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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메모를 28일(현지 시간) 세 번째로 공개했다. 이번 메모는 정경홍의 일기로 추정된다. 특수작전군은 정경홍이 주임 상사로 진급할 기회를 얻었으나 특정 범죄를 저질러 강등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는 복귀 이후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은 범죄자인 것으로 분석도 나온다. 파병 북한군들이 북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포로로 잡힐 경우 투항 대신 자결을 택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이런 가운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의 쿠르스크주 공세가 거세지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점령지의 절반가량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나머지 영토도 봄이 올 때까지 러시아가 다시 수복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러 파병 北 군인들 포로 잡힐 것 두려워 서로 처형”이날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의 발표와 메모 내용을 종합하면 메모는 “나는 은혜로운 왕의 품속에서 세상에 무리없이 마음껏 배우며 자랐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정경홍은 “조국보위는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조국이 있어야 나의 모든 행복이 있기에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혁명의 군복을 입었다”고 전했다. 최고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정경홍은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지만 당의 사랑과 은덕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를 저버리는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나에게 인생의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며 “나는 이번 작전에서 대오의 맨 앞에서 달려갈 것이며, 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겠다”고 덧붙였다.이어 “김정은 붉은 특공대의 용감성과 희생성을 온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나는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당에 청원할 것이다”는 말을 끝으로 메모를 마무리했다. 특수작전군은 이를 두고 “정경홍은 어떤 잘못으로 인해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추측했다.실제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가족이 위험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7일 “북한 군인들은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고가 있다”며 “붙잡힐 경우 가족들에 대한 보복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일주일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1000여 명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북한군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 책임자들은 군인들의 생존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모든 것은 북한군이 우리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또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북한군이 서로를 처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러 쿠르스크 공세에 우크라 점령지 절반 잃어한편 북한군 가세로 강화된 러시아의 쿠르스크주 공세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점령지의 절반가량을 잃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봄이면 점령지를 전부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우크라이나군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쿠르스크주 지휘관들은 “현 상황이 어려워 사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쿠르스크 점령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한 소대장은 “상급자들이 부대의 방어 전선 위치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반복적으로 거절하고 있다”며 “최후까지 버티는 병사들은 결국 실종되고 있다”고 말했다.북한이 러시아에 8000명의 추가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미국 당국자는 “북한이 봄까지 8000명의 군인을 추가로 파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이 분석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이처럼 러시아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향후 휴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력을 잃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는 현재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휴전 협상 전에 가능한 많은 영토를 되찾기 위해 회담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청소년 SNS 이용제한’ 전세계 시끌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각종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요국이 앞다퉈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단기 규제책보다 유해 콘텐츠 생산을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우리 딸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피해자였어요.”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지역에 사는 제레미 파르키에(44)와 델핀 다퓌(47)의 딸 샤를리즈 다퓌 파르키에는 평범한 15세 소녀였다. 해리포터를 좋아하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취미였다. 길을 걸을 땐 혹시라도 개미를 밟을까 봐 걱정하던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고 한다.하지만 샤를리즈가 사립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무언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파르키에 씨는 “어느 날 한밤중에 샤를리즈가 반 친구가 자신을 괴롭힌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정신건강이 갈수록 악화되던 샤를리즈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차츰 나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갈수록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22일(현지 시간) 외출을 나갔던 파르키에 씨가 샤를리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심상찮은 느낌을 받은 파르키에 씨가 급히 귀가해 방문을 열었을 땐, 이미 샤를리즈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이후 파르키에씨 부부가 알게 된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샤를리즈 친구들은 부부에게 “사고 전날, 샤를리즈가 극단 선택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틱톡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딸이 방 안에서 하루 몇 시간씩 틱톡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다퓌 씨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딸이 소셜미디어의 나쁜 콘텐츠에 중독되는 걸 막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샤를리즈의 사례가 아니어도 이미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최근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파르키에 씨 부부 역시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자살을 시도했거나 섭식 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부모들과 함께 지난달 틱톡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최근 여러 나라 정부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혹은 일부 금지하는 법안을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 역시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의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히 청소년의 접근을 막는다고 이미 만연한 소셜미디어 유해 콘텐츠가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도파민 유도 알고리즘’이 문제파르키에 씨 부부가 틱톡을 상대로 프랑스 법원에 제기한 소송엔 7가족이 참여했다. 자녀 2명은 극단 선택을 했고, 4명은 자해를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섭식 장애를 겪고 있다. 가족 측인 로르 부트롱 마르미옹 변호사는 “유럽에서 소셜미디어 기업을 상대로 집단 소송이 이뤄진 건 처음”이라며 “틱톡은 청소년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알고리즘 등) 자사 상품의 단점에 대해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9월 틱톡에 약 3억7000만 달러(약 5416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전례가 있다. 아동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다. 틱톡의 경우 13∼17세 청소년 계정은 기본적으로 공개되도록 설정돼 있는데, 이는 악용 시 청소년 개인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도 여겨진다. 영국 역시 4월 EU와 같은 이유로 틱톡에 159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와 켄터키, 뉴저지주 등에서 초당파적 주 법무장관 연합이 꾸려져 2022년 3월부터 틱톡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미 12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올 10월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틱톡이 ‘쇼트폼’ 콘텐츠를 과도하게 사용하도록 조장하며, 이런 콘텐츠가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검찰은 틱톡이 끊임없이 다음 동영상 시청을 유도하는 등 중독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선 1억7000만 명가량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컬럼비아 특별구는 소장에서 틱톡 알고리즘을 ‘도파민 유도 알고리즘’이라고 명명했다. 소장은 “틱톡 디자인은 인간이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카메라 필터를 통해 촬영자 얼굴을 백인이나 유럽인 등에 가깝게 꾸며 고정관념을 강화시킴으로써 외모에 대한 자기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역시 지난해 10월 미국 33개 주로부터 고소당했다. 주 정부들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 밀어넣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또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의 개인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수집했다고도 판단했다. 올 8월엔 미 연방정부 차원의 소송도 제기됐다.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는 틱톡이 부모 동의 없이 13세 미만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 또는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틱톡 측은 이에 대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많은 부분이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우리는 청소년 사용자의 개인정보 삭제, 이용 시간 제한 및 16세 미만 사용자의 기본 개인정보 보호 설정같이 강력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타 역시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호주, 유럽 등에선 연령 중심 규제소셜미디어를 상대로 각종 소송이 이어지면서, 일부 국가에선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도 제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도 각 기업들의 소송 등에 부딪혀 실행까지 시간이 걸릴 순 있지만,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 움직임엔 갈수록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호주 의회는 지난달 28일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모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감안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이용 자체를 금지시킨 건 세계에서 호주가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16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앞으로 호주에선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 연령을 확인하고 16세 미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안은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 플로리다주는 올 3월 14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14, 15세도 계정을 생성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유타주는 지난해 3월 18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을 위해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의 경우엔 2023년 15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 동의하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아직 사회적 논의가 이어져 시행되진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11세 미만 청소년의 휴대전화 소지 금지 등도 검토되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동유럽의 알바니아다. 내년 1월부터 남녀노소 모두 틱톡 접속을 1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14세 남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틱톡에 ‘살인을 지지한다’는 영상이 쏟아지자 당국은 아예 자국에서 접속을 금지하는 강경책으로 맞섰다. 전방위적 규제 움직임 속에서 소셜미디어들도 자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등은 최소 13세 이상이어야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이용 규정을 바꿨다. 또 자녀 계정을 부모 계정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게시물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해 콘텐츠 필터링 중심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소셜미디어 연령 규제나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자체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호주 멜버른 RMIT대 리사 기븐 교수(정보과학 전공)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장 효과적인 규제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유해 콘텐츠를 더 잘 관리하고 제거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 제한 등에 집중한 규제는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연령 제한 규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상사설망(VPN) 등으로 우회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며 “이런 규제는 그냥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소셜미디어 규제 자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가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유해 콘텐츠를 사전에 걸러내는 방식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법적 규제보다 유해 콘텐츠 필터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관련 법과 정책 역시 이를 이행하지 않는 플랫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6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또 다른 메모를 추가로 공개했다. 특수작전군이 이번에 공개한 메모에는 ‘무인기(드론)를 어떻게 소멸할 것인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세 명의 군인이 협력해 드론에 대응하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한 명이 드론을 유인하면 나머지 두 명이 뒤에서 무인기를 조준 사격하는 방식이다. 이는 북한군이 드론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대응 방법을 숙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도 24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현대전, 특히 드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고 원시적”이라고 평가했다. 특수작전군의 발표와 메모 내용을 종합하면 메모에는 “무인기를 발견하면 3(세 명)이 모인 구도로… 한 명은 무조건 유인하다가… 나머지 2명이 조준 사격으로 소멸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한 명의 군인이 7m 정도 떨어져 이른바 ‘미끼’가 되고, 다른 2명이 10∼12m 거리에서 사격을 한다는 방식까지 분석한 것이다. 메모에는 포 사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담겨 있다. 특수작전군에 따르면 메모에는 “사격 구역에 들어서면 집합 지점을 알려주고 조 단위로 사격 구역을 떠난다”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에는 다시 떨어지지 않으니 포탄 구덩이로 은폐하고 돌격하면 된다”고 적혀 있다. 한편 특수작전군은 24일 정경홍의 손편지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글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시야(러시아) 땅에서”라며 전우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약 90% 완료됐지만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를 탓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5일 “이스라엘이 군대 철수, 휴전, 포로 석방, 피란민 귀환 문제에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최종 합의를 지연시킨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달리 자신들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며 책임감과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곧장 반박 성명을 냈다. 총리실은 “테러조직 하마스는 또 거짓말을 한다”며 “이미 합의된 사항을 재확인하고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쪽은 하마스”라고 맞섰다.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의 최근 강경 발언이 협상에 대한 신뢰를 해쳤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후퇴하지 않고 군사 통제 유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될 리 만무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전쟁 종식을 우선시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끝나는 게 우선이라고 맞선다. 한편 카츠 장관은 25일 군 사령관을 만나 “통제 초소, 완충지대 등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과 통제를 지속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6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숨진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의 또 다른 메모를 추가로 공개했다.특수작전군이 이번에 공개한 메모에는 ‘무인기(드론)를 어떻게 소멸할 것인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세 명의 군인이 협력해 드론에 대응하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한 명이 드론을 유인하면 나머지 두 명이 뒤에서 무인기를 조준 사격하는 방식이다. 이는 북한군이 드론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대응 방법을 숙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도 24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현대전, 특히 드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고 원시적”이라고 평가했다.특수작전군의 발표와 메모 내용을 종합하면 메모에는 “무인기를 발견하면 3(세 명)이 모인 구도로… 한 명은 무조건 유인하다가… 나머지 2명이 조준 사격으로 소멸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한 명의 군인이 7m 정도 떨어져 이른바 ‘미끼’가 되고, 다른 2명이 10~12m 거리에서 사격을 한다는 방식까지 분석한 것이다.메모에는 포 사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담겨 있다. 특수작전군에 따르면 메모에는 “사격 구역에 들어서면 집합 지점을 알려주고 조 단위로 사격 구역을 떠난다”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에는 다시 떨어지지 않으니 포탄 구덩이로 은폐하고 돌격하면 된다”고 적혀 있다.한편 특수작전군은 24일 정경홍의 손편지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한글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러시아) 땅에서”라며 전우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약 90% 완료됐지만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를 탓하며 책임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5일 “이스라엘이 군대 철수, 휴전, 포로 석방, 피란민 귀환 문제에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해 최종 합의를 지연시킨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달리 자신들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며 책임감과 유연성을 보여 줬다”고 주장했다.이스라엘 총리실은 곧장 반박 성명을 냈다. 총리실은 “테러조직 하마스는 또 거짓말을 한다”며 “이미 합의된 사항을 재확인하고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쪽은 하마스”라고 맞섰다.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의 최근 강경 발언이 협상에 대한 신뢰를 해쳤다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후퇴하지 않고 군사 통제 유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될 리 만무하다”고 전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전쟁 종식을 우선시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끝나는 게 우선이라고 맞선다.한편 카츠 장관은 25일 군 사령관을 만나 “통제 초소, 완충지대 등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과 통제를 지속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으로 먼저 파병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같은 날 “내년 5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파병 뒤 양국 군사협력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군사령관도 7일 한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파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NYT는 “다만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에 대한 대가를 즉각적으로 받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대신 향후 북한을 둘러싸고 외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길 원한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군사기술 측면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길 기대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3일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승절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가장 큰 국가 경축일 중 하나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내년 전승절 열병식에 군대를 보내기로 한 국가에 북한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대표단이 아닌 북한군 부대가 참석한 적은 없었다.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예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사상자 1100여 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24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제기한 헌법 소원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앞서 권 씨 측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대법원이 취소한 게 유럽인권조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헌재에서 기각됨에 따라 한국행을 뒤집은 대법원 결정에 힘이 실리면서 권 씨의 미국행이 유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헌재는 “헌재는 명백한 권리 침해의 문제가 아닌 한, 법의 해석과 그 결론에 대해 법원에 다른 의견을 강요할 권한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는 두 차례 소환장에 따라 인도에 동의했고, 어느 국가로의 인도가 피고의 특정 권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권 씨의 범죄인 인도 결정 과정에서 권리 침해가 발생했다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따질 여지가 있지만, 권 씨 측도 특정 국가로의 인도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권 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는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결정에 달리게 됐다. 그간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권 씨가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몬테네그로의 밀로이코 스파이치 총리가 권 씨의 테라폼랩스 초기 개인 투자자였다는 점이 밝혀지자,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법무장관은 “권 씨와 유착 관계인 스파이치 총리가 권 씨의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금융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높다. 권 씨의 미국행을 주장했던 밀로비치 전 장관은 올 7월 경질됐다. 현 보얀 보조비치 법무장관은 권 씨를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에 관한 의견을 밝힌 적은 없다.권 씨는 범죄인 인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몬테네그로에 구금될 예정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 시간)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가 병력 부족으로 먼저 파병을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같은 날 “내년 5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파병 뒤 양국 군사협력이 더욱 굳건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NY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북한이 제안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탱평양군사령관도 7일 한 안보 관련 회의에서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파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NYT는 “다만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에 대한 대가를 즉각적으로 받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향후 북한을 둘러싸고 외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길 원한다는 의사를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군사기술 측면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길 기대한 제안이었다고 평가했다.러시아 크렘린궁은 23일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승절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가장 큰 국가 경축일 중 하나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내년 전승절 열병식에 군대를 보내기로 한 국가에 북한이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 대표단이 아닌 북한군 부대가 참석한 적은 없었다.북한이 올 9월부터 러시아의 군사 훈련에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알려진 10월부터 한 달가량 앞선 시기다. 미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지난주 “9월 진행한 군사훈련 참관국 10개국에 북한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예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사상자 1100여 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이 자국 내 무기공장을 최대 한도로 가동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최대 55억 달러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에 가짜 러시아 신분증을 지급하고 이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영토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위성사진 기업 SI 애널리틱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내 무기공장 200여 곳을 전부 가동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DC)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60%가 평양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대가로 올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받았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에 무기와 병사를 지원해 최대 55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군의 파병이 러시아가 아닌 북한 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북한 측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해 즉각적인 대가를 받진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하고 획득한 군용 신분증 3개를 공개했다. 각각의 신분증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레크 아가나크 카폴로비치란 러시아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서명란에는 각각 리대혁, 조철호, 방국진이라는 한글이 다른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보병을 앞세운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신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이 자국 내 무기공장을 최대 한도로 가동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최대 55억 달러를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러시아는 파병된 북한군에 가짜 러시아 신분증을 지급하고 이들의 신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영토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에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위성사진기업 SI 애널리틱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내 무기공장 200여 곳을 전부 가동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DC)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60%가 평양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WSJ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대가로 올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받았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에 무기와 병사를 지원해 최대 55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또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 북한군의 파병이 러시아가 아닌 북한측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북한 측이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해 즉각적인 대가를 받진 않았다고 전했다.한편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22일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하고 획득한 군용 신분증 3개를 공개했다. 각각의 신분증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레크 아가나크 카폴로비치란 러시아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하지만 서명란에는 각각 리대혁, 조철호, 방국진이라는 한글이 다른 필기체로 적혀 있었다.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보병을 앞세운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심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것은 전쟁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폭격을 가하는 것은 ‘잔학(殘虐) 행위’일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연례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잔학 행위라 부르며 강력 비판했다. 세계 14억 명의 신자를 이끄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평화와 화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성탄절을 맞아 특정 국가를 작심 비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연설에서 “어제 아이들이 또 폭격을 당했다”며 “이는 잔학 행위이지, 전쟁이 아니다. 마음에 와닿기 때문에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설 하루 전인 20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등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7명 등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또 연설에서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가자지구 신자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전날 공습 때문에 입국이 거부됐다”고도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교황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대테러 전쟁의 실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대 국가와 그 국민들에 대한 이중 잣대와 차별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교황과 이스라엘이 날을 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교황은 지난달 출간한 책에서도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집단 학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스라엘은 아이들 뒤에 숨어 어린이를 살해하고 100명의 인질을 붙잡고 학대하는 하마스와 상대하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교황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대응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탄절 연설에서 성직자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교황은 “가십(험담)은 사회생활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악”이라며 추기경을 포함한 성직자들에게 ‘겸손한 삶’을 살아가길 주문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4개월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최근 큰 폭으로 진척됐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포로 교환 대상자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참석한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90% 완료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맞닿지 않는 곳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곳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밀반입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협상에서도 필라델피 통로에 계속 주둔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간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필라델피 통로를 따라 수km 너비의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에 전력이 크게 무력화됐고,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5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민심도 싸늘하기 때문이다. 협상 관계자들은 필라델피 통로를 둘러싼 이견만 조정되면 며칠 내로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논의된 휴전안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과 유사하다. 1단계에서는 6주간 전투 중단과 인질 일부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진행된다. 2단계에선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완전 철수(필라델피 통로 인근 주둔 제외)와 인질 전원 석방,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다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에서 양측은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마스 측은 2000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를 이끈 파타당 고위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포로 교환 문제 등에서 합의가 이뤄져 실제로 휴전이 발효된다면 이집트와 카타르의 감독하에 가자지구로 하루에 구호트럭 500대 반입, 가자지구 북부로 피란민 귀향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 중심의 시리아 과도정부는 HTS 출신 아사드 하산 알 시바니와 무르하프 아부 까스라를 각각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구축 및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던 HTS의 수장 아흐메드 알 샤라에 대한 현상금 1000만 달러를 최근 해제하는 등 유화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카타르 등도 대표단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파견하거나 대사관을 재가동하는 등 향후 시리아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4개월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최근 큰 폭으로 진척됐지만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와 포로 교환 대상자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 참석한 하마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90% 완료됐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통로’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맞닿지 않은 곳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이곳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밀반입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최근 협상에서도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간 하마스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입장에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필라델피 통로를 따라 수 킬로미터 너비의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에 전력이 크게 무력화됐고,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5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면서 민심도 싸늘하기 때문이다.협상 관계자들은 필라델피 통로를 둘러싼 이견만 조정되면 며칠 내로 휴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논의된 휴전안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과 유사하다. 1단계에서는 6주간 전투 중단과 인질 일부 석방,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가 진행된다. 2단계에선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완전 철수(필라델피 회랑 인근 주둔 제외)와 인질 전원 석방,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다만 하마스의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에서 양측은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마스 측은 2000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를 이끈 파타당 고위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스라엘군 주둔 문제, 포로 교환 문제 등에서 합의가 이뤄져 실제로 휴전이 발효된다면 이집트와 카타르의 감독 하에 가자지구로 하루에 구호트럭 500대 반입, 가자지구 북부로 피란민 귀향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한편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중심의 시리아 과도정부는 HTS 출신 아사드 하산 알 시바니와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를 각각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구축 및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던 HTS의 수장 아메드 알 샤라에 대한 현상금 1000만 달러를 최근 해제하는 등 유화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카타르 등도 대표단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파견하거나, 대사관을 재가동하는 등 향후 시리아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53년 독재정권 무너진 시리아, 앞날은1971년 아버지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했다. 잔혹한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과도정부를 이끌 반군 조직의 통치 능력은 우려스럽다. 13년간 내전이 이어졌던 시리아의 미래를 짚어 봤다.》“신(神)이 (나 대신) 아사드가(家)에게 복수할 겁니다.” 뱌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59)이 잔혹 통치를 하던 2011년 5월 아사드 정권에 아들 함자(당시 13세)를 잃은 어머니 아미르 알 카팁 씨가 최근 영국 BBC와 한 인터뷰다. 당시 아사드 정권은 “함자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그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자의 시신에는 담배로 지진 자국이 가득했고 거세 흔적까지 발견됐다.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고문이 자행된 흔적이었다. 2019년에는 함자의 형이자 카팁 씨의 또 다른 아들 오마르마저 숨졌다. 오마르는 아사드 정권이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처형해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 옥중 사망했다. 카팁 씨는 러시아로 도피한 아사드 전 대통령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외쳤다. 1971년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해왔던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됐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당시에도 권좌를 지켰던 아사드 전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 주도의 반군이 지난달 27일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한 지 11일 만에 해외로 도피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강대국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은 시리아의 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때 9·11테러를 주도한 수니파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아직 테러단체로 지정된 HTS가 제대로 된 통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떻게 53년 독재가 가능했는지, 내전은 왜 13년간 지속됐는지, 향후 시리아는 어디로 갈지 알아본다. ● ‘이이제이’ 佛 식민통치부터 갈등다민족 다종교 다종파 국가인 시리아는 1920∼1946년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부터 많은 갈등에 시달렸다. 약 2340만 명의 국민 중 수니파가 74%로 절대 다수다. 프랑스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체의 약 13%인 시아파에 집중적으로 권력을 몰아줬다. 특히 아사드 일가가 속한 시아파의 분파 알라위파는 군대, 경찰 등에 집중적으로 기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사람이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1930∼2000)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 현재 시리아 정계의 핵심 세력인 ‘바트당(아랍사회주의부흥당)’에 가입해 승승장구했다. 국방장관이던 1970년 쿠데타를 일으켜 반대파를 모조리 제거했고 한 해 뒤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반(反)서방, 반이스라엘을 기치로 주변 아랍국과 연대하고 소련과 적극 협력했다.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소련은 시리아에 무기와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페즈 전 대통령은 각국 독재자와도 적극 교류했다. 1974년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같은 해 ‘동유럽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싫든 좋든 국제사회에 시리아라는 나라를 각인시킨 것이다. ‘중동의 비스마르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그는 4남 1녀를 뒀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던 장남 바실은 1994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숨졌다. 이에 다마스쿠스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안과 의사로 일하던 차남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을 긴급히 귀국시켰다. 2000년 하페즈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당시 아사드 전 대통령은 35세에 불과했다. 의회와 바트당은 그가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시 헌법상 만 40세였던 대선 출마 자격을 만 34세로 낮췄다. 권좌에 오른 그는 초기에는 잠시 개혁 정책을 펼쳤다. 일부 반대파를 사면했고 외국계 은행의 영업을 허용하고 일부 국영기업도 민영화했다. 레바논 내 시아파 보호 등을 이유로 자국군을 파병했지만 군 철수도 단행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의 개혁 움직임도 멈췄다. 이슬람권은 미국의 이런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바트당 원로들은 30대 젊은 대통령에게 “미국에 강하게 맞서라”고 압박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은 내내 반미, 반이스라엘 기조로 일관했다.● 화학무기 사용 등 잔혹통치로 악명‘아랍의 봄’이 발발한 2011년 시리아에서도 남부 다라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아사드 정권은 함자 같은 미성년자에게도 잔혹한 고문을 일삼으며 무력 탄압에만 주력했다. 시위대도 ‘테러범’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시위대 또한 정부군과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길고 긴 내전이 발발했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 무기까지 사용했다. 2013년 8월 반군 지지 주민이 많은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1400명이 숨졌다. 2017년 4월에는 역시 반군의 주요 거점인 북부 이들리브주에 사린가스 공격을 자행해 최소 80명이 숨졌다. 2018년 4월에는 구타 일대에 또 화학 무기를 살포했다. 이때도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수감된 반대파에게도 악명 높은 고문을 자행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를 쇠막대 벨트 채찍 등으로 구타하고, 생식기에 전기 고문을 가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일부 교도관은 수감자들에게 “서로를 고문하라. 따르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내전 기간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만 최소 3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내전 장기화로 경제는 더욱 나빠졌다. 세계은행은 2021년 시리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21달러(약 60만 원)로 추정했다. 인구의 24.8%는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내전 기간 동안 고질적인 전력난이 더 심해져 최근에는 많은 주민이 옷을 태워 연료로 쓴다.● 이란-러시아 발 빼자 ‘와르르’ 이런 상황에서도 아사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이 기지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했다. 특히 공군을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어 반군을 저지했다.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지상군을 적극 도왔다. 2013년부터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일대에서 ‘국가(state)’를 자처한 것도 아사드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킨 측면이 있다. 산 사람을 공개적으로 화형시키는 극악무도한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IS 궤멸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내전의 판도가 바뀐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두 개의 전쟁’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아사드 정권의 허약한 체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사실상 궤멸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을 돕던 헤즈볼라 전투원 1만 명은 올 9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이면서 시리아에서 속속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의 지원 또한 급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헤즈볼라 대원들이 철수한 가운데 이란이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HTS 통치 능력 ‘기대 반 우려 반’ 국제사회는 새 과도정부를 이끌 HTS가 어느 정도의 통치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약 2만 명의 조직원을 보유한 HTS는 2017년부터 인구 약 470만 명의 북부 이들리브주를 사실상 통치했다. 수장은 한때 알카에다에 몸담았지만 2016년 결별한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 이슬람 원리주의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지만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종파와도 협력할 뜻을 밝히는 등 최근에는 유화적인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2017년 설립한 민간행정조직 SSG를 과도정부의 통치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보건, 교육, 지방 재건 등 10개 부처, 총인원 75명의 정치자문(슈라) 위원회로 구성됐다. HTS는 7년간의 이들리브 통치 당시 오랜 내전으로 지친 주민들에게 식량 및 전기 보급 등으로 민심을 얻었다. 2023년 초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도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을 거들었다. 다만 시리아 내부의 분열 및 갈등 역사가 워낙 오래된 탓에 HTS가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반군은 HTS뿐 아니라 쿠르드족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단체의 집합체 성격이 크다. 언제든 분열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BBC 역시 HTS에 동의하지 않는 반군 세력 또한 상당하다며 이들이 모두 일정 부분 권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누가 누구의 적이고 우군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이해관계 또한 제각각 다르다. 오랜 내전으로 시리아 땅을 떠났던 약 500만 명의 국민을 어떻게 귀환시키고 어디에 정착시킬 것이냐는 사안은 과도정부의 또 다른 과제다. 내전 기간 동안 이들을 수용했던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벌써부터 “이제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며 빗장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서유럽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상당수 난민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무관하게 고국의 정치 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자발적 귀환을 망설이고 있다.● 강대국 각축전 시작 주요국은 벌써부터 이런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느라 바쁘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 일대의 시리아군 기지를 재빨리 점령했다.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타르투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기 위해서”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돼 10일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 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번에 점령한 시리아군 기지를 결코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또한 현 상황의 주요 승자라고 분석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내전 발발 후 전체 시리아 난민의 약 70%(약 350만 명)를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 땅에 수용해야 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난민 수용 부담을 일거에 털어낼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헤즈볼라, 시리아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온 이란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간 대사는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까지 겹쳐 이란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8·사진)이 미국 시사매체 타임의 ‘202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타임은 12일 올해의 인물을 발표할 예정인데 하루 앞서 내용이 유출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건 첫 번째 대선에서 승리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해의 인물 선정 관계자 3명은 “트럼프 당선인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이라며 그가 12일 오전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개장 종을 울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타임에 따르면 올해의 인물 후보로는 트럼프 당선인, 그와 이번 대선에서 겨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올 2월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총 10명이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7년 8월 취임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58)이 11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로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핵심 측근인 ‘충성파’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에 기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레이 국장이 남은 임기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레이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집권 1기에 직접 뽑은 인물이다. 연방 검찰은 트럼프 당선인이 2021년 1월 퇴임 당시 백악관 기밀 자료를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불법 반출했다는 혐의 등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레이 국장이 자료 불법 반출에 관한 수사를 위해 2022년 8월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눈 밖에 났다. 미국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FBI가 중립적,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1976년부터 국장 임기를 10년으로 보장해 왔다. 다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해임하면 교체가 가능하나,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교체를 단행하는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이 발탁한 사람의 임기도 지켜주지 않는 데다 4건의 형사 기소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보복 의사도 드러낸 만큼 FBI의 정치 중립성 논란, 정치 보복 우려 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도 FBI 국장 경질 CNN 등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워싱턴 FBI 본부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내년 1월 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일하고 물러나는 것이 FBI에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기 사임은 FBI를 더 깊은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당시 FBI 수장의 임기를 지켜주지 않았다. 당시 수장은 제임스 코미 전 국장(2013년 9월∼2017년 5월 재직). 트럼프 당선인은 코미 전 국장이 자신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임기가 6년 넘게 남은 그를 트위터(현 X)로 해임했다. 그 후임자로 발탁한 레이 국장 역시 임기를 지켜주지 않은 것이다. FBI는 테러, 부패, 사이버 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진다. FBI 국장 또한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한다. 10년 임기를 법으로 정한 것 또한 도청, 사찰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무기로 미 사회를 쥐락펴락했던 존 에드거 후버 전 국장(1935∼1972년 재임) 같은 막후 권력자가 나타나는 것을 막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텔 FBI 국장 지명자, 칼바람 예고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레이 국장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8일 NBC뉴스 인터뷰에서 ‘레이 국장을 해고하겠느냐’는 질문에 “그가 마러라고 리조트에 침입했다. 그가 한 일은 매우 불만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날 레이 국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사법기관의 무기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날”이라며 “미국의 법치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인도계인 파텔 지명자 또한 11일 성명을 내고 “이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취임 첫날부터 미국인들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 국장을 포함해 트럼프 당선인을 수사한 인물들에 대한 보복, FBI 본부 축소 등 대대적인 칼바람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온 충성파로 애리조나주의 TV 앵커 출신인 캐리 레이크를 ‘미국의 소리(VOA)’ 방송 대표로 지명했다. VOA는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을 받지만 독립적인 편집권을 보장받아 왔다.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역에 대한 군사 공세를 연일 강화하고 있다.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시리아군 기지를 점령했고,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알바이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알바이다가 속한 타르투스주(州)에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해군 기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 시절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됐으며 10일에는 역시 현직 총리 최초로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48시간 동안 480회 공습1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48시간 동안 전투기와 지상작전 등으로 시리아 전역을 약 480회 공습했다. 다마스쿠스의 공군기지, 공항,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등이 주요 목표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통해 “시리아의 군사 역량 중 8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이스라엘과 가까운) 시리아 남부에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IS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롭게 점령한 골란고원 내 시리아 영토를 돌려주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는 9일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했다. 10일에는 “시리아의 새 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새 정권이 (아사드 정권처럼) 이란과 관계를 맺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고원의 약 80%를 장악해 지금까지 실효지배하고 있다. 8일에는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시리아군 기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군사 작전을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일컫는 지명 ‘바샨(Bashan)’을 딴 ‘바샨의 화살’로 명명했다.● 네타냐후, 피고인으로 첫 법원 출석두 번째 총리 재직 시절인 2019년 11월 사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재판은 2020년 5월 시작됐지만 그의 두 번째 실각과 세 번째 취임,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등으로 언제 1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약 5시간 동안 직접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친한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없다면서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0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아사드 전 대통령을 러시아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반대파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으로 ‘중동의 도살자’로 불리는 아사드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도록 인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ICC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11일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두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동 음모”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시리아 반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축출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무함마드 가지 알 잘랄리 전 총리(55)가 9일 “반군으로 권력을 넘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습을 이어온 이스라엘군이 지상군도 10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서쪽으로 20여 km 떨어진 카타나까지 진격했다. 혼란을 틈타 시리아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의 점령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잘랄리 전 총리는 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기기로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SSG는 HTS의 행정 조직으로 내전 과정에서 HTS가 장악했던 북부 이들리브 일대에서 사실상 정부 역할을 담당했다. HTS도 “무함마드 알 바시르(38)를 과도정부 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1986년 이들리브에서 태어난 그는 1월부터 SSG 수반으로 활동했다. HTS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는 군 책임자 지위를 유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권력 이양이 본격화하면서 국제사회는 HTS를 공식 정부로 인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권력 공백 사태를 틈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 조직이 재건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HTS를 과도정부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하고 과거 알카에다와도 연을 맺었던 HTS가 미덥지 못하다”는 반론이 대립하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등을 이유로 현재 미국, 영국 등 유럽 주요국, 튀르키예 등은 HTS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줄라니는 자신이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며 “새 정부를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동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화학무기가 테러 조직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중동의 안정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는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방안 또한 논의하기로 했다. 8일 골란고원 내 시리아 정부군 기지를 공격했던 이스라엘은 10일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까지 진격했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의 시리아와 이스라엘 완충지대에서 약 10㎞ 떨어진 카타나까지 전차 등을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9일 시리아 내 화학 무기 관련 시설 100여 곳을 공습했던 이스라엘군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이스라엘 측은 “시리아 정부군 잔재 세력이 재건하지 못하도록 일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한편 주민들은 러시아로 도피한 아사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상당수 주민이 그의 다마스쿠스 자택에 들이닥쳐 물품을 약탈하고 집기를 파손했다. 아사드 정권의 주요 후원자였던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조성한 군사 기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해당 기지의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반군 인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슬람은 승리했다. 이슬람 국가의 등불이 될 새로운 시리아를 건설하겠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한 수니파 반군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가 8일 승리 연설을 갖고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이슬람 전체의 역사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HTS의 다마스쿠스 점령 직전 해외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사실상 러시아로 망명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9일 아사드 일가가 러시아로 망명했다는 언론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치적 망명 허가에 관한 결정은 국가원수의 참여 없이 내려질 수 없다”고 답했다. 망명을 허가한 사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HTS 주도의 권력 이양이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주변국과 국제 사회는 이번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에 있는 일부 시리아군 기지를 재빨리 점령했다. 미국 또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권력 공백을 틈타 재건할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 내 IS 거점지 75곳을 공습했다.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화학무기가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중동의 여러 국가와도 협력할 뜻도 비쳤다.● 줄라니 “시리아 정화, 이슬람 승리” 그간 노출을 꺼려 왔던 줄라니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연설을 갖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군중의 환호 속에 다마스쿠스 우마이야 모스크에 등장한 그는 아사드 정권과 배후 이란을 동시에 비판하며 “아사드가 시리아를 ‘이란의 탐욕을 위한 농장’으로 전락시켰다. 시리아를 정화(purify)하겠다”고 외쳤다. 이번 승리는 아사드 정권하에서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사람과 전사(戰士)들의 희생으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8세기 초 건립된 이 모스크는 이슬람의 주요 성지로 꼽힌다. 줄라니가 아사드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대통령궁이 아닌 이곳을 첫 연설 장소로 택한 것 또한 자신이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이 신(神)의 뜻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디언 역시 그가 시리아의 새 통치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줄라니는 다마스쿠스 점령 후 자신을 본명 아흐메드 후세인 알 샤라로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2003년 9·11테러의 주역 알카에다에 합류했지만 2016년 연을 끊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HTS의 진격 직전 비행기를 타고 다마스쿠스를 떠난 아사드 대통령과 가족들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아사드 일가가 어디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당분간 아사드 대통령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에도 아사드 정권의 주요 지원자를 자처해 왔다.● 이스라엘, 골란고원 추가 점령시리아 전체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이스라엘은 8일 1974년 이후 50년 만에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일부 시리아 군 기지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점령해 이곳의 약 80%를 실효 지배해 왔다. 그간 고원의 서부는 이스라엘, 중부는 유엔 평화유지군, 북동부는 시리아가 지배했으나 이날 진격으로 북동부 일부 시리아 군 기지까지 접수한 것이다. 정상 높이가 2814m인 헤르몬산은 다마스쿠스와 불과 40km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낮은 지대에 있는 다마스쿠스를 육안으로도 감시할 수 있다. 또 골란고원에서 발원한 요르단강과 갈릴리 호수는 이스라엘의 주요 식수(食水)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골란고원 내 다른 지역을 찾아 “이란이 만든 ‘악의 축’의 핵심 고리였던 아사드 정권이 몰락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타격을 가한 결과”라고 자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들의 가족 단체와도 만났다. 그는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하마스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인질 귀환 합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낙관했다.● 우크라 “푸틴 편에 서면 몰락” 반색아사드 정권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중단했던 우크라이나 또한 반군의 승리를 반겼다. 안드리 시비하 외교장관은 8일 아사드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가까웠다는 점을 거론하며 “푸틴에게 베팅하는 독재자는 늘 몰락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로 들어설 시리아 정부와 속히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싶다고도 했다.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일부 반군을 지원했던 튀르키예도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반기는 모양새다. 현재 튀르키예에는 최소 300만∼4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해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높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