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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제의를 받고 처음엔 걱정도 됐다. 부도덕적이고 지탄받아 마땅한 그 ‘금지된 사랑’이라니.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이야기에 “깊숙이 스며들었다”고 한다.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배우 박하선(32), 이상엽(36)은 5일 처음 방영되는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오세연)을 두고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드라마”라고 입을 모았다. 무미건조한 부부 관계에 사랑을 잃어간, 결혼 5년차 지은(박하선)에게 대안학교 생물교사 정우(이상엽)가 다가온다. 그 역시 미국에 아내를 두고 ‘싱글’처럼 살아왔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저마다 관계의 균열을 인지하고 있는 ‘오세연’의 부부들은 아슬아슬한 일탈을 이어간다. 박 씨의 말대로, 금지된 사랑으로 역경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다. 원작은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일본 후지TV 드라마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2014년)이다. 원작의 팬이었다는 이 씨는 “한국적 정서에 맞게 바뀌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원작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민 PD도 배우들에게 자극적인 요소보단 부부의 감정을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륜을 조장하거나 미화시키는 작품이 절대 아니에요. 이해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그려냈죠. 살면서 겪는 외로움, 슬픔 등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려 했어요.”(박하선) 수수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의 지은을 그려내기 위해 박 씨는 화면에 어떻게 잡힐까 걱정될(?) 정도로 화장을 최소화했다. 쾌활하고 직설적인 실제 성격과의 괴리 때문에 답답함도 많이 느꼈단다. 그는 “촬영할수록 지은에게 동화됐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혼자 있는데 자책감과 우울감이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물론 부부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됐다. 미혼인 이 씨는 처음 연기할 때만 해도 정우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옆에 있는 배우들과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대본의 깊이가 느껴졌고 점점 정우에게 빠져들게 됐어요.”(이상엽) 지금껏 해왔던 작품들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세연’은 이 씨에게 또 다른 도전인 셈. 지난해 tvN ‘톱스타 유백이’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이 씨는 “진지하고 애잔한 정우를 이질감 없이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16년 tvN ‘혼술남녀’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박 씨는 그간 결혼과 출산을 경험했다. “솔직히 사극, 로맨틱 코미디가 익숙하고 편하죠. 좀 더 어렸다면 이 드라마를 못했을 것 같아요. 감정이 더 풍부해지니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박하선) 둘 다 편집본을 보며 시간 순삭(순식간에 삭제)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 씨는 특히 “영상미에서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힘이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제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잘 전달된다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박하선)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4일 개봉될 예정인 영화 ‘나랏말싸미’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2일 출판사 나녹은 “원작자에 대한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했다”며 제작사와 배급사, 조철현 감독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출판사는 “제작사와 감독이 출판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책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투자를 유치했다”며 “출판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협의를 시도했고, 협의 마무리 전에 영화 제작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사 ‘㈜영화사 두둥’은 이 책이 영화의 원 저작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불교계 신미 대사가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해석”이라며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 참여한 책의 저자인 박해진 작가에게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제작사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구하기 위해 박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 확인의 소를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시나리오 기획 과정에 참여했지만, 제작사는 내 책을 원안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연구한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보다 천진난만한 슈퍼 히어로가 또 있을까. 2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년)에서 쟁쟁한 슈퍼히어로들에게 “모두들 안녕?”이라며 등장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 5년간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일상으로 돌아온 파커는 친구들과 떠난 유럽 여행에서 새로운 빌런(악당) ‘엘리멘탈’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여전히 10대인 스파이더맨에게 지구를 지키는 일은 “거물급 슈퍼히어로가 해결할 문제”이고, 마음은 짝사랑하는 친구 MJ(젠데이아 콜먼)에게 향해 있다. 이번 작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에서 사망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 한데 우울하기보단 경쾌한 톤. 극 초반 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함께 흘러나오는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는 폭소를 유발할 정도다. 1일 내한 간담회에 참석한 홀랜드에게도 ‘로다주’의 빈자리는 컸다고 한다. 그는 “누구도 아이언맨을 대체할 순 없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로버트에게 이따금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사고뭉치 청소년이자 ‘완성형’ 히어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는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결을 달리한다. 샘 레이미 감독(2002∼2007년)은 파커(토비 매과이어)의 우울함을 앞세웠고, 마크 웹 감독(2012∼2014년)은 파커(앤드루 가필드)의 깐죽거림을 특화시켰던 터. 영화는 아이언맨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고민하는 스파이더맨의 성장기를 하이틴 영화스럽게 담아낸다. “아이언맨은 억만장자, 토르는 신인데 스파이더맨은 완벽하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슈퍼히어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라기엔 무게감이 떨어지긴 한다. 우주를 누비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레이저를 쏘는 스케일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그래도 시리즈를 총정리하는 4벌의 스파이더맨 의상과 베네치아, 프라하 등 아름다운 도시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거미줄을 쏴대며 수백 개의 드론과 벌이는 런던 전투는 단연코 스파이더맨만이 할 수 있다. 줄곧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캐스팅 물망에만 올라오다 처음으로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하는 제이크 질런홀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미스테리오’ 역할을 맡은 그의 연기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복합적인 성격의 빌런으로 호평을 받은 벌처(마이클 키턴)와 견줄 만하다. “쫄쫄이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던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6년) 촬영에 이어 두 번째 내한했다. “한국에 오기 전 봉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e메일로 식당을 추천해줬어요. 그곳에서 어제 톰과 저녁을 먹었습니다(웃음).”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가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1일 KBS는 ‘진미위’의 징계 대상에 오른 전 보도국 간부 가운데 10여 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정지환 전 보도국장은 해임 통보를 받았고 3명은 3∼6개월의 정직, 1명은 감봉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에게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앞서 진미위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간 △‘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의 편성규약, 취업규칙 위반 사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2008년 대통령 주례연설 청와대 개입 문건 등 22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5건의 사례를 근거로 19명에 대한 징계를 양승동 사장에게 권고했다. KBS는 지난달 초부터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순차적으로 열어왔다. 지난달 일부 징계 대상자들이 “진미위 운영 규정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징계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 공영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 사장 시절에 간부를 지낸 것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영화의 만듦새와 스타일로 볼 때 당연히 칸에 초청될 줄은 알았죠.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기생충’이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달라진 한국 관객들의 힘이죠.” 영화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인 바른손이엔에이의 곽신애 대표(51)는 관객 500만 명, 잘해야 700만 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극장가 비수기로 불리는 5월,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2011년 ‘써니’(745만 명)를 기준점으로 삼은 탓이다. 하지만 5월 26일(한국 시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평가나 흥행 면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관객 940만 명을 돌파한 ‘기생충’은 이르면 이번 주 ‘괴물’(2006년)에 이어 봉준호 감독(50)의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술적 면에서 대중적인 ‘기생충’의 기록들 ‘기생충’의 가장 큰 수확은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그간 칸의 부름을 받은 한국 영화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생충’을 제외하고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영화 16편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은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428만 명). 순제작비 135억 원인 ‘기생충’은 손익분기점을 닷새 만에 가뿐히 넘겼다. 봉 감독 작품이라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정해 놓고 작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부분을 나눠 저울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기생충’을 ‘피아노’(1993년)나 ‘펄프픽션’(1994년), ‘어둠 속의 댄서’(2000년)와 비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모두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역시나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5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18일 만에 관객 68만 명을 돌파하면서 봉 감독의 이전 작품인 ‘설국열차’(2013년)가 갖고 있던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1위 기록을 넘어섰다. 심지어 지난달 17일엔 사상 최초로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이뤘다. 상영관도 180여 개에서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지 언론은 “‘펄프픽션’ 이후 오랜만에 우리를 찾아온,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중”(프랑스퀼튀르), “가족영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한다”(르몽드) 등 호평을 쏟아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이 이어지며 ‘기생충’ 열풍은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92개국에 팔린 ‘기생충’은 이후 10개국에 추가로 판매됐다. 세계 202개국 판매는 역대 한국 영화 1위 기록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들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 향후 각종 영화제에서 ‘상복’을 누릴 일만 남았다.○ 공감하고 논쟁하는, 관객들의 영화 곱씹기 봉 감독의 전작 ‘괴물’ ‘마더’(2009년)보다 메시지가 명료하고 ‘설국열차’나 ‘옥자’(2017년)에 비해선 반전의 충격이 강하며 서사의 몰입도도 높다. 해외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짜빠구리’ ‘반지하’ 등 영화 곳곳에 “한국인만 100% 이해할 디테일”들이 가득해 친근하다. 화룡점정처럼 복선마저 깔끔하게 회수돼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다. 뭣보다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반지하에 사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네, 언덕 위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이선균)네는 모두가 선악의 이분법으로 쉽게 재단하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들. 봉 감독도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이 아니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 가족을 넘나드는, 감정이입을 경험했다”는 관객의 반응이 나온 건 꽤나 잘 짜인 수순대로 흘러간 셈이다. 특히 ‘기생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 속 장치에 대한 해석과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눈에 띈다. 20, 30대는 기우(최우식)의 팍팍한 삶에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청년 실업에 공감했다. 40, 50대는 기택을 통해 가장의 무게감을 떠올렸다. “변기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반지하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대중교통을 탈 때 정말 ‘냄새’를 맡아봤다” 등 소소한 경험을 털어놓거나, 박 사장과 연교(조여정)의 애정행위 등을 언급하며 15세 관람가인 ‘기생충’의 관람 등급을 문제 삼는 냉철한 지적도 있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소위 ‘킬링타임’용 영화와 다르게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새 문화를 만든 셈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재관람률이 4.9%에 이르는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졌다. 영화를 3번 봤다는 김종민 씨(42)는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처음 볼 땐 재미를, 두세 번째엔 슬픔과 공포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 와중에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던 개봉 전 봉 감독의 이례적인 요청을 관객들도 이해한 것일까. 관객들이 앞장서서 스포일러를 거부하는 ‘자발적 마케팅’도 잇따랐다. 오죽하면 프랑스에선 박 사장이 아내 연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에다 “Si tu me spoiles la fin, je te tue!”(스포일러하면, 널 죽여버리겠어)라는 문구를 달아 포스터를 제작했으니 말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봐야 충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관객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순기능적인 마케팅 효과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도 지난달 23일 800만 명 돌파 기념 GV(관객과의 만남) 행사에서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계 ‘선한 영향력’ 계속돼야 봉 감독은 “우리만 유별난 건 아니다”라고 겸양했지만, ‘기생충’은 모든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을 준수한 ‘좋은 영화 만들기’의 표본이 됐다. 첫 표준근로계약 사례가 아닌데도 조명을 받은 건 그간 우리 사회가 영화 제작진의 처우에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60여 회 차 사이즈였지만 제작비 상승을 감수한 제작사의 ‘통 큰’ 배려로 77회 차에 촬영을 마쳤다. 폭염에 아역배우가 뛰노는 장면을 촬영할 수 없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한 건 이미 유명한 얘기가 됐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년)을 시작으로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돼 온 영화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던 방송계가 반응한 건 칸의 위력일지도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만들었고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가 출범해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미약하지만 ‘선한 영향력’이 문화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물론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을 맺은 작품 비율은 2015년 36.3%에서 지난해 77.8%로 늘었지만 10억 원 이하 저예산 독립영화 등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형 투자사가 없는 영화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대로 영화를 만들기 버겁다”는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의 말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포스트 봉준호’ 양성을 위해선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용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의 다양성이 감소되고 흥행 공식을 답습한 유사 영화들이 재생산될 때마다 ‘한국 영화의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곽 대표도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영화적 시도가 많았던 2003년을 떠올리며 “‘기생충’이 이런 분위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흥행에 대한 부담으로 도전을 주저하게 된 업계 분위기가 유망한 감독의 창의성을 억압하진 않는지 반성해 볼 때다. 신규진 문화부 기자 newjin@donga.com}

여름 성수기를 앞둔 국내 극장가에 디즈니 돌풍이 매섭다. 박스오피스는 ‘알라딘’과 ‘토이스토리4’가 선두 자리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달 24일부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알라딘’은 최근 관객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5월 23일 개봉한 뒤 박스오피스 역주행만 5번에 이른다. ‘기생충’이 개봉한 직후 2위로 밀려났던 ‘알라딘’은 뒷심을 발휘해 지난달 20일 개봉한 ‘토이스토리4’와 함께 1, 2위 자리를 오르내리고 있다. ‘토이스토리4’도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세를 이어갔다. 두 영화 모두 원작에 대한 애정이 두터운 팬들의 지지가 컸다. ‘알라딘’은 판타지적 요소가 많아 실사영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1992년 원작 애니메이션을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했다는 호평. 특히 4DX관 싱어롱(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화 감상) 상영도 관객 수 60만 명을 목전에 뒀다. ‘토이스토리3’(2010년)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4’는 전작의 동화적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드레스를 벗고 저돌적인 해결사로 나선 인형 보핍을 전면에 내세워 달라진 시대를 잘 반영했다. 디즈니의 흥행 열풍은 1994년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라이온킹’(17일 개봉)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제히 저조한 경영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영업이익 202억 원을 냈던 KBS는 지난해 58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방송매출액도 지난해 1조4199억 원으로 전년 1조4163억 원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총매출액 가운데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6595억 원으로 46%에 이른다. 2017년에는 총매출액의 45.1%인 6462억 원이었다. MBC는 지난해 방송 매출이 6753억 원으로 2017년 6655억 원에서 1.5%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1237억 원으로 전년 565억 원보다 119%가 증가했다. 방통위는 두 방송사 영업 손실의 원인을 “매출은 정체됐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포함한 매출원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BS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8473억 원으로 전년의 7163억 원보다 18.3%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7년 140억 원에서 지난해 7억 원으로 95.1% 축소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배우 전미선 씨(49·사진)가 연극 공연을 위해 찾은 지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45분경 전주시내 한 호텔 객실 화장실에 전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전 씨의 매니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매니저는 이날 오전 전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호텔 측의 도움을 받아 객실로 들어갔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전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는) 연극 관계자 등 10여 명과 함께 6월 28일 오후 6시경 전주에 도착했다. 객실 현장에서 타살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 씨는 6월 29일 0시 40분경 호텔에 도착했고 오전 1시 40분경 아버지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최근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진행될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전 씨는 9월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이 드라마 제작진 측은 30일 “모두가 비통한 마음이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세종의 부인 소헌왕후 역을 맡아 촬영을 모두 마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진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전 씨 빈소는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조문객을 맞은 빈소에는 배우 송강호 씨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송 씨는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과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나랏말싸미’에 함께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을 연출했던 봉준호 감독 등도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2일 오전 5시 반.전주=박영민 minpress@donga.com / 신규진 기자}

“영화의 만듦새와 스타일로 볼 때 당연히 칸에 초청될 줄은 알았죠.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어요. ‘기생충’이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달라진 한국 관객들의 힘이죠.” 영화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인 바른손이엔에이의 곽신애 대표(51)도 500만 명, 잘 해야 700만 명을 예상했다고 한다. 극장가 비수기인 5월 개봉작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2011년 ‘써니’(740만 명)를 기준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평가나 흥행 면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영화는 29일 기준 국내 관객 940만 명을 돌파했다. 흥행세가 다소 꺾였다는 관측에도, ‘기생충’은 이르면 이번 주 ‘괴물’(2006년)에 이어 봉준호 감독(50)의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술적면서 대중적인 ‘기생충’의 기록들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기생충’이 영화계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그간 칸 국제영화제에 부름을 받은 한국 영화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관객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2년)을 시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16편의 한국영화들 중에, 그나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가 428만 명으로 가장 흥행에 성공했다. 박 감독의 ‘올드보이’(2003년)와 ‘박쥐’(2009년)가 각각 327만 명, 220만 명이 관람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년)나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은 226만 명, 160만 명에 그쳤다. 반면 순제작비 135억 원인 ‘기생충’은 손익분기점을 5일 만에 가뿐히 넘겼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봉 감독 작품이라 상을 받았어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정해놓고 작품에 들어가지 않는다. 두 부분을 나눠 저울질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기생충’을 ‘피아노’(1993년)나 ‘펄프픽션’(1994년), ‘어둠 속의 댄서’(2000년)와 비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모두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었다. 반응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68만 명을 돌파했다. 역시 봉 감독의 작품인 ‘설국열차’(2013년)가 갖고 있던 역대 한국영화 관객 수 1위 기록을 넘어섰다. 심지어 지난달 17일엔 사상 최초로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상영관도 180여 개에서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지 언론들은 “‘펄프픽션’ 이후 오랜만에 우리를 찾아온,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중”(프랑스컬처) “가족영화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다양한 천재성을 발휘한다”(르몽드) 등 호평을 쏟아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개봉이 이어지며 ‘기생충’ 열풍은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192개국에 팔렸던 ‘기생충’은 이후 10개국에 추가로 판매됐다. 세계 202개국 판매는 역대 한국영화 1위 기록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넘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도 들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예상까지 나온다. 향후 각종 영화제에서 ‘상복’을 누릴 일만 남았다. ●공감하고 논쟁하는, 관객들의 영화 곱씹기 ‘기생충’은 전작 ‘괴물’, ‘마더’(2009년)보다 메시지가 명료하다. 그러면서 ‘설국열차’나 ‘옥자’(2017년)에 비해 반전의 충격이 강하고 서사의 몰입도도 높다. 해외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짜빠구리’ ‘반지하’ 등 영화 곳곳에 “한국인만 100% 이해할 디테일”들로 가득해 친근하다. 화룡점정처럼 복선마저 깔끔하게 회수돼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뭣보다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를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반지하에 사는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네, 언덕 위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이선균)네는 모두가 선악의 이분법으로 쉽게 재단하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들. 봉 감독은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악당이 아니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끝내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두 가족을 넘나드는, 감정 이입을 경험했다”는 관객 반응이 많았다. “다양한 토론,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윤성은 영화평론가)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관람 후기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영화 속 장치에 대한 해석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변기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반지하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 “대중교통을 탈 때 정말 ‘냄새’를 맡아봤다” 등 소소한 경험을 털어놓는 이들도 많았다. 박 사장과 연교(조여정)의 애정행위 등을 언급하며 15세 관람가인 ‘기생충’의 관람 등급을 문제 삼기도 했다. 세대별 반응도 남달랐다. 20, 30대는 기우(최우식)의 팍팍한 삶에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청년 실업을 공감했다. 40, 50대는 기택을 통해 가장의 무게감을 떠올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40대 이상 관람객 비율은 36.5%, 재관람율도 4.9%에 이른다. 영화를 3번 봤다는 김종민 씨(42)는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처음 볼 땐 재미를, 두세 번째엔 슬픔과 공포를 가져다줬다”고 했다. 곽 대표도 “‘킬링타임 용’ 영화와 달리 극장을 나오면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적극적으로 해준 관객에게 감동 받았다”고 한다. 영화적 체험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관객들의 ‘자발적 마케팅’도 잇따랐다. 개봉 전 봉 감독은 이례적으로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된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프랑스에선 박 사장이 아내 연교에게 귓속말을 하는 장면에 “Si tu me spoiles la fin, je te tue!”(스포일러하면, 널 죽여 버리겠어) 문구를 달아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강 평론가는 “영화를 봐야 충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관객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순기능적인 마케팅 효과가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도 지난달 23일 800만 명 돌파 기념 GV(관객과의 만남) 행사에서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을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계 ‘선한 영향력’ 계속돼야 봉 감독은 “우리만 유별난 건 아니다”고 겸양했지만, ‘기생충’은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52시간을 준수한 ‘좋은 영화 만들기’의 표본이 됐다. “60여 회 차 사이즈”였지만 제작비상승을 감수하며 77회 차에 촬영을 마쳤다. 폭염에 아역배우가 뛰노는 장면을 촬영할 수 없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한 건 유명한 일화. 윤 평론가는 “첫 표준근로계약이 아닌데도 관심을 끄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영화 제작진의 처우에 무관심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014년)을 시작으로 표준근로계약이 정착돼 온 영화계에 비해, ‘기생충’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던 방송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만들었고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가 출범해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근로계약을 맺은 작품 비율은 2015년 36.3%에서 지난해 77.8%로 늘었다. 물론 10억 원 이하 저예산 독립영화 등은 조사대상에서 빠져있어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대형 투자사가 없는 영화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대로 영화를 만들기 버거운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기생충’의 성공을 계기로 다양한 영화적 시도를 용인하는 업계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장의 다양성이 감소되고 흥행 공식을 답습한 유사한 영화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곽 대표도 “젊은 감독들의 다양한 시도로 가득 찬 2003년 한국영화계처럼, ‘기생충’이 그런 분위기 정착의 마중물이 돼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제히 저조한 경영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영업이익 202억 원을 냈던 KBS는 지난해 58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방송매출액도 지난해 1조4199억 원으로 전년 1조4163억 원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총매출액 가운데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6595억 원으로 46%에 이른다. 2017년에는 총매출액의 45.1%인 6462억 원이었다. MBC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6753억 원으로 2017년 6655억 원에서 1.5%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1237억 원으로 전년 565억 원보다 119%가 증가했다. 방통위는 두 방송사 영업 손실의 원인을 “매출은 정체됐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포함한 매출원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BS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8473억 원으로 전년의 7163억 원보다 18.3%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017년 140억 원에서 지난해 7억 원으로 95.1% 축소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송송커플’로 유명한 한류스타 배우 송중기(34) 송혜교(38) 부부가 이혼 절차를 밟는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년)를 함께 찍은 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2017년 10월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지 1년 8개월 만이다. 송중기는 27일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 신청서를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두 사람 모두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원만하게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송혜교 소속사인 UAA코리아도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로,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내용은 사생활이기에 확인해 드릴 수 없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내외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매체들은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송혜교 송중기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는 20억 회를 넘어섰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일본 ‘야후저팬’은 연예 부문 메인 기사로 올렸다. 인도네시아 포털사이트 ‘리부탄6’에선 이혼 조정 관련 기사가 동시에 실시간 인기 기사 1, 2위에 올랐다. 영어권 유명 케이팝 사이트 ‘올케이팝(Allkpop)’에서도 조회 수 1∼4위 자리를 모두 채웠다. 장동건-고소영, 원빈-이나영, 비-김태희 등 스타 부부의 계보를 이어온 이들의 이혼이 알려지자, SNS에는 파경 원인 추측을 남발한 ‘지라시’(사설 정보지)도 확산되고 있다. 결혼 당시 식장에 드론을 몰래 띄워 논란이 됐던 중국 언론들은 올해 2월 “송혜교 손에 결혼반지가 없다”며 불화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송중기는 tvN ‘아스달 연대기’ 제작 발표회에서 “(결혼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송중기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이혼 관련 악성 소문은 모두 전혀 사실무근이다.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교 측 변호인은 “양측은 이미 이혼에 합의한 상태로 이에 따른 조정 절차만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혼에 동의하더라도 재산 분할이나 이혼 시기 등 세부 조건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거나 이혼 소송을 내야 한다. 연예인들은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혼 소송을 제기할 때는 소장에 구체적인 이혼 사유를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혼 전문 변호사는 “두 배우는 결혼 기간이 짧고, 자녀가 없어 다툴 내용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광고와 영화, 드라마 출연료 등으로 벌어들인 둘의 총자산이 1000억 원에 이르러 재산 분할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법률 대리인을 통해 남은 이혼 절차 세부 과정을 빠르게 마무리 짓는 동시에 차기작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라면 송중기는 다음 달부터 영화 ‘승리호’ 촬영에 들어간다. 현재 출연 중인 ‘아스달 연대기’는 사전 제작 드라마로 지난달 촬영이 마무리됐다. 송혜교는 영화 ‘안나’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김재희 기자}
청와대가 KBS 시사프로그램 방송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 “KBS가 가해자”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26일 “(제작진이) 무슨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KBS는 현재 저희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며 KBS에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결방되자 KBS 제작진과 노동조합은 ‘청와대가 부당한 외부 압력을 가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제작진과 KBS 노조는 청와대가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느냐고 묻는데, 이 보도가 허위이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것이다. KBS가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거부하면 당연히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이번 주 내로 보도위원회를 다시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양승동 사장은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청와대로부터 (정정보도 및 사과 요구)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난맥상을 고발한 KBS ‘시사기획 창’ 제작진에 대해 청와대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KBS 경영진도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25일 ‘복마전…태양광 사업을 외압으로 누르려 하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2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KBS에)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며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KBS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보도본부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보도본부 수뇌부가 ‘2, 3일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면서 반박문 발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최 전 사장은 방송에서 “차관이 처음에 30%를 합의해 주다가 다 풀어버리더라고. 왜냐하면 대통령께서 60% 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거든. 그러니까 차관이 사장님 30% 그것도 없애버립시다,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태양광 사업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KBS에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KBS노동조합도 이날 ‘보도 외압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외부 압력에 심각히 훼손된 KBS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 사측이 진실을 밝히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측은 청와대의 요구를 전달받은 수뇌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제가 피처링으로 (랩) 한마디에 100만 원을 받아요. 그런데 앨범 제작까지 공짜로 해줄게요.” 래퍼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스왜그(Swag·자기애와 과시로 대표되는 힙합 문화)에 혹할 만하다. 최근 인기 래퍼 수퍼비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거나 어떻게 랩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자(?)로 받아 달라는 ‘꿈나무’ 래퍼들의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레슨비를 받는 한물간 래퍼들처럼 돈을 벌고 싶지 않다”는 ‘디스’도 내뱉는다. 플랫폼을 확보하니 포맷은 문제가 되지 않나 보다. 요새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오디션 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규모나 화제성을 봐도 굳이 TV 방송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 1인 방송 포맷을 가져다 쓰는 최근 TV 트렌드 속에서 방송 포맷을 역차용하는 시도인 셈이다. 당초 800명이 지원할 줄 알았던 ‘수퍼비의 랩 학원’에 6000여 명이 몰렸다. 인도, 러시아, 덴마크 등 국적도 다양하다. 슬리피 등 인지도 있는 래퍼들까지 오디션 장을 찾았다. 수퍼비는 “Mnet ‘쇼미더머니’에 1만∼2만 명이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비슷한 수준의 화력이다. (지원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는) PD들의 고충도 느껴진다”고 했다. 방송 수위는 TV 그 이상이다. 욕설이 많은 랩도 ‘삐’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낸다. 그는 소속사 영앤리치레코즈를 통해 “방송이 끝나더라도 우승자가 스타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래퍼 매드클라운도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Mnet ‘고등래퍼’를 패러디한 ‘중등래퍼’ 지원자들을 선발해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플랫폼 특성상 방송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수퍼비도 20시간에 걸친 1차 오디션을 날것 그대로 생중계했다. 그래서 일부 오디션 TV 예능이 겪는 ‘악마의 편집’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패션 ‘인싸’(인사이더) 발굴을 내건 유튜브 채널 ‘고등학생 간지대회’는 구독자의 요청에 맞춰 수시로 참가자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공개한다. 정규 방송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 편성이 이뤄지는 셈. 제작을 맡은 블랭크코퍼레이션은 “기존 미디어와 다른,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간 끼와 재능을 펼치지 못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유튜브 오디션의 가치는 작지 않다. 구독자들은 ‘고등학생 간지대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고교생 13명의 화려한 패션에서 웹툰 ‘패션왕’(기안84)을 떠올린다. 심사위원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참가자들의 옷차림에 대해 독설을 날리다가도 여성복까지 소화하는 남성 고교생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수 홍진영이 SBS 모바일 콘텐츠 ‘모비딕’과 함께 제작 중인 ‘홍디션’에선 기성 가수 못지않게 트로트 공연을 펼치는 참가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면서 기본 방송 포맷은 더 이상 TV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향후 오디션뿐만 아니라 TV 포맷을 창조적으로 변형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의 적폐청산을 위한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가 운영규정의 적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직원 19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 KBS 부사장은 “지난 10개월간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진미위는 △‘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의 편성규약, 취업규칙 위반 사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2008년 대통령 주례연설 청와대 개입 문건 등 22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위원회는 이 중 5건의 사례를 근거로 총 19명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KBS 공영노조와 조사대상자들은 “진미위 운영규정에 문제가 있는데도 회사는 지난달부터 19명에게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효력정지 처분이 내려진 조사대상자에 대한 징계요구권(제10조 제1항 제3호)을 인정했지만, 조사에 불응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조사방해자에 대한 징계요구권(제13조)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일부 조사대상자는 이달 초 서울남부지법에 징계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 조사대상자는 “진미위는 지난해부터 효력이 정지된 규정을 바탕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다”며 “게다가 2심 재판부도 KBS 사장이 진미위의 징계 권고를 그대로 따르는 것을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복진선 진미위 단장은 “문제가 된 규정(제13조)은 법원 판결을 수용해 항고하지 않았고, (현재 징계 절차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고 하잖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정연(안시하)의 대사처럼 영화 ‘비스트’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그런데 서사는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결국 라이벌 관계인 두 형사가 폭주하며 짐승이 돼 가는 줄거리인데 말이다. 인천에서 여고생 시신이 발견되고, 강력1팀장 한수(이성민)는 정보원 춘배(전혜진)로부터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하고 만다. 수사 경쟁에서 뒤처진 강력2팀장 민태(유재명)는 한수의 수상한 행적을 알고 그를 압박한다. 한수는 민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사건은 더욱 꼬여만 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끝까지 간다’(2013년)의 우울하고 음산한 버전인 셈. 경쟁적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두 형사의 모습은 범인을 잡는다는 사명감보단 승진을 향한 권력욕에 치우쳐 있다. 선악이 뒤섞인 형사들의 고뇌를 다루느라 연쇄 살인마를 쫓는 서사는 다분히 부차적인 요소가 됐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입장들, 선택의 무게와 책임을 다루고 싶었다”는 이정호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다만 연결고리가 헐거운 여러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살인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끝까지 질주하는 두 형사의 행동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동기나 배경에 대한 묘사는 헐겁기에 이들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도 ‘그까짓 형사과장 자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두 형사의 존재감에 기대는 영화다 보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건 당연지사. 흔들리는 눈동자와 입가의 미세한 떨림은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이 돼 가는 이성민의 디테일이다. ‘공작’(2018년)에서 리명운의 절제된 연기를 떠올리면, 극 후반부 실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의 표정에 놀랄 수밖에 없다. 유재명도 그에 못잖은 강단 있는 연기로 무게중심을 맞춘다. 2004년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가 원작이다. 26일 개봉. 15세 관람 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재즈 아티스트 필윤(52)이 새 앨범 ‘The Winds From Cuba’로 돌아왔다. 첫 곡 ‘Yo, Como Esta’부터 쿠바와 브라질 음악의 흥겨운 리듬이 흘러나온다. 정통 뉴욕 스타일로 예술성에 초점을 맞췄던 그의 2집 앨범 ‘Reminiscences of Mom’(2012년)과 비교해 봐도 다분히 대중적이다. 그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밝은 분위기로 특히 여름에 흥을 내기 좋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전통 리듬과 재즈를 결합한 아프로큐반 스타일을 기본으로 전곡에 한국어, 영어 가사로 된 보컬을 입혔다. 신나게 춤추고 싶다가도, ‘Cloudy Rain’, ‘Snow on the Moon’에선 쓸쓸함과 애잔함이 밀려온다. 앨범 제목에는 모히토를 마시며 쿠바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2년 전부터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팔라완, 미국 뉴올리언스, 제주도 등을 여행하며 받은 영감과 아름다운 풍경의 이미지를 토대로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 1집 앨범 ‘E.J.―Homage to Elvin Jones’(2007년)에서 ‘진도 아리랑’과 ‘한오백년’을 외국 아티스트들과 함께 모던한 느낌으로 재해석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뱃놀이’, ‘진도 아리랑’, ‘한오백년’을 아프로큐반 리듬과 접목해 편곡했다. “재즈 뮤지션이 됐지만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민요를 계속해서 편곡하는 것은 서양음악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고 싶은 제 바람이기도 해요.” 한국재즈협회 이사인 그는 한국 재즈의 인기에 대해 페스티벌에 인파가 몰리는 등 수도권부터 ‘붐업’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편하게 듣기에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있는 루이 암스트롱 동상 앞에는 ‘그의 트럼펫이 전 세계에 재즈의 즐거움을 가져다줬다’는 글귀가 있어요. 이렇게 즐거운 재즈가 한국인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음악이 됐으면 합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선풍기는 에어컨만큼 시원하지도 않다/하지만 열심히 날개를 휙휙 돌리며/에어컨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승민 군은 선풍기를 보며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벌목 일을 하는 아버지를 떠올렸고, ‘선풍기 아빠’라는 시를 썼다.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초등학교 3학년 김유림 양은 광주 무등산 군왕봉에 오르다 문득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상상해 화폭에 옮겼다. 김 양이 그린 ‘등산할 때 일어난 일’에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나’와 산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나’가 등장한다. CJ나눔재단이 발간한 ‘꿈이 자라는 방’(사진)에는 이처럼 아이들의 진솔한 내면이 담겨 있다. 전국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꿈키움 문예 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작품 150편을 엮었다. CJ나눔재단이 만든 CJ도너스캠프는 공부방 교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국 252곳 지역아동센터에서 총 1571편의 작품이 모였다. 표현은 서툴고 장난기는 가득하지만 아이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는 일상 속 작은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장래 희망, 행복했던 순간 등을 꾸밈없이 표현해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창의적인 시, 산문,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이들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글 부문 심사를 맡은 이해인 수녀는 “솔직함과 참신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고 가식적으로 꾸미려 했다면 아마 그런 글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이몽’은 200억 원대, SBS ‘녹두꽃’은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시대극. 두 드라마 모두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를 뒤섞었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라고 해명할 정도로, 외적으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5월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독립투사를 ‘조폭(조직 폭력배) 판타지’로 만들었단 비난도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방영한 6회에서 김원봉이 중국의 비밀 결사인 청방에 홀로 뛰어들어 이영진을 구하는 장면은 “어벤저스급”이란 반응이다.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이나 세트장이 드러나는 헐거운 컴퓨터그래픽(CG)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짧지만 차분한 전략가의 면모로 김원봉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암살’(2015년)이나 ‘밀정’(2016년)과 다르게, 액션에만 치중해 캐릭터의 깊이감은 옅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심리 묘사에서 오는 긴장감 등 세밀한 장르물을 원하던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단순한 선악 구도가 반복된다”고 했다.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요일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여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이몽’은 200억 원대, SBS ‘녹두꽃’은 1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시대극. 두 드라마 모두 반환점을 돌았지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가 뒤섞였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바깥에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지난달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독립투사를 ‘조폭(조직 폭력배) 판타지’로 만들었단 비난도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방영한 6회에서 김원봉이 중국 청방에 홀로 뛰어들어 이영진을 구하는 장면은 “어벤져스 급”이란 반응. 조선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이나 세트장이 드러나는 헐거운 컴퓨터그래픽(CG)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짧지만 차분한 전략가의 면모로 김원봉의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암살’(2015년)이나 ‘밀정’(2016년)과 다르게, 액션에만 치중해 캐릭터 깊이감은 옅어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심리묘사에서 오는 긴장감 등 세밀한 장르물을 원하던 시청자의 기대와 다르게 단순한 선악 구도가 반복된다”고 했다.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려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 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