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는 경찰 차벽과 경비 병력으로 완전히 둘러싸였다. 인근 세종대로와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참석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이 쳐진 것이다. 경찰은 헌재에서 100m가량 떨어진 안국역 사거리부터 시위대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막았다. 헌재 정문 바로 앞도 헌재 관계자들과 허가 받은 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약 7m 너비의 틈 외에는 전부 차벽으로 막혔다. 경찰 20여 명이 ‘신분증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세워두고 헌재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방문 목적을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돌발사고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해 헌재 관계자와 취재진, 방문 목적이 확인된 민원인 외에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대표인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80)이 헌재 정문 맞은편에 작은 천막을 치고 시위를 벌인 것을 제외하면 피켓 시위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집회 소음이 헌재 건물 내부까지 들려왔지만 헌재 주변은 오히려 평소보다 한산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경 헌재에 나와 탄핵심판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 서기석 재판관도 오후 4시 10분경 청사로 출근했다.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재판관 등 나머지 6명의 재판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초 재판관들은 이날 전원 출근하려고 했으나 헌재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재택근무를 했다고 한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최종 변론기일을 끝으로 증인 신문과 증거 채택 등 탄핵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 확정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이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은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또는 13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날은 매일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할 예정이다.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을 파면할지를 최종 표결하는 평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토론에서 찬반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 대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이 어떻게 됐는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 대통령을 통해 정부 인사에 개입했는지 등 국정 농단 사건의 사실 관계를 판단하고 이런 일들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이 종결된 뒤에도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탄핵소추위원단은 재판부에 박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근거라며 언론 기사 스크랩 등을 보충 자료로 제출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와 참고자료를 냈다.배석준 eulius@donga.com·김배중 기자}
지난해 1월 중남미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의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의류 유통업을 하던 50대 교민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는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교민 10명으로부터 수억 원어치의 물건을 공급 받은 뒤 사라졌다. 그가 발행한 수표는 모두 부도처리됐다. 1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교민은 알고 보니 한국에 있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최용훈)는 파라과이 교민을 상대로 한화 약 3억1800만 원어치의 수표 40장을 부도내고 도주한 혐의(사기)로 김모 씨(51)를 구속 기소하고 부인 A 씨(46)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가족들과 파라과이로 이민을 갔다. 그는 현지 교민들의 도움으로 의류봉제 기술을 배워 정착했다. 2013년에는 옷가게를 열고 공장을 운영하는 교민들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았다.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교민들은 김 씨에게 몰렸다. 덕분에 김 씨는 먼저 물건을 받아 판매하고 사후 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다. 처음 1년은 탄탄대로였다. 김 씨는 대부분의 상품을 판매했고 교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교민 B 씨는 김 씨에게 1억2000만 원어치의 옷을 공급했다. 김 씨는 근처에 지점까지 열었다. 하지만 2014년 말 김 씨는 거래처에 수표를 발행한 뒤 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외상장부를 들고 와 돈을 받으러 온 교민에게는 “장부 확인 뒤 돈을 줄 테니 두고 가라”고 말하고선 장부를 숨기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김 씨는 가족과 함께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과거 교민 사기범의 행선지는 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파라과이 인근 국가의 슬럼지역이었다. 국내외 수사당국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브라질을 거쳐 대담하게 고국을 도피처로 택했다. 경찰 조사 당시 스스로 경찰서를 찾은 김 씨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그를 불구속 송치했다. 보강 수사에 나선 검찰은 외교공조를 통해 현지 피해자의 진술을 직접 확보하고 수표 등 증거자료를 입수하는 등 김 씨의 피의사실을 입증했다. 확인된 피해자 또한 처음 6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잠정 피해자가 더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10일 김 씨를 구속했다. 파라과이 교민사회에서는 그가 사기로 편취한 돈이 약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6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잠정 확인된 추가 피해자만 최소 17명 이상”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씨의 혐의를 끝까지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균일가 판매점 ‘다이소(DAISO)’와의 상표분쟁에서 패소한 ‘다사소(DASASO)’ 설립자가 영업을 계속하다 벌금형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부장판사 김청미)은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모 씨(49)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오 씨는 2012년 1월 경기 용인시에 ‘다사소 동백점’이라는 생활용품과 잡화를 취급하는 소매점을 열었다. 같은 해 12월 오 씨는 ‘주식회사 다사소’를 설립했다. 문제는 오 씨가 다이소와 콘셉트가 비슷한 다사소 입간판을 세우고 다사소 상표가 표시된 가격표를 부착한 물건을 팔면서 다이소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과 상표법상 서비스표권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자 대법원은 2015년 10월 “유사 상표를 동일한 서비스업에 사용한 행위에 해당해 등록서비스표권에 대한 침해가 된다”며 다이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오 씨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그해 11월 말까지 약 한 달 동안 다사소 매장 영업을 계속했고 검찰은 결국 오 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오 씨가 법원의 확정판결로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됐음에도 상표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가 거래질서의 건강성을 해쳤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최근 직장인 A 씨는 황급히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속 ‘일면부지 인맥’을 정리했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리정철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 계정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에서 “리정철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부터 “한패 아니냐”는 막말까지 듣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A 씨는 과거 잘 알지도 못하는 리정철로부터 ‘친구 신청’이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것이 ‘죄’라면 죄였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과 단순히 아는 사이이거나 ‘온라인 친구’를 맺은 한국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결고리로 싸잡아 비난받는 ‘사이버연좌제’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앞서 국내외 언론은 암살 용의자 도안티흐엉이나 리정철 등의 SNS 계정을 공개했고, 한국인 친구(또는 SNS상 친구)와의 관계, 행적이 보도됐다. 외신은 ‘(흐엉의) 친구 65명 중 20여 명이 한국인’, ‘(흐엉은) 복수의 한국 남성과 교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리 씨 추정 페이스북 계정이 공개된 후 ‘친구’ 28명 중 7명이 한국인이라고 알려지자 이들에게 관심이 쏠렸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북한 김일성대 출신 페이스북의 리정철은 김책공대 출신 용의자 리정철과는 다른 인물이다. 또 친구 관계라 해도 대부분 친구 신청을 수락했을 뿐 관계자라는 정황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떠나 일부 누리꾼은 이들에게 유유상종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어떤 식이든 관계 맺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논리다. A 씨는 “(보도가 나간 뒤) 갑자기 시달려 당황스럽다”며 “가족들에까지 화가 미칠까 무섭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흐엉을 두 번 본 적이 있다”고 한 흐엉의 한국인 페이스북 친구 C 씨도 “그의 나이, 직업도 모른다”고 황당해했다. 사이버연좌제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태극기 집회에서 ‘휘문고 재학생’으로 알려진 고교생의 ‘탄핵 반대’ 연설 동영상이 공개됐다. 온라인에서 휘문고 학생 및 관계자들이 ‘나쁜 보수집단’으로 몰리며 논란이 일자 휘문고는 “본교 학생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정작 그 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이름을 제대로 말했는데 ‘휘문고’라고 잘못 알아들은 누리꾼들이 ‘문제’를 일으킨 셈이었다. 김정남 암살 사이버연좌제 논란은 공격 대상이 혈연, 학연을 넘어 ‘SNS 친구’로까지 번진 최초 사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폐지된 연좌제의 유습이 여전히 자의적인 차별, 배제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기준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도안티흐엉(29)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한국을 찾았고 더 많은 한국인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암살 사건의 ‘남한 기획설’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과 인연이 깊은 흐엉을 범행 실행자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22일 흐엉의 페이스북 계정 속 60여 명의 친구 중 3분의 1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들 중 일부는 “흐엉을 알고 있고 베트남에서 실제 만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흐엉은 ‘오빠 난 행복해…’라는 글을 썼는데 ‘오빠’를 한국식 발음대로 ‘oppa’로 표기했다. 한국인들이 웃을 때 쓰는 ‘ㅋㅋㅋ’ 표현을 구사하고 한국 음식인 비빔밥 사진을 올리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페이스북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흐엉이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한 남성과 만난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와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흐엉이 제주도에 3박 4일 동안 머문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한국인 S 씨(25)가 흐엉의 신원보증을 해주고 그가 제주도에서 머물 숙소를 제공했다. 두 사람은 2015년 겨울 베트남 현지에서 가이드 일을 할 때 알게 된 사이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암살 기획 단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이용해 보려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군 출신인 통일맘 김정아 대표는 “북한의 이번 암살 목표는 다른 사람도 아닌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라며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한국과 관계가 있는 외국인으로 선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미래연대 최현준 대표도 “기획 단계부터 실행자(흐엉) 체포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흐엉을 이용해 김정남 암살 후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상황을 뒤집으려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윤경 기자·김남준 채널A 기자}

김정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사진)이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나흘간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흐엉의 행적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21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흐엉은 지난해 11월 2일 중국 난팡(南方)항공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흐엉은 입국 심사에서 “한국인 남자 친구 S 씨(25)를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 흐엉이 거주 예정지로 적은 제주시의 한 오피스텔 원룸은 S 씨 어머니의 지인이 빌린 곳이다. S 씨는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고, 2014년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말레이시아 일부 언론은 흐엉이 한국 입국 당시 북한 측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동행했다고 보도했지만 동행자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흐엉은 5일 제주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중국 광저우(廣州)를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 돌아갔다. 당초 9일에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매했지만 입국 심사에서는 7일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고, 일정을 더 앞당겨 귀국한 셈이다. 수사 당국은 흐엉이 제주에 머무른 3박 4일간 흐엉의 구체적인 행적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S 씨가 김정남이 피살된 다음 날인 14일 프랑스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출국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 씨는 과거 베트남에 머무르며 한국인 관광객 대상 가이드로 일할 당시 현지에서 같은 일을 하던 흐엉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면서 “나는 어차피 (이 사건 직접 관계자가) 아니다”라며 흐엉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S 씨가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대공 용의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주소 등을 제공하는 역할만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흐엉이 베트남의 전문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흐엉의 아버지는 “딸이 하노이의 약학 전문학교에 다녔으며 2, 3개월에 한 번밖에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김배중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 총책은 말레이시아를 수년간 사업 거점으로 삼으며 주요 인맥을 심어 온 리재남(57)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재남은 리정철(47·체포)을 이용해 용의주도하게 공작원들을 탈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 “리재남이 막후 기획자” 말레이시아 현지 중문지 둥팡(東方)일보는 20일 경찰 조사 결과 리재남이 암살의 막후 기획자 역할을 했고 다른 북한 용의자들과 함께 북한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0일 보도했다. 리재남은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 건너와 현지 상인들에게 북한 건강보조식품과 인삼 등 약재를 판매하는 무역 파트너 업무를 했다. 그는 “사업에 활용한다”며 리정철을 포함한 북한인들을 추천해 데려왔다. 북한 공작원들을 은밀히 데리고 와 현지 곳곳에 심어둔 것이다. 경찰은 현재 리재남이 데려온 북한인들을 조사 중이다. 현지 소식통은 둥팡일보에 “리정철은 용의자를 차로 태워주는 운전 담당이자 연락책이었다”며 “리정철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고 (경찰 시선을 분산시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방식을 썼기 때문에 나머지 용의자들이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정철이 평소 온라인에서 대남 정보활동을 하는 이른바 ‘사이버 공작원’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해외 사이버전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리정철은 건강보조식품을 취급하는 ‘톰보 엔터프라이즈’의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일했다고 한다.○ 작전 성패에 대한 평가 엇갈려 북한 공작기관 고위 간부 출신의 탈북민 A 씨는 20일 “북한으로선 목표를 달성했으니 성공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해외 작전 경험도 많지 않아 신원 노출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일처리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작전 자체를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군 출신인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공작원은 신분을 외부로부터 철저히 감춰야 하는데, 신분이 노출되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테러에 관여했던 공작원들의 향후 처우에 대해서도 “큰 포상을 받을 것”이란 의견과 “흔적을 그대로 남겨 처벌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는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6, 7개의 전문국으로 구성된 정찰총국은 인민무력성 소속이지만 김정은이 직접 관할한다”고 보고했다. A 씨도 “북한 공작 편제에서 사람을 죽이는 테러는 정찰총국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남공작 기구인 내각 산하 문화교류국(옛 노동당 225국)의 소행으로 보는 탈북 인사도 적지 않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이사장은 “이한영 암살(1997년) 등을 주도해온 225국 소속 요원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김배중 기자}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61)이 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오원찬)은 17일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심 총장에 대해 학교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조건 등으로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8일 선고 후 법정 구속된 뒤 9일 만이다. 법원은 심 총장에게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5000만 원을 내게 하고 심 총장의 거주지를 현재 사는 곳으로 제한했다. 또 심 총장이 학교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심 총장은 성신학원의 사전승낙 또는 출석요구 없이 학교법인과 그 소속 기관을 방문할 수 없고 구금 시 가능한 직무권한을 초과해 행사할 수 없다.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도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의 보석 결정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심 총장이 피해액 전액인 7억2000만 원을 공탁한 점이 고려됐지만 구속 10일도 안돼 내려진 신속한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심 총장은 지난해 5월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총동창회로부터 교비 7억 원을 개인소송 등 법률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로 고발됐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3억7800만 원에 대한 교비유용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고향으로 가는 배∼ 꿈을 실은 작은 배∼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갑시다.” 김정남은 구슬픈 목소리로 같은 노래를 10번이나 불렀다. 그가 부른 노래는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 노래를 끝낸 김정남은 이내 눈물을 쏟아냈다. 2010년 여름 마카오 현지에서 처음 김정남을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쌓아 온 한국 여성 A 씨가 털어놓은 내용이다. A 씨의 기억 속 김정남은 고향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비운의 황태자’ 그 자체였다. 동시에 ‘곰돌이 푸우’처럼 소탈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스스럼없이 ‘닭발’을 꼽던 유쾌한 사람이었다. 16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는 “마카오를 오가며 사업을 하던 재일교포 지인을 통해 우연히 김정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김정남과 세 차례 만나 공통의 관심사인 음악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A 씨는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A 씨에 따르면 김정남은 한국의 음식과 노래 드라마 영화를 좋아했다. 마카오 한국식당에서는 주로 삼겹살을 먹고 소주를 마셨다. 김정남은 한국 내 지인에게 택배도 보내는 등 한국 친구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김정남이 가장 가고 싶은 곳도 한국이었다. 김정남은 A 씨도 모르는 닭발 맛집 등 한국 정보를 잘 알고 있었다. A 씨는 “한국을 못 가는 것에 한(恨)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며 “한국과 가까운 일본조차 못 가게 된 걸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2001년 5월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갔다가 적발돼 추방됐다. A 씨는 김정남이 북한 ‘로열패밀리’ 출신인 걸 과시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A 씨조차 첫 만남 때 동명이인인 줄 알고 “TV에서 보니 김정남은 헛짓거리 하는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하지만 김정남은 화내지 않고 웃기만 했다고 한다. 김정남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부인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A 씨에게 “가끔 바가지를 긁긴 해도 아내가 재테크를 잘한다”며 “사이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북한과 이복동생 김정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사회주의 국가를 인정할 수 없으며, 김정은이 너무 불쌍하다는 게 요지였다. 술을 마시면 “아버지(김정일)가 나를 싫어한다”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A 씨는 “늘 신변 위협에 시달렸다. 북한 상황도 ‘옥경’이라는 이름의 경호원이나 일본 기자를 통해서만 듣는 것 같았다”며 “이러니까 김정남이 한국을 좋아한 것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마약거래를 하는 것도 “방법이 잘못됐다”며 비판적이었다. A 씨는 “김정남은 전반적으로 북한 체제를 부정적으로 봤다. ‘(내가) 북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A 씨가 “북한에도 정년(停年)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정남이 “그런 건 없다. 그런데 (공을 올려서 받은) 배지가 너무 많아져 (가슴에) 달 데가 없는 사람들은 등짝에도 단다”고 말해 지인들과 크게 웃었던 일화도 전했다. 정지영 jjy2011@donga.com·김배중·백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의 한 탈북단체 사무실 앞. 굳게 닫힌 문에는 잠금장치 2개가 달려 있었다. 각각 비밀번호와 지문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옆에 있는 인터폰을 통해 들려온 목소리는 무겁고 조심스러웠다. 이들은 신분을 물은 뒤 1분 가까이 지나서야 문을 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중국 정부가 잘 보호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몇 년을 조심하다가도 잠깐만 방심하면 이렇게 죽어 버리는구나 싶더군요.”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바라보며 A 씨는 허탈한 듯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북한을 탈출했다. 전날 언론을 통해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접했다는 A 씨는 대화 내내 수시로 신문을 내려다봤다. 가끔 김정남 사진에 손가락을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담당 형사와 경호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나마 한국에 있어서 안전하긴 해요. 그래도 당분간 몸조심해야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탈북자들 충격과 공포 소식을 전해들은 국내 탈북자들과 탈북단체 측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김정남이 오래전부터 수차례 살해 위협을 받은 것 때문이다. 현인애 남북하나재단 이사(60·여)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의 보호를 받는 김정남이 항상 두려웠을 것”이라며 “북한의 김정남 암살 시도가 계속됐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언젠가 일어날 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탈북자 B 씨는 “숙청된 장성택이 김정남에게 해외 도피 자금을 제공했다고 들었다”며 “탈북자 사이에서는 장성택 처형 후 ‘김정남은 필연적으로 죽을 목숨’이라는 말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탈북자들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탈북자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는 ‘김정은이 무섭다’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수십 명의 탈북자가 참여하는 대화방에서 ‘친형이나 다를 바 없는 김정남을 죽인 걸 보면 김정은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김정남이 공공장소인 공항에서 피살되면서 “한국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활동하며 북한을 비판해온 탈북자들의 활동이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방송 등에서 김정은 체제를 수차례 비판했던 탈북자 C 씨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공항에서 대담하게 벌어진 암살에 크게 놀랐다”며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물건으로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다니 무서울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인 D 씨도 “그간 공개적으로 활동하던 탈북자들이 다른 탈북자와의 만남도 꺼리게 될 것”이라며 “북한인권 관련 활동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진단했다.○ 경찰 경호도 초비상 경찰은 “주요 탈북인사 등에 신변보호팀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경찰 2명이 24시간 밀착 경호하는 ‘가급’ 인사의 경호를 강화했다. ‘가’ ‘나’ 등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가급’ 인사는 현재 국내에 수십 명으로 추정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그리고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2011년 독침 암살 대상으로 지목됐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담당하는 탈북 인사에게 해외 출국 자제를 요청하거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도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부 서계연 씨(49)는 “미사일을 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정은이 형제를 죽였다고 하니 나라 안팎이 불안해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배중 기자}

11일 서울 도심과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강추위에도 열기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일주일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가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맞불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가 총출동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역 의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 대선 주자들도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민주당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보름달보다 더 밝은 민심의 촛불이 켜져야 한다”며 총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추 대표는 “탄핵은 완수돼야 한다. 우리는 국민주권을 따르는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 참여 독려가 헌법재판소 압박이라는 여권 일각의 비판에 “석고대죄해야 할 새누리당의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문 전 대표도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에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며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거부에 이어 특검 조사까지 거부한 건 용납할 수 없으며 헌법 질서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집회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 못 한다”며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결정이라면 불복하고 끝까지 퇴진 투쟁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은 18일 촛불집회에도 다수의 의원을 참석시킬 계획이다. 광주 촛불집회에도 야권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천정배 전 대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 등은 동구 금남로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 안 지사는 “주권자가 외치는 광장의 함성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때 우리는 이 혼란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며 “개혁을 향한 여러분의 목소리에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의 분위기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날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상현 의원은 “탄핵 주장 세력들에게 정권을 맡기면 안 된다”며 “애국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조원진 이우현 박대출 전희경 의원 등도 함께했다. 김 의원은 집회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판 뒤집어졌습니다”며 여론 흐름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인 이인제 전 의원은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대한문 일대에서 4km가량 행진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청계광장 집회 연단에 올라 “청와대 앞에서 단두대를 메고 다니고, 대통령 근처에서 상여를 메고 다니는 게 자유 대한민국이냐”며 “잔인무도한 폭도, 박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국회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측이 추산한 집회 참가자 규모는 약 290만 명(촛불집회 80만6000명, 태극기집회 210만 명). 양측의 집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야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12일 “극단적인 대결 양상이 펼쳐져 헌재의 심판 결정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각 정당과 대선 주자에게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을 약속하는 내용의 합동서약을 제안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신진우·한상준 기자}

5일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A 군(17·고교 2학년)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군은 전날 근처 주택가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접촉사고를 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운전면허는 만 18세부터 취득할 수 있어 A군은 면허가 없었다. 차량도 친구가 ‘카셰어링(차량 대여 서비스)’을 통해 빌린 것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 계정으로 카셰어링을 이용했다. 경찰은 A 군이 교통사고 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대 무면허 운전 못 막는 카셰어링 30분이나 1시간 등의 단위로 차량을 빌려 운전하는 카셰어링이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른바 ‘아이디 셰어링’이다. 부모 등 가까운 어른들의 회원 정보를 이용하거나 아예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직접 가입한 뒤 몰래 차량을 빌려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 고등학생 B 군(17)은 아버지의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빌린 카셰어링 차량으로 운전하다 뺑소니 사고를 내 경찰에 구속됐다. 같은 해 6월에는 10대 커플이 운전면허증 없이 카셰어링 차량을 몰다 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어른으로 바꿔 보험사에 알리려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또 8월 경남 고성군에서는 10대 여고생이 카셰어링 차량을 몰다 멈춰 있던 덤프트럭을 들이받아 3명이 숨졌다. 10대들의 겁 없는 질주에 따른 교통사고 증가는 카셰어링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2년 이후와 맞물린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8020건이던 10대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4년 9079건, 2015년 9646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에 10대 청소년 486명이 목숨을 잃고 3만7439명이 다쳤다.○ 예약 및 이용 시스템에 허점 카셰어링 계정은 회원 가입 때 한번 인증을 받고 나면 더 이상 인증이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인증받은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제 것처럼 쓸 수 있다. 가입 절차도 간단하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입력하고 가입자 운전면허증을 인증한 뒤 하루 정도 지나면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문제는 미성년자가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으로 가입해도 이를 구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차량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이 무인시스템이라 현장에서 확인할 수도 없다. 7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진은 스마트폰에 한 카셰어링 업체의 앱을 내려받았다. 그리고 이미 ‘인증이 완료된’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해 차량 대여를 시도했다. 이용 시간을 정하고 지도에 표시된 대여 장소를 고른 뒤 결제까지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사용자 연락처도 취재진의 번호로 바꿨더니 예약 후 차량번호와 비상연락처 등이 담긴 안내메시지가 원래 계정 주인이 아닌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잠시 후 서울 서대문구 한 골목길에 있는 원룸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카셰어링 차량 두 대만 주차 중이었다. 앱 서비스 중 ‘스마트키’를 조작하자 차량의 문이 열렸다.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최소한의 안전 조치 필요 계정 도용과 10대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 등의 문제에도 업계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한 카셰어링 업체 관계자는 “도용 문제는 카셰어링 자체보다 범죄자 개인의 문제”라며 “스마트폰으로 지문 등을 인식해 신원을 추가로 확인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을 빌릴 때마다 본인 확인을 거치는 건 지금도 가능하다”며 “최소한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이 차량을 빌리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심지우 군(9)=광장에서 많은 사람들, 또래들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힘이 난다. 어른들이 빨리 결정을 내려줘서 추운 날씨에 더 고생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최순응 군(19)=안 좋은 일로 모였지만 축제 같은 집회로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 ▽김효정 씨(25·여)=시민들이 요구한 것에 대한 답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김열랑 씨(31·여)=마이크 잡고 목소리를 내는 일부 사람들의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모습도 보였다. 정치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높은 걸 확인했다. ▽김태환 씨(41)=정치에 냉소적이고 관심 없던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들 간에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김현주 씨(50·여)=추운 날씨도 새로운 정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정재열 씨(60)='꾼'들이 하는 줄만 알았던 집회에 나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와 국민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주제와 관련 없는 '이석기' '민노총' 이야기가 본질을 흐릴 뻔 했다.▽장동진 씨(79)=앞으로 대통령 할 사람들에게 '국민이 주인이다'라는 걸 단단히 깨닫게 해줬다. ▽정순희 씨(80)=촛불집회에는 좋은 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권을 끌어내리고, 좌파가 집권하기 위한 쇼일 뿐이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대한민국 설 풍경을 바꿨다. 귀성길, 귀경길 차 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나 동네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헤매는’ 사람들이 폭증한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24일 국내 공식 출시된 포켓몬고는 당일 283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3∼29일 실제 앱 이용자 통계인 주간활성이용자 수도 698만4000명을 넘었다. 차양명 와이즈앱 대표는 “게임 앱의 주간활성이용자 수는 많아야 200만 명 안팎”이라며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설 풍경도 바꿔버린 포켓몬고 포켓몬고 게임은 설날 28일 하루에만 국민 10명 중 1명꼴인 524만 명이 이용했다. 보통 차례를 지내고 세배, 성묘를 한 뒤에는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윷놀이, 고스톱이 고작이었던 가족, 친척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들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조각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포켓몬고를 하며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원의 주 산책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조각공원 산책로는 겨울에는 인적이 드물다. 오전 영하 7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지만 평소와 달리 손에 든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이다. 아이를 따라온 아버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게임 출시와 함께 이곳은 캐릭터 사냥에 필요한 ‘몬스터볼’ 같은 아이템을 충전할 수 있는 ‘포켓스톱’이 조각공원의 작품마다 설정돼 캐릭터 성지(聖地)로 입소문이 났다. 캐릭터 사냥을 왔다는 직장인 정모 씨(45)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알고 찾았는데 인파가 넘쳐 놀랐다”며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조금 민망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서울 광화문광장, 강남 일대 카페에도 커플, 친구, 가족 및 친지 단위의 캐릭터 사냥꾼들이 몰렸다. 한파와 폭설을 피해 앉은 자리에서도 캐릭터 사냥이 가능한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모바일 기기를 만지며 캐릭터 관련 정보를 나눴다.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이모 씨(22·여)는 30일 “한번 자리를 잡으면 너무 오래 자리를 뜨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캐릭터 등장 관련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포켓몬과 역세권을 합쳐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 명당이라는 뜻을 가진 ‘포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포켓몬고 150여 캐릭터는 특성에 따라 공원, 물가, 숲 등 특정 장소마다 등장하는 종류와 빈도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은 귀성, 귀경 도중 캐릭터가 있을 만한 제3의 행선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10대 자녀 둘을 둔 직장인 김모 씨(47)는 “부산에서 서울로 올 때 경부고속도로 대신 해안 국도를 이용해 애들과 ‘불가사리’ ‘쏘드라’ 등 물 관련 캐릭터를 사냥했다”고 말했다.○ 몬스터 잡느라 안전사고 우려도 포켓몬고 열풍과 더불어 안전사고 우려도 커졌다. 경찰에 따르면 걸으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주변을 인지하는 거리는 평소보다 40∼50% 감소한다. 시야 폭과 전방 주시율도 각각 56%, 15% 정도 줄어든다. 포켓몬고가 출시된 24일부터 30일까지 동아일보 취재진은 서울, 경남 통영시,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게임을 하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상옥 수석연구원에게 자문해 안전문제를 진단했다. 대로변, 물가, 산악지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특히 위험했다. 서울 세종대로, 강남대로, 통영시 중앙로같이 사람과 차량이 많이 모이는 8차로 이상 대로변에도 포켓몬 캐릭터가 다수 등장했다. 한 취재진은 캐릭터를 사냥할 때 쓰는 몬스터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캐릭터에 한발 다가서려다 차도로 뛰어들 뻔했다. 게임을 하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막을 방법도 없다. 게임 시작 전 ‘주변을 살필 것’ ‘위험 장소에 가지 말 것’ 등 다양한 경고가 공지되지만 ‘OK’ 터치 한 번이면 지나갈 수 있다. 차량 주행 중 ‘이동속도가 빨라진다’는 경고창이 뜨지만 ‘운전자가 아니다’라는 버튼만 누르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점에 특히 사용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며 차도에 발을 내딛는 등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대로변이나 혹은 주행 중에는 게임 사용을 중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일 외에 위험 상황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재희·권기범 기자}
‘서울∼부산 KTX 표 다수 보유.’ 설 연휴 고속철도(KTX) 기차표 예매 시작 직후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처럼 행선지별 기차표를 팔겠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23일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10일부터 하루 평균 100여 건의 KTX 암표 판매 글이 등록됐다. 기차표를 구입한 가격 그대로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웃돈을 얹어 팔면 불법이다. 중고나라 사이트의 자체 모니터링팀이 적발한 불법 암표 판매는 22일까지 총 344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설(413건)이나 추석(379건) 때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절 기차표 등 구하기 어려운 티켓이나 한정판 제품을 사재기해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을 ‘리셀러(reseller)’라고 한다. 판매 수법이나 유통 경로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단속을 비웃고 있다. 적발해도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암표 판매는 단속보다 한 수 위다. 정보기술(IT)을 통해 막아도 번번이 뚫린다. 코레일은 지난해 추석부터 스마트폰 앱으로 예매 시 타인에게 기차표를 양도하는 ‘선물하기’ 기능을 막았다. 그러자 최근 명절 표를 예매한 코레일 아이디를 통째로 거래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실제로 중고나라에 기차표 판매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자 15분 만에 전화가 왔다. 판매자는 “상하행 각각 시간대별로 갖고 있다”며 “입금이 확인되면 표를 예약한 코레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내겠다”고 했다. 이어 “연휴가 끝나면 비밀번호를 바꿔 다시 아이디를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차표는 보통 정상 가격보다 1만∼2만 원가량 비싸다. 온라인 예매 후 프린트한 티켓을 스캔한 뒤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판매자는 “스캔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인쇄해 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친절히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표를 구매하는 사람 이름으로 승차자 이름을 바꾼 PDF 파일을 보내준다”는 안내문까지 버젓이 내걸었다. 기차 암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적발해도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가 KTX 불법 암표 판매에 과태료를 부과한 실적은 전무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 강제로 개인정보 수집을 요청할 수 없어 과태료 부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차표와 함께 리셀러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인기 공연의 티켓이다. 지난해 11월 판매된 영국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은 23, 24일 이틀간 각각 1분 만에 4만5000석이 매진됐다. 예매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티켓 매물을 판다는 글이 2400여 개 올라왔다. 15만4000원짜리 스탠딩석 표는 6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리셀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1973년 마련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암표 매매를 ‘경기장, 역 등의 장소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온라인 암표로 팔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힘들다. 법무법인 송담의 신현호 변호사는 “현행 법률로는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리셀러 단속이 어렵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best@donga.com·김배중 기자}

22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미국 검찰이 한국 법무부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71)을 체포해 압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야권은 ‘반기문 가족 리스트’를 언급하며 반 전 사무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형과 동생 사이, 반 전 총장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관계를 고려하면 친척의 범죄 혐의를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의혹에 대해 반 전 고문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나는 죄가 없다. 내 신병은 한국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시종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고, 담배를 자주 입에 물었다.○ 반주현, ‘반기문’ 이름 팔았나 미 검찰은 10일 기소한 반 전 고문과 미 부동산중개업자인 아들 주현 씨(39)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자금 세탁, 사기(주현 씨만 해당) 등 혐의가 엄중하다고 보고 체포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공개된 미 검찰 공소장과 경남기업 측이 주현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승소한 서울북부지법 1심 판결문을 종합하면 2013년 3월∼2015년 5월 반 전 고문과 주현 씨는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보유한 초고층 빌딩 ‘랜드마크72’를 카타르투자청에 판매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카타르 정부 관리를 매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 전 고문은 랜드마크72 매각 추진자로 아들 주현 씨를 경남기업에 주선했다. 주현 씨는 카타르 관리를 잘 안다는 미국인 맬컴 해리스에게 50만 달러(약 5억88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리스는 실제 이 관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받은 돈은 사적으로 썼다. 공소장에 반 전 총장은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불똥이 반 전 총장에게 옮겨 붙을 수 있는 것은 주현 씨가 랜드마크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계속 언급했기 때문이다. 공소장에는 ‘가족의 명성(family's prominence)’, ‘가족의 보증(family's assurance)’ 등 ‘가족’이라는 말이 5번 나온다. 주현 씨도 자신이 일한 부동산 회사에 보낸 e메일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순수하게 우리 가족의 명성에 기반을 둬 성사된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의 장남 성승훈 전 경남기업 경영기획실장도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현 씨가 반 전 고문과 얘기할 때 ‘반's family’란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전직 핵심 관계자 A 씨 역시 통화에서 “우리도 반 전 총장의 조카라 신뢰하고 작업을 맡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전 고문은 “유엔 사무총장이 구청장 정도인 줄 아느냐. 반 전 총장은 얘(주현 씨)가 뭐 하는지도 모른다”라고 반박했다. 성 전 회장이 반 전 총장을 직접 만나 랜드마크72 매각 문제를 상의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013년 8월 26일, 잠시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주도하는 충청포럼에 참석했다. 이튿날 두 사람이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주현 씨가 ‘브로커’ 해리스와 매각 작업을 추진할 때다. 이에 대해 반 전 고문은 “(출신이 같은) 충청이니까 만났다. (반 전 총장이 성 전 회장을) 친구 만나듯 만나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A 씨도 “성 전 회장이 반 전 총장에게 부탁하거나 로비한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 美 검찰, ‘반 전 고문 부자의 공모’ 반 전 고문은 “(공소장에 적힌 혐의는) 소설 같은 소리”라며 미 검찰의 공소 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내 이름을 미국에서 어떻게 알고 그랬는지(기소했는지) 이상하다”라고 주장했다. 음해 세력의 모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주현 씨가 랜드마크72 규모(매매 추정가 8억 달러)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경험이 없는데도 반 전 고문이 경남기업에 (매각 추진자로) 주선했고, 2014년 4월경 반 전 고문 부자 등이 뉴욕 남부 등지에 모여 돈세탁 등을 공모했다고 적시됐다. 주현 씨가 반 전 고문에게 매각 시도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적시했다. 주현 씨는 경남기업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4년 6월 30일경 해리스에게 “내 고객들(경남기업)에게 무언가를 줘야 한다. (카타르 관리가) 우리에게 무언가 보내 주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라며 카타르 관리가 보낸 것처럼 “카타르투자청이 곧 투자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가짜 e메일을 경남기업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각종 서류도 위조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소장에는 “주현 씨가 2014년 12월 해리스에게 ‘우리 손에 경남기업과 고용자 1000여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등의 e메일을 보냈다. 그런데도 경남기업에 계속 거짓말을 했다”라고 적혔다. 법무부는 미 정부의 반 전 고문 체포 요청을 통상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주현 씨는 기소 당시 미 수사 당국에 체포됐지만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친인척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한미 법무 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엄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한 점 의혹 없이 해소하게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배중·전주영 기자}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되는 유언비어는 이제 단순한 소문이나 구설의 수준을 넘었다. ‘가짜 뉴스’처럼 진위를 알 수 없는 콘텐츠로 진화하면서 가늠하기 힘든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개인과 단체를 타깃으로 하는 인신공격성 유언비어는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안겨준다. 나아가 진영논리나 양극화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 ‘반기문 퇴주잔 사건’ 14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충북 음성군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참배한 뒤 퇴주잔을 묘소에 뿌리지 않고 본인이 바로 마셔버리는 것처럼 편집된 13초짜리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동영상은 ‘반기문 퇴주잔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누리꾼들은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전통 관습도 모르냐”며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 논란이 일자 반 전 총장 측은 페이스북에 1분 40초짜리 전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음복 전 술잔을 두 번 돌리고 묘소에 뿌린 뒤 다시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실제로 마신 건 음복잔이었다. 반 전 총장은 18일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로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 부상, 경찰버스 50대 파손’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5일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경찰 113명이 부상당했고 50대의 경찰버스가 부서졌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날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는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언급하며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 발언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중 경찰이 다치거나 경찰버스가 부서진 사실은 없다. ‘종북에 놀아났다’는 서 변호사의 발언은 누리꾼들이 노동신문을 편집해 만든 가짜 뉴스에 기반을 둔 것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통일부 확인 결과 해당 내용이 담긴 노동신문 보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정일에게 편지를 썼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카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김정일에게 썼다는 설명이 붙은 편지글이 게시됐다. 편지에는 김정일의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과 ‘북남이 하나되어’ 등의 표현이 있었다. 카페 회원들은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며 SNS로 유포했다. 문 전 대표를 ‘간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해당 내용의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작성한 편지다. 2002년 방북의 답례성이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종북몰이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시에 인공기가 펄럭인다’ 3일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주시 중앙로 가로등에 걸린 인공기, 북조선 전라공화국’이라는 글과 함께 인공기 사진이 올라왔다. 글에는 ‘광주에서 인공기가 펄럭인다’ 등의 내용과 함께 호남을 비하하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 사진 속 인공기는 광주시와 무관했다. 해당 인공기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 당시 경기 고양시 종합체육관 앞 가로등에 게양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사망’ 지난해 6월 30일 갑자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이 퍼졌다. ‘엠바고 상태이며 오후 3시경 발표 예정’이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붙었다. 이날 삼성그룹 관련주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는 요동쳤다. 다음 날 삼성전자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 진정서를 제출했다. ☞ 수사 결과 미국에 거주하는 최모 씨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작된 사망 기사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은 최 씨를 전기통신기본법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했다.○ ‘성주 참외 사드(THAAD)세요’ 지난해 7월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자파 때문에 참외가 죽는다’, ‘사드 전자파로 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빠르게 확산됐다. ☞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는 해발 400m 고지대에서 상공을 향해 직진 전파를 발사해 주민들이 전자파에 노출되거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사드 전자파로 꿀벌이 없어지고 참외 꽃이 수정을 못해 성주 참외가 사라질 것이라는 괴담도 “일부 연구 결과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정치학자, 한국 탄핵운동과 시위 비판’ 지난해 1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유명 정치학자들이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글이 돌았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내 언론이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촛불집회 평가”라며 SNS 등으로 유포했다. ☞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영국의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은 일본 애니메이션 ‘페이트’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일본의 정치학자 히키가야 하치만도 애니메이션 ‘역시 내 청춘 코미디는 잘못됐다’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다. 해외 학자가 촛불집회를 비판한 사례는 보도된 바 없다.김배중 wanted@donga.com·허동준·박성진 기자}

“1960, 70년대에는 한국에 ‘항공우주’ 이런 건 꿈도 꿀 수 없었어요. 그래도 ‘신기전(神機箭)’ 같은 로켓도 쏴 올렸던 우리 민족인데, 희망을 가지고 제 고막 걸고 덤벼봤죠. 하하.” 국내 최초 액체추진과학로켓(KSR-3) 개발을 주도한 로켓 전문가, 세계 13번째 우주기지인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건설 초석을 다진 항공우주 전문가, 조선시대 신기전을 복원한 화포 전문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을 지낸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교수(66)를 수식하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새해 ‘거북선 복원’에 도전하고 나선 그를 최근 대전의 교수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967년 6월 10일 오후 3시 45분경. 로켓 2차 분사실험 중 점화와 동시에 (실험자의) 30cm 앞에서 폭발. 현재 왼쪽 귀는 안 들림.’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 경쟁을 보며 로켓 전문가를 꿈꿨다는 채 교수가 고교 1학년 당시 노트에 기록한 로켓 실험일지 중 일부다. 당시 사고로 고막이 파열돼 그는 지금도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겁먹고 꿈을 접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다친 것보다는 살아서 기뻤어요. 앞으로 이 길만 걸으라는 신의 계시라는 생각도 했고….” 채 교수는 이후 로켓 외길만 걸었다. 그는 KSR-3 개발을 주도하고 항우연 원장 재직(2002∼2005년) 당시에는 전국을 다니며 로켓을 쏘아 올릴 ‘명당’을 찾아다녔다. 과학과 역사의 ‘다리 놓기’를 위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선 병기인 신기전의 존재를 발견하고 로켓과 원리가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 1975년 역사학회에 소개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2총통(銃筒), 4전총통(箭銃筒) 등 조선시대 화포를 복원해 시연에도 성공했다. 앞서 그가 소개한 신기전도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복원해 시연했다. 청소년 대상 강연에 나서는 등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는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짜 거북선’ 복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가장 무서워했던 게 거북선이에요. 하지만 지금 그런 위용을 보여주는 거북선이 없습니다.” 채 교수는 65분의 1 크기로 직접 만든 거북선 모형을 공개했다. 화포 전문가답게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 거북선에 실린 화포 19개의 위치와 기능을 설명한다. 그는 “영화 ‘명량’의 묘사와 달리 왜선을 한 번에 침몰시킬 병기는 전면부의 천자총통 두 개뿐이지만, 적 지휘선 6∼10m까지 접근해 격침시키며 지휘 체계를 무너뜨리는 거북선은 존재만으로도 공포였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과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한류 침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채 교수는 이런 해법도 제시했다. “이순신 장군이 지휘했던, 움직이고 화포 쏘는 진짜 거북선 떴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지친 국민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거북선은 미군부대(미 육군 837 수송대대) 마크에도 나올 정도로 명성이 자자해요. 세계 곳곳에서도 많이 보러 오겠죠. 이게 진짜 한류인데!(웃음).” 대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중국에서 우리나라 고대사 영역인 고구려, 부여, 백제 역사를 중국 고대사 연호 중심으로 정리해 사실상 중국사 일부로 편입시킨 역사서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 박준형 박사와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이상훈 박사는 중국에서 ‘고구려역사편년(高句麗歷史編年)’ ‘부여역사편년(夫餘歷史編年)’ ‘백제역사편년(百濟歷史編年)’이 지난해 6월 출간된 사실을 확인하고 서적에 대한 기초분석을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분석 작업을 통해 △중국 연호 중심으로 연도별 고구려, 부여, 백제 관련 사료(史料) 정리 △2002∼2007년 중국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하고 동북공정 참여 학자가 집필을 주도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역사전쟁으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 중심으로 나열된 우리 고대 역사 이 책들은 중국 고대국가에서 사용한 연호를 중심으로 특정 연도와 관련된 주요 사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일례로 ‘고구려역사편년’ 목차 중 서기 660년 부분은 굵고 큰 글씨로 ‘唐高宗顯慶五年(당고종현경오년) (660年)’으로 표기됐다. ‘고구려 보장왕 19년’에 해당되는 시기가 중국 연호 중심으로 표기된 것. 660년에 나열된 사료는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중국 사료 기록을 우선적으로 나열했다. 고려 때 집필된 ‘삼국사기’ 기록은 마지막에 인용돼 있다. 후순위로 밀린 삼국사기 등 한국 사료는 상당 부분 누락돼 있다. ‘고구려역사편년’ 속 고구려 역사의 시작 연도는 서기 9년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서는 고구려 건국 연도를 기원전 37년으로 보고 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또한 서기 9년부터 299년까지는 삼국사기 기록을 전부 누락한 채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등 중국 중심의 사료를 선별해 정리했다. 박준형 박사는 “연도별로 보기 쉽게 정리한 ‘…편년’은 앞으로 해당 사료를 읽고 참고하게 될 연구자나 독자에게 우리의 고구려, 부여, 백제의 역사가 중국사의 일부처럼 인식되게 만들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지원, 동북공정 참여 연구진 주도 ‘…편년’은 각 책의 왼쪽 윗부분에 ‘국가사회과학기금중점항목성과(國家社會科學基金重點項目成果)’라고 명시돼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02∼2007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지원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집필을 주도한 장웨이궁(姜維公·55) 중국창춘사범대 교수도 당시 대학에서 동북공정 과제를 수행했던 연구진이다. 장 교수는 책 서문에 “2002년 창춘사범대 연구소에서 동북공정 과제를 수행한 것이 (책 발간) 계기가 됐고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받으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북공정’에 대한 언급은 사드 갈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이 출간된 지난해 6월은 같은 해 3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사드 반대”를 공식 주장하기 시작하며 한중 외교 갈등이 본격적으로 고조되던 시기다. 2007년 동북공정 프로젝트 종료 후 중국은 한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사회과학원 대신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간접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동북공정 이슈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상훈 박사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국민, 학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중국 지안(集安), 북한 평양 일대 등에 분포한 고구려 벽화고분과 고분 속 벽화를 서울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다음 달 26일까지 고구려 벽화고분 실물 모형과 고분벽화 모사도를 전시하는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시회’를 연다. 4∼7세기에 조성된 고구려 벽화고분은 중국과 북한 일대에서 120여 기가 조사됐다. 고구려 벽화고분은 고구려 건축 공법의 정교함을 알리고 고구려인의 생활상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인정받아 왔다. 그중 안악 3호분, 덕흥리 고분, 쌍영총, 호남리 사신총, 강서대묘, 강서중묘 등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규모가 큰 안악 3호분은 실물 모형뿐 아니라 가상현실(VR)로도 구현해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할 수 있다. 무료. 02-2152-5800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