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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서 교육부의 국정화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 등은 이날 저녁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해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 차원에서 국정화 준비를 위해 마련한 임시 사무실인데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다. 도 의원 등은 정부가 지난달 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TF팀’을 구성해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 TF가 청와대의 일일점검을 받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총괄했다는 것이다. 도 의원이 입수한 ‘TF 구성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이 조직은 단장 1명,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은혜 의원은 “지금은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는 11월 5일에 앞서) 행정 예고 기간으로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데 국정화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면 당연히 관련 부서에서 TF를 만드는 것”이라며 “당내에도 이미 보고된 내용이어서 문제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이은택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 수렴 절차가 일주일 뒤(내달 2일)면 끝난다. 교육부는 내달 5일 확정 고시를 통해 국정화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의지가 강해 교육부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우선 국정 교과서 집필진 공개를 둘러싼 공방을 들 수 있다. 당초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내달 집필진이 구성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번복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부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집필진 명단을 공개 안 할 수가 없다”(12일)에서 “집필진이 (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저도 따라야 한다”(23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남은 일주일 동안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편의 집필진 명단 공개 계획은 애초부터 ‘갈등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았다. 현 검정 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 여부를 놓고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집필진이 공개되면 이른바 ‘사상 검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아직까지는 집필진 구성이 끝나면 공개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진 섭외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분을 섭외해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섭외 작업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명망 있는 분을 섭외해야 하는데 반대 여론이 조금씩 높아져 섭외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 타진을 하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2011년 경성대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한 송수건 총장(사진)은 경성대의 인문학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송 총장은 기초학문으로서의 기본 인문학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수요가 있는 분야에 알맞은 인문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채로운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성대만의 특별한 인문학 역량을 꼽는다면…. “경성대는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무용제 등을 최초로 기획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놨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페스티벌이 모두 우리 대학에서 처음 시작됐다. 부산에서 문과대학을 별도로 갖춘 사립대는 2개 내외이며 국립대들도 인문대학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처럼 대부분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열악한 가운데 우리 학교는 전통적으로 인문예술 분야가 강한 대학으로 소문이 나 있다. 최근에는 문과대학 내에 글로컬문화학부를 신설하는 등 인문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대학과 구체적으로 차별화되는 점은…. “우리 대학은 지금까지 주로 공학 중심으로만 이뤄져 온 산학협력을,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이공계와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계 관점 대학 평가와 국가직무능력표준 등을 인문사회예능계열에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대학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인문학 졸업자의 90%가 미취업자라는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인문학 분야의 중장기적 발전전략은 무엇인가. “경성대가 위치한 지역은 ‘부산의 홍대 앞’이라고 불릴 정도로 5개 대학과 수많은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이러한 도심형 캠퍼스의 이점 덕택에 우리 대학은 부산시민들이 언제나 캠퍼스 시설과 교육자원을 이용하는 열린 대학으로 기능하고 있다. 캠퍼스 내 콘서트홀, 연극장 등 다양한 문화, 체육시설에도 늘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 데 우리 대학이 기여했듯이 우리 대학은 이제 사회 및 산업수요에 맞춰 인문예술 역량을 실용적 분야로 강화시켜 부산을 ‘축제도시’에서 ‘산업도시’로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새누리당이 21일 초등학교와 중고교의 재학 기간을 각각 1년씩 단축하는 대대적인 학제 개편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청년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결혼과 출산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을 중장기 추진과제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학제 개편은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재학 기간이 단축되면 현행 만 19세 이상인 선거 연령을 더 내려야 한다는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수도 있다. 사회 전 분야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이날 회의에는 현행 6년인 초등학교 과정을 5년으로 줄이고, 각각 3년씩인 중·고교 과정을 5년제 통합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나왔다. 이럴 경우 총 12년인 초·중등 과정이 총 10년으로 단축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미 만 5세는 사실상의 의무교육인 ‘누리과정’에 편입돼 있어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5년 단위로 작성돼 그 이상 준비가 필요한 중·장기 해법도 검토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다”며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의 요청이 오는 대로 정책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방안은 노무현 정부도 2007년에 ‘비전 2030’에서 검토했던 사안이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고교 과정을 1년씩 단축하는 방안은 해외에도 사례가 드물어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초중고교 12년제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 국가는 초등 6년, 중등 6년 방식이다. 영국과 북한은 각각 13년, 11년제로 운영 중이다. 학제를 12년에서 10년으로 줄이면 초중고교생들의 학습량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포함시켰다. 당시에도 한국의 취업 시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5년여 늦어 학업 연령을 6개월 줄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척된 게 없다. 한편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구조개혁의 두 번째 어젠다인 금융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당 금융개혁추진단은 이날 첫 회의를 열고 11월까지 금융개혁에 필요한 법 개정, 예산 반영 등을 하기로 했다.홍수영 gaea@donga.com·이은택 기자}
최근 교육부가 17개 전국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정도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과정은 예산 편성 책임을 놓고 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 평가 결과에 따라 총 1100억 원 규모의 특별교부금이 교육청에 차등 지급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갑(甲)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최근 ‘지방교육재정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시 지역은 울산, 인천, 대구, 부산이 1∼4위를, 도 지역은 경북, 제주, 경남, 전남, 충남이 1∼5위를 차지해 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총 110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우수 교육청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차등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평가지표다. 이번 평가는 총 2개 영역, 11개 지표, 27개 세부지표에 따라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교육부의 ‘평가지표별 배점표’를 살펴보면 평가항목 중 ‘재원 배분의 적절성’(50점) 영역에 ‘1-2 주요 의무성 지출사업의 예산편성 및 집행의 적절성’(20점) 항목이 있다. 이는 100점 만점의 평가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큰 비중. 쉽게 말하면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에 얼마나 충분한 돈을 확보해 썼느냐 하는 것이다. ‘의무성 지출사업’이 무엇인지 배점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이는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교원명예퇴직금, 교육환경개선비 4가지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누리과정이 평가점수 20점 중 약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들이 누리과정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수록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특별교부금을 받도록 평가가 짜여진 것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매년 수혜 대상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예산 규모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자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나선 상태. 여기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시도교육청들이 재정악화와 빚(지방채)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후 교육부가 누리과정을 아예 ‘반드시 예산을 편성해 지출해야 하는 항목’으로 법을 바꾸는 등 갈등 끝에 일단 올해는 교육감들이 한발 물러서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파국을 막았다. 교육감들은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교육청이 내년에도 빚을 내 누리과정에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며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충남 부여군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시총회에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교육청 예산이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재정평가와 특별교부금을 무기로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정난을 겪는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1100억 원이라는 특별교부금을 못 받으면 아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과 연계시켜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내년 재정평가에도 누리과정 예산 반영 여부를 평가기준에 넣는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은택 기자nabi@donga.com}
2013년 검정판 한국사 교과서의 부실 검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고교 3학년이 사용하는 2010년 검정판 한국사 교과서도 검정이 부실한 채 배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가 2010년에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을 분석한 결과다. 이 교과서는 2009년 개편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돼 2010년 8월 30일 검정에 합격했고 2011년 신학기부터 고1 학생들에게 배포됐다. 이 교과서는 올해까지 학교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미래엔 교과서(342쪽)는 역사학자 김성칠의 저서 ‘역사 앞에서’의 한 대목을 읽기 자료로 소개했다. 6·25전쟁이 남한과 북한 모두의 책임이라는 취지의 글로, ‘동기로 본다면 인민 공화국이나 대한민국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들은 피차에 서로 남침과 북벌을 위하여 그 가냘픈 주먹을 들먹이고 있지 아니하였는가’라고 서술했다. 미래엔은 또 거창, 노근리, 신천에서 일어난 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은 명기했으나 북한군의 민간인 학살 사례는 서술하지 않았다. 이는 2013년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북한군의 민간인 학살 사례가 추가되는 식으로 수정됐다. 지학사 교과서의 경우 주체사상을 부가설명 없이 원문 그대로 인용했으며,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서도 미래엔, 비상, 법문사는 긍정적인 측면만 기술했다. 이 사례들은 2013년 검정에서는 문제가 돼 모두 수정 보완됐지만 2010년 검정판은 그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0년 검정 때는 2013년이나 지금처럼 교과서 편향 문제가 불거지지 않아 단순 사실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야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안 배정을 막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교육부가 이미 예비비로 44억 원을 확보해 국사편찬위원회에 내려보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야당이 계속 반발할 경우 관련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하에 국정 교과서 제작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한 선제조치를 취한 셈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 제작을 위한 58억 원 등 102억 원의 예산안 상정 계획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파행으로 무산됐다. 앞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 교과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 및 지급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예비비 44억 원은 집필진 선정비용, 집필진 인건비, 교과서 연구개발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 필요할 때 예비비로 우선 예산을 편성해 충당하고 다음 해 5월 31일까지 국회에 사용 명세를 제출해 승인을 얻으면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한 ‘예산 심사 전면 보이콧’ 방침을 접었다. 그 대신 교문위의 예산 심사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분리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교문위에서는 예산 심사를 국정화 문제와 연계해 진행하되 다른 상임위에서는 민생 관련 예산 심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을 막을 물리적인 방법이 없어서다. 또 예산 심사를 보이콧할 경우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한다. 이날 의총에서는 “교문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교문위는 지난해 누리과정에 이어 올해는 역사 교과서로 최대 전장이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 전체를 공전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예산전쟁의 주무대인 교문위는 이날 파행됐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전체회의가 오후 2시에 열렸지만 여야 의원 간 국정화를 둘러싼 설전(舌戰)만 오갔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황우여 부총리에게 “국정화 관련 국론 분열을 수습할 자신이 없으면 장관에서 물러나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내년 나라살림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라고 맞섰다.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개의 뒤 1시간 반 동안 고성이 섞인 의사진행 발언만 이어지자 정회했고 결국 산회를 선포했다. 결국 이날 55조7299억 원 규모의 교육부 예산안과 5조4585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관광부 내년 예산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 교과서와 민생예산 관련 여야 원내지도부의 ‘2+2’ 회담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교과서 문제와의 연계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수영·이은택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진보 진영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부른다. 보수 성향의 정권이 근현대사 부분에서 친일이나 독재 관련 부분의 기술을 입맛대로 고치기 위해 국정화를 추진한다고 보는 것.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그런 교과서는 있을 수가 없다. 미화 교과서를 만든다면 학교 현장에서부터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반기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는 근현대사의 민감한 쟁점을 둘러싼 진보 및 보수 진영의 공방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에 대한 공방, 급속한 경제 성장에 대한 평가, 그리고 북한을 기술하는 태도 등이 모두 민감한 쟁점이다. ○ 사실보다는 사관에 따른 논란 근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은 주로 사실관계보다는 시각에 따른 것들이다. 일제강점기와 분단, 민주화, 고도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어떤 기조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역사학계의 풍토 때문이다. 교과서가 다루는 항목 가운데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항일 운동,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 등이 좌우 진영에 따라 갈린다. 일부 뉴라이트 학자들은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근대화됐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일제가 조선인의 요구를 수용해 조선교육령을 개정했다’고 기술한 것이 한 예이다. 진보 진영이 특히 관심을 쏟는 부분은 ‘국정 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가’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화를 추진하는 최대 이유가 5·16 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가 9월 내놓은 집필기준의 시안은 4·19를 혁명으로, 5·16을 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편 관계자는 “5·16이 군사정변이며 유신체제가 반민주적이라는 점은 학계에서 정리됐기 때문에 ‘독재 미화 교과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을 둘러싼 시각도 쟁점이다. 우파 성향의 학자들은 미국의 원조, 새마을운동, 박 전 대통령의 수출·중공업 위주 경제정책 등으로 전후 급성장이 가능했다고 본다. 반면 좌파 성향의 학자들은 압축 성장을 ‘군부정권과 재벌 결탁의 산물’로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할 때도 빈부 격차, 사회 양극화, 도시화의 부작용 등에 주목한다. ○ 북한에 대한 기술도 쟁점 역사학계 일각에는 분단의 책임이 미국과 남한에 있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실재한다. 교육부가 2008년 금성출판사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2013년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내린 수정 명령이 북한 관련 기술에 집중됐던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좌편향이라는 지적을 받는 교과서들이 주로 주체사상, 김일성 우상화, 토지개혁에 대해 북한의 선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긍정적으로 설명한 게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주체사상에 대해 ‘김일성 전집’을 그대로 옮겨 ‘북한의 실정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식으로 기술(비상교육)한 것이다. 일부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리베르)라고 기술해 남북한을 대등한 정권으로 표현하거나, 분단의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는 듯이 맥락을 구성(리베르)해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주로 이런 부분에 대해 검정 교과서 체제를 공격하고, 국정화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집필 기준에 명시된 쟁점까지 공방 국정화와는 별개로 상반기에 진행된 ‘2015 교육과정 개정안’ 논의 당시부터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이슈는 건국절 문제다.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권 당시 뉴라이트를 위시한 일부 우파 학자가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으며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촉발됐다. 이들은 상하이임시정부가 정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제법상으로 대한민국이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일본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작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은 학계의 통설이며,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 모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교과서를 비롯한 다수설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 수립일로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은 “우파 학자들이 식민지 근대화론의 연장선에서 국정 교과서에 건국절을 못 박을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편이 9월 내놓은 역사과 집필 기준 시안엔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편 관계자는 “국정 교과서에 건국절을 쓸 거라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음모론”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

《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학교수 등 역사학자들의 집필 불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역사학자 5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근현대사학회도 15일 국정 교과서 집필 불참을 결의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에 대한 찬반을 떠나 역사학계가 학술 논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근현대사에서 합의된 영역을 넓혀가기보다 의견이 다른 측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정부가 ‘좌편향’이라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 현행 교과서를 검정한 것 역시 현 정부라는 점에서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 할 일을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 자기 세계에 갇힌 역사학계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 논란이 번진 데에는 진보-보수 역사학자들 사이에 제대로 된 논쟁이나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계는 여러 시대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학회를 비롯해 지역 학회까지 수십 개가 있다. 이 중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등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전후해 설립된 학회 및 연구단체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에 뚜렷한 보수 성향의 역사학회는 2011년 만들어진 한국현대사학회 하나뿐이다. ‘우파 역사학회’를 표방한 한국현대사학회는 기존 역사학계가 민족·민중사관에 갇혀 있어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강조하는 ‘건국사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향이 다른 양측 역사학자들이 만나 한자리에서 토론한 것은 2011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교육부가 역사 교육 과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삽입하자 학회 단위는 아니지만 진보 측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한국현대사학회가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수와 진보가 보는 민주주의-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이론, 헌법, 역사’를 주제로 4·19혁명기념도서관 강당에서 양측의 학자들이 발제를 했는데 300명이 넘는 청중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이 쏠렸다.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인 박걸순 충북대 교수는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그러나 그분들(우파 역사학자) 주장은 사실에서 너무 벗어나 있어 함께 논쟁할 학술적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현대사학회장을 지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11년 같은 토론회가 많아야 하는데 기존 역사학계는 자신들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을 학술대회 등에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현대사학회 역시 학술대회에 진보 진영 학자를 초청한 적이 없다. 본격적인 논쟁이 활성화되기에는 우파적 입장을 가진 연구진의 수가 적고 연구 성과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럴수록 자주 만나 토론해 근현대사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진보적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정부가 ‘좌편향’이라고 지적한 한국사 교과서의 일부 대목에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던 1980년대 인식이 관성적으로 반영됐다는 의견이 있다. 한 연구자는 광복 이후 미국을 점령군, 소련을 해방군이라는 뉘앙스로 대비해 보여주는 교과서를 사례로 들며 “국정화는 반대하지만 최근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시야를 세계사적 맥락으로 넓힌 서술이 교과서에 보완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부실 검정’ 교육부-국사편찬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결국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부실 검정이다. 교육부와 국편이 현재 고교에서 쓰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2013년 검정을 실시하면서 오류와 편향을 바로잡지 못해 문제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약 1년간의 검정 과정을 거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수정 및 보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수정 보완한 사항은 모두 2250건이며 맞춤법 등의 단순한 오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체성, 6·25전쟁, 일제강점기 미화, 북한 문제 등의 서술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 검정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우리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이후 1월 10일부터 발행사별로 인쇄에 들어갔고 학생들에게 배포됐다. 하지만 약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당시 검정을 진행한 교육부조차 이때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이 “지나치게 좌편향이며 주체사상을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가르친다”고 자가당착적 비판을 하고 있다. 스스로 “올바른 역사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던 내용이 지금에 와서는 좌편향 교과서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부와 국편의 부실 검정 문제는 2013년부터 제기됐다. 국편 검정심의위원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고, 과거보다 위원 수도 줄어 부실 검정이 우려된다는 것. 또 전문 분야 전공자는 물론이고 검정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실이 2013년 11월 교육부와 국편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심의위원은 위원장 1명, 연구위원 8명, 검정위원 6명으로 총 15명이었다. 이 중 과거에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경험이 있던 사람은 1명뿐이었다. 위원 수도 문제다. 2012년 진행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심의 위원이 총 3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민감하고 예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위원은 중학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객관적 사실 오류와 이념편향 서술을 제대로 잡아낼 리 없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로부터 외부 인사를 추천받아 검정심의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는 제도도 있었지만 국편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이런 부실 검정 우려가 꾸준히 불거지던 와중에도 2013년 9월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사편찬위원회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문제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교육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검정체계 전반을 전면적으로 개선했으면 지금의 ‘국정화 폭풍’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우수한 집필진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필진의 역량은 국정 교과서의 수준을 좌우한다. 집필진의 수준이 낮거나 특정 이념을 가진 연구진만 참여하게 되면 또다시 오류 또는 편파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집필 거부 확산… 제작 일정 차질 우려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검정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교수 섭외는 쉽지 않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 집필을 위해 교수들을 접촉하면 교과서 집필로 자신의 본업인 연구와 논문에 지장을 받게 돼 꺼린다”며 “교수들 입장에서는 국정 교과서 집필로 큰 금전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금 분위기로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경우 교수로서의 경력이나 명예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주홍글씨’처럼 학계에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집필 거부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도 주변의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해 국정 교과서에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4일 현재 대학가에서는 계속 추가적인 집필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장은 “국정화에 당연히 반대한다”며 역사학과 교수들과 논의한 뒤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서강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도 내부에서는 역사학과 및 사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집필 거부 논의가 긴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는 학생들도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14일부터 일부 학생들이 실명으로 ‘국정화 반대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내걸기 시작했다. ○ 명단 공개, 또 다른 ‘폭탄’ 될까 11월에 예정된 국정 교과서 집필진 명단 공개는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의 또 다른 도화선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12일 “교과서 집필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투명해야 한다”며 “집필진이 구성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교육부 관계자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을 돌렸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집필진의 자질과 이념을 둘러싼 검증과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이 공개되면 각 집필진의 저서와 수십 년 전 논문까지 샅샅이 검증이 시작될 텐데 이를 버텨낼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공개한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만드는 역사 교과서의 집필진을 비공개로 뽑아 운영하는 것은 더더욱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교육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집필 거부 운동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벌써부터 예단과 편견을 갖고 집필 불참을 선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역사학자의 본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며 “덮어놓고 집필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의 학문적 신념대로 교과서를 집필하고, 만약 정부의 집필 기준이나 간섭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싸워서 고쳐 나가는 것이 학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집필 거부가 계속 확산되면 결국 정부는 국정화에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수들 위주로 집필진을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국내 대학의 역사학 및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잇달아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하고 나섰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다양한 성향의 실력 있는 집필진을 구성해 국정화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집필진의 권위조차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연세대 사학과 전임교수 13명 전원은 13일 “향후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 고려대 역사 및 인문사회계열 교수 160명도 국정화에 반대하며 집필 거부를 밝혔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 전원도 14일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회귀에 반대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들을 비롯해 전국 대학에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들만 14일까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국정 교과서에 대한 학계의 여론이 계속 나빠지자 국정화에 찬성하는 보수 성향의 교수들조차 집필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필진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된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 공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이 확정되면 명단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기본 방침을 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에서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신상 털기식’ 검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필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국정 교과서의 수준과 신뢰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여론의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 양질의 집필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교과서 출판업체들은 이번 국정화 논란에 쉬쉬하는 분위기다.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교과서를 제작하고 앞으로 교육부의 검인정을 통과해야하는 ‘을(乙)’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에 밉보이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것이다. 고교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A출판사 관계자는 국정화 논란에 대해 “워낙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갈려 있고 민감한 사안이라 뭐라고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1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초등 국정 교과서 입찰이 진행 중”이라며 “국정 교과서 입찰이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것 같은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입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되면 수입원의 일부를 잃는 셈이다. 좌우 이념문제를 떠나 사업 분야의 일부를 잃고 금전적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국정화가 달가울 리 없지만, 다른 교과서의 정부 입찰과 발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식적인 의견은 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고교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인 B업체 관계자도 “초등 국정 교과서 입찰을 해야 하는 출판사가 국정화에 이러쿵저러쿵 발언을 한다는 것이 사업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역사교과서 갈등의 초점은 약 150년 전(조선 말기)부터 최근까지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문제다. 그 이전의 중세사, 고대사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갈렸으나 이미 1970년대 학계에서 어느 정도 논란이 정리돼 현재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조선 말기, 일제강점기, 6·25전쟁, 군부독재와 민주화 등 근현대사의 사건들은 아직도 해석이 첨예하게 갈리고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관련된 인물들이 현재 생존해 있거나, 그 후손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갈등의 배경이다. 그 때문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근현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교과서에 어떻게 기술하고,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가 가장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립 첨예한 사건들… 무엇이 쟁점인가 근현대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기간은 짧지만 현재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20문항 중 13, 14문항 정도로 절반을 넘는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교육부는 이를 앞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지만 근현대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무한정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광복, 정부 수립, 군사독재, 산업화, 민주화가 짧은 기간 압축해서 벌어졌기 때문에 이를 가르치지 않고서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내린 수정명령 사례를 살펴보면 교과서 집필진과 정부가 해석을 두고 대립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종 교과서 모두 남북 분단의 원인이 일부, 혹은 전부 남한에 있다는 취지로 기술했다. 반면 교육부는 “남한 정부 수립 이전에 북한에 이미 실질적으로 김일성 정권이 수립됐다”며 이를 반박하고 수정을 명했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집필진의 해석이 달랐던 것.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둘러싼 갈등도 있었다. 8종 중 3종 교과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고, 교육부는 공개 처형, 정치범수용소 등의 실상을 교과서에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북한과 무관한 역사적 쟁점도 있다. 특히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집필진과 교육부의 갈등이 큰 부분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도 두산출판사는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교육부는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다루라고 명령했다.○ 해석은 줄이고, 수업 토론은 풍성하게 이 같은 쟁점은 여전히 학계에서도 학설 다툼이 진행 중이고 평가도 엇갈리기 때문에 ‘일도양단’ 식으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사안은 되도록 사실만 간략히 기술하자’는 의견이다. 국정 교과서 집필을 진두지휘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현 대통령과 정권은 국정지표 정도를 소개하고, 이전 정부의 사건이나 주요 내용은 대부분 기술하고 있다”며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세대 전후로 기준을 정해 끊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지 ‘최소 30년 정도’는 지난 뒤에 기술해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지금보다는 어느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제작될 국정 교과서에서도 학계의 의견 대립이 심하거나 보수, 진보 편향 논란이 일 수 있는 복잡한 부분은 상당 부분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2일 교육부 기자회견에서도 “중고교 학생이 배우는 역사는 국민 된 도리에서 갖춰야 할 지식 선에서 끝나면 된다”며 “이념 문제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논문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정 교과서의 기본 틀은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가 아니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 최소한의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가 이렇게 바뀔 경우 일선 교사들은 토론 수업과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대한민국 건국 과정이나 군사독재에 관한 주제를 가르칠 때, 교과서에는 주요 사건의 객관적 사실만 간략히 기술해 편향 논란을 피하고, 그 대신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교재와 역사 서적, 인터넷 자료, 수업시간의 토론을 통해 풍성한 내용을 가르치자는 의견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고 역사교사는 “교과서를 두고 사회적으로 이같이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는 간단히 기술하고, 교사와 학생의 토론이나 다양한 서적 등 부교재를 통해 부족한 내용을 가르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김희균 기자}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국내 교과서 제작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사전공개 및 검증’이 도입된다. 이르면 11월 말부터 국정 교과서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될 교육부는 내년 10∼11월 역사 교과서 심의본이 완성되면 전체를 전자문서(PDF) 형태로 온라인에 공개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칭 ‘웹(Web) 전시’라고 이름 붙인 이 과정을 통해 교과서의 오류나 편향 서술에 대해 의견 수렴 및 수정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다. 이는 교과서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친정부 편향’, ‘친일 독재 미화’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가 전 국민에게 ‘공개 검증’을 받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 김연석 교육부 역사교육팀장은 “우리나라에서 교과서를 집필하는 동안 이런 검증을 거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소수 전문가나 단체의 검증만 거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언론의 검증을 거친 역사 교과서가 나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편찬을 총지휘할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교과서 집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12일 말했다. 교육부는 12일부터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내달 5일 중고교 교과용도서 국정·검인정 구분고시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법적으로 거쳐야 하는 형식 기간일 뿐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여론 수렴 과정에서 국정계획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분고시가 발표되면 11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교과서를 쓸 집필진을 비롯해 검토를 맡을 편찬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김 위원장은 “실력과 업적을 겸비한 명예교수부터 젊은 학자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팀으로 집필진을 구성할 것”이라며 “공모를 하는 방법도 있고, 국편위가 역사 분야의 사람들을 면밀히 검토해 초빙하는 방법도 있고, 두 가지를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 위원장은 집필진 구성이 끝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느 정도 (집필)약속을 받은 분들이 계신다”고 말해 이미 집필진 섭외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편찬심의위원도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는 역사연구기관장, 역사학계 원로, 교사, 헌법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를 예로 들며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실제 교과서 집필은 빨라도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내년 11월 말까지 약 1년의 집필 기간을 보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단체들은 내달 5일 교육부의 확정고시 날짜에 맞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헌법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12일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은 국정화 찬반을 놓고 하루 종일 여론전과 규탄대회를 벌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역사 갈등을 극복하려면 정권과 이념에서 벗어난 독립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1학기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황 장관은 “2002년 역사교과서 검정제를 도입한 뒤부터 끊임없이 사실 오류와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 시간에 달성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국정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교육 현장의 왜곡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뗀 데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8개월 뒤인 지난해 2월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고, 교육부는 본격적으로 국정 체제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 국정 교과서 발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속 의원 128명 전원 명의로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또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100만 인 서명운동과 당 지도부의 1인 시위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 교과서’라는 표현을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대신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역사교과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 갔다. 역사교과서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검정 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독립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구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권 성향에 따라 교육제도가 수시로 변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독립기구가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양한 학자들이 모여 장기간의 자율적인 토론과 논의를 거쳐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이은택 nabi@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11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국정화’라는 표현 대신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균형 교과서’라는 용어를 사용해 여론전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교육부는 1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화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향후 교과서 집필 일정과 구체적인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국정교과서 개발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맡으며 이념 편향 논란을 막기 위해 각계에서 다양한 교수, 교사들을 집필진으로 섭외해 구성할 예정이다. 여권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향후 학부모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본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당정협의 직후 “국민통합을 위한 균형 잡힌 바른 교과서를 만들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치권에선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당정협의에 참여한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좌편향 교과서는 반한·반미, 친북 성향 기술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일본 극우 집단의 역사인식과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다니 정말 경악할 일”이라며 반발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이은택 기자}

당정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최종 확정하면서 12일부터 공식적인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 이와 동시에 여권은 일반 국민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여론전을 본격화한다. 정부의 국정화 계획 발표와 동시에 정치권과 역사학계, 교육 현장에서의 찬반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교육부가 국정화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 새누리당이 이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협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 차관의 전결 사항이지만 이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당정협의를 한 것은 여당이 전면에 나서 총대를 메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여론전 전략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정교과서는 교육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면 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면 현행법상 야당이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하지만 국민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하면 자칫 다른 국정과제 추진 동력까지 집어삼킬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화’라는 용어를 대신할 네이밍(작명)에 공을 많이 들였다. 국정화란 단어가 법정용어로 과거로 회귀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이를 누그러뜨릴 ‘포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은 논의 끝에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균형 교과서’라는 용어를 단일하게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야권이 총공세를 예고했지만 새누리당은 ‘해 볼 만한 싸움’으로 보고 있다. 여론을 살펴보면 방법론으로서 국정화에는 반대할지라도 현재 중고교 역사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것.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중반 당의 기류가 달라졌다”며 “보수, 진보 양극단을 놓고 보는 게 아니다. 결국 중도를 겨냥한 싸움인데 교과서 내용의 문제로 접근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의 이념 편향 사례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는 데 여론전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12일 국회 대표실에서는 ‘이념 편향의 역사를 국민 통합의 역사로’로 문구를 교체한 새로운 배경막이 공개된다. 또 이번 주초 관련 플래카드도 거리에 대대적으로 내건다. 국정화를 둘러싼 찬반 갈등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올바른 역사관 함양과 역사교과서 내용 정립을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방침을 지지했다. 교총은 교사 등 4599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62.4%(2850명)가 국정화에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국립대인 경상대 교수 67명은 이날 “선진국은 이미 검·인정제를 넘어 자유발행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정 체제로 되돌아간다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이은택 기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논란이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야는 ‘역사전쟁’을 내년 4월 총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모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8일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면충돌했다. 야당은 역사교과서 논란을 예산 심사와 연계하겠다고 밝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파행 순서를 밟고 있다.○ ‘역사전쟁’의 전장이 된 교문위 국정감사 고성과 파행으로 얼룩진 교문위 국정감사는 앞으로 벌어질 ‘역사전쟁’의 예고편이었다.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야당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황 부총리가 “사전에 교육부 장관이 예단을 갖도록 여러 얘기를 하면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로 일관하자 야당은 파상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당시 언론 인터뷰를 근거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결국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 때문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야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유신 부활 프레임’이다. “현 역사교과서가 좌(左)편향돼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야당의 반격이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박혜자 의원은 “(역사교과서가 반(反)대한민국 역사관을 담고 있다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검인정을 통과시킨 교육부 사람들은 모두 검찰에 고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문위가 파행되자 교문위원이 아닌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직접 국감장을 찾아와 황 부총리에게 “무덤에 있는 국정 교과서를 다시 꺼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황 부총리가 “공정하고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 미래세대에 주자는 취지”라고 답하자 이 원내대표는 “전력을 다해 국정화를 막겠다”고 말했다. ○ 여권은 다음 주 ‘국정화’ 정면 돌파 이날 국감에선 교육부가 현재 검인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국정화의 필요성을 정리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강은희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에게만 제공한 사실을 두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야당은 집요하게 해당 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황 부총리는 “강 의원이 반대한다.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며 거부했다. 결국 이날 오후 11시경 여야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육부가 자료 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국감은 파행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는 구조”라며 “국론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미래를 위해 더는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원유철 원내대표) “일방의 주장으로 국민 갈등을 심화시키는 교과서는 안 된다”(서청원 최고위원)라며 하나같이 ‘미래와 통합’을 역설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획일적 역사관이 아닌 통합적 역사관을 가르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역사교과서 개선특별위원회 1차 회의도 열었다. 역사교과서 개선특위 위원장은 김을동 최고위원이 맡았다. 독립군 사령관 김좌진 장군의 손녀다. 야당의 ‘친일 프레임’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다. 위원에는 ‘전교조 저격수’로 통하는 조전혁 전 의원도 포함됐다. 역사교과서 논란이 국정이냐, 검정이냐 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좌우 이념 전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1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의제로 당정협의회를 연다. 국정화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이날 여야는 다시 한 번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전열 정비를 위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황 부총리에 대한 조기 교체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재명 egija@donga.com·이은택 기자}

국내 초중고교에 다문화 학생이 8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학교를 그만두는 다문화 학생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사교육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절실하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 학생(초중고교)은 8만2536명. 국제결혼이 늘고 다문화가정도 증가하면서 2011년 3만8000여 명이던 다문화 학생은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 학생은 전국에 688명으로 다문화 학생 중 1.01%. 절대적으로 큰 수치는 아니지만 일반 초중고교생의 학업중단율(지난해 0.83%)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또 일반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은 매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지만 다문화 학생들은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2012년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 비율은 0.98%였지만 지난해 1.01%로 높아졌다. 지역에 따라서도 다문화 학생들의 적응 정도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중단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로 지난해 1.68%(168명)였다. 서울은 경기 다음으로 전국에서 다문화 학생이 많다.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서도 지난해 242명(1.51%)이 학업을 그만뒀다. 반면 전남은 학업중단율이 0.16%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다문화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교육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은 일반 학생에 비해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결손이 누적되는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 때 부족했던 부분을 2학년 때 채우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올라가는 것. 일반 학생의 경우는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만 다문화 가정은 경제적 여건상 사교육이나 과외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대부분의 다문화 학생은 외국에서 입국(중도 입국)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훨씬 많다. 현재 다문화 학생 8만2536명 중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이 6만8099명으로 중도 입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듣고 말하는 생활 한국어는 일반 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읽고 쓰는 ‘독해 한국어’나 한자 습득 능력에서는 일반 학생과 실력차를 보인다는 것이 많은 교사들의 평가다. 다문화 가정의 특성상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독해 한국어에 미숙한 경우가 많고, 그 와중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교과서에 쓰이는 단어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3년 내 국내의 다문화 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면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환경이나 맞춤정책을 위해 지원되는 정부 예산은 지난해 225억 원에서 올해 142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전국 시도교육청도 누리과정 확대 등으로 인한 재정난과 빚더미에 시달리며 다문화 학생 지원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강 의원은 “근본적으로 예산 지원이 늘어나야 해결되겠지만 그전에 학교 현장에서 현재의 인력과 여건을 활용해 학업중단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 학생의 고민을 파악하기 위해 교사의 일대일 상담이나 가정방문을 늘리고 한국어 습득도 방과후 수업 등을 통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다음 주에 이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의 집필 및 발행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담당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현행 검정 체제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당정의 방침이 확고하다”면서 “이르면 다음 주 초반 이를 공식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폭넓은 집필진 구성과 집필 기준 강화 등 국정 교과서의 질을 높일 대책도 함께 내놓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교과서 집필에 착수해 2017학년도부터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일선 고교에 적용한다는 일정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발표하려다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결정을 늦춰 왔다. 역사학자와 교사 등을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 성명이 이어짐에 따라 교육부는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강화해 현행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서너 종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의 오류와 편향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결국 국정화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발과 비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성 총장은 “굳이 지금 급격히 국정 교과서를 도입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숙고해 봐야 한다”면서 “교사들과 학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