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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 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열린 ‘세계 경제와 무역·투자’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주요 사례로, 자신만의 이익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도 최악의 결과를 낳는 상황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이 물러서지 않는 무역 갈등을 계속할 경우 세계 경제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이 G20에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표현까지 꺼내든 것은 무역 갈등에서 미중 어느 한쪽의 손을 명확히 들어줄 수 없는 한국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으로 치우친 일본과 달리 우리 경제는 대미(對美), 대중(對中) 의존도가 모두 높다”며 “미국의 반(反)화웨이 이슈만 해도 화웨이에 납품하는 우리 기업이 많아 노골적으로 동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중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반된 요구 중 어느 한쪽을 분명하게 편들지는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무역 갈등과 같은) 이러한 도전들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G20이 다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중뿐만 아니라 다른 G20 회원국 모두 무역 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오사카=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70년대 이뤄진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현직 대통령이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7일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군부 독재 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 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며 “독재 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재일 한국 양심수 동우회’가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했다”며 “올해 초 서울고법에서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가 선고됐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 간담회 참석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서 교수는 도쿄 교육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중 1971년 ‘재일교포학생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9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간담회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1세대의 역사도 거론됐다. 윤기 마음의 가족 이사장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가 결혼한 것을 이야기하며 “재일동포 1세대들의 역사를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의 어머니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지즈코) 씨는 전남 목포에서 고아 수용 시설을 운영 중이던 윤치호 씨와 결혼했고, 남편이 숨진 뒤에는 홀로 한국인 고아 3000여 명을 키워내 ‘고아의 어머니’로 불렸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오사카=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설에서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 균형을 향해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모두가 피해를 입는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한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G20에서 미국을 겨냥해 ‘반(反)보호주의’를 앞세우며 우군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나온 메시지여서 향후 미중 정상의 반응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와 무역투자’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 발언자로 나서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 균형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화와 번영을 위해선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가 중요하다”고 밝히는 등 정상들은 조속한 무역갈등 타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강경 입장을 이어갔다. 이날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한 특별 이벤트 세션에서 아베 총리를 가운데 두고 시 주석과 나란히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데이터 유통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무역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미국의 화웨이 거래 중단 요구를 겨냥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교란해선 안 된다”고 맞불을 놨다. 또 이날 중국은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따를 수 없다”며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푸충(傅聰) 중국 외교부 군축국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 합의 이행 방안 관련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거부한다”며 “예외 없는 정책의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G20 개막 환영식에서 아베 총리와 굳은 표정으로 8초간 악수를 나누며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조우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갖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G20에서 세계의 지속적인 성장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미국과 일본의 협력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A4 용지에 대미 투자 상황을 담은 문건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자동차 회사의 대미 투자에 감사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오사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박형준 특파원}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의 국제컨벤션센터인 ‘인텍스(Intex)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 정상들 중 여섯 번째로 공식 개막 환영식에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기념촬영장에 서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똑바로 응시하며 걸어갔다. 살짝 목례를 하며 인사를 건네는 문 대통령의 손을 잡은 아베 총리는 곧바로 사진기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어 아베 총리가 “생큐”라고 짧게 말하며 회의장으로 안내하자 부자연스럽게 손을 푼 문 대통령은 회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조우한 두 정상이 이날 악수를 나눈 시간은 8초.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평가 속에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두 정상의 분위기는 ‘다자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G20 정상회의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시선도 나누지 않은 한일 정상 이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공식 만남은 개막 환영식이 전부였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다음 순서로 입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포옹하는 ‘비주식 포옹’을 나누는 등 문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정상들과는 친밀감을 과시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어진 G20 정상들의 공식 단체사진 촬영에서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오갈 때 일본이 제공한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등을 이용하지 않고 평소 타던 검은색 벤츠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는 정상회의 시작 전 대기실에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있는 사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이날 회동을 갖고 “한일 외교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G20 정상회의에서 재임기간을 고려한 문 대통령의 의전서열이 7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만찬에선 헤드테이블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은 물론 문 대통령보다 의전서열이 낮은 마크롱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모디 총리와 메르켈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앉았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헤드 테이블이 아닌 만찬회장 우측 테이블에 앉았다.○ 주차장까지 나와 트럼프 맞은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모디 총리가 가세한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까지 주요 다자회의 때마다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번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고 있는 미-일-인도 회담으로 대체된 것.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베 총리의 예우도 극진했다. 미일 회담 장소인 ‘인텍스 오사카’의 차량 주차장까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4월 내가 미국을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5월 국빈 방문에 이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짧은 기간에 빈번히 일미 정상이 왕래하는 것은 굳건한 일미 동맹의 증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회담에서 “지난달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의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영광이었다. 일본을 떠나자마자 곧바로 돌아왔다”며 화답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무역, 군사, 국방 무기 구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싶다”고 말하며 무역에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오사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박형준 특파원}

방북 일주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며 미국을 향해 유연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와 체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힌 시 주석은 또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중의 ‘북핵 청구서’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 주석,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응답해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도착한 지 30분 만에 시 주석과 40분간 회담을 가졌다. 한중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은 물론 시 주석이 일본 도착 후 가진 첫 양자회담이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20, 21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해 전달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첫째,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 둘째,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셋째,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 넷째, (북한은) 한국과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외부환경 개선은 대북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시 주석은 “오직 대화와 담판을 통해서만, 단계적·동시적 원칙에 따라서 각 측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할 때 (북-미 대화 재개의) 출로를 찾을 수 있다”며 “양측이 유연성을 보여 정치적 대화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도 중시돼야 하고 응답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한국은 지역과 세계에서 무게감 있는 국가”라며 “우리가 손잡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과 기여를 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며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反)화웨이 불참 요구한 中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양측은 유엔, G20 등 다자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보호주의를 반대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 거래 중단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인 만큼 다자주의, 개방주의 무역체제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일이 생기질 않길 바란다”고 했다. 29일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반화웨이 전선 동참 등을 요구할 경우 한미 간 엇박자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앞선 경험과 기술이 있는 만큼 미세먼지 해결에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환경보호에 대해 (과거보다) 10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6·25전쟁 당시 중국군 유해 송환과 관련해 “화살머리고지에서 중국군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유품이 발견되고 있다”며 “확인되는 대로 각별한 예우를 다해 송환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시 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오사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최근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20, 21일 북한을 방문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을 만난 소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시 주석은 또 “한중 협력은 외부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 웨스틴호텔에서 4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번이 5번째로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 불변 △(대북제재 등) 외부환경 개선 △북-미 대화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 △한국과 화해 협력 추진 등 김 위원장이 전한 네 가지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북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함께 보호주의를 반대하자”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을 거부하고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 2위 교역국으로 중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해결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며 사드 철수를 거듭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사드는 비핵화 문제와 연동돼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오사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大阪)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뉴오타니호텔에서 동포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일동포들은 “한일관계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1500년간 문화와 역사를 교류해 온 가까운 이웃이자 오래된 친구”라며 “정부는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곳 오사카 인근 지역에는 우리 민족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토로 마을이 있다”며 “우토로는 식민지 시절 강제징용으로 교토군용비행장 건설에 동원되었던 조선인의 집단숙소였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 퇴거의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우토로 주민들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토로 마을처럼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 첨예한 현안들에 대해 일본도 진정성 있게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단장은 건배사에서 “지금 한일 관계가 너무 어렵다. 대통령께서 많이 고생하시는 것은 잘 알지만, 한일관계가 우리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오용호 민단 오사카 단장도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재일동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재일동포 사회의 발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이 도착한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는 폭우 속에 서로 다른 비행기 트랩이 준비돼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우산을 쓴 채 지붕이 없는 개방형 트랩을 통해 내렸다. 하지만 약 2시간 전인 오후 1시 15분경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수 역할을 하는 지붕 있는 트랩을 통해 비를 맞지 않고 내렸다. 문 대통령 도착 당시 공항에는 방수 트랩이 여러 개 준비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의 의전 홀대 논란이 나오자 청와대는 “비를 좀 맞더라도 환영 나오신 분들에 대한 예의와 취재 편의를 위해 우리 측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우산을 쓴 채 문 대통령처럼 지붕 없는 트랩을 통해 내렸다. 오사카=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최근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시 주석은 20, 21일 북한을 방문해 김 원장을 만난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선 대북제재 해제를 포함한 미국의 새로운 협상안이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한 것. 시 주석은 또 “외부 압력(압박)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 웨스틴호텔에서 40분간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시 주석의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교착된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번이 5번째로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7개월만이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 불변 △제재해제 희망 △북-미 대화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 △한국과 화해협력 추진 용의 등 네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외부 압력(압박)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해선 안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 2위 교역국으로 중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해결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며 정식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사드 철수를 거듭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오사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과 관련해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친서 교환을 넘어 실질적인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29,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내놓을 비핵화 메시지에 다시 한번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8,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연합뉴스, AFP, AP, 교도, 로이터, 타스, 신화 등 국내외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 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선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면 북한이 어떤 (비핵화)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게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이른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과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의 전면적 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제재 해제라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는 만큼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북한을 의식한 비핵화 전략을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영변 등 핵시설) 1, 2곳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핵시설을 5곳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대해선 “비핵화 진전에 따라 우리 수도를 겨냥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남북 간 보유한 단거리미사일 등 위협적 무기를 감축하는 군축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남북 간 군축 협의를 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9·19 평양 공동선언 당시의) 남북군사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상호 군사정보를 교환하거나 훈련을 참관하는 등 군사 태세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이날 첫 일정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방한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은) 형제의 관계가 있다”며 “통상과 투자를 더욱더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83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은 정무, 안보, 국방,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21년 만이다.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이날 양국은 23건의 MOU와 1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금액 기준으로 83억 달러(약 9조6000억 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 25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계약 추진에 대한 구두 약속을 받은 이후 현 정부의 정상외교 실적으로는 최대다. 특히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 준공 기념식을 한 에쓰오일 복합 석유화학시설에 2024년까지 6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사우디 최초의 상용 원자력발전소 사업 입찰에 대한민국이 계속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며 원전 협력을 강조했다. 사우디는 올해 말 10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건설 수주국이고, 또한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대(對)한 투자국”이라며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무함마드 왕세자를 ‘파격 의전’으로 예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항 영접을 나섰고, 문 대통령은 오·만찬 등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기업인들이 참석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청와대가 KBS 시사프로그램 방송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제작진의 주장에 대해 “KBS가 가해자”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26일 “(제작진이) 무슨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KBS는 현재 저희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태스크포스(TF)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며 KBS에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결방되자 KBS 제작진과 노동조합은 ‘청와대가 부당한 외부 압력을 가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제작진과 KBS 노조는 청와대가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느냐고 묻는데, 이 보도가 허위이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것이다. KBS가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거부하면 당연히 언론중재위원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이번 주 내로 보도위원회를 다시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양승동 사장은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청와대로부터 (정정보도 및 사과 요구)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자로 21년 만에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비공개 친교만찬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이례적인 파격 환대로 무함마드 왕세자 일행을 맞은 것이다. 300여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오전 11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국 땅에 첫발을 디뎠다. 공항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와 무함마드 왕세자를 영접했다. 이 총리가 방한하는 외국 귀빈을 공항에서 영접한 것은 취임 2년 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와 같은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탄 무함마드 왕세자가 청와대에 도착하자 취타대는 아리랑을 연주하며 왕세자 일행을 청와대 대정원으로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국빈 방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했던 공식 환영식을 선보였다. 공식 환영식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장관 6명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총출동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가진 데 이어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100명이 참석하는 비공식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을 찾아 에쓰오일의 복합화학시설 준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지도자 방한 시 오찬 직후 외부 행사에 동행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둘은 이후 2시간여 만에 청와대 상춘재에서 비공식 만찬도 함께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일행의 한국 도착이 1시간 반가량 늦춰졌지만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기존 일정을 취소하거나 늦추면서까지 모든 일정을 동행한 것이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여섯 번째 아들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경제개발위원회, 정치보안위원회 의장을 지내는 등 사우디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 건설 수주국이고,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대한(對韓) 투자국”이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우방국인 대한민국이 이렇게 저를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50년 동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거둔 많은 성과를 목도해 기쁘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29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주요 기업과 만난다. 미중 무역 갈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둘째 날인 30일 기업인들과 만나고, 이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후속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주관하고 있다. 암참은 이 행사를 ‘경제인 리더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행사에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31억 달러를 투자한 롯데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확대를 적극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 이슈를 꺼낼지도 관심사다. 통상 이슈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다양한 현안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반(反)화웨이’ 이슈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북핵 프리즘’에서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이슈에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6·25는 비통한 역사이지만,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고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개 연설에서 한국전쟁 대신 6·25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켜낸 전쟁”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 발발 69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청와대에서 국군, 유엔군 등 6·25 참전 유공자와 유가족 182명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6·25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함께 전쟁의 폭력에 맞선, 정의로운 인류의 역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뤘다”며 “대한민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불을 넘는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국전쟁 대신 6·25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6·25 참전유공자 초청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연설에서 줄곧 남침의 의미가 담긴 6·25전쟁 대신 한국전쟁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북한의 침략”이라고 명시하면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야당에선 “북한의 침략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연설문에서 6·25전쟁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낸 전쟁으로 규정하는 대목을 직접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념 논란과 보수층의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필요한 이념대립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4일 국가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논란을 빚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소개 책자도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4일 한미동맹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9년 전 세계 22개국 195만 명의 젊은이가 전쟁이 발발한 대한민국으로 달려왔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었다”며 “가장 많은 장병이 참전했고,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2005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뤄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파문 수사를 두고 ‘DJ 죽이기’ 의혹이 불거지자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 노 전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터져 나온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며 “다이너마이트로 암석을 폭파할 때 장약을 아주 깊이 묻는다. 비밀은 깊이 묻을수록 크게 터져 나온다”고 했다. 최근 여권에선 북한 어선 귀순 파문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의 ‘다이너마이트론’이 회자된다. 의혹을 위기로 키운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를 깊게 묻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그만큼 ‘해상 노크 귀순’ 사건으로 비화한 이번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청와대는 15일 북한 주민을 태운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들어와 있다는 주민 신고가 112에 접수된 지 18분 만에 핫라인으로 해경의 긴급 상황보고를 받았다. 이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국정상황실, 합동참모본부로 구체적인 귀순 과정이 담긴 상황보고서가 전파됐다. 북한군 특수부대에 지급되는 위장 무늬 군복을 입은 북한 주민이 3중 해상경계망을 뚫고 삼척항에 배를 댈 때까지 군과 해경이 포착하지 못한 만큼 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 당일 오후 해경이 이미 북한 어선 남하 사실을 공지하고 관련 보도가 쏟아졌지만 청와대와 군은 17일 첫 브리핑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책임 인정과 사과 대신 무시와 방관으로 첫 이틀을 보내며 전형적인 위기 대응 실패 단계를 밟아 나간 셈이다. 17일 군의 첫 브리핑은 축소·은폐 논란에 불씨를 댕긴 변곡점이 됐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군이 발표한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삼척항 방파제를 포함한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수 km 밖에서 표류하는 선박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군의 설명은 사실과 다른 책임 회피에 가깝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면 추가 브리핑 등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군으로부터 이날 브리핑 내용에 대한 ‘대략’의 보고를 받고, 이날 브리핑 현장에 청와대 행정관을 보내고도 당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뒤늦게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군의 브리핑 내용을 보고받고 군을 질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의혹 앞에선 대통령의 질책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파문의 불씨가 청와대 책임론으로 옮겨붙은 뒤 전면에 나선 청와대의 대응은 더욱 아쉬웠다. 청와대는 “축소·은폐 의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끝내 경계 실패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어선 귀순 사태에 대한 보도를 ‘사고’로 규정하며 “그런 보도가 나가선 안 됐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만 해도 군이 북한 주민의 귀순을 당일 공개한 사례는 차고 넘치는데도 침묵으로 사태를 키운 정부의 대응이 정상적이라는 주장이다. 뒤늦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안보실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청와대의 책임을 인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축소·은폐 논란을 스스로 키운 청와대와 군의 대응은 그저 소홀함으로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노크 귀순 사태 당시 “6·25전쟁 때 북한 체제가 싫어 피란 온 피란민의 아들이고 특전사 군 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안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저”라고 했다. 안보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이제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대응으로 위기를 키운 청와대부터 철저히 조사해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청와대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대할 땐 가을 서리같이 엄격해야 한다)’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에 대해 “(일본이) 의장국이므로 매우 일정이 빠듯하다. 시간이 제한된 가운데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이 공개적으로 양자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간사이(關西) 지역 민방인 요미우리TV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한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 약 15개국 정상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공개 언급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최근 한국 정부가 제시한 한일 기업의 기금 조성을 통한 위자료 지급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국제법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G20 정상회의 직후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국빈 방한 당시 DMZ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기상 악화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국내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 정상들의 행보가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친서 외교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격 방북으로 김 위원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미 정상이 서로를 끌어안고 또 견제하는 미묘한 긴장감이 비핵화 대화 재개에 파동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정은, 시진핑 만난 뒤 트럼프와의 친서 교환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밀월을 과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23일 1면 머리기사로 김 위원장이 직접 친서를 읽어보는 사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인 20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17일 진행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작성한 생일 축하 편지로, 어제 내게 인편으로 전달됐다”고 한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받았다고 밝힌 친서와 동일한지는 불분명하지만 북-미 정상 간의 ‘친서 외교’로 상황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고서도 김 위원장은 미중 정상과 접촉하며 G20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다만 외교적 성과는 물음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중미 3자가 서로를 이용하면서도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선 김 위원장을 만날 생각은 없지만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기 위해 구애를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이고, 시 주석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밀착을 보여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견인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간)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9, 30일 방한 기간 중) 남북 국경지역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내세운 유화적 메시지와는 달리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함으로써 대북제재 유지를 분명히 예고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 등 모두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남북 원포인트 회담은 안갯속으로 복잡한 북중미 정상 외교에도 김 위원장이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친서 교환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깨지 않겠다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공개됐다”며 “연말께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암묵적 동의가 오고 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한국은 갈수록 비핵화 대화 구도에서 소외되어 가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G20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외에는 북핵 모멘텀을 살릴 별다른 계기가 없다. 김성한 원장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역할이 축소된 데다 4강 외교로 대북정책의 축소된 공간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 전 원포인트 남북회담”은 북측의 화답이 없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가시적인 남북 관계의 진전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 어선 ‘해상 노크 귀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뒤늦게 국가안보실의 책임론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야당이 국정조사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군(軍)의 경계 실패를 질책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안보실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건 초기부터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했던 국가안보실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17일 국방부 브리핑 시,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으로서 국민들께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함께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고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의 해당 브리핑에 대한 질책이 있었고 이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가 이어졌다”며 이같이 적었다. 21일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안보실을 포함해)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안보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해명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뒤늦게 안보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나선 것은 이번 파문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북한 어선 사건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실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군의 대응 과정에서도 군과 협의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특히 23일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해경은 일반적인 매뉴얼에 따라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합동참모본부나 국가정보원 등에 상황보고서를 전파하기 직전 핫라인을 통해 청와대에 긴급 보고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와 해경이 초기부터 이번 북한 어선 귀순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경은 신고 접수 19분 만인 오전 7시 9분부터 해경이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 국정원 등에 보낸 상황보고서를 지역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맡고 있는 육군 23사단에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청와대를 축소 은폐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면서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고 대변인은 “이 일이 정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어선 귀순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및 정경두 국방부 장관 경질 요구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야당의 요구를 ‘정쟁’으로 표현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고 대변인은 또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폐는 없었다”면서 “이미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북한 목선의 발견 지점을 군이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고 대변인은 “정부는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청와대의 자체 조사 계획을 강조하며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 파문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이 기존에 알려진 상황보고서보다 더 빨리 별도의 ‘핫라인’으로 청와대에 발생 상황을 긴급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기관에 공식 라인으로 ‘북한 선박 발견 상황보고’를 보내기 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별도 채널로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다는 것. 청와대가 북한 어선 귀순 과정을 처음부터 상세히 보고받았으면서도 군의 축소 브리핑 과정을 사실상 묵인한 정황이 한층 더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해경은 청와대 상황보고 최초 시각과 내용을 제출하라는 자료 요청에 “15일 오전 7시 8분 핫라인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보고한 내용은 “삼척항에 북한 배가 계류되어 있어 삼척파출소에서 현장 확인 중에 있음”이라고 답변했다. 해경 상황본부는 핫라인 보고 1분 뒤인 15일 오전 7시 9분 ‘동해, 북한 선박(추정) 발견 보고’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국가정보원 상황실 대테러정보센터에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4명 승선)이 112 신고자에 의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상황보고 1보를 전파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 어선 귀환에 대해 “사건 초기부터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했던 국가안보실도 (대처에) 소홀함이 있었다”고 밝혔다.장관석 jks@donga.com·문병기 기자}

청와대가 북한 어선 ‘해상 노크 귀순’ 축소·은폐 파문을 일으킨 군의 17일 첫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의혹이 청와대로 확산되고 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21일 “군 당국의 17일 첫 브리핑 당시 청와대도 (군의) 발표문을 사전에 대략 알고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협의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또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현장에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런 것들을 확인해보기 위해서 갔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 수석은 “해당 행정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 협의나 사전 조율을 한 것은 전혀 없었다”며 “‘그 부분은 이렇게 해라, 마라’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7일 (군의) 브리핑 내용 자체는 맞다”며 “억지로 제기하는 은폐·축소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이) 내부적인 변명은 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경계태세에서는 잘못된 것이 맞다”며 “마치 군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 식의 뉘앙스를 갖고 자료를 낸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지 사실관계를 틀리게 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군의 발표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당시 군이 발표문에 ‘삼척항 인근’ 등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사실상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경찰청은 15일 북한 어선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직후 청와대와 군에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이 있다는 신고 접수’, ‘(어선) 자력으로 삼척항 입항’ 등의 내용이 담긴 상황보고서를 보냈다. 특히 윤 수석은 “애초 북한에서 어떻게든 남쪽으로 오면 합동심문을 해서 끝날 때까지 (몇 달간 발표를) 안 하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중간에 일종의 사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보도가 나가선 안 됐다. 만일 그들이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것이 보도돼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북한 어선을 타고 남하한 북한 주민 4명 중 2명에 대해 하루 만에 조사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도 북한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귀순의사를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17, 19일 열린 군 브리핑에 잇따라 참석한 것도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 행정관은 현역 장교(해군 대령)인데도 사복 차림으로 브리핑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 행정관은 17, 19일 모두 정상적 (국방부 청사) 출입조치를 받고 브리핑에 참석한 것”이라며 “평상시에도 (국방부와) 관련 업무를 협의하는 (청와대) 실무 담당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사실상 신분을 감추고, 군의 언론 브리핑 현장을 지켜본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청와대가 국방부의 언론 대응에 대해 모종의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행정관을 ‘암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