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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지사 선거전이 30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각료들의 정치자금 추문으로 위기를 맞은 아베 신조 총리로선 중요한 선거다.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내 분위기 반전과 함께 미일 동맹 강화를 실현시킬 수 있지만 낙선한다면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 있다. 다음 달 16일 투개표를 하는 이번 선거에서 핵심 쟁점은 오키나와 현 기노완(宜野彎) 시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의 현 내 이전이다. 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이는 4명. 자민당은 현직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75)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나카이마 지사는 헤노코 이전을 용인한다. 반면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4) 전 나하(那覇) 시장, 기나 쇼키치(喜納昌吉·66) 전 참의원의원은 현 내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시모지 미키오(下地幹郞·53) 전 우정담당상은 “현민 투표로 결정하자”며 중립적인 자세다. 공산당, 생활당, 사민당 등 야당은 오나가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후텐마 기지의 현 내 이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만약 ‘현 내 이전 반대파’가 당선되면 아베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부패는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o.1)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한 인터뷰에서 “부패한 공직자나 기업인이 자기 주머니로 착복하는 1달러는 의료 지원이 필요한 임산부로부터 훔치는 돈”이라며 부패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국제기구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도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부패지수가 높은 중국, 인도부터 반부패 선진국인 유럽연합(EU) 싱가포르까지 예외가 없다. 2003년 유엔의 반부패협약 제정으로 부패 문제에 있어 국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협약의 실효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부패가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반부패에 눈을 뜨다 우선 한국보다 반부패인식지수가 낮은 중국이 달라졌다.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반부패 체제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취임 한 달 뒤인 2012년 12월 리춘청(李春城) 쓰촨(四川) 성 당 부서기가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성부급(省部級·장관급) 이상 고위직 55명이 부패 혐의로 물러났다. 또 18만 명의 당원이 비리 혐의로 처분을 받았다. 시 주석의 강력한 지원 아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는 올해 7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조사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전·현직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刑不入常)’는 개혁개방 이후의 묵계가 처음 깨진 것이다. 상무위원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다. 시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상무위원 7명 중 한 명이다. 기율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미 링 부장의 형과 동생을 잡아들였다. 그가 낙마하면 저우 전 서기 이후 최대 정치 스캔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대규모 ‘호랑이(고위급 부패 관료) 사냥’으로 반부패 사정이 정권 초기 일회성 정치 이벤트가 아니고 성역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파리(하위직 부패 관료) 사냥’을 병행하고 해외로 도망친 뤄관(裸官·외국에 재산과 가족을 빼돌린 공무원)까지 조사해 직급과 지역을 불문한 전방위 개혁을 단행하고 있음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1월 기율위 전체회의에서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때려잡아야 한다” “권력을 제도의 틀에 가둬야 한다”며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제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호가 반부패를 최고의 정책 목표로 둔 이유는 집권 능력과 통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인구 2위인 인도 역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만연한 부패에 저항하는 인도인들이 거리행진을 한 뒤 인도 입법부가 지난해 부패공직자의 신속한 처벌과 수뢰 행위를 감시하는 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부패 선진국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 회원국 상당수가 매년 부패인식지수 순위 톱10을 휩쓸고 있을 만큼 반부패 선진국인 EU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EU 국내총생산(GDP)의 1%인 연간 1200억 유로가 부패 비용으로 사용된다”며 이른바 반부패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지난해에는 회원국의 부패척결 노력을 조사·평가하는 ‘반부패리포트’를 발간해 부패와의 싸움에서 실패한 나라의 이름을 공개키로 했다. “해당 국가의 이름을 밝히고 부끄럽게 만들면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에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될 정도로 미국 정계에 영향력이 컸던 밥 맥도널 전 주지사 부부의 재판이 세간의 화제다. 주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이권 청탁의 대가로 15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제공받았다는 게 올해 1월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맥도널 전 주지사는 법정에서 “아내가 받은 금품은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라 공여자가 오래전부터 내 아내에게 반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아내를 불륜의 상대방으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자신의 뇌물 혐의를 피하기 위해 아내의 정조까지 팔고 나선 건 검찰이 기소한 14개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300년에 가까운 징역형이 내려질 수도 있는 사법 시스템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비판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유럽 수준으로 부패인식지수가 낮아 각종 조사 때마다 기업 하기 좋은 아시아 국가 1, 2위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홍콩도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다. 두 나라의 공공부문 부패는 어느 정도 사라졌음에도 민간부문 범죄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담당 인력을 늘리고, 온라인 조달 및 아웃소싱 시스템을 도입해 비리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올해 초 일본은 만능세포인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 논문 조작으로 떠들썩했다. 8월 초 문제의 논문 집필 지도를 맡았던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이 자살하기까지 했다. 문부과학성은 8월 말 대학과 연구기관에 가칭 ‘연구공정추진실’을 내년부터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추진실은 대학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연구 부정을 막는 사령탑 역할을 한다. 일본은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만들며 같은 부정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다 보니 과거 악명 높았던 정(자민당)-관(공직사회)-재(대기업)의 이른바 ‘철의 트라이앵글’ 관련 대형 비리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의 행정감시도 상시화돼 있다. ‘전국시민 옴부즈맨 연결회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의 정무활동비 지출 보고서, 영수증 등을 인터넷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인 ‘부패와의 전쟁’은 무역전쟁처럼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 워싱턴=신석호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잇따른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20일 두 명의 여성 각료가 동시 사퇴한 이후 거의 매일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번엔 환경상이 정치자금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모치즈키 요시오(望月義夫) 환경상이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 수입을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모치즈키 환경상 후원회의 정치자금 회계보고서에는 2008∼2011년 지역구 시즈오카(靜岡) 현에서 열린 신년 친목회, 골프대회와 관련해 742만 엔(약 7235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참가비 등의 수입은 적혀 있지 않았다. 모치즈키 환경상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모임에 지출한 비용을 신년 친목회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고인이 된 아내가 당시 경리 책임자로서 허위 기재했다”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루 전에는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여성활약 담당상의 스캔들이 폭로됐다.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단체가 탈세로 벌금을 문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리무라 여성활약상은 28일 기자들에게 “기부금을 준 기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고 120만 엔을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도덕성은 이미 금이 갔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초 개각을 단행한 뒤 현재까지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된 각료는 모두 6명. 전체 각료(18명)의 30%가 넘는 수다. 아베 총리는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의 사직을 전격적으로 수리했지만 나머지 4명은 적극 감싸고 있다. 야당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27일 “언제 조기 총선을 실시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부터는 상시 전쟁체제”라고 선언했다. 2006년 9월 아베 1기 내각은 역대 3번째로 높은 67%의 내각 지지율(마이니치신문 조사 기준)로 출범했지만 검은돈 문제에 휘말린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 농림수산상이 자살한 2007년 5월 지지율은 32%로 추락했다. 마쓰오카 씨를 감싸던 아베 총리가 여론의 칼날을 맞은 것이다. 그 후 넉 달 동안 3명의 각료가 더 사퇴하면서 아베 1기 내각은 막을 내렸다. 현재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0% 내외다. 집권 자민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소비세 추가 인상 결정,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추진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차라리 지금 조기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사진) 신임 경제산업상이 퇴폐 업소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인 기업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세 번째 사퇴 각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야자와 경산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의원 시절 자신이 대표로 있던 정당 지부가 2007, 2008년경 외국인이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히로시마(廣島) 현의 한 기업에서 40만 엔(약 390만 원)을 기부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받은 돈은 26일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다나카 게이슈(田中慶秋) 법무상이 중국인이 경영하는 회사로부터 4년 동안 42만 엔의 정치 헌금을 받은 것 등이 문제가 돼 사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고 역대 내각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고령의 위안부 54분이 여성으로서의 한(恨)을 가지고 돌아가시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힘든 고통을 겪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답했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 정상회담 개최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는 한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어렵다는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일본 중의원 의장의 초청으로 2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부키 의장, 야마자키 마사아키(山崎正昭) 참의원 의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을 만났다. 한일 인사들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관계 정상화에 모두 공감했지만 ‘위안부 문제 해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달 29일 일본 나가노(長野) 현 온타케(御嶽) 산의 화산 분화를 취재했을 때의 일이다. 기자는 산 정상의 시신을 옮겨와 안치해 두는 기소(木曾) 정의 옛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있었다. 병원 관계자가 나오더니 “오늘 수색은 유독가스 때문에 오후 1시경 끝났습니다. 이쪽으로 시신이 더 오지 않으니 참고하세요”라고 말했다. 함께 대기하던 내외신 기자 50여 명은 일제히 전화를 꺼내 본사에 보고하고는 자리를 떴다. 하지만 기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가 사고 발생 사흘째였으니 생존자가 산 정상 부근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때였다. ‘한시가 급한 때에 유독가스로 수색 중단이라니…. 방독면을 쓰고서라도 24시간 수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차로 약 15분 떨어진 기소 정 주민센터를 찾았다. 실종자 가족 대기소에서 만난 A 씨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유독가스가 심하다고 하는데”라고 말했다. B 씨도 눈물 가득한 눈으로 “구조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다. 내일은 유독가스가 줄어들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그때 기자의 머릿속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수색 중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도쿄(東京)로 돌아와 일본인 기자, 교수 등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온타케 산 실종자 가족들이 보여준 반응에 대해 물어봤다. 차츰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일본 고유의 ‘문화’다. 일본은 남에게 폐(메이와쿠·迷惑)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가 강하다. ‘자기 가족을 살리고자 구조대원들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다’는 의견에 일본인들은 열이면 열 다 공감했다. ‘자연재해’라는 점도 감안됐다. 인재(人災)가 불러온 대형 사고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분노했지만 온타케 산 실종자 가족들은 화산 분화라는 자연재해에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저 슬픔을 속으로 삭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뢰’였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구조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다. 굳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현장에 내려와 지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세월호 참사는 언론의 오보, 허술한 초동 대응, 상식을 벗어나는 선장의 탈출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줄을 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 누구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고 이틀째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가지 말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발표한 2013년 세계번영지수를 보면 한국은 26위, 일본은 21위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뢰성(reliability of others)과 남을 믿는 정도(trust others)가 포함돼 있는 세부 항목인 ‘사회적 자본’ 분야에서 일본은 23위이지만 한국은 66위다. 나가노 현 재해대책본부는 7명의 실종자를 남겨둔 채 17일 수색작업 종료를 결정했다. 적설과 기온 저하로 구조대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16일 밤 나가노 현 부지사가 실종자 7명의 가족에게 일일이 전화해 수색 종료를 알리자 대부분의 가족은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이상 지났다. 실종자는 10명. 정부는 언제 ‘수색 중단’을 선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잠수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신의 대가는 그만큼 크다.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현역 각료가 또다시 부적절한 정치자금 지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대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사진) 경제산업상의 정치자금 관리단체인 ‘미야자와회’는 2010년 9월 6일 히로시마(廣島)의 한 ‘SM바(가학·피학적인 성적 행위를 소재로 쇼를 보여주거나 체험하게 하는 주점)’에 교제비 명목으로 1만8230엔(약 18만 원)을 지출했다고 일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미야자와 경산상은 기자들에게 “지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 자신은 SM바에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치자금 문제로 20일 사퇴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경산상의 후임으로 21일 내각에 입성했다. 오부치 전 경산상을 둘러싼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부치 전 경산상이 9년간 이사로 근무했던 공익재단인 혼조(本庄)국제장학재단 소유 건물에 그의 어머니가 임차료를 내지 않고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보도했다. 또 그가 지역구에서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달력을 매년 배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야당은 30일 열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낙마한 각료들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인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20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여성 각료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동시 사퇴하면서 후폭풍이 강해지고 있다. 각료 2명의 동시 사퇴는 1993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번 사퇴로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자민당의 부패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있다. 2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정치자금 문제로 사퇴한 각료는 모두 9명. 그중에서 자민당 소속이 7명이다. 특히 2006년 출범한 아베 1차 내각에서 5명의 각료가 사임했고 이 중 4명이 정치자금 문제 때문이었다. 1년 단명 정권이란 불명예를 안겨줬던 ‘돈 문제’가 아베 2차 내각의 발목을 또다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쿄신문은 “돈 문제로 20일 두 명의 각료가 사퇴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선 반성의 기미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검증 부실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사설에서 “개각에서 ‘간판 만들기’를 우선시한 탓에 각료의 자질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불상사의 싹을 간과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인선과 관련해 “사전 조사가 허술했다. 의회에서 두 각료의 해명을 검증하고 위법 여부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노믹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소비세를 추가로 2%포인트 더 올릴지 결정해야 한다. 각료 동시 낙마로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부는 증세를 선택하기 힘들어진다. 조세 저항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증세를 늦추면 사회보장 재원 마련, 재정 건전성 확보가 늦어져 일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악화된다. 아베노믹스에도 적신호가 켜진다”고 분석했다. 경영 일선에서 ‘유리천장’을 뚫었던 여성 지도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가사 대행 서비스인 ‘베어스’의 다카하시 유키(高橋ゆき·45·여) 전무는 21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국민이 여성 등용에 공감대를 가지기 시작한 시점에 여성 각료를 상징적으로 등용했으나 이번에 여성 중시 분위기가 제로로 되돌아가 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가 완연하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18, 1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3.0%로 지난달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교도통신과 NHK가 비슷한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각각 6.8%포인트, 6%포인트 빠졌다. 이들 조사 결과는 오부치 전 경제산업상 등이 사임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서 앞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유권자들에게 부채를 돌린 게 왜 문제지?’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전 법무상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축제 때 유권자에게 부채 총 2만1980개를 돌려 20일 사퇴했다. ‘고작 부채 때문에 장관직을 떠나야 하나’라는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야당은 선거구에 부채를 돌린 것이 공직선거법이 금한 ‘기부’에 해당된다며 그를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마쓰시마 전 법무상은 “부채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므로 돈의 가치가 없다. 또 지역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내용을 (부채에) 인쇄해 토의 자료로 돌린 것이어서 기부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 부채의 한쪽 면은 그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지만 다른 면에는 의정 활동이 적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했다. 하지만 야당은 그의 표현에 폭발했다. 마쓰시마 전 법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여러 가지 잡음으로 폐를 끼쳐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문제 제기를 ‘잡음’으로 치부했다며 분기탱천한 것이다.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마쓰시마 전 법무상은 논란을 해명하며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총리관저 측에서 이 문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내각의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20일 동시에 물러났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료가 스스로 사퇴하기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가 중용했던 여성 각료 2명이 물러나면서 아베 정권의 구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 불법 지출 의혹을 받아온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를 만나 사직서를 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의 문제로 인해 경제 정책, 에너지 정책이 지체돼선 안 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부치 의원은 2005∼2011년 자신의 선거구인 군마(群馬) 현 유권자들에게 약 5300만 엔(약 5억2500만 원)의 공연 관람비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마 현 시민단체는 20일 오부치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쿄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날 사퇴한 마쓰시마 법무상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축제 때 유권자에게 자신의 의정활동 내용과 캐리커처가 그려진 부채 총 2만1980개를 돌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마쓰시마 법무상은 “부채를 나눠준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베 내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20일 두 각료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뒤 “이들을 임명한 책임은 총리인 나에게 있다”며 “국민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신임 경제산업상에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64) 전 내각부 부대신을, 신임 법무상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61·여) 전 저출산담당상을 각각 임명했다.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임명하는 등 조기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지난달 3일) 여성 5명을 ‘간판’ 각료로 기용해 지지율을 확보해 온 아베 총리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등 7개 야당은 아베 총리의 책임을 추궁하고 사퇴한 각료가 국회에 출석해 설명할 것을 요구하기로 20일 합의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자질이 결여된 각료가 꽤 있기 때문에 (추가로) 자질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정치자금 보고서를 고친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방위상, 지역구 안의 노인 요양시설 개설을 허가해 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후생노동상, 축산 단체로부터 헌금을 받은 니시카와 고야(西川公也) 농림수산상도 압박할 방침이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재조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를 평양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납북자 관련 북-일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득’보다 ‘실’이 많은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대표단의 평양 파견을 발표하면서 “대표단에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견 시기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렇게 시간을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가까운 시기에 파견할 뜻을 내비쳤다. 일본 언론은 이르면 이달 대표단이 방북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는 이날 “지금 방북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대부분의 피해자 가족은 ‘시기상조’ ‘졸속’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북-일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무리하게 대표단의 방북을 추진하다 납북자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아베 총리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18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에 흰색 모자에 남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일본 학생들이 들어섰다. 교복을 차려 입은 한국 학생들은 앞서 도착해 이들을 맞았다. 일본 학생들은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던 도쿄 기타스나(北砂) 리틀야구단 소속이다. 이들은 한국-미국 결승전 때 한국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응원해 감동을 줬다. 당시 한국팀과 일본팀은 준결승에서 만났고 진 팀이 이긴 팀을 결승전 때 응원하기로 사전에 약속해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한국대사관은 일본 선수들이 보인 우정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날 일본 선수 16명과 학부모를 초대했다. 또 양국 청소년 교류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도쿄 한국학교 학생 16명도 함께 초대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일대일로 짝을 지어 미리 써 온 편지와 선물을 교환하면서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짝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히라노 게이스케(平野啓介·중1) 군은 “한국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가 한국에 진 것이 아쉬웠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유흥수 주일대사(76)는 인사말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하기까지는 일본 선수 여러분의 우정을 담은 따뜻한 응원이 힘이 됐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일 학생들의 장기자랑 시간도 있었다. 양측 모두 합창을 준비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대사관 정원에서 학생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기누가와 온천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남은 일정은 도쿄(東京) 시내 여행으로 돌릴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를 하루 만에 다 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스시’ 문화다. 도쿄 시내엔 쓰키지(築地) 수산시장이 있다.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을 떠올리면 된다. 지하철 쓰키지시조(築地市場) 역에 내려 걸어 4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동아일보 도쿄지사가 쓰키지 수산시장 옆에 있어 기자는 시장을 자주 다녔다.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곳으로 ‘기노시게(紀之重) 신관’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에서 온 수많은 지인들과 이곳에 함께 갔고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점심 메뉴는 스시 10점과 김말이 1개로 이뤄진 오마카세(お任せ·요리사에게 맡김)뿐. 생선 종류에 따라 가격은 2700엔(약 2만7000원)과 4000엔 등 두 종류로 나눠져 있다. 2700엔짜리를 선택해도 충분히 스시 문화를 맛볼 수 있다. 카운터에 앉아 스시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먹을 수 있다. 가게가 수산 관련업을 한 지 400년이나 되기 때문에 이곳은 에도(江戶)시대의 스시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 간장을 찍지 않아도 되도록 간을 해서 내놓는다. 11월부터 ‘슈토쿠(秀德)’로 상호명이 바뀐다. 조금 더 저렴하게 스시를 즐기고 싶다면 체인점인 스시잔마이(すしざんまい) 혹은 스시코(すし好)를 추천하고 싶다. 런치세트를 1620∼3240엔에 즐길 수 있다. 메뉴판에 사진이 붙어있어 손쉽게 고를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 가격은 평일 점심 기준이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가격이 훨씬 올라간다. 쓰키지시조 역에 내려 수산시장으로 가면 입구에 안내소가 있다. 그곳에서 상호를 말하면 위치를 알려준다. 기노시게는 본관, 신관, 3호점 등 세 곳이 있는데 특히 허름하면서도 안락한 느낌의 ‘신관’이 인기가 높다. 스시로 점심을 먹은 뒤 일본 9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하마리큐(浜離宮)와 명품과 쇼핑의 거리 긴자(銀座)를 걸어보자. 하마리큐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관광 명소다. 두 곳 모두 쓰키지 수산시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여서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여름휴가 때 제대로 가족에게 봉사하지 못했다면, 단풍 여행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뭔가 새로운 곳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런 수요에 맞춘 일본 여행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요즘이 일본 여행에 최적기다. 해외 국가 중 워낙 가까우니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면 2박 3일로 다녀올 수 있다. 더구나 서울(인천 및 김포공항)과 도쿄(東京·나리타 및 하네다 공항)를 잇는 비행기는 하루 100여 편이나 있다. 그럼 일본 어디로 갈까. 일본에서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도치기(栃木) 현 닛코(日光) 시 ‘기누가와(鬼怒川) 온천’을 추천한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풍’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온천 명소다. 단풍 최절정기인 11월 초·중순에 방문한다면 ‘당신만의 일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찾아가 보니 외국 여행객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여정이 펼쳐졌다.목선(木船)에서 보는 비경(秘境) 기누가와 온천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도쿄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도쿄 아사쿠사(淺草) 역에서 도부(東武) 특급열차 스페시아(편도 2990엔·약 3만 원)를 타면 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이곳은 약 2200만 년 전 해저화산의 활동으로 인해 화산암이 솟아올랐고 그 사이를 기누가와 하천이 흐른다. 하천은 수천 년 동안 화산암을 깎아내면서 기암괴석을 만들어냈다. 그 위에는 단풍나무가 담요처럼 덮여 있다.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기누가와 온천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목선 타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역에서 걸어 5분이면 승선장에 도착한다. 20여 명을 태운 목선은 부드럽게 하천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와” 감탄사가 들려 고개를 드니 근육질 바위 사이로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한눈에 들어왔다. 단풍잎을 아래에서 쳐다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뱃사공이 바위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고릴라 코끼리 곰 등의 이름을 붙여 설명했다. 약 40분간의 승선 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승선료 2700엔. http://linekudari.com/단풍 절경지 ‘류오쿄(龍王峽)’ 승선장에서 하천을 따라 승용차로 약 10분을 달리면 류오쿄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 3km인 산책로가 용의 모습을 닮고 있어 이름에 ‘용(龍)’이란 한자가 붙었다. 그럼 ‘협(峽)’은 왜 붙었을까. 실제 현장을 가 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계곡의 수준을 넘어 ‘협곡’이 펼쳐져 있다. 하천에 깎인 날카로운 바위 그리고 그 위에 단풍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약 10분을 걸으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난다. 니지미바시(虹見橋)가 나온다. 자줏빛이 감도는 이 다리는 협곡 양측을 이어준다. 협곡과 단풍 그리고 자줏빛 다리. 기누가와 온천지에서 본 가장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느긋하게 40분을 걸으면 두 번째 다리 무사사비바시(むささび橋)가 나온다. 산책로 입구에서 약 1km 떨어진 지점이다. 다리 한가운데에 섰다. ‘V’자 모양의 협곡이 겹겹이 보였다. 먼 곳은 구름으로 덮였다. 허공에 떠 있는 신선과 비슷한 체험을 했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이 지점에서 돌아가도 된다. 어른끼리라면 남은 2km를 더 가 봐도 좋다. 중간 중간 원숭이가 보인다. 어느 순간 융기한 바위 색깔이 백색에서 청색으로 바뀌는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다. 화산 분출물의 성분에 따라 융기한 바위 색깔이 다르다. 산책로 입장료는 없다. www.ryuokyo.org피로를 날려주는 ‘노천온천’ 단풍 구경에 빠져 이곳 제일의 즐길 거리를 놓쳐선 안 된다. 바로 온천이다. 기누가와 계곡 양측 언덕에 온천 여관 및 호텔이 늘어서 있다. 어느 곳에 투숙해도 창문 너머로 하천과 계곡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노천온천도 딸려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13일에는 저녁 비가 왔다. 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채 비를 맞았다. 주위는 온통 단풍나무. 목선 승선과 산책으로 쌓인 피로가 한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기누가와 일대 온천은 12월이 되면 4, 5일을 골라 유자를 탕에 띄운다. 유자 온천은 겨울 감기를 이기게 해준다는 속설이 있어 오랜 옛날부터 이렇게 해 왔다. 운이 좋으면 은근한 유자향을 맡으며 노천온천을 맛볼 수도 있다. 여관에 투숙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아예 온천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도 많다. 500엔 내외를 내면 실내외 온천탕을 모두 즐길 수 있다.가족 여행객이라면 ‘월드 스퀘어’ 아이들은 자칫 단풍과 온천에 지루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누가와 온천역에서 승용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월드 스퀘어’와 ‘에도무라(江戶村)’가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월드 스퀘어는 세계 유명 건축물과 유적 102점을 25분의 1 크기로 재현했다. 피라미드와 에펠탑, 만리장성 등이 7.65km² 대지 위에 펼쳐져 있다. 모든 건축물을 다 돌아보면 세계일주를 한 기분. 입장료는 어른 2500엔, 어린이 1200엔. www.tobuws.co.jp 에도무라는 1800년대 초반 에도 시절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칼을 찬 사무라이도 보이고 얼굴에 복면을 쓴 닌자도 보인다. 아이들은 특히 닌자와 사진 찍기를 즐긴다. 어른 4700엔, 어린이 2400엔. www.edowonderland.net ▼기누가와 여행 Tip▼○ 기누가와 온천 예약을 할 수 있는 여행사1. 여행박사 전화: 070-7017-9000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홈페이지 예약 : www.tourbaksa.com2. 익스피디아 전화: 02-3480-0165 (월∼일 오전 9시-오후 7시) 홈페이지 예약 : www.expedia.co.kr○ 나흘간 전철과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는 프리패스 정보tabi.tobu.co.jp/ticket/honsen/a03_d.html○ 일본관광청www.jroute.or.kr / www.facebook.com/joinjroute 닛코=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 구레(吳) 시 해사(海事)역사과학관. 기자가 방문했을 때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 특공대가 사용한 ‘제로센(零戰)’ 앞에서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초등학생들은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제로센 주위를 뛰어다녔다. 최근 일본 박물관에서 ‘제로센 열풍’이 불고 있다. 실물이나 모형은 일본 전국 11개 박물관 및 역사관에 전시돼 있다. 그중 7개가 2000년 이후 설치됐다. 지난해 6월 오이타(大分) 현 우사(宇佐) 시에서 개관한 평화박물관은 중앙홀에 제로센을 배치했다. 도쿄(東京) 다이토(臺東) 구의 국립과학박물관도 항공기술 발전을 소개하며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제로센을 전시하고 있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박물관에 제로센 전시가 늘어나는 것은 방문객 유치를 위해서다. 자살특공대로 출격해 사망한 조부의 역정을 추적하는 청년을 다룬 소설 ‘영원의 제로’가 2006년 히트하면서 제로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같은 이름의 영화도 개봉됐다. 직장인 가토 쇼이치로(加藤正一郞·32) 씨는 “영화 ‘영원의 제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주인공이 탔던 제로센을 실제로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로센을 설계한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지난해 7월 개봉)도 젊은이들에게 제로센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 제로센을 타고 목숨을 걸었던 특공대원들은 위화감을 느낀다. 올해 92세인 데즈카 히사시(手塚久四) 씨. 그는 도쿄대 2학년이던 1943년 학도병으로 해군에 입대해 1945년 2월부터 제로센을 탔다. 그는 15일 보도된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인간을 폭탄 대신 사용한 특공을 절대 미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강행 통과시킨 현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며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잘못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미쓰나리(田中三也·90) 씨는 적함을 찾는 정찰기를 몰았다. 하지만 친구들 상당수는 제로센의 자살 특공대였다. 그는 도쿄신문에 “특공대원들은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고향인 지바(千葉) 현에서 자신의 체험담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며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때 제로센 조종사로 적 항공기 19대를 격추한 하라다 가나메(原田要·98) 씨는 올해 8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걸프전 때 다국적군의 공격 장면을 젊은이들이 마치 불꽃놀이 같다고 표현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전쟁의 죄악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구레·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이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특명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이달 안에 ‘일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안부 문제 관련 정보를 해외에 발신하는 방안 등을 제언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전 외상이 위원장을,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가 고문을 맡는다.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명위는 이 같은 아베 내각의 의견을 일본 국내외에 홍보하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물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내각은 올해 8월 아사히신문의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 관련 기사 취소 이후 위안부 문제에서 공세로 돌아섰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증명하는 각종 재판 기록과 위안부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는 협소한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4일 각의(각료회의)에서도 아사히신문 보도 취소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역사인식을 형성해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대처가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지금보다 더 대외 발신을 강화해 가겠다”는 답변서를 결정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배급하는 신흥 기업 ‘드라마피버’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드라마피버는 지난 5년간 인터넷 기반의 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인상적으로 구축했다”며 “드라마피버가 대중적인 영상 콘텐츠를 세계의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데 소프트뱅크가 일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09년 재미동포 박석 씨가 만든 드라마피버는 아시아와 미국, 유럽의 70개 이상의 방송국과 영상 제작회사로부터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사들여 배급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역시 드라마피버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현재 약 200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재일동포 손정의 회장이 경영하는 소프트뱅크는 최근 콘텐츠 분야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3일에도 영화 ‘고질라’ 제작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에 2억5000만 달러(약 265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8월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 구레(吳) 시 '야마토(大和) 박물관'. 실물을 10분의 1로 축소한 야마토 전함 앞에서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야마토 전함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건조한 세계 최대급 전함이다. 야마토 전함과 함께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은 또 하나의 인기 전시물은 바로 제로센.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가 사용한 전투기 앞에서도 카메라 플레시는 쉴 새 없이 터졌다. 아이들은 "와~" 소리를 지르며 동경의 눈빛으로 제로센을 둘러봤다. 최근 제로센이 전쟁 혹은 군사 박물관 뿐 아니라 평화 박물관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오이타(大分) 현 내 평화박물관이 문을 열며 중앙 홀에 제로센을 배치했다. 도쿄(東京) 다이토(台東) 구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도 항공기술의 발전을 소개하며 제로센을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제로센을 기증받아 전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제로센의 실물이나 모형은 전국 11개 주요 박물관 및 역사관 등에 전시돼 있다. 평화박물관에서조차 제로센이 배치되는 이유는 방문객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문은 "방문객 유치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실제로 보니 멋지다'라고 반응해 젊은 세대에게 전쟁 실상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인들이 제로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소설 '영원의 제로'(2006년 발간)가 큰 역할을 했다. 전쟁 때 자살특공대로 출격해 사망한 조부의 인생 역정을 추적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지난해 12월 같은 이름의 영화로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부터 일본 젊은이들은 제로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로센을 타고 목숨을 걸었던 특공대의 평가는 다르다. 올해 92세인 데즈카 히사시(手塚久四) 씨. 그는 도쿄대 2학년이었던 1943년 학도병으로 해군에 입대했다. 1945년 2월부터는 제로센을 탔다. 데즈카 씨는 15일 보도된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인간을 폭탄 대신 사용한 자살특공을 절대 미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강행 통과시킨 현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며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잘못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다나카 미쓰나리(田中三也·90) 씨는 태평양전쟁 때 적함을 찾는 정찰기를 몰았다. 하지만 친구들 상당수는 제로센을 모는 자살 특공대였다. 다나카 씨는 도쿄신문에 "특공대원들은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고향인 지바(千葉) 현에서 과거의 체험담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며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때 제로센 조종사로 적 항공기 19대를 격추한 하라다 가나메(原田要·98) 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걸프전 때 다국적군의 공격 장면을 젊은이들이 마치 불꽃놀이 같다고 표현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전쟁의 죄악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올해 노벨평화상을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큰 성과가 있었다. 세계인이 일본 헌법 9조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까지 계속 서명 운동을 벌이겠다.” ‘헌법 9조에 노벨상을, 실행위원회’의 호시노 쓰네오(星野恒雄·81) 공동대표는 10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을 각의 의결한 올해 7월 초부터 하루 수만 건으로 갑자기 서명이 급증했다. 지금까지 서명한 인원은 44만 명이 넘는다. 호시노 대표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등록된 것만 해도 아베 정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의 헌법을 제대로 지키고 일본과 세계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힘쓰라”고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10일 각료회의 전 사진 촬영 때 옆자리에 앉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이 “헌법 9조가 수상하면 누가 받아야 하나. 정치적이네요”라고 말하자 아베 총리도 “매우 정치적이군요”라고 호응했다. 한편 ‘영원한 노벨평화상 후보’ 중의 한 명으로 올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탈락한 것을 두고 유엔 주변에선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했다. 한 베테랑 유엔 출입기자는 “반 총장이 올해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 세계가 테러와 국지 전쟁, 에볼라 등으로 시름하는 판에 기후변화가 유엔 사무총장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반 총장이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면 임기 중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글을 삭제하며 위안부 전체 문제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 외무성은 홈페이지의 ‘역사인식’ 코너에 게재돼 있던 ‘아시아여성기금 동참 호소문’을 10일 삭제했다. 1995년 7월 18일 발표된 이 호소문에는 “10대 소녀까지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고 군을 따르게 한 것은 여성의 근원적인 존엄을 짓밟는 잔혹한 행위였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강제’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호소문 전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호소문 삭제는 일본 극우 단체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우 정당인 차세대당의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간사장은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다”고 주장하며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호소문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 외무성은 그러나 호소문만 삭제한 뒤 ‘역사 인식’ 코너에 있는 다른 글은 그대로 뒀다.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문서에는 “조선에서는…가난한 집 딸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끌려갔다고 생각된다. 취업사기도 이 단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언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이 취해진 사례와 관련된 증언이 있다”고 돼 있다.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라는 제목의 1993년 문서에도 “본인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고 특히 관헌(官憲·관청) 등이 직접 가담한 사례도 보인다”고 설명돼 있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언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도통신은 11일 위안부 관련 특집 기사 14건을 송고하며 “일본에서 강제성 유무가 논란이 되는 것과 달리 서구는 비참한 경험을 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일본 편을 들 가능성이 적다”고 보도했다. 일본 근대사 전문가인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 간토가쿠인(關東學院)대 교수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 기사를 취소했다고 해서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위안부 문제 자체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노 담화 발표 때 실무를 맡았던 전직 공무원도 요시다의 증언이 핵심이 아니라고 재확인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