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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데 대해 “국제사회의 상식과는 매우 동떨어졌다.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며 이에 관한 법 집행이 억제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라며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것은 보도의 자유 및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김원진 주일 한국공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사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루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유감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도 9일 대체로 비판적인 논조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산케이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함께 4개 면에 걸쳐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언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며 “한국의 사법당국은 신속히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기자클럽은 9일 “산케이신문 기자 기소는 자유로운 기자 활동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자위대가 미국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용병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8일 발표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중간보고에 대해 고케쓰 아쓰시(2힐厚·사진) 야마구치(山口)대 교수(정치학)는 9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가이드라인 중간보고의 골자는 미일의 방위협력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자위대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케쓰 교수는 “미국은 자위대를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자위대는 더욱 미국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지금까지 자위대는 전수방위(專守防衛·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의 기본이념에 따라 미군의 보충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미군은 ‘창’, 자위대는 ‘방패’의 역할이었다.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나면서부터는 자위대가 주체적인 ‘창’으로 전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빈틈없는 협력’이라는 말이 반복된 것과 관련해 “항상 총포를 쏠 체제를 준비한다는 의미다. 자위대도 24시간 항상 전투 모드에 들어갈 수 있는 체제를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케쓰 교수는 “자위대원이 살해당하고 살인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며 “적대관계가 아닌 국가와의 전쟁에 내몰려 일본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북한이 납북자 재조사와 관련해 “현재 생존한 납북자는 없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트 최신호(10일자)가 보도했다. 일본 정부 측은 ‘납북자 구제도 못한 채 대북 제재부터 해제했다’는 비판과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북한에 농락당했다는 점이 알려질까 우려해 북한의 이런 통보를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동아시아 정치에 정통한 일본 학자는 “슈칸포스트가 정부 내부 관계자의 말을 확인해 기사를 쓴 것 같다. 실제 일본 정계와 관계에 그런 기류가 있다. 기사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베 정권이 북한에 농락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지지율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슈칸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이 납북자 재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이 대북 독자제재 일부를 해제한 올 7월 3일 이후 양국은 3차례 비밀협상을 열었다. 8월 21∼23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1차 비밀 협상에서 북한은 납북자 재조사 중간보고의 개요를 전달했다. 핵심은 “현 시점에서 살아 있는 납북자는 없다. 따라서 중간보고에 납북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일본 정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통보였다. 현재 일본 정부가 집계한 공식 납북자 수는 17명. 일본은 이미 귀환한 5명을 제외한 12명을 송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12명 중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고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씨를 포함해 8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북한은 살아 있는 납북자가 없는데도 올해 5월 스웨덴에서 납북자 재조사를 일본과 합의한 셈이다. 북한은 2, 3차 비밀협상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자 일본 측 협상 대표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달 중순에 열린 3차 협상에서 “그런 중간보고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달 19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한이 중간보고 할 게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잡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납북자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 조사를 하지 않아도 납북자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5월 스웨덴 협상에서 “납북자를 재조사하겠다”고 말해놓고 그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냈다. 실제로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은 올 7월 초 북한 인적왕래 규제가 풀리면서 8년 만에 북한에 다녀왔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납치 문제 해결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아베 총리의 집념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본은 한미일 대북 공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주변국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손을 잡았다. 슈칸포스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중간보고 시점에 맞춰 방북하기 위해 정부전용기로 북한에 가는 예행연습까지 했다. 슈칸포스트는 “모두 환상이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허위 보고에 큰 망신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집단 자위권 강행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을 때 납북자 재조사 발표가 나면서 아베 정권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무리한 정책 추진에 따른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6월 차세대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인 ‘도요타 FCV’를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거둔 것처럼 친환경차의 결정체인 수소연료전지차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8.6% 늘릴 예정이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저소비,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투자에 주저했던 일본 기업이 엔화 약세로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석유화학 및 철강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온 중국은 최근 최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이 따라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사이 휴대전화 분야에서 이른바 ‘샤오미 쇼크’가 현실이 됐다. 한국의 수출형 경제 구조가 일본과 중국 양쪽에서 몰려오는 삼각파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 진짜 ‘엔저 쇼크’는 일본 기업의 혁신 이후 지난해 초 북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의 주력 모델(2013년형 SE)을 경쟁모델인 도요타의 캠리(LE)보다 865달러 비싼 2만3545달러(약 2512만 원)에 내놨다. 2014년형 쏘나타의 가격은 2만4300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캠리 가격은 2만2870달러로 190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엔저로 일본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동안 현대차는 가격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딜러에 대한 인센티브도 과감히 늘리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쌓은 ‘현금 보따리’로 연구개발(R&D)과 제품 혁신에 투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물량은 아베노믹스로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크게 늘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의 수출만 봐도 지난해 전년보다 오히려 7.5% 줄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 위기 전인 2007년보다도 13.2% 늘었다. 일본 SMBC닛코(日興)증권이 발표한 458개 상장기업의 실적 분석에 따르면 265개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의 수출 물량이 늘지 않은 것은 엔저로 물량을 늘리기보다 이익을 축적했다는 의미”라며 “R&D에 투자한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급성장 한중일 3국의 무역 구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부품소재 및 기계류를 수입해 중간재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해왔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싼 인건비를 활용해 완제품으로 만든 뒤 미국 등으로 팔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평균 250억 달러씩의 대일 적자를 봤지만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워낙 많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기술력을 축적해 자체적으로 중간재의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중국산 철강의 한국 수출은 2009년 41만900t에서 지난해 113만 t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도 직접 중국으로 고부가가치 부품소재를 수출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기존의 한중일 삼각무역에서 한국의 이익 창출 모델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굴기는 단순히 중간재 제품의 자체 생산을 넘어 소비자 대상의 완제품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최근 중국 전자기업은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중국 저가폰에 비해 기능이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 체질의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출 주도의 경제를 유지하려면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 센터장은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중저가 차량부터 럭셔리 슈퍼카까지 12개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투입하고 있다”며 “한국 수출기업도 이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IT 업계의 거인들처럼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기업에 밀려 스마트폰과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시장에서 철수한 일본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과 주택용 전자기기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7540억 엔(약 7조330억 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1200억 엔 흑자로 전환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과정에 있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라며 “환율과 같은 외부 변수를 통제하고 기업의 혁신이 뒤따라야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대폭 확대한 8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중간보고는 일차적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며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후 체제 탈피를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군사대국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에 따라 동북아 군비경쟁이 한층 가열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이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4대 군사강국이 대립하던 구한말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한국의 대응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일 사이 낄 수 있는 한국 가이드라인 중간보고에 따르면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은 전 지구적 차원을 넘어서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된다. 중국의 우주공간 진출과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것이다. 양국 협력 범위도 광활하다. 정보수집·감시·정찰, 훈련·연습, 장비·시설 사용, 후방 지원, 장비 방호, 대공·미사일 방어, 시설·구역 방호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명시했다. 국제 안보와 관련해서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국제 인도지원·재난구호, 해상 안보, 글로벌 평화 역량 강화, 정보수집·감시, 후방 지원 등을 협력 분야로 거론했다. 양국은 특히 ‘제3국이나 지역의 동맹과 3자 협력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호주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중국 경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자위대의 활동 반경이 유사시 한반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 정부가 이날 외교부 논평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특히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군사 활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확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형성된 쌍방 시스템으로 쌍방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되며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행 관건은 법제화 여부 가이드라인이 실행되려면 일본의 관련법 제정·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정기국회에서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자위대법, 주변사태법 등이 개정돼야 자위대의 전 지구적 출동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일본 국민의 분위기가 돌아섰기 때문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가이드라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건과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아베 내각은 7월 1일 집단적 자위권을 강행 통과시킬 때 행사 범위를 ‘일본의 존립이 위협당해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부터 뒤집힐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내용은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와 맞부딪친다. 이 때문에 중간보고는 가장 핵심인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와 관련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지통신은 8일 “자위대의 대미 협력이 제한 없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있어 자위대 활동에 어떻게 브레이크를 걸지가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미일 안보체제를 원활히 운용하기 위해 양국 간 방위협력 기본 구조, 역할 등을 규정한 지침.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일 안보체제 운용의 기본 틀과 같은 효력. 1978년 만들어 1997년 1차 개정했고 올해 말 2차 개정 예정.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북한 최고위급 3인의 전격적인 방문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번 방문의 의도와 전망을 진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추수룽(楚樹龍) 중국 칭화대 교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규슈(九州)대 특임교수 등 3명의 전문가에게 이번 방문의 의미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등을 물었다. 》 ▼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美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 ▼인권개선 압력 회피용 시선교란 이벤트… 북한, 당분간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핵을 포기하고 인권 문제를 존중하라는 국제사회의 동시다발적 압력에 위기를 느낀 김정은 정권의 시선 교란용 대남 전술로 봐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사진)은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및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깜짝 방문 속내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당분간 대남 유화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도 점쳤다.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최고위급 인사를 보냈는데…. “국제사회가 누구 할 것 없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 솔직히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미 관계는 공고하고 중국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뒤) 북한 정권에 화가 났고 일본은 북한과의 교섭에 적극적이지 않다. 러시아마저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이 처한 국제정치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는 이벤트가 필요했다.” ―이번 방한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 “국제사회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것 외에 김정은 정권이 공고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방한 직전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까지 퍼지지 않았나.” ―방한을 계기로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북한이 과거에도 자주 사용하던 ‘특사 외교’의 하나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면 왜 방한 직전까지 (○○개 같은) ‘끔찍한’ 표현을 사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겠는가. 왜 이번 방한에서 박 대통령의 청와대 면담을 거절했겠는가.” ―지난달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했고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유럽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이수용, 강석주의 행보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고민 끝에 방한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이 통한 것인가. “평양도 이제 박 대통령의 강한 소신과 원칙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협박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만큼 당분간은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 추 수 룽 中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 ▼北, 남북관계 개선 강한 의지 드러내… 中 환영北-中 냉랭하지만 김정은 訪中은 시간문제“북한 고위급의 한국 방문은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사실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한국과의 접촉을 시도해 왔다.” 중국 칭화(淸華)대 추수룽(楚樹龍·사진) 교수는 5일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했지만 과거와 비해 상당히 누그러진 자세를 보인 것도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북한 최고위층 3명이 함께 방문했는데…. “한반도 분단 60여 년 역사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 대한 북한의 갑작스러운 접촉을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나. “남북 간 접촉과 관계 개선을 격려해 온 중국으로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조금도 불쾌한 일이 아니다. 주변 정세가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이 북한에 계속 냉담하면 북한이 미국에 접근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과 미국이 중국 땅에서 만나는 것도 중국이 주선하고 편의를 제공했다. 중국은 대국이고 대국으로서의 다양한 전략적 사고를 한다. 북-미 접근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6일로 수교 65주년을 맞은 북-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냉각돼 있다는 시각이 많다. “2, 3년 전에 비하면 분명히 냉랭하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북한 내 대표적인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당과 정부 간 접촉이 완전히 단절되고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정도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 ―김정은이 집권 3년을 맞았는데도 중국을 오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도 집권하자마자 중국에 온 것은 아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시기를 예단할 수 없으나 시간문제다.” 추 교수는 평소 “중국이 지나치게 북한을 감싸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끼쳤다”는 등의 강경한 의견을 밝히는 등 북-중 관계를 냉정하게 진단하는 한반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추 교수는 남북 2차 고위급 접촉 전망에 대해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코노기 마사오 日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北 TV 최근 노무현-김정일 회담 잇단 방영2015년 광복 70주년 맞아 정상회담 할 수도“결국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다. 이를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규슈(九州)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는 5일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 의미를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이제 공은 한국으로 왔다. 한국의 대응에 따라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핵심 인사들의 갑작스러운 방한 의미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내보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엄격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한국과 먼저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내년 여름이 되기 전까지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아시아경기 폐회식이라는 공식 행사가 가장 적합했다. 북한 체면을 살리면서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내년 여름까지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나. “광복 70주년(내년 8월 15일)과 노동당 창건 70주년(내년 10월 10일)이 내년 여름과 가을에 있다. 그때까지 북한은 뭔가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한다.” ―당분간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나. “그렇다. 최근 북한 방송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만난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광복 70주년인 내년 8월 15일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당분간 북한이 한국에 어떻게 나올까. “이산가족 상봉 등 한국이 적극적인 분야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다. 올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 현안에서 진전을 이루고 내년에 6자회담 성사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야 미국과 이야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일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 같다. “맞다. 7월 초 납북 일본인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세울 정도로 북한이 적극적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일본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북한과 일본이 접근하는 모습을 한국에 보여줘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오게끔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세하는 서방 국가의 젊은이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IS에 합류하려는 청년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일본 경찰은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세하려는 일본 대학생 등을 심문하고 있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6일 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이들이 머물고 있는 도쿄(東京)의 한 가옥을 수색하고 있다. IS에 가담하려는 일본인 중에는 홋카이도(北海道)대에 재학 중인 26세 남학생이 포함돼 있다고 NHK 등은 전했다. 현재 일본 경찰은 이들을 공식 체포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NHK는 덧붙였다. 일본 경시청은 이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경시청은 IS가 인터넷을 통해 선전 동영상을 공개하며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러한 미디어 전략에 일본 젊은이들이 현혹돼 IS 요원으로 가담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경시청은 미국, 영국 등의 정보기관과 연대해 일본내 테러 방지책을 세울 계획이다. 또 경시청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IS의 위협이 일본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IS가 미군과 동맹국의 계속되는 공습에 고도의 적응 전략을 구사하면서 공습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AFP 통신은 5일 시리아의 쿠르드족 거점인 코바니(아랍어명 아인알아랍) 지역 공무원의 말을 인용해 “IS가 코바니 도심에서 1km 거리까지 진격했다”고 보도했다. 지상에서 쿠르드 민병대가 IS에 맞서고 미국과 동맹국이 공습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IS는 코바니 중앙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 이는 IS가 이미 공습에 적응했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공습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 BBC는 IS 점령지역의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IS가 공습 목표가 되기 쉬운 군 검문소를 줄이고 위치가 드러날 수 있는 휴대전화 사용도 줄여 공습을 피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IS는 무장 차량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대신 오토바이 이용을 늘렸고 공습 목표물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민가와 민간시설에 IS의 검은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 IS는 전투 중에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명령도 내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유덕영 기자}
10일 노르웨이에서 발표되는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급부상하고 있다.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일본 헌법이 ‘평화헌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를 매년 예측해오던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가 3일 갱신한 웹사이트 예측 리스트에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1위로 올라섰다. 갱신 전까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위였다.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PRIO 소장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의한 (헌법) 해석 변경을 둘러싼 논쟁으로 (헌법 9조가) 주목을 끌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헌법은 평화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PRIO가 발표한 노벨 평화상 예상 1위가 실제로 그해 평화상을 받은 것은 최근 10년 중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뿐이었다. 앞서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사는 주부가 ‘헌법 9조에 노벨상을’이란 시민운동을 제창해 지금까지 약 41만 명이 서명했다. 올해 4월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은 노벨상 후보로 공식 등록됐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해 278명의 개인 및 단체가 추천됐다. 한편 도쿄(東京) 도 조후(調布) 시 시민들이 만든 단체가 내년 1월 열고자 하는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조후 시가 후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도쿄신문이 4일 보도했다. 조후 시의 시민단체가 일본 전국에서 개헌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인 ‘9조회’와 연대하고 있어 ‘행사가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안보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북한의 최고위급 대표단 방남에 대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제스처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변화할지에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대표단 방남이 강석주 노동당 비서의 유럽 순방, 이수용 외무상의 유엔 방문에 이어지는 일련의 평화 공세라며 다소 냉소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결단을 내리고 억류된 미국인 3명을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외면한 채 외교적 고립만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기 때문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대표단 방남을 ‘매력 공세(charming offensive)의 하나’로 평가했다. 그는 “유엔 결의안과 국제법 위반에 따른 국제적 제재를 약화시키고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나 체제 불안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3일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놓으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은 최근 남한을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집중 공격했지만 이번에 대표단을 파견해 실제 행동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일보를 내디뎠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신은 이어 “이번 북측 대표단의 방문은 최근 수년 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서광을 비췄고 이런 기회를 가져다준 스포츠, 아시아경기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전했다. 친중국계 홍콩 다궁(大公)보는 논평에서 “김정은의 대담하고 직설적인 외부 접촉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자 한국에 선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 2인자인 황병서의 방문에 대해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남북간 최고위급 접촉이었다며 이전 수십 년 동안 북한에서 남한에 내려온 최고위층 인사라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은 최측근 3명이 한꺼번에 방한함으로써 북한에 어떤 정변이 있었다는 억측도 불식시켰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면서 북-일 간 납북자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를 표명한 것은 중국과 관계가 냉각되고 대미 관계도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국에도 접근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향후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북-미 관계도 움직여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 도쿄=박형준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3일 국회에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그런 상황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이 올 8월 이른바 ‘요시다(吉田) 증언(제주도에서 다수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 기사가 오보라고 인정한 것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슬픔 고통 분노를 느낀 것은 사실이며 일본의 이미지가 크게 상처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오던 것 이상으로 전략적인 대외 발신(홍보)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유 없는 중상에는 ‘그렇지 않다’고 발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왔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東京)의 중소기업단지인 오타(大田) 구에서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나미키(병木)금형’은 종업원 13명을 둔 중소기업이다. 꾸준히 흑자를 내는 알짜 기업이었는데 올해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우선 4월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가 기존 5%에서 8%로 오르면서 수요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엔화 약세가 가세하면서 원재료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다. 엔화 약세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 나미키 마사오(병木正夫) 회장은 1일 NHK방송과 인터뷰에서 “당초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거래처가 늘어) 경영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다. 수출 중심의 일부 대기업만 돈을 벌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무제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아베노믹스’에 역풍이 불고 있다. 엔화 약세의 과실이 일부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고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에 사는 주부 나카다이라 미유키(中平美由紀) 씨 가정은 3인 가족이다. 최근 들어 나카다이라 씨의 백화점 아르바이트 시급이 늘면서 전체 가구의 수입이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지출은 크게 늘었다. 특히 전기료 가스료 등이 줄줄이 오르면서 광열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거기에 소비세 인상으로 식사 재료비, 교통비, 의복비 등 지출도 만만치 않다. 나카다이라 씨는 “허리띠를 더 죌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일본 SMBC닛코(日興)증권이 지난해 결산을 발표한 458개 상장기업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265개 기업이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수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 덕분에 실적이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엔화 약세가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며 “설비투자 확대와 임금 상승이 경기회복의 핵심 열쇠”라고 진단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가해(加害) 역사를 반성하는 유물을 전시했던 피스오사카(Peace Osaka)가 개축을 하며 중국 측의 가해 사실을 보여주는 ‘퉁저우(通州) 사건’을 영상물에 끼워 넣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퉁저우 사건은 1937년 7월 중국 베이징(北京) 퉁저우에서 중국군이 일본군과 민간인을 습격해 260여 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입수한 오사카(大阪) 부 의회의 ‘피스오사카 전시 리뉴얼의 구체적인 전시 등 개요’에는 퉁저우 사건을 영상물에 넣는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개요는 ‘(베이징 근교의) 로코(盧溝)다리(중국명 루거우차오·盧溝橋)에서 일중(日中) 양군이 충돌했다. 중국군은 일본의 군인과 일반인을 살해했고(퉁저우 사건), 전쟁의 불씨는 상하이(上海)까지 퍼져 선전포고 없는 전면적인 일중전쟁이 시작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피스오사카 측이 이 같은 내용을 영상물 내레이션(해설)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영상물을 시청하는 방문객들이 이런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피스오사카의 위기를 생각하는 연락회’는 “마치 중국이 전쟁을 촉발시킨 것처럼 적혀 있다. 개요에 적힌 문장 중에 (일본의) ‘침략’이란 단어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연락회는 피스오사카 영상에서 퉁저우 사건을 제외시킬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오사카 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피스오사카가 기존 자료에 없던 퉁저우 사건을 슬그머니 끼워 넣으려 하는 것은 ‘가해의 역사’를 흐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피스오사카의 전시물이 왜곡되기 시작한 것은 극우성향의 지역정당인 ‘오사카유신회’ 소속 후보가 2011년 11월 오사카 시와 부 선거에 모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2012년 5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의견이 엇갈리는 전시물의 설명에 양론을 병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 지사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피스오사카 개축과 관련해 “(난징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다고 하는 일방적인 내용이 되지 않도록 양론을 병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극우들도 “난징(南京)대학살(일본군이 1937년 12월 난징에 입성해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중국인을 살해한 사건)만 있는 게 아니다. 퉁저우 사건도 있다”며 가해 역사에 물타기를 시도해왔다. 연락회 측은 “피스오사카가 점차 정부의 ‘홍보시설’이 돼 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사카 부의 움직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힘 쏟고 있는 ‘자학사관 탈피’와 맥이 닿아 있다. 오사카 부 외에도 나가노(長野) 시, 덴리(天理) 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근로자를 강제 동원한 것을 설명하는 안내문에서 ‘강제’라는 문구를 빼고 있다. 사이타마(埼玉) 현 히가시마쓰야마(東松山) 시 평화자료관은 전시된 연표에서 ‘위안부’ 등의 단어를 지난해 삭제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있는지 모르겠네요.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29일 오전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에 사는 59세 남성이 나가노(長野) 현 기소(木曾) 정 주민센터를 찾았다. 오사카(大阪)에 사는 그의 딸(34)은 27일 온타케(御嶽) 산 등산에 나섰다가 연락이 끊겼다. “산을 좋아하는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분화할 줄이야.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나.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화산 분화 사흘째를 맞은 29일에도 가족과 친지를 잃은 이들은 화산재 더미에 뒤덮인 온타케 산을 쳐다보며 발을 굴렀다. 이날부터 현지 구조대와 경찰은 사망자 신원 확인 및 가족 연결에 주력했다. 기소 정 주민센터에는 이날 연락이 두절된 이들의 가족을 위한 대기소가 마련됐다. 모두 “제발 연락이라도 됐으면…” 하는 간절함이 역력했다. 자위대와 경찰 등 약 530명은 헬리콥터와 장갑차까지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대는 온타케 산 정상에서 심폐정지에 이른 등산객 5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로써 심폐정지 상태로 확인된 등산객은 모두 36명으로 늘었다. 일본 당국은 이들 중 12명을 옮긴 뒤 검시를 거쳐 사망 판정을 내렸다. 나머지 24명은 사망 판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산 정상에서는 아직도 강한 가스가 뿜어져 나와 이들을 산 아래로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43명으로 알려진 행방불명자는 경찰과 현청이 신고 접수만 하고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온타케 산 분화로 36명이 사실상 사망하자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숙박업을 하는 니노미야(二宮·여) 씨는 “처음 분화가 일어났을 때는 단순 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6명이나 희생될 줄은 몰랐다. 36명이란 숫자를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이 온타케 산 분화를 예고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가운데 전문가들도 사실상 화산 분화 예측에 백기를 들었다. 2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 화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화산분화예지연락회’ 후지이 도시쓰구(藤井敏嗣·도쿄대 명예교수)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분화 예측 실패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들의 분화 예측 수준은 아직 그런 수준이다”고 28일 말했다. 이어 “활화산에 오르는 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최소한 헬멧이라도 갖고 산에 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이런 태도는 일본 전역의 활화산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후지(富士) 산이 있는 시즈오카(靜岡) 현은 29일 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관리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피난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시즈오카신문은 “전문가들이 후지 산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고시마(鹿兒島) 현에서는 28일 현내 센다이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8월 분화한 사쿠라지마(櫻島)를 포함해 크고 작은 활화산군이 센다이 원전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활화산 등산 관광에 의존하는 여행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특히 이번 사태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기소(나가노)=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8일 오전 나가노(長野) 현 남측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난 온타케(御嶽) 산 쪽으로 차를 몰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5분 능선을 지났을 무렵 ‘온타케 스키장’ 간판이 나오더니 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에선 토사와 화산재가 섞인 수증기가 거대한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27일 정오 무렵 분화를 시작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수증기는 계속 피어올랐다. 수증기는 바람을 따라 남측으로 길게 꼬리를 만들었다. 산 정상으로 접근하면서 온천에서 맡을 수 있는 유황 냄새가 났다. 일본 경찰은 온타케 산 6분 능선 부분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막으며 차량을 세워 돌려보냈다. 》○ “지옥 같았다” 피난소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나고야(名古屋)에 사는 공무원 다나카(田中·38) 씨는 부인 및 친구 5명과 27일 오전 산 정상에 올랐다. 그는 “날씨가 매우 맑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황 냄새가 났다”며 분화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200m 정도 하산했을 때 뒤돌아보니 산 정상에서 거대한 잿빛 연기가 옆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만 해도 사진을 찍으며 즐겼는데 갑자기 연기가 우리 일행을 덮치며 주위가 깜깜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500엔짜리 동전 크기의 토사가 하늘에서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을 품은 바람도 느껴졌다. 눈을 뜨지 못했고 숨도 쉴 수 없었다. ‘지옥이 이런 곳이구나’ 생각했다”며 몸을 떨었다. 피난소에는 연락이 끊긴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타키(王瀧) 촌 공민관에는 살아남은 3명의 하산객과 행방불명된 등산객을 찾으러 온 가족 40여 명이 뒤섞여 있었다. 깔아 놓은 모포 위에 엎드려 우는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TV 뉴스를 보며 구조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기후(岐阜) 현에 사는 하야시 미에코(林美榮子·여) 씨는 28일 기자를 만나 “남동생 부부가 등산을 했는데 남동생만 연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카가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가 다 건강하냐’고 묻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 언론에도 등산객들의 긴박했던 상황이 전해졌다. 정상 인근 한 산장에 대피했던 회사원(45)은 산장 안에도 화산재가 스며들고 지붕에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지자 아이 2명에게 스마트폰으로 유서를 보냈다. “살아서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과 의논해 살아나가 줘.” 정상 부근 공중화장실 뒤에 숨어 화를 면했다는 30대 여성은 “생사의 갈림길이었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상 인근에는 화산재가 발목까지 쌓였고 20cm 크기의 돌이 여기저기 뒹굴었다.○ 구조 난항 속 후지산 폭발 공포도 28일 산 정상 부근에는 헬리콥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바람에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정보 수집에 나섰으며 구조 등을 위해 육상자위대원 110명을 출동시켰다. 심폐정지에 이른 이들은 대부분 재에 파묻혔거나 바위 잔해에 머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기후(岐阜) 현으로 난 등산로로 하산한 여성(69·지바 현 마쓰도 시 거주)은 기자들에게 “무릎 아래까지 쌓인 화산재에 등산객 2명이 쓰러져 있었다.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28일 자력으로 하산한 이들의 옷과 모자는 예외 없이 화산재로 엉망이었다. 수건으로 막은 코와 입 부분만 말끔했다. 등산로 입구에 무사히 도착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등산객들도 보였다. 한편 등산객들은 탈출하듯 온타케 산 주위를 떠났다. 온타케 산 중턱 부근에 토산물을 파는 가게는 모두 비어 있었다. 숙박업소도 각종 예약이 취소되면서 ‘화산 쇼크’를 받았다. 기소후쿠시마(木曾福島) 기차역에서 만난 70대 남성 다니무라(谷村) 씨는 “몇 년 전부터 ‘후지 산이 분화할 것’이라는 뉴스가 많이 나왔는데 정말 후지 산까지 폭발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기소(나가노)=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나가노(長野) 현과 기후(岐阜) 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御嶽) 산(높이 3067m)에서 화산 물질이 쏟아져 나와 28일 등산객 중 적어도 31명이 숨졌다. 이날 민영 뉴스인 FNN은 27일 발생한 온타케 산 분화에 따른 화산재 낙하 등으로 31명이 심폐정지, 40명이 중경상, 43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심폐정지한 31명 중 4명은 사망이 확인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행방불명 인원은 계속 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온타케 산은 27일 오전 11시 53분경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분화하며 화산재가 최고 50cm 높이로 산 정상을 덮었다. 산 정상 부근 분화구 3곳에서 분출된 수증기는 한때 상공 10km까지 치솟았고 산 정상은 갑자기 한밤이 된 것처럼 깜깜해졌다. 분화 직후 토사에 맞거나 화산재에 질식해 등산객 30여 명이 그 자리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40명 이상은 하산을 포기하고 산장으로 대피해 밤을 지냈고 230명 이상은 라이트를 켠 채 하산했다. 첫 분화 이후 수백 차례의 화산성 지진이 관측됐다. 산 정상 부근 산장에는 볼링공만 한 돌덩이들이 지붕에 떨어져 등산객들이 다치는 피해도 속출했다. 분화구에서는 28일에도 계속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부근을 지나는 일부 항공편은 결항되거나 항로를 변경했다. 이번에 피해가 컸던 이유는 분화 직전까지 ‘위험’ 예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 정상의 단풍을 보던 등산객들이 갑자기 열풍과 화산재의 습격을 받았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과 비슷한 규모의 분화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수개월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상청은 온타케 산 분화가 한국에 미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관측했다.기소(나가노)=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근 일본에서 자폐증에 대한 책 한 권이 화제다. 22일 기준 일본 전자서점 아마존의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 1위다. 도쿄(東京) 주오(中央) 구 동아일보 지사 인근의 서점에 들렀더니 ‘품절’이라고 했다. 도쿄 시내 5곳의 대형 서점을 돌아다닌 후에야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자폐증인 내가 날듯이 뛰는 이유.’(사진) 2007년 2월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NHK방송이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東田直樹·22) 씨에 대해 특집방송을 하면서 일본 전역에서 ‘히가시다 열풍’이 불었다. 이와 더불어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쓴 책도 주목받고 있다. 히가시다 씨는 여섯 살 때 아동상담소에서 ‘자폐 경향이 있다’고 진단받았다.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6학년 때 지바(千葉) 현에 있는 요양학교에 편입했다. 그 무렵부터 자폐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책 서문에서 “보통 사람이 되는 게 너무나 힘들다”며 자신의 자폐 증상을 밝혔다. 소리를 내 책을 읽고 노래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려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단다. 필사적으로 노력해 한두 단어를 말하지만 종종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안해지면 곧바로 그 자리를 도망쳐버린다. 간단한 물건조차 혼자서 살 수 없다. ‘왜 나는 안 될까….’ 혼자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사람들이 자폐증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 경우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히가시다 씨는 엄마와의 훈련 덕분에 연필을 사용해 글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원고를 쓸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증을 겪는 사람의 속마음을 일반인에게 전하고자 했다. 왜 큰 목소리를 낼까, 왜 항상 똑같은 것을 묻는 것일까, 왜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을까, 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까, 무표정한 것은 왜일까,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을 왜 싫어할까, 무엇이 가장 괴로울까…. 수많은 질문에 대해 히가시다 씨는 경험담을 담담히 늘어놓았다. 책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히가시다 씨는 흥분하거나 기분이 좋을 때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뛴다고 했다. 뛰면 기분이 붕 떠오르고 자신이 하늘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단다. 최근에는 뭔가 사건이 벌어져 몸이 경직될 때도 뛴다고 했다. 뛰면 몸이 부드러워지고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일반인의 서평 댓글도 많이 달렸다. 대부분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적은 글이었다. “내 아이도 자폐증을 겪고 있지만 책을 보고서야 아이의 행동이 이해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흔히 자폐아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뿐 우리와 끊임없이 교류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을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몫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미국이 22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동맹국의 참여를 촉구하자 일본에서는 ‘IS 공습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올해 7월 1일 집단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미국의 IS 공습이 단행되면서 중동전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향후 일본이 시리아 내 IS 공습에 참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내년 상반기에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10여 개가 정비되면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의 요청만 받으면 군대를 곧바로 보낼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다. 미국도 IS 거점을 공습하며 그 명분을 ‘이라크의 요청에 의한 집단자위권 행사’라고 밝혔다. 일본도 법 정비가 끝나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동전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24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총리관저 기자실에서 ‘향후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새로운 형태의 미국 지원에 나서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번 공습은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인도적 지원에 한정되는 것은 (앞으로도) 변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집단자위권에 기초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미 자위대의 국외 후방지원 활동 범위를 비전투지역에서 전투지역으로 넓히면서 전쟁 수행 준비를 하고 있다. 후방 지원 범위가 확대되면 전장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하고, 전투기 급유도 가능해진다. 도쿄신문은 25일 “IS 공습이 장기화되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법정비가 끝난 뒤 미국이 군사적 협력 요청을 하면 일본은 결단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투 경험이 없는 대다수의 자위대원들은 “국가의 명령에 의해 전쟁에 동원될 수 있다”며 술렁이는 모습이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IS 공습과 관련해 난민 지원이나 주변국에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을 통해 이라크에 780만 달러(약 81억 원)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일본은 지금 군대 보유와 무력 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 체제에 따라 IS 공습에 군대를 보낼 수 없다. 평화헌법은 미국이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을 벌였을 때도 일본 자위대의 전투 참가를 막아왔다.:: 집단자위권 ::자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가 공격받으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을 이용해 반격하는 권리. 유엔헌장 51조가 인정하는 국가 고유 권리.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시골 도시인 도야마(富山) 현 우오즈(魚津) 시의 가미노가타(立上野方) 초등학교. 올해 7월 이 학교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는 젖먹이 아기들을 안고 어르느라 안간힘을 썼다. 방울을 울리거나 갖가지 표정을 짓는가 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아기 얼굴만 보는 학생도 있었다. 이 행사는 젖먹이와 어머니 두 쌍을 학교에 초대해 5학년 학생 20여 명이 아이를 안아보고 돌보는 체험수업이었다. 우오즈 시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 중 하나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은 미래의 자신과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나는 착한 아이로 키울 거야.’ 체험수업은 일부 초등학교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부터 시내 전체 초·중학교로 확대됐다.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2002년 419명이던 우오즈 시의 신생아는 2011년 300명에도 못 미쳤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저출산 위기 돌파를 위한 긴급대책’을 결정하면서 중고교생이 젖먹이나 어린아이와 접촉할 기회를 만들 방안을 담았다. 온갖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가 없자 미래세대인 10대의 인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2012년도부터 적용되고 있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도 가정 과목에 ‘유아와의 접촉’을 필수로 반영했다. 지역에서도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야마가타(山形) 현은 8개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결혼과 양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캠페인과 세미나를 열고 있다. 가가와(香川) 현은 고교생과 대학생을 상대로 ‘연애학 강좌’를 준비 중이다. 남녀공학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시즈오카(靜岡) 현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지사는 6월 현 의회에서 남녀공학 폐지를 호소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빨리 성숙하는 데다 성적도 좋아 남자를 존경하기 어려운 현실이 결혼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 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의 신생아는 49만6391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생아가 100만 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bae2150@donga.com}
크림 반도 합병을 놓고 맞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유령 소유 부동산’으로 묘한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옛 소련은 1927년 12월 도쿄 미나토(港) 구 도쿄타워 옆 1만325m²를 사들여 러시아대사관을 지었다. 지금도 등기부에는 1991년 해체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 소유자로 올라 있다. 인근 상업지역의 m²당 기준지가가 233만 엔(약 2234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사관 땅의 가치는 230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소련 해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소련 산하 15개국은 1994년 12월 대사관이나 국영 항공사 사무소 등 외국에 있는 소련의 자산과 채무를 모두 러시아가 인수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15개국 중 러시아 다음으로 큰 국가였던 우크라이나는 협정에 반대했다. 그 대신 1991년 소련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던 비율(16%)만큼 소련 자산을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러시아가 소련의 빚을 전액 갚았기 때문에 소련의 재산은 러시아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소련 자산이 채무보다 많았다. 빚을 뺀 나머지 자산을 나눠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제3국들은 정부 재량으로 소유권을 러시아에 옮겨줬지만 일본은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대사관 땅뿐만 아니라 러시아 통상대표부(도쿄 미나토 구), 대사관 부속 보육소(가나가와·神奈川 현 가마쿠라·鎌倉 시) 등 10건의 부동산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관련 오보의 책임을 물어 편성국장 등 3명을 경질하는 인사를 19일 실시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치카와 하야미(市川速水) 보도국장(인사·행정 담당 국장), 와타나베 쓰토무(渡邊勉) 편성국장(한국의 편집국장), 이치카와 세이치(市川誠一) 특별보도부장 등 도쿄(東京) 본사의 간부 3명을 보직 해임했다. 새 편성국장에는 조 노리토시(長典俊) 편성국장 보좌가, 특별보도부장에는 나쓰하라 이치로(夏原一郞) 저널리스트학교 사무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보도국장은 니시무라 요이치(西村陽一) 편집담당 이사가 겸직하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2011년 5월 20일자 기사에서 “근무자 90%가 사고 당시 요시다 당시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10km 떨어진 제2 원전으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요시다 조서 원문을 공개하면서 해당 기사는 오보로 판명됐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