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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임명한 국가정보원 1, 2, 3차장은 모두 국정원 출신이다. 국정원을 잘 알고 있는 인물들로 지도부를 구성해 서훈 신임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국정원 차장은 박근혜 정부 조각(組閣) 때는 경찰과 군 출신이 임명됐고, 이명박 정부에선 외교관 출신이 포함됐다. 해외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제1차장에 임명된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는 국정원에서 해외정보 파트를 담당했다. 주유엔 공사 및 주미 대사관 1등 서기관, 공사참사관, 공사를 지낸 대미 정보통이기도 하다. 특히 대사를 지낸 파키스탄은 북한과 핵개발 기술도 주고받는 북한의 전통적 우호국인 만큼 북한 연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엔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에 대한 책 ‘기드온의 스파이’를 번역해 내놓기도 했다. 대공수사 등을 담당하는 김준환 신임 2차장은 행정고시(34회) 출신으로 1992년 국정원에 들어간 정보 분석 전문가다. 특히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적지 않은 악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광우병 파동 이후 임명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개혁의 일환으로 ‘근무 태만자’, ‘물의 야기자’, ‘특이 동향자’로 분류된 간부들을 국정원 산하 정보대학에 입교시켰다. 노무현 정부와 밀접했던 간부들이 상당수 입교했으며, 해병대 교육 등이 포함돼 ‘국정원 삼청교육대’로 불리기도 했다. 김 차장 역시 입교 대상자로 분류돼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김 차장이 원 전 원장 당시 1년 가까이 고생하다가 현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차장의 동생 김상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을 맡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원 전 원장을 구속했다. 당시 김 차장은 국정원을 떠난 상태였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동생과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북 방첩과 사이버테러 분야를 맡는 김상균 신임 3차장 임명은 파격인사로 평가된다. 3급 처장을 지내고 국정원을 떠났다가 차관급인 차장으로 돌아온 것은 좀처럼 전례를 찾기 힘들다. 김 차장은 2013년까지 국정원에 근무했다가 퇴직했으며 현재 국정원에 남은 동기 대부분은 1, 2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의 김 차장은 남북 회담 실무 작업을 맡았으며 서 원장과 수차례 함께 방북하는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으나 이명박 정부 이후 요직에서 밀려나면서 승진이 누락돼 국정원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차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퇴직 전까지 남북 간에 만든 거의 모든 합의서 문구 작성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권오혁 기자}

“한발 뒤로 물러서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도 권력입니다. 여성이 성공하려면 ‘소프트파워’를 발휘해 성숙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30일 세계 한인 정치인들의 네트워크인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 차기 회장에 선임된 신디 류 회장(60·여)은 정치에 입문하려는 여성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류 회장은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미국 워싱턴 주에서 4선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 회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초의 한인 여성 정치인이다. 워싱턴대 미생물학과, 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를 수료한 이후 부부가 함께 보험업에 종사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그는 45세에 정치에 도전했다. 2008년 미국 워싱턴 주 쇼어라인 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에는 워싱턴 주 하원의원에 출마해 4선까지 이르렀다. 류 회장은 정치 입문 동기에 대해 “15년 전 쇼어라인 시장이 도로공사를 하면서 인근 상인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가라고 통보했다”며 “상가의 10%가 한인 상가였는데 한인소상공회에서 항의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인 데다 여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류 회장은 소리는 낮추되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 됐다고 한다. 그는 “‘나는 너의 비밀무기(I’m your secret weapon)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줬다”며 “큰 파도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조정하고, 그러면서 꾸준히 나아가는 ‘소프트파워’가 주류사회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여성이면 깨끗하다’는 기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Everyone has a skeleton in the closet)라는 표현이 있다”며 “해명을 할 일이 있으면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2000년 위장전입했던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가 이화여자외국어고 원어민 교사 숙소였던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강 후보자는 “한국에 돌아온 딸의 적응을 위해 모교인 이화여고에 보내려고 아는 은사께 주소지를 소개받아 옮겼다”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1999∼2000년 남편이 학교에서 안식년을 얻어 아이 셋을 다 데리고 미국에 갔다가 1년 교육을 받고 2000년 다시 돌아왔다”며 “큰딸이 미국에 있을 때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기에 엄마 마음에 (딸이) 다시 한국에 적응하는 데 편한 상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가 다니던 이화여고에 꼭 넣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소지(정동아파트)에 누가 살고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며 “딸아이의 안녕을 위해서 생각 없이 한 일이 이렇게 여러 물의를 빚게 돼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한 아파트를 친척 집이라고 밝혔던 것에 대해선 “청와대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스위스 제네바 출장 중이다 보니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전입 과정에서 역할이 없었던 남편이 친척 집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밝히면서 “1년간 친척 집에 주소지를 뒀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강 후보자와 장녀는 2000년 7월 23일 정동아파트로 전입했고 장녀는 이화여고에 진학했다.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던 정모 전 교장은 강 후보자가 이화여고에 다닐 당시 교사로 재직했다. 정 전 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가 위장전입한 아파트는) 이화외고 원어민 교사 숙소였다”며 “(강 후보자를 만났을 때) 이런 좋은 학교에, 본인 모교에 큰딸이 입학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까지는 들었다”고 했다. 이화학원 측 관계자도 “이화외고 원어민 교사의 요청이나 수요에 따라 보통 두 채 정도 아파트 전세권을 설정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가 어떻게 이 아파트에 위장전입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 전 교장은 “(위장전입 등) 이렇게 하라고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어떻게 (장녀가) 학교에 들어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아파트에 전세권자로 설정돼 있던 심모 전 이화여고 교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세권 취득 과정과 강 후보자 일가의 위장전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강 후보자가 이화여고, 연세대 동문이라 매스컴을 통해 알긴 알지만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말했다. 이화학원이 전세권을 소유한 아파트를 강 후보자가 학교 측의 묵인 없이 어떻게 주소지를 옮길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편 강 후보자의 장녀가 세운 회사에 강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부하 직원이 자본금의 절반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해 6월 설립한 주류 수입 회사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권보호관 출신인 우모 씨가 4000만 원을 투자했다. 강 후보자는 부대표를 지냈다. 공무원인 우 씨의 형도 이 회사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이 의원 측은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신규진 기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정책감사를 설계하고 감사의 방향을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4대강 사업 감사 관련 추진 상황을 보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TF는 감사 자체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감사 범위와 방법, 감사팀 구성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 위한 준비단 성격의 조직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TF가 곧 전체 감사팀을 의미하진 않지만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가면 분야별로 TF에서 활동한 인원들이 주축이 돼 감사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지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초 출범할 계획인 TF는 국 단위를 초월해 최소 약 30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환경단체들의 공익감사 청구로 내부 검토에 착수한 감사원은 주말에도 국토해양국 일부 직원 등이 출근해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감사원은 또 전문성 있는 감사를 위해 이전에 진행된 세 차례의 4대강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 실무자들을 TF에 일부 재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실무자들은 정치색 등으로 인해 배제할 특별할 사유가 없다면 적합한 순으로 참여시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파견했던 특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주변 4강 외교 전략을 논의했다.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 1, 2차장을 임명하며 외교안보 라인 구축에 속도를 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특사단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상하고도 만나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며 “한국과 일본 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 국가와) 정상회담도 가져야 하는데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로서 (특사 파견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 공백 상태에 있었는데 공백을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미국),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중국), 문희상 의원(일본) 등 특사단이 참석했다. 홍 전 회장은 “미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오히려 지금이 북핵 문제를 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 특사단은 일부 중국 측 인사들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교수를,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안보실장을 포함해 안보실 지도부에는 외교관, 군인, 학자 출신이 각각 한 명씩 포진하게 됐다. 이 1차장은 2013년 군에서 전역할 때까지 대북정책과 군사회담 전문가로 활약했다. 육군 소령이던 1991년 한반도 평화구축 방안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 실무자로 관여하는 등 일찍부터 군비통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김 2차장은 문 대통령 곁에서 10여 년간 한반도 평화론에 입각한 외교안보 틀을 구상해 온 대표적인 ‘브레인’이다. 이번 대선 때는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김 2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은 (북한과) 대화 국면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관여(engagement) 입장도 있기 때문에 방법이나 시기, 조건들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가 이날로 7년을 맞았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최근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대통령 특사인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대주교)은 이날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전달했다.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해 달라며 김 대주교에게 묵주를 건넸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과정과 집행 과정에 대해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감사를 지시했지만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채 고심하는 모습이다. 절차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바로 감사에 착수할 경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공익감사 청구가 있으면 감사에 착수할 근거가 되지만 23일까지 감사원에 공식적인 감사 청구는 들어오지 않았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나 감사기관의 장(행정부처 장관)도 감사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새 정부 내각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역시 어려움이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장 오늘 내일 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감사 착수 시기나 감사 범위 및 규모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얘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진행 중인 기존 감사를 마무리 지으며 인력을 정리해야 한다. 일각에선 감사원이 고의적으로 감사를 지연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 검토를 먼저 해봐야 감사 착수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데 대해 감사원은 “감사 범위와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감사가 실시되면서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네 번째 감사를 실시하게 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은 지난 세 차례 감사에서 이미 △4대강 세부계획 수립 과정 △4대강 보 기능과 수질 △건설사 담합 의혹을 다뤘다. 다만 4대강 정책 결정 과정은 추가로 감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실시된 첫 감사는 4대강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세부계획을 제대로 세워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감사원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이뤄진 두 번째 감사 결과 발표는 달랐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등 시설물이 훼손됐다는 점, 수질관리 기준 및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인 같은 해 7월 세 번째 감사 결과 발표에선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와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까지 적발됐다. 이번에는 감사 청구 절차에 대한 논란도 있다. 표면상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필요성 제기’가 사실상 ‘감사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감사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순 없다. 실무적으로는 △감사원법에 따른 국무총리의 감사 요구 △감사기관의 장(행정부처 장관) 또는 시민단체나 지방의회, 19세 이상 300명 이상의 연명으로 공익감사 청구 △감사원 직권 자체 감사 등 세 가지 방법으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청구 사유와 검토 범위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 특사단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한국의 기본 입장을 전달하라’는 훈령을 내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절차가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는 사드 배치 과정을 다시 검토하고, 미국 중국 등과 협의해 입장을 정할 것이다. 필요하면 국회 비준 절차도 밟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를 두고 한미 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에 입각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드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신임 원내대표도 라디오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일본 특사로 파견된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문 특사는 “(기시다 외상이 위안부 합의) 준수를 주장했으면 (합의) 파기로 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문 특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시작으로 정부 특사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순으로 4강 정상과 잇따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한미 양국이 6월 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북핵 위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역대 정부 중 출범 이후 가장 단기간인 한 달 반 만에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외교 공백 수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6일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공동 방안을 추가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FTA 등 민감한 사안들을 논의해야 하는 만큼 사전에 한미 간 치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인 국익 우선 맞춤형 외교는 ‘코리아 퍼스트(First)’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것을 빗댄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4강(强) 및 유럽연합(EU) 특사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당한 외교’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촛불시위를 통한 ‘피플 파워’로 출범한 정부인 만큼 외교 협상에서도 정당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대국에 강조하라는 취지였다. 북핵이 종국적으론 폐기돼야 한다는 데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하지만, 양국 새 정부가 대북 제재·압박 및 대화의 수준에 대해선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 부담과 한미 FTA 재협상을 수차례 거론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재검토와 함께 국회 비준을 추진한다면 미국과의 갈등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 정부가 남은 기간 얼마나 회담 전략을 내실 있게 세우느냐에 따라 첫 대미 외교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보다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는 점은 노무현 정부의 ‘자주 외교’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찾은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특사 파견을 통해 양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굳건한 한미 동맹을 다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틴저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조속히 만나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깊이 논의를 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은 어렵다”며 “10년 전 시행착오가 반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특사단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당시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미관계를 놓고 두드러졌던 외교안보 라인의 갈등에서 ‘자주파’로 분류된 인물들도 적지 않다. 미국 특사단에 포함된 박선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중국 특사단의 서주석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 등이다. 자주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본 특사단에, 노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배기찬 전 대통령동북아비서관은 EU 특사단에 합류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16일 청와대와 외교부를 찾은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의 왼쪽 재킷 라펠에는 ‘작은 배지’가 달려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교차된 핀(Crossed Flag Pin)이었다. 최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배지를 달지 않았거나 미국 국기 핀만 단 것과 대비된다. 이 배지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만들어 배포하는 기념품이지만 두 사람이 미국에서 챙겨 왔을 가능성도 있다. 후커 보좌관은 출국 전 ‘기획된 이벤트’였음을 귀띔하며 “한미동맹과 양국 간 우정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새 정부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되새기기 위한 성의 표시였던 셈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6일 방한한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의 면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회 비준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면담에서 정 단장은 “사드 배치 절차에 관해 일부 문제 제기가 있다. 국회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국회 비준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한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을 포함한 미 정부 대표단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정규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고 난 뒤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사드는 이미 정해진 사안(settled matter)으로 앞으로 계속 대화해가길 기대한다”며 한미 간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안보 TF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며 “가급적 빨리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상대 국가와 (사드 배치 등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19일 문 대통령과 4당 원내대표 오찬에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단장과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회동하는 도중 여민관을 찾아 7분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북핵 해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가 충분하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에 파견할 특사단과 오찬을 갖고 “특사단 파견은 정상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새 정부가 ‘피플 파워’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의미를 강조해주고,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됐음을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드 배치뿐 아니라 한일 위안부 합의, 북핵 해법 등에 대한 논의에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외교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본 특사단은 17일, 중국 특사단은 18일 각각 출국한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주변 4강과 유럽에 특사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미국 특사로 17일 출국 예정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지부터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워싱턴을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으로 해외 첫 순방을 떠나기 때문이다. 상대국 정상과의 면담 성사가 특사 성과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특사단의 맏형 격인 미국 특사단의 지도층 면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다른 특사단의 일정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보다 특사단의 실질적인 내용 전달이 더 중요하다. 일정대로 출발한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사 파견의 주된 목적은 신정부 출범의 정치적 의의와 대통령 철학 비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북핵 등 주요 현안에 관한 협력 외교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선 너무 서두르는 인상을 주는 외교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는 대북정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 엄중한 현안들에 대해 새 정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특사 편에 정제된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새 정부가 외국에 처음으로 파견한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 대표단(단장 박병석 의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성공했지만 11일 밤 대표단 참석이 확정된 이후 외교 당국은 촉박한 일정 속에 중국 측과 접촉하고 협의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국에 파견될 특사단은 이번 대표단 이상의 생산적인 메시지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층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누굴 만났다는 ‘깃발 꽂기’ 식 특사를 기대할 게 아니라 대외정책의 컨텐츠를 다듬어야 할 때”라며 “우리 측 입장이 정립돼있지 않은 상태로 방문하면, 상대국 논리와 정책만 받아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핵심 자리인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 인선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외교안보와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각각 가동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다만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신임 안보실장은 이르면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안보실장 인선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대통령 국정 운영 보좌 체계를 빈틈없이 하기 위해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외교안보 TF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수현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정책 TF 단장을 맡아 일정 등 정책 관련 내용을 보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을 인선하기 전까지는 대선 캠프 자문그룹으로 구성된 TF에서 안보위기 대응, 민생 안정 과제 등을 챙기고 있다는 취지다. 각 TF에는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전문가 자문그룹 10여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주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의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에선 기존 자문그룹 외 전·현직 관료 등으로 후보를 확대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와 경제는 국가 전체의 자원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각 부처(인사)와 같이 조율하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청와대와 내각 외교안보 라인 인선을 놓고 후보자가 많아 교통정리가 잘 안 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로 안보실장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안보실장 후보로는 정 전 대사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내정설이 흘러나온 문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전화 받은 것 없다”고 말했고 정 전 대사와 위 전 대사도 “들은 이야기 없다”고 밝혔다. 정책실장으로는 김용익 전 의원과 민주당 성경륭 포용국가위원장, 경제관료 출신인 김동연 아주대 총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인수위원회를 대신해 새 정부 국정 방향과 목표를 수립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대선 공약을 점검해 임기 내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분류하는 업무를 맡는다. 자문위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민주당 경선 후보들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관련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정상과 연쇄 통화를 하면서 외교안보 현안 대응에 나선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 후보군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 주변 4강 정상과 통화 마무리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나올 수 있도록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조기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7월 7일부터 이틀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 취임 시 친서를 전달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 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의 주변 4강 특사단 구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도 한국에 보낼 대표단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장 후보에 외교관·군 출신 거론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비서실 소속이었던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폐지하고, 비서실과 안보실로 나뉘어 있던 외교안보 부처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보실로 일원화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미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들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군림하지는 않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외교안보 부처들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새 안보실장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보실장 후보로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고,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 단장 출신인 정 전 대사는 10∼12일 문 대통령이 주변 4강 정상과 통화를 할 때 모두 배석하는 등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군(軍) 출신으로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3군사령관 출신의 백군기 전 의원,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이 거론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하는 안보실 1차장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전 비서관이, 기존의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할 2차장에는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송영길 의원 등이, 국방부 장관으로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거론된다. 주미 대사 후보로는 국가안보실장으로도 거론되는 정 전 대사, 주중 대사로는 노영민 전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진성준 전 의원이 유정아 전 아나운서와 경합 끝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먼저 한 것은 처음으로 한중 관계,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를 개선하면서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고 싶은 현안이란 점을 주지시킨 것이다. 중국은 전날에도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주요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며 한중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소식통은 “사드 문제를 풀어갈 전기를 마련하고 싶어 했던 중국으로선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문 대통령의 당선을 내심 바라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에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거부감을 보인 것도 중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드 핵심 장비가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데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했을 때 중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사드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사드 보복에 대해 “국민들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재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치지 않으면서도 제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특사를 교환하고 사드 문제를 논의할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묘수를 낼지 주목된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포괄적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핵 해결 방식의 기본 원칙을 천명했다. ‘포괄적 해결’은 북한의 비핵화 전반에 대한 합의를 강조하는 의미이고, ‘단계적 해결’은 북한이 한 번에 핵 폐기로 가긴 어려우니 핵시설 동결-신고-검증-핵무기 폐기 순 식으로 각각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윤완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사진)이 1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상 포럼’에 한국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새 정부에서 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첫 사례다. 일대일로 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 대외전략으로 추진한 행사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이 갈등을 빚으면서 한국 정상과 각료를 초청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정부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중국 측이 격을 높여 초청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통’인 박 의원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참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상호 특사 교환 등에 의견을 교환했다. 박 의원은 13일 출국한다. 또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개국 특사를 포함한 외교라인 인선을 준비하고 있다. 주미대사를 지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미국 특사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특사에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러시아 특사에는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내 순차적으로 특사 파견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식을 하고 임기 5년의 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선서식은 축하공연, 의장대 행진 등이 생략된 채 20여 분간 약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이 제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안보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겠다”며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다. 안보관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고 국제사회의 북핵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과 30분 동안 첫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협력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들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북한 핵문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님의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특사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며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not just good ally but great ally)’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늦어도 6월 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잇달아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나는 한국과의 중한 관계를 계속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 결과 의결에 따라 문 대통령은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홍은동 자택에서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통화로 전방 경계태세를 보고받았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핵 포기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잇달아 보도했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보도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김정은을 미국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도 하지 않을 방침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4가지 노(No)’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공하지 않으며 △남북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안을 받고 미국에 대북 경제원조 등을 촉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앞서 교도통신도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측에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현실적인 제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에선 북-미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더 많은 만큼 당장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8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시점이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되면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북-미 간에 실제로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전통적인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도 제대로 모른 채 얼마든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워싱턴 외교가에선 없지 않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0억 달러 청구서,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 발언 등에서 보듯 트럼프는 최측근 참모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르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엔 일본 정부와 언론을 통해 김정은의 속내를 떠보는 기습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 수잰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 연구원 등 미국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2’(민관) 회동이 열리고 있다. 과거처럼 국무부는 “트랙 2 회동은 미 행정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최 국장과의 회동 결과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남의 성과에 따라 북-미 대화 모드가 한동안 이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한국 정부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일축하면서도 자칫 우리가 배제된 채 북-미 간 모종의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이날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북한 문제와 관련한 빈틈없는 공조를 지속해 오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과 한반도 관련 언급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북핵 문제를 임기 초반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는 뚜렷하지만 세부 구상과 언급 등 전술적 수단들이 시시각각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해 기존 압박 기조에서 양극단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세제 등 주로 경제 이슈에 대해 언급하다 인터뷰 후반부에 갑자기 이 발언을 내놓았다. ―그동안 개인적 인연을 중시해 왔고 각종 협상도 이를 기반으로 해 왔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협상하는…. “오늘 긴급 뉴스 하나 나오겠네. 긴급 뉴스로 보도할 것인가?”(웃음) ―답변에 따라 가능하다. “오케이. 지금 우리는 (북핵과 관련해) 해야 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처해야 할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김정은)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다. 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3일 만난다. 난 중동 평화를 원한다. (중략) 그래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자신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 (북-미 대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인가. “우리는 김정은이 자기가 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도록 방치할 수 없다.” ―당신의 생각은…. “(질문을 자르고) 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적절한 환경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뉴스 나왔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내지 않았을 북-미 대화 카드를 공개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사업가 시절 경험을 부각시킨 재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과의 대화 카드는 트럼프가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일회성 돌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발언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한 축인 ‘최고의 개입’의 첫발을 뗀 셈이 됐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대북 군사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가 전날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지칭한 것도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이날 발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선 “이렇게 나오는데도 핵 도발을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중국엔 북-미 대화 카드도 갖고 있으니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한 것도 북-중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외교부는 2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는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략적 셈법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시하는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 ‘트럼프 쇼크’가 5·9대선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은 비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 문제를 넘어 한미동맹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한미동맹 및 사드 배치 논란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면합의 밝히라는 문재인약정서 2급비밀… 美동의 없이 일방공개 못해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문제는 경제 문제가 됐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 측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약정서를 공개해 이면 합의 의혹을 해소하자고 주문했다. 군 당국은 사드 비용 부담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는 ‘미국은 미국 군대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미국에 부지·전기 등 기반시설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미국이 비용 부담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비준 등을 이유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 공식 논의하게 되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새 정부에 대한 ‘기선 제압’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장광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 여론 달래기용’이라고 이미 말했는데 국회가 다시 쟁점화할 필요가 있느냐”며 “국회에서 논의하면 미국이 SOFA 규정에도 없는 비용 부담을 더 강하게 요구할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약정서 공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3월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공동실무단을 출범시키며 만든 약정서를 2급 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것. 한국 정부가 트럼프 요구에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약정서는 문구 하나하나를 당시 백악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작성된 것”이라며 “미국도 ‘사드 청구서’를 보낼 근거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한국이 감정적으로 약정서를 공개했다가는 미국이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고, 향후 대미 협상력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셰일가스 수입하자는 홍준표트럼프 요구 수용 전제… 담판용 카드론 미흡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에 대항할 카드로 내놨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스 중 일부를 미국 수입으로 대체해 사드 비용 분담 문제를 상쇄한다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부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 전략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카드’는 정부가 올해 1월 이미 쓴 카드다. 정부는 1월 미국산 셰일가스를 비롯해 대미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셰일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는 민간기업인 SK E&S와 GS에너지도 각각 220만 t, 60만 t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매년 들여올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으로 줄어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2019년 기준 약 2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무역 적자가 일부 해소되는 셈이지만 에너지 수입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드 비용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담판용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 수입의 5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셰일가스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에너지는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가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럴바엔 사자는 유승민문제는 가격… UAE 2조, 카타르는 7조원 들어 현재까지 사드 구매를 결정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로 파악된다. UAE는 2011년 말 미 정부와 사드 2개 포대의 구매 계약을 대외군사판매방식(FMS)으로 체결하고, 장비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카타르도 2개 포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도입(구매)을 추진하면 미국은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2015년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미사일을 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적대국들이 있는 한국과 중동은 사드를 시급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UAE는 발사대 10여 대와 탐지레이더(AN/TPY-2) 2대, 요격미사일 100여 기 구입에 19억6000만 달러(약 2조2300억 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2개 포대에 레이더 1대와 요격미사일 50여 기, 후속 군수 지원을 추가해 도입 가격이 65억 달러(약 7조4000억 원)로 치솟았다고 한다. ● 국회비준 필요하다는 안철수조약 아닌 ‘이행행위’… 비준 대상인지 불분명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요구 발언 직후 “우리가 부담할 일 없다. 원래 체결된 합의대로 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 당국이 이미 합의한 만큼 재협상은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드 비용을 문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현실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재차 사드 비용 문제를 언급하자 안 후보 측도 태도를 바꿨다. 안 후보 측 김근식 정책대변인은 “1조 원 이상을 (사드 비용으로) 공식적으로 달라고 하고,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간 합의를 파기함에 따라 새로운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미 측이 사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설령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없다. 미 측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한다고 해도 이것이 국회 비준 대상인지도 분명치 않다. 헌법 60조 1항에는 국회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한해 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미 측의 사드 배치는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이행 행위’이지 조약이 아니어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외교안보 당국의 의견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동맹국에 무기를 배치하고 나서 비용을 받아간 전례가 없다”며 “우리가 국회 비준 얘기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차분히 지켜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도로 가져가라는 심상정돈 문제로 배치 번복땐 동맹 단절까지 각오해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미국이 사드 비용 분담을 고집할 경우 “돈 못 내겠으니 사드 가져가라고 해야 당당한 대한민국”이라는 과격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적 이해만 따져 사드 배치를 번복할 경우 외교 안보적으로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 핵위협을 억지할 한미동맹의 상징인 사드 배치를 ‘돈 문제’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사드 외 다른 대안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관한 이견 때문에 한미 양국이 결정한 북한 핵·미사일 대응 조치가 번복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안보적 자충수라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드 철수는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할 주요한 협상카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로 한미동맹의 핵심 합의가 번복되는 걸 확인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대한(對韓) 군사 압력의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실장은 “사드 배치 번복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동맹관계 단절까지도 각오해야 할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관련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문병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