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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 조치에 나선다면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조건으로 ‘상응 조치’를 요구한 가운데 종전선언과 함께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겠다는 것.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선(先)비핵화를 고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북제재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문 대통령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미래 핵’에 대한 불능화 단계에 이어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등 ‘현재 핵’까지 폐기하는 단계로 가기 위해선 대북제재 완화라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를 실행하기 위한 제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상응 조치에 대해 “비핵화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일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정은 기자}

북한의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하면서 북-미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양측 협상팀이 당장 다음 주부터 미국 뉴욕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수정 및 추가된 협상카드를 갖고 잇따라 회담에 나서게 된다. 특히 평양공동성명에 적시되지 않은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가 교착 상태였던 협상을 얼마나 뚫어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 빈에서 투 트랙 비핵화 논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평양공동선언과 관련해 내놓은 공식 성명에서 북한과의 투 트랙 협상을 제안했다. 다음 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별도로 초청함과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보낼 테니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것. 양측은 뉴욕 장관급 회담에서 큰 틀의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하고, 빈에서는 실무대표급 회담을 통해 핵 사찰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들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서울-평양-워싱턴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기존의 3각 협상 구도가 확장되면서 최고위급부터 실무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의 협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협상 테이블에는 평양공동선언에 언급되지 않은 김정은의 비핵화 이행 조치 약속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남북 정상이 논의했다고 명시했다.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이뤄진 양측의 물밑 조율 과정에서 영변 핵시설의 핵사찰을 포함한 ‘플러스알파’ 조치가 논의됐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사흘 전 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친서(a tremendous letter)를 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김정은이 편지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을 언급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외교채널을 통해 이런 뜻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상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북-미 관계 개선 관련 부분이 눈에 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북-미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각적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관계 전환’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연속해서 언급했다. 관계 정상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해제 및 테러지원국 리스트 제외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비건 특별대표 빈 체류, 주말부터 실무접촉 예상 북-미 협상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협상에서는 난관이 여전하다.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카드를 새롭게 꺼내 들긴 했지만, 양측이 요구하는 조치 및 보상의 순서와 수위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보상을 어떻게 ‘동시 행동’으로 연결시킬 것인지가 모호하다. “종전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의 대가”라고 주장해온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정황은 아직 찾기 어렵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중 플루토늄을 생산해온 5MW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순차적으로 나눠서 ‘살라미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라는 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보상에 대한 서로의 인식과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실무협상을 통해 맞춰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과 빈에서 양측이 마주 앉아 보기 전에는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가 17∼21일 빈에서 진행되는 IAEA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이미 현지에 머물고 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19일 “(빈에) 북측 대표를 초청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빈으로 건너가 주말부터 양측의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비핵화 관련 합의는 향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재방북에 따른 비핵화 협상 재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결정지을 키워드가 될 듯하다. 워싱턴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판도는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는 19일 평양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최종 협상에 따라 핵사찰(nuclear inspections), 그리고 국제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자정을 막 넘긴 때였는데도 반응을 내놓은 것. 그만큼 회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로켓과 핵 실험은 더 이상 없고, 전쟁영웅들도 계속 송환될 것”이라고 썼다. 남북한이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매우 흥미롭다!”라고 했다. 그는 이후 폭스뉴스를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재확인했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느라) 먼 길을 왔다”는 문장을 트위터에 추가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 결과를 앞세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백악관은 이미 이달 초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들여 “북한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뉴욕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후속 협상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비핵화 자체에는 진전이 없지만 북-미 대화 국면이 살아날 가능성은 생겼다고 평가했다.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번 남북회담 결과는 북한과의 대화 지속 및 제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워싱턴이 기다리던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종전선언을 해서 ‘한반도 전쟁을 종식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핵 시설 리스트 신고 등 비핵화를 위한 ‘통 큰 결단’ 없이 사실상 미국으로 떠넘긴 공을 백악관과 국무부 등 관련 부처 내 협상 실무팀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종전선언 대 핵 신고서 제출의 순서와 수위 등을 놓고 평양과 샅바싸움을 벌여온 참모들이 협상의 세부사항을 문제 삼을 경우 정상회담 준비 일정이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 뚜렷한 비핵화 성과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한 철도 도로사업의 연내 착공식 및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검토까지 공동선언에 적시한 부분은 워싱턴 내 대북 강경파들의 격렬한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비핵화 협상 회의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 조절’을 거듭 요구하며 강하게 견제해 왔다. 공화당 중진이자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매우 화가 난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남북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서 ‘북한이 핵 사찰(nuclear inspection)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김정은이 내놓은 비공개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돼 온 ‘핵 사찰’은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등을 신고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직접 검증하는 과정을 뜻한다. 북한이 이런 의미의 핵 사찰에 합의했다면 트럼프가 종전선언의 대가로 김정은에게 요구해온 핵 신고서 제출에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이나 기자회견에는 들어 있지 않다.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해 공동선언에 합의한 내용은 △국제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을 영구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두 가지가 전부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의 참관을 핵 사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비공개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핵 사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중재자인 문 대통령을 통해 비밀리에 전달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핵 사찰을 언급하면서 ‘최종 협상에 부쳐질(subject to final negotiations)’ 핵 사찰이라고 설명을 달아 놓은 부분도 주목된다. ‘최종 협상’이 북-미 정상회담인지, 아니면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결정할 미국의 상응 조치 관련 협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개하지 않은 모종의 의제가 있었다는 추측은 가능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지켜보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18일 오후 붉은 카펫이 깔린 북한 조선노동당 본부청사 로비. 인민군 20명의 도열 속에 함께 걸어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층 회담장에 마주 앉았다. 과거 단 한 차례도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된 적이 없었던 북한의 권력의 핵심에서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비핵화 본론 직행에 예정보다 길어진 2시간 오후 3시 45분에 시작된 회담은 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5시 45분까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한국 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2명씩만 배석한 가운데 사실상의 단독 회담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감정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역사적인 조미 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내고 잘 키워주셨다.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됐다. (하지만) 앞으로 조미(북-미) 사이에도 계속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라고 했다.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동시에 ‘선(先)종전선언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설득에 더 나서 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며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기 바란다. 전 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본론으로 직행한 첫 회담에서 테이블에 오른 핵심 의제는 비핵화였다. 청와대는 앞서 의제 순서를 정해 놓지 않고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김정은 입에서 ‘북-미 간 새로운 진전’이란 언급이 나온 만큼 비핵화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초반부터 난제를 테이블에 올렸지만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정은은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에게 “우리가 이룩한 성과만큼 빠른 속도로 더 큰 성과를 바라는 게 우리 인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제는 정말로 좀 결실을 맺어야 할 때”라며 “어깨가 아주 무겁다고 느낀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비핵화 관련 진전된 결과 나올 수도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한미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물어보고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는 것. 회담 준비에 관여해온 정부 당국자는 “두 번째 회담까지 모두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우리도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언급한 비핵화 논의의 ‘블랭크(공백)’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첫날 회담의 기류로 볼 때 둘째 날에는 ‘서프라이즈’로 평가할 수 있는 진전된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회담에 앞서 비핵화에 대한 세부 내용을 미국과 마지막까지 조율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두 차례 통화를 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7일 오전 한 차례 통화 후 늦은 저녁 관저로 퇴근한 강 장관에게 다시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비핵화 부분에서 성과를 내기 바란다”며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다시 강조했다. 회담에서 또 다른 의제였던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은 큰 이견 없이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재래식 무기의 감축을 비롯한 군사적 긴장 완화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의 합의에도 공을 들여 왔다. 협상에서 난항을 겪어온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서는 평화구역 설정 및 상호 해상사격 금지 등의 수준에서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평양=공동취재단 /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18일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핵화 논의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자 목적이기도 한 비핵화 부문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향후 북-미 협상은 물론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비핵화 이행 조치를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문 대통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긴장 속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4월보다 더 어려워진 비핵화 중재자 역할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 및 핵물질 관련 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의 이행 시점과 수위를 조절해 양측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과 조율해 온 수정안을 김정은에게 제시하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선택의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간 견해차를 좁혀 비핵화 대화를 재점화하고 10월 북-미 정상회담에 종전선언 합의까지 성사시킬 기반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물론 김정은이 이른바 ‘통 큰 결단’으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이나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전격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대신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개적인 동결 및 일부 폐쇄 등 ‘플러스알파’ 조치 혹은 핵시설과 핵물질, 핵무기 등 일부를 먼저 신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구상을 새롭게 제안할 수도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그 밖의 다른 절충안이나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100% 파악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워싱턴과 조율해 온 협상 카드는 북한과 아직 맞춰 보지 않은 ‘절반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아야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합의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느냐 하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합의문에 담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할 경우 김정은이 구두로라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나 시간표를 직접 언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설득할 절충안 도출할까 북한과의 조율이 매끄럽게 진행된다고 해서 북-미 협상이 곧바로 재점화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절충안을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이 이에 응하도록 설득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남아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해서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닫혀 버린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긴 했지만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의 물밑 조율을 병행해 가면서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 원칙을 고수하며 대북 제재의 고삐를 지속적으로 조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대북 제재 약화 시도에 대응해 17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는 김정은에게 완전하고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회의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18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 인권 문제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묻혀 인권 이슈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문병기 기자}
최근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인을 총으로 살해한 뒤 달아났던 필리핀인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외교부와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12일 오후 8시경(현지시간) 세부시의 한 호텔에서 피의자 카사도 씨(35)를 체포했다. 카사도는 지난달 26일 시내의 한 모텔에서 한국인 이모 씨(22)의 머리와 가슴, 손 등에 권총 8발을 쏴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사도는 “그 한국인이 내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 중이다. 현지 수사당국은 사건이 벌어진 모텔의 경비원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뒤 ‘코리안 데스크’에 파견 근무 중인 한국인 경찰관과 함께 피의자 검거에 주력해왔다. 외교부는 “기소 및 재판 과정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리핀 경찰과 협력해 우리 국민의 거주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안전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이 6일 공동으로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은 청와대가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발표했던 최초의 영문 번역본과는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영문 표현이나 단어들이 공식 외교문서에 맞게 좀 더 세심하게 다듬어진 정도다. 문제는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종전선언 관련 부분이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 한글 원문은 물론 기존 번역본에서도 ‘적극 추진한다’고 돼 있었던 연내 종전선언이 ‘합의했다’로 바뀌어 버렸다. 193개 유엔 회원국들이 연내 종전선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북측 번역본에 가까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끝낸 뒤 내놓은 선언문의 3조 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청와대도 당시 외신기자들에게 배포한 영문 번역본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혹은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한다(actively pursue)’라고 그대로 번역했다. 이 번역본은 지금도 청와대의 외신 보도자료에 그대로 올라가 있다. 한 문장에 여러 내용이 들어있어 해석에 논란이 일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 등 문제는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3자 또는 4자 회담을 개최해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을 제외한 남북 양측의 동의만으로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장은 유엔에 제출한 영문 번역본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agree)’로 바뀌었다. 4월 정상회담 직후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내놓은 영문 번역본과 거의 같다. 이 때문에 최종본에 북측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번역본에는 정부가 통상 ‘남과 북(South and North)’라고 써오던 표현이 ‘북과 남’으로 바뀌어 있는 부분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북측과 협의를 하면서 원문 취지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한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협상 카드로 쓰려던 종전선언을 벌써 합의? 이런 해석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종전선언을 협상카드로 내밀며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미국은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이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는 데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종전선언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도 추진 중인 시점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유엔 회원국에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서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가 공동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최종 번역본은 유엔 사무국의 문서 편집 및 교정 절차가 끝나는 시점에 193개 회원국들에 문서로 회람된다.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유엔에 제출된 판문점선언의 영문본은 남북이 합의한 국문본에 충실한 번역본”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연내 종전선언을 강하게 추진하는 만큼 내용상으로는 틀린 게 없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청와대의 최초 영문 번역본이 ‘비공식(unofficial)’ 문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두 달 뒤인 6월 발행한 남북 정상회담 결과집에도 그대로 이 번역본을 실었다. 유엔에 배포하기 위해 번역본을 다시 손대기 전까지 따로 정리해놓은 공식 영문 번역본은 없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남북이 최근 유엔 회원국들에 배포한 판문점선언의 영문 번역본에서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판문점선언은 ‘올해 종전선언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되어 있는데, 갑자기 이를 바꿔 남북 간에 종전선언을 연말까지 하겠다고 못 박은 것. 외교가에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의도대로 종전선언 관련 문구를 바꿔 유엔에 제출한 만큼 한미 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북이 6일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의 영문 번역본 중 평화체제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3조의 3항은 ‘(남북) 양측은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고 되어 있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및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 부분은 ‘추진한다(promote)’는 표현을 사용해 별도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이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가 배포했던 판문점선언 영문본과는 다르다. 청와대 영문본은 국문본 그대로 올해 종전선언을 위해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agreed to actively pursue)’고 되어 있다. 특히 유엔에 제출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북측의 영문본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영문판에서 ‘북남은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고 적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중 한 명인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남북이 이렇게 (판문점선언과) 다른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유엔에 제출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에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호응한 것은 결국 두 정상이 비핵화 교착 국면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실무팀의 신중론을 뚫어내며 다시 한 번 승부수 띄우기에 나선 것. 최고지도자 간 ‘빅딜’이 이뤄질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국이 합류해 진행하는 종전선언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김정은 케미스트리 다시 작동할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정상회담은 꼬여 있는 비핵화 문제와 핀치에 몰려 있는 국내 정치 환경을 반전시킬 카드 중 하나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회담 추진을 공개한 것도 회담 성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회담 장소로는 워싱턴과 평양이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북한은 1차 회담 때도 회담 장소로 평양을 강하게 요구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이번 친서에서도 평양 초청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회담 시기는 10월 중하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11월 6일 중간선거 전에 해야 하는 만큼 10월 중하순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시간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예정돼 있거나 추진 중인 다른 주요 일정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당장 18∼20일 남북 정상회담, 9월 하순 뉴욕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말 전격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도 다시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거쳐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다시 한 번 마주 앉고 이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여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구도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연내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의 비핵화 관련 조치를 매듭짓고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 “엄청난 기회 활용해야” 관건은 북한이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느냐 하는 것. 6월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프로세스가 한 발짝도 못 나간 이유는 김정은이 정작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는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페더럴리스트협회 연설에서 “1년 이내의 (비핵화) 시간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이다. 더 신속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1년도 나쁘지 않다”며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압박했다.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실무 차원의 조율은 벌써 들어갔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공식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난제들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만든 엄청난 기회 또한 있지 않느냐”며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이 진행 중인 논의의 핵심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서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의 이행 순서와 시기, 내용의 수위 조절을 통해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이행 계획을 밝힐 경우 종전선언을 하자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북한이 종전선언 후 부실한 핵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벌기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먹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찾아내는 데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영변의 원자로 등 핵시설을 동결, 폐쇄하거나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일부 해체하는 ‘플러스알파’ 조치를 요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비건 대표는 12일부터 중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주말에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두 나라와 협의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한국과 다시 공유 및 조율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도 탄력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 간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기회를 잘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해서도 동의 의사를 전달해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섰다. 중량감 있는 ‘뉴 페이스’가 비핵화 협상 2라운드에 등판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안정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한국 당국자들과의 대화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보좌관 및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동행했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 협의를 진행한 뒤 11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난다. 비건 대표는 회담에서 최근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 및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통해 전달된 북측의 대미 메시지 평가를 공유하고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회동이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지는 만큼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6개월간 비어있던 자리의 공백을 메우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의 쟁점과 방향 등을 정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한국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중국과 일본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고위급 인사가 대북 협상을 주도하게 된 것에 대해 외교가에선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인사들과 긴밀하게 끈이 닿아있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이 지난주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 계획대로 14일 개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전달받은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착돼 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돌아갈 모멘텀이 살아난 만큼, ‘중재자’ 역할을 맡은 한국 정부가 강하게 추진해온 남북연락사무소의 개소에 더 이상 제동을 걸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반도 상황 관련 기류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다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반등하는 모양새”라며 “미국 정부 내 분위기도 이제 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부가 미국과의 충분한 조율 없이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80여 t의 석유 및 물자들을 개성으로 반출한 게 문제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지난달 중순 개소가 무산됐다. 미 국무부는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과속한다며 사무소 개소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아 왔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속으로 애를 태우는 상황이었다. 물론 워싱턴 내 비핵화 협상 회의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무소 개소에 긍정적인 메시지까지 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한미 간 물밑 조율을 이어가며 정부가 예정했던 14일 전후 개소까지는 이견을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상시적 면제’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을 위해 반출하는 석유와 전기, 자재와 비품 등에 대해 “우리 측 인력이 사용하기 때문에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무실에는 북측 인력도 20∼30명 상주한다. 향후 비핵화 논의가 기대만큼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남북공동사무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각종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 논의에 제동이 걸릴 여지도 남아 있다는 얘기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등을 통해 “종전선언 대화 테이블에 미국이 나설 경우 추가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9일 열린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으며 대미(對美) 유화 제스처를 이어갔다. 미국 역시 이에 맞춰 지난달 취소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다. 꽉 막혔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달 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9일 “김정은이 5일 대북 특별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설 수 있는 몇 가지 비핵화 조건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확약은 북-미가 다시 마주 앉아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이 단숨에 체결될 수 없는 만큼,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대화 테이블만 마련돼도 워싱턴이 바라는 핵 폐기 검증, 핵 리스트 작성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특사단을 만난 다음 날인 6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개인적인 서한이 내게 오고 있다. 이 편지는 어제 (남북한) 국경에서 건네졌고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네 번째 친서다. 김정은은 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 ‘로키’ 행보를 이어갔다. 아예 연설을 하지 않았고, 열병식에서도 ‘화성-15형’ 등 ICBM을 선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한 열병식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경제발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반경 올린 트윗에서 “이번 열병식에는 언제나 나왔던 핵미사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폭스뉴스의 분석에 링크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이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자!”며 감사 표시를 했다. 마지막으로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며 “내가 집권하기 전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정은 기자}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일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내 신뢰는 변함이 없다”며 “최근 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 관련 언급은 이렇게 신뢰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한 김정은의 언급은 정상 간 친분을 앞세워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을 풀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 행정부의 협상 실무자들이 북한의 선(先)비핵화 이행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 통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김정은의 이번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를 통해 “고마워요 김 위원장. 우리 함께 이뤄나갑시다(We will get it done)”라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케미스트리(궁합)가 좋다”는 말을 반복하며 호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고 했고,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이후 비핵화 협상 회의론이 확산되는 시점에도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케미스트리’가 앞으로 진행될 비핵화 협상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에게 “곧 보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최소 1만 명이 참가하는 열병식을 포함해 5개의 대형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평양 내 외국 대사관과 국제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참가 접수를 하고 있다. 4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평양 주재 해외공관 및 국제기구에 보낸 공문에서 9·9절에 모두 5종류의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행사들은 군사 퍼레이드와 ‘영광스러운 조국(Glorious Country)’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매스게임, 횃불(torch) 퍼레이드, 대규모 군중집회 등이다. 북한 당국은 “참가할 행사를 확정해서 알려주면 이에 따른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 등을 추후 안내하겠다”고 공지하고 현재 접수를 하고 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북한은 6일부터 사흘간 국적항공사인 고려항공의 베이징∼평양 항공편을 기존 정규편 외에 임시로 6편 추가해 외부 관광객도 대거 받을 예정이다. 열병식 규모는 2월 건군절 행사 때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1만 명가량으로 추정된 군인들이 열병식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31일 열병식 훈련장으로 알려진 평양 미림비행장의 북쪽 광장 일대를 촬영해 판독한 결과 40여 개 점 형태의 무리가 광장 중심부에 도열한 모습이 찍혔다는 것. 병력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각각의 점은 정사각형 형태로,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도열해 있었다. 과거 열병식에서 북한 병사 250∼300명이 한 그룹을 이뤄 정사각형 형태로 행진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훈련장에는 최대 1만2000명의 병사가 훈련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9·9절 행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 연설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행사만큼 중요한 것이 김정은의 연설과 이후 노동신문 등을 통해 나오게 될 메시지”라며 “미국 중국 한국 등을 향한 북한의 대외 메시지와 향후 정책방향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정부가 9월에 열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대신 대북 특별사절단을 5일 평양에 보내기로 한 것은 결국 북-미 간 날 선 신경전 속에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비핵화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문제의 진전 없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 정부가 다시 남북을 통해 북-미를 이끄는 ‘선순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북핵 특사단’, 文 친서 들고 김정은 만나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배경에 대해 “아무래도 중요한 시점에, 조금 더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쪽과 북쪽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왔고, 이 시점에서는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4일 방북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북-미 간 이견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남북이 ‘특사 카드’를 통해 상황 변화를 노리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사단은 북한에 미국의 비핵화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북한의 요구 사안을 다시 미국에 전달하는 ‘비핵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단순히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한다기보다는 북-미 문제나 비핵화 문제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7월 6일 세 번째로 평양을 찾아 1박까지 했지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빈손 귀국’ 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누굴 만나느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내심 생각하는 바는 있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통상 최고 지도자의 면담 직전까지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한 북한 전문가는 “특사단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관리들만 만난다면 의제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中 양제츠 방한 가능성도 올해 정부는 ‘대북 특사 등 북한과 사전 접촉’→‘남북 정상회담’→‘북-미 대화 촉진’으로 이어지는 ‘중재자 패턴’을 반복해 왔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3월 5일 방북한 특사단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아 워싱턴에 전달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일궈냈다.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출렁이던 5월 25일에는 김영철 부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이튿날 ‘깜짝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며 결국 북-미 간 싱가포르 선언을 견인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이미 한 차례 만났고, 이제 비핵화의 디테일 싸움에 돌입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앞선 상황보다 현재가 훨씬 엄중하다. (특사단이)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결과를 가져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특사가 다녀온 뒤에 그 결과물을 가지고 (미국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청와대도 특사단의 결과물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사단 파견을 기점으로 정체돼 있던 남북미중의 ‘비핵화 4자 시계’가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미가 다시 움직이게 된 만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조만간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이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을 향한 동시 경고로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고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 연료 등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걸 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성명을 트위터에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현 시점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많은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발언으로 대북 군사압박 강화 의지를 피력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성명에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따뜻하다고 믿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한미 워 게임(War game·연합 군사훈련)에 엄청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선택하면 한국 일본과 즉시 합동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연합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는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군사훈련을 더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백악관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 백악관 성명은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주 쓰는 느낌표(!)가 성명에 포함돼 있고, 표현도 정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술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중 관계가 공고해지는 시점에서 매티스 장관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은 협상의 판 자체를 깨뜨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데다, 그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빌미를 북한에 줄 수 있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북한에는 협상의 공간을 열어뒀지만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는 중국은 구체적 내용까지 적시해 가며 비난했다. 성명에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과 연료, 비료 및 여러 물품을 포함해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건 도움이 안 된다!”고 썼다. 당장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계기로 강하게 요구해 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크게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북-미 대화 모드를 타고 슬슬 열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북제재 ‘뒷구멍’도 지난해의 최고 압박 수준으로 다시 조이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평양행을 결심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라며 “7인의 상무위원(최고지도부) 중 한 명을 보내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왕후닝(王호寧) 상무위원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유엔사령부는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23일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한 정부 관계자의 방북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한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연내 착공 방침을 밝혔지만 유엔사가 이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미국 쪽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안갯속인 가운데 정부는 북한과 실무접촉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문병기·이정은 기자}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간판 중 한 명. 야전사령관 시절 적진을 향해 “도발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If you f××× with me, I will kill you all)”고 해서 ‘미친 개(Mad Dog)’로 불린 살아있는 미 해병대의 전설이다. 그런 매티스가 또 다른 해병대 4성 장군인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함께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 직접 나서 군사적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은 트럼프의 대북 기조가 협상 모드에서 초강경 압박으로 선회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친 개’ 매티스가 꺼낸 군사적 압박 카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며 선제적으로 내놨던 핵심 유인책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평창 겨울올림픽 전인 1월 전화통화를 갖고 “올림픽 기간 연합 훈련은 안 하겠다”고 합의했고, 트럼프는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전쟁게임(war game)”이라며 중단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결정을 사실상 뒤집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의 북-미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강경 대응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끌어내지 않으면 협상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북한은 올해 비핵화 논의 과정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 한미 연합 훈련을 ‘도발 책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해 왔다. 5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하나인 ‘맥스선더’에 반발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게 대표적이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으로 당장 12월 예정됐던 ‘비질런트 에이스’의 정상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훈련은 한미 연합 공군훈련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지난해 이 계획을 수립한 뒤 예산까지 편성해뒀지만, 북-미 협상 기류가 이어지면서 “미 국방부가 훈련을 취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한다면 이는 곧 북-미 관계를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더 나아가 2월 평창 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이고 북한은 이를 비핵화 협상 결렬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지난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의 경우 F-22 6대를 비롯해 스텔스 전투기 총 24대가 참가해 미 스텔스 전투기의 한반도 전개 역사상 가장 많은 대수가 한꺼번에 투입됐다. 한미 공중 전력 투입 대수는 수송기 등 지원전력까지 포함해 260여 대에 달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도 투입됐다.○ 매티스 뒤에서 또 다른 카드 준비하는 폼페이오 다만 한미 군사당국이 이런 고강도 훈련을 당장 재개할지는 미지수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대규모 훈련 재개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다.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따져보겠다”며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훈련 재개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미래 훈련 중단이나 훈련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 온 국무부는 이날 매티스 장관의 발표와는 별개로 대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대독한 성명에서 “미국은 김 위원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게 분명할 때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됐을 때 협상에 복귀하겠다는 신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목표는 세계의 목표”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김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북한이 이 결의를 이행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매우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 몇 개월간 비핵화 논의의 주역이 폼페이오였다면 트럼프가 잠시 주연을 매티스로 바꿔 김정은의 생각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전 벌어졌던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밀당’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손효주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결정적으로 무산시킨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편지는 북-미 양측이 비핵화 논의를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핵과 미사일 활동 재개’라는 협박까지 내놓은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크게 자극한 상황이다. 비핵화 논의가 다시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드는 가운데 기존의 협상구도로는 논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담 엎어버린 김영철의 편지 한 장 CNN은 28일 사안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철이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 있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적대적인(belligerent) 내용”이라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취소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24일 오전 김영철의 편지를 전달받은 뒤 곧바로 백악관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편지를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전날 발표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뒤집었다. 이 비밀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친서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백악관이 북한에 요구한 선(先)비핵화 조치로는 핵 목록 제출과 함께 핵탄두 상당수에 대한 조기 폐기 등이 거론돼 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의 선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는데, 북한의 동시적 조치 요구와 결국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보고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원인에 대해 “북한은 선(先)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선비핵화 선언을 요구하고 있어 충돌이 돼 못 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북 취소 결정에 ‘중국의 대북 제재 강도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배경이 됐느냐’는 정보위원들의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비핵화 의지를 걱정하는 위원들에게 “국정원은 순진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자극하는 北의 대응 백악관이 북한의 적대적 편지에 강경책으로 맞설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관계 개선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P의 외교·안보 담당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굳은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함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수주 내 승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달 초부터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강경파의 편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꼬여버린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협상구도를 깨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 목록 리스트 신고나 핵무기 반출을 현 단계에서 논의되는 수준의 종전선언과는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P도 ‘대북협상의 길이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중 무역협상과 북한의 비핵화 등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사안을 서로 연계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무분별하고 위험하다”며 “북한의 핵 자산 공개와 미국의 종전선언이라는 ‘공정한 맞교환’ 카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반도와 주변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한 비핵화 논의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 남북 정상회담 등 연쇄 ‘빅 이벤트’의 출발점이던 폼페이오의 방북을 돌연 중단시킨 것은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과 이를 부추기고 있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런 북한과 경협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워싱턴과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도 “미국 주도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협조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일각에선 당장 이번 주 예정됐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음을 인정하며 현재로선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무역에 대해 터프해진 우리의 방침 때문에 과거와 달리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며 다음 달 초 평양 방문을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사실상 겨냥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가길 기대한다”면서도 그 시점을 “중국과 우리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로 못 박기도 했다. 비핵화 이슈를 레버리지 삼아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인 만큼 한동안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따뜻한 안부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곧 만나길 고대한다”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여지는 남겨 놨다. 문 대통령은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팀 핵심 멤버를 청와대로 소집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및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지만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 후 사무소 개소 시점을 놓고는 다소 신중해진 기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정부가 상황 인식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의하고 있다”며 “그런 구도 속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분위기는 강경하다.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에 대해 “옳은 일이다. 북한은 평화적 비핵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진행하면 한미 공조 균열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