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김기용 부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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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기용 부장입니다.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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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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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에 中청년들 ‘전업자녀’ 계약… 부모집 얹혀살며 ‘월급’ 받고 집안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에 실패해 고향 산시성으로 돌아온 A 씨(25)는 부모와 함께 살며 최근 ‘전업자녀’(취안즈얼뉘·全職兒女) 계약서를 작성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중학교 교사이고, 어머니는 옷가게를 하고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A 씨는 평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부모를 위해 아침을 짓고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하는 조건으로 한 달에 4000위안(약 72만 원)을 받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5400위안(약 97만2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A 씨는 지무(極目)신문에 “아르바이트 사장이 부모님이 된 것일 뿐”이라며 “고향에서 구직 활동을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년(16∼24세) 실업률이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20.8%(5월 기준)로 치솟는 등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 ‘전업자녀’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업자녀는 전업주부(專業主婦)에서 따온 말로, 도시에서 구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들을 말한다. ● ‘캥거루족’과는 다른 전업자녀21일 펑파이(彭湃), 지무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샤오훙수(小紅書)에 전업자녀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글이 4만 건 이상 뜰 정도로 이 현상이 젊은층에 퍼지고 있다. 관련 게시글은 대부분 전업자녀를 옹호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업자녀 생활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과거에도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업자녀는 스스로 단순히 부모에게 ‘기생’해 사는 캥거루족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집안일을 하거나 말동무가 돼 드리는 등 부모의 요구를 따르는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일자리는 없지만 당분간 전업자녀로 살면서 고향에서의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 펑파이는 “캥거루족은 용어 자체에 비판적인 의미가 강했고 캥거루족 스스로도 주변 시선을 불편해했지만 지금 전업자녀는 그런 의식이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펑파이는 최근 청년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에서 40%가 ‘전업자녀가 될 의향이 있다’고 전했고, 전업자녀를 부정적으로 본 응답은 22.5%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 美 ‘헬리콥터 맘’-伊 ‘밤보초니’ 대만 중앙통신사는 22일 중국 전업자녀 현상에 대해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중국 당국이 청년을 향해 농촌으로 돌아가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농촌 ‘하방운동’을 벌였다. 중앙통신사는 특히 중국 당국이 전업자녀라는 용어를 통제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21년 ‘바닥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탕핑(躺平) 현상이 유행하자 이 말을 금기어로 정했던 당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앙통신사는 “중국 당국은 젊은층이 구직에 실패해 집에 머물면서도 탕핑이 아닌 전업자녀라는 새로운 긍정적 개념에 안심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며 “전업자녀 (현상의) 본질은 실업”이라고 지적했다. 엔데믹에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자 비슷한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 18∼29세 중 부모 집에서 사는 비율은 2010년 44%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20년 52%까지 치솟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팬데믹 이후에도 함께 사는 자녀를 위해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개입하려는 ‘헬리콥터 맘’(과잉보호하는 엄마)이 직장에까지 나타났다”며 “이들은 회사에서 자녀의 업무 갈등을 중재하는 일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30, 40대 자녀를 부르는 신조어 ‘밤보초니(bamboccioni·큰 아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탈리아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8∼34세 가운데 64.3%가 부모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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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에, 농촌 복귀 운동에…中청년들, 부모와 ‘전업자녀’ 계약한다?

    중국 상하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에 실패해 고향 산시성으로 돌아온 A 씨(25)는 부모와 함께 살며 최근 ‘전업자녀(全職兒女)’ 계약서를 작성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중학교 교사이고, 어머지는 옷가게를 하고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A 씨는 평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부모를 위해 아침을 짓고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하는 조건으로 한 달에 4000위안(약 72만 원)을 받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 도시근로자 월 평균 임금이 5400위안(약 97만2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A 씨는 지무신문에 “아르바이트 사장이 부모님이 된 것일 뿐”이라며 “고향에서 구직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청년(16~24세) 실업률이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20.8%(5월 기준)로 치솟는 등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 ‘전업자녀’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업자녀는 전업주부(專業主婦)에서 따온 말로, 도시에서 구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들을 말한다. ● ‘캥거루족’과는 다른 전업자녀21일 펑파이, 지무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에는 전업자녀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글이 4만 건 이상 뜰 정도로 이 현상이 젊은층에서 퍼지고 있다. 관련 게시글은 대부분 전업자녀를 옹호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업자녀 생활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과거에도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업자녀는 스스로 단순히 부모에 ‘기생’해 사는 캥거루족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집안일을 하거나 말동무가 돼 드리는 등 부모의 요구를 따르는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일자리는 없지만 당분간 전업녀로 살면서 고향에서의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 펑파이는 “캥거루족은 용어 자체에 비판적인 의미가 강했고 캥거루족 스스로도 주변 시선을 불편해 했지만 지금 전업자녀는 그런 의식이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펑파이는 최근 청년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에서 40%가 ‘전업자녀가 될 의향이 있다’고 전했고, 전업자녀를 부정적으로 본 응답은 22.5%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 美 ‘헬리콥터 맘’-伊 ‘밤보치오니’ 대만 중앙통신사는 22일 중국 전업자녀 현상에 대해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중국 당국이 청년을 향해 농촌으로 돌아가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농촌 ‘하방운동’을 벌였다. 중앙통신사는 특히 중국 당국이 전업자녀라는 용어를 통제하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21년 ‘바닥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탕핑 현상이 유행하자 이 말을 금기어로 정했던 당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앙통신사는 “중국 당국은 젊은층이 구직에 실패해 집에 머물면서도 탕핑이 아닌 전업자녀라는 새로운 긍정적 개념에 안심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면서 “전업자녀 (현상의) 본질은 실업”이라고 지적했다.엔데믹에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자 비슷한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 18~29세 중 부모 집에서 사는 비율은 2010년 44%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2020년 52%까지 치솟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초 “팬데믹 이후에도 함께 사는 자녀를 위해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개입하려는 ‘헬리콥터 맘’(과잉보호하는 엄마)이 직장에까지 나타났다”면서 “이들은 회사에서 자녀의 업무 갈등을 중재하는 일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이탈리아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30~40대 자녀를 부르는 신조어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가 만들어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탈리아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8~34세 가운데 64.3%가 부모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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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對美 수출 10개월째 감소… 아세안-EU에 밀려 3위로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해 온 다양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중국의 수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에 따르면 수출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섬유와 의류다. 올 1∼4월 미국이 수입한 섬유·의류에서 중국산 비율은 20.9%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SCMP는 지난해 6월 발효된 미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법은 강제노동의 산물로 의심되는 중국 신장 지역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미 패션 기업들이 중국산 면 제품 수입을 상당 부분 중단했다. 또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 왔던 저가 상품인 가구와 장난감의 대미 수출도 급감했다. 올 1∼4월 중국산 가구와 장난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전체 대미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와 전자제품도 1∼4월 미국 시장 점유율이 26%로 지난해(30.3%)보다 낮아졌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올해 1∼5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에 이어 3위로 내려갔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수요 약화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8월 발효된 반도체법 등 리쇼어링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CMP는 “미국과 유럽이 핵심 기술을 장악한 일부 전자와 기계 제품에서는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이 중국의 수출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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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유럽에 구애 경쟁… 블링컨 英서 ‘中견제’, 中총리 獨서 “협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는 등 미중 관계가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자마자 양국 시선은 곧바로 유럽으로 향했다. 블링컨 장관은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을 만나 ‘중국 견제 전선’을 다지고, 중국공산당 서열 2위 리창(李强) 총리는 독일 프랑스를 찾아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21일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회의 및 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G7 외교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과 함께 블링컨 장관으로부터 중국 방문의 주요 내용을 들은 뒤 중국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강조하며 유럽 국가들이 대(對)중국 견제 전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이 고위급 소통 복원 등 올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전 관계로 돌아가자고 합의한 만큼 역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개선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중국도 유럽에 구애(求愛) 손짓을 보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리 총리는 20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베를린에서 만나 “중국과 독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다”며 견고한 협력을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은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18일부터 독일과 프랑스를 방문하고 있는 리 총리는 경제를 지렛대 삼아 유럽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해 서방 진영 균열을 꾀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7년 연속 독일의 가장 큰 무역 대상국이며 폭스바겐 BMW를 비롯한 주요 독일 기업의 핵심 수출시장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유럽이 미국에 종속되지 말고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자는 독자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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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美中, 올바른 길 올라” 中도 “진전”… 軍채널 복원은 불발

    최악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국면 전환 계기를 맞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매우 좋은 일”이라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두 정상이 올해 안에 대면회담을 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목표였던 미중 군사 소통채널의 복원은 무위로 돌아갔다.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로 대해 달라는 소위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한 데다 블링컨 장관 또한 미 안보를 위해 공급망 등 경제 분야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조치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양국 관계에서 당장 큰 변화나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두 나라가 물밑 신경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링컨 방중 성과 호평한 美中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취재진에게 “블링컨 장관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 우리는 올바른 경로에 있다”고 호평했다. ‘미중 관계의 진전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진전은 이미 이뤄졌다”고 답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또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갈등으로 비화하지는 않도록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정상의 통화 및 회담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답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대통령도 언젠가는 (시 주석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9월 인도 뉴델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온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 또한 20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미중 관계에 긍정적 진전을 이뤄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존 케리 미 기후특사 등 미 고위 관리가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국 정상의 정상회담 초석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美 “디리스킹 계속” vs 中 “美 언행일치 중요”다만 양국이 군사 통신선 재개 합의에 실패한 만큼 미중 관계가 진정한 해빙 국면에 접어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블링컨 장관 또한 중국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군사 소통 재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진전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며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중 반도체 규제를 고수할 뜻도 밝히며 “(시 주석에게) 미 국가안보를 위해 맞춤형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우리 입장이더라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의 첨단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가 방미 중 무인 공격기 ‘스카이가디언’ 등 미국산 최신 무기 구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스카이가디언은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 중인 히말라야산맥 인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의 ‘언행일치’를 거론했다. 환추시보는 “이제 미국의 신뢰성을 검증할 시간”이라며 “양국 관계의 안정 여부는 미국의 ‘언행일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또한 “미중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복잡한 정치 지형이 야기한 중국에 대한 편견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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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10개월만에 금리 인하… 경기부양 의지

    중국 중앙은행 런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등에도 경기 회복이 예상 밖으로 더디자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런민은행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LPR 1년 만기는 연 3.55%, 5년 만기는 연 4.20%로 각각 기존보다 0.1%포인트씩 인하했다고 밝혔다. LPR은 18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 금리의 평균치이지만 사실상 런민은행이 개입해 관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5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5월 16∼24세 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층의 민심 이반이 이어지면 올 3월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중국공산당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당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금융사들은 속속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하향하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5%에서 5.1%로, 미국 골드만삭스는 6.0%에서 5.4%로, JP모건체이스는 5.9%에서 5.5%로 각각 하향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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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블링컨 방중으로 대화 국면 전환…올해 정상회담 기대 커져

    최악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국면 전환 계기를 맞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또한 “매우 좋은 일”이라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두 정상이 올해 안에 대면회담을 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목표였던 미중 군사 소통채널의 복원은 무위로 돌아갔다.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로 대해 달라는 소위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한 데다 블링컨 장관 또한 미 안보를 위해 공급망 등 경제 분야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 조치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양국 관계에서 당장 큰 변화나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두 나라가 물밑 신경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링컨 방중 성과 호평한 美中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취재진에게 “블링컨 장관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 우리는 올바른 경로에 있다”고 호평했다. ‘미중 관계의 진전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진전은 이미 이뤄졌다”고 답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또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갈등으로 비화하지는 않도록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정상의 통화 및 회담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답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대통령도 언젠가는 (시 주석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9월 인도 뉴델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온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 또한 20일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미중 관계에 긍정적 진전을 이뤄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존 케리 미 기후특사 등 미 고위 관리가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국 정상의 정상회담 초석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美 “디리스킹 계속” vs 中 “美 언행일치 중요” 다만 양국이 군사 통신선 재개 합의에 실패한 만큼 미중 관계가 진정한 해빙 국면에 접어들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블링컨 장관 또한 중국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군사 소통 재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진전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며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중 반도체 규제를 고수할 뜻도 밝히며 “(시 주석에게) 미 국가안보를 위해 맞춤형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우리 입장이더라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의 첨단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가 방미 중 무인 공격기 ‘스카이가디언’ 등 미국산 최신 무기 구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스카이가디언은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 중인 히말라야산맥 인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의 ‘언행일치’를 거론했다. 환추시보는 “이제 미국의 신뢰성을 검증할 시간”이라며 “양국 관계의 안정 여부는 미국의 ‘언행일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또한 “미중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복잡한 정치 지형이 야기한 중국에 대한 편견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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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 만난 시진핑 “美中 공존방법 찾아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 35분간 회동했다. 시 주석이 미 국무장관을 만난 것은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 후 5년 만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관계가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연내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에게 “두 강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며 양국 관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이날 오전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하루 전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각각 만나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담 때 합의했던 사안을 이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매우 좋은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 또한 거듭 되풀이했다. 이어 “(두 나라 중) 어느 쪽도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만들거나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등에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상당함을 드러냈다.상석 앉은 시진핑 “美, 中 존중해야” 블링컨 “中, 책임 다해야” 시진핑, 방중 美국무와 35분 회동시진핑 “양국 공통이익 중시해야”접견마친 블링컨 “북핵 역할 주문”왕이 “대만문제 타협여지 없다”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공통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위협이 아니고 기회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국이 책임과 의무를 갖고 양자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게 양국과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시 주석과 블링컨 미 장관은 모두 미중 양국의 격렬한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은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를 위해선 미국이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블링컨 장관은 사실상 중국 측에 갈등 요인을 만들지 않을 ‘책임과 의무’를 부각시켰다. 블링컨 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방중해 중국 외교라인의 1·2인자와 시 주석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중 고위급 대화 창구가 사실상 복원됐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그럼에도 이틀간의 연쇄 회동은 미중 대화가 재개돼도 양국의 핵심 현안을 둘러싼 이견과 패권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 또한 명확히 보여줬다. ● 미중 ‘해빙 무드’ 첫발 뗐지만…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35분간의 면담 내용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시 주석은 “현재 국제사회는 미중 관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중 사이에서 편드는 것을 꺼리고, 양국의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블링컨 장관 역시 시 주석 면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중은 모두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보조를 맞췄다. 그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 기업 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했고, 중국은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중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관계 해빙의 첫발을 뗐지만 양국의 핵심 현안을 두고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 차를 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성공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만,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기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노출했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앞선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타협하고 양보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도발적 행위를 벌이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이날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는 블링컨 장관 일행을, 다른 한쪽에는 왕 주임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5년 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 때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이에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美 재무·상무장관 방중 가시화 미중은 이번 연쇄 회동을 통해 고위급 접촉 유지와 기후변화 및 펜타닐, 보건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실무그룹 협의 추진, 인적 교류 확대 등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조치에도 일부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연쇄 방중 등 경제·산업 분야에서부터 해빙 국면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시 주석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중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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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석 앉은 시진핑 “美, 中 존중해야” 블링컨 “中, 책임 다해야”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공통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위협이 아니고 기회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국이 책임과 의무를 갖고 양자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게 양국과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블링컨 미 국무장관)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시 주석과 블링컨 미 장관은 모두 미중 양국의 격렬한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은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이를 위해선 미국이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블링컨 장관은 사실상 중국 측에 갈등 요인을 만들지 않을 ‘책임과 의무’를 부각시켰다. 블링컨 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방중해 중국 외교라인의 1·2인자와 시 주석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중 고위급 대화 창구가 사실상 복원됐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다. 그럼에도 이틀간의 연쇄 회동은 미중 대화가 재개돼도 양국의 핵심 현안을 둘러싼 이견과 패권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 또한 명확히 보여줬다. ● 미중 ‘해빙 무드’ 첫 발 뗐지만…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35분간의 면담 내용에 따르면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시 주석은 “현재 국제사회는 미중 관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중 사이에서 편드는 것을 꺼리고, 양국의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구는 넓기 때문에 양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시 주석 면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며 보조를 맞췄다. 그는 북한 미사일 발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 기업 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했고, 중국은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중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관계 해빙의 첫 발을 뗐지만 양국의 핵심 현안을 두고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성공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만,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기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노출했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앞선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타협하고 양보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날 두 개의 긴 테이블 한 쪽에는 블링컨 장관 일행을, 다른 한 쪽에는 왕 주임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5년 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 때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이에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주려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美 재무·상무장관 방중 가시화미중은 이번 연쇄 회동을 통해 고위급 접촉 유지와 기후변화 및 펜타닐, 보건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실무그룹 협의 추진, 인적교류 확대 등 미중관계 안정화를 위한 조치에도 일부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연쇄 방중 등 경제·산업분야에서부터 해빙 국면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내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시 주석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중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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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 만난 시진핑 “美中 공존방법 찾아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 35분간 회동했다. 시 주석이 미 국무장관을 만난 것은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 후 5년 만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관계가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연내 대면 정상회담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에게 “두 강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며 양국 관계의 개선 필요성을 촉구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이날 오전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하루 전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각각 만나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회담 때 합의했던 사안을 이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매우 좋은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다만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 또한 거듭 되풀이했다. 이어 “(두 나라 중) 어느 쪽도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만들거나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양국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등에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대만해협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상당함을 드러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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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무력충돌 방지 ‘고위급 채널’ 가동

    미국과 중국이 경제·안보 등 전방위 영역에서 전략경쟁을 첨예하게 벌이는 가운데 양국 외교 수장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 합의대로 양국 갈등을 관리하는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대만 문제와 반도체 수출 규제 및 이에 대한 보복 등 양국 현안을 놓고는 팽팽한 긴장을 이어가며 실무 만찬에 앞서 5시간 반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최근 양국 관계 악화를 반영하듯 회담 전 모두발언은 생략됐고 환담도 없었다. 블링컨 장관과 친 부장은 양국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16일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회담장에 배석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회담 개시 약 1시간 반이 흐른 오후 4시경(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회담이 중-미 관계를 양국 대통령이 발리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올렸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 당국자 소통 강화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해 나가자’고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은 또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대만해협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한 상호 마지노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로,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당초 2월 초였던 블링컨 장관 방중 일정이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된 후 4개월 만이다. 18일 오전 베이징 공항에 이틀 일정으로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19일 중국 외교의 실질적 수장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회동한다. AP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19일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시 주석과 몇 달 안에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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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소통 복원-충돌 방지 가드레일 논의… 대만문제엔 큰 간극

    18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건물 앞에서 맞았다. 친 부장은 지난해 말까지 주미 중국대사로 워싱턴에 있었지만 외교수장에 오른 뒤 블링컨 장관과 대면 회담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친 부장은 영어로 블링컨 장관에게 “오는 길이 어땠느냐”고 간단히 물었다. 이어 두 사람은 복도를 걸으며 회담장인 국빈관 12호각으로 들어갔다.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한 뒤 바로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통상 회담 전 공개하는 모두발언은 생략됐다. 촬영을 위해 회담장을 잠시 공개한 뒤 취재진도 퇴장시켰다. 미중 갈등이 경제, 안보 등 모든 부문에서 격화된 상황에서 환담이나 외교적 언사는 공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이 2018년 이후 미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중 고위급 회담에 나서면서 최악을 향해 치닫던 미중 관계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양측은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합의대로 미중 갈등을 관리하는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무 만찬에 앞서 5시간 반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대만 문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 치닫던 미중 갈등 일시 봉합되나블링컨 국무장관과 친 부장은 회담에서 미중 소통 복원과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마련, 기후변화 대응 등 협력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싱가포르 외교장관과의 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치열한 경쟁이 대립이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세계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 합의를 지속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미중이) 오해를 피하려면 정부 전반에 걸쳐 고위급에서 정기적인 의사소통 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미중 관계의 기조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방중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신(新)냉전 체제를 관리할 가드레일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기 둔화의 먹구름이 짙어진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를 뚫고 시 주석 집권 3기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 환경 조성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에 양측이 이날 회담에 이어 19일 중국 외교의 실질적 수장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경제 교류 재개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동의했다는 것 자체가 경제 회복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악의 미중 관계 속에 실질적인 외교 재개 자체가 가치 있는 목표”라고 분석했다.● 신(新)냉전 가드레일 구축 불투명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첨단기술 견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데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내정 간섭’ 중단과 기술 제재 완화 주장을 이어가면서 미중 전략경쟁의 근본적 구도는 더욱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5년 만에 미 국무장관이 중국 땅을 밟으며 성사된 미중 외교 담판에서도 양측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두고는 큰 간극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중 목표에 대해 “미국의 이익과 가치, 그리고 미국이 전 세계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공유하는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며 “여기엔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직접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 부장은 14일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멈추며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대만 문제 등 안보 현안,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를 두고는 양보 없는 설전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중 군사 분야 소통 재개 등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신냉전 가드레일’ 구축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번 방중의 주요 목표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소통 채널, 특히 군사 대 군사 직접 소통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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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공안, 손준호 구속수사 나선듯… 구류 끝나도 못 풀려나 재판 전망

    중국 공안에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체포된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이자 중국프로축구 산둥 타이산(泰山) 소속 손준호(31·사진)가 형사 구류 기간(37일)이 넘도록 풀려나지 못해 정식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속 상태에서 기소 및 재판 개시까지 빠르면 2개월, 늦어지면 몇 개월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체포돼 랴오닝성 차오양(朝陽)시에서 구금돼 조사를 받아온 손 선수의 형사 구류 기간은 17일 끝났다. 한 소식통은 “이날(17일)까지 석방되지 않은 것은 구속 수사로 전환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란 중국의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민간인이 자신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것을 뜻한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손 선수가 하오웨이(郝偉) 전 산둥 타이산 감독이 연루된 승부 조작 사건 관련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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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치닫던 美中갈등, 일시 봉합되나? 대만-반도체 제재엔 간극

    18일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베이징 댜오위타이징(釣魚臺) 국빈관 건물 앞에서 맞았다. 친 부장은 지난해 말까지 주미 중국대사로 워싱턴에 있었지만 외교수장에 오른 뒤 블링컨 장관과 대면 회담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친 부장은 영어로 블링컨 장관에게 “오는 길이 어땠느냐”고 간단히 물었다. 이어 두 사람은 복도를 걸으며 회담장인 국빈관 12호각으로 들어갔다. 양국 국기 앞에서 악수한 뒤 바로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통상 회담 전 공개하는 모두 발언은 생략됐다. 촬영을 위해 회담장을 잠시 공개한 뒤 취재진도 퇴장시켰다. 미중 갈등이 경제, 안보 등 모든 부문에서 격화된 상황에서 환담이나 외교적 언사는 공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양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2018년 이후 미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중 고위급 회담에 나서면서 최악을 향해 치닫던 미중 관계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인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합의대로 미중 갈등을 관리하는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방향에 공감대를 모았지만 대만 문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을 놓고 팽팽한 긴장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최악 치닫던 미중 갈등 일시봉합되나 블링컨 국무장관과 친 부장은 회담에서 미중 소통 복원과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기후변화 대응 등 협력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싱가포르 외무장관과의 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치열한 경쟁은 경쟁이 대립이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것이 세계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 합의를 지속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미중이) 오해를 피하려면 정부 전반에 걸쳐 고위급에서 정기적인 의사소통 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미중 관계의 기조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방중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신(新)냉전 체제를 관리할 가드레일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기둔화의 먹구름이 짙어진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를 뚫고 시 주석 집권 3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 환경 조성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에 양측이 이날 회담에 이어 19일 중국 외교의 실질적 수장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경제 교류 재개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동의했다는 것 자체가 경제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악의 미중 관계 속에 실질적인 외교 재개 자체가 가치 있는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만·반도체 제재 두고 격돌…가드레일 구축 불투명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첨단기술 견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내정 간섭’ 중단과 기술 제재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미중 전략경쟁의 근본적 구도는 더욱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성사된 양국 외교 담판에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두고는 큰 간극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중 목표에 대해 “미국의 이익과 가치, 그리고 미국이 전 세계의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공유하는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며 “여기엔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직접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 부장이 14일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멈추며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대만 문제 등 안보 현안,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를 두고는 양보 없는 설전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중 군사 분야 소통 재개 등 미중 충돌을 막기 위한 ‘신냉전 가드레일’ 구축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번 방중의 주요 목표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소통 채널, 특히 군사 대 군사 직접 소통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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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체포’ 축구 국대 손준호 구속수사 전환…재판까지 수개월 전망

    중국 공안에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체포된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이자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泰山) 소속 손준호(31)가 형사 구류 기간(37일)을 넘도록 풀려나지 못해 정식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구속 상태에서 기소 및 재판 개시까지 빠르면 2개월, 늦어지면 몇 개월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체포돼 랴오닝성 차오양(朝陽)시에서 구금돼 조사를 받아온 손 선수의 형사 구류 기간은 17일 끝났다. 한 소식통은 “이날(17일)까지 석방되지 않은 것은 구속 수사로 전환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란 중국의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민간인이 자신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은 것을 뜻한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손 선수가 하오웨이(郝偉) 전 산둥 타이산 감독이 연루된 승부 조작 사건 관련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구속 수사는 기소까지 통상 2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안이 중대하면 구속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성범죄 혐의로 2021년 8월 구속된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는 구속 약 10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첫 재판을 받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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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방중단 “中, 한중관계 악화 美탓이라 해”, 與 “中이 비용 댄 뇌물외유… 형사처벌 감”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한마디에 모든 외교적 교류가 끊겨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박정, 김철민, 유동수, 민병덕, 김병주, 신현영 의원은 15일 싱 대사의 외교 발언 논란 속 중국 방문을 강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싱 대사의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18일까지 이어지는 일정 중 국제적으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가 제기되는 티베트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을 미화하는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 의원은 “당에서도 상황이 이런데 꼭 지금 가야 하느냐는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티베트 관광문화 국제 박람회가 16∼18일 열려서 그것 때문이지 싱 대사 (논란과) 관련해서 (중국에) 가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12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은 이날 베이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중국 측은 한중 관계 악화 원인을 제3자에 의해 한국의 중국 정책이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홍익표 의원은 “일부 중국 측 인사들은 미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출신인 홍기원 의원은 “(중국 측이) 한국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방중에 대해 “나라 팔아먹는 짓”이라며 맹폭했다. 특히 중국 측이 방중 비용을 댄 것을 두고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몰아붙였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용을 중국이 댄다고 하는데 이건 뇌물 외유”라며 “외교 참사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굳이 민감한 시기에 한국 의원들이 중국 정부 비용으로 방중하는 게 옳은 선택인가”라고 지적했다. ‘비용 논란’과 관련해 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이날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만난 취재진에게 “일국 정부에서 초청하는 행사는 그 나라에서 (피초청자에 대한) 항공료 등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고 한국도 그렇게 한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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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中샤오미 자금 5700억 압류 ‘역대 최대’…불법 송금 혐의

    인도 당국이 중국 기업 샤오미(小米)에 대해 불법 송금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압류했다. 최근 상대 국가 특파원을 맞추방 하는 등 확산하고 있는 양국 갈등이 경제 분야로도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중국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 등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최근 스마트폰과 첨단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 샤오미에 대해 48억 위안(약 5700억 원)의 자금을 압류했다. 샤오미가 받는 혐의는 불법 송금이다. 샤오미는 해외에 있는 지점이나 관련 회사들에 자금을 불법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당국은 샤오미가 추가로 자금을 빼내지 못하도록 압류했다. 디이차이징은 “인도 당국이 샤오미로부터 압류한 자금은 인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라고 전했다. 인도 당국은 해당 압류 자금의 처리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이 자금이 모두 인도 정부에 몰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 당국의 이번 조치는 다소 과하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법적 조치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중국과 인도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측면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9일 인도는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소속 기자 2명에 대한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역시 인도 기자 4명 중 최소 3명의 비자 갱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인도가 자국 기자에 대해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했기 때문에 인도 기자들의 비자를 연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도 측에서는 중국이 먼저 자국 기자들의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 악감정은 2020년 6월 중순 전략적으로 중요한 히말라야 국경지대 갈완 계곡에서 중국과 인도 국경수비대가 충돌해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다. 중국은 당시 충돌로 4명 사망했다. 이후 인도는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가입하는 중국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쿼드를 중국의 경제 및 군사력을 억제하려는 기구로 보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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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尹 “싱하이밍, 조선 농단한 위안스카이 떠올리게 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13일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싱 대사의 언사가) 20대 초반인 1880년대 국정을 농단한 위안스카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23세 때인 1882년 임오군란 진압 명목으로 조선에 온 위안스카이가 1885년 조선 주재 교섭·통상 대표를 맡아 조선의 내정과 외교에 간섭한 일까지 이례적으로 거론한 것. 윤 대통령은 또 “중국대사라 하니 2인자라도 되는 줄 알고 못 만나서 안달 난 부분이 있는데 예의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한중 간) 정책에서도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제도를 바꿔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숙고해 보고 우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싱 대사 교체나 경고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적절한 조치’ 관련 질문에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대통령실 “中의 적절한 조치 기다려” 싱하이밍 대사 교체 요구 尹, 국무회의서 “中대사 부적절 처신”尹 “中대사 못만나 안달… 경계해야”관저 찾아가 만찬 이재명 우회비판… 정부, 외교 기피인물 지정은 검토 안해백악관 “베팅 발언, 中의 압박전술”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겨냥해 “1880년대 20대 초반에 국정을 농단한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직격한 것은 싱 대사가 주한 중국대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비공개를 전제로 싱 대사를 조선 말기 내정에 간섭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곤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회의석상에서 직접 소개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대통령실은 싱 대사에 대해 “중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싱 대사 교체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싱 대사의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尹 “2인자라도 되는 줄 알고 못 만나서 안달”윤 대통령은 또 “중국대사라 하니 2인자라도 되는 줄 알고 못 만나서 안달이 난 부분이 있는데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 한국의 여러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싱 대사와 만남을 갖고, 싱 대사의 민원 등을 청취해 온 상황이 여권에 널리 알려졌는데, 윤 대통령이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 관저로 직접 찾아가 성사된 만찬에서 싱 대사가 공개 발언으로 한국 정부를 정면 비판한 점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무회의에서 “정책에서도 한중 간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제도를 바꿔 나가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건강보험 적용 등 한국 거주 중국인에게는 허용되는데 중국 거주 한국인은 누리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대중 정책에 대해 ‘상호주의’와 ‘상호존중’을 강조했다고 한다. 1992년 수교 후 이어진 한중 관계를 심화시키되 ‘국익과 원칙에 입각한 당당한 외교 기조’라는 원칙이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주권과 권익에 대해 국익과 원칙에 기반해 일관되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중국, 적절한 조치 기다린다”이 같은 기류 속에 대통령실은 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무역 관계를 설명한 (싱 대사의) 논리 자체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싱 대사를 비판했다. 싱 대사가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에 대해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의 부품 자급률이 높아지는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해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여 왔다”며 “무엇보다 한국이 탈중국을 선언한 적도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한국이)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는 싱 대사의 발언도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법정신에 기초해 자유민주주의 동맹국과 협력하며 동시에 중국과 상호 호혜 입장을 밝혀 왔는데, 마치 그런 정책이 편향적이고 특정국을 배제하는 듯한 곡해된 발언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싱 대사가 주재국 대사로 역할 하기 어렵게 된 만큼 명확한 중국 측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온 외교관으로서 아무리 문제점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것을 비공개로 풀어 나가고 국민 앞에선 빈협약을 지켜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런 취지에 어긋났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중국에 대해 “주권 국가에 대한 압박 전술”이라고 비판하며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명백히 압박 전술(pressure tactic)의 일종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중요하거나 적절하다고 여기는 외교정책 결정과 관련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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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한국 반성해야” 주중대사 초치 맞불… 韓대사관 “中 비상식적 언행 엄중항의”

    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초치(招致)에 대해 항의했다. 싱 대사가 “(한국이)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우리 정부가 경고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와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이 한중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가 10일 정 대사와의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한국 측이 싱 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교류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강제 소환을 의미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이라는 표현 대신 약속하고 만남을 뜻하는 ‘웨젠’이란 표현을 사용해 항의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아시아 역내 양자 관계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아닌 아시아 다자 관계를 담당하는 눙 부장조리(차관보)를 내세워 한국을 대하는 격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대사가 중국 측 요청으로 눙 부장조리와 면담한 사실을 전하며 “싱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중국 농업농촌부의 초청으로 닝샤후이족 자치구를 방문했다가 10일 베이징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중국 외교부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싱 대사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소셜미디어 매체인 ‘뉴탄친(牛彈琴)’은 “현재 중국이 진다는 데 베팅한 사람은 이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국아, 많은 일에 대해 서너 차례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 때가 돼서 또 후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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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싱하이밍 대사 초치에 정재호 주중대사 불러 항의 ‘맞불’

    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招致)에 대해 항의했다. 싱 대사가 “(한국이) 미국에 베팅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쏟아낸 것에 우리 정부가 경고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와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이 한중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가 10일 정 대사와의 웨젠(約見·회동을 약속하고 만남)을 통해 한국 측이 싱 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교류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강제 소환을 의미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남)이라는 표현 대신 약속하고 만남을 뜻하는 ‘웨젠’이란 표현을 사용해 항의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다만 아시아 역내 양자 관계를 담당하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이 아닌 아시아 다자 관계를 담당하는 눙 부장조리(차관보)를 내세워 한국을 대하는 격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 대사가 중국 측 요청으로 눙 부장조리와 면담한 사실을 전하며 “싱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중국 농업농촌부의 초청으로 닝샤 회족자치구를 방문했다가 10일 베이징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중국 외교부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싱 대사의 발언을 두둔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소셜미디어 매체인 ‘뉴탄친(牛彈琴)’은 “현재 중국이 진다는 데 베팅한 사람은 이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국아, 많은 일에 대해 서너 차례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한다. 때가 돼서 또 후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싱 대사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상대국을 겁박하는 발언으로 한국인의 대중(對中) 혐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10일 팡쿤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는 “베팅이나 후회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말이지 한국을 특별하게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다. 왜 한국 정부 공격으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애당초 대한민국을 무시하며 경거망동한 것은 싱 대사였다. 중국이야말로 양국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라“고 비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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