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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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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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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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이 정체성이자 자부심? 프랑스 왜 이리 난리인가[딥다이브]

    연금개혁 법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프랑스가 보통 난리가 아니란 소식 들어보셨나요? 노조의 역대급 시위로 열차가 멈추고, 교실 문을 닫고, 발전소 가동이 일부 중단되기까지 했는데요. 혹시 이런 생각은 안 드시나요? ‘연금개혁이 정말 큰 이슈이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뉴욕타임스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프랑스에서 은퇴를 둘러싼 싸움은 정체성의 문제이다’. 정체성? 그냥 더 오래 일하기 싫어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건 줄 알았는데, 왜 거창하게도 정체성까지 거론될까요. 오늘 딥다이브는 프랑스의 연금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그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나라를 멈춰버린 역대급 총파업128만명 vs. 350만명. 3월 7일 전국적으로 열린 노동자들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참여자 수를 놓고 프랑스 정부와 노동조합 측이 각각 내놓은 추정치입니다(양측 추정치가 크게 차이 나는 건 한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네요). 확실한 건 뭘 기준으로 하든 이날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는 겁니다. (이전 최대 규모는 올해 1월 31일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 당시는 정부 추산 127만명, 노조 추산 250만명.) 르몽드가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을 정도인데요.이날 시위대의 구호는 “프랑스를 멈춰버리자”. 실제 7일 프랑스는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대중교통 노동자, 트럭 운전사, 원자력 발전소 기술자들 중 상당수가 파업에 들어갔고요. 초등학교 교사의 3분의 2와 공무원 4분의 1이 파업을 했습니다. 프랑스 국영 철도는 예정된 열차의 4분의 3을 취소했고, 항공편 역시 약 3분의 1이 취소됐죠. 심지어 발전소 직원 중 절반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기 생산량이 평소의 5분의 1로 줄어들어서 이웃국가에서 전기를 수입해야 했습니다. 때로 과격해진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기도 했죠. 프랑스 노동조합들은 토요일(11일)에 더 큰 시위를 예고했는데요. 강경파 노조인 CGT의 필립 마르티네즈 대표는 “우리는 더 높은 기어로 가고 있다”며 투쟁의지를 밝혔습니다.노조 측이 투쟁 강도를 높이는 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이번주 일요일(12일)까지 상원이 심의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 국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죠.법안의 골자는 현재 62세인 법적 정년(최소 연금 수령 나이)를 64세로 높이는 것. 한꺼번에는 아니고, 매년 석 달씩 수급 연령을 높여서 2030년에 64세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인데요. 또 지금은 연금을 완전히 받으려면 기여기간(일하면서 연금을 낸 기간)이 42년이면 되지만 이를 43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한마디로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받으라’는 겁니다.비호감 대통령의 연금개혁 승부수이거 왠지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비슷한 상황이 2019년 말에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었고, 그의 연금개혁안(42개 퇴직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안)에 반대한 노조가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섰죠. 그리고 결론은? 2020년 초 코로나를 이유로 그 개혁안은 일단 보류했습니다. 이후 3년 여 만에 다시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들고 나온 건데요.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할 때 그의 공약이 정년을 65세로 높인다는 거였죠(이후 실제 법안은 64세로 조정함).그런데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은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극우 후보를 피하려고 뽑은 거지 마크롱이 좋아서 뽑은 건 아니거든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다고나 할까요. 마크롱은 ‘금수저’ 출신의 ‘부자들만의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원래 서민층엔 인기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비호감 이미지인 마크롱이 인기 없을 수밖에 없는 정년연장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건데요.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세번째 대통령 출마는 불가능) 마크롱으로서는 모든 걸 건 셈입니다. 역사에 ‘연금을 개혁안 대통령’으로 기록되든지, 아니면 1년 만에 레임덕에 빠지든지 둘 중 하나가 되겠죠. 니스 대학 정치학 교수 빈센트 마르티그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습니다. 둘(마크롱과 노조) 중 하나는 질 것입니다.”도대체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얼마나 시급하길래 대통령이 저렇게 강수를 두느냐고요? 그게 좀 애매합니다. 전문가들도 이념 성향에 따라 말이 다 달라요.만약 ‘연금 적자가 지금 이미 너무 심해서 조만간 연금 기금이 고갈될 지경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닙니다. 2022년까지는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는 많은 ‘흑자’ 상태이거든요.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될 겁니다. 일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은퇴한 사람은 늘어나니까요. 프랑스 정부는 적자폭이 해마다 GDP의 0.4~0.8%(약 18조~30조원)일 걸로 추산했죠.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적자의 늪에 빠진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3년은 연금개혁의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 (연금)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죠.그런데 노조 얘기는 좀 달라요. 연금재정이 아직 위기도 아닌데 정부가 위험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발하는데요. ‘서민이 피해보는 정년 연장 대신 부자한테 세금을 더 거두거나 부자들의 연금을 줄이라’고 요구합니다.‘은퇴=축복’인 프랑스인유럽에서 가장 너그러운 연금제도. 프랑스 연금 시스템을 설명할 때 흔히 하는 말인데요. 그만큼 은퇴자 입장에서 프랑스 연금제도는 환상적입니다. 모든 사람이 일할 때의 실질소득(세금과 연금보험료를 뗀 소득)의 74%를 연금으로 받으니까요. 인생의 4분의 1 이상(남성 평균 22년, 여성 26년)을 그렇게 지내는 겁니다. 평균적인 연금 수급자라면 일하는 근로자 평균보다 더 부유합니다. 퇴직자 중 빈곤선 이하의 비율이 4.4%로 38개 OECD국가 중 가장 낮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은퇴하기만을 기다립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세르지 게랭은 “프랑스인은 은퇴를 인생의 오후, 축복받은 시간으로 간주한다”고 말합니다. 파리정치대학의 수석 연구원인 뤽 루반은 “많은 사람들에게 은퇴는 낙원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은퇴 뒤에나 찾아온다고 여기는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일을 하는 젊은 시기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인 거죠. 다들 빨리 은퇴하고 연금을 받고 싶어 안달인데요. 이 때문에 프랑스 노동법은 힘든 일(야간근무, 극한의 온도)를 하는 사람은 좀 일찍 퇴직할 수 있는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은퇴가 곧 축복이라니, 왜 그리 정년 연장 저지에 목숨 거는지는 알 법도 한데요. 동시에 연금제도의 역사가 워낙 깊다는 점도 연금개혁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프랑스에 마치 ‘공동보험’ 같은 연금제도가 탄생한 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입니다. 제도의 핵심 원칙은 ‘연대’입니다. 직업과 소득에 관계 없이 누구나 품위 있게 은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와 고용주가 노인 세대를 위한 연금을 지불하게 한 겁니다. 세대와 집단을 뛰어넘어 상호의존의 관계가 되는 거죠. 이는 전쟁 직후 분열된 사회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연금제도가 프랑스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이유이죠. 프랑스 사회보호연구소의 크레티앙 소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이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도 연금제도에 대한 애착이 커진 이유라고 봤는데요. ‘우리(프랑스)는 미국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여전히 그들이 갖지 못한 것-세계 최고의 사회 보장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국가적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는 해석입니다.현재까진 정부와 노조 1승 1패은퇴가 축복이자 낙원이고, 연금제도는 국가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라니. 그럼 프랑스에서 정년 연장이 실현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프랑스 정부는 과거에도 두차례 정년을 늘리는 연금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1995년과 2010년이었죠. 둘 다 엄청난 노조의 파업과 대규모 시위에 부닥쳤는데요. 1995년엔 3주 동안 이어진 공공부문의 장기 파업 끝에 결국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엔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늘리는 데 성공했죠.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춘 뒤 무려 38년 만의 변화였습니다(1982년엔 ‘고령자들이 빨리 은퇴해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논리로 정년을 단축했음). 당시 연금개혁안 통과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큰 승리로 여겨졌는데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연금개혁이 필요하긴 하다는 일부 여론의 지지, 그리고 노조와의 적당한 타협(일부 직업군은 정년 유지) 덕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여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추락한 사르코지는 2012년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이 역시 연금개혁 탓이 꽤 컸죠. 이번엔 어떨까요? 일단 현재까지 여론은 썩 좋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적게는 3분의 2, 많게는 5분의 4가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죠. 특히 ‘50대 후반만 돼도 기업들이 채용을 안 해주는데, 정년을 64세로 늘리면 고령 실업자만 늘어날 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들과 수개월째 협의를 진행하곤 있지만, 여전히 성과가 없고요. 현재 여당(3개 정당 연합)은 의석을 다 합해도 250석으로 과반에 한참(39석) 못 미칩니다. 61석을 가진 중도우파 야당인 공화당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죠. 무엇보다 국민들이 결국 어느 쪽 편을 들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아직까진 노조 파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조금 더 많은 편이긴 한데요. FT는 “시위가 더 파괴적이 되면서 시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약화될지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노조 측은 ‘정유사 배송 중단’(주유소 기름이 동나게 됨)을 포함한 더 강한 파업으로 압박을 이어갈 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데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어버린 연금개혁. 과연 우리는 또 어떤 논쟁과 갈등을 겪게 될까요. 연금개혁을 둘러싼 프랑스의 난리통을 예의주시해보려 합니다. By.딥다이브파업이 잦은 프랑스이지만 8개 노조가 연합해서 총파업을 하는 건 12년 만이라고 하죠. 그만큼 연금개혁이 프랑스에선 가장 뜨거운 이슈인 건데요. 경제, 정치, 복지, 고용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광범위한 주제라서 딥다이브도 다뤄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년으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역대급 시위로 맞서고 있습니다. 프랑스 연금 재정은 올해부터 적자에 빠질 걸로 예상되는데요. ‘지금이 개혁에 나설 때’라며 밀어붙이는 정부와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노조가 평행선을 달립니다. 프랑스에선 ‘은퇴가 곧 축복’입니다. 동시에 1945년 만들어진 공적연금제도가 국가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으로 여겨지죠.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유독 큰 이유입니다. 과거 두차례 정년연장 시도에서 노조가 이긴 적이 1번, 정부가 승리한 게 1번입니다. 이번엔 어느쪽이 웃게 될까요. 아마도 이달 안에 국회 통과 여부는 결정될 겁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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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60% 폭락…실리콘밸리은행에 무슨 일? [딥다이브]

    고용보고서 발표(10일)를 앞둔 미국 뉴욕증시는 불안합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죠. 다우지수 -1.66%, S&P500 -1.85%, 나스닥지수 -2.05%. 이날은 은행주가 일제히 크게 하락했습니다. FT에 따르면 4대 대형은행(JP모건, BoA, 웰스파고, 씨티)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에만 524억 달러(69조원)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를 촉발한 건 바로 SVB은행(실리콘밸리뱅크)이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SVB은행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0.41% 폭락했습니다. 전날 종가가 267.83달러였는데 이날 종가가 106.04달러.도대체 SVB은행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SVB은행은 ‘새로운 은행 모델’이자 ‘혁신의 동반자’로 평가받아온 벤처금융 전문은행입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과 벤처캐피털, 사모펀드를 주 고객으로 하면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2021년)엔 스타트업, 벤처캐피털과 함께 호황을 누렸죠.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돈 줄이 메마르면서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엔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SVB은행에 예금할 돈이 넘쳤지만, 지금은 그럴 돈이 없으니까요. 현금이 궁해진 SVB은행은 급기야 보유했던 매도가능증권(미국 국채와 모기지증권) 중 대부분(약 80%)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때문에 18억 달러의 세후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죠. SVB은행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인 건 은행 예금이 넘쳐났던 2021년 호황기 때였는데요. 이후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입니다(=채권가격은 하락). 막대한 손실을 볼 게 뻔한데도 채권을 팔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요. SVB는 신주 발행으로 22억5000만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듯). 연준의 금리인상에 은행 중 가장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은 건데요. SVB은행만이 아니라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현금 조달을 위해 채권 매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9일 미국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흔들린 겁니다. SVB은행처럼 코로나 때 대부분 미국 은행엔 예금이 넘쳐났고, 그래서 당시 미국 국채 보유량을 크게 늘려놨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형 상업은행은 아직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란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VB와 달리 대형은행은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기업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산업의 침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힐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른바 ‘저비용 예수금(급여통장처럼 금리를 매우 조금 주는 예수금)’ 비중이 큰 것도(조달금리가 낮음) 대형은행엔 유리한 점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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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반도체 문샷’은 성공할 수 있을까[딥다이브]

    보조금 좀 받자고 설비 공개에 초과이익 공유까지?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즘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싸고 시끌시끌합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해주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만든 것도 놀라웠는데, 최근 공개된 세부 조건을 보니 기업 입장에서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닌 겁니다.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만든다고 한들, 생산성이 뛰어나긴 할까요. 공장만 짓고 별 효용이 없게 되는 거 아닐까요.세계 최강국 미국이 돈을 쏟아부으며 산업을 육성한다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냐고요? 미국이 ‘제조업 부활’ 산업정책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그런 걸 잘하는 나라가 아닌 거죠. 과연 미국의 ‘반도체 문샷(Moonshot)’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딥다이브가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미국의 제조업은 이렇게 망했다컬러TV와 태양광 그리고 반도체. 미국에서 탄생시킨 기술이지만 지금은 생산 주도권을 해외(주로 동아시아 국가)에 빼앗겨 버리고만 대표적인 제품들입니다. 모두 비슷한 경로를 밟았죠. 훨씬 낮은 생산비용과 정부 지원으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고, 기술격차까지 줄어들면서 미국 기업들이 밀려나게 된 겁니다. TV와 반도체 산업은 1970~80년대 일본 전자 기업들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따라잡혔죠. 그리고 이후 TV는 다시 한국, 반도체는 대만과 한국 기업의 제조기반이 넘어갑니다. 태양광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중국에 잡아먹혔고요.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미국에서 없었던 건 아닙니다. 미국 TV제조업체 제니스(Zenith)는 1986년 도시바와 마츠시타를 포함한 21개 일본 가전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격 담합으로 미국 TV 제조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었는데요. 미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담합 조사, 법무부의 소송 제기)해줬죠.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보상금을 지불하면서 잠깐 미국이 승리하는 듯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미국의 마지막 TV 제조업체였던 제니스는 결국 파산해 1999년 LG에 인수됐습니다.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외국 경쟁자들이 때로는 보조금과 담합을 통해 미국을 이겼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는 이러한 문제와 씨름해 왔습니다. 결론은 미국산이었던 산업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종종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의 경우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반도체 업체였던 인텔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치킨게임으로 벼랑 끝에 섭니다. 1985년 초 30달러였던 256KB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몇 달 만에 10분의 1인 3달러로 추락한 거죠. 인텔은 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부도 위기까지 놓입니다. 이런 인텔을 구한 건 앤드류 그로브 전 CEO(1987년~1998년 재임)였는데요. 그는 아직 수익이 나긴 하지만(버리긴 너무 아깝지만) 쇠퇴할 수밖에 없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를 버리고(공장 폐쇄와 8000명 해고) 대신 신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도록 사업을 완전히 재편합니다. 그리고 마치 신병훈련소처럼 엄격한 규율(매일 2시간 이상 초과근무, 음악과 잡담 금지 등)로 제조능력을 끌어올렸죠. 미국이 CPU 생산공장을 여전히 보유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제조업은 창의적이지 않다고? 첨단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가 40년 가까이 되는데, 왜 미국 정부는 이제서야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며 대대적으로 나선 걸까요. 그동안은 왜 이런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걸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탈세계화와 미중 패권 경쟁을 포함한 아주 긴 해설 기사가 필요하겠지만, 간략하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볼게요. 우선 하나는 미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부 주도 산업정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냉전 시절 보수파는 ‘소련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싫어했고요. 그 외 많은 사람들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라며 부정적이었습니다. 산업정책이 과연 실제로 산업을 육성하는 효과가 있느냐(괜히 돈만 쓰는 것 아니냐)에 대한 의문도 컸고요. 예컨대 오바마 행정부가 태양광 패널시장의 경쟁력을 되살리겠다며 5억3500만 달러의 대출 보증을 서줬지만 결국 2년 만에 파산했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 코퍼레이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특혜 의혹 등 많은 논란만 남김). ‘미국 기업이란 무엇인가’도 산업정책을 둘러싼 논란거리였는데요. ‘미국에 본사를 두지 않은 해외 기업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지원을 해주는 게 맞나?’를 두고 의견이 제각각이었던 겁니다 (물론 지금은 그 답이 ‘당연히 Yes’로 정리됨).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비제조업이 워낙 잘 나간 것도 제조업 일자리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빅테크나 투자은행(IB)처럼 공장이 없어도 막대한 돈을 버는(=고임금을 주는) 미국 기업이 엄청나게 커진 거죠. 반도체 산업에서도 ‘설계’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로만 고급인력이 쏠렸고요. 다시 말해 ‘제조업=급여와 수익성이 낮고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일’, ‘테크 기업=급여와 수익성이 높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자리잡은 건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10년 4월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구제금융 말고 스타트업’)의 한토막을 보시면 이런 선입견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보수가 좋은 일자리는 구제금융(구제금융 받는 제조업 중심 대기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나왔습니다. 스타트업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영감을 받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물론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앤드류 그로브 전 인텔 CEO가 2010년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을 보면 13년 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아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을 예로 들며 “우리는 마침내 대량생산 전기차를 목격하게 될 것인데, 미국은 30년 전 가전제품 제조를 중단하면서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잃었다”면서 “일자리를 내보낸 것뿐 아니라 일부 기술은 확장과 혁신이 모두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게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합니다. “제조업을 포기하면 미국은 미래 신흥 산업에 진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변화를 촉구했는데요. 물론 당시 실리콘밸리에선 한물 간 꼰대의 잔소리쯤으로 들렸을 겁니다.520억 달러? 턱도 없다!세계 질서가 달라졌고 이제 미국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제조업에 살길이 있다고 외칩니다. 중국에 경제적 패권을 빼길 수 있다는 공포심이 자극한 변화인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이렇게 말했죠. “수십 년 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일자리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첨단 제조업 일자리가 잘 돌아오고 있는 게 맞을까요? 미국 정부의 야심찬 목표가 과연 성공할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찮은데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겁니다. ‘미국은 이미 제조업 경쟁력을 잃었고 그걸 다시 되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그런 사례도 없다).’이와 관련해 가장 신뢰할 만한(경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발언자가 있죠. 바로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을 가진 반도체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 대만 TSMC 설립자 모리스 창입니다. 1931년생인 모리스 창은 미국에 대한 쓴소리도 가감없이 하는 걸로 유명한데요. 2022년 4월 그는 브루킹스연구소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왜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활이 어려운가’를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몇가지 꼽아보면요. ①미국엔 (좋은) 제조 인력이 없다=“반도체의 강점은 거의 전적으로 사람과 관련된 겁니다. 미국은 1950, 60, 70년대엔 이런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재들은 더 높은 임금의 직업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 MBA 졸업생은 GE나 IBM 같은 대기업에 다녔지만 이제 그들은 월스트리트나 컨설팅 회사로 갑니다.”②미국 생산비용은 너무 비싸다=”TSMC 오레곤 공장의 생산비용은 같은 제품이어도 대만보다 약 50% 더 비쌉니다. 25년 동안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비용 차이는 거의 똑같이 유지됐습니다.”③520억 달러 보조금으론 턱도 없다=“미국은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늘리는 건 낭비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무익한 일입니다. 그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습니다.”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과 만났을 때도 “미국 정부의 계획은 너무 순진하다”고 지적했다고 하죠. “미국이 많은 돈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해도 계속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뉴욕타임스가 얼마 전 TSMC 직원 11명을 인터뷰해 보도한 기사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전합니다. “미국 공장에 대한 TSMC 내부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높은 비용(TSMC는 미국 공장 건설 비용이 대만의 최소 4배가 될 거라고 밝혔음)과 함께 인사관리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지난해 TSMC를 떠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죠. “웨이퍼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닌 인사관리입니다. 미국인은 관리하기 가장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최악입니다.” 공장 자체야 만들긴 만들겠지만, 얼마나 사업성이 있겠느냐는 물음표라는 뜻인데요. 이와 관련해 참고로 할 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 파나소닉이 2017년부터 미국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테슬라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해왔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초기 몇 년 간 파나소닉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가장 문제는 근로자를 훈련시키고 장비에 적응시키는 일이었는데요. 파나소닉 관계자는 “미국 노동자 손이 너무 커서 아시아산 기계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배터리 산업도 이 정도인데, 정밀한 숙련도가 필요한 반도체는 더 말할 나위 없겠죠.물론 이를 미국 정부가 모르진 않습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얼마전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우리의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투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최소 5000억 달러의 민간의 추가 투자, 또 다른 하나는 반도체 관련 대학 졸업생 수를 10년 동안 3배로 늘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인데요. 그는 “케네디가 인간을 달에 보내는 임무를 발표한 후 10년 동안 물리학 박사의 수는 3배, 공학 박사의 수는 4배가 되었다”며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만만찮은 일이라는 뜻이겠죠. 그래서 결론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업 부활 계획은 아직 막 첫발을 뗀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이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고요. 과연 미국은 30년 넘게 잃은 첨단 반도체 제조업의 기반을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황에서 헛돈만 쓰고 말게 될까요. 미국 일이긴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미래 걸린 문제이다 보니 신경이 쓰입니다. By.딥다이브왜 미국은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잃었는지, 그걸 다시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를 정리해봤는데요. 워낙 긴 히스토리라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미국은 지난 40년 간 첨단 제조업에서 밀려났습니다. 이를 다시 되살리려는 산업정책은 시도도 하기 전에 비판에 부딪히거나 금세 좌절됐습니다. 금융과 빅테크 같은 산업이 미국에서 급부상한 것도 제조업의 위축을 가속화했습니다. ‘제조업 말고 돈 되는 스타트업을 키우자’는 논리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뒤늦게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이란 회의론이 만만찮죠. 부족한 인력과 과도한 비용, 낮은 생산성 등등. 허들이 보통 많은 게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5000억 달러의 추가 민간 투자+반도체 인력 3배 양성’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인데요. 아직은 말뿐인 단계. 과연 유례 없는 첨단 제조업의 부활은 가능하긴 할까요.*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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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지대’ 아닌 ‘단기 랠리’… 월가 족집게의 변심[딥다이브]

    지켜볼 게 많은 한 주의 시작입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12%, S&P500은 0.07% 상승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11% 하락했죠. 시장은 7일과 8일 각각 상∙하원 의회에 출석할 파월 미 연준 의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증시의 우려가 커지고 있죠. 동시에 이러다가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크게 올리면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걱정도 나오고요. 따라서 의회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느냐에 시장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걸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연준이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할지에 대한 희망과 공포 사이의 줄다리기에 빠져있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나올 2월 고용보고서 역시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난달 1월 고용데이터가 너무 좋게 나오면서 증시의 낙관론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던 거 기억하시죠? 1월 노동시장이 좋았던 게 계절적 요인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2월 데이터가 나와보면 이를 알 수 있겠죠. 블랙록은 투자전망 노트에서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되면 핵심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연준이 금리를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일단 조심스레 바람의 방향을 지켜보며 몸을 낮춰야 할 한주가 될 듯한데요. 정작 약세론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이번주 들어선 ‘단기 랠리’를 얘기합니다. 윌슨은 6일 낸 투자 메모에서 “주식시장은 베어마켓 랠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지난주의 중요한 테스트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는데요. 지난주 S&P500의 200일 이동평균선의 회복 탄력성이 그 근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국채수익률과 달러가치가 하락한다면 주가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니, 이 분 얼마 전까지 ‘죽음의 지대’를 얘기했던 분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하락을 말하고 있죠. 기업의 수익이 계속 악화되기 때문에 주식 랠리가 단기에 그칠 거란 건데요. 그는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과 수익추정치를 고려할 때, 많은 주식이 현재 보이는 나쁜 위험 보상이 반박되지 않는다(주가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란 뜻)”고도 말했습니다.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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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개발도 AI가 척척? 요즘 핫한 바이오 신기술[딥다이브]

    주식시장엔 ‘테마’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그 테마 관련 기업 주가가 (실적과 상관 없이) 움직이곤 하는데요. 지금 증시의 테마는? 단연 AI(인공지능)라 하겠습니다.새로운 테마가 뜨면 기존 테마는 인기가 시들해지곤 합니다. 지금 바이오가 바로 그런 경우이죠. 그래서 요즘 증시에선 ‘바이오 암흑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그런데 AI와 결합된 바이오라면? 어떤가요. 좀 솔깃하신가요? 오늘 딥다이브는 AI 신약 개발, 유전자 가위 같은 신기술을 포함한 바이오 시장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빅파마들, 앞다퉈 AI기업과 손잡다-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AI)이 정말 핫합니다. 그런데 바이오 쪽에서도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AI플랫폼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던데요. 어떤 식으로 AI와 바이오가 결합되는 건가요? “AI 로 바이오를 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단 분야의 AI가 있고, AI로 신약개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플랫폼이 있죠. 우선 AI를 이용해 영상 진단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데요. AI가 발현율을 확인해서 진단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나중에는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까지 AI가 하게 될 거라고 보고 있죠.최근 정부가 신약개발 관련 AI쪽에 2030년까지 2조2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AI가 신약개발을 할 때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면 바이오 회사들은 물질의 합성경로, 어떤 식으로 물질들이 서로 반응하는지, 이 물질이 어떤 부분에 붙고 발현하는지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어요. 큰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전임상이나 임상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죠. 데이터가 쌓인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면 ‘원하는 물질이 이런 거다’라고 넣었을 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주는 역할을 AI가 하는 겁니다. 원래 신약 개발이라는 게 기간도 엄청 길고 돈도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사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특히 후보 물질 단계에서 원래 3~4년이 걸렸다면 이걸 1년 정도로 줄여주게 되거든요. 코로나 때 보시면 아시겠지만 (백신을) 빨리 만든 회사들이 (시장을) 다 가져갔어요. 모더나, 화이자, 이런 회사들이 다 가져갔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미치는 거죠. ‘나도 빨리 만들었으면 내가 다 가져갔을 텐데’라고요. 그래서 2020년부터 빅파마들이 AI기업들과 개발계약이나 기술이전을 정말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기본이고요. AI 플랫폼 기업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빅파마 한 회사가 여러 AI 기업과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플랫폼 기업들이 다 같이 성장할 확률이 높죠. 그 중 대장인 한 회사만 잘 되고 나머지는 다 죽는 게 아니라 같이 크는 겁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이 국내에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신테카바이오가 있고요. 중외제약의 경우에도 C&C라는 일본 연구소랑 같이 플랫폼을 구축했던 게 있기 때문에 최근에 독일 머크와 원료의약품 합성 경로 관련해서 협력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슈퍼 컴퓨터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서 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원하는 후보 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확실히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그 기업들이 다 최근에 주가도 괜찮았어요. AI진단을 하는 기업은 유독 (주가가) 더 좋았고요. 루닛∙뷰노∙딥노이드 같은 회사들인데요. 루닛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기술력에서 인정을 받았었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AI 신약 개발 플랫폼 같은 경우에는 당장 계약을 하거나, 수출이나 납품을 하는 그런 아웃풋은 없기 때문에 (기업가치 상승엔) 조금은 더 걸릴 거라고 봅니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간을 2~3년 줄여준다면 엄청난 거네요. “시간뿐 아니라 돈도 정말 많이 아끼게 되니까요. AI가 바이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순위 1위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이유가 포함돼서 그렇게 반응하는 걸로 봅니다.”유전자 가위 신약이 올해 드디어 나온다-‘유전자 가위’라고 하죠. 유전자 편집 기술이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연구원님이 보시기엔 그 시장은 어떤가요? “사실 유전자 가위가 나온 지는 꽤 오래 됐어요. 저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웠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크리스퍼라는 가장 신세대 유전자 가위로 개발된 약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약이 올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로스퍼 테라퓨틱스에서 올해 상용화 가능성을 앞둔 파이프라인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좀 볼 만하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 정보를 내 마음대로 자르고 편집해서 내가 원하는 유전 정보를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효성은 잘 나올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설계한 대로 나오게 되니까요. 하지만 부작용이라든지 독성 이슈가 한 번씩 언급이 되고 있긴 합니다. 만약 올해 승인이 된다고 한다면 여태까지 나왔던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문제도 조금은 더 해결이 빨라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신약의 유효성이 매우 높다는 건 상당한 강점이네요.“유전자 가위로 개발한 것들의 초기 임상 데이터 보면 반응률이 80~90%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궁극적으로는 정말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특히 mRNA(메신저 RNA)나 세포치료제와도 다 접목이 되거든요. 앞으로 그런 기술 접목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기술이라고 봅니다.”여전히 대세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바이오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에 대해 좀 여쭤볼게요. 요즘 워낙 금리도 많이 오르고 성장주 전망이 썩 좋지 않다 보니 바이오주 주가는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지금 어떤 국면인가요?“금리 리스크가 계속 대두되다 보니 바이오엔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럼 성장주가 다 안 좋냐?’라고 한다면 요즘 우리나라에선 바이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성장주가 나오고 있습니다. 2차 전지부터 미디어, 엔터까지 다 성장주로 언급되는데요. 이제 ‘AI나 이런 것들이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와중에 굳이 바이오를 사야 되냐’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많다면 다른 테마를 선택하겠다는 거죠.사실 제약∙바이오주가 역사적으로 3년 이상 쉬었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이 쉬었으니까) 이제 올해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건 과거 코로나가 없었을 때, 성장주가 많이 없었을 때 얘기이고,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올해 바이오주가 가려면 글로벌리 약이 없는 분야에서 신약이 나오거나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붐이 생겨나야 할 겁니다. 어쨌든 지금 바닥을 다진 것은 맞고요. 중장기적으로 1년 이상 바이오를 투자하고 싶다라고 한다면 지금이 그때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업황이 아무래도 중요하겠는데요. 연구원님은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대세 트렌드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라고 보셨더라고요. 그런데 항암제라는 건 무수히 많이 이미 개발돼있잖아요. 그럼에도 항암제가 여전히 가장 많이 투자되는 유망한 분야인 이유는 뭘까요. “작년에도 FDA 승인 신약 중에 항암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제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되고, 라이센스 계약도 항암제에서 제일 많이 일어나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암은 대부분 내성과 변이가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도 많은 약이 있지만 여전히 암종 100개 중에서 반 정도밖에 케어가 안 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반은 새롭게 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는 내성과 변이가 생겼을 때 그 다음 단계의 항암제가 필요하고요. 암은 완치율이 낮다 보니까 달고 사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걸 고려했을 때 새로운 기전을 접목시킨 항암제가 대세입니다.”-지난달이었죠.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아서 이제 드디어 알츠하이머를 약으로 치료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했는데요. 뇌질환 치료제도 상당히 유망한 시장이라고요? “뇌 질환은 오랜 기간 약이라고 할 만한 의약품이 없었어요. 작년 승인됐던 아두카누맙은 실패한 약으로 불리고요. 레카네맙도 아밀로이드 베트만을 타깃하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제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뇌질환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완치가 안 되다 보니까 시장이 정말 커질 수밖에 없는 분야인 거죠. 약이 없다는 건 경쟁 신약이 없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제 나한테도 기회가 있겠구나’라고 기대를 하는 기업들이 되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십 년 동안 실패를 했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요. 레카네맙이 나왔지만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레카네맙이 승인되면서 시장이 열렸구나’하고 자기들이 더 신나는 상황이 보입니다.”-여전히 치매 치료제 신약 개발을 계속 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나와서 시장이 더 커지겠군요. “아밀로이드 베타만으로는 알츠하이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걸 대부분 다 알고 있어요.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대부분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 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요. 또 여전히 미세출혈 같은 부작용이 심한데요. 부작용을 줄이려면 약 용량을 줄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기술을 접목시켜서 뇌 투과도를 높인다든지, 아니면 약 자체를 잘 만들어 부작용을 줄인다든지 하는 방식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그쪽 방면의 연구 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항암제나 뇌질환 치료제 쪽으로 유망하게 보는 기업이 있을까요? “뇌질환을 하는 국내 기업은 많진 않은데요. ABL바이오 같은 경우에는 사노피라는 빅파마와 큰 딜이 있었고 파킨슨 치료제의 임상 1상을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됐고요. 아무래도 치료제가 나오면 진단 시장이 열립니다. 따라서 혈액 진단 하는 피플바이오도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경우엔 기전도 너무 다양하고, 타깃하는 부분도 다양합니다. 세포치료제 쪽이 요즘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NK세포라는 면역 세포를 이용한 기업들도 좀 관심을 많이 받았고요. 최근엔 우리나라가 간암 쪽을 잘한다고 해서 HLB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많은 분들이 항암제 관련 기업을 좋아하는데, 선호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세포치료제도 있고, 유전자 치료제도 있고. 항암제 시장이 너무 크다 보니 그렇죠.”바닥 맴도는 바이오주, 볕들 날은?-바이오주 투자법도 좀 여쭤볼게요. 아까도 중장기적으로 보라고 얘기하셨는데요. 어떤 식으로 종목을 선별해야 할지도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만약 단기적으로 볼 거라면 학회 임상 이벤트나 출시 이벤트가 몇 달 안에 있을 때 그런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이 회사가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어야 겠죠. 사실 요즘 바이오에선 가장 핫한 테마가 AI랑 탈모예요. 탈모 화장품 하는 회사들이 최근 주가가 엄청 좋았습니다. 대부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거나 승인이 난 지 얼마 안 됐거나 하는 이벤트가 있던 상황이에요. 그런 것도 만약 잘 될 거란 믿음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겠고요. 그런 돈 버는 회사가 아닌 바이오텍(신약개발을 하는 회사들) 경우엔 어차피 지금 거의 다 주가가 내려와있습니다. 그 중에서 좋은 딜, 즉 우리가 아는 큰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했는데 선급금(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계약금) 비율이 높다든지, 아니면 계약 상대방이 엄청나게 유명하다든지 하면 그 회사가 괜찮다는 걸 이미 빅파마들이 인정해준 거잖아요. 그런 회사들은 지금 좀 볼 만하지 않나 합니다. 그 외엔 실적이 작년에도 좋았는데 계속 주가가 안 좋은 제약사들이 있어요. 지금 국내 제약사가 해외보다 많이 싸진 상황인데요.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이 없거든요. 그렇게 밸류에이션이 싼 기업은 지금 사 놓으면 나중에 리레이팅 될 때 같이 갈 확률이 높습니다. 너무 돈이 없는 회사들은 그냥 안 보시는 게 나아요. 자금 조달 이슈가 있으면 어차피 빠지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하방을 막아줄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임상에 몰빵한 바이오텍을 본다면, 그 임상이 중간에 조금이라도 잘 안 나오게 되면 급락할 수 있습니다.”-마지막으로 바이오 산업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지금 바이오가 테마가 아닐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봅니다. 제약 바이오는 우리 건강과 직결된 유일한 섹터이고, 우리 정부도 슬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니까요. 한번쯤 다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바이오 회사들이 기술력이 없다기보다는 경영자들이 리스크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런 부분이 올해는 걸러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검증된 회사들, 아니면 실적 괜찮은데 주가가 싼 회사는 ‘Why not?’인 거죠.” By.딥다이브요즘 AI 기술을 이용해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보이는데요. 데이터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주는 데 이미 AI가 이용되고 있다니 기대됩니다. 다만 아직 그 이후 신약 개발 과정(전임상, 임상 등)은 사람의 몫이니, AI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겠죠.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핫한 기술로 인공지능(AI)이 꼽힙니다. AI를 이용한 영상 진단과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주는 AI 플랫폼이 주목 받고 있죠.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신약도 올해 나올 전망입니다. 유효성을 크게 높이는 이 기술은 앞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여전히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의 FDA 승인으로 이 분야 후발 주자들은 ‘드디어 시장이 열렸다’고 환호합니다. 국내 바이오 투자심리는 많이 냉각돼있고 주가도 썩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빅파마가 인정한 기업,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을 골라낼 때입니다. *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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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에 내몰린 아베노믹스… 금융완화 ‘출구’ 못 찾는 日[글로벌 포커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 운영위원회. 세계 3위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의 새 사령탑 일성(一聲)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 후보가 한국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해당하는 ‘소신 청취’에 나선 자리였다. 엔화는 세계 외환 거래량의 16.7%(2022년 국제결제은행 기준·총합계 200%)를 차지하며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고 있다. 우에다 후보는 일본 금융완화에 대해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경제와 물가 정세를 고려하면 필요하고 적절한 방법이다. 기업 수익과 고용 상황 개선에 공헌했고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제로금리 및 ‘수익률 곡선 통제(YCC·중앙은행이 장기금리 목표치를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 및 매도하는 정책)’를 통한 ‘돈 풀기’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완화와 확장 재정을 축으로 한 경기 부양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당장 끝내지 않겠다는 우에다 후보의 언급에 한때 엔화 환율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취임 이후에도 끝이 보이지 않던 일본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갈림길에 섰다. 차기 총재는 ‘현상 유지’를 할 뜻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움츠러들었던 일본 가계, 기업의 경제 심리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초(超)저금리 장기화로 경제의 신진대사 기능이 망가지고 나라 살림이 지나치게 방만해졌다는 비판이 크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짊어진 채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일본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국가 지출의 팽창이 예상되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된다.● ‘돈 풀기’로 시장 부양해온 아베노믹스 정부 입김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의 독립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 1월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키는 금리 인상 같은 조치가 인기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은 예외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하자마자 이듬해 1월 일본은행과 공동성명을 냈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지속적 경제 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 제휴’라는 이 공동성명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 조기 실현을 목표로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2013년 4월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총재는 “대담한 금융완화 지속에 대한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디플레이션 해소의 책임은 일본은행에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지휘자를 자처했다. 대담한 금융정책, 기민한 재정정책, 민간 투자를 이끄는 성장 전략. 아베노믹스의 기둥인 ‘3개의 화살’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이 투자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재취임 2개월 만인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해 “아임 백(I′m back). 일본도 그래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1970, 80년대 잘나갔던 일본 경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였다. 아베노믹스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즉각 나타났다. 2011년 달러당 75엔이었던 환율은 2013년 125엔까지 올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엔화를 풀면서 나타난 ‘기대 섞인 엔저’에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2012년 12월 1만80엔이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013년 말 1만6291엔으로 1년 만에 60% 넘게 뛰며 1980년대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잃어버린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되찾았다”(일본상공회의소) “결과적으로 안정적 경제 운영을 통해 매우 큰 이바지를 했다”(일본 경단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노믹스, 생산성에 심각한 악영향”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엔화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구로다 총재 전임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가 2013년 퇴임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던진 작심 비판이다. 당시만 해도 ‘떠나는 자의 뒤끝’ 정도로 보는 평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미래를 예언한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물가 상승, 경제 성장 모두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미미했다. 금융완화가 10년 이상 지속되면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해진다”고 당시의 판단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스스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호경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 경제는 일부 숫자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성공한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오르지 않았다. 10년간 지속된 금융완화에도 2%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2번에 불과했다. 아베 전 총리 퇴임 1년 전인 2019년 일본은행이 공표한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염원했던 물가 상승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투자 자금이 기업 투자 및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본격화된 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현상에 따른 수입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 컸다. 애초에 진단이 틀렸다는 비판도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얼어붙은 경제 심리, 기업들의 혁신 실패, 저출산 고령화 장기화, 이에 따른 내수 수요 감소 등 악순환의 결과물이 물가 정체인데,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고질병을 방치한 채 돈만 풀다 보니 침체 탈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조사통계국장을 지낸 하야카와 히데오 도쿄재단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이들은) 디플레이션을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본다. 디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침체했으니 물가를 올리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인데, 대부분의 학자는 디플레이션을 결과로 여긴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日銀 총재, 정책 변화 가능성 열어둬 우에다 후보는 국회 답변에서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다. 그는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장 금리에 손을 대는 정책에 대해 “다양한 부작용을 부정할 수 없다”며 “무엇이 가능할지, 여러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걸 말하는 건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의 수정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 인상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미국,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것이지만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2021년 기준 3만9711달러)인 평균 임금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단체인 렌고는 올해 임금협상 지침으로 기본급 3% 인상을 요구해 28년 만에 최고 수준을 표명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임금을 최대 40%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닌텐도(10%), 산토리홀딩스(6%), 도요타자동차 등도 일제히 임금 인상에 나섰다.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를 끝내는 조건 중 하나로 임금 인상률 3% 달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로 나갈 여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지금 일본의 임금 인상은 경기 활성화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생활물가 상승에 따라 근로자 생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것”이라며 “임금 인상 분위기가 중소기업 전체로 퍼질지, 임금 상승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한 여건도 여전히 갖춰지지 못했다.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262.5%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채의 50.3%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선 기업의 3분의 2가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다. 금리를 조금만 건드려도 가계, 기업, 정부 3주체의 부담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비정상적 총동원 체제에 나섰던 1940년대 중반 국가 부채 비율이 200% 정도였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3년 뒤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하는 3조7000억 엔(약 36조 원) 늘어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규모 빚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의 현실을 남의 일로 보기에는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현실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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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 신차 왜 안 보여? 테슬라 주가 급락[딥다이브]

    긴축 공포에 시달려온 뉴욕증시가 모처럼 반등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했죠. 다우지수 1.05%, S&P500 0.76%, 나스닥지수 0.73% 상승. 썩 좋은 뉴스가 없던 이날 증시에 한줄기 빛을 비춰준 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3월 FOMC와 관련해 “확실히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한다(firmly in favor of sticking with quarter-point hikes)”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선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는데, 이런 우려를 잠재우는 발언이었죠. 덕분에 국채금리가 뛰고(10년물 금리 장중 4.091% 찍음) 고용지표가 뜨거운(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2000건 감소) 가운데에도 뉴욕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습니다.전날(1일) ‘투자자의 날’ 이벤트를 펼쳤던 테슬라는 이날 증시의 오랜 격언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라는 격언 말이죠. 3일 테슬라 주가는 5.85% 하락한 190.9달러로 마감했는데요. 모두가 기대했던 신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이 컸습니다. 소문 무성했던 모델2(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신모델) 관련 계획이 짠하고 나오길 기대했는데 말이죠. 물론 아주 작은 힌트는 있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이미지에 두 대의 미스테리 차량이 등장(아래 사진 오른쪽)했는데요. 하나는 좀 작은 승용차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상업용 트럭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더 작은 게 모델2?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에서 ‘마스터 플랜’을 공개하긴 했습니다. 거기엔 기존 그리드에 재생 가능 전력 추가, 더 많은 전기 자동차 생산, 가정과 건물에 열 펌프 설치, 산업 응용 분야에 고온 열 전달 및 수소 사용, 지속 가능한 연료 비행기 및 보트 제작 같은 것이 포함됐습니다. 전기차 제조공정을 개선해 차세대 차량의 조립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도 했고요. 질의응답에선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는다는 것도 확인해줬죠. 하지만 멀린 인베스터 창업자 휘도 페트렐리 말대로 “테슬라 ‘투자자의 날’의 가장 큰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테슬라 투자자의 날 여파로 이날 반도체 기업인 온세미컨덕터(-1.89%), 울프스피드(-6.98%),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2.43%)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테슬라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콜린 캠벨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를 75% 적게 사용할 거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고효율, 고성능,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거죠. 테슬라는 자동차 성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를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는 법을 알아냈다고 설명하는데요. 당연히 테슬라 공급업체인 반도체 회사들엔 썩 좋지 않은 뉴스입니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에 대해 “(테슬라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기술 발전은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다만 “저렴한 반도체가 전기차 채택을 촉진한다면 공급업체가 더 많은 전기차 볼륨으로 (이익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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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이 드디어 오른다…인플레가 축복인 일본[딥다이브]

    인플레이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생필품 물가 급등, 그리고 이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까지. 내 계좌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 나라가 없겠지만, 유독 이 나라 경제엔 지금이 격동의 시기로 보입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거의 30년 동안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씨름해온 일본에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뚝 떨어어져 내려온 건데요. 일본은 경제활동 인구 상당수가 이런 ‘물가 상승’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하죠. 도대체 이 인플레이션이 일본경제에 선물이 될지, 폭탄이 될지. 일본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딥다이브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4% 넘게 오른 물가, 얼마 만이야!일본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난리일까요. 1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무려 전년 동월보다 무려 4.2%나 뛰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9.1%(2022년 7월), 한국은 6.3%(2022년 1월)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그게 뭐 대수냐고요? 4.2%이면 일본에선 무려 4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니까요. 중동 2차 석유파동으로 원유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던 1981년 9월 이후 최고라고 합니다.그동안 일본에서 물가가 2% 넘게 오르는 건 소비세율을 인상했던 2014년 정도 말고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는데요. 지금의 인플레는 세금 때문에 반짝 가격을 올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원자재 가격이 전부 다 오르니 기업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이를 순차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고 있는 겁니다. 2월 들어 가격 인상을 발표한 품목들을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도토루 ‘블렌드커피(S사이즈)’ 224엔→250엔산요식품 ‘삿포로 이치반 미소라면’ 133엔→147엔히사미츠제약 ‘살롱 패스(40장)’ 540엔→595엔야쿠르트 ‘매일 기쁜 케일의 녹즙’ 1810엔→1950엔모리나가유업 ‘홋카이도 버터’ 410엔→460엔이밖에 TV∙게임기(엑스박스)∙택배요금이 이미 올랐고, 전기요금과 철도요금은 4월부터 오른다고 예고돼있죠. 정말 안 오르는 게 없습니다. 다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을 정점으로 꺾일 거란 전망이 많은데요. ‘기저효과’ 때문이겠죠. SMBC 닛코 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아마 1월에 정점을 찍겠지만, 당분간 일본은행 목표치인 2% 이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즉, 물가 수준 자체는 더 높아질 거란 뜻. 기본급 오른다. 저임금 탈출 시동!물가가 이렇게 오르면서 일본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임금 인상입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기본급을 대폭 올려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임금이 점점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버블이 꺼진 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임금은 제자리 수준이었죠. 일본의 임금은 ‘기본급+정기승급분’으로 구성되는데요. 기업들은 설사 임금을 올리더라도 정기승급분만 조금 올리고 기본급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일본 근로자의 평균근로자 임금 수준은 G7 중 최하위(2021년 기준 3만9711달러)이자 한국(4만2747달러)에도 못 미치는데요. 일본 임금이 안 올랐던 이유를 설명하자면 끝이 없어서(종신고용 문화, 낮은 생산성, 기업의 과도한 내부유보금, 노조세력 약화, 기업의 혁신 부재 등등) 일단 넘어가고요. 확실한 건 2013년부터 아베 전 총리가 기업에 대놓고 ‘기본급을 올리라’고 주문했음에도(노조와 기업의 협상인 ‘춘투’에 빗대서 이걸 ‘관제 춘투’라고 부름) 임금은 거의 꿈쩍도 안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낮은 임금→소비 침체→기업 성장 부진’이란 악순환에 빠져있었죠.그런데 물가가 뛰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물가가 치솟는데 임금은 제자리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되니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근로자들 입장에선 생활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게 될 판이죠. 이에 임금 상승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일본노총이 올해 임금협상용으로 요구한 게 기본급 3% 인상(정기승급분까지 포함하면 5% 안팎 인상)입니다. 1995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하죠. 그리고 큰 기업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임금인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달 일본 직원 임금을 최대 40%까지 올린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죠. 신입사원 월급은 25만5000엔(240만원)에서 30만 엔(282만원), 신임 점장 월급은 29만 엔(273만원)에서 39만 엔(367만원)으로 올린다는 발표였습니다. 이런 전면적인 임금 인상은 20년 만에 처음이었죠. 다른 기업도 속속 임금인상을 선언했는데요. 닌텐도는 급여 10% 인상을 발표했고요. 주류회사 산토리홀딩스도 기본급 6% 인상 계획을 밝혔습니다. 토요타는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죠(구체적 금액은 미공개). 이에 혼다도 전체임금(기본급+정기승급)을 5% 인상해달라는 노조 요구를 전면 수용했고요. 보통 기업들이 노조와 협상 끝에 3월 중순에나 최종 임금 인상률을 발표하는데, 지금은 그냥 협상 시작하자마자 올려주는 분위기.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순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슈퍼마켓∙편의점 그룹인 이온(Aeon)은 40만명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평균임금을 7%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했죠. 전례 없는 조치라는데요.지표 상으로도 1월 명목 임금은 1년 전보다 4.8% 올라 1997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임금 인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데요. 그동안 그렇게 정부가 기업을 쪼고 중앙은행이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어도 이루지 못했던 ‘임금인상을 수반한 물가상승’이 드디어 현실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지도?물론 늘 그렇듯이 많은 경제학자들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실질 임금 상승세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면 개인 소비에 순풍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기우치 다카히네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고 보는 거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일본상공회의소 이시다 도루 회장은 “중소기업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들은 임금인상 압력을 받고 있지만 자금이 많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일본은행 통화정책을 바꿀까?일본 기업의 올해 임금인상 움직임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이를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수로 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하자면 ‘일본 노조와 기업간 연례 협상이 노동자 자신을 넘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올해 결과는 채권 투자자, 주식거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현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완화정책을 끝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3%의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 있죠. 달리 말해 지금 분위기대로 임금 인상이 실제 이뤄진다면, ‘통화정책 정상화’라 부르는 새로운 영역으로 일본은행이 진입할 수 있는 셈입니다. 잠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2016년부터 줄곧 마이너스(-0.1%)인 건 잘 아실 겁니다. 다른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다 올리면서 이제 일본은 세계 유일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국가로 남아있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국채 대량 매입(일본은행이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함),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위험자산 구매(상장된 ETF 자산의 50% 이상을 일본은행이 소유), 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국채 10년물 금리를 0.5% 이하로 통제) 같은 정책이 복잡하게 결합돼 있습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후지이 아키오 논설실장이 알기 어렵다고 칼럼에서 밝혔으니, 정말 어려운 게 맞습니다.)20년 넘게 이어온 무지막지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대규모 경기부양 프로그램)의 방향을 일본은행이 과연 언제나 틀 수 있을지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사인데요. 이번에 일본은행 총재가 새로 임명되면서 그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입니다. 4월 취임할 새 일본은행 총재는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입니다. 일본은행과 재무부 관료 출신이 번갈아 맡던 총재직에 경제학자가 지명됐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띄는데요(예전과 뭔가 달라질 조짐?).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이념보다 경제상황에 따라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물로 평가되죠. 지난 24일 의회에 출석한 우에다 총재 후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는 지금의 4% 인플레이션율을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수요 강도 때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고요. 이어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지만 경제∙물가 정세를 고려하면 (현재의 금융완화가) 필요하고 적절한 수법”이라면서도 “2% 물가 목표 실현이 예상되는 경우엔 금융정책 정상화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봐 가면서 서서히 정책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인 건데요. 특히 일부 정책(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에 대해서는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현재까진 “매우 균형잡힌 발언이었다. 일본은행이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화완화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아다치 마사미치 UBS 이코노미스트)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매일 점심을 위해 편의점에서 사는 도시락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450엔에서 500엔 이상으로 올랐다”라고 의회에서 밝힌, 71세의 경제학자 출신의 새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가즈오를 당분간 주목하셔야 하겠습니다.일본 떠난 투자자금, 다시 유턴 중여기까지 읽고 나서 이렇게 반응할 독자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오르고, 그래서 일본 통화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내가 영향 받을 일은 없지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나비효과처럼 파장을 일으켜 내 자산에까지 영향 줄 수 있는 이슈입니다. 단순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거죠. 지난해 12월 20일로 잠깐 돌아가 볼까요. 일본은행이 원래 0.25%로 묶었던 10년물 국채금리 상단을 0.5%로 높였습니다.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갑자기 한발짝 물러나는 ‘서프라이즈’였죠. 한마디로 일본의 시장금리가 상승한다는 신호가 나온 겁니다. 이에 당시 엔화가치가 치솟고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쳤죠. 이미 국채금리 상단을 한번 올린 일본은행. 다음엔 어떤 조치를 내놓게 될까요? 아예 상한선 제한을 없애지 않을까요? 시장에선 이미 그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주루 카토 토탄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올 여름까지 이 조치(수익률 곡선 통제)를 완전히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금리에 실망해서 일본을 떠났던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유턴할 거라고 합니다. 금리만 높다면 굳이 해외투자 안하고 일본 국채에 투자하려 할 거라는 거죠. 이런 움직임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이미 1860억 달러(25조엔)의 해외 채권을 처분해서 현금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는데요. 마침 엔화가치가 바닥이라고 보고 미리 엔화로 바꿔놓고 향후에 일본 국채 살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겁니다.일본 입장에서는 빠져나갔던 돈이 다시 돌아오는 거지만, 다른 나라 입장에선 자본시장을 받쳐왔던 일본 자금이 이탈하는 셈이죠. 호주∙뉴질랜드나 서유럽처럼 채권시장에서 일본 투자자 비중이 큰 지역은 긴장하고 있는데요. 아울러 투자자들이 외화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꾸면 엔화는 강세를 띠게 됩니다. ‘엔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거죠(일본 여행이 점점 비싸질지도). 아직 좀 이른 듯 하지만 일본 주식이 매력도가 높아질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사이멘 에딜스텐 아르테미스 펀드매니저(글로벌 셀렉트 펀드를 운용)는 FT 기고문에서 “일본은 초저금리에서 마침내 벗어날 거고, 엔화강세는 일본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면서 “일본(주식)에 내 펀드 자금의 12%가 있다(꽤 많다는 뜻)”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리가 약간만 더 높아지면 이익마진이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며 일본 은행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때, 인플레이션 덕을 보게 생겼다며 웃고 있는 일본.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일본 경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확실히 밝아졌네요. 올 한해는 일본을 관심 있게 지켜볼까 합니다. By. 딥다이브 전환점에 놓인 일본 경제 이야기, 잘 보셨나요? 그렇게 정부와 중앙은행이 안간힘 써도 오르지 않던 물가가 외부 변수에 따라 급등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게 흥미로운데요. 모처럼의 기회를 과연 일본이 살릴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기사에 다 담진 못했지만 그러려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꼭 필요하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하자, 기업들은 잇따라 큰폭의 임금 인상을 발표 중입니다. ‘임금 인상을 수반한 물가 상승’ 현상이 드디어 일본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임금 인상은 일본은행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중앙은행의 돈풀기 정책이 올해엔 바뀔 수 있을까요. 학자 출신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을 앞두면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기대감은 더 높아집니다. 금융시장에선 벌써부터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 중입니다. 저금리에 지쳐 해외로 떠났던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을 팔고 엔화 현금을 모으고 있죠. 전 세계 채권시장에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엔화 강세가 가져올 금융시장의 영향도 주시해야 합니다. *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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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주가 다시 뛴다고? “전형적인 ‘에코 버블’”[딥다이브]

    뉴욕증시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다우지수 0.22%, S&P500 0.31%, 나스닥지수 0.63% 상승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요. 지난 주는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빠지면서 ‘올해 최악의 한 주’를 보냈었죠. 이에 월요일 장 초반부터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입니다. 엇갈린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월 내구재 주문은 전달보다 4.5% 급감해 예상(-4%)보다 부진했는데요. 언뜻 보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는 신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잉 여객기 수주가 지난해 12월 급증했다가 지난달 줄어들어서 생긴 착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1월 미국의 주택판매(매매계약 체결 기준)는 8.1%나 증가한 걸로 나왔는데요. 월가 예상치(0.9%)를 큰 폭으로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11월 7%를 넘어갔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후 1%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내려갈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지금의 반등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만만찮습니다.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인 루치르 샤르마 역시 그 중 한명입니다. 그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올해 1월의 반등장이 전형적인 ‘에코 버블(메아리 거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에코 버블은 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지 않고 다시 작은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깨지는 걸 가리키는데요. 샤르마 회장은 “거품은 작년 말 터졌고 우리는 방금 첫번째 에코 버블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금리 인상이 곧 끌날 거란 기대감에 가상자산과 기술주가 올해 초 반등했던 것이 모두 에코 버블일 뿐이란 거죠. 에코 버블에서 투자자들은 이미 한차례 큰 버블을 만든 아이디어(기술주 투자)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점차 사라지고, 연속적인 실망이 믿음을 죽일 때까지 계속된다”고 그는 설명했죠. 역사적으로 큰 거품이 꺼질 땐 최대 4개의 에코 버블(최소 20% 급등)이 발생하면서 긴 하락기를 거쳤다는데요. 예를 들어 2000~2002년 닷컴 버블이 꺼질 땐 총 3개의 에코 버블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큰 건 나스닥지수의 거의 50% 상승을 이끌기도 했죠. 그러나 거품은 결국 모두 꺼졌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주가 다시 그 직전 최고점으로 돌아가는 데는 14년이나 걸렸습니다. 일부 자산(예-1989년 일본주식)은 아직도 버블 시절 정점을 되찾지 못했고요. 샤르마 회장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술주 컴백에 대한 희망의 소리는 익숙한 에코 버블”이라고 경고합니다. 동시에 “역사는 지난 10년 동안 거품에 휩싸이지 않은 부문과 주식에서 돈을 벌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걸 시사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한번 꺼진 버블은 쉽게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가짜 희망에 휘둘리지 말고 다음 번 주도주를 찾으라는 조언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자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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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도적 테슬라, 혁신의 비야디, 진심인 현대차[딥다이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주식. 뭔지 바로 아시겠나요? 무려 117억 달러(약 15조2700억원, 20일 기준)어치를 보유 중인 테슬라입니다. 2위 종목(애플, 48억 달러)과의 차이가 상당하죠. 오죽하면 테슬라 주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테슬람’이란 말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이 테슬라 주가가 지난해 말엔 무섭게 곤두박질치더니, 올해 들어서는 지난주까지 100% 넘게 올랐습니다. 이번주 들어서는 다시 주춤하고 있고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는데요.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긴 시각에서 테슬라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구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 기업 얘기도요. 10년째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전략산업분석팀장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테슬라가 압도적인 이유-작년 말에는 테슬라 차가 잘 안 팔린다며 주가가 엄청 빠졌는데, 올해 들어서는 폭등했습니다. 일론머스크 CEO가 말한 대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보기 때문이려나요? “첫 번째로 지난해 주가가 너무 많이 하락했습니다. 당시 금리 상승 우려도 있었고, 중국시장 판매가 줄면서 과매도 영역에 들어갔었죠. 한때 주당 40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2021년 11월 5일 407.36달러)가 100달러까지 빠졌으니까(2023년 1월 3일 108.1달러) 4분의 1 토막 났거든요. 그래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졌다(싸졌다)는 점, 이게 첫번째로 작용했고요. 두 번째는 말씀하신 것처럼 테슬라가 올해 1월 급격하게 판매가격을 인하했죠. 모델Y는 20% 정도까지 인하했는데, 사실 가격인하가 좋은 시그널은 아닙니다. 그런데 시장에선 ‘지금 경쟁사를 봤을 때 테슬라만큼 원가경쟁력 있는 메이커가 없다. 이렇게 가격 인하를 할 때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결국 테슬라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테슬라 시장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테슬라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이 드러난 거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모멘텀이 생겼습니다.”-포드도 전기차 F-150 라이트닝 가격을 인하했죠. 전기차 시장에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나오는데요. 사실 테슬라는 수익성이 높으니까 가격을 내릴 수있지만 다른 데는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적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 인하 전쟁이 불붙으면 결국 테슬라가 승리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현재 상황에서 일단 다른 메이커들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테슬라 모델3나 모델Y는 코로나 기간 동안 급격하게 가격을 올렸거든요. 60~70%나 올린 상태여서 가격을 내릴 여력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가격대가 훨씬 더 낮기 때문에 아직까진 가격으로 승부볼 필요는 없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완성차들, 현대기아차나 GM, 포드가 전혀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냐? 그렇진 않습니다. 작년에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죠.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기차에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설사 치킨게임을 한다고 해도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밀릴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관심 갖는 건 ‘결국 누가 제조 경쟁력을 가져가느냐’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전문 업체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는 제조공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차를 생각하던 방식에 조금 변형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요.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차량을 생산합니다. 전기차 전용공장 효율성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죠. 가격을 인하해서 누가 점유율을 더 가져가느냐는 건 매우 일시적인 이슈입니다. 사실은 근본적인 제조 경쟁력이 높아서 가격을 깎을 수 있는 거라면, 이건 지속적인 경쟁우위로 봐야 합니다. 테슬라가 그 부분에서 차별화됐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게 맞죠.”-테슬라는 차량의 외관을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바꾸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새 차가 된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러면 제조 효율성은 확실히 높아지겠지만 ‘신차효과’는 별로 없지 않나요?“테슬라는 기존 모델 업그레이드 대신 새롭게 나올 신차가 많죠. 사이버트럭이나 세미트레일러가 있고, 모델3보다 아래급인 더 싼 전기차를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하기엔 캐파(생산능력)이 부족해서 신차에 집중하다보니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던 거고요. 앞으로는 기존 모델,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X 같은 차량도 순차적으로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하게 될 겁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사실 테슬라가 굉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최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그걸 따라하려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그림이 예상됩니다.” -테슬라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는 거네요. 테슬라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가진 압도적인 경쟁력이 자율주행이라고 얘기합니다. 기술도 좋을 뿐 아니라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서 몇 년 뒤엔 어디도 따라올 수 없게 될 거라는데요. 팀장님도 동의하시나요? “테슬라의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능력은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슬라가 북미 지역에서 FSD(완전자율주행)를 사용하는 차량이 40만 대 정도라고 공개했죠. 이 차량들이 매일 FSD를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지고 머신러닝 방식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구글 웨이모나 GM 크루즈는 미국에서 테스트하는 차량이 각각 1000대, 300대 정도밖에 안 됩니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거죠. 그러면 데이터 축적 속도가 차이가 엄청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또 테슬라의 명성 때문에 전 세계 최고 수준 AI 기술자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도조(Dojo)라는 슈퍼컴퓨터로 머신러닝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 인력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가속화하고 있죠. 만약 자율주행 기술이 된다고 한다면 테슬라가 가장 먼저 완성도 높은 기술을 선보일 거라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굉장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테슬라조차 2025년 정도 단기간 내에 완성도 높은 기술을 가져오긴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오토파일럿 기술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조사를 진행했죠. 사람 목숨과 관련된 부분이라 굉장히 까다롭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테슬라가 (기술력으로는) 1순위이지만, 기술을 장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중국 전기차가 위협적이라고?-올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니까 신차 수요가 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반대로 반도체 공급난이 풀리면서 오히려 더 늘어날 거란 얘기도 있더라고요. 전체 신차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세요? 전기차 시장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하겠지요?“올해 글로벌 신차 시장은 지난해 대비 약 4~5% 정도 성장할 걸로 예상합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 워낙 대기 수요가 많이 누적됐기 때문에 올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차 판매는 성장을 할 걸로 보입니다. 다만 변수는 경기침체 강도인데요. 연초 분위기를 보면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몇 가지 변수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보조금 축소가 있습니다. 중국은 작년까지 고성능 전기차 1대당 1만3500위안(255만원)의 보조금을 줬는데 올해부터 이게 0이 됐습니다. 보조금을 더 이상 주지 않죠. 유럽에서도 독일이나 프랑스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수요 위축이 1월달에 조금 나타났어요. 하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죠.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 영향인데요. 전기차 판매가 유럽이나 중국에선 조금 둔화되고 미국은 빠르게 늘어나는 그림인 겁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올해 전기차 시장은 그래도 지난해보다 40~50% 정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이 자동차 수출로 독일을 뛰어넘어 세계 2위 국가가 되었다고 하죠.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을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고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전기차 하면 ‘그게 품질이 좋겠어?’라고 하는 분들이 많긴 합니다. 팀장님은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중국 전기차 메이커의 경쟁력은 굉장히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이유는 우선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이 중국입니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는 거의 500만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면 800만 대 정도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거든요. 중국 현지 제조사들의 제조 노하우, 기술개발 노하우, 밸류 체인이 갖춰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도 이미 많이 기술 격차를 좁혔는데, 전기차에서는 거의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같은 새로운 제품의 경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얼리어답터들이 제품을 구매하죠. 지금 같은 경우엔 이 단계를 넘어서 확산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때부터는 가격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가격과 함께 제품 품질과 신뢰도 같은 종합적인 성능을 보기 시작하죠. 그런데 지금 중국만큼 전기차를 싸게 만들 수 있는 메이커들이 없어요. 중국이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습니다. 작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게 된 것도 결국 싼 가격을 무기로 한 거죠. 올해부터는 중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더 이상 안 나오기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수출이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이)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얼마 전 미국이 도입한 IRA 경우에도 한국∙일본∙유럽 업체도 피해를 입었지만 사실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굉장히 강합니다. 중국에서 만든 값싼 전기차가 미국으로 못 들어오게 견제장치인 거죠. 한국도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몇 가지 바뀌었습니다. 국내에 AS센터가 있어야 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얼마나 세웠는지 기여도를 반영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신규로 진입하려는 중국 업체엔 장벽이 될 수 있어요. 이런 규제 장벽이 생긴 것도 중국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칫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군요. “상당히 위협적이죠. 비야디(BYD) 같은 경우엔 가격이나 기술 면에서도 경쟁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셀 투 샤시’ 같은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고 기술적 강점이 있습니다.”IRA와 현대기아차, 그리고 한국 자동차 산업-한국 자동차 기업, 즉 현대차나 기아는 전기차 쪽에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던데요. 팀장님은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종합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글로벌 톱3 안에 들 만하지 않을까, 3-4위 정도는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글로벌 톱 1, 2은 당연히 테슬라와 비야디(BYD)처럼 물량도 나오면서 수익성을 확보한 업체들이고요. 그 외 업체들과 비교를 하면 현대기아차가 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약 46만대 전기차를 판매해서 전 세계 6위, 미국에선 6만대를 판매해서 3위에 올랐죠.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매우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6위를 했다는 건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경쟁사로는 GM이나 포드, 폭스바겐이 있는데요. 사실 이들의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생산 차질뿐 아니라 소비자 반응도 미적지근해서 계획했던 판매량을 못 맞추고 있고요. GM 볼트도 2021년 장기간 생산 중단을 했었고요. 포드도 얼마 전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었죠. 이런 자잘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대보다 신차효과가 안 나오는데요. 현대기아차는 성공적으로 아이오닉5와 EV6를 론칭했고 판매도 잘 되고 밸류체인상의 문제도 별로 없었습니다. 각종 매거진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기술력도 입증했고요.또 순수 전기차 업체만 보면 테슬라와 비야디를 제외하면 수익성 나는 업체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대규모 적자 상태라서 자칫 영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죠. 그렇게 따지면 현대기아차가 테슬라와 비야디 다음으로 3등, 못해도 톱5 안에 드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사실 현대기아차는 왠지 소프트웨어 쪽에 약할 거란 편견이 사실 있는데요. 왜 전기차를 잘하게 됐을까요. 워낙 돈이 많아서 투자를 대규모로 했기 때문일까요?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에 투자한 지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2016년 기아는 니로,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출시했죠. 그때부터 전기차 양산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업체들을 보면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사건(2015년) 이후 뒤늦게 전기차에 올인해서 쫓아가는 상황이고요. GM이나 포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로 집중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다 보니 많이 뒤늦게 됐고요. 도요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입니다. 전기차는 미래가 아니고 일단 당장은 하이브리드로 하다가 나중에 수소차로 가야한다는 스탠스여서요. 어떻게 보면 전기차에 진심인 회사는 현대기아차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미국 IRA법으로 지난해 한국 자동차 기업 주가가 상당히 타격을 받았고 지금도 악재로 남아있는데요. 현대차는 리스 판매를 늘림으로써 피해갈 수 있다고 얘기하거라고요. 그렇다고 그걸로 다 만회되진 않을 텐데요. 내년에 미국 공장이 새로 만들어질 때까지는 타격이 불가피할까요? “IRA 이슈는 극복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조지아 서배너 지역에 신규공장을 짓겠다고했고 그게 가동하면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거고요. 사실 단기적으로는 대응책이 별로 없었는데 미국 정부도 그걸 알고 있죠. 동맹국과 미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매우 심하다 보니 여러가지 우회로들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리스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도 처음엔 없었는데 나중에 생겼거든요. 원래 매우 까다로웠던 조항들을 조금씩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예상하기로는 한 1~2년 정도 그런 우회로를 열여주면서 숨통을 좀 틔워주고 궁극적인 목적인 미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 유치는 계획대로 할 겁니다. 그래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요. 다만 문제는 뭐냐면, 현대기아차는 대응할 수 있어요. 생산설비를 옮기면 되니까. 하지만 국내 산업적인 관점에선 생산설비 자체가 해외로 나가버리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공장도 해외로 가고 일자리도 해외로 가게 되니까요. 이 부분의 갈등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미국 같은 무역장벽이 유럽에도 생기고, 일반화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기반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산업 관점에서는 매우 많이 걱정되죠. 완성차 입장에선 사실 미국으로 공장이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어요. 오히려 수익성이 더 강화될 수 있죠. 이건 회사 차원 문제라기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로 봐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구도가 좀 정리 되셨나요? 한국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2강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이라니 괜히 뿌듯한데요. 미국 IRA와 중국 메이커의 해외진출로 경쟁이 격화될 올해 전기차 시장에 주목해야 겠습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테슬라 본연의 ‘제조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공장의 효율성 면에선 테슬라가 확실히 우위에 있죠.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있어서는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확산 단계’로 넘어오면서 점점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집니다. 기술력이 상당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위협적인 이유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일찌감치 전기차 개발에 나선 덕분에 경쟁 완성차업체들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잘하면 전기차 시장 3위, 적어도 톱5 안에는 들 만합니다. *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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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올라탄 엔비디아 14% 급등…AI칩 경쟁자가 없나? [딥다이브]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처럼 한꺼번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33%, S&P500 0.53%, 나스닥지수는 0.72% 상승 마감했습니다. 특히 AI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엔비디아가 이날의 상승세를 이끌었죠.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4.02% 급등한 236.6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전날 실적발표에서 4분기 매출액이 60억5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다고 발표했는데요.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오히려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죠. 무엇보다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다음 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5억 달러로 크게 높여잡은 것에 주목했습니다. 월가 예상치(63억1000만 달러)를 웃도는 자신감을 보여준 거죠.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특히 AI 반도체의 성장을 자신했는데요. 그는 “AI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면서 “규모에 관계 없이 많은 업체들이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는 ‘변곡점’에 왔고, 그 수혜가 엔비디아 GPU에 쏠리고 있는 겁니다. ‘AI 대중화의 최대 수혜주는 바로 엔비디아’임을 알 수 있죠. 엔비디아는 대기업과 정부에 AI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에 월가에선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기 바쁩니다. 골드만삭스는 23일 엔비디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습니다. “AI챗봇으로 AI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주식이 시장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본 거죠. 파이퍼샌들러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75달러로, 씨티그룹은 210달러에서 245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엔비디아의 고유한 턴키방식 반도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모델이 수익성 있는 성장을 하게 만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75달러로 상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챗GPT 같은 챗봇을 훈련하는데 엔비디아 GPU가 쓰이고, 따라서 이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건 알겠는데요. 그런데 다른 경쟁자는 없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인텔과 AMD 같은 반도체 강자들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리고 빅테크(구글, 아마존, 메타)까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이 시장을 노리고 있죠. 그리고 실제 GPU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는데요. 하지만 엔비디아의 아주 큰 강점이 있죠. 이미 생태계를 선점해 놨다는 점. 엔비디아는 초기부터 개발자들에게 쿠다(CUDA)라고 부르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제공했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 쿠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추가 개발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엔비디아 GPU를 쓰게 되는 거죠.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셈인데요. 물론 언젠가는 이것도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트리톤(Triton) 때문에 엔비디아 쿠다(CUDA)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장기적으론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뜻입니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릴 거고 그 이전까진 엔비디아가 상당한 수혜를 보긴 할 겁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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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우적대는 메타버스, 설마 이대로 끝나나요?[딥다이브]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신문과 방송뉴스에서조차 요즘 매일 이 단어를 마주치게 됩니다. ‘챗GPT’. 핫한 소재를 더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부채질하는 게 미디어의 기본속성이구나 싶은데요. 다들 너무 열광하니까 왠지 챗GPT가 아닌 다른 주제를 다루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걸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메타버스’. 왜 이 타이밍에 맥 빠지게 메타버스이냐고요? 지금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챗GPT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로 직전에 시장을 휩쓸었던 유행어였기 때문입니다. 무섭게 끓어올랐다가 놀랍도록 빠르게 꺼져버린 메타버스 거품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아마 지금의 AI 열기를 냉정히 판단하는 데도 참고할만 할 겁니다. 그럼 같이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 이야기로 딥다이브해보시죠.*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메타버스, 그 정의가 모호하다메타버스(Metaverse)를 기억하시나요. 2021년부터 2022년 초반까지 세상을 휩쓸었던 그 키워드 말입니다. 투자자들을 열광했고,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는 치솟았고, 모든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까지도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하려 안달이었죠. 한바탕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메타버스는 먼 기억이 되고 말았는데요. 왜 이렇게 메타버스 붐이 금세 꺼져버렸을까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 애초에 정체가 불분명한 거였고 그래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그 정의가 모호한데요. 메타버스임을 주장하는 것들을 모아서 제가 나름대로 분류해본 건 대략 이렇습니다.아바타를 통해 경험하는 게임과 SNS미국 게임업체 로블록스는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스스로를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 정의합니다. 이후 로블록스 주가가 폭등하면서 증시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일기 시작했죠. 몰입형 3차원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로블록스가 메타버스라는 주장인데요. 좀 애매합니다. 그것도 결국 게임 아닌가요? 2006년 출시 이후 로블록스는 줄곧 게임 플랫폼으로 불려왔는데 말이죠. ‘로블록스는 게임인가, 메타버스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아바타를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메타버스로 불립니다. 나와 닮은 3차원 아바타를 만들어 교류할 수 있죠. 최근에 핫했던(하지만 벌써 인기가 식고 있다는) ‘본디(Bondee)’도 ‘찐친(진짜 친구)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한 SNS이고요. 솔직히 20년 전 싸이월드를 연상시키는데요. 그래서 ‘메타버스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럴싸 해보이는 마케팅 용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 생태계일부에선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야 진짜 메타버스라고도 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면 신뢰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그런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사례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와 더 샌드박스(The Sandbox)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부동산이나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을 제공하는데요. 2021년 11월 디센트럴랜드 중심지 땅(물론 가상 땅)이 29억원에 거래돼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더랬죠. 물론 요즘엔 예전만큼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는데요. 최근 뉴욕타임스가 ‘다음 뜨거운 주택시장은 메타버스’라며 기사를 쓴 걸 보면 여전히 성장세가 이어지긴 하나 봅니다.VR 또는 AR 하드웨어와 결합된 몰입형 3차원 세계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회사 이름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꿔버렸습니다. 메타는 2014년 가상현실(VR) 헤드셋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VR∙XR(혼합현실)∙AR(증강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가상세계에서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거나, 집을 꾸미고, 운동하고, 회의도 할 수 있죠(짜잔!). ‘메타 퀘스트2(399달러)’가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 VR 헤드셋. 지난해 10월엔 고급형인 ‘메타 퀘스트 프로(1499달러)‘도 내놨습니다. XR 헤드셋이 노트북이나 PC를 대체하게 될 세상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게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CTO의 비전인데요. 딥다이브에서는 이 세번째 메타버스의 세계를 좀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도대체 왜 메타의 원대한 비전은 시장에서 외면받게 됐을까요.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메타버스혹시 그 ‘짤(이미지)’ 보셨나요? 챗GPT라는 새로운 아기가 등장하자 메타버스는 물에 빠져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한때 꽤나 핫했던 NFT(대체불가능토큰)는 이미 사망해 뼈만 남은 이미지. 빠르게 열광하고 빠르게 식어버리는 세상을 잘 보여주는데요. 그래서 메타버스는 정말 그렇게 가라앉고 있나요?현재로선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지표가 있는데요. 일단 구글 트렌드에서 ‘metaverse’를 찾아보면 검색량이 1년 동안 80%가량 줄어든 걸로 나옵니다. 메타버스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는 기업들이 줄 잇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용 메타버스팀을 해산하고 직원 100명을 해고했습니다. 중국 텐센트는 XR 하드웨어 개발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고요(텐센트는 포기가 아닌 방향 변경이라고 아니라고 주장).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VR헤드셋 제조업체 피코(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 역시 감원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럼 메타는?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는데요.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무려 137억20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이 사업부의 매출이 21억6000만 달러(메타 전체 매출의 2% 미만)인 걸 감안하면 적자 규모가 엄청나죠. 그만큼 엄청난 연구개발비(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름)를 썼다는 뜻인데요. 정작 지난해 4분기 퀘스트2 헤드셋의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본업(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리얼리티랩스라는 돈 먹는 하마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거죠. 메타의 VR 헤드셋 기반 메타버스가 소비자에게 썩 어필하지 못하는 데는 하드웨어 자체의 한계도 있긴 합니다. 막상 써보니 무겁고(퀘스트2는 503g) 해상도도 떨어지고(해상도를 높이면 발열이 심해짐) 착용이 썩 편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비싸니까요(퀘스트2는 399달러, 퀘스트 프로는 1499달러). 배터리 수명은 짧은데(2시간 내외) 완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꽤 길고요(약 2시간).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메타가 만든 소셜 VR플랫폼인 ‘호라이즌월드(Horizon World)’는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가장 많이 지적(또는 놀림) 받은 게 ‘아바타에 다리가 없다!’는 거였는데요(다리 없이 허리가 둥둥 떠있음). VR 헤드셋이 물리적으로 다리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상세계에서 구현이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다리 없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죠. 온라인 게임의 수준 높은 그래픽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그래픽 수준도 낮았고요(아바타가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받음). 게다가 오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메타는 당초 2022년 말까지 호라이즌월드 월간 활성사용자 수 50만명 달성을 목표로 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나온 보도에 따르면 실제 이용자 숫자는 20만명 미만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2월 3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후에 오히려 사용자가 줄어드는 중. 오죽하면 메타의 메타버스 담당 부사장 비살 샤가 지난해 9월 이런 내부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입니다. “호라이즌월드를 더 많은 사용자에 공개하기 전에 품질과 성능 문제를 해결하세요. 우리(메타 직원) 중 많은 사람들이 호라이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용자들이 그걸 좋아할 수 있겠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데이브 카르프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1500달러짜리 퀘스트 프로를 샀지만 고작 세번만 사용했다는군요. 카르프 교수는 이걸 ‘꿈의 분야 오류’라고 지적했는데요. ‘그것을 구축하면 그들(소비자)이 온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거죠. 오큘러스 CTO 출신으로 메타의 고문을 맡았던 ‘전설의 프로그래머’ 존 카맥은 지난해 말 그만두면서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쓴소리를 잔뜩 남겼는데요. 그는 퀘스트2 자체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부터 보고 싶었던 것과 거의 똑같다’며 칭찬했어요. 하드웨어 기술력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대신 나머지, 특히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맹비난을 했습니다. “우리(메타)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인력과 자원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기 방해 행위를 하고 노력을 낭비합니다. 우리 조직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효율성의 절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존 가맥은 자신의 AI 스타트업 Keen Technologies 운영에 전념할 거라고 합니다. 요즘 고급 엔지니어들은 다 AI 쪽으로 빠르게 갈아타는 중.)메타의 종말? 이제 시작?그럼 메타버스는 가망이 없을까요? 이대로 망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크게 두가지 점에서 희망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새롭고 강력한 플레이어가 등장할 예정이란 점입니다. 바로 애플.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첫번째 VR∙AR 헤드셋을 오는 6월 열릴 세계 개발자회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애플은 2015년부터 VR∙AR 헤드셋을 개발해왔죠. 재작년부터 곧 나올 거란 소문만 무성했는데, 드디어 나오나 봅니다. 첫번째 제품은 한 대에 약 3000달러가 될 거라는군요(정말 비싸네요). 올 연말쯤 미국 시장부터 출시될 예정이고요. 2024년엔 더 저렴한 버전이 나올 거라고 합니다. 애플의 헤드셋이라니. 과연 어떤 사용자 경험을 주게 될까요. 한편으로는 기대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메타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실제 애플 내부에서도 이런 걱정도 나온다고). 확실한 건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애플 마케팅 책임자 그렉 조스위악이 메타버스에 대한 질문에 “절대 사용하지 않을 단어”라고 말한 적 있죠. 비록 애플은 이름을 불러주진 않겠지만, 메타버스 업계에선 애플이 뭐라도 제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메타버스의 아이폰’이 필요한 겁니다. 혹시 애플은 그걸 해낼 수 있으려나요?또다른 희망은 아직 메타버스는 초기 시장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0월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품(퀘스트 프로)는 업무용 VR헤드셋의 첫번째 버전이고, 버전4~버전 5가 나올 2020년대 후반까지는 완전히 제품이 성숙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만큼 장기 프로젝트인 걸 이미 알고 뛰어들었다는 거죠.그게 왜 희망적이냐고요? 아직은 성공과 실패를 논하긴 너무 이르다는 점에서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죠. 닷컴버블이 꺼진 뒤에도 아마존은 더 크게 살아남은 것처럼 메타버스에서도 계속 이어질 무언가가 탄생하긴 할 거란 막연한 기대랄까요. 물론 그게 저커버그가 말한 2020년대 후반에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쯤에서 글로벌 VC인 알타R캐피탈 설립자 이고르 랴벤키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챗GPT를 주제로 한 말인데요. 제가 챗GPT 뉴스를 접하며 메타버스를 떠올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험 없는 투자자는 종종 새로운 기술 혁신에 종교적인 황홀경을 느끼지만 노련한 투자자는 시장 주기의 자연스런 부분으로 인식합니다. 모든 주요 기술 발전에는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열광과 그것이 어떻게 다른 모든 것을 쓸모없게 만들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며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것인지를 설명하는 수많은 기사가 수반됩니다. 이는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메타버스에서도 그랬습니다.”By.딥다이브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그렇게 큰 유행어가 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인기가 식어버린 것도 놀라운데요. 오히려 초기 버블이 꺼진 지금이 진짜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달리 말하면 아직 극초기인데 버블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시장이 있다면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메타버스는 여전히 아무도 정확한 정의를 모릅니다. 로블록스 같은 게임도, 블록체인으로 거래하는 가상 부동산의 세계도, 메타의 VR 헤드셋 속 가상현실도 모두 메타버스라 불리고 있죠.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면서 메타버스 거품은 빠르게 꺼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문제로 지적됩니다. 애플은 오는 6월쯤 첫 VR헤드셋을 공개한다는데요. 과연 꺼져가는 메타버스 열기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요.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뭔가가 이뤄지긴 하겠죠?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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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시장이 ‘죽음의 지대’에 있다?…월가의 경고음[딥다이브]

    혹시 ‘1월 효과’가 1월에만 주가가 반짝 오른다는 뜻이었으려나요? 미국 경제가 ‘무착륙(No Landing)’일 거란 얘기 나올 때까진 분위기 좋았는데, 이젠 무착륙은 헛된 희망이고 주가는 곧 떨어질 거란 경고가 월가에서 나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휴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날’이어서 하루 쉰 겁니다. 지난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시장에선 이러다 연준이 금리 계속 더 올리겠다는 불안감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우는 월가의 투자메모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우선 JP모건의 미슬라프 마테이카 애널리스트는 20일 메모에서 올해 1분기가 주식의 최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조만간 랠리가 사라질 거라는 뜻인데요. 특히 통화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1~2년의 시차가 있다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말했죠. “역사적으로 주식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진행하기 전에는 바닥을 찍지 않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기도 전에 바닥을 본 적이 없습니다.” 모건스탠리 전략가 마이크 윌슨는 좀더 무섭게 경고하는데요. 19일 메모에서 그는 지금의 주식투자를 산소가 충분치 않은 3000피트 이상 고도의 에베레스트산(일명 ‘죽음의 지대’) 등반에 비유했습니다. “유동성(병에 든 산소)은 투자자들이 가지 말아야 할 지역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다시 한번 주가를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들은 재앙적인 결과 없이 하강할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등반하지만, 산소는 결국 고갈되고 위험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습니다.” 특히 그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무착륙’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죽음의 지대가 마음에 작용하는 속임수”라고도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믿기 시작했다”는 거죠. 한마디로 ‘더 올라가면 죽어. 얼른 내려와’라는 얘기입니다. 씨티그룹의 로버트 버클랜드 전략가 역시 20일 메모에서 이미 MSCI 지수가 목표범위 상단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이 쫓지 않을 거라고 밝혔는데요. 2023년 들어 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역발상 거래, 즉 지난해 많이 오른 주식(석유주)을 팔고 많이 떨어진 주식(기술주)를 사는 거래가 곧 사라질 거라고 봤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역발상 거래가 평소처럼 소진될 것”이라면서 “헤드라인 주가지수를 더 높이 쫓지 않을 거고, 기술주보다 석유주를 선호한다”고 밝혔죠. “연착륙 이야기를 경계해야 하고, 주당순이익 예측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서 빨간 불을 켜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데요. 만약 24일 발표될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크게 오른다면 또다시 시장이 크게 반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CE 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이니까요.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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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끝나면 채권투자도 끝물? 모르시는 말씀 [딥다이브]

    예상대로 5.0에서 멈추느냐, 5.25 또는 그 너머까지 가느냐.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온통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쏠려 있는데요.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언급에 환호했다가, 뜨거운 고용지표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이럴 땐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큰 흐름에서 금융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을 알아둬야 할 텐데요. 그 이야기를 해주실 만한 분을 만났습니다. 상상인증권에서 투자전략팀장을 맡고 계신 신얼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채권 애널리스트로도 잘 알려진 분이시죠. 참고로 인터뷰는 이달 6일 진행됐습니다. *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시장과 연준, 누구 말이 맞을까-금리 얘기부터 해볼게요. 2월 1일 미국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이 ‘비둘기파적’이라며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진짜 좋은 신호가 좀 나왔나요? “파월 의장 멘트는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은 연준이 목표한 최고금리가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까봐 경계했는데요. 이런 경계심을 건드리지 않았어요. 또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상승률 둔화)이란 단어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안도감을 느꼈고요. 이번 파월 의장 기자회견은 경기가 연착륙하면서 물가는 안정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공감대를 어루만져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나온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는데요. 물가가 잘 안 잡히고 고용이 계속 높으면 5.25%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통화정책발 변동성 요인은 1분기까진 유효하겠습니다.” -3월 FOMC 직후 어떤 발언이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또 출렁거리겠군요. 그런데 조만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연내에 금리 인하까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1월 금융시장이 극적인 반전을 이뤘죠. 주요국 증시가 한달 동안 5~10% 수익률이 나왔고, 우리나라 채권 시장은 종합지수 기준 약 3%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원 달러 환율은 1200원 초반대까지 내려왔고요. 주식∙채권∙외환 모두 강세장을 연출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일단락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깔려있고요. 한발짝 더 나아가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진 말자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아요. 다만 이번 FOMC나 금통위에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는 없었습니다. 없었는데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왜냐. 경기가 꺾이고 물가가 더 오르지 않을 거란 신호를 3~6개월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이렇게 가면 금리 인상은 1분기 전후에 끝난다고 보고요. 그럼 2, 3분기엔 동결할 텐데,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안 좋으면 그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결국 금리인하라고 보는 겁니다. 그동안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어요. 미국 연준은 0.25%에서 4.75%까지 가는 데 1년이 채 안 걸렸습니다. 과거 패턴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 속도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시장에선 금리 동결 기간이 과거보다 짧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빨리 올린 만큼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터닝 포인트가 빨리 올 수 있다고 시장은 베팅하고 있습니다.다만 연준 인사들은 물가 때문에 절대 그런 멘트들을 하진 않을 겁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1970년대 중후반 같은 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과 중앙은행 인사들 발언이 대치되는 국면이 당분간 펼쳐질 겁니다.”-‘연준에 맞서지 마라’라는 격언을 생각하면 연준 말을 좀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사람 심리가 희망적인 메시지에 더 귀가 팔랑거리게 됩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맞을 때도 있고, 시장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제 시장이 맞을 타이밍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년엔 연준에 맞섰다가 시장이 호되게 당했죠. 인플레이션이 이렇게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대부분 전문가도 예측 못했으니까요. 작년엔 피벗(연준의 태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섣부르게 가졌던 시장 참가자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고,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맞았습니다.그런데 이제 중앙은행들의 긴축 통화 정책이 일단락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다시 한번 ‘우리가 가는 길에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합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한국은 현재 기준금리가 3.5%까지 높아졌는데요. 팀장님을 포함한 대부분 전문가가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보시더라고요. 왜 그런가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에서 당분간 동결될 거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룹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물가상승률) 마이너스 폭이 이제 거의 잡혔어요. 실질 기준금리가 2020년 6월부터 마이너스로 갔는데, 한은은 그걸 빨리 되돌리고 싶어했거든요. 아직 마이너스이긴 합니다. 다만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 중후반인데요. 연간 근원 물가와 현재 기준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하반기 물가 수준을 고민해야 하는데 3분기엔 근원 물가가 3%, 4분기 2%가 될 겁니다.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2%인데 기준금리가 3.5%이면 굉장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인 거죠. 지금 경기 지표들이 급격하게 다운사이클로 접어들고 있어서, 이런 부분이 금리 인사 가능성을 지지해주는 대목이고요. 3개월 연속 수출이 역성장한 것까지 고려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채권투자, 욕심 부리지 말고 안정적으로-제가 팀장님을 지난해 여름 처음 뵈었을 때 ‘채권 투자의 기회가 오고 있다. 관심 있게 봐라’라고 하셨는데, 정말 작년 하반기에 채권 투자 열기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 일더라고요. 그런 변화를 실감하시나요? “정말 많이 느꼈어요. 자본시장에선 항상 주식이 개인투자자들 관심 1순위였는데, 어느 새 채권과 고금리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동해 있더라고요. 가장 확실한 건 숫자이죠. 개인 투자자의 장외 채권 시장 잔고가 25조원 정도까지 올라왔거든요. 1년 만에 약 200% 늘어났죠.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활발하게 했고, 증권사가 채권 마케팅을 강화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매우 좋다고 봐요. 돈이라는 건 한국은행이 돈의 가치의 기준인 정책금리를 설정하고 이게 단기자금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주식시장-기타 실물경제로 돌게 되는데요. 거기서 핵심은 채권금리이거든요. 금리라는 기준을 말로 이해하는 것과 (채권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건 천지차이입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금융시장의 건강함을 높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채권지수가 1월 한달 만에 3%나 올랐으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건 이제 시장금리가 좀 내려와있는데요. 지금 상황에선 어떤 식으로 채권 투자에 접근을 해야 할까요?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4~5% 예적금 상품 어디 갔나, 이제 3%대’라는 뉴스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시장금리가 내려갔다는 거죠. 그러면 이제 고금리가 아니니까 채권 수익성이 떨어졌나? 이 부분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국공채처럼 리스크가 거의 없는 상품은 금리가 빠르게 내려갔습니다. 3% 초중반까지 갔죠. 지금 연준의 기준금리가 4.75%인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3~3.5% 수준입니다.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죠. 그럼에도 채권 금리의 하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거죠. 그러면 금리 동결에서 인하로 가는 시기엔 어떤 투자전략을 쓰는 게 좋을까요. 금리를 인상하다가 동결로 갈 때, 안정적인 채권은 빠르게 리스크를 낮추면서 금리가 내려갑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에 투자하려고 보니까 금리가 내려가 있겠죠. 이때 ‘그럼 나는 금리 높은 거에 투자하겠다’며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럼 국고채나 공사채가 아닌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나 카드채, 캐피탈채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나서 동결 구간에 있다가 인하로 가게 되는 시기를 보면요.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게 돼있는데 반드시 모든 채권이 그렇지는 않아요. 선별적으로 비우량 등급 채권에서는 크레딧 리스크(신용위험)가 불거질 수가 있습니다. 즉 높은 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메마르고, 이걸 버티지 못한 곳에선 디폴트(부도) 리스크가 나타나죠. 흑자 도산이란 얘기도 하잖아요. (기업이) 돈은 버는데 갑자기 유동성이 말라서 부도가 날 수도 있고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국고채 금리가 낮아서 좀더 높은 금리 주는 걸 선택할래. 앞으로 금리 인하할 거니까 괜찮아’라는 전략은 지금 시점엔 금물입니다. 눈높이를 좀 낮춰서 안전하게 가야 합니다. 앞으로 금리는 좀 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2023년 2월 금리 수준도 낮은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빨리 올 가능성이 있죠. 인플레이션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자산이 채권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충격이) 주식, 외환, 가상화폐, 부동산으로 퍼졌고요. 인플레가 잡히고 난 이후에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하는 자산도 채권입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벽하게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채권시장 수익률 개선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바 있기 때문에 아직 늦은 건 아닙니다. 다만 선별적으로 유의해서 들어갈 필요는 있습니다.”-지금 시점에서 약간 욕심을 내서 비우량 등급인데 7~8% 주는 회사채를 잡으려고 들어갔다가 자칫하면 디폴트 나버리는 경우가 있겠군요.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처럼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있지 않잖아요. 5개 정도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좀 위험한 걸 담았다가 그게 문제가 생기면 왕창 무너지겠죠. 금리 인상 후반부와 이후 동결 국면에선 언제나 리스크가 확대되는 이벤트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가계, 기업, 정부 셋 중 어디서 터질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죠.”내집 마련, 적기 아니지만 준비는 미리-채권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문가이시기도 한데요.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습니다. 거래도 끊겼고 미분양도 막 쌓이고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에셋(자산) 사이클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받은 자산은 채권이죠. 2021년 3분기 말~4분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했고요. 이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쭉 올리면서 현재 4.75%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동안 좋았던 자산은 달러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채권, 증시, 외환시장, 그리고 가상자산까지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죠. 그리고 뒤늦게 부동산 시장이 2022년 6월 전후부터 미국에선 빠르게 상승폭을 되돌렸고, 한국은 좀 더 빠르게 하락세로 진입했습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채권∙주식∙외환과 달리 1월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부동산 약세장은) 조금 더 갈 겁니다. 왜냐하면 채권보다 6~9개월 늦게 약세장이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통화정책이 (금리)동결로 가면 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환호할 거고, 증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복원됩니다. 그럼 부동산은 어떻게 될 것이냐. 자본시장의 온기가 좀 더 퍼져야 합니다. 대기 수요자들이 움직일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책도 필요하고요. 지난해 이동 수요가 역대급으로 낮았어요. 주택 실거래 신고를 보면 매매∙전세∙월세 거래 건수가 나오는데요. 전체 거래 중 매매 비중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일단 눌러 앉자. 어떻게 될지 몰라’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죠. 부동산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유동성이거든요. 유가증권 시장은 LP(유동성 공급자)가 있어서 가격 형성 기능을 하는데, 부동산은 그런 주체가 없어요. 그래서 수요가 없고 거래가 없으면 그게 가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도 과연 이럴까 생각을 하면, 부동산의 속성 중 하나가 ‘필수재’라는 점이거든요. 보통 연간 800만~900만명이 주소지 기준으로 이동을 하는데요. 지난해는 이게 700만명 대로 떨어졌어요. 이동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기보다는 다시 한번 여건이 되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즉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2023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 거래가 다시 살아난다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는 지금 미리 좀 잘 봐둬야 할 시기일까요? “2022년보다는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자산 시장의 온기가 부동산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이 필수재인 동시에 상당히 큰 가계의 자산 가액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따라서 준비는 미리 해둬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냉기가 가장 늦게 반영됐기 때문에 온기도 빨리 오긴 어렵지만, 워낙 자산시장 사이클이 촘촘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리인상도 예전엔 연준이 2004~2006년 2년 동안 했는데 이번엔 1년도 안 돼서 이렇게 올렸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한 만큼 빠르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실수요자는 결국 전월세든 매매든 택일해야 하는데요. 어떤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를 미리 판단해둬야 합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과반을 넘어섰거든요(52%). 실수요자들이 월세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목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금리는 지금 빠르게 3%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거죠. 금리가 시장의 균형추가 될 겁니다. 즉 ‘월세 선호’에서 ‘전세와 월세의 균형’으로 바뀌는 부분이 1분기 말~2분기 초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매∙전세∙월세가 균형 잡히게 될 거고요. 정부 정책도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작년처럼 거래가 끊겨서 시장이 급랭할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2020~21년 가격 상승이 너무 가팔랐기 때문에 여전히 비싸다는 생각이 있죠.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자가 임대차 계약이든, 매매시장이든 더 유리하게 될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전세이든 매매이든 자기 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알아보고 준비를 해둘 타이밍인 거네요. “그렇습니다. 금융시장 여건이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할 거라면 준비를 미리 해둬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겠죠.”-투자전략팀장을 맡고 계셔서 여러가지 자산을 놓고 크게 그림을 그리실 텐데요. 저희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 “금융시장 환경이 개선된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올해 투자 전략입니다. 달러 인덱스가 115포인트까지 갔다가 100포인트 초반으로 내려왔습니다. 또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 지수인 무브(MOVE) 인덱스가 과거 약 10개월 동안 100포인트보다 높았는데 지금 약 일주일째 10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어요. 변동성이 덜하다는 거죠. 즉 강달러가 후퇴를 한다는 건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된다는 거고요. 무브 인덱스가 안정화된 건 시장금리발 공포감 조성이 이제 없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처럼 ‘어어’ 하다가 상당히 어려움에 봉착했던 그런 가능성은 이제 낮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에셋사이클을 통해 자산시장에서 어떤 흐름으로 온기가 확산될지를 판단해서 투자하세요. 그럼 2023년 한해 좋은 수익률이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By.딥다이브‘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할 거다.’ 지난해 여름 신얼 팀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7개월 넘게 지나서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자산시장의 큰 흐름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는 국면에 와있습니다. 연준과 달리 시장에선 벌써부터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이번에는 시장이 맞을 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채권금리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데요. 이 시기에 조금 더 벌려고 비우량 채권을 잡았다가는 자칫하면 ‘디폴트’가 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안정적으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여러 자산 중 가장 늦게 가라앉았기 때문에 다시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립니다. 다만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월세 쏠림’ 현상은 사라질 테니, 미리부터 월세, 전세, 매매 중 어느 게 가장 유리할지 준비를 해두세요.*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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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드’ 오답에 알파벳 주가 또 급락…시총 217조원 잃었다[딥다이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9일(현지시간) 또 하락한 이유이죠. 장 초반 반등했던 뉴욕증시는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다우지수 -0.73%, S&P500 -0.88%, 나스닥지수 -1.02%.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팟캐스트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확신하기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강경 발언과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수당 청구건수(지난주 19만6000건)가 겹치며,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5%를 넘어섰습니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거죠. 14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있는 터라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져 있습니다.이날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급락한 알파벳(구글 모회사)입니다. 주가가 8일 7.68%, 9일 4.39%나 하락했죠. 구글이 7일 소개했던 새 AI챗봇 서비스 바드(Bard)가 틀린 답변을 보여준 여파가 이어지는 건데요(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찍었다고 답했는데, 오답이었음). 알파벳이 이틀 동안 잃은 시가총액은 무려 1729억5000만 달러(약 217조7000억원). 이틀 동안의 시가총액 손실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만큼 생성형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느냐 마느냐가 지금 투자자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이슈라는 건데요.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시장전략가는 “구글 같은 주식이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사람들이 펀더멘털을 보고 있는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챗GPT나 바드 모두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면 틀린 답변을 정답처럼 말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이라고 부르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정답이 없는 질문(‘10살 남자아이한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같은 류)엔 척척 유창하게 답을 하지만, 정작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지?’ 같은 질문엔 오답을 내놓기도 하죠. 즉, 바드의 제임스웹 망원경 오답 같은 건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설명이 있는데요. 미국의 게임 개발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CEO 스트라우스 젤닉은 생성형 AI 열풍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챗GPT는 오늘날의 수동 계산기입니다. 제가 어렸을 땐 그런 게 없었죠(그는 1957년생). 그래서 저는 손으로 직접 수학을 풀어야 했고, 손 계산기가 등장하자 부모님들은 ‘오, 아이들이 더 이상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학을 절대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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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주식, 개인이 왜 사요?” 24년차 IT애널의 투자 조언[딥다이브]

    지난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격적인 4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D램 가격은 언제나 바닥을 치려나’라며 전 국민이 반도체 산업을 걱정하는 느낌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597만명(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나 되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물려 있을 듯.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적은 무지 나쁜데 주가는 신통하게도 좀 올랐다는 점인데요. 왜 그런지, 다시 ‘10만 전자’의 희망을 품어도 되는 건지, 지금 물을 타도 되는 건지 등등.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00년부터 IT 업종 애널리스트를 하신 김운호 IBK투자증권 이사를 만났습니다. 한시간을 훌쩍 넘게 인터뷰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망과 함께 ‘개인의 주식 투자법’에 대한 꿀 같은 조언을 얻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겁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삼성전자 주식은 사지 마라.’ 왜냐고요? 읽어 보시면 압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D램과 낸드, 메모리 반도체 세계-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사실 지난해 가을부터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적자일 거라고 애널리스트 분들은 많이 예측하긴 하셨죠.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예상했던 수준이었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안 좋았습니다. 반도체 가격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죠.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해 조금 더 우려했는데요. 사업부가 적자 전환을 하면 가지고 있는 재고자산의 평가손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적자를 1조로 보더라도, 재고자산 평가손 때문에 얼마만큼 밑으로 더 빠질지가 물음표인 거예요. SK하이닉스에 ‘1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이 얼마쯤일까’ 물어보면 몰라요. 재고자산 규모가 얼마나 될지, 반도체 가격이 1분기 말까지 얼마만큼 빠질지를 알아야 하는데 둘 다 (예측이) 어렵죠. 그래서 그건 물음표로 남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1분기엔) 훨씬 더 커지는 그림입니다.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아서 SK하이닉스는 낸드 쪽에서 적자가 세게 났고요. D램은 겨우 흑자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생각보다 더 나빴습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쪽은 적자였는데요(메모리 부문 분기 적자는 2008년 이후 처음). 역시 D램은 아니고 낸드가 적자였죠.”-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고, 경기보다 약간 선행해서 움직인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D램과 낸드, 그 둘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다른가요? 왜 낸드 쪽이 지금 더 안 좋은가요? “경제학에서 배웠듯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D램은 공급자가 적어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 3사가 90% 이상을 차지하죠. 낸드는 그보다 복잡해요.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이 있고, 인텔 낸드 사업부는 솔리다임에 들어갔고,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있고. 대여섯개쯤 되는 거죠. 낸드는 아직 과점화가 안 돼있습니다. D램은 서버∙핸드폰∙PC 이 세 개에 주로 쓰이는데요. 낸드는 이와 달리 USB와 메모리카드도 있고,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해요. 낸드 중 가장 비싼 건 서버에 들어가는 겁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비중이 낮았는데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조금 높아졌고요. 삼성전자는 1위니까 서버 비중이 크고요. 그렇게 낸드는 제조사별로 제품 믹스가 많이 다르고, 그래서 마진도 많이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항상 (낸드 마진이) 탑 클래스에 있고요. SK하이닉스는 오락가락하고요. 서버용이 돈 되는 건 뻔한데 제품 경쟁력에 따라 그걸 공략할 수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여담이긴 한데 애플에 중국 YMTC가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려다 막혔잖아요. 그런데 애플에 공급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선 절대 좋지 않습니다. 마진이 제일 낮은 섹터 중 하나가 애플입니다. 그러니까 (애플에 공급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죠. 보통 ‘애플에 들어가니까 제품이 얼마나 좋겠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제품이 정말 좋으면 애플 말고 다른 데 팔겠죠. D램은 대체제가 없어요. CPU가 고도화되고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D램 스펙이 점점 더 높아져야 하죠. 그런데 낸드는 달라요. 낸드는 HDD 하드디스크라는 대체제가 있잖아요. 낸드를 안 써도 됩니다. 지금 서버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엄청난데, 낸드가 서버시장에 들어가 있는 비중이 10% 정도밖에 안돼요. 그 이유는 낸드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비싸서입니다. 즉, 낸드의 태생적인 한계는 HDD와 경쟁을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춰야 합니다. 대체제가 없는 D램과는 메카니즘이 조금 다르죠.” D램 가격 반등, 하반기도 어렵다-반도체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를 보니 D램 가격이 1분기에 더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올해 4분기까지 계속 쭉 떨어지는 걸로 전망하셨더라고요? “저는 약간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지난해 3분기에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빠졌고, 4분기엔 30% 빠졌습니다. 올 1분기는 -20%쯤, 2분기는 -10% 정도로 보는데요.‘하락률’은 줄어드니까 이걸 ‘개선’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 숫자(가격)는 계속 빠지는 겁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 ‘비율 개선’에 대해서도 반응을 합니다. 하락률만 줄어도 좋은 거 아니냐고 보는 거죠. 이보다 더 좋게 보는 분들은 올해 하반기엔 D램 가격이 플러스 전환한다고 내다 보기도 합니다.”-‘하반기 D램 가격 반등론’은 왜 나올까요? 공급이 줄어서? 아니면 수요가 회복해서?“둘다죠. 일단 공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약간 낮은 보이스로 얘기를 했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계속 줄인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 감산과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재고가 줄어드는 그 속도를 봐야 합니다. 거기에 수요까지 조금씩 올라와서 이 모든 게 잘 매치가 되면 베스트 시나리오인데요. 저는 감산하니까 재고가 줄어드는 건 맞는데, 수요가 생각만큼 그렇게 빨리 올라오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하반기 수요가 좋아진다고 얘기하느냐면 중국입니다. 중국이 리오프닝 되고 경기 살리려 보조금도 주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꽤 큰 폭으로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입니다.” -아직까진 수요가 늘어날 거란 근거가 딱히 없고 막연한 기대이군요.“중국이 봉쇄를 풀면 스마트폰을 사지 않겠냐는 건데요. 제가 받은 느낌은 봉쇄가 해제 돼도 구조적으로 줄어든 시장 사이즈가 생각보다 큽니다. 삼성전자가 과거 평균 3억 대 정도 만들다가 코로나 기간 중 부품도 없고 하니까 2억6000만대로 줄이면서 가격이 싼 모델 비중을 확 줄였거든요. 이걸 다시 늘릴 생각을 잘 안 할 겁니다. ” -코로나가 워낙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거네요. “또 바뀐 것이 이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졌습니다. 평균 4년이 좀 넘었다고 하죠. 핸드폰이 고장 나는 것 중 상당수가 화면이 나가는 건데요. 중국에선 아이폰을 많이 쓰는데, 아이폰 디스플레이가 고장 나면 OLED가 아닌 LCD로 교체합니다. 그럼 20달러밖에 안 해요. 이제 그런 수리 시장이 훨씬 커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주식시장에선 ‘D램 가격이 오르는 걸 확인하기 전에 가격이 거의 바닥에 근접하기만 해도 반도체주 주가는 확 반등할 수 있다’고들 얘기하던데요. “일반적으로 (주가가 D램 가격에) 6개월 선행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D램 가격 하락률 방향성만 가지고도 주가는 움직일 수 있죠. 그런데 과연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주가의 레벨은 영업이익에 비례합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좋아지려면 단순히 적자폭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 그 부분이 이전과 다릅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적자가 나온 게 2008년 이후로 처음이니까요. 그 말(D램 가격이 바닥일 때 주가가 먼저 반등한다)은 흑자일 땐 맞았죠. 흑자였을 땐 D램 가격이 반등만 하면 돈을 더 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적자니까 D램 가격이 바닥을 쳐도 적자폭만 줄어드는 거죠. 따라서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접근할 건 아닙니다.” -반도체주 주가가 반등을 할 순 있지만, 정말 주가 수준 자체가 의미 있게 높아지려면 영업이익이 좋아져야 하는군요. “그러려면 D램 가격이 꽤 큰 폭으로 올라가야 하고요. 그러려면 수요가 맞춰져야 합니다. 공급만 줄여서는 그렇게까지 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요 쪽에 그렇게 확신이 없어요. 가격이 크게 오를 정도의 수요는 올해는 없을 거고, 내년 이후나 봐야 될 겁니다. 스마트폰, PC, TV의 글로벌 판매 대수가 얼마가 정상이냐는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원래 14억 대 정도 팔았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떨어져서 이제 12억 대가 됐습니다. 그럼 뭐가 정상일까요? 다시 14억 대로 갈 거라고 엄청나게 기대를 하는데 그게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는 쪽입니다. PC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4억 대 시장이었는데 3억 대로 줄었습니다. 이게 다시 4억 대로 갈 수 있을까요? ‘너 올해 PC 살 거야?’라고 물어보면 안 산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수요를 상식적으로 접근해야지, 무조건 ‘좋아질 거야’라고 기대할 근거는 별로 없습니다.”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은?-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얼마나 찾느냐가 주가엔 관건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쪽은 워낙 대만 TSMC가 강자여서,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란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실제로 불가능해요. 파운드리는 이것저것 다 만드는 반도체인데요. TSMC나 삼성전자 모두 되게 비싼 장비에 투자를 합니다. 왜 그러냐. 웨이퍼가 8인치와 12인치가 있는데, 8인치짜리를 만들면 가장 싼 것 가격이 한장에 300달러가 좀 안 됩니다. 그런데 애플이나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5나노급 12인치 웨이퍼 한장은 얼마쯤할까요? 1만5000달러입니다. 파운드리를 가진 기업이라면 12인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12인치가) 웨이퍼 장수로는 얼마 안 되는데 매출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요.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계속 장사를 하려고 하는데요. 이게 필요한 고객사는 별로 없어요. 애플∙인텔∙엔비디아. 이런 잘 나가는 탑클래스 기업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 하는데요. 거꾸로 얘기하면 삼성전자가 애플 물량을 받아올 수 있나요?” -애플은 어떻게 해도 삼성전자엔 안 주겠죠. 애플은 일단 버리고 나머지를 잡아야 하는군요. “엔비디아도 TSMC 쪽에 더 많이 주고요. 퀄컴도 삼성전자가 경쟁사니까 안 주고 싶은데, 삼성전자가 고객이기도 해서 주문을 주긴 줘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이니까 삼성전자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죠. 이걸 따라가야 한다는 당위성이지, 실제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삼성전자급의 회사라면 당연히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그 분야를 하긴 해야 하지만, 그걸 해서 실제 점유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고 보면 조금 회의적인 거군요. “저울은 TSMC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삼성전자는 그걸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입니다. 기술개발 성공이란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고객이 움직일지는 전혀 다른 일이라서요.” -대만에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상황이 달라지긴 어렵겠어요.“그렇죠. 반대로 얘기하면 그것 때문에 대만엔 전쟁이 안 날 거라고 하죠. 대만에 전쟁이 나서 TSMC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 모든 공장이 다 멈추게 됩니다.”좋은 회사 말고 좋은 주식에 투자하라-제 주변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가격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다들 삼성전자에 물린 투자자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싫어할 수 있는데요. 주식 투자를 알고 해야죠. 지금은 학습효과, 즉 ‘옛날에 삼성전자 주가 빠졌을 때 봤는데 다시 오르더라’면서 주식을 사는데요. 저는 그런 개인 투자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삼성전자 작년에 얼마 벌었는지, 올해 얼마 벌 거라고 추정하는지는 아나요? 그 돈을 어디에서 버는지는 알고 계세요? 그런 것도 모르면서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집을 살 땐 누가 사라고 해서 사지 않고 다 알아 보고 사잖아요. 그런데 주식은 누가 ‘그거 좋대’라고 하면 사요. 자기가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왜 그렇게 쉽게 투자하나요. 저는 공부 안 하고 주식 사는 개인 투자는 의미 없다고 봅니다. 공부하지 않을 거라면 주식하지 말아야죠.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거든요.” -크레딧 애널리스트에서 에쿼티 애널리스트도 전환하신 분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기준이 다르다고요. “좋은 주식은 많이 오를 주식이죠. 그러니까 싼 주식을 사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승부를 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경상도 말로 ‘천지삐까리’인데 단기에 그걸 어떻게 합니까. 좋은 주식은 단기간엔 흔들릴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계속 오르거든요. 2~3년 기다리면 3~4배까지 오를 수 있는 종목들이 있고, 그런 종목을 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들 편해서 삼성전자 사지만 개인들은 삼성전자 같은 주식을 사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은행 예금이 낫죠.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은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삼성전자로는 절대 불가능해요.”-5개 정도 소수 종목에만 집중 투자해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투자자들도 있죠. “저는 그보다 좀 더 극단적이에요. 알고 있는 종목 중 가장 수익률 높은 한 종목에 올인을 해야 합니다.” -굳이 분산할 필요가 없다고요? “만약 내가 아는 종목 중 베스트가 수익률 30%짜리라면 거기 올인을 해야죠. 10%, 20%짜리를 살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한 1000만원 투자하면서 종목은 10개쯤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어떤 종목은 20% 벌었는데, 전체를 따져보면 마이너스이게 됩니다.개인은 많은 종목을 다 알 수 없잖아요. 잘 모르겠으면 그냥 사지 말아야 합니다. 10종목, 20종목씩 갖고 있으면서 누구 얘기를 들으면 좋아 보인다며 또 사고. 이건 분석을 안 하는 거죠. 만약 그게 정말 좋으면 갖고 있는 종목을 다 팔고 그걸 사야죠.” -그렇게 20종목, 30종목을 투자할 거면 차라리 코스피200 ETF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겠군요. “아니면 2차전지ETF, 이런 게 낫고요. 개인은 잘 모르면서 분산할 게 아니라, 한 종목에만 올인을 해야 한다고 보고요. 물론 (주가가 오르는 데) 시간은 좀 걸리니까 기다려야 합니다.” -마치 부동산에서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듯이 주식도 열심히 공부해서 똘똘한 하나에 집중해야 하네요. “부동산보다는 좀 더 쉽습니다. 그런 종목들이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종목 중에도 있고요. 그걸 본인이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서 알아야죠. 왜 이 사람은 이걸 이렇게 열심히 추천할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도대체 뭔지를요.” -애널리스트들이 그런 걸 보고서에는 애매하게 쓰나요? “현재 주가가 1만원이고 목표가가 5만원이라고 하면, 그걸 누가 쓰나요. 목표주가를 1만4000원 정도로 쓰는 거죠. 그 다음 주가가 1만4000원에 가면 다시 2만원으로 또 쓰고요.” -주가가 오르니까 뒤따라서 목표가를 뒤늦게 올린 거 아니라, 원래부터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해도 목표주가를 일부러 낮게 쓴다고요? 왜요? 너무 높게 쓰면 이상하게 보나요? “그렇죠. 딱 적당하게 (주가보다) 30% 높게 보고서를 쓰죠. 지금은 아닌데, 예전엔 진짜 보고서 쓸 때마다 목표가를 올렸던 기업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이 회사를 엄청 좋게 보고 있다’는 신호이군요. “반대로 ‘이 종목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주가가 더 갔네. 더 안 오를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할 때가 있어요. 그럼 목표가를 조금만 올려요. 최소한으로만. 지금 주가와 거의 차이가 없게요. 한 15% 정도로.” -투자의견이 ‘매수’이긴 한데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이 15% 정도라는 건 ‘이제 안 올라’라는 신호로군요. “보고서에 좋은 멘트도 달죠. ‘조심해서 보자.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라고. 그게 결국 사지 말란 얘기죠. 투자의견은 되게 예민하거든요. 기자들은 ‘주가가 이렇게 빠지는데도 한국 애널리스트는 매도 보고서 안 쓴다’는 기사를 많이 쓰는데요. 투자의견은 계속 매수이긴 하지만, 행간을 읽어 보면 적극적으로 사라는 멘트가 거의 없어요. ‘Sell’을 못 쓰니까 ‘Buy’를 쓴 거예요.” By.딥다이브저는 일 때문에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많이 읽는 편인데요. 김운호 이사님의 ‘보고서 행간 읽는 법’ 가이드를 듣고 나니, 이전보다 보이는 게 좀더 많아집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꼭 실제 투자 공부에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하반기 D램 가격이 반등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수요 회복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갑자기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연말까지 D램 가격 하락을 예상합니다. 파운드리 분야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글로벌 핵심 고객사를 잡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립니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다릅니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것 같은 종목을 골라내세요. 단순히 ‘좋은 회사’라는 이유로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건 비추천입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도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주가가 현재가격보다 30%가량 높으면서, 보고서를 낼 때마다 목표주가를 계속 올린다면 좋게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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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시장 너무 좋아서 충격…뉴욕증시 일제히 하락[딥다이브]

    고용보고서 충격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는 걸까요. 뉴욕증시 3대 지수는 6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1%, S&P500 -0.62%, 나스닥지수 -1.0%. 지난주 금요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고용시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충격적으로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51만7000개가 늘었는데 전망치 18만개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습니다. 미국 언론이 ‘비정상적인 성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이죠.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요.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건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죠. 첫째, 미국 경제는 견조하고 급격한 침체에는 빠지지 않을 거다. 둘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좀더 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증시가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6일에도 하락세를 보인 건 바로 두번째 해석 때문인데요. 달리 보자면 그동안 증시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간으로 7일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인터뷰를 할 텐데요.아마 그의 발언 속 문구 하나하나에 금융시장이 또 반응하게 되겠군요.6일 나온 발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구글입니다. 구글이 챗GPT와 경쟁할 AI 챗봇 출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에 글을 올렸는데요. “람다(LaMDA, 구글의 AI 언어모델) 기반의 실험적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바드(Bard)를 테스터들에게 개방할 것”이라면서 “향후 수 주 안에 일반인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드(Bard)는 ‘시인’이란 뜻이라는군요. 구글은 바드의 사용 예시를 보여줬는데요. ‘9살 어린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은 뭐가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9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요약해 뽑아주는 식입니다. 챗GPT에 맞서는 구글의 챗봇이라니. 이거 참 점점 재미있어지는데요. 구글이 기술은 앞서지만 상품화엔 약하다고 했던 기억하시나요. 과연 이번엔 구글이 상품화를 성공적으로 해서 AI 서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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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그게 되겠냐고요? [딥다이브]

    알츠하이머도 약 먹으면 낫는 시대가 온 걸까요? 얼마 전 미국 FDA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을 가속승인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술렁거렸는데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나 파킨슨병 신약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창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만약 치료제가 나온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고 하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는 셈인데요. 그러나 현실은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닙니다. 내로라 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신약개발에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를 하고 있죠. 그만큼 무지하게 어려운 겁니다.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인 걸 알면서도 선뜻 투자할 엄두가 나진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솔직히 용어가 너무 어려운 것도 큰 걸림돌.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바이오 산업 이야기를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나눠 봤습니다. *이 기사는 2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바이오의 성장성은 무한대!-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반도체보다도 더 크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일반인에겐 용어도 생소하고 신약 개발이 성공할지 예측도 어려워서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뭘까요?“저는 젊은 투자자 분들은 꼭 바이오 업종을 봐야 한다고 말씀 드립니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건강한 삶과 생명 연장이라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해결해주기 위한 산업이라서요. 바이오 제약 산업의 성장성은 무한합니다. 꼭 성장하는 산업이고, 중장기로 계속 봐야 하는 업종이죠.” -신약 개발의 경우엔 투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엔 바이오 기업들도 좀 어려움을 겪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업에 따라 다른데요. 이미 신약 개발을 성공적으로 해서 판매 중인 기업은 금리와 상관 없이 지난해에도 실적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은 좀 많이 어려웠는데요. 임상 1상엔 100억~300억원 정도, 임상 2상은 500억원, 임상 3상은 1000억원 정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생 바이오텍들은 투자를 받아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엄청난 신약들이 나온다-바이오 업계의 빅 이벤트는 역시 신약 출시이죠. 최근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FDA 가속승인을 받았는데요. 물론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은 두번째이긴 하지만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나온다니 대박일 것 같은데요. 또 한편에서는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고 하더라고요?“이번 레카네맙의 FDA 승인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중추신경계의 여태껏 치료제가 없었던 부분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항체 신약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란 신약이 나오긴 했지만 약효나 부작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나와서 FDA 승인을 받고도 시장에선 거의 자진 퇴출됐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많이 개선한 레카네맙이 이번에 에자이(일본 제약사)와 바이오젠에서 나왔습니다. 기존 약보다 인지 저하 속도를 훨씬 많이 개선했고요.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도 기존 아두헬름은 약 40%에 달했는데 비해 레카네맙은 10%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받고 있죠. 문제는 이게 CNS(중추신경계)를 겨냥한 거의 첫 항체 의약품이라는 거고요. 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연간 2만6500달러, 약 3300만원). 약 처방을 활성화하려면 보험 급여에 등재가 돼야 하는데요. 미국에서도 아직 실제 약효와 부작용이 어떻게 나올지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속승인을 넘어 정식승인을 받고 나서야 보험을 적용해준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특히 중추신경계 쪽은 부작용이 단순히 속이 안 좋거나 하는 게 아니라 사망으로까지 갈 수 있는 부작용이거든요. 아무래도 그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또 치료 대상인 알츠하이머 경증 환자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아서요. 올 한 해는 실제 의사들이 얼마나 처방할 지를 좀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임상을 거쳤다고 해도 검증이 더 필요하니까, 신약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폭발적으로 판매가 확 늘어나는 건 아니군요. “아무래도 정부나 보험사 입장에선 약가 부담이 워낙 크니까요. 보통 65세 이상에선 약 10% 정도가 (검사를 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 정도 발병률이 있다는데, 상당히 큰 수치이거든요. 그래서 폭발적인 수요는 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시장 침투까지 시장이 좀 시간이 걸립니다.”-지난해 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물질이 임상 3상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마드리갈이란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죠.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은 국내 제약회사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이것 역시 엄청나게 환자가 많고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시장이라면서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저희가 NASH라고 부르는 건데요. 알코올 섭취와 관계 없이 간염이 생기고, 그게 지방간이 되고 섬유질로 변해서 간경변까지 가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당히 심각한 질병입니다. 지방간염의 거의 80%가 NASH와 관련된 환자들이에요. 간이 워낙 복잡한 기관이어서 아직 그 원인 물질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가 않은데요. NASH 치료제가 개발만 되면 복용할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개발은 해왔어요. 하지만 임상 1상, 2상에서 효과를 보였어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하면 환자들 반응이 워낙 제각각인 거예요. 특히 간은 ‘생검’이라고 해서 직접 간 조직을 채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임상 자체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개발하다가 포기한 약물이 많은데요. 지난해 미국 마드리갈이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지표를 보였고 올해 신약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드디어 역사적인 NASH 치료제가 처음 나오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유럽 간학회에서 임상 2A 단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요. 그 데이터를 한번 확인해보면 이게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일지 아닐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알츠하이머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외에 연구원님이 관심 있게 보고 계신 신약 후보 물질은 무엇이 있나요? “우리나라와 관련된 게 3개 정도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과연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많이 제기하세요.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역사가 워낙 짧습니다. 신약을 실질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5년 전후입니다. 10년도 되지 않은 상태이죠. 임상 기간을 감안해보면 2025년 전후로 하나둘씩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약이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이 공동 개발한 레이저티닙입니다.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이고요. 임상 1상 단계에서 존슨앤존슨에 라이센스 아웃을 했고, 글로벌하게 임상 2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를 올해 3월과 5월에 발표하는데요. 탑라인 결과가 좋을 경우 2024년이면 신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FDA 신약 승인을 받을 약물이죠. 두번째로 올해 가장 큰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걸로 보는 게 레고켐바이오의 항암치료제 LCB84입니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약물을 링커로서 접합해주는 ADC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인데요. 글로벌하게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항암치료제 LCB84는 트롭2(Trop2)라는 암항원을 타깃으로 해서 유방암이나 폐암, 대장암에 쓰일 수 있는 약인데요. 글로벌하게 경쟁약품이 그렇게 많지 않고, 이미 나온 약물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낫습니다. 올해 중기에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예상하는데요. 이 정도급 약물이면 글로벌 빅파마에 1조원 이상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다음은 ABL바이오라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인데요. ABL301이라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작년 3월 사노피에 기술이전이 돼서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출시되려면 좀 멀긴 하지만 상당히 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투자? 글로벌을 알아야-바이오주 투자법이 궁금한데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서 전임상과 임상1상, 2상, 3상까지 해서 FDA 승인까지 받으려면 10년 정도 시간이 걸리고요. 또 단계마다 성공했냐 실패했냐에 따라서 주가가 정말 크게 요동치잖아요. 될 것 같아 보여서 괜히 몰빵해서 투자했다가 막판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바이오주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만약 신약개발 이벤트를 보고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조언해주신다면? “만약 중장기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매우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에 초기에 들어가서 신약을 개발할 때까지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요. 대부분이 좀 어려우실 것 같아요. 좀 단기적으로 보신다면 무엇보다 종목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바이오라고 해서 모든 회사들이 다 유망한 바이오 기업이 아닙니다.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보려면 글로벌 바이오 산업 관점에서 보셔야 해요.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들이 보기에도 유망한가를 먼저 보시고요. 그 약물이 어떻게 임상이 진행 중인지를 체크해서, 보통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단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접근하기가 좋습니다. ‘카더라’ 식의 투자가 아니라, 그 회사를 분석한 리포트를 많이 읽어 보시고 그 물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지를 좀 아시고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좀 어렵긴 하지만요.”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네요. “바이오주 투자자 중에 ‘뭔가 된다고 하는데 왜 이 회사는 주가도 안 오르지?’ 또는 ‘왜 임상 진행하고 학회에서 발표도 했는데 주가가 안 오르지?’ 이렇게 느끼는 경우가 많을 수 있는데요. 그건 국내 쪽만 보기 때문입니다. 전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놓고 봤을 때 그 회사가 진행한 것들이 상당히 미미한 효과밖에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바이오 업종을 투자하실 땐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많이 보셔야 합니다. 해외 기업 분석 리포트나 해외 뉴스들, 해외 기업의 주가 차트를 많이 보면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 기업들을 빅파마라고 부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많이 M&A도 하는데요. 올해는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거라는 기사가 많더라고요. 그런 M&A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국내의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엔 M&A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로 될 만한 회사들이 아직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해외 쪽을 보셔야 하는 건데요. 올해 M&A가 많이 일어날 거라고 하는 이유가 올해부터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력 제품들의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들이 나옵니다. 그럼 빅파마의 성장성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죠. 또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제약 바이오쪽에 워낙 많은 자본투자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모더나처럼 엄청나게 돈을 번 회사들도 있죠. 그런데 초기 바이오텍은 지난해와 올해 주가가 많이 하락했거든요. 그래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들은 빅파마의 M&A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우리가 한 종목에 몰빵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M&A 이슈를 노리고 주식을 사기보다는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잘 보고 접근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거군요.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빅파마들도 그런 회사들을 원하는 거거든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진 바이오텍들이 결국 M&A가 되든지, 그게 아니면 빅파마들에 기술이전을 한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 즉 신약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강한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게 맞습니다.” -빅파마들은 워낙 돈이 많죠. 달리 보면 이미 큰 빅파마들만 M&A로 더 잘 되겠네요. “빅파마 중 화이자는 바이오엔텍과 코로나 백신을 상업화를 시켜서 돈을 많이 벌었고요. 미국의 머크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가지고 일 년에 거의 30조원 정도씩 돈을 버는 회사이거든요. 근데 지금 소규모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연구 개발 하는 바이오텍은 유망한 회사도 1조~2조원 정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빅파마들 입장에서는 지금 투자하기 상당히 좋은 시기입니다. 빅파마들이 자기네가 어렵다고는 하는데, 돈 버는 걸 보면 제약 바이오 산업의 이익창출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낄 수 있죠. 국내 투자자들이 아직 그런 걸 못 느끼는데요. 국내에서는 신약이 개발된 적은 사실상 없습니다. 개발이 되긴 했고 FDA 승인 받은 약도 몇 개 있긴 한데요. 글로벌하게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건 한 2조원 이상 팔리는 약물인데, 그런 약물이 없죠. 그러다 보니 신약의 가치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투자했던 것들이 2-3년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라서 좋네요! 마지막으로 바이오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죠.“국내 제약 바이오 업종 주가가 지난해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제약 바이오주 주가는 좋았거든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좋거나 유망 신약을 가진 회사들은 특히 주가가 좋았습니다. 그게 신약의 가치를 설명해줍니다. 국내엔 아직 그런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지 않아서 우려감이 상당히 많이 반영돼있는데요. 이제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도 이제 결실을 보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과거 국내 제약 바이오 업종 주가 흐름을 보면 두번의 큰 단계적 상승이 있었어요. 저는 ‘써드 웨이브(Third Wave)’, 즉 2024년부터 본격적인 상승 시기로 진입할 걸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저점인 올해부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By.딥다이브*딥다이브에서 그동안 우주, 로봇, UAM, 수소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을 많이 다뤘는데요. 그 어느 기술 못지 않은 미래 성장 분야가 바이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방대한 분야라서 좀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해결해주는 바이오 산업. 그 성장성은 무한합니다. 젊을수록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FDA 승인을 받으면서 엄청난 시장이 열렸습니다. 다만 시장 침투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국내 기업은 신약 개발 못한다고요? 그건 아직 개발 기간이 얼마 안 됐기 때문이죠. 이르면 2024년 레이저티닙을 시작으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를 한다면 될성부른 바이오 기업을 골라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국내 만이 아닌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을 공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2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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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알파벳∙아마존, 실적 왜 이래? 시간외 주가 급락[딥다이브]

    급등과 급락이 엇갈리는 참 종잡을 수 없는 아침입니다. 미국 나스닥 이야기인데요. 분명 ‘빅테크 랠리’로 나스닥이 3.25% 급등하며 신나게 장을 마감한 건 좋았는데요(메타는 무려 23.28% 폭등). 마감 직후 발표된 3A(애플, 알파벳, 아마존) 실적 부진 소식에 시간외 거래에선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도대체 실적이 어떻길래 갑자기 파티가 중단된 걸까요. 하나씩 들여다 봅시다.애플(정규장에서 3.71% 상승, 폐장 후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4%대 하락)지난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보여왔던 애플이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5.5% 줄어든 1172억 달러였는데요. 애널리스트 예상치(1211억 달러)에 못 미쳤죠. 순이익도 13.4% 감소한 300억 달러로 예상(310억 달러)을 밑돌았고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아이폰 생산 차질. “우리는 상당한 생산량을 잃었다”고 애플 재무 책임자 루카 마에스트리는 설명했는데요. 달러 강세도 매출을 끌어내리는데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알파벳(정규장에서 7.28% 상승, 폐장 후 4% 수준 하락)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시장 예상치(매출 765억 달러)에 못 미치는 실적(760억 달러)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알파벳의 광고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요. 경기 둔화 탓이 크긴 하지만 구글 검색은 다른 측면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죠. 바로 챗GPT라는 경쟁자. 이날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인공지능(AI)를 ‘전면과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는데요. “우리가 검색과 다른 부분에서 공개할 AI 기반 도약에 대해 흥분된다”고도 했습니다. 역시 올해의 키워드는 AI. 아마존(정규장 7.38% 상승, 폐장 후 한때 4% 넘게 하락)아마존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 성장한 1492억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4분기에 전년 대비 20% 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3분기 성장률(27.5%)은 물론 애널리스트 예상치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인데요.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립스만은 “AWS의 감속이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 아마존이 다음 분기에 AWS의 영업이익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평가했죠.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이날 성명에서 “단기적으로 우리는 불확실한 경제에 직면해 있지만, 아마존의 장기적 기회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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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은 8? 맞아요” 맥락 아는 AI, 돈 벌기 시작하다[딥다이브]

    구글이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케 하고, ‘숙제의 종말’을 불러오고, 미국 의사∙변호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고….오픈AI(Open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형 AI서비스 ‘챗(Chat)GPT’ 관련 기사가 두달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관심이 정말 뜨겁단 얘기죠. 하루 사용자 수가 150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ARK인베스트 추정). 1월 23일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뉴스도 나왔는데요.챗GPT을 가지고 얘기할 주제는 너무나 많지만 상상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거나(인공지능이 사무직을 대체할까?)이나 윤리와 관련한 이슈(저작권 침해는 어쩌지?)들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어차피 얘기해봤자 끝도 없고 결론이 안 난다는). 대신 오늘은 ‘앞으로 1~2년 안에 챗GPT가 가져올 기업과 기술, 생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봤습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담당인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챗GPT가 특별한 이유-챗GPT가 일반에 공개된 지 두달이 됐는데요. 이 정도까지 사람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줄은 사실 몰랐어요.“새로운 기술에 대해 사람들이 ‘스파크’가 튀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챗GPT가 바로 그걸 건드렸습니다. 과거 ‘알파고’는 바둑밖에 못했지만, 챗GPT는 우리가 사용하면 실무에서 쓸 수 있다는 피드백이 바로 오니까 환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챗GPT를 특별하게 만든 건 뭔가요.“AI는 나온 지 오래됐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AI가 쓰인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죠. ‘상품성’이 있다고 와닿는 제품으로서 반응이 처음 온 게 바로 챗GPT이고요. 그게 바로 생성형(Generative)AI라는 특징 때문입니다.” -‘생성(Generative)’이란 용어가 언어학에 나오는 개념이더라고요. 몇가지 원리만 알면 무수히 많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데요.“맞아요. ‘자가학습이 된 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최근 증권가 텔레그램에서 화제가 된 챗GPT 답이 있는데요. ‘2 더하기 7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9입니다’라고 하길래 ‘아니야, 우리 와이프가 8이래’라고 하니까 챗GPT가 ‘그럼 8이 맞죠’라고 한 거예요. 맥락을 이해한 거죠.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해서 답을 내놨습니다. 이게 가능해진 게 두가지 기술 때문인데요. 트랜스포머와 퓨샷러닝(Few-Shot Learning)입니다. 트랜스포머는 2017년 구글이 만든 알고리즘입니다. AI가 단어를 학습 할 때 앞, 뒤에 있는 단어 2개와의 관계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문단 전체에 있는 단어와의 관계성을 정의할 수 있게 했죠. 덕분에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또 데이터 학습을 시키려면 원래는 사람이 일일이 라벨링한 데이터를 줘야 했는데요. 라벨링이 없어나 최소한만 있어도 학습하는 ‘퓨샷러닝’으로 자가학습을 하게 됐습니다. 트랜스포머와 퓨샷러닝 기술 덕분에 2020년 오픈AI의 GPT-3(언어모델)가 탄생했고요. GPT-3 등장을 보고 다른 기업들도 ‘저렇게 하면 엄청 뛰어난 AI가 되는구나’라며 우후죽순으로 초거대AI를 만들게 됐습니다.”-빅테크는 물론 한국 기업들까지 초거대AI 개발에 뛰어든 것도 GPT-3가 먼저 나왔기 때문이었군요.“기점이었죠. 1750억개라는 어마어마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지고 등장한 게 GPT-3가 처음이었고요. 다른 기업들이 ‘저 방법으로 하면 되는구나’라고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초거대AI 시대가 온 겁니다. 그래서 GPT-3가 의미 있고요. 그 GPT-3로 가장 먼저 우리가 일상에서 상용화하는 제품을 만든 게 챗GPT라 할 수 있죠.” -GPT-3의 놀라운 학습능력이 기반이 됐고, 그걸 바탕으로 상품성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는 게 챗GPT의 특별한 점인 거군요. “가장 핵심은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사실 기술력은 거기서 거기란 말이죠. 우리가 오피스 워드가 특별해서 쓰나요? 다른 것도 있는데, 남들이 다 쓰니까 쓰잖아요. 쓰게 하려면 사용자가 편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쉬워야 하는데요. 이런 부분이 소프트웨어 영역에선 매우 중요해요. AI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쓰고 싶게끔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핵심입니다. 2020년 GPT-3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IT업계는 이걸로 뭘 하느냐가 고민이었어요.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이) 맨날 바둑만 둘 건 아니잖아요. 그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 본격적으로 돈을 벌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죠. 지금은 챗GPT라는 텍스트 기반 AI가 나왔지만, 앞으론 이미지∙영상∙음성 같은 데이터로도 나올 텐데요. 그걸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화해서 수익을 뽑아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오픈AI와 손잡은 MS의 큰 그림-오픈AI가 올해 매출 2억 달러, 내년 10억 달러를 올릴 거라고 밝혔는데요. 궁금한 게 오픈AI는 어떻게 돈을 버나요? 챗GPT를 유료화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고. B2B 비즈니스를 하나요? “말씀드렸듯이 오픈AI가 GPT-3를 만들었는데요.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코지피티(KoGPT, 한국어에 특화된 AI 언어모델)나 SK텔레콤의 에이닷(A.) 같은 게 GPT-3 기반이에요. 따라서 사용료를 내죠. ‘토큰(단어) 당 얼마’라고 비용이 책정돼 있어요.” -만약 카카오 코지피티를 사람들이 많이 쓰면 오픈AI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이군요. 사업 모델로서 매우 좋네요.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요한데요. 사실 GPT-3를 구동하는 데 핵심 중 하나가 인프라거든요.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구동시켜야 하는데, 그 GPU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MS입니다. GPT-3를 사람들이 많이 쓰면 MS도 돈을 버는 구조이죠. MS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없으면 아무리 초거대AI를 만들어도 이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서비스로 연결되기가 어렵습니다. 인프라까지 다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결국 자금력 있는 회사만 할 수 있죠.” -오픈AI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고, 마침 MS도 오픈AI 기술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본 거군요. “구글은 자기네 AI를 개발 중이고, 심지어 TPU라는 자체 프로세서도 만들고 있어요. 오픈AI과는 경쟁사니까 오픈AI가 구글로 갈 리는 없고 MS가 최적의 선택이었죠.”-MS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겠죠? 사티아 나델라 CEO가 “AI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얘기했는데요. MS는 윈도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전환했지만 다시 한단계 더 도약을 해야 할 테니까요. “(클라우드)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으니까요. 2014년부터 MS가 ‘클라우드 퍼스트’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제 클라우드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부터 성장 동력이 부재하기 시작했어요.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2%로 떨어진 성장률(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 모멘텀을 AI로 본 거죠. AI를 하면 일단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엑셀, 워드에도 챗GPT를 넣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죠. 검색엔진의 경우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91%이고 MS 빙(bing)이 3-4%대이거든요. 빙에 AI를 탑재해서 구글보다 더 사람들이 쓰고 싶게끔 만든다면 구글의 광고수익을 뺏어올 수도 있겠죠.” -챗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다들 ‘구글 검색에 위협이 될 거다’라고 봤죠. 그런데 저는 유닷컴(You.com ; 챗봇 적용 검색엔진)도 들어가봤는데 아직은 그 정보를 그닥 신뢰하진 못하겠더라고요. “맞아요. 지적받는 부분 중 하나가 정보 출처를 모르니까 정확한지 아닌지 모른다는 건데요.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 7시에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날 때, 구글에서 ‘광화문 맛집’으로 검색해서 하나하나 살펴볼 수도 있지만 챗GPT한테 ‘친구랑 3명이서 캐주얼한 분위기로 갈만한 맛집 추천해줘’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내가 일일이 뒤지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추천 받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고요.만약 MS 빙이 그 선택지를 줄 수 있으면, 그것 때문에 예전보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거고요. 역시 ‘정말 사람들이 쓰고 싶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MS가 오픈AI에 추가 투자를 하면서, 다른 곳보다는 AI 상품화에서 확실히 앞서갈 수 있겠네요.“예전부터 AI 챗봇은 있었는데, 문제점이 비적합한 데이터가 나올 때가 있다는 거였어요.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적인 발언처럼요. 웹에는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다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상품화한다는 건 바로 그런 걸 뜻하거든요. 그런 오류를 교정해야 상품화할 수 있죠. 지금 챗GPT는 ‘GPT-3.5’ 버전으로 서비스하는데요. 편향된 문장을 완화하기 위해 GPT3를 2년 동안 업그레이드한 겁니다. 인종차별 같은 편향된 문장은 사실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초거대AI 만들었죠. 그런데 이걸 상품화할 때는 이런 디테일을 어떻게 정교하게 잡느냐가 중요하고요. 그 작업을 해서 출시한 게 챗GPT입니다. 그런 디테일이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입니다.”기술은 1위인데…초조한 구글?-챗GPT 공개 이후 구글이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고 하죠. 구글 역시 뛰어난 기술이 있으니까 당연히 구글이 챗GPT를 따라잡으려고 나설 거라고 다들 보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AI 기술 자체는 구글이 더 앞섭니다. 파라미터 수도 훨씬 많고요.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그 부분, 상업화하고 제품화하는 데 있어서 디테일을 못 잡는 게 구글의 단점입니다.” -구글이 원래 그랬나요?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도 기술은 구글이 가장 앞서요. 그런데 1등은 아마존이잖아요. 사실 ‘커머스 회사가 웬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클라우드, 즉 소프트웨어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CS(고객만족)가 엄청 중요해요. 고객이 오류가 났다고 하면 바로 해결해줘야 하죠. 구글은 그런 게 약해요. 기업 고객 입장에선 아마존이 더 편하죠. 사실 기업 고객 중에서 기술적으로 전문가가 얼마나 되겠어요. 쓰기에 더 편리하고, 뭔가 요구하면 빨리 처리해주는 게 중요하죠. 아마존은 고객서비스가 원래 하던 메인 비즈니스니까 그걸 잘했는데 구글은 기술은 1등이지만 서비스는 ‘그걸 왜 해줘야 해?’라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완전히 뒤쳐졌는데요. 이게 바로 상품화가 안 되는 거예요. AI도 구글이 분명히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트랜스포머 알고리즘도 구글이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 구글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오픈AI는 챗GPT를 만들었는데, 정작 구글은 검색엔진에 AI를 적용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상품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상품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떨어지는 거죠.” -구글은 기술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갖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돈 버는데 쓸지를 고민해야 겠네요. “구글이 뭔가를 할 거라는 기사는 계속 나오는데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는데 별로이면 그건 구글 입장에서 치욕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구글이 힘든 상황입니다. 기술 개발은 자기네가 먼저 했지만, 기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거죠.”한국 기업도 가자, 초거대 AI로?-다시 오픈AI 얘기로 돌아가면. GPT-4가 올해 안에 나온다고 하죠. 100조 파라미터를 학습하고, 멀티모달(텍스트만이 아닌 이미지∙영상∙음성 등으로 대화)일 거라는 식의 추측이 많았는데요. 실제론 그렇게 가진 않을 것 같다고요?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인터뷰에서 멀티모달은 일단 아니라고 했고요. 또 ‘파라미터 자체가 더 많아지는 건 의미 없다’고 했어요. 파라미터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함수인데 이건 이미 충분하고, 더 중요한 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죠. 지금 챗GPT는 웹상에 있는 데이터를 학습했는데요. 과연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괜찮은 AI가 나올지가 진짜 고민인 겁니다. 예를 들면 의료 데이터가 있겠죠. 그런데 접근이 쉽지 않잖아요. 또 금융권 고객 데이터도 있는데요. 개인정보인데 이걸 어떻게 학습시킬지가 문제입니다. 만약 데이터 자체가 있다 해도 이곳저곳 뿌려져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 모아서 전처리 작업을 해서 학습시킬 것인가. 이런 문제가 더 핵심이에요. 더 정교한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히 파라미터수가 아니라 데이터를 정제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겁니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게 의미있는 게 아니라, 입력하는 정보 자체의 질을 높여야 하는 군요. 그게 어려운 거죠.“PC 바탕화면도 원래 정리를 안 한 사람은 한번씩 정리할 때 되게 머리 아프잖아요. 비슷합니다. 깔끔하게 데이터를 만들어서 AI한테 떠먹여줘야 하는데, 그 작업이 기업 입장에선 어렵죠.”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듯이 변호사나 의사를 AI가 대체하게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을까요? “변호사를 대체하려면 사건 케이스 자료를 전부 학습해야 할 텐데요. 그걸 로펌마다 따로 갖고 있으면 어떻게 모으겠어요. 사건 케이스를 모으는 DB가 있어서 모든 변호사가 사건 하나 끝날 때마다 했던 업무를 다 적어넣게 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그런 게 사실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챗GPT가 유료화된다 해도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가 그걸 업무에 상당 부분 활용하게 되진 않으려나요? “흠. 모르겠어요. 저희가 보고서 쓸 때 앞에 요약을 하는데요. 챗GPT가 전체 글을 주고 요약하라고 하면 진짜 잘해요. 예를 들어 100장짜리 책을 요약하라고 하면 챗GPT가 인간보다 잘할 수밖에 없죠. 아마 나중엔 주가 맞추는 것까지도 더 잘하게 될 수 있을지 몰라요.”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가 ‘그동안 자체 챗봇 개발한다고 돈과 시간을 들였는데 괜히 고생했다. 그냥 챗GPT 쓰면 되는데’라고 말하더라고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초거대AI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기업들은 개발 의지가 꺾일 수도 있겠습니다. “기술로는 우리가 어떻게 구글을 이기겠어요. AI 자체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으니 그냥 모델은 가져와서 쓰고,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게 사실은 더 실용적이죠. 그 서비스라는 게 챗봇처럼 직접적인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광고수익을 내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고요.정교한 서비스 만들기가 진짜 어려운 문제죠. 지금 산업계는 뒤쳐질까봐 난리입니다. 대기업 전략팀은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있죠.” By. 딥다이브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계속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챗GPT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 중 꼭 필요한 내용만 정확하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이 쓴 보고서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한 인터뷰였는데요. 어떠신가요. 좀 정리가 잘 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구글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챗GPT는 사람들이 쓰고 싶게 하는 ‘상품성’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과 엑셀, 워드에도 챗GPT를 결합할 겁니다.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돈을 벌 겁니다. AI 기술로는 세계 최고인 구글은 초조할 겁니다.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상품화엔 뒤쳐졌으니까요. 구글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도 모두 초거대AI 개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요? 글쎄요. 오히려 AI 모델은 그냥 다른 데 걸 가져와서 쓰고,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좀더 실용적일 수도.*이 기사는 1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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