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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만 원 때문에 형제간에 칼부림까지….’지난달 26일 오후 11시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정모 씨 형제는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유산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평소 이 형제는 우애가 깊었다. 오래전 아버지를 여읜 뒤 막노동을 하며 힘들게 생활했지만 홀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다. 형제의 사이가 틀어진 건 지난해 1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다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숨진 어머니는 통장에 93만 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형편이 어렵던 형제에게 93만 원은 큰돈이었다.형(43)은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동생(42)에게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달라고 요구했다. 형은 “내가 장남이니 절반보다 더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생은 “반반씩 나누자”며 버텼다. 화가 난 형은 동생을 주먹으로 때린 뒤 식칼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형의 손찌검에도 묵묵히 맞고 있던 동생이 끝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형인 정 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고인인 어머니는 자신이 남긴 유산 93만 원이 형제 사이를 갈라놓을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자임해 온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4·11총선을 통해 대거 정치권 진출을 꾀하고 있다. ‘심판’ 역할을 해온 시민단체가 ‘선수’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동아일보가 4·11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가진 예비후보자 중 상당수는 진보 성향 단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각 당의 예비후보 중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은 통합진보당이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18대 총선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계로 진출했던 것과 대비된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에 움츠렸던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가 총선을 통해 제도권 진입을 노리면서 출마 러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도 체제 비판, 반권력적 토양에서 출범한 시민단체 특성상 진보단체가 보수단체보다 수가 많고 활발하다”고 설명했다.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속속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기성 정치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시민단체가 권력기관화하면서 정치권 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심판’에서 ‘선수’로동아일보 취재팀이 20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 1982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후보는 모두 415명으로 집계됐다. 각 예비후보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약력과 동아일보 인물 데이터베이스(DB) 및 한국신용평가정보 DB에 올려진 약력을 활용했다. 시민단체는 시민운동정보센터가 2009년 발간한 ‘한국민간단체총람’에 등재된 단체를 대상으로 했다.▼ 감시자에서 ‘선수’로… 진보성향 단체 출신, 보수의 6.3배 ▼예비후보들의 주요 이력을 바탕으로 직업군을 분석하면 시민운동가는 모두 54명이었다. 직업군별로는 정당인 989명, 기업인 194명, 법조인 180명, 학계 170명, 공직자 80명, 언론인은 58명이었다. 직업군에서 시민운동가로 분류된 예비후보들은 시민단체의 대표를 맡거나 다른 주요 경력 없이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내세워 정치에 출마한 후보들이다.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이번 총선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정치권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민주통합당을 창당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19대 총선은 ‘시민사회단체의 정치입문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보수보다 진보정당에 몰려예비후보들이 활동했던 시민단체는 대부분 진보단체였다. 이들의 경력을 분석해보면 진보단체에서 활동한 후보가 228명으로 보수단체 경력자 36명보다 6.3배나 많았다.이는 예비후보자 한 사람이 활동했던 모든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복수로 집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라는 예비후보가 A라는 시민단체와 B라는 시민단체에서 모두 활동했다면 홍길동 후보는 A단체 경력도 있고 B단체 경력도 있는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결국 각 시민단체가 배출한 예비후보의 수를 더하면 실제 시민단체 경력 예비후보 수보다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진보단체 중에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했던 후보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환경운동연합(14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13명), 참여연대(7명) 순이었다. 이 단체들은 각각 1989년과 1993년, 1994년에 출범한 진보단체의 맏형 격이다.반면 보수단체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6명)와 뉴라이트연합(5명) 2곳만이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에서는 뉴라이트계 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출마해 당선됐지만 19대 총선에선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2000년대 진보지향 시민운동을 견제하고 보수세력 집권을 위해 출발한 뉴라이트연합 등은 이념정치운동 단체에 가깝다”며 “탈냉전 흐름 속에서 이념정치운동은 주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예비후보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단체는 한국YMCA로 모두 25명이었다. YMCA 출신 후보가 많은 것은 전국 65개 지부인 지역조직이 활발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마 지역도 지역 구분 없이 고른 편이다.이런 경향은 정당별 출마자에서도 이어졌다. 예비후보 중 시민단체 경력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통합진보당이 25.6%(전체 203명 중 52명)로 가장 높았다. 예비후보 4명 중 1명이 시민단체 출신인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23.1%(168명), 새누리당은 17.3%(137명)였다. 무소속 후보는 168명 중 22명(13.0%)이었다.○ 시민단체 출신 누가 뛰나예비후보 중 대표적인 인물은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다. 서울 양천을에 도전장을 낸 그는 1995년 경실련 기획실장을 지내고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와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지낸 시민운동 1세대다. 지난해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경기 의왕-과천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송호창 변호사도 시민단체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촛불 변호사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송 변호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민변 사무차장 등을 지냈다.예비후보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이학영 YMCA 전 사무총장과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낸 김기식 민주통합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 공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보수단체 중에선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신지호(서울 도봉갑), 김성회 의원(경기 화성갑) 등 현역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동경력을 지닌 새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지난달 30일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카페거리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 카페 안 공용화장실을 찾은 30대 여성은 바지를 내리려다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 다시 바지를 올렸다. 불안한 느낌에 변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변기 아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손톱 크기의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 여성은 곧장 밖으로 나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을 수색해 카메라를 증거품으로 수집해 범인을 잡았다. 범인은 가족과 함께 카페를 공동 운영했던 주인 A 씨(43)였다. A 씨가 설치한 카메라는 센서가 달린 몰래카메라로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촬영하고 화면을 자동으로 컴퓨터에 저장했다. A 씨는 1년여 동안 917명에 이르는 남녀 손님의 일 보는 장면을 촬영해 보관해 왔다. 강남경찰서는 카페 화장실에 드나드는 손님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A 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이미 2차례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화면 속에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저분한 장면과 적나라한 신체 부위가 담겨 있었다”며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민운동 출신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등장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다.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선우숙 씨(박사과정)의 2006년 논문 ‘NGO출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연구’에 따르면 시민사회단체 출신은 15대 총선에서 59명이 당선됐고 16대 78명, 17대 115명, 18대 113명으로 늘었다. 시민단체 경력이 곧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예비코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좋은 이유는 ‘개혁적이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인들은 권력 획득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다’고 보지만 ‘시민단체 출신은 공익을 위해 일해 왔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민단체 출신이라면 충실한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시민단체도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이 맞선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는 기존 정당 질서의 ‘창조적 파괴’를 꼽는다. 임 교수는 “지역구 중심의 정당정치가 해결할 수 없었던 시민들의 욕구를 여성주의,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는 인력풀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 총선 예비후보 직업별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하는 통로는 정당인 법조인 학계, 그리고 공직자 등이 주를 이뤘다.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사가 국가에 기여할 능력이 있어 제도권 정치 진입을 노리는 것은 법조인이 정계에 입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오히려 시민단체 출신이 기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동기와 도덕적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핵심이다.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정치권 진출 문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시민단체 활동이 자칫 정치권 진출을 위한 ‘발판’ 또는 특정 정당의 ‘2중대’로 비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예비후보를 배출한 YMCA전국연맹 이필구 정책사업국장은 “YMCA가 1990년대부터 시민운동 환경운동 지방자치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라면서도 “YMCA가 자체적으로 후보를 내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지만 취임 이후 우리 단체가 오 시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해 권력 견제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빠져나가면서 활동 자체가 부실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보학자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달 ‘창비주간논평’을 통해 “모두 정치에 나서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치에 뛰어든 사회운동가들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고 자기 자신만 권력자가 돼 사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20여 년간 수없이 봐 왔다”며 “시민운동가 대다수는 지역이나 전문분야에 남아 중앙 제도정치로 진출한 동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는 22일 오후 2시경 예약을 해둔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실에 변호인과 함께 도착했다. 낮 최고기온이 10도가 넘어 포근했지만 두꺼운 점퍼에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박 씨는 기자의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은 채 곧장 MRI 촬영실로 들어갔다. 병원은 변호인과 서울시 출입기자 4명,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 등이 참관인으로 입회한 가운데 촬영을 진행했다. 공개 재검을 맡은 세브란스병원 윤도흠 신경외과 교수, 이환모 정형외과 교수, 김명준 영상의학과 교수는 오후 2시 12분 박 씨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2시 16분부터 33분간 MRI를 촬영했다. 촬영 시간 동안 의료진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자료 등을 살펴보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MRI 촬영 후 박 씨는 2, 3분간 육안으로 진행된 문진을 마치고 촬영실 앞에 있던 기자들을 피해 오후 3시경 병원 응급실 출구로 빠져나갔다. 검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은 촬영 종료 40분 만에 시작됐다. 윤 교수는 2장의 MRI 사진을 들고 나와 “박 씨가 지난해 자생한방병원에서 촬영한 MRI와 오늘 찍은 MRI를 비교해 보니 동일인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박 씨는 당초 알려진 것처럼 키 173cm, 몸무게 63kg이 아니라 176cm, 80.1kg이었다. 18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며 의혹 제기에 가세했던 세브란스병원 한석주 교수는 이날 발표 직후 “호리호리한 줄 알고 MRI를 판단했는데 오늘 보니 건장한 체격이었다”며 “박 시장과 그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서울시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시장은 평소처럼 오전 7시 반에 서울시청 시장실로 출근했다가 8시 조간신문 보고를 받았다. 박 시장은 동아일보 A1면 기사를 본 뒤 “의사들이 이렇게 얘기했나. 그럼 진실을 명백히 밝히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참모들은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어 재검을 받기로 결정하고 오전 9시경 세브란스병원에 MRI 촬영을 예약했다. 박 시장은 세브란스병원의 발표를 TV를 통해 지켜봤다. 보좌관의 보고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실 옆방인 보좌관실에서는 강 의원의 사퇴 발표에 “임기가 며칠 남았다고…” “의원직 사퇴가 아니라 정계 은퇴를 선언했어야지”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고승덕 의원의 투철한 신고정신.’4일 서울 서초경찰서 최해영 서장은 “관내에 유사성행위업소가 있으니 단속 바란다”는 신고를 직접 받았다. 업소를 신고한 사람은 지난달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폭로했던 고 의원(서초을)이었다. 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서초동의 한 아파트단지 부녀회가 올린 “아파트 바로 앞에 유사성행위업소가 들어왔다. 청소년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큰일이다”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보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말이지만 지역구민의 민원이라 경찰에 바로 알렸다”고 말했다.경찰에 따르면 유사성행위업소 신고는 대부분 업소를 이용한 뒤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나 경쟁 업소를 견제하려는 업주가 한다. 경찰은 국회의원의 신고 전화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곧장 업소 단속에 나서 업소를 폐쇄하고 업주 김모 씨(30)와 종업원 등 6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고 의원은 신고 며칠 뒤 직접 현장에 나가 업소가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은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가 고 의원을 포함해 10명이나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오…오리, 사…사자.”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A 군(8)은 쉬운 단어를 발음할 때도 심하게 말을 더듬는다. A 군은 ‘학교에 간다’는 간단한 문장을 읽을 때도 ‘어∼ 으∼’ 소리를 섞어 말한다. 맞벌이를 하는 A 군 부모는 주말마다 A 군 할머니에게 양육을 맡겼다. A 군은 주말 내내 할머니 집에서 영어교육 DVD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5세 때부터는 매일 5시간씩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영어 유치원에 나갔다. 결국 A 군은 7세 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는 언어장애가 생겼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 군 어머니는 “영어 교육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탈났다”며 울먹였다.14일 서초구의 한 언어치료학원.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A 군처럼 영어 조기교육을 받다가 말을 더듬게 된 어린이들이다. 언어치료 교사들은 아이들이 말을 할 때 비정상적으로 숨쉬는 습관을 지적하고 단어의 발음과 문장을 읽는 속도를 잡아주고 있었다. 완치까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초등학교 1학년 B 군은 ‘사과’를 ‘사갸’로 읽는 등 미국 사람을 흉내 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노모 원장은 “어릴 때부터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언어 간섭 현상으로 문장 구성도 못한다”며 “심할 경우 초등학교에 가서도 간단한 문장을 소리 내 읽지도 못한다”고 말했다.언어교육 전문가들은 “무리한 언어 교육은 아동학대에 가깝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어교육 DVD와 영어 유치원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언어장애 치료학원을 찾는 어린이가 최근 크게 늘었다. 한국언어장애전문가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언어장애인은 1만7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실제 영어교육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최소 5만∼10만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이 아이들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외국어 교육을 6세 이후로 늦출 것을 권한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리한 선행교육은 스트레스를 일으켜 1, 2세 아동의 뇌세포를 손상하기 때문에 뇌 발달 나이에 따라 0∼3세에는 감각과 감정을, 3∼6세에는 인간성과 창의력을 주로 가르치고 6세 이후부터 외국어를 교육하도록 권장한다.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국가정보원 출신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던 40대 여성이 선고 재판을 앞두고 법원 청사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중태에 빠졌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16일 오후 12시 34분 서초구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층 법정 앞 복도에서 오모 씨(48·여)가 나일론 줄을 자신의 목과 복도 의자에 묶고 밖으로 투신했다. 오 씨는 외벽에 20여 분간 매달려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태다. 오 씨가 자살을 시도한 복도에는 ‘재판을 받는 것이 두렵다. 정당한 판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오 씨는 자살 시도 직전까지 법원 앞에서 단식을 하며 “법원이 내 고유재산마저 폭력남편에게 나눠주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해왔다. 오 씨는 2010년 ‘국정원 직원의 월급을 공개하라’는 주장을 펴 화제가 된 인물이다. 1989년 5월 국정원 직원인 황모 씨(52)와 결혼한 오 씨는 남편의 외도에 대한 의심과 자녀의 탈선으로 부부관계가 악화되자 2007년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부부는 이혼 과정에서 오 씨 소유의 아파트와 황 씨의 퇴직금 분할을 두고 다퉜다. 서울가정법원은 2009년 1월 열린 1심에서 “이혼 당시 오 씨는 아파트를, 황 씨는 퇴직금을 가지기로 합의했다”며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아파트는 공동 노력에 의해 취득한 것으로 재산분할 대상이지만 황 씨의 퇴직금은 퇴직일과 퇴직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참고대상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황 씨 40%, 오 씨 60%로 정해졌고 오 씨는 황 씨에게 2억여 원을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했다. 이에 오 씨는 국정원장을 상대로 남편의 급여에 대해 정보공개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에서는 “급여 명세가 공개되면 국정원이 운용비와 업무활동비로 사용하는 액수가 추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은 2010년 12월 “직접적인 급여 명세가 아닌 양우공제회(국정원 전현직 모임) 예상퇴직금 목록 등은 공개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오 씨는 이를 근거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의 재심을 청구했고 16일 오후 2시 10분 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목을 맸다. 재판부는 “당사자 사정으로 선고를 연기한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30년 우정도 저버린 강남 엄마의 교육열.’젊은 시절 건설 사업가인 남편을 만나 서울 강남에서 부유하게 살았던 최모 씨(63)는 1997년 외환위기로 남편 사업이 기울면서 수억 원의 빚을 졌다. 최 씨는 재산을 처분하며 어려운 살림에 점차 적응해 갔지만 외동딸의 교육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2002년 최 씨는 딸의 교육비를 마련하려고 30년 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친자매처럼 지내던 김모 씨(64)에게 상가에 공동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최 씨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쓴다며 김 씨에게 2010년까지 모두 12억 원을 받아 딸의 교육비와 생활비에 썼다. 최 씨의 딸은 이 돈으로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상가 투자는 모두 거짓말이었다.최 씨는 김 씨가 빚 독촉을 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면서도 공부 잘하는 딸을 보면 위안이 됐다. 딸은 유학 10년 만에 미국 동부의 명문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최 씨의 비뚤어진 교육열은 2년 전 최 씨가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돈 갚을 기색을 보이지 않자 김 씨가 지난해 11월 경찰에 고소하면서 막을 내렸다. 3개월 동안 숨어 살던 최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부디 딸에게 알리지 마라. 엄마가 사기 친 돈으로 공부한 걸 알면 안 된다”고 통사정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큰돈을 날린 김 씨는 돈보다 30년간 쌓은 우정이 허물어진 데 대한 배신감이 커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들이 4명으로 늘어 더 든든합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만난 문영자 경사(43·여)는 2010년 탈북한 K 군 형제(13세, 11세)의 사진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14세, 7세의 두 아들을 둔 문 경사에겐 탈북 형제가 셋째, 넷째 아들인 셈이다. 문 경사는 지난해 7월 송파구에 자리를 잡은 K 군 형제를 처음 만났다. 이들은 북한에서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2010년 10월 탈북한 뒤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지난해 2월 25일 한국에 왔다. 형제는 또래보다 낮은 학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몸이 왜소해 친구와 어울리기도 어려웠다. 동생은 두만강을 넘어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받은 공포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형제의 어머니는 오전 10시부터 하루 12시간을 식당에서 일하느라 형제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문 경사는 “북에서 도토리와 잣을 따는 ‘꼬마작업’을 했던 터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엄마의 눈으로 이들을 보니 공부부터 돌봐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경사는 아이들 학업을 위해 지역사회의 힘을 모았다. 송파구 거여동 지역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방과후 공부방에 형제를 등록시키고 태권도장의 지원을 받아 태권도도 배우게 했다. 그는 “형제가 태권도장에서 다른 아이들과 몸을 부딪치며 운동을 하면서 우정도 쌓고 자신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형제의 집을 자주 찾아가 어머니의 빈 손길을 채우고 형제의 학교를 찾아 혹시나 괴롭히는 친구가 없는지 챙겼다. 과거 문 경사의 도움을 받은 탈북 청소년은 연세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평소 말이 없는 형제는 문 경사의 물음에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낯선 남한에서 형제는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웃음을 찾았다고 한다. 형제는 문 경사에게 “북한 친구들이 그립지만 이제 남한에서 친구가 더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 경사는 “탈북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습득력이 뛰어나 금방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서울 강남의 대형서점에서 어깨를 부딪친 사람에게 ‘거지’라며 무시를 당한 40대 노숙인이 엉뚱한 사람을 망치로 공격했다. 노숙인은 책을 보고 있는 남성의 뒷모습만 보고 자신을 모욕한 사람으로 착각해 망치를 휘둘렀다. 강남경찰서는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 권모 씨(23)를 망치로 때린 혐의(상해)로 노숙인 서모 씨(45)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11일 오후 7시 반경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대형서점 소설 코너에서 책을 보던 사복 차림의 권 씨에게 다가가 39cm 길이의 가정용 망치로 뒷목을 한 차례 때린 혐의다. 그는 도망가는 권 씨를 쫓아가 망치를 두 차례 더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5분 전 다른 손님과 어깨를 부딪친 뒤 ‘냄새나는 거지가 감히 어딜 들어오나’라는 말을 듣고 격분한 서 씨가 밖으로 나가 망치를 가져온 것 같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교사의 생활지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시도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에 생활지도를 기피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교조 전북지부가 지난해 전북도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 35조 ‘교원의 업무 경감’에는 “학교 내에 학급일지, 학급경영록, 학생 생활지도 일지를 비치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또 “교원 업무 경감 차원에서 폐지한 각종 제도가 유사한 제도로 존속하지 않도록 한다”는 표현까지 있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임교사는 학생 생활지도 내용을 개인별로 기록해 관리하고 다음 학년 담임교사에게 인계해야 한다. 교사가 근무를 기피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학생 생활지도를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교육청은 현재 서울 부산 광주 경기 강원 전북 전남 등 7곳. 이들 지역의 단체협약은 대부분 △주번·당번교사제를 폐지한다 △방학 중 조근무를 폐지한다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 운영 시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근무를 명하지 않는다는 식의 업무 경감 조항을 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방학이나 방과 후에도 학교에 있는 학생이 많아 학교폭력 우려가 있다. 무조건적인 제도 폐지는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교원노조 단체협약은 고용노동부가 지도·감독에 대한 권한을 갖지만, 위법한 조항이 아니라 불합리한 조항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경찰이 학교폭력 피해자 측에서 교사에 대한 진정을 내더라도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면 교사를 소환 조사하지 않고 종결하기로 했다. 또 일선 학교의 일진회 현황을 파악할 때 학교 측에 무리하게 명단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지침을 마련했다. 경찰이 8일 학교폭력 방관 교사를 형사처벌하고 일진 학생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교육계가 우려를 표하자 경찰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은 12일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교사에 대해 사법처리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지만 조사나 처벌은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진정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 측을 1차로 조사해 본 뒤 교사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지 않으면 교사 소환 조사를 거치지 않고 각하 처리할 계획이다. 고소 고발의 경우도 확실한 직무유기 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은 학생지도 과정에서 교사의 자체 판단으로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는 직무유기로 보지 않고 일부러 의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만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 양천구 여중생 투신자살 사건은 피해자 부모가 7개월 동안 5번에 걸쳐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사가 별 이유 없이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 정도로 직무유기가 명백할 때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10일 “일진 정보 수집 과정에서 학교 측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업무지침을 하달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사진)이 최근 자신의 구명을 요구하는 ‘비키니 1인시위 인증샷’과 관련해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여성 카페 앞으로 사과 편지를 보냈다고 작가 공지영 씨가 8일 밝혔다.공 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돼 충남 홍성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정 전 의원을 면회하고 왔다며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진보 성향 여성 인터넷 카페인 ‘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화장∼발’ 카페로 구성된 ‘삼국카페’는 6일 공동성명을 내 “우리는 나꼼수에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공 씨는 정 전 의원이 “F4(나꼼수 4인방을 이르는 별명)는 하나이니 내가 사과하면 모두 사과한 것”이라며 “사과란 잘못에 대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상처를 공감하는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이 “이게 다 나꼼수의 지주인 내가 빠진 탓이니 너그러이 봐 달라”고도 말했다고 썼다. 공 씨의 트위터에 대해 ‘쌍화차코코아’의 한 회원은 “편지 원본을 아직 받아 보지도 못했다”며 “사과는 이미 늦어 무의미하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은 8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여성 비키니 시위 조장과 관련해 “어떤 이목을 끌기 위해 여성의 성적인 부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여성부 장관이 나꼼수 출연진의 여성 성희롱 발언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1일 오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서로 꼭 껴안은 상태로 40대 정신지체 장애인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3층에서 투신한 이들은 땅바닥에 몸이 닿을 때까지 서로를 안고 놓지 않았다.2일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경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 S 씨(45·일용직 근로자)와 정신지체 1급 장애인 동생(44)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S 씨의 아파트에는 “장애인인 동생을 보살피는 게 너무 힘들어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S 씨가 쓴 유서 1장이 놓여 있었다.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3남 2녀 중 한 살 터울의 정신지체 장애 S 씨 형제는 함께 생활하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독립이 어려운 정신지체 장애 1급 동생은 6개월 전 아파트로 이사 와 형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지만 정신지체 3급 장애인 형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형은 이웃에게 “금전적으로 힘들다”고 자주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A 씨는 “가족으로 보이는 50대 여성만 가끔 집에 방문했다. 이 형제는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며 “일자리가 없다 보니 형이 동생까지 부양하기 힘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B 씨는 “말끔하게 잘생긴 S 씨가 자주 동생을 부축하고 다녔다”며 “동생을 돕는 형도 장애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S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수첩에는 제빵학원 위치 및 전화번호와 함께 ‘제과제빵 일을 배워서 제과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또 인권단체와 종교단체, 관내 복지단체 등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장소와 연락처 등을 적어 놓았다. 형제는 인근 정신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을 얻기도 했다.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은 S 씨의 친척은 “고인이 자신의 속사정을 남이 알길 원치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2급 시각장애인 정모 씨(45)는 성탄절을 3일 앞두고 참변을 당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의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주인 부부와 다른 세입자는 빠져나왔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정 씨는 나오지 못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진화에 사용한 물이 얼어 정 씨의 시신은 12일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당시 소방대원은 정 씨가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란 사실도 몰랐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가 어려운 장애인과 홀몸노인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 강남의 ‘제복’들이 나섰다. 강남소방서는 2일 “화재 발생 시 현장 주변 장애인과 홀몸노인을 보살피는 ‘자력대피곤란자 인명구조’ 프로그램을 3월 초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소방서는 지난달 10일부터 관내 장애인과 홀몸노인의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고 있다. 불이 나면 강남소방서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인근에 거주하는 자력대피곤란자 명단을 통보하고 필요 시 대피를 도울 추가 인원을 현장에 보내게 된다. 강남소방서 직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관내 장애인과 홀몸노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먼저 강남구를 설득해 장애인과 홀몸노인 1만7400여 명의 주소를 받아 실제 거주하는지, 대피 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구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과 홀몸노인은 직원들이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파악 중이다. 강남소방서 예방팀 신영탁 소방장은 “형편이 부유한 홀몸노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인단체를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며 “주소 제공을 꺼리던 주민들도 오히려 고맙다고 손을 잡아 준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도 강남소방서의 ‘자력대피곤란자 인명구조’ 프로그램 성과를 본 뒤 전면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구재현 교수는 “화재 발생 시 장애인과 홀몸노인은 스스로 대피가 어려워 연기로 인한 질식사 위험이 비장애인보다 컸다”며 “현장의 장애인과 홀몸노인을 소방관이 미리 파악하면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0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낸 조모 씨(37)는 꿈에 부풀었다. 계약 상담을 할 때 본사는 “매달 45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문제없다”고 했다. 가맹비와 원재료값 등 각종 비용을 제해도 순이익이 20%는 된다니 수익이 매달 900만 원은 나는 셈이었다. 100m²(약 30평) 남짓한 공간은 그에겐 희망이었다. 점포 보증금 1억 원을 비롯해 가맹본사에 내야 하는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에 들어가는 돈 2억3000만 원과 각종 세금 등을 합치면 3억 원이 넘게 필요했다. 그동안 회사 다니며 번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2억 원을 더해 ‘다걸기(올인)’에 나섰다. 꿈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연 지 다섯 달 정도 됐을 때 직선거리로 500m도 안 되는 곳에 규모가 다섯 배나 큰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새로 문을 연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학생 할인까지 내세워 손님을 빼앗아 가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 4000만 원은 꿈도 못 꿨다. 점포 임차료 600만 원에 관리비와 인건비 900만 원, 재료비 750만 원 등 고정비는 매달 2500만 원가량 들어가는데 매출은 3000만 원이 채 안 나왔다. 이자에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정 씨는 “지금은 500m 남짓한 거리에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3개나 되는데 다른 브랜드 커피전문점도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상황은 더 나쁠 것”이라며 “쏟아 부은 초기 투자비 때문에 발을 빼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최근 대기업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줄줄이 제빵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지만 제과점을 비롯해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치킨집 등의 가맹점 시장은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슈퍼와 빵집이 들어섰던 골목상권을 대대적으로 습격해 밀어내면서 상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동네 상권을 다 죽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수익이 별로 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 처지다.동아일보 취재팀이 주택가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주변 500m 지역에 있는 제빵 치킨 커피 편의점 등 4종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헤아려 본 결과 무려 45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자전거로 2분이면 도착하는 이 거리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본점이 쓸어간 창업비용은 건물 임대료를 빼고도 약 61억 원이나 됐다.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 400m 근방에도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만 5개가 몰려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까지 감안하면 건물 한두 개 사이로 커피전문점이 있을 정도다. 문래동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는 이모 씨(51)는 “같은 상권 안에 치킨집만 12개인데 본사에선 개별 점포 마케팅은 신경 쓰지 않아 자비를 들여 전단을 뿌리고 이벤트를 해야 한다”며 “생존 자체가 힘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0장 정도의 전단을 뿌리는 데 드는 돈은 약 12만 원. 전단 배포 인건비까지 합치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영세 자영업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가맹점주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만 돈을 벌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가맹점주 간 경쟁을 발판으로 “앉아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맹본부가 원자재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데다 1000만 원 안팎의 가맹비 및 그외 각종 인테리어 비용을 챙기며 수익을 늘리고 있다. 개별 점포가 망해도 출점만 늘리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점주들은 폐점률을 공개해 예비 창업자들이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권 보호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 구역 내에선 같은 프랜차이즈 점포의 추가 확장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권 보호 문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사적(私的) 계약인 만큼 해외에서도 법적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처럼 같은 상권에 신규 점포를 내줄 경우 약정을 통해 일정 금액을 자율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지난달 27일 오전 4시경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서울 올림픽대로 영동대교 인근으로 출동한 경찰은 크게 부서진 아반떼 승용차를 발견했지만 차량 운전자는 찾지 못했다. 경찰은 차량 주변을 수색했지만 50m 떨어진 곳에서 파편만 찾았을 뿐 사망자나 부상자를 찾을 수 없었다.이날 오전 8시경 경찰은 차량이 중앙분리대 화단을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차량 주인 김모 씨(30)를 불렀다. 김 씨는 “차를 도난당했다. 나는 운전하지 않았다”며 2시간 동안 발뺌했다. 경찰은 도난신고도 하지 않은 김 씨가 의심스러워 교통상황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며 “CCTV를 보면 실제 운전자를 찾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CCTV로는 운전자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 씨는 “정말 얼굴까지 나오느냐”며 놀라더니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냈다”고 실토했다.김 씨는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났는데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70%였다.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호텔을 운영하며 잘나갔던 류모 씨(56)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올랐다. 류 씨는 돈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 이혼한 뒤 홀로 대학에 다니는 자녀 2명을 키우며 막노동까지 했지만 빚은 줄지 않았다. 설을 앞두고 근심이 깊어가던 류 씨는 이자라도 갚을 생각에 빈집털이를 결심했다. 훔친 물건을 팔아 설 세뱃돈이라도 줘 가장 노릇도 하고 싶었다.‘초짜 도둑’ 류 씨는 설 연휴인 21일 범행 장소로 서울 강남구 소재 5층 아파트를 골랐다. 옥상 난간이 낮고 지은 지 30년이나 돼 방범시설이 허술할 것 같았다. 류 씨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옥상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갔지만 배가 나온 중년에겐 범행이 버거웠다. 창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난간을 붙잡은 손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 망치와 드라이버를 담은 배낭도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인기척을 느낀 집주인은 류 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류 씨에겐 화려한 도주도 딴 나라 이야기였다. 있는 힘을 다해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전선에 발이 걸려 ‘쿵’, 비상계단으로 도망치다 가방을 밖으로 떨어뜨려 ‘쿵’. 어설픈 도둑의 연이은 ‘쿵’ 소리에 류 씨의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손쉽게 그를 붙잡았다.서울 수서경찰서는 류 씨를 절도 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은 “형편이 어려워 빈집털이를 택했지만 중년의 류 씨에겐 무모한 시도였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강도가 이웃집 할머니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어요.”6일 오후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 112에 강도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장모 씨(63·여)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거실과 욕실에는 장 씨가 흘린 피가 흥건했다. 장 씨는 “샤워 중에 강도가 들어와 엉덩이와 가슴 부위를 칼로 찌르고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출혈이 심한 장 씨를 병원으로 옮기고 현장 수사를 시작했다.베테랑 강력계 형사 눈에는 곧 의심스러운 증거가 발견됐다. 출혈이 심해 위급했던 장 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직접 핏자국을 지우려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작 외부에서 강도가 들어온 흔적은 없었다.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장 씨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평소 술만 마시면 실수를 하던 장 씨는 “술에 취해 옷을 갈아입다 넘어져 거실 유리창을 깨 다쳤다고 하면 남편과 자식에게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며 “지혈을 해도 유리창에 찔린 엉덩이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핏자국도 다 지울 수 없어 이웃을 부르고 강도를 당했다고 했다”고 말했다.수서경찰서는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를 한 장 씨에게 10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소형 임대아파트에 사는 장 씨의 가정형편을 고려해 내사 종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가 이웃과 가족의 눈은 속였지만 경찰까지 속일 순 없었다”며 “술버릇을 고치는 반성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