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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3일(현지시간)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 등의 파격 조치를 내놨지만 뉴욕 증시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중앙은행만의 ‘외끌이 경기부양’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3% 하락했다. 연준은 지난 주 발표한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계획(양적완화)의 한도가 없다는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과 회사채 매입 기구 설립 등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내놓지 않던 비상 조치를 쏟아냈다. 하지만 전날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경기 부양책 지연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씻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연준의 개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때 나타나던 달러 강세와 ‘현금 러시’가 다소 완화됐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금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 투자자들이 국채와 금까지 투매해 현금 확보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금융시장이 정상 기능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사라지는 것을 차단하고 혼란이 진정됐을 때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려면 공공과 민간 분야에 걸쳐 공격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강력한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에만 대출을 해주던 연준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단기 기업자금 시장에 이어 지방채와 회사채 등 장기물 채권 등으로 지원 대상을 전방위 확대하며 ‘소방수’로 나섰다. 이달 3일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양적완화 계획을 밝히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단기 기업자금 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가동했다. 현금처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도 내놨다. 또 아파트 대출 등으로 구성된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을 매입하고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신용카드 대출 등을 담보로 한 채권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도 가동하기로 했다. 투자등급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대출기구 2개도 신설하고 ‘실물시장대출프로그램(MSBLP)’도 가동해 중소기업 대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은 권한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미국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빨리 의회를 통과해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만든 법안에는 재무부가 4250억 달러를 확보해 연준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의회가 이를 통과시킨다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위험자산 매입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이날 오후 전날에 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을 위한 절차 투표에 다시 들어갔지만 찬성 49표, 반대 46표로 이틀 연속 제동이 걸렸다. 절차 투표를 통과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에서 하루에 80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확산 속도에 미국 정부는 3개 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까지 투입했지만 확산세를 꺾지 못하는 상황이다. 23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기준 미국의 확진자는 3만5070명으로 전날보다 무려 8170명 늘었다. 중국 본토,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사망자는 458명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사태 초기 미국의 진단 검사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최근 검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숨겨져 있던 환자들이 많이 발견됐다”고 이유를 풀이했다. 그는 “진짜 환자 수는 3만5000명보다 많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비교적 적은 지역에서도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NBC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지키지 않는다. 이번 주에 상황이 더 나빠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2일 확진자가 많은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3개 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또 캘리포니아에 2000개, 뉴욕과 워싱턴에 각각 1000개 등 총 4000개의 병상을 갖춘 응급 진료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미 뉴욕, 캘리포니아, 뉴저지, 일리노이, 코네티컷 등 주요 주가 주민들에게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루이지애나와 오하이오주,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 테네시 주도(州都) 내슈빌까지 자택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집에 갇힌 미국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1000만 명이라고 NPR방송이 전했다. 의료용품 부족도 심각하다. 환자가 많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는 상당수 의료진이 마스크와 장비를 재사용하고 있다. 일부 의료진은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현장은 전시 상황’이라며 절박함을 표출했다. 소셜미디어에도 ‘#GetMePPE(개인보호장비·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를 주세요)’란 해시태그가 넘쳐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열흘 안에 의료장비가 부족해진다. 더 많은 인공호흡기를 구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죽는다”고 호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테슬라 등도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자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상원의 절차투표는 이날 부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급 △중소기업 지원 및 실업보험 강화 △병원 재정 지원 등에 약 2조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민주당은 노동자 보호가 미흡하고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며 자체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4∼6월)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어떤 부양책이든 속히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이 30%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2분기 GDP가 50% 감소하고 실업률이 30%로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3일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규모에 제한 없이 매입하고 회사채 등도 최대 3000억 달러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개인과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연준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약 2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반대로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올해 2분기(4~6월) 미 경제 성장률이 30%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마저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히자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상원에서 이날 실시된 경기부양 법안 절차 투표에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7표씩 나오면서 법안 상정에 제동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법안이 상정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추진하는 이 경기부양 법안은 개인에 대한 현금 지급, 중소기업 지원, 실업보험 강화 등 약 2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담고 있다. 상원의원들과 행정부 관리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두고 초당적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흘간 협상을 벌였지만 이날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노동자 보호와 기업 구제금융에 대한 제한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과 담보 보증과 관련해 재무부가 수혜자 선별 등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갖도록 돼 있는 부분을 놓고 “재무부에 지나치게 재량권을 주는 것으로 사실상의 비자금(slush fund)”라며 반대했다. NYT는 “상원의원들과 보좌진들은 합의안 타결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이 이날 합의안을 마련하고 23일 표결에 부쳐진 뒤 다음 주중 시행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히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행정부가 추진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이 초기에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충격이 일어난 바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선물은 가격 제한폭인 5%까지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2분기 경제가 급락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 조속히 의회를 통과해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코로나19 위기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30%에 그치고 실업률은 12.8% 상승하고 소비는 31%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다만, 3분기에는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미 GDP가 2분기에 각각 14%, 2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셧다운’ 때문에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50% 하락하고 실업률이 30%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불러드 총재는 “3분기가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꽤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를 대량 기업 도산이나 해고 없이 넘길 수 있다면 4분기와 내년 초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불러드 총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더 많은 일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면서 2분기 2조5000억 달러의 소득 상실을 대체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 대응을 요청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1만4000명을 넘어선 미국이 19일(현지 시간) 전 국민의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는 전 주민에게 사실상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해외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있고 여행 제한, 강제 격리, 국경 폐쇄, 예고 없는 외국인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아울러 해외 체류 미국인들은 가급적 빨리 귀국할 것을 권고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4000만 명의 모든 주민에게 식품 구입 등을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명령했다. CNBC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8주간 주민의 절반이 넘는 255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미국이 세계로 오가는 모든 길목에 사실상 빗장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인구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전 주민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 것을 명령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 전쟁”을 선언하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전 세계가 위험지역’ 판단 미 국무부는 그동안 자연재해, 분쟁 등으로 미국인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지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4단계(여행금지) 여행경보를 발령해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이란, 몽골과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및 베네토 지역에 대해서만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19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여행경보 4단계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 밖은 모두 위험하다’는 미 정부의 인식을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한 중국, 이란, 유럽발 입국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미국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은 북미대륙 북쪽과 남쪽 국경에도 빗장을 걸고 있다. 캐나다와 맞대고 있는 약 9000km 국경을 일시 폐쇄했다. 남쪽의 멕시코와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러스 차단 조치의 중점을 광범위한 진단 확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열흘 만에 감염자 수 20배로 미국이 국가 차원의 ‘격리’에 들어간 것은 진단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하루에 4951명이 늘면서 1만4366명으로 증가했다. 이달 10일 미국의 감염자 수가 734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열흘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중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독일에 이어 6번째로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각 주와 민간 연구소가 검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자를 가려내는 능력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사회 전파가 꽤 진전됐다는 뜻이다.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감염자가 2000명가량 늘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를 가진 캘리포니아주는 앞으로 8주 이내에 전 주민의 약 56%에 해당하는 2550만 명이 감염될 수 있고 병상이 2만 개 모자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해군 병원선 ‘USNS 머시’를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배치하고 9월 1일까지 주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는 워싱턴주와 켄터키주의 육군 이동형 병원부대 2곳에 출동 대기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의료전쟁 이길 것” 연일 독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처방약 및 백신 개발과 관련해 식품의약국(FDA)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red tape)’를 없애고 치료법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항(抗)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전쟁’을 거론하며 전시에 준하는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의료 전쟁(medical war)”이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몇 달 일찍 이것(코로나19)을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세계는 그들이 한 일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중국 책임론을 다시 거론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2개에 39.95달러(약 5만 원), 손소독제 한 통에 60달러(약 7만5000원)까지 팔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적용하면서 일회용 일반 마스크, 의료 마스크를 포함시켰다가 마스크 가격이 치솟자 이달 10일 고관세 적용품목에서 제외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없다면 스카프라도 쓰라고 권고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4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일상은 사실상 멈췄다. 식당 술집 폐쇄 명령이 내려진 16일(현지 시간) 오후 8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맨해튼 도심에 인적이 끊기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18일 일반 가게나 기업들도 직원들을 절반만 출근하게 했고 19일에는 아예 “25%만 출근시킬 것”을 지시했다. 출퇴근길 붐비는 ‘지옥철’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이용객이 60% 줄자 40억 달러의 연방 구제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행인의 따뜻한 인심에 기대 겨울을 나던 노숙인들도 거리를 배회하며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다. 한 교민은 “9·11테러 때보다 더 혹독한 경기 침체가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일상의 시간이 멈춘 듯한 뉴욕 도심의 한인 ‘사장님들’은 일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한식당들은 영업 제한 조치 중에 허용된 배달과 포장 음식을 이용해 ‘서바이벌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한식집 ‘큰집’과 ‘원조’는 공동 배달을 시도하고 있다. ‘삼원가든’은 고기와 상추 등 식재료를 밀폐 용기에 담고 만든 사람 이름과 체온을 적어 손세정제와 함께 배달해주는 ‘돌봄 패키지(Care package)’도 개발했다. 뉴욕의 한국계 여행사 타미스의 김완교 사장(42)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70% 줄었다. 이번 달엔 매출이 ‘마이너스(―)’가 됐다. 신규 예약은 거의 없고 취소나 환불 요구가 많다 보니 들어오는 돈보다 나간 게 더 많다. 30대 후반 독립해 일군 사업과 스무 명 남짓한 직원들의 생계가 절벽 끝에 선 느낌이었다. 김 사장은 19일 일터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준비해둔 ‘1단계 비상 계획’을 가동했다. 먼저 인턴직원들은 사정이 다시 나아지면 하루 더 일을 하는 조건으로 유급휴가를 보냈다. 팀장급 직원들은 출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플랜B가 아니라 플랜Z까지는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텅 빈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 이후 신사업을 짜는 일이다. 특히 한국, 일본 및 아시아 시장 중심에서 다른 지역 관광객으로 시장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만회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준비한 1단계 비상 계획은 5월까지다. 그는 무엇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1조3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하루빨리 의회를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기업과 직원들이 절반씩 부담하는 급여세(근로소득세)라도 일시 면제해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한 달 2만 달러 가까운 급여세를 꼬박꼬박 내라는 건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뜻”이라고 호소했다. 김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바이러스’란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도 했다. 생계가 막힌 시민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특정 인종으로 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여러 번 바닥을 찍어봤지만 이렇게 고객이 뚝 끊긴 건 처음이다. 그는 “모든 위기는 처음 적응할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듯하다. ‘봄’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틸 생각”이라고 했다. 200만 한인 이민사회의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전 세계에 ‘실업 쓰나미’로 번지고 있다. 50년 만의 최대 호황을 누려 온 미국 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먼저 맞은 중국도 실업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고용 충격으로 소비와 생산이 더 위축되는 불황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2분기(4∼6월) 미국에서 35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률이 현재 3.5%에서 2배 가까이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체이스도 올해 중반 미국 실업률이 6.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전체 일자리 1억5300만 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8000만 개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1월부터 확산된 중국에서는 실업 공포가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달 중국의 실업률은 6.2%로 2016년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약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는 3억 명가량의 농민공(농촌 출신 빈곤층 노동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 실업률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일시휴직으로 일을 쉬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면서 실업수당 신청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타격을 많이 받은 자동차, 항공, 관광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도 고용 시장에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 보인다.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처럼 대규모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의 신규 채용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생까지 내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은 지난달 취업 통계에서 이미 일시휴직자(61만8000명)가 2월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3월 통계에선 고용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사정이 나아지기 쉽지 않아 휴직자 상당수가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각국 실물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일자리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전 세계에서 최대 247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비하면 ‘작은 예고편(small preview)’에 불과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9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에 이같이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세계 곳곳에서 일자리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벌써부터 휴직자와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실업이 쏟아지며 세계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 산업으로 번지는 ‘실직 쓰나미’ 20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호텔체인 매리엇호텔은 17일부터 전 세계 수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떠나도록 했다. 미국의 페블브룩호텔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 직원의 절반인 4000명 이상을 감원했고 이달 말까지 2000명을 더 해고하기로 했다. 미국여행협회는 여행업 일자리 460만 개가 사라지고 업계 실업률이 현재 3.5%에서 6.3%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미국 유니언스퀘어그룹은 지난주 근로자의 80%에 이르는 2000명에게 일시 해고를 통지했다. 식당 체인 ‘파이어버드 우드 파이어드 그릴’ 역시 직원 450명 중 410명을 강제로 휴가 보냈다. 컨설팅사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는 미국 요식업계에서만 올해 74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간 입출국 통제로 노선이 급격하게 줄어든 항공업계는 ‘파산 도미노’로 인한 대량실직을 걱정할 처지다. 영국 저가항공사 플라이비는 법정관리로 넘어가 2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르웨이항공은 직원 7300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델타항공은 직원 1만 명이 휴직에 들어갔고 호주 콴타스항공도 직원 3만 명 중 2만 명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했다. 제조업체들도 코로나19발 실업 쓰나미의 한가운데 있다. 미국 최대 수출기업이자 약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보잉은 제트 여객기 생산라인 노동자의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북미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자동차업체 역시 조만간 해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장에는 약 15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공연·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 셧다운’의 영향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약 12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고, 영국에선 방송·영화산업계 프리랜서 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확산된 중국에선 지난달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난 뒤부터 감원이 이어졌다. 중국의 2월 실업률은 6.2%로 지난해 12월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의 왕단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도시에서 코로나19로 9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의 실업수당 신청도 급격하게 늘었다. 19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8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7만 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일부 주 정부의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언 셰퍼드슨 팬시언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평상시 10배 수준인 약 200만 건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 1, 2월 두 달간 실업급여로 61억 위안(약 1조721억 원)을 지출했다.○ “일자리 감소 속도, 대공황 때와 비슷” 문제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실물경제가 마비되면서 고용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점이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조시 비븐스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최소 300만 개의 일자리가 여름 전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공황에 준하는 속도”라며 “특히 서비스업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고용시장의 V자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미국 CNN은 채용시장이 얼어붙어 이번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 상당수가 다시 일터로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최근 3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은 불과 12%에 불과했다. 현재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무급 휴직도 상당수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고용이 줄어든 건데 실업이 늘면 소득이 줄어 2차 소비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용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남건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미국이 세계로 오가는 모든 길목에 사실상 빗장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인구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전 주민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 것을 명령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 전쟁”을 선언하며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전 세계가 위험지역’ 판단 미 국무부는 그동안 자연재해, 분쟁 등으로 미국인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지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4단계(여행금지) 여행경보를 발령해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이란, 몽골과 한국의 대구,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및 베네토 지역에 대해서만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19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여행경보 4단계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미국 밖은 모두 위험하다’는 미 정부의 인식을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창궐한 중국, 이란, 유럽발 입국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미국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은 북미대륙 북쪽과 남쪽 국경에도 빗장을 걸고 있다. 캐나다와 맞대고 있는 약 9000km 국경을 일시 폐쇄했다. 남쪽의 멕시코와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러스 차단 조치의 중점을 광범위한 진단 확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열흘 만에 감염자 수 20배로 미국이 국가 차원의 ‘격리’에 들어간 것은 진단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하루에 4925명이 늘면서 1만4340명으로 증가했다. 이달 10일 미국의 감염자 수가 734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열흘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감염자 수는 중국,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독일에 이어 6번째로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각 주와 민간 연구소가 검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자를 가려내는 능력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사회 전파가 꽤 진전됐다는 뜻이다.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감염자 2000명 가량 늘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를 가진 캘리포니아주는 앞으로 8주 이내에 전 주민의 약 56%에 해당하는 2550만 명이 감염될 수 있고 병상이 2만 개 모자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 해군 병원선 ‘USNS 머시’를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배치하고 9월 1일까지 주둔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국방부는 워싱턴주와 켄터키주의 육군 이동형 병원부대 2곳에 출동 대기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의료전쟁 이길 것” 연일 독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처방약 및 백신 개발과 관련해 식품의약국(FDA)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red tape)’를 없애고 치료법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항(抗)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전쟁’을 거론하며 전시에 준하는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의료 전쟁(medical war)”이라며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몇 달 일찍 이것(코로나19)을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세계는 그들이 한 일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중국 책임론을 다시 거론했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2개에 39.95달러(약 5만 원), 손소독제 한 통에 60달러(약 7만5000원)까지 팔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산 제품에 고관세를 적용하면서 일회용 일반 마스크, 의료 마스크를 포함시켰다가 마스크 가격이 치솟자 이달 10일 고관세 적용품목에서 제외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의료진에게 마스크가 없다면 스카프라도 쓰라고 권고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팔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팔았다. 시장은 현금이 가장 중요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현 금융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에 맞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코로나발 경제 충격 공포가 극단적 ‘유동성 확보’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기존에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던 국채와 금, 은마저 팔아치우고 있다. ○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다 19일 한국 증시는 주식을 팔아 달러로 갖고 있으려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추가 양적완화 발표 등으로 전날보다 34.89포인트(2.19%) 오른 1,626.09로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하락세로 전환해 1,500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피 낙폭(133.56포인트)은 종가 기준 역대 최대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621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1거래일 연속 ‘셀코리아’를 이어갔다. 코스피 시가총액(982조1690억 원)은 89조 원 넘게 줄어 201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전날보다 11.71% 하락한 428.35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하락률로는 사상 최대였다. 장중 한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이달 들어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되며 20분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증발한 시총은 110조331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한국 증시의 낙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았다.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물량을 받아줄 매수 여력이 부족해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충격이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값은 전날보다 7.22% 떨어져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던 2016년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중남미에선 최근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 값이 역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WSJ는 국제금융연구소(IIF)의 분석을 인용해 “1월 20일 이후 8주간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되는 사이 55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자금이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슷한 기간 동안 신흥국시장에서 이탈한 자금(25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블룸버그뉴스는 “제왕적 달러(King Dollar)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국제경제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며 “특히 신흥시장이 폭락한 화폐 가치와 줄어든 내수로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 “현금보다 숨기 좋은 곳은 없다” 과거 ‘골드러시’에 빗댄 ‘달러러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자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선진국 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심각한 수준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기에 도피처로 삼았던 정부 채권과 금, 은마저 매각하고 현금, 특히 미국 달러를 끌어 모으는 모습이다. 실제로 안전 자산 선호와 미국 경기부양책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우려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0.994%에서 1.259% 상승하고 가격은 급락했다. 금과 은값도 각각 3.1%, 5.9%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1파운드당 1.1784달러로 1985년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를 피한다는 것은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며 “현금보다 더 숨기 좋은 곳은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금융그룹 SEB의 유지니아 빅토리노 아시아부문장은 “(안전 자산 투매는) 모든 (경제적) 상관관계가 무너진 것”이라며 “이는 위기 때 나타나는 일이다. 지금은 미국 달러가 왕”이라고 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채권금리가 상승(가격은 하락)하고 금값이 떨어졌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43% 상승한 연 1.193%에 마감됐다. 지난주까지 고공행진을 펼쳤던 금 가격도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0% 오른 6만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향후 경기침체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위험자산 안전자산 여부에 상관없이 매도를 통한 현금화 수요만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세종=남건우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등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준이 회사채 매입을 통한 새로운 ‘양적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정부의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추진에도 금융시장의 폭락이 이어지자 중앙은행인 연준이 기업 자금시장 경색이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냉키와 옐런 전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고 “연준이 내놓은 거의 제로 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 매입 등은 최근 조치는 2008년 금융위기 기간 통화정책 결정자의 조치와 표면적으로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도전은 꽤 다르다”며 “현재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며 금융시장은 오로지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에 따른 침체로 인한 항구적 피해를 피하려면 일시적인 소득과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량 차입자들에게 신용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의회에게 투자등급의 회사채를 제한된 수량만큼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요청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이미 이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은 정기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준의 개입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회사채 시장의 일부를 재가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도입하지 않았던 회사채 매입을 통해 기업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새로운 양적완화(QE)를 사실상 제안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 위기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수요 충격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유동성 공포가 은행위기를 부르는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협력해 연준법 13조3항에 따라 전염병 셧다운으로 우량 기업이 위기에 놓이지 않도록 금융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므누신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이 기구에 대한 지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은행이 아닌 개인이나 기업 등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연준법 13조3항은 연준이 “예외적이고 긴급한 경우” 회사채 매입 등을 허용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이 경우 재무부와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WSJ 마이크 버드 기자는 17일 온라인 칼럼을 통해 “시장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는 달러 스와프 대상 국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스와프의 범위를 한국 브라질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 출발했다. 이날 미 동부 시간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30분) 현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4.14% 하락한 2,0358.49, 나스닥지수는 2.72% 떨어진 7,135.73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3% 내린 2,438.42였다.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장중 2만 선과 7,000 선을 밑돌았다. 특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0.13% 낮은 배럴당 24.22달러다. 장중 11% 넘게 떨어진 23달러대를 기록해 2003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같은 시간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 주요국 증시도 4∼5%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개장한 한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24포인트(4.86%) 내린 1,591.20으로 마치며 1,600 선을 내줬다. 종가 기준 2010년 5월 26일(1,582.12) 이후 9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오후 들어 급격히 낙폭을 키웠다. 특히 외국인은 585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29.59포인트(5.75%) 내린 485.14로 2013년 12월 19일(484.17) 이후 약 6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500 밑으로 내려간 건 2014년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를 열고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몇몇 분야가 아니라 전 산업분야가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자현·박효목 기자}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민에게 1000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등 1조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현금 지급을 검토하는 등 세계 각국이 재정을 풀어 경제위기 진화에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을 만난 뒤“큰 숫자다. 1조 달러를 경제에 투입하는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세금 납부 연기 효과까지 고려하면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약 1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했다. 이 가운데 4월과 5월 두 차례 미국인에게 1000달러(약 125만 원) 이상의 현금 지급을 위한 예산으로 5000억 달러(약 625조 원)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기업 지원을 위한 3000억 달러, 항공사 호텔 등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계 지원을 위해 2000억 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보건부, 보훈부, 국방부에 지급하기 위해 458억 달러(약 58조 원)를 추가로 의회에 요청했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18일 밝혔다. 일본 정부도 현금 지급을 준비 중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4월 발표할 긴급경제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며 “2009년에 지급했던 1인당 1만2000엔(약 14만 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총액은 2조 엔(약 23조 원)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경기부양책을 설명하면서 정부 개입이 없을 경우 실업률이 3.5% 수준에서 20%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를 기정사실로 보고 올해 세계 경제가 0.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2월 도시 실업률은 최악인 6.2%로 실직자가 50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나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국무원 상무회의를 개최해 지방채권 발행을 늘려 건설 붐을 일으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매체 제몐(界面)은 “올해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 채권 전체 규모가 2조9000억 위안(약 51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해 피해 기업에 대한 무제한 유동성 제공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시사하는 등 각국이 재정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7일(현지 시간) 3300억 파운드(약 496조 원) 규모의 정부 보증 대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산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국유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 중인 알리탈리아 항공을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프랑스의 큰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저 없이 모든 방법을 쓸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1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민간병원과 의료 관련 기업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한다고 밝혔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박형준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캘버리병원. 말기암 환자 등이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이 병원에서 모처럼 웃음소리가 들렸다. 한국계 비영리 문화복지단체 ‘이노비(EnoB)’가 마련한 꽃꽂이 강좌에 참석한 환자 가족들은 화사한 꽃을 다듬으며 긴 간병의 시름을 잠시 잊는 듯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동포 꽃꽂이 전문가 채정아 씨가 진행한 이날 강좌에서 흑인 여성 디디 후퍼 씨(49)를 만났다. 이 병원에 입원한 82세 어머니를 돌보는 그는 꽃꽂이가 간병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조언에 강좌를 신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인 또한 천식 환자지만 주중에는 모친을 돌보고 주말에 브롱크스의 집으로 돌아가 14세 아들과 지낸다. ‘싱글맘’인 자신이 주중에 간병을 하는 동안 뉴욕주 외곽에 거주하는 사촌이 아들을 돌봐준다고 했다. 후퍼 씨는 “어머니 간병, 아들 양육, 생계 문제가 동시에 내 어깨 위에 있다”며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1순위이고 그다음이 아들이다. 나 자신을 챙기는 일은 가장 마지막”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에는 후퍼 씨처럼 자녀 양육과 부모나 배우자 간병을 동시에 책임지는 중장년 ‘샌드위치 세대’가 적지 않다. 특히 고령화와 만혼으로 과거보다 부모를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 및 출산 시기 또한 늦어지고 있는데도 정부의 지원 체계가 달라진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미국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간병비가 급증하면서 샌드위치 세대의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 미 부모 26%가 ‘샌드위치 세대’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란 용어는 1981년 미 여성 사회학자 도로시 밀러와 일레인 브로디가 만들었다. 당시 두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30, 40대 여성이 부모, 고용주 등의 요구까지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을 표현하며 이 말을 썼다. 양쪽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의미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남녀 모두 그리고 50, 60대도 ‘샌드위치 세대’에 처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2006년 메리엄웹스터 사전 또한 이 말을 사전에 포함시켰다. 미 간병협회(NAC)에 따르면 미국인 중 자신의 부모와 18세 미만 자녀를 동시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는 약 1100만 명이다. 전체 부모 중 샌드위치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9년 12.6%에서 2015년 26.0%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치매 환자인 부모를 돌보는 간병인의 25%가 18세 미만 아이를 두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핵가족화로 과거에 비해 부모를 돌볼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 줄어든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약 76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베이비부머(1944∼1963년 출생)의 대부분이 곧 80대에 도달한다는 점도 샌드위치 세대의 어깨를 짓누른다. 베이비부머는 보통 샌드위치 세대의 부모 뻘이다. 샌드위치 세대의 49%가 X세대(1964∼1980년생)이기 때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의 약 60%가 최소 2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즉, 샌드위치 세대는 아래위 세대를 다 돌보느라 자신의 일과 건강에 소홀할 때가 많다. 뉴욕 인근 뉴저지주에서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 데비 코먼 씨는 15세, 17세 두 아들을 키우며 말기암 환자인 남편까지 돌보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사업은 동업자에게 맡길 때가 많다고 했다. 코먼 씨는 “나 역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쳤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NAC에 따르면 가족 간병인의 3분의 2가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36시간을 일하고 22시간을 부모 간병 및 아이 양육에 쓴다. 특히 일하는 샌드위치 세대 10명 중 6명은 간병을 하느라 지각, 조퇴, 결근, 승진 실패 등을 겪었다. 특히 여성의 정신적 스트레스(38%)가 남성(27%)보다 컸다. ○ 샌드위치 세대 지원이 ‘사회적 거리 두기’ 성공 열쇠 미 50개 주 전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샌드위치 세대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샌드위치 세대가 부모 건강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역시 흑인 여성인 모들린 이헤지리카 시카고선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3일 “나 역시 93세 노모와 만성 폐렴에 시달리는 28세 아들을 동시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와 아들 모두 코로나19 감염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공포가 공포를 키우는 이 상황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샌드위치 세대 대부분은 외부 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샌드위치 세대가 감염되면 이들의 부모와 자녀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 전체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샌드위치 세대에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너필드칼리지 연구팀은 한국 및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와 인구 구조를 분석한 ‘코로나19 확산과 치사율 이해를 위한 인구통계학적 도움’이라는 논문에서 “코로나19 확산 저지 대책에서 각국의 인구 구조, 세대 간 사회적 연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를 모두 돌보는 샌드위치 세대가 전염 완화의 중요한 고리”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경제적 안정장치가 없으면 샌드위치 세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따르고 싶어도 따를 수 없다”며 병가 허용, 월세 및 대출금 납부 등을 유예해주는 민관 비상대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권고했다. NAC 역시 샌드위치 세대 지원을 위해 장기 요양시스템을 개선하고 유급 가족 및 병가, 가족 간병인에게 세금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불과 11개 주만 유급 병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자의 24%인 약 3360만 명이 유급 병가를 받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이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에 일하는 저임금 시급 노동자다.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감염된 가족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피해를 입은 일하는 미국인들이 금융적 역경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집에 머물 수 있도록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하원을 통과한 코로나19 지원법안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근로자의 2주간 유급 의료휴가(병가)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자녀들의 학교가 문을 닫아 양육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 3개월의 유급 병가도 가능하다. ○ 미 병원도 간병 가족 프로그램 강화 미 주요 병원들은 가족 간병인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늘려 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대다수 간병인이 심한 육체적, 금전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연민 및 과도한 감정 소진으로 인한 정서적 피로감을 뜻하는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 수치가 극한에 다다른 간병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캘버리병원은 후퍼 씨가 듣고 있는 꽃꽂이 강좌 외에도 요가, 줌바댄스, 악기 연주, 마사지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했다. 또 간병인을 위한 전문 상담 코너도 진행하고 있다. 김재연 이노비 사무국장은 “꽃은 개인의 감정조절 능력, 즐거움,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 특히 우울감, 불안감, 분노 등을 다스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노비 측이 먼저 캘버리병원에 꽃꽂이 강좌를 제안했으며 간병인들이 직접 만든 꽃꽂이 작품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면서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전했다. 학계에서도 꽃꽂이 강좌가 간병인의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간병인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줄어야 환자 역시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의미다. 이런 연구 결과는 미시간주 웨인주립대 심리학연구센터가 만든 전문 학술지 ‘오메가’에도 등재됐다. 캘버리병원 측은 간병인 지원 체계를 일종의 매뉴얼로 만들어 다른 호스피스 병동에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학술지 등재를 확대하고 주요 학술회의에서도 발표할 계획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 출발했다. 이날 미 동부 시간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30분) 현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4.14% 하락한 2,0358.49, 나스닥 지수는 2.72% 떨어진 7135.73를 기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3.63% 낮은 2438.42다.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장중 2만 선, 7000선을 밑돌았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10.13% 낮은 배럴당 24.22달러다. 장중 11% 넘게 떨어져 23달러대를 기록해 2003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 경기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급락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시간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 주요국 증시도 4, 5%의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개장한 한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1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24포인트(4.86%) 내린 1,591.20으로 마치며 1,600 선을 내줬다. 종가 기준 2010년 5월 26일(1,582.12) 이후 9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오후 들어 급격히 낙폭을 키웠다. 특히 외국인은 585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29.59포인트(5.75%) 내린 485.14로 2013년 12월 19일(484.17) 이후 약 6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500 밑으로 내려간 건 2014년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8% 떨어져 3년 4개월 만에 종가 기준 17,000엔 선이 무너졌다. 중국과 홍콩 주가도 1~4%대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원 오른 달러당 1245.7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가장 높다. 정부가 이날 달러화 공급을 늘리는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았지만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마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민에게 1000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등 1조 달러(약 1240조 원) 이상을 쏟아 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현금 지급을 검토하는 등 세계 각국이 재정을 풀어 경제위기 진화에 나섰다.● 미 현금 1000달러 이상 지급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만나 추가 경기부양책을 설명한 뒤 기자들에게 “큰 숫자다. 1조 달러를 경제에 투입하는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세금 납부 연기 효과까지 고려하면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 2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했던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능가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4월과 5월 두 차례 미국인에게 1000달러 이상의 현금 지급을 위한 예산으로 5000억 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므누신 장관은 100만 달러 넘게 버는 부자는 현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소득에 따른 선별 지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급여세(근로소득세) 인하는 몇 개월이 걸린다”며 “그보다 빨리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며 현금 지급을 거론했다. 또 소기업 지원을 위한 3000억 달러, 항공사 호텔 등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계 지원을 위해 2000억 달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현금 지급을 준비 중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4월 발표할 긴급경제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며 “2009년에 지급했던 1인당 1만2000엔(약 14만원)보다 더 많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총액은 2조 엔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2009년에 현금을 지급했을 때 일본인들이 받은 돈을 저축하는 바람에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다시 ‘현금 카드’를 꺼냈다. ● 경기 침체 막기 위해 중국 건설 붐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경기부양책을 설명하면서 정부 개입이 없으면 실업률이 3.5% 수준에서 20%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를 기정사실로 보고 올해 세계 경제가 0.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2월 도시 실업률은 최악인 6.2%로 실직자가 50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나왔다. 중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 심화 때만 해도 건설 붐을 통한 무리한 경기 부양책은 피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국무원 상무회의를 개최해 지방채권 발행을 늘려 건설 붐을 일으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매체 제¤(界面)은 “올해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 채권 전체 규모가 2조9000억 위안(약 51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해 피해 기업에 대한 무제한 유동성 제공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시사하는 등 각국이 재정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3300억 파운드(약 496조 원) 규모의 정부 보증 대출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유로존 각국이 재정투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나 재정규약을 크게 웃도는 수준은 어려울 것”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국가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 자금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18일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5원 뛴 1243.5원으로 마감했다. 2010년 6월 이후 9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원화 가치 하락). 이날 코스피는 2.47% 하락한 1,672.44로 마감했다. 1,700 선이 무너진 건 2011년 10월 이후 8년 5개월 만이다. 전날 미국 증시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12.93%)으로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7일(현지 시간)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오전 한때 2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연준 발표 이후 오름세를 타며 오전 11시 반 현재 전날보다 2.42%(489.36포인트) 오른 20,677.88로 상승했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패닉에 빠지면서 국내외 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팔 수 있는 자산은 닥치는 대로 팔아치워 현금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로 국내외 기업들을 둘러싼 신용 위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빚을 갚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팬데믹에 얼어붙은 기업 자금 시장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발전 자회사인 포스파워는 이날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00억 원 모집에 400억 원만 들어와 모집 금액에 미달했다. 앞서 13일 하나은행도 회사채 투자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둘 다 신용등급이 AA등급인 우량 기업이었지만 투자심리 악화의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실적 개선 기대로 뜨거웠던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금리는 연 1.740%, 국고채 금리는 연 1.030%로 마감해 금리 차가 2012년 4월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국고채에 비해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또 다른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던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 등이 5일 각각 공모를 철회했고,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LS EV코리아도 13일 IPO를 철회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딜로직에 따르면 1, 2월 세계 회사채 발행액은 3640억 달러(약 448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세계 전체로 확산된 3월 이후에는 자금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던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로 글로벌 이동이 제한돼 실적이 악화되면서 내년으로 상장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현금 확보에 사활 코로나19의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 성격이 컸다면 지금은 장기 불황에 대비해 안정적인 현금 확보 차원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LG는 LG전자, LG화학 등이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며 약 1조3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보유하고 있는 직영 주유소 302개 전체를 1조3321억 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사업 양도 계약을 체결하며 석유 소매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매각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와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한진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달 말 60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 등에 대한 매각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점포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0월 백화점 마트 아웃렛 등 10개 점포를 롯데리츠에 매각해 1조6000억 원을 확보했다. 신세계그룹도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지난해 10여 개의 점포를 매각해 1조 원가량을 확보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울 강남구의 옛 사옥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도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글로벌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는 대출을 통해 40억 달러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737맥스 생산 중단에 이어 코로나19로 이중 악재를 만난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긴급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섰다. 자금 사정이 나은 기업들도 예방 차원에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3일 보유 현금 확대 및 재무적 유연성 확보를 위해 신용한도인 25억 달러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계속될 경우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적 악화로 신용도가 낮아진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실패해 파산하면 주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신용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한꺼번에 자금시장에서 현금 조달에 나설 경우 은행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 회사채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일부 기업이 파산하기 시작하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지민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의 긴급 처방전을 선제적으로 꺼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돈 살포가 먹혀들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추가로 나올 대책이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2.93% 폭락하자 외신들은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연준의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달 초 연준이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을 때도 주가는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에 효과를 발휘했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현 시점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의 최종 대부자인 연준의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연준이 양적완화를 넘어선 ‘슈퍼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하는 자산은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에 한정돼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자금난에 빠진 회사의 채권, 나아가 주식까지 사들이는 걸 ‘슈퍼 양적완화’라고 설명했다.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의회가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연준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2008년 도입된 기업어음(CP) 매입기구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운용했던 긴급 대출인 ‘기간입찰대출창구’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연준이 기업의 회사채를 직접 인수해 링거를 놓듯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각국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서 비롯된 실물 경제 타격이 위기의 원인인 만큼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재정적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조율된 동시다발적 글로벌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에 1조 달러(약 1240조 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용으로 개발된 유동성 정책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약발’이 떨어진 유동성 대책 대신 혁신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8500억 달러(약 1055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방안을 승인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급여세 감면 등을 통해 경제에 현금을 공급하고, 항공업계에 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패키지 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항공사들이 이르면 5월 말 부도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패키지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근로자들에게 ‘유급 병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또 다른 부양책과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상원의원들에게 “이번 주 안에 경기 부양 패키지가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최지선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16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가 개장부터 급락해 15분간의 일시 매매정지(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뉴욕 증시는 오전 9시 30분 개장과 동시에 8% 이상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일 대비 8.14%(220.55포인트) 하락하며 2,490.47로 급락했다. 최근 6거래일 중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15분 후 거래가 재개됐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장중 한때 11% 넘게 떨어지는 등 낙폭을 키우며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의 FTSE100도 개장 직후 7%가 빠졌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증시도 장 중반인 한국 시간 오후 11시 현재 10% 안팎의 폭락세를 보였다. 앞서 연준은 15일 기준금리를 0.00∼0.25%로 한꺼번에 1.00%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미국은 이로써 4년 3개월 만에 ‘제로 금리’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연준은 아울러 7000억 달러(약 860조 원) 규모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처방을 남김없이 쏟아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도 16일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총 5500억 위안(약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중앙은행도 이날 증시 안정 등을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연간 6조 엔에서 12조 엔(약 139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공포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16일 한국 코스피는 전일 대비 3.19% 떨어진 1,714.86으로 2011년 10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2.46%), 중국(―3.40%)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2016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1226.0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이날 오후 11시 (한국 시간)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국제 공조를 시작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