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KIA 김기태 감독(사진)은 핑계 대는 걸 싫어한다. 언젠가 그는 부상 선수가 많다는 말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찢어져 30바늘 이상 꿰매거나 인대가 파열됐거나, 그것도 아니면 뼈가 부러져 전치 4주 정도는 나와야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걸로 봐야죠.” 그렇다고 김 감독이 아픈 선수를 경기에 뛰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충분히 쉬게 해 빨리 회복하도록 배려하는 편이다. 김 감독이 강조하고 싶었던 건 열정과 열의, 그리고 절실함이다. 열심히 뛰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많을수록 강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때로 투지가 기술을 이기는 법이다. LG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김 감독은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선수에겐 가차 없이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 ‘시범케이스’로 걸린 선수는 오른손 투수 김진우(32)다. 김진우는 올 초 열린 체력테스트에서 4km 달리기를 완주하지 못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김진우는 감기 몸살이 심하게 걸렸는데 이 역시 예외가 되진 못했다. 이후 2차 테스트에서 합격한 김진우는 오키나와 캠프 대신 대만에서 열리는 2군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구위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KIA에서 김진우만 한 투수를 찾기 힘들다. 선수 한 명이 아쉬운 팀 상황을 감안할 때 검증된 투수인 김진우를 2군에 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은 1차 체력테스트 탈락 후 김진우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홈구장인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는 네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느껴봐라. 감독을 무서워하기에 앞서 다른 선수들의 눈을 무서워해야 한다.” 김진우가 독기를 품은 건 당연하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이지만 대만 2군 캠프에서 어느 때보다 진한 땀을 흘리고 있다. 특정 스타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선수가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준 것도 긍정적인 효과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빈 자리를 차지하려는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에는 신생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주전 중견수 이대형을 제외했다. kt는 당장 이대형을 데려갔고, 김 감독은 일부 팬에게서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대형을 보낸 이유도 비슷하다. 그가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지만 김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개성보다는 팀워크다. 김 감독은 LG 감독 시절에도 주전 포수로 점찍었던 김태군이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는 등 팀워크에 해가 되는 모습을 보이자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도박을 했다. 김태군은 2013년 NC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지만, LG 역시 그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김 감독은 “같은 야구인이자 인생 선배로서 특정 선수를 미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인간적인 정보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레너드 코페트도 ‘야구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 “선수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 감독은 팀 전체의 성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수들이란 감독이 조금만 풀어 주면 이때다 싶어 느슨해진 것을 파고드는 족속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차세대 토종 거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광인(24·한국전력)은 요즘 상복이 터졌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전광인은 지난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4라운드 MVP로도 선정됐다(상금 100만 원). 2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은 “혼자 잘해서 MVP가 된 게 아니다. 올스타전 상금은 통장에 입금되는 대로 상품권으로 바꿔 함께 뛴 올스타 팀 감독님, 선수들과 똑같이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4라운드 MVP 상금으로는 한국전력 팀 선후배들을 위해 조촐한 피자 파티라도 열 계획이다. 인성도 훌륭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건 실력이다.○ 꼴찌의 반란은 이제부터 한국전력은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익숙했던 팀이다. 2012∼2013 시즌에는 역대 프로배구 최저 승률(2승 28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광인을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면서 올 시즌엔 승리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1일에는 선두 삼성화재마저 꺾으며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을 내달렸다. 4일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승점 3점을 더해 대한항공을 넘고 3위에 오를 수 있다. 전광인은 “작년에는 많이 지다 보니 시즌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2011∼2012 시즌 기록한 18승 18패였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현대캐피탈에 져 탈락했다. 올해는 역대 최고 승률과 함께 팀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다. 전광인은 “나도 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처럼 연승 분위기를 탄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배구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남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신진식 코치님께 부끄럽지 않게” 전광인의 포지션은 레프트 공격수다. 2일 현재 401득점을 올려 이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공격 성공률이다. 57.37%의 성공률도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다. ‘괴물’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레오(56.37%)와 OK저축은행의 시몬(54.79%)이 그의 뒤에 있다. 전광인은 “쥬리치와 (서)재덕이 형 등으로 공격이 분산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내게 오는 공격 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더 집중하고 정성 들여 공을 때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잘한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좋아하기까지 한다. 공격수인 그가 꼽는 롤 모델은 특이하게도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같이 뛸 때 선배에게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세트 상 1.87개의 디그를 기록해 이 부문 9위에 올라 있다. 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 5세트에서는 5개의 디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그는 ‘갈색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둘은 그리 크지 않은 키(전광인 194cm, 신진식 188cm)에도 높은 점프와 폭발적인 스파이크, 뛰어난 수비 능력을 고루 갖췄다. 전광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신진식 코치님의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감동을 받곤 했다. ‘제2의 신진식’이라는 별명이 영광스럽긴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신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의왕=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차세대 토종거포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광인(24·한국전력)은 요즘 상복이 터졌다. 지난시즌 신인왕인 전광인은 지난 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지난 달 말에는 4라운드 MVP로도 선정됐다(상금 100만 원). 2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은 “혼자 잘해서 MVP가 된 게 아니다. 올스타전 상금은 통장에 입금되는 대로 상품권으로 바꿔 함께 뛴 올스타 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똑같이 나눠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4라운드 MVP 상금으로는 한국전력 팀 선후배들을 위해 조촐한 피자 파티라도 열 계획이다. 인성도 훌륭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건 실력이다. ●꼴찌의 반란은 이제부터 한국전력은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익숙했던 팀이었다. 2012~2013시즌에는 역대 프로배구 최저 승률(2승 28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광인을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면서 올 시즌엔 승리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1일에는 선두 삼성화재마저 꺾으며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을 내달렸다. 4일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더하면 대한항공을 넘어 3위에 오를 수 있다. 전광인은 “작년에는 많이 지다보니 시즌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선수들이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다. 한국전력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2011~2012시즌 기록한 18승 18패였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현대캐피탈에게 져 탈락했다. 올해는 역대 최고 승률과 함께 팀 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한다. 전광인은 “나도 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처럼 연승 분위기를 탄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배구는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남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신진식 코치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전광인의 포지션은 레프트 공격수다. 2일 현재 401득점을 올려 이 부문 8위에 올라있다. 더 놀라운 것은 공격성공률이다. 57.37%의 성공률도 전체 선수를 통틀어 1위다. ‘괴물’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레오(56.37%)와 OK저축은행의 시몬(54.79%)이 그의 뒤에 있다. 전광인은 “쥬리치와 (서)재덕이 형 등으로 공격이 분산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내게 오는 공격 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공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더 집중하고 정성들여 공을 때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잘한다. 잘하는 정도라 아니라 좋아하기까지 한다. 공격수인 그가 꼽는 롤 모델은 특이하게도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같이 뛸 때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는 세트 상 1.87개의 디그를 기록해 이 부문 9위에 올라있다. 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 5세트에서는 5개의 디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그는 ‘갈색폭격기’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을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둘은 그리 크지 않은 신장에도 높은 점프와 폭발적인 스파이크, 뛰어난 수비 능력을 고루 갖췄다. 전광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신진식 코치님의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감동을 받곤 했다. ‘제2의 신진식’이라는 별명이 영광스럽긴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신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의왕=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축하 트윗에 감사해요. 6년간 조금 변화가 있었네요.”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는 1일 유럽프로골프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똑같은 배경으로 찍은 사진 두 장을 같이 올렸는데 한 장은 올해 우승했을 때의 것이고, 다른 한 장은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사진이다. 2007년 18살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9년 이 대회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조금 변했다는 겸손의 말과 달리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긴 머리 소년은 6년이 지난 요즘 남자 골프를 호령하는 존재가 됐다. 그는 요즘 자타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의 골퍼다. 원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이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세계랭킹 50위권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반면 어느새 ‘황제’ 자리에 오른 그는 세계랭킹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매킬로이는 1일 끝난 올해 대회에서도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라는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으로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최근 7번 출전한 유럽 투어 대회에서 무려 4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나머지 3번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1등 아니면 2등만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주까지 그는 평점 11.03점으로 2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7.68점)을 크게 앞서며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6년 전인 2009년 매킬로이는 ‘천재 골퍼’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해 9월 열린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어느덧 세계 정상으로 훌쩍 커버린 그를 한국 대회에서 다시 보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차세대 골프황제’로 불리던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는 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 세계 골프 랭킹 1위 매킬로이는 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에미리츠 골프클럽(파72·7327야드)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6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모습과 올해 우승한 사진을 나란히 세우며 “6년 간 많은 게 변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최근 7번 출전한 유럽 투어 대회에서 4번이나 우승하고. 나머지 3번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1등 아니면 2등이었던 것. 매킬로이는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며 장기 집권 체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비록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리디아 고는 또 다른 의미에서 승자였다. 이날 공동 2위를 차지한 리디아 고(사진)는 2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17세 9개월 9일 만의 세계 랭킹 1위로 종전 최연소 1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의 21세 5개월 16일을 한참 앞선다. 종전 여자 최연소 세계 1위는 신지애(27)의 22세 5일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홈페이지는 “리디아 고는 세계 랭킹 1위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여느 때처럼 밖으로 뛰어나가 팬들과 셀카를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한결같을 수 있는 선수는 리디아 고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 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는 “리디아 고가 세계 1위가 됐다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5번홀(파3·129야드)에서 리디아 고(18·뉴질랜드)의 퍼터를 떠난 공은 10여 m를 굴러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롱퍼트로 버디를 잡아낸 리디아 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쫓기는 쪽은 2m 남짓한 버디 퍼팅을 남겨둔 최나연(28·SK텔레콤)이었다. 하지만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최나연의 버디 퍼팅은 홀을 살짝 빗나갔다. 더 짧은 거리의 파 퍼팅까지 실패하며 최나연은 1타 뒤진 2위로 밀려났다. 이전 같았으면 와르르 무너질 만했다. 그런데 투어 8년 차가 된 최나연은 예전의 ‘새가슴’이 아니었다. 16번홀(파4)에서 티샷과 세컨드샷을 실수하고도 파를 지켜내며 기회를 살렸다. 그리고 맞은 17번홀(파4·402야드)에서 운명은 또 한 번 바뀌었다. 티샷까지는 리디아 고가 유리해 보였다. 리디아 고의 티샷은 오른쪽 벙커에 빠졌지만 최나연의 티샷은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수풀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최나연은 195야드를 남기고 친 세컨드샷으로 공을 홀 근처에 떨어뜨린 뒤 파세이브를 했다. 반면 리디아 고가 세컨드샷한 볼은 나무를 맞고 나무들 사이로 떨어졌다. 4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최나연은 1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오캘러의 골든 오캘러 골프장(파72·6541야드)에서 열린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리디아 고와 제시카 코르다(미국), 장하나(23·비씨카드)를 1타 차로 제쳤다. 2012년 11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우승 이후 26개월 만의 우승으로 통산 8승째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 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린 주변에서 그렇게 헤매는 프로 선수는 처음 봤다.” 미국 골프채널의 수석 해설위원인 브랜덜 챔블리 씨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사진)에 대해서 한 말이다. 우즈는 지난 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컷오프됐다. 2라운드에서 기록한 11오버파 82타는 1996년 프로 데뷔 후 317개 투어, 1267번의 라운드에서 우즈가 기록한 한 라운드 최악의 스코어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마추어 고수만도 못한 쇼트게임이었다. 특히 칩샷에서 자주 문제를 드러냈다. 공의 윗부분을 때리는가 하면, 너무 짧게 치기도 했다. 우즈의 부진에 대해 ‘입스’(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이 굳는 현상)가 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7승을 거둔 도티 페퍼는 자신의 트위터에 “골퍼에게는 두 가지 두려운 게 있다. 생크(공이 샤프트와 클럽헤드의 연결 부분에 맞는 현상)와 입스다. 슬프게도 우즈에게 입스가 온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지난해 8월 PGA챔피언십이 끝난 뒤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가 수술 후 겨우 두 대회를 치른 것을 갖고 입스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크리스 코모를 새 코치로 받아들인 우즈가 생애 다섯 번째 스윙 교정을 하고 있는 것도 반론의 근거다. 피닉스오픈에서 우즈의 동반자였던 조던 스피스는 “우즈는 건강해 보였고, 불편한 것도 없어 보였다. 좀더 연습한다면 올해 안에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애리조나 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을 직접 관전하려던 우즈는 계획을 바꿔 플로리다 주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즈는 “매일 연습할 뿐”이라고 말했다. 3년여 만에 세계 랭킹 5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이는 우즈는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3월 5일 개막하는 특급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에 나갈 수 없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3년 만에 세계랭킹 50위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82타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적어내고 컷 탈락한 우즈는 2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53위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녈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58위에 이름을 올렸던 우즈는 2011년 11월 50위를 한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최악의 랭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지 못하면 특급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에 나갈 수 없다. 특히 우스는 피닉스오픈에서 쇼트게임을 할 때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줘 ‘칩샷 입스’라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나연(28·SK텔레콤)이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최나연은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러의 골든 오캘러 골프클럽(파72·6541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2012년 11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한 최나연은 투어 통산 8승째를 거뒀다. 17세 천재소녀 리디아 고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명승부를 펼친 최나연은 운명의 17번 홀에서 어렵게 파를 지킨 반면 한 타 앞선 선두였던 리디아 고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 이어 두 번째 샷을 나무 사이에 떨어뜨리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아쉽게 2위에 그친 리디아 고는 하지만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됐다. 17세 9개월 7일의 나이인 리디아 고는 역대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 세계 1위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종전 최연소 세계 1위는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운 21세 5개월 16일. 여자 최연소 세계 1위는 신지애(27)가 갖고 있던 22세 5일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축구를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수비 축구’ 신봉자다. “공격하는 팀은 이길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할 수 있다”는 한마디에서 그의 색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는 ‘늪축구’ ‘머드타카’(진흙+티키타카의 합성어)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린다. 늪축구는 우리가 시원한 공격력을 선보이진 못하지만 상대 팀도 우리 페이스에 말려 같이 헤매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역대 대표팀과 견줘 그리 강하지 않은 전력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수비는 공격보다 더 중요하다. 쉴 새 없이 퍽이 오가는 아이스하키는 사실은 ‘골리’(골키퍼) 놀음이다. 골을 넣은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빙판에 서 있는 선수들은 골을 넣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가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정설이다. 농구나 배구도 마찬가지다. 프로배구 남자부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우리 팀의 힘은 수비와 연결의 힘”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팬들은 공을 때리는 공격수를 기억하지만 나는 공을 받아 내는 수비수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화재의 팀 훈련은 지금도 수비와 공격의 비율이 7 대 3이다. 삼성화재는 올해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프로야구 팀 가운데 가장 수비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은 단연 한화다. 훈련량이 다른 팀에 비해 많기도 하지만 전체 훈련 가운데 수비의 비중이 가장 높은 팀 역시 한화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말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취임 일성으로 “수비가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곧바로 이어진 일본 마무리 훈련 때 모든 선수는 유니폼이 새까매지도록 운동장을 굴러야 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스프링캠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의 훈련 스케줄에는 ‘디펜스 데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말 그대로 수비만 하는 날이다. 이날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하루 종일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배트로 쳐주는 공)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김 감독은 ‘지지 않는 야구’를 추구한다. 2009년 쓴 자서전 ‘꼴찌를 일등으로’에서 김 감독은 ‘이기는 야구’와 ‘지지 않는 야구’를 구분했다. 이기는 야구가 승수를 따진다면 지지 않는 야구는 패수를 따진다. 전자가 결과라면 후자는 과정을 중시한다. 실수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지 않는 게 지지 않는 야구의 핵심이다. 그런데 하위권에 머물렀던 최근 몇 년간 한화는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책으로 승리를 넘겨준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한화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3개의 팀 실책을 기록했다. 단타성 타구를 2루타로 만들어주는 등의 눈에 보이지 실책은 더 많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바로 전해인 2012년 류현진은 10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는데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 역시 수비진이었다. 한화의 수비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야구란 무엇인가’를 쓴 레너드 코페트는 ‘수비’ 편에서 “감독들은 예외 없이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라인업에 선수 이름을 써넣을 때면 타선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수비는 타격에 비해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은 더 많이 든다. 아홉 번 삼진당하다 한 번 결정적인 홈런을 치면 영웅이 되지만 99번 잘 잡다가 한 번 결정적인 실책을 하면 역적이 된다. 관심받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수비보다 공격을 선호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기 싫고, 많은 선수가 하지 않을수록 더 해야 하는 게 수비다. 신 감독은 “수비 훈련은 선수도 힘들지만 시키는 지도자도 괴롭다. 적지 않은 감독이 중간에서 선수들과 타협하고 만다. 그걸 이겨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화 선수들은 요즘 자신들이 왜 치열하게 수비와 싸워야 하는지 몸으로 깨치고 있다고 한다. SK 시절에도 김 감독으로부터 지옥의 펑고를 받았던 정근우는 “어느 순간이 되면 저절로 글러브가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화 야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역시 수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축구를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려놓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수비 축구’ 신봉자다. “공격하는 팀은 이길 수 있지만, 수비 잘하는 팀은 우승할 수 있다”는 한마디에서 그의 색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는 ‘늪 축구’ ‘머드타카(진흙+티키타카의 합성어)’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린다. 늪 축구는 우리도 시원한 공격력을 선보이지 못하지만 상대 팀도 우리 페이스에 말려 같이 헤매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역대 대표팀과 견줘 그리 강하지 않은 전력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다. ▷축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수비는 공격보다 더 중요하다. 쉴 새 없이 퍽이 오가는 아이스하키는 사실은 ‘골리(골키퍼)’ 놀음이다. 골을 넣은 공격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빙판에 서 있는 선수들은 골을 넣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골리가 팀 전력의 50%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정설이다. 농구나 배구도 마찬가지다. 프로배구 남자부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우리 팀의 힘은 수비와 연결의 힘”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팬들은 공을 때리는 공격수를 기억하지만 나는 공을 받아 내는 수비수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화재의 팀 훈련은 지금도 수비와 공격의 비율이 7대3이다. 삼성화재는 올해도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프로야구 팀 가운데 가장 수비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은 단연 한화다. 훈련량이 다른 팀에 비해 많기도 하지만 전체 훈련 가운데 수비의 비중이 가장 높은 팀 역시 한화다. 김 감독은 지난 연말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취임 일성으로 “수비가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곧바로 이어진 일본 마무리 훈련 때 모든 선수들은 유니폼이 새까매지도록 운동장을 굴러야 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스프링캠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의 훈련 스케줄에는 ‘디펜스 데이(Defense Day)’라는 용어가 나온다. 말 그대로 수비만 하는 날이다. 이날은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하루 종일 펑고(수비훈련을 위해 배트로 쳐주는 공)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김 감독은 ‘지지 않는 야구’를 추구한다. 2009년 쓴 자서전 ‘꼴찌를 일등으로’에서 김 감독은 ‘이기는 야구’와 ‘지지 않는 야구’를 구분했다. 이기는 야구가 승수를 따진다면 지지 않는 야구는 패수를 따진다. 전자가 결과라면 후자는 과정을 중시한다. 실수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지 않는 게 지지 않는 야구의 핵심이다. 그런데 하위권에 머물렀던 최근 몇 년간 한화는 어처구니없는 수비 실책으로 승리를 넘겨준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한화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3개의 팀 실책을 기록했다. 단타성 타구를 2루타로 만들어주는 등의 눈에 보이지 실책은 더 많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바로 전해인 2012년 류현진은 10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는데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는 역시 수비진이었다. 한화의 수비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야구란 무엇인가’를 쓴 레너드 코페트는 ‘수비’ 편에서 “감독들은 예외 없이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라인업에 선수 이름을 써넣을 때면 타선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수비는 타격에 비해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힘은 더 많이 든다. 아홉 번 삼진 당하다 한 번 결정적인 홈런을 치면 영웅이 되지만, 99번 잘 잡다가 한 번 결정적인 실책을 하면 역적이 된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수비보다 공격을 선호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기 싫고, 많은 선수들이 하지 않을수록 더 해야 되는 게 수비다. 신치용 감독은 “수비 훈련은 선수도 힘들지만 시키는 지도자도 괴롭다. 적지 않는 감독들이 중간에서 선수들과 타협하고 만다. 그걸 이겨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화 선수들은 요즘 자신들이 왜 치열하게 수비와 싸워야하는지 몸으로 깨우치고 있다고 한다. SK 시절에도 김 감독으로부터 지옥의 펑고를 받았던 정근우는 “어느 순간이 되면 저절로 글러브가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화 야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역시 수비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A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은 노력형보다는 천재형 선수에 가깝다. 류현진이 달라진 건 2014시즌을 앞두고서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2013년 14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예전에 비해 훨씬 많은 땀을 흘렸다. 류현진의 한 지인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2013시즌 후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04억 원)의 대박을 터뜨린 추신수(텍사스)로부터 큰 자극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들은 자존심을 먹고산다. 돈을 떠나 상대에게 지거나 뒤처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류현진은 많은 후배 투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김광현(SK)이나 양현종(KIA) 등이 류현진의 길을 따라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여기에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최근 한국프로야구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피츠버그에 입단하면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류현진과 강정호 효과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다. 당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올 시즌 후 태평양을 건너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기존의 젊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선수들도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마음 깊은 곳에 담고 있다.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건너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이다. 29일부터 시작하는 팀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27일 출국한 오승환은 “내년 생각보다는 올 시즌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활약을 한다면 여러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일본프로야구가 도전의 끝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도전해야 하는 무대가 아니라 가서 싸워야 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강정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홈런왕’ 박병호(넥센)도 공공연하게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박병호는 “(강)정호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을 1년간 지켜봤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 구단의 승낙을 받아 해외 진출을 추진할 수 있는 7년 차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두산의 ‘타격기계’ 김현수나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삼성의 최형우 등도 해외 진출에 대한 뜻을 품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라는 작은 울타리에 안주할 수도 있던 선수들이 큰 목표를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건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많은 유망주들이 미국으로 건너갔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야구도 이젠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켈리턴의 샛별’ 윤성빈(21·한국체대·사진)이 한국 썰매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소치 겨울올림픽 이 종목 1∼3위가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거둔 성과여서 의미는 더욱 크다. 윤성빈은 2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리턴연맹(FIBT)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2분16초77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윤성빈은 소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올 시즌 이 종목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2분16초17)에게만 0.60초 뒤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치른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썰매 사상 최고 성적을 냈던 윤성빈은 한 달 만에 다시 한 번 기록을 갈아 치웠다.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권유로 스켈리턴에 입문한 윤성빈은 선수 생활을 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이 종목 16위에 올랐고,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윤성빈을 지도하고 있는 조인호 감독(37)은 “한국 선수들에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은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켈리턴의 샛별’ 윤성빈(21·한국체대)이 한국 썰매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소치 겨울올림픽 이 종목 1~3위가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거둔 성과여서 의미는 더욱 크다. 윤성빈은 2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2분16초77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윤성빈은 소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올 시즌 이 종목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2분16초17)에게만 0.60초 뒤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치른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썰매 사상 최고 성적을 냈던 윤성빈은 한 달 만에 다시 한 번 기록을 갈아 치웠다. 고3이던 2012년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권유로 스켈리턴에 입문한 윤성빈은 선수 생활을 한 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이 종목 16위에 올랐고,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윤성빈을 지도하고 있는 조인호 감독(37)은 “한국 선수들에게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금메달은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하나씩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은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16일 팀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했다. 그런 봉중근을 감싸 안은 사람은 양상문 LG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전지훈련에 출발하기 전날 밤 봉중근에게 “무조건 네 판단에 맡기겠다. 언제 오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승의 따뜻한 배려에 봉중근은 며칠 지나지 않아 계약서에 사인했다. 전년도와 동일한 4억5000만 원에 사인하고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21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 공항에 도착한 봉중근은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양 감독이 직접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양 감독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게 많다. 먼저 기대보다 적은 연봉을 받아 의욕을 잃을 뻔했던 봉중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양 감독은 비슷한 연배의 고참 선수들이나 후배 선수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 그런데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이런 방식을 양 감독에게 가르친 사람은 20여 년 전 태평양 감독이던 김성근 감독(현 한화 감독·사진)이다. 당시 고참 투수이던 양 감독은 연봉 협상에 실패해 일본 전지훈련에 따라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그때 한마디를 했다. “캠프에 천천히 와도 된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계약하고 와.” 구단에 섭섭했던 마음이 단숨에 풀렸던 양 감독은 이튿날 곧바로 계약했고 하루 만에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김 감독은 “하루 만에 오면 어떡하냐”며 장난스럽게 꾸짖었다고 한다. 야구계에서는 김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현역 야구 감독 중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야구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김기태 KIA 감독 역시 김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 성근 감독이 쌍방울 지휘봉을 잡았을 때 김기태 감독은 팀의 주장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16일 일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선수단을 향해 “짝다리 짚지 마라” “호주머니에 손 넣지 마라” “팔짱끼고 걷지 마라” 등의 이색적인 주문을 했다.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야 된다’는 김성근 감독의 지도철학을 김기태 감독 역시 공유하고 있다. 2012년 후반 넥센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도 지난해까지 야구 공부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고양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전략과 분석은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이 삼성 감독과 OB 감독일 때 선수로 뛰었다. 이 모든 후배 감독들의 목표는 ‘김성근 감독 뛰어넘기’다. 김 감독 야구의 좋은 부분을 배운 뒤 자신의 야구 색깔을 더해 더 나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역시 김 감독의 제자로 데이터 야구를 물려받았다고 평가받는 조범현 KT 감독은 KIA 감독이던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SK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조 감독은 제10구단 KT의 새 사령탑으로 다시 김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만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의 말처럼 스프링캠프는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기다. 프로야구 10개 팀이 모두 전지훈련에 들어가면서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2015시즌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많은 팀들이 이때를 전후해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한다.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한 문구나 표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감안할 때 가장 짧고 굵으면서도 팀에 어울리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든 팀은 NC다. ‘전력질주’. 단 네 글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궜다. 지난해엔 팀워크를 강조하는 ‘동반질주’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온 힘을 다해서 뛰겠단다. 아마도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뛸 것 같다. 전력질주는 열심히 안 뛰는 선수를 혐오하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철학도 잘 반영하고 있다. 간단한 문구라 엠블럼이나 유니폼, 헬멧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제10구단 KT의 ‘마법을 현실로! 승리의 KT 위즈’도 곱씹을수록 잘 만든 문구다. 올해 처음 1군 리그에 진입하는 KT는 객관적으로 나머지 9개 구단과 비등한 성적을 올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법의 힘을 쓰는 KT의 마법사들(위즈·Wizards의 축약형)이라면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삼성이다. 삼성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Together, Good to Great!(함께,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함으로)’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따왔다. 그런데 대체 무슨 말인지 한눈에 와 닿지 않는다. 삼성은 2011년 ‘Yes, We can(할 수 있다)’을 앞세워 우승하자 이듬해엔 ‘Yes, One More Time!(한 번 더)’을 썼다. 2013년에 ‘Yes, Keep Going!!!(계속 가는 거야)’으로 3연속 우승을 했고, 지난해엔 ‘Together, RE:Start! BE Legend!(함께, 다시 출발, 전설이 되자)’로 역대 최초로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전설까지 된 마당에 더 좋은 문구를 찾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화의 ‘불꽃 한화! 투혼 이글스!’도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을 감안하면 ‘지옥’이나 ‘천국’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에 비해 두산은 매년 큰 고민 없이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팀이다. 두산은 아직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허슬두(Hustle Doo)’라는 확실한 브랜드를 갖고 있기에 큰 걱정은 없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이던 2005년 처음 채용된 허슬두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팀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2005년 이후 두산은 허슬두는 그대로 둔 채 해마다 점프, 다 함께, All In, 새롭게, 챌린지 등 수식어만 바꿨다. 두산 관계자는 “허슬두를 너무 오래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새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게 ‘허슬두’ 정신이라 올해도 허슬두로 계속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2009년 이후 7년 연속 ‘Go for the Championship(챔피언을 향해)’을 쓴다. 몇 해 전만 해도 우승은 요원해 보였지만 자주 두드리다 보니 문이 열리는 것 같기도 하다. 넥센은 2013년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특이하게 SK는 지난해 이후 따로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 계획이 없다. SK 관계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문구 대신 성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실력이 줄었다는 게 아니라 정말 이가 빠졌다. 우즈는 19일(현지 시간)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이 열린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를 깜짝 방문했다. 여자 친구이자 ‘스키 여제’인 린지 본(31·미국·사진)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여자 활강에서 우승하며 역대 월드컵 대회 최다인 62번째 우승을 달성했던 본은 이날 슈퍼대회전에서도 1분27초0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개인 통산 우승 횟수를 ‘63’으로 늘렸다. 사고는 시상식 때 벌어졌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에 따르면 비디오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무대로 달려가던 한 기자가 갑자기 몸을 돌리는 바람에 카메라가 우즈의 입에 부딪쳤고, 결국 이가 부러졌다고 한다. 우즈는 이후 앞니가 빠진 모습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주춤했던 우즈는 2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시작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시즌 첫 대회를 치른다. 우즈로서는 이날 사고가 액땜이기를 바랄 것 같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는 올해로 11시즌째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남자부에서 지난해까지 우승을 맛본 팀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밖에 없다. 최근 7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가 8번, 현대캐피탈이 2번 우승했다. 나머지 5개 팀은 그동안 들러리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여자부는 다르다. 매년 의외의 팀이 나타나고 우승을 향한 팀별 대결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2011∼2012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한 기업은행을 포함해 여자부 6개 팀 중 5개 팀이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다. 마지막 남은 비우승팀이자 최후의 퍼즐을 맞출 팀은 여자 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1970년 창단)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방문경기에서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세트까지 1-2로 뒤지다 남은 두 세트를 내리 잡으며 파죽지세의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승리로 14승 6패(승점 40)를 기록한 도로공사는 2위 기업은행(13승 6패·승점 36)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시즌 전만 해도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세터 이효희(35)와 센터 정대영(34)을 영입했지만 너무 나이 많은 선수들을 데려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이효희는 지난해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느라 초반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겼었지만 2라운드 이후부터는 펄펄 날고 있다. 정대영 역시 20일 현재 3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중심을 지키고 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9득점에 그쳤던 문정원(144득점)의 발굴도 큰 힘이 됐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올해는 반드시 우승해야겠다는 각오 속에 두 명의 FA를 데려왔다. 다행히 신구의 조화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부담도 크지만 최근 우리 팀을 보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레오 40점… 삼성화재, LIG에 역전승 한편 남자부 선두 삼성화재는 20일 40득점을 올린 레오의 활약을 앞세워 LIG손해보험에 3-1(19-25, 29-27, 25-23, 25-22)로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부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1988년 서울올림픽조직위에 버금가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평창 올림픽 문제에 대한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조직위에 모든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양호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조직위 파견 공무원의 승진을 포함한 모든 인사권을 주기로 했다. 또 서울올림픽조직위가 했던 것처럼 조직위 파견 공무원에 대해서는 승진에 유리하도록 근무 평점을 높여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해 국장급 자리에 대한 공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신청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이 같은 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 인사 혜택에 공모제 확대까지 시행되면 각 부처의 유능한 공무원들이 평창조직위에 모여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모두 382명의 공무원이 조직위에 파견됐는데 이 가운데 일반직 3급 이상은 60%가 넘는 238명이나 됐다. 문동후 전 평창조직위 부위원장, 김범일 전 대구시장, 김종민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조직위의 요직에 등용됐던 엘리트 공무원들이었다. 또 정부는 조직위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도 최대한 늘리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신설 경기장 등에 대한 확실한 사후 활용 방안을 마련한 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무런 대책 없이 국비를 더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