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신규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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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서 국방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newj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대통령70%
정치일반7%
국방7%
사건·범죄7%
남북한 관계4%
칼럼2%
학술2%
검찰-법원판결1%
  • [책의 향기]바다 위에서 펼쳐진 동아시아 문명교류사

    동아시아 바다를 통해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아시아 문명교류사를 추적했다. 그간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동아시아 바다는 정체돼 왔다는 편견과 달리 해적, 승려, 선교사 등이 활발히 경쟁하는 공존의 무대였다고 말한다.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 등을 전공한 일본학자 28명이 3년간 토론을 거쳐 내놓은 결과다. 600년 역사를 ‘개방’ ‘경합’ ‘공생’의 시대로 분류했다. 13세기 등장한 몽골(원)은 동아시아 바다의 개방성을 확장했다. 마르코 폴로가 해상 길을 아시아로 확장했고 원은 고려와 연합해 일본과 동남아 자바섬을 공격했다. 16세기에는 바다로의 통행을 금지한 명의 해금정책과 조공체제가 흔들리면서 유럽세력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에스파냐는 필리핀 마닐라시를 통해 태평양 항로를 개설했다. 18세기부터 중국에서는 청이, 일본에서는 에도 막부시대가 열려 강성한 육지 권력이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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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오늘밤 김제동’ 김정은 찬양 확대재생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김정은 찬양’ 인터뷰를 내보내 논란이 일었던 KBS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심의 의결을 보류했다. 방심위 위원들은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10일 열린 방송소위원회에 참석한 ‘오늘밤…’ 제작진을 질타했다. 박상수 위원은 “인물 검증이나 사상 검증은 남북 분단 상황에서 철저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반대로 평양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인이라고 하면서 민주주의가 좋다고 외친다면 조선중앙방송에 보도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찬양고무죄로 처벌돼야 할 사람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것은 소수의 주장을 방송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려는 의도”라며 “김제동 씨에게 연봉 7억 원을 써가면서 논란을 만들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으로 참석한 이지훈 KBS TV프로덕션3팀장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슈가 있었고 시사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다룰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인터뷰 영상이 나간 후) 출연한 패널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8일 KBS 공영노동조합이 양승동 KBS 사장과 ‘오늘밤…’ 제작진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전 위원과 박 위원은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심의를 하자는 의견을 냈다. 언론의 자유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할지 여부를 두고 전 위원이 심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오늘밤…’에 대한 심의는 향후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4일 ‘오늘밤…’은 김수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2분가량 내보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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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역 모티브’등 판박이, 16부 대작… 멜로 강화

    《리메이크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검증된 스토리가 있지만 그만큼 식상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원작이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7일 공개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안방극장으로 가져왔다. 16부작으로 아직 초반이지만 드라마 곳곳엔 영화의 향기가 배어 있다. 가장 큰 뼈대라 할 수 있는 ‘대역 모티브’도 그대로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에서 따온 플롯이다. 》 다만 광해(이병헌)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영화와 달리 조선의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난폭해진 이헌(여진구)은 광대 하선(여진구)을 앉혀놓고 스스로 궁을 벗어난다. 누더기 옷에서 곤룡포(왕의 집무복)로 갈아입은 광대가 왕 노릇을 하며 겪는 시행착오는 드라마의 쏠쏠한 재미 중 하나. 영화에선 이병헌이 궁녀들 앞에서 매화틀(임금의 변기)에 변을 보며 당황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여진구가 코를 풀자 궁녀들이 “전하, 감축드리옵니다”라고 소리친다. 뭣보다 드라마에선 하선과 도승지의 조력 관계가 한층 가벼워졌다. 영화에서 허균(류승룡)이 정도를 지키는 묵직한 연기를 펼친 것과 달리 이규(김상경)는 코믹함을 살렸다. 영문도 모른 채 중전의 아버지 윤호준(이윤건)의 참수를 윤허한 하선에게 이규는 “여기가 광대 놀이판이냐”며 하이킥을 날린다. 임금 노릇을 하는 광대에게 궁 생활 ‘꿀팁’을 주는 조 내관은 두 작품 모두 배우 장광이 맡아 친숙함을 이어갔다. 연출을 맡은 김희원 PD는 “원작인 영화에서 이병헌과 류승룡이 주는 느낌이 비슷했다면, 드라마에선 소년의 에너지를 가진 하선과 이규라는 청년이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다”고 했다. 호흡이 긴 드라마 특성상 멜로의 비중도 늘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영화에선 광대가 궁에 들어와 짧은 15일을 보내며 중전(한효주)과 ‘일장춘몽 로맨스’를 펼친다. 드라마에선 하선과 중전(이세영)에,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헌까지 추가되며 삼각 로맨스가 형성될 조짐이다. 배우 이병헌과 여진구의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진구의 첫 1인 2역 도전이기도 한 ‘왕이 된 남자’는 적장자가 아니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헌의 극악무도함을 추가했다.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하는 왕과 광대의 대면 장면이 압권. 조용히 미소를 지었던 이병헌과 달리 여진구는 광기 어린 웃음을 내뱉는다. 그는 “하선이 평소 성격과 맞아 정반대인 이헌을 연기할 때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드라마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점도 흥미롭다. ‘광해’가 제목에서 빠진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드라마 배경은 조선 중기 가상의 임금이다. 이름도 광해군 이혼이 아니라 이헌.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하선이 궁을 나서는 것으로 끝났던 영화의 찜찜한(?) 결말이 드라마에선 해피엔딩으로 바뀌길 원하는 시청자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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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는 못해도 건강은 내가 전문가”

    《“피부가 푸석하네요. 잠을 충분히 주무셔야 할 듯해요.” 한의사 기질은 숨길 수 없나 보다. 지난해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했던 김도균 씨(31)는 서울 송파구의 한의원에서 7일 기자를 보자마자 겨울철 피부 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이하 ‘몸신’)의 고정 패널로 합류했다. 김 씨는 “연애는 못해도 이쪽 분야는 전문가”라며 웃었다. ‘몸신’ 출연 결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스튜디오 촬영에서 중요한 특유의 ‘리액션’도 걱정이 됐다. 그래도 주치의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러 치료법을 한의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그의 역할. 어려운 용어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송 전 한의학 서적을 들춰보는 게 습관이 됐다.》 “사람을 고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주치의들의 노하우를 들으니 반성하게 되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겨울이 되니 지난해 이맘때 ‘하트시그널’을 촬영했던 종로구 평창동 ‘시그널 하우스’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출연자 임현주 씨(27)와 김장미 씨(30) 사이에서 고민하며 마음 졸였던 그때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지금은 서로 안부를 묻는 친구 사이가 됐다. 방영 당시에는 본방 사수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트시그널’은 과묵한 저에게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는 교훈을 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하트시그널’보다 ‘몸신’ 촬영이 수월한 건 당연지사. ‘하트시그널’ 이후 그는 ‘스타 한의사’가 됐다. 진료비를 내고 ‘팬심’으로 그를 찾는 환자도 많았다. 김 씨의 진료실 책상 아래에는 팬들이 건넨 인형, 컵 등 선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방송을 보고 중국에서 찾아온 팬도 있었다. 지난해 채널A ‘몸신’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 단발성 방송 출연으로 중장년층에게도 인지도가 생겼다. 한의사라는 이유로 최근 한 연예인과 애꿎은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는 “전국에 한의사가 3만 명인데 제가 언급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몸신’ 출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때 헛바람이 들었는데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하트시그널’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들의 방송 활동을 보며 부러운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예능 출연에 대해서는 “제가 나오면 재미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하트시그널’ 출연자 중) 한가한 규빈이를 카페로 불러 수다 떠는 시간만 늘었어요.” 대학생 시절 춤 동아리 회장을 한 경험은 그의 자랑이자 ‘흑역사’다. 오후 8시까지 바쁜 진료 일정에도 틈틈이 파핀 학원을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긴다. “너무 말랐다”는 지적에 출근 전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웨이트트레이닝도 시작했다.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엄친아’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명색이 연애하는 프로그램 출연자인데, 이제는 진짜 연애를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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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뉴스, 아웃링크 전환… 편집기준 공개를”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된 ‘디지털저널리즘복원 특별위원회’는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정상화를 위한 7가지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언론사 링크로 전환(아웃링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뉴스를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여주고 댓글도 이 사이트 안에서 달게 하는 현재의 인링크 방식이 지속될 경우 미디어 산업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포털은 뉴스 소비량을 늘렸지만 인링크 방식의 뉴스 공급은 뉴스의 연성화를 부추겨 저널리즘과 언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언론과 포털 공동 협력사업 모델 발굴 △포털의 뉴스 노출 및 편집 알고리즘 공개 △포털의 뉴스 서비스 운영 성과 및 뉴스 이용 행태 정기적으로 공개 △지역 거주자에게 해당 지역 언론사 기사를 우선 노출하는 위치 기반 지역 뉴스 서비스 도입 △언론과 포털 간 표준계약서 제정 △언론과 포털 간 적정 전재료 산정 기준 공동 조사 연구를 제안했다. 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보고서를 국회, 정부, 신문사, 언론학계, 포털에 제출하고 각각의 제안에 대해 세부적인 실천방안을 수립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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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트시그널 2’ 훈남 한의사 김도균, 채널A ‘몸신’ 고정 패널로 합류

    “피부가 푸석하네요. 잠을 충분히 주무셔야 할 듯해요.” 한의사 기질은 숨길 수 없나보다. 지난해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에 출연했던 김도균 씨(31)는 서울 송파구의 한의원에서 7일 기자를 보자마자 겨울철 피부 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이하 ‘몸신’)의 고정 패널로 합류했다. 김 씨는 “연예는 못해도 이쪽 분야는 전문가”라며 웃었다. ‘몸신’ 출연 결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스튜디오 촬영에서 중요한 특유의 ‘리액션’도 걱정이 됐다. 그래도 주치의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러 치료법을 한의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그의 역할. 어려운 용어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송 전 한의학 서적을 들춰보는 게 습관이 됐다. “사람을 고치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주치의들의 노하우를 들으니 반성하게 되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겨울이 되니 지난해 이맘때 ‘하트시그널’을 촬영했던 종로구 평창동 ‘시그널 하우스’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출연자 임현주 씨(27)와 김장미 씨(30) 사이에서 고민하며 마음 졸였던 그 때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방영 당시에는 본방 사수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트시그널’은 과묵한 저에게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는 교훈을 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하트시그널’보다 ‘몸신’ 촬영이 수월한 건 당연지사. ‘하트시그널’ 이후 그는 ‘스타 한의사’가 됐다. 진료비를 내고 ‘팬심’으로 그를 찾는 환자들도 많았다. 김 씨의 진료실 책상 아래에는 팬들이 건넨 인형, 컵 등 선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방송을 보고 중국에서 찾아온 팬도 있었다. 지난해 채널A ‘몸신’,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 단발성 방송 출연으로 중장년층에게도 인지도가 생겼다. 한의사라는 이유로 최근 한 연예인과 애꿎은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는 “전국에 한의사가 3만 명인데 제가 언급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몸신’ 출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때 헛바람이 들었는데 이제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하트시그널’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들의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부러운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예능 출연에 대해서는 “제가 나오면 재미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하트시그널’ 출연자 중) 한가한 규빈이를 카페로 불러 수다 떠는 시간만 늘었어요.” 대학생 시절 춤 동아리 회장을 한 경험은 그의 자랑이자 ‘흑역사’다. 오후 8시까지 바쁜 진료일정에도 틈틈이 팝핀 학원을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긴다. “너무 말랐다”는 지적에 출근 전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엄친아’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명색이 연애하는 프로그램 출연자인데, 이제는 진짜 연애를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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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으로 얼룩진 전개… 과도한 PPL ‘눈살’

    수현(송혜교)은 호텔 사업차 떠난 쿠바에서 차량 사고를 겪는다. 하필 현지 가이드가 운전 부주의로 들이받은 것은 배낭여행을 온 진혁(박보검)이 앉아 있던 카페 테이블. 석양을 보러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수현은 또 우연히 진혁의 도움을 얻는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둘은 다시 한 번 우연히 마주친다. 헐거운 이야기를 메우기 위한 무리수였을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우연으로 얼룩져있다. 밑도 끝도 없는 우연한 만남이 줄을 잇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예상대로, 한국에 돌아온 진혁은 수현이 대표로 있는 동화호텔에 입사하며 우연을 이어간다. “추억까지 구입할 순 없잖아요.” “마법에 걸린 것으로 해두죠.” “나는 갑니다. 로마의 휴일 공주님.” 일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모아 온라인에 게재하기도 했다. 남녀의 상황만 바뀌었을 뿐,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덩달아 시청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송혜교와 박보검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였지만, 2회에 최고 시청률 10.3%(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뒤 최근 2일에 방영한 9회는 7.8%까지 하락세다. 이야기 맥락과 무관한 과도한 간접광고(PPL)도 몰입을 방해한다. 수현의 운전기사 명식(고창석)은 진혁을 불러내 “마시니까 몸이 가볍다”며 음료수를 건넨다. 진혁은 “모델 사진을 봤는데 대표님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수현에게 립스틱을 건넨다. 해당 브랜드의 실제 모델이 송혜교인 것은 함정이다. 그나마 드라마 초반 쿠바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썸’을 이국적이고 역동적인 색채감으로 그려낸 영상미는 볼거리. 그래서일까. 3일 10회에서 둘은 다시 쿠바를 찾았다. 16부작으로 반환점을 돈 ‘남자친구’가 “송혜교와 박보검의 미모로 모든 것을 ‘퉁’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숱한 우연을 그럴듯한 운명으로 설득력 있게 포장하는 일이 급선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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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드라마 줄거리를 내 맘대로?

    넷플릭스의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최근 공개돼 화제다. 1984년이 배경인 ‘밴더스내치’는 주인공인 프로그래머가 동명 소설을 토대로 비디오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정해진 시간 내에 비디오게임을 만들어 납품해야 하지만 여러 장애물을 만나고,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맞는다. 영국 가디언은 “미래형 드라마가 등장했다”며 별점 4개를 줬고, 넷플릭스는 “스토리까지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시청 선택권을 넓혔다”고 주장한다. 정말 이야기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지 따져봤다.● 내용보다 매력적인 형식 ‘밴더스내치’는 선택 방법을 알려주는 화면으로 시작된다. 영상 아래쪽 자막이 양쪽에 등장하고, 사용자는 두 선택지 중 하나를 10초 내에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아침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으면 시리얼 ‘슈거 퍼프’와 ‘프로스티’ 가운데 선택하는 화면이 등장한다. 이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초반에 나오는 시리얼 선택이나 버스에서 음악을 선택하는 장면은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이 바뀌는 재미가 몰입감을 높인다. 만약 게임기와 연결해 콘텐츠를 감상한다면 컨트롤러에서 진동까지 전해진다. 극 중 주인공은 점점 누군가가 자신을 조종한다는 의심에 휩싸이고 “대체 누가 나를 조종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직접 시청한 김유빈 씨(29·여)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의 대표작인 ‘프린세스메이커’를 하는 기분으로 결말까지 봤다”며 “형식이 신선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스토리 결정이라기엔 제한된 선택권 아쉽게도 선택의 재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정해진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게임회사인 ‘터커소프트’로부터 사무실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받는데, 제안을 받아들이면 다른 프로그래머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이야기는 초반으로 돌아간다.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만, 이야기가 짜인 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다음 내용을 볼 수 없는 셈이다. 박상용 씨(30)는 “처음 보는 스타일이라 신선했지만,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길 3번 반복한 뒤엔 그냥 꺼버렸다”고 했다. 물론 결말이 하나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제작진 공식 발표에 따르면 5가지 결말이 있다. 선택에 따라 러닝타임은 5시간까지 길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게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이라는 ‘허망한’ 마무리도 있다. 게다가 내용의 재미를 떠나서 선택권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중간중간 긴장감이 끊기는 한계도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밴더스내치’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가 영화나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는 현상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tvN ‘알함브라의 궁전’이나 영화 ‘PMC: 더 벙커’ 등의 콘텐츠는 체험과 몰입을 강조한 게임의 형태를 차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아직 ‘대세 콘텐츠’로 보기는 어렵고,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 강한 작품이 많다고 본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신규진 기자}

    •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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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노년이여, 주름살보다 우정의 깊이에 집중하라

    누구나 이맘때쯤 그간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고, 살아갈 날들을 그려본다. 희망으로 풍족해지기도, 시름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나이는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마사 누스바움 미국 시카고대 법학·윤리학 석좌교수(72)와 솔 레브모어 전 시카고대 로스쿨 학장(66)이 철학과 문학, 법학을 넘나들며 노화에 대처하는 법을 논했다. 죽음에 관한 책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성찰했다. 이 모든 게 “나의 내면과 외면을 돌보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함”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정 자체가 깊어지는 것과 함께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는 것. 이것은 매우 귀중하며 다른 경로로는 쉽게 얻지 못하는 혜택입니다.” 두 저자는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 ‘우정에 관하여’를 참고해 노인에게 닥친 권태와 불안을 해소하는 데 우정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역설했다. 레브모어는 키케로가 살던 당시 “우정은 불필요한 짐”이라는 스토아학파의 주장을 “새롭게 사귀는 친구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만 주목해 이로 인해 생기는 기쁨을 평가절하했다”고 비판한다. “친구를 선택하고 우정에 투자하는 과정 자체가 여전히 우리가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징표”라는 것이다. 사실 피부에 와닿는 건 정서적인 측면보다 깊어진 주름과 처지는 살일지도 모른다. 레브모어는 주름을 제거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60대 미국인에게 “깊어지는 주름살에서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충고한다. 현대 사회가 노인의 몸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이에 대한 혐오는 여전하지 않은가. 누스바움의 말대로 노인들이 “의학에 의한 외적 통제의 힘만이 아니라 자기혐오와 자기부정이라는 더 교활한 힘에 굴복”하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우리에게 노년기를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레브모어는 “우리는 노년기에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될 때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징표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리어와 닮은꼴”이라고 했다. 딸들의 사랑 표현에 따라 재산을 분배한 리어왕은 공평한 재산 분배와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 형성에 실패했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찾아온다. 잃어버린 젊음을 한탄하기보다 ‘경험의 승리’를 추구할 때 더 재미있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 리어는 존중을 얻기 위해 이 딸에게서 저 딸에게로 옮겨 다니기만 했을 뿐 자기가 할 일은 남겨두지 않았다.” ‘나이듦에 대하여’처럼 주제별로 노년에 접어드는 두 학자의 에세이를 겹쳐 놓았다. 철학자인 누스바움과 법, 경제 전문가인 레브모어의 시각차도 볼거리 중 하나. 서로의 주장에 동조하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은퇴한 사람들이 모인 실버타운을 누스바움은 “순간의 쾌락을 탐닉하는 현재지상주의”라고 비판하지만, 레브모어는 “자기 주도권을 갖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노인의 심리”라며 받아들인다. 적절한 은퇴 시기, 중년 이후의 사랑뿐 아니라 노년의 경제적 불평등과 노인빈곤 등 사회적 문제를 들춰본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적지 않다. “노년기에만 맛볼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고 고통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노년을 기회의 시기로 생각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노년의 수수께끼를 깊이 성찰하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힐링 에세이’라기보다는 나이듦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 아닌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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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상의 대명사 황금돼지 해, 격동의 역사속에도 비교적 평온

    돼지가 길상(吉祥)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덕분인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길상만큼은 평화로운 시기가 많았다. 조선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1899년도 무탈했다. 인천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국내 최초의 철도 경인선과 서울∼인천 시외전화가 개통되는 등 근대 문물이 유입됐다. 다만 최초의 민간 신문이었던 독립신문이 대한제국에 대한 비판 기사로 창간 4년 만에 폐간됐다. 큰 규모의 전쟁은 황금돼지해를 비켜 갔다. 1599년은 왜구가 조선을 침략해 1592년부터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6년 동안 전쟁이 끝난 다음 해였다. 그렇다고 아주 사건이 없진 않았다. 1839년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다. 서양인 신부 3명을 비롯해 천주교인 119명이 처형되거나 투옥되는 ‘기해박해’로 나라가 뒤숭숭했다. 세도가문이자 천주교에 관용적이었던 안동 김씨로부터 권력을 얻고자 한 풍양 조씨가 일으킨 사건으로 이후 조정의 권력은 풍양 조씨에게 넘어갔다. 1659년은 유명한 ‘예송(禮訟) 논쟁’이 벌어진 해다. 조선 효종이 승하한 뒤 조정은 그의 의붓어머니(인조의 계비) 자의대비 조씨가 상복을 몇 년간 입어야 할지를 둘러싸고 대립했다. 효종이 인조의 둘째 아들로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고려해 조씨가 1년간 상복을 입어야 한다는 서인의 주장과, 맏아들이 아니더라도 왕실 종통(宗統)을 이었으면 당연히 적자(嫡子)로 인정됐으니 3년을 입어야 한다는 남인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1419년은 조선왕조 500년간 유일하게 타국을 침범해 전쟁을 벌인 해이기도 하다. 왜구의 간헐적 약탈에 시달리던 조선은 삼군도체찰사 이종무로 하여금 함선 227척과 수군 1만7000여 명을 이끌고 대마도를 공격하게 했다. 그는 대마도 앞바다에 함선을 정박하고 2주간 전투를 벌였고 대마도주 소 사다모리(宗貞盛)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귀환했다. 향가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이 신라에 나타난 해는 879년 기해년이다. 1899년에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등이 태어났다. 스페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AC 밀란’이 창단된 해이기도 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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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 만에 찾아온 진짜 ‘황금돼지해’…재물과 복의 상징된 이유

    “극락(極樂)에는 삶은 돼지 머리와 해맑은 삼해주(三亥酒)가 있는가? 만일 그런 것들이 없다면 비록 극락이라 하더라도 나는 가지 않겠네.”(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1420~1488)은 ‘돼지’를 극락세계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조선시대에도 잔칫날이면 빠지지 않는 음식이 돼지고기였다. 돼지에 관한 즐거운 이야기는 음식에 그치지 않는다. 돼지꿈을 꿨다면 복권 당첨 같은 대길(大吉)을 바란다. 이처럼 돼지는 풍요와 다산(多産), 행운 등 긍정적 인식이 가득한 동물이다. 돼지해는 12년마다 돌아오지만 2019년 기해(己亥)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조합한 간지(干支)력을 사용하는데, 10개의 천간에서 ‘기(己)’는 노란색을 나타낸다. 2007년 정해년도 황금돼지해로 알려졌지만 사실 ‘정’의 색상은 적(赤)색이다. 12년 전 ‘붉은 돼지해’가 황금돼지해로 둔갑한 건 빨간색을 부(富)와 동일시하는 중국 문화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 인간과 돼지의 2000년 동고동락 집을 뜻하는 한자 가(家)는 지붕‘宀’ 밑에 돼지‘豕’가 함께 사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지금도 전북 남원 지역과 제주도, 일본 오키나와, 중국 산둥(山東)성 등지에는 친환경적 돼지 변소인 ‘돗통시’가 남아 있다. 한반도에서 돼지를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약 2000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삼국지’ 위지동이전 한조에는 “주호(州胡·제주도)에서는 소나 돼지 기르기를 좋아한다”는 기록이 나와 있어 철기시대 이후 돼지의 완전한 가축화가 이뤄진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종 돼지는 조선 후기까지 사육했지만 이후 외래종이 들어오며 점차 사라졌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육하는 돼지는 랜드레이스종(덴마크)과 요크셔종(영국) 등 새끼를 많이 낳고 생장속도가 빠른 외국 품종이 대다수다. 최근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토종 돼지로는 경북 김천시의 지례돈(知禮豚)과 경남 사천시의 사천돈(泗川豚) 등이 있다. 곽승현 선진기술연구소 양돈기술개발팀장은 “우리나라 재래 돼지는 서양 돼지보다 몸집은 작지만 지방함량이 높아 고기 맛이 우수하다. 고급육 생산을 위한 주요 품종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양돈장이 증가하는 등 동물복지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한국 양돈업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돼지를 키우는 집은 줄어들었지만, ‘돼지 저금통’ 등 재물과 관련한 상징물로 돼지는 여전히 함께 한다. 돼지모양 저금통이 유래한 기원은 18세기 잉글랜드. 한 도공이 ‘pygg’라는 오렌지 색 점토를 ‘pig(돼지)’로 잘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돈(豚)-돈(金) 발음 같아, 복의 상징으로 신화와 설화 속 돼지는 중요한 장소를 알려주는 능력자 혹은 신의 제물로 등장한 경우가 많다. ‘삼국사기’에는 수도를 점지하는 돼지의 신성한 모습이 표현돼 있다. 이 책의 고구려 유리왕 편에는 제물로 바치기 위해 기르던 돼지가 달아나 이를 잡아오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관리가 국내성 위례암에서 겨우 잡았는데, 이곳의 산세와 지세가 뛰어나 왕에게 알려 수도를 옮겼다고 한다. 지금도 고사나 굿판을 지낼 때면 돼지 머리를 빼놓지 않는데 조선시대 기록인 ‘동국세시기’에도 12월 납향(한 해 동안 겪은 일을 고하는 제사)의 제물로 산돼지를 바쳤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돼지가 재물과 복의 상징물로 여겨진 것은 돼지가 집안의 중요한 자산인 데다 ‘돼지 돈(豚)’과 ‘돈(金)’의 발음이 같은 이유도 있었다”며 “강한 번식력을 가진 돼지가 풍년이나 번창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우리나라 역사속 기해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돼지가 길상(吉祥)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덕분인지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기해년만큼은 평화로운 시기가 많았다. 조선의 운명이 위태로웠던 1899년도 무탈했다. 인천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국내 최초의 철도 경인선과 서울~인천 간 시외전화가 개통되는 등 근대 문물이 유입됐다. 다만 최초의 민간 신문이었던 독립신문이 대한제국에 대한 비판 기사로 창간 4년 만에 폐간됐다. 큰 규모 전쟁은 황금돼지해를 비켜갔다. 1599년은 왜구가 조선을 침략해 1592년부터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6년 동안 전쟁이 끝난 다음해였다. 그렇다고 아주 사건이 없진 않았다. 1839년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다. 서양인 신부 3명을 비롯해 천주교인 119명이 처형되거나 투옥되는 등 ‘기해박해’로 나라가 뒤숭숭했다. 세도가문이자 천주교에 관용적이었던 안동 김씨로부터 권력을 얻고자 한 풍양 조씨가 일으킨 사건으로 이후 조정의 권력은 풍양 조씨에게 넘어갔다. 1659년은 유명한 ‘예송(禮訟) 논쟁’이 벌어진 해다. 조선 효종이 승하한 뒤 조정은 그의 의붓어머니(인조의 계비) 자의대비 조씨가 상복을 몇 년간 입어야 할지를 둘러싸고 대립했다. 효종이 인조의 둘째 아들로서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고려해 조씨가 1년간 상복을 입어야 한다는 서인의 주장과, 맏아들이 아니더라도 왕실 종통(宗統)을 이었으면 당연히 적자(嫡子)로 인정됐으니 3년을 입어야 한다는 남인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1419년은 조선왕조 500년 간 유일하게 타국을 침범해 전쟁을 벌인 해이기도 하다. 왜구의 간헐적 약탈에 시달리던 조선은 삼군도제찰사 이종무로 하여금 227척의 함선과 1만7000여 명의 수군을 이끌고 대마도를 공격하게 했다. 그는 대마도 앞바다에 함선을 정박하고 2주간 전투를 벌였고 대마도주 소 사다모리(宗貞盛)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귀환했다. 향가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이 신라에 나타난 해는 879년 기해년이다. 1899년에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등이 태어났다. 스페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AC 밀란’이 창단된 해이기도 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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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1세기 新야만 잠재울 ‘관용의 정신’을 말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이 ‘이제 두 번 다시는(Never Again)’이라고 굳게 맹세했다. 하지만 살육은 결코 멈출 줄 몰랐으며 전 세계에서 크고 작은 비극이 일어났다.” 강상중은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국민국가, 자본주의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곳곳에선 인류의 안위를 위협하는 테러가 벌어지고 시민들은 극우주의 정치 세력에 열광한다. 일본의 지성인인 그와 우치다 타츠루는 대담을 통해 “근대의 침몰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하며 세계가 안전하게 다음 단계에 도달할 방법을 모색했다. 테러리즘은 이들이 보기에 근대의 ‘아이러니’다.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건국된 미국과 프랑스는 주변국들의 모범이 됐지만 동시에 테러리즘의 목표물이 됐다. 냉전 이후 기준이 된 ‘근대 모델’에 따라 자유를 원리로 한 국가, 사회, 제도가 출현하면서 중동에는 ‘이슬람 부흥’을 기치로 내건 국가들이 출연했다. 미국은 중동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군사를 개입시켰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과 갈등은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을 초래했고 희생자들에겐 분노와 복수의 감정만이 남았다. 그렇게 테러리즘은 서구 대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9·11테러와 같은 바깥으로부터의 위협은 프랑스 극장, 카페 테러 등 ‘홈그라운드 테러’로 확장됐다. 강상중은 “현재 우리는 의사(疑似) 전시체제를 살고 있다”고 했다. 우치다 타츠루는 한발 더 나아가 “전쟁을 근절시킬 순 없다. ‘어떻게 전쟁을 없앨까’라는 원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을 없앨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는 정도의 문제로 관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프랑스 ‘국민전선’의 약진,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집권 등 세계적인 우경화 현상도 “21세기 새로운 야만의 징조”다. 17세기 이후 들어선 국민국가 체제는 자본주의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자본과 시장은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길 원하지만 국가는 이를 국경 안에서 보호하며 운용하고자 했다. 20세기 말 결국 시장이 승리했고 자국의 국경에 높은 담장을 치자는 우경화가 대두됐다. 예컨대 둘의 말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원하는 일본은 시민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북한과 경제적으로 국가의 목표가 성장에 매몰된 싱가포르를 합친 국가다. 우치다 타츠루는 “두 모델 사이에서 경제모델이 중요하고 극우 전체국가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뻔할 수도 있지만, 두 지식인은 관용과 환대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전쟁 책임을 반성하며 다른 국가보다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책무에 집중했다. 윤리적 부채 의식은 헌법에 난민 수용 조항을 명문화하는 등의 관용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슬람 공동체의 ‘자카트 문화’에도 주목한다. ‘기브 앤드 테이크’ 논리가 아니라 먼저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 “어떤 경우라도 사막에서 천막을 발견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황야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언제나 타자와 공유한다는 도덕이 신체화되었습니다.” 근대의 종언을 단언한 비관론이 주를 이루지만 그래도 이 책이 희망적인 것은 상호부조를 바탕으로 한 작은 지역단위의 공동체가 미국 성장모델을 대체할 미래이기 때문.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몰락’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건 아닐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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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국무대로 떠난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

    “세상에서 가장 선한 친구이자 천생 ‘젠틀맨 드러머’였죠. 너무 일찍 떠난 건 아쉽지만 인생을 멋있게 살다 간 사람이에요.”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2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56세. 같은 밴드 멤버이자 오랜 친구 김종진(56)은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36년 지기 친구를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태관 군은 6년간 신장암 투병을 이어왔습니다만 오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고인의 임종을 지켜본 김 씨는 “그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이었다”며 고인을 기렸다. 1962년생인 고인은 1986년 김현식이 결성한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로 데뷔했다. 2년 뒤 김 씨와 2인조로 개편해 ‘봄여름…’ 정규 1집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시작으로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등 히트곡을 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2012년 한쪽 신장을 떼어내는 신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2014년 암세포가 어깨뼈, 뇌, 두피 등으로 전이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1월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것이 공식 석상에서의 마지막 모습. 4월에는 26년간 동고동락한 부인이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시련도 겪었다. 동료 가수들과 팬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이날 가수 나얼, 김현철, 이적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가수 현진영은 이날 SNS에 “교회에서 언제나 ‘진영아’ 하시며 반갑게 웃어주시던 형님이 떠오른다. 하나님 곁에서 형수님과 행복하길 기도하겠다”고 했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 02-3010-2000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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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보도 무조건 1면에 실으라는 與… 세계에서 유례없는 법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정정보도를 의무적으로 신문 1면과 방송 프로그램 시작 때 노출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판단 논란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유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법안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매체별로 정정보도문의 위치를 강제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아무리 사소한 정정보도라도 신문은 1면에, 방송은 보도가 이뤄진 프로그램 시작 시에, 잡지는 본문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싣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 논란 끝에 도입됐던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대폭 확대, 강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져 2005년 7월 실시된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도입하면서 정정보도를 할 경우 ‘동일한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게 했다. 당시 언론사들은 자체적인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정정보도 청구권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등을 제기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피해를 구제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정정보도도 언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면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헌재는 2006년 6월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적인 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보도가 허위임을 동일한 매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 전파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정보도의 방법도 원래 보도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동일한 비중’을 넘어 아무리 사소한 오보라도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첫 꼭지로 정정보도를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상파 보도국장과 앵커를 지낸 박 의원이 언론 자유를 확연하게 제약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미리 언론에 겁을 주고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가짜뉴스 단속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재형 변호사는 “지금도 충분한 취재를 했지만 오보를 낸 경우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더 과한 조치로 인해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안의 경중을 나누지 않고 일괄적으로 1면에 정정보도를 강제하면 언론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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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고위인사, 방심위원들에 ‘김제동 구명’ 전화 의혹

    KBS 고위 인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오늘밤 김제동’ 심의와 관련해 방심위 위원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폭로가 나와 부적절한 심의 간섭·청탁 논란이 일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고 “KBS 고위 인사가 방심위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 읍소를 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KBS는 무모한 ‘김제동 구하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방심위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 인터뷰로 논란이 된 ‘오늘밤…’에 위원 5명 전원 일치로 제작진의 의견 진술 청취를 의결했다. 박 의원은 “올해 5월 최승호 MBC 사장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한 장면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전지적 참견 시점’ 심의와 관련해 방심위 위원들에게 항의성 전화를 해 한국당으로부터 부정청탁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당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KBS 공영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KBS 간부가 ‘오늘밤…’의 이적성, 고무찬양 등과 관련한 심의 건에 잘 봐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피심의기관인 KBS가 청탁성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정청탁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KBS가) 법적 심의를 방해하고 간섭하려고 했다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통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청탁 전화를 한 인물로 지목된 KBS 간부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심위원과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오늘밤…’ 심의 건으로 부적절한 내용의 통화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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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드라마 ‘커피야, 부탁해’서 룸메이트 역 김민영-류혜린

    채널A 드라마 ‘커피야, 부탁해’에서 웹툰 작가 현우(용준형)를 좋아하는 문하생 슬비 역을 맡은 김민영(28)과 룸메이트 아름으로 호흡을 맞추는 류혜린(34). 이들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소문난 ‘절친’이다. 21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진 촬영 내내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둘의 인연은 2011년 영화 ‘써니’에서 시작됐다. 칠공주파의 장미(김민영)와 소녀시대파의 일명 ‘쟁반 대가리’(류혜린)로 대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류혜린은 “칠공주파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소녀시대파라서 낄 수가 없다”고 웃었다. ‘커피야…’는 2013년 tvN 드라마 ‘몬스타’ 이후 함께하는 3번째 작품이다. 둘은 “‘몬스타’에 출연했던 용준형까지, 친분 있는 사람들이 많아 편하게 촬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극 중 주거니 받거니, ‘케미’를 선보이고 있는 이들은 “코믹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김민영은 “차태현 선배님이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혜린) 언니도 코믹 연기를 할 때 손을 떨더라”고 했다. 류혜린도 “나이를 먹으면서 코믹 연기의 하이톤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커피야…’를 통해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내공이 쌓였다. 류혜린은 “민영이가 나이는 동생이지만 감정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연기 수업을 받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몰입한 탓에 NG를 낼 뻔한 적도 많았다. 김민영은 “(혜린) 언니가 잠꼬대를 하면서 찰진 소리가 날 정도로 내 머리를 세게 때렸다.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고 웃었다. 자기 연기를 하는 것. 소박하지만 어느덧 9, 10년 차에 접어든 두 배우의 꿈이다. “특정 작품, 배역이라기보단 저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어요.”(김민영) “지금까지는 외적인 면이 요구되는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해왔어요. 내면을 드러내는 배역도 한 번쯤 맡고 싶네요.”(류혜린)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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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믐’-‘일상의 광기에…’ 나란히 작품상 선정

    제55회 동아연극상에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극단 동, 남산예술센터)과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프로젝트아일랜드)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윤광진)는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24일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21편. 심사위원들은 “올해 연극계 안팎에서 미투 논란 등 이슈가 많아 전반적으로 활동이 침체됐다. 작품에 오롯이 에너지를 쏟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연극이 줄었다”고 총평했다. 한편으로는 “젊은 창작자들이 약진한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경사진 두 개의 달 위를 표현한 무대에서 배우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이야기를 펼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추상적인 소설의 내용이 신체행동 연극을 주로 펼치는 극단 동의 장점과 잘 결합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작품상을 받은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발기, 사정, 노출 그리고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현대인의 광기를 발칙한 화법으로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입체감 넘치는 방식으로 잘 전달했다”고 평했다. 연기상은 ‘텍사스 고모’에서 멕시코 아줌마와 소철 할머니 역을 비롯해 ‘운명’에서 인근 여인 갑 역을 맡아 열연한 이수미 씨,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에서 주인공 공태식 역을 맡은 강신구 씨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이수미는 작품마다 매번 새로운 질감과 에너지로 배우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강신구는 본인만의 ‘배우 예술’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탁월한 연기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새개념연극상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감독에게 돌아갔다. 김 감독은 미술과 공연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연극의 외연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희곡상은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가 받았다. 신인연출상은 ‘율구’(극단 파수꾼)의 이은준 연출가, 무대예술상은 ‘오슬로’(국립극단), ‘돼지우리’(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 감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1인극 ‘임영준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은 임영준 씨와 작품상 수상작인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 남동진 씨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의 박성복 대표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20년 동안 묵묵히 연극 관련 국내외 서적과 희곡집을 대가 없이 출판하는 등 한국 연극을 이끈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 열린다. ▼“하와이 이주史 배경… 역사적 사실의 힘이 연극을 이끈 원동력”▼‘운명’으로 연출상 김낙형 씨“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고생했던 배우와 제작진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연극 ‘운명’으로 제55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낙형 연출가(48·사진)는 “실험연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극단 단원들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함께 와줘서 고맙다”며 “함께 연극을 하고 있는 동료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김성미 배우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운명’은 국립극단에서 진행하는 근·현대 희곡 시리즈 연극의 9번째 작품이다. 이화학당 출신의 신여성 박메리가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하와이에 살고 있는 양길삼과 사진만 본 뒤 결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 연출가는 “구한말 하와이 이주라는 실제로 있었던 사실을 다뤘다”며 “역사적 사실이 갖는 힘이 연극을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원작인 윤백남(1888∼1954)의 동명희곡은 20여 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김 연출가는 “추가로 사료를 뒤지며 행간을 채웠고, 배우들과 함께 당대 이주민의 삶을 고민해 낸 결과”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화두인 난민, 여성 문제 등과 연결되며 관객들이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출신인 김 연출가는 1999년 ‘훼미리 바게뜨’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 뒤 2001년 ‘별이 쏟아지다’ ‘나의 교실’ 등의 연출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 몇 년간 청주대 대학원에서 연극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며 충전과 성숙의 시기도 보냈다. 김 연출가는 “올해 3월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연출부에 참여해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대학원 생활이라는 휴지기를 거친 뒤 올해 운 좋게 시기와 조건이 잘 맞아서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유원모 onemore@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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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러장-청청패션-테트리스… 복고에 열광하는 청춘들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콘셉트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서는 영화 ‘써니’ 사진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다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얼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얼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콘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 주다 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 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스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 게임 없음’ ‘16비트 컬러’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가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익선동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조종엽 기자}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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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자, 여성 첫 ‘KBS 연예대상’

    방송인 이영자(50·사진)가 여성으로는 처음 K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지상파 방송사 연예대상 여성 연예인 수상자로는 박경림(MBC·2001년), 이효리(SBS·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 씨는 “‘안녕하세요’에서 부끄러울 수 있는데도 마음속 이야기를 해준 고민의 주인공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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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 열광하는 1020세대…‘뉴트로’ 열풍 이유는?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롤러장. 1990년대 인기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흘러나오자 30여 명이 환호했다. 이 노래가 나온 1993년에 태어난 김민영 씨(25·여)는 익숙한 듯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김 씨는 “유튜브로 당시 공연을 찾아보면서 춤을 익혔다”며 “옛날 감성을 느낄 공간을 찾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팔이’로 소비되던 복고문화가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복고 열풍과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 열광하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레트로를 합친 신조어)’ ‘영트로(Young-Tro)’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70, 80년대를 주름잡던 롤러장은 1990년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에게 ‘핫’한 공간이 됐다. 청남방에 청바지 등 ‘청청패션’이나 교련복을 입고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복고 컨셉으로 롤러장 인증사진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이날 롤러장을 찾은 김민지 씨(22·여)는 “복고 의상의 ‘성지’인 광장시장에는 영화 ‘써니’ 사진들을 붙여놓고 청바지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음악영화로 국내 최대인 83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의 흥행도 청년층의 영향이 컸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관람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싱어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문화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2002년 월드컵처럼 세대를 초월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사회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무한 경쟁에 익숙한 젊은층이 극장에서 ‘싱어롱’을 하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이 새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비롯해 비트 중심의 음악을 향유했던 젊은이들에게 멜로디가 강하고 중독성 있는 퀸의 노래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했다. 옛 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은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 컨셉트 사진으로 지난해 문을 연 대구의 산격동사진관은 1년 만에 서울과 부산에 진출했다. 노웅희 대표는 “복고 의상을 대여해주다보니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주로 사진관을 찾는다”며 “개화기 의상은 전통한복과 다르게 남성 고객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남성은 깔끔한 쓰리피스 슈트에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여성은 프릴 장식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종로구 익선동은 그야말로 옛 것의 향연이다. 22일 ‘최신게임없음’ ‘16비트칼라’ 등이 써 붙여진 ‘콤콤오락실’에서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테트리스, 뿌요뿌요 등 고전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종민 씨(20)는 “그래픽 좋은 요즘 게임들보다 흥미롭다”며 “‘슈퍼컴보이’를 집에 놓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취미가 됐다”고 했다. ‘만홧가게’에서는 추억의 만화 월간지 ‘챔프’, ‘윙크’가 인기다. ‘엉클비디오타운’에서는 개봉된 지 5년 이상 된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한다. 라면땅과 핫도그 같은 추억의 간식을 먹으러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낡은 옛 건축물도 ‘힙’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로구 서대문여관과 보안여관은 30년이 넘은 여관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전시회장,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부티크 호텔로 변신한 종로구 여관 ‘낙원장’에 묵은 이정미 씨(24·여)는 “요즘 호텔에 비해 낡고 허름하지만 객실에 LP 플레이어가 있어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기성세대는 복고에서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조종엽기자 jjj@donga.com}

    •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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