소, 48개 차로에서 적재 불량 의심 차량 94만 대를 분류해냈다. 도공 관계자는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량 적재 차량 적발에 드는 인력이 98.5% 절감된다”고 했다. AI가 사람보다 꼼꼼하게 잡아내다 보니 적발 실적도 늘었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19개 영업소는 올해 3863건을 적발한 후 경찰에 제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34건)의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도공이 경찰에 통보한 차량 중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지난해 5∼7월 40.8%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82.1%가 됐다. 다만 도공은 트럭의 적재 불량을 현장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AI 카메라가 적재 불량을 잡아내더라도 바로 시정하는 대신 모아서 주기적으로 경찰에 제보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적재 불량을 적발하더라도 해당 차량이 계속 도로를 달리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낙하물 사고 등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속도로 파손 탐지에도 AI 활용 AI 카메라는 고속도로 파손을 찾아내는 것에도 활용된다. 도공은 2020년 AI 카메라가 장착된 ‘포장파손 자동탐지장비’를 도입했다. 승합차 전면부에 달려 있는 AI 카메라가 도로 표면을 비추면서 도로가 파인 ‘포트 홀’을 감지하는 것이다. 다양한 포트 홀 사진을 학습한 AI 카메라는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3개 차로의 도로 파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본보 기자는 24일 AI 자동탐지장비가 장착된 도공 차량에 동승했다. 차량이 경기 용인시 남사진위 나들목(IC)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데 10여 분 만에 ‘도로 파임이 발견됐습니다’라는 안내음과 함께 화면에 실제 포트 홀 사진이 떴다. ‘5개 차로 중 2차로에 위치해 있다’, ‘가로 28cm, 세로 28cm 크기’ 등 상세한 정보도 제공됐다. 이 내용은 곧장 도공 본사 서버로 전송됐다. 이날 남사진위 나들목과 안성 나들목을 왕복하는 약 30분 동안 AI 카메라는 4개의 도로 파임을 잡아냈다. 도공은 앞으로도 AI 등을 적극 활용하며 장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도공은 올해 도로 포장 파손을 탐지하는 차량 후면부에 ‘라인 스캔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응력완화줄눈 점검을 위해서다. 여름철 열기에 콘크리트가 솟아오르는 걸 막기 위해 도로를 5∼10cm 간격으로 띄어 놓은 게 응력완화줄눈이다. 이 간격이 줄어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라인 스캔 카메라를 통해 탐지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준상 도공 정보통신기술(ICT)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첨단 기술을 장착한 탐지 차량이 더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이면 도로의 포장 상태를 등급화해 시급한 도로부터 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속도로 안전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비행 드론이 도로 점검… 위급땐 “대피하세요” 안내도 도로公, 드론 1대 시범운영 중차 막혀도 이동-점검에 지장 없고사람 손 안닿는 교량점검도 가능 최근 통영대전고속도로 상공에는 드론이 지상 40∼60m에서 매일 9시간씩 날아다닌다. 이 드론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띄운 것으로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비행한다. 그러다 교통사고나 화재 등의 상황이 생기면 관제실에 즉각 전달한다. 또 드론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도 한다. 도공은 ‘자율비행드론’ 1대를 시범도입했다. 시범운영 지역에선 고속도로 관리 및 비상 상황 대처가 더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도공 직원들이 차를 타고 직접 순찰했다. 문제는 차가 막힐 경우 곳곳을 이동하며 살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특정 구간만 비추고 있어 구석구석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드론은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며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영봉 도공 차장은 “지금은 드론 영상을 사람이 보고 대처해야 하지만 내년 말 도입 예정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급 상황에 드론이 알아서 알람까지 보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드론은 고속도로 교량 점검에도 활용된다. 61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 드론’이 전국 교량의 안전을 점검 중이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곳도 촬영해 점검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탑재돼 사진을 찍은 위치 정보까지 기록된다. 이를 활용하면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디지털 화면으로 재구성해 전체 교량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 도공은 지난해 교량 36개를 드론으로 점검했는데 점검 시간이 개당 평균 51시간 18분 소요됐다. 드론이 아닌 사람이 할 때 평균 60시간 18분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약 15%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여기에 드론은 0.2㎜에 불과한 미세 균열까지 잡아낼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약 10% 많은 손상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기덕 도공 차장은 “드론을 활용하며 교통통제 없이 정확하게 균열을 체크할 수 있다”며 “한 번에 두 대가 동시에 자율주행으로 비행하며 효율을 더 높이는 기술을 연내에 개발해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