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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올해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 겸영 매체 24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3년 연속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 신문 매체와 광고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동아일보는 상위 매체 3곳 중 유일하게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모두 증가했다. ABC협회는 2019년(2018년 기준) 매체 24개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ABC협회는 일간지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실사해 집계하는 국내 유일의 공인기관이다. 이날 공개된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3만7342부로 집계돼 전체 언론사 중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의 평균 발행부수는 96만5286부로 전년보다 6026부 늘었으며 유료부수 역시 796부 증가했다.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전년도에 비해 15만219부 줄었으며 유료부수도 4만4577부 감소했다. 중앙일보는 발행부수가 전년보다 7311부 증가했지만 유료부수는 1만3695부 줄었다. 이로 인해 동아일보(2위)와 중앙일보(3위)의 유료부수 격차는 지난해 약 1만 부에서 올해 2만4647부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동아미디어그룹 매체인 스포츠동아(유료부수 10만7567부)는 스포츠신문 가운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동아는 전체 24개사 중에서도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어린이동아의 유료부수는 전체 11위(6만9468부)로 어린이 대상 신문 중 가장 순위가 높았다. 어린이조선일보(14위)와는 유료부수가 1만7749부 차이가 났다. 조성겸 ABC협회 인증위원(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이번 유료부수 인증 결과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의 위기 속에서도 질 높은 정보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가짜뉴스, 조회수만을 늘리기 위한 뉴스가 만연한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종이신문이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는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이어 “종이신문에 대한 높은 수요는 기성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감을 나타내기 때문에 신문사는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ABC협회는 이번에 조사한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4개사 외에도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나머지 일간지를 추가로 조사해 올해 말까지 전국 160여 개 신문사의 발행부수, 유료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신규진 기자}

“3시간짜리 영화를 어떻게 한 번만 봅니까.” 직장인 황모 씨(27·여)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5번이나 봤다. 가장 최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건 ‘쿠키 사운드’ 때문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아이언맨’(2008년)에 등장한 망치 소리를 듣기 위해 황 씨는 10여 분간 자리를 지켰다. 마블코믹스의 오랜 팬이기도 한 그는 “재관람까지 포함하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22편을 총 50회 가까이 봤다”고 했다. 황 씨처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N차 관람객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국내 극장가에 자리 잡은 N차 관람은 19일 관객 수 134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최고 기록을 달성한 ‘어벤져스…’의 흥행에 가속도를 붙였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5일까지 ‘어벤져스…’의 재관람률은 9.5%로,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은 영화 중 가장 높다. 러닝타임 3시간에 숨겨진 역대 MCU 영화들의 오마주와 ‘떡밥 회수’ 장면들을 챙기겠다는 관람객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재관람한 관객 중 1, 2인 비중이 71.4%에 달했다. ‘어벤져스…’를 3번 본 김모 씨(25)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화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N차 관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 관람 때 놓친 장면들을 필기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시리즈로 이어진 마블 영화에 대한 국내 팬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재관람률이 높은 영화 20편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년) 등 MCU 영화 4편이 이름을 올렸다. 2D로 첫 관람을 한 뒤 4DX나 아이맥스로 ‘어벤져스…’를 재관람한 관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CGV 관계자는 “‘어벤져스…’의 경우 특별관 객석 비중이 60% 가까이 됐다. 영화 스케일에 맞게 상영관별로 N차 관람을 하는 패턴이 정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수증과 함께 N차 관람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은 모양새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111번 본 관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관련 굿즈를 제공하는 대형 영화관들의 N차 관람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2014년)처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영화 외에도 N차 관람 비중이 높은 영화는 ‘명량’(2014년), ‘국제시장’(2014년), ‘암살’(2015년) 같은 역사·시대물이거나 ‘겨울왕국’(2013년), ‘라라랜드’(2016년),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역사물의 경우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았고 3인 이상 단체관람이 주를 이뤘다. ‘국제시장’을 2번 관람한 김진구 씨(61)는 “산악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을 한 뒤 감명을 받아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았다. 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영화”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시간짜리 영화를 어떻게 한 번만 봅니까.” 직장인 황모 씨(27·여)는 지난달 24일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을 5번이나 봤다. 가장 최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건 ‘쿠키 사운드’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아이언맨’(2008년)에 등장한 망치 소리를 듣기 위해 황 씨는 10여 분간 자리를 지켰다. 마블코믹스의 오랜 팬이기도 한 그는 “재관람까지 포함하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 22편을 총 50회 가까이 봤다”고 했다. 황 씨처럼 ‘어벤져스…’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N차 관람객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국내 극장가에 자리 잡은 N차 관람은 19일 관객 수 1341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최고기록을 달성한 ‘어벤져스…’의 흥행에 가속도를 붙였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5일까지 ‘어벤져스…’의 재관람율은 9.5%로,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은 영화 중 가장 높다. 러닝타임 3시간에 숨겨진 역대 MCU 영화들의 오마주와 ‘떡밥 회수’ 장면들을 챙기겠다는 관람객이 많다. 그러다보니 재관람한 관객 중 1, 2인 비중이 71.4%에 달했다. ‘어벤져스…’를 3번 본 김모 씨(25)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화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N차 관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 관람 때 놓친 장면들을 필기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시리즈로 이어진 마블 영화에 대한 국내 팬덤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재관람율이 높은 영화 20편에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년)’ 등 MCU 영화 4편이 이름을 올렸다. 2D로 첫 관람을 한 뒤 4DX나 아이맥스로 ‘어벤져스…’를 재관람한 관객 가운데 20, 30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CGV 관계자는 “‘어벤져스…’의 경우 특별관 객석 비중이 60% 가까이 됐다. 영화 스케일에 맞게 상영관별로 N차 관람을 하는 패턴이 정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수증과 함께 N차 관람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도 자리 잡은 모양새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111번 본 관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관련 굿즈를 제공하는 대형 영화관들의 N차 관람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스텔라’(2014년)처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영화 외에도 N차 관람 비중이 높은 영화는 ‘명량’(2014년), ‘국제시장’(2014년), ‘암살’(2015년) 같은 역사, 시대물이거나 ‘겨울왕국’(2013년), ‘라라랜드’(2016년),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이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역사물의 경우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았고 3인 이상 단체 관람이 주를 이뤘다. ‘국제시장’을 2번 관람한 김진구 씨(61)는 “산악 동호회에서 단체관람을 한 뒤 감명을 받아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았다. 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던 영화”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기사에는 ‘왕좌의 게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달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11년부터 ‘왕좌의 게임’은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됐다. 지난달부터 방영된 시즌8의 1회 미국 시청자 수는 1740만 명. 시즌1 첫 방송(222만 명)의 약 8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드라마의 인기를 ‘광기’, ‘문화 쓰나미’로 표현한다. 전 시즌 통틀어 에피소드 73개로 구성된 ‘왕좌의 게임’은 가상 대륙 ‘웨스테로스’의 7개 가문이 왕좌를 놓고 벌이는 사투와 북쪽 땅에서 부활한 초자연적인 존재 ‘백귀’가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단 두 회만을 남겨놓은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1. 비주얼 충격 드라마 한 회가 영화 한 편 제작비와 맞먹는다. 시즌8에서는 회당 1500만 달러(약 178억 원)가 투입됐다. 그래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쟁들로 가득하다. 스타크 가문의 존 스노와 볼튼 가문의 램지 볼튼이 맞붙는 ‘서자 전쟁’은 보병전, 기마전 등 중세시대 전투의 총체를 담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자연풍광, 불을 내뿜는 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인전용 판타지다운 적나라한 성관계, 피 칠갑 묘사는 기본이다. 근친상간이나 성폭행, 고문도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했다.2. 지독한 현실주의 “왕좌의 게임에는 승리 아니면 죽음뿐”이라는 세르세이 라니스터의 대사는 드라마의 핵심이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비열함, 가문을 지킨다는 대의로 포장된 명예욕 등 선(善)을 위한 자리는 없다. 충성스럽지만 우유부단한 에다드 스타크는 참수 당한다. 배신하지 않으면 배제되는 약육강식이 “판타지의 탈을 쓴 현실과 닮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현실 정치에 대해 “‘왕좌의 게임’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난쟁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배척당했지만 화술과 지략으로 무장한 티리온 라니스터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드라마를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종종 활용한다.3. 비주류의 서사 “난쟁이라는 것, 그것이 죄입니다”라는 티리온의 말처럼, ‘왕좌의 게임’은 세상의 풍파 속에 성장하는 여성, 장애인 등 약자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죽음을 보며 복수를 꿈꾸거나(아리아 스타크), 강제 혼인을 두 번이나 한 철없는 소녀가 지략가로 변모하고(산사 스타크), 아버지가 ‘미친 왕’이었다는 이유로 멸시받다 ‘용의 어머니’가 된다(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적서 차별로 북쪽 끝에서 장벽을 지키던 존 스노는 북부의 왕으로 추대되며 ‘출신’을 뛰어넘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의 고난과 성장 서사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고 분석했다.4. 비틀어진 클리셰 극 중 발리리아 언어 “발라 모굴리스(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죽음의 허무함을 담고 있다. “캐릭터 ‘덕질’은 금물”이라는 말은 불문율이 됐다. 그만큼 탄탄한 서사를 다져온 인물의 비명횡사가 잦다. 가문의 적자 롭 스타크와 그의 어머니, 아내가 배신으로 순식간에 살해되는 ‘피의 결혼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즌1부터 등장한 명대사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시즌8에서 현실이 됐다. 한편으로는 인간 연합군과 ‘백귀’ 나이트킹 부대의 혈투가 한 회에 마무리돼 “허무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즌6부터 드라마가 소설의 전개를 앞지른 탓에 서사의 헐거움을 꼬집는 팬도 많다. 5일(현지 시간) 방영된 시즌8 4화는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서 시청자들로부터 10점 만점에 6.1점을 받아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채널 ‘스크린’에서 방영.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달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11년부터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됐다. 지난달부터 방영된 시즌8의 1회 미국 시청자 수는 1740만 명. 시즌1 첫 방송(222만 명)의 약 8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드라마의 인기를 ‘광기’, ‘문화 쓰나미’로 표현한다. 전 시즌 통틀어 73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왕좌의 게임’은 가상 대륙 ‘웨스테로스’의 7개 가문이 왕좌를 놓고 벌이는 사투와 북쪽 땅에서 부활한 초자연적인 존재 ‘백귀’가 인간을 위협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수많은 ‘덕후’를 양산한 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비주얼 충격 드라마 한 회가 영화 한 편 제작비와 맞먹는다. 시즌8에서는 회당 1500만 달러(약 178억 원)가 투입됐다. 그래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쟁들로 가득하다. 스타크 가문의 존 스노우와 볼튼 가문의 램지 볼튼이 맞붙는 ‘서자 전쟁’은 보병전, 기마전 등 중세시대 전투의 총체를 담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자연풍광이나 불을 내뿜는 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인전용 판타지다운 적나라한 성관계, 피 칠갑 묘사는 기본이다. 근친상간이나 성폭행, 고문 등 금기를 넘나드는 장면도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했다.●지독한 현실주의 “왕좌의 게임에는 승리 아니면 죽음 뿐”이라는 세르세이 라니스터의 대사는 드라마의 핵심을 담고 있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비열함, 가문을 지킨다는 대의로 포장된 명예욕 등 선(善)을 위한 자리는 없다. 정의롭고 충성스럽지만 우유부단했던 에다드 스타크는 참수를 당한다. 배신하지 않으면 배제되는 드라마 속 약육강식이 “판타지의 탈을 쓴 현실과 닮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현실 정치에 대해 “‘왕좌의 게임’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난쟁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배척당했지만 화술과 지략으로 무장한 티리온 라니스터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드라마를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종종 활용한다.●비주류의 서사 “난쟁이라는 것, 그것이 죄입니다”라는 티리온의 말처럼, ‘왕좌의 게임’은 세상의 풍파 속에서 성장하는 여성, 장애인 등 약자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며 ‘살생부’를 작성해 복수를 꿈꾸거나(아리아 스타크), 강제 혼인을 두 번이나 겪은 철없는 소녀가 지략가로 변모하고(산사 스타크), 아버지가 ‘미친 왕’이었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다 ‘용의 어머니’가 된다(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욕설처럼 들리는 ‘서자(Bastard)’의 성장도 눈부시다. 적서 차별로 북쪽 끝에서 장벽을 지키던 존 스노우는 북부의 왕으로 추대되면서 ‘출신’을 뛰어넘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의 고난이 많아 이들의 성장 서사가 정당성을 갖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고 분석했다.●비틀어진 클리셰 극 중 발라리아 언어 “발라 모굴리스(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죽음의 허무함을 담고 있다. “캐릭터 ‘덕질’은 금물”이라는 말은 팬들 사이에서 불문율이 됐다. 그만큼 주인공처럼 탄탄한 서사를 다져온 인물의 비명횡사가 잦다. 가문의 적자 롭 스타크와 그의 어머니, 아내가 배신으로 순식간에 살해되는 ‘피의 결혼식’은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진은 시즌7까지 주요 등장인물 330명 중 18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즌1부터 등장한 명대사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은 시즌8에서 현실이 됐다. 물론 인간 연합군과 ‘백귀’ 나이트킹 부대와의 혈투가 한 회에 마무리돼 “허무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시즌6부터 드라마가 소설의 전개를 앞지른 탓에 서사의 헐거움을 꼬집는 팬들도 많다. 5일(현지시간) 방영된 시즌8 4화는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서 9만6000여 명의 시청자가 점수를 매긴 결과 10점 만점에 6.1점으로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두 회만을 남겨놓은 ‘왕좌의 게임’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영화 전문 케이블채널 ‘스크린’에서 방영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동석(48)처럼 ‘연기 변신’이란 말이 무색한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어떤 역할도 본인 이미지 그대로 연기한다. 15일 개봉한 ‘악인전’의 제우스파 조직 보스 장동수 역시 그에겐 딱 맞는 옷이다. 등장부터 동수는 사람이 든 샌드백을 향해 무자비한 펀치를 날린다. 20인치 팔뚝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이빨도 맨손으로 뽑아버린다. ‘비스티보이즈’(2008년)에서 재현(하정우)의 손가락을 몽키스패너로 부숴버리고, ‘이웃사람’(2012년)에서 사이코패스 승혁(김성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그가 충무로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때 그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9일 그를 만났다. 우락부락한 외모에서 나오는 섬세함(?)으로 ‘마블리’ ‘마요미’로 불리는 그이지만, ‘악인전’에선 확실히 웃음기를 뺐다. 동수는 자신을 공격한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미친개’로 불리는 형사 정태석(김무열)과 손을 잡는다. 무게감을 주기 위해 평소보다 대사도 두 배가량 느리게 읊었다. 살벌한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이원태 감독에게 샌드백 치는 장면을 제안했다. ‘비스티보이즈’, ‘감기’(2013년) 이후 악역 연기는 오랜만이다. 그의 장기인 애드리브도 이번엔 절제했다.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나 싱글이야” 등 ‘베테랑’(2015년)과 ‘범죄도시’(2017년)의 주옥같은 대사들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더 큰 악당을 잡기 위해 악한 형사와 조직폭력배가 공조하잖아요. 연기하면서 개그 본능을 억누르느라 힘들었어요.” ‘마동석 영화는 다 똑같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배우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 2년간 영화 9편을 찍으면서 하나의 장르가 돼버린 ‘마동석시네마틱유니버스(일명 MCU)’라는 별명도 자랑거리가 됐다.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어차피 모든 배우가 자기 몸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잖아요. 대니얼 데이루이스처럼 과작(寡作)을 하며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도 있는 거고요. 쉰 살이 다 돼가는데 주연을 맡은 지 2년밖에 안 됐어요. 열심히 해야죠.” 그간 다져온 이미지 덕분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신작 ‘더 이터널스’의 캐스팅 제의도 받았다.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부산행’(2016년)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마블 영화를 찍게 된다면 쫄쫄이 의상을 입어야 할 수도 있는데 배가 너무 많이 나와 걱정”이라며 웃었다. 주연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2000년대 긴 무명시절도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다. 거친 맨몸 액션으로 촬영 현장을 뒹굴면서 기관지염을 달고 산다. 전력질주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은 대역을 써야 할 정도로 무릎 상태도 악화됐다. 설거지, 건설현장 막노동, 이종격투기 트레이너 등 18세부터 겪은 미국 이민생활이 그에게 “힘든 일도 이겨내는 자양분”이 됐다. 14일(현지 시간) 열리는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악인전’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빌보아픽처스가 리메이크 제작에 나서면서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중학교 때 ‘록키’(1976년)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기에, 어쩌면 소원이 성취된 셈이다. 스탤론도 이번 영화제에 참석해 ‘람보’(1982년) 복원판 특별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그와의 첫 대면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칸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남성은 보타이를 매야 한다는 규정이 있던데 목이 짧아 걱정이네요. 하하.”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마동석(48)처럼 ‘연기 변신’이란 말이 무색한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어떤 역할도 본인 이미지 그대로 연기한다. 15일 개봉한 ‘악인전’의 제우스파 조직 보스 장동수 역시 그에겐 딱 맞는 옷이다. 등장부터 동수는 사람이 든 샌드백을 향해 무자비한 펀치를 날린다. 20인치 팔뚝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이빨도 맨손으로 뽑아버린다. ‘비스티보이즈’(2008년)에서 재현(하정우)의 손가락을 몽키스패너로 부숴버리고, ‘이웃사람’(2012년)에서 사이코패스 승혁(김성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그가 충무로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때 그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9일 그를 만났다. 우락부락한 외모에서 나오는 섬세함(?)으로 ‘마블리’, ‘마요미’로 불리는 그이지만, ‘악인전’에선 확실히 웃음기를 뺐다. 동수는 자신을 공격한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미친개’로 불리는 형사 정태석(김무열)과 손을 잡는다. 무게감을 주기 위해 평소보다 대사도 두 배가량 느리게 읊었다. 살벌한 캐릭터를 강조하려고 이원태 감독에게 샌드백 치는 장면을 제안했다. ‘비스티보이즈’, ‘감기’(2013년) 이후 악역 연기는 오랜만이다. 그의 장기인 애드리브도 이번 절제했다.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나 싱글이야” 등 ‘베테랑’(2015년)과 ‘범죄도시’(2017년)의 주옥같은 대사들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더 큰 악당을 잡기 위해 악한 형사와 조직폭력배가 공조하잖아요. 연기하면서 개그 본능을 억누르느라 힘들었어요.” “마동석 영화는 다 똑같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배우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 2년 간 영화 9편을 찍으면서 하나의 장르가 돼버린 ‘마동석시네마틱유니버스(일명 MCU)’라는 별명도 자랑거리가 됐다.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어차피 모든 배우가 자기 몸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잖아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처럼 과작(寡作)을 하며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도 있는 거고요. 50살이 다돼가는데 주연이 된지 2년밖에 안 됐어요. 열심히 해야죠.” 그간 다져온 이미지 덕분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신작 ‘더 이터널스’의 캐스팅 제의도 받았다.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부산행’(2016년)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마블 영화를 찍게 된다면 쫄쫄이 의상을 입어야 할 수도 있는데 배가 너무 많이 나와 걱정”이라며 웃었다. 주연배우로 거듭나기까지 2000년대 긴 무명시절도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다. 거친 맨몸 액션으로 촬영 현장을 뒹굴면서 기관지염을 달고 산다. 전력질주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은 대역을 써야 할 정도로 무릎도 악화됐다. 설거지, 건설현장 막노동, 이종격투기 트레이너 등 18세부터 겪은 미국 이민 생활이 그에게 “힘든 일도 이겨내는 자양분”이 됐다. 14일(현지 시간) 열리는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악인전’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빌보아 픽쳐스’가 리메이크 제작에 나서면서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중학교 때 ‘록키’(1976년)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기에, 어쩌면 소원이 성취된 셈이다. 스탤론도 이번 영화제에 참석해 ‘람보’(1982년) 복원판 특별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그와의 첫 대면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다. “칸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남성은 보타이를 매야 한다는 규정이 있던데 목이 짧아 걱정이네요. 하하.”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대포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 그룹 멤버 시안(정제원)을 따라다니며 ‘시나길(시안은 나의 길)’ 팬 카페에 사진을 올리는 그. 지난달 10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성덕미(박민영)는 “‘덕질’은 장비발이지”라고 당당히 외친다.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에 아름다울 미(美)를 추가한 이름이다. 덕미는 방구석에서 ‘덕질’만 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물. ‘그녀의 사생활’을 집필한 김혜영 작가는 “예술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다”며 “‘덕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는 드라마 주제를 작명에 함축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덕미와 사랑에 빠지는 라이언 골드(김재욱)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처럼 요즘 드라마에서 유래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부쩍 늘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는 시청자 평과 별개로, 드라마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거나 유행처럼 번지는 드라마의 코미디적 요소를 강화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만큼 직관적인 이름이 많다. MBC ‘용왕님 보우하사’에서 심청이(이소연)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다양한 색을 분별하는 남다른 시력도 갖고 있다.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정갈희(진기주)는 두툼한 뿔테 안경에 보풀이 일어난 카디건을 입고 다니는, 정갈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 회사에선 그를 “딱갈희(따까리)”라고 부른다. 함께 일하는 기대주(구자성)는 친절한 데다 실력으로 회사 본부장 자리도 차지한 말 그대로 ‘기대주’다. 코미디로 밀고 나가는 드라마다 보니 “장난 같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3월 종영한 KBS ‘왜그래 풍상씨’는 풍상(風霜)을 필두로 진상, 정상, 화상, 외상, 노양심, 간분실이 등장해 “이름만 봐도 드라마를 다 본 것 같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달 종영한 SBS ‘열혈사제’는 버닝썬을 패러디한 ‘라이징 문’ 클럽을 등장시켜 풍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름의 유래를 유추해 보는 시청자까지 생겨났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유도 특기생이자 체육교사 출신 조진갑(김동욱)은 악덕 사업주를 응징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두고 “‘갑’을 조진다(응징한다)”는 해석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매번 “하지 마!”를 외치며 조진갑을 말리는 구원시 노동청 지청장은 하지만(이원종)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부 막장 드라마에서 사용되던 작명법이 최근 코미디 열풍을 타고 보편화되고 있다. 다만 정극에서 이 같은 도식적 이름 짓기는 시청자의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포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 그룹 멤버 시안(정제원)을 따라다니며 ‘시나길(시안은 나의 길)’ 팬 카페에 사진을 올리는 그. 지난달 10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성덕미(박민영)는 “‘덕질’은 장비발이지”라고 당당히 외친다.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에 아름다울 미(美)를 추가한 이름이다. 덕미는 방구석에서 ‘덕질’만 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물. ‘그녀의 사생활’을 집필한 김혜영 작가는 “예술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다”며 “‘덕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는 드라마 주제를 작명에 함축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덕미와 사랑에 빠지는 라이언 골드(김재욱)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처럼 요즘 드라마에서 유래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부쩍 늘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는 시청자 평과 별개로, 드라마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거나 유행처럼 번지는 드라마의 코미디적 요소를 강화시키기 위한 장치다.그만큼 직관적인 이름이 많다. MBC ‘용왕님 보우하사’에서 심청이(이소연)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다양한 색을 분별하는 남다른 시력도 갖고 있다.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정갈희(진기주)는 두툼한 뿔테 안경에 보풀이 일어난 가디건을 입고 다니는, 정갈함과 거리가 먼 인물. 회사에선 그를 “딱갈희(따까리)”라고 부른다. 함께 일하는 기대주(구자성)는 친절한데다 실력으로 회사 본부장 자리도 차지한 말 그대로 ‘기대주’다. 코미디로 밀고 나가는 드라마다보니 “장난 같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3월 종영한 KBS ‘왜그래 풍상씨’는 풍상(風霜)을 필두로 진상, 정상, 화상, 외상, 노양심, 간분실이 등장해 “이름만 봐도 드라마를 다 본 것 같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달 종영한 SBS ‘열혈사제’는 버닝썬을 패러디한 ‘라이징 문’ 클럽을 등장시켜 풍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름의 유래를 유추해보는 시청자까지 생겨났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유도 특기생이자 체육교사 출신 조진갑(김동욱)은 악덕 사업주를 응징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에 두고 “‘갑’을 조진다(응징한다)”는 해석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매번 “하지 마!”를 외치며 조진갑을 말리는 구원시 노동청 지청장은 하지만(이원종)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부 막장드라마에서 사용되던 작명법이 최근 코미디 열풍을 타고 보편화되고 있다. 다만 정극에서 이 같은 도식적 이름 짓기는 시청자의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2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이날 행사는 향, 등, 꽃, 과일, 차, 쌀 등 6가지 공양물을 부처님 앞에 올리는 육법공양 등 불교 의식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봉축 법어,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봉축사로 이어졌다. 대웅전 앞 법상에 오른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동체의 등을 켜고, 내 가족만이 아닌 어려운 이웃들과 자비의 등을 켜고, 국민 모두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희망의 등을 켜자”라며 “우리 모두가 마음과 마음에 지혜의 등불을 밝혀 어두운 사바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또 다른 나를 위해 광명이 되고, 이 사회의 등불이 되자”라고 강조했다. 원행 스님도 봉축사를 통해 “화합은 우리를 불필요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편안함을 만드는 출발점이요, 종착점”이라며 “우리가 모두 누려야 할 편안함에 이를 때까지 쉼 없이 정진하면서 백만원력(百萬願力)이라는 등불로 국토를 환하게 밝히자”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뜻깊은 해”라며 “자랑스러운 우리 독립운동 역사 속에는 불교계의 헌신과 희생이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립과 논쟁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화쟁 사상’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져도 화합하고 소통하는 ‘원융회통’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라며 “남과 북이 자비심으로 이어지고, 함께 평화로 나아가도록 지금까지처럼 불교계가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조계사 행사에는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박우균 회장, 유교 손진우 성균관 수석부관장, 천도교 김춘성 종무원장 등 이웃 종교인도 함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한편 교황청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여성과 소녀들의 존엄과 평등한 권리를 증진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경축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청은 “예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성의 존엄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가정과 공동체는 여성의 중심적 위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인간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거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의 인기로 ‘한류흑자’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1∼3월)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수지 흑자는 1억1470만 달러였다. 흑자 규모는 2016년 3분기(7∼9월) 1억3240만 달러로 집계된 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2016년 7월 사드가 배치된 뒤 10월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한한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이는 한중관계가 회복되고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케이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수지는 TV프로그램, 영화, 라디오, 뮤지컬, 음원 등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외국에 지급한 돈을 뺀 금액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올해 2월 대학생 김상원 씨(22)는 평소 즐겨 보던, 10만 명 구독자를 가진 한 게임 유튜버에게서 “편집을 해주면 영상 1건당 2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조건은 5분 이내의 짧은 영상. 컷 편집, 자막 삽입 등 3분짜리 영상을 제작하는 데 보통 6시간가량 걸린다. 하지만 영상의 길이를 10분 이상으로 늘려 달라는 유튜버의 요청이 이어졌고 하루 12시간이 넘는 편집 작업이 계속됐다. “그만두겠다”는 김 씨에게 유튜버는 “다른 편집자를 구할 때까지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는 손실을 보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김 씨는 그간 받은 60만 원을 돌려주고서야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유튜버가 청년들의 인기 직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편집자에 대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간단한 편집 기술을 익히면 누구나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할 수 있어 10, 20대에게 인기 아르바이트가 됐지만 이를 악용하는 유튜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 등에는 ‘경력 없는 유망한 편집자 환영’ ‘구독자가 늘수록 보너스 지급’ 등 제목을 내건 편집자 구인 글이 적지 않다. 유튜브를 갓 시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편집자는 비용 부담이 커 신인 편집자를 찾는 것이다. 구독자 40만 명을 지닌 한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는 중학생 편집자에게 수익의 5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월 100만 원만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편집자들은 “업계에 통용되는 처우 기준이 없어 유튜버와 불공정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경험이 적은 10, 20대 편집자가 많아 계약서 없이 구두로 편집 의뢰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집자로 일한 지 1년이 된 박지민 씨(23·여)는 “당초 월 200만 원을 주겠다고 하고 ‘잠결에 말했다’며 150만 원만 지급하는 유튜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원자 수나 합격 통보 등 모집 세부 내용과 기한도 명시되지 않아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모 씨(22)는 “다섯 군데 정도 지원서를 넣어봤고 오프라인 미팅도 3차례 했지만 어떤 유튜버도 불합격 통보를 해주지 않아 한 달을 허비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0번 이상 수정을 요구하고도 추가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제작 비용을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 등 피해 사례들이 올라온다. 편집자 상당수가 특정 유튜버의 팬이었다가 편집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팬심을 이용해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 한 게임 유튜버의 편집자였던 유모 씨(21)는 “게임머니를 채워놓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해 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생방송을 녹화해야 하는 편집자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무한 대기’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일감을 맡는 과정에서 불편하더라도 계약 기간, 비용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권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기업가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도 “관련 기관에서도 신종 직업군에 맞는 표준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올해 2월 대학생 김상원 씨(22)는 평소 즐겨보던, 10만 명 구독자를 가진 한 게임 유튜버에게 “편집을 해주면 영상 1건 당 2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조건은 5분 이내의 짧은 영상. 컷 편집, 자막 삽입 등 3분짜리 영상을 제작하는데 보통 6시간 가량 걸린다. 하지만 영상의 길이를 10분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유튜버의 요청이 이어졌고 하루 12시간이 넘는 편집 작업이 계속됐다. “그만 두겠다”는 김 씨에게 유튜버는 “다른 편집자를 구할 때까지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는 손실을 보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김 씨는 그간 받은 60만 원을 돌려주고서야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유튜버가 청년들의 인기 직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편집자에 대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간단한 편집 기술을 익히면 누구나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할 수 있어 10, 20대에게 인기 아르바이트가 됐지만 이를 악용하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 등에는 ‘경력 없는 유망한 편집자 환영’, ‘구독자가 늘수록 보너스 지급’ 등 제목을 내건 편집자 구인글이 적지 않다. 유튜브를 갓 시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편집자는 비용 부담이 커 신인 편집자를 찾는 것이다. 구독자 40만 명을 지닌 한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는 중학생 편집자에게 수익의 5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월 100만 원만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편집자들은 “업계에 통용되는 처우 기준이 없어 유튜버와 불공정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경험이 적은 10, 20대 편집자가 많아 계약서 없이 구두로 편집 의뢰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집자로 일한 지 1년이 된 박지민 씨(23·여)는 “당초 월 200만 원을 주겠다고 하고 ‘잠결에 말했다’며 150만 원만 지급하는 유튜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원자 수나 합격 통보 등 모집 세부 내용과 기한도 명시되지 않아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모 씨(22)는 “다섯 군데 정도 지원서를 넣어봤고 오프라인 미팅도 3차례 했지만 어떤 유튜버도 불합격 통보를 해주지 않아 한 달을 허비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0번 이상 수정을 요구하고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제작 비용을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 등 피해 사례들이 올라온다. 편집자 상당수가 특정 유튜버의 팬이었다가 편집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팬심을 이용해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 한 게임 유튜버의 편집자였던 유모 씨(21)는 “별풍선을 채워놓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해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생방송을 녹화해야하는 편집자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무한 대기’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일감을 맡는 과정에서 불편하더라도 계약 기간, 비용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권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기업가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도 “관련 기관에서도 신종 직업군에 맞는 표준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클럽 VIP룸으로 부른 여성을 신종 ‘뽕’으로 기절시킨다.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온라인에 불법 유통한다. 9일 개봉하는 영화 ‘걸캅스’(사진)에서 등장하는 범죄 양상은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과 꼭 닮았다. 지난해 촬영을 마쳤다는데, 놀라운 선구안이다. 3년 전부터 영화를 기획한 정다원 감독은 “그만큼 이런 유형의 성범죄가 만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한다. 영화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경찰서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실태를 지적한다. 범인 우준(위하준)의 “대한민국에서 이제 이런 수사도 하네”라는 대사는 노골적이다. 사이버범죄수사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는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 핑계를 댈 뿐이다. 과거 기동대 에이스로 활약하다 출산과 동시에 민원실 주무관으로 밀려난 형사 미영(라미란), 욱하는 성질로 과잉 진압을 일삼다가 민원실 근무로 징계를 받은 지혜(이성경). 시누이-올케 사이인 두 형사는 48시간 뒤 업로드를 예고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비공식으로 파헤친다. ‘한직’으로 밀려난 두 형사가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때려잡는다는 뻔한 결말에도, 지금껏 한국 사회 속 소외된 여성들의 서사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영화가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다만 B급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특성을 고려해도 너무 과장된 연기는 다소 매끄럽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뜬금없이 등장한 카메오가 가장 웃겼다는 평이 나올 정도. 우연에 기댄 부족한 개연성도 몰입을 방해한다. 15세 관람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대로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며 웃었다. ○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 데 100명 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서너 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래 공감 노래…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 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의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 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배운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래도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오는 슈퍼스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 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 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데, 100명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3~4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또래 공감 노래로 인기…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 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겪는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정말 게임을 하면 공부를 못할까요? 요즘 아이들은 다르던데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3일 열린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같이 할래? GG(Good Game·이번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용어)’ 제작발표회에서 가수 데프콘이 말했다. 그를 비롯해 가수 신동, 개그맨 이용진, 그룹 아이오아이 소혜, 그룹 NCT 재민 등으로 구성된 연예인 게임단은 전국 각지 고교생들과 게임 대결을 펼치며 ‘도장 깨기’에 나선다. 멤버 모두 자타 공인 ‘게임광’인 탓에 첫 만남을 오락실에서 가졌다. 데프콘은 고전 게임 수집가. 신동은 게임을 하고 싶어 PC방을 직접 차렸다. 이용진은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대부분을 ‘현질’(돈으로 아이템을 사는 행위)에 탕진했다. 스타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 등 청소년에게 ‘핫’한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락실 고전 게임부터 액션, 레이싱 등 종류도 천차만별. 교사, 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두 가지 게임을 선정한다. 수재들이 모였다는 민족사관고에서는 두뇌게임을 펼치는 등 학교 학풍이나 특성에 맞는 게임도 추가됐다. 멤버들이 이기면 학교 배지를 얻지만 패배하면 ‘전교생에게 치킨 쏘기’ 같은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 채성일 PD는 “친밀함을 다지는 게임의 순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4일 오후 9시 반 첫 방송.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국 영화 ‘벌새’가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최우수 해외 영화상을 수상했다. 2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김보라 감독(38·사진)이 연출한 ‘벌새’가 최우수 해외 영화상을 받았다. 앞서 ‘벌새’는 올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 플러스 섹션’에서 대상을 받았고,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영화제에서도 국제경쟁부문 대상인 ‘골든튤립상’을 수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MBC 정상화위원회가 해고한 기자를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은 2일 현 모 전 MBC 기자가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MBC의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현 기자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정상화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제보 검증이 부족했고 사실 확인에 오류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현 기자에게 해고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징계 사유는 인정 된다”면서도 정상화위원회의 출석, 답변, 자료제출 의무와 징계 요구권 등 운영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임에도 운영규정을 만들 때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1노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고 MBC 공정방송노동조합(2노조), MBC 노동조합(3노조)과도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적폐청산을 목적으로 지난해 1월 출범한 정상화위원회에 대해 올해 1월 법원은 운영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1박2일’ 제작 중단 해결책이 결국 프로그램 쪼개기 광고 늘리기였네요.” 올 상반기로 예상했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시기가 지연되면서 프로그램 쪼개기를 통한 ‘유사 중간광고’가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KBS는 정준영 불법 촬영, 차태현 김준호 내기골프 논란 등으로 3월부터 제작이 중단된 ‘해피선데이―1박2일’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2004년부터 방송한 ‘해피선데이’ 대신 새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단독 편성하고, 각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눴다. 각 프로그램 1부와 2부 사이에는 15초 분량의 프리미엄 광고(PCM) 4건이 붙었다. 늘어난 PCM에 대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꼼수 편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60분씩 2부로 방송됐지만 4월 7일부터 40분씩 3부로 편성해 PCM을 늘렸다. 2017년 MBC 예능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PCM을 도입해 온 지상파에서 한 프로그램을 3부로 나눈 것은 이례적이다. SBS는 “짧아진 시청 패턴에 맞춘 편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우새’는 비난이 쏟아지자 홈페이지에 시청 평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을 따로 두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KBS는 “프로그램 전후 광고까지 포함하면 ‘해피선데이’보다 광고 시간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는 PCM은 시청자 이탈이 적어 광고 단가가 프로그램 전후 광고보다 높다”며 “PCM을 늘리는 건 줄어든 광고 매출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TV 광고는 2015년 광고 총량제가 도입된 후 프로그램 총시간의 15% 이내에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편성할 수 있어 지상파에서 4부, 5부로 쪼갠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팀장은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상파의 ‘꼼수 편성’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가 “시청자들의 거부감 여론이 높고, 지상파의 자구 노력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전체회의 의결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