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전날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충격을 안겼지만, 시장은 다시 빅테크 실적으로 눈을 돌렸죠.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97%, S&P500 +1.25%, 나스닥지수 +1.30%.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죠. “3월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발언했는데요.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등 투자은행은 3월 금리 인하 전망을 지우고 5월로 미뤄야 했습니다.하지만 이날 뉴욕증시는 전날의 충격을 잊은 듯한데요. 증시가 기댈 수 있는 건 빅테크 실적이죠. 이날 장 마감 뒤 주요 빅테크 기업이 실적을 보고했습니다.일단 아마존 실적을 볼까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4%나 증가했고, 이익은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06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월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죠. 시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AWS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매출이 13% 증가해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 발표에 아마존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7% 넘게 뛰어올랐죠.메타 역시 상당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온라인 광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나 증가했습니다. 비용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률은 이전의 두배가 넘는 41%를 기록했고요. 순이익 역시 140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3배 수준으로 불어났는데요. 메타는 3월 26일 투자자들에게 주당 50센트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역사상 처음인데요.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15% 급등했죠.그럼 애플은? 애플은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 증가한 1196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5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멈춘 겁니다. 주당 순이익은 16% 증가한 2.18달러로 예상치를 넘어섰고요. 하지만 문제는 중국 시장이죠. 중국 내 매출은 같은 기간 13% 줄어든 208억 달러에 그쳤는데요. 애널리스트들의 예측(235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 안팎으로 하락 중이죠.금요일인 2일엔 1월 고용보고서 발표가 예정돼있습니다. 과연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올 수 있을까요. 월가에선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전달보다 3만5000명 줄어든 18만명 증가에 그칠 거라고 기대합니다. 한번 지켜보시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포르셰와 페라리. 여러분은 두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중 무엇을 더 사고 싶으신가요. 어차피 살 돈이 없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냐고요? 물론 차를 살 돈이야 없죠. 하지만 주식이라면 다릅니다. 포르셰 주식은 주당 약 11만원, 페라리는 45만원 정도이니까요.라이벌인 두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지난해 들어 뚜렷하게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요. 포르셰와 페라리가 보여주는 자동차와 럭셔리 시장의 단면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페라리에 따라잡힐라‘유럽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제조사’는 어디일까요. 바로 독일 포르셰입니다. 2022년 9월 독일 증시에 상장한 포르셰는 상장하자마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까지 제쳤죠.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테슬라와 토요타에 이어 시가총액 3위의 자동차 회사입니다.포르셰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82.5유로의 공모가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데뷔했었죠. 워낙 화려한 출발이어서 딥다이브의 첫 번째 뉴스레터에서 다루기도 했는데요( 참고). 포르셰 주가(티커 P911)는 이제 얼마일까요. 29일 종가가 76.48유로. 공모가보다 7% 넘게 떨어졌고, 고점(2023년 4월 118.9유로)과 비교하면 35% 넘게 급락했습니다.사실 포르셰가 IPO 했을 땐 다들 증시에서 ‘제2의 페라리 신화’를 쓸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럼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페라리 주가 흐름은 어떨까요.페라리는 2015년 10월 공모가 52달러로 뉴욕증시에 상장했죠. 티커는 RACE. 초반에 잠시 부진했던 주가는 2016년부터 질주본능을 발휘했는데요. 지난해에도 레이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6일 기준 종가는 340.17달러. 상장 이후 500% 넘게 올랐고, 최근 1년 동안에도 35% 뛰었죠.지난해 주가가 정반대 흐름을 보이면서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는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포르셰 시총이 페라리의 두배를 훨씬 넘어섰는데요. 지금은 페라리 시총 622억 달러, 포르셰 757억 달러입니다. 불과 1년여 만에 페라리가 이렇게까지 맹추격을 할 줄이야. 아니, 포르셰가 후진한 결과라고 봐야 할까요.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에서 이렇게 꼬집었죠. “(상장 당시 포르셰) 투자자들은 페라리와 경쟁할 슈퍼카 주식이란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꿈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았고, 일부 투자자들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심합니다.”흔들리는 포르셰혹시 포르셰 판매가 줄어들기라도 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지난해 1~9월 판매량은 약 24만3000대로 전년보다 10% 늘었죠. 이자∙세금 차감 전 마진(EBIT마진)도 18.3%로 양호했고요. 폭스바겐(6.8%)이나 현대차(10.1%), 메르세데스 벤츠(13.2%)와 비교해도 확실히 인상적인 마진율입니다.하지만 포르셰 판매가 흔들린다는 신호는 포착됩니다. 일단 마진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죠.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 시장이 부진한 탓이 큰데요. 포르셰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에 1년 전보다 40%나 쪼그라들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청년 실업률 증가 같은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가 영향을 끼친 거죠.미국이나 유럽 시장도 고금리 탓에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데요. 최근 포르셰 측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올해 판매량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질을 줬다고 합니다. 회사 측은 블룸버그에도 “올해는 가치지향적 성장과 안정적 판매 수준”에 집중할 거라며, 올해 4개 모델 업데이트를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하죠. 상황이 썩 좋지 않지만 ‘신차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인데요.실제 지난 25일 포르셰는 첫 SUV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을 공개했습니다. 카이엔 아랫급인 마칸은 지난해 카이엔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포르셰 차종으로 올라섰죠. 그래서 마칸 전기차가 엄청난 기대주이건만. 주가를 보면 시장 반응이 생각만큼 열광적이진 않습니다. 이게 사실 1년 전에 나왔어야 할 신모델인데, 한참 지각 출시됐기 때문이죠. 폭스바겐 그룹의 아주 큰 골칫거리인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 탓이었는데요. 그 결과 하필 전기차 신모델 출시 시점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고꾸라지는 때와 겹치고 말았습니다. 참, 바쁘게 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발목 잡는 일투성이입니다.럭셔리주인가 아닌가요약하자면 중국 경제 위축과 고금리, 신차 출시 지연으로 포르셰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고, 주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죠. 투자자들이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럭셔리 기업인 줄로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아니네?’라고 말이죠.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사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데다, 전기차 같은 기술혁신에도 취약하기 때문이죠. 12개월 선행 PER(주가가 미래 12개월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이 현대차는 4배 내외, 메르세데스벤츠가 5배 수준인 이유인데요. 포르셰는? 선행 PER이 13배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죠.그럴 수 있는 건 포르셰가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고 그간 주식시장에서 평가 받아왔기 때문인데요. 그 평가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번스타인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다니엘 로스카 역시 바로 이 점을 지적합니다. “포르셰는 모델 주기에 의존하는 순환 주식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럭셔리 기업에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자, 그럼 페라리는 어떨까요. 일단 페라리는 판매량이 포르셰보다 훨씬 적죠. 연간 30만대를 판매하는 포르셰와 달리, 페라리는 판매량이 그 20분의 1 수준인 연간 1만3000대 남짓인데요. 가격 면에서도 차이가 상당합니다. 페라리 대당 평균 판매가는 약 36만8000유로(약 5억3000만원). 포르셰는 그 3분의 1 정도에 그치죠.페라리는 지난해 1~9월 1만418대를 판매했는데요.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만 보면 성장세가 포르셰보다 못하죠. 그런데 같은 기간 페라리 매출은 19%나 늘었습니다. EBIT마진은 포르셰보다 10%포인트나 높은 28%에 달하고요. 압도적인 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도대체 페라리는 차를 별로 많이 팔지 않고도 어떻게 돈을 잘 벌까요. 비결은 ‘개인화(personalization)에 있다는데요. 페라리는 기본 차값도 비싸지만 아주 광범위한 범위의 개인화 옵션을 제공합니다. 거의 완전히 새로운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죠. 그 결과 개인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값은 20~100%까지도 올라가는데요. 부유한 페라리 고객들이 점점 더 값비싼 개인화 옵션을 선택하면서 페라리가 버는 돈은 늘어만 갑니다.보통 자동차 제조사들은 성장을 위해서는 판매량을 늘려야만 하죠. 그래서 경기가 안 좋을 땐 가격을 낮춰서라도 물량 밀어내기를 해야 하고요. 페라리의 성장방식은 이런 일반 자동차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물량에 의존하지 않고, 판매가격을 올리며 커가고 있죠. 달리 말하자면 페라리는 회사가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네데토 비냐 CEO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렇게 밝혔죠. “개인화의 지속적인 매력에 힘입어 성장한 기록적인 분기였습니다. 주문량은 여전히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25년 전체에 걸친 모든 지역의 강력한 수요를 반영합니다.” 내년 말까지의 생산량이 이미 주문이 꽉 차 있다고 얘기한 건데요. 경제 둔화? 고금리? 최상위 부자만 상대하는 페라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베블런재와 에르메스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수요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다? 수요-공급의 법칙 작동하지 않는 이런 재화를 일컫는 용어가 있죠. 바로 ‘베블런재(Veblen good)’. 미국 경제학자 소스턴 베블런이 1899년 만든 개념인데요.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사치재가 여기 해당합니다.페라리가 전형적인 베블런재라 할 수 있겠죠. 주식시장에서 페라리의 선행 PER은 약 40배로, 포르셰나 다른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사를 압도합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럭셔리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죠. 패션계에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프랑스 명품회사 에르메스 주가는 주당순이익의 약 50배 수준으로 평가받는데요. 경쟁사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나 케어링(구찌 모회사)은 그 절반으로 거래됩니다. 명품 회사끼리도 차이가 큰 건데요.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럭셔리 기업의 지난해 성장세는 이전보다 확연히 둔화했죠. 하지만 에르메스는 지난해 3분기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 성장(15.6%)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은 “고객 수요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격인상 덕분에 경제적 역풍을 이겨냈다”고 자평했는데요. 1만 달러가 넘는 에르메스 가방에 대한 수요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늘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에르메스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5% 넘게 뛰었습니다. LVMH는 -3%, 케어링은 -32%를 기록했는데 말입니다.전기화 이후 2라운드는?결론적으로 슈퍼카와 명품 시장도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슈퍼리치’를 위한 브랜드만이 성공을 이어가고 있죠. 그 결과 포르셰는 당초 IPO 때 기대했던 ‘페라리 대체제’로 주식시장에서 자리 잡진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평가도 냉정하죠. 최근 도이치뱅크는 포르셰 목표주가를 120유로에서 100유로로 낮췄습니다. “가격 보호를 위해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량을 배분한 게 마진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팀 로코사 애널리스트)는 이유였는데요.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포르셰 말고 페라리 주식이 더 유망하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또 아닙니다. 페라리 주가는 올라도 너무 올랐거든요. 지난해 말 HSBC와 엑산BNP파리바는 각각 페라리 투자등급을 ‘아웃퍼폼’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자고로 좋은 주식이란 가치보다 가격이 싼 주식이죠. 팁링크스에 따르면 페라리 목표주가 평균치는 365달러. 현재 주가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또 페라리는 올해와 내년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바로 순수전기차 시장 진출입니다. 이미 페라리는 하이브리드차량을 판매 중이죠. 엔진 굉음이 특징인 슈퍼카에 웬 하이브리드엔진인가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3분기 페라리 출하량 중 과반수(51%)가 하이브리드차량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페라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순수전기차 신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현재 전용공장을 짓고 있죠. 올해 6월 새 공장이 완공되고, ‘전기 페라리’ 신모델을 2025년에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과연 페라리는 전기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요. 출발이 한발 늦은 감도 없진 않은데요. 비냐 CEO는 “모든 테스트를 프로토타입에서 진행 중이고, 모든 것이 제시간에 맞춰 왔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전기 페라리가 시장 기대를 충족해낼 지는 나와봐야 압니다.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죠. 이와 비교하면 포르셰는 비록 소프트웨어 문제로 개발에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전기화를 더 일찍부터 앞서서 해왔고, 이제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할 겁니다. 두 럭셔리 스포츠카의 주가 경쟁 1라운드는 일단 페라리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듯하지만, 전기화 이후의 2라운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By.딥다이브포르셰는 상장 전부터 페라리와 끊임없이 비교 당했습니다. 특히 ‘포르셰는 페라리만큼 럭셔리는 아니다’라는 지적이 참 많았는데요. 현재까지만 보면 그 지적이 맞아떨어졌군요. 그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22년 9월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던 포르셰 주가가 빠르게 후진 중입니다. 최고점보다 35%나 떨어졌죠. 전체적으로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기 때문입니다.-반면 페라리 주가는 상승흐름을 이어가며 견조합니다. 압도적인 이익률과 매출성장세 덕분인데요. 선행 PER도 포르셰는 13배, 페라리는 40배에 달합니다.-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럭셔리 회사로 인정 받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거시경제에 영향 받지 않고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이어야만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고급 스포츠카 시장도 양극화된 셈인데요. 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화하는 법. 전기 스포츠카 시장을 두고 벌어질 2라운드의 결과도 궁금해집니다.*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바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빅테크 실적과 FOMC, 고용 보고서가 줄줄이 대기 중이죠. 출발은 좋습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9%, S&P500 +0.76%, 나스닥지수 +1.12%를 기록했죠. S&P500은 4900선까지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지난해 시장을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주식 중 5곳의 실적이 이번 주에 발표됩니다. 30일 알파벳과 MS, 2월 1일엔 메타∙아마존∙애플 실적이 나올 예정이죠. 또 30~31일 이틀에 걸쳐 FOMC 회의가 열립니다. 물론 기준금리 동결은 거의 확실시되는데요. 31일 기자회견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신호를 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죠. 과연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칠 수 있을까요.금요일인 2일엔 1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1월 신규일자리가 18만개 증가해 전달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고용시장의 열기가 적당히 식는다면 3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줄 신호가 될지도 모르죠.이트레이드의 투자책임자 크리스 라킨은 “이번 주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이 돌파구를 유지하려면 이번 주 빅테크 라인업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피하고, 연준의 금리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을 듣고, 견고하지만 너무 뜨겁지 않은 일자리 수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이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미국 주식에 대한 전망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눈에 띄는데요. 지금의 기술주 중심 랠리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장밋빛 거시전망을 고수함에 따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S&P500의 상승 모멘텀이 향후 6~12개월 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낙관론인데요.다만 올해 말에는 상황이 다시 달라질 거라고도 예측했습니다. 블랙록 투자 연구소는 “우리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2% 가까이 하락해 (주식시장)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거란 시장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2%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높은 임금인상률이 이어지면 “2025년엔 물가상승률이 다시 3%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결국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투자자들은 민첩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가형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 제조사들이 올해 공급가격을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소식까지 나오는데요. 그럼 전기차 값도 내려가냐고요? 그건 그렇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도 함께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이죠. 도대체 배터리 가격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 걸까요. 이 고비는 어떻게 넘겨야 할까요. 오늘은 배터리 가격 하락세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1년 새 반토막 났다‘배터리가 0.3위안/Wh 시대에 진입하다’이달 중순 중국 기술 전문매체 36Kr가 ‘독점’이라며 이런 보도를 내놨습니다.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이 현지 자동차 기업들에 ‘올해 안에 표준 규격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와트시(Wh)당 0.4위안 이내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소식인데요.‘0.4위안/Wh’란 수치, 좀 생소하죠. 중국에서 LFP 배터리셀 가격이 1년 전엔 0.8~0.9위안/Wh였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1년 만에 셀 가격이 반토막 났다고 보면 되고요.이걸 비교하기 쉽게 배터리팩 가격으로 환산해볼까요. 아시다시피 배터리는 셀을 여러 개 모아 팩으로 만들어 전기차에 탑재되는데요(보통 ‘셀→모듈→팩’ 구조이지만, CATL은 모듈을 생략한 ‘셀투팩(CTP)’ 방식). 셀이 배터리팩 가격의 80% 정도 되거든요. 그래서 간단한 산수를 좀 해보면, 셀 가격이 Wh당 0.4위안(0.06달러)이라는 건 팩 가격이 대략 kWh(킬로와트시)당 75달러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아니, kWh당 75달러밖에 안 된다고? 이거 좀 놀라운데요. 왜냐면 2023년 글로벌 배터리팩 평균 판매가격이 139달러/kWh(블룸버그NEF 추정)에 달했거든요. 아무리 저가형 배터리, 그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배터리가 가장 싼 중국 내 판매가격이라고 해도 심하게 낮은데요.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 세계 배터리팩 가격을 kWh당 120달러로, 블룸버그NEF는 133달러로 전망한 적 있습니다.그런데 어쩌면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Leap Motor)의 차오리 수석부사장은 이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LFP 배터리 구매가격이) Wh당 0.4위안인데, 올해 안에 0.32∼0.35위안 범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죠. 현지 배터리 업계에선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생산원가만 0.3위안이 넘는다”고 손사래 치긴 하는데요. 36Kr은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 수주’를 한다면 0.32위안/Wh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을 덧붙입니다. 선두업체 CATL이 불붙인 배터리 가격 경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거라고 보는 거죠.하얀 석유의 추락그럼 배터리값이 왜 이렇게까지 떨어진 걸까요. 그 답은 리튬 가격에 있습니다. 핵심원료인 리튬 가격이 무섭게 떨어지면서 제조사 입장에선 가격을 내릴 여력이 생긴 건데요.얼마나 떨어졌냐고요?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2022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탄산리튬 가격입니다.2022년 들어 가파르게 오른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그해 11월 t당 60만 위안에 육박했죠.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왔다며 업계가 환호했던 시기인데요. 그런데 이후 가격이 급락세를 탔습니다. 현재 탄산리튬 가격은 t당 9만5500위안. 14개월 만에 6분의 1토막 났죠.리튬 가격 하락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른 겁니다. ‘전기차 시대엔 리튬이 대세’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앞다퉈 리튬 채굴·정제 산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오히려 너무 일찍, 많이 리튬 생산에 나선 바람에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가 수요 증가세를 추월해버렸습니다. 한마디로 공급과잉이죠.지금 리튬 가격은 거의 바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튬 기업의 생산원가가 6.3~9.5만 위안이니까 말이죠. 그럼 더 이상 추락하진 않을까요. 글쎄요. 리튬 재고가 이미 많이 쌓인 기업들이 역마진을 감수하고라도 재고 떨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당분간 리튬 가격이 오르긴 어려워 보이고, 자칫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거죠.캐즘과 수요 부진게다가 전기차 수요의 성장세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 역시 공장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진 중국 배터리 기업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순수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26%)보다 낮은 23.9%에 그칠 거라고 합니다.일단 최대시장인 중국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죠.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어서인데요. 전기차도 중대형 패밀리카보다는 저렴한 소형 콤팩트카 위주로 팔려나가는 추세입니다. 소형차는 배터리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엔 반갑지 않은 소식이죠.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신기술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들이 전기차 구매에 적극적이었는데요. 솔직히 이제 초기에 살만한 사람은 다 샀고요. 이제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까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직 장벽이 있습니다. 전기차 값이 아직 비싼데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죠. 이를 극복하고 주류시장으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이를 일컫는 용어가 있죠. 바로 캐즘(Chasm)인데요. 혁신적인 제품이 얼리어답터 중심의 초기시장에서 일반 소비자의 주류시장으로 넘어갈 때, 일시적으로 수요가 오히려 후퇴하는 침체기를 겪는 걸 일컫는 말입니다. 그 틈(캐즘)을 넘어서야만 한다는 뜻인데요.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6%를 돌파하면서 캐즘 단계에 진입했다”(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 수요도 일시적으로 침체할 수밖에 없는 고난의 시기가 닥쳐온 거죠.치킨게임의 기억요약하자면 리튬 가격 급락과 전기차 수요 부진이 겹쳐 배터리 가격이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단기에 달라지기도 어려워 보이죠. 그래서 불안합니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서인데요. 바로 태양광이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나타났던 치킨게임이 재현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아직까지 중국 기업이 원가 이하로 배터리를 파는 건 아닙니다. 출혈 경쟁은 시작되지 않았죠. 하지만 중국 배터리 업계는 상당한 재고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 1위 기업인 CATL의 지난해 재고량이 2019년과 비교해 12.6배로 늘어났다는데요. 만약 악성 재고 밀어내기가 시작된다면? 중국발 치킨게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미 과거 사례를 잘 알고 있습니다.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중국 전문가의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중국이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산업이 전기차밖에 없다 보니, 그 시장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거든요.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중국 BOE가 한국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치킨게임을 벌인 케이스가 있고요. 아마 중국이 작정하고 (배터리 산업도) 그렇게 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전기차, 휘발유차보다 싸진다?너무 우울한 얘기인가요. 하지만 이쯤에서 희망회로를 좀 돌려볼까 합니다. 좀 더 넓게 보면 배터리 가격 하락은 엄청난 기회요인일지도 모릅니다. 캐즘을 뛰어넘어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 넘어갈 발판이 될 테니까요.소비자들이 전기차 사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충전? 안전성? 많은 설문조사에선 ‘높은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데요. 전기차 가격이 비싼 건 배터리 때문이죠. 순수전기차의 경우엔 배터리가 차값의 30~40%를 차지합니다.그럼 배터리 가격이 얼마나 내려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만큼 싸질까요. 그동안 보통 그 기준선을 ‘100달러/kWh’로 제시해왔습니다. 배터리팩 가격이 kWh당 100달러이면 보조금이 없어도 전기차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차와 같아진다는 겁니다. 어, 그런데 이미 중국산 배터리는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네요?그렇습니다. 당초 골드만삭스는 2025년, 블룸버그NEF는 2027년에야 글로벌 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100달러/kWh 이하로 떨어질 거라고 내다봤는데요. 이런 추세라면 어쩌면 그 시점이 더 당겨질지 모릅니다. 마침 자동차 업체들은 가성비 좋은 3000만원대 ‘반값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배터리 가격 하락 덕분에 실현이 충분히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로이터는 테슬라가 암호명 ‘레드우드’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2025년 중반부터 생산할 거란 소식을 전하기도 했죠.달리 보면 한국 배터리 기업 입장에선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보릿고개를 어떻게든 견뎌서, 다가오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죠. 치킨게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은? 지금보다 더 기민하게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는 수밖에 없는데요.그래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요즘 중저가형 배터리를 열심히 개발 중이죠. 그동안 한국 배터리 업계의 주력 제품은 고급형인 삼원계 배터리였는데요. 요즘엔 중국이 주로 하는 저가형 LFP 배터리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입니다. 얼마 전 메르세데스 벤츠가 LFP 배터리도 채택하겠다고 밝혔듯이, 점점 저렴한 배터리를 찾는 고객사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동시에 중간 가격대 신제품도 개발 중이죠. 삼원계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을 낮춘(40~60%)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가 그중 하나고요. LFP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해 성능을 높인 ‘LMFP 배터리’도 있습니다. 앞으로 열릴 전기차 대중화 시대엔 어떤 배터리가 대세가 될지 모르니,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의 제품을 갖춰 놓는 게 중요합니다. 최보영 연구원은 “LFP 배터리에선 중국산과의 단가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아마도 그보다 한 단계 윗급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데요. 아직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초기 단계이고, 아마도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가 될 겁니다. 실적과 주가가 모두 흔들리고 전망도 어두운 이 시기에 터널의 저편을 내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딥다이브는 지난해 8월 리튬시장이 공급 과잉에 처할 거란 전망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딥다이브 리튬 편). 당시 t당 26만 위안이던 탄산리튬 가격이 5개월 만에 10만 위안 아래로까지 떨어질 줄은 솔직히 아무도 예상 못했죠. 참, 시장은 냉정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CATL이 배터리셀 가격을 Wh당 0.4위안으로 낮췄다는 소식이 나왔는데요. 배터리팩 가격이 kWh당 75달러 수준으로 내려간 셈입니다. -공급 과잉으로 리튬 가격이 생산원가에 근접할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배터리 제조사들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혹시 이런 가격 급락이 치킨게임의 서막일까요. 혹시 재고 떨이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는 출혈경쟁이 펼쳐질까 우려됩니다.-동시에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길 수도 있는데요. 실적과 주가 모두 어두운 지금이 배터리 기업엔 중요한 시기입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을 기록하면서 뉴욕증시가 환호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64%, S&P500 0.53%, 나스닥지수는 0.18% 올랐습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이죠. 특히 S&P500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3%. 지난해 3분기(4.9%)보다는 둔화했지만, 월가 전망치 2.0%를 크게 웃도는 ‘깜짝 성장’이었는데요. 동시에 이날 발표된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1.7%에 그쳤습니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연착륙’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찰스슈왑의 케빈 고든 전략가는 “정말 건전한 데이터의 조합”이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추구할 때 얻을 수 있는 열반에 가깝다”고 평가했죠.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에 부합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고무적인 신호로 여겨졌다”고 설명합니다.하지만 이날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테슬라였는데요. 전날 저조한 실적 발표의 여파로 주가가 12% 넘게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9월(21% 급락) 이후 최악의 기록이죠. 특히 회사 측이 주주서한에서 “2024년 판매 성장률이 2023년 달성한 차량 인도 증가율(38%)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게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테슬라는 매년 제시해왔던 연간 차량 인도량 목표치를 올해는 제시하지 않았죠.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춰잡았는데요. 바클레이즈는 “앞으로의 흐린 경로가 하방 위험을 강화한다”면서 목표가격을 250달러에서 225달러로 조정했고요.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300달러에서 297달러, 캐너코드 제뉴이티는 267달러에서 234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역시 전날 테슬라 실적발표를 두고 “무너진 기차 같다”고 평가했는데요. 머스크 CEO가 전기차 수요 둔화나 가격인하 등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데 실망한 겁니다. 아이브스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350달러에서 315달러로 낮춰 잡았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전기차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심상찮다. 중국 제조사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값을 내려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자칫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의 길이 열릴 거란 기대가 교차한다.● 반 토막 난 배터리셀 가격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강자인 중국 CATL은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셀 가격을 더 낮춰 잡았다. 올해 주력 배터리셀을 Wh(와트시)당 0.4위안 이내로 공급하겠다고 자동차 기업에 제시한 것. 지난해 초 LFP 배터리 가격이 Wh당 0.8∼0.9위안, 지난해 8월 0.6위안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내림세다. 전기차엔 배터리셀을 모아 만든 배터리팩 형태로 탑재된다. 이를 배터리팩 가격으로 환산하면 kWh(킬로와트시)당 75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올해 글로벌 배터리팩 평균 가격인 120달러를 한참 밑돈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한국의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가격은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의 차오리 수석부사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LFP 배터리 구매가격이) Wh당 0.4위안인데, 올해 안에 0.32∼0.35위안 범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다. ● 리튬 가격 폭락과 수요 위축 배터리 값이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건 제조사가 낮출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의 하락이다. 2022년 11월 t당 60만 위안까지 급등했던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폭락해 현재 9만5500위안. 14개월 만에 84%나 떨어졌다. 한때 ‘하얀 석유’로 불리며 몸값이 높아졌던 리튬이지만 이젠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내다본 기업들이 앞다퉈 리튬 채굴에 뛰어들면서 너무 빠르게 공급을 늘린 탓이다. 수요 증가 속도를 추월해 버린 것이다. 현재 리튬 가격은 생산원가(t당 6만∼8만 위안)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 이미 가격이 바닥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재고가 쌓인 리튬 생산 기업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재고 떨이에 나선다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배터리 업체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경제 둔화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 수요 위축으로 중국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은 50∼60%로 떨어졌다. 미국·유럽의 전기차 수요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얼리어답터’ 수요를 거의 다 채웠기 때문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혁신적인 제품이 얼리어답터 중심 초기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의 주류 시장으로 넘어갈 땐 ‘캐즘(Chasm·아주 깊은 틈)’, 즉 침체기를 거친다”며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이 16%를 돌파하면서 캐즘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대중화의 시작 중국 기업이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는 있지만 아직은 출혈 경쟁까진 아니다. 하지만 당분간 전기차 수요 회복이 어려운 가운데 배터리 재고가 쌓여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배터리 업계가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바로 치킨게임이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무역장벽에 가로막힌 중국이 세계적으로 내세울 산업이 전기차뿐인 상황에서, 무리해서라도 이 산업을 육성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자칫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가 저가 물량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넓혀 보면 배터리 가격 하락은 큰 기회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어서다. 전기차 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 지금처럼 배터리 값이 떨어지면 전기차 제조사는 그만큼 차 값을 낮출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해지는 시점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지 모른다. 그동안 비싸서 전기차를 외면했던 소비자들까지 전기차로 눈을 돌린다면 시장은 확 커진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은 중·저가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갖춰, 싸고 좋은 배터리를 찾는 완성차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 초기인 만큼 어떤 배터리가 대세가 될지 단정하기 이르다는 점도 신제품 개발에 힘쓰는 이유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을 낮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LFP 양극재에 망간을 추가한 ‘LMFP 배터리’가 그 예다. 최보영 연구원은 “앞으로 열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누가 잡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한국 기업은 중국이 이미 장악한 LFP 배터리보다 한 단계 윗급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쓰레기를 많이 버리면 돈을 많이 내게 하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사람은 돈을 많이, 적게 버리는 사람은 조금 내는 거죠. 그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쓰레기 처리 비용은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요?한국에 쓰레기 종량제가 의무화된 지 30년째. 규격봉투가 아닌 데 생활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일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게 됐는데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쓰레기 종량제는 꽤 논쟁적인 제도입니다. 한국처럼 전국적으로 전면 도입한 국가는 얼마 없죠. 올해 4월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을 예고했던 홍콩도 최근 여론에 밀려 4개월 연기를 발표했을 정도인데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쓰레기 종량제의 경제적 효과와 의미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홍콩의 종량제 논란홍콩 시민들은 앞으로 쓰레기를 초록색 규격봉투에 담아 버려야 합니다. 15L짜리 한 장에 0.36홍콩달러(62원)짜리 봉투를 사서 말이죠. 홍콩이 20년에 걸친 논의 끝에 드디어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그런데 4월 1일 제도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오던 홍콩 정부가 지난 19일 갑자기 연기를 결정합니다. 날짜를 8월 1일로 4개월 미루기로 했죠. 대중 교육과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요.사실 이 정책은 지난해 12월 도입하려다 한차례 미뤄진 적 있거든요(당시는 ‘연말엔 쓰레기 처리 직원이 부족하고, 방학에 쓰레기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였음). 이번이 두 번째 연기입니다. 홍콩 환경보호국은 “6, 7월엔 학교 시험이 집중되기 때문에 8월이 이상적 시기”라고 다소 특이한 택일 이유를 밝혔는데요.홍콩 정부가 이렇게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자꾸 미루는 건 여론의 아우성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갖가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죠. 예컨대 ‘대걸레 막대는 어떻게 버리냐’와 같은 식의 질문이 끝도 없이 나오는데요. 이를 두고 지난주 라디오에 제도를 홍보하려 출연한 홍콩 환경보호국 관계자가 “톱으로 잘라서 규격봉투에 넣으면 된다”고 답해서, 가뜩이나 불만투성이인 시민들을 열받게 했습니다(‘쓰레기 버리려면 톱이 필수품이라니!’라는 반응).단순히 규격봉투 이용이 불편하고 귀찮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질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얼마 전 홍콩의 요양원을 취재했는데요. 하루에 많게는 7~8번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노인들이 모여있는 요양원의 경우, 규모에 따라서 연간 수십만 달러(수천만 원)의 비용이 추가될 거라고 걱정합니다. 장애인·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오죠.이렇게 국민 부담이 늘고 여론이 악화하더라도 쓰레기 종량제는 도입할 만한 가치가 있긴 있는 거겠죠? 그걸 입증해주는 사례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죠.버리는 사람이 돈 낸다는 발상먼저 쓰레기 종량제가 어떤 제도인지를 좀 살펴볼까요.쓰레기 처리 비용은 어떻게 부담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쓰레기를 배출하는 오염원이 처리 비용을 어느 정도는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건 대체로 동의할 텐데요. 이를 어려운 말로 바꾸면 ‘오염자 부담 원칙’이죠. 1990년대 초반 한국도 이런 원칙에 따라 쓰레기 수수료를 가정에 매기긴 했는데요. 그땐 마치 세금처럼 부과했습니다. 집이 넓을수록 더 많은 처리비를 내는 식(건물 연면적과 재산세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눠 부과)이었죠. 다른 나라의 경우엔 모든 가정이 똑같은 처리비를 내는 ‘정액제’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적게 버릴 경제적 유인이 전혀 없죠. 쓰레기 배출량이 적든 많든 내는 돈은 똑같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공평하게 비용을 부담하는 동시에 쓰레기 배출을 자발적으로 줄이게 만들까. 이런 취지로 고안된 것이 쓰레기 종량제, 영어로는 ‘pay as you throw(약자 PAYT)’ 시스템입니다.사실 쓰레기 종량제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미국 일부 지역이나 일본 일부 지자체에선 1970년대부터 운영됐고, 지금도 지자체 중 많은 곳이 시행 중이죠. 유럽 여러 국가의 지방자치단체도 1990년대부터 도입해왔고요. 하지만 전국적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일제히 의무화한 건 한국이 최초였습니다. 시범사업을 거쳐 1995년 1월 1일을 기해 제도가 전격 시행됐죠. 지정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동시에 재활용품은 공짜로 분리 배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게 참 놀라운 정책이었는데요. 2001년 7월 발행된 ‘월간 폐기물21’ 특집기사엔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격적인 종량제 시행을 접하고서 “역시 한국은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전제국가도 아니고 민주주의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국가 전체가 하루아침에 종량제 시행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는 것이다.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일시에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우리보다 먼저 시행한 독일, 스위스, 일본에서도 전국적인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초기엔 대혼란그럼 이 낯선 제도는 처음부터 환영받았을까요. 물론 아니죠. 당시 쓰레기 종량제는 정부와 도시의 강력한 의지+일부 전문가의 지지로 시작됐습니다. 경제 발전으로 쓰레기는 매년 7~10%씩 무섭게 늘어나는데, 매립지 조성과 쓰레기 소각시설 건설은 순탄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1991년 11개 소각시설 건설을 계획했지만, 결국 주민 반대에 부딪혀 4개밖에 건설 못한 것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죠. 정부와 지자체로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습니다.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제도였습니다.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쓰레기 버리는 데 돈을 내라고?”였는데요. 그때 아파트엔 집집마다 쓰레기 투입구가 있어서, 거기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털어 넣으면 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슈퍼마켓에서 규격봉투를 돈 주고 산 뒤, 쓰레기를 담아서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버려야 하니 돈도 들고 번거롭기까지 합니다. 전문가 중에서도 쓰레기 불법 투기가 늘어날 거라며 도입에 신중한 이들도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1995년 1월 1일 시행과 동시에 각종 문제와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요.당시 동아일보 기사에 나타난 현상을 모아보자면 이런 겁니다. 하필 시행일을 1월 1일로 잡는 바람에 연초 연휴(당시는 1월 1~2일이 양력설 연휴) 기간에 규격봉투 살 곳이 없어 봉투 구입에 애를 먹었고요. 뭐가 재활용품이고 뭐가 일반쓰레기인지 구분을 못해 우왕좌왕했습니다.채소나 수산물을 파는 소매점은 쓰레기봉투 값 부담이 늘어나 울상이었습니다. 가락시장 같은 대형 도매시장엔 외부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무단투기가 늘어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가게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내용물은 빼놓고 봉투만 몰래 가져가는 신종 도둑이 생겨났고요. 가짜 쓰레기봉투가 만들어져 대량 유통되기도 했습니다.종량제 시행 이후 골목길이 더러워졌다는 한탄도 나왔죠. 쓰레기 봉투값 부담 때문에 주민들이 이웃집 대문 앞과 동네 놀이터까지 청소하던 미풍양속이 사라졌단 겁니다. 게다가 쓰레기봉투는 왜 이리 약해서 찢어지는지. 초반엔 손잡이 없는 봉투도 많았거든요. 무엇보다 ‘종량제 실시로 인해 고소득층의 부담은 줄어들고 저소득층은 많게는 10배 이상 수거료가 인상된다’고 당시 동아일보는 지적했습니다(1995년 1월 6일자).설득력 있는 비판도 많았는데요.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종량제를 하는데, 쓰레기봉투 자체가 1회용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재생 원료를 쓴 친환경 봉투를 쓰자는 움직임도 있긴 한데요. 잘 찢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여전히 사용을 꺼린다고 하죠.숫자가 보여주는 성과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째. 성과는 어떨까요. 이를 보여줄 서울시 통계를 가져왔습니다.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 추이입니다.(전국 통계는 기준과 단위가 중간에 바뀌어서 이전 수치와 비교가 어려워서, 서울시 통계를 대신 씁니다.)1994년 하루 1만5392톤에 달하던 서울시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1995년 제도 시행과 함께 뚜렷하게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초기엔 ‘쓰레기가 줄긴 했는데 종량제 효과인지, IMF 외환위기(1997년)로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IMF 위기 극복 이후 살짝 늘었던 배출량이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실시한 2013년엔 8559톤으로까지 감소하기도 했죠.하지만 보시다시피 이후 슬금슬금 다시 배출량은 늘었습니다. 특히 2021년엔 다시 1만톤을 넘어섰죠.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온라인 쇼핑이 늘고, 음식배달이 늘면서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다시 많아진 겁니다.동시에 재활용 비율은 빠르게 늘었는데요. 1994년에 겨우 20%에 그쳤던 재활용 비율이 2021년엔 67%로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매립되는 쓰레기 비율은 79%에서 10%로 뚝 떨어졌죠. 종량제 도입과 함께 재활용품은 공짜로 수거해준 정책이 분명한 효과를 가져온 겁니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4년 보고서에서 “종량제 시행 후 2012년까지 생활폐기물 감소와 재활용 증가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9조560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계산이 어떻게 나오냐고요? 쓰레기 배출이 줄면 수집운반·처리시설 운영에 드는 돈을 크게 아낄 수 있고요(과거 보고서에 따르면 쓰레기 1톤 감량당 14만원 절감). 재활용품은 수집·운반·선별·가공비용이 들긴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1톤 재활용당 1만9000원 편익. 단, 이자율과 각종 단가에 따라 경제효과 계산은 달라짐을 유의).무엇보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게 큰 성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재활용품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전 국민이 분리수거를 척척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소비자들이 포장이 과한 제품을 피하면서 제조사들도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상품을 만들게 되고요. 인상적인 건 10년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응답자의 65.3%는 “분리수거가 귀찮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귀찮음이 이 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그걸 극복해낸 겁니다.음악이 함께하는 대만 종량제이쯤에서 쓰레기 종량제로는 한국 못지않게 유명한 성공사례를 하나 더 소개합니다. 바로 대만입니다.대만은 2001년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는데요. 정해진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고, 철저히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한다는 점은 우리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버리는 모습은 사뭇 다른데요.우리는 쓰레기 버리는 곳에 모아두면(주택은 집 앞에 두면), 정해진 요일에 수거차가 와서 조용히 가져가잖아요. 그런데 대만은 노란색 수거차가 크게 음악을 울리며 나타나면, 그에 맞춰 사람들이 종량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나와야 합니다. 수거차는 도시든 시골이든 주 5일, 정해진 시간대에 찾아오는데요. 수거차의 당도를 알리는 음악(보통 ‘엘리제를 위하여’나 ‘소녀의 기도’)이 곧 ‘쓰레기 버릴 시간’이란 알림음인 겁니다. 보통은 사람들이 미리 쓰레기를 들고 와서 트럭을 기다리곤 하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 5일 대만 곳곳에서 이 광경이 펼쳐집니다.그 결과 쓰레기 버리는 이 시간이 이웃과 소통할 소중한 교류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수거차에서 울리는) 노래가 대만 사람들에게 거의 파블로프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전합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나 ‘소녀의 기도’를 들으면 쓰레기를 버리고 싶어진다는 거죠.대만인이 1인당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 양은 850g(2018년 기준). 15년 전과 비교하면 29%나 줄어든 건데요. 대만은 30년 전인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쓰레기섬’이라고 불렸습니다.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쓰레기는 줄고 재활용은 생활화됐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만큼 제도와 인프라 변화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한국과 대만의 이런 극적인 경험은 다른 나라에도 전파 중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비록 연기되긴 했지만 홍콩이 종량제 도입을 앞두고 있고요. 베트남 역시 늦어도 2025년에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는 환경보호법 개정안이 이미 2020년 통과됐습니다. 물론 제도 시행까지 많은 논란을 거치게 되겠지만요.한국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생활(가정)쓰레기 양은 2021년 기준 870g. 최근 수년간 줄지 않고 정체돼있습니다. 이제 쓰레기 종량제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2013년) 도입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결국 쓰레기를 줄이려는 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By.딥다이브연이어 나오는 홍콩의 종량제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기사를 쓰게 됐는데요. 종량제를 도입한 지 벌써 30년째라니 기분이 묘하네요. 여러분은 그 이전에 어떻게 쓰레기를 버렸는지가 기억 나시나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야심차게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계획했던 홍콩 정부가 여론에 밀려 또다시 4개월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아직 홍보와 교육이 부족하다는 이유인데요. 불편한 데다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는 종량제 의무화에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쓰레기 종량제는 ‘버리는 만큼 지불’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맞는 제도입니다. 무엇보다 개개인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죠. 쓰레기 처리가 골칫거리였던 한국이 1995년 1월 이를 전격 도입한 이유입니다.-도입 초기엔 물론 대혼란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첫해부터 쓰레기 배출량은 극적으로 줄었고, 재활용률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다만 최근 10년간은 이런 효과가 정체상태입니다.-우리보다 늦게 제도를 도입한 대만도 종량제의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죠. 잘 설계된 제도와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2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선을 돌파했고, S&P500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다우는 +0.36%, S&P500 +0.22%, 나스닥지수+0.32%로 장을 마감했죠. 새해 들어 다소 주춤했던 미국 증시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지난해 4분기 나타났던 랠리가 다시 재개되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고, 인공지능(AI) 붐이 이어질 거란 낙관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CIBC프라이빗웰스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CIO는 “강세에 대한 이야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낙관론을 주도했다면, 이젠 투자자들이 경제를 ‘방탄’으로 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건데요. 그는 “금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경제는 계속 순항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지금의 강세장을 주도하는 건 기술주인데요. 특히 애플은 이날 주가가 1.22% 상승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줬던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1위 자리를 MS에 뺏긴 지 6거래일 만이죠. 지난주 애플이 사전 주문을 시작한 혼합현실(XR) 헤드셋 신제품 ‘비전 프로’의 주문량이 예상치를 웃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애플 분석으로 유명한 대만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 추정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애플의 비전프로는 16만~18만대가 팔렸습니다. 이전 전망치의 2배가 넘는 수준이죠. 물론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품이라 얼마나 대중화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출발은 꽤 좋습니다.이번주는 주요 기업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죠. 23일(현지시간) 넷플릭스, 24일 테슬라, 25일 인텔의 실적이 공개될 예정인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시즌 성적표는 썩 좋진 않습니다. S&P500 상장 기업 중 10%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중 62%만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EPS)를 발표했습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다소 저조한데요. 그래서 이번주에 나올 실적 발표 내용이 중요합니다. 머피앤실베스트 웰스매니지먼트의 폴 놀테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경제가 냉각될까요? 이번 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실적 시즌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한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분야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메모리 반도체, OLED, 이차전지? 이것도 빼놓지 말아 주세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이름이 너무 어렵다면 이렇게 불러도 됩니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한계를 뛰어넘을 미래 기술이죠.한국이 꽤 오랫동안 기술을 리드해온 이 분야에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후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불과 1~2년 사이에 놀라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버린 겁니다. 이러다 기술 주도권을 놓칠까 걱정이라는데요. 태양전지의 미래와 기술 주도권 경쟁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마의 30%’ 벽 깬다세계적인 테크 미디어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해마다 가장 주목할 10대 미래기술을 선정합니다. 올해 초에도 10가지를 발표했는데요. 인공지능(AI), 애플 비전프로(VR 헤드셋), 체중감량 약물(위고비)처럼 가장 핫한 기술과 함께 이름을 올린 게 이겁니다. ‘초고효율 태양전지’. 기존 태양전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종의 슈퍼 태양전지라 할 수 있죠.여기서 잠깐. 지금 우리가 쓰는 태양전지는 광활성층(햇빛을 받아 전력을 생산하는 층)이 실리콘인 것 아시죠. 실리콘 태양전지는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한때는 유럽·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꽤 잘 만들곤 했는데요. 지금은 90% 이상이 중국산입니다. 치킨게임을 거쳐 중국이 완전히 시장을 장악해버렸죠.이 실리콘 태양전지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광변환효율이 최고 29.4%까지밖에 나올 수 없죠. 전지에 닿는 햇빛양이 100이면, 그중 29.4까지만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단 뜻인데요. 이미 효율이 26%, 27%짜리 태양전지가 나오고 있거든요. 그 말인즉슨 이제 곧 한계에 다다른다는 거죠.효율이 높으면 당연히 더 작은 면적의 태양전지로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비용도 줄이고 설치공간도 아낄 수 있습니다. 효율 30%, 40% 이상의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그 방법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올해의 10대 미래기술로 꼽힌 초고효율 태양전지가 바로 그것이죠.어떤 거냐고요? 구조는 간단합니다. 광활성층 두 가지를 겹쳐 쓰는 거죠. 실리콘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얹어 올리는 겁니다. 그러면 한계로 여겨졌던 ‘마의 30%’ 벽을 얼마든지 넘을 수 있습니다. 아마 40%까지도(이론 한계 효율 44%).얼마나 유망한 기술인지 감이 오시죠. 그런데 한가지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이 신소재의 취약점이 있습니다. 수분과 열에 약해요. 태양전지는 비와 눈도 오는 야외에 설치돼야 하는데, 내구성이 떨어지면 쓸 수가 없겠죠. 그래서 보호층을 만들어서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고요. 동시에 전지의 효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죠.한국이 기술 선도국‘페로브스카이트로 태양전지를 만들어보자’라며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스위스였고요. 2009년 일본 연구진이 실제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어냈습니다. 한국은 그보다 좀 늦게 이 분야에 뛰어들었는데요.우리가 발견은 좀 늦어도 제조 기술은 탁월하지 않습니까. 페로브스카이트는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최적의 제조방법을 2014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만들어냅니다. 태양전지를 만들려면 필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얇게 입혀야 하는데요. 아주 치밀하고 균일하게 박막을 만들어야만 높은 효율을 낼 수 있거든요. 바로 그 레서피를 찾아낸 거죠.그 결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한국이 신기록을 쓰기 시작합니다. 최고 효율 기록을 계속 갈아치운 거죠. 국제 공인을 거친 태양전지 최고 효율은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차트에 기록되는데요.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같은 한국 기관이 지난 10년간 상당히 자주 등장합니다. 발표 시점 기준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단 뜻이죠.그래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선 한국이 여전히 기술력에서 세계 선두권이긴 한데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실리콘 없이 페로브스카이트만으로 만든 태양전지에서만 앞서 나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그것도 참 대단하긴 한데요. 페로브스카이트만으로 만든 태양전지는 현재 최고 효율이 26% 정도이거든요. 실리콘 태양전지와 맞먹긴 하지만 ‘초고효율’까진 아니죠. 물론 앞으로 더 높아지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한데요.결국 단기간 안에 ‘슈퍼 태양전지’로 가려면 앞에서 설명한 대로 페로브스카이트를 실리콘 위에 쌓아 올려야 합니다. 이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줄여서 ‘탠덤 태양전지’라고 흔히 부르죠.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말하는 초고효율 태양전지가 바로 이겁니다. 다시 말해 2024년 지금 시점엔 ‘탠덤 태양전지’가 단연 대세입니다.실리콘 태양전지야 이미 많으니까, 일단 우리가 페로브스카이트만 잘 만들면 실리콘 위에 올리는 거야 간단하지 않냐고요? 그럴 줄로 알았죠.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그렇게 마음 놓고 있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더 서둘러야 합니다!무서운 사우디와 중국2023년은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에 대격변이 일어난 해입니다. 그 중심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있죠. 사실 사우디와 중국은 이전엔 이 분야에서 존재감이 없던 국가들인데요.사우디아라비아가 태양광 발전에 진심인 것 아시나요. 사우디엔 석유만 많은 게 아니죠. 일 년 내내 쨍쨍 내리쬐는 햇빛도 가진 나라인데요. 게다가 남아도는 땅(사막)도 많으니, 태양광 발전에 딱입니다. ‘포스트 석유시대’를 준비 중인 사우디는 태양광 발전을 대대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죠.사우디는 차세대 태양전지 쪽을 키우기 위해 유럽 과학자를 스카우트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 결과 사우디의 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가 태양전지 연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2022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의 최고효율기록이 독일의 HZB(헬름홀츠센터 베를린 연구소)가 세운 32.5%였는데요(참고로 한국의 탠덤 태양전지 효율은 아직 29.9% 수준). KAUST가 2023년 들어 33% 넘는 신기록을 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6월엔 33.7%를 기록한 겁니다. 업계가 깜짝 놀랐죠.그런데 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중국의 거대 태양광 기업 론지솔라가 갑자기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론지솔라가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며 처음 기술을 공개한 게 지난해 5월인데요. 5월 31.8%, 6월 33.5%로 효율을 높여가더니 급기야 11월엔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웁니다. 공인 효율이 무려 33.9%. 론지솔라 창업자 리전궈 회장은 기록 수립을 자축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은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계속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그동안 각국이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 매진해온 배경엔 ‘또다시 중국에 뺏길 순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실리콘 태양전지는 중국에 뺏겼지만, 미래 태양전지 기술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였는데요. 경계 대상인 중국이 미래 신기술에서마저 빠르게 치고 나온 겁니다.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기반도 관심도 부족하다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석상일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10년 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레서피를 만든 장본인이죠.석상일 교수는 이렇게 얘기합니다.“이제 우리나라가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리드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닦아온 기반이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우리가 집중하고 협력한다면 따라잡을 수야 있겠지만, 이대로 1년만 더 머뭇거리면 상당히 어려워질 겁니다. 워낙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르니까요. 론지솔라의 기록도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일이거든요.”그럼 왜 분위기가 바뀐 걸까요. 석 교수는 한국의 기존 태양광 산업 기반이 무너진 데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마저 시들해진 게 원인이라고 봅니다. 지금 단계에서 집중해야 하는 연구 분야는 단연 ‘탠덤 태양전지’인데요. 이건 페로브스카이트만 가지고는 개발할 수 없고, 실리콘 태양전지 쪽과 협력해야만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선 연구용 실리콘 태양전지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에서 들여오려니까, ‘너희가 연구한 걸 발표 전에 미리 보여달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요. 탠덤 태양전지 연구를 하려고 해도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운 셈인데요. 아니, 예전엔 한국에도 실리콘 태양전지 만들던 좋은 기술자들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다 어디 갔느냐고요? 한국엔 설 자리가 없으니 해외로 많이들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주로 인도 같은 데로 말이죠.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죠. 석 교수는 “정부가 태양광 쪽에 대한 드라이브를 많이 낮추면서 연구 지원도 소극적이 됐다”고 전하는데요. 그는 “연구자로서 좀 화가 난다”고 말합니다. “연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다들 열심히 하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데, 뭔가 발목을 잡고 이러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사실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분야잖아요. 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이상하게 에너지가 정치화됐어요.”한국화학연구원에서 차세대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강봉주 선임연구원도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하는데요. 얼마 전 올해 차세대 태양전지 관련 과제 연구비가 30~60% 깎였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거든요. 앞으로 5년 안에 상업화가 되느냐 아니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만약 5년 안에 못 해내면 자칫 또 실리콘 태양전지처럼 될 수 있거든요. 한국이 아주 잘하던 걸 다른 나라에 뺏겨버리게 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그는 다른 연구자로부터 최근 들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애국심으로 연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중국에 뺏길 순 없다고요.”분발하는 일본연구자들의 이런 한탄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옆 나라 일본은 차세대 태양전지에 대한 투자를 올해 들어 대폭 늘려 잡았는데요. 우리와 비슷한 상황(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은 이미 중국에 뺏김,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은 일찌감치 개발)에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거죠.올해 일본이 이 분야에 배정한 예산은 548억엔(약 5000억원). 기업이 차세대 태양전지를 이른 시일 내 대량생산하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당장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상당히 야심 찬 계획입니다.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일단은 ‘순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쪽에 집중한다는 겁니다. 실리콘 없이 말이죠. 태양광 자립, 즉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100% 국산화를 위해선 현재로선 그게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인데요. 페로브스카이트의 핵심 원료는 요소인데, 이건 일본에 아주 풍부해서 조달 걱정이 없습니다. 희귀금속? 자원 민족주의? 그런 위험이 사라지죠.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국토가 좁아서 태양전지판을 넓게 펼쳐놓을 공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아주 얇고 구부릴 수 있는 데다 투명하게도 만들 수 있어서 어디든 갖다 붙이면 되거든요. 곡면으로 된 고층 빌딩이라면 마치 선팅필름처럼 창문에 전지를 붙이면 됩니다.또 제조 공정에서 그리 많은 전기가 필요 없다는 것도 일본 정부가 페로브스카이트를 지원하는 이유인데요. 지금의 태양전지는 실리콘을 만들기 위해 석영 암석을 1000도 넘는 고온으로 녹이는 데 엄청난 양의 전기를 쓰거든요. 그래서 전기료가 싼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도 했는데요. 페로브스카이트는 필름에 얇게 펴 바르거나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만드는 거라 그렇게 전기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제조과정이 친환경적이죠.물론 일본이 이렇게 가니까 그게 꼭 답이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본 정부와 기업이 차세대 태양전지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향해 손발을 맞춰서 열심히 나아간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한 일본 자원에너지청 이노우에 히로오 국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에서 승리했지만 사업에서 패했습니다. 일본 기업은 액정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죠. (차세대 태양전지에서는) 투자규모와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이런 분발의 자세가 부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다 일본에까지 추월당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차세대 태양전지는 우리가 우위를 계속 가져갈 수 있는 흔치 않은 분야다.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석상일 교수의 당부를 대신 전합니다. By.딥다이브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초고효율 태양전지가 3~5년 안에 실용화될 거라고 내다봅니다. 그렇게까지 먼 미래가 아닌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는 기술인 거죠. 지금까지 한국이 연구 단계에선 꽤 오랫동안 잘 해왔지만, 과연 상용화에서도 치고 나갈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르게 될 텐데요. 이대로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차세대 태양전지는 각광받는 미래 신기술입니다. 태양전지 효율을 대폭 끌어올려 ‘마의 30%’ 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될 겁니다.-페로브스카이트 관련 기술에선 그동안 한국이 세계 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치고 나왔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태양전지 분야에서 현재 세계 기록 1위는 중국 론지솔라, 2위는 사우디 KAUST입니다.-분위기가 왜 달라졌을까요. 한국의 취약한 태양광 산업 기반, 정부의 태양광에 대한 관심과 지원 부족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 설명입니다. 전 세계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춤하다가는 영영 따라잡지 못할지 모릅니다.-반면 일본은 ‘태양광 국산화’를 목표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대폭 늘렸는데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나라의 다른 선택이 어떤 차이를 가져오게 될까요.*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모처럼 기술주들이 상승세를 타며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애플 주가가 큰폭으로 올랐는데요.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54%, S&P500은 0.88%, 나스닥지수는 1.35% 상승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핵심 기술주 100개를 모아 만든 나스닥100 지수는 1.47% 오른 1만6982.29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죠. 이날 애플 주가는 3.26% 급등했습니다. 애플은 중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올해 들어 투자은행들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이란 수모에 시달려 왔는데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애플이 올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거라며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목표 주가도 208달러에서 225달러로 높여 잡았고요. BOA 웜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내년 애플이 신형 아이폰에 생성형AI를 탑재하면서 업그레이드를 위한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는데요. 또 19일부터 미국에서 사전 판매를 시작하는 혼합현실(XR)헤드셋 ‘비전 프로’가 차별화된 사용경험을 제공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중국 시장의 약세는 다른 국가의 강세로 대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죠.이날 증시의 또다른 주인공은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인데요. 이날 주가가 9.79%나 급등했습니다.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다, 올해 강력한 성장세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덕분에 올해 매출이 20% 정도 증가할 거란 전망인데요. TSMC 효과로 엔비디아, AMD 주가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QX) 역시 3.36% 뛰었고요.한동안 미국 증시가 주춤했던 건 연준이 일찍 금리인하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점점 식어가기 때문이었죠. 이날 발표한 고용지표 역시 이런 걱정을 가중시켰는데요. 지난주 미국의 실업수당 신규 신청건수는 18만7000건으로 이전 기간보다 1만6000건 감소했다고 합니다. 2022년 9월 말 이후 최저치라는데요. 이렇게 고용시장이 탄탄한데 과연 연준이 3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까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3월 FOMC가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55.7%로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70.2%)보다 많이 낮아졌죠.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3월 금리인하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내놨는데요. “경제활동 냉각을 고려해 연준이 금리 정상화 시작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겼다”고 말한 거죠. 물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오면 더 빨리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요. 3월이냐, 3분기이냐. 아마도 그 신호를 찾기 위해 한동안 시장이 분주할 듯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한국이 10년 가까이 기술을 선도해 온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후발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며 선두를 뺏겼다. 일본도 이 분야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새로운 차원의 태양전지 이달 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한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4년의 10대 미래 기술 중 하나로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꼽았다.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를 실리콘 위에 쌓아 올린 차세대 태양전지이다. 필름처럼 얇은 페로브스카이트를 얹으면 전지 효율은 놀랍도록 향상된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효율인 ‘마의 30%’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태양전지판에 닿는 햇빛 양 중 30% 이상을 전기로 바꿀 수 있다는 뜻. 효율이 높아질수록 발전비용은 절감된다. 다만 이 차세대 태양전지가 대량생산돼 깔리려면 앞으로도 5년가량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문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수분과 열에 취약하다는 점. 이를 야외에서 10년 넘게 쓸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효율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연구의 선두엔 한국이 있었다. 2014년 한국화학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더 균일하고 치밀한 박막으로 만들 수 있는 ‘제조 레시피’를 개발해 냈다. 이후 한국 연구진은 줄곧 최고 효율 기록을 경신해 왔다. 이 분야를 우리보다 먼저 개척한 스위스·일본보다도 기술력 면에서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우디·중국의 놀라운 부상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그전까지 존재감 없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포스트 석유 시대’에 대비해 태양광 발전에 과감하게 투자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 출신 과학자를 영입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는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효율을 33.7%로 끌어올리며 신기록을 썼다. 이 기록은 불과 다섯 달 만에 깨진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거대 태양광 기업 론지솔라가 33.9% 효율을 공인받으며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것.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국은 값싼 전기와 노동력을 무기로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다. 하지만 그동안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에선 한참 뒤진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론지솔라는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처음 선보인 지 1년도 채 안 돼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왔다. 론지솔라 창업자 리전궈 회장은 “중국 태양광 산업은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계속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제 우리나라가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리드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직은 우리가 집중하면 따라잡을 수 있지만, 이대로 1년만 더 머뭇거리면 상당히 어려워질 거다. 워낙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의 냉철한 진단이다. 대량생산이 머지않은 차세대 태양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각국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은 딴판이다. 이 분야가 ‘태양광 산업’으로 묶이면서 관심과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올해 연구비는 과제에 따라 30∼60% 삭감됐다. 강봉주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구비가 줄어들면 어쩔 수 없이 (기술 개발) 목표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할 시기인데, 이러다 한국이 아주 잘하던 분야를 다른 나라에 빼앗겨 버리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탠덤 태양전지 효율은 29.9% 수준이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로 접근 한국의 이런 흐름은 일본과도 대비된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페로브스카이트 대량 생산체제 구축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힌 데 이어 올해 관련 예산 548억 엔(약 5000억 원)을 편성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는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국산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제조 과정이 간단하고 전기가 적게 들어 친환경적이란 점도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는 이유다. 무엇보다 또다시 중국에 산업 주도권을 뺏길 순 없다는 경계심이 작용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의 이노우에 히로오 국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과거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우리는 기술에서 승리했지만 사업에서 패했다”며 “(차세대 태양전지는) 투자 규모와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 중인 미국 정부도 차세대 태양전지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4월 미국 에너지부는 관련 프로젝트에 1800만 달러(약 242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석 교수는 “차세대 태양전지는 한국이 우위에 설 수 있는 흔치 않은 미래 산업”이라며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분야인 만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지난주 미국 증시에 역사적 신상품이 등장했다는 소식, 들으셨죠. 바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2013년부터 10년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 마침내 이를 승인한 건데요. ‘드디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는구나’라는 감탄은 잠시뿐. 비트코인 시세는 이후 10% 떨어졌고, 투자자 관심은 벌써 ‘다음 ETF 후보는 무엇일까’로 넘어갔죠. 역시 시장은 빠릅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번 찬찬히 짚고 넘어가는 게 어떨까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일으킬 효과를 다각도로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어떤 상품인가미국 증시에 지난 11일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한꺼번에 상장됐습니다. 블랙록·피델리티·아크인베스트 같은 유명 운용사들 상품이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ETF에 이틀(11일, 12일) 동안 순유입(매수-매도)된 금액은 무려 8억1900만 달러(약 1조800억원). ‘출시 몇 주 안에 수억 달러가 유입될 것’이라던 보수적인 언론 예측을 크게 웃도는 실적입니다.그래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뭐냐고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일반 주식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입니다. 투자자는 업비트·빗썸 같은 코인 거래소를 통할 필요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wallet)에 보관할 필요도 없죠. 비트코인을 실제로 소유하는 건 ETF 운용사입니다. 대신 매일(주말 포함)의 비트코인 시세를 ETF 가격에 반영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죠.어차피 수익률에 차이가 없다면 사람들은 왜 비트코인 실물이 아닌 ETF에 투자할까요. 금 실물 대신 금 ETF를 사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원래 쓰던 주식계좌를 통해 사고파는 거 훨씬 더 익숙하고 간편하죠. 게다가 2022년 파산한 FTX나 얼마 전 유죄를 인정한 바이낸스 같은 못 미더운 거래소보다는 대형 증권사가 더 믿음직스럽습니다. 적어도 해킹이나 사기로 고객이 산 비트코인이 사라져 버릴 일은 없을 테죠.10년 걸렸다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누구인지 모를 인물이 비트코인을 처음 발행한 게 2009년. 비트코인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가상화폐 제왕’입니다. 하지만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2013년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줄줄이 거부했죠. ‘사기와 시장조작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었는데요. 지난해 8월 SEC가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하면서(‘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거부는 잘못’이란 판결) 10년의 줄다리기가 끝납니다. 물론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ETF 승인 직후에도 “(ETF가 아닌)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굳이 강조했지만요.그럼 10년 만에 가상자산 업계가 거둔 이 승리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마디로 판이 확 커집니다. 제도권 기관투자자가 이제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고 담을 테니까요.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 이용재 선임매니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에 치우친 반쪽짜리였습니다. 이젠 자산운용사·증권사·은행·보험사·연기금·공제회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려 나서겠죠. ‘본격적인 기관투자자 시장이 개화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도약입니다.”이미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안에 500억~1000억 달러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될 거라는 예상을 내놨죠. 미국에 등록된 투자자문사(RIA) 운용자금 중 0.1%만 비트코인 ETF로 들어와도 1120억 달러가 될 거란 계산도 나옵니다.단순히 돈이 아닌 지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조지타운대학 제임스 엔젤 부교수는 FT 인터뷰에서 이를 한때 술 판매가 불법이었던 시절에 비유하는데요. “(술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존경할 만한 투자공간 밖의 무법자로 여겨졌는데 이젠 올드보이 클럽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죠. 아울러 그는 이렇게도 덧붙입니다. “월스트리트는 물건을 파는 데 정말 능숙해요. 돈을 벌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팔아치우죠.”한국은 왜?‘한국의 미국 비트코인ETF에 대한 경고가 주식에 타격을 입혔다.’12일 블룸버그는 이런 기사를 썼죠. 전날 한국 금융위원회가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밝히자, 가상자산 관련주 주가까지 흔들린 건데요. 14일 다시 낸 입장자료에서 금융위는 살짝 톤을 누그러뜨리긴 했지만(‘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 이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는 판매하지 말란 입장은 유지했습니다.사실 이건 너무 보수적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금융위가 근거로 든 정부 입장이라는 게 6년도 더 전인 2017년 12월 13일 대책회의에서 나온 거니까요.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7년 이후 다른 나라는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려고 나서는데 한국은 달라진 게 없다”라며 “한국은 규제가 심한 게 아니라, 아예 생겨날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뭐 하고 있었냐는 거죠.현실적으로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은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하죠. ETF 투자에도 아주 익숙하고요.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조치는 국내에 앞으로 조성될 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아직 국내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미국 ETF로 자금이 대거 쏠릴까 봐 일단 막았을 거란 겁니다.따져보면 한국 투자자가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건 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환전 수수료도 들고, 차익을 거두면 22%를 세금으로 떼죠. 현재 우리나라에선 가상자산 과세가 2025년으로 미뤄져 있으니(올해까진 양도소득세 없음), 올해 안에 사고팔 생각이라면 그냥 비트코인 실물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사토시는 과연 좋아할까‘비트코인:P2P 전자 화폐 시스템’. 2008년 10월 나카모토 사토시가 공개한, 이후 세계를 뒤흔든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이죠. 이 백서엔 ‘어떤 금융기관도 거치지 않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달되는’ 전자화폐라는 비전이 담겼습니다. 탈중앙화와 분권화. 그게 바로 비트코인의 정체성이었죠.그런데 지금의 비트코인 ETF는 어떤가요. 중앙화된 대형 금융사가 관리하는 금융시스템에 비트코인을 편입시켜 버렸죠.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나카모토 사토시는 이것(비트코인)이 분산형 시스템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중앙화로 이어졌다”면서 “이게 (비트코인 현물 ETF의) 아이러니”라고 꼬집습니다.그렇다면 비트코인 ETF의 등장은 월스트리트의 비트코인 점령을 뜻하는 걸까요. 전통 금융을 ‘비트코인의 적’으로 보는 시각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전통 금융과의 협력 내지 혼합은 비트코인이 주류로 가기 위해 불가피한 길이라는 현실주의자가 당연히 더 많습니다. 이데올로기가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요.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 JP 코닝은 “처음부터 이상적인 ‘비트코인주의’조차도 항상 돈을 벌려는 욕구와 짝을 이뤘다”며 “비트코인과 전통 금융과의 긴밀한 통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두 갈래 시장두 세계(비트코인과 전통 금융)의 융합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과연 자신의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직접 보관해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비트코인 ETF와 비트코인 실물, 둘 중 무엇이 더 ‘주류’ 내지 ‘대세’가 될까요.물론 아직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는 “시장은 사실상 투자용 비트코인과 이데올로기자들만 보유하는 비트코인, 두가지로 분리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투자로 차익을 거두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지갑에 실물로 보관해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어쩌면 지갑에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해두려는 사람이 소수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P2P 거래 시장은 쪼그라들겠죠. FT가 “ETF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선택이었던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지적한 이유입니다. 실제 미국 코인베이스 주가는 비트코인 ETF 승인 소식에 연일 급락세를 보였죠.다음 타자는 이더리움?지난 11일 4만9000달러 선에 근접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급락해 15일 4만2000달러대에 머물러있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현상인데요. 대신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총이 큰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가격은 비트코인 ETF 승인 직전보다 10%가량 올랐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왔으니, 이제 다음 현물 ETF는 이더리움일 거란 기대감 때문이죠.자, 그럼 정말 이더리움 현물 ETF의 등장도 곧 이뤄질까요. 전문가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은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명확한 차이점이 있어서 (현물 ETF 승인이) 빠르게 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데요. 비트코인과 달리 누가 만들었는지가 알려져 있다는 점(비탈릭 부테린이 창시자),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한 중앙화된 채굴방식(지분증명)이라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SEC가 비트코인은 ‘상품’으로 취급하지만(증권이 아님), 이더리움은 ‘증권’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긴 한 거죠.이 부장은 “이더리움 ETF가 나올 수 있느냐는 올해 리플과 SEC의 소송 결과에 달렸다”고도 덧붙입니다. 리플은 또 다른 가상화폐인데요. 이 소송에서 법원이 리플(XRP)에 대해 증권성 없다고 판결한다면 이더리움도 덩달아 면죄부를 받을 거란 뜻입니다. 이번에도 가상화폐 ETF의 운명은 미국 법원에 달려있습니다.20년 전 금 ETF디지털 금. 비트코인을 이렇게 일컫곤 하죠. 그래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 ETF에 비교되곤 하는데요. 미국에 최초의 금 ETF ‘SPDR 골드셰어즈’가 상장된 게 20년 전인 2004년 11월입니다.그래서 금 ETF가 상장되자 금값이 치솟았을까요?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반대였습니다. 금 ETF 출시 전 몇 달 동안 20% 넘게 올랐던 금값이 ETF 상장과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이후 직전 가격을 회복하는 데 300일이나 걸렸는데요.중장기적으로 보면 다르다고요? 이후 만 19년 동안 금값은 5배 가까이로 급등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S&P500 역시 4배 상승했으니, 그리 엄청난 성적까진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라 하겠죠.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중장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가상화폐 투자자 입장에선 살짝 실망스러울 수 있겠는데요.그래서 조수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물 ETF 승인이 다른 자산군보다 아웃퍼폼(초과 성과)하는 걸 담보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든,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든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다는 점은 변함없다”는 그의 당부도 귀담아들으셔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초기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어떤 이상향을 꿈꿨는지 기억하시나요. 2014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크 안드레센 칼럼(‘비트코인이 중요한 이유’)엔 비트코인의 쓸모로 이런 게 나열됩니다. 저소득 이주 노동자의 국제 송금, 은행 계좌 없는 이들을 위한 결제 서비스, 초소액 결제(예컨대 동영상 재생당 결제),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후원금 송금. 아름다운 이야기인데 10년이 지나서 돌아보니, 참 순진하기 짝이 없군요. 과연 10년쯤 뒤엔 지금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각종 전망을 어떤 식으로 돌아보게 될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10년의 싸움 끝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나왔습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서도 명실상부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담기 시작하면서 판이 커질 전망입니다.-하지만 한국에선 당분간 이를 살 수 없습니다. 금융위가 일단 막았기 때문인데요. 아직 한국에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미국에 시장을 내줄까봐서로 풀이됩니다.-현물 ETF 출시로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대형 금융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탈중앙화, 분권화의 훼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중화와 주류 편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합니다.-아마도 ETF 출시로 장기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는 건 가상화폐 거래소일 겁니다. 다음 현물 ETF 후보 자산으로 꼽히는 이더리움은 최근 가격이 오르며 주목받았지만, ‘증권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전 세계 관심이 미국 공화당의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에 집중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문을 닫았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날’을 맞아 휴장한 건데요. 이번 주 미국 증시는 4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주 금요일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비교적 탄탄한 4분기 실적을 공개했죠. BOA의 알라스테어 보스위크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충분한 화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16일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투자자들은 17일 나올 미국의 12월 소매판매 데이터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시기를 예상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인데요. 만약 예상치(전월보다 0.4% 증가)보다 너무 좋게 나온다면, 연준이 3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거라는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습니다.한편 새해 들어 불을 뿜고 있는 증시는 인도와 일본이죠. 인도의 BSE센섹스30 지수는 15일에도 1.05% 올라 또다시 사상 최고치(7만3327.94)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이날 지수 상승을 이끌었는데요.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인도 증시의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5일 0.91% 상승해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장중 지수가 3만6000선을 살짝 넘기도 했는데요. 1990년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 중이죠.이제 시장에선 과연 니케이지수가 1989년 12월의 사상 최고치(3만8195)를 넘어설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는데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BOA는 지금의 니케이 상승세가 지난해 4~6월 상승의 “데자뷰”라고 보는데요. 지난해 30년 만에 가장 높은 ‘춘투(노동조합의 4월 공동 임금인상 투쟁)’ 임금 인상 덕분에 주식 랠리가 시작됐듯이, 올해 춘투 협상에서도 급격한 임금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대형마트의 셀프계산대 좋아하시나요? 일반 계산대 앞 긴 줄을 피해 셀프계산대로 갔다가 오류가 나서 쩔쩔맨 경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셀프계산대가 실제로는 그다지 결제 시간을 줄여주지 못하는 데다, 절도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하죠. 이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진보한 기술인 거 맞을까요.1986년 ‘슈퍼마켓의 혁명’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래, 철수했다 설치했다를 반복하는 애증의 기계. 셀프계산대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소비자를 일하게 하라셀프계산대를 이용하면서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왜 내가 공짜로 계산원 일을 하고 있지?’그렇다면 본질을 꿰뚫어 본 겁니다. 마트 직원의 유급 노동을 소비자의 무급 노동으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 그게 바로 소매업체가 셀프계산대를 늘리고 있는 이유이죠.그런데 어디 셀프계산대만 그런가요. 키오스크나 은행 ATM기도 마찬가지이죠. 소비자들은 한때 누군가 해줬던 일(예금 인출, 민원 발급, 햄버거 주문 등)을 무료로 수행하는 데 상당히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그리고 생각보다 기업이 떠넘긴 일을 소비자가 기꺼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16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피글리 위글리(Piggly Wiggly)’가 도입한 셀프 서비스 매장입니다.당시 미국 식료품점은 주문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고객이 점원에게 필요한 품목 리스트를 전달하면, 점원이 그 물건을 찾아왔죠. 마치 레스토랑에서 음식 주문하듯이 말이죠. 고객들은 점원이 물건을 담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결제만 하면 됐습니다. 편리한 듯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직원도 많이 필요한 비효율적 구조였죠.1916년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된 피글리 위글리는 이런 쇼핑 방식을 완전히 혁신해 그때까지 본 적 없는 매장을 열었습니다. 손님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담는 셀프서비스 매장이었죠. 고객은 개방형 선반에 진열된 제품을 직접 골라 담은 뒤, 계산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 슈퍼마켓 시스템이 탄생합니다.처음엔 다들 이 셀프서비스 매장이 실패할 거라고 봤죠. 손님들이 귀찮아할 거고, 좀도둑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웬걸. 피글리 위글리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물건을 직접 고르게 되자 사람들이 예정에 없던 충동소비를 하게 됐기 때문이죠. 결국 다른 슈퍼마켓들이 앞다퉈 이 방식을 따라옵니다.1986년 시작된 계산대의 혁명느릿느릿한 서비스를 받느니, 차라리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 그 급한 성질머리가 슈퍼마켓 혁신의 배경이 된 셈인데요. 이와 상당히 비슷한 이유로 1986년 또 다른 혁신이 빛을 봅니다.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가 ACM(Automated Checkout Machine)으로 불렸던 셀프계산대를 애틀랜타 매장에 처음 설치한 겁니다.이 최초의 셀프계산대는 지금과 작동원리는 같지만 생긴 건 사뭇 다른데요.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스캔한 뒤 제품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리면 센서로 스캔된 제품과 동일한지를 확인한 뒤 통과시킵니다. 만약 스캔되지 않은 제품을 올리면 컨베이어가 역방향으로 다시 돌려보내죠. 계산이 끝나면 고객은 종이 영수증을 받아 들고 계산원에게 가서 결제하면 됩니다.38년 전 이 낯선 기계를 만난 소비자 반응은 어땠을까요.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14주의 테스트 기간 이 매장을 찾은 고객 중 3분의 2가 셀프계산대를 한번 이상 사용했거든요. 이 중 38%는 셀프계산대를 선호한다고 답변했고요. 꽤 긍정적인 결과였는데요. 특히 사람들은 셀프계산대가 계산원보다 더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럼 진짜 빨랐을까요? 당시 크로거 부사장의 설명은 좀 다릅니다. “실제로는 셀프계산대가 결제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고객이 스스로 작업하기 때문에 더 빠르다고 느낀다”는 거죠.하지만 이 혁신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시장은 생각만큼 열광하지 않았죠. 실제 미국 대형 마트가 본격적으로 셀프계산대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하지만 성장은 다소 울퉁불퉁했습니다. 예컨대 알버슨스(Albertsons)는 2011년 ‘쇼핑객에 더 많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셀프계산대를 전면 철수했다가 2019년 다시 도입했죠. 미국 코스트코 역시 2013년 셀프계산대를 다 없앴다가, 2019년 다시 돌아왔고요. 지난해 초엔 월마트가 미국 뉴멕시코주 매장 3곳에서 셀프계산대를 없애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은 아니지만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부스(Booths)는 최근 대부분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폐쇄한다고 발표했고요.(참고로 한국에선 롯데마트 2017년, 이마트 2018년부터 셀프계산대 도입)왜 이렇게 기업들이 오락가락할까요. 2024년까지도 셀프계산대가 완벽한 사용경험을 선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종종 형편없는 결과를 초래하죠. 고객과 점원, 그리고 기업에도요.셀프계산대가 싫은 이유일단 셀프계산대의 장점부터 나열해볼까요.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건 계산대 앞 긴 줄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매점을 찾은 고객들은 제품이 품절되거나(48%) 찾기 어려운 것(40%)보다 긴 계산 줄(60%)을 가장 짜증 나 했습니다.기업 입장에선 여러모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일단 셀프계산대는 자리를 덜 차지하기 때문에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요. 당연히 계산하는 직원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대에 보통 3만 달러가 넘는 비싼 비용(소프트웨어 포함)에도 셀프계산대를 설치합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FMI)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식품 소매점의 96%가 셀프계산대를 뒀다고 하죠. 셀프계산대에서 계산된 식료품은 2018년엔 18%뿐이었지만 2021년엔 30%로 늘었습니다.실제 사용경험은 어떤가요. 간단하게 서너가지 물건만 살 때는 셀프계산대가 간편하게 여겨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사실 더 많죠. 술 사려면 나이 확인을 위해 직원 호출, 실수로 바코드 2번 찍으면 취소를 위해 직원 호출, 그냥 기계가 먹통돼서 직원 호출. 수시로 ‘직원 호출’ 상황이 이어집니다. 또 보통 도난 방지를 위해 스캔한 제품 중량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두는데요. 이게 물건을 늦게 올려도 미리 담아도 오류가 발생하죠. 보통 예민한 게 아닙니다. 경고 메시지가 뜰 때마다 마치 기계가 이렇게 질책하는 것만 같죠. ‘당신, 혹시 도둑이야? 아니면 멍청한 건가?’ 실제 2021년 미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7.3%의 쇼핑객은 셀프계산대가 잘 작동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바코드가 없는 포장되지 않은 신선식품을 셀프계산대로 구입하는 건 더 도전적인 일입니다. 수십 가지 품목 중 자신이 고른 농산물을 정확히 골라내고(내가 고른 사과가 홍로인지, 부사인지 구분해야) 개수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영국 슈퍼마켓 부스는 바로 이 점이 셀프계산대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힙니다. “우리는 (바코드가 없는) 농산물과 빵 제품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셀프계산대에선 모든 일이 느려지고 정말 복잡합니다.”(영국 부스의 나이젤 머레이 이사의 BBC 인터뷰)셀프계산대 앞에서 고객보다 더 바쁘고 힘든 사람은 마트 직원입니다. 미국 워싱턴주의 대형마트 점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캐너와 터치스크린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물건을 훔치려고 시도하는 고객들을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중단없이 감시해야 한다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하죠. 일반 계산대와 달리 셀프계산대에서 직원을 호출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당황했거나 짜증 났거나 화가 나있는 상태입니다. 감정노동도 훨씬 심할 수밖에 없죠.쇼핑객 7명 중 1명은 도둑질 경험?, 딥다이브에서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셀프계산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명백하게 절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슬쩍하는 다양한 수법이 있다는데요. 바나나로 입력하고 무게가 비슷한 티본스테이크를 가져가는 식의 바코드 바꿔치기(일명 ‘바나나 트릭’)가 대표적이죠. 작은 품목을 다른 물건 안에 숨기거나, 손목에 붙여놓은 가짜 바코드를 스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스캔은 다 제대로 했지만 결제를 안 하고 들고 나가버리는 대담한 수법도 쓰입니다.그런 도둑질이 얼마나 되겠냐고요?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소매업체들이 이 사실을 쉬쉬해서 정확한 통계가 없을 뿐이죠. 미국 온라인 금융플랫폼 렌딩트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는데요. 응답자 중 15%가 셀프계산대에서 물건을 훔친 적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놀랍게도 7명 중 1명이 물건을 훔쳤다는 뜻이죠. 또 21%는 ‘실수로’ 스캔하지 않은 물건을 가져간 적 있다는데요. 그 물건을 매장으로 다시 가져가 돌려준 경우는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꿀꺽한 겁니다. 렌딩트리는 셀프계산대 기계가 도둑질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셀프계산대는 편리하지만 확실히 물건을 훔칠 위험이 큽니다. 소매업체는 셀프계산대의 비용절감 효과가 도난 증가위험을 감수할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렌딩트리 매트 슐츠 최고신용분석가)또다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셀프계산대에서 도난이 일어날 확률은 사람 계산원이 있는 일반 계산대의 21배에 달합니다. 미국 스타트업 그라방고(Grabango)가 컴퓨터 비전 기술을 사용해 5000건의 거래를 추적한 결과인데요. 고객이 담아가는 물건보다 적게 계산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나 보니까 일반 계산대는 0.3%, 셀프계산대는 6.7%였죠. 금액 기준으로는 3.5%, 즉 셀프계산대를 통해 100만원 어치를 사갈 때 3만5000원 꼴로 덜 결제한다(훔치거나 실수하거나)고 합니다. 무시하기 어려운 비율인데요.그래서 절도를 막기 위한 여러 보안대책이 자꾸만 추가됩니다. 미국 코스트코는 셀프계산대에 직원을 늘리고, 출구에서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죠. 월마트는 셀프계산대 근처에 ‘스캔 누락 감지’ 기능이 있는 AI 기반 카메라를 설치했고요. 크로거 역시 스캔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류 메시지를 띄우고 표시등을 깜빡거리게 하는 AI 기술을 배포했습니다. 점점 마트 계산대가 공항 검색대 스타일로 변해가는데요. 이런 식이면 셀프계산대가 비용을 줄여주긴 하는 건가, 다시 따져봐야 할 듯합니다.그럼 시간은 어떨까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고객(85%)은 셀프계산대가 확실히 더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좀 다릅니다.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류스는 셀프계산대가 실제로는 더 빠르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고객들이 매초마다 주의를 기울이며 계산원을 대신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더 빠르게 느껴질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소매업체들은 셀프계산대의 늘어지는 대기시간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 중이죠. 미국 마트 타겟은 일부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할 수 있는 물품 수를 10개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아니, 도난이 급증하고 대기시간도 별로 줄여주지 못하면 셀프계산대가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셀프계산대의 멸종을 예언합니다. 소매업 전문가 필 렘퍼트는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 같은 기술, 즉 물건을 들고 나가면 알아서 계산해 결제하는 기술이 더 대중화되면 언젠가는 셀프계산대를 대체할 거라고 보는데요.하지만 아마존고 방식은 투자비가 아직까진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그리 단기간에 거기로 넘어가진 않겠죠. 대신 그 중간지점이 모색 중입니다. 셀프계산대이긴 한데,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바구니에 제품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순식간에 계산해주는 방식인데요. 제품마다 주파수 칩을 붙여 이를 인식하는 기술로, 이미 유니클로가 일부 매장에 선보이고 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유급 직원의 노동을 무급 쇼핑객에 이전하는 전통적인 셀프계산대와 달리, 노동력을 완전히 제거한다”며 “셀프계산대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이 기술은 영국 테스코 역시 최근 테스트 중이라고 합니다.셀프계산대가 첫 선을 보인 지 38년. 기계는 아직 사람 계산원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계산원 일자리를 빼앗는 적으로도 지목되는 셀프계산대.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이것저것 따져보고 차근차근 도입돼도 좋을 듯합니다. 사람이냐 기계냐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둘이 공존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나으니까요. By.딥다이브ATM처럼 셀프계산대에도 금방 익숙해질 줄 알았건만. 셀프계산대 도입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이 기계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는데요.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예측은 조금씩 빗나가곤 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소비자가 직접 상품 바코드 스캔을 하게 하는 셀프계산대. 미국에서는 1986년 첫 선을 보였고, 2000년대 들어 대부분 대형 마트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직원의 유급 노동을 소비자의 무급 노동으로 전환하는 겁니다.-하지만 셀프계산대는 종종 고객을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오류는 잦고 직원의 개입은 빈번합니다. 일부 슈퍼마켓이 셀프계산대 철수를 결정한 이유입니다. -게다가 셀프계산대는 도둑질을 크게 늘렸습니다. 기계를 이용할 때 사람들은 더 쉽게 물건을 훔칩니다. 일부러, 또는 실수로 계산하지 않은 물품이 늘면서 소매점은 매출에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결국 직원을 더 배치하고, AI 감시 기술을 도입하는 식으로 보안을 강화하고는 있는데요. 이거 비용 절감 효과 있는 거 맞을까요? 아직은 셀프계산대 기술이 고객과 기업, 모두 만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나스닥지수가 또 하락했습니다. 벌써 5일 연속인데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라고 합니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0.56% 하락해, 12월 27일 종가와 비교해 거의 4% 떨어졌고요. S&P500은 0.34% 하락했는데, 4일째 하락입니다. 다우지수는 소폭(0.03%) 상승 마감했고요.왜 이런지 들여다보면 애플 탓이 크죠. 애플 주가는 이날 또 1.27% 하락했는데요. 새해 들어 5.5% 떨어진 겁니다. 시장가치로는 1640억 달러를 날린 거죠. 앞서 2일 바클레이즈가 애플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낮췄단 소식에 애플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이날은 파이퍼샌들러가 중국의 취약한 거시경제 상황으로 인해 “아이폰 재고 수준을 우려한다”면서 애플 투자등급을 하향조정(비중확대→중립)했습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거대 기술주입니다.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에 애플의 매출은 3.6%, 이익은 7.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죠. 애플 주식에 대한 매수 추천 의견은 33건인데요. 이는 아마존(68건), 메타(66), 엔비디아(59)보다 훨씬 낮은 겁니다.혹시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던 메가캡 주식의 후퇴가 시작된 건 아닐까요. 이번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는 기술주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합니다. 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메가캡 성장주 집단이 성장을 지속할 거라고 본다”면서 “통신서비스 섹터는 등급을 하향조정했지만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합니다.이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자율주행 칩 제조업체 모빌아이(Mobileye)입니다. 주가가 무려 24.55% 급락했는데요. 모빌아이 측이 올해 매출과 수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할 거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영향입니다. 모빌아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고객의 과잉 재고를 인지하게 됐다”면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50% 감소할 걸로 내다봤죠.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 업계가 난리를 겪었던 것 기억하시죠. 이런 부족 현상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산업은 오히려 수익을 높일 수 있었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재고를 늘리려고 노력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재고를 거의 다 채웠고, 전기차 판매는 약화되고 있습니다. 재고 과잉 상태에 직면하면서 성장이 꺾이기 시작한 겁니다.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안타깝게도 조정의 끝보다는 시작에 더 가깝다”고 분석합니다. 자동차 수요가 금세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날 모빌아이의 발표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인 NXP반도체와 온세미컨덕터 주가도 3%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연말입니다. 내년 경제 전망을 이야기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죠. 하지만 전망 기사를 쓰지 않을 핑계를 찾았습니다. 바로 1년 전 나왔던 올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치가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이죠.2023년 미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실업률이 치솟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증시도 고꾸라질 거라던 1년 전의 그 예측. 다들 기억하시나요? 결국 이런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지금 확인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경제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이 틀렸을까요.경기 전망만 빗나간 게 아니죠.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피케티의 연구가 사실 과장됐다는, 즉 실제로는 불평등이 그다지 심화하지 않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는데요.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늘은 빗나간 경제학과 그 의미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2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경기침체는 오지 않았다1년 전 주요 경제학자 중 85%는 2023년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미국 실업률은 5.5%까지, 어쩌면 7%까지도 치솟을 거라고 봤고요. 지난해 12월 7일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던 암울한 설문조사 결과였는데요. 기사엔 “연착륙은 극히 어렵다. 경기침체를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조르지오 프리미세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비관적인 전망이 함께 담겼죠. 당시엔 경착륙 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 같은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자, 그래서 결과는?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이 4.9%를 기록했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죠. 미국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1년 내내 3%대를 유지 중입니다(11월은 3.7%). 기준금리가 치솟고, 물가상승률이 꺾였는데도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내내 경제 낙관론을 펼쳤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을 조심하세요’)에서 이렇게 승리를 선언합니다. “연착륙을 달성했습니다.”경제학자들이 너무나 많이 틀렸기 때문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공급망 문제 해결’로 설명합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은 사실 일시적인 공급망 대란(코로나+우크라이나 전쟁) 탓이었고, 이 문제가 풀리자 자연스럽게 해결됐다는 거죠. 반면 비관론에 빠진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간과했기에 엉뚱한 전망을 했던 거고요.그러면 왜 그렇게 집단적으로 공급망 이슈를 간과했을까요. 혹시 폴 크루그먼이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 것과 달리, 나머지 경제학자들은 공화당 지지자이기라도 할까요. 올해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경제학자 중 가장 거물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인 걸 보면 꼭 그렇게 얘기할 순 없겠는데요(서머스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바로 이와 관련해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쓴 블룸버그 칼럼을 소개합니다. 그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기침체를 예측한 이유는 재닛 옐런(현 재무장관), 폴 크루그먼 같은 많은 전문가가 수십 년 동안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옐런이나 크루그먼 같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금리 인상→총수요 감소→고용 감소→경기침체’라는 케인스주의적 공식이 현실세계엔 도통 통하지 않더라는 거죠.코웬 교수는 케인스주의와 대척점에 있었던 로버트 루카스 교수(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합리적 기대 이론(똑똑한 개인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합리적 기대를 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이론)’이 오히려 지금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겁니다. “좀 더 솔직해집시다.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유명 경제학자들의 경제 전망과 정책 조언을 전달하기 바쁜 경제기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허무한 결론이 아닐 수 없는데요. 동시에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저서에 남긴 경제학자에 대한 비판이 오버랩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부분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만의 코르셋에 꽉 끼여 분석과 논평을 한다. 경제학자들은 계산만 하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모두 알지만 학습 내용과 현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인용)소득격차가 커지지 않는다고?원래 예측이라는 건 늘 빗나가기 마련이죠. 경제 전망이 틀린 게 한두 번도 아니고요. 하지만 경제 예측이 아닌 냉철한 실증적 경제학 연구도 도전에 시달립니다. 최근 10년 새 가장 유명한 스타 경제학자라 할 수 있는 토마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그중 하나인데요.2013년 ‘21세기 자본’을 펴낸 피케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죠.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는 그의 연구 결과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는데요. 그가 공동 저자들과 쓴 논문(2018년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이렇습니다. 1962년 10.1%→1979년 9.1%→2014년 15.7%(세후 소득 기준). 수십 년의 소득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상위층 소득이 하위층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늘면서 격차가 갈수록 커졌다는 결론입니다. 왜 부의 재분배가 시급하고, 더 누진적인 세금제도가 필요한지를 뒷받침하는 결과이죠.그런데 이런 피케티의 연구를 조곤조곤 반박해 결론을 뒤집는 새로운 논문이 나왔습니다. 저명한 학술지 정치경제저널 게재가 지난달 승인된 따끈따끈한 논문 ‘미국의 소득 불평등 : 세금 데이터를 사용해 장기적 추세 측정하기’인데요. 미국 재무부의 제럴드 오텐과 미 의회 조세합동위원회 데이비드 스플린드는 피케티의 방법론을 수정·보완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합니다. ‘미국의 세후 소득 불평등은 1960년대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들의 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가 차지하는 세후 소득 집중도는 1962년 8.6%→1979년 7.4%→2014년 9.1%입니다.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연구자들은 피케티와 달리 소득세 신고에서 누락되는 소득까지 추정해 계산했습니다. 정부 복지로 인한 이전소득(사회보장급여·실업급여·메디케어급여 등)이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추가했고요(=저소득층의 최근 소득이 피케티 연구보다 늘어남). 소득세율의 극적인 변화(1964년 이전 91%였던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37%로 하락)로 과거엔 고소득층이 일부러 사업소득을 줄여서 신고했다는 점도 반영했습니다(=고소득층의 과거 소득이 피케티 연구보다 늘어남). 이렇게 세금 신고서로는 잡히지 않는 소득이 전체의 40% 가까이 됐다는데요. 어떤가요. 소득세 신고 데이터만 가지고는 실제 소득 분포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어 보완해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 어느 정도 설득력 있지 않나요. 워낙 꼼꼼하게 각종 변수(혼인율 감소와 부부 별도 신고 증가, 부양가족 감소 등)를 죄다 연구에 반영하고 있어서, 그 집요함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논문이기도 한데요(소득세법 오타쿠 느낌).문제는 이 결론을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겠냐는 점입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대중적으로 호소력이 짙어서 웬만해선 이를 깨기가 쉽지 않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피케티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반박한 이 연구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기후 부정에 이어) 불평등 부정은 그다지 유망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마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의 답변인데요.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수십 년 동안 소득 격차가 커지지 않았다고? 뭐야. 그럼 아무 문제도 없다는 얘기인가?’ 그리고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도 딴판이기 때문이죠. 이 연구 결과를 다룬 FT 기사엔 연구가 ‘사기’ 내지 ‘거짓말’이라는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그런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연구 결과는 희망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은 건 세금과 이전소득을 모두 반영한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얘기입니다. 세전 소득으로 따지면 역시나 과거보다 소득 격차가 더 커진 걸로 나오죠. 이게 무엇을 말하느냐.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이전소득과 세금 감면 혜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그동안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해왔던 각종 노력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뜻이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늘리고, 누진적인 세금 정책을 펼쳐온 덕분에 그나마 현상 유지 중인 겁니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헛되진 않은 셈입니다.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 역시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높아진 국가입니다(1998년 7.1%→2016년 12.2%). 그리고 이 기간에 다양한 복지제도(2008년 기초노령연금·근로장려금, 2010년 장애연금) 도입과 여러 차례의 소득세법 개정(최고세율 2011년 35%→현재 45%)이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정책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요. 아니면 별로 효과가 없었을까요. 앞으론 정치인이 아닌 경제학자가 나서서 이 이슈를 좀 더 정교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따라서 경제학은 좀 더 힘을 내야 합니다. 할 일이 참 많아요. By.딥다이브고백건대 언론은 원래 비관론을 좋아합니다. 경제 기사는 더 그렇죠. 왜냐고요? 비관론이 더 똑똑하고 우아하게 들리니까요.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썼죠. “낙관주의는 제품 홍보처럼 들리고 비관주의는 나를 도와주려는 말처럼 들린다.” 경제학 중에서도 특히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건 이런 심리적 요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1년 전 쏟아졌던 2023년 경제 전망이 모조리 빗나갔습니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이 치솟을 거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경제는 호황이고 고용은 안정돼있습니다. -왜 그렇게 집단적으로 틀렸을까요. 아마도 이들이 신봉하는 케인스주의 경제학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통화정책과 총수요, 고용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론을 의심할 때입니다.-‘피케티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득 불평등에 관한 경제학 연구도 도전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격차는 지난 수십 년간 커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습니다.-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았다? 믿기 어렵고 불편한 결론인데요. 달리 보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조금은 효과가 있긴 하다는 뜻 아닐까요. 절망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이 기사는 12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보합권으로 마감했지만 S&P500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올해 거래 마감을 하루 남긴 28일(현지시간) S&P500지수가 1.77포인트(0.04%) 오른 4783.35를 기록했는데요. 2022년 1월 3일 기록한 종가 최고치(4796.56)의 턱밑에 다가가 있죠. 이날 다우지수는 0.14% 상승, 나스닥지수는 0.03%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9주 연속 랠리를 이어가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올해 다우지수는 14%, S&P500은 25%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무려 44% 상승했죠. AI 열풍으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기술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7개 기업(엔비디아·MS·아마존·애플·알파벳·메타·테슬라)은 내년에도 S&P500 평균을 웃도는 좋은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관건은 이 부분이 주가에 이미 얼마나 반영되어 있느냐입니다. 전 메릴린치 트레이더 톰 에사이는 블룸버그에 “이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속담대로 ‘카누의 한쪽에 기대 있는 것처럼 보일 때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죠. 단기적으로는 산타클로스 랠리가 계속 이어질지가 관심거리인데요. 한해의 마지막 5거래일과 다음 해의 첫 2거래일에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걸 가리키죠. 일단 첫 4거래일엔 3대 지수가 0.8~0.9% 오르며 산타랠리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증시에 산타랠리가 나타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일단 투자자들이 연말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고요. 또 연휴 기간엔 거래량이 적어서 시장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산타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새해 증시의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설명하죠. 역사적으로 산타랠리가 펼쳐진 경우에 새해 증시 성적이 더 좋았다는 겁니다(산타가 온 경우 평균 10.2% 상승, 안 오면 평균 5% 상승).내년 증시를 전망할 때 이 변수도 빠지지 않죠. 바로 미국 대선이 있는 해라는 점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연도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고 합니다. 1949년 이후 재선 도전 해의 S&P500 연간 상승률이 평균 13%였다는데요.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해의 저조한 성과(평균 –1.5%)와 대조됩니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는 경우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나 세금 감면책이 나오기 때문일 거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안전한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물 대신 액체소금을 냉각재로 쓰는 용융염 원자로 건설에 나섰다.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민관 합동 연구개발로 해양용 용융염 원자로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도 액체소금 원자로 건설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달 중순 원자력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의 시험용 원자로 건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총 1억 달러를 들여 테네시주에 2026년 완공할 이 원자로는 용융염 원자로(MSR·Molten Salt Reactor)이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차세대 기술로, 냉각재로 물이 아니라 고온으로 녹인 액체소금을 쓴다는 점이 다르다. 마이크 라우퍼 카이로스파워 창업자는 “미국이 수냉식(물로 냉각)이 아닌 원자로 건설을 승인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더 깨끗하고 안전하고 저렴한 핵에너지를 제공하는 능력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카이로스파워 외에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에너지 기업 테라파워,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출신들이 세운 소콘도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민간기업 중심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10여 년 전부터 용융염 원자로에 투자해왔다. 2021년 이미 용융염 원자로를 고비사막에 건설한 중국은 안전평가를 거쳐 올해 6월 원자로 시험 가동을 승인했다. 중국과학원 상하이응용물리연구소가 맡아 시험 운영 중이다. 진행 속도로 볼 땐 중국이 세계 최초의 용융염 원자로 상용화에 가장 다가가 있다. 이 밖에 캐나다 테레스트리얼에너지, 영국 몰텍스에너지 등 전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기업이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치명적 사고 위험이 없다용융염 원자로는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다. 몇 주 동안 급유 없이 날 수 있는 핵 추진 전투기를 만들기 위한 미 공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후 이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 있던 시험용 용융염 원자로 가동은 1969년 멈췄다. 원자력 업계는 물로 원자로 열을 식히는 ‘수냉식’이 평정했다. 잊혀진 기술이었던 용융염 원자로가 다시 주목 받는 건 뚜렷한 장점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치명적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원전 사고 중 가장 위험한 건 노심용융(멜트다운·Meltdown).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온도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을 뜻한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의 경우 정전으로 냉각수 순환이 멈추자 원자로 안에 있던 냉각수가 증발해 버리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물이 아닌 용융염을 냉각재로 쓰면 사고가 나더라도 증발해 버릴 일이 없다. 액체소금의 끓는점이 1500도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냉각재가 밖으로 유출돼도 큰 문제 없다. 녹는점이 높은 용융염이 고체로 굳어 버려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는다. 이에 대해 퍼 피터슨 버클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용융염은 끓어오르지 않는다”며 “이것이 원자력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떠오른 이유”라고 설명한다. 4m에 달하는 긴 연료봉 다발인 ‘핵연료 집합체’를 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 용융염 원자로는 액체 핵연료를 쓴다. 카이로스파워처럼 고체 연료를 쓰는 경우에도 그 크기가 탁구공 정도로 작다. 따라서 원자로를 작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처럼 18개월에 한 번씩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원전 운전을 멈출 필요가 없다. 온라인으로 연료를 추가하는 식의 무인 운전이 가능하다. 사용후 핵연료도 훨씬 덜 발생한다. ● 선박용 원자로에 집중하는 한국한국은 용융염 원자로 기술에 있어 후발 주자이다. 올해 4월부터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선정해 정부 지원을 시작했다. 일단 2026년까지 용융염 원자로의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인증을 거쳐 2030년 이후 해양용 원자로 1호기를 건설한다는 로드맵이 짜여 있다. 용융염원자로 원천기술 개발사업단을 이끄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동형 단장은 “우리가 조금 늦긴 했지만 분발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인 데다 그동안 연구원 차원에서 용융염 관련 기술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게 고무적”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공동 연구에 참여한 기업은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센추리. 연구원은 상업용으로 쓸 수 있는 해양플랜트와 선박 추진용 용융염 원자로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용융염 원자로에서 가장 큰 난제는 부식이다. 소금의 강한 부식성을 견딜 만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단장은 “부식을 막기 위한 해결책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가급적 30년 동안 교체할 필요 없는 안전한 원자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듀프(dupe)를 아시나요?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duplication’을 줄여 쓴 단어인데요.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Z세대의 올해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듀프 시대’입니다. 복제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브랜드 제품을 따라 만든 ‘저렴이’ 제품 소비 열풍이 일고 있는데요.저렴한 카피제품? 그건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것 아니냐고요. 그렇긴 한데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있습니다. 요즘 Z세대는 이런 듀프 소비를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놓고 자랑한다는 점인데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상당히 지속될 것만 같은 복제품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저렴한 카피제품 열풍“쇼핑몰에서 쇼핑하다가 정말 귀여운 걸 발견하게 돼요. 그럼 가격표를 보고서 ‘아, 이거 듀프(dupe)를 찾아야지’라고 생각하죠.”미국 여대생 엘라 린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리치아(aritzia), 룰루레몬(lululemon),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같은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 19살 소녀는 주로 아마존에서 이런 식으로 검색하죠. ‘아리치아 듀프(aritzia dupe)’.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37달러짜리 아리치아 스웨트셔츠 복제품을 침대 위에 던지는 영상을 찍어 틱톡에 자랑합니다. 정가(118달러)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아리치아 저렴이를 샀다고 말이죠. 그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비싼 브랜드 이름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데요.듀프(dupe), 혹은 둡(doop)이라고 부르는 저렴한 카피제품 소비 열풍이 심상찮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dupe’로 검색한 건수는 미국에선 최근 13개월, 영국에선 6개월 만에 100% 증가했죠. 틱톡에선 ‘dupe’로 검색하면 향수부터 가구까지, 각종 카피제품 구매를 자랑하는 무수한 영상이 뜹니다. 이런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63억 회에 달하죠. 듀프 소비가 Z세대, 즉 2012~1997년에 태어난 이들의 새로운 트렌드라는 게 보그 같은 패션지부터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경제매체까지 공통적으로 내놓은 분석입니다.좀 더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도 있죠.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설문조사(10월)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1%가 이런 복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밀레니얼 세대(44%)와 Z세대(49%)에선 이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Z세대는 단순히 복제품을 더 많이 살 뿐 아니라, 복제품을 사는 이유가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인데요.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려고 카피제품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틀렸습니다. Z세대에게 듀프 소비는 놀이이자 자랑거리입니다.싸서? 아니 힙해서!여기서 잠깐. 이렇게 지적할 분들 있을 겁니다. 카피제품은 그 오리지널 브랜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네, 아닙니다. 복제품(듀프)이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품과 다른 점인데요. 가짜 로고를 새겨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특허를 침해하는 위조품은 불법이지만, 그냥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을 비슷하게 따라 하기만 한 복제품은 대체로 법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뉴욕대 법대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먼 교수는 “복제품 문화는 오랫동안 매우 활발했고, 일반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죠. 물론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과연 복제품은 무해한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요(뒤에서 다시 설명).카피제품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인기 브랜드 제품을 복제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쉬인(Shein)’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미친 속도와 가격으로 유명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여기에 한몫 했고요. ②Z세대는 복제품을 샀다는 걸 아주 자랑스럽게 기꺼이 공개한다는 점입니다. 복제품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도대체 왜 그들은 듀프 구입을 좋아할까요.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위 그래프)에 따르면 MZ세대 응답자들은 복제품 구입에 대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복제품 구입은 큰돈 들이지 않고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69%). 특히 60%는 오리지널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여전히 복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죠. 또 절반가량은 ‘복제품을 찾는 건 흥이 나는 일’(51%)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저렴한 복제품을 찾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이를 두고 모닝컨설트는 쇼핑이 일종의 게임화됐다고 분석하는데요. 디자인과 성능은 크게 빠지지 않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한 ‘최고의 복제품 찾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복제품을 잘 사면 ‘예산에 민감하면서도 안목 있는 소비자’임을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거죠.마케팅 전문가인 노스웨스턴대학의 자클린 밥 교수는 “이들은 복제품을 ‘명예의 휘장’으로 여기기 때문에 일부러 복제품을 구매한다”면서 “(돈을 아끼려는) 경제적 결정이 아닌 의도적인 큐레이션”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마케팅 전문가인 찰스 린드시 버팔로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하죠.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했는지 보여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유명 브랜드인지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FT는 이를 Z세대의 ‘동지애’로 설명합니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이들은 쏠쏠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데요. 마치 화장법이나 투자 팁을 틱톡으로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제품 구입 정보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는 겁니다.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더피프스의 벨라 할스 연구원은 “저렴한 가격 제품을 찾는 건 승리이자,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며 “이들은 정보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패션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대놓고 베끼는 저렴이 브랜드이런 복제품 소비 열풍에 맞춰 인기를 끄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은근히, 또는 대놓고 유명 브랜드의 ‘저렴이’ 제품으로 마케팅하는 경우인데요.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화장품 기업 엘프뷰티(ELF)이죠. 2004년 설립된 이 저가 메이크업 브랜드는 틱톡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이후 무섭게 성장 중인데요. 주가도 급등해 올해 들어서만 161% 상승했을 정도이죠(55달러→145달러). 엘프의 성장세를 설명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가성비, 식물성 원료, 틱톡 마케팅) 유명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의 ‘저렴이’ 버전이라는 게 핵심 이유입니다. 예컨대 14달러인 엘프의 ‘헤일로 글로우’ 제품은 유명한 샬롯티벌리 파운데이션(49달러)의 대체품으로 통하면서 엄청나게 팔렸죠. 또 5달러짜리 엘프의 ‘시어 슬릭’ 립스틱은 클리니크의 20달러짜리 베스트셀링 립스틱의 듀프라는 별명이 붙었고요.제2의 엘프뷰티를 노리는 또 다른 브랜드들이 있죠. 향수 브랜드 도시어(Dossier)는 대놓고 럭셔리 브랜드와 거의 비슷한 상품을 70~9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광고합니다. 상품 설명에 아예 ‘조말론 우드세이지앤씨솔트에서 영감을 받았음’이라고 써놓고 가격까지(조말론 205달러, 도시어 49달러) 비교해놨죠.CRZ요가는 32달러짜리 레깅스를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인데요. 틱톡에선 룰루레몬의 98달러짜리 얼라인 레깅스의 저렴이 버전으로 통합니다. 전자상거래 분석회사 정글스카우트 데이터에 따르면 CRZ요가는 한 달에 8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 중이라는 군요.복제품 열풍에 편승해 새로 나오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온라인 패션브랜드 퀸스(Quince)는 유명 브랜드와 같은 공장에서 옷·가방·신발을 제조해 반값에 판매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예컨대 데인도버(Dagne Dover)의 195달러짜리 백팩 복제품을 99달러에, 버겐스톡의 140달러짜리 코르크 밑창 샌들 복제품을 70달러에 판매하면서 ‘50% 싸다’고 광고합니다.복제품이 인기 끌면 손해? 이익?복제품 소비가 당당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니,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죠. 오리지널 브랜드가 제품 개발과 마케팅까지 다 해놓은 걸 그대로 베껴서 돈을 벌다니. 불법은 아니더라도 문제 있는 것 아닐까요.실제 복제품을 매우 불편해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미국 가구 브랜드 헬러의 존 에델만 CEO는 “당신이 구매하는 모든 복제품은 디자인의 미래를 죽인다”고 비판하죠. 복제품으로 인해 진품 소비가 줄어든다면 창작자는 어떻게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한탄인데요. 이 때문에 또 다른 가구업체 블루닷은 아예 복제품 감시를 위한 전용 예산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블루닷의 제품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베껴도 너무 심하게 많이 베낀 복제품 판매 사이트를 발견하면 회사 변호사가 직접 연락을 하죠. 존 트리스타코스 블루닷 창업자는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복제품이 늘어난다고 해서 오리지널 제품 판매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아예 소비하는 사람 자체가 다르다는 건데요. 이런 시각으로 보면 복제품이 인기를 끄는 건 오리지널 브랜드 입장에서 썩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유명한 브랜드라는 걸 증명해주는 일일 뿐인 거죠.복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역이용한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인데요. 지난 5월 룰루레몬은 ‘듀프 스왑’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기 제품인 얼라인 레깅스의 복제품을 산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를 진품과 무료로 교환해준 건데요. LA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 행사에 약 1000명의 고객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 중 절반은 룰루레몬 정품을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고객이었죠. 룰루레몬 CEO 캘빈 맥도널드는 이 행사를 두고 “주요 목적은 새로운 손님을 확보하고 레깅스의 독창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거였다”면서 “대단한 성공이었다”라고 평가합니다. 룰루레몬 레깅스에 관심 있는, 하지만 98달러를 주고 살 생각을 못했던 고객에게 실물을 보여주며 ‘역시 비싼 정품은 다르긴 다르네’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기회로 삼은 거죠.복제품이 판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기업도 많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솝(Aesop)도 그런 경우인데요. 이솝의 최고고객책임자인 수잔 산토스는 보그 인터뷰에서 “그것(복제품)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대안 브랜드가 적절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하죠.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Z세대는 더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긴 뒤에도 지금처럼 복제품에 열광할까요. 아니면 돈이 많아지면 선택이 달라질까요.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모닝컨설트는 ‘듀프 문화가 젊은 소비자들의 습관에 영구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낮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데요. 2031년이 되면 미국에선 Z세대 소득 수준이 밀레니엄 세대를 추월하게 될 거라고 하죠. 단순히 ‘가성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제품 소비 트렌드에 앞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By.딥다이브시성비(타이파)에 이어() 저렴이 복제품(듀프)이라니.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긴 해야겠는데, 그것이 참 알듯 말듯하단 말이죠. 오늘 기사는 주로 미국 이야기를 다뤘지만 아마 한국 시장도 이를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올해 미국 Z세대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듀프(Dupe)입니다. 저렴한 복제품이 젊은 층 사이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향수나 화장품, 레깅스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에서도 다양한 복제품이 팔리고 있습니다.-카피제품이야 예전부터 있었지만 달라진 건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쇼핑을 일종의 게임처럼 하기 때문인데요. 오리지널보다 훨씬 싸게 복제품을 사는 걸 ‘승리’로 여깁니다.-이런 트렌드에 맞춰 대놓고 저렴한 복제품임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생겨났습니다. 유명 럭셔리 상품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절반임을 광고하는 식인데요. 동시에 트렌드를 역이용해 품질과 브랜드력을 과시한 룰루레몬 사례도 있습니다.-복제품이 불법은 아니라지만 창작자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닐까요. 반면 어차피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오리지널 브랜드에 피해가 될 건 없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당분간 복제품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급락 하루 만에 뉴욕증시가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전날 차익실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다시 내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인데요.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87%, S&P500 1.03%, 나스닥지수 1.26%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미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확정치가 발표됐죠. 기존에 나왔던 잠정치(5.2%)보다 낮은 4.9% 성장으로 확인됐는데요. 예상보다 다소 둔화된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시장에서 좋은 소식으로 통했습니다.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방향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가는 22일 장 시작 전 발표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데이터에 기대하고 있는데요. 이 수치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알려져있죠.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해 둔화세를 이어갈 걸로 내다봅니다. 이 역시 주식시장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씨티그룹은 “앞으로 변동성을 예상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연준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주가 하락시 주식 매수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입니다. 전날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좋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날 주가가 8.6% 급등했는데요. 덕분에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8% 상승했습니다. 마이크론은 내년 초부터 HBM3E(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을 대량생산할 예정인데요. 산제이 메로트라 CEO는 이 제품이 “엔비디아의 GH200, H200 플랫폼에 사용될 인증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HBM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입니다.이날 국제유가는 하락했습니다. 아프리카 2위 산유국인 앙골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1센트 하락한 79.39달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33센트 내린 배럴당 73.89달러를 기록했습니다.11월 말 OPEC+ 회의에서 앙골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석유 감산에 반대했었죠. 결국 이날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과연 OPEC의 결속력과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다만 앙골라의 일일 생산량 120만 배럴이 OPEC+ 동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앙골라가 빠졌다고 OPEC 전체가 무너지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지탱하려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이 예전만큼 잘 통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