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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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6-01-12~2026-02-11
대통령53%
정치일반20%
외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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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3%
사건·범죄3%
남북한 관계3%
검찰-법원판결3%
국제일반2%
종합경기2%
  • [별별 예쁜 책]저자도 박수 친 홀로그램 입술… 검색 창 형태 책 제목도 눈길

    남자일까, 여자일까? 홀로그램을 입힌 빨간 입술이 시선을 확 끈다. 책 제목은 인터넷 검색창 모양에 넣었다. 연관검색어 형태로 저자와 옮긴이 이름, 그리고 저자 블로그 주소를 보여준다. 전할 정보는 다 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예쁜 책은 촉감도 좋다. 손에 쥐니 묵직하고 단단하다. 실로 꿰매 제본하는 사철 방식을 택했기 때문. 책값 1만8000원이 가볍게 느껴진다. 세련된 겉모습의 이 책은 만화책이다. 프랑스 만화가인 저자는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저자가 휴식 시간 틈틈이 블로그에 올린 만화는 프랑스에서 ‘사랑’ ‘가족’ ‘비디오게임’으로 출간됐다. 국내에선 3권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며 새롭게 표지를 디자인했다. 원래 책 표지는 각 장 제일 앞에 실었다. 표지 얼굴은 남자인 저자의 얼굴이다. 출판사는 저자가 보내준 자화상 가운데 일부러 긴 머리, 빨간 입술이 그려져 남녀 구분이 헷갈리는 그림을 골랐다. 표지 디자인을 맡은 백소연 씨는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시선을 끌려고 이 그림을 택했다. 빨간 입술을 홀로그램으로 처리해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일반 만화가 아닌 작품성 있는 그림이 담긴 만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3권을 한 권으로 묶은 데는 만화가 잘 안 팔리는 현실도 고려됐다. 그런데 한 권으로 묶고 색다른 표지를 고민하다 보니 뜻밖의 차별성을 획득했다. 저자도 ‘블로그’란 이름으로 묶어 출판하겠다고 했을 때 “블로그 만화가로 오해 받는다”고 반대했다가 표지를 보고 박수를 쳤단다. 만화엔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첫 만남에서 빼곡한 질문이 채워진 설문지를 꺼내들고 답변을 요구하는 남자, 오럴섹스가 뭔지 묻는 아들에게 담배를 물리는 아버지에게 왠지 마음이 간다. 출판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려고 만든 만화라 자기 검열의 덫에 걸리지 않은 날것의 웃음을 안겨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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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돈깨나 만진 이들의 돈 얘기

    책을 쓴 이유가 재밌다. 영국은행 건물의 화폐박물관에 들어서니 화폐가 아우성쳤고, 그래서 박물관에 격리된 화폐 이야기를 책으로 써 우리 곁으로 가져오겠다고 결심했단다. 공저자인 7명은 한국의 돈줄을 쥐락펴락하는 행정고시 출신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다. 과거 한 부서에서 일했던 이들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에서 우연히 다시 모인 것을 계기로 일곱 가지 주제로 화폐 이야기를 썼다. 화폐는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한 인간의 최고 발명품 중 하나지만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곧 종이쪼가리로 전락한다. 그 두 얼굴의 화폐 역사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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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선물 풍산개 한쌍 공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23일 문선명 전 총재 1주기 추모식을 맞아 문 전 총재의 유품이 전시된 경기 가평 천정궁 박물관에서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선물한 생후 9개월 된 풍산개 암수 한 쌍(사진)을 공개했다. 올 2월 문 전 총재 생일날 선물 받은 풍산개 이름은 수컷은 정주, 암컷은 안주다. 문 전 총재의 고향인 평북 정주, 그 부인인 한학자 총재의 고향인 평남 안주에서 따서 북한에서 이름을 지어 보냈다. 통일교 측은 이날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성화 1주년 추모행사’에 한학자 총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 도미시앵 은다이제예 전 부룬디 대통령 내외, 호세 데베네시아 전 필리핀 국회의장 등 60여 개국 2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복합건물 개발 사업을 두고 통일그룹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3남 현진 씨(44)와 문 전 총재 사후 각각 재단과 교단 계승자로 꼽히다 한학자 총재에게 전권을 넘기고 미국으로 건너간 4남 국진 씨(43)와 7남 형진 씨(34)는 참석하지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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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타고난 DNA?… 생활방식이 유전자를 조종한다

    “유전학의 시대는 한물갔고, 이제 우리는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epigenetics)의 시대를 맞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루돌프 예니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이트헤드 생명의학연구소장의 선언이다. 이 책은 최근 급부상하는 후성유전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후성유전학은 세포에 저장되고 딸세포로 전달되지만 유전형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분자생물학적 정보들을 다룬다. 그 대상인 후성유전체는 유전체에게 잠재력 중에 무엇을 활용해야 할지 말해주는 존재다. 즉 세포가 빠르게 노화할지, 느리게 노화할지, 쉽게 질병에 걸릴지를 결정한다. 독일의 신경생물학 박사로 학술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후성유전체가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처럼 우리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의 이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절대자라고 믿었던 유전자의 위치가 한 단계 내려오고, 생활방식 영양 인간관계를 개선하면 유전자를 조종해 체질 신진대사 인성까지 바꿀 수 있다는 혁명적인 주장이다. 비슷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쌍둥이의 모습이 나이가 들수록 크게 달라지는 이유도 생활방식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생활방식을 기억하는 후성유전체는 난세포와 정세포로 자녀, 손자에게 대물림돼 후손의 화복까지 결정한다. 후성유전학의 눈으로 보면 점점 뚱뚱해지는 인류의 비밀이 풀린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진 어머니는 본인만 살찔 뿐 아니라 자신의 세포를 물려받은 자녀도 뚱뚱하게 만든다. 뚱뚱한 어머니가 뚱뚱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뚱뚱한 어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이유다.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건강 책으로 변신한다.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이란 결국 오래 살고자 하는 건강 문제로 귀결된다. 산모 건강의 중요성, 술 담배의 해악, 운동과 소식의 이로움을 근거로 설명하니 후성유전학이 조금 가깝게 다가서긴 하지만, 후성유전학의 의미가 인류 태초의 신비를 찾아가기보다는 ‘암 치료=무병장수’ 도식으로 이어진 점은 아쉽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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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대통령 의전의 실무 노하우

    의전이란? 국가 안에서 혹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 맨 처음, 즉 가장 기본이 되는 형식과 절차이면서 관계를 접착제처럼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딱딱한 정의는 몰라도 된다. 역대 대통령의전비서관실 근무자 가운데 최장 근무 기록을 지닌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종합예술인 의전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의전 행사의 막후가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펼쳐진다. 대통령은 연단에 서서 무얼 보고 읽는지, 대통령 행사 중엔 휴대전화 통화가 되는지, 대통령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해도 되는지 등 소소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 201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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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한국인의 24시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인포그래픽 전문 회사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가 주최하고 한국인포그래픽포럼이 후원하는 ‘ABOUT KOREAN exhibition: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24시간’ 전시가 23∼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인포그래픽(infographic)’은 정보(information)와 그래픽(graphic)을 합성한 단어로 정보에 이야기를 입혀 그래픽으로 옮긴 쉽고 재밌는 ‘그림정보’다. 전시장을 찾으면 한국인의 수면 시간, 잠버릇, 출근 풍경, 대화 주제, 여가 생활 등을 담은 인포그래픽을 볼 수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의 모습을 경쾌한 음악과 움직이는 그래픽으로 재현한 동영상은 전시 홈페이지(www.aboutkorean.co.kr)에서 볼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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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9일 ‘고양이의 날’을 아시나요

    9월 9일 ‘고양이의 날’을 아시나요? 인터넷매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을 운영하는 고양이 전문 작가 고경원 씨(38)는 2009년부터 ‘고양이의 날’ 행사를 열어 왔다. 9월 9일은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담에서 따왔다. 9개의 목숨만큼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길 기원하는 ‘아홉 구(九)’, 아프지 말고 오래 주어진 삶을 누리길 응원하는 ‘오랠 구(久)’가 담겼단다. 고 작가는 “국내 애묘인(愛猫人) 사이에서 고양이의 날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날 하루만큼은 고양이를 미워하는 사람도 고양이를 한 번쯤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이 애호로 유명한 이웃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양이가 양파망에 담겨 식용으로 판매되는 현실에서 확인되듯 고양이들이 환영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 사진이 즉각 기사화(본보 22일자 A13면)될 만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6월부터 최근까지 30권에 가까운 고양이 관련 서적이 출간됐다. 고양이의 날을 기획한 고 작가, 올해 행사에 고양이 사진을 전시하는 사진작가 안욱환(작가명 그사람) 씨, 특강을 준비 중인 동물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43)를 만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은 “불과 2, 3년 사이에 고양이 책이 부쩍 늘었다. 다른 반려동물 책과 달리 키우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적보다 고양이를 탐미하는 서적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대표는 “출판계가 불황이라도 고양이 책이 어느 정도 팔리다 보니 이젠 시장이 포화될 정도다. 특히 20, 30대 여성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고양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예술가가 많은 것도 고양이 책이 늘어난 한 이유다. 고 작가는 “고양이를 키우는 예술가들은 예술과 고양이가 한 쌍의 짝이라고 표현한다. 예술가는 작업에 매진할 시간이 필요한데, 고양이도 종종 혼자 있고 싶어 하니 둘이 궁합이 잘 맞는다”고 전했다. 안 작가도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있는 예술가에겐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을 거는 사람보다 가만히 옆에서 주인의 기분을 느껴주는 고양이가 고마운 존재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길고양이도 도심 생태계의 일원이다. 그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안 작가는 꼬리가 잘린 채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경험이 있다. 그는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이 결국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싫증났다고 버리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로 ‘고양이의 날’ 5회를 맞아 다음 달 9일부터 30일까지 ‘고양이를 여행하다’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월드컬처오픈 서울사무소 내 W스테이지 무료 전시행사를 연다. 안 작가와 여행작가 신승열 임한나 씨가 찍은 세계의 다양한 고양이 사진이 전시되며, 개막일에는 김 대표의 한국 ‘동물 출판의 변화’ 강연도 열린다. 02-734-9118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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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란길에 꾸린 새공동체서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 그려”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 석전희(石戰戱·돌팔매 싸움)를 이웃마을과 벌여온 석전리.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에게 돌팔매를 가할 정도로 의리로 뭉친 마을 사람들도 6·25전쟁의 비극을 피해갈 순 없었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선택의 기로에서 마을은 무너지고, 이념이 아니라 생존을 택한 주민 70여 명은 일본군이 숨겨뒀다는 군량미를 찾아 떠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내 파란 세이버’의 만화가 박흥용 씨(54)가 신작 ‘영년(零年·김영사on)’으로 돌아왔다. 이번의 화두는 국가와 복지다.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세상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새 세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피란길에 마을 사람이 꾸린 공동체에서 이상적인 국가 모습을 고민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그의 나라’에서 국가 간 전쟁 속에 개인이 누려야 할 삶의 공간이 짓밟히는 야만성을 고발한 바 있다. 이번엔 독자의 피부에 와 닿게 6·25전쟁 때 한 마을의 이야기로 응축했다. ‘0년’으로 제목을 단 이유도 국가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돌아가 고민해 보자는 것.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쌀을 나눌까 고민하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시험해 봅니다. 뒤처진 노약자를 두고 갈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복지 문제도 살펴볼 수 있어요. 새 정부 들어 국가, 복지가 이슈인데 적극적으로 만화에 녹여 독자들과 진득하게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뜻이 좋아도 만화는 읽혀야 한다.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는 돌팔매. 박 씨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이를 올 컬러 지면에 담았다. 역동적인 동작으로 던진 돌이 날아가 상대에게 묵직하게 꽂히는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총 5권으로 완간할 예정인데, 시종일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돌팔매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살려내겠다고 했다. 웹툰이 득세하는 세상, 단행본 만화로 자신 있는지 물었다.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과 달리 독자가 책장을 넘길 때 딱 눈에 꽂히는 그림과 장치를 담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맛은 따라올 수 없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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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만 작가 “허준은 문중 할아버지… 혼신의 힘 다했다”

    양천 허씨 20대손 구암 허준(龜巖 許浚·1539∼1615)의 ‘동의보감’을 31대손 작가 허영만(65)이 만화로 옮겼으니 이름하야 ‘허허 동의보감’(시루)이다. ‘허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뜻은 호방하게 웃는 긍정적 에너지를 나타내고, 허허로움은 도가에서 신선의 경지에 이른 것이란다. 즉, 재밌게 읽다 보면 신선의 경지에 올라 무병장수하게 되는 만화를 뜻한다고.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허허 동의보감’ 1권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허영만 작가를 만났다. 그는 “동의보감 발간 400년을 맞아 한집안 사람이 만화로 옮겼으니 더 의미 있는 작업이 됐다”며 “나는 젊은 사람처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없으니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했다. 내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씨는 원인 모를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다가 침을 맞고 통증을 다스린 인연으로 동의보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011년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동의보감 전문가인 박석준 오수석 황인태 한의사와 함께 2시간씩 동의보감 공부를 했다. ‘허허 동의보감’ 1권의 제목은 ‘죽을래 살래?’. 동의보감 원전 순서에 따라 ‘내경편’ 중 신형(身形) 부분을 다뤘다. ‘양생법 실천’ 건강법 같은 내용을 누구나 따라하기 쉽게 만화로 그려냈다. 허 씨는 “동의보감은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아야 한다, 치료보다 예방이 낫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그런데 술(을 자제하는 것)은 쉽지가 않더라”며 웃었다. 카카오페이지에도 연재하는 만화는 극화식으로 그린 ‘식객’과 달리 간결한 약식으로 그렸다. 허 씨는 “약식으로 그리면 그리기도 쉽고 보기도 재밌다. 체력도 덜 소모돼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그릴 수 있다. 5년간 총 20권으로 완결할 때까지 건강하게 그리겠다”고 했다. 허 씨는 차기작으로 실버세대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찾는 실버세대에게도 일과 사랑, 도전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허 씨는 “실버세대는 만화를 안 보기 때문에 망하기 쉬운 소재지만 노인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재밌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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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끼적거린 낙서는 그대로 예술

    그가 끼적거린 낙서는 예술이 됐다. 라이벌 관계인 아디다스와 나이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앞다퉈 그의 낙서를 제품에 담았다. MTV 이케아 푸마 소니 닌텐도 키드로봇 뉴에라…. 그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한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의 작품들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미술관 소장 목록에 올랐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두들(doodle·낙서) 아티스트 존 버거먼(34) 이야기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그의 작업을 담은 책이 독립출판사 ‘쎄 프로젝트’에서 500권 한정판으로 출간됐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1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1984’ 카페에서 만났다. 버거먼은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팝아트가 가진 화려한 색, 순수미술의 추상과 리얼리즘을 낙서의 장으로 옮겼다. 쎄 프로젝트 측은 그의 낙서를 “거침없는 젊음과 자유로움을 대변하는 유쾌한 메시지”라고 표현했다. 버거먼은 “어릴 때 텔레비전 채널이 고작 4개였는데, 크면서 100여 개로 늘어났다. 인터넷까지 생기면서 정보가 넘쳐나 생긴 머릿속의 혼란(chaos)을 낙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같은 낙서라도 그라피티(graffiti)가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 그린 낙서라면, 두들은 종이에 그린 낙서를 뜻한다. 인터뷰 중에도 버거먼의 낙서는 멈추지 않았다. 낙서로 먹고산다니 팔자가 참 좋구나 생각했는데, 굉장한 노력파였다. 밥을 먹으면서도 손을 놀린다고 하니 그리는 작업은 숨 쉬는 일과 똑같았다. 버거먼은 “저명한 예술가의 회고전을 가보면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게 느껴진다. 나도 처음엔 낙서만 했지만 이젠 퍼포먼스도 하고 조형물도 만들고 글을 쓴다. 낙서 스타일 자체도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트렌드를 좇진 않는단다. “트렌드를 좇아가면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작업에 투자해야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어요. 끊임없이 공부하며 안주하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친절한 팬 서비스. 예술가를 꿈꾸는 팬이 e메일을 보내오면 꼭 짬을 내 답장하고 고민 상담도 해준다. 팬이 사진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의 작업을 보내면 피드백도 한다. “낙서는 놀이처럼 자유롭고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잘 먹고 잘 자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죠.”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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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민속학 개척자’ 이두현 교수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인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24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68년 서울대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89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가면극연구회 이사장, 한국문화인류학회 이사장, 한국연극학회 회장,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 한국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민속 문화와 전통 연극을 연구해 ‘한국연극사’ ‘한국의 가면극’ ‘한국의 탈춤’ 등을 썼다. 국내 무형문화재 정책 수립에도 참여해 연희·산대도감류 등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기여했다. 2004년에는 평생 전국 민속 현장에서 채집한 자료 3만4000여 점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했다. 유족은 부인 황계봉 여사, 아들 진원(전 이화여대 교수) 성원 씨(성균관대 의대 교수), 딸 미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선원 씨(전 수원대 교수), 사위 김종진(방송통신대 교수) 조순철 씨(숭실대 명예교수), 며느리 문은미(동덕여대 교수) 김상임 씨(구로성모병원 행정원장)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 20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 광주시 시안추모공원. 02-3410-6920}

    • 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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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나온 책]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外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레이철 조이스 지음·민음사)=평범한 60대 정년퇴직자 해럴드 프라이. 어느 날 암에 걸린 옛 직장 동료의 편지를 받고 영국을 남북으로 종주하는 도보여행을 떠난 그가 여행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1만3500원.책으로 가는 문(미야자키 하야오 지음·현암사)=애니메이션 감독인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어린이에게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는 응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린 시절부터 읽은 세계 명작 50권을 뽑아 추천했다. 1만3000원.백인천 프로젝트(정재승 외 지음·사이언스북스)=1982년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선수의 타율 4할1푼2리.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평범한 시민부터 교수, 기자, PD 등 58명이 뭉쳤다. 함께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1만8000원.1942 대기근(멍레이 외 엮음·글항아리)=1942년 중국 허난 성 대기근 당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살육을 불사했다. 300만 명이 숨졌지만 정부가 감춰 온 역사를 ‘허난상보’ 기자들이 추적 고발했다. 1만9000원.발바닥이 간질간질(한은영 글, 그림·책읽는곰)=노란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새하얗고 보송보송한 발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나비가 살랑살랑, 발바닥을 간질간질. 아이, 간지러워. 와하하하! 9800원.}

    •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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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반기문 총장에게 던진 돌직구 질문… 처음 드러난 사실들

    인터넷서점 검색창에 ‘반기문’으로 검색해보니 50건에 가까운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 책이라니…. 외면할까 하는데, 책 띠지에 적힌 문구가 눈에 박힌다. ‘반 총장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 책을 펼치니 3월 미국 뉴욕 출판기념회에서 밝힌 반 사무총장의 소감이 적혀 있다. 요지만 옮겨보면 ‘(이전에 나온) 나에 관한 책이 15권 정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책 저자들과 책 출간을 전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논설실장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아시아의 거인들’ 시리즈를 출간한 바 있다. 시리즈 네 번째인 반 총장의 책을 쓰려고 2010∼2012년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두 시간씩 일곱 차례 대담을 진행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여섯 차례 만났다. 반 총장의 말을 정확히 옮기려고 관저 인터뷰 때는 녹음과 녹화까지 마쳤다. 책엔 반 총장이 말하는 유엔의 정의, 외교 노하우, 국제 이슈에 대한 생각이 녹아 있다. 그런데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 눈이 간다. 69세인 반 총장은 10대처럼 빠르게 스마트폰을 다루고 회의 중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문서 타이핑이나 e메일 첨부파일 확인도 직접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구호기금을 흥정하고, 좋아하는 영화가 ‘지.아이.제인’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의 돌직구 질문도 재밌다. 청렴하다고 알려진 반 총장이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직과 성실로 살아왔다”고 말하자 저자는 “많은 사람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그 때문에 부패하게 된다”며 물러나지 않는다. 24시간 바쁘게 일하는 반 총장을 두고 한국인에겐 ‘레드불’(고카페인 에너지음료)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고 능청도 떤다. 책엔 반 총장의 아내 유순택 여사 인터뷰, 케네디스쿨 스승이었던 그레이엄 앨리슨, 조지프 나이 교수의 인터뷰도 담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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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저성장 극복 위한 해법은?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저자가 한국의 과거 6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15년을 전망했다. 그는 저성장을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했다. 저자의 해법 중 하나는 ‘인센티브’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잘하는 사람과 기업에 보상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고, 그로 인한 소득불균등을 조세와 사회복지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새 정부의 슬로건은 적절하지만 혁신과 창조는 근본적으로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충고도 있다.}

    •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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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보 시장 “위안부 문제, 만화로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 공분할 것”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42km 떨어진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 앙굴렘.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관람객 25만여 명과 기자 800여 명이 방문한다. 올해로 40회째다. 16년 역사를 가진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찾은 필리프 라보 앙굴렘 시장(50)을 15일 부천 만화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의 성공을 ‘시민과 만화가의 우정’이라고 불렀다. 그는 앙굴렘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그가 열 살 때인 1973년 봄 만화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만화가를 초대해 ‘앙굴렘의 만화살롱’ 행사를 연 것이 페스티벌의 시초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을 찾은 100여 명이 마을 식당이나 커피숍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소규모 행사로 기억했다. 살롱 행사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를 만들어 주변에 알리고 출판사도 관심을 가지면서 행사가 점점 커졌다. “과거 앙굴렘은 종이산업이 발달해 출판인이나 예술가가 많이 모여 산 역사적 배경도 성공 요인입니다. 또 시민들도 손님을 맞이하고 알아가길 좋아해요. 페스티벌이 열리면 앙굴렘 주변 150km 근방까지 숙소가 꽉 차는데, 앙굴렘 시민들은 기꺼이 제 집을 방문자를 위해 개방합니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지원도 중요했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당선 이후 앙굴렘을 방문한 인연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광인 자크 랑 당시 문화부 장관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라보 시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앙굴렘에 프랑스 유일의 만화박물관을 세웠고, 박물관이 상징인 동시에 전시 공간 역할을 하자 더 많은 유명 만화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장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앙굴렘 시민들은 시장 선거 때 페스티벌을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할 역량이 있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라보 시장은 어릴 때부터 만화페스티벌을 가까이 보면서 컸고, 중고교 시절 만화대회에 출품한 경력이 있는 만화 팬이다. 그는 “만화페스티벌을 중단할 생각으로 나오는 시장은 절대 당선될 수 없다”며 웃었다. 2008년 시장으로 뽑힌 라보 시장은 부천 같은 해외 만화도시와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그는 “부천 같은 만화도시들이 다같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대단한 일을 벌인 부천에 박수를 보낸다. 어른들도 많이 찾는 축제로 커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앙굴렘에서 한국 만화의 활약도 기대했다. 한국은 2003년 주빈국으로 선정됐고, 올해 1월엔 한국만화특별전 행사도 열었다. 라보 시장은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만화를 영화로 만든 한국이다. 반대로 프랑스 제작자가 앙굴렘에서 만난 한국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앙굴렘을 적극적으로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생애를 만화로 제작해 내년 1월 앙굴렘에 출품할 계획이다. 라보 시장은 위안부 만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위안부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앙굴렘에서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이 알게 될 것입니다. 만화의 목적이 세상을 빛내주는 일인데, 만화로 이 문제를 알려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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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묻혀있던 원작, 한국서 생생히 되살려… 이건 기적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인기를 타고 양갱까지 덩달아 잘 팔리고 있다. 양갱의 생김새가 영화 속 열차 꼬리칸의 하층민이 먹는 ‘단백질 블록’과 닮았기 때문. 이 작품의 만화 원작자들에게 양갱을 아는지 물었더니 스토리를 쓴 뱅자맹 르그랑(63)이 재킷 주머니에서 양갱을 꺼내 보여줬다. 르그랑은 “다른 프랑스 작가가 양갱을 주면서 ‘설국열차를 볼 때 꼭 꺼내 먹어보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를 보면서 먹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손에 양갱을 쥐여줄 정도로 영화가 인기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후 보름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넘어섰고,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재출간된 원작 만화도 열흘 만에 1만5000부가 팔렸다. 영화에 담지 못한 꼬리칸 이야기를 담은 윤태호 작가(44)의 웹툰 ‘설국열차: 프리퀄’은 영화 개봉일에 연재를 시작해 1, 2회분을 합쳐 조회수가 800만을 넘었다. 1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원작 만화 ‘르 트랑스페르스네주’의 스토리 작가 르그랑과 그림을 그린 장마르크 로셰트(57), 윤 작가, 그리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함께 만나 한국 만화의 발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만화 이야기의 힘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을 어떻게 보나. ▽로셰트=이렇게까지 성공할지 몰랐다. 30년간 묻혀 있던 작품이 프랑스도 아닌 한국에서 성과가 나와 정말 놀랍다. 그냥 뿌려놓은 씨앗이 크게 자란 느낌이다. ―1970년 시작한 만화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바뀌기도 했는데, 어떻게 작품을 이어 나갔나. ▽로셰트=이야기를 잇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다가 SF 작품을 많이 해온 르그랑에게 연락했다.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메타포적 동화를 쓰려고 했다. ▽르그랑=첫 권에서 등장인물이 대부분 죽었다. 고민 끝에 제2열차를 구상하고 새로운 인간 군상을 그렸다. 설국열차끼리 부딪칠 수 있다는 갈등 요소를 만들어내니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 작업에도 참여했나. ▽로셰트=봉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화가 캐릭터를 그림을 그리는 기자 정도로 생각했다. 내가 화가로 하자고 제안하니 그가 수락했고, 내가 영화 속 그림을 직접 그렸다.(극중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화가’의 손은 로셰트의 것이다) ―유 장관과 윤 작가는 만화, 영화를 어떻게 봤나. ▽유=만화와 영화, 웹툰 모두 우울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만화가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윤=만화와 영화 모두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적 정서를 담은 영화가 조금 더 알기 쉬웠다. ―영화는 만화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내용이 상당히 다른데, 원작자 입장에선 서운하지 않나. ▽로셰트=영화는 서사적이고 만화는 시적인 부분이 있어 100% 영화로 옮기기 어려워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전혀 아깝지 않다. ▽윤=만화가는 자기 세계를 만화로 이미 증명했다. 만화와 다르게 영화에서 각색되는 건 감독의 몫이고 전혀 아쉽지 않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설국열차에 오르겠나. ▽르그랑=내가 조금 젊었다면 설국열차에 올라서 많은 사람과 여러 일을 도모하지 않을까. ▽로셰트=얼마 전 알프스에 다녀왔다. 눈을 좋아하는데 지옥 같은 열차에 타느니 눈 위에 서서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는 편이 낫겠다.○ 한국 만화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한국 만화를 접한 적이 있나. 특히 웹툰을 본 적이 있나. ▽르그랑=프랑스 서점에 처음엔 일본 ‘망가’가 많았는데 요즘엔 망가가 주춤하고 한국 만화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에서 ‘설국열차’를 출판한 카스테르만에서도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작품을 출판하고 있다. 한국 만화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로셰트=독일 베를린에 사는데 젊은 작가가 웹툰이라는 게 있다고 알려줘 최근에 알았다. 윤 작가가 그린 ‘설국열차’ 웹툰을 봤는데 그림이 생동감 있었다. 특히 조회수가 몇 백만이던데 책도 그만큼 팔리면 좋겠다. ▽윤=영화가 원하는 웹툰을 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봉 감독과 미팅을 여러 번 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설의 틀’을 준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유=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때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해 유럽에 한국 만화를 알렸다. 이후 조금 주춤했지만 웹툰으로 다시 부흥하는 분위기다. 해외에 만화를 알리려면 번역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엉망인 번역도 많았다. 만화의 간결한 구어체를 잘 살릴 만화 전문 번역가를 육성하는 데 힘쓰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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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년 조선총독부 항복 조인식 인천서 열릴 뻔?

    1945년 9월 9일 오후 4시경 서울 조선총독부 중앙회의실. 아베 노부유키 조선총독은 미군 제24군단 존 하지 중장, 제7함대 T C 킨케이드 해군제독 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곧 일본의 8·15 항복 이후에도 총독부 건물에 걸려 있던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걸렸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나고 미군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날 항복문서 조인식 장소가 경성 조선총독부가 아니라 인천에 정박해 있던 7함대 선상에서 열릴 예정이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13일 전북 완주군 완주 책박물관(관장 박대헌)은 1945년 9월 9일 작성된 영어판 항복문서 사본과 타자기로 타이핑한 것으로 보이는 항복문서 초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항복문서는 일본어판의 존재만 알려져 있었다. 항복문서 초안은 첫 공개다. 영어판 항복문서에는 38도 이남 일본군의 무조건 항복과 함께 통치 권한을 연합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천 도착 전 함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항복문서 초안은 일부 미세한 표현 차이가 있을 뿐 서명된 문서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서명 장소가 ‘서울’이 아닌 ‘인천’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7함대 군함 20여 척을 몰고 인천에 왔기 때문에 그 위세를 과시하려고 인천으로 부르려고 했을 것이다. 당시 인천에 있던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해방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도 담았다. 짐작하건대 당시 건강이 나빠져 거동이 불편했던 아베가 인천까지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일 일본에서 이뤄진 항복 서명도 도쿄만 요코하마에 정박 중이던 미군 전함 미주리호 선상에서 이뤄졌다. 다른 전문가는 “아마도 패전국인 일본이 먼저 미국에 예우를 다하려고 먼저 인천으로 가겠다고 청한 것 같다. 다만 미군이 어차피 서울로 들어가야 하니 편의상 그곳에서 하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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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설국열차’는 어떻게 영화가 됐을까

    무더운 여름, 만화 축제에 풍덩 빠져 더위를 식혀보자.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14일부터 18일까지 경기 부천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선 만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비밀스러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축제의 주제도 ‘이야기의 비밀’이다. 부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선 ‘이야기의 비밀’ 주제전시가 열린다. ‘설국열차’ ‘미생’ ‘제7구단’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등 인기 만화의 제작 과정과 영화나 다른 장르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의 창작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만화 초고, 콘티 그림과 작가의 상상력을 일깨운 물건도 공개된다. 15일엔 ‘이야기의 비밀’을 털어놓는 손님이 축제를 찾는다. 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원작 만화의 작가인 장마르크 로셰트, 뱅자맹 르그랑이 만화박물관에서 만나 설국열차를 영화로 만든 이유, 영화로 구현하는 과정, 영화에 빠진 만화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성 작가에 관심이 많다면 ‘한여름 밤의 메르헨’ 전시관에 가보자. 국내 여성 만화가 71명이 세계 명작 동화를 재해석한 일러스트를 전시한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꾸미는 ‘코스튬 플레이’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만화박물관 앞 특설페어관에서는 해외 작가를 만날 수 있다. 2009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 전이 열린다. 15일엔 비베스가 드로잉쇼를 선보이고 사인회도 연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해외작가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특별전도 열린다. 부천시청에선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그랑프리상과 특별상 수상작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시민 참여행사도 부천 곳곳에서 열린다. 코스프레 최강자 대회, 인기 작가 사인회, 만화캐릭터 퍼레이드 등이다. 개막을 앞두고 사전 마감된 행사가 많아 미리 문의해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032-310-3071, www.bicof.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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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책 권하는 유치장… 그곳에서 마음의 눈을 뜨는 사람들

    ‘책 권하는 유치장’이 있다고 해서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취재 목적으로 유치장 안에 들어가는 것은 규정상 금지돼 있어 경찰서 내 유치장 폐쇄회로(CC)TV로 안을 살펴봤다. 한 30대 남자 유치인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책 제목이 화면에 보이지 않아 경찰에게 물어봤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 읽기’. 책을 읽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한다. 유치인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까지 유치장에 머문다.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압박, 뒤늦은 후회, 세상에 대한 분노로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유치인들은 억지로 잠만 청하거나 멍하니 TV만 본단다. 올해 3월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유치관리계 직원들은 국내 경찰서로는 처음으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매달 중순 영등포구 공공도서관을 찾아가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30권을 빌려와 유치장에 비치한다. 유치인에게 읽고 싶은 책을 물어 빌려오기도 한다. 영등포구청도 경찰서와 협약을 맺고 기꺼이 책을 내줬다. 하해룡 유치관리계장은 “유치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잠재적 범죄성향을 억제할 방안을 고민하다 책을 택했다”고 밝혔다. 도서 비치 이후 유치장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4월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힌 40대 후반의 전과자는 “인생이 끝났다”며 이틀간 밥도 먹지 않고 우울해했다. 백성현 경위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를 그에게 건넸다. 책을 읽기 시작한 다음 날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책 잘 봤다. 고맙다. 교도소에 가지만 똑바로 살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5월 특수절도를 저지른 10대 남학생은 유치장에서 심심하다고 떼를 썼다. 도은경 경장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권했다. 독서와 담을 쌓았던 10대는 시큰둥하게 책을 받더니 나중엔 “책이 재밌다”며 메모까지 해가며 열심히 읽었다. 한 20대 유치인과 짧은 필담을 나눴다. ‘책을 읽으니 어떤가’ 물었더니 답은 이랬다. “안에서 책을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여기서 많은 책을 보고 마음을 안정시켜 보겠다.” 책 한 권이 사람을 단박에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유치인들이 ‘유치장 독서’를 시작으로 책 읽는 재미에 빠진다면 나쁜 생각을 할 시간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영등포경찰서 유치관리계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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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로스차일드家 막둥이, 페트병 배 타고 태평양 건넌 까닭

    세계 최고 부자 가문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家).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음모론도 끊이지 않았다. 세계 금융을 장악한 유대계 로스차일드 가문이 각국 정상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음모론이 틀렸나 보다. 이 가문의 막내아들이 해양 오염 문제에 눈을 떴지만 정작 각국 정상을 조종할 힘이 없는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달라고 호소하며 페트병으로 만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니. 부잣집 막내아들의 ‘철부지 모험’으로 보기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193cm의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의 저자(아래사진)는 유명한 환경 모험가다. 그는 2005년 환경탐험단체 ‘어드벤처 에콜로지’를 조직하고 다음 해 러시아를 출발해 캐나다를 목표로 100일간 북극을 횡단했다. 탐험은 급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 앞에서 중단됐지만 그는 영감을 얻었다.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자신의 북극 횡단을 응원하는 모습을 본 것. 단순히 사람들에게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넘어 지구의 연약함에 공감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그가 만든 방정식은 이렇다. ‘꿈은 모험을 위한 기반이며, 모험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야기는 더 많은 꿈의 씨앗을 뿌리는 영감의 뿌리인 것이다.’ 어디로 탐험할까 고민하던 저자의 눈에 유엔환경계획의 ‘심해와 공해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보고서가 들어왔다. 바다 위 km²당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1만7800개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해양오염 실태를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저자는 페트병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무모한 도전’을 결심했다. 별난 사람, 별난 모험에 익숙한 현대인도 페트병을 타고 바다를 건넌다는 말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디자이너와 선박 설계사의 도움으로 페트병 1만2500개를 부력으로 삼는 쌍동선을 만들었다. 단단한 껍질 속에서 구획을 나눠 탄력을 유지하는 석류 열매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험의 목적을 알리려고 페트병을 밖으로 보이게 디자인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 나중에 크게 고생했다. 얇은 플라스틱을 샌드위치처럼 겹쳐 만든 신소재 세레텍스로 선루를 완성했고 나무 열매와 설탕으로 만든 접착제로 플라스틱을 이어 붙였다. 배 이름은 플라스티키(Plastiki)라고 붙였다.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위에르달이 1947년 중남미에서 자라는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 콘티키(Kon-Tiki)호를 타고 페루를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 제도에 도착한 것에서 따 왔다. 든든한 동지들도 모였다.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여성 조 로일 선장, 전문 항해사 출신 데이비드 톰슨, 헤위에르달의 손자인 올라프 헤위에르달, 다큐멘터리 제작자 베른 몬과 맥스 조던, 인터넷 사이트 트리허거 창립자 그레이엄 힐, 사진작가 루카 바니니로 팀이 꾸려졌다. 2010년 3월 20일 플라스티키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다. 이후 여정을 보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하고 있는데 당신네들은 플라스틱을 마구 쓸 거냐”고 꾸짖는 듯하다. 거대한 파도에 흠뻑 젖은 채 배(6m×18m)에 있으면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는 양말짝 같은 기분’이 든단다. 뱃멀미와 탈수증에 시달리다가 차라리 바다로 뛰어들어 비극을 끝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높은 파도와 바람 속에 난파될 위험에 처하고, 플라스티키를 위협하며 지나가는 화물선의 공포에 시달리기도 했다. 몬은 사랑하는 아내의 출산을 화상전화로 지켜봐야 했다. 저자를 진정 가슴 아프게 한 것은 ‘푸른 사막’으로 변한 바다다. 매년 플라스틱 오염으로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와 100만 마리의 바닷새가 목숨을 잃는다. 콘티키 항해 때는 해양 생물들이 반겨 줬지만 60년이 지난 뒤 플라스티키 항해엔 플라스틱 쓰레기만이 눈에 들어왔다. 독자도 억만장자의 흥미진진한 모험 사진을 넘기다가 위장에 플라스틱을 가득 채운 채 굶주려 죽은 바닷새 사진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저자는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페트병도 위험하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이 풍화작용으로 작은 조각으로 변해 독성을 내뿜고 해양 생물의 호르몬 작용을 방해한다. 이미 바다는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수거해서 해결될 수준보다 심각하다. 이 책은 호주 시드니 항에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2010년 7월 26일 입항하는 것으로 끝난다. 129일 동안 1만4800km를 평균 3.7노트(시속 6.8km)로 달려왔다. 해상 인터뷰만 50회, TV와 라디오에 200회, 언론 지면에 300회 이상 보도됐다. 플라스티키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가 구글에만 80만 개가 떴다고 하니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 언론의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책의 국내 출판이 의미가 있으려면 우리 안에서 실천이 있어야 한다. 플라스티키의 맹세를 따라해 보자. “나는 플라스틱 페트병 사용을 중단하고 개인용 물병을 갖고 다닐 것을 약속합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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