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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1노조)이 20일 양승동 KBS 사장 등 자사 직원들을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보직자 인사 발령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 출신 직원을 중용하고, 1노조는 배제한 ‘코드 인사’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다. KBS1노조는 “올해 3월 KBS 인사 현황에 따르면 국장급 보직자 73명 중 1노조 출신은 한 명도 없고, 부장급 보직자도 155명 중 13명(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장급 보직자 중 59%(43명), 부장급 보직자 중 72%(112명)가 2노조 출신이다. 나머지 국장급 보직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이다. 1노조는 “현재 KBS 14개의 뉴스를 맡고 있는 앵커 22명은 모두 2노조 출신”이라며 “보직자뿐 아니라 뉴스앵커도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사장의 인사권에 대한 1노조의 부당한 주장이다. 올해 인사는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발령이었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보도한 블룸버그통신 기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논평한 데 대해 외신기자들의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 서울지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기자에게 가해지는 인신공격적인 비판에 유감을 표하고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AAJA는 세계 20개 지부에 기자 15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앞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도 16일 성명을 내고 논평 철회를 요구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논란이 된 거친 표현과 기자 성명, 개인 이력은 논평에서 일부 삭제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기자의 글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 활동의 자유에 속한다”며 논평을 철회하지는 않았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 소수 이사들이 지난해 KBS 경영 적자를 비판한 것을 놓고 다수 이사들과 소수 이사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KBS 이사회도 사상 초유의 파행을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13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이사들은 6일 예정됐던 이사회 간담회가 파행된 것을 문제 삼으며 1시간가량 충돌했다.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 등 야권 추천 이사 3명은 “다수 이사들이 회의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저버렸다. 건전한 비판에 왜 제동을 거느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여권 추천 이사 7명은 야권 추천 이사 3명이 사내 게시판에 양승동 사장의 경영 능력 부족을 비판하는 글을 이사회 논의 없이 게재했다며 간담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6일 간담회에서는 지난달 이사들이 합의한 ‘KBS 공정성 시스템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 여권 추천 문건영 이사는 “비판을 하려면 내부에서 해야 한다. 경영진을 무능하다고만 하면 KBS가 건강해지는가. 명예훼손이자 정치적 선동이다.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천영식 이사는 “경영상 중요한 문제가 있을 경우 직원들과 공유하는 게 뭐가 잘못됐느냐”고 맞받았다. 다수 이사들이 사과를 거부하자 이사회 도중 소수 이사들이 퇴장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배우 한석규(55)는 신인 감독과의 인연이 깊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년) 강제규, ‘초록물고기’(1997년) 이창동, ‘넘버3’(1997년) 송능한,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허진호, ‘프리즌’(2016년) 나현 등과 호흡을 맞췄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이들의 열정에 끌렸기 때문이다. 2017년 여름, 이수진 감독에게 받은 영화 ‘우상’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치밀했다. 읽고 나선 “정곡을 찔렸다”는 생각에 허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초록물고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극장에 온 관객들에게 시나리오를 한 부씩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났다”고 했다. 20일 개봉하는 ‘우상’에서 그는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아들로 인해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된 도의원 구명회를 연기했다. 인자한 웃음 너머 속내를 감춘 구명회는 그간 비열한 역할을 맡고 싶었던 그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더 악랄하게 녹아들었다. 이 감독은 “(한석규는) 가늘고 유연한 긴 침 같다. 어느샌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평가했다. 극 중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땐 히틀러를 떠올렸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우상을 좇는 정치인에 대한 평소 이미지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구명회는 살아남기 위해 폭주하는 인물이에요. 무언가에 홀려 점점 잘못된 선택을 해나가죠. 대중 앞에서 다른 모습으로 포장된다는 점에선 배우, 아니 우리 모두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요.”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주목받고 있다. 다만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 한석규는 “넘기는 데 고통스럽지만 낫기 위해선 먹어야 하는 쓴 약과 같은 영화”라고 했다. ‘한공주’(2013년)에 이어 사회 부조리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이 감독의 영화관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석규는 24년 동안 24편의 영화를 찍었다. 기복 없는 연기를 펼치는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메소드 연기(극 중 인물과 동일시하는 연기)에 정신이 팔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 “연기는 액션이 아닌, 리액션”이라는 다소 난해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예전엔 연기를 할 때 내 순서만 중요하고 그때만 기다렸어요. 그런데 연기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듣고, 이에 반응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더라고요. 제가 하는 연기도, 영화도 늘 새로웠으면 합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간경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장고래(박성훈)에게 간을 이식해 준 건 철천지원수였다. 강수일(최수종)은 장고래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인물.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강수일은 중태에 빠졌다 극적으로 깨어난다. 누명을 벗고 ‘죽일 놈’에서 ‘은인’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 17일 종영을 앞둔 KBS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10일 방송분에서 시청률 49.4%(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2011년 KBS ‘제빵왕 김탁구’ 이후 8년 만에 시청률 50% 고지를 목전에 둔 것이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갑자기 극 중 인물이 죽을병에 걸리고, 간 기증이 가능한 사람이 그 많은 혈육 중 하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강수일이냐”는 조롱 섞인 의견이 대다수다. 최근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들이 해묵은 소재를 중복해 쓰는 일이 많아졌다. 페이스오프, 장기 이식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 개연성 부족을 신파나 판타지로 메운다는 비판이 일지만 시청률은 고공행진이다. 특히 간 이식은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1월부터 방영 중인 KBS ‘왜그래 풍상씨’는 주인공 이풍상(유준상)의 혹독한 간암 투병기를 그린다. 그는 수십 년간 업어 키운 동생 4명에게 간 기증을 거부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은 간 이식을 약속해 놓고 2000만 원을 챙겨 달아났다. 결국 간을 이식해 주는 건 그를 측은하게 여긴 아내 간분실(신동미). 드라마 내내 이풍상을 벼랑 끝으로 모는 답답한 ‘고구마 전개’에도 시청률은 20%를 넘겼다. 현재 KBS 드라마 5편 중 간 이식 소재를 다룬 3편을 두고 ‘KBS 3대 별주부전’이라는 별칭마저 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KBS는 일주일 내내 간 이식 타령이다” “병명만 조금씩 다르고 자기복제를 한다” 등 비판 글들이 다수 올라온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KBS 드라마를 보며 “여기저기서 왜 간 가지고 난리야”라고 외치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다. 기증자와 이식 받는 이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을수록 화해의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비켜라 운명아’에서 급성 간경변으로 최시우(강태성)는 경영권을 두고 대결 중인 양남진(박윤재)에게 간 이식을 받으며 적에서 친구로 거듭난다.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원수에게 간을 구걸(?)하는 모습은 혈액형, 신체적 조건이 일치하지 않아도 누구나 간 이식이 가능해진 현대 의학기술을 고려하면 너무 구식이다. 100% 타인 복제가 가능한 완벽한 성형수술도 여전히 재탕, 삼탕되고 있다. “얼굴 가지고 장난치냐”는 분노 서린 시청자의 비판이 나올 정도다. MBC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극도의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윤마리(박하나)는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서정원(지현우)은 그를 죽은 아내의 얼굴로 바꿔 준다. KBS ‘왼손잡이 아내’에서 오산하(이수경)는 그토록 찾아다닌 남편을 만났지만 ‘페이스오프’가 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사의 개연성이 떨어질수록 드라마는 극단적, 우연적 소재에 기대게 된다”며 “20∼30년 전 드라마 코드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에 대한 드라마 작가들의 작법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방심위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11월 1일 방송에서 김어준 씨(51)가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신청기한이 어제까지였는데 유승민 의원이나 유 의원과 가까웠던 의원이 신청을 안 했다”고 말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전날 지역위원장 1차 공모신청을 완료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26일 방송에서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유엔 제재를 면제받은 것을 두고 “여기까지 오는 길목마다 방해가 된 모든 분들에게도 엿을 드립니다”라고 한 김 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받기로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다음 이 시간에(To Be Continued)….’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떠오르는 이 문구는 소년 박찬욱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1958년)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1992년 데뷔한 뒤에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연출한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은 어릴 적 꿈의 또 다른 성취인 셈. ‘다음 이 시간에’처럼 극의 절정에서 마무리하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s)’ 기법도 그에겐 매력적이었다.》 하버드대 강연차 미국으로 향한 박찬욱 감독(56)을 7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절정에서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걸 영화 하는 사람들은 TV의 유치한 면이라고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통해 ‘더 리틀…’ 감독판을 공개한다 6부작 드라마 ‘더 리틀…’은 지난해 10월 영국 BBC, 11월 미국 AMC에서 잇따라 방영했다. 공개되자마자 “한국 감독이 놀라운 TV 데뷔를 했다” “박찬욱의 스타일이 녹아든 첩보물” 등 외신의 호평이 쏟아졌다.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95%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원작은 세계적인 스파이물 대가인 영국 작가 존 러카레이(88)가 1983년 펴낸 동명 소설이다. 배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되던 1979년 유럽. 영국의 무명 여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인 베커(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와 사랑에 빠진다. 모사드 요원 쿠르츠(마이클 섀넌)가 짜놓은, 현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극 속에서 찰리는 스파이가 되고 둘의 사랑은 역사적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다. 사춘기 시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접한 뒤 박 감독은 러카레이 작품을 끼고 살았다. ‘더 리틀…’의 매력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러카레이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는 “제 기준에선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였다”며 “프로 스파이의 이미지보단 주인공이 스파이와 전혀 무관했던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박 감독이 러카레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미국 할리우드에 퍼지면서 많은 제안이 들어왔다. 러카레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그중 하나. 각색된 시나리오를 받고 그는 2시간짜리 영화로 구현했을 때 과연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다고. 결국 ‘팅커 테일러…’는 2011년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됐다. “솔직히 시나리오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시 쓰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엔 고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알프레드손 감독 영화를 보니 그때 고사하지 말걸 후회가 되더라고요. 완전 걸작이죠.” 그래서 ‘더 리틀…’은 박 감독이 먼저 욕심을 냈다. 영화 ‘아가씨’(2016년)로 칸 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러카레이의 아들이자 제작사 잉크팩토리 대표인 사이먼 콘월에게 연출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미 ‘더 리틀…’은 1984년 조지 로이 힐 감독이 1970년대 전성기를 지낸 배우 다이앤 키턴을 내세워 한 차례 영화로 만들었다. 하지만 박 감독이 보기에도 “소설의 많은 장점을 들어낸 영화”였고 이 때문에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 “영화의 3배 분량이라 소설의 좋은 부분을 다 써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6시간으로도 부족하더라고요.” 그 대신 박 감독 특유의 디테일을 살렸다. 전통적인 첩보물의 우울하고 칙칙한 톤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술에 신경을 썼다. 찰리의 노란색 드레스, 빨간색 메르세데스벤츠 등 원색의 색감과 그리스 아테네 시가지를 굽어보는 아크로폴리스의 광활함 등을 통해 1970년대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렸다. 첩보물의 심리 묘사를 위해 스테디캠(대상을 미끄러지듯 따라가면서 계속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 사용을 늘려 카메라 양쪽에 위치한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내가 해석하고 상상한 대로 만들었다”는 그의 말대로, 원작과 비교하면 엔딩도 바뀌었다. 원작자 러카레이는 “느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대중적 인기보단 마니아층을 확보할 것”이라고 평했다. 민감한 역사를 다룬 만큼 시나리오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균형을 잡았다. 전부는 아니지만 가급적 두 국가 출신 배우들도 섭외했다. 기존 ‘박찬욱 사단’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협업도 만족스러운 편. ‘박쥐’(2009년), ‘아가씨’ 등을 함께한 류성희 미술감독, 정서경 작가와도 잠시 떨어졌다. 촬영도 ‘황금 콤비’ 정정훈 감독 대신에 ‘암살’(2015년), ‘1987’(2017년) 등을 만든 김우형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미술은 영화 ‘팅커 테일러…’의 마리아 듀코빅 감독이 맡았다. 그는 “특히 김 감독은 처음 같이 일해 본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대담함과 순발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촬영 전 철저한 준비로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그이지만, 이번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직접 각색을 하다 보니 제작사와 ‘창조적인 진통’이 많아 각본도 늦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영국, 체코, 그리스 등 여러 국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이 끝나면 저녁에 다음 날 촬영을 기획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쥐’를 100회 가까이 찍었어요. 하루 촬영시간도 13∼14시간이었고요. ‘더 리틀…’은 영화 3편 분량인데 81회를 찍었으니까 말 다했죠. 평소 스피드에 비해 쫓기듯이 촬영했어요.” 감독판을 공개하는 이유도 드라마 버전에 대한 아쉬움에서다. 확실히 ‘박찬욱스러운’ 작품이 될 거라고 호언했다. 방송 당시엔 BBC는 폭력에,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박 감독은 “후반 작업 기간이 너무 짧았다. 방송사, 제작사와의 견해차로 편집을 다르게 한 부분을 되돌렸고 음악과 컬러, 사운드도 다듬었다. 심지어 카메라 앵글까지 내 스타일로 바꿨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별 러닝타임도 달라진다. 추후 극장 개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2005년), ‘스토커’(2013년), ‘아가씨’에 이어 ‘더 리틀…’도 최근 여성의 서사에 대한 박 감독의 관심을 반영한다. 그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성이라는 소재에 강하게 끌리는 것 같다”고 했다. ‘스토커’의 미아 바시코프스카나 ‘아가씨’의 김태리처럼, 찰리 역할을 맡은 배우 플로렌스 퓨를 ‘레이디 맥베스’(2016년)에서 보고 첫눈에 반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년)에서 정신분열증 연기를 한 마이클 섀넌도 마찬가지. 베커 요원 역할에는 ‘스토커’에서 찰리 역할로 오디션을 봤던 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를 미리 점찍어뒀다. 온라인, 모바일로 시청이 가능한 왓챠플레이를 선택할 정도로 그는 플랫폼에 개방적인 감독에 속한다. 최근 칸,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나 국내 대형 영화관에서 넷플릭스 영화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옥자’(2017년), ‘로마’(2018년) 등은 큰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인데 아쉽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할리우드에선 1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최종 편집권을 못 주겠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는 2000만 달러에 최종 편집권까지 준다고 한다면 감독의 선택은 뻔하지 않나요?” 그러면서도 극장에서 ‘영화적 체험’이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현실에 걱정이 된다고. 그는 “동생 박찬경 감독과 아이폰4로 촬영한 단편 ‘파란만장’(2010년)도 결국엔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였다”며 “영화 투자자들이 원하는 극장용 영화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영화적 체험이 중요한데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은 담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잖아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감독으로선 딜레마죠.”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가진 한국의 대표 감독이지만, 폭력에 대한 잔혹한 묘사 등 불편함과 미학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가장 먼저 관객들이 좋아해 줄지를 고민한다. 데뷔 이래 상업영화 감독의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잠시 한국 영화계를 떠나 있던 그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한국 영화 위기론’에 대해서는 “‘신과 함께’, ‘극한직업’이 잘되지 않았나. 기복이 있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거침없던 그도 차기작에는 말을 아꼈다.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가 차기작 논의를 할 예정이에요. 미국 서부극인데, 아직 투자가 확정되지 않아서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지요.(웃음)”‘리틀 드러머 걸' 국내 방송 버전은 29일부터 6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채널A에서 방영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소방차 아니?” 친한 가수를 묻는 이하은 양(10)의 질문에 김완선(50)이 답한다. 이 양은 ‘어썸하은’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311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1986년 김 씨의 데뷔 연도를 듣고 이 양은 말문이 막힌다. 김 씨는 레드벨벳 ‘빨간맛’과 선미 ‘사이렌’을, 이 양은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상대방 세대에 익숙한 춤들을 바꿔 춰본다. 최근 나이를 초월한 세대 간 소통 예능이 부쩍 늘었다. ‘삼촌·조카’, ‘할아버지·손녀’, ‘스승·제자’ 등 관계도 다양하다. 모두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간극을 좁혀보겠다는 시도다. 지난달 17일부터 방영한 tvN ‘내 손안에 조카티비’는 유명 키즈 크리에이터와 ‘조카 바보’ 연예인이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다.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들이 뉴미디어 경험으로는 엄연한 선배. 노라조의 조빈은 78만 명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마이린 TV’ 진행자 최린 군(12)에게 동영상 편집이나 유튜브 시청자 분석법을 배운다. 12일 첫 방영한 tvN 예능 ‘나 이거 참’에선 나이 차가 더 벌어졌다. 전원책 변호사(65)와 이솔립 양(11)이 역사 대화를 나눈다. 서점에서 전 변호사는 이솝우화, 로마사 등 책을 추천하지만 “전 별로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생파(생일파티)’ ‘생선(생일선물)’ 등 신조어를 쓰는 이 양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 변호사의 어긋나는 소통이 웃음 포인트. 변희봉(78)은 김강훈 군(11)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아기 상어’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춘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도올 김용옥(71)과 배우 유아인(33)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되새겼다. “통일이 왜 필요한가” “취업이 더 중요하다” 등 도올이 지적하지 못한 청년 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유아인이 풀어내는 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만큼 세대갈등이 커졌고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이라며 “기성·젊은 세대를 모두 시청 타깃 층으로 삼을 수 있어 제작하기도 수월한 편”이라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소방차 아니?” 친한 가수를 묻는 이하은 양(10) 질문에 김완선(50)이 답한다. 이 양은 ‘어썸하은’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311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1986년 김 씨의 데뷔 연도를 듣고 이 양은 말문이 막힌다. 김 씨는 레드벨벳 ‘빨간맛’과 선미 ‘사이렌’을, 이 양은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상대방 세대에 익숙한 춤들을 바꿔 춰본다. 최근 나이를 초월한 세대간 소통 예능이 부쩍 늘었다. ‘삼촌·조카’, ‘할아버지·손녀’, ‘스승·제자’ 등 관계도 다양하다. 모두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간극을 좁혀보겠다는 시도다. 지난달 17일부터 방영한 tvN ‘내 손안에 조카티비’는 유명 키즈 크리에이터와 ‘조카 바보’ 연예인이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다.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들이 뉴미디어 경험으로는 엄연한 선배. 노라조의 조빈은 78만 명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마이린 TV’ 진행자 최린 군(12)에게 동영상 편집이나 유튜브 시청자 분석법을 배운다. 12일 첫 방영한 tvN 예능 ‘나 이거 참’에선 나이 차가 더 벌어졌다. 전원책 변호사(65)와 이솔립 양(11)이 역사 대화를 나눈다. 서점에서 전 변호사는 이솝우화, 로마사 등 책을 추천하지만 “전 별로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생파(생일파티)’, ‘생선(생일선물)’ 등 신조어를 쓰는 이 양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 변호사의 어긋나는 소통이 웃음 포인트. 변희봉(78)은 김강훈 군(11)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아기 상어’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춘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도올 김용옥(71)과 배우 유아인(33)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되새겼다. “통일이 왜 필요한가”, “취업이 더 중요하다” 등 도올이 지적하지 못한 청년 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유아인이 풀어내는 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만큼 세대갈등이 커졌고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이라며 “기성·젊은 세대를 모두 시청 타깃 층으로 삼을 수 있어 제작하기도 수월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온라인, 모바일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몰아보기는 TV 재방송 시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이 5일 공개한 ‘2018년 대한민국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4∼59세 응답자 2200명 중 58.2%가 최근 한 달 이내에 특정 프로그램을 몰아서 시청한 적이 있었다. 몰아보기 시청 방법으로는 TV 재방송이 58.7%로 가장 많았으며 인터넷TV(IPTV), 디지털 케이블을 이용한 주문형비디오(VOD) 시청이 38.6%로 뒤를 이었다. 네이버TV, 유튜브 등 온라인, 모바일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한 시청은 23.3%였다. 재방송 정주행 시청 행태에 맞춰 방송사들의 편성도 잇따랐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2’는 종영 직후나 주말을 이용해 3회씩 재방송을 연속 편성했다.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올해 설 연휴를 이용해 연속방송 비중을 늘렸다. 20대 남성을 제외한 모든 성별, 연령대에서 TV 재방송으로 몰아보기를 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50대 이상은 TV 재방송을 시청하는 비율이 70%를 넘었고 10대 남성은 54.7%였다. 미디어 일평균 이용 시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포털 등 온라인, 모바일 이용 시간이 223분으로 가장 많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가 우주의 질서를 통제하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 세상의 절반이 사라졌다. 한 줌의 재가 되어가는 국제평화유지기구 실드의 닉 퓨리 국장(새뮤얼 잭슨)은 누군가를 급하게 호출한다. 이미 ‘캡틴 마블’의 출현은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쿠키 영상에서 예고됐다. 6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 ‘캡틴 마블’은 미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우주 전사 크리 종족으로 살아가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주인공. 타노스와 대적할 만한 새 히어로의 등장으로,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프리퀄인 셈이다. ‘캡틴 마블’은 사실 개봉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까지 성대결 대상이 돼 ‘평점 전쟁’이 벌어졌다. 시작은 캡틴 마블 역할을 맡은 배우 브리 라슨이 지난해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다.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소신을 밝혀 왔다. 이에 일부 남성 편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묻은 영화는 믿고 거른다” “차라리 불법 다운로드로 보겠다(?)” 등 악평과 함께 포털 사이트 ‘평점 테러’가 잇따랐다. 반대로 여성 편향 커뮤니티에선 “한남(한국 남자)들 없으면 영화관이 쾌적하겠다” “N차 관람하겠다” 등 최고 평점으로 맞불을 놨다. 어쨌거나, 개봉 하루 전인 5일 실시간 예매점유율(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90%, 사전 예매량 38만 장을 넘기며 확실히 이목은 끌었다. 논란과 별개로, ‘캡틴 마블’은 제작 때부터 ‘여성 영화’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MCU의 첫 여성 주연 히어로 영화인 데다 여성 감독 애나 보든이 연출하고 작가진도 여성 위주로 구성했다. 북미 개봉일이 세계 여성의 날인 8일로 정해지자 현지에서 “페미니즘을 활용해 흥행 몰이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악평 세례로 지난달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 영화에 코멘트를 다는 기능을 없애기도 했다. 실제로도 영화는 ‘확실히’ 압도적인 한 여성의 서사다. DC코믹스 슈퍼맨처럼 “히어로들 간 파워 밸런스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답게 캡틴 마블은 무지막지한 힘을 뽐낸다. 총제작비 1억5200만 달러(약 1712억 원)에 걸맞은,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전쟁 장면은 혼을 쏙 빼놓는다. 그가 불시착한 지구는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없는 1990년대. 술집에 울려 퍼지는 당대 음악과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게임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컴퓨터그래픽(CG) 덕에 만나게 된 주름 없는 새뮤얼 잭슨도 반갑다. 그가 한쪽 눈을 잃게 된 다소 황당한(?) 이유도 나온다. 영화가 끝난 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일부 영상이 등장하니 자리를 뜨지 말 것을 권한다. 12세 관람 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 내에서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 이슈를 두고 일부 이사들과 경영진이 반박과 재반박을 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 등 KBS 이사 3명은 5일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의 성명에 대한 소수 이사들의 응답’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은 7년간 지상파 광고시장이 줄었다는 환경 탓만 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소수 이사들은 지난해 KBS의 사업 손실이 585억 원, 당기순손실은 321억 원이라고 밝히며 양승동 사장의 경영 능력 부족을 비판했다. 이에 KBS 경영진은 4일 ‘KBS 경영 상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성명에서 “제작비 퍼주기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반박했다. 소수 이사들은 “(경영진 주장과 달리) KBS 광고 수익과 광고시장 점유율은 2017년보다 악화됐다”며 “사업 손익이 얼마나 더 악화돼야 ‘경영실적이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겠느냐”고 비난했다. KBS 경영진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혁신은 KBS 신뢰 회복과 관련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 2위라는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수 이사들은 “지난해 12월 미디어 오늘의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 KBS는 신뢰도 11.7%로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재반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어쭈∼.” “슬쩍 봤는데, 이번 생은 망했어.” 대술(과거 대리시험) 의혹을 제기하는 박문수(권율)에게 이금(정일우)이 뻔뻔하게 말한다.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SBS 드라마 ‘해치’는 정일우에게 현대극 같은 사극이다. 그는 천민인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 역을 맡았다. ‘해를 품은 달’(2012년)부터 사극만 4번째 출연이지만 사극 하면 연상되는 톤에서 벗어났다. 젊은 영조를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에 힘도 뺐다. “현대극처럼 연기해 달라”는 제작진 요청에 영화 ‘사도’(2014년)에서 영조(송강호)와 사도세자(유아인)의 일상적인 대화를 참고했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벗어나 현대극 같은 사극이 많아졌다. 그만큼 익숙한 사극 톤보다 일상 톤의 비중이 늘었다. 기존 사극이 ‘하오체’ 위주라면 ‘해치’에서는 ‘해요체’가 주로 등장한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정통사극”이라는 제작진의 설명과는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해치’가 퓨전 사극인지 정통 사극인지를 논하는 글이 많다. “한복 입고 상투만 튼 현대극”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물론 “신선하다”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넷플릭스 ‘킹덤’에 출연한 배두나는 첫 사극 연기에 ‘발연기’ 논란을 겪었다. 극중 서비라는 의녀의 말투가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 어머니인 연극배우 김화영에게 처음으로 연기 강습까지 받았지만, 대본을 읽고 정형화된 ‘대장금’식 사극 톤을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배두나는 “천민 출신 의녀가 점잖고 위엄 있는 사극 톤을 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반과 대화할 때 어색하게 양반 말투를 따라하는 콘셉트로 바꿨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주지훈(왕세자 이창 역)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극 톤은 과거 KBS 대하드라마에서 고착된 것”이라며 “어떻게 연기해도 상관없는 듯하다”고 전했다. 사극 연기에 대한 해석이 자유로워진 것은 젊은 왕을 내세운 현 사극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해치’에서 그린 젊은 영조 외에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며 화제가 되고 있는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여진구는 근엄한 왕과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7월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가 도원대군 이림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도경수가 왕세자 이율을 연기했다. 모두 엄격한 고증보다는 코미디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퓨전 사극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지상파에서 제작된 사극이 없을 정도로, 사극은 제작비에 비해 간접광고(PPL) 같은 투자를 받기 어려운 ‘가성비’가 낮은 장르였다”며 “최근 한국의 옛 모습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젊은 배우들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945년 9월 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맥아더 연합국 최고사령관은 일본 대표단으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순간이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쿠릴 열도를 점령하기 위한 스탈린의 작전이 계속됐다. 9월 5일, 소련군은 결국 쿠릴 열도에 진입한다. 저자는 이 3일의 시간에 주목했다. 그의 말대로, 전쟁 막바지는 미국, 소련, 일본의 국익을 위한 암투의 장이었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가 일본을 항복하게 만들었다는 기존 미국 중심의 역사 인식에 반기를 들며, 스탈린이 전쟁의 주역이었다고 주장한다. 소련 붕괴 뒤 공개된 기밀문서와 미국 문서보관소의 자료, 일본 관료 및 군인들의 증언을 통해 전쟁의 끝과 냉전의 시작을 담아냈다. “스탈린은 소련에 의지해 전쟁을 종결하려 했던 일본의 바람을 소련의 국익 추구를 위해 마키아벨리처럼 이용했다. 한편으로 스탈린은 미국 지도자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면서 소련을 따돌리려는 미국의 정책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같은 해 2월 11일 얄타회담에서 미국의 루스벨트는 스탈린이 제시한 대일전 참전 보상 조건을 15분 만에 승낙했다. 하지만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고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하면서 미국의 종전 셈법도 달라졌다. 전쟁의 과실을 소련과 나누고 싶지 않았던 미국, 소련의 중립 선언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 그 속에서 스탈린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참전을 결정했고 얄타에서 약속받은 이권을 챙겼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영화 제작 방식에 드라마 대본을 합치니, 이게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헷갈리네요.”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은 모호해진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실감한다고 했다. ‘킹덤’은 영화 ‘터널’(2016년) 김성훈 감독과 tvN 드라마 ‘시그널’(2016년) 김은희 작가의 합작품. 그는 11일부터 방영된 MBC 드라마 ‘아이템’에도 출연 중이다. 그는 최근 3년간 영화 4편을 찍을 정도로 영화를 선호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건 사전 제작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쪽대본이 난무하고 밤샘 촬영이 이어지던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판에 가면 드라마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업계의 정설(?)도 옛말이 된 셈이다. 2009년 MBC ‘트리플’ 이후 드라마계를 떠난 배우 이정재도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검토하고 있다. 9일부터 방영 중인 OCN 드라마 ‘트랩’은 당초 영화로 만들 준비를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물 관계를 담아내기 어려워 ‘킹덤’과 유사한 7부작 드라마로 변경됐다. ‘백야행’(2009년) 등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은 “영화감독은 촬영 전 전체 콘티와 대본이 나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 사전 제작 후 방영하기로 한 계약 조건 때문에 ‘트랩’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여건이 잘 짜인 덕분에 이서진 등 배우 섭외도 용이했다. 관객 1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도 차기작으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택했다. ‘세븐’(1995년), ‘소셜네트워크’(2010년)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연출을 맡는 등 해외에서는 영화, 드라마 간 이동이 활발하다.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도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영화 특유의 화면을 드라마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크다. 시나리오 집필이 가능한 영화감독의 특성상 드라마로 전환하는 것도 자유롭다. 2∼3년 전부터 영화 기술 스태프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면서 배우, 감독들의 이동도 가속화됐다. 한 영화 촬영감독은 “영화와 드라마 간 호환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연출이 자리 잡은 후 드라마를 제작하자는 요청이 늘었다”고 했다.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드라마 시장 진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쇼박스는 웹툰 ‘이태원 클라스’와 ‘대세녀의 메이크업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NEW도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년)를 드라마로 만든 데 이어 ‘보좌관’을 준비 중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KBS 보도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을 지적하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25일 열린 ‘KBS 공정성 및 수신료 징수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진욱 변호사는 “TV 수신기 말소 신청을 일일이 해야 하는 현행 방식은 이용자 편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TV 수신기 소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KBS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공사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해왔다. 이경환 변호사는 “특별부담금인 수신료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전기세와 같이 부과되면서 실제로는 조세보다 더 강한 강제부과 절차를 밟고 있다”며 “온라인, 모바일 등 매체 환경 변화에 맞게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 공영방송 제도는 유지하면서 납부 여부는 이용자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신료 의무납부 방식을 고수하려면 국민적 신뢰가 필요하다”며 “영국 BBC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며 수신료 체제의 정당성을 유지시켰다”고 언급했다. BBC는 수신료 납부주기를 1년 일시불, 월 분할 납부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일본 NHK도 가정용, 휴대용 등 수신 설비 종류별로 납부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다. 징수 방법도 방문 징수, 계좌이체 등 여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독일 ‘수신료산정위원회(KEF)’는 국민이 수신료 산정, 징수, 분배, 사용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기구다. 참석자들은 2017년 기준 한전에 위탁수수료로 내는 비용이 397억 원으로 수신료 수입의 6.15%를 차지한다며 KBS가 직접 수신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 사건, 무소속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의혹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KBS는 정권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며 “시청자 공익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들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요구하는 것은 개혁하지 않고 방만 경영에 안주하는 KBS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의 비대화도 지적했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노조가 4대 지상파방송을 모두 장악한 상태다. 북한 체제 홍보방송, 민노총 성역화 방송에 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황우섭 KBS 이사도 “KBS 경영진 대다수가 언론노조 출신으로 노영방송으로 전락했다. 방송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소속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 의원은 “혹세무민하는 기울어진 언론 환경에서 KBS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편향성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배우 정지훈(37)에게 27일 개봉하는 ‘자전차왕 엄복동’은 성실한 액션 영화였다. ‘스피드 레이서’(2008년), ‘닌자 어쌔신’(2009년) 등 액션 경험이 적지 않은 그도 더운 여름 하루에 9시간씩 울퉁불퉁한 흙바닥을 자전거로 누비는 일은 쉽지 않았다. 허벅지가 터지도록 500m 트랙을 1만 번 넘게 돌았다. 그는 “싸우는 액션은 합을 맞추는 재미라도 있지만, 옛날 자전거는 브레이크도 없어 NG가 나도 운동장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했다. 지금은 자전거가 보기도 싫다”며 웃었다. ‘자전차왕…’은 일제강점기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조선인 최초로 1위를 한 실존 인물 엄복동을 다룬다. 사료가 부족해 디테일을 고민했다. 시골 물장수였던 엄복동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지게를 메고 다닌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뒤뚱뒤뚱 걸었다. 땀이 많이 차 고무신을 벗고 발에 물을 뿌리는 것도 아버지의 노하우였다.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비’ 이미지를 지우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는 “오히려 (엄복동이) 촌스러워 좋았다. 최대한 꾸질꾸질한(?) 모습을 위해 양치를 안 할까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이범수가 대본을 주며 출연을 권했는데, 그는 엄복동을 보며 2002년 월드컵 당시 안정환, 박지성을 떠올렸단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조선인들의 영웅이었지만 역사에서는 조명되지 않은 인물을 다루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습니다.” 2017년 촬영에 들어간 ‘자전차왕…’은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감독이 중도 이탈했다가 다시 합류했고, 엄복동이 자전거 절도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그는 “잡음이 많았지만 배우, 스태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2017년 배우 김태희와 결혼해 딸을 둔 아빠가 됐다. 20대에 췄던 춤을 계속하긴 쉽지 않지만, 가요계에 남고 싶다고 했다. 올해 말 새 앨범과 콘서트 활동도 예정돼 있다. 굵직한 주연만 맡아온 그도 조연, 카메오 등 다양한 역할에 욕심을 낸다. “코미디, 악역 등 지금까지 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역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불교에서 주문의 끝에 붙어 ‘원만한 성취’를 의미하는 ‘사바하’처럼, 이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생의 믿음이 거짓이 되는 순간, 그 감정의 폭발을 향해 나아간다. 낯설고 기괴하지만, 한국 엑소시즘 영화의 시작을 알린 ‘검은 사제들’(2015년)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 작품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교적 세계관과 각개전투식 서사 구조를 초반에 이해하긴 힘들다. 신흥 종교 ‘사슴동산’의 나한(박정민)과 저주받아 버려진 쌍둥이들의 이야기는 개연성을 쌓으며 하나로 연결된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 “불교에는 악이 없다. 선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변하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들도 그렇다”는 장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 낯설게 다가온다. 카메라는 피범벅이 된 자궁 속 태아, 불안에 떠는 동물의 눈처럼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담는다. 빠른 템포의 편집도 공포를 자극한다. 물론 장대한 세계관을 압축하다보니 개연성을 잃는 경우도 많다. 다소 어려운 종교 용어들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 그만큼 장 감독은 집요하게 영화의 세계관과 관점을 배우들에게 주입했다. 27년 차 배우 이정재(46)에게도 신흥 종교를 조사하는 속물적인 박 목사 역할은 쉽지 않았다. 더 껄렁껄렁했으면 하는 바람에 NG도 많이 냈다. 결국 장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대본을 읽는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아 연습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8일 만난 이정재는 “감독에게 직접 연기해보라고 한 적은 처음”이라며 웃었다. 박 목사는 관객을 이끄는 안내자이자 화자다. 외제차를 타고 담배를 피우며, 종교를 가리지 않고 이단을 고발해 수고비를 챙긴다. ‘암살’(2015년) 이후 모처럼 현대극에 도전한 그에게도 박 목사는 “해볼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새로움’이 됐다. ‘신과 함께’에서 염라대왕까지 했는데 더 해볼 캐릭터가 있더라”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쓸쓸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파국으로 치닫는 이들 앞에 신의 구원은 없었다. 인간의 집착과 욕망만이 남았을 뿐. 미스터리한 정비공 역할을 맡은 배우 박정민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쌍둥이 역할로 1인 2역을 소화한 이재인에게서는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곡성’(2016년)의 김환희가 떠오른다. 15세 이상 관람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계 최대 영화시장을 가진 미국은 달랐다. 유럽이 영화의 본질을 고민할 때, 미국은 흥행을 걱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24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로 91회를 맞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처럼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를 심사 대상으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던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와 달리, 아카데미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일찌감치 수용했다. 또한 아카데미는 인기 영화상을 신설하고 비인기 부문을 편집하기로 했다가 여론 반발로 철회하면서 상업성 논란을 자초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이미 2017년과 지난해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멕시코 언어와 배우, 스태프로 제작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다.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20년 만이다. ‘로마’가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 전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 중심적)’ 운동 이후 여러 인종이 시상식의 주역이 된 점도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한다.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계 원주민이고,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08년 ‘다크 나이트’가 남우조연상(히스 레저)과 음향효과상에 그친 것에 비하면 아카데미의 철벽을 뚫은 셈. 2016년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상실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도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성소수자에게도 관대했다. ‘그린북’의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바이스’의 메리 체니(알리슨 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앤(올리비아 콜먼) 등 작품상 후보 중 절반에 동성애 코드가 담겨 있다. 남우주연상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보다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살을 찌우고 백발노인으로 분장한 베일은 지난해 윈스턴 처칠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을 떠오르게 만든다.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인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는 이번이 7번째 오스카 도전이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촬영, 편집, 분장, 단편 등 4개 부문 시상 장면 대신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15일(현지 시간) 철회했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스파이크 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비롯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브래드 피트 등 영화인들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수는 지난해 ABC방송으로 생중계된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인 18.9%(닐슨)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인기 영화상’을 신설한다고 했다가 없던 일이 됐다.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성소수자 비하 발언으로 하차하면서 이번 시상식은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자들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계 최대 영화시장을 가진 미국은 달랐다. 유럽이 영화의 본질을 고민할 때, 미국은 흥행을 걱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24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로 91회를 맞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처럼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를 심사 대상으로 인정해야할 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던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와 달리, 아카데미는 인기 영화상 신설, 비인기 부문상 편집 등 당초 계획을 철회하면서 상업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카데미는 일찍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수용해왔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2017년과 지난해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로마’는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멕시코 언어와 배우, 스태프로 제작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다.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를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20년 만이다. ‘로마’가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 전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 운동 이후 여러 인종이 시상식의 주역이 된 점도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한다.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계 원주민이고,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08년 ‘다크 나이트’가 남우조연상(히스 레저)과 음향효과상에 그친 것에 비하면 아카데미의 철벽을 뚫은 셈. 2016년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상실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도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성소수자에게도 관대했다. ‘그린북’의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바이스’의 메리 체니(알리슨 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앤(올리비아 콜맨) 등 작품상 후보 중 절반에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다. 남우주연상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보다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살을 찌우고 백발노인으로 분장한 베일은 지난해 윈스턴 처칠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을 떠오르게 만든다.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인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는 이번이 7번째 오스카 도전이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촬영, 편집, 분장, 단편 등 4개 부문 시상 장면 대신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15일(현지 시간) 철회했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스파이크 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비롯해 마틴 스코시즈 감독, 브래드 피트 등 영화인들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수는 지난해 ABC방송으로 생중계된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인 18.9%(닐슨)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인기 영화상’을 신설한다고 했다가 없던 일이 됐다.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성소수자 비하 발언으로 하차하면서 이번 시상식은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자들의 공동사회로 진행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