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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은행원 A 씨(29)는 퇴근 후 옆집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들과 자주 마주쳤다. A 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모르는지 남자들은 여자가 안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며 “호기심에 유심히 관찰했더니 매일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에 살 때는 성매매 단속 나온 경찰과 복도에서 마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오피스텔 성매매 여성 B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곳곳의 오피스텔로 확산되는 추세”라며 “성매매 업주들은 주택가, 경찰서 인근, 학교 주변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를 안내하는 웹사이트에는 ‘지하철역과 도보로 5분 거리’를 내세우며 마포역, 구로디지털단지역, 홍대입구역 등 서울 주요 지하철역 주변과 인천 수원 안양 성남 등 수도권 대도시에 업소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 C 씨는 “강남 일대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가 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 북부의 한적한 주택가 앞 오피스텔에서도 일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강남과 여의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오피스텔 성매매가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일부 오피스텔 업소는 상황실까지 설치하고 일사불란하게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런 대형 성매매 오피스텔을 운영해 업계 대부로 불리는 김모 씨(33)는 자신의 휘하에 관리 및 알선실장(성매매 여성 모집 및 성매수 남성과 연결, 방 배정, 수금), 광고실장(전단 살포 및 알선 사이트 관리) 등 10여 명의 ‘실장’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운영해 왔다. 상황실 직원들은 성매수 남성들의 전화 예약,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상태 등을 관리하고 경찰 단속 시 곧바로 실장들에게 전파했다.김 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업소명을 10여 개나 만들고 전단에 인쇄할 대포폰 전화번호도 20개 만들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광역단속수사팀 경찰관의 얼굴 화면을 캡처해 직원들에게 익히도록 하기도 했다.이 밖에 ‘실장 행동강령’을 비롯해 ‘아가씨 행동강령’을 만들어 교육하기도 했다. ‘아가씨 행동강령’에는 ‘일본 야동을 보고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라’ ‘외모가 별로인 손님도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하라’ 등의 지침이 적혀 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와 화대, 특이사항 등을 비롯해 성매수 남성들의 인적사항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했다.이런 방법으로 김 씨 일당이 지난해 10월부터 강남 일대 오피스텔 방 24개를 빌려 성매매를 알선하며 챙긴 돈은 30억여 원. 경찰 관계자는 “하루 평균 65명의 성매수 남성에게서 13만∼15만 원씩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3개월 간격으로 오피스텔을 계약했으며, 임차료는 26∼33m²(8∼10평) 크기의 소형 오피스텔 1실에 200만 원 정도였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은 4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소 실장 우모 씨(34)를 구속하고 성매수 남성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업주 김 씨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1989년 선교하러 볼리비아로 건너간 서성덕 목사(54)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곤 했다. 특히 2009년 볼리비아 아이들에게 한국을 보여주러 잠시 방문한 뒤 향수병을 부쩍 심하게 앓았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중년의 나이에 눈물도 흘렸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3년 만인 9월 초 서 목사, 윤해점 선교사(50) 부부는 다시 고국을 찾았다. 부부는 비싼 비행기 요금 때문에 업무가 아니면 한국을 찾지 않다 보니 24년 동안 명절을 모두 볼리비아에서 보냈다. 서 목사 다섯 남매는 24년 만에 큰누나 집에 모여 송편을 나눠 먹으며 추석을 보냈다. 향수병을 앓던 서 목사는 소소한 행복에 감격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편하긴 한데 그럴수록 볼리비아에 두고 온 가난한 아이들이 더 생각난다”고 했다. 서 목사도 물로 배를 채우던 가난한 소년이었다. 1958년 대구에서 셋째로 태어난 그는 탄광 일을 시작한 아버지를 따라 강원 영월군에서 컸다. 하루는 밖에서 놀다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외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다. 투정에 지친 외할머니는 “집에 가면 끓여놓은 죽이 있으니 다 먹어라”라고 했다. 한달음에 집으로 가 보니 상 위에는 하얀 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는데 꿀맛 같았다”고 한다. 나중에 외할머니가 창호지 붙이려고 둔 풀을 찾기 전까지 진짜 죽인 줄로만 알았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폐결핵을 앓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다. 야간 상고에 진학해 하루 2시간씩 자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생활을 했다. 가난했기에 가난의 아픔을 더 잘 알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 가난한 곳에서 그들과 함께 개척해 보겠다”고 기도했다. 신학교에서 아내를 만났다. 2년 선배였던 윤 선교사는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선교할 꿈을 꿨다. 서 목사는 1989년 2월 전세금과 결혼 예물을 판 돈으로 미국, 브라질을 거쳐 선배가 선교하는 볼리비아로 건너갔다. 교회 설립, 가난 구제, 자립 기반 제공, 학교와 병원 설립 등 다섯 가지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그해 12월 아내도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건너왔다. 1990년 부부는 아침을 굶는 아이들에게 빵과 죽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아침을 줄 욕심에 시장에서 가장 싼 빵을 사서 먹였다. 1991년 태어난 둘째 아들이 집에서 아침을 먹는 볼리비아 아이들 또래로 자랐을 때였다. 서 목사는 “‘볼리비아 아이들에게 준 맛없는 빵을 내 아이한테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자 멋모르고 베풀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때 새롭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떴고, 부모의 마음으로 최고의 것만 아이들에게 주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볼리비아 현지는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에서 보내준 후원금 및 볼리비아인과 함께 직접 양계장을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경비를 충당했다. 서 목사 부부는 ‘맛없는 빵’을 먹인 걸 반성하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20명이 모여 살았다.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불편했지만 다행히 두 아들이 볼리비아 아이들과 친형제처럼 살갑게 지냈다. 2001년에는 볼리비아인들도 살기 꺼리는 우범지역으로 이사했다. 부부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갱생하도록 돕고 어른이 되면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려 자립할 수 있게 도왔다. 몇몇은 다시 갱단의 세계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서 목사의 선교활동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 목사 집에서 자란 아이 중에는 볼리비아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교육 사업을 돕는 아이도 나왔다. 서 목사는 “후원자가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묻고 성과를 요구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받지만 단 한 명이라도 새 삶을 찾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 목사 부부는 7년여 준비 끝에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2006년 420명 정원의 콜카피루아 기독교 학교를 열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최신 설비를 자랑한다.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편성된 이 학교는 볼리비아 부유층도 선호할 정도로 지역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그는 “선교사가 세운 학교라고 하면 다들 가난한 학교를 떠올리지만 이 학교만큼은 최고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저의 얼굴도 모르면서 믿고 후원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볼리비아로 돌아가면 가벼운 질병에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볼리비아인을 위한 병원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병원 건립을 ‘마지막 숙제’라고 불렀다. 서 목사는 “볼리비아로 떠날 때 ‘30년 동안 봉사하자’고 목표를 세웠는데 이제 6년 남았다”며 “30년이 지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병원을 짓고 마지막 그 순간까지 볼리비아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 번만 더 결혼 이야기 꺼내면 명절 때마다 해외로 도망갈 거야.” 회계사 김모 씨(30·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 소리를 꽥 질렀다. 최근 오빠가 결혼한 뒤 부모가 결혼을 독촉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연봉 7000만 원을 받으며 휴가철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독신의 즐거움을 당장 포기하고 싶지 않다. 결국 부모와 친척 어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올해 추석에는 ‘귀향 거부’를 선언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트위터에는 ‘명절 잔소리’를 걱정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리안 ‘east_******’는 “추석이구나. 잔소리에 배불러 오는 명절”이라고 썼다. ‘MySI*****’는 “명절=꼰대들이 충고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꼰대질을 장마 때 댐 수문 열듯 콸콸콸 쏟아내는 기간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었다. 반가운 가족 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명절. 하지만 아끼는 마음에 건넨 덕담, 반가운 마음에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듣는 사람에겐 상처를 주는 비수가 되곤 한다. 추석 때 살을 맞대고 시간을 보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50, 60대와 연휴를 그저 푹 쉬고 싶은 20, 30대 간 세대 갈등도 있다. 미혼 남녀에게 결혼과 연애에 대한 친지들의 언급은 고마운 충고가 아닌 명절 귀향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간섭’이 된다. ‘살 좀 빼라’ ‘돈 많이 벌어라’도 듣기 싫은 잔소리다. 예전처럼 꾹 참는 대신 아예 귀향을 거부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다 보니 그런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한 추석 맞선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이웅진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열리는 맞선 행사에 100여 명으로 잡은 정원이 3일 만에 찰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명절 잔소리 스트레스에 시달린 누리꾼들은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다. ‘kitty******’는 “명절 잔소리는 ‘몇 살이냐’는 질문에서 시작되니 친지가 나이를 물으면 ‘몇 살이게∼요’라고 외치고 도망가라”고 썼다. 시댁 식구들이 며느리에게 하는 별것 아닌 충고도 당사자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주부 이모 씨(41)는 “명절마다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하라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동서지간에 아이들 학교 성적을 비교하는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호소했다. 명절에 내려온 자식의 푸념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양모 씨(60·여)는 “명절 때마다 생활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자식들을 보면 내가 못해 줘서 그런가 하는 마음에 속으로 남몰래 눈물도 흘린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다 보니 잔소리 같은 사소한 갈등도 잘 해소되지 않아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며 “특히 친지들 앞에서 잔소리를 들으면 듣는 사람은 굴욕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분석했다. 한창희 전 충북 충주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족끼리 비교는 절대 금물”이라며 “남하고는 물론이고 가족끼리도 비교를 하게 되면 열등의식이 생겨 관계가 불편해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상대방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걸 화두로 올리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대학에 낙방하여 속상한데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 형제가 ‘조카 아무개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짜증이 나게 된다. 묻는 사람은 우월의식을 느껴 기분이 좋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들이 만나 안부를 물을 때 상대방이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며 “충고보다는 칭찬을 위주로 하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총장실로 90세 원로 기업가의 아들과 손녀사위가 찾아왔다.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개인재산 전부인 30억 원이 든 통장을 직접 송희영 건국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1960년대 말 건국대 인근인 광진구 화양동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기부자는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벌면 전 재산을 인재 양성에 쓰겠다”며 건국대 건물을 바라보며 기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기부자의 아들은 “아버지는 인생을 지구라는 농토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가는 농부의 삶으로 여기고 성실히 사셨다”며 “평생 꿈꾸던 기부의 기회를 준 건국대에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기업을 물려받은 아들은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회사를 관련 업계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아들은 “건국대의 특성화 학문인 부동산학 발전에 의미있게 쓰길 바랄 뿐”이라며 “기부자의 신상은 물론이고 기부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부자 가족이 익명을 고집한 데는 기부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건국대 관계자는 “기부자가 좋은 뜻으로 기부했다가 오히려 기부금을 받지 못한 다른 출신 학교나 사회단체로부터 ‘돈을 내 놓으라’는 노골적인 압력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순수한 기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부자 가족을 설득해 기부 사실은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건국대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부동산 학문을 연구하는 전용공간을 신축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완공된 건물 이름은 기부자의 호를 따 지을 계획이다. 황신애 건국대 발전기금본부 부장은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기업가가 기부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큰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모 판사(4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판사는 15일 0시 20분경 술에 취한 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영등포구 양화동 올림픽대로에서 택시기사 이모 씨(65)에게 진로를 바꿀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차량 핸들을 잡아 틀고 주먹과 발로 이 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박 판사는 이 과정에서 “이 ××야, 내가 가자는 대로 가면 되지 무슨 말이 많아? 빙빙 돌지 말고 차 세워. 내가 누구인지 알아?”라고 막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박 판사의 이 같은 행동 때문에 제대로 운전을 못해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이날 0시 35분경 출동한 경찰은 박 판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판사의 검거 소식을 보고받은 소속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이 사과와 합의를 위해 이날 새벽 경찰서를 직접 찾아 택시기사를 설득했다.경찰 관계자는 “박 판사와 이 씨는 사건 발생 뒤 합의했다”며 “21일 박 판사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3일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8년 되는 날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정부와 여성단체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선도하는 목적의 윤락행위방지법보다 강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오늘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된다.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심과 주택가로 실핏줄처럼 번졌다. 더 음성화된 성매매 업소에서 여성의 인권은 더 깊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러니 이 법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그나마 성매매 산업을 억제하려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성을 팔고 사는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성매매특별법이 8년 동안 강력히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말 한마디.“마음에 드는 아가씨 있나 보고 가세요.”18일 오후 11시경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의 어두컴컴한 골목에 기자가 들어서자 중년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업소마다 커튼을 쳐 홍등가를 상징하는 붉은 불빛이 외부에 보이지 않을 뿐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술 취한 남성이 업소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더니 골목에 서서 마담과 흥정했다. 순찰 중인 경찰은 이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갔다. 커튼을 치고 영업하면 경찰도 그냥 넘어간다고 했다. 흥정에 성공한 마담은 커튼을 열고 이 남성에게 붉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여줬다.○ 집창촌 여성들 ‘불만’ 왜?2000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 서장이 성매매 업소를 뿌리 뽑겠다며 전쟁을 벌인 곳.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자 경찰의 단속이 한층 강화된 곳. 이후 불어온 서울시 재개발 바람 속에도 텍사스촌은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150여 곳에서 여성 400∼500명이 일하고 있다.텍사스촌의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우리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일을 시작했다는 이모 씨(36·여)는 “처음에는 창녀가 됐단 생각에 자괴감이 심했지만 몇 년 지나자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으로 홀어머니를 부양하는데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8년 동안 내 생활에는 변화가 없는데 법 때문에 나쁜 ×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법 시행 전에는 경찰도 성매매 업소가 몇 가지 중대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심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인신매매, 미성년자 고용 감금 등이다. 여기에 월급을 잘 주고 성병 관리만 잘하면 의례적인 단속 이외의 ‘철퇴’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이런 ‘규칙’은 확 바뀌었다.이 씨는 “집창촌에 남은 우리는 닭장 속의 닭처럼, 경찰이 실적이 필요할 때 한 마리씩 잡혀가는 신세가 됐다”며 “경찰 단속도 두려워하지 않는 손님만 오다 보니 손님의 질도 점점 나빠져 일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포주 A 씨는 “여기 온 손님들이 돈을 주고 성욕을 풀고 가니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줄지 않겠느냐”고 했다.한때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김모 씨(33·여)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는 이곳을 벗어나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며 “손가락질 받아도 큰돈이 꼭 필요해서 일하는 우리에게 쥐꼬리만 한 돈밖에 못 받을 다른 일을 하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화를 냈다. 숨기고 싶은 직업이지만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좀 놔두라’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집창촌 떠난 여성은 ‘불안’현재 텍사스촌에 남은 여성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김 씨는 “젊은 애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고 수입도 넉넉한 다른 종류의 성매매 업소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손님은 줄어들고 단속은 심한 이곳을 떠난 여성들은 주택가나 도심의 안마방이나 휴게텔 오피스텔 성매매로 옮겨갔다.2008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일을 시작한 김연희(가명·24·여)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곧바로 휴게텔, 안마방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런 곳의 성매매는 단속을 피해 더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단속 위험은 줄었지만 텍사스촌처럼 여성을 지키는 업소 직원이 배치되지 않다 보니 성매수 남성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은 훨씬 커졌다. 김 씨는 “2010년 10월 성구매 남성의 가학적인 성행위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가출 청소년과 대학생이 많이 유입된 인터넷 조건만남이나 오피스텔 성매매 등 비업소형 성매매 여성은 폭력에 더 노출돼 있다. 일대일로 성매수 남성을 상대하는 조건만남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받지 못하거나 모텔에서 몸이 강제로 묶인 채 폭행당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미나(가명·22) 씨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업소에서는 업주나 손님의 부당한 대우에 대응할 수 있지만 홀로 일하는 오피스텔은 불가능하다”며 “업주가 ‘손님을 몰아주겠다’며 강제로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가 권리냐, 아니냐성매매 여성이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불러주길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성을 판매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김연희 씨는 “다른 직업과 똑같은 노동이라고 생각하니 떳떳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속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持志)’는 “성매매특별법이 우리를 범죄자나 피해자로 취급해 오히려 현장에서 폭력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며 “성 판매를 합법화하고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성 판매 합법화는 성매매업 종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주류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이 범죄자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성매매 자체는 ‘사회악’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매매특별법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 관계자는 “성노동자 운운하는 성매매 여성은 소수일 뿐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 우월적인 구조 속에서 성폭력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성을 사고파는 범죄 행위는 절대 노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적반하장 男 “카드 긁는 바람에 재수없게 걸렸다” ▼“쉽게 돈 벌려는 그녀들이 더 문제”대구의 한 보호관찰소. 남자 40여 명이 한결같이 억울한 표정으로 강의실에 앉아 있다. 19세부터 67세까지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모두 성매수를 했다가 단속에 적발돼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존스쿨’에 참여하는 이들이다.남성들 앞으로 20대 후반의 여성 한 명이 나왔다. 성매매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강사 자격으로 초빙된 전직 성매매 여성이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 여성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한 남성이 질문했다.○ “내가 걸린 건 너 때문”“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렇지 성매매를 해요? 편하게 돈 벌려는 생각을 고쳐야 돼….”훈계에 가까운 질문들이 쏟아지자 여성은 말을 멈췄다.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팀장은 당시 상황을 전하며 “성매수한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성매매 여성만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전형적인 성매수 남성의 모습”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성매수를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보지 않고 ‘남의 탓’만 한다는 점을 꼽는다.성매수로 적발된 남성 대부분은 ‘하필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불평한다. 단속을 피해 성매수한 남성들도 많은데 자신만 ‘재수 없게’ 걸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존스쿨 수강생 40.6%는 성구매를 멈추지 않는 이유로 ‘단속 나올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재훈 전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를 쓰는 바람에 걸렸다’며 후회하는 게 보통이고 성매수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집단의 압박도 성구매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여럿이 모인 술자리가 관행처럼 성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A 씨(32)는 “개인적으론 낯선 여성과 성관계하는 걸 즐기지 않지만 막상 뒤로 빼면 ‘용기와 동료애 없는 남자’로 낙인찍힐까 봐 어쩔 수 없이 따른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욕구 해소론’성욕을 해소할 통로가 성매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남성도 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미혼 취업준비생 B 씨(29)는 “여성과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이 어려워 종종 업소를 찾는다”고 털어놨다. ‘남성의 성욕은 원초적이라 성매매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이들의 논리는 성욕을 억압해 봤자 성폭력 범죄와 음성적 성매매만 늘어난다는 ‘성매매특별법 필패(必敗)론’으로 결론 맺는다. 존스쿨 수강생 중엔 “남자 대 남자로 터놓고 선생님은 업소 가본 적 없느냐”고 남자 강사에게 물으며 “성매매특별법 폐지 운동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박경원 보배정신건강상담센터장은 “성매수자 가운데 정상적으로 성 접촉할 수 있는 남성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대 여성을 지배하려는 비뚤어진 욕구와 자연스러운 성욕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지쳐가는 警… 자고나면 변종… 경찰 단속 한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14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의 한 성매매 업소 ‘실장’ 박모 씨(27)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밤 10시에 혼자 오겠다”고 예약한 손님이 동행 여러 명을 이끌고 나타난 것.은밀하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오피방(대형 오피스텔)’을 단속하려고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원룸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던 20대 남녀는 “우리는 애인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장 박 씨와 여성 사이에 오간 문자를 확인하자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여성이 창밖으로 급히 내던진 콘돔은 경찰이 건물 주차장에서 수거했다. 수사팀 장문옥 경위는 “이들은 성매매의 결정적 증거인 피임기구를 어떻게든 숨기려 한다”며 “콘돔을 입으로 삼키는 여성도 있다”고 했다. 집창촌 형태에서 탈피한 다양한 성매매 업소들이 지능적인 영업 방식을 도입하면서 경찰 단속은 더욱 어려워졌다. 오피방 등 일부 업소는 전화예약을 거치지 않은 손님은 아예 받지 않는다. 단속에 대비해 손님의 명함이나 웹사이트 아이디를 요구하는 업소도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애인대행’ ‘조건만남’ 등의 ‘1인 성매매’나 여관 카운터에서 점조직 형태의 보도방을 통해 알선하는 성매매는 고정된 업소에 거점을 두지 않고 은밀히 이뤄져 실태 파악조차 힘들다.단속팀은 번호 변경이 쉬운 ‘선불폰’으로 홍보 전단을 뿌린 업소에 직접 예약을 하고 단속에 나선다. 사용한 번호는 곧장 ‘경찰 번호’로 낙인찍혀 두 번 사용할 수도 없다. 업주들이 단속반의 차량 번호까지 문자로 공유하는 통에 수사팀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차량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 업소 입구의 폐쇄회로(CC)TV에 단속반이 비치면 업주가 철문을 걸어 잠그거나 손님과 종업원을 재빨리 뒷문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일도 잦다. 단속에 성공하더라도 업주가 벌금 50만 원가량을 내고 태연히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성매매와의 끝없는 술래잡기에 현장 경찰관들도 지쳐가고 있다. 계속된 단속에도 ‘키스방’ ‘포옹방’ ‘귀청소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를 알선하는 변종 성매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선 경찰서 전담 경찰관들은 인터넷과 관련 112 신고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를 파악하고 하루 두세 차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소를 단속·관리하는 경찰이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행위를 눈감는다’는 세간의 시선도 부담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차라리 관할 구청이나 지자체가 은밀히 벌어지는 성매매를 단속하고 경찰은 늘어나는 강력 범죄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북한에 밀가루를 전달한다. 월드비전은 21일 오전 8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에서 환송식을 열고 밀가루 500t을 북한에 보낼 예정이다. 밀가루는 운반 트럭에 실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출발해 육로로 북한에 전달된다. 월드비전은 수해가 심한 평안남도 안주와 개천 지역의 유치원 소학교(초등학교) 어린이 2만여 명에게 밀가루를 나눠주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월드비전 양호승 회장은 “밀가루를 전달한 뒤 필요한 곳에 잘 배분됐는지 현장 확인도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고 절망에 빠진 북녘 동포와 어린이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태아 친자확인 검사해주는 해외 업체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배 속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해외 업체에 태아 친자확인 검사를 의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불법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해준다는 해외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업체는 한국인 브로커를 두고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묻는 글에 댓글을 달거나 업체 블로그를 인터넷 검색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다. 17일 기자가 미국의 A 업체 소속 한국인 브로커에게 문의해 보니 “임신 8주가 지난 산모부터 혈액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는 99.9% 정확하다”며 “미국에서 보낸 혈액 채취 키트에 산모 혈액을 담고 남성의 머리카락과 함께 미국으로 보내주면 5일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는 “친자확인뿐 아니라 태아 성별을 알아보려는 부부까지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다수의 파트너와 혼전 성관계를 맺는 풍조 때문이다. 한 남성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내 아이인지 확신이 안 서서 검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임신해서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하려는데 잠깐 만났던 다른 남자가 마음에 걸린다”며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업체들이 국내 일반 DNA 검사 비용 20만∼25만 원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200만 원 정도를 받지만 신뢰도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태아 친자확인이 급해 의뢰했다가 엉터리 결과를 받거나 돈만 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 업체가 광고하는 산모혈액 검사법은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A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검사 신뢰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실 사진 10여 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 없는 엉뚱한 장비 사진뿐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의 눈을 속이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고객이 한국 내 산부인과에서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해서 채취물을 보내주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에 따른 유산 위험성은 안내하지 않는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융모막검사는 임신 초기인 9∼12주에 이뤄지는 탓에 염증과 출혈로 유산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염색체 이상을 진단할 때만 한정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출산을 기다리지 않고 임신 중 친자 감별을 하는 것 자체가 ‘친자가 아니면 낙태하겠다’는 뜻이므로 산모에겐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태아 친자확인처럼 국내법상 불법인 검사를 위해 혈액 등을 해외로 반출하는 일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하다간 우후죽순 격으로 한국에서 금지된 검사를 대신해 주는 해외업체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의사나 업체가 직접 해외업체를 중개해 주면 몰라도 개인이 미국 업체에 문의해 혈액 등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법원이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사이 또 한 여성이 쓰러졌다.충북 청주시에서 일어난 여성 성폭행 살해사건의 피의자 곽광섭(45)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지만 검찰의 청구를 법원이 번번이 무시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그에게 제때 전자발찌를 채웠다면 억울한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재범 방치한 셈지난해 5월 24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곽광섭에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2004년 수차례 친딸을 성폭행하고 내연녀의 딸을 강제 추행한 죄로 5년 복역한 뒤 2009년 출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의 일이라 착용 명령을 받지 않았지만 2010년 7월 소급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친딸을 범한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하지만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부(부장판사 이영숙)는 석 달 뒤인 지난해 8월 17일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사유서엔 “재범 위험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법원은 △출소 이후 부모와 함께 살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점 △교도소 생활을 하며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용사 자격을 딴 점 △2004년 사건 이전까지 성폭행 전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안종렬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도착증 같은 이상 증세를 증명할 정신과 의사 소견이 없었다”며 “죗값을 치르고 성실하게 사는 이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이중처벌”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구를 심사한 뒤 기각한 장재원 주임판사는 “공식 답변은 할 수 없다”며 통화를 거부했다.검찰은 답답했다. 열다섯 살 된 친딸을 범할 정도로 비뚤어진 성욕을 가진 그가 성도착 기질을 다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성폭행 전력은 없어도 폭행 등 전과가 9개에 달했다. 친딸을 성폭행했을 때마다 만취 상태였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봤다. 평소 성실히 생활하다가도 술에 취하면 재범할 우려가 높은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곽광섭의 내연녀에 따르면 곽광섭은 이번 범행 때도 술에 취해 있었다.대구지검 서부지청 관계자는 “곽 씨에게 성적 문제가 있고 재범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항고했지만 재판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에 묶여 있다.대구고법 형사부(부장판사 유해용)는 검찰의 항고를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곽광섭에게 전자발찌를 채울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위헌심판의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다.○ 전자발찌 미루는 사이 3명 숨져위헌 결정이 나기 전까진 현행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도 “전자발찌 소급 적용이 적법하다”고 3건의 재판에서 일관되게 판결했다. 하지만 곽광섭 사건 때 대구고법이 그랬듯 상당수 법원은 헌재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성범죄 전과자들을 방치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서울 한 지방법원 판사는 “나중에 위헌 결정이 나면 소급 적용된 전과자들을 모조리 재심해 전자발찌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는 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반면 위헌 제청이 헌재에 걸려 있지만 판사가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려 전자발찌가 소급 적용된 성범죄자도 391명에 달한다. 전자발찌의 재범 억제력을 높게 본 판사들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현행법 규정에 따라 판단한 결과다.만약 대구지법 서부지청이 곽광섭의 재범 위험성을 정확히 판단했다면, 대구고법이 원칙에 따라 현행법을 적용했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검찰은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를 선별해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2675건 청구했다. 법원은 그중 15.9%인 424건만 받아들였다. 231건은 기각됐고 나머지 2019건은 계류 중이다. 이처럼 법원에서 판단을 미루는 사이 전자발찌 없이 지내다 다시 흉악범으로 돌변한 전과자에게 숨진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3명이다. 이들에게 성폭행당한 미성년자는 6명이다. 이렇게 재범한 전과자는 지난해 10월까지 집계한 것만 1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특수강간으로 7년 복역한 소급 적용 대상자였다. 지난해 3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7세 소녀를 추행한 양모 씨(51)는 이전에도 세 차례나 아동들을 강간하려 했던 전과자다. 이들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없었다.14일 재판관 9석 중 절반을 넘는 5석이 빈 채로 남게 된 헌법재판소에 빠른 결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성범죄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해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DNA 일치’ 확인… 경찰, 이웃집 용의자 곽광섭 공개수배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A 씨(25)의 몸에서 채취한 체액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곽광섭(45)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4일 공개수사에 나섰다.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 씨의 몸에서 나온 체액과 타액 등이 국과수에서 보관 중인 곽광섭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곽광섭을 피의자로 확정하고 그의 최근 사진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신연식 상당서 수사과장은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며 제보를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A고등학교 국어교사 윤모 씨(33·여)는 방학이 되자 병원을 찾았다. 학기 중 칠판에 글씨를 많이 썼더니 목과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며 의사 최모 씨(47)에게 진료를 받았다. 방학이 끝날 때쯤 23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기록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 780만 원을 받았다. 윤 씨의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하던 경찰은 그가 단 하루도 병원에 머물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상품에 해박한 어머니에게 보험사기 수법을 배운 윤 씨는 2010년 2월부터 매달 방학을 앞두고 보험사 여러 곳의 상해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의사 최 씨와 짜고 방학 동안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몄다. 그는 올 1월까지 11개 상해보험에 가입해 5차례나 허위 입원하고 보험금 4100만 원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2억3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윤 씨 등 현직 교사 14명(국공립 교사 7명)과 이들의 범행을 묵인하고 도운 의사, 보험설계사, 병원 사무장, 교사 가족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교사들은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보험사기를 짭짤한 부업으로 여겼다. 고교 체육교사 주모 씨(42)는 스노보드를 타다 다친 것처럼 꾸며 입원하고는 버젓이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학교 계단에서 넘어졌다거나 체육수업 중에 공에 맞았다고 핑계를 댄 뒤 보험금을 타낸 교사도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뻔뻔한 사기 행각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행태에 놀랐다”며 “윤리나 도덕 과목 교사가 적발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3일 오전 경찰청 트위터 계정(@polinlove)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소문의 진실은?”이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최근 잇따른 강력범죄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짜 택시 괴담’ ‘할머니 괴담’ 등의 괴담이 확산되자 경찰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경찰은 이 트윗에서 “(괴담들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하는 괴담 유포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짜 택시 괴담’은 마취제를 적신 휴지가 부착된 택시 문 안쪽 문고리를 만졌다가 느낌이 이상해 손을 코에 대본 승객이 기절하면 장기를 적출해 판매하는 가짜 택시가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다. ‘할머니 괴담’은 할머니가 버스에서 여학생에게 싸움을 걸어 내리게 한 뒤 승합차로 납치해 장기를 적출한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이용하는 택시나 버스를 배경으로 범죄 과정을 지인이 겪은 것처럼 생생히 묘사한 괴담을 읽은 시민들은 ‘조심하자’며 인터넷 게시판이나 휴대전화 메신저로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 초에도 비슷한 괴담이 번졌는데 최근 불안한 사회분위기를 타고 다시 괴담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만약 실제로 택시나 버스 등을 이용한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숨기지 않고 먼저 알릴 테니 절대 괴담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안철수 서울대 교수 불출마 협박 논란’ 당사자인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11일 교통사고로 다쳤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53분경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방향 내리막 도로를 주행하던 정 전 위원의 트라제 차량이 도로 경계석과 가로등을 들이받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목과 왼쪽 어깨 등에 찰과상을 입은 정 전 위원은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동승자는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측정 결과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에 운전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7시 10분경 의료진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알린 뒤 스스로 병원에서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위원은 이날 오후 4시 50분경 방영하는 채널A 시사토크 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할 예정이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국세청 산하 세무서장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세무서장 윤모 씨(57)가 근무했던 서울 성동세무서를 3일 압수수색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세청은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윤 씨를 최근 본청으로 대기발령했다. 윤 씨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소재 육류수입 가공업자 김모 씨(57)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금품과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다. 경찰은 윤 씨가 근무했던 성동세무서의 관련 자료 등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수개월 동안 윤 씨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내사해 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석준 기상청장(58·사진)이 기상관측장비 납품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10일 경찰에 소환됐다.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첫 현직 기상청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경 조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청장은 기상관측장비 ‘라이다(LIDAR·순간 돌풍 탐지 장비)’ 입찰 과정에서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장비의 최대 탐지 반경 기준을 15km에서 10km로 완화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청장의 이 같은 조치 덕분에 장비 최대 탐지 반경이 10km 정도였던 케이웨더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최종 선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초 기상전문기자 출신인 조 청장은 케이웨더에서 기상예측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케이웨더 대표 김모 씨(42)와 친분을 쌓았고 기상청 차장을 지냈던 박광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59)과는 지난해 기상청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날 조 청장은 조사에 앞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웨더 측은 “이번 수사는 당시 기상청 사업담당자의 거짓말과 입찰에 탈락한 업체의 모함에서 시작됐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토요일인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원초등학교 운동장. 무려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T24 페스티벌’이 열렸다. 온라인에서 만난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실상 국내 첫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스티벌이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육군 부사관 출신 이광낙 씨(28)가 제한시간 2시간 안에 24인용 군용텐트를 혼자 힘으로 치는 모습을 보며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같은 시각 누리꾼 10만여 명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지켜봤다. 행사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카메라 동호회 커뮤니티 ‘SLR’에서 벌어진 입씨름이었다. 주제는 ‘24인용 군용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는가’였다. 길이 10m, 폭 5m에 달하는 군용텐트는 혼자 힘으로 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문의를 받은 국방부는 혼자 힘으로 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의견을 냈다. 텐트를 치려면 가운데 용마루(텐트의 가장 높이 솟은 부분)를 지지하는 3m 높이의 지주 3개를 세우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가 “텐트만 구해주면 직접 증명해 보이겠다”고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촉발된 것. 성공 여부가 궁금했던 김인홍 씨(38) 등 누리꾼 5명은 자발적으로 ‘T24조직위원회’를 만들고 행사를 기획했다. 얼굴도 모르는 5명은 SNS로 서로 연락하며 공연기획, 행사장비 준비, 협찬물품 접수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SNS로 행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생수나 컵케이크, 책, 카메라가방 등 80여 가지, 3000여 점을 기부했다. 기부 물품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됐다. 한 인터넷게임업체가 텐트 대여 비용을 냈고 인터넷 방송사가 무료로 중계를 맡았다. 대규모 축제 현장에 덕지덕지 붙는 기업의 광고판은 텐트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행사에서 이 씨는 제한시간 35분을 남겨두고 텐트 치기에 성공했다. 이 씨는 텐트 양쪽 끝의 기둥을 먼저 세우고 천을 씌운 다음 용마루 지주를 세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텐트 치기 내기에서 시작된 행사가 누리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됐다는 점에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김 씨도 “몇몇 누리꾼이 인터넷에서 나눈 대화가 기업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대규모 페스티벌이 된 과정은 기적에 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첫 SNS 페스티벌 성공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대기업의 재정 도움 없이도 SNS만으로 사회적 이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방부는 다소 머쓱한 표정이다. 국방부 트위터 대변인은 9일 “Lv7벌레(닉네임)님이 2시간 내에 성공하셨다.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는∼ 가능한 걸로!!^^”라는 글을 올렸다. 군 관계자는 “야외전술훈련 등을 할 때 24인용 군용텐트는 병사 8명이 10분 이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어젯밤부터 딸의 휴대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안 돼요.” 영화배우 김민준 씨와 열애 중인 SBS 사회부 안현모 기자(사진)가 7일 오전 1시경 실종됐다는 안 기자 아버지의 112 신고전화가 경찰에 걸려왔다. 최근 잇따른 강력사건으로 비상상황인 경찰은 열애설로 유명해진 안 기자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했다. 안 기자의 실종 소식에 인터넷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열애설 때문에 잠적했다’ ‘취재 중에 실종됐다’ ‘회사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등의 소문들이 확산됐다. 경찰은 즉시 소재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오전 안 기자가 전북 익산시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을 경찰이 확인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안 기자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익산시의 한 기도원으로 내려간 것. 이날 오후 경찰은 부모와 함께 익산시로 내려가 안 기자를 만났다. 경찰 관계자는 “안 기자가 열애설 이후 부모와 갈등을 빚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놓고 지방에 내려갔는데 부모가 오해했던 것 같다”며 “안 기자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안 기자는 현재 휴가 중이며 10일 출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앳된 얼굴의 15세 가출 청소년 A 양과 성매매를 했던 남성들의 뻔뻔함은 끝이 없었다. 서울 구로경찰서가 2∼4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A 양에게 10만 원 정도를 주고 성관계를 갖거나 성폭행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한 성인 남성 24명의 이야기다. ‘뻔뻔남’들은 입을 맞춘 듯 처음에는 “A 양을 아예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증거를 들이대면 “연락만 했다”거나 “만났어도 성행위는 안 했다”고 발뺌했다. A 양 진술 등을 증거로 다시 추궁하면 그때는 “성매수는 했지만 어른인 줄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모든 게 들통 나면 “상대가 먼저 조건만남을 요구했다”며 가출한 A 양 탓으로 돌렸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A 양을 걱정한 남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성매수 남자들은 마마보이? 일부 20, 30대 성매수 남성은 경찰의 전화를 피하다 출석요구서를 받고는 부모의 손을 잡고 경찰서에 왔다. 강모 씨(23)의 부모는 조사실에 따라 들어와 “우리 아이는 착하다. A 양이 억울한 사람 잡는 것”이라며 아들을 두둔했다. 강 씨는 부모가 조사실 밖으로 나가자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지하철 첫차를 기다렸다가 A 양을 만나러 올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다른 부모들도 A 양을 탓할 뿐 자신의 아들은 꾸짖지 않았다.○ 뻔뻔한 반성문 일부 성매수 남성은 반성이 아니라 변명이 적힌 글을 A4용지 3, 4장에 빼곡히 적어 제출했다. A 양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줄도 없었고 자신의 미래와 가족 걱정뿐이었다.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B 씨(26)는 ‘남자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성매매를 하지 않느냐’며 ‘서울 H대 공대에 가려고 했는데 처벌받으면 (전과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마사지 같은 일이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떼를 썼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C 씨(23)는 ‘신앙생활까지 하느라 돈이 부족해 애인도 사귀지 못해 늘 외로웠다’며 ‘서울 K대 경영학과로 편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데 이렇게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썼다. C 씨는 한 예식장 여자화장실로 A 양을 데려가 유사성행위를 시킨 다음 남자화장실을 잠시 다녀오겠다며 나가 창문으로 도망친 남자였다.○ 비겁한 아저씨들 회사원 이모 씨(34)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다. 이 씨와 변호사는 입을 맞춘 듯 “A 양과 통화만 했지 만나지는 않았다”고 했다가 증거를 들이대자 “스물세 살인 줄 알고 만났으니 (처벌이 가벼운) 일반 성매매 위반 법률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인 여성을 성매수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지만 미성년자를 성매수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청소년 성매수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로, 판사의 결정에 따라 전자발찌까지 찰 수 있다. 남성 24명은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전자발찌를 차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돈을 아끼려고 아파트 화단이나 주차장 계단에서 성관계를 했으며, 임신 위험이 있을 때에도 콘돔을 쓰지 않았다. 한 남성은 “돈을 줄 테니 첩이 돼 달라”고 했고 다른 남성은 학생증을 보고 반색하기도 했다.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 서제공 팀장은 “미성년자를 성적 도구로 삼은 남성들의 행태는 아동성폭력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며 “평범한 이웃 아저씨 얼굴 뒤에 숨겨진 비뚤어진 성의식을 보면 처벌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법원이 기각해 풀려나자 신고한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 살해한 성폭행범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보복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국동포 이모 씨(44)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을 신고했다고 보복 살해한 것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범행 수법도 매우 잔혹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4월 21일 오전 2시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다세대주택으로 옛 동거녀인 중국동포 강모 씨(43)를 찾아가 흉기로 33차례 찔러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가 강 씨를 살해한 이유는 신고에 대한 ‘보복’.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동거했지만 강 씨는 이 씨가 생활비를 벌어오지 않자 3월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이 씨는 3월 21일부터 나흘 동안 자신의 집에 강 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강 씨는 이 씨가 한눈파는 사이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4월 1일 이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풀려난 이 씨는 신고 사실에 앙심을 품고 18일 뒤 강 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경찰도 신변보호 요청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 씨를 보호하지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가 성폭력 피해 아동의 치료비 지원 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성폭력 피해 아동은 늘어나는데 지원 예산이 부족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228억 원이 편성돼 있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의료비와 더불어 피해 아동 가족에 대한 정신적 치료비 지원 폭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성부는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재 한 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료비 지원 예산은 10억3100만 원으로, 1인당 의료비 지원 상한선은 5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지자체 예산을 추가한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규모는 2009년 18억 원에서 올해 1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2009년 1만5693건에서 지난해 1만9498건으로 30%가량 늘어났다. 이번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 양의 경우 항문 복원수술 등 외과치료에만 500만 원이 필요해 추가 치료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 2008년 나영이도 정부 지원 의료비가 부족해 국민 모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성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도 절실하다. 지난달 초 직장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B 씨(25·여)는 한 달이 지나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성폭력상담소를 찾았지만 상담소가 정부로부터 받은 분기별 의료비 예산이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다른 단체들도 예산이 떨어진 데다 A 씨의 거주 구에는 배정된 예산 자체가 없었다. 결국 아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A 씨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다 상사를 고소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씨는 “민간 지원단체는 사실상 의료기관에 빚을 지고 성폭행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성폭행 이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도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이 주치의였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도 국가 예산이 부족해 상처를 키우는 게 현실”이라며 “아동뿐 아니라 성인 여성의 지원 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조두순 김점덕 고종석으로 이어지는 아동성폭력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는데도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비뚤어진 어른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런 변태적 누리꾼들이 올리는 사진과 글이 노골적으로 게시되는데도 당국은 법적 허점으로 인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최근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는 “‘로○○’ 사진 대방출합니다”는 유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들은 여자 어린이를 등장시킨 게 대부분이다. 입가에 우유를 묻혔거나 수영복을 입은 장면이 많다. 속옷 차림 또는 짧은 하의의 육상 유니폼을 입은 사진도 수두룩하다. 게시글에는 “로○○가 진리다” “로○○를 먹고 싶다” 등 아동을 성적 대상물로 삼는 댓글이 달려 있다. 아동을 성욕의 대상으로 삼는 변태적 누리꾼들 사이에 유행어가 된 ‘로○○’란 단어는 성인 남성이 미성년 여자아이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와 ‘어린이’의 합성어다.‘로○○’류의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아동이 출연한 광고사진이나 노출이 심한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부모들이 직접 자신의 자녀를 찍은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한 사진까지 무단 도용해 올리고 있다. 전남 나주 성폭행사건의 범인 고종석이 경찰에서 “아동포르노물을 자주 봤다. 어린이와의 성행위를 꿈꿨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간 1일에도 “로○○ 많이 모인 곳에 가서 관찰하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심지어 일부 누리꾼은 ‘로○○와 우연히 접촉했는데 흥분했던 기분을 잊을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동음란물 탐닉자들은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이날을 ‘로○○날’로 부르며 인터넷 곳곳에 아동의 노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이들의 행동에 커뮤니티 이용자들조차 “경찰에 신고해 법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며 비판을 가하지만 이들은 “어린이를 좋아하는 것과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다르다”는 억지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마음속 환상이나 충동은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 삼을 수 없지만 글이나 사진으로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부터는 행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의도가 로○○류의 글에 담겨 있다고 해도 현행법상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화상이나 영상에 성교 및 유사성교, 자위행위 등이 담겨 있어야 불법이기 때문이다. 염건령 한양대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 법 테두리에서 처벌이 어렵다고 손놓지 말고 법 개정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강화 등 규제책을 마련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어른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아동 대상 성범죄가 나올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