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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4명이 추가되면서 군내 확진자가 총 11명으로 늘었다. 20일 제주 해군부대의 병사 1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감염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군내 코로나 19의 확산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군에 따르면 경기 포천의 육군 부대 병사 3명과 대구 육군 부대의 간부 1명이 23일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날 감염이 확인된 경북 포항의 해병대 간부를 포함하면 23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5명이나 발생한 것이다. 특히 23일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4명은 모두 부대 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역학조사 결과 부대 내 감염으로 결론 날 경우 군내 2차 감염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격리 대상자도 급증하고 있다. 24일 오후 현재 군내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한 격리인원은 7930여 명. 나흘 만에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중 350여 명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거나 국내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후 2주내 발열 증상 등이 확인된 인원이다. 이들은 보건당국 기준에 따라 1인 격리 조치 중이다. 나머지 7500여명은 본인이나 가족이 대구·경북지역 등을 방문한 경우로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차원의 격리를 받고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은 격리 대상이 지속적으로 크게 늘어라 경우 특정부대를 통째로 비워서 격리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보다 더 강력한 격리 기준을 적용해 코로나 19의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적 격리자(7500여명)는 보건당국 기준에서 보면 격리 대상이 아니지만 군의 특성을 고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 군은 격리자 전원에 대해 하루 두 차례의 체온 검사와 수시 소독 등을 통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속속 출현하고, 2차 감염 의심 사례까지 나오자 군의 격리 조치 및 사후 관리에 빈틈이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육군 논산훈련소 등 일부 부대가 의심 증상자자들에 대해 공간 부족을 이유로 1인실이 아닌 생활관 등 특정 공간에 10여 명씩 집단 격리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단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있다면 순식간에 전원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군내 대량 감염은 물론이고 지역사회까지 전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군은 격리 인원 개개인 사이사이에 비닐 차단막 등을 설치해 비말(침방울) 감염을 방지하는 한편 식당과 화장실도 별도로 이용토록 하는 등 사실상 1인실 개념의 격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내 부족한 공간 여건에서도 상호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다수가 밀집된 군 시설의 특성상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생활관 등 대부분의 병영시설이 통로(복도 등)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뻥 뚫려있어 격리자들 간에 수시로 접촉이 이뤄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부대에선 격리실과 다른 생활관이 가까이 있어서 완벽한 격리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군내 격리 방식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다수 인원에 대한 예방적 격리는 (관리문제 등으로) 집중도가 분산될 수 있다”며 “격리 인원을 줄이고, 의심증사자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인원에 대한 1인 격리와 집중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육해공군 소속 장병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군 특성상 추가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그러나 군이 뒤늦게 휴가자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식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방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군 내 확진자 3명은 모두 대구에 휴가를 다녀오거나 근무했던 인원들이다. 충북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여단 소속 장교인 A 대위(31)는 휴가 기간인 16일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를 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난 뒤 부대에 복귀했다. 대구 공군군수사령부에 근무하던 공군 소속 장교 B 중위(25)는 17일 어학병 시험 문제 출제를 위해 충남 계룡시 공군기상단에 파견됐다. 제주공항 해군비행대 소속 병사 C 상병(22)도 13일부터 18일까지 휴가로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다. 군은 추가 감염 예방 조치에 들어갔다. 확진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하고 해당 부대 출입을 통제했다. 접촉자 중 출퇴근 장교나 부사관들은 자가 격리하고, 병사들은 부대 내 격실 등에 대기시켰다. A 대위, C 상병과 접촉한 장병들은 각각 5명, 30여 명이다. 취사병인 C 상병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인 19일에도 마스크 등 위생 장비를 하고 음식 조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중위는 공군기상단에서 30여 명과 접촉했으며, 소속 부대인 공군군수사령부에서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50여 명도 격리됐다. 다만 군은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출입은 통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계룡대는 B 중위가 파견된 공군기상단과 1km 떨어진 곳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대구에서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군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방부는 사흘 뒤인 21일에서야 각 군에 지침을 내려 31번째 확진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 10일 이후 본인 혹은 가족이 대구, 경북 청도를 방문했던 장병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선 해당 장병들이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병무청도 21일 이 지역 거주자의 입영을 내주부터 잠정 연기하겠다고 했다. 군은 직간접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인 장병들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가로 의심 증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의심 증상자가 없다곤 볼 수 없다. 조사하는 인원이 늘어 변동이 있다”고 했다. 7일 1100여 명이던 군의 격리인원은 20일 340여 명으로 줄었다가 21일엔 740여 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또 20일 발표한 전 장병에 대한 휴가 통제도 22일부터 이뤄져, 21일 휴가자의 영외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가 통제 조치가) 20일 오후 10시경 결정돼 다음 날 시행하면 혼란이 생겨 22일부터 통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7일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생도 부모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관련 군 대책도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12일 각 군 사관학교 입학식에 가족 참석을 제한하겠다고 한 지 반나절 만에 가족을 포함한 최소 인원을 동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 생도를 격리하고 있으며, 해당 생도가 있던 생활관도 통제하고 있다.신규진 newjin@donga.com·지명훈 / 제주=임재영 기자}

육해공군 소속 장병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군 특성상 추가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그러나 군이 뒤늦게 휴가자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식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국방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군 내 확진자 3명은 모두 대구에 휴가를 다녀오거나 근무했던 인원들이다. 충북 특수전사령부 예하의 여단 소속 장교인 A 대위(31)는 휴가 기간인 16일 대구에서 신천지교회를 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난 뒤 부대에 복귀했다. 대구 공군군수사령부에 근무하던 공군 소속 장교 B 중위(25)는 17일 어학병 시험문제 출제를 위해 충남 계룡시 공군기상단에 파견됐다. 제주공항 해군비행대 소속 병사 C 상병(22)도 13일부터 18일까지 휴가로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다. 군은 추가 감염 예방 조치에 들어갔다. 확진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하고 해당 부대 출입을 통제했다. 접촉자 중 출퇴근 장교나 부사관들은 자가 격리하고, 병사들은 부대 내 격실 등에 대기시켰다. A 대위, C 상병과 접촉한 장병들은 각각 5명, 30여 명이다. 취사병인 C 상병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인 19일에도 마크스 등 위생 장비를 하고 음식 조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중위는 공군기상단에서 30여 명과 접촉했으며, 소속 부대인 공군군수사령부에서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50여 명도 격리됐다. 다만 군은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계룡대 출입은 통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계룡대는 B 중위가 파견된 공군기상단과 1km 떨어진 곳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대구에서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군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방부는 사흘 뒤인 21일에서야 각 군에 지침을 내려 31번째 확진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 10일 이후 본인 혹은 가족이 대구, 경북 청도를 방문했던 장병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선 해당 장병들이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병무청도 21일 이 지역 거주자의 입영을 내주부터 잠정 연기하겠다고 했다. 군은 직간접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인 장병들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가로 의심 증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의심 증상자가 없다곤 볼 수 없다. 조사하는 인원이 늘어 변동이 있다”고 했다. 7일 1100여 명이던 군의 격리인원은 20일 340여 명으로 줄었다가 21일엔 740여 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또 20일 발표한 전 장병에 대한 휴가 통제도 22일부터 이뤄져, 21일 휴가자의 영외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가 통제조치가) 20일 오후 10시경 결정돼 다음 날 시행하면 혼란이 생겨 22일부터 통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7일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생도 부모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관련 군 대책도 논란이 됐다. 국방부는 12일 각 군 사관학교 입학식에 가족 참석을 제한하겠다고 한 지 반나절 만에 가족을 포함한 최소 인원을 동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 생도를 격리하고 있으며, 해당 생도가 있던 생활관도 통제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후 25일째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회의를 갖고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 급증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정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21일 오전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 보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영업자 임대료를 낮추고 건물주에게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에 대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제주 해군부대에서 군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경두 장관 주재로 오후 9시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통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단 전역 전 휴가 및 경조사에 의한 청원휴가는 정상 시행한다.김지현 jhk85@donga.com·신규진 기자}

주한미군이 대구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감염증 위험 단계를 한단계 격상했다. 주한미군 장병들의 대구 방문 또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나섰다. 20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전날 지휘관 서신을 통해 “2월 9일 이후 (대구) 신천지교회에 참석한 모든 근무자들은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접촉경로 추적검사가 끝날 때까지 자체 격리를 의무적으로 시행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과 군무원, 계약직 직원들도 강력한 자체 격리를 권고한다고도 덧붙였다. 대구 내 미군기지는 캠프 워커, 캠프 헨리 등 2곳으로 14명의 감염이 확인된 신천지교회는 캠프 헨리와 불과 2km 떨어져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모든 주한미군 근무자들은 필수임무를 제외하고 대구로 오가는 여행이 금지되고 외부 시설로의 이동도 최소화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구기지에 대한 ‘임시 격리’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출입 재개 여부는 향후 24시간 단위로 갱신될 예정이다. 또 대구기지 내 학교나 아동보육시설 등도 20일부터 잠정폐쇄되고 재개 여부는 21일 결정된다고 주한미군은 밝혔다. 주한미군은 보건 당국의 추적검사가 완료 될 때까지 국내에 주둔하는 병력과 시설에 대한 코로나19 위험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으로 한 단계 격상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위험단계를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주한미군은 지난달 19일 이후 중국에서 입국한 병력들에 대해 14일 자체격리 조치를 시행해왔다. 아울러 현재까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미군은 없다고 주한미군은 설명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올해 첫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성능 개량,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그동안 한미가 이견을 보여온 ‘3대 안보 현안’을 놓고 집중 논의에 들어가는 것이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정 장관이 23일부터 27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24일 에스퍼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며 “국방 관련 주요 현안이 모두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미국행은 에스퍼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이후 3개월여 만에 한미 국방수장이 얼굴을 맞대게 됐다. 지난해 두 차례 방한한 에스퍼 장관이 정 장관을 초청한 만큼 미국이 양국 핵심 현안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의견을 내비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최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사드 ‘업그레이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논의될 수 있다는 게 군 안팎의 기류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진화에 맞서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사드의 발사대와 포대 분리나 추가 발사대 전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업그레이드에 대해 군은 여전히 신중하다. 중국의 한한령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드 반발’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 정부는 올 상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한중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에선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를 넘겨서도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최응식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위원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합의가 없다면 주한미군은 자금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월 초라는 하나의 (협상) 데드라인은 미국도 인식하고 있다”며 “(무급휴직 시) 주한미군 부대 운영에도 커다란 차질이 생겨 주한미군도 같이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육군이 공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담긴 성주기지 개발비용(약 580억 원)의 방위비 포함 문제를 미국이 회담에서 정식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아닌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통해 사드 기지의 개보수나 장비 운용과 관련된 비용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 선에서 (구체적인 내용들이) 논의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회담에서 조건부로 연장하고 있는 지소미아의 유지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다 풀지 않더라도 당장 지소미아 파기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기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3월 초에 실시될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해 수준으로 규모를 조정해 시행하는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입국자를 한 달간 격리하고, 중국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키트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훈련 규모도 큰 폭으로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온 사람들을 신의주에 1개월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진단·방역 체계가 취약하고 치료를 위한 의료설비, 장비, 인력마저 부족한 북한은 중국처럼 주거지역들을 아예 폐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12일부터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기간을 기존 14일에서 30일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당국은 중국 주재 공관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 등에 나와 있는 관계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알 수 있는 진단 키트들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구역에 있는 평양우의병원 정도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난으로 올해 북한군의 동계훈련 규모는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시 중인 동계훈련의 참가 인원 및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특히 이착륙, 원거리 비행에 기름이 많이 소모되는 공군 전투기 훈련이 큰 폭으로 줄면서 훈련에 참가한 북한의 공군 전력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감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정규군 창설 72주년이 되는 8일 건군절에 당초 대규모 열병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염병 방지를 위한 모든 대책을 총괄할 정도로 방역망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위생방역사업을 더 강하게, 더 광범위하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에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이라며 확진 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열차 운행을 중단해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하지만 복수의 북한 소식통은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변에 있는 강성무역회사 전용 부두를 관리하는 보위지도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성무역회사는 북-중 무역을 위한 전용 부두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로, 북한 광물 밀수출(密輸出) 업체 중 가장 크다. 대북 소식통은 “확진자가 국경 폐쇄를 선언한 지난달 30일 이후 밀무역을 위해 몰래 중국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책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군법으로 다스리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어 감염자는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신의주를 완전 봉쇄했으며, 신의주시 노동당위원장은 코로나19 예방대책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즉각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규진 기자}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2’를 시험 발사했다. 13일 미 해군태평양사령부는 1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해상에서 오하이오급(1만9000t급) 전략핵잠수함(SSBN) ‘메인함’의 트라이던트2-D5LE 미사일을 한 차례 발사했다고 밝혔다. 3단 고체추진체로 제작된 트라이던트2는 사거리가 8000∼1만2000km인 다탄두 SLBM이다. 이번에 발사된 D5LE는 노후한 D2에 수명연장 프로그램을 거쳐 만든 미사일이다. 해군태평양사령부는 이번 시험 발사가 정기적인 평가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잠수함의 전략무기 체계와 승무원 준비 태세를 점검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어 “미사일은 육지 위를 날지 않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어떤 세계적인 사건이나 힘을 시위하는 목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발사된 트라이던트2에는 무기가 장착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이 배치한 SLBM용 저위력 핵탄두 ‘W76-2’와 같은 무게의 훈련탄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 W76-2는 미 해군의 SLBM용 핵탄두인 ‘W76’의 폭발력(9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을 5kt 수준으로 줄여 개조한 것으로 정밀 타격에 유용하다는 평을 받는다. 앞서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4일(현지 시간) “미국은 저위력 핵탄두 W76-2를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W76-2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이 5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ICBM 미니트맨3를 발사한 데 이어 트라이던트2까지 발사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가속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미니트맨3와 트라이던트2-D5를 잇달아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미니트맨3, B-52 전폭기와 함께 수십 발의 트라이던트2를 실은 SSBN은 미국의 ‘3대 핵우산’으로 꼽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 국방부가 미 본토와 괌, 한국 등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능 개선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 국방부는 사드의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해 원격 발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의 10일(현지 시간)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 따르면 MDA는 7곳에 배치된 사드의 포대 및 훈련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1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주한미군 연합긴급작전요구(JEON)가 완료되면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을 이용해 주한미군이 어떤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1단계는 사드의 발사대를 원격조종하거나 (방어 범위를) 늘리기 위한 역량을 시험하고 입증하는 것”이라며 “발사대를 포대와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 (사드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대를 뒤에 놓거나 레이더를 뒤로 옮길 수 있고, 발사대를 앞에 놓거나 추가 발사대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테스트가 예정돼 있고 2021년에도 또 다른 테스트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군 측은 이미 한국군에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하거나 패트리엇을 사드 발사대에 통합하는 계획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경북 성주기지의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해 발사대를 평택 등 북쪽으로 이동시키려 할 경우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드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북한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군 관계자는 “(사드) 성능 개선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국내에서 발사대 이동 배치 등 문제에 대해 우리 군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미 육군은 내년도 국방예산에 성주 사드기지의 개발 비용으로 4900만 달러를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육군은 관련 자료에서 “비용을 한국이 내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수의 한국 정부 당국자는 “방위비 협상에서 사드가 거론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규진 기자}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와 괌, 한국 등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성능 개선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 국방부는 사드의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해 원격 발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의 10일(현지 시간)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 따르면 MDA는 7곳에 배치된 사드의 포대 및 훈련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1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MDA는 “우리는 한반도의 미사일 방어 능력 통합을 완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주한미군 연합긴급작전요구(JEON)가 완료되면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을 이용해 주한미군이 어떤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3가지 단계로 나눠서 설명하겠다”며 사드 발사대와 포대 분리를 거론했다. 힐 청장은 “1단계는 사드의 발사대를 원격조정하거나 (방어 범위를) 늘리기 위한 역량을 시험하고 입증하는 것”이라며 “발사대를 포대와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 (사드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대를 뒤로 놓거나 레이더를 뒤로 옮길 수 있고, 발사대를 앞에 놓거나 추가 발사대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요구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테스트가 예정돼 있고 2021년에도 또 다른 테스트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군 측은 이미 한국군에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하거나 패트리엇을 사드 발사대에 통합하는 계획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경북 성주기지의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떨어뜨려 발사대를 평택 등 북쪽으로 이동시키려 할 경우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드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북한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미 간에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사드) 성능 개선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국내에서 발사대 이동 배치 등 문제에 대해 우리 군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맨체스터·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청해부대 3차례 파병돼 피랍 한국인 선원 구출 ▼제복상 김태근 소령 청해부대 강감찬함 갑판에 착륙한 링스헬기에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4명이 내리자 김태근 해군 627비행대대 소령(40)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 소령은 2012년 12월 1일, 582일 동안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이들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제미니호 피랍 선원 구출 작전의 숨은 주역인 김 소령은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3차례 수행한 베테랑 조종사다. 링스헬기 조종사로선 최초이자 최다 기록. 파병 기간에 유독 아찔한 상황이 많았다고 한다. 2009년 청해부대 1진으로 첫 파병 때 부조종사로 참여한 그는 피랍 위협에 처한 북한과 덴마크, 파나마, 이집트 상선의 구조를 도왔다. 김 소령은 “당시엔 하루에도 5, 6차례 해적들이 상선에 접근했다”고 회상했다. 정조종사로 참여한 2012년 11진에 이어, 2018년엔 26진 항공대장으로서 서아프리카 가나 해역에 피랍된 한국인들을 구출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김 소령은 “파병 때마다 큰 사건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위기였지만 기회가 됐다. 이런 임무를 맡긴 국가와 해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1만시간 무사고 비행… 추락 위기서 민가 보호 ▼제복상 김용필 준위“한 건의 사고 없이 비행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동료들 덕분입니다.” 김용필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 준위(56)는 1983년 헬기 정비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37년간 전투헬기를 조종해 왔다. 그는 육군 현역 조종사 중에서 최다 무사고 비행 1만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장기운용 헬기(500MD)의 완벽한 품질보증을 통해 시범비행 무사고 4000시간 공적도 달성했다. 특히 2018년 12월 정비 시험비행 중 강원 원주시 상공에서 엔진 이상 징후를 보인 항공기를 교회 앞 공터에 착륙시킨 건 그의 순발력 있는 판단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군의 평가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을 대표해 상을 받아 어깨가 무겁다”고 전했다. 김 준위는 활발한 대민자원봉사 활동으로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2018년엔 취업 멘토링을 통해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고 불우이웃 자원봉사 500시간을 달성해 ‘자원봉사 동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서민 등치는 보이스피싱 7개 조직 244명 구속 ▼제복상 박종배 경감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박종배 경감(51)은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3000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을 가로챈 7개 조직을 붙잡아 244명을 구속시켰다. 4년 동안 수많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시켜 관련 조직들이 박 경감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유할 정도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 모집 광고를 내면 계좌번호 등을 알려준 뒤 체크카드를 건네는 장소에 잠복했다가 조직원을 붙잡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워낙 은밀히 움직여 수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런데도 적극 단속한 이유는 피해자가 대부분 평범한 서민이기 때문이다. 전화나 문자에 속아 절망하다가 목숨을 끊는 피해자도 있다. 1993년 순경으로 채용된 그는 지금까지 모든 계급을 범인검거 공로로 특진했을 정도로 인천의 대표적 ‘수사통’이다. 박 경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교묘해지지만 동료들과 수사 기법을 개발하고 공유해 끝까지 단속하겠다”고 밝혔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새벽 순찰중 불길속 뛰어들어 7명 목숨 구해 ▼제복상 신영환 경위전북 고창경찰서 흥덕파출소에 근무하는 신영환 경위(53)는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란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2018년 6월 26일 오전 3시경. 고창군 상하면 주택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순찰 중이던 신 경위와 동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우왕좌왕하던 노부부를 구한 뒤, 불길이 옆집으로 번지자 온 힘을 다해 잠긴 문을 두드렸다. 주택이 전소했지만 신 경위는 모두 7명의 생명을 구했다. 2017년에는 도로 위를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대형 트랙터를 발견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신 경위는 트랙터에 뛰어올라 안전하게 멈춰 세웠다. 운전자도 신 경위의 대처로 목숨을 건졌다. 신 경위는 1990년 경찰관이 됐다. 천직으로 여기고 일한 지 올해로 30년째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찔하지만 당시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약한 사람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창=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화재진압-구조 15년 베테랑… 하루 24번 출동도 ▼제복상 서왕국소방장“작은 아들이 ‘우리 아버지 소방관이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 특수부대 중사로 전역한 뒤 2005년 소방공무원 구조대원으로 특채된 서왕국 인천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43)은 15년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왔다. 서 소방장은 2017년 12월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 전복사고 때 선체를 인양해 시신 3구를 수습했다. 같은 달 인천 서구 루원시티 내 8층 건물 공사장 화재 때도 실종된 노동자의 주검을 찾아냈다. 서부구조대에서 일하며 하루 24번이나 출동한 적도 있다. 그에게 2018년 4월 서구 가좌동 화학물질 처리업체인 이례화학 공장에서의 화재진압 상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했다가 바다 건너 검은 구름을 목격했다. 직감적으로 대형 화재라 판단하고 특수구조단으로 달려갔다. 그는 “유독물질 폭발로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화재 진압에 나섰다”고 회상했다.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사고선박 선장 구조… ‘흉기 위협 中어선’ 나포 ▼제복상 최문호 경장지난해 7월 23일 오전 4시경. 육지에서 배로 7시간쯤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최문호 경장(32)은 상황실에서 ‘화물선과 어선이 충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 지점은 서격렬비열도 인근 해상. 어둠과 높은 너울, 해무를 헤치고 도착한 최 경장은 화물선 선장(52)이 바다에 빠졌단 소식을 접했다. 단정(短艇)으로 옮겨 탄 최 경장은 수색 끝에 극적으로 선장을 찾았다. 하지만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혼미했던 선장을 최 경장은 신속히 본함으로 옮겼다. 병원 간 원격진료를 통해 의사 지시에 따라 응급 처리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2016년 경찰에 입문한 최 경장은 해상 인명구조와 해상주권 수호에 열정적이다. 평소 특수기동대, 수사요원 활동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로서 1인3역을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한 불법 중국 어선을 추격해 나포했다. 최 경장은 “어민들의 안전한 활동을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위기의 순간에 몸던져 시민 안전 지켜내 ▼위민경찰관상경남 김해중부경찰서 고 이상무 경위는 2018년 10월 18일 교통사고를 수습하러 출동했다. 이 경위는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트럭을 갓길로 밀었다. 그때 방향을 틀던 차량이 김 경위를 치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당시 34세였던 이 경위는 2009년 경찰에 입문했다. 평소 성실한 태도로 귀감이 돼 왔다. 서울 도봉경찰서 김지형 경사와 결혼해 3, 5, 7세 아들 셋을 뒀다. 김 경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는 아빠처럼 경찰관이 장래 희망이다. 아이들에게 멋진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 수고하는 모든 경찰 가족을 대표해 주는 상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경찰서 국승옥 경위(54)는 2018년 1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사랑하는 동료를 떠나보냈고 자신도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현장으로 출동하던 순찰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 경위는 10주 진단을 받았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6개월 뒤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동료의 응원과 격려 덕에 돌아왔다. 먼저 떠난 동료 몫까지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경찰서 김양진 경위(49)는 2018년 10월 마을버스에 탄 승객들이 황급히 내리는 모습을 봤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경찰차 사이렌을 울린 뒤 주변을 통제했다. 입에서 거품이 나고 구토도 했지만 구조대가 오기까지 참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5년 전엔 택시 운전사를 폭행하던 남성을 제압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도 받았다. 김 경위는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면 언제라도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김해=강정훈 manman@donga.com / 익산=박영민 / 부산=강성명 기자 ▼ 소방안전 업무중 과로로 안타까운 희생 ▼위민소방관상특전사 출신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늘 솔선수범의 상징이었다. 소방청 운영지원과 인사계장이었던 고 박찬희 소방령(당시 49세)은 지난해 10월 2일 오후 2시경 국정감사와 소방의날 기념식 행사를 준비하다 갑자기 쓰려졌다. 과로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를 받던 박 소방령은 3개월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지난달 25일 병세 악화로 순직했다. 1996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구조경력직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박 소방령은 중앙119구조대, 소방청 소방정책과·생활안전과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인사팀장으로 근무했다.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은 물론이고 조직·예산·인사업무 등을 수행해 조직 발전에 기여했다. 박 소방령과 함께 근무해 온 동료들은 ‘중요한 일이건 허드렛일이건 항상 앞장서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상관에겐 신뢰를 받았고, 부하 직원들은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으로 박 소방령을 꼽았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위험 무릅쓰는 희생정신과 실질적 업적 평가 ▼이렇게 심사했습니다‘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용민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이명건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상수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덕수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최종 심사를 마친 뒤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희생정신과 실질적 업적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단은 엄정한 논의 끝에 지난해 10월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 5명을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영예로운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1명 등 모두 15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미국이 신형 대기권 재진입체(RV)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다. 5일(현지 시간) 미 공군에 따르면 미니트맨3는 이날 0시 33분경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미사일은 6750여 km 떨어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절레인 환초까지 도달했다. 미사일은 탄두가 제거된 시험용으로 실제 탄두와 같은 무게의 물체를 장착해 비행했다. 미 공군은 이번 발사가 개발시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니트맨3에는 ICBM 핵심 기술인 새로운 종류의 대기권 재진입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직후 미니트맨3를 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오마 콜버트 미 공군 대령은 성명을 통해 “미니트맨3는 노후화되고 있고 이 같은 현대화 프로그램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 공군은 이번 발사가 몇 달간 계획된 것이며 국제적 사건이나 지역 긴장에 대한 대응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니트맨3는 핵무장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우산’으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는 1만3000km로 미 본토 서부에서 발사하면 평양을 30분 내 타격할 수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및 선박 호송 임무를 수행했던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 내에서 부사관이 병사들에게 폭언과 강제추행, 가혹행위 등을 한 혐의가 드러나 군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군 부사관 A 씨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함정 안에서 병사 10여 명에게 수차례 폭언을 하거나 신체 일부를 꼬집었다. 손바닥으로 일부 병사들의 얼굴 등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병사들은 지난해 12월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상부에 이를 보고했고, 군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A 씨는 본인의 행동을 일부 인정하지만 병사들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고,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해부대장(대령)은 즉각 A 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한국으로 원대복귀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8월 출항한 강감찬함은 지난달 21일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작전반경을 확대한 31진 왕건함과 임무 교대 후 한국으로 복귀 중이다. 지난달 말 해군 헌병단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군 검찰은 A 씨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법한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상습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에게 입영통지서가 발송됐다. 승리는 입대 후 군사법원에서 유무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4일 “가수 승리에 대해 공정한 병역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수사가 종료됨에 따라 입영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이 승리를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군 당국이 입영 통보를 한 것이다. 입영 통지 후 30일 내에 입영해야 하고, 연기 신청을 한다고 해도 병무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늦어도 3월 초엔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입대 후에는 관련법에 따라 재판 관할권이 군사법원으로 이관된다. 병무청은 “일관되고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도록 검찰과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관련 사건에 대한 민간법원 판결 결과 등의 진행 경과를 고려해 재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목운초. 학교 앞은 오가는 사람 한 명도 없이 썰렁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데리러 온 학부모로 붐비던 평상시와 완전히 달랐다. 굳게 닫힌 학교 건물 앞에는 ‘방역을 위해 휴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목운초는 4일부터 8일까지 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학교 건물 전체를 방역할 계획이다. 학부모 A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인 남성(49)이 1일 12번째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12번째 확진자가 11일 동안 서울 중구와 강원 강릉시, 경기 수원시, 군포시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러 곳에서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이 나오고 있다. 목운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A 씨는 지난달 26일 경기 부천역 인근에 있는 CGV부천역점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했다. A 씨는 이때 12번째 확진자의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12번 환자는 이 당시 근육통 등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자녀가 3명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자녀가 다니던 양천구 목동의 한 어학원도 학부모들에게 “잠시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의 또 다른 수학학원도 같은 이유로 문을 닫았다. A 씨의 막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휴업했다. 목동 일대 학원들은 상당수가 목운초 학생들의 등원을 이번 주 금지할 방침이다. 목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학원 전 층을 방역할 것”이라며 “직원을 포함해 원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목동의 또 다른 어학원도 “휴교령이 해제되는 날까지 목운초 학생들은 학원을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의 자녀들이 여러 입시생이 모이는 목동 지역의 학교와 학원을 오갔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목동 지역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목운초와 목운중은 울타리도 없이 사실상 같은 학교”라며 “목운중도 휴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동의 주부라는 또 다른 누리꾼도 “전국에서 목동의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데 바이러스가 학생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질까 우려된다”고 썼다. 12번째 확진자는 군으로도 파장을 퍼뜨렸다. 확진자가 지난달 23일 강원 강릉시의 한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육군 모 부대 소속 최모 일병이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 일병은 휴가 때 부모와 함께 12번째 확진자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같은 날 부대로 복귀했다. 이런 사실은 이달 2일 오후 4시경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최 일병의 부모가 부대로 알리면서 확인됐다. 군은 이에 따라 최 일병을 포함한 생활관 인원 8명을 모두 부대 의무실에 격리시켰다. 최 일병은 곧 음압격리 병상이 있는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간다. 군은 3일 오후 군 중앙역학조사반을 통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최 일병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동료 군인들의 검체는 국군의학연구소에 보낼 예정이다. 이 부대는 전 장병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고 건물 외부 이동을 금지시켰으며 6일까지 휴가와 외출, 외박 등을 통제하기로 했다.고도예 yea@donga.com·신규진·이청아 기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할 텐데….” 지난달 21일 정부가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하기로 결정한 뒤 군 안팎에선 이런 말들이 나온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일단 부응했다는 안도감보다는 향후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답답함이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기존 아덴만에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까지 넓히는 방식으로 독자 파병을 하되 필요시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군에선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뒤 급변한 중동 정세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청해부대의 기항지를 오만 살랄라에서 무스카트로 옮긴 것도 호르무즈 해협과의 인접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무스카트로 향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에 승선한 간부들도 호르무즈 해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끝까지 파병 문제를 고심한 정부의 속내는 결정 과정 곳곳에 드러난다. 파병안이 최종 확정된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후 공식 발표까지 5일이 걸렸다. 군은 관련 자료에 ‘파병’이 아닌 ‘파견’ 용어를 고수했고 청해부대의 ‘독자 파병’도 ‘파견 지역의 한시적 확대’라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란이 “(파병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외신에 “이란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외교적인 소통의 문제도 지적됐다. 그렇다면 6개월여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병 결정. 향후 어떤 식으로 파병 활동이 이뤄지며 우리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당장 파병 작전에 들어가지는 않을 듯 파병이 결정됐다지만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무스카트항에서 30진 강감찬함과 교대한 왕건함은 아덴만과 아라비아만 인근 해상에서 선박 호송, 구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하는 시점도 그간 정부가 검토해 왔던 ‘단계적 파병’의 첫 단계인 연락장교 2명을 미국 주도의 IMSC에 보낸 후에야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악화되는 등 긴급한 상황이 있지 않고서야 섣불리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호송 임무에 들어간다 해도 이란의 심기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로키(low key)’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상 영해는 연안국 안전에 해가 되지 않으면 외국 선박도 주권국의 허가 없이 통행이 가능하지만 군함이 호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이 주로 이용하는 수로가 이란의 영해에 속해 있어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청해부대가 선박의 긴급 호출이 있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대기하는 등 이란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종료 시점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작전범위 확대를 ‘한시적’이라고 강조하며 “중동 상황이 좋아지면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병 기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파병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병 결정에 한미, 대(對)이란 관계가 고려된 만큼 정부가 종료 시점을 판단하는 데 있어 독자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도 “당장 청해부대 32진이 교대를 위해 출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부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과 대치할 전력 증강은 미지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청해부대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조차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출항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간 아덴만에선 소총으로 무장한 해적을 상대했다면 호르무즈에선 미사일과 잠수함, 고속정 등을 운용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와의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번 파병연장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동안 청해부대 전력은 충무공이순신급함 1척을 비롯해 링스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에서 현재까지 더 증강되지 못했다. 군은 30진 강감찬함부터 대잠·대공 무기와 잠수함 음탐장비 등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해적을 소탕할 때 불필요했던 SM―2 대공미사일과 단·장거리 대잠어뢰(청상어, 홍상어) 등을 ‘풀가동’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수로 폭이 좁고 내륙과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청해부대는 미사일, 드론 공격에 취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링스 헬기를 추가로 투입하거나 체공시간이 긴 해상초계기 P―3 등을 보내는 방안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군 안팎에선 청해부대의 기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군수지원함도 거론되지만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우회 파병’ 결정에도 국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는데 대놓고 전력 증강을 하는 방안은 국민적 공감을 더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군 내부에선 전력 증강 문제가 우리 국방력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호위함 1척과 해상초계기 1대를 중동 해역에 파견한 일본의 전력과 우리 군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군이 보유한 해상초계기 P―3 16대 중 1대만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도 한반도 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방위비 협상 앞두고 미국 달래기용 결국 정부의 파병 결정은 미국과의 동맹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인 무력충돌에 우리가 개입해 같이 작전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필요시 IMSC와의 협조 여지를 열어 놨다는 것은 사실상 수시로 도움을 주고받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 국민이나 선박이 위기에 처했지만 청해부대의 대응이 힘든 경우 또는 청해부대를 겨냥한 기습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IMSC의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시한(지난해 말)을 넘기면서 한미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도 정부의 이 같은 선택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도 “IMSC에 소속되는 ‘팀 차원’은 아닐지라도 미국이 파병에 동참하는 시그널을 그동안 강하게 요구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9일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무급휴직 방침을 통보하며 연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방위비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이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동맹 기여의 측면에서 파병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방위비 협상에서 강경한 미국을 달래는 용도로 쓰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을 언급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키를 쥔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의 ‘미국 달래기’ 의도와 달리 미 정부가 이에 반응할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여전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온 ‘트럼프의 방식’이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냈다”고 언급한 것처럼 그때와 유사한 문재인 정부의 복안이 향후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주한미군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 4월 1일부로 잠정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한국인 근로자(군무원)에게 29일 통보했다. 한미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시한(지난해 말)을 넘기자 미국의 증액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중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대장)이 한국군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관행에 제동을 건 데 이은 방위비 증액 압박 조치로도 해석된다. 주한미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2019년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추후 공백사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일부로 잠정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비용을 한국이 부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그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미국의 증액 요구를 거부한 채 협상을 끌수록 그 피해는 한국인 근로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92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 봉급의 75%가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출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한국인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김진호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지휘관으로 협상이 빨리 (타결이) 안 될까 상당히 걱정스럽다”며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국회 비준을 받는 데 58일이 걸렸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4월 총선도 있고, 국회 비준동의 문제가 걱정스럽다”면서 “(협상 타결과 국회 비준이 늦어지면) 나를 보좌하는 통역관 등 군무원들도 봉급을 못 받게 된다”는 농담 섞인 우려도 전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김 회장은 “사령관의 우려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확실히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과 같은 당의 군사위원회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27일(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분담(burden-sharing) 개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착은 한국과의 동맹 가치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부른다”고 지적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검은 베레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육군 특전사에 35년간 몸담은 김정우 주임원사(55)는 29일 경기 광주시 특수전학교에서 이렇게 말하고 치누크 헬기에 올랐다. 2월 말 전역을 앞둔 김 원사의 고별 강하였다. 김 원사는 강하 전 “솔직히 담담하다. 돌이켜 보면 첫 강하 때 많이 긴장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 출신인 그는 1985년 특전사에 들어와 고공강하 조장, 교관 등을 거쳤다. 이날을 포함해 총 596회 강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김 원사는 이날 첫 강하 훈련에 나선 새내기 후배들과 함께 580m 상공에서 몸을 날렸다. 김정수 특전사령관 등 군 지휘부도 강하에 동참했다. 김 원사는 “처음 강하를 하는 후배들과 마지막을 함께해 더욱 뜻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원사는 학창 시절 모슬포 비행장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특전사 장병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남들보다 체력이 약해 입대 당시 5km 달리기도 완주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체력단련에 매진했고 결국 그는 입대 10개월 만에 10km 무장 급속행군 중대 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체력을 인정받았다. 강하의 긴장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김 원사는 공수교육에 입교한 매 기수마다 위문 활동은 물론 강하에 동참해 왔다. 자기 계발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그는 올바른 장병 지도를 위해 심리상담사 1급, 인성지도사 등 13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장병들에게 헌혈증을 제공해왔던 그는 2017년 헌혈유공장 은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원사는 “리더십이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한 특전사, 세계 최정예, 대체 불가 특전사를 만들어 가길 후배들에게 부탁한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그동안 유엔사에 별도 사전 통보 없이 비무장지대(DMZ)를 출입했던 한국군의 관행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가 한국군의 DMZ 출입 과정을 문제 삼은 건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 개별 관광을 놓고 최근 드러난 한미 간 균열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은 케네스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과 함께 강원 철원군 3사단(백골부대) 감시초소(GP) 일대를 방문했다. 두 사령관의 3사단 방문은 같은 달 초 북한이 공언했던 ‘크리스마스 도발’ 위협과 관련해 군 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는 기존의 제1 야전군과 제3 야전군을 통합한 조직으로 남 사령관이 방문한 3사단은 지작사 예하 사단 중 하나다. 하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남 사령관 일행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자신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군에 출입 규정 위반을 추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DMZ 출입 통제는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한미 장성들의 DMZ 출입에 대해 유엔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 특히 당시 DMZ 출입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군 수뇌부의 방위 태세 점검이었던 데다 이런 점검에는 ‘48시간 이전 통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유엔사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출입 규정 위반 통보 배경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군의 이례적인 반응을 두고 일각에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이어 독자적 남북 경협 추진을 놓고 한미 간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 수뇌부 중에서도 강골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경고 시그널’을 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가 올해 들어 DMZ 등 남북 경계를 넘는 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DMZ 출입은 미국이 관할하는 만큼 남북 관광 이슈도 우리와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해 6월 독일 정부단 대표의 강원 고성군 내 DMZ 방문을 안전상의 이유로 불허하기도 했다. 당시 유엔사가 비군사적 분야의 DMZ 출입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지적이 일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유엔사와 DMZ 출입 허가권 문제를 협의해 왔지만 주로 민간 부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군의 ‘독자 파병’ 결정에 따라 왕건함(청해부대 31진·4400t급 구축함)은 21일 오만의 무스카트항에서 강감찬함(30진)과 임무 교대 후 제반 준비 절차를 마치는 대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본격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군 스스로 작전을 지휘 및 결심해서 우리 선박과 교민 보호 작전에 나서는 것. 군 소식통은 “연락장교가 IMSC에 파견돼 협조 절차를 조속히 갖출 경우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파병 임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독자 파병’이 우리 국민·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검토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2만5000여 명의 현지 교민과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을 두루 감안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선박이 연 170여 척, 900회 이상 지나간다. 왕건함은 출항 전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해 대공·대잠 무장을 크게 강화했다고 군은 밝혔다. 아덴만 해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화력을 지닌 이란군과의 교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군 안팎에선 이란 혁명수비대의 잠수함 전력과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미사일 공격 등이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왕건함은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SM-2 대공미사일과 단·장거리 대잠어뢰(청상어, 홍상어)를 수십 발 더 장착하고, 잠수함 음탐장비도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왕건함은 대함·대공·대잠 능력을 갖췄고, 청해부대 파병 횟수(6회)도 가장 많은 데다 왕건함 장병 300여 명 가운데 72명이 청해부대 근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은 기존 아덴만 일대(1130km)에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까지 약 3.5배(약 3966km)로 길어진다. 청해부대의 기항지도 기존 오만 남쪽의 살랄라항에서 북동쪽으로 850여 km 떨어진 무스카트항으로 변경됐다. 호르무즈 해협과 더 가깝고, 군수 적재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전 구역이 대폭 늘어난 만큼 임무도 가중될 소지가 크다.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동시에 상황이 터질 경우 즉시 대처에 차질을 빚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연락장교를 IMSC 본부(바레인)에 파견해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보 공유와 함께 필요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민·선박이 위기에 처했지만 청해부대의 적시적 대응이 힘든 경우 또는 청해부대를 겨냥한 기습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IMSC 소속 타국 군의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군이 이날 국회에 보고한 관련 자료에도 ‘광범위한 해역에서 상황 발생 시 신속 대응을 위해 IMSC로부터 용이하게 전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독자 파병의 한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군은 이날 브리핑과 관련 자료에서 ‘파병’이 아닌 ‘파견’ 용어를 고수했다. 청해부대의 ‘독자 파병’도 ‘파견 지역의 한시적 확대’라고 표현했다. 한미동맹과 대(對)이란 관계를 고려한 것과 동시에 이번 결정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작전에 한국의 ‘팀(IMSC) 참여’를 적극 원한 미국이 ‘독자 파병’에 서운한 속내를 가질 경우 파병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