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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왼쪽 목 부위에 1.5㎝ 크기의 자상(찔린 상처)을 입었다. 이 대표는 목에 있는 경정맥을 다쳤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전신마취 상태에서 2시간 가량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치명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경정맥 손상…관 삽입 후 수술민주당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후 3시 45분경 수술실에 들어갔다. 이어 상처가 난 부위의 피부를 절개해 정확히 어느 부분까지 다쳤는지 확인하고, 다친 부위에 대한 봉합 등을 진행했다.의료진은 당초 수술에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2시간 가량 걸렸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겉보기에 상처가 크지 않고 의식이 있다고 해도 정확한 상태는 수술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외상 환자의 경우 뒤늦게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집도의가 보호자에게 전한 말이라면서 “혈전(피딱지)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생각보다 많아서 관을 삽입한 후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상처에서 피가 나면 지혈을 위해 상처 부위 주위에 피딱지가 생기는데, 이 피딱지를 제거한 뒤 훼손된 혈관을 봉합했다는 뜻이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수술이 잘 끝났다면 합병증 위험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혈관을 다친 것이니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다 추가 출혈 위험성이 낮다면 1주 안팎이 흐른 다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맥 안 닿아 치명상 피했다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뇌에서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목 부위 혈관이다. 목에는 여러 가닥의 경정맥이 있는데, 이 가운데 큰 혈관을 다치면 출혈이 다량 발생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위독해질 수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이 대표의 상처는 칼에 ‘베인’ 게 아니라 ‘찔렸다’는 점에서 겉보기엔 1.5㎝ 크기라도 상처의 깊이에 따라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내경정맥보다 피부와 가까운 쪽에 있는 외경정맥 손상만으로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흉기가 뇌로 신선한 피를 올려 보내는 ‘경동맥’까지 닿지 않아 치명상은 피했다. 경동맥은 목에서 내경정맥 바로 안쪽을 지나간다. 경동맥을 다치면 극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수 분 내 숨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경동맥을 다쳤다면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나와 사실상 응급처치가 소용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에 따르면 피습 부위가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어서 천만다행”이라며 “하마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또 이 대표의 상처가 목 측면이라 성대와 척추 신경 등 목소리와 움직임에 필요한 신경도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목 앞쪽을 지나가는 성대를 다치면 발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척추 신경을 다치면 몸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지만 이 신경은 척추뼈 안에 있어서 자상으로 다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서울대병원, 언론 브리핑 취소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지혈과 파상풍 주사 접종 등 기본적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부산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상처 부위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측은 당초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것을 권고했으나 이 대표 측의 의견에 따라 병원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 준비를 하다 환자와 가족 측 요청으로 이송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수술 실적 등의 면에서 전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곳으로 서울대병원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며 “의학적 측면만 보면 서울대병원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 가족 등은 보호자가 있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병원 측은 이 대표가 수술을 받고 있던 오후 5시 10분 언론 브리핑을 예고한 뒤 1시간 40분여 만에 취소했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당초 수술 경과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리고자 했으나 환자의 개인정보가 워낙 민감하다보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주부 이영숙 씨(가명·55)는 12월이 되면서 불면증을 겪기 시작했다.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깨면 오전 2, 3시가 일쑤였다. 더구나 다시 잠들기도 힘들었다. 잠을 못 자니 피로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서 지내면서 불면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계속 먹게 될 경우 중독도 염려되고 날이 갈수록 먹는 양도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코슬립수면의원 신홍범 원장은 “겨울이 되면서 해도 짧아지고 날씨가 추워서 외출도 하지 않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생활 패턴의 변화가 불면증을 야기한다”면서 “불면증을 잘 파악한 뒤 적당한 수면제 처방은 불면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의 도움말로 불면증과 수면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불면증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자주 깨는 문제, 그 결과 낮 동안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불면증 증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지속이 되면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면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불면증이라고 말한다. 불면증의 심한 정도는 불면증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의 크기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불면증 심각 척도 등 설문지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해당 설문지에서는 불면증으로 인한 어려움의 정도를 점수로 나타낸다. ‘불면증이 심하다’라고 하는 경우엔 불면증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날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잠자는 시간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자다가 깨는 시간의 길이 깨는 횟수 △깨고 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의 어려움 △낮 동안에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기준으로 불면증의 심각한 정도를 판단한다.수면제를 언제 꼭 먹어야 할까수면제는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약에 힘을 빌려서 잠을 자기 위해서 사용하는 약물이다. 이들 약물은 뇌신경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억제해서 잠을 오게 하는 기능을 한다. 수면제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흔히 중독 의존 등을 걱정한다. 한 번 수면제를 복용하면 평생 끊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수면제가 한번 복용하면 끊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면제도 여러 연구를 통해서 그 효용성과 안정성에 대해서 확인이 된 약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 처방과 무관하게 수면제를 오남용하는 경우, 즉 하루에 복용하게 돼 있는 용량보다 더 많은 용량을 복용하거나 수면제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수면제를 복용하면 문제가 된다. 수면제의 오남용이 생기면 그 결과로 중독 의존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수면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의사 처방에 따라서 복용해야 된다. 수면제가 필요한 예로 △갑자기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전혀 잠을 잘 수 없는 경우 △다른 질환으로 인한 통증 등으로 잠을 자기 힘든 경우 △해외여행 등으로 시차 적응이 필요할 때 등이다. 만성불면증 환자에게 비약물 치료인 인지행동 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경우도 불면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 수면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시차 적응으로 사용되는 호르몬의 일종인 ‘멜라토닌’은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멜라토닌을 비항정신성 계열의 의약품으로 만든 제품이 있다. 의사 진료를 통해 이들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 중요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우선 좋은 수면 리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은 수면 리듬의 기본이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 뇌는 수면 상태와 각성 상태를 늘 준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휴일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낮 동안에 적절한 수준의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수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잠을 통해서 피로를 해소하게 되는데 정신적인 피로만 쌓이고 신체적인 피로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잠을 깊게 자기 힘들다. 특히 유산소운동이 수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추운 겨울이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운동, 수영 등이 도움이 된다. 카페인, 알코올 등과 같이 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적은 양의 카페인이라도 저녁 시간에 섭취하면 잠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알코올의 경우에 술이 깰 때 잠이 같이 깨게 되는 문제가 있다. 잠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에 어려움은 있으나 불면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상태일 때는 필요에 따라서 수면 건기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겨울철 숙면을 돕는 생활 습관① 매일 같은 시각에 잠들고 같은 시각에 일어나기② 아침 기상 후 창밖으로 밝은 빛 보기③ 점심시간 전후로 야외 산책하기④ 카페인 음료는 오전 일찍에만 섭취하기⑤ 음주하지 않기⑥ 낮 시간에 30분 이상 유산소운동하기⑦ 침실 온도는 22도 정도로 유지하기⑧ 침실에 가습기, 젖은 수건 등으로 습도 높이기⑨ 낮잠은 피하고, 너무 피로하면 10분 이내의 토막잠 자기⑩ 침실은 어둡게 하고 수면 안대 활용하기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앞으로 5년간의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향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에 귀추가 주목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주요하게 제시한 보건의료 공약이 있다. 바로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으로,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위해 신약이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힘든 투병 과정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환자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되었던 이 약속은 현재 지켜지고 있을까. 중증·희귀질환 치료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치료수단 중 하나는 단연 혁신 신약이다. 과거 치료법이 없던 질환들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신약의 등장과 함께 완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신약의 치료 기회가 환자들에게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급여권까지 안착되어야 한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에서 처음 출시된 후 한국에 1년 안에 진입하는 신약은 비급여 도입을 기준으로 해도 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신약 도입률이 18%, 일본 32%에 비하면 한국은 후진국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약 46개월이라는 통계를 반영하면 한국 환자들은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실제 신약 치료를 받기까지 4년 가까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미 한국의 신약 도입 속도가 국제적으로도 뒤처진 상황에서, 최근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둔 정부의 약가제도 정책이 국내 환자들의 치료 보장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약이 개발됐을 경우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신약 급여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정부는 신약에 대해 난도 높은 허가 과정뿐 아니라 반복적인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적용해 끝없이 가격을 인하시키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실거래가 인하,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의 ‘약가 인하’ 정책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제도 강화를 예고해 업계와 환자들의 우려가 크다. 거듭되는 약가 인하로 인해 외국계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국에서 한국을 제외해 버리는 일명 ‘코리아 패싱’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론칭 신약 중 한국보다는 중국에 먼저 론칭되는 신약이 늘고 있다. 내년부터 대만에서 한국 약가 참조를 계획하고 있어, 신약의 한국 론칭이 점점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한국의 약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약가를 참조해 자국 약가를 매기는 주변국들이 생기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낮은 약가 정책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 30여 곳의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의 약가 제도로 인해 본사 차원에서 코리아 패싱을 고려한 적 있냐는 질문에 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한국에서의 신약 출시가 보장된다고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 같은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이런 제도적 방향에 대해 고가 신약의 가격 관리를 통한 재정 절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강보험 지출 구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국내에 급여 적용된 227개 신약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지출은 총 약품비 대비 8.5%, 전체 진료비의 2.1%에 불과하다. 또한 중증질환 분류에 따른 신약 재정 영향을 분석했을 때도 중증·희귀질환(암, 희귀질환) 신약에 쓰인 약품비는 전체 약품비의 3.3%다. 보건 분야 싱크탱크 미래건강네트워크가 올해 국민 5000명 이상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경증질환보다 중증질환 중심으로 필수의료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90% 가까이가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신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보장성 및 신약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바로 지금, 건강보험 제도가 신약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폐렴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지난달 첫째 주 174명에서 이달 첫째 주 249명으로, 약 1.4배로 증가했다. 특히 1∼12세 소아에서의 발생 비율은 같은 기간 74.7%에서 78.3%로 늘어났다. 마이코플라스마는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잘 일으키는 균이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폐렴 환자 발생 증가는 결과적으로 건강한 소아청소년의 폐렴 발생 기회가 함께 늘어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위중한 호흡기 감염의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폐렴, 겨울철 집중적으로 발생호흡기 감염의 연간 추세를 보면 병원체 종류마다 특정한 계절에 환자가 많아지는 ‘계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바이러스는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아 연중 비슷한 규모로 발생하나, 인플루엔자와 같이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들이 있다. 이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겨울철에 흔한 다른 병원체에 중복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일상 속 위생이 개선되고 폐렴구균 등 백신접종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각종 바이러스 폐렴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의 비전형적 세균에 의한 폐렴이 주를 이룬다. 바이러스 폐렴으로 시작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소아청소년 폐렴은 성인 폐렴보다 많이 발생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매우 건강하게 회복되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폐렴은 항바이러스제가 존재하는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곤 호흡 보조와 대증요법(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법)이 치료의 주가 된다”면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호흡 보조와 대증요법뿐만 아니라 적절한 항균요법도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내성균주가 흔하게 보고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 급증… 예방이 중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발열과 두통, 콧물,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증상이 감기보다 20일가량 길게 이어지는 차이를 보인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약 20년 전까지 교과서적으로 비전형 폐렴이라 불렸다. 폐 외 증상까지 포함해 일관되지 않은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고, 진찰 소견과 환자 상태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코플라스마는 세균이지만 일반적인 박테리아와 구조가 다르다. 크기도 작아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항균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일부 약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18세 미만에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약이 많다. 이 경우 전문의가 판단해서 부작용보다 효과가 상회한다고 보이는 경우엔 사용할 수도 있다. 마이코플라스마균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은 점도 발생을 줄이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학교 등 집단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소아청소년들에게는 폐렴 예방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 예절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 손 씻기를 생활화해 손 위생을 지키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과 코, 입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실내 환기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일상 회복 이후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그동안 많지 않았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뿐만 아니라 마이코플라스마 같은 세균 감염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발생하면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서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되었을 때 아이가 의식이 너무 처지거나 식이가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엔 드물지만 뇌염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상급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 자원이 한계에 다다른 점은 우려스럽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 위중증 폐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라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폐렴 입원이 가능한 일부 병원으로 소아청소년 폐렴 환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상규 씨 별세, 최명길·최명희·최명은 모친상, 정연태 ·서동원(바른세상병원 병원장) 빙모상=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40분 02-3010-2000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이 흔히 말하는 증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공황장애 환자 수는 45%나 증가했다. 2021년 공황장애로 진단받은 환자 수는 약 20만 명. 숨겨진 환자는 더 많다. 공황장애는 나라를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전인구의 4∼5% 정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약 200만∼250만 명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얘기다. 강은호 뉴욕정신건강의학의원 원장(전 삼성서울병원 교수)은 “공황장애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는 심한 스트레스, 성격적 특성, 성장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증상으로 진단이 어려워공황장애는 △가슴 두근거림 또는 심장 박동 수의 증가 △발한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림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흉통 또는 가슴 불편감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계속 지속되기도 하고 평생 한두 번 정도 공황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제대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이유는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는 ‘급체’ 증상으로 나타나 내과에서 진료받기도 하고 돌발성 어지럼증으로 나타나 이비인후과에서 이석증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이뿐 아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도 흔해 심장내과를 찾기도 하고 호흡곤란 때문에 천식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또 머리나 팔다리 쪽의 감각이상 증상 때문에 뇌혈관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황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까닭에 여러 과를 전전하거나, 공황 의심하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더라도 편견으로 인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증상 나타나도 하던 일 하는 것이 좋아공황장애의 큰 특징은 드라마틱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건강이나 생명에는 절대로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유하면 건물에 있는 화재경보기가 불필요하게 예민해진 상태다. 갑자기 경보기가 울리면 다들 놀랄 수도 있고, 실제 화재가 발생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불이 난 게 아니라 경보기가 예민해진 것이라는 게 확인되면, 거슬리긴 하지만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가급적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하던 일을 할 것이다. 강 원장은 “공황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증상이 ‘오면 온다, 가면 간다’는 태도로 증상을 대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공황장애로 진단받는다고 해서 증상 조절을 위해 무조건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회피 행동이 동반되면 적극 치료 필요하지만 회피 행동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예외다. 공황 증상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마트에 가지 않거나, 대중교통이나 비행기를 안 타는 등의 회피 행동을 하는 것이다. 회피 행동이 많이 나타나면 오히려 공황장애 증상은 줄어들 수 있다. 공황이 생길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주객이 바뀌어 공황 증상 자체보다는 그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는 회피 행동들 때문에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는 공황 증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약물 치료를 비롯한 여러 치료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즉, 스스로 안심시키기 외에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 치료, 마음챙김 치료, 정신분석적 치료 같은 심리 치료들이 있다. 강 원장은 “다양한 심리 치료들은 약물 치료보다 좀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특히 심리적인 트라우마나 성장 과정에서의 트라우마가 공황장애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경우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정신분석적 심리 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원장은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공황 증상은 어느 누구에게든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되 죽을 병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 행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됐다.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는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 보건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한 우수 병원과 기업을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후원한다. 행사에는 심사를 맡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임영진 원장을 비롯해 병·의원,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수상 병원과 기업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뇌혈관, 관절, 척추, 암 수술, 줄기세포, 심장이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여준 의료기관과 의료 산업을 이끄는 대표 병·의원, 기업이 수상 대상이다. 종합병원 중에는 가천대 길병원 심뇌혈관센터가 수상했다. 가천대 길병원 심뇌혈관센터는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심장, 뇌혈관 분야에서 우수한 경험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뇌중풍(뇌졸중)은 빠른 대처와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심장과 뇌혈관 치료의 응급 치료에서부터 고난도 수술, 재활에 이르는 과정까지 최고의 의료진과 장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암치유센터는 지역 최초·최다의 ‘다학제 통합진료’를 비롯해 환자 진료와 치료 과정, 퇴원 후 일상생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관리를 도와주는 질환별 코디네이터와 상담 간호사, 암 전문 교육 간호사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화학요법 주사실을 운영하고 ‘당일 원스톱 진료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과 명지성모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를 선도하는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유일의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365일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 진료를 통해 빠른 시간에 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명지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서울·수도권 유일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다. 2005년 ‘전문병원 시범 기관’에 선정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종합병원 부문에서는 포항세명기독병원 유방갑상샘암센터, 인하대병원 중환자 치료 시스템,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 부문이 수상했다. 전문 병·의원 부문은 강남제이에스 병원, 기쁨병원 등이 수상했으며 실로암안과병원은 보건의료 공로상을 받았다.서비스 품질-감염 관리 등 4개 분야 심사… “K의료 위상 높여”[종합심사평] 임영진 심사위원장·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서 수상한 병원 원장, 의료기기 업체 대표 및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또 항상 보건의료 분야에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훌륭한 행사를 주관한 동아일보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2023 동아일보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는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기에 환자 진료 우수 병원 및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기업을 발굴해 국민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 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시하고 대한민국 메디컬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의료 현장은 감염 관리 및 환자 안전과 관련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고 의료 서비스 관련 산업은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 선정된 기관은 앞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를 이끌어갈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예상 외로 많은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갖고 응모했고 모든 기관의 공적이 하나같이 훌륭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계와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정한 심사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번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의 주요 심사 기준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① 의료 인프라와 시설 상태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 품질’ 평가 ② 감염 예방 및 안전사고의 관리 등 ‘고객 및 환자 안전’에 대한 평가 ③ 최신 의료 기술과 혁신에 대한 ‘의료 기술 및 혁신’에 대한 평가 ④ 지역사회 지원 및 기부 활동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삼고 심사를 진행했다. 수상 의료기관과 기업은 다양한 공적 자료를 통해 환자에 대한 신뢰와 지역사회 공헌을 바탕으로 한 의료 서비스가 국민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고의 첨단 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 질 향상과 최상의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수상 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 K의료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 큰 감동을 받았다. 또한 대부분이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국내 병원의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최근 수년간 병원 유관 단체, 환자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인증 제도의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인증 제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병원, 특히 중소 병원의 의료 질 향상,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 감염 예방 관리 등 실질적인 도움과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국내 의료계와 병원계는 의대 정원 문제, 비대면 진료 확대, 필수·공공·지방 의료 강화 문제 등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렵게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2023 메디컬 코리아 어워드에 선정된 기관들은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작금의 어려운 현안을 극복해 나가는 데 앞장서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큰 헌신과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8.4%를 차지한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1인 가구다. 홀로 지내는 노인은 다양한 건강 문제에 직면한다.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고큐바 테크놀로지는 나날이 증가하는 노인 인구의 건강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인력 개입을 최소화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위한 재활 콘텐츠 솔루션 ‘HODU(호두)’는 태블릿으로 인지훈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날짜별 학습 현황을 분석해 의료진에게 전송한다. 또 상지운동 재활 콘텐츠 ‘SeeZ’는 복합현실(MR) 기술을 활용해 뇌중풍(뇌졸중) 이후 편마비 후유증 환자들의 재활 훈련을 돕는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고큐바 테크놀로지의 진훈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IT(정보기술) 의료 분야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서 IT와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의사들은 MR 기술이나 AI 기술로 예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하고 의료 영상을 분석한다. 같은 일을 하는 데 효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비용은 훨씬 감소한다. 또 노인 인구는 증가하지만 노인 부양 인구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며 기존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일을 IT로 대체하고자 했다.” ―‘HODU’와 ‘SeeZ’에 대해 소개해달라. “‘HODU’는 치매 환자의 인지 개선 및 재활을 돕기 위해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만든 디지털 치료제다. 언어력, 시지각, 기억력, 주의력, 전두엽, 영상재활 등 인지 관련 6가지 영역을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30일간 맞춤형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매일 학습 현황 변화를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블릿을 통해 어디에서나 쉽게 훈련할 수 있으며 노인들을 케어하는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또 ‘SeeZ’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상지 재활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일상적인 동작을 MR 기술을 활용해 연습한다. MR 의료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처럼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해 환자들이 능동적으로 재활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 AI 기반 솔루션이다. 공통점이 있나. “고큐바 테크놀로지의 솔루션은 AI를 영역별로 특성화하고, 이를 개인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꼭 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 또한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치료 효과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며 의료진에게 제공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적용하도록 돕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품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작년 BIO KOREA 2022에서 디지털 인지 재활 치료제인 HODU를 소개했고 올해 월드IT쇼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지 관람객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수용해 HODU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ASMIT’라는 AI 정자 진단 서비스도 출시했다. 정자의 운동 패턴 분석을 통해 원인 불명의 남성 난임 환자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예측한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차병원 그룹의 이재호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정자 영상을 제공받아 난임 가능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을 활용해 조기 진단을 제공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해외시장 조사 및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법정감염병 2급으로 분류된 백일해 환자가 경남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백일해 환자 수는 112명으로 지난달(29명)에 비해 약 3.8배 폭증했다. 월별로 분석해 보면 지난 7월 5명→8월 8명→9월 10명으로 발생하다 10월 들어 29명으로 환자가 점차 급증했다. 창원파티마병원에 마상혁 소아청소년과 과장의 도움말로 백일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기침-재채기 통해 전파… 사망률 0.5%―백일해는 무엇인가? “100일 기침이라고도 알려진 백일해는 전염성이 매우 높으며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세균성 질병이다. 초기 증상은 대개 콧물, 발열, 가벼운 기침 등 일반 감기와 유사해 의사가 판단하기가 어렵다. 다만 지역적으로 유행을 하고 있고, 환자와 접촉이 있었다면 의심할 수 있다.” ―원인균은 무엇이며 감염은 어느 정도인가? “백일해는 Bordetella pertussis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한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쉽게 전파된다. 사람들은 증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기침 발작이 시작되는 약 3주까지 전염성이 있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5일이 지나면 더 이상 전염성이 없다. 진단은 비인후에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배양하거나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 배양은 실제로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잘 안 되며 PCR은 증상 발현 3, 4주까지도 가능하다.” ―경과가 어떻게 되나? “초기 증상이 지난 뒤 발작적인 기침을 하는 시기가 오고 이후 2, 3개월간 심한 기침이 지속된다. 아이들의 경우 발작적인 기침 후에 숨을 들이쉴 때 높은 음의 쉭쉭 소리나 헐떡거리는 소리가 발생할 수 있다. 기침이 10주 이상 지속될 수 있으므로 ‘100일 기침’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기침이 너무 심해 구토, 갈비뼈 골절,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감염된 1세 미만 어린이의 약 50%는 입원이 필요하며 거의 0.5%(200명 중 1명)가 사망한다.” 현재 경남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증상은 심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으며 1주일 이상 기침을 하면서, 밤에 기침이 심해지거나,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 기침 중간에 소리가 나는 경우는 백일해를 의심할 수 있다.임신 말기 성인도 백신 맞아야―예방은 어떻게 해야 되나? “백일해 백신(DTaP)을 접종해야 된다. 초기 예방접종은 생후 6∼8주 사이에 권장되며 생후 첫 2년 동안 4회 접종을 한다. 백일해로부터의 보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므로 나이가 많은 어린이와 성인에게는 추가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대개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 하고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을 해야 한다. 임신 말기에도 권장된다. 감염에 노출됐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은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항생제는 초기 증상이 나타난 뒤 3주 이내에 시작해야 된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걸릴 수 있나? “맞다.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신 증상은 일반적으로 경미하다. 청소년, 성인의 경우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약 10% 정도다. 그런데 백신을 충분히 접종을 한 상태(DTaP백신 접종을 3회 이상을 한 경우)가 아니면 충분한 면역력을 가지지 못해 감염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뇌증, 폐렴, 무호흡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백일해는 소아에서만 문제가 되나?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DPT백신이 도입이 된 것이 1958년이다. 이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접종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백신 부작용으로 사용이 중단됐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부작용이 적은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부분 세포 백일해)백신이 사용돼 백일해 환자는 급격히 줄었다. 4차 DTaP백신 접종은 잘되고 있으나 5차 접종하는 4∼6세부터는 접종률이 떨어지며, 11, 12세에 접종도 일부는 백일해가 없는 백신을 접종을 한 경우가 많았고 성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한 경우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성인 환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다. 2015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10세 이상 만성 기침을 하는 환자의 약 25%가 백일해와 연관이 있다는 국내 논문도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청소년, 성인이 기침을 오래 하는 경우에는 백일해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2급 감염병… 지방 방역 강화해야―백일해 확산을 줄이는 방법은? “백일해 전파를 당장 줄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당겨서 하는 가속 접종이 필요하다. 지역적으로 유행이 있는 곳은 성인도 접종을 해야 하며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의 성인들은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방역 당국은 이런 접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백일해는 2급 감염병이다. 병원에서 환자 발생 시 신고를 해야 하나 절차가 복잡하고 역학조사 등이 의료기관에서 부담을 가지므로 이를 좀 더 간소화해 신고 의료기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리고 현재 방역 당국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특히 지방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감염병 전문가 위원회를 상설해서 운영해 방역 정책 결정을 해야 하며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순환 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결여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3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글로벌 엑스포 난민캠프 1층. 한국의 스마트 헬스케어를 활용한 원격의료 봉사가 시작됐다. 의사 출신인 동아일보 기자와 경기국제의료협회, 순천향대 의료진이 합류했다. 지금까지 해외 의료봉사는 주로 청진기를 이용한 진료와 의약품 처방에 머물었지만 이곳 의료진은 달랐다. 진료에 인공지능(AI), 모바일 기기 등을 적극 활용했다. 국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첫 스마트 의료봉사였던 셈이다. 임수빈 협회 단장(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우리나라 스마트 헬스 IT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고 이번 의료봉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며 “덕분에 환자의 진료 및 의료상담이 정밀해졌고 원격진료로 한국에서 수술 가능한 환자도 발굴했다”고 말했다. 본보 기자를 포함한 의료팀은 난민촌 2곳과 글로벌 엑스포에서 난민 환자 100여 명을 진료하고 의료상담을 했다. 또 보육원 2곳 등을 돌아다니며 어린이 200여 명의 건강을 체크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도구 다양하게 활용경기국제의료협회는 사전 준비부터 철저했다. 봉사단은 의사 3명과 간호사 1명, 그리고 예비 한의사, 예비 간호사 등 11명으로 꾸려졌다. 의사는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본보 기자로 구성됐다. 진료 및 의료상담을 받은 환자들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병, 허리통증, 두통 등 만성질환을 호소했다. 독감, 감기, 빈대 물린 감염자, 소화기 질환 등 급성질환자도 있었다. 빈대는 이곳에서 일상이었다. 협회는 △실시간으로 AI를 활용해 심장 소리와 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마트 사운드 △귓속, 입안 치아 상태, 콧속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 귀이경 닥터클로버 △손으로 들고 다니며 몸속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크기의 초음파 기기 소논 △손가락에 끼면 환자의 호흡수 박동수 산소포화도 등을 잴 수 있는 스마트 반지 △손가락만 대면 심전도를 잴 수 있는 카디아 모바일 등을 준비했다. 봉사단은 이들 기기를 활용해 캠프 난민들을 대상으로 진료 및 의료상담을 했다. 신경숙 순천향대 구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는 속도감 있는 진료와 의료상담,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하니 환자의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폴란드 의사들 서로 협력 진료글로벌엑스포엔 4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이곳엔 폴란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등 7명의 의사가 일주일에 1명씩 돌아가면서 상주한다. 의료팀도 이곳 현지 폴란드 의사들의 협조하에 진료 및 의료상담을 했다. 한국에서 의사들이 왔다는 소식에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더 밀도 있는 진료가 필요한 경우 우크라이나 의사 출신 한국인 이신이 리터러시M(종양외과) 국제영업이사와 온라인 화상으로 연결해 소통했다. 시차 탓에 한국은 오후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이 이사는 진료를 도왔다. 캠프 난민 중 사시가 심한 타샤 양(9)의 경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장지호 교수와 화상으로 원격진료를 했다. 상담 결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팀은 글로벌 엑스포뿐만 아니라 바르샤바 외곽의 난민촌 두 곳에서 의료상담과 의약품 및 물품지원 활동을 펼쳤다.● 난민 고아들의 마음도 위로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보육원(현지 비정부기구·NGO TPU가 운영)은 바르샤바에서 북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항구 도시 그단스크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자원봉사자들로 꾸려져 운영된다. 현재 이곳 보육원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아이는 모두 200여 명이었다. 의료봉사팀은 아이들의 건강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의약품 및 물품 등을 기부했다. 이번 봉사단에 합류한 그림책 작가 송은경 씨와 청년 대사들(국내 NGO 프로보노)을 주축으로 전쟁 발발 당시 아이들에게 남겨진 트라우마(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한 미술치료와 놀이치료를 진행했다. 의료팀도 같이 합류해서 놀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함께 봉사에 참여한 간호대생, 한의대생 등이 ‘풍선아트’ ‘우크라이나 동요와 함께하는 율동수업’ 등을 진행해 아이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줬다. 보육원에서 만난 마타 알리나 양(14)은 “한국 언니들과 새로운 율동도 배우고 무엇보다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TPU의 안드레프 디렌고스키 팀장은 “아이들에게 사용될 소중한 의료품과 옷가지 속옷 등을 기증해줘 긴 겨울을 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바르샤바·그단스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3일 기자가 도착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서쪽의 글로벌 엑스포 난민센터. 이곳은 2018년에 각종 심포지엄, 국제회의, 콘퍼런스 등이 열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폐쇄된 뒤 지금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자는 이날 오전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폴란드인 에밀리언 고론카 글로벌 엑스포 난민센터 코디네이트 팀장(45)을 만나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 상황을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두웠다. 고론카 씨는 이곳에서 피란민들을 위한 기금도 모으고, 난민들 식사 및 아이들 교육 등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1만7000여 명의 난민이 이곳을 거쳐 갔다. 글로벌 엑스포는 또 4만여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새로운 직장을 찾도록 도와줬다. 폴란드 내 민간이 운영하는 난민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이날 이곳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인은 300여 명에 불과했다. 올해 3, 4월까지만 해도 4000명이 넘을 정도로 붐볐고, 난민들은 무료로 잠자리와 음식 등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자 글로벌 엑스포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성인 한 명당 한 달에 100달러(약 12만9300원) 정도의 월세와 90달러(약 11만6400원)의 식비를 추가로 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아이들은 숙박 및 체재비가 무료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뒤로는 각국의 지원이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고론카 씨는 “올 초만 해도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미국 일본 한국 등 각국에서 지원이 이뤄져 난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갔다”면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원이 줄자 난민들이 직장을 찾아 떠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난민들은 주로 노인 또는 아이들이다. 뇌성마비로 누워 있는 아이도 있고 심장질환, 고혈압, 관절염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도 많다. 고론카 씨는 “이곳 전기 관련 시설비만 한 달에 5000달러(약 647만 원) 이상을 내고 있는데 지원이 안 되면서 더 이상 엑스포를 운영하기 힘들 것 같다”면서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고론카 씨는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도 많고, 한국도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어 이곳 사람들이 한국에 고마워한다”며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아섰고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잊지 말고 한국 정부에서도 계속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바르샤바=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7월 삼성서울병원 수술실, 의료진 10여 명이 합심해 12시간에 걸친 국내 첫 자궁 이식을 성공시켰다. 무려 1년 이상 준비한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이었다. 자궁 이식은 난소는 있지만 자궁이 없는 여성이 임신을 하기 위해 타인의 자궁을 이식받는 수술이다. 선천적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A 씨(35)의 질환은 로키탄스키 신드롬 혹은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신드롬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3000∼5000명당 1명꼴로 보고되고 있을 만큼 사실 흔한 질환이다. 상당수 여성들이 불임으로 고통받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의사 13명 투입당시 간 이식, 심장 이식, 콩밭 이식 등은 이미 익숙했지만 자궁 이식은 기자조차도 생소한 장기 이식이었다. 흔히 장기 이식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술이지만, 자궁 이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식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장기 이식 수술은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자궁 이식 같은 경우는 출산할 때 제왕 절개를 하면서 이식받은 자궁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기 이식과는 달리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시도된 첫 자궁 이식에서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서 결국 이식한 지 2주 만에 자궁을 떼어내야 했다. 의료진은 실망했지만 오히려 환자가 “뇌사자 자궁 이식은 가능하니 또 한번 해보자”며 의료진을 설득했다. 환자는 첫 자궁 이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증자인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큰 결심 뒤 딸에게 자궁을 준 어머니가 낙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용기를 얻었고 2차 자궁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올해 1월 A 씨가 뇌사자(44)의 자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엔 이식외과 박재범 이교원 교수와 이유영, 노준호, 김성은,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총 13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자궁동맥 자궁정맥 등 혈관을 잇는 정밀 수술에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생체 자궁(건강한 사람의 자궁)보다는 뇌사자의 자궁을 떼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웠고, 혈관을 문합(혈관 연결)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원활했다. 그리고 자궁 이식 29일째 A 씨는 첫 월경을 했다. 의료진은 초경을 지나고도 초음파, 조직검사를 확인하며 이후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이식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간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처음 성공한 자궁 ‘재이식’이었다.● 환자에겐 절실한 문제… 출산까지 성공해야수술 성공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꼭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까”, “입양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등이었다. 하지만 자궁이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문제였다. 자궁 이식 수술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지금은 자궁 이식의 성공률이 높은 젊은 여성 자궁 기증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장기 이식법 적용 범위를 간, 신장, 폐와 같은 기존 분야에서 자궁 등 다른 장기로 넓혀가는 방안도 논의해야 된다. 비용도 문제다. 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자궁 이식 성공은 ‘절반의 성공’이다. 최종적으로는 인공 수정까지 성공해야 수정란이 자궁에 잘 정착해서 10개월 뒤에 출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의 임신 준비를 위해 이식 6개월 전에 미리 준비한 인공 수정란의 상태도 확인했다. 자궁 이식이 성공한 뒤 6개월 후 인공 수정을 통해 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키기 위해서다.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16개국에서 85건(생체 기증 63건, 뇌사자 기증 22건)의 자궁 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중 최종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는 40건에 불과했다. 환자는 이미 두 번에 인공 수정 임신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남은 절반의 성공을 위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독감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5∼11일 1000명당 독감 의심 외래 환자는 11.2명이었으나 2023년 같은 시기 32.1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엔 마치 유행하듯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엔 보이지 않았던 양상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3년 동안은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을 철저히 했고,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독감의 전형적인 유행 패턴이 깨져 있는 시기였다”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이 독감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1월부터 계속 독감 유행이 이어져, 여름까지도 유행하다가 최근 추워지면서 독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도움말로 독감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집단생활 학교-유치원에서 잘 퍼져―소아, 청소년에서 급증하는 이유는. “독감이 유행을 시작할 때는 대개 소아, 청소년 위주로 번진다. 그 이유는 독감 자체가 전파력이 강한 데다 아이들이 학교라든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모여서 활동하다 보니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유행 중기를 넘어가면 성인들 특히 노인으로 전파가 넘어가고 노인 감염이 시작되면 중증 감염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도 유행 중기 이후에 많이 생긴다.” ―독감의 대표적인 증상은. “독감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발열이다. 그리고 온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통이 매우 심하게 동반된다. 기침 콧물 인후통 등도 동반된다. 급작스럽게 이런 증상이 시작되면 독감이구나 생각하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감기와 독감, 코로나19를 일반인들이 구별하는 방법은. “의사도 감기인지 독감인지 코로나19인지 감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이번 겨울 같은 경우 코로나19, 독감, 그 외에 여러 다른 바이러스들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 질환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독감이나 코로나19는 각각 치료제들이 잘 나와 있다. 다만 감기 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제라기보다는 증상 조절을 위한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예방접종 해야 중증-사망 위험 줄어―약 먹고 괜찮아지면 바로 일상생활을 해도 되나. “독감은 본인이 느끼는 증상과 바이러스가 배출돼 전파될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본인의 증상이 가벼워지고, 특히 열이 떨어지고 나서 하루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 배출이 줄고 남한테 감염시키는 확률도 떨어진다. 특히 발열이 좋아진 지 24시간이 지나면 사회생활을 해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독감 예방법은. “독감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때와 마찬가지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독감이 의심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마스크 착용 시 바이러스 전파 자체를 막는 효과가 있다.”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나. “독감 예방접종의 효과는 65세 이상 노인, 5세 미만 소아에서 60%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 그러니까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기는 한데,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은 많이 낮춘다. 특히 인플루엔자 독감은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그다음에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호흡기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그냥 참으면 좋아지겠거니 하기보다는 빨리 인근에 있는 병원이나 의원에 방문해서 독감이 아닌지 또는 코로나19가 아닌지 꼭 확인을 받는 것이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는 수십,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처리해 빠른 시간 안에 개인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이다. NGS 검사를 활용하면 암 질환과 관련된 환자의 유전자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암 예방과 진단은 물론 표적치료제 등 맞춤형 치료 방법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미 미국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암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NGS 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건강보험(선별 급여)이 적용 중이다. 하지만 NGS 검사 결과를 암 환자가 이해하고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의사에게 설명을 요청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코마스터는 환자에게 암 유전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온코마스터의 장우영 대표, 최윤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코마스터’, 무슨 뜻인가? 장우영 대표=“온코마스터는 ‘종양’이라는 영어 접두사인 ‘ONCO’와 온코마스터의 설립 기반인 ‘K-MASTER 암 정밀 의료 사업단’의 ‘MASTER’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현장에서 습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밀 의료 암 진단, 치료법 개발 목표를 추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고로 K-MASTER 사업단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정밀 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을 연구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단이다. 유전자 변이 및 표적치료제 임상시험 매칭을 통해 진행성 암 환자의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 임상·유전 정보를 통합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총 5년간 400억 원을 투입해 R&D를 수행했다. 연구 성과로 국내 진행성 암 환자 1만 명의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분석 데이터, 20개의 임상시험 중개연구를 통한 치료 정보를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최윤지 CMO=“온코마스터는 K-MASTER 사업단이 마무리되고 나서 사업단장이던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의 김열홍 교수님이 설립했다. 사업단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밀 의료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컸다.” ―좋은 취지다. 온코마스터 서비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장 대표=“온코마스터는 현재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첫 번째는 ‘환자 중심 암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 온코마스터 홈페이지를 통해 암종에 따른 임상시험 정보나 최신 유전자 변이 정보, 약제 정보 등 최신 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맞춤형 암 환자 지식정보 서비스’다. 회원가입 후 환자 본인의 병원의무기록지와 NGS 검사결과지를 온코마스터에 전달하면 환자의 임상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지식 정보를 추출해 환자의 유전자 변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와 병용 요법, 최신 임상시험 정보 등을 보고서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보고서 내용이 어렵지 않나? 최 CMO=“보고서는 일반인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쉽게 작성된다. 각 환자의 NGS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변이 정보, 맞춤 치료 정보, 임상시험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밀 의료 지식이 추가될 경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자 준비 중이다.” ―향후 계획은? 장 대표=“온코마스터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암 환자들이 정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아시아권인 일본 시장을 목표로 건강관리 서비스 및 의료보험 청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현지 기업 DXcare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암 관련 진단, 치료를 보조하는 빅데이터 의료기기와 연구 및 제품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미 위암 AI CDSS(인공지능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위한 예측 모델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환자 진료에 있어 진단 치료 처방 등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는 의료 정보 기술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 대장암 등 그 밖의 암종별 AI CDSS도 현재 개발 중이다. 많은 응원을 해 달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16일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 대한이식학회에 제출한 발표 초록에 따르면 이식팀은 올 1월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한국인 여성 A 씨(35)에게 이식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A 씨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조직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A 씨는 난소 기능이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다. 자궁 이식 말고는 임신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이식받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시도였다. 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이후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국제자궁이식학회(ISUTx)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고된 자궁 이식 사례 가운데 A 씨와 같은 재이식 수술은 처음이다. A 씨는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첫 재이식 성공 외과-감염내과 전문의 등 13명 투입… 자궁 없던 30대에 두번째 이식 수술국내 ‘자궁 문제 불임’ 작년 1592명… 건보 적용-절차 표준화 등 논의할때‘의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뇌사자 자궁 이식 성공. 세계 최초의 자궁 재이식 성공.’ 이번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자궁 이식 성공은 국내외 의료계에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선천기형이나 질환으로 자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궁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기다.● 전문의 13명 투입, 세계 최초 재이식 수술 성공 국내에서 이뤄지는 콩팥과 간 등 장기의 이식 수술은 한 해 5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자궁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 85건에 그친다.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자궁을 내줄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수술 자체가 의학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증자의 몸에서 자궁을 적출할 땐 이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수혜자의 난소와 생식선 등에 연결할 땐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거나 수술 부위가 감염되면 수술은 수포로 돌아간다. 수술 뒤 체계적인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자궁 이식에는 이식외과와 산부인과뿐 아니라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감염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한다. A 씨의 진료에도 박재범 이교원 이식외과 교수뿐 아니라 김성은 오수영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13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투입됐다. 이식팀은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역억제제 없이 콩팥 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2019년 1월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사람의 내장 또는 조직 중 기능 회복을 위해 적출·이식할 수 있는 것’에 맞으면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심의와 복지부 장관의 결정을 거쳐 이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절차와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을 거쳐 A 씨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팀은 발표 초록에서 “진료와 수술이 임상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고, 관련 비용은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소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소식 삼성서울병원은 A 씨의 성공을 계기로 다른 불임 여성의 자궁 이식도 준비 중이다. 향후 A 씨가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거나 국내 자궁 이식 성공 경험이 여러 건 축적될 경우, 자궁 기형이나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씨가 겪은 MRKH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여성 5000명당 1명 수준이다. 국내 가임기 여성 인구(1049만 명)에 대입하면 유병 인구가 2098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자궁에서 기원한 불임’으로 진단된 여성은 1만4794명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질병으로 인한 자궁 적출 수술이 해마다 약 4000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궁 문제 탓에 임신하지 못하는 여성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신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는 해외 자궁 이식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수백 건 검색된다. 일부 이용자는 국내에 자궁 이식 사례가 없다는 답변에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판례상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 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리모 알선 브로커에게 거액을 줬다가 떼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비만 1억… 건보 적용 논의 필요 이번 성공을 계기로 법에 명시된 이식 가능 장기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장기이식법에 손과 팔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2017년 2월 대구 W병원이 40대 뇌사자의 팔을 30대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법령 위반’ 논란이 일자 이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자궁 이식이 불임 여성 전반에 ‘고려할 만한 수단’이 되려면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의 수술과 면역억제제 투약, 시험관 시술 수술 등에는 최소 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A 씨는 연구 기부금으로 비용을 댈 수 있었지만, 이런 지원이 없다면 개인에겐 부담되는 액수다. 자궁 이식에 뒤따를 수 있는 혼란과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계와 윤리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자궁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이식 절차 등을 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자국 내 자궁 이식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전인 2012년에 이미 관련 절차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등을 정한 규약이 발표됐다. 영국은 2015년 자궁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만 25세에서 38세 사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식팀을 이끈 박재범 교수는 “17일 학회에서 공식 발표한 이후에 응하겠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16일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처음 자궁 생체 이식이 시도된 건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였다. 뇌사자 자궁 이식은 2011년 튀르키예가 최초였다. 2021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16개국에서 85건(생체기증 63건, 뇌사자 기증 22건)의 자궁 이식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중에서 임신을 확인한 사례는 70건뿐이고, 출산까지 확인된 사례는 40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어려운 수술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난임에 대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큰 이슈다. 난임은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난임 유병률은 약 15%다. 국내 여성 중 난임 환자는 2017년 14만6235명에서 2021년 16만2938명으로 11.4%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초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일산백병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미만 난임률은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로 나이가 많을수록 난임률이 높았다. 더구나 체외수정 시술은 한 주기당 성공률이 낮고,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 다음 시술은 최소 2, 3개월 후에나 가능해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체외수정 시술은 배아의 상태가 임신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해 시술해야 한다. 현재는 임상배아연구원이 현미경을 보고 건강한 배아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때 임신 예측률은 37% 정도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는 병원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배아 선별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경제적·비침습적으로 양질의 배아를 판별해 임신 예측률을 약 65%까지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 AI 모델의 임상적 효용성을 증명하고, 나아가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모델의 최적화 및 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건강한 난자를 확보하기 위해 20, 30대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해서 미리 보관하기도 한다. 서울의료원 가임센터 이현주 과장은 “난자 동결과 해동 기술의 발달로 최근 세계적으로 미혼 여성들이 만혼에 대비해 가임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라며 “보통 35세 이전에 난자를 동결하면 가장 좋지만 본인 부담으로 해야 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날씨가 추운 요즘 직장인 김연화(가명·47) 씨는 갑자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후 구역감과 설사를 동반하면서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도 바이러스로 인해 식중독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근 병원을 향했는데 급성충수염(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충수는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주머니 모양으로 연결된 소화기관을 말한다. 맹장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일어나면 급성충수염이 발생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광용 교수는 “급성충수염은 단순히 체했다고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면서 “또 20, 30대 젊은 연령층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맹장염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급성충수염의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겨울에도 발생… 복통-설사 땐 의심해야―겨울철 복통과 설사를 하면 급성충수염을 의심해야 되나. “급성충수염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에 10∼20% 더 잘 생기지만, 국내에선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장염의 일종이기 때문에 단순 증상만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단순 장염은 설사나 오심, 구토가 발생한 뒤에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급성충수염은 복통이 선행되며 이후 설사나 구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20%에서는 오심,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모호한 상복부 통증과 소화불량의 증상이 있다가 반나절이나 하루 지나서 우측 하복부로 국한되는 통증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보통 장염 등은 아픈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이 없지만 급성충수염은 오른쪽 배를 눌렀을 때 압통이 있을 수 있다.” ―오른쪽 배가 아프면 급성충수염인가.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다 급성충수염은 아니다. 우측 복부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급성충수염, 게실염, 요로결석, 대장암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부인과 관련 장기가 하복부 내 위치해 급성충수염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하복부에서 통증이 생기고 마치 생리통처럼 골반통이나 허리 통증이 동반되면 자궁 및 난소 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쪽 배가 아플 경우 이러한 여러 질환들을 고려하는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급성충수염이 의심된다면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나. “가까운 병·의원 및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전신마취가 가능하고 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면 수술(복강경 충수절제술)을 할 수 있다. 급성충수염의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천공성 맹장염을 비롯한 복막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급성충수염의 경우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급성충수염은 대개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복부 초음파로 진단한다. 최근엔 복부 CT를 더 선호하나 조영제에 부작용이 있거나 CT 촬영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 초음파를 시행한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RI)은 일반적으로 시행하지 않지만 산모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할 수 있다,”● 기본 치료는 수술… 가족력도 영향―급성충수염은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나. “맹장염의 기본 치료는 수술이다. 다만 환자의 상태나 맹장염의 중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높을 땐 수술보다 항생제 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천공성 급성충수염 및 국소적인 복막염으로 대장 절제를 동반한 큰 수술이 예상되는 경우 우선 항생제 치료를 한 뒤 추후 수술을 고려한다.” ―평소 과식이나 음주를 많이 하면 급성충수염에 잘 걸리나. “과식이나 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진 않는다. 다만 과도한 음주나 과식은 급성충수염의 악화나 합병증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 구성원 중 급성충수염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급성충수염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급성충수염이 걱정스러워 선제적으로 제거하기도 하나. “예방적 수술을 권유하지 않는다. 초기에 진단된 급성충수염은 수술적 난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선제적 제거보다는 진단 후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급성충수염의 생활수칙 팁▶ 맹장염을 따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바로 수술을 받는 게 좋다.▶ 수술 직후 수일간의 금식이 필요하다. 이후 골고루 먹는게 좋다.▶ 수술 후 산책이나 조깅 등의 가벼운 운동은 도움이 된다.▶ 수술 후 약 2∼3주 회복기간엔 금주 및 금연이 필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사례1. 의료 인공지능(AI) 개발업체 A사가 개발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는 진단 정확도 94%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자기공명 혈관조영(MRA) 영상을 AI가 분석해 뇌동맥류 의심 부위를 표시해주는 디지털 의료기기다. 하지만 대한영상의학회 분석 결과 실제 병원에서 사용했더니 정확도가 66.7%에 불과했다. #사례2. B사는 불면증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했다. 불면증 습관 개선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해당 업체는 불면증 환자 60여 명으로 임상을 진행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 병원 처방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디지털 의료기기의 병원 처방이 가능하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디지털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진단, 치료, 관리하는 의료기기를 뜻한다. 현재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의료기기는 AI 영상 진단 소프트웨어가 9개, 불면증 치료 기기 2개 등 총 11개 제품이다. 이 중 불면증 치료 기기 등은 이달부터 환자 처방이 시작된다. 조만간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해진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 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을 10대 국정과제로 삼았고, 복지부는 의료기기 산업에 2027년까지 최대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의료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처방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부실한 검증과 허가 절차로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디지털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진행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은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현장에서는 우선 ‘허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약처는 업체가 제출한 임상 자료로 제품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자료나 기준이 명확히 없다 보니 규제기관이 업체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식약처가 마땅한 허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검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C사는 눈의 이상을 발견하는 AI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식약처 허가까지 받았지만 임상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D업체의 AI 뇌동맥류 분석 소프트웨어는 91% 정확도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해본 결과 80.6%에 불과했다.● 정부, 올해 내 선도입 후평가 도입… “환자 위협” vs “기업 생존” 나아가 정부는 올해 내로 디지털 의료기기를 먼저 시장(병원)에 진입시킨 뒤 나중에 평가하는 ‘선도입 후평가’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식약처 품목 허가→보의연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보의연 평가 없이 바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병원에서 최대 5년 이내에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임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일단 먼저 팔도록 허용하고 안전성은 나중에 검증하는 것. 의료계와 환자단체들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임상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로운 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보의연의 검증 절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처방 후 평가는 안전성 등에 대한 비용을 결국 환자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환자에게 처방했음에도 평가에서 탈락해 퇴출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디지털 의료기기는 일반 의료기기보다 위험성이 작은 데다 산업 육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약 2600조 원으로, 2027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 AI 기업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증에만 수년이 소요된다면 기업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재태 보의연 원장은 “의료기기의 안전과 효과는 정부가 보증해야 할 사안으로 개선안이 시행되더라도 사후 평가를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늦가을 한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풍, 절경, 그리고 가을철 별미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먹을 것, 즐길 것이 많은 계절이지만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줄어드는 시기다. 음식 섭취량과 에너지 소모량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신체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비만과 관련이 많은 통풍 위험이 늘어난다. 과도한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과체중은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고, 연말 잦은 술자리는 통풍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경희대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의 도움말로 통풍 건강관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 원인은 요산통풍은 한문으로 아플 통(痛), 바람 풍(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질환이다. 특히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지만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는 폐경 이후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다. 요산은 인체 내에서 음식물의 섭취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요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액에 녹아들지 못한 요산이 심장에서 가장 멀고 차가운 부위인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등에서 결정체를 이뤄 염증을 일으킨다. 혈액 중 비정상적으로 요산이 많은 상태를 ‘고요산혈증’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급성 통풍 발작’이라는 급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이때부터는 통풍으로 진단받게 된다. 급성 통증 발작은 주로 한쪽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다. 증상 부위 피부가 붉어지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눌렀을 때 통증이 있고 그 부위가 발목, 발등, 손가락, 무릎 등으로 늘어난다. 급성 통증 증상은 보통 7∼10일이 지나면서 증상이 없는 기간이 이어진다. 그러나 62%는 1년 내 다시 통증 발작을 경험한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증의 빈도와 강도는 세진다. 통풍이 장기화되면 매일 통증이 지속되는데, 이때 요산 결정체가 쌓인 통풍결절이 관절 주위에 형성된다. 이는 관절의 광범위한 손상과 피부 밑 큰 결절을 유발해 기형을 이루거나, 심할 경우 불구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요산 결석이 요도나 신장에 생기면 요로 결석이나 신장 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그러나 다행히도 통풍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경우 관리와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생활습관과 함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요산 수치를 관리하고, 약을 복용하면 극심한 고통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또 중증 증상에서 찾아오는 관절의 변형과 장애, 신장 손상 등의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의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풍 치료에는 크게 극심한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항염증제와 요산저하제, 요산억제제 등이 쓰인다. 요산저하제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로, 고혈압약으로 혈압을 조절하듯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요산억제제는 요산의 생성 자체를 줄이는 약과 배설을 촉진하는 약으로 나뉘는데, 이를 통해 요산 수치를 dL당 6.0mg으로 낮춰 관리해야 한다. ● 약 복용 중단하면 치명적 합병증 유발할 수도통풍은 처음 급성 통증 발작이 일어난 이후 아무 증상이 없는 시기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 무렵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통풍을 방치하면 요산이 관절 외 온몸의 혈관과 신장에 쌓이면서 만성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만성 결정성 통풍으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3배 증가하고, 일반 통풍 환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는 무관하게 혈중 요산을 dL당 6.0mg 미만으로 관리해 통풍 발작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관절 손상과 결절 크기를 줄이기 위해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식습관과 관계가 있다. 미국과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요산 상승의 원인이 되는 고단백, 고퓨린 음식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한다. 고퓨린 음식은 △고기 내장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류 △고등어, 꽁치, 참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류 △멸치, 오징어, 조개 등 어패류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 △맥주를 비롯한 술 등이 있다. 반면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퓨린 함량이 적은 우유,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커피, 사과, 바나나 등이 있다. 하지만 통풍은 식습관 개선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요산 수치를 줄이는 치료제 개발로 식이요법은 과거에 비해 중요한 사안이 아니기 떄문이다.통풍 환자 생활 수칙 ▶ 통풍은 만성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요산저하제는 꾸준하게 복용해야 한다.▶ 혈중 요산농도는 dL당 6m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4대 성인병(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관리가 중요하다.▶ 생활 습관(음주, 과식, 과당 음료)의 조절이 필요하다.자료: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자들은 투약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출시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약 효능보다 안전성이다.” 최근 국내 비만 관련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신약 개발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임상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약은 환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임상이라는 과정이 꼭 들어가지만 임상에 대한 오해들이 많아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과 함께 비만 등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임상도 1, 2, 3상 목적 각각 달라임상시험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임상시험에 대해 오해나 억측은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1상, 2상, 3상 등으로 구분되는 임상시험은 단계별로 시험의 대상과 목적이 다르게 적용된다. 1상 임상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10∼8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2상 임상시험은 적합한 약의 용법이나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가 대상이 된다. 100∼30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1, 2년 정도 기간이 걸린다. 또 대규모 인원 참여가 요구되는 3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 즉 기존 약보다 뛰어난지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의료소비자에게 도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규모 임상이 진행되는 만큼 비용이 꽤 들어가는 과정이다. 실패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300명에서 수천 명 참여 인원을 목표로 3∼5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신약 사용 승인에 도달할 수 있는 성공 확률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며 33%, 29%, 9%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과 26억 달러(약 3조46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3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이다.만성질환자 임상 참여 여전히 아쉬워만성질환에 있어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로 평균수명이 증가해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정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오래 살지만 10년 이상 골골거리며 산다는 이야기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임상시험으로 좋은 약이 많이 나올수록 건강한 생명 연장에 기여해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임상시험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은 세계 5위인 데 반해 임상 참여율은 3.2%(19위)로 저조하다. 강 교수는 “비만 등 모든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처방은 완전하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이 임상시험을 승인할 때 안전하지 않은 약은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출시될 수 없다”면서 “연구자들 역시 부작용이나 이상 사례가 발생하면 충분히 정부 및 참여자에게 보고하고 부작용이 위중한 경우에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한번 약을 복용하면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먹거나 주사 처방 등 복약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하면 기존 만성질환보다 더 나은 효능과 안전성의 약들이 출시될 수 있고 만성질환자들도 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절반 정도만 긍정적인 평가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4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국민 19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56.5% 응답자만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의 90%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염려된다’고 답했고, 65%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62%는 ‘참여자에 대한 보호와 혜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선 90%가 ‘신약 개발 및 의학 발전에 기여한다’고 답했으며 89%는 ‘희귀질환과 난치병 환자에게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전부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위한 연구도 실시간으로 등록 가능하다. 어려운 임상시험 용어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하 센터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질수록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향상돼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신종플루 등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큰 질병에 마주하게 되면 제때 돈을 주고도 약을 구할 수 없거나 약을 구하려 할 때 너무 큰 비용을 줘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좋은 약을 개발하고 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위급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는 시스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