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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54·사진)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2009년 양형 감경 사유에서 ‘경제발전 공로’ 등을 배제한 이후 대기업 총수에게 실형 선고가 확정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SK텔레콤 등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50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된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51)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을 받지 않는 한 최 회장은 2017년 1월, 최 부회장은 2016년 10월에야 풀려나게 돼 SK그룹의 총수 공백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최 회장 측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범행을 주도했을 뿐 자신들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펀드 출자 과정과 자금 지급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횡령 범행의 공모가 인정된다”며 최 회장 측 상고를 기각했다. 또 원심이 김 전 고문을 증인 신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재량에 속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27일 오전 10시 25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 주심인 양창수 대법관이 “검찰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SK 측 관계자들의 얼굴이 크게 굳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이 그대로 확정됐기 때문. 최 회장에 대한 상고심은 파기환송이냐, 실형 확정이냐를 놓고 관심을 모아 왔다. SK 측으로서는 파기환송이 되면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볼 수 있었지만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대법원, ‘김원홍 증인 불채택’ 고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점 때문에 파기환송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져 왔다. 지난해 9월 27일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추방돼 국내로 송환되자 최 회장 측은 선고를 미루고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를 강행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최 회장 측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리 미진”이라고 지적하면서 파기 환송을 강하게 주장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부분을 가장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그런 흔적이 역력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항소심에서 변론을 재개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증거 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른 증거자료들을 놓고 판단해볼 때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횡령 가담 혐의가 명백한 만큼 파기환송을 해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 것이다.○ ‘대기업 비리 불관용’ 선언 대법원은 판결문과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인 자평을 내놨다. 이번 판결의 의의를 밝히면서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부회장인 최재원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이라고 쓴 것. 또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에 대하여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음”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얼마 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대기업 총수 비리에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잇따랐다.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재계 서열 3위’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엄벌 의지를 보인 것은 “관용 분위기는 없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 배제 원칙을 분명히 밝힌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마당에 자칫하면 사법부가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는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들 ‘비상’ 대법원이 최 회장 상고심에서 대기업 비리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면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은 비상이 걸린 듯한 분위기다. 14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곧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대기업 총수 재판에서 관대한 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법률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심화된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법률서비스는 수출이 중요한가요, 수입이 중요한가요. 다른 나라의 시장에 접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을까요. 이런 도전과제를 포용하고, 적응하지 않는다면 결국 더 많은 혜택을 놓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홍콩도 2004년 발효된 중국과의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을 통해 중국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변협회관 18층에서 열린 대한변협 초청 엘시 렁(Elsie Leung) 홍콩 전 법무부총리의 강연. 그는 ‘법률시장 개방, 홍콩은 이렇게 대처했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한국이 법률시장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법률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한국은 미국 및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함으로써 국내 법률시장의 빗장을 단계적으로 열기로 했다. FTA 개방계획서인 양허안에 따라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수익을 나누는 2단계 개방은 이미 일부 진행되고 있다. 유럽과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됐고, 미국은 올해 3월 15일 예정돼 있다. 2단계부터는 외국 로펌이 사실상 수익 활동을 할 수 있어 외국 로펌의 국내 법률시장 내 입지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한국 로펌과 지분을 투자한 합작기업(joint venture) 설립이 가능한 3단계 개방은 유럽에는 2016년 7월 1일, 미국에는 2017년 3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3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이 세운 합작기업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도 있다. 사실상 ‘완전개방’에 가까운 법률시장의 빅뱅이 2, 3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법률시장 패러다임 바꾸면 2020년까지 수출 3조4000억 원 늘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6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7억 달러(약 7500억 원)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이 같은 만성적인 적자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7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법률시장 개방에 비관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홍콩의 사례처럼 법률시장 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한국 법률시장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역발상’도 있다. 규제를 풀고 시장개방을 철저히 준비하면 법률시장이 무역수지 흑자의 ‘효자 종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최남석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규제연구’라는 학술지에 ‘법률서비스 시장개방과 규제개혁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법률서비스의 무역수지 전망을 회귀분석으로 수치화한 첫 논문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법률서비스 산업의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이 ‘빅뱅’ 수준으로 이뤄진다면 현재 7억 달러 수준인 법률서비스의 해외수출이 2020년 7배 수준인 50억 달러로 증가한다. 2020년까지 누적 수출액이 현재보다 3조4000억 원 늘고, 양질의 일자리 4만3000개가 창출된다. 법률서비스의 수출 확대는 전체 산업에 대해 약 3조2000억 원의 부가가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법률시장이 포화상태고, 태생적인 문제점이 있는 데도 ‘법률서비스=내수시장’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패러다임 시프트 수준으로 국내 법률서비스 산업을 제조업과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로펌의 전문화·조직화·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해외 진출 기업과 연계한 수출 서비스 증대 △법조 인력의 국제화와 해외고용의 확대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법률시장 개방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싱가포르는 2000년 시장을 전면 개방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싱가포르 로펌이 외국 로펌에 잠식되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톱5 중 3곳, 100대 로펌 중 16곳 이미 한국 시장에 진입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이뤄진 직후인 2017년 국내 최고 대기업 ‘가’ 회사가 미국의 또 다른 글로벌 기업 ‘A’ 회사와 초대형 합병을 한다고 가정하자. 양 회사는 합병절차를 한국 법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합병 과정에서 법률자문을 국내 로펌이 아닌 외국 로펌에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 로펌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국보다 앞서 법률시장을 개방한 독일에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다임러벤츠사가 독일 법률시장 개방 원년인 1998년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와 합병할 때의 일이다. 법률 자문료만 920억 달러인 대규모 합병인데 벤츠사는 독일 로펌 대신 미국의 세계적인 로펌 셔먼 앤 스털링(Shearman & Sterling)을 선택했다. 독일 법에 따라 진행된 합병 절차에 독일 로펌이 배제된 것은 독일 법률시장의 위축을 불러온 상징적인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한국 법률시장에는 2012년 8월 로펌의 국내 사무소가 처음 문을 열었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법무부로부터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은 외국 로펌은 모두 18곳으로 이 중 16곳이 세계 100대 로펌이다. 미국 로펌은 베이커 앤드 맥킨지(Baker & McKenzie),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케이앤엘 게이츠(K&L Gates) 등 14곳이며, 영국 로펌은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 링크레이터스(Linklaters) 등 4곳이다.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한 변호사는 모두 64명인데, 미국변호사는 52명, 영국변호사는 12명이다. ▼ 로펌, 합병-해외진출 활발… 전문화된 국제통상팀 조세수사팀 신설도 ▼ 디엘에이 파이퍼와 베이커 앤드 매켄지는 지난해 10월 ‘American Lawyer’가 매출액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1, 2위 로펌이다. 둘 다 고용변호사가 4000명이 넘고, 매출액이 24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웃돈다.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의 10배 가까이 되고, 매출액은 국내 법률시장의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 세계 5위인 클리퍼드 챈스도 변호사가 2500여 명, 매출액도 20억 달러가 넘는다. 클리퍼드 챈스는 2012년 7월 국내에 입성한지 두 달 만에 국내 대기업 간 거래 등 2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한국 자본시장 거래 4건을 자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 30위인 미국의 롭스 앤드 그레이는 특허전문으로 미국 법정에서 진행되는 한국 기업의 특허소송을 매년 100건가량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LG, 현대중공업 등 한국 대기업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헨 앤드 그레서는 전체 변호사가 50여 명인 부티크 로펌으로 100대 로펌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LG전자, KCC, SK 등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세계 10위 이내의 미국계 로펌이 현재 법무부에 설립인가 신청을 해둔 상태다. 최영익 대한변협 국제이사는 “외국 로펌은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활동이나 분쟁을 주로 맡는데, 기존에도 담당해왔던 분야여서 아직은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외국 로펌이 경쟁하면서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도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은 예상보다 많지만 업무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아직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외국 로펌의 영업이익은 적자지만 장래를 보고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경쟁 통해 법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 마련해야” 국내 로펌은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대비해 로펌 간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해외진출에 나서며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국내 로펌의 해외진출이 2002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내 13개 로펌이 13개국 43곳의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베이징 7곳과 상하이 4곳, 칭다오 1곳 등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이 호찌민 5곳, 하노이 4곳 등 9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뉴욕 한곳, 영국은 한 곳도 없었다. 국내 로펌은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영미계 로펌의 진출이 더딘 곳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국내 법률시장 매출액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국내 법률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아시아 법률시장의 허브’로 불리는 홍콩에 법률사무소를 마련해 글로벌 로펌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법률 서비스의 질 향상과 전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종은 중국에 2곳의 법률사무소를 두고 일찌감치 국제화에 대비했고, 최근에는 전담팀을 구성해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화우는 국제통상 분야만 전문적으로 맡는 팀을 신설했고, 국내 로펌 중 판검사 출신 변호사 구성비율이 70%로 가장 높은 바른은 로펌 중 유일하게 ‘조세수사팀’을 운용하는 등 전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도 분야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 교수는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계획이 비교적 보수적으로 짜여 있고, 법률시장 개방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올해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위원회를 운영해 2, 3년 뒤로 다가온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할 예정이다. FTA 양허안에 따라 합작회사의 외국자본 지분율이나 특정업무 제한 등은 국내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법 개정 방향에 따라 법률시장의 개방 폭이 최종 결정된다. 법 개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외 로펌과 변호사 단체 등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먼저 법률시장을 개방한 해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는 성급하게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했다가 국내 로펌이 큰 타격을 입었고, 뒤늦게 외국 로펌의 일부 업무를 금지했다. 독일도 법률시장 전면 개방 후 덩치가 작은 독일 로펌이 영미계 로펌에 인수 합병되면서 대형 인수합병 자문 역할을 외국 로펌에 빼앗겼다. 반면 일본은 18년 동안 점진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해 일본 로펌 중심으로 일본법 관련 업무를 전문화하면서 동시에 대형화까지 이뤘다. ‘아시아 법률 허브’를 목표로 세운 싱가포르는 적극적인 법률시장 개방에 나서면서도 동업을 제한하는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선택했다. 신희택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시장 개방의 효과를 살리면서도 국내 로펌이 너무 위축되거나 외국 로펌에 휘둘리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자칫하면 국내 법률시장의 주도권이 ‘가나다’ 로펌에서 ‘ABC’ 로펌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원수 needjung@donga.com·신동진 기자}

약속이 없는 날엔 혼자 국밥 한 그릇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회장님’으로 체통 좀 지키시라며 핀잔하는 집행부 이사들의 얼굴엔 부끄러움보다 자랑스러움이 엿보였다. 1년 전 ‘보통’ 변호사를 표방하며 대한변호사협회 47대 수장이 된 위철환 회장(56). 1만5000여 변호사를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강하고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수천 명의 새내기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는 ‘난세’에 대한변협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최근 ‘법률분야 한강의 기적을 위해’라는 글을 기고했는데….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해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수출 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법률 서비스 산업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은행 통계 자료를 보면 2013년도 법률서비스 분야의 무역수지는 약 7억420만달러(약 7594억 원)가 적자로 우리 법률시장의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2017년 3차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이다.” ―법률서비스 수지 적자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외 경쟁력이 열악하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투자나 기업 활동을 할 때 법적인 조력이 필요한데 현지 외국 로펌에 맡기는 실정이다. 반대로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를 할 때도 다 못 찾아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가서 손해 안 보고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법률 조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를 든다면…. “법률 서비스 국제 경쟁력과 관련해선 영국이 참 부럽다. 영국은 해외 주재 대사가 세일즈맨의 역할도 한다. 외교관의 지위도 있지만 국가 기업을 위한 ‘세일즈’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중재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한국 변호사들을 초청해 자국의 로펌과 연결해준다. 자기 나라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줌과 동시에 그 지원을 자국의 법률가들이 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변협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홍콩과 영국, 미국 변호사회와 청년변호사 교환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회의에서도 한국 변호사들이 패널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청년 변호사 10명 정도가 영국의 대형 로펌을 방문하고 배리스터(영국변호사) 교육도 받는 등 3주간 교환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올해는 영국 변호사 10명 정도가 우리나라로 올 것이다. 법률사관생도를 기르듯이 우리 변호사들을 글로벌 전문가로 양성하자는 취지다.” ―변호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시장이 있다면….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가 10대 무역대국이라 교류가 활발한데도 국내 변호사 조력이 거의 없다. 외국 변호사들이나 현지 법조 브로커에게 맡기는 실정이다. (수요는) 절실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 지원을 못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지역의 중심이자 회교 국가로 중동과 연결도 잘돼 있다. 무역량도 많고 기업 간의 중재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 또 영연방이기 때문에 영어도 잘한다. 국내 변호사들에겐 개척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TV나 냉장고를 수출하듯이 해외에도 법률서비스 수출을 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도 변협이 중심이 돼 작년 5월 서린동에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를 개소했다. 재판은 3심이지만 중재는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고 신속해 기업 간 분쟁에 많이 쓰인다. 국적이 다른 기업들 간에 어느 나라에서 중재를 할지도 굉장히 중요한데 대한민국의 중재 법정을 빌려준 것이다. 그런 기능을 하는 센터가 아시아에선 싱가포르, 홍콩 등에 있고 일본에는 아직 없다. 경제력이 날로 커가는 중국은 해외 기업과 다툴 경우 자국에서 중재하면 의심을 사니까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중재센터를 찾는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 기업의 분쟁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보다는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가까우니까 유리하다. 앞으로 잘 활용하면 국부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로스쿨 평가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로스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로스쿨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말이 많다.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면접 비중이 큰데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이 비슷하면 명문대 출신이나 유력 집안 자제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학비도 비싸 서민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형편이다. 이런 현상은 졸업 후 로펌 취업 과정에서도 되풀이된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거나 집안 배경이 없으면 좋은 로펌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오죽하면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도(고려·조선시대 귀족 또는 양반 자제를 시험 없이 관료로 채용했던 제도)라고 부르겠나.” ―그래서 사법시험을 존치시키자는 얘기인가. “사법시험은 적어도 선발에서는 공정하다. 나이가 많든지 시골 출신이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사법시험 존치 기한이 2017년까지 되어 있는데 당장 폐지시키지 말고 적어도 200∼300명 선발을 유지하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전국에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법과대학이 74개이고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8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겠나. 돈 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서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무엇이 공정한 국가시스템인지도 중요하다.” ―취임이후 청년 변호사들 취업난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취업 대책과 관련해 복안이 있나. “법정 밖 일자리가 많이 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과거 변호사들은 송무 중심으로 일했지만 요즘 변호사들은 정부기관 회사 등에 다양하게 취업한다. 업무 분야도 송무 외에 거래계약서 검토, 기업 준법지원 등 법률 예방적인 활동으로 확대됐다. 법률시장의 개방에 따라 새로운 분야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금융 국제화를 위해 민관 공동의 협의기구를 만들 것을 청와대에 제안했다. 금융 발전을 위해 법률 컨설팅을 하는 젊은 변호사들을 양성해서 국제 전문가를 키워보자는 취지다. 전문변호사를 육성하는 것은 고용 창출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조립할 때 누가 사줬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변협에서 10년간 통일법 조찬포럼을 진행해왔고 올 1월엔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출범시켰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때문인지 요즘 여기저기서 통일 이야기다. 변협은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온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진 것처럼. 남북이 서로 법체계가 다른데 가령 서독의 법을 동독에 적용했던 것처럼 된다면 새로운 법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법질서 안에서 사람들의 생활규범도 달라질텐데 어떻게 교육을 하고 경과규정을 마련할지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통일 정책 세미나를 37번 열었고 조찬포럼은 2004년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54번 개최했다. 아카데미를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북한법도 연구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 100명의 전문가만 양성을 해도 통일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준비할 때도, 문을 갑자기 닫았을 때도 손해배상소송 등 법률적인 도움을 줬다. 새터민도 다문화 위원회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 재산 상속을 둘러싼 ‘삼성가(家) 유산 소송’이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고 포기로 막을 내렸다. 2012년 2월 12일 이 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지 2년여 만이다. 이 씨는 상고 시한(3월 5일)을 일주일 앞둔 26일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상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씨는 대리인을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화해의 진정성에 관해서는 더이상 어떤 오해도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상고 포기는 1, 2심에서 사실상 완패한 데다 상고심 인지대 부담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6일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 주 등 9400여억 원을 반환해 달라는 이 씨의 주장을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삼성그룹의 정통성이 이 회장에게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이 씨는 소송 인지대로 1심에서 90억 원, 2심에서 44억 원 등 134억 원을 냈다. 상고심 인지대는 2심 소송가액(9400억 원)을 기준으로 60억 원이 넘기 때문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2심 재판부가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이 회장 측이 지출한 소송비용도 일부 물어줘야 할 처지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1일 2200억 원대 역외 탈세 혐의로 기소된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64)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앞서 1심은 권 회장이 종합소득세 1672억 원과 법인세 582억 원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지만 항소심은 소득세 2억4000여만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납세 의무가 있는 ‘국내 거주자’지만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만으로는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 등으로 인한 조세를 고의로 포탈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 포탈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65억 원이 선고됐던 시도상선의 홍콩법인 시도카케리어서비스에 대해서도 “내국 법인에 해당해 납세 의무는 인정되지만 세금 포탈로는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21일 상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은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40)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정직 4개월은 지나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2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었던 임 검사는 5·16군사정변 직후 반공법 위반으로 수감됐던 피고인의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임 검사는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고 구형하는 백지 구형 방침과 다른 검사에게 구형을 하도록 지시한 담당 부장검사의 지시를 어겨 논란을 빚었다. 재판부는 “무죄 구형은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르지 않은 행위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임 검사가 받은 징계 처분은 비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밝혔다. 다른 검사에게 구형하도록 한 직무이전명령은 위법하므로 이를 어긴 행위는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순복음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78)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용현)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목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벌금 50억 원을 부과했다. 조 목사와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49)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목사는 2002년 조 전 회장이 보유하던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적정가(주당 3만4386원)의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사들이도록 지시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조 목사는 이 과정에서 세금 약 35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주식 매수가)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당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혐의가 인정된다”며 “다만 종교인으로서 오랜 기간 사회복지에 기여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국가가 1960년대 서울 구로공단 건설 당시 일대 농지를 강제로 수용한 일명 ‘구로 분배농지 소송 사기 조작의혹 사건’ 당사자와 유가족들이 53년 만에 역대 최고의 국가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강민구)는 20일 백모 씨 등 29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토지배상금 650억5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자를 더한 전체 배상금은 1100억 원을 넘는다. 이 소송의 발단은 1961년 8월 박정희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하면서부터였다. 공단 예정지는 서울시가 1950년 농민에게 분배해주고 땅값을 곡식으로 갚도록 한 농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농지를 수용했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1967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에서 “원고들이 서울시에서 적법하게 받은 토지”라며 농민에게 유리한 취지로 고법에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도중 검찰이 소송을 낸 농민을 줄줄이 소환해 소송 사기 혐의로 조사하며 소송 취하를 강요했다. 대부분의 농민은 소송 취하 각서를 썼고 끝까지 버틴 41명은 결국 형사재판에 넘겨져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파기환송심도 흐지부지되면서 종료되지 못했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농민들에게 민사소송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고 발표했고 이를 근거로 농민과 유가족들은 법원에 파기환송심을 재개해달라고 신청해 재판이 다시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공권력 남용으로 강요된 소 취하는 무효이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소유권을 얻지 못한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래대로라면 농지 소유권이 농민에게 이전됐을 시기인 1998년 말 토지 시가를 기준으로 배상액(650여억 원)을 산정했으며 이후 판결 선고 때까지 연 5%씩 이자를 더해 1100여억 원을 국가가 지급하도록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헌정 사상 현직 국회의원에게 내란음모죄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첫 내란음모 유죄 판결문은 473쪽에 달했다. 재판장이 미리 준비한 판결문 요지를 읽어 내려가는 데만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제보자 진술 신빙성 인정 재판부는 내란음모 판단의 핵심인 구체적인 실행 계획, 실현 가능성, 실질적 위험성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내란음모의 주체로 RO를 지목하며 폭동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고 봤다. 그동안 변호인 측은 RO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상상 속의 실체 없는 조직”이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내란음모 사건을 처음 국정원에 제보한 이모 씨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RO의 조직성을 인정했다. 이 의원에 대해선 회합 내내 명령조의 발언을 하고 ‘혁명의 수뇌부’로 호칭된 것 등을 근거로 RO의 총책으로 봤다. 국헌 문란 목적에 대해서도 “이 의원을 포함한 RO 조직원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전시를 틈타 후방교란을 통해 무력으로 대한민국을 전복할 것을 꾀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지난해 5월 12일 회합에서 “지배세력이 60여 년간 형성해온 물적 토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군사적 준비”를 지시하고 “저놈들의 통치에 파열구를 내고 전선의 허를 타격하자”고 말한 발언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이 의원의 발언은 북한의 대남 혁명이론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기에 충분하고 폭탄 제조 및 테러 사례와 함께 정보 수집 논의까지 이뤄졌다”며 폭동의 실질적 위험성도 인정했다. 이 의원이 회합의 마무리 발언에서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라고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이 의원의 RO 내 지위, 회합의 성격, 폭동의 모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썼던 호칭 사용” 그동안 변호인 측은 검찰 측 증인의 진술과 증거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RO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증언을 했던 전 조직원 이모 씨가 국정원에서 경제적 대가를 받고 거짓 증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가 10년간의 조직 활동에 회의를 느껴 스스로 제보했고, RO 조직원과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RO 가입식 등 많은 일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5월 10일 곤지암 회합에서 논란이 됐던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인 측이 “김근래 자네, 지금 오나?”라며 ‘지휘원’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던 부분에 대해 검찰의 주장대로 “김근래 지휘원, 자네 지금 뭐하는 거야”로 들린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녹음파일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헤드폰을 이용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었더니 확실하게 들렸다고 밝혔다. ‘지휘원’이란 표현에 대해선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 과정에서 부하를 지휘원이라고 칭하는 연설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일뿐더러 이 의원의 자택에서 압수한 김일성의 저작집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점이 유죄 심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위반 일부만 무죄 재판부는 ‘적기가 제창’ 등 일부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했다. 이 의원이 단순히 이를 따라 불렀을 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또 검찰 측이 법정에서 재생하지 못한 일부 북한 영화 DVD에 대해서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가 끝나자 이 의원은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띤 채 자리를 떴다. 이 의원 측 김칠준 변호사는 선고 후 “정해진 결론에 일사불란하게 맞춰진 듯한 느낌이다. 검찰이 추측으로 기소한 것이 오늘은 추정으로 재판이 내려졌다”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변호인 측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검찰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양측의 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며, 그동안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 의원은 서울구치소로 이송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657억 원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대기업 오너로는 처음으로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546억 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사에 111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 원을 14일 선고했다.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 회장을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58)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벌금 240억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이 지능적이고도 은밀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 금고에 편입시킨 뒤 사적으로 사용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이 착복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그룹을 위한 것이었다며 비자금 조성만으로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비자금 보관 방법, 결산 방법, 사용 명세 등을 살펴보면 비자금의 조성행위도 횡령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603억 원대 비자금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비자금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일계표’에 함께 기재되었고 개인금고에 함께 보관된 점을 들어 자금의 불법성은 조성단계부터 명백히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의 격려금과 선물비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이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는 수단”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역외탈세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11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CJ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한 후 1000만 달러의 배당소득을 차명으로 취득해 40억6400만 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버진아일랜드 법령에 따라 (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되었더라도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납세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기소한 275억 원 중 235억 원에 대해서는 범죄로 볼 만한 ‘적극적인 은닉’이 없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밖에 임직원의 급여를 가장해 해외 계열사의 돈 115억 원을 횡령하고 일본 도쿄 소재 빌딩 매입과정에서 회사에 363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도 인정했다. 유죄로 인정된 범죄액수는 총 1342억여 원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비자금을 회사 차원으로 관리하고 회사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쉽다”며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검찰이 항소심 도중 제출한 피고인 유모 씨(34)의 중국 출입국기록이 위조됐다는 중국 대사관의 공문이 재판부에 제출됐다. 유 씨 측 변호인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대사관 영사부로부터 ‘검찰이 제출한 허룽(和龍) 시 공안국의 출입경 기록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받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회신에는 “한국 검찰이 제출한 공문은 중국 기관의 도장을 위조한 것으로 법에 따라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출입경 기록은 2006년 5월 27일 유 씨가 북한에 들어가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증거로 제시된 것이다. 유 씨 측은 또 검찰이 출입경 기록을 허룽 시 공안국에서 발급받았다고 했지만 이 기록을 발급한 권한은 옌지(延吉) 시에 있는 공안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은 “영사부 공문이 법원에 도착했지만 정식 증거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기록은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것”이라며 “이 기록의 출처와 발행 경위를 확인중이다”라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991년 5월 당시 한국사회 전체를 엄청난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유서대필’ 사건은 13일 재심에서 강기훈 씨(50)에게 무죄가 선고되기까지 끝없는 논란을 불러왔다. 이 사건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 김기설 씨가 서울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조력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숨진 김 씨가 어릴 때 여읜 생모에 대한 기억이 없음에도 유서가 “아버지, 어머니 어버이 날입니다”라는 글로 시작한 점 등을 들어 유서 대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강 씨가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분신자살을 계획 중이던 동료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해주면서 자살을 부추겼다는 혐의로 강 씨를 기소했다. 이 사건의 열쇠는 ‘유서를 누가 썼는가’를 판단할 강 씨와 김 씨의 필적이었다. 1991년 1심 재판부터 13일 재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총 4번의 필적 감정이 있었지만 각 재판부는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1991년 1심 재판부는 “유서에 나온 글씨체가 강 씨의 필적과 같다”는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를 그대로 인정했다. 반면 변호인 측 감정인인 일본인 필적 감정가가 내놓은 정반대의 결과에 대해선 감정인이 한글을 전혀 모르는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5년 김 씨의 친구가 김 씨의 필적이 담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노트와 낙서장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위원회의 의뢰로 감정에 나선 국과수는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의 필체가 유서와 비슷하고 강 씨와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 씨는 이를 근거로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1991년 당시 국과수 감정인 김형영 씨가 혼자서 대부분 감정해 놓고 법정에서 ‘4명이 함께 감정했다’고 허위 진술했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지난해 재심 과정에서 검찰은 과거사위가 의뢰한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국과수에 또다시 감정을 의뢰했지만, 국과수는 “낙서장과 노트에서 추출한 필체를 비교한 결과 동일인의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재심 재판부는 결국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특별사건으로 분류하고 재심에 공을 들였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 아니라 서울지검 강력부가 직접 수사해 기소했던 사건이기 때문.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대필을 뒷받침할 증거를 추가로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을 상세히 분석해 보고 대법원에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암투병 姜씨 “당시 검사들 유감 표명 해줬으면”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방청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지만 강기훈 씨(사진)의 표정은 덤덤했다. 23년 전 김기설 씨 자살 방조 혐의를 받을 당시 건장한 청년이었던 그는 간암 투병으로 수척해진 중년이 됐다. 그는 재판 후 인터뷰에서 “오늘 판결은 1992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등이 잘못됐다고 밝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재판은 개인의 재판이 아니라 과거 사법부의 잘못을 밝히는 것이고 반성의 기회로 삼았어야 했는데 재판부가 아무런 유감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당시 수사 관계자들에 대해 “(그들조차) 유죄를 확신하지 못했던 느낌과 뉘앙스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을 잠시 떠올려서 어떤 형태라도 좋으니 유감의 뜻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적 감정자나 기관에 대해선 “필적 감정은 장난 같았다. 내가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과학으로 따지는 것 자체가 웃겼다. 자신의 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생각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신동진 shine@donga.com·최우열 기자}
1991년 5월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했던 강기훈 씨(50)가 2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13일 열린 강 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991년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유서와 강 씨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본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의 형을 별도로 선고했다. 강 씨는 이미 3년간 복역해 재수감되지는 않는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부림 사건’ 관련자들도 33년 만에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위반 등 모든 혐의를 벗었다. 부산지법은 이날 부림 사건 관련자 고호석 씨(58) 등 5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불법 구금에 의한 자백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탈세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50)가 실형은 면했지만 수십억 원의 벌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는 경기 오산시 땅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27억 원을 탈세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불구속 기소된 재용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63)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오산시 땅에 대한 예상 세액을 사전 계산해 보고 계약서를 만드는 등 양도세 탈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용 씨는 그동안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벌금 낼 돈이 없다”고 밝혀 왔다. 만약 벌금을 못 내면 교도소에 수감돼 최대 1000일간 노역을 해야 한다. 재용 씨는 이날 재판을 마친 뒤 “추징금을 성실히 납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서도 벌금을 어떻게 낼 것이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재용 씨는 또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전 씨 일가가 수백억 원의 무기명채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들은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현역병 입영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김모 씨(28)가 현역 입영 통지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씨는 ADHD로 인한 주의력 저하와 조울증 등으로 최근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다녔고 2007년엔 애인과의 이별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김 씨는 2012년 신체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은 뒤 입영통지를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씨는 ADHD 외에 우울장애 등 정신과적 장애를 갖고 있어 신체등위 4급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충동적 돌발행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김 씨는 신검을 다시 받아 현역병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병역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11일 한국일보의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계열사인 서울경제신문의 돈을 횡령해 456억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 기소된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67·사진)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언론사 대주주는 일반 기업의 사주보다 한층 더 엄격한 법적·도덕적 잣대하에서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적법한 절차와 투명한 회계처리 준칙을 무시하고 묵과할 수 없는 위법행위를 자행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3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실형을 면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1일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하고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침대에 누운 채로 법정에 나온 김 회장은 판결이 선고되는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한화그룹 전체의 재무적 신용적 위험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들의 자산을 동원한 것으로 기업주 자신의 개인적 치부를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배임 범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집행유예로 형량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또 “부실 계열사에 대한 연결자금 제공 및 지급보증은 ‘돌려막기’ 과정에서 피해 위험성의 규모가 확대 평가된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실제적인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금액 전액이 공탁(1597억 원)돼 피해가 회복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일부 배임 액수를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회장은 법정 구속된 뒤 5개월 정도 복역한 상태에서 지난해 1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그동안 김 회장 측은 유리한 형량을 받아내기 위해 피해 금액을 공탁하고 배임 액수를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해왔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배임 액수가 항소심 때의 1797억 원에서 212억 원이 줄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렸던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화그룹 측은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준법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등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더욱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을 기대했다. 이달 말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을 예정이며, 14일에는 1600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신동진 shine@donga.com·박진우 기자}

최봉태(52), 장완익(51), 이상갑(47) 변호사가 10일 제2회 변호사 공익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가 10일 밝혔다. 시상식은 17일 전남 여수시에서 열리는 동계변호사연수회에서 할 예정이다.}
10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세 번째 공소장 변경에 대해 “검찰의 논리 중 일부가 흔들리면 공소사실 전부가 다 흔들리는 것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앞으로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재판부는 최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대선 개입에 동원된 국정원 트위터 계정을 2634개에서 1157개로, 121만여 건의 글을 78만여 건으로 축소하는 공소장 변경 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계정과 한 번에 200회 이상 동시 리트윗한 계정만으로 한정해 엄격히 검증했기 때문에 변호인의 주장처럼 일반인 트위터 계정이 우연히 포함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트윗피드 등을 활용하면 동시에 200회뿐만 아니라 1만 번도 가능하다”며 200회라는 검찰의 기준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낸 자료만으로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트위터 등에)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어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번 주 안으로 공소장 변경을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하면서 “(트위터 계정을) 실증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추론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면 일부 논리만 검증이 불가능하더라도 전부가 흔들리는 것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빅데이터 업체에서 수집한 트위터 계정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부터 판단한 뒤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