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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동안 사용했던 각종 물품을 일반인이 가까이 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교황방한위원회 측은 18일 “시복식에 사용된 성작(미사 때 포도주를 담는 잔) 등 교황이 사용한 성물은 기념물이기 때문에 박물관 등에 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순교자 시복식’에서 사용된 대형 십자가는 경기 용인 성직자 묘지로 옮겨진다. 교황이 시복식 때 앉았던 의자는 서울 절두산순교박물관이나 서울 서소문역사공원 내에 건립 추진 중인 교회 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방한위는 “교황이 입었던 제의는 선물로 드려 바티칸에 갖고 가셨고 시복식 제대는 해체한 뒤 목재가 필요한 각 성당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교구 역시 18일 “교황이 15일 성모승천대축일과 17일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사용했던 성작과 제의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라며 “아직 장소나 보관 방식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교황은 방한 동안 기아자동차의 쏘울(배기량 1600cc)을 의전차량으로 사용했다. 해당 차량은 임대된 것이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돌려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상징성을 고려해 내부 전시하는 방법과 한국 천주교에 기증하는 방법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교황청 요청을 수용해 향후 쏘울 광고나 판촉에 ‘교황 의전차량’이라는 문구나 내용을 삽입하지 않기로 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정세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받은 첫 선물은 전통 한복 팔 토시와 경주 최부잣집의 옥묵주였다. 이 선물은 방한 첫날인 14일 교황이 대사관에서 가진 개인 미사 때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팔 토시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선물. 이 씨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의 방한 소식을 듣고 존경과 환영의 마음을 담아 직접 팔토시를 만들었다. 명주솜을 넣어 겨울에 보온용으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볼 때 사용하도록 했다. 이 씨는 “처음엔 밍크와 비단을 이용해 고급스럽게 만들었다가 교황의 검소함에 대한 얘기를 듣고 흰색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옥묵주는 경주 최부잣집의 14대 외손녀인 원혜성 씨가 준비한 선물이다. 집안에서 대대로 보관해 내려오던 옥을 깎아 만들었다. 묵주와 함께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 최부잣집의 가훈과 나눔의 정신을 적은 편지를 함께 전달했다. 원 씨는 현재 가톨릭 세례를 받기 위해 교리를 배우는 중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광화문에서 사상 최대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이 1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시복(諡福)은 순교자 등 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을 복자(福者)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선포하는 행사로 한국 천주교 초기(1791∼1888년) 순교자 124명이 그 대상이다. 시복식은 미사에 시복예식이 포함된 형태로 치러진다. 이번 행사에는 공식 초청된 신자 17만 명을 포함해 50만∼10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천주교는 5월부터 전국의 신자로부터 참여 신청을 받은 뒤 교구 및 성당별로 신자 수에 따라 인원을 할당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엄정희 씨(57·여)는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행운을 얻었다. 9일째 기도를 드리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풍암동 성당에서 16일 새벽 출발한다는 오인철 씨(47)는 “오전 5시 20분까지 입장해야 해 힘든 일정이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체 분배 봉사자로 뽑힌 김영춘 씨(67)는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봉사 자격을 얻었다. 교황께서 직접 축성하신 성체를 신자들에게 건넨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시복식에 앞서 사전행사에서 교황은 서울광장부터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까지 퍼레이드를 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헌정곡인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약 8분 동안 연주한다. 시복식의 하이라이트인 시복예식은 미사 초반 참회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이뤄진다. 우선 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 주교가 교황에게 시복을 청한다. 이어 로마 주재 시복 건의 청원인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신학원장)가 순교자 124위의 업적과 시복 의의를 담은 글을 읽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원을 받아들여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라 부르고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하도록 허락한다”는 시복문을 낭독한다. 이어 124위 순교자를 그린 그림이 제막되고, 안 주교가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교황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복예식을 마친다. 이후 미사는 △말씀 전례 △강론 △성찬 전례 등 일반 미사와 유사한 순서로 진행된다. 마침 예식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제대 양옆으로 설치된 600인치 크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복식이 중계된다. 행사장 곳곳에 300∼400인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타워 23개가 설치됐고 인근 건물 16곳의 대형 스크린에서도 시복식을 볼 수 있다. 장비 일부는 삼성전자가 기부한 것이다. 광화문 일대 도로 주변 행사구역에는 출입구 13개가 설치되며, 나머지 부분은 높이 90cm의 방호벽으로 둘러쳐진다.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총기나 흉기 등의 반입이 원천 봉쇄된다. 입장이 완료되면 행사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행사장 근처에서는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행사장 내부와 교황 이동 경로에서의 돌발 상황 방지를 위해 무선통신 방해 전파가 사용된다. 이번 시복식은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규모 이벤트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당시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린 여의도광장에는 약 65만 명의 신도와 일반인이 모였다. 앞서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미사와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에도 약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다.[?]용어설명:: 자비송 :: 천주교 미사의 참회예식 때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바치는 기도 :: 청원 ::개인이나 공동체의 특별한 지향이 이루어지도록 하느님께 비는 것:: 말씀전례 ::하느님의 말씀에 성경을 읽고 들으며 찬미 드리는 예식 :: 성찬전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 기원을 둔 예식. 빵(제병)과 포도주를 준비하고, 이를 축성하는 감사기도를 하고,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모시는 영성체 의식으로 구성된다 이건혁 gun@donga.com·이새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주한 교황청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김헬렌 씨(22)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뒤 첫 미사에 초청받은 일반 신자 6명 중 한 명으로 이번이 교황과의 세 번째 만남이다. “지난해 뵈었을 때는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했어요. 제가 ‘파드레’(이탈리아어로 ‘신부님’) 하며 다가서자 제 손을 잡아주셨죠.” 김 씨는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로마 성베드로 광장의 교황 일반 만남 시간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마음을 담아 즉석에서 그린 태극기를 교황에게 들어 보였다. 교황은 나흘 뒤 발표한 부활절 메시지에 “한반도에 평화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두 번째 만남은 올해 4월 역시 일반 만남 때였다. 그는 “한국의 청소년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두 번의 짧은 만남이 계기가 돼 김 씨는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3대가 나란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사관에서 가진 개인 미사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영세자인 이승훈의 8대 외손녀이기도 하다. ‘헬렌’이라는 이름도 세례명 ‘헬레나’에서 따왔다. 그는 사진을 찍으며 “얼굴이 유난히 동그랗게 나오는 편”이라고 걱정할 때에는 또래 여대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교황님을 뵙고 한국의 상황을 전하고 싶다는 제 기도가 이뤄진 것처럼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이 나랏일에 더 관심을 갖고 기도를 한다면 평화통일도 이뤄지고 한국의 상황도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때에는 누구보다 의젓한 모습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첫 미사의 주제는 “용서하라”였다. 교황은 14일 낮 12시경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대사관 1층 소성당에서 첫 개인 미사를 드렸다. 교황은 이 미사에서 이탈리아어로 약 4분 동안 강론했다. 이날 미사의 복음 말씀은 성경 중에서도 “몇 번이나 남을 용서해야 하느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답하는 구절이었다.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강론 음성파일에서 교황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용서를 청할 때, 또는 용서를 청하지 않을 때라도 내가 얼마나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지 그것을 생각하면서 용서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용서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또 “하느님은 우리를 조건 없이, 잣대를 재지 않고 용서해 주신다”며 “잣대 없이 용서하는 마음, 그리고 그 은총을 우리에게도 내려주시기를 청한다”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교황께서 오랜 비행 때문인지 초반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도 있었지만 강론을 하시면서 점점 청년 같은 목소리와 태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미사는 약 40분 동안 진행됐으며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미사 예식을 드렸다. 교황의 강론은 한국어로 통역됐다. 교황의 개인 미사에는 일반 신자 6명과 대사관 직원 등 20명만 참석했다. 성당은 전체 규모가 20석이 채 안 된다. 교황은 오전 11시 반경 대사관에 쏘울 자동차로 도착했다. 검은 가방을 왼손으로 직접 들고 차에서 내린 교황은 마당에서 기다리던 직원 및 신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교황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해 주기도 했다. 아버지 품에 안긴 갓난아기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아기의 손을 잡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 신혜선 씨(58)는 “‘할아버지 신부님’을 뵙는 것처럼 따뜻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집안 어른을 맞이하는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황님을 만났다”고 전했다. 교황의 겸손하고 소탈한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은 마당에서 신도들과의 인사가 끝난 직후였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려던 교황은 쏘울 차량의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 교황은 방향을 틀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운전기사가 허리 굽혀 인사하며 손을 잡자 교황도 함께 허리를 숙였다.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교황의 뒤를 작은 짐가방 두 개를 든 교황청 관계자가 따랐다. 검은 서류가방과 작은 짐가방 두 개가 교황이 방한을 위해 챙겨 온 전부였다. ▼ 첫 미사 강론 요약 ▼ 용서할 때 기준이 뭐냐, 기준 없이 용서하는 것, 이것이 하느님의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두 번째도 마찬가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신다면 우리는 또 어떻게 남을 용서해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기준은 바로 우리가 용서를 받고 싶은 그 마음입니다.하느님은 우리를 조건 없이 잣대를 재지 않고 용서해 주십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 그것이 바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용서를 청할 때, 심지어 용서를 청하지 않을 때라도 내가 얼마나 용서를 받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용서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 기준 없이, 잣대로 재는 법 없이 용서해 주시는 그 용서의 마음, 그리고 그 은총을 우리에게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에 앞서 첫 한국어 인사말을 내놨다. 13일 오후 5시 반경 교황의 개인 트위터 영어 계정은 이 같은 내용의 영어 트윗과 한국어 트윗을 함께 올렸다. 》 이 계정에 한국어로 글이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언어별로 모두 9개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계정은 없지만 영어 계정뿐 아니라 나머지 8개 언어 계정에도 같은 내용이 올라왔다. 교황의 트위터 팔로어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넘는다. 1984년 5월 역사적인 첫 방한을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직후 무릎을 꿇고 땅에 입맞춤을 하는 친구(親口)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곧바로 이어진 연설에서는 또렷한 한국어로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에서의 첫마디를 어떻게 뗄지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친구(親口)는 없어…평소와 같은 옷차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브라질을 방문했고 올해 5월 요르단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을 순방했다. 두 번의 방문에서 모두 땅에 입맞춤하는 친구는 행하지 않았다. 이번 방한에도 친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앞선 두 번의 방문에서도 모두 평소 입는 흰색 수단에 은제 목걸이를 하고 검은색 신발을 신었다. 로마를 떠날 때는 관례를 깨고 직접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어 화제를 모았지만 방문국에 도착할 때는 직접 가방을 들지 않았다. 두 번의 방문 모두 비행기 트랩 바로 아래에 화동(花童)이 기다리고 있다 교황에게 꽃을 선사했고 교황은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했다. 브라질 방문 당시에는 약 5분간 공항에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걸으며 활주로에 나온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중동 순방 때는 요르단 군을 사열했다. 진정한 ‘프란치스코 스타일’이 드러나는 것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다. 브라질 방문 때는 공항을 나와 시내로 진입한 교황의 차가 길을 잘못 들어 이를 따라잡은 군중이 교황의 차를 둘러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차 안으로 내민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사람들을 반겼다.○ “여러분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제가 여기 들어와 여러분과 함께 한 주를 보내도록 허락을 구합니다. 제겐 금도 은도 없지만 제게 주어진 가장 값진 것, 주님과 함께 이곳에 왔습니다.” 지난해 브라질 방문 당시 첫 연설에서 교황이 한 말이다. 해외 언론은 “교황의 겸손함이 브라질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쉬운 말로 연설하며 군중을 사로잡는 특유의 연설 스타일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에서 했던 첫 연설에서는 과거 요르단을 방문했던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를 언급하며 “이들의 족적을 따라 요르단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번 방한 때도 과거 한국을 방문했던 요한 바오로 2세를 상기시키는 발언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 첫 연설에서는 한국을 방문한 이유와 목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요르단 방문 당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과 시리아 위기에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4일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의 방한 기간 중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한다. 그렇다면 해외 순방 등 특별한 일정이 없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해외 언론에 등장한 그의 일과를 종합해 보면 매우 규칙적으로 하루를 지내는 편이다. 교황의 일과는 이른 새벽인 오전 4시 반경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시작한다. 교황은 즉위 직후 교황 관저 대신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던 이곳을 거처로 정했다. 검소하고 소박한 프란치스코 스타일이 드러난 선택이었다. 교황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도와 묵상이다. 오전 5시에서 7시까지 기도를 하며 매일 아침 집전하는 미사의 강론을 준비한다. 교황이 집전하는 오전 미사에는 일반 시민들도 신청하면 참례할 수 있다. 미사를 마친 뒤 교황은 일반 신자나 교황청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미사를 마친 뒤에는 아침 식사를 한다. 교황의 측근인 기예르모 카르헤르 몬시뇰은 온라인 가톨릭 전문지 스페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침 식사 직후에는 그날 있을 일을 얘기한다. 아르헨티나의 각종 뉴스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을 경우 교황은 오전 내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거나 편지에 답장을 쓰는 등 업무를 처리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이 시간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신자들을 알현한다. 점심 식사 뒤에는 휴식이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상 시간은 역대 교황보다 1, 2시간 빠른 편. 그 대신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쉬는 시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이 고향에서의 습관대로 시에스타(낮잠)를 즐기는 것. 특별한 일정이 없을 경우 오후 역시 업무의 연속이다. 주로 업무와 관련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오후 7시 이후에는 묵주기도와 저녁기도를 바치는 등 주로 기도로 시간을 보낸다. 정식 업무시간은 아니지만 관련 서류를 추가로 검토하기도 한다. 교황은 오후 10시경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 사회복지사가 치매 노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을 듣던 노인들은 몸을 들썩이고, 웃고, 울며 내면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올드팝 멜로디는 노인들을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데려가는 희망의 주문이다.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개막작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다. 25∼31일 열리는 올해 EIDF 주제는 ‘다큐, 희망을 말하다’. 서울 종로구 상명대, 서울역사박물관을 비롯해 상영관 5곳에서 23개국 작품 50편을 상영한다. 이 중 36편은 TV에서도 볼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TV로 방영한 작품에 한해 홈페이지(www.eidf.org)에서 일주일간 무료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 행사의 주제대로 희망을 얘기하는 작품이 많다. ‘아리엘’은 밀가루 반죽 기계에 다리가 절단된 후 자신만의 의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10년 세월을 담았다. ‘사랑을 믿나요?’는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도 수십 년간 중매쟁이로 일한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중동 지역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을 담은 다큐도 여러 편 상영한다. ‘홈스는 불타고 있다’는 시리아 축구 국가대표 출신 청년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하는 궤적을 따라간다. ‘포인트 앤 슛’은 자전거 여행 도중 리비아 반란군에 가담해 무장투쟁을 하게 된 미국인 매튜가 주인공이다. ‘도시와 건축’ 분야에서는 ‘마이크로토피아’를 포함해 건축 다큐 4편을, 올해 신설된 ‘패션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관련 다큐 3편을 상영한다. 26∼28일 상명대에서는 대학생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다큐 아카데미 ‘독 캠퍼스’, 27∼29일 서울 강남구 EBS 스페이스에서는 EIDF 심사위원이 강사로 나서는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다. 30일 오후 7시 반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반군들로부터 세계적인 희귀종인 마운틴고릴라 서식지 비룽가를 지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룽가’를 야외 상영한다. 각 상영관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된다. 무료∼5000원.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에서 천주교서울대교구 사무처 차장인 김환수 신부와 MBN 김희경 앵커가 진행을 맡는다. 시복식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 중에서도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 등 100만 명 이상이 운집할 예정이다. 시복식 미사는 라틴어로 진행되며 사회는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한다. 김 신부는 현재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을 진행하고 있다. 김 앵커는 현재 MBN 주말 뉴스와이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한편 시복식 응급의료 지원기관으로 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 8곳이 확정됐다. 응급의료 지원기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등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에서 앰뷸런스를 이용해 최소 5분에서 15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병원으로 선정했다. 지원 병원은 시복식 당일 응급 의료인력을 추가 배치하며 중환자실 침상 최소 1곳을 비워놓을 예정이다. 현장에는 현장 응급의료소 25곳이 설치되며 24시간 현장응급의료 상황실이 운영된다. 교황과 수행원 응급의료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총괄 조정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BBC 드라마 ‘닥터후’의 팬 이벤트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컨벤션센터는 닥터가 불시착한 외계 행성을 연상시켰다. ‘닥터후’ 홍보 포스터가 붙은 기둥 앞에선 붉은색 모자와 목도리, 나비넥타이로 지난 시즌 닥터의 복장을 따라 한 팬이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닥터의 우주선 타디스를 표현한 다른 팬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그 옆에서 둥근 헬멧에 긴 노즐을 달아 드라마 속 외계인 달렉을 그대로 재현한 소품을 한 남성 팬이 꺼내자 주변에서 탄성이 터졌다. 닥터의 무기인 ‘소닉 스크루드라이버’를 들고 연신 특유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던 최태웅 씨(19)는 “오전 5시부터 공항에 가서 닥터와 클라라가 입국하길 기다렸다. 사인도 받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수염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그려 닥터의 적 중 한 명인 마스터 분장을 한 정하늘 씨(24)는 “이렇게 팬들끼리 모인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닥터후’ 시즌8 방영을 앞두고 열린 것으로 런던, 시드니 등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이 유일하다. 닥터후는 1963년 처음 방영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SF 드라마다. 닥터후 팬들을 가리키는 ‘후비안’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전 세계에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당초 팬 미팅을 영화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장소가 좁다”는 팬들의 항의에 변경됐다. 1000여 장의 무료 입장권은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동났다. 팬 미팅 전 만난 닥터 역의 피터 카팔디(56)와 여주인공 클라라 역의 제나 콜먼(28)은 한국 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들은 “팬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반겨줘 우리가 마치 비틀스의 멤버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카팔디는 이번 시즌에 새로 등장하는 닥터다. 극중 닥터는 수명이 다하면 죽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몸과 인격으로 다시 태어나는 ‘재생성’을 한다. 카팔디는 1963년 이래 12번째로 닥터 역을 맡았다. “제작진에게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20분 넘게 그저 웃기만 했어요. 제가 닥터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카팔디) 어릴 때부터 닥터후를 봐왔다는 카팔디는 “10대 때 닥터후 제작진에게 팬레터를 보내 닥터후의 실제 대본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게 내가 처음 만져본 진짜 대본이었고 그 무렵부터 배우의 꿈을 꿨다”고 했다. “이전 시즌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추격 장면이 많아요. 심지어는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촬영했어요. 촬영 내내 아홉 살 소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두 배우는 새로운 닥터가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성격이 급하고 호기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즌 7부터 클라라 역을 맡은 콜먼은 “카팔디는 중후한 외모지만 소년 같은 눈빛을 지녀서 이런 역할에 딱 맞다”고 했다. 이날 팬 미팅 참석자에게만 공개된 첫 번째 에피소드 ‘딥 브레스(깊은 숨)’에서는 산업혁명 시대의 런던 한복판에 공룡이 나타나는 등 닥터후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팬들은 닥터후의 주제가가 나오자 큰 소리로 환호하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50년이 넘도록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닥터후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드라마다. 갈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무한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소진될 수 없다. 닥터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콜먼) “일상에서 탈출해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괴물과 농담과 눈물과 웃음이 있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카팔디) 시즌8의 국내 첫 방영은 24일 오후 8시 반 BBC엔터테인먼트 채널에서 이뤄진다.:: 닥터후 ::올해 51주년을 맞은 SF 드라마로 외계인인 타임로드 종족 닥터와 그의 동료가 함께 공중전화박스 모양의 우주선 타디스를 타고 전 은하와 시간대로 시공간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방영이 중단됐다 2005년 시즌1이라는 이름을 달고 재개됐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57·사진)이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해 지상파에 유리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최 위원장은 6일 오전 SBS ‘나이트라인’에 나와 ‘노골적인 친(親)지상파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를 약 5분간 설명했다. 4일 발표된 이 정책과제는 광고총량제 도입, 다채널 방송서비스(MMS) 도입,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 활성화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강력히 요구해온 세 가지를 모두 담고 있어 “중소 매체와 시청자들은 무시하고 지상파에만 지나치게 경도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80%를 제작해오고 있는 지상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상파 UHD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앵커의 말에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려면 재원이 든든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정책과제를 발표한 4일 밤에도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지상파가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여 년 전에 비해 거의 50% 가까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상파 우호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통위는 “최 위원장의 방송 출연은 2, 3주 전 결정된 것이며 KBS와 SBS 외에 다른 채널에도 출연했다”고 해명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원장은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자리”라며 “공청회 등 업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전에 (정책을 발표하고 지상파 프로에서 홍보한 점은) 섣불렀다. (지상파를 편애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가 공영성과 공정성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사 이익을 대변하는 데 뉴스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자사 이기주의이자 전파의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헤비메탈의 핵심은 헌신이다. 나는 공연마다 모든 것을 쏟으려 노력한다. 이것이 나의 원동력이며 내가 가장 편안하게 공연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다.” 밴드 ‘블랙 사바스’의 보컬이자 ‘헤비메탈의 전설’ 오지 오즈번(66)이 9, 10일 열리는 록 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를 통해 1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02년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가진 이래 두 번째 방한이다. 9일 무대에 서는 그는 미리 보낸 e메일 질문지에 5일 답을 보내왔다. 과거에는 공연 도중 살아있는 박쥐 머리를 물어뜯고 동물의 피를 쏟는 기행을 일삼았던 오즈번이지만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무난한 일상을 전했다. “블랙 사바스의 16개월 월드투어를 막 마치고 쉬는 중이다. 지루하게 들리겠지만 오전 8시에 일어나 이를 닦고 커피를 마시고 1시간쯤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1970년 블랙 사바스의 리드 싱어로 데뷔한 오즈번은 약물 문제 등으로 1979년 밴드를 떠났지만 재결합해 지난해 새 앨범 ‘13’을 내놨다. 그는 “블랙 사바스의 새 앨범을 정말 사랑한다. 사바스 투어도 환상적이었다”며 밴드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솔로 앨범녹음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밴드 활동에 비해 내 인생엔 그렇게 많은 목표가 남아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게는 열정이 있고 관객이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무대에 오를 거다.” 오즈번은 랜디 로즈, 잭 와일드 등 좋은 기타리스트를 발굴해내기로 유명하다. 그가 밴드와 솔로앨범을 통틀어 세계적으로 1억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솔로로 참가하는 이번 무대에는 그리스 출신의 기교파 기타리스트 거스 지와 함께 선다. 그는 거스 지에 대해 “훌륭한 기타리스트의 조건은 쇼맨십과 스킬”이라며 “거스 지도 그런 면에서 훌륭한 기타리스트다. 한국 관객들이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즈번은 또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돼 정말 흥분된다. 내 무대는 관객들의 반응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무얼 연주할지 확정하지 않았지만 한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라면 뭐든지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자신의 트위터엔 “이번 토요일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모두를 보게 되길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관객이 내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관객들은 어느 노래에서나 ‘떼창(sing-along)’을 시도해도 된다. 한국 관객들이 미친 듯 즐긴다면 나도 미칠 것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뜨는 하위 장르가 셰어하우스다. 셰어하우스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집에서 사는 주거 형태다. 케이블 채널인 올리브TV의 ‘셰어하우스’와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도시의 법칙 in 뉴욕’은 모두 연예인 여러 명이 한 집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이미 큰 인기를 끌었던 장르인데, 국내로 넘어오면서 구체적인 형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했다.○ 경쟁보다는 협력 최초의 셰어하우스 리얼리티 프로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 방영된 ‘빅 브라더’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집에 젊은 남녀 출연진이 24시간 함께 살며 출연진을 한 명씩 투표로 제거해나가는 서바이벌 프로다. 약 70개국에 포맷이 수출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의 인기 리얼리티 ‘로프트 하우스’ ‘세입자들’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다. 출연자들의 경쟁이 중심을 이루는 해외의 셰어하우스 리얼리티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협력을 강조한다. ‘도시의 법칙…’에선 출연자들이 뉴욕에서 무일푼으로 생존하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룸메이트’는 출연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일본과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룸메이트’의 박상혁 PD는 “한국 시청자는 리얼리티를 주문하면서도 진짜 리얼한 모습은 불편해한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정서에 출연진 간 경쟁구도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갈등보다는 ‘힐링’ 미국의 대표적인 셰어하우스 리얼리티 프로는 ‘더 힐즈’(2006∼2010년)와 ‘저지 쇼어’(2009∼2012년)다. 둘 모두 친구 사이인 거주자들이 함께 살며 겪게 되는 다툼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더 힐즈의 로런 콘래드와 하이디 몬태그는 공개 석상에서 서로에게 비난을 퍼부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고, 저지 쇼어에서는 출연자들 간에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일부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일부러 다툼을 부추겼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정반대다. 집은 외부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다. ‘셰어하우스’ 제작진은 “1인 가구가 많아졌지만 함께 밥을 먹는 ‘식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프로에는 디자이너 김재웅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개인사를 털어놓고 위로받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룸메이트’ 제작진은 ‘하우스 셰어’ 대신 한 가정에서 산다는 ‘홈 셰어’라는 신조어를 내세웠다.○ 일반인보다는 연예인 일반인이 출연하는 해외의 셰어하우스물과 달리 한국의 셰어하우스 프로에는 연예인이 등장한다. ‘도시의 법칙…’엔 배우 김성수 이천희와 가수 존박, ‘룸메이트’엔 가수 신성우와 모델 이소라, ‘셰어하우스’엔 가수 손호영과 이상민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의 시청자들은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과 개인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나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연예인은 ‘직업 상 하는 일’이라고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르면 연내에 시청자들은 ‘1박2일’ ‘무한도전’ ‘런닝맨’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인기 프로그램을 볼 때 현재(약 6분)보다 두 배가량 길게 광고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주말 드라마나 평일 미니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형별로 광고 시간을 제한해온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4일 발표한 ‘3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에는 △연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 △이르면 내년 다채널서비스(MMS)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지상파를 위한 8월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광고에 날개를 달아줘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1시간에 토막 광고 3분, 프로그램 광고 6분, 자막 광고 40초 등 유형별로 광고 시간을 제한받고 있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이 높아 광고 단가가 비싼 프로그램 앞뒤로 광고를 많이 배치할 수 있다. 현재 광고총량제가 적용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 내에서 광고를 편성한다. 이 기준을 따른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에 최대 12분간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 수입이 현재보다 1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상파 방송사 위주의 규제 완화는 광고시장 독과점을 고착화할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에 지나치게 경도된 정책이라는 여론에 방통위는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의 숙원인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시청자 권익 침해라는 비판이 많았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는 이를 의식한 듯 “지상파의 중간광고는 시청자들에게 주는 영향이 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채널 더 늘어날 듯 방통위는 ‘지상파 일병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떨어져 방송콘텐츠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과거에는 강력한 시청률로 광고시장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취약한 매체로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체 방송광고시장 중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들의 점유율이 2012년 기준 70.6%에 이르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상파=취약 매체’라는 공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방통위가 당장 내년에 지상파 MMS를 허용하면 방송시장 독과점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지상파는 MMS를 통해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고도 1개 채널을 4개까지 늘릴 수 있다. 방통위는 광고가 없는 무료방송 형태로 MMS 실시를 검토할 방침이지만 EBS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의 생각은 다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일단 MMS가 허용되면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비용 등을 이유로 광고 송출을 요구하는 것은 자명한 수순”이라고 꼬집었다.○ 부처 간 불협화음에도 지상파 편들기 방통위는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방송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했다. 지상파의 UHD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이 주파수 대역에 최소 54MHz 폭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48MHz 폭밖에 남아 있지 않다. 방통위는 2012년 1월 이 대역의 총 108MHz 폭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키로 의결한 상태다. 20MHz 폭은 최근 국가재난안전통신망 할당이 유력해졌다. 방통위는 “재난안전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으니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확보해 둔 주파수 대역을 뺏길 소지가 생긴 이동통신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엇박자로 가고 있다. 주파수 신규 배분 및 재배치 권한을 가진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이 1일 “정책 결정을 쉽게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통위 방침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한 바 있다.:: 광고총량제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시간만 제한하고, 개별 광고당 시간과 횟수 유형 등 세부사항은 방송사에서 자율로 정하는 제도:: 다채널방송서비스(MMS·Multi-Mode Service) ::데이터 압축기술을 통해 현재의 1개 방송 주파수 대역(6MHz 폭)을 여러 개로 나눠 최대 4개 채널을 동시에 전송하는 방송서비스::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 ::현재의 고화질(HD)TV 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초고화질 해상도를 지원하는 방송 서비스한정훈 채널A 기자 existen@donga.com이새샘·황태호 기자}

일본 도키메키 출판사는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처음 방영된 2003년 설립돼 이듬해 첫 한류 무크지(잡지와 책의 중간 성격인 비정기 간행물)를 냈다. 이후 대표적인 한류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해 다양한 분야의 한류 무크지를 내왔지만 2012년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경영난을 겪기 시작해 올 5월 문을 닫았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교수(일문전공)는 이 출판사를 중심으로 일본 한류 무크지의 동향을 살핀 논문 ‘일본 무크지를 통해 본 한류의 전개와 특징’에서 “일본은 영화나 드라마를 소비할 때 활자매체와 함께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 무크지는 한류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방영이 결정되면 드라마 가이드북, 메이킹북, 예습북, 만화, 모바일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관련 무크지가 나오는 식이다. 이 논문은 2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센텀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최용철) 한류학센터 개소 기념 국제학술대회 ‘한류 3.0을 위한 콘텐츠 이노베이션’에서 발표됐다. 도키메키 출판사의 첫 무크지는 2004년 4월 겨울연가의 주연배우 배용준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를 다룬 ‘사랑해! 한국드라마’였다. 이후 ‘신 사랑해! 한국드라마’로 이름을 바꿔 발간되다 올 1월부터는 출판사를 옮겨 ‘사랑해 한국드라마 GOLD’라는 제목으로 나오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된 후 한국 사극이 인기를 끌자 2008년부터는 사극 전문 무크지 ‘한국드라마 시대극왕’이 출간되기 시작해 2012년 8월까지 총 23권이 나왔다. 독자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지면서 드라마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스케치하고 관련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등 한국 문화 전반을 다뤘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일본에서 히트한 뒤 2011년 배우 장근석과 케이팝, 젊은 한류 스타를 소개하는 ‘신세대 매거진’ ‘한류드라마 카페’ 등이 발간됐지만 1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얼어붙자 지난해부터 이 출판사는 배용준 관련 무크지만 냈다. 이즈미 교수는 “한류 무크지가 쇠퇴한 데는 한국 기획사들이 초상권 문제로 배우들의 사진 사용을 막거나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는 등 제작 여건이 악화된 점도 작용했다”며 “무크지가 한류의 인기를 견인해온 측면도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이스라엘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자 2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한류가 서로 다른 종교·민족 간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 ‘인도네시아의 한류 팬과 이슬람’, 일본 내 ‘혐한류’가 ‘반한’으로 발전했다고 본 ‘한류-일류. 대중문화 교류는 미래를 열 수 있는가’ ‘한류드라마의 반일 묘사와 일본 여성 한류 팬의 반응’ 등의 논문도 발표됐다.부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매주 한 번 서울 광화문 인근 도심이 콘서트장으로 변신한다. 2일 밤 12시 20분 처음 방송하는 채널A ‘광화문 콘서트’는 매회 가수 한 명이 출연해 10여 곡을 부르는 100%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박경림이 진행을 맡았다. 7월 20일 사전녹화된 첫 회에는 가수 변진섭이 출연해 ‘홀로 된다는 것’ ‘너에게로 또다시’ ‘새들처럼’ 등 히트곡을 불렀다. 제작진은 “15∼20년 경력의 프로그램 전속 밴드를 두고 가수가 완벽한 음향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안방에서도 현장감을 느끼도록 5.1채널로 방송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녹화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앞 동아광장에서 진행된다. 채널A 홈페이지와 문자메시지(02-2020-3107), 현장 접수를 통해 300명까지 선착순으로 방청 신청을 받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그동안 쏟아져 나온 정리법 실용서와 이 책의 차별점은 저자의 이력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즉 강박장애를 앓아 왔다. 한마디로 정리에 집착하는 성향을 타고났다는 얘기다. 저자는 자신의 장애를 재능으로 재발견해 정리 컨설팅 회사, ‘OCD 익스페리언스’를 창업했다. 여기서 OCD는 강박장애가 아니라 정리(Organize), 창조(Creation), 훈련(Discipline)의 약자다. 모든 물건의 우선순위를 정해 불필요한 것과 지나치게 많이 갖고 있는 것을 정리한 뒤 나만의 정리 체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반복 훈련하는 것이 정리의 기본 원리다. 책은 ‘가’부터 ‘하’까지 사전 식으로 구성해 원하는 항목을 그때그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사물을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 시간 같은 추상적인 것,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OCD 정리법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삶의 모든 것을 반듯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반드시 훈련을 통해서만 정리정돈을 유지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답이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섹스를 언급한 ‘돌직구 대사’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3회에서는 여주인공 지해수(공효진)가 바람을 피운 애인에게 “엄마의 불륜 때문에 20년 넘게 섹스는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하며 다투는 장면이 나왔다. 둘은 “같이 사랑하면서 같이 안 자는 네가 정상인지 내가 정상인지” “물어보긴 뭘 물어봐? 니가 정상인 건 나도 아는데. 비정상인 건 난데” 등의 대사를 주고받았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15세 관람가 등급에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현실적인 대사”라는 의견이 충돌하며 300건에 가까운 글이 올라왔다. 고교생이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나는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다. 드라마 때문에 친구들이 ‘사귀면 자는 거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고 적었다. 10대 딸을 둔 시청자는 “‘엑소’의 멤버가 나온다고 해서 딸과 함께 보는데 결국 시청 금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반대로 “돌직구 대사가 속시원하다” “단순히 ‘섹스’라는 단어가 언급됐다고 비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드라마 제작진은 “정신과 치료를 할 때도 성이나 폭력에 대해 너무 무겁게 접근하면 오히려 치료가 힘들다고 한다. 드라마도 이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해 보자는 의도”라고 해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무라 다쿠야와 쓰마부키 사토시는 일본 남자 스타 중에서도 한국 내 인지도가 높은 배우다. 두 스타는 올여름 새 드라마로 나란히 돌아왔는데 둘 다 작품 선택에 절치부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기무라는 ‘히어로2’에서 중졸 학력의 엉뚱한 검사 구리우를 맡았다. 2001년 방영된 ‘히어로’의 속편인데, 역시 그가 주연을 맡았던 ‘히어로’의 시청률 기록은 아직까지 어떤 드라마도 깬 적이 없다. 팽팽한 얼굴로 출연했던 전성기 시절 대표작의 속편에 주름 자글자글한 얼굴로 다시 나온 건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일 거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출연작마다 흥행과 작품성 양면에서 참패해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의 선택은 현재로서는 성공적인 것 같다. 1회 시청률은 26.5%를 기록했고 2회에서 19%로 하락했다가 3회에서는 다시 20%를 넘겼다. 기무라는 아무 생각 없는 바보 같지만 실은 모든 걸 추리하고 있는 천재 구리우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얼굴에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구리우 검사 특유의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은 무리 없이 어울린다. 쓰마부키가 선택한 작품은 ‘젊은이들’이다. 1966년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사망한 뒤 도로 공사장 인부로 일하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맏형 사토 아사히로 등장한다. 데뷔 시절부터 꽃미남으로 인기를 끌어온 그지만 이 작품에서는 완벽한 아저씨다. 밥풀을 튀기며 소리를 지르고 말 안 듣는 동생에겐 레슬링 기술을 건다. 땀에 전 냄새가 풀풀 날 것 같은 사토는 애인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돈 걱정부터 하는 ‘찌질’한 남자다. 다섯 남매가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며 겪는 좌충우돌과 이를 매듭짓는 가족애가 꽤 감동적임에도 흥행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쓰마부키 외에도 에이타, 아오이 유우 등 출연진이 꽤 탄탄한데 시청률은 3회 현재 7%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쓰마부키 쪽을 택하고 싶다. ‘히어로’의 속편이라는 검증된 선택을 한 기무라를 보면 과거의 인기를 되찾기 위해 이미 써먹었던 캐릭터를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함을 느낀다. 그에 비해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영역을 넓혀온 쓰마부키의 아낌없이 망가지는 연기 도전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축구선수 손흥민과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민아 간의 열애 소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두 사람 이름을 합친 ‘손흥민아’라는 커플명까지 등장했다. 우선 활동 분야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난 경위에 관심이 쏠렸다. 걸스데이 소속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트위터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민아는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했냐. 다 사람 나름인 모양”이라며 자조적인 글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게임업체 넥슨의 광고모델이라는 인연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손흥민은 축구게임 ‘피파’, 민아의 걸스데이는 슈팅게임 ‘서든어택’의 광고모델이다. 넥슨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30일 “‘손흥민아’! 완전 축하하넥. 예쁜 사랑하슨”이라는 글과 두 사람의 광고를 합성한 사진(사진)이 올라왔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포착한 파파라치 사진에 등장한 자동차도 뜨거운 관심을 불렀다. 둘이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동차는 아우디 R8 쿠페로 대당 2억 원이 넘는다. 한 누리꾼은 “자동차만큼이나 특급 스타들의 만남”이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