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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중국이 올해 중순 기준으로 6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앞서 2020년 중국의 핵탄두 보유고가 200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약 4년 만에 세 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18일(현지 시간) 공개한 ‘2024 중국 군사·안보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배치할 작전용 핵탄두가 1000개가 넘을 것이라며, 적어도 2035년까지는 핵전력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는 국방부가 2000년부터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문서다. 지난해 드러난 중국군 고위급의 만연한 부패 문제로 군 현대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지고 중국 정권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담겼다. 다만 미 국방부는 현재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2027년까지 목표한 군 현대화를 달성할 경우 중국 공산당의 대만 통일 노력에 더 유용한 군사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국방부는 중국이 대만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중국이 국가 부흥의 기본조건으로 ‘완전한 통일’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를 위해 “2049년까지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홍콩에 대한 관할권을 확고히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래식 군사 측면에서 대만에서 패배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 중국은 아마도 핵의 선제적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국방부는 중국은 ‘북러 밀착’이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중국이 지지하고 있는 유엔 제재를 양국이 위반하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공개적으로는 러시아와 북한의 국방 협력 증진에 거리를 두고 있다”며 “북러 협력에 중국이 긴밀하게 연관된다면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라는 명성에 위험이 된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고서 공개 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간담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질수록 중국과는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전했다. 래트너 차관보는 “북러 관계는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으로 상당히 약화된 북중 관계의 대가로 이루어졌다”면서도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막으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아무것도 진전되는 게 없다. 그 누구도 지침을 주지 않는다.”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탄핵 정국으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엄 후폭풍에 빠진 한국은 리더십 공백 속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최소 6개월간 국제사회가 한국을 ‘투명 국가’ 취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기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은 사실상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정상 회동을 목표로 진행됐다”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존과 같은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코리아 패싱’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의회, 친(親)트럼프 성향의 싱크탱크와 언론, 트럼프 당선인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전방위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과 반도체 같은 한국의 산업 역량,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란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올스톱’ 된 외교… 한미 산업협력도 위기무엇보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기’가 내년 1월 20일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겹치면서 한미가 각종 정책에서 초기에 공조할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2기 인사들에게 한반도 관련 정보와 정책 노선을 사전에 입력시킬 수 없게 됐다”며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이를 시도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특히 기업가 출신으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군함 건조·유지·보수를 포함한 조선업과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의 양국 협력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조선 등의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려 했는데 (탄핵 정국으로) 어렵게 됐다”고 했다. 주변국과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약 2년 만에 만났다. 내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4년 방한했던 시 주석이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을 거론하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10월 주중국 대사로 지명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일본과의 외교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계엄 사태로 취소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만약 탄핵이 인용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뒤 반년 가까이 정부의 준비 과정이 답보 상태였던 가운데, 탄핵 국면으로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APEC 준비 상황이 지난달 말에야 처음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SNS-이너서클 등 전방위 공략 필요”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나 헤리티지연구소 같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 의회 등과 적극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류 언론을 불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당선인이 만든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친트럼프 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접촉을 늘리라고도 했다.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등 ‘이너서클’과 접촉하려고 적극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코리아 패싱’ 위험을 방지하려면 인적 채널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무것도 진전되는 게 없다. 그 누구도 지침을 주지 않는다.”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탄핵 정국으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엄 후폭풍에 빠진 한국은 리더십 공백 속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최소 6개월간 국제사회가 한국을 ‘투명국가’ 취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기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은 사실상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정상 회동을 목표로 진행됐다”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존과 같은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코리아 패싱’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의회, 친(親)트럼프 성향의 싱크탱크와 언론, 트럼프 당선인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전방위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과 반도체 같은 한국의 산업 역량,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란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올스톱’ 된 외교… 한미 산업협력도 위기무엇보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기’가 내년 1월 20일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겹치면서 한미가 각종 정책에서 초기에 공조할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2기 인사들에게 한반도 관련 정보와 정책 노선을 사전에 입력시킬 수 없게 됐다”며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이를 시도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특히 기업가 출신으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군함 건조·유지·보수를 포함한 조선업과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의 양국 협력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조선 등의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려 했는데 (탄핵 정국으로) 어렵게 됐다”고 했다.주변국과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약 2년 만에 만났다. 내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4년 방한했던 시 주석이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을 거론하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10월 주중국 대사로 임명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일본과의 외교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계엄 사태로 취소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만약 탄핵이 인용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뒤 반 년 가까이 정부의 준비 과정이 답보상태였던 가운데, 탄핵 국면으로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 APEC 준비 상황이 지난달 말에야 처음 윤 대통령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싱크탱크-SNS-이너서클 등 전방위 공략 필요”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나 헤리티지연구소 같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 의회 등과 적극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또 주류 언론을 불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당선인이 만든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친트럼프 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접촉을 늘리라고도 했다.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등 ‘이너서클’과 접촉하려고 적극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코리아 패싱’ 위험을 방지하려면 인적 채널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출범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권력 공백기의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격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현인택)은 한국전략문제연구소(이사장 박정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한석희)과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정책과 한미 북핵 대응 전략’을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열고 외교안보 전략과 한반도 정세 등을 점검했다.》“탄핵 정국의 혼란을 북한 주민에게 ‘민주주의를 통해 독재를 없앨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미국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의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가 “계엄 사태를 활용해 북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흔들기 위해서는 한미가 정보전과 심리전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게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 외교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에는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중차대한 상황에 외교안보 정책이 제대로 작동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우려했다. ● “한미동맹 약화 ‘함정’ 피해야” 참석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양국의 핵심 현안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하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며 “(탄핵 사태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정부 부처, 의회, 민간 싱크탱크의 교류를 통해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조교수는 “북한과 러시아는 한국의 국내 정치 변수로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틈을 이용해 왔다”며 “한미동맹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속히 한미 연합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달리 한국을 언급하지 않자 한국 일각에서 ‘코리아 패싱’을 강하게 우려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은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교관이 아니다. 그가 한국을 건너뛰려 하더라도 측근들이 제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韓 경제 능력 강조해야”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움직일 지렛대도 힘도 부족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다른 정치인과 달리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와 사업을 중시한다”며 한국이 그와의 협상 시 경제력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대기업의 미국 투자, 한류 같은 소프트파워,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 방위산업 등 한국의 민간 부문이 가진 힘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회가 한국 정부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타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신속한 비준 동의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SMA 재협상 등을 요구해도 ‘이미 의회 비준이 끝났다’고 강조하며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박 교수는 “한국이 방위비 등을 더 부담하더라도 한미동맹을 ‘실질적 핵동맹’으로 격상하는 식의 급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박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를 갖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의 권력 공백 상황이 대미 관계와 외교 및 무역 정책 조정 등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의 재임 중에도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으로 자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 국무부도 별도 성명에서 “수년간 한미 동맹은 큰 진전을 이뤘으며, 한국과 함께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2009∼2012년 주미 대사를 지내는 등 대미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를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과 ‘중대한 우려’ 같은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공개 비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만큼 한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권한대행이 다음 달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과 직접 소통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그가 북핵 위협 증가와 ‘트럼프 2기’ 등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을 이끌기에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권력 공백은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외교나 무역 정책의 조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기에 탄핵 사태를 겪게 된 한국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직무 정지로 개선 기조였던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날 조현동 대사 주재로 긴급 직원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의할 분야별 현안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58·사진)를 북한 등을 담당하는 특별임무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리넬이 북한,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장 뜨거운 곳(분쟁 지역)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그가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넬 지명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 코소보·세르비아 협상 특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주독일 대사로 재직하던 2020년 6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고 밝혀 큰 파장을 불렀다. 이런 그를 북한 등을 담당하는 특임대사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직접 대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검토 사실을 공개했던 초강경 미국 우선주의자로 꼽히는 그리넬 지명자가 북한 문제를 담당하면서 권력 공백기를 맞은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데 지난 열흘 동안 지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가진 네트워크를 풀가동해서 필요한 동력을 만들고 정책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최측근 앞세워 北美대화 의지… 그리넬 “일하러 가자”그리넬 北특임대사 지명우크라戰 조기 종식 위해 北과 대화… ‘北문제 반드시 성과’ 의지 내비쳐그리넬, 美우선주의 동맹압박 첨병주한미군-방위비-통상 연계 가능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북한과 베네수엘라 등을 담당할 특별임무대사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58)를 지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 행정부처 중심의 북-미 대화에 나섰던 트럼프 1기와 달리 트럼프 2기에서는 최측근인 그리넬을 특임대사로 기용해 ‘북-미 대화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북한 문제가 트럼프 2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북-미 대화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그리넬 지명자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를 주요국 정상에게 전달하는 등 트럼프 2기 ‘섀도캐비닛(예비 내각)’의 핵심 인사로 꼽혔다. 다만 그가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동맹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해온 터라 ‘북-미 직접 대화’에 따른 한국의 패싱 우려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독-주한 미군 감축 주장그리넬 지명자는 이날 X에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인을 대표해 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시키는 ‘문제 해결사’”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할 일이 정말 많다. 일하러 갑시다(Let’s get to work)”라고 썼다.1966년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의 참모로 일했다. 2001∼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외교 경력을 쌓았다. 당시 북한은 한미일과 북-중-러가 참여한 ‘6자 회담’에서 핵 폐기를 약속했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2008년 영변 핵시설 복구로 6자 회담은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넬 지명자는 대북 제재의 강화를 줄곧 외쳤다.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주독일 미국대사를 지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미온적인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독일 주둔 미군을 기존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대폭 줄였다. 2020년 6월에는 “트럼프가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을 귀환시키고 싶어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 검토 사실을 처음 공개해 큰 파장을 불렀다.성소수자임을 공개했고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도 가깝다. 올 4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멜라니아 여사를 초청한 외교 행사도 개최했다.● 주한미군-방위비-통상 협상 연계 가능성트럼프 당선인이 그리넬 지명자를 발탁한 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최근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북한의 개입은 (전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며 “난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선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단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그리넬 지명자 역시 북-미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올 7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기자회견에선 김 위원장을 두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가 그(김정은)와 관여했다는 점을 사랑한다. 이는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그리넬은 2018년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해야 한다며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압박을 가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취지다.이에 따라 그리넬 지명자가 트럼프 2기의 북-미 대화를 주도하면 주한미군 감축, 한국의 방위비 증액, 한미 통상 협상 등이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넬 지명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호를 원하면 청구서대로 지불하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동맹국을 압박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스페인 패션브랜드 ‘망고’의 창업자인 이삭 안딕(71·사진)이 14일(현지 시간) 산악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 등에 따르면 안딕은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몬세라트 동굴에서 친척들과 하이킹하던 중 150m 높이 절벽에서 미끄러져 숨졌다. 사고 당시 안딕의 아들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안딕은 13세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고교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티셔츠를 판매하며 사업 수완을 보였고, 의류 도매업을 하다 소매업으로 전향해 1984년 첫 번째 망고 매장을 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안딕의 순자산은 45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다. 망고는 지난해 매출이 31억 유로(약 4조7000억 원)에 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스페인 패션브랜드 ‘망고’의 창업자인 이삭 안딕(71·사진)이 14일(현지 시간) 산악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일간 엘파스 등에 따르면 안딕은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몬세라트 동굴에서 친척들과 하이킹하던 중 150미터 높이 절벽에서 미끄러져 숨졌다. 사고 당시 안딕의 아들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안딕은 13세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고교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티셔츠를 판매하며 사업 수완을 보였고, 의류 도매업을 하다 소매업으로 전향해 1984년 첫 번째 망고 매장을 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안딕의 순자산은 45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다. 망고는 지난해 매출이 31억 유로(약 4조7000억 원)에 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북한과 베네수엘라 등을 담당할 특별임무대사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 대사(58)를 지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 행정부처 중심의 북-미 대화에 나섰던 트럼프 1기와 달리 트럼프 2기에서는 최측근인 그리넬을 특임대사로 기용해 ‘북미 대화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북한 문제가 트럼프 2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북미 대화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그리넬 지명자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를 주요국 정상에게 전달하는 등 트럼프 2기 ‘섀도캐비닛(예비 내각)’의 핵심 인사로 꼽혔다. 다만 그가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동맹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해온 터라 ‘북미 직접 대화’에 따른 한국의 패싱 우려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독미군 감축, 주한미군 감축 주장 그리넬 지명자는 이날 X에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인을 대표해 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시키는 ‘문제 해결사’”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할 일이 정말 많다. 일하러 갑시다(Let’s get to work)”라고 썼다.1966년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 등의 참모로 일했다. 2001~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외교 경력을 쌓았다. 당시 북한은 한미일과 북중러가 참여한 ‘6자 회담’에서 핵 폐기를 약속했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2008년 영변 핵시설 복구로 6자 회담은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넬 지명자는 대북 제재의 강화를 줄곧 외쳤다.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주독일 미국 대사를 지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미온적인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독일 주둔 미군을 기존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대폭 줄였다. 2020년 6월에는 “트럼프가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을 귀환시키고 싶어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 검토 사실을 처음 공개해 큰 파장을 불렀다.성소수자임을 공개했고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도 가깝다. 올 4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멜라니아 여사를 초청한 외교 행사도 개최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통상협상 연계 가능성트럼프 당선인이 그리넬 지명자를 발탁한 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최근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북한의 개입은 (전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며 “난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선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단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그리넬 지명자 역시 북미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올 7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기자회견에선 김 위원장을 두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가 그(김정은)와 관여했다는 점을 사랑한다. 이는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리넬은 2018년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개해야 한다며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압박을 가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그리넬이 트럼프 2기의 북미 대화를 주도하면 주한미군 감축, 한국의 방위비 증액, 한미 통상 협상 등이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넬 지명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호를 원하면 청구서를 지불하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동맹국을 압박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53년 독재정권 무너진 시리아, 앞날은1971년 아버지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했다. 잔혹한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과도정부를 이끌 반군 조직의 통치 능력은 우려스럽다. 13년간 내전이 이어졌던 시리아의 미래를 짚어 봤다.》“신(神)이 (나 대신) 아사드가(家)에게 복수할 겁니다.” 뱌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59)이 잔혹 통치를 하던 2011년 5월 아사드 정권에 아들 함자(당시 13세)를 잃은 어머니 아미르 알 카팁 씨가 최근 영국 BBC와 한 인터뷰다. 당시 아사드 정권은 “함자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그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자의 시신에는 담배로 지진 자국이 가득했고 거세 흔적까지 발견됐다.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고문이 자행된 흔적이었다. 2019년에는 함자의 형이자 카팁 씨의 또 다른 아들 오마르마저 숨졌다. 오마르는 아사드 정권이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처형해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 옥중 사망했다. 카팁 씨는 러시아로 도피한 아사드 전 대통령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외쳤다. 1971년부터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해왔던 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됐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흔든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당시에도 권좌를 지켰던 아사드 전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 주도의 반군이 지난달 27일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한 지 11일 만에 해외로 도피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미국,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 강대국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은 시리아의 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때 9·11테러를 주도한 수니파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을 맺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아직 테러단체로 지정된 HTS가 제대로 된 통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떻게 53년 독재가 가능했는지, 내전은 왜 13년간 지속됐는지, 향후 시리아는 어디로 갈지 알아본다. ● ‘이이제이’ 佛 식민통치부터 갈등다민족 다종교 다종파 국가인 시리아는 1920∼1946년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부터 많은 갈등에 시달렸다. 약 2340만 명의 국민 중 수니파가 74%로 절대 다수다. 프랑스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전체의 약 13%인 시아파에 집중적으로 권력을 몰아줬다. 특히 아사드 일가가 속한 시아파의 분파 알라위파는 군대, 경찰 등에 집중적으로 기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사람이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1930∼2000)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시절 현재 시리아 정계의 핵심 세력인 ‘바트당(아랍사회주의부흥당)’에 가입해 승승장구했다. 국방장관이던 1970년 쿠데타를 일으켜 반대파를 모조리 제거했고 한 해 뒤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반(反)서방, 반이스라엘을 기치로 주변 아랍국과 연대하고 소련과 적극 협력했다.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소련은 시리아에 무기와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페즈 전 대통령은 각국 독재자와도 적극 교류했다. 1974년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같은 해 ‘동유럽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싫든 좋든 국제사회에 시리아라는 나라를 각인시킨 것이다. ‘중동의 비스마르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그는 4남 1녀를 뒀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했던 장남 바실은 1994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숨졌다. 이에 다마스쿠스대 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안과 의사로 일하던 차남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을 긴급히 귀국시켰다. 2000년 하페즈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당시 아사드 전 대통령은 35세에 불과했다. 의회와 바트당은 그가 대통령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당시 헌법상 만 40세였던 대선 출마 자격을 만 34세로 낮췄다. 권좌에 오른 그는 초기에는 잠시 개혁 정책을 펼쳤다. 일부 반대파를 사면했고 외국계 은행의 영업을 허용하고 일부 국영기업도 민영화했다. 레바논 내 시아파 보호 등을 이유로 자국군을 파병했지만 군 철수도 단행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의 개혁 움직임도 멈췄다. 이슬람권은 미국의 이런 행보에 강하게 반발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바트당 원로들은 30대 젊은 대통령에게 “미국에 강하게 맞서라”고 압박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은 내내 반미, 반이스라엘 기조로 일관했다.● 화학무기 사용 등 잔혹통치로 악명‘아랍의 봄’이 발발한 2011년 시리아에서도 남부 다라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아사드 정권은 함자 같은 미성년자에게도 잔혹한 고문을 일삼으며 무력 탄압에만 주력했다. 시위대도 ‘테러범’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시위대 또한 정부군과 본격적으로 맞서면서 길고 긴 내전이 발발했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에 국제법이 금지한 화학 무기까지 사용했다. 2013년 8월 반군 지지 주민이 많은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1400명이 숨졌다. 2017년 4월에는 역시 반군의 주요 거점인 북부 이들리브주에 사린가스 공격을 자행해 최소 80명이 숨졌다. 2018년 4월에는 구타 일대에 또 화학 무기를 살포했다. 이때도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수감된 반대파에게도 악명 높은 고문을 자행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를 쇠막대 벨트 채찍 등으로 구타하고, 생식기에 전기 고문을 가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일부 교도관은 수감자들에게 “서로를 고문하라. 따르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내전 기간 사이드나야 교도소에서만 최소 3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내전 장기화로 경제는 더욱 나빠졌다. 세계은행은 2021년 시리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21달러(약 60만 원)로 추정했다. 인구의 24.8%는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내전 기간 동안 고질적인 전력난이 더 심해져 최근에는 많은 주민이 옷을 태워 연료로 쓴다.● 이란-러시아 발 빼자 ‘와르르’ 이런 상황에서도 아사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이 기지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했다. 특히 공군을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어 반군을 저지했다.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지상군을 적극 도왔다. 2013년부터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일대에서 ‘국가(state)’를 자처한 것도 아사드 정권의 생명을 연장시킨 측면이 있다. 산 사람을 공개적으로 화형시키는 극악무도한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IS 궤멸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내전의 판도가 바뀐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두 개의 전쟁’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아사드 정권의 허약한 체제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격으로 사실상 궤멸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을 돕던 헤즈볼라 전투원 1만 명은 올 9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이면서 시리아에서 속속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의 지원 또한 급감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헤즈볼라 대원들이 철수한 가운데 이란이 시리아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HTS 통치 능력 ‘기대 반 우려 반’ 국제사회는 새 과도정부를 이끌 HTS가 어느 정도의 통치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약 2만 명의 조직원을 보유한 HTS는 2017년부터 인구 약 470만 명의 북부 이들리브주를 사실상 통치했다. 수장은 한때 알카에다에 몸담았지만 2016년 결별한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42). 이슬람 원리주의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지만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종파와도 협력할 뜻을 밝히는 등 최근에는 유화적인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2017년 설립한 민간행정조직 SSG를 과도정부의 통치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보건, 교육, 지방 재건 등 10개 부처, 총인원 75명의 정치자문(슈라) 위원회로 구성됐다. HTS는 7년간의 이들리브 통치 당시 오랜 내전으로 지친 주민들에게 식량 및 전기 보급 등으로 민심을 얻었다. 2023년 초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도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을 거들었다. 다만 시리아 내부의 분열 및 갈등 역사가 워낙 오래된 탓에 HTS가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반군은 HTS뿐 아니라 쿠르드족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단체의 집합체 성격이 크다. 언제든 분열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BBC 역시 HTS에 동의하지 않는 반군 세력 또한 상당하다며 이들이 모두 일정 부분 권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누가 누구의 적이고 우군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이해관계 또한 제각각 다르다. 오랜 내전으로 시리아 땅을 떠났던 약 500만 명의 국민을 어떻게 귀환시키고 어디에 정착시킬 것이냐는 사안은 과도정부의 또 다른 과제다. 내전 기간 동안 이들을 수용했던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벌써부터 “이제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며 빗장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서유럽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상당수 난민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무관하게 고국의 정치 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자발적 귀환을 망설이고 있다.● 강대국 각축전 시작 주요국은 벌써부터 이런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느라 바쁘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 일대의 시리아군 기지를 재빨리 점령했다.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타르투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아사드 정권이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기 위해서”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돼 10일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 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번에 점령한 시리아군 기지를 결코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또한 현 상황의 주요 승자라고 분석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내전 발발 후 전체 시리아 난민의 약 70%(약 350만 명)를 울며 겨자 먹기로 자국 땅에 수용해야 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난민 수용 부담을 일거에 털어낼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헤즈볼라, 시리아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온 이란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송웅엽 전 주이란·이라크·아프간 대사는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까지 겹쳐 이란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한국에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45년이 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라는 자신의 ‘충격적 결정(shock decision)’을 옹호하며 분노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외신들은 이를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다. 매체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앞세우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계엄 선언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이날 담화로 인해 14일 있을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7일 ‘2분 사과’와 180도 태도 돌변”외신들은 특히 이날 담화가 1차 탄핵안 표결 직전인 7일에 내놓은 ‘2분 사과’와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WP는 “30분간 이어진 담화는 ‘불안과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짧게 사과하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임기 관련 문제도 당에 일임하겠다던 모습과는 180도 돌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주장한 계엄 선포 이유들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최근 군 장교들의 증언과 모순된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참패한 4월 총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선관위의 컴퓨터 서버를 압수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일본 NHK방송과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도 윤 대통령 담화를 속보로 전하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도 “(담화는) 반성이 아니라 계엄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발언을 온라인 속보로 전했다. 이번 담화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와 정당 등 국정 책임자가 모호한 상태에서 혼란을 겪었던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며칠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NYT는 “담화 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親)한’ 대 ‘친윤’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탄핵 가결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장기간 국정 마비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최대 6개월 가까이 정치적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 국방부 “북한, 현 상황 오판 말길” 미 행정부는 한국의 현 상황은 “민주적 정치 과정”이라며 신중하게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견제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혼란으로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행위자도 이를 악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싱 부대변인은 또 “현재 한국에선 민주적 정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한국과 일본,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협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협력과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계엄 사태로 방한 일정을 연기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일본 요코타 미군 기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과 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도 어떤 형태로든 보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확실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담화 뒤에 있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로 꼽은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한국이 내정 문제를 중국과 연관 짓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에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지 45년이 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라는 자신의 ‘충격적 결정(shock decision)’을 옹호하며 분노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을 발표하자 외신들은 이를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다. 매체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앞세우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계엄 선언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또 이날 담화로 인해 14일 있을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7일 ‘2분 사과’와 180도 태도 돌변”외신들은 특히 이날 담화가 1차 탄핵안 표결 직전인 7일에 내놓은 ‘2분 사과’와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WP는 “30분간 이어진 담화는 ‘불안과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짧게 사과하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임기 관련 문제도 당에 일임하겠다던 모습과는 180도 돌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주장한 계엄 선포 이유들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최근 군 장교들의 증언과 모순된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참패한 4월 총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선관위의 컴퓨터 서버를 압수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일본 NHK방송과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도 윤 대통령 담화를 속보로 전하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도 “(담화는) 반성이 아니라 계엄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발언을 온라인 속보로 전했다.이번 담화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와 정당 등 국정 책임자가 모호한 상태에서 혼란을 겪었던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며칠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NYT는 “담화 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親)한’ 대 ‘친윤’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탄핵 가결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장기간 국정 마비가 불가피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은 최대 6개월 가까이 정치적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美 국방부 “북한, 현 상황 오판 말길”미 행정부는 한국의 현 상황은 “민주적 정치 과정”이라며 신중하게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견제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혼란으로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행위자도 이를 악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싱 부대변인은 또 “현재 한국에선 민주적 정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한국과 일본, 다른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협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협력과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앞서 계엄 사태로 방한 일정을 연기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일본 요코타 미군 기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과 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도 어떤 형태로든 보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확실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한편 중국 외교부는 담화 뒤에 있은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로 꼽은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며 “한국이 내정 문제를 중국과 연관짓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역에 대한 군사 공세를 연일 강화하고 있다. 8일 시리아와의 영유권 분쟁지인 골란고원 내 시리아군 기지를 점령했고, 9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약 20km 떨어진 까타나에 지상군을 진격시켰다. 같은 날 시리아 서부의 요충지인 라타키아항과 알바이다항에도 대대적인 공습을 퍼부었다. 알바이다가 속한 타르투스주(州)에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해군 기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 시절 보유했던 생화학무기가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에도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기소됐으며 10일에는 역시 현직 총리 최초로 법정 출석까지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격퇴에 이어 시리아 군사공세 강화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48시간 동안 480회 공습1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48시간 동안 전투기와 지상작전 등으로 시리아 전역을 약 480회 공습했다. 다마스쿠스의 공군기지, 공항, 알바이다항과 라타키아항 등이 주요 목표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통해 “시리아의 군사 역량 중 8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이스라엘과 가까운) 시리아 남부에 테러 위협에서 안전한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IS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롭게 점령한 골란고원 내 시리아 영토를 돌려주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는 9일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했다. 10일에는 “시리아의 새 정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지만 새 정권이 (아사드 정권처럼) 이란과 관계를 맺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고원의 약 80%를 장악해 지금까지 실효지배하고 있다. 8일에는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골란고원 내 헤르몬산의 시리아군 기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군사 작전을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일컫는 지명 ‘바샨(Bashan)’을 딴 ‘바샨의 화살’로 명명했다.● 네타냐후, 피고인으로 첫 법원 출석두 번째 총리 재직 시절인 2019년 11월 사기,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재판은 2020년 5월 시작됐지만 그의 두 번째 실각과 세 번째 취임,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등으로 언제 1심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약 5시간 동안 직접 변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친한 사업가들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없다면서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0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아사드 전 대통령을 러시아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반대파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으로 ‘중동의 도살자’로 불리는 아사드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도록 인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는 ICC 협약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11일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두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공동 음모”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9대 미국 연방 하원의 외교위원장으로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용사 출신의 ‘대북 강경론자’ 브라이언 매스트 공화당 하원의원(44·플로리다주)이 선출됐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이 10일 보도했다. 119대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하루 전 비공개 회의를 열어 그를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매스트 의원이 하원의 인준을 받으면 향후 2년간 외교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연방정부가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기존에 판매했던 무기의 추가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할 때 이를 검토하는 역할을 주도한다. 매스트 의원은 1980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태어났다. 12년간 하사관으로 육군에 복무했고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활동하던 중 폭탄을 밟아 두 다리와 왼손 검지를 잃었다. 이후 미국 대통령이 상이 군인과 경찰 등에게 수여하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그의 부친도 주한미군에서 복무한 군인 출신이다. 매스트는 올 7월 소셜미디어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사진과 함께 “한국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 최고의 군대에 입대했고, 기념비에 새겨진 것처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2016년 플로리다주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매스트 의원은 그해 대선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꾸준히 지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였던 2018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이 이뤄지자 성명을 내고 “북한은 약속을 해놓고 어기는 오랜 역사가 있다”며 북한이 늘 비핵화 회담을 한다면서 뒤로는 핵무기를 만들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대북 강경책을 외쳤다. 2022년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는 블로그에 북한을 “악당 같은 국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엄중 제재”를 외쳤다. 앞서 9일 공화당 운영위원회에서도 “잘못된 외교 정책 결정은 미군을 전장에서 죽음으로 몰고 간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불만을 토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다음 달 출범하는 제119대 미 연방 하원의 외교위원장에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 출신의 ‘대북 강경론자’ 브라이언 매스트(44) 의원이 선출됐다. 10일(현지 시간)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은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 하원 운영위원회가 전날 비공개회의를 열어 차기 외교위원장으로 매스트 의원을 선출했다고 전했다. 차기 하원은 공화당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매스트 의원이 하원 전체의 인준을 받으면 향후 2년간 외교위원회를 이끌게 된다.12년간 육군에 복무했던 매스트 의원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활동하다 폭탄을 밟아 두 다리와 왼손 검지 손가락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복무 중 죽거나 다친 사람에게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다. 그의 부친도 주한미군에서 복무한 군인 출신이다. 매스트는 7월 소셜미디어에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사진과 함께 “한국에서 복무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 최고의 군대에 입대했고, 기념비에 새겨진 것처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한국에서 복무한 모든 미국인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한다”라고 적었다.2016년 플로리다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매스트 의원은 그해 함께 치러진 대선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이 이뤄지자 성명을 내고 “북한은 약속을 해놓고 어기는 오랜 역사가 있다”라며 “비핵화 회담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핵무기를 만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었다. 매스트 의원은 2022년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북한을 “악당 같은 국가”라고 일컫기도 했다. 매스트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공화당 운영위원회에서도 “잘못된 외교 정책 결정은 미국의 군인들을 전장에서 죽음으로 몰고 간다”라며 열변을 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힐은 “(하원 외교위원회는) 외국에 대한 무기 판매는 물론 판매를 차단하는 권한도 행사한다”라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동맹인 매스트가 ‘미국 우선’ 구호를 내세우며 의회에서 ‘망치’를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백악관에 참전용사 출신의 강경 우파 인사들과 플로리다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매스트 의원의 외교위원장 선출이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트럼프의 예비 백악관 ‘AFPI’ 분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 등용될 주요 인사를 배출한 ‘친(親)트럼프’ 보수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AFPI는 어떤 곳이고, 누가 몸담고 있는지 분석해 본다.》“이 행사를 준비한 브룩 롤린스와 린다 맥마흔에게 정말 고맙다.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에도 감사하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대선 승리 뒤 처음으로 섰던 공개연설 무대는 ‘친(親)트럼프’ 보수 싱크탱크인 AFPI의 연례 행사였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AFPI의 ‘투 톱’ 설립자들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감사 인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속속 발표된 ‘트럼프 2기’ 백악관과 행정부의 주요 인선에는 두 사람을 포함한 ‘AFPI 출신’들이 대거 등장했다.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출범해 ‘정권 재창출’이란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온 AFPI의 약진이 본격화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싱크탱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정책 개발과 연구다. 하지만 AFPI는 지난 4년간 철저히 ‘트럼프의 비공식 선거사무소’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에도 독자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AFPI가 각종 정책을 공론화하고 인재풀을 준비하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없는 질주’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트럼프의 ‘예비 백악관(White House in waiting)’이자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으로 불리는 AFPI를 참여 인물과 행보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트럼프 2기’ 목표 측근 의기투합AFPI는 2020년 12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각각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국장과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던 브룩 롤린스와 린다 맥마흔, 그리고 억만장자 석유 사업가인 팀 던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보수 성향 비영리단체 ‘텍사스공공정책재단’ 회장이었던 롤린스가 재단의 이사로 함께 일했던 던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토대를 마련할 국가 조직을 만들자고 제안한 게 출발이었다. 그리고 AFPI는 이듬해 4월 공식 출범했다. AFPI는 이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친트럼프 성향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를 그대로 쓰며 편향성을 숨기지 않았던 것.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현재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곳은 AFPI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 면면을 살펴봐도 상당수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들이다. 호건 기들리 전 백악관 부대변인과 채드 울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 더글러스 홀셔 전 백악관 정부간업무국장 등 수십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AFPI가 전직 트럼프 관료들의 ‘임시 착륙장(landing pad)’ 역할을 하는 곳이란 조롱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내각을 나온 뒤 평판 악화로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일 때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조직”이라고도 지적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AFPI는 정치 활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를 표방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띄지 않게 트럼프 당선인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며 친위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대선 기간에 AFPI 이사들은 트럼프를 후원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총 3100만 달러(약 439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AFPI 자매 조직 ‘아메리카 퍼스트 워크스(AFW)’는 트럼프 캠프의 경합주 선거 운동을 적극 도왔다. NYT는 AFPI가 해마다 마러라고에서 모금 행사를 열고 거액의 시설 사용료를 내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꾸준히 화답해 왔다. 그는 AFPI 출범 직후 성명을 통해 “우리 행정부의 역사적인 업적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미래에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다. 백악관을 떠난 트럼프 당선인이 2022년 7월 처음으로 가진 워싱턴 공식 일정도 AFPI의 첫 정책 회의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때까지는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재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몸 낮추고 트럼프 의중 읽어 성공이번 대선을 앞두고 AFPI가 진행했던 가장 중요한 연구는 전임 행정부 관계자들을 1000회 이상 면담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모든 행정명령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의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정책들의 우선순위 목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 공화당 로비스트를 인용해 “AFPI는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제시할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마무리된 트럼프 2기 주요 인선에서도 AFPI 인사들은 여러 분야에 두루 포진하며 ‘인재 요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투 톱인 롤린스 대표와 맥마흔 이사장이 각각 농림장관과 교육장관에 지명됐다. AFPI 소송센터와 법·정의센터를 이끌며 대선 경합주(州)에서 ‘부정 선거론’을 열성적으로 뒷받침해 온 팸 본디는 법무장관으로 지명됐다.또 AFPI 미국안보센터 공동의장인 존 랫클리프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각각 지명됐다.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도 10월 22일 AFPI 미국안보센터에 합류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재선을 준비한 세력들 사이에서 AFPI가 처음부터 영향력이 컸던 것은 아니다. 특히 1973년 설립돼 수십 년간 공화당 집권에 기여한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견제가 심했다. 두 싱크탱크가 2년 이상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AFPI가 최종 승기를 잡은 것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트럼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자세’ 덕분이었다.2016년만 해도 완전히 ‘정치 이단아’였던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은 기존 공화당 세력과 충돌이 많았다. 당시 인수인계 혼란상이 외부로도 노출되며 인수위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FPI 지도부는 이런 혼란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물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FPI 미국아동센터 의장인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1기 출신 고위 참모들은 머리를 숙이고 겸손한 태도로 정확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헤리티지재단은 정권 인수 계획을 담은 ‘프로젝트 2025’를 적극 홍보하는 등 대외 행보를 늘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 측이 ‘프로젝트 2025’의 내용이 극단적이라고 공격하며 여론도 돌아섰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캠프도 7월 공개적으로 이들과 선을 그었다. AFPI와 해리티지재단 간 경쟁이 AFPI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인수 과정은 충성파들의 체계적인 지원을 디딤돌 삼아,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1기 중남미 특사와 주미개발은행 총재를 지냈던 마우리시오 클래버카론은 “측근들이 트럼프의 의중과 업무 방식을 꿰고 있기 때문”이라며 “차기 정권에선 대통령이 내각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내각이 대통령을 섬기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더 강한 트럼프주의… “앵무새” 지적도AFPI는 첫 번째 임기보다 한층 강한 ‘트럼프주의(Trumpism)’를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옵션들도 마련했다. 롤린스는 대선을 반년 이상 앞둔 4월부터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할 경우 곧바로 서명할 약 300개의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했다고 언급해 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AFPI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이 확정된 뒤 주요 공화당 로비스트들에게 “트럼프 2기의 첫 200일간 연방 부처에 제안할 계획과 잠재적 조치들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정책 노선은 정책집 ‘미국 우선 어젠다(The America First Agenda)’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핵심 과제를 경제, 의료, 교육, 안보 등 총 10개 분야로 나눠 제시한 정책집은 마지막 항목으로 ‘적폐청산(Drain the Swamp)’을 다룬다. 1980년대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면 늪에 물을 빼서 모기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이 비유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익단체와 로비스트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FPI는 연방정부 공무원의 해고를 유연화하고, 정부 기관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1기 때 일부 공무원들이 반기를 든 탓에 국정 동력이 약화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 2기에서는 공무원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AFPI의 정책들이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대선 때부터 주장해 왔던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많다. 새롭거나 혁신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것. 가령 △미국에 유리하게 국제 무역체제 개편 △멕시코 국경 장벽을 완성 △트랜스젠더 권리 제한 같은 정책 제안은 트럼프 당선인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던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정책집이 “대선 전 이미 트럼프 캠프에서 채택된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내각에 속속 들어앉은 AFPI 출신들이 향후 얼마나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역사가 짧은 싱크탱크의 특성상 활동 반경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싱크탱크와 달리 AFPI는 ‘트럼프’라는 인물을 추종하는 세력이 만든 조직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도 “AFPI 역할은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어젠다를 홍보하는 수준이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에도 이 기관에 의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AFPI가 전통적인 대규모 싱크탱크들보다 전반적인 역량은 떨어질 수 있지만, 특정한 상황에서의 정책 제안이 필요할 땐 더 기민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AFPI가 ‘비(非)AFPI’ 출신들과 가치관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자유시장주의 등을 강조하는 ‘정통 보수주의자’ 롤린스 대표와 노동계층을 옹호하는 ‘포퓰리스트’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동시에 기용했다”며 “대선 국면에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보수 진영의 이념 분열이 2기 행정부 출범 뒤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수도 워싱턴은 싱크탱크가 움직인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활동 중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싱크탱크들과 함께 정책을 분석하고, 의제를 개발한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싱크탱크들이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각종 보고서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 정부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다. 말 그대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영향력은 상당한 것이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대 로더연구소가 세계 싱크탱크 1만1175곳을 평가해 발표한 ‘2020 글로벌 싱크탱크 지수 보고서’에서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랜드연구소 등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싱크탱크들이 상위 20위 안에 포함됐다. 한때 미국 싱크탱크들은 ‘학생 없는 대학’으로 불릴 만큼 비(非)당파적 정책 연구에 집중했다. 현재처럼 진한 당파성을 띤 계기로는 1973년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등장이 꼽힌다. 헤리티지재단은 ‘싱크(think·연구)탱크’가 아니라 ‘두(do·행동)탱크’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했다. 특히 1981년 공화당 소속인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리더십을 위한 지침’이란 3000쪽이 넘는 강령집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규제 완화, 정부 지출 감소 등 보수주의 철학이 담긴 재단의 정책 제안 2000여 건 중 60%를 실제로 도입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일할 인력도 공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1기 첫해였던 2017년 행정부에 들어간 헤리티지재단 출신 전현직 관계자는 70여 명에 이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시 각종 계획을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도 내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사들도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불법이민 정책을 책임질 톰 호먼 ‘국경 차르’ 지명자,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 등이 ‘프로젝트 2025’ 집필에 관여했다. 보수 진영에 헤리티지재단이 있다면, 진보 진영에는1916년 설립된 브루킹스연구소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유엔 창설, 미국의 유럽 지원 계획 ‘마셜플랜’ 등의 기본 개념을 수립했다. 2017∼2019년 3년 연속 로더연구소로부터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혔다. 2003년 ‘진보 진영의 헤리티지 재단’을 표방하며 설립된 미국진보센터(CAP)도 빼놓을 수 없다. ‘큰 그림’과 행동력을 앞세운 CA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뇌’로 불릴 정도로 오바마 행정부 때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 정책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의 설계에도 관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주도한 인물 역시 존 포데스타 CAP 창립자다. 다만 주요 싱크탱크들이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 J 파간 시카고 일리노이대 교수는 중도 성향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 대담에서 “의회예산국(CBO)이 특정 정책에 대한 예산 추계를 내놓으면 헤리티지는 ‘그보다 덜 들 것’, CAP는 ‘더 들 것’이라며 각 진영에 유리한 정보만 생산한다”고 비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 사회통합 등에 특화된 대형 싱크탱크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주목받은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처럼 특정 의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소규모 싱크탱크들이 향후 분업체계를 이루며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러라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올트먼이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앙숙’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발목이 잡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거의 상주하며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 위세를 굳힌 머스크가 올트먼의 접근을 노골적으로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곁을 지키며 여러 의사 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공지능(AI) 정책을 총괄할 ‘AI 차르’ 지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AI 업계의 판도가 머스크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정계도 머스크가 오픈AI의 대항마로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의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올트먼은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하기 위해 트럼프가(家) 인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그의 동생이자 오픈AI의 주요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의 창립자인 조슈아 쿠슈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으며, 다른 인물들 역시 머스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을 우려해 다리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원래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에 참여했을 정도로 올트먼과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공동 창립자들이 오픈AI를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운영한단 약속을 어겼다며 2018년 갈라섰다. 특히 올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선 캠프에 투신한 뒤 민주당을 지지했던 올트먼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머스크는 10월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도, 올트먼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못 믿을 사람’이 통제해선 안 된다”고 공개 비난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주변에 “난 올트먼을 싫어한다” “오픈AI는 시장을 마비시킨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한때 머스크와 맞수 구도를 형성했던 다른 기업들도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WSJ는 “머스크의 ‘초토화 전략’ 대상 목록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이 올라 있다”고 소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공동창업 ‘동지’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갈등 관계 속에서 “마러라고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낙인이 찍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매일같이 숙식하며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 역할을 굳힌 머스크 CEO가 숙적인 올트먼 CEO의 접근을 노골적으로 막으며 경계한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현재까지 트럼프 당선인 곁을 떠나지 않으며 최측근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부터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인물들과 트럼프 당선인이 전화 통화하는 자리에도 대부분 배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올트먼 CEO는 머스크 CEO의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트럼프가(家) 주변인들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그의 형제이자 오픈AI의 주요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의 조시 쿠슈너 창립자 등을 다리로 삼았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올트먼 CEO의 간청을 전달받은 다른 ‘메신저’들도 머스크 CEO가 거절할 것을 예상해서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머스크 CEO는 2015년 올트먼 CEO를 비롯해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을 속이고 영리활동을 펼쳤다고 비난하며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도 처분했다. 지난해 7월에는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설립 초기의 비영리 임무와 함께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도 올해 초까지는 갈등이 지금처럼 첨예하지 않았다. 두 ‘오픈AI’ 동지는 3월 한 기술 분야 콘퍼런스에서 서로 대화와 포옹을 나누며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몇 달 뒤 소송도 일시적으로 철회하며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였다.하지만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선캠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며 상황은 역전됐다. 10월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는 “저는 오픈AI도, 샘 올트먼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못 믿을 사람’이 통제하게 둬선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머스크 CEO가 주변에 노골적으로 “난 올트먼을 싫어한다”, “오픈AI는 시장을 마비시킨다”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올트먼 CEO도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서 둘 사이의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대선 직전 xAI의 챗봇 서비스가 트럼프 당선인보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더 적합하다고 답한 대화를 캡처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머스크 CEO를 비꼬았다. 머스크 CEO는 이에 “사기꾼 샘(Swindly Sam)”이 답변 결과를 왜곡했다고 반격했다. 자신의 정적들에게 조롱하는 투의 별명을 다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을 따라 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향후 전반적인 AI 안전과 중국의 영향력 강화 대응 등을 총괄하는 ‘AI 차르’ 직책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AI 업계의 판도가 머스크 CEO에게 유리하게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정계 역시 오픈AI보다 머스크 CEO가 내놓을 xAI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머스크 CEO와 맞수 구도를 형성했던 다른 기업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WSJ은 “머스크의 ‘초토화 전략’ 대상자 목록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을 비롯해 많은 인물이 올라와 있다”고 소개했다. 메타와 알파벳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자사를 겨냥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내년 1월 20일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 탈세 혐의로 올 6월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54)를 1일(현지 시간) 전격 사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 평결 전후로 “아들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약 반년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퇴임 48일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법무부가 한 기소를 정면으로 부인해 적잖은 비판이 제기된다. 사면이 실행되면 헌터는 현직 미 대통령 자녀로는 ‘첫 기소’에 이어 ‘첫 사면’ 기록까지 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의의 남용이자 실패”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무리한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도덕성에서도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면 없다”서 “사법 오염” 말 바꾸기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헌터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죄되었음을 알 수 있다”며 “사법 체계가 ‘날것의 정치’에 오염됐고 정의도 무너졌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헌터를 공격했고, 그 과정에서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헌터는 2018년 10월 바이든 일가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권총을 샀다. 마약 중독 이력이 있어 델라웨어주에서 총기를 살 수 없는데도 구매했고 당시 서류에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기재했다. 올 6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석 달 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14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유죄도 인정했다.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에너지 비(非)전문가인 헌터가 ‘부친 후광’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의 임원을 지내며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총기와 탈세 혐의에 대한 형량 선고는 각각 12일, 16일로 예정돼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두 사건에 모두 ‘조건 없는 완전 사면(full and unconditional pardon)’을 단행함에 따라 형량 선고 또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 평결 당시 “사면도, 형량 단축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백악관 또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이 헌터를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총 6차례 밝혔다.● 민주당, 구심점 잃고 우왕좌왕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수년 동안 수감돼 있는 ‘J-6 인질’도 사면에 포함되느냐”고 꼬집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자신의 지지층 중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 폭동에 가담했다가 수감된 이들을 ‘J-6 인질’이라고 부른다. 공화당도 바이든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도 첫 임기 만료를 약 한 달 앞두고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이며 탈세 전과가 있는 부동산 업자 찰스 쿠슈너를 사면했다. 2기 행정부에서는 그를 신임 주프랑스 미국대사로까지 지명한 만큼 비판에서 자유롭진 않다. 상당수 민주당 인사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레그 스탠턴 하원의원은 X에 “헌터는 정치적으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중범죄를 저질러 배심원단에게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대통령이 국가보다 가족을 우선시한 것이 실망스럽다”며 “후대 대통령에게 나쁜 선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입장도 난처해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민주당은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당선인을 두고 “사익을 위해 사법체계를 조작하려 한다”며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모두 ‘바이든 법무부가 정치화됐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구심점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선 패배 3주 만에 화상 연설에 나섰지만 패배에 대한 성찰 없이 “우리는 잘했다”는 식으로만 발언해 큰 비판을 받았다. ABC방송은 2일 “민주당은 바닥부터 무너졌다는 게 드러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다면 이번 사면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