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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이지혜(가명) 씨는 4년 전 아기를 출산했다. 이 씨는 임신 기간에 30kg 가까이 체중이 늘었다. 출산 후 처음에는 체중이 좀 줄어드나 했지만 곧 다시 늘었다. 결국 4년 만에 비만 치료를 받기 위해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심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산후 비만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임신 기간에는 태아, 태반, 자궁, 양수, 수분 등으로 인해 대체로 체중이 9~15kg 증가한다. 출산 후에는 아기, 태반, 양수가 다 빠져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줄어든다. 다만 당장은 임신 이전의 체중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5~10kg의 체중이 더 나간다. 이는 대부분 임신 기간에 몸 안에 쌓인 수분(세포 외 수액) 때문이다. 심 교수에 따르면 출산 후 한 달 정도만 제대로 산후 조리를 하면 이 체중도 빠진다. 하지만 일부 산모들은 그 후로도 체중이 빠지지 않고, 때로는 더 증가한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른바 산후 비만이다. 이유가 뭘까. ● “출산 후 체중이 안 빠지는 이유 있다”심 교수에 따르면 이 씨의 산후 비만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 씨는 결혼하기 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결혼한 후 과격한 다이어트를 그만뒀지만, 임신하면서부터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 태아에게 양질의 영양을 공급한다는 목적에서다. 체중이 불어난 것은 이때부터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라고 심 교수는 지적했다. 심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영양 성분이 태아로 가기보다는 임신부의 몸에 체지방으로 쌓이기 쉽다. 임신 초기의 과잉 섭취는 산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섭취한 과잉 영양은 출산 이후 잘 빠지지 않는다. 이 시기까지 과잉 섭취를 줄이는 게 산후 비만을 어느 정도 막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에 따르면 산후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것과 환경·습관적인 것이 2 대 8의 비율이다. 살이 찌는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육아가 힘들다 보니 끼니를 거르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영양을 따지기보다는 빵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운동도 못 한다. 이런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산후 비만이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첫째보다는 둘째, 둘째보다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비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심 교수는 이를 ‘생리적 요요’ 현상이라 불렀다. 임신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출산한 후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산모의 몸이 자꾸 임신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출산 후 3개월이 비만 관리의 골든타임”심 교수는 출산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려면 출산 후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 3개월이 산후 비만을 막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이 씨 또한 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에 해당한다. 왜 3개월일까. 심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 몸은 3~6개월 이전의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산모의 경우 임신 후반부, 그러니까 임신 8개월 이후의 체중을 원래 체중으로 기억한다. 이 인식을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이 약 3개월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3개월 사이에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을 유지해야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이라면 20kg을 뺐어도 3개월 동안 유지하지 않으면 산모의 몸은 여전히 자신의 체중을 80kg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섭취량을 늘리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몸이 완벽하게 달라진 몸을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려면 6개월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출산 직후 체중이 80kg인 산모가 3개월 동안 20kg을 뺐다 하더라도 이후 3개월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야 산모의 몸이 ‘내 체중은 60kg이다’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 출산 후 다이어트 이렇게출산 후 한 달 동안은 쉬는 게 좋다. 물론 계속 누워있기만 하면 좋지 않다.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씩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대체로 2~4주 이후부터는 이런 활동을 시작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높은 것이 걷기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는 것은 무리다. 심 교수는 “운동을 많이 해야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틈날 때마다 10~15분씩 걷되 최소한 매일 1회 이상은 유지한다.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좋다. 대체로 시속 3km 안팎이면 된다. 이후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인다. 심 교수는 1, 2주일 간격으로 시간과 강도를 모두 높일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 10분으로 시작했다면 1주일 후에는 15분, 그게 안 되면 2주일 후에 15분으로 늘린다. 15분 운동이 괜찮다면 그 다음에는 다시 20분으로 늘린다. 이때 속도도 조금씩 높인다. 이와 함께 매일 5~10분 정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을 하면 좋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힘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한 후 점차 강도를 높인다. 3개월 후에는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인다. 이 무렵 다이어트 효과가 줄어드는 ‘정체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도를 높여 운동해야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3개월 운동하면 비로소 산후 비만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열량은 높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철분이나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심 교수는 미역국이나 우유, 계란 같은 음식을 권했다. 소고기 미역국이나 전복 미역국은 단백질과 열량이 낮은 해조류를 혼합했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출산 후에는 변비가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식이섬유 섭취를 위해 현미나 보리밥을 먹도록 한다.산후조리,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출산 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있다. 살이 더 쪘을 뿐 아니라 관절이 약해졌다거나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출산 후유증이다. 이에 대해 심경원 교수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면 곧 사라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산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 시기에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고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산후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약하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골반이 서양 여성보다 작고, 태아의 머리는 서양의 경우보다 크기 때문에 출산 과정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후 조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다만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산후 조리에는 반대했다. 이를테면 바람을 쐬면 뼈가 상한다며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방에서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게 잘못된 산후 조리라는 것이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면역력이나 뼈 관절이 모두 약해졌으니 찬바람이 좋을 리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신진대사 이상이나 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정도면 충분하다. 누워만 있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한다. 활동이 가능해지면 움직이는 게 좋다. 다만 이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일단 약해진 관절이 다치기 쉽다. 또 부기가 빠지기를 기다려야 할 시기에 식사량을 턱없이 줄이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부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친환경 먹거리 ‘대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공장식 도축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체육이란 고기를 대신해서 먹을 수 있도록 비(非)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농심은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했다. 이어 농심은 올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의 문을 연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한다. 총괄 셰프는 미국 뉴욕의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태형 셰프가 맡았다. 김 셰프는 평소 비건 푸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부터 요리까지 모두 농심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한층 다양한 메뉴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육 제조 기술 독자 개발베지가든은 농심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로 40여 종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물성 다짐육과 패티다. 떡갈비, 너비아니와 같이 한국식 메뉴를 접목한 조리냉동식품도 있다. 샐러드 소스와 국물 요리에 맛을 내는 사골 맛 분말, 카레 등 소스 및 양념류도 함께 선보였다. 농심은 대체육의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을 일찌감치 주목하고 연구에 돌입했다. 2017년 자체 기술로 식물성 고기 다짐육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채식 커뮤니티와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의 시식과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 농심은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한 대체육 제조 기술인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고수분 대체육 제조 기술) 공법을 사용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이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또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설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HMMA 설비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 “비건식 저변 더욱 넓히겠다”대체육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체육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과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됐다. 대체육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콩고기는 1960년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며 고기를 대신할 대체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대체육은 환경과 윤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대체육을 활용한 가공식품과 비건 레스토랑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비건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며 비건식의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삼성카드는 4대 사회보험 납부 시 월 최대 30만 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삼성 BIZ iD BENEFIT 카드’(사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4대 사회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이다. 삼성카드 측은 “4대 보험과 전기요금 등 필수 경비 결제 시 1.5% 할인 혜택을 월 최대 30만 원까지 제공한다”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부 할인 대상은 4대 사회보험,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배민상회(식자재몰), 해외 결제 건이다. 전월 이용 조건은 없다. 이와 함께 삼성카드 측은 “주유, 통신비, 렌털, 보안 등 사업장 운영 및 관리비용 결제 시에도 3%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세부 할인 대상으로는 주유, 전기차 충전, 이동통신비, 인터넷 및 유선 통신비, 렌털, 보안, 방역이다. 전월 이용 금액에 맞춰 통합으로 월 최대 2만 원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이달 28일까지 4대 사회보험, 전기요금, 통신비 등을 삼성카드로 정기결제 신청하고 4월 말까지 납부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3만50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강과 바다는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물에 대한 공포심은 생기지 않았다. 늘 물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유도도 배웠지만 수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울 여건은 되지 않았다. 가끔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물놀이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놀이는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교수가 된 후 수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는 ‘수영 마니아’가 됐다. ○ 27년째 새벽 수영 습관오 교수는 1995년 초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해 3월 한양대 구리병원이 개원할 때 교수로 부임했다. 진료, 콘퍼런스, 학생 강의에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체중이 늘어났다. 이어 허리디스크 증세도 나타났다. 운동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수영하면 될 것 같았다. 집과 병원 중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 3일, 매회 40∼50분 수영을 했다. 7, 8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식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수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수영에 빠져들었다. 해외 학회나 출장, 혹은 여행을 가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긴다. 요즘에는 주 5, 6일 수영을 한다. 거의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 감량 성공 오 교수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랜 수영 습관으로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모로 건강이 좋아졌단다. 일단 허리디스크 증세가 사라졌다. 1995년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로 허리가 안 좋았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활 치료는 받아야 했다. 증세가 안 좋을 때는 양말을 신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환자와 만날 때도 허리 통증 때문에 어정쩡하게 앉아 진료해야 했다. 1년간 이런 초기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 허리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수영하기 전에는 물리치료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3, 4개월 동안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오 교수는 “특히 자유형과 배영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45분을 수영한다면 30분은 자유형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분 동안 배영과 접영, 평영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허리디스크에서 해방된 후로는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 쉬운 오십견 증세도 없다. 흔히 몸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을 오 교수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수영을 하다 보면 물과 접촉하는 동안 마사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도 줄었다. 1995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체중은 70kg 안팎이었지만 얼마 후 76kg까지 늘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했을 때 72kg으로 떨어졌다. 이후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적게 먹고 틈틈이 ‘생활운동’ 오 교수는 수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열량 소비량 등을 체크한다. 40∼50분 동안 수영하고 나면 소비되는 열량은 약 500Cal다. 오 교수는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小食)을 병행하고 있다.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수영을 끝내고 병원에 도착한 후 집에서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삶은 계란 2개와 간단한 과일주스다. 점심은 가급적 병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배식 받을 때 미리 밥과 반찬의 절반을 덜어낸다. 저녁 식사를 줄이는 게 어려웠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 때는 많이 먹었다. 2000년 무렵부터 식사 패턴을 바꾸었다. 세트 메뉴일 때는 하나씩 건너뛰면서 먹었고, 면 음식은 사양했다. 그래도 양이 많다 싶으면 3분의 2만 먹었다. 다음 날 수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덜 먹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소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50대 이후로 다른 운동도 시작했다. 주말에는 동네 산을 오른다. 1시간 등산 후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 옆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주로 주말, 산에 오르지 않는 날에 헬스클럽에서 30∼40분 운동한 뒤 수영을 한다. 늘 마무리는 수영인 셈이다. 오 교수는 “수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그는 “혼자 수영을 하면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뿐”이라며 “수영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7, 8년 이상 수영을 지속하면 이런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 최대심박수의 70%안팎 적당… 당뇨환자는 짧게… 고혈압-심장질환자엔 비추천수영으로 건강 챙기려면 수영이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 개선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있다. ‘수영 마니아’인 오재원 교수에게 수영의 건강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중년 이후에는 숨이 약간 찰 정도인 최대 심박수의 60∼80% 수준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90%가 넘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영을 하되, 4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경우 1시간에 700Cal 정도 소모할 수 있다. 둘째,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1시간 이상 수영해서는 안 된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숨을 오래 참다 보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보다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심장질환자는 수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체중을 실어 수직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수영은 물에 떠서 하는 수평 자세 운동이다. 따라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영이 도움 된다. 다만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자유형과 배영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척추 환자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물에 뛰어들 경우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물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운동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감염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천식 증세가 있을 때도 수영이 좋다. 폐활량이 늘어나고 습한 공기가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수영을 해도 어깨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굽었던 어깨가 근육이 발달하면서 펴지는 것이다. 오히려 수영을 많이 하면 균형 있는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강과 바다는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물에 대한 공포심은 생기지 않았다. 늘 물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유도도 배웠지만 수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울 여건은 되지 않았다. 가끔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물놀이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놀이는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교수가 된 후 수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는 ‘수영 마니아’가 됐다. ● 27년째 새벽 수영 습관 오 교수는 1995년 초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해 3월 한양대 구리병원이 개원할 때 교수로 부임했다. 진료, 콘퍼런스, 학생 강의에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체중이 늘어났다. 이어 허리디스크 증세도 나타났다. 운동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수영하면 될 것 같았다. 집과 병원 중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 3일, 매회 40~50분 수영을 했다. 7, 8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식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수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수영에 빠져들었다. 해외 학회나 출장, 혹은 여행을 가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긴다. 요즘에는 주 5, 6일 수영을 한다. 거의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 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 감량 성공오 교수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랜 수영 습관으로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모로 건강이 좋아졌단다. 일단 허리디스크 증세가 사라졌다. 1995년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로 허리가 안 좋아졌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활 치료는 받아야 했다. 증세가 안 좋을 때는 양말을 신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환자와 만날 때도 허리 통증 때문에 어정쩡하게 앉아 진료해야 했다. 1년간 이런 초기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 허리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수영하기 전에는 물리치료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3, 4개월 동안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오 교수는 “특히 자유형과 배영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45분을 수영한다면 30분은 자유형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분 동안 배영과 접영, 평영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허리디스크에서 해방된 후로는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 쉬운 오십견 증세도 없다. 흔히 몸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을, 오 교수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수영을 하다 보면 물과 접촉하는 동안 마사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도 줄었다. 1995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체중은 70㎏ 안팎이었지만 얼마 후 76㎏까지 늘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했을 때 72㎏으로 떨어졌다. 이후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 적게 먹고 틈틈이 ‘생활운동’ 오 교수는 수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열량 소비량 등을 체크한다. 40~50분 동안 수영하고 나면 소비되는 열량은 약 500Cal다. 오 교수는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小食)을 병행하고 있다.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수영을 끝내고 병원에 도착한 후 집에서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삶은 계란 2개와 간단한 과일주스다. 점심은 가급적 병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배식 받을 때 미리 밥과 반찬의 절반을 덜어낸다. 저녁 식사를 줄이는 게 어려웠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 때는 많이 먹었다. 2000년 무렵부터 식사 패턴을 바꾸었다. 세트 메뉴일 때는 하나씩 건너뛰면서 먹었고, 면 음식은 사양했다. 그래도 양이 많다 싶으면 3분의 2만 먹었다. 다음 날 수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덜 먹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소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50대 이후로 다른 운동도 시작했다. 주말에는 동네 산을 오른다. 1시간 등산 후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 옆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주로 주말, 산에 오르지 않는 날에 헬스클럽에서 30~40분 운동한 뒤 수영을 한다. 늘 마무리는 수영인 셈이다. 오 교수는 “수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그는 “혼자 수영을 하면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뿐”이라며 “수영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7, 8년 이상 수영을 지속하면 이런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수영이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 개선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있다. ‘수영 마니아’인 오재원 교수에게 수영의 건강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중년 이후에는 숨이 약간 찰 정도인 최대 심박수의 60~80% 수준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90%가 넘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영을 하되, 4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경우 1시간에 700Cal 정도 소모할 수 있다. 둘째,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1시간 이상 수영해서는 안 된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숨을 오래 참다 보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보다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심장질환자도 수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체중을 실어 수직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수영은 물에 떠서 하는 수평 자세 운동이다. 따라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영이 도움 된다. 다만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자유형과 배영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척추 환자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물에 뛰어들 경우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물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운동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감염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천식 증세가 있을 때도 수영이 좋다. 폐활량이 늘어나고 습한 공기가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수영을 해도 어깨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굽었던 어깨가 근육이 발달하면서 펴지는 것이다. 오히려 수영을 많이 하면 균형 있는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미국암연구기관(AICR)은 암 예방에 좋은 식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과, 체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오렌지, 자몽, 포도, 딸기….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많다.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당근, 마늘, 케일, 콩, 시금치, 겨울호박, 통곡물류…. 커피와 차도 이름을 올렸다. 단,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그 어떤 식품도 하나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 특정 식품(싱글 푸드)의 암 예방 효과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예방해주는 싱글 푸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암 환자 건강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교수에게 암과 식품의 관계를 들어봤다. ○ “암 예방하려고 특정 식품 과잉 섭취는 금물”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전립샘(전립선)암 발병 확률이 2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첫째, 이런 연구는 관찰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리코펜 성분의 항암 효과는 연구실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이는 임상시험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둘째, 항암 작용을 하는 특정 성분만 ‘많이’ 먹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토마토의 90%는 식이섬유와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리코펜 성분을 충분히 얻으려면 토마토를 그 자리에서 수십 개 먹어야 한다. 사실 리코펜 성분은 토마토를 농축한 토마토케첩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토마토케첩에는 리코펜 성분도 많지만 설탕과 가공물질도 많다. 그러니 토마토케첩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른 식품도 마찬가지”라며 “특정 식품을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신선 식품을 다양하게 먹어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 늘려야 이 교수는 항암 식품이 아니라 항암 식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할까. 첫째, 가공식품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포함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염증은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외에도 암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대부분 채소는 90%가 식이섬유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이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2 대 1의 비율로 먹을 것을 권했다. 대체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kg당 1g 정도다. 만약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에 6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 경우 40g은 식물성, 20g은 동물성 단백질로 채우라는 이야기다. 보통 육류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0g 내외다. 계란 1개에 약 5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하루에 육류를 100g, 혹은 육류 50g에 계란 2개를 먹으면 동물성 단백질은 충분하다. 나머지 필요한 단백질 40g은 식물성 단백질로 채우면 된다. 두부 한 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보통 20∼30g이다. 따라서 두부 한 모와 여러 채소를 조금씩 섞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도 충분해진다. 삼겹살 같은 육류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 보통 1회에 최대로 흡수되는 단백질 양은 20g 정도다. 이를 초과한 단백질은 몸에 지방으로 쌓이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한꺼번에 2, 3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이 쌓이는 대신 몸만 나빠진다는 뜻이다. 이 교수가 만든 암 예방 식단을 참고하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 종류에 따라 섭취 횟수가 달라진다. 생선(혹은 해산물)과 두부, 두유는 주 3회 섭취한다. 월 수 금 혹은 화 목 토처럼 요일을 정해놓고 먹으면 좋다. 닭과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와 계란은 주 2회 정도가 좋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같은 육류는 주 1회로 제한한다.○매 끼니 다섯 색깔 채소 함께 섭취해야 이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끼니마다’ 먹을 것을 강조했다. 채소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이 물질은 다양한 색소에 들어 있다. 미국영양학회도 이 점 때문에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를 매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채소들은 암 예방과 노화 방지, 장수에 도움이 되기에 이른바 ‘슈퍼 푸드’라고 불린다. 이 교수도 특정 채소가 아니라 색깔별로 다섯 종류를 식탁에 올리도록 했다. 이 교수는 “특정 채소만 많이 먹으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슈퍼 푸드도 오케스트라처럼 융합될 때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빨강(토마토, 피망, 고추) △보라(가지, 적양배추,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초록(시금치, 브로콜리, 셀러리, 오이) △노랑(파프리카, 당근, 호박) △하양(버섯, 양배추, 양파, 미나리, 아보카도) 등 다섯 가지 색깔별로 한 종류씩 식탁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채소는 얼마나 먹으면 될까. 이 교수는 “채소별로 한 움큼씩 차려놓고 양껏 먹으면 된다. 빠뜨리지 않고 여러 종류를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에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채소들이 꽤 있다. 따라서 채소는 샐러드나 찜, 볶음 형태로 먹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소식(小食)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 영양 과잉 상태가 되고, 오히려 염증 반응이 일어나 만성질환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효과 반감… 고령자는 ‘농축’영양제도 피해야 채식의 항암효과 제대로 누리려면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채식은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채식을 한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제대로 된 채식’이 뭘까. 이 교수는 “육류만 먹지 않으면 채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한다거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채식의 건강 효과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영양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콩이나 두부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풍부하게 먹어야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 영양제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현재까지 항암 영양제로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65세 이후에는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서 그 성분만 농축한 영양제는 피해야 한다. 농축된 영양 성분을 간이 분해하고 희석해야 하는데, 노인의 경우 이를 독소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종합 비타민제 한 종류만 먹는 게 좋다”며 “나머지는 신선 식품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혹 만성질환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개월간 먹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미국암연구기관(AICR)은 암 예방에 좋은 식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과, 체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오렌지, 자몽, 포도, 딸기….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많다. 토마토, 호두,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당근, 마늘, 케일, 콩, 시금치, 겨울호박, 통곡물류…. 커피와 차도 이름을 올렸다. 단,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그 어떤 식품도 하나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 특정 식품(싱글 푸드)의 암 예방 효과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예방해주는 싱글 푸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암 환자 건강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교수에게 암과 식품의 관계를 들어봤다. ● “암 예방하려고 특정 식품 과잉 섭취는 금물”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전립샘(전립선)암 발병 확률이 2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첫째, 이런 연구는 관찰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리코펜 성분의 항암 효과는 연구실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이는 임상시험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둘째, 항암 작용을 하는 특정 성분만 ‘많이’ 먹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토마토의 90%는 식이섬유와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리코펜 성분을 충분히 얻으려면 토마토를 그 자리에서 수십 개 먹어야 한다. 사실 리코펜 성분은 토마토를 농축한 토마토케첩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토마토케첩에는 리코펜 성분도 많지만 설탕과 가공물질도 많다. 그러니 토마토케첩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른 식품도 마찬가지”라며 “특정 식품을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신선 식품을 다양하게 먹어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가공식품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 늘려야이 교수는 항암 식품이 아니라 항암 식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할까. 첫째, 가공식품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포함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염증은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외에도 암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대부분 채소는 90%가 식이섬유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이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2 대 1의 비율로 먹을 것을 권했다. 대체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당 1g 정도다. 만약 체중이 60㎏이라면 하루에 6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 경우 40g은 식물성, 20g은 동물성 단백질로 채우라는 이야기다. 보통 육류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0g 내외다. 계란 1개에 약 5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하루에 육류를 100g, 혹은 육류 50g에 계란 2개를 먹으면 동물성 단백질은 충분하다. 나머지 필요한 단백질 40g은 식물성 단백질로 채우면 된다. 두부 한 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보통 20~30g이다. 따라서 두부 한 모와 여러 채소를 조금씩 섞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도 충분해진다. 삼겹살 같은 육류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 보통 1회에 최대로 흡수되는 단백질 양은 20g 정도다. 이를 초과한 단백질은 몸에 지방으로 쌓이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한꺼번에 2, 3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이 쌓이는 대신 몸만 나빠진다는 뜻이다. 이 교수가 만든 암 예방 식단을 참고하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 종류에 따라 섭취 횟수가 달라진다. 생선(혹은 해산물)과 두부, 두유는 주 3회 섭취한다. 월 수 금 혹은 화 목 토처럼 요일을 정해놓고 먹으면 좋다. 닭과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와 계란은 주 2회 정도가 좋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같은 육류는 주 1회로 제한한다. ● 매 끼니 다섯 색깔 채소 함께 섭취해야이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끼니마다’ 먹을 것을 강조했다. 채소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이 물질은 다양한 색소에 들어 있다. 미국영양학회도 이 점 때문에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를 매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채소들은 암 예방과 노화 방지, 장수에 도움이 되기에 이른바 ‘슈퍼 푸드’라고 불린다. 이 교수도 특정 채소가 아니라 색깔별로 다섯 종류를 식탁에 올리도록 했다. 이 교수는 “특정 채소만 많이 먹으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슈퍼 푸드도 오케스트라처럼 융합될 때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빨강(토마토, 피망, 고추) △보라(가지, 적양배추,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초록(시금치, 브로콜리, 셀러리, 오이) △노랑(파프리카, 당근, 호박) △하양(버섯, 양배추, 양파, 미나리, 아보카도) 등 다섯 가지 색깔별로 한 종류씩 식탁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채소는 얼마나 먹으면 될까. 이 교수는 “채소별로 한 움큼씩 차려놓고 양껏 먹으면 된다. 빠뜨리지 않고 여러 종류를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에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채소들이 꽤 있다. 따라서 채소는 샐러드나 찜, 볶음 형태로 먹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소식(小食)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 영양 과잉 상태가 되고, 오히려 염증 반응이 일어나 만성질환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채식 한다면 암 예방에 도움”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채식은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채식을 한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제대로 된 채식’이 뭘까. 이 교수는 “육류만 먹지 않으면 채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한다거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채식의 건강 효과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영양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콩이나 두부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풍부하게 먹어야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 영양제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현재까지 항암 영양제로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65세 이후에는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서 그 성분만 농축한 영양제는 피해야 한다. 농축된 영양 성분을 간이 분해하고 희석해야 하는데, 노인의 경우 이를 독소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종합 비타민제 한 종류만 먹는 게 좋다”며 “나머지는 신선 식품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혹 만성질환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개월간 먹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가슴 통증(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한두 명꼴로 흉통을 호소한다.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에서 비롯된 흉통이 있는가 하면 심장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 원인일 때도 있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면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날 때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도 옳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날 때 세밀하게 관찰하면 협심증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랜싯, 자마 등 유명 해외 저널에도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 교수에게 흉통 대처법을 들어봤다.○ 가슴 통증, 자가 체크는 이렇게 한 교수는 흉통이 시작됐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자가 점검할 것을 권했다. 첫째, 흉통 발생 당시 상황을 체크한다. 협심증에서 비롯된 흉통은 대체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걷거나 달리기 △무거운 것 들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때 흉통이 강해졌다가 활동을 멈춘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통증의 양상과 발생 위치를 따져야 한다. 협심증 통증은 ‘묵직한’ 게 특징이다. 뻐근하고 강하게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가슴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가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가끔은 목이나 턱 등 주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만 가슴 중앙부 통증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만 아프거나 목과 턱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의 확률은 낮아진다. 또 따끔하고 찌릿하거나 콕콕 바늘로 찌르는 흉통, 특정 부위만 아픈 흉통이라면 근육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증 지속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아무리 짧아도 30초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대체로 5∼1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다가 쉬면 사라진다. 지속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10초 간격으로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한두 시간이 흘렀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넷째,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살핀다. 만약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으로 새벽에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낮에 활동할 때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새벽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특히 많은 편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헉’ 하고 깰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증세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면 심장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체로 수면무호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아침에 흉통이 나타나지만 물을 마신 후 증세가 호전된다면 위-식도역류증일 확률이 높다. ○ “가슴 답답함도 흉통의 일부” 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강지선(가명) 씨가 한 교수를 찾아왔다. 강 씨는 최근에 빨리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는지 물었다. 강 씨는 그런 통증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교수가 보기에 흉통이 없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협심증 증세였다. 관상동맥을 촬영해 보니 관상동맥의 ‘좌주간부’가 95% 정도 막혀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곧바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치료는 잘 끝나 강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세가 흉통이지만 강 씨처럼 흉통 없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증세만 나타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할 수도 있다. 대체로 협심증 환자의 15%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다만 이런 증세도 주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는 점은 똑같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떨어진다. 병원에서 협심증을 진단할 때는 일차적으로 운동 부하검사를 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단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협심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계단을 5개 층 정도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때 흉통, 호흡 곤란, 가슴 불편함 등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노인 관찰 필요 질병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감각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량이 원래 적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증세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조 증세를 놓칠 우려가 있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 경우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협심증 증세가 악화한다. 운동할 때 흉통이 더 심해지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계단 2개 층은 거뜬하게 올라갔는데 갑자기 평지만 걸어도 흉통이 나타난다. 활동을 멈추고 쉬면 1, 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지던 것이 5분이 지나도 지속된다. 이때는 심근경색을 의심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건강검진서 혈관 막혔는지 확인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막을 수 없는 급성 심근경색심근경색은 혈관이 꽉 막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는 병이다.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주용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별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헉’ 하고 쓰러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좁아질 때 우리 몸은 혈관 벽을 늘려 혈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로 혈관의 50% 이상이 막혔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때는 동맥경화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금연하고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는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협심증을 방치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40대 초반 남성 강정민(가명) 씨가 그랬다. 강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으면서도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강 씨처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악화했다면 흉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나타난다. 가슴 답답함 같은 증세보다는 지독한 통증이 더 일반적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도 길어져 간혹 2, 3시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가슴 통증(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한두 명꼴로 흉통을 호소한다.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에서 비롯된 흉통이 있는가 하면 심장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 원인일 때도 있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면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날 때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도 옳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날 때 세밀하게 관찰하면 협심증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랜싯, 자마 등 유명 해외 저널에도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 교수에게 흉통 대처법을 들어봤다. ● 가슴 통증, 자가 체크는 이렇게한 교수는 흉통이 시작됐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자가 점검할 것을 권했다. 첫째, 흉통 발생 당시 상황을 체크한다. 협심증에서 비롯된 흉통은 대체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걷거나 달리기 △무거운 것 들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때 흉통이 강해졌다가 활동을 멈춘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통증의 양상과 발생 위치를 따져야 한다. 협심증 통증은 ‘묵직한’ 게 특징이다. 뻐근하고 강하게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가슴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가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가끔은 목이나 턱 등 주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만 가슴 중앙부 통증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만 아프거나 목과 턱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의 확률은 낮아진다. 또 따끔하고 찌릿하거나 콕콕 바늘로 찌르는 흉통, 특정 부위만 아픈 흉통이라면 근육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증 지속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아무리 짧아도 30초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대체로 5~1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다가 쉬면 사라진다. 지속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10초 간격으로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한두 시간이 흘렀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넷째,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살핀다. 만약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으로 새벽에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낮에 활동할 때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새벽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특히 많은 편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헉’ 하고 깰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증세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면 심장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체로 수면무호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아침에 흉통이 나타나지만 물을 마신 후 증세가 호전된다면 위-식도역류증일 확률이 높다. ● “가슴 답답함도 흉통의 일부”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강지선(가명) 씨가 한 교수를 찾아왔다. 강 씨는 최근에 빨리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는지 물었다. 강 씨는 그런 통증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교수가 보기에 흉통이 없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협심증 증세였다. 관상동맥을 촬영해 보니 관상동맥의 ‘좌주간부’가 95% 정도 막혀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곧바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치료는 잘 끝나 이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세가 흉통이지만 이 씨처럼 흉통 없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증세만 나타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할 수도 있다. 대체로 협심증 환자의 15%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다만 이런 증세도 주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는 점은 똑같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떨어진다. 병원에서 협심증을 진단할 때는 일차적으로 운동 부하검사를 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단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협심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계단을 5개 층 정도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때 흉통, 호흡 곤란, 가슴 불편함 등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노인 관찰 필요질병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감각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량이 원래 적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증세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조 증세를 놓칠 우려가 있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 경우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협심증 증세가 악화한다. 운동할 때 흉통이 더 심해졌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계단 2개 층은 거뜬하게 올라갔는데 갑자기 평지만 걸어도 흉통이 나타난다. 활동을 멈추고 쉬면 1, 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지던 것이 5분이 지나도 지속된다. 이때는 심근경색을 의심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심근경색 막으려면? 심근경색은 혈관이 꽉 막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는 병이다.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주용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별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헉’ 하고 쓰러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좁아질 때 우리 몸은 혈관 벽을 늘려 혈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로 혈관의 50% 이상이 막혔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때는 동맥경화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금연하고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는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협심증을 방치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40대 초반 남성 강정민(가명) 씨가 그랬다. 강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으면서도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강 씨처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악화했다면 흉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나타난다. 가슴 답답함 같은 증세보다는 지독한 통증이 더 일반적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도 길어져 간혹 2, 3시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발생한다.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디스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동안 4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평소 자세를 바로 하고 허리를 비롯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 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 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50대 초반 여성 이미정(가명) 씨가 그랬다. 조 교수는 4년 전 이 씨를 진료했다. 약물과 주사제 치료를 먼저 했지만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이 씨는 수술을 거부했고, 진료실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 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 통증을 구분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든 후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 뒤쪽 양쪽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 2, 3주 이내에 사라졌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무리했거나 잠을 잘못 잤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라면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과 뒤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수도 있고, 쿡쿡 쑤실 수도 있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추고 바른자세 유지… 몸 비틀거나 허리 젖히는 스트레칭 도움 허리디스크 예방법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 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허리에 부담이 덜 가면서도 코어 근육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대고 싶다면 등과 의자 등받이 부분에 지지대를 놓도록 한다.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30분 만에 한 번은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 놓으면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몸을 꽈배기처럼 비트는 동작도 좋다. 마찬가지로 10회, 좌우 번갈아가면서 골반을 틀어준다. 이렇게 하면 엉덩이 뒤쪽의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물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발생한다.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디스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동안 4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평소 자세를 바로 하고 허리를 비롯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50대 초반 여성 이미정(가명) 씨가 그랬다. 조 교수는 4년 전 이 씨를 진료했다. 약물과 주사제 치료를 먼저 했지만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이 씨는 수술을 거부했고, 진료실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 통증을 구분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든 후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 뒤쪽 양쪽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 2, 3주 이내에 사라졌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무리했거나 잠을 잘못 잤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라면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과 뒤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수도 있고, 쿡쿡 쑤실 수도 있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허리디스크 예방법… “의자 등받이에 기대기보다 코어 근육 써야”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허리에 부담이 덜 가면서도 코어 근육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대고 싶다면 등과 의자 등받이 부분에 지지대를 놓도록 한다.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30분 만에 한 번은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 놓으면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몸을 꽈배기처럼 비트는 동작도 좋다. 마찬가지로 10회, 좌우 번갈아가면서 골반을 틀어준다. 이렇게 하면 엉덩이 뒤쪽의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물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5∼2019년)은 70.7%다. 10년 전(65.6%)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30%가량은 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늦은 3기 혹은 4기에 암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여서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말기에 암을 발견하면 ‘시한부 선고’로 받아들이며 비관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수술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10∼20년 전만 해도 그랬다. 당시에는 4기 암 환자의 수술이 거의 불가능했다. 배를 열었다가 암이 너무 퍼져 있어 수술을 포기하고 다시 덮는 사례가 대형 병원에서조차 매주 1, 2회 정도 발생했다. 요즘은 어떨까. 말기암 환자의 수술은 아직도 불가능한 것일까.○ 말기 암, 수술로 완치 가능 50대 남성 이형기(가명) 씨는 6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간과 폐로 암이 전이된 4기 환자였다. 흔히 말하는 말기암 환자다. 처음 이 씨를 진단했던 의사는 수술이 너무 어렵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항암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암 다(多)학제 진료(여러 진료과 의사가 함께 진료)를 하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4기에 해당하지만 직장, 간, 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냈다. 이어 간과 폐의 암세포 수와 크기를 줄이기 위한 항암 치료에 돌입했고, 최종적으로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에 참여한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이 씨는 수술 후 6년째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난치성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다른 장기의 암 수술에도 참여한 경험이 많다. 현재 대한외과학회에서 수련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10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김 교수는 “간과 폐 수술이 불가능해 ‘기적’을 바라면서 항암 치료에만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40대 초반 난소암 환자 강정민(가명) 씨도 비슷하다. 다른 장기에 전이된 4기였는데, 심지어 항암치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술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환자 가족과 상의한 후 수술을 결정했다. 난소와 자궁, 복막, 직장을 모두 제거했고 간도 부분 절제했다. 무려 9시간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이 씨는 다시 항암치료를 하면서 재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10년 전이었다면 효과도 없는 항암치료만 반복하다 끝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말기 암’은 없다 4기 암을 종종 ‘말기’로 표현한다. 김 교수는 이 표현이 옳지 않다고 했다. ‘말기=시한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 결과 환자의 투병 의지가 약해진다. 게다가 4기에도 수술을 통해 완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니 적절치 않은 용어라는 것이다. 암과 싸우려면 우선 암의 병기(病期)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병기는 1∼4기로 나누는데, 크게 세 가지를 감안한다. 첫째가 암이 발생한 부위의 암 크기, 둘째가 림프샘 침범 여부와 정도, 셋째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다. 만약 위암이 생겼다고 하자.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크기 자체로는 3기다. 하지만 림프샘을 침범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최종 2기로 진단 내릴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상태에서 전이가 발생했다면 4기가 되기도 한다. 1기와 2기의 경우 대부분 수술로 암을 제거한다. 이후에는 상태를 보면서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이 병기일 때 5년 생존율은 일부 암을 제외하면 대체로 90% 내외다. 문제는 3기와 4기일 때다.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이런 치료를 통해 암을 ‘순하게’ 만든 뒤 수술한다. 심지어 항암 치료 없이 수술만으로 치료를 끝낼 때도 있다. 70대 여성 김순임(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김 씨는 2년 전 결장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2기였고, 수술은 무난하게 끝났다. 이후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했다. 그러다 2년 만에 암이 재발했고, 폐로도 전이됐다. 암의 병기가 4기로 악화한 것이다. 의료진은 폐 절제술을 시행했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김 씨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고, 현재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 중이다.○수술 못 하는 암 점차 줄어 김 교수는 “예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4기나 난치성 암에 대한 수술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의 70% 정도는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투병 의지만 굳건하다면 생존율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간암, 담도암, 췌장암 등 일부 암은 4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장기들은 항암 치료 효과가 다른 장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을 ‘순화’시키지 못하기에 수술이 어렵다. 뼈나 뇌 부위로 전이됐거나 너무 많은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이가 됐을 때도 현 단계로서는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사례도 머잖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항암제가 잇달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약을 찾아내 암 세포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정밀영상 장비가 발달하면서 수술 기회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복강경이나 흉강경 등을 통해 수술 부위를 확대해 세밀하게 볼 수 있기에 수술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 세포 경계까지 명확하게 구분해 낼 정도로 영상검사 장비 해상도가 높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폐암, 조기발견 어려워 5년 생존율 35% 불과… 30년이상 흡연자는 매년 CT검사 받아야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2019년 2만9960건이 진단되며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발생한 암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위암 진단 건수가 더 많았지만 위암 발생이 매년 4.5%씩 줄어들면서 폐암이 사실상 최다 발생 암 1위에 오른 것이다.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4.7%였다. 암 사망 원인 1위다. 모든 암의 평균 5년 상대생존율 70.7%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미세먼지, 흡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이 늦은 것도 큰 이유다. 실제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견 시기가 대체로 늦다. 대부분 3기와 4기에 발견된다. 4기에 발견된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기침, 가슴통증, 호흡곤란, 쉰 목소리 등이 폐암의 증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증세는 폐암이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무시하고 넘어간다. 폐암 발견이 늦어지는 이유다. 폐암은 특히 수술이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수술 이후 호흡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암의 경우에는 다른 암보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난치성 암으로 꼽히는 폐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80%를 넘어선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줄여서 보통은 ‘폐CT’라 부른다.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줄여 방사선 부작용을 줄였다. 55세 이상,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웠으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최소한 3년마다 검사받는 게 권장되지만 가급적 매년 받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5~2019년)은 70.7%다. 10년 전(65.6%)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30%가량은 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늦은 3기 혹은 4기에 암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여서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말기에 암을 발견하면 ‘시한부 선고’로 받아들이며 비관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수술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10~20년 전만 해도 그랬다. 당시에는 4기 암 환자의 수술이 거의 불가능했다. 배를 열었다가 암이 너무 퍼져 있어 수술을 포기하고 다시 덮는 사례가 대형 병원에서조차 매주 1, 2회 정도 발생했다. 요즘은 어떨까. 말기암 환자의 수술은 아직도 불가능한 것일까. ● 말기암, 수술로 완치 가능50대 남성 이형기(가명) 씨는 6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간과 폐로 암이 전이된 4기 환자였다. 흔히 말하는 말기암 환자다. 처음 이 씨를 진단했던 의사는 수술이 너무 어렵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항암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암 다(多)학제 진료(여러 진료과 의사가 함께 진료)를 하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4기에 해당하지만 직장, 간, 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냈다. 이어 간과 폐의 암세포 수와 크기를 줄이기 위한 항암 치료에 돌입했고, 최종적으로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에 참여한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이 씨는 수술 후 6년째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난치성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다른 장기의 암 수술에도 참여한 경험이 많다. 현재 대한외과학회에서 수련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10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김 교수는 “간과 폐 수술이 불가능해 ‘기적’을 바라면서 항암 치료에만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40대 초반 난소암 환자 강정민(가명) 씨도 비슷하다. 다른 장기에 전이된 4기였는데, 심지어 항암치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술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환자 가족과 상의한 후 수술을 결정했다. 난소와 자궁, 복막, 직장을 모두 제거했고 간도 부분 절제했다. 무려 9시간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이 씨는 다시 항암치료를 하면서 재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10년 전이었다면 효과도 없는 항암치료만 반복하다 끝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 ‘말기 암’은 없다4기 암을 종종 ‘말기’로 표현한다. 김 교수는 이 표현이 옳지 않다고 했다. ‘말기=시한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 결과 환자의 투병 의지가 약해진다. 게다가 4기에도 수술을 통해 완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니 적절치 않은 용어라는 것이다. 암과 싸우려면 우선 암의 병기(病期)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병기는 1~4기로 나누는데, 크게 세 가지를 감안한다. 첫째가 암이 발생한 부위의 암 크기, 둘째가 림프샘 침범 여부와 정도, 셋째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다. 만약 위암이 생겼다고 하자.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크기 자체로는 3기다. 하지만 림프샘을 침범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최종 2기로 진단 내릴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상태에서 전이가 발생했다면 4기가 되기도 한다. 1기와 2기의 경우 대부분 수술로 암을 제거한다. 이후에는 상태를 보면서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이 병기일 때 5년 생존율은 일부 암을 제외하면 대체로 90% 내외다. 문제는 3기와 4기일 때다.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이런 치료를 통해 암을 ‘순하게’ 만든 뒤 수술한다. 심지어 항암 치료 없이 수술만으로 치료를 끝낼 때도 있다. 70대 여성 김순임(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김 씨는 2년 전 결장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2기였고, 수술은 무난하게 끝났다. 이후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했다. 그러다 2년 만에 암이 재발했고, 폐로도 전이됐다. 암의 병기가 4기로 악화한 것이다. 의료진은 폐 절제술을 시행했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김 씨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고, 현재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 중이다. ● 수술 못 하는 암 점차 줄어김 교수는 “예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4기나 난치성 암에 대한 수술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의 70% 정도는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투병 의지만 굳건하다면 생존율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간암, 담도암, 췌장암 등 일부 암은 4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장기들은 항암 치료 효과가 다른 장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을 ‘순화’시키지 못하기에 수술이 어렵다. 뼈나 뇌 부위로 전이됐거나 너무 많은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이가 됐을 때도 현 단계로서는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사례도 머잖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항암제가 잇달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약을 찾아내 암 세포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정밀영상 장비가 발달하면서 수술 기회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복강경이나 흉강경 등을 통해 수술 부위를 확대해 세밀하게 볼 수 있기에 수술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 세포 경계까지 명확하게 구분해 낼 정도로 영상검사 장비 해상도가 높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수술 어려운 폐암, 조기 발견이 중요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2019년 2만9960건이 진단되며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발생한 암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위암 진단 건수가 더 많았지만 위암 발생이 매년 4.5%씩 줄어들면서 폐암이 사실상 최다 발생 암 1위에 오른 것이다.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4.7%였다. 암 사망 원인 1위다. 모든 암의 평균 5년 상대생존율 70.7%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미세먼지, 흡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이 늦은 것도 큰 이유다. 실제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견 시기가 대체로 늦다. 대부분 3기와 4기에 발견된다. 4기에 발견된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기침, 가슴통증, 호흡곤란, 쉰 목소리 등이 폐암의 증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증세는 폐암이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무시하고 넘어간다. 폐암 발견이 늦어지는 이유다. 폐암은 특히 수술이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수술 이후 호흡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암의 경우에는 다른 암보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난치성 암으로 꼽히는 폐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80%를 넘어선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줄여서 보통은 ‘폐CT’라 부른다.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줄여 방사선 부작용을 줄였다. 55세 이상,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웠으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최소한 3년마다 검사받는 게 권장되지만 가급적 매년 받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중반인 김미순(가명) 할머니는 독서가 취미다. 매일 2시간 이상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고 성격과 특징을 노트에 정리한다. 멋진 표현을 발견하면 따로 정리하고 암기한다.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쉬면서 읽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김 할머니는 얼마 전 또래 친구와 치매안심센터에 갔다. 최근 친구의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인지기능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 할머니의 친구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반면 김 할머니는 집중력, 언어 기능, 공간인지력, 기억력, 전두엽 기능 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추가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는데, 뇌 위축이나 혈관 손상도 전혀 없었다. 70대 중반인데도 이처럼 모든 인지기능이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물었다. 양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에서 이름이 높다. 작년까지 인지중재치료학회 회장을 맡았고, 올 4월부터는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을 맡는다. 양 교수는 “김 할머니가 평소 독서를 포함해 여러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게 비결”이라며 “치매는 막을 수 없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4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40대 중반부터 치매 예방에 나서야 나이가 들면 깜빡깜빡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치매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일단 마음을 놓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치매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 단계를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한다. 기억력 감퇴 등의 증세를 본인이 인지하고 걱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지나면 증세가 조금 더 심해진다.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한다. 가족들은 그런 상태를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다. 이 단계에서 매년 10% 정도가 치매로 악화한다. 이후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치매를 막으려면 주관적 인지저하 단계에서부터 대비해야 한다. 양 교수는 현재 주관적 인지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악화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40대 중반부터 뇌에 쌓인다. 이 때문에 치매 대비는 40대 중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이때부터 운동과 독서, 레저 활동, 식단 조절 등을 꾸준히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을 5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의 상당수는 치매가 발병한 후에는 별 효과가 없다. 양 교수는 “치매 발병 이전에 미리 대비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운동, 치매 예방-치료에 최대 효과 운동은 인지기능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 양 교수는 “일주일에 3회 이상, 45∼60분씩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33% 예방한다. 매일 1만 보만 걸어도 치매를 30%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동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진단을 받은 후에도 유일하게 치료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운동을 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뇌의 혈류가 좋아진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외에도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아이리신’이란 물질이 뇌의 기능을 개선한다. 이 물질은 뇌로 들어가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며 염증을 억제한다. 양 교수는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근력운동 세 가지를 소개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벽에 손을 댄 뒤 발 뒤꿈치 들어올리기, 스쾃, ‘물병 아령’ 들기를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진행한다. 매일 이렇게만 해도 근력 운동은 충분하단다. 근력 운동을 할 때는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육이 크게 찢어지면 이후 몸 상태가 급속하게 악화될 수 있다. 스쾃을 할 때도 무리하면서까지 무릎을 굽힐 필요는 없다. 천천히 ‘되는 범위’까지만 무릎을 굽힌다. 이 외에 추가로 30분 정도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더해 줄 것을 양 교수는 권했다. ○읽고 생각하면 치매 막는다 독서 활동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일 때 효과가 있다. 매일 1시간씩 독서 활동만 하더라도 치매 확률은 20% 정도 낮아진다. 독서 활동은 책, 신문, 잡지 등을 읽거나 직접 일기나 글을 쓰는 활동을 뜻한다. 다만 독서 활동은 일단 치매가 발병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빠른 속도로 많은 분량을 읽을 필요는 없다. 집중력이 떨어져 1시간의 독서가 어렵다면 10분 혹은 20분 단위로 쪼개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문맥을 완벽히 이해하고 상상을 하려는 노력이다. 설렁설렁 읽거나 하루 1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치매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내용을 TV나 유튜브 등으로 시청할 때는 치매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 양 교수는 “이런 활동은 ‘수동적 활동’으로 본인이 추론과 판단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지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일-생선 섭취 늘리고 식사중엔 대화… 논리 따지는 두뇌게임도 도움다른 치매 예방법은…운동과 독서 이외의 치매 예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양동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 일대 식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을 많이 먹는다. 조리할 때는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여기에 소량의 와인을 곁들인다. 양 교수는 “이런 음식들이 뇌 혈류를 돕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며 항산화 작용을 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몸에 좋다고 해서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이 경우 체중 증가와 비만, 운동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또한 치매 악화의 요소가 된다. 양 교수는 “아무리 몸에 좋아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대화다. 지중해 사람들은 1∼2시간 느긋하게 대화하며 식사를 즐긴다. 이 과정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식단 자체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대화하며 식사를 즐기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두뇌 활동을 증가시켜 치매를 막는 방법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양 교수는 “현재 여러 의료 스타트업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치매 예방을 표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인지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양 교수는 휴대전화 게임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게임의 종류가 중요하다. 표적을 맞히는 방식의 슈팅 게임보다는 기억력을 활용하고 논리적 구조를 생각하게 하는 게임, 이른바 두뇌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또래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며 즐기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회적 활동이 실제로 뇌 기능을 증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양 교수는 “결국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70대 중반인 김미순(가명) 할머니는 독서가 취미다. 매일 2시간 이상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고 성격과 특징을 노트에 정리한다. 멋진 표현을 발견하면 따로 정리하고 암기한다.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쉬면서 읽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김 할머니는 얼마 전 또래 친구와 치매안심센터에 갔다. 최근 친구의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인지기능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 할머니의 친구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반면 김 할머니는 집중력, 언어 기능, 공간인지력, 기억력, 전두엽 기능 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추가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는데, 뇌 위축이나 혈관 손상도 전혀 없었다. 70대 중반인데도 이처럼 모든 인지기능이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물었다. 양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에서 이름이 높다. 작년까지 인지중재치료학회 회장을 맡았고, 올 4월부터는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을 맡는다. 양 교수는 “김 할머니가 평소 독서를 포함해 여러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게 비결”이라며 “치매는 막을 수 없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하루 1시간 운동과 1시간 책읽기만 해도 치매 발병 확률을 4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40대 중반부터 치매 예방에 나서야나이가 들면 깜빡깜빡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치매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일단 마음을 놓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치매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 단계를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한다. 기억력 감퇴 등의 증세를 본인이 인지하고 걱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지나면 증세가 조금 더 심해진다.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한다. 가족들은 그런 상태를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다. 이 단계에서 매년 10% 정도가 치매로 악화한다. 이후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치매를 막으려면 주관적 인지저하 단계에서부터 대비해야 한다. 양 교수는 현재 주관적 인지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악화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40대 중반부터 뇌에 쌓인다. 이 때문에 치매 대비는 40대 중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이때부터 운동과 독서, 레저 활동, 식단 조절 등을 꾸준히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을 5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의 상당수는 치매가 발병한 후에는 별 효과가 없다. 양 교수는 “치매 발병 이전에 미리 대비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 운동, 치매 예방-치료에 최대 효과운동은 인지기능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 양 교수는 “일주일에 3회 이상, 45~60분씩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33% 예방한다. 매일 1만 보만 걸어도 치매를 30%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동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진단을 받은 후에도 유일하게 치료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운동을 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뇌의 혈류가 좋아진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외에도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아이리신’이란 물질이 뇌의 기능을 개선한다. 이 물질은 뇌로 들어가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며 염증을 억제한다. 양 교수는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근력운동 세 가지를 소개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벽에 손을 댄 뒤 발 뒤꿈치 들어올리기, 스쾃, ‘물병 아령’ 들기를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진행한다. 매일 이렇게만 해도 근력 운동은 충분하단다. 근력 운동을 할 때는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육이 크게 찢어지면 이후 몸 상태가 급속하게 악화될 수 있다. 스쾃을 할 때도 무리하면서까지 무릎을 굽힐 필요는 없다. 천천히 ‘되는 범위’까지만 무릎을 굽힌다. 이외에 추가로 30분 정도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더해 줄 것을 양 교수는 권했다. ● 읽고 생각하면 치매 막는다독서 활동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일 때 효과가 있다. 매일 1시간씩 독서 활동만 하더라도 치매 확률은 20% 정도 낮아진다. 독서 활동은 책, 신문, 잡지 등을 읽거나 직접 일기나 글을 쓰는 활동을 뜻한다. 다만 독서 활동은 일단 치매가 발병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빠른 속도로 많은 분량을 읽을 필요는 없다. 집중력이 떨어져 1시간의 독서가 어렵다면 10분 혹은 20분 단위로 쪼개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문맥을 완벽히 이해하고 상상을 하려는 노력이다. 설렁설렁 읽거나 하루 1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치매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똑같은 내용을 TV나 유튜브 등으로 시청할 때는 치매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 양 교수는 “이런 활동은 ‘수동적 활동’으로 본인이 추론과 판단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지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운동과 독서 외 치매 예방법은? 운동과 독서 이외의 치매 예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양동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 일대 식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을 많이 먹는다. 조리할 때는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여기에 소량의 와인을 곁들인다. 양 교수는 “이런 음식들이 뇌 혈류를 돕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며 항산화 작용을 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몸에 좋다고 해서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이 경우 체중 증가와 비만, 운동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또한 치매 악화의 요소가 된다. 양 교수는 “아무리 몸에 좋아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대화다. 지중해 사람들은 1~2시간 느긋하게 대화하며 식사를 즐긴다. 이 과정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식단 자체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대화하며 식사를 즐기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두뇌 활동을 증가시켜 치매를 막는 방법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양 교수는 “현재 여러 의료 스타트업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치매 예방을 표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인지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양 교수는 휴대전화 게임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게임의 종류가 중요하다. 표적을 맞히는 방식의 슈팅 게임보다는 기억력을 활용하고 논리적 구조를 생각하게 하는 게임, 이른바 두뇌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또래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며 즐기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회적 활동이 실제로 뇌 기능을 증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양 교수는 “결국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아프면 ‘명의(名醫)’를 찾는다. 몇 개월을 기다리더라도 명의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기대해서다. 하지만 명의를 만났더라도 대학병원의 ‘3분 진료’ 시스템에서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독자의 관심이 많은 건강·의학 관련 주제를 대학병원 베스트 닥터들이 자세하게 설명하는 코너를 신설한다.》 새해 첫날을 맞아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이 많을 때다. 가장 먼저 ‘작심삼일’을 경계해야 한다. 첫 3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엔 일주일, 한 달…. 지속적인 다이어트만이 최대 효과를 보장한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체질을 거론하며 중도 포기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운동하고 덜 먹어도 체중이 안 줄더라.” “심지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더라.” 정말 이런 체질이 존재할까.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강 교수는 28년째 비만 치료를 하는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현재 대한비만학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열량이 없는 물만 먹었는데 살이 찌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자신이 그런 체질이라며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단다. 그들에게 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28년째 진료하면서 그런 유형은 못 봤습니다. 만약 환자분이 그런 유형이라면 연구해야 할 ‘1호 환자’가 될 겁니다.” 결국 살이 찌는 원인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유를 알면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학적으로 크게 네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 밥 덜 먹었는데도 안 빠진다?첫째, 식사량을 줄였지만 섭취 열량은 줄지 않았을 때다. 강 교수는 “밥의 용량만 줄이고 반찬은 오히려 더 먹는 바람에 총 섭취 열량이 늘어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환자인 50대 후반 여성 A 씨가 대표적이다. A 씨는 다이어트에 돌입하며 밥의 양을 3분의 1로 줄였다. 배가 고파졌다. 멸치, 콩자반, 오징어채볶음 등 몸에 좋다는 반찬을 늘렸다. 나물도 더 많이 먹었다. A 씨는 풍미를 높이려고 엿기름, 들기름, 깨소금 등을 많이 쳤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몸에 좋은 두부와 감자를 넉넉히 넣었다. 강 교수가 A 씨의 섭취 열량을 계산해봤다. 다이어트 전의 1.5배는 족히 돼 보였다. 밥의 양만 줄였을 뿐 실제로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면서 과잉 열량 상태가 된 것이다. 당연히 체중이 줄어들 리가 없다. 강 교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몸에 좋은 반찬을 먹으니 더 건강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사량 전체를 줄였다고 해도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도 다이어트 효과는 떨어진다. 흰밥보다는 볶음밥이나 제육덮밥의 에너지 밀도가 높다. 단맛을 내려고 설탕까지 쳤다면 열량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강 교수는 “몸에 좋은 음식 위주로 먹고 있는 사람들은 반찬 유형과 열량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밥은 물론 반찬, 국과 찌개까지 양을 줄여야 제대로 된 다이어트 식단이다”고 강조했다.○매일 헬스클럽 가도 안 빠진다?둘째, 실질적인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체중이 줄어들 수 없다. 강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설렁설렁 운동하는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움직일 때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일상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운동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주부 B 씨가 실제 그랬다. B 씨는 매일 헬스클럽에서 1, 2시간씩 운동했지만 3개월 동안 고작 1kg밖에 빼지 못했다. 강 교수는 B 씨의 하루를 분석한 후 ‘활동량 부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B 씨는 오전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소파에서 쉬면서 TV를 보다 낮잠을 잔다. 이후 헬스클럽에 가 운동한다. 운동이 끝나면 귀가해 다시 소파에서 쉰다. 저녁식사를 준비한 후에도 딱히 뭔가 하는 건 없다. B 씨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알고 보니 헬스클럽에서도 대충 운동하고 있었다. 결국 운동 시간에만 조금 활동할 뿐 나머지 시간에는 무기력한 생활을 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 활동량을 늘리는 게 답이다. 실제로 강 교수는 B 씨에게 산책을 해도 좋고, 쇼윈도를 구경해도 좋으니 소파에 누워있지 말고 나가라는 처방을 내렸다. 일단 움직이라는 뜻이다. 이 처방에 따라 B 씨는 활동량을 늘리면서 체중을 조금씩 줄여 나가고 있다.○근육량 늘려 ‘에너지 소비량’ 늘려야셋째,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이라면 체중이 뜻대로 안 빠질 수 있다. 기초대사량은 호흡, 체온 유지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이, 체구가 큰 사람보다는 작은 사람의 기초대사량이 낮다. 강 교수는 “이런 요인은 선천적이라 할 수 있지만 ‘체질’이라 할 수는 없다. 해결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근육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근육은 쓰면 쓸수록 에너지 소비가 많아진다. 심지어 근육량이 많아지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도 에너지가 저절로 소비된다. 새벽까지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고 잠이 드는, 이른바 ‘올빼미족’은 비만이 되기 쉽다. 새벽에 잤다가 늦은 오후에 잠을 깨고, 특별한 활동도 하지 않고 다시 밤을 맞는 생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몸은 비대해지지만 에너지를 쓰지 않는 체지방만 늘어날 뿐 근육량은 점점 줄어든다. 강 교수는 “올빼미족이 체중을 줄이려면 낮 시간대의 활동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드물긴 하지만 비만 환자의 1% 정도는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갑상샘기능저하증을 들 수 있다. 강 교수의 환자 중 30대 후반 여성 C 씨가 그런 사례다. C 씨는 안 먹어도 살이 쪘다. 다만 이런 경우 다른 병적인 증세도 함께 나타난다.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기운도 없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됐다. 이런 경우 병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C 씨 또한 약을 처방받고 치료한 후 활동량이 늘어났으며 식욕도 돌아왔다. 이후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두부-나물-과일은 적당량… 고기는 굽거나 삶아 먹고… 치즈 등 유제품은 피해야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섭취법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뭘까. 강재헌 교수는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활동량을 늘리고 제대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특히 음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째,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두부의 예를 들었다.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하지만 지방 함량도 높아 500g짜리 두부 한 모의 열량은 400∼450Cal다. 밥 한 공기(300Cal)와 두부 한 모만 먹어도 750Cal에 육박한다. 나물 반찬에는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무기질이 풍부하다. 몸에 좋다는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로 조리하면 건강에 더 좋을까? 아니다. 기름범벅이 돼 버리면 열량이 급등한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이나 오리 같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건강식은 적정량을 먹었을 때 건강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둘째, 양을 무턱대고 줄이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조리해 먹을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육류를 무조건 기피하면 단백질 결핍이 되기 쉽다. 양념을 줄이고 굽거나 삶아 먹으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지방 함량이 적은 게 좋다. 가령 다이어트를 염두에 둔다면 고등어와 꽁치처럼 지방이 많은 등 푸른 생선보다는 갈치, 가자미, 조기, 임연수처럼 지방 함량이 적은 흰 생선이 낫다. 셋째, 과일도 많이 먹으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당도가 높은 과일일수록 열량이 높다. 식탁에 과일을 쌓아놓고 간식처럼 먹을 경우 과잉 열량 상태가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과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대사질환과 비만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넷째, 유제품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체로 열량이 높다. 특히 치즈로 된 식품은 열량이 정말 높다. 유제품으로는 저지방 우유나 흰 우유 한 컵 정도가 좋다. 요거트 또한 열량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단맛이 나는 요거트는 더욱 높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아프면 ‘명의(名醫)’를 찾는다. 몇 개월을 기다리더라도 명의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기대해서다. 하지만 명의를 만났더라도 대학병원의 ‘3분 진료’ 시스템에서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독자의 관심이 많은 건강·의학 관련 주제를 대학병원 베스트 닥터들이 자세하게 설명하는 코너를 신설한다.》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이 많을 때다. 가장 먼저 ‘작심삼일’을 경계해야 한다. 첫 3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엔 일주일, 한 달…. 지속적인 다이어트만이 최대 효과를 보장한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체질을 거론하며 중도 포기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운동하고 덜 먹어도 체중이 안 줄더라.” “심지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더라.” 정말 이런 체질이 존재할까.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강 교수는 28년째 비만 치료를 하는 ‘비만 치료 1세대’ 의사다. 현재 대한비만학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열량이 없는 물만 먹었는데 살이 찌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자신이 그런 체질이라며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단다. 그들에게 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28년째 진료하면서 그런 유형은 못 봤습니다. 만약 환자분이 그런 유형이라면 연구해야 할 ‘1호 환자’가 될 겁니다.” 결국 살이 찌는 원인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유를 알면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학적으로 크게 네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 밥 덜 먹었는데도 안 빠진다?첫째, 식사량을 줄였지만 섭취 열량은 줄지 않았을 때다. 강 교수는 “밥의 용량만 줄이고 반찬은 오히려 더 먹는 바람에 총 섭취 열량이 늘어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환자인 50대 후반 여성 A 씨가 대표적이다. A 씨는 다이어트에 돌입하며 밥의 양을 3분의 1로 줄였다. 배가 고파졌다. 멸치, 콩자반, 오징어채볶음 등 몸에 좋다는 반찬을 늘렸다. 나물도 더 많이 먹었다. A 씨는 풍미를 높이려고 엿기름, 들기름, 깨소금 등을 많이 쳤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는 몸에 좋은 두부와 감자를 넉넉히 넣었다. 강 교수가 A 씨의 섭취 열량을 계산해봤다. 다이어트 전의 1.5배는 족히 돼 보였다. 밥의 양만 줄였을 뿐 실제로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면서 과잉 열량 상태가 된 것이다. 당연히 체중이 줄어들 리가 없다. 강 교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몸에 좋은 반찬을 먹으니 더 건강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사량 전체를 줄였다고 해도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도 다이어트 효과는 떨어진다. 흰밥보다는 볶음밥이나 제육덮밥의 에너지 밀도가 높다. 단맛을 내려고 설탕까지 쳤다면 열량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강 교수는 “몸에 좋은 음식 위주로 먹고 있는 사람들은 반찬 유형과 열량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밥은 물론 반찬, 국과 찌개까지 양을 줄여야 제대로 된 다이어트 식단이다”고 강조했다. ● 매일 헬스클럽 가도 안 빠진다?둘째, 실질적인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체중이 줄어들 수 없다. 강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설렁설렁 운동하는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움직일 때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일상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운동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주부 B 씨가 실제 그랬다. B 씨는 매일 헬스클럽에서 1, 2시간씩 운동했지만 3개월 동안 고작 1㎏밖에 빼지 못했다. 강 교수는 B 씨의 하루를 분석한 후 ‘활동량 부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B 씨는 오전에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소파에서 쉬면서 TV를 보다 낮잠을 잔다. 이후 헬스클럽에 가 운동한다. 운동이 끝나면 귀가해 다시 소파에서 쉰다. 저녁식사를 준비한 후에도 딱히 뭔가 하는 건 없다. B 씨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대를 찾기 어렵다. 알고 보니 헬스클럽에서도 대충 운동하고 있었다. 결국 운동 시간에만 조금 활동할 뿐 나머지 시간에는 무기력한 생활을 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 활동량을 늘리는 게 답이다. 실제로 강 교수는 B 씨에게 산책을 해도 좋고, 쇼윈도를 구경해도 좋으니 소파에 누워있지 말고 나가라는 처방을 내렸다. 일단 움직이라는 뜻이다. 이 처방에 따라 B 씨는 활동량을 늘리면서 체중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 근육량 늘려 ‘에너지 소비량’ 늘려야셋째, 기초대사량이 낮은 사람이라면 체중이 뜻대로 안 빠질 수 있다. 기초대사량은 호흡, 체온 유지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이, 체구가 큰 사람보다는 작은 사람의 기초대사량이 낮다. 강 교수는 “이런 요인은 선천적이라 할 수 있지만 ‘체질’이라 할 수는 없다. 해결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근육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근육은 쓰면 쓸수록 에너지 소비가 많아진다. 심지어 근육량이 많아지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도 에너지가 저절로 소비된다. 새벽까지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고 잠이 드는, 이른바 ‘올빼미족’은 비만이 되기 쉽다. 새벽에 잤다가 늦은 오후에 잠을 깨고, 특별한 활동도 하지 않고 다시 밤을 맞는 생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몸은 비대해지지만 에너지를 쓰지 않는 체지방만 늘어날 뿐 근육량은 점점 줄어든다. 강 교수는 “올빼미족이 체중을 줄이려면 낮 시간대의 활동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드물긴 하지만 비만 환자의 1% 정도는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갑상샘기능저하증을 들 수 있다. 강 교수의 환자 중 30대 후반 여성 C 씨가 그런 사례다. C 씨는 안 먹어도 살이 쪘다. 다만 이런 경우 다른 병적인 증세도 함께 나타난다.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기운도 없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됐다. 이런 경우 병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C 씨 또한 약을 처방받고 치료한 후 활동량이 늘어났으며 식욕도 돌아왔다. 이후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음식에 잘못 알려진 상식 많아…건강식도 주의해야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뭘까. 강 교수는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활동량을 늘리고 제대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특히 음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첫째,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두부의 예를 들었다. 두부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하지만 지방 함량도 높아 500g짜리 두부 한 모의 열량은 400~450Cal다. 밥 한 공기(300Cal)와 두부 한 모만 먹어도 750Cal에 육박한다. 나물 반찬에는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무기질이 풍부하다. 몸에 좋다는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로 조리하면 건강에 더 좋을까? 아니다. 기름범벅이 돼 버리면 열량이 급등한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이나 오리 같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건강식은 적정량을 먹었을 때 건강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둘째, 양을 무턱대고 줄이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조리해 먹을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 육류를 무조건 기피하면 단백질 결핍이 되기 쉽다. 양념을 줄이고 굽거나 삶아먹으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지방 함량이 적은 게 좋다. 가령 다이어트를 염두에 둔다면 고등어와 꽁치처럼 지방이 많은 등 푸른 생선보다는 갈치, 가자미, 조기, 임연수처럼 지방 함량이 적은 흰 생선이 낫다. 셋째, 과일도 많이 먹으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당도가 높은 과일일수록 열량이 높다. 식탁에 과일을 쌓아놓고 간식처럼 먹을 경우 과잉 열량 상태가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과일이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대사질환과 비만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넷째, 유제품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체로 열량이 높다. 특히 치즈로 된 식품은 열량이 정말 높다. 유제품으로는 저지방 우유나 흰 우유 한 컵 정도가 좋다. 요거트 또한 열량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단맛이 나는 요거트는 더욱 높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랜드그룹이 유튜버와 협업해 MZ세대가 직접 참여하는 나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이 협업 모델에 25명의 유튜버가 참여해 나눔 콘텐츠를 만들었고, 1000만 명의 구독자가 함께했다. 또한 이를 통해 2억6000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모금해 지원이 필요한 위기 가정에 나눠줬다. 올해는 ‘미션파서블(에이전트 H)’ ‘일주어터’ ‘흑운장’ ‘슛포러브’ ‘냥이아빠’ ‘안정환19’ 등 다양한 인플루언서가 이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4번의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한 유명 유튜버 미션파서블(에이전트H)은 “87만 명의 구독자가 참여해 함께 마련한 기부금에 이랜드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해 더 큰 규모로 더 많은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도울 대상을 이랜드가 검증하고 구체화해 줬고, 기부 프로세스까지 관리해줘 신뢰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미션파서블은 국가유공자, 특히 6·25전쟁 참전용사를 돕기 위한 기부 프로젝트를 이랜드와 함께 2년째 진행하고 있다. 5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일주어터는 이랜드와 함께 본인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돼지 머리띠를 제작하고, 해당 수익을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기부했다. 총 3개 가정에 약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안정환19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안정환은 23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마련한 동영상 조회수 및 PPL 수익금에 이랜드가 추가 매칭한 금액을 합쳐 총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다문화가정 20가구에 전달됐다. 이 밖에도 흑운장은 이랜드 오프라이스와 마스크를 함께 만들어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 보호시설에 기부했다. 냥이아빠는 이랜드의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WHO.A.U)와 함께 맨투맨 및 양말 상품을 제작하고, 해당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아동 가정을 함께 지원했다. 축구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와 전 축구선수 이천수는 이랜드FC와 협업해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한부모가정을 지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소비를 통해 사회적 신념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MZ세대와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가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나눔 활동”이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단체와 함께 선한 가치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7)는 환자들에게 운동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중년 이후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운동하라고 강조한다. 정신건강에 운동만한 약이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우울증 환자가 매일 3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증세가 개선되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울한 기분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운동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환자 진료를 오래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했다. 게다가 체중도 불어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안 교수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10년째 매주 5시간 정도 자전거 타기 지켜 사실 안 교수는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동과 담 쌓고 살았다. 너무 바빴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스트레스도 쌓일 만큼 쌓였다. 주말이 되면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도 많았다. 운동은 둘째 치고 활동량 자체가 턱없이 적었다. 지방간이 검출됐고 콜레스테롤과 혈압수치가 올랐다. 체중은 81kg까지 늘었다.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 달리기를 택했다. 운동 시간과 달리는 거리를 서서히 늘렸다. 그러다가 무릎에 통증이 나타났다. 진료를 한 동료 의사는 달리기를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무릎 연골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만에 달리기를 중단했다.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자전거 타기였다. 평일에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려워 주로 주말에 자전거를 탔다. 여름에는 오전 6∼7시, 겨울에는 오전 9∼10시 사이에 집을 나섰다. 주행 거리를 늘렸고 대체로 4, 5시간 동안 50∼80km의 거리를 달린 뒤 집에 돌아왔다. 딱히 코스를 정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 홍제천 주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때가 많다. 한강둔치를 따라 때로는 인천으로, 때로는 팔당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봄에 유채꽃을 보고 싶으면 구리시민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벚꽃을 보고 싶으면 안양천 쪽으로 달렸다. 비가 많이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눈 내린 날을 빼면 주말 야외 자전거 타기를 거른 적이 거의 없다. 안 교수는 “ 매년 평균 40∼45회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운동량 부족은 헬스클럽에서 보충 매주 한 번씩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안 교수도 그 점을 인정했다. 처음에는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달리는 야외 자전거 타기에 비해 너무 지루했다. 한 달여 만에 실내 자전거 타기를 관뒀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딸이 그 자전거로 운동하고 있단다.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헬스클럽을 택했다. 3년 전 집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주 3, 4회 퇴근할 때 헬스클럽에 들른다. 대체로 근력 운동 1시간, 유산소 운동 40분 원칙을 지킨다. 비슷한 시기에 식단 조절도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렸다. 미리 일정량의 밥을 덜어놓고 식사를 했다. 튀김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끊었다. 술도 줄였다.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하니 체중이 빠졌다. 사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도 체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81kg이던 체중을 77∼80kg까지 끌어내리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체중 감량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무렵부터 체중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 안 교수는 70kg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원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는데 지금은 약을 복용하면서 체중까지 줄인 덕분에 모두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지방간도 많이 줄었다. 안 교수는 “건강상 문제될 게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자전거가 최고” 체중 감량 효과는 자전거 타기보다 일주일에 3, 4회 하는 헬스클럽 운동이 확실히 더 크다. 안 교수도 그 점을 잘 안다. 안 교수는 “건강 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헬스클럽 운동에 전념해야 할 것 같지만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는 자전가 타기를 따라올 게 없다”며 웃었다. 만약 두 가지 운동 중 하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전거 타기를 택하겠단다. 이처럼 안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점을 야외 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늘 혼자 자전거를 탄다. 이 또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니 주행하다가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 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코스를 짤 때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안 교수는 바로 전날 즉흥적으로 코스를 짠다. 안 교수는 “아무런 경쟁 없이 자연 속에서 즐기다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야외에서 자전거 타기가 ‘주간에 하는 운동’이란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헬스클럽에서의 실내운동은 밤에도 할 수 있는데 수면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안 교수는 “밤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잠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흥분 상태는 2시간 정도는 지속된다. 만약 수면장애가 있다면 오후 8시 이후엔 운동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겨울철 야외서 자전거 탈 땐출발 땐 10분 이상 워밍업… 방한모-헬멧 챙긴 후 저속으로 짧게 주행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도 야외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기온이 낮지만 않으면 가능하다. 다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에게 겨울철 야외 자전거 타는 요령을 들어봤다. 첫째, 출발 시간은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오전 9∼10시 이후로 잡는 게 좋다. 중년 이후에는 새벽 출발은 피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는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다른 계절에는 5분 정도의 스트레칭으로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최소한 10분 이상 몸을 풀어줘야 한다. 둘째, 복장도 중요하다. 두꺼운 옷을 입으면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여러 겹의 옷을 입고 땀이 나면 하나씩 벗는 게 좋다. 작은 배낭을 등에 진 후 벗은 옷을 넣으면 된다. 귀마개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지나치게 꽉 끼면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헐거운 게 좋다. 셋째, 머리 보온을 위해 모자를 쓰는 게 좋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반드시 방한모를 써야 한다. 심장 박동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머리 부분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뇌혈관 수축으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방한모 위에 헬멧을 써서 넘어짐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넷째, 속도는 낮춰야 한다. 시속 20km를 넘으면 갑자기 결빙 구간이 나타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 평상시에 시속 20∼25km로 주행하는 사람이라면 시속 18km 정도로 낮추는 게 좋다. 다섯째, 운동 거리도 줄여야 한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피로도가 일찍 높아진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다른 계절과 똑같은 거리를 주행하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대체로 여름철 주행 거리의 70∼80% 정도만 달리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7)는 환자들에게 운동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중년 이후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운동하라고 강조한다. 정신건강에 운동만한 약이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우울증 환자가 매일 30분 이상 걷기만 해도 증세가 개선되고 재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울한 기분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운동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환자 진료를 오래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했다. 게다가 체중도 불어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안 교수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 10년째 매주 5시간 정도 자전거 타기 지켜사실 안 교수는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운동과 담 쌓고 살았다. 너무 바빴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스트레스도 쌓일 만큼 쌓였다. 주말이 되면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도 많았다. 다른 의사들처럼 골프도 즐기지 않았다. 운동은 둘째 치고 활동량 자체가 턱없이 적었다. 몸에서 적신호를 보냈다. 지방간이 검출됐고 콜레스테롤과 혈압수치가 올랐다. 체중은 81㎏까지 늘었다.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 달리기를 택했다. 운동 시간과 달리는 거리를 서서히 늘렸다. 그러다가 무릎에 통증이 나타났다. 진료를 한 동료 의사는 달리기를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무릎 연골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1년 만에 달리기를 중단했다.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자전거 타기였다. 평일에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려워 주로 주말에 자전거를 탔다. 여름에는 오전 6~7시, 겨울에는 오전 9~10시 사이에 집을 나섰다. 주행 거리를 늘렸고 대체로 4, 5시간 동안 50~80㎞의 거리를 달린 뒤 집에 돌아왔다. 딱히 코스를 정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 홍제천 주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때가 많다. 한강둔치를 따라 때로는 인천으로, 때로는 팔당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봄에 유채꽃을 보고 싶으면 구리시민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벚꽃을 보고 싶으면 안양천 쪽으로 달렸다. 비가 많이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눈 내린 날을 빼면 주말 야외 자전거 타기를 거른 적이 거의 없다. 안 교수는 “얼추 계산해 보니 매년 평균 40~45회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운동량 부족은 헬스클럽에서 보충매주 한 번씩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안 교수도 그 점을 인정했다. 처음에는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실내용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달리는 야외 자전거 타기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너무 지루했다. 한 달여 만에 실내 자전거 타기를 관뒀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딸이 그 자전거로 운동하고 있단다.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안 교수는 헬스클럽을 택했다. 3년 전 집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주 3, 4회 퇴근할 때 헬스클럽에 들른다. 대체로 근력 운동 1시간, 유산소 운동 40분 원칙을 지킨다. 비슷한 시기에 식단 조절도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렸다. 미리 일정량의 밥을 덜어놓고 식사를 했다. 튀김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끊었다. 술도 줄였다.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하니 체중이 빠졌다. 사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도 체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81㎏이던 체중을 77~80㎏까지 끌어내리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체중 감량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무렵부터 체중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 안 교수는 70㎏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원래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는데 지금은 약을 복용하면서 체중까지 줄인 덕분에 모두 정상 수치를 되찾았다. 지방간도 많이 줄었다. 안 교수는 “건강상 문제될 게 지금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스트레스 해소에는 자전거가 최고”체중 감량 효과는 자전거 타기보다 일주일에 3, 4회 하는 헬스클럽 운동이 확실히 더 크다. 안 교수도 그 점을 잘 안다. 안 교수는 “건강 관리 측면에서만 보면 헬스클럽 운동에 전념해야 할 것 같지만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는 자전가 타기를 따라올 게 없다”며 웃었다. 만약 두 가지 운동 중 하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전거 타기를 택하겠단다. 이처럼 안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점을 야외 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늘 혼자 자전거를 탄다. 이 또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니 주행하다가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 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코스를 짤 때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안 교수는 바로 전날 즉흥적으로 코스를 짠다. 안 교수는 “아무런 경쟁 없이 자연 속에서 즐기다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야외에서 자전거 타기가 ‘주간에 하는 운동’이란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헬스클럽에서의 실내운동은 밤에도 할 수 있는데 수면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안 교수는 “밤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잠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흥분 상태는 2시간 정도는 지속된다. 만약 수면장애가 있다면 오후 8시 이후엔 운동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온 떨어지는 겨울, 야외 자전거 타는 요령은…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도 야외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기온이 낮지만 않으면 가능하다. 다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에게 겨울철 야외 자전거 타는 요령을 들어봤다. 첫째, 출발 시간은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오전 9~10시 이후로 잡는 게 좋다. 중년 이후에는 새벽 출발은 피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는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다른 계절에는 5분 정도의 스트레칭으로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최소한 10분 이상 몸을 풀어줘야 한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몸을 풀어주는 게 좋다. 둘째, 복장도 중요하다. 두꺼운 옷을 입으면 기민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여러 겹의 옷을 입고 땀이 나면 하나씩 벗는 게 좋다. 작은 배낭을 등에 진 후 벗은 옷을 넣으면 된다. 귀마개를 하는 것도 좋다. 다만 지나치게 꽉 끼면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헐거운 게 좋다. 셋째, 머리 보온을 위해 모자를 쓰는 게 좋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반드시 방한모를 써야 한다. 심장 박동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머리 부분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뇌혈관 수축으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방한모 위에 헬멧을 써서 넘어짐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넷째, 속도는 낮춰야 한다. 시속 20km를 넘으면 갑자기 결빙 구간이 나타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 평상시에 시속 20~25km로 주행하는 사람이라면 겨울에는 시속 18km 정도로 낮추는 게 좋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속도를 측정하도록 한다. 다섯째, 운동 거리도 줄여야 한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피로도가 일찍 높아진다. 근육도 빨리 경직된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다른 계절과 똑같은 거리를 주행하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대체로 여름철 주행 거리의 70~80% 정도만 달리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