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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을 너무 폭넓게 해석해 직권상정하는 건 옳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문제 조항을 지적했다.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법정 처리 시한 하루 전(12월 1일)에 자동 부의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의 시한에 걸려 야당이 예산 심의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개정 시도에 대해 “우리 정치 수준을 퇴보시키려는 시도가 민망하고 한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쟁점 법안의 본회의 처리 시 재적 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구하도록 못을 박은 조항을 문제 삼은 새누리당을 정조준한 것이다. 여야는 2012년 선진화법을 도입하면서 여당은 ‘예산안 처리’, 야당은 ‘법안 처리’ 관련 협상에서 각각 유리한 조항을 주고받았다. 예산 자동 부의 조항은 여당에, 쟁점 법안의 ‘5분의 3’ 룰은 야당에 유리한 것이었다. 새정치연합 박기춘 전 원내대표는 선진화법의 두 조항을 다 손보자고 주장했는데 이 원내대표는 야당에 불리한 것만 문제 삼은 것이다. 그래서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우리가 여당이 될 수도 있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안 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박기춘 의원(국토교통위원장·사진)은 31일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어려운) 똑같은 사안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이 최근 선진화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개정 논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가운데 야당에서도 개정 목소리가 처음 나온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내에선 선진화법에 대해 ‘절대 협상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지만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의 폐해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고 있지만 박 의원은 야당이 이득만 본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같은 인사문제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며 “많은 국민이 반대하면 의원 130명이 (본회의장 점거 등) 몸으로라도 막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향후 진통이 예상되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서도 “의장이 직권상정하면 다수당이 일방통행해도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예산안 자동 부의’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시간을 끌며 버티면 야당이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선진화법은 12월 1일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하면서 예산안 협상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정보 및 수사기관이 합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는 법안이 1일 국회에 제출된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고 불법 감청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간사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31일 “이동통신사가 의무적으로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이미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관련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감청 영장을 갖고도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이통사에 휴대전화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장비 설치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이통사가 이를 거부하면 1년에 한 차례씩 매출액 3%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개정안은 감청의 목적을 ‘범죄수사’와 ‘국가안전보장’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감청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통신제한조치 감시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했다. 이 밖에 단말기에 녹음·저장된 통화 내용을 다른 사람이 듣거나 녹음하는 행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감청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통신감청기록의 수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기관의 불법감청 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수사기관의 불법 감청이 빈번히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미방위에 계류 중이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이통사를 감청 부속기관으로 동원하려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이 또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밤늦게까지 마라톤협상을 했지만 국회법 개정안 합의문이 불씨가 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합의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터져 나오면서 본회의 개최가 벽에 부닥친 것이다. 이 때문에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릴 뻔했던 5월 임시국회는 이날 오후 11시 57분 여야가 회기 연장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하루의 시간을 더 벌게 됐다. 여야는 29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야는 오후 4시경 시작된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에서 가까스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의원총회를 마친 뒤 재협상을 하지 않고 시간 끌기에 들어가는 등 막판 진통을 겪었다.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관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연계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볼모로 삼았고 여당은 청와대를 의식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2+2 회동’에서 접점 찾은 여야 여야 원내 지도부는 협상 타결이 지연되자 회기를 29일까지 연장해 새벽까지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1년으로 명시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실제 구성된 시점(3월)부터 1년으로 하도록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날 여야는 협상에서 국회 운영위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등과 관련해 국회법을 개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부가 법률안의 취지와 어긋나는 시행령을 제정할 경우 상임위원회가 내리는 시정조치에 강제성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처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국회법 개정안 수정을 조건으로 원내대표에게 일임했다. 야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 조사1과장을 현행 검사 서기관 대신 민간인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최종 결정은 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소속 농해수위 의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대한 설득을 하겠다며 중재를 약속했다고 한다. ○ 국회법 개정 놓고 與 반발 잠정 합의안을 두고도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오후 7시 15분경 시작한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김진태 의원 등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삼권분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또 여당 의원들은 합의안 조항 중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수정·변경을 요구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서 ‘지체 없이 처리’라는 문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끼리 아무리 합의해서 가져와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률 전문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수석전문위원들이 얘기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며 “법사위에 (판단을) 맡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새정치연합 “재논의 거부” 반면 새정치연합 의총은 큰 이견 없이 1시간여 만에 끝났다. 한 최고위원은 “농해수위에서 우리의 요구안이 반영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부분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당이 사실상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자 야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 토론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기다리는 많은 국민의 여망을 생각해서 여야 합의안을 통과시켰다”며 “국회가 국회 고유의 권리와 책임인 입법권을 제대로 세우자고 하는 여야의 이 합의사항에 도대체 새누리당은 무엇이 불만인지 납득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부당한 행정입법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는 건 야당이 하는 게 아니라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여당이 야당에) 이것을 핑계로 내세우는 건 결국 (합의)하기 싫다는 말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우리는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한 자라도 변경사항이 있으면 법사위를 못 연다”고 엄포를 놓았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경석·이현수 기자}

“국민과 당원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을 사람이 필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사진)은 28일 기초단체장과의 정책협의회에서 혁신위 구성원에 대한 요건을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 혁신안을 묵묵히 만들어 갈 사람이 혁신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혁신위 구성원은 내년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각오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게 ‘공천권 포기’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계파 갈등을 해소하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당은 국회의원 개인이 아닌 모든 당원의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누가 혁신위에 들어가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혁신위에 원내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후 정청래 의원의 ‘공갈 막말’ 이후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을 만나 최고위원직 복귀를 요청했다. 당 윤리심판원이 정 의원에게 최고위원 자격정지 1년의 징계 조치를 취한 만큼 돌아올 명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와 30분간 만났고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고 전했다.배혜림 beh@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7일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을 맡은 의원 9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혁신위원회 출범에 맞춰 당직자의 면면을 일신하는 모습으로 호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우리 당의 수습과 쇄신을 위해 정무직 당직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며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더 쇄신하고 더 탕평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기득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주요 당직에 비노계 의원들이 전진 배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좌우할 사무총장에는 박지원계인 박기춘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이날 김한길 전 대표는 문 대표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참석한 ‘을지로위원회 활동 2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4·29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 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이 지금의 혁신일 것”이라며 “일부에서 ‘반성, 성찰, 책임이 갑자기 혁신위라는 이름 아래 실종돼 버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다뤄야 할 혁신의 최우선 과제는 이겨야 하는 선거를 진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고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공개 성명서와 페이스북 등으로 설전을 주고받은 뒤 처음 만난 문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어색한 악수만 나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내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확인된 지 일주일 만에 환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첫 번째 감염자인 A 씨(68)를 진료했던 의료기관의 의사 E 씨(50)가 26일 발열 증세를 보여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E 씨는 17일 병원을 찾아왔던 A 씨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 세계 6위…안이한 대응 지적 잇따라 중동 외 국가 중 메르스 환자가 5명 이상 나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보다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 요르단(19명), 카타르(12명), 이란(6명) 등 5개국. 이에 따라 ‘전염성이 약하다’고 강조했던 보건 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11일부터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인 A 씨가 메르스 발병 지역을 다녀왔다는 것을 19일에서야 파악한 게 문제다. 이는 증세가 심한 호흡기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위험 지역’을 다녀왔는지 여부를 초기부터 파악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 씨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자가 격리도 느슨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E 씨가 자가 격리 과정에서 부인, 딸과 같이 지낸 것을 고려할 때 가족 중 추가 감염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지만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사실상 지역사회로 메르스가 퍼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부실한 초기 대응을 두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국내 환자 발생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복지부가) 앉아서 뭉개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전문가 회의를 열고 발열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일부 격리 대상자는 음성으로 나타나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자가 격리 중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F 씨(46·간호사), G 씨(34·세 번째 감염자인 C 씨의 병실 접촉자), H 씨(31·의사), I 씨(29·의사) 등 4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정읍에서는 알제리에서 4개월간 체류한 뒤 23일 귀국한 J 씨(25·여)가 가벼운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알제리에서 중동지역(카타르)을 경유해 들어왔다’고 신고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J 씨가 발열 증세가 없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J 씨가 메르스 의심 신고를 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 후에야 J 씨를 격리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직접 찾아와 신고를 한 사람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황형준·이설 기자}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킨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사진)이 26일 당직 자격정지 1년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최고위원과 서울 마포을 지역위원장 등 당직 활동은 정지되지만 당원 자격은 살아 있어 내년 총선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다.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원장 강창일)은 이날 징계회의에서 두 차례 비밀투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윤리심판원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위원 9명의 무기명 투표에서 ‘당직 자격정지’ 1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선 만장일치로 ‘자격정지’ 처분에 찬성했다. ‘당직 자격정지’와 ‘당원 자격정지’를 결정하는 2차 투표에서 위원 6명의 찬성으로 당직 자격정지 1년이 결정됐다. 당규상 징계는 △경고 △당직 자격정지 △당직 직위해제 △당원 자격정지 △제명 등 5가지다. 징계 수위로는 두 번째로 가벼운 징계다. 당원 자격정지는 당원으로서의 권리가 정지되고 공천에서 배제되는 요건에 해당되지만 당직 자격정지는 당직만 일시 배제하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지역위원장직이 정지된 정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 심사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의원의 공갈 막말을 들었던 주승용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선처해 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징계가 센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너무 과한 징계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비노(비노무현)계 의원은 “정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인한 당의 손실에 비춰 보면 가벼운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던 김동철 의원은 “(출당 조치가 없으면 결단하겠다는) 제 입장은 이미 전달했다”며 “(결단에 대해) 계속 고심 중”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최고위원에서 사퇴한 주 의원에 이어 정 의원의 당직이 정지되면서 새정치연합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사흘 앞둔 25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 의사일정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를 위한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문제가 막판 걸림돌이었다. 5월 2일 여야 지도부가 한 차례 합의했지만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문제에 청와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새정치연합은 문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다른 법안들을 처리할 수 없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전자결재를 거부해 12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던 54개 법안을 문 장관의 거취 문제와 사실상 연계하겠다는 것. 새정치연합 이춘석 수석부대표는 “문 장관이 잘못된 통계 수치를 언급해서 여야 합의안을 깨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공적연금 강화 특위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문 장관의 사퇴는 별개 사안”이라며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수석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뒤 “지난번에도 야당의 요구로 복지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이) 하루 종일 문 장관을 상대로 질의했지만 국민들 보기에 문 장관의 잘못이 없었다”며 “문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응할 사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5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오늘 상황으로는 솔직히 28일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50%도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 장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받을 만한 절충안을 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원내 핵심 관계자도 “(문 장관의 사퇴에 대한) 이종걸 원내대표의 뜻이 강경하다”며 “여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한 차례 합의를 무산시킨 상황에서 또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미룰 경우 여론의 비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막판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한 뒤 26일 오후 다시 만난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관련 절충안 등을 담은 공적연금 강화를 논의할 사회적 기구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안을 타결할 예정이다. 홍정수 hong@donga.com·황형준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2주 전부터 노무현 재단 측과 6차례 넘게 일정을 협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23일 추도식에서 김 대표를 향해 “불쑥 참석했다”고 포문을 연 뒤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일제히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5일 새누리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노무현재단 측은 12일 김 대표의 일정 추진을 담당했던 새누리당 경남도당 측으로부터 김 대표의 추도식 참석을 통보받고 세부 시간 계획 등을 조율했다. 앞서 재단 측은 김 대표에게 추도식 참석 요청 공문도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18일 사전 답사를 위해 노 전 대통령 묘역 방문을 요청했고 19일 재단 측 인솔자와 함께 묘역을 찾아 행사장 좌석 배치를 비롯해 동선 등을 확인했다. 재단 측 관계자는 “사전 협의를 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추도식 참석 소식을 알린 뒤 사전 답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했지만 이미 12일부터 양측의 의견 조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추도식 논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추도식) 관련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며 “(추도식 관련) 이야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언론을 보고 (김무성 대표가 오는지) 알았다”며 “서거일 2, 3일 전까지 언론에만 (추도식에) 간다고 얘기하고 (참석할) 확률이 높다고 했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여성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추도식 당일 행사 직전 여성 의원들과 티타임을 하면서 ‘연락도 없이 온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황형준 기자}
‘독배(毒杯)일까 성배(聖杯)일까.’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독배인 줄 알면서도 당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수락했다는 뉘앙스로 24일 수락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김 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 직을 맡음으로써 그 나름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영광의 잔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재선 교육감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했지만 무상버스 공약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경선에서 탈락했다. 한 달여 뒤 치러진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수원 권선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은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 공천했다. 올해 4월 성남 중원 보궐선거 출마도 저울질했지만 당의 경선 방침 결정에 불출마했다. 원내 진입을 위한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는 것을 두고 “당내 기반이 없어 견제를 받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이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한 성배일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일각에선 광주 출신의 김 전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 관계자는 “중진 용퇴와 호남 물갈이 등 요구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혁신’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며 “호남 출신의 차기 대권주자로도 발돋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이미 김 전 교육감 진영에서는 2012년부터 ‘대망론’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육감 측 관계자는 25일 “개인적 입지의 문제는 배제하고 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 국회의원 보좌진은 ‘양날의 칼’에 비유된다. 자신이 맡은 정부부처의 정책이나 법안을 국회의원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관련 지식은 깊이가 있고 상황 파악에도 뛰어나다. 국회의원 상당수는 보좌진이 내놓는 법안이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른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을 검토하고 서명하는 일도 사실상 보좌진의 ‘입김’에 좌우된다. 그러다 보니 각종 이익단체가 원하는 법안이나 정부의 우회입법 제안도 의원보다 보좌진에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좌진은 정부 정책과 예산 편성을 감시, 감독하는 입법 전문가로 ‘팔리아크라트’(parliament+bureaucrat·국회+관료의 합성어)로도 불린다. 반면 의원의 종복으로 불법도 서슴지 않는 자세가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보좌진 20명과 보좌진 출신 의원을 심층 인터뷰해 명과 암을 짚어봤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 3인방….’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 실세’로 불린 이들의 공통점은 ‘국회 보좌진 출신’이라는 점이다. 많은 정치인이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현행 정치 구조상 국회 보좌진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청와대에서 근무한다. 실제 보좌진 출신 정치인도 17대 국회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같은 전현직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국회 재적의원 298명 중 26명이 보좌진 출신이다. 국회 보좌진은 정치권에서 ‘입법권력 시대의 숨은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에 따른 긍정론과 부정론도 갈리고 있다.○ 정책 전문가 vs 가신(家臣)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그게 바로 보좌관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상원의원 보좌관은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이렇게 말한다. 실제 많은 보좌관이 이 말로 보좌진직의 ‘비극적 운명’을 설명한다. 대부분의 보좌진은 의원과 맺는 주종 관계와 입법부의 정책 전문가라는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책 전문성보다 충성심이 때론 더 중요한 업무 특성이기 때문이다. 전직 비서관 출신 A 변호사는 “입법 전문가를 꿈꾸고 들어왔지만 의원이 원하는 건 능력보다는 집사 같은 태도가 먼저였다”고 털어놨다. B 보좌관은 “민원 담당이나 사적인 비서 역할부터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직간접적으로 강요받기도 한다”며 “민원인들에게 의원 대신 욕도 먹어야 하고 ‘총알받이’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가신이 된 만큼 그에 걸맞은 요구도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C 보좌관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의원 후원금을 내달라는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출판기념회를 열기 어려워져 후원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의원이 다른 의원실과 비교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후원 요청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D 보좌관은 “암묵적으로 지역구로 주소를 옮기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내 가족의 얼마 안 되는 표라도 (이사를 해서) 정성을 보이라는 거여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은 ‘정무직 공무원’의 불안한 고용구조에서 기인한다. 임면권자인 의원의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란 말 한마디면 바로 백수가 된다. 전형적인 비정규직이다. 지난해 12월 당시 비서관 E 씨는 의원에게서 “1월 말까지만 근무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E 씨는 “선거 때 도와준 인사에게 ‘보답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의원이 해직 이유를 설명했다”며 “그나마 한 달가량 여유를 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라고 씁쓸해했다. 국회 보좌진은 언제 어느 때든 의원의 마음이 바뀌면 자리를 내줘야 하는 신세라는 것이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 따라 국회 보좌관의 희비도 엇갈린다.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의원의 정치 생명과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치르면서 소송에 얽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F 보좌관은 지난해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모시던 의원의 경쟁자였던 같은 당 G 의원을 공격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자신의 의원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소송에 도움을 준 일은 없었다. F 보좌관은 다른 의원실로 이직할 때 G 의원의 입김으로 하루 만에 퇴출당하기도 했다.○ 정무와 정책의 ‘보이지 않는 손’ 2012년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도 보좌진의 손을 거쳤다. 당시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의 손낙구 보좌관이 정시 퇴근제와 여름휴가를 2주로 늘리는 ‘집중휴가제’ 등 정책을 만들었고 김계환 비서관이 문구를 정리한 것이다. 손 보좌관은 “시대가 변하면서 보좌관의 위상도 달라졌고 요즘은 의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좌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과 입법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부심도 매력이다. 16년 경력의 김영재 보좌관은 10년째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담당한 산업통상 분야 전문가다. 김 보좌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먼저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자기가 일한 성과들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보좌진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의원을 대신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다시 의원으로부터 위임받은 셈이다. 보좌관 출신의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결정은 의원이 최종적으로 하지만 선택지를 올리는 것은 보좌진”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보좌진의 가치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무와 정책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회 보좌진이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높아지는 보좌진의 스펙이 이를 방증한다. 2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휴직자 13명을 제외한 4∼9급 보좌진 2035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32명(1.6%), 석사학위 소지자는 344명(16.9%)이다. 298명의 의원실 10곳 중 1곳은 박사 보좌진이 근무하고 의원실마다 석사 보좌진이 근무하는 셈이다. 변호사, 노무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소지한 보좌진도 30여 명으로 추정된다. 23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17대 국회부터 변호사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 보좌진의 스펙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10년 이상 장기 근무하는 ‘베테랑’ 보좌진도 늘었다. 보좌진 2048명(휴직자 13명 포함) 중 303명(14.7%)이 10년 이상 근무했다. 공무원연금 대상인 20년 이상 재직자도 21명이나 됐다.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은 보좌진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17대 국회에서 6387건에 불과하던 의원입법은 18대 1만2220건, 1년가량 남은 19대 국회에서는 1만3622건으로 크게 늘었다. 외형적으로나마 국회의 입법 활동이 활발해진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홍정수 hong@donga.com·황형준 기자}
15∼18대 국회 보좌관을 지낸 뒤 2013년부터 정보기술(IT) 기업 대관팀에서 일하고 있는 A 씨(43). 그의 회사는 최근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쇼핑 관련 사업을 계속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A 씨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B 의원실의 옛 동료 보좌관에게 부탁해 장관 질의 내용을 미리 만들어줬다. B 의원이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해당 부처 장관이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일은 술술 풀렸다. 움직이지 않던 부처 실무자들이 규제 완화를 서둘렀다. 이처럼 국회 보좌진 출신들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국회 대관업무 담당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R전략실, 대외협력팀 등의 부서에서 활동하며 법률과 예산 등에서 자기 조직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 보좌진 출신을 많이 스카우트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겹친 2012년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은 국회 보좌진 출신을 대거 채용하며 대관업무팀을 강화했다. 정치권에 각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고 정보를 입수해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국회의원을 움직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유리하게 풀어내거나 불리한 이슈에는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국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평소 다양한 방면에서 관계를 다지고 있다. 보좌진 출신의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밥과 술을 사는 ‘스폰서’ 역할을 하거나 의원을 후원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명절 선물과 경조사 챙기기는 기본이고 상품권 등으로 성의 표시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회의원의 입법·정책 활동과 대정부 견제 등 국회 기능의 제고를 위해….” 2010년 2월 18대 국회에서 5급 비서관 한 명을 증원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걸었던 이유다. 이로써 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2명) △5급 비서관(2명) △6, 7, 9급 비서(각 1명) 등 별정직 공무원과 인턴 2명 등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겼다. 5년이 지난 현재 입법 취지와 무관한 일을 하는 비서관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의원들이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에게 5급 비서관 직위를 주거나 지역구 관리를 맡기는 경우까지 생겼다. 한 의원은 “운전기사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직종이고 나이가 다른 보좌진보다 많아 5급을 주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배경에는 말 못할 이유가 있다. 한 보좌관은 “보통은 운전기사에게 6, 7급 비서직을 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4급 보좌관이나 5급 비서관이 수행업무를 맡고 있다면 의원과 특수 관계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운전기사는 의원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다니며 누구를 만나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어 그만큼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여러 정치인의 금품수수 의혹은 운전기사나 보좌진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올해 2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배우자와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을 발의했다. 올해 초 일부 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썼다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A 의원의 아들은 차명으로 4급 보좌관 행세를 하다 물의를 빚었다. 새정치연합 B, C 의원은 각각 자신의 의붓아들과 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D 의원은 외가 친척 2명을 각각 6, 7급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살을 샀다. A, B, D 의원은 즉각 자녀와 친척을 해임시켰지만 C 의원은 3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동생 비서관’을 교체했다. 새정치연합의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에는 ‘국회가 보좌직원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책정한 급여를 다른 목적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등록은 돼 있지만 실체는 없고 급여는 의원이 챙기는 ‘유령 보좌진’의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국회 보좌진의 채용에 대한 감독기관이 없자 입법기관이 편법을 쓰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좌진 채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관식 국민대 겸임교수(정치학)는 “보좌진을 국회의원 개인이 채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보좌진들이 의원실 소속이 아닌 사무처 소속으로, 상임위별로 뽑는 ‘보좌진 풀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원이 낙선하더라도 해당 보좌관을 국회가 관리하며 다음에 들어오는 의원과 일할 수 있도록 하면 대행정부 감시능력 등 보좌관들 개개인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고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택 연세대 북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의원 개개인별로 인터넷에 공채 전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정수 기자}
“대한민국 행정부는 국회라는 슈퍼갑(甲)의 횡포로 마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제주 제주을)의 지역 민원을 들어주지 않자 의원실 보좌관이 담당자에게 두 달간 716건의 ‘폭탄 서면 질의’를 요구하는 식으로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보복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기재부가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해 추가 질의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국회의 힘이 세지면 보좌진들의 갑질도 심하다”고 호소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과거엔 국회 보좌진과 부처 직원 사이에 상호 존중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일부 보좌진이 고압적인 자세로 자료를 요구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또 다른 인사는 “공무원들이 행정 분야에선 나름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보좌관들이 무조건 ‘내 말이 옳다’며 으름장을 놓곤 한다”며 “행여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국회로 호출하는 탓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보좌진들은 정부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갑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 보좌관은 “실무자들이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면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을 호출한다”며 “협조가 잘 안 될 경우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식으로 ‘길들이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정부에서는 내놓기 싫어하는 자료를 불법만 아니면 어떻게든 받아내야 되는 게 능력 있는 보좌진”이라며 “공무원들이 각종 핑계를 대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윽박지르거나 협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핫라인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고 발생 80여 일 만에 생생하게 공개된 육성에 국민들은 분개했다. 이 과정에서도 보좌관들은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 해서 해경의 자료를 받아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보좌관과 적정선에서 타협하기도 한다. 한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소관 상임위 활동을 오래한 보좌진과는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의원실의 지역구 민원을 들어주는 등 협조를 해준다”고 귀띔했다.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명절이면 담당 기관 등에서 보낸 선물들이 의원실 앞에 쌓인다. 국정감사 때는 의원실에 간식을 돌리기 위해 순회하는 피감기관 직원들도 눈에 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을 추진할 혁신기구의 수장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사진)을 만나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했지만 김 전 교육감은 “주변 인사들과 상의하고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안철수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에 이은 세 번째 카드마저 무산될 경우 내홍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문 대표가 전날 밤과 오늘 낮에 두 차례 단독 회동을 갖고 위원장직을 제안했다”며 “김 전 교육감이 문 대표에게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지 계속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에서 김 전 교육감과 조 교수가 혁신기구 공동위원장을 맡는 ‘투톱’ 체제 가능성도 나왔지만 결국 ‘김상곤 원톱’ 체제로 정리가 됐다고 한다. 김 전 교육감은 이날 문 대표에게 “24일 오전까지 확답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교육감 측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국회 경험이 없는 김 전 교육감이 당내 혁신을 위한 ‘칼잡이’ 역할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김 전 교육감을 추천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원이고 비교적 원내 과정도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며 힘을 실었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교육감 대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올해 3월에는 문 대표로부터 4·29 재·보궐선거 경기 성남 중원 경선에 참여할 것을 요청받기도 했지만 고사했다. 지역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을 추진할 혁신기구의 수장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공식 제안했지만 김 전 교육감은 “주변 인사들과 상의하고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안철수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에 이은 세 번째 카드마저 무산될 경우 내홍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문 대표가 전날 밤과 오늘 낮에 두 차례 단독 회동을 갖고 위원장직을 제안했다”며 “김 전 교육감이 문 대표에게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지 계속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에서 김 전 교육감과 조국 교수가 혁신기구 공동위원장을 맡는 ‘투톱’ 체제 가능성도 나왔지만 결국 ‘김상곤 원톱’ 체제로 정리가 됐다고 한다. 김 전 교육감은 이날 문 대표에게 “24일 오전까지 확답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교육감 측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국회 경험이 없는 김 전 교육감이 당내 혁신을 위한 ‘칼잡이’ 역할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김 전 교육감을 추천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원이고 비교적 원내과정도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며 힘을 실었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교육감 대신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올해 3월에는 문 대표로부터 4·29 재·보궐선거 경기 성남 중원 경선에 참여할 것을 요청받기도 했지만 고사했다. 지역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1일 “노동 개혁에 성공하려면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잃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대담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 노동 개혁 문제에 대해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또 “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 추상적 단계에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표심을 잃더라도 필요한 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재임 기간 1998∼2005년)는 1990년대 중반부터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이 지속되며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독일을 ‘어젠다 2010’이라는 강력한 개혁 정책을 통해 제2의 경제 부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젠다 2010의 핵심은 노사 합의를 통하지 않고 밀어붙인 ‘하르츠 개혁’이다. 당시 폴크스바겐 이사였던 페터 하르츠 박사가 위원장을 맡은 ‘하르츠위원회’를 통해 도출한 개혁안에는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창출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개혁안을 시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조와 연금 생활자의 반발을 사 2005년 선거에서 기독교민주당(CDU)에 패배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부터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2005년 11.7%였던 실업률이 올해 초에는 4.7%까지 내려갔다. 사민당이 추진한 개혁의 혜택을 정치적 경쟁자인 현 집권당(기민당)이 보고 있는 셈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진정한 정치적 리더십은 재선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안 초안을 만든 주인공인 하르츠 박사도 이날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선 당사자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일단 정책을 정하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참석했다. 대담 중간에 먼저 나간 문 대표와 달리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 대표는 “슈뢰더 전 총리는 직업과 정당에 앞서 국가를 생각하라는, 올바른 정치인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도 (하르츠 개혁처럼) 정권을 잃을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독일의 탄탄한 중소기업 생태계와 연정을 통해 나타나는 초당적 신뢰가 부럽다”며 김 대표와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황태호 taeho@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수습할 혁신기구의 위원장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상곤 카드’를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직을 고사한 뒤 대안으로 떠올랐던 조국 서울대 교수에 대해 “친노(친노무현) 색깔이 강하다”란 비판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가 각각 “혁신기구의 수장 자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김상곤 카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도 아직 수락을 할지 확답하지 않아 영입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이번 주 내에 혁신기구 출범이 쉽지 않아 보인다.○ 조국 반대 여론에 김상곤 급부상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다수가 이 원내대표가 제안한 ‘김상곤 카드’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혁신기구 위원장은) 당의 사정을 두루 아는 내부 인사가 좋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전 교육감은 안 의원이 지난해 초 독자 세력화를 추진할 당시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영입을 꾀했던 인물. 당 지도부는 김 전 교육감이 안 의원과 우호적 관계이고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노와 호남 인사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에게 김 전 교육감 영입을 비롯한 혁신기구 구성의 최종 결정을 위임했다. 문 대표는 김 전 교육감과 조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거나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우선 김 전 교육감을 접촉해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교육감은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추가 접촉을 통해 김 전 교육감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전 교육감이 끝까지 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이번 주에 출범시키려 한 혁신기구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당 내홍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안철수, ‘문재인 대신 박원순’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청해 ‘공정 성장을 위한 남북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안 의원은 전날 문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한 뒤 하루 만에 또 다른 대선 후보인 박 시장과 연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박 시장은 “내가 항상 안 의원에게 빚을 많이 지고 있어 안 의원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온다”며 돈독함을 과시했다. 이어 “안 의원이 주장하면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박 시장과의 자리가 만들어져 설렜다”고 화답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축사에서 “아마도 오늘 두 분이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국민께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문 대표를 향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분들을 (문 대표가) 과거 정치 세력, 종북몰이식 정치 공세, 공천 지분 요구라고 주장하는 건 분열의 프레임”이라고 꼬집었다. 배혜림 beh@donga.com·한상준·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0일 문재인 대표의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혁신기구’ 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했다. 문 대표는 재차 안 대표에게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안 의원은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서울대 조국 교수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 조 교수의 ‘친노(친노무현) 성향’을 문제 삼고 있어 혁신기구 위원장을 놓고 당이 또다시 갈등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 安 “혁신위원장 고사” vs 文 “한 번 더 기회를” 안 의원은 20일 오전 11시 30분경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문 대표와의 긴급회동에서 ‘위원장직을 고사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잠시 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어제 위원장직을 제안 받고 ‘내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거절한 이유는 혁신기구를 만들더라도 인적 쇄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문 대표를 왜 살려주느냐”는 주변 인사들의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의원에게 재차 ‘SOS(도움 요청)’를 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내가 맡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 혁신위원장 후보에 조국 교수 거론… 비노 반발 문 대표는 안 대표가 끝까지 고사할 경우 ‘조국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장으로 거론됐다. 당시 최고위원들은 “당내 인사가 낫고, 조 교수는 친노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이 있어 안 의원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안 의원의 고사로 다시 조 교수가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9일 조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조 교수는 “‘도와드릴 수 있지만 (위원장은) 안 의원이 하시는 게 맞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을 혁신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건 위원장을 누구로 선임하느냐가 아니라 당 내부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 교수가 언급됐다. “안 의원이 끝까지 고사하면 대안이 있느냐”는 문 대표의 질문에 누구도 선뜻 답하지 못했던 것. 최고위원들은 안 의원을 다시 한 번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한 참석자는 “친노 진영이 조 교수를 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고위원들이 적잖이 주저했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비노 진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노 의원은 “친노 패권주의를 내려놓으라고 했더니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친위대를 들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19일 회동에서 안 의원이 거절하자 ‘그래도 맡아 달라’며 재차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며 “그 대신 문 대표는 ‘그럼 누구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안 의원은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 가운데 조 교수 등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문 대표가 일찌감치 조 교수를 염두에 두고 형식적으로 안 의원을 만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비노 진영의 김한길 의원은 14일 유출된 문 대표의 미공개 성명과 관련해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서 문 대표의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나만 옳다, 우리만 옳다’는 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 대표가) 패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같이 얘기하자’고 하면 얼마든 얘기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난번 글(미공개 성명서)에서 ‘패권정치는 없다’고 적은 것을 보니 얘기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자꾸 (비노를)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당 대표 만큼, 친노 같은 기득권이 어디 있느냐”며 “계파적 문제로 모든 걸 풀려고 하지 말고 계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안철수 박원순 등) 대권 주자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배혜림 beh@donga.com·한상준·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