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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시상식들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합니다!” 2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센터에서 열린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김구라 씨가 생방송 인터뷰 도중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연예대상도 물갈이할 때가 됐다”며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 (대상 후보도) 구색을 맞추려 하지 말고 제대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구절절했지만 정곡을 찔렀다. 김 씨의 일침에 많은 이들이 화답했다. 다음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드디어 나올 말이 나왔다” “속이 시원하다” 등 뜨거운 반응들이 쏟아졌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지상파 3사의 연말 연례행사인 연기, 연예, 가요 시상식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좋은 연기, 훌륭한 무대를 상찬하자는 뜻깊은 자리가 어쩌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됐을까. 사실 위기는 방송사들이 자초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마다 반복돼온 상 돌려먹기와 중복 수상 작태는 연말 금쪽같은 시간을 TV에 바친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올해 SBS 연예대상에선 6개 부문에 중복 수상자가 나왔다. ‘챌린저상’ ‘패밀리상’ ‘SNS스타상’ 등 누가 봐도 참석한 모두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만든 듯한 정체불명의 상도 많았다. 더욱이 올해는 운영마저 매끄럽지 못했다. 27일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선 걸그룹 에이핑크 무대가 갑작스럽게 종료되며 담당 PD가 공식 사과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25일 ‘2019 SBS 가요대전’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웬디가 리허설 도중 무대 아래로 추락해 큰 부상을 입었다. 31일 열리는 ‘2019 MBC 가요대제전’은 방탄소년단(BTS)이 해외 일정으로 불참하자 MBC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다른 가수들의 출연을 거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는 이날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는 우스갯소리를 덧붙였지만 이 말은 ‘전파 낭비’라는 비판에도 방송사들이 연말 시상식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다. 스타 수십 명을 상을 매개로 3, 4시간씩 출연시키며 시청률까지 얻어낼 프로그램이 흔치 않은 것도 사실. 하지만 올해 KBS 연예대상은 1부 7.6%, 2부 7.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역대 평균 최저시청률을 갈아 치웠다. 이젠 ‘시청률 불패’ 공식마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대상 후보에 오른 당사자가 말했기에, 김 씨의 일침이 방송계에 주는 울림은 더 컸다.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 온 시청자들의 속내를 외면하는 이런 행사는 방송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폐지를 하든, 3사 통합을 하든, 운영 혁신으로 권위를 높이든 구태의연한 관행을 갈아엎을 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4일 개봉하는 영화 ‘캣츠’는 뭣보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다. 톰 후퍼 감독(사진)은 ‘캣츠’를 연출하며 줄곧 1981년 부모 손에 이끌려 영국 뉴런던극장에서 뮤지컬을 봤던 여덟 살 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2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당시 (뮤지컬 넘버를) 카세트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다. 아직 뮤지컬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시네마로 마법 같은 ‘캣츠’를 다시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30년대 런던, 집 없는 고양이 무리인 ‘젤리클’ 멤버들의 하루를 담는다. T S 엘리엇의 시에서 착안한 원작 특성상 연출은 서사보단 노래와 안무의 감정 전달에 집중했다. ‘레미제라블’(2012년)로 뮤지컬 영화 연출에 익숙한 후퍼 감독은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과 달리 영화의 다양한 세트를 구현하는 작업이 어려웠다”며 “일부 세트는 제가 나고 자란 런던의 비주얼을 구현하려 했다. 런던에 바치는 일종의 연애편지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빅토리아 역)나 제니퍼 허드슨(그리자벨라 역), 테일러 스위프트(봄발루리나 역) 등 가수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메모리’ 등 유명 넘버들은 여전히 감미롭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것 역시 원작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후버 감독은 “영화는 빅토리아가 젤리클의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클로즈업과 빠른 화면 전환은 영화만의 볼거리지만 이로 인해 부각되는 고양이의 외양은 다소 기괴하다. 영화에선 배우들이 고양이 분장을 하는 대신 시각특수효과(VFX)를 이용해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연기한 배우들의 몸에 털과 꼬리를 합성했다. 앞서 20일(현지 시간) 북미에서 개봉한 ‘캣츠’에 대한 혹평 중엔 컴퓨터그래픽(CG)이 사람과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후퍼 감독은 “고양이 외모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또 배급을 담당한 유니버설픽처스가 VFX를 개선한 버전의 필름을 북미 개봉 뒤 다시 배포한다고 밝히면서 후반 작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에 대해 후퍼 감독은 “VFX는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라고 일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던질까 말까∼.” 하는 이도, 보는 이도 이유가 불분명한 콘텐츠가 또 있을까. 요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특정 동작을 계속하는 일명 ‘쉬지 않고 ○○○’ 콘텐츠가 인기 있다. 동요 멜로디에 맞춰 한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유튜버 ‘짱재영’의 영상은 조회수 340만 회를 넘겼다. 처음 힘 있게 시작한 율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지고, 얼굴은 땀범벅이 된다. 10월 초 이 영상을 올린 그는 현재 구독자 17만 명이 넘는 유튜버가 됐다. 구독자들은 “‘이걸 왜 보지?’ 하면서 다 봤다” “외국인들은 절대 이해 못 할 영상” 등 콘텐츠 제작 이유를 묻는 질문과 함께 전체를 시청했다는 후기 글을 남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아기 상어(Baby shark)’처럼 멜로디의 중독성을 칭송하는 반응도 많았다. ‘던질까 말까’로 불리는 이 노래의 인기는 2015년 한 업체가 장난감 홍보 목적으로 만든 동요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부터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밈(meme·재미난 말을 적어 다시 포스팅한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SNS에서 ‘릴레이 운동’으로 이어가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화제가 된 한 시간짜리 영상은 급기야 더 극한 콘텐츠로 파생됐다. 구독자 349만 명을 지닌 유튜버 ‘허팝’은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던질까 말까’ 춤을 추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탄생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구독자들도 대리만족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내용의 영상을 올린 한 유튜버도 “10시간이 지나고 쓰러져 자고난 뒤 깼을 때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성취감은 최고”라고 적었다. 긴 시간, 편집 없이 만든 이 같은 영상은 호흡이 짧은 최근 유튜브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한동안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던질까 말까’뿐만 아니라 ‘3시간 동안 거울 보기’ ‘2시간 동안 멍 때리기’ ‘1시간 동안 웃기’ 등 콘텐츠 내용도 또 다른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동백이 아들 ‘필구’역 김강훈 “내 몸에 필구가 들어있는 느낌”“나 잘 본 것 같아.” 올해 3월 초,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오디션이 끝난 후 김강훈 군(10)이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밥상머리에서 “내가 엄마를 지킬 수밖에 없다”며 엉엉 우는 필구 연기에 오디션장에서 임상춘 작가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김 군은 이 오디션을 위해 1, 2회 대본 약 8장 분량의 대사를 달달 외웠다. 차영훈 PD는 “많은 아역 배우 중 강훈이는 압도적이었다”고 회상했다. 8개월 뒤 김 군은 ‘동백이 아들’, ‘필구’로 누구보다 ‘핫’한 10대가 됐다. 첫 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부터 마지막 회 23.8%로 종영하기까지, 많은 이들이 김 군을 ‘신스틸러’로 꼽는다. 차 PD도 “강훈이는 유승호, 여진구의 계보를 이을 것”이라고 했다. “‘인생캐(인생캐릭터)’인 건 확실해요. 아직도 제 몸에 필구가 들어 있는 느낌이라서요.” 28일 만난 김 군은, 미혼모 동백(공효진)을 지키면서도 엄마의 연애를 질투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필구 모습 그대로였다. “장면의 분위기만 설명하면 곧바로 감정을 끌어냈다”는 차 PD의 말처럼, 그의 표현력은 이미 업계에서 입소문이 났다. 13일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 제작진도 “당신 때문에 우리 아빠가 죽었어!”라는 김 군의 대사 한마디를 듣고 “할 말을 할 것 같은 당당함이 느껴졌다”며 캐스팅을 결정했다. 올해로 데뷔 7년 차인 김 군은 “아홉 살 때부터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웃었다. 지난해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배우 이병헌의 아역으로 첫 사극에 도전했던 시기가 변곡점이 됐다. 엄마 유시정 씨(38)는 “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산만하지 않고 감독님의 지시를 잘 따른다”고 했다. 우는 연기를 할 때마다 “엄마가 죽는 상상을 했다”던 김 군은 ‘동백꽃…’을 촬영하며 캐릭터에 몰입하는 법을 알게 됐다. 차 PD는 “회가 거듭될수록 ‘이 친구가 사춘기가 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촬영 전날 집에서 연습을 하던 김 군은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어!”라는 대사를 하며 오열했다. 유 씨는 “보통 현장에서 울지 못할까 봐 연습 때 울지 말라고 하는데 처음으로 놀랐다”고 했다. ‘애어른’ 연기에도 여전히 김 군은 게임과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10세 소년이다. “쑥스럽다”며 엄마, 아빠와 함께 본방 시청도 못 했다고 한다. 대본 암기 비법을 묻자 “밖에 나가 놀고 싶어 빨리 외워진다”고 답했다. 최근 축구선수에서 배우로 꿈을 갈아탄 김 군에게 ‘연기란 무엇일까’를 묻자 ‘애어른’ 답이 돌아왔다. “연기는 일상인 것 같아요.” ▼티격태격 부부 역 오정세-염혜란 “만들어가는 재미 쏠쏠했죠”▼둘 다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배우 오정세(42), 염혜란(43)은 나서길 좋아하며 군수를 꿈꾸는 규태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냉철한 자영을 연기했다. 캐릭터가 상극인 부부의 티격태격하는 ‘말맛’에 웃음을 터뜨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26일 만난 두 배우는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이미 둘은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오 씨는 10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으로 무대에 선 염 씨를 만났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테드 창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 씨를 보며 염 씨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다렸다”고 했다. 염 씨는 ‘걸크러시’ 이미지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았다. 촬영장에서 다시 찍고 싶다는 말도 잘 못하는 염 씨를 위해 오 씨가 제작진에 “다시 하고 싶대요”라며 총대를 멨다. “제 입으로는 딱 한 번 다시 찍고 싶다고 말했어요. 정세가 옆에서 계속 부추겨 용기를 냈죠.”(염혜란) 의외로 애드리브는 적었다. 그만큼 대본이 “심하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쏘리라굽쇼”, “왜 드리프트를 타떠(탔어)?” 등 규태의 우스꽝스러운 대사도 철저히 대본 그대로다. 염 씨는 “배경음악(BGM)까지 쓰인 대본은 처음 봤다”며 웃었다. “지문도 묵히기 아까워 대사화했어요. ‘(주먹을 쥐고 입술도 앙 물었네) 한 대 치시것소?’가 원래 대본인데 지문까지 다 읊었죠.”(오정세) 그래도 오 씨는 간간이 애드리브를 던졌다. 자영의 코를 잡고 “네가 먼저 했다”는 말은 용식(강하늘)의 대사를 똑같이 한 것. 또 그는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 입간판 문구(‘당신만을 사랑합니다’)가 문득 떠올라 거짓말 탐지기 앞에서 자영에게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긴장이 풀리자 둘은 종종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짰다. 그렇게 탄생한 ‘멜빵 키스’도 후드 끈을 잡아당기는 용식과 동백의 키스 장면에 대한 ‘오마주’였다. 역에 대한 몰입은 소소한 디테일로 이어졌다. 허세로 가득하지만 빈틈이 많은 규태를 보여주기 위해 오 씨는 양말을 거꾸로 신거나 흰색 바지에 원색 속옷을 입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대통령경호실 글자가 박힌 시계도 구했다. 그는 “한 끗 차이가 쌓이다 보면 나중에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는 드라마 주제 때문일까. 유독 소소한 감동이 많았다고 한다. 7세 딸을 둔 염 씨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울었다. 그는 “엄마의 속마음을 너무 잘 헤아렸다”고 했다.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은 두 분이 휴대전화로 ‘동백꽃…’을 보며 미소 짓더라고요. 행복했죠. 물론 저를 알아보진 못했어요. 하하.”(오정세)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둘 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배우 오정세(42), 염혜란(43)은 나서길 좋아하며 군수를 꿈꾸는 규태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냉철한 자영을 연기했다. 상극인 부부의 티격태격하는 ‘말맛’에 웃음을 터트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26일 만난 두 배우는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이미 둘은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오 씨는 10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으로 무대에 선 염 씨를 만났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테드 창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오 씨를 보며 염 씨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다렸다”고 했다. 염 씨는 ‘걸크러시’ 이미지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았다. 촬영장에서 다시 찍고 싶다는 말도 잘 못하는 염 씨를 위해 오 씨는 제작진에게 “얘 다시하고 싶데요”라며 총대를 멨다. “딱 한 번 다시 촬영해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정세가 옆에서 계속 도와줘 용기를 냈죠.”(염혜란) 의외로 애드리브는 적었다. 그만큼 대본이 “심하게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쏘리라굽쇼”, “왜 드리프트를 타떠(탔어)?” 등 규태의 우스꽝스러운 대사도 철저히 대본 그대다. 염 씨는 “배경음악(BGM)까지 쓰인 대본은 처음 봤다”며 웃었다. “지문도 묵히기 아까워 대사화했어요. ‘(주먹을 쥐고 입술도 앙 물었네) 한대 치시것소?’가 원래 대본인데 지문까지 다 읊었죠.” (오정세) 그래도 오 씨는 간간히 애드리브로 장기(?)를 살렸다. 자영의 코를 잡고 “니가 먼저 했다”는 말은 용식의 대사였다. 그는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 입간판 문구(‘당신만을 사랑합니다’)가 문득 떠올라 거짓말 탐지기 앞에서 자영에게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긴장이 풀리자 둘은 종종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탄생한 ‘멜빵 키스’도 후드 끈을 잡아당기는 용식과 동백의 키스 장면을 ‘오마주’한 아이디어였다. 역에 대한 몰입은 소소한 디테일로 이어졌다. 허세로 가득하지만 빈틈이 많은 규태를 연기하며 오 씨는 양말을 거꾸로 신거나 흰색 바지에 원색 속옷을 입었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서 대통령 경호실 글자가 박힌 시계도 구했다. 그는 “한 끗 차이가 쌓이다보면 더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는 드라마 주제 때문일까. 유독 소소한 감동이 많았다고 한다. 7세 딸을 둔 염 씨는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울었다. 그는 “엄마가 느끼는 정서를 너무 잘 담았다”고 했다. “지하철을 탔는데 옆에 앉은 두 분이 ‘동백꽃…’을 보며 미소 짓더라고요. 행복했죠. 물론 저를 알아보진 못했어요. 하하.”(오정세)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드디어 로맨스를 하네요.” 다음 달 14일 tvN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하는 현빈, 손예진을 두고 온라인에서 말이 많다. 이 드라마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가 상속 여성과 북한 장교의 로맨스를 그린다. 이미 지난해 9월, 영화 ‘협상’에서 둘은 악당과 협상자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를 계기로 열애설까지 터졌으니, 예측 가능한 뻔한 로맨스에도 화제가 된다. 둘뿐 아니라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한 배우 조합을 재활용하는 드라마가 요즘 부쩍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전작과 현재 작품의 연기력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온다. 두 배우의 또 다른 ‘케미’를 보는 장점도 있지만, 발전이 더딘 배우들에게는 “뭘 해도 식상하다”는 혹독한 비판이 따른다. 검증된 조합은 연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전장치다. ‘사랑의 불시착’ 제작진도 대본을 보고 단번에 현빈과 손예진 조합을 떠올렸다고 한다. 제작진은 “각자의 연기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보니 늘 기대 이상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BS ‘배가본드’(23일 종영)로 첩보물에 도전한 이승기와 배수지 역시 구면이다. ‘반인반수’의 로맨스물인 MBC ‘구가의 서’(2013년)에서 이미 합을 맞춘 둘은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서로 “또 너냐”고 농을 던질 정도의 사이. 배수지는 “같이 드라마를 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아 반가웠다”고 했다. 이승기도 “친해서 편했던 건 멜로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BS ‘같이 살래요’ 이후 MBC ‘황금정원’(지난달 26일 종영)에서 한지혜와 두 번째 연기를 마친 이상우도 “서로 편하다 보니 소리 지르는 연기가 많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속사도 구면의 배우가 캐스팅된 것을 반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역할과 작품성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한 번 연기를 같이 해봤던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면 그 시나리오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때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커플 연기가 색다른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MBC ‘눈사람’(2003년)에서 엇갈린 사랑으로 고뇌했던 김래원과 공효진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10월 개봉)를 함께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두 배우의 찌질한(?) 로맨스 연기가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다. 영화 ‘결혼전야’(2013년)를 함께한 옥택연과 이연희도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에서 다시 만난다. 한편으로는 전작의 아우라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동욱, 유인나가 출연한 tvN ‘진심이 닿다’는 4% 미만의 시청률로 올해 3월 종영했다. 방영 당시, 차갑고 무심한 이동욱과 도도한 푼수 유인나의 캐릭터가 tvN ‘도깨비’(2016년)에서의 둘을 빼닮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는 몰입과 새로움으로 배우 조합을 평가한다. 연기에 조금이라도 기시감이 들면 오히려 익숙한 게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드디어 로맨스를 하네요.” 다음달 14일 tvN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하는 현빈, 손예진을 두고 온라인에서 말이 많다.이 드라마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가 상속 여성과 북한 장교의 로맨스를 그린다. 이미 지난해 9월, 영화 ‘협상’에서 둘은 악당과 협상자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를 계기로 열애설까지 터졌으니, 예측 가능한 뻔한 로맨스에도 화제가 된다. 둘뿐 아니라 어디선가 많이 본 익숙한 배우 조합을 재활용하는 드라마가 요즘 부쩍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전작과 현재 작품의 연기력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온다. 두 배우의 또 다른 ‘케미’를 보는 장점도 있지만, 발전이 더딘 배우들에게는 “뭘 해도 식상하다”는 혹독한 비판이 따른다. 검증된 조합은 연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전장치다. ‘사랑의 불시착’ 제작진도 대본을 보고 단번에 현빈과 손예진 조합을 떠올렸다고 한다. 제작진은 “각자의 연기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보니 늘 기대 이상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SBS ‘배가본드’(23일 종영)로 첩보물에 도전한 이승기와 배수지 역시 구면이다. ‘반인반수’의 로맨스물인 MBC ‘구가의 서’(2013년)에서 이미 합을 맞춘 둘은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서로 “또 너냐”고 농을 던질 정도의 사이. 배수지는 “같이 드라마를 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아 반가웠다”고 했다. 이승기도 “친해서 편했던 건 멜로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BS ‘같이 살래요’ 이후 MBC ‘황금정원’(지난달 26일 종영)에서 한지혜와 두 번째 연기를 마친 이상우도 “서로 편하다보니 소리 지르는 연기가 많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속사도 구면의 배우가 캐스팅된 것을 반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역할과 작품성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한 번 연기를 같이 해봤던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하면 그 시나리오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때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커플 연기가 색다른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MBC ‘눈사람’(2003년)에서 엇갈린 사랑으로 고뇌했던 김래원, 공효진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10월 개봉)를 함께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두 배우의 찌질한(?) 로맨스 연기가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다. 영화 ‘결혼전야’(2013년)를 함께한 옥택연과 이연희도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에서 다시 만난다. 한편으로는 전작의 아우라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동욱, 유인나가 출연한 tvN ‘진심이 닿다’는 4% 미만의 시청률로 올해 3월 종영했다. 방영 당시, 차갑고 무심한 이동욱과 도도한 푼수 유인나의 캐릭터가 tvN ‘도깨비’(2016년)에서의 둘을 빼닮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는 몰입과 새로움으로 배우 조합을 평가한다. 연기에 조금이라도 기시감이 들면 오히려 익숙한 게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24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페이버릿 듀오 오어 그룹―팝/록’과 ‘투어 오브 더 이어’,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BTS는 지난해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이 큰 뮤지션에게 주는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지난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올해는 AMA 주요 부문의 수상이란 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페이버릿 듀오 오어 그룹―팝/록’ 부문은 1974년 시작한 이래 비영어권에 상이 돌아간 것이 처음이다. 올해 47회를 맞은 AMA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계 순회 스타디움 공연을 펼쳐온 BTS는 이날 ‘투어 오브 더 이어’ 부문에서 엘턴 존과 아리아나 그란데, 에드 시런, 핑크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합했다. BTS는 지난해 8월부터 14개월에 걸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를 통해 총 62회, 20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정상 시상식에 불참한 BTS는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리더 RM은 “BTS가 6년 반 동안 활동하며 많은 꿈이 현실이 됐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건 ‘아미’(BTS 팬클럽) 여러분이다”라고 전했다. BTS는 5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도 ‘톱 듀오/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발표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채널A 예능 ‘아이콘택트’ 촬영장 곳곳엔 항상 휴지가 놓여있다. 5분 동안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낯선 상황. ‘감동을 줄 수 있을까’란 우려는 기우였다.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제작진조차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이 많았다. 눈 맞춤의 진심이 통한 걸까. ‘아이콘택트’는 11일부터 12회 연장 방영에 들어갔다. 특히 온라인에서 화제성이 높았다. 아내를 희귀병으로 잃고 11세 딸과 사는 ‘싱글대디’ 김민우 씨 사연(지난달 7일 방송)은 유튜브에서 조회수만 250만 회를 넘겼다. 그간 소원했던 20년 친구 바비킴과 이상민(9월 2일 방영·141만 회),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미료와 나르샤(지난달 14일 방송·129만 회) 등 조회수 100만 회를 웃도는 출연자들의 눈 맞춤이 적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들의 사연이 담긴 방송 사진들이 공유되며 큰 감동을 줬다. 출연자들의 교감이 중요한 만큼,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기적’이 울림을 줄 때가 많았다. 뇌암 판정을 받은 홍정한 씨의 할머니(8월 12일 방송)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유독 촬영 날만큼은 평소와 다르게 얌전했다고 한다. 그는 손자와 눈을 맞추며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와 “눈이 좋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했다. 무속인이 된 남편 때문에 가출했던 아내(8월 5일 방영)는 녹화 직전까지 출연 여부를 알 수 없어 제작진의 애간장을 태웠다. 상처를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들은 눈 맞춤으로 용기를 얻었다.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멤버 소정, 애슐리, 주니는 교통사고로 멤버인 은비, 리세를 잃었던 2014년 그날에 관한 기억을 5년 만에 털어놨다(11일 방송). 숱한 인터뷰, 출연 요청에도 응하지 않던 이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섭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눈 맞춤은 일회성 방송에 그치지 않고 실제 관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2세를 출산한 아내와 무속인 남편은 제작진에게 “관계가 회복돼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비킴과 이상민은 방송 후 함께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에도 출연하면서 우정을 다지고 있다. 1990년대 가수로 활동했던 김민우 씨는 “아이가 너무 어른스러워 걱정이었는데, 눈 맞춤 뒤로부턴 어리광도 부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도 용기를 얻어 그동안 못 했던 노래 녹음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던 제작진의 바람처럼, 이들의 사연에 공감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는 시청자가 유독 많았다. 익명으로 다둥이 ‘싱글대디’들(9월 9일 방영)에게 음식을 보내거나 김민우 씨의 11세 딸에게 슬라임(액체괴물)을 선물하는 등 소소하지만 따뜻한 선물이 출연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줬다. 9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여 숨진 김민식 군의 부모가 18일 방송에 나온 뒤 ‘민식이법’ 통과를 호소하는 청와대 청원에 28만 명(21일 오후 3시 기준)이 동의했다. 종종 스페셜 MC로 촬영장을 찾았던 하하도 11일 방송부터 강호동, 이상민과 함께 고정 MC로 출연 중이다. 그는 ‘싱글대디’들의 눈 맞춤을 보며 몰입한 나머지 몸살이 찾아왔다고 한다. 제작진은 “3명의 MC 모두 꾸밈없이, 진정성 있는 눈빛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36)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일 복수의 바둑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9단은 다음 달 18일부터 3번기로 NHN이 개발한 AI ‘한돌’과 대국을 벌일 예정이다. 룰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은 뒤 덤 7집 반을 주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 9단 측과 NHN은 대국료와 대국 조건 등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 중계는 SBS가 맡는다. 한돌과의 대결은 사실상 이 9단의 마지막 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바둑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7년 12월 출시한 AI다. 한돌은 올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등 국내 최정상권 프로기사 5명과 벌인 호선(흑이 덤을 주는 것) 대국에서 전승을 거뒀다. 8월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AI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실력임을 보여줬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힘겨운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목진석 9단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기사의 마지막 무대인 만큼 승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9단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 9단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대국을 펼쳐 4-1로 패배했다. 이때 거둔 1승은 지금까지도 프로기사가 AI를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남아 있다. 1995년 7월 12세의 나이로 입단해 국수전 등 국내 대회 32차례, 세계 대회 18차례 등 총 50차례 우승한 이 9단은 19일 한국기원을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 프로기사 생활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그는 3월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대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한 뒤 “아마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 장기간 휴직이나 완전 은퇴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이 9단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그와 2000년대 라이벌 관계였던 중국의 구리 9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파고와 싸워 이겨 인류의 지혜, 문명을 지켜준 것에 감사한다. 당신은 내가 항상 좇던 목표였다. 나를 격려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이 9단이 은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기원과의 불화가 깔려 있다. 그는 2016년 5월 프로기사회가 대국 수입의 일부를 공제해 적립금을 부당하게 가져간다는 이유로 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프로기사회를 탈퇴했다. 올 7월 한국기원은 이사회를 소집해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을 의결하면서 이 9단은 공식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잃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송에 쓸 게 없었죠?” 개그맨 안영미(36)는 매주 수요일, 5시간이 넘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이 끝나면 으레 이런 말을 한다. 거침없는 멘트가 전파를 탈 수 있을지 염려하는 그를 제작진은 “놀던 대로 놀아라”고 다독인다고 한다. 하지만 ‘19금 개그’로 10년 넘게 한길(?)만 걸어온 그의 말대로, 시대는 변했다. 안영미는 6월부터 ‘라디오스타’ 최초로 고정 여성 MC를 맡고 있다. ‘라디오스타’에서도 안영미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MC 김구라의 지식 자랑에 “평론가 납셨네”라며 빈정거리고, “지겨워 정말∼”이라며 짜증 섞인 표정도 짓는다. 이 덕분에 ‘구라 잡는 영미’란 수식어도 얻었다. 18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만난 그는 “(남성들뿐인) 분위기였던지라 막내 여동생 역할이 필요했던 것 같다. 물론 김 선배가 잘 받아주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프로그램 12년 역사상 첫 여성 MC인 만큼 부담도 크다. 안영미는 “게스트로 출연했을 땐 천둥벌거숭이처럼 방송했는데, 막상 MC를 맡으니 무거운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어중간한 모습으로 “여자는 저래서 안 돼”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도 컸다. 그럴 때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김구라에게 더 덤벼들었다고 한다. “이미지와 다르게 실제 성격은 ‘쫄보’거든요. 눈치 보면서 방송했더니, 시청자들이 딱 알아보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제 자유로운 모습 때문이었는데.” 줄곧 “한국 방송국은 그릇이 작다”는 농을 던져 온 안영미도 요즘 ‘섹드립’(성적 농담)에 관대해진 분위기를 체감한다. 2011년부터 출연한 tvN ‘코미디빅리그’에선 “제발 ‘15세’로 가자”는 말을 주야장천 들었다. 2013년 ‘무한도전’에 나갔을 땐, 그의 ‘시그니처’인 가슴에 손을 얹는 춤을 췄더니 관객 반응만 방송에 나갔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개그는 케이블방송만 가능했다. 당시엔 국민 MC인 유재석 선배도 등을 돌렸을 정도”라고 했다. “방송에 편집되는 상황을 보고 조금씩 개그 수위를 높여갔어요. 그러다 언젠가부터 ‘가슴 춤’이 예상과 달리 방송을 타더라고요. 살짝 걱정했는데, 악플보다 ‘ㅋㅋㅋㅋ’ 반응이 많아 자신감을 얻었죠.” ‘섹드립’은 순전히 “받아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좋아 시작했다”고 한다. 송은이 김숙 등 내공이 센 주변 여성 선배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개그 감을 단련했다.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는 자기 나름의 원칙도 세웠다. 그는 “‘19금’을 위한 ‘19금 개그’론 웃기기 힘들다. 본능적으로, 마치 준비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며 웃었다. 요즘 들어 안영미는 tvN ‘SNL코리아’나 ‘코미디빅리그’ 같은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했던 시절이 무척 그립단다. 그는 “KBS ‘개그콘서트’의 ‘고고 예술 속으로’ 등 처음 콩트를 할 때의 헝그리 정신이 없어진 것 같아 하차했었다”며 “언젠가 무대로 돌아가 건강한 ‘19금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최근 ‘핫’한 스탠딩코미디 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넷플릭스)에 대한 감상을 물어봤다. “사석에서 자주 듣던 얘기라 충격적이진 않았다”며 특유의 웃음으로 슬쩍 또 선을 넘었다. “무대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요. 전 누가 옆에서 완급 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혼자 무대에 서면 ‘누드쇼’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하.”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봉준호 감독조차 ‘기생충’ 포스터의 의미를 몰랐다. 포스터 제작을 맡은 김상만 감독이 배우들의 눈을 가린 건 관객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보길 원했기 때문.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김 감독은 인간관계의 균열과 상류층의 삶을 세련되지만 건조하게 담은 데이비드 호크니, 에릭 피슬의 회화를 떠올렸다. 물론 유명 배우들의 눈을 가린다는 부담도 컸다. 해외에서도 회자된 이 포스터는 미국, 일본, 베트남의 여러 극장에 그대로 걸렸다. 배경은 다르지만 눈을 가린 콘셉트는 프랑스에서도 유지됐다. 김 감독은 “칸에 가기 전 만난 봉 감독은 포스터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럼에도 눈을 가린 이유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거, 영화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됐던 포스터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사례는 비단 ‘기생충’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국내외 포스터들을 모아 놓고 품평(?)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만큼 업계에서는 “관객들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말들이 많다. 소규모 인원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온, 10개 내외 국내 디자인업체들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장르나 분위기를 주로 담는 해외 포스터와 달리, 그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배우 얼굴을 클로즈업한 ‘얼굴빵’ 포스터가 유독 많았다. 배우 인지도에서 오는 티켓파워나 소속사, 배급사, 제작사 등 논의 과정에서 “직관적인 이해가 중요시됐기 때문”이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 배우들이 뛰고 있는 ‘부산행’(2016년) 포스터는 해외로 가면서 폐허가 된 부산역 전경으로 바뀌었다.변화는 상대적으로 창작의 자율성이 보장된 다양성 영화들로부터 시작됐다. “요샌 굿즈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소장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최지웅 프로파간다 실장의 말처럼,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의 포스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전히 잘 먹힌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다룬 ‘벌새’(8월 개봉)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의 보편성을 담기 위해 은희(박지후) 사진 대신 파스텔톤 일러스트를 활용했다. 박시영 빛나는 실장은 “20대 힙스터 관객과 일반 관객 사이 적정한 콘셉트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입소문을 탄 국내 포스터가 해외에서 만든 포스터를 대체하기도 한다. 시리아 난민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가버나움’(1월 개봉)은 오리지널 포스터의 우울함을 줄이고자 소년 뒤 하늘을 보라, 핑크빛 색감으로 편집해 역으로 해외 극장에 널리 쓰였다. 그자비에 돌란 감독이 피그말리온에서 제작한 ‘마미’(2014년) 포스터를 보고 SNS에 “내 영화 포스터 중 한국이 최고”라고 극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디즈니, 마블 영화는 해외에서 제공한 스틸컷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한글로 변환하는 작업조차 로고 규격을 맞추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들은 여전히 창작의 자율성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제한적이지만 상업영화의 기존 작법 안에서 소소한 변화들도 나타나고 있다. 프로파간다가 작업한 ‘증인’(2월 개봉)은 나무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정우성, 김향기가 마주 보고 있는 감성적인 포스터를 썼다. ‘악인전’은 마동석과 김무열 사이로 악인이 휘갈겨 쓴 듯한 글씨체를 삽입해 하드보일드한 극 분위기를 살렸다. ‘얼굴빵’ 포스터이지만 ‘나를 찾아줘’(27일 개봉) 포스터 제작을 맡은 스테디는 이영애에게 슬픈 표정과 미스터리한 동작을 주문했다고 한다. 폐허가 된 정신병원 외경을 담은 ‘곤지암’(2017년)에 이어 ‘변신’(8월 개봉)은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장르의 직관적인 이미지보다 스산한 집 안에 배우들이 앉아있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대호 스테디 실장은 “공포물 작법도 핏빛 없이, 분위기만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여행 가는 예능 있는데 같이 갈래?”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이 ‘버킷리스트’였던 김남길은 단체 채팅방에서 이선균의 제안을 단박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멤버 섭외의 구심점이 된 이선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라라랜드’를 같이 본 이상엽과 18년 지기 대학 후배 김민식을 차례로 불러냈다. SBS ‘열혈사제’에서 호흡을 맞춘 고규필 섭외는 김남길이 맡았다. 8월, 다섯 명의 배우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2일 일정의 모스크바행 열차에 올랐다. 배우들의 예능 진출이 일상이 된 요즘, 초면인 멤버가 아니라 지인과 편하게 방송을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예능 출연과 바쁜 일정으로 소홀했던 ‘우정 다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 제작진 고유 권한이던 섭외에 배우들이 앞장서는 일도 잦다. 통성명을 하는 등 데면데면한 첫 만남이 생략돼 촬영도 한결 수월해졌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제작진에게 배우들은 앞다퉈 서로의 친분을 과시한다. 김민식은 주 3회 함께 걷는 이선균을 “우리 형”이라고 소개한다. 김남길은 혀를 날름거리는 이선균의 습관을 꿰고 있을 정도. 드라마 촬영으로 뒤늦게 합류한 이상엽은 여행 전 배우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어색함을 없앴다고 한다. 때론 친구들의 존재가 ‘예능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달 말 방영되는 KBS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정해인이 직접 섭외한 배우 은종건, 임현수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정해인은 “첫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친한 형 동생과 함께해 행복한 첫 뉴욕 여행이 됐다”고 전했다. 7월 유튜브 채널 ‘모노튜브’에 친구들과 로스앤젤레스(LA) 생활을 공개한 강동원에게 배정남은 예능 선생님이다. “예능은 이렇게 찍는 것이냐”고 묻는 그에게 배정남은 “오디오 겹치니까 한 사람씩 얘기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배우 박시후는 첫 예능인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개묘한 여행’에서 드라마를 함께한 절친 윤봉길과 반려견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났다. ‘시베리아 선발대’ 연출을 맡은 이찬현 PD는 “실제로 서로 친하기에 배우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관계가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봉준호 감독(50·사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3일(현지 시간) 열린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기생충’으로 필름메이커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박소담과 함께 레드카펫에 섰다. 1997년부터 열린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는 그해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지난달 북미에서 3개 상영관으로 개봉해 현재 463관에서 상영 중이다. 1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565만 달러(약 66억 원)로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2013년·456만 달러)를 넘어섰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여행가는 예능 있는데 같이 갈래?”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이 ‘버킷리스트’였던 김남길은 단체 채팅방에서 이선균의 제안을 단박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멤버 섭외의 구심점이 된 이선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라라랜드’를 같이 본 이상엽과 18년 지기 대학 후배 김민식을 차례로 불러냈다. SBS ‘열혈사제’에서 호흡을 맞춘 고규필 섭외는 김남길이 맡았다. 8월, 다섯 명의 배우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2일 일정의 모스크바행 열차에 올랐다. 배우들의 예능진출이 일상이 된 요즘, 초면인 멤버가 아니라 지인과 편하게 방송을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예능 출연과 바쁜 일정으로 소홀했던 ‘우정다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 제작진 고유권한이던 섭외에 배우들이 앞장서는 일도 잦다. 통성명을 하는 등 데면데면한 첫 만남이 생략돼 촬영도 한결 수월해졌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제작진에게 배우들은 앞 다퉈 서로의 친분을 과시한다. 김민식은 주 3회 함께 걷는 이선균을 “우리 형”이라고 소개한다. 김남길은 혀를 날름거리는 이선균의 습관을 꿰고 있을 정도. 드라마 촬영으로 뒤늦게 합류한 이상엽은 여행 전 배우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어색함을 없앴다고 한다. 때론 친구들의 존재가 ‘예능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달 말 방영되는 KBS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정 씨가 직접 섭외한 배우 은종건, 임현수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정 씨는 “첫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친한 형, 동생과 함께해 행복한 첫 뉴욕 여행이 됐다”고 전했다. 7월 유튜브 채널 ‘모노튜브’에 친구들과 로스엔젤레스(LA) 생활을 공개한 강동원에게 배정남은 예능 선생님이다. “예능은 이렇게 찍는 것이냐”고 묻는 그에게 배정남은 “오디오 겹치니까 한 사람씩 얘기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배우 박시후는 첫 예능인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개묘한 여행’에서 드라마를 함께한 절친 윤봉길과 반려견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났다. ‘시베리아 선발대’ 연출을 맡은 이찬현 PD는 “실제로 서로 친하기에 배우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관계가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전개가 느려 아쉬워요.” 매주 토요일 자정만 되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드라마 라이브 채팅창은 애청자들 탄식으로 가득 찬다. 금요일 오후 11시 주 1회 60분, 흔치 않은 편성에 제작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 tvN은 ‘불금 시리즈’를 편성해 지난해 9월부터 ‘빅포레스트’, ‘톱스타 유백이’, ‘막돼먹은 영애씨’ 등으로 주 1회 드라마 ‘실험’을 해왔다. 드라마 주 1회 편성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선 일반적이다. 국내도 2010년대 초, 금요일 저녁에 SBS ‘더 뮤지컬’(2011년), MBC ‘심야병원’(2011년) 등을 방영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월화, 수목, 토일 드라마 편성라인이 고정된 상황에서 금요일 하루는 제작비 대비 가성비가 높은 예능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쌉니다…’를 주 1회 방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웹툰이 원작인 ‘예능형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안상휘 CP는 “회마다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강해 연결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전했다. 전체 회차도 원작과 각색 분량을 고려해 12부작으로 줄였다. 16부작에 맞추느라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는 관행(?)도 자연스레 해결했다. 주문형비디오(VOD)로 보는 시청패턴이 늘어난 요즘, ‘본방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배우에게도 이런 제작환경은 긍정적이다. 김병철 등 출연자들은 현장에서 “캐릭터 연구할 시간이 생겼다”고 반색했다. 극 중 빠야족을 맡은 배우 10명은 율동과 대사 합을 맞추기 위한 합숙 시간까지 벌었다고 한다. 6월 말부터 촬영한 ‘쌉니다…’는 이번 주 마지막 촬영을 앞뒀다. 방영 직전까지 촬영·편집하는 웃지 못할 ‘생방송’ 상황이 없어졌다. 길어야 한 회에 이틀이 주어지는 편집 시간도 4일 이상으로 늘었다. 촬영A팀 주 52시간, B팀 주 16시간 등 촬영 강도도 개선했으며, 일반적인 A∼C팀 로테이션으로 들쭉날쭉한 촬영 결과물 관리도 용이해졌다고 한다. 물론 방송계에선 주 1회 드라마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지상파 편성관계자는 “광고나 간접광고(PPL) 단가가 주 2회 드라마에 맞춰져 있어 기존 체제를 흔들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장르 실험이나 제작여건 개선 등을 고려해서라도 주 1회 드라마 제작은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채식주의를 통칭하는 ‘비거니즘(veganism)’ 열풍이 거세다.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성큼 다가온 비거니즘의 현재를 가상 인물인 이비건 씨(25)의 시선으로 구성해 봤다. ‘비건’으로 산 지 3년째다. 시작은 아토피였다. 음식으로 체질을 바꾸면 도움이 될 거란 지인 말에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환경과 동물권, 가치소비로 관심이 뻗어나갔다. 채식은 보통 8단계로 나뉘는데, 열매에 해당하는 과일과 곡식만 먹는 ‘프루테리언’부터 어패류나 유제품, 가금류는 먹기도 하는 ‘폴로’까지 다양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비건이라면 열에 다섯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울 거라 지레짐작하는 이들이 열에 아홉쯤 됐다. 지금은 아니다. 1, 2년 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건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환경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비건 문화의 폭발적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젠 대학마다 비건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호회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에는 비건 소모임 모집 공고가 줄줄이 올라온다. 한국채식연합이 추산한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 명. 10년 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이달 2, 3일에 열린 ‘제7회 비건 페스티벌’은 3년 만에 참가자가 20배나 늘었다고 한다. 피부에 와 닿는 가장 큰 변화는 먹을거리다. 서울대와 동국대, 삼육대 등에 비건 식당이 들어섰다. 많은 대학 학생회가 비건을 위한 식당이나 메뉴를 개설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비건 모임에서 만난 선배 언니는 5년 전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던 비건 식당이 이제 80여 곳으로 늘었다며 박수를 쳤다. 이뿐 아니다. 채식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채식한끼’나 ‘베지카우’도 생겼다. 특히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있는 비건 거리. 자취를 해서 이따금 요리를 해먹는데, 각종 향신료와 음식 재료를 살 수 있는 가게가 모여 있다. 우유 대신 코코넛크림을,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쓰는 비건 빵집도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는다. 비건 빵집만 찾는 성지순례도 유행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비건 빵집 ‘야미요밀’은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미향 씨(31)는 “대표 메뉴인 크림빵은 33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면 1.5배 정도 차이는 감당할 만하다”고 했다. 야미요밀에 따르면 고객 구성은 비건이 20%, 건강식에 관심 많은 이들이 40% 정도다. 외국인 비율도 높다고 한다. “2017년 창업한 후 올해 매출이 200% 성장했다. 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직원이 귀띔했다. 대중화가 안 돼 일반 쇠고기보다 2∼3배나 비싸지만 인조고기도 인기다. 외국에서 만든 비건 달걀은 실물과 똑같다고 한다. 화장품과 세제, 초콜릿, 아이스크림, 고기, 치즈…. 필요한 모든 것에 비거니즘이 도입되고 있다. 가방은 에코백이나 가죽 느낌의 천으로 만든 제품을 쓴다. 패딩점퍼는 좀 비싸도 버려진 털을 재생해 만드는 브랜드나 오리털보다 몇 배 비싸도 고급 섬유로 만든 제품으로 사 입을 생각이다. 비거니즘에서 채식은 사실 모래알 같은 의미다. 비건의 핵심은 가치지향적인 태도다. ‘월간 비건’의 이향재 편집장은 “저마다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지만 결국 적게 쓰고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가치를 따르게 된다. 비건 문화의 핵심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존”이라고 했다. 비건에 입문하는 이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건강, 환경 문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다.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다.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은 데다, 풍부한 외국 경험을 통해 비건을 접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환경 문제를 생존과 연결해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비건을 실천하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건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비건 바람은 세계적 현상이다. 대체육류 시장은 2040년 세계 육류 소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세계 최초로 ‘비건 패션위크’가 열리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최근 입사한 은주 언니는 최근 이따금 고기를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으로 전환했다.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가 많다 보니 아예 안 먹을 순 없다고 한다. 언니는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하는 소모임을 제안했다. 나는 적극 찬성했다. 알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비건에 동참할 것이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이설 snow@donga.com·신규진 기자}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 관련 영상을 찍고도 경찰 측에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먼저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해 KBS가 공식 사과했다. 다만 직원의 실수일 뿐 회사 차원에서 사고 조사를 방해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3일 독도경비대 등에 따르면 경비대 소속 박모 팀장은 2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KBS의 보도에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울릉도에 가지 못해 독도 경비대에서 하루를 숙식했다.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댓글을 썼다. 또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다음 날 편히 주무시고 나간 것이 단독보도 때문이냐’고도 했다. KBS는 2일 ‘KBS 뉴스9’에서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라는 제목으로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 1호’의 이륙 장면을 보도했다. 박 팀장의 글은 곧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됐지만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입도해 있던 본사 직원이 심야에 돌발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이라며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을 한 점, 사고 초기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추가 조사를 통해 향후 유사한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윤리강령 등을 철저히 점검·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사고 조사와 실종자 수색 과정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KBS는 “해당 직원은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이륙 장면이 담긴) 20초가량을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다”며 “독도경비대가 헬기 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 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직원은 헬기 진행 방향과 무관한 화면이라고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비난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화면들은 국토교통부 사고조사팀에 넘기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울릉=구특교 kootg@donga.com / 신규진 기자}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의 이륙 당시 영상을 찍은 KBS가 경찰 측에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먼저 방송을 내보낸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3일 독도경비대 등에 따르면 경비대 소속 박모 팀장은 2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KBS의 보도에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울릉도에 가지 못해 독도 경비대에서 하루를 숙식했다.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헬기 진행방향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댓글을 썼다. 박 팀장은 이어 ‘헛 고생을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치가 떨린다’며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다음 날 편히 주무시고 나간 것이 단독보도 때문이냐’고도 했다. KBS는 2일 ‘KBS 뉴스9’에서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라는 제목으로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 1호’의 이륙 장면을 보도했다. 박 팀장의 글은 곧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글이 퍼지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독도경비대는 “(KBS가) 협조해줬으면 도움을 받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면서 KBS에 영상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독도에 고정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정비 보수하기 위해 입도(入島)한 직원이 심야에 돌발적 상황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인정했다. KBS는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을 한 점, 사고 초기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보도과정에서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체 영상을 제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에 본사 엔지니어가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이륙 장면이 담긴) 20초가량을 제외하고 제공했다”며 “직원은 이착륙장을 촬영하는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헬기 진행 방향과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경비대에) 답했다”고 설명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울릉=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최근 채식주의를 통칭하는 ‘비거니즘’(veganism) 열풍이 거세다.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을 뛰어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성큼 다가온 비거니즘의 현재를 가상 인물인 이비건 씨(25)의 시선으로 구성해봤다. ‘비건’으로 산지 3년째다. 시작은 아토피였다. 음식으로 체질을 바꾸면 도움이 될 거란 지인 말에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환경과 동물권, 가치소비로 관심이 뻗어나갔다. 채식은 보통 8단계로 나뉘는데, 열매에 해당하는 과일과 곡식만 먹는 ‘플루테리언’부터 어패류나 유제품, 가금류는 먹기도 하는 ‘폴로’까지 다양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비건이라면 열에 다섯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울 거라 지레짐작하는 이들이 열에 아홉쯤 됐다. 지금은 아니다. 1, 2년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환경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비건 문화의 폭발적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젠 대학마다 비건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호회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에는 비건 소모임 모집 공고가 줄줄이 올라온다. 한국채식연합이 추산한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여 명. 10년 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2, 3일에 열린 ‘제7회 비건 페스티벌’은 3년 만에 참가자가 20배나 늘었다고 한다. 피부에 와 닿는 가장 큰 변화는 먹을거리다. 서울대와 동국대, 삼육대 등에 비건 식당이 들어섰다. 많은 대학 학생회가 비건을 위한 식당이나 메뉴를 개설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비건 모임에서 만난 선배 언니는 5년 전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던 비건 식당이 이제 80여 곳으로 늘었다며 박수를 쳤다. 이뿐 아니다. 채식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어플리케이션 ‘채식한끼’나 ‘베지카우’도 생겼다. 특히 내가 즐겨 찾는 곳은 해방촌에 있는 비건 거리. 자취를 해서 이따금 요리를 해먹는데, 각종 향신료와 음식재료를 살 수 있는 가게가 모여 있다. 우유 대신 코코넛크림을, 밀가루로 대신 쌀가루를 쓰는 비건 빵집도 ‘핫 플레이스’로 각광 받는다. 비건 빵집만 찾는 성지순례도 유행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비건 빵집 ‘야미요일’은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김미향 씨(31)는 “대표 메뉴인 크림빵은 33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면 1.5배 정도 차이는 감당할 만하다”고 했다. 야미요밀에 따르면 고객 구성은 비건이 20%, 건강식에 관심 많은 이들이 40%정도다. 외국인 비율도 높다고 한다. “2017년 창업 이후 올해 매출이 200% 성장했다. 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직원이 귀띔했다. 대중화가 안 돼 일반 소고기보다 2, 3배나 비싸지만 인공 고기도 인기다. 외국에서 만든 비건 달걀은 실물과 똑같다고 한다. 화장품과 퍼, 세제, 초콜릿, 아이스크림, 고기, 치즈…. 필요한 모든 것에 비거니즘이 도입되고 있다. 가방은 에코백이나 가죽 대체로 만든 천 가방을 쓴다. 패딩 점퍼는 좀 비싸도 버려진 털을 재생해 만드는 브랜드나 오리털보다 몇 배 비싸도 인공 고급섬유로 만든 제품으로 사 입을 생각이다. 비거니즘에서 채식은 사실 모래알 같은 의미다. 비건의 핵심은 가치 지향적인 태도다. ‘월간 비건’의 이향재 편집장은 “저마다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지만 결국 적게 쓰고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가치를 따르게 된다. 비건 문화의 핵심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존”이라고 했다. 비건에 입문하는 이들은 크게 3종류로 나뉜다. 건강, 환경문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다.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다.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은데다, 풍부한 외국경험을 통해 비건을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환경문제를 생존과 연결해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비건을 실천하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건인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비건 바람은 세계적 현상이다. 대체육류 시장은 2040년 세계 육류 소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세계 최초로 ‘비건 패션 위크’가 열리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최근 입사한 은주 언니는 최근 이따금 고기를 섭취하는 플랙시테리언으로 전환했다.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가 많다보니 아예 안 먹을 순 없다고 한다. 언니는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하는 소모임을 제안했다. 나는 적극 찬성했다. 알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비건에 동참할 것이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이설 기자 snow@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