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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무위원회 인사를 단행하며 군부 몫의 부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뒀다.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이란 직함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 회의가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12일 전했다. 김정은의 참석 여부는 전하지 않은 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수뇌부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는 인사 발표와 경제 활성화 독려에 집중됐다. 핵과 정상회담 관련 정책이나 결정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틀 전 김정은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미와의 릴레이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만큼 추가 입장표명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됐다. 그런데 후임 총정치국장인 김정각이 부위원장보다 낮은 위원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했다. 김정각이 황병서에 비해 경륜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2016년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만들며 ‘정상 국가화’를 주장하는 김정은이 군부 힘 빼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김기남, 리만건, 김원홍이 국무위원회 위원에서 빠지고, 박광호, 태종수, 정경택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황병서는 11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당과 국가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사이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대북 전문가는 “황병서가 조직지도부 부부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직지도부장인 최룡해의 지시를 받는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북한이 공표한 직함과 실제 권력구조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국방부가 12일 경북 성주군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공사를 위한 건설장비와 자재 반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1일 “기지에 주둔 중인 한미 군 장병들의 생활여건 개선과 사드 장비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공사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장비 반입 전에 현지 주민에게 사전 통보할 방침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9월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 이후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기지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공사장비와 자재 반입을 막아왔다. 이후 군은 반대 단체와 주민 설득 작업을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공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이 때문에 기지 내 한미 군 장병 400여 명은 의식주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군은 전했다. 숙소로 사용하는 클럽하우스 천장은 낡아서 비가 새고, 공간이 부족해 창고나 복도에서 야전침대를 깔고 자야 하며 화장실은 시설기준(150여 명)을 초과하는 인원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군은 헬기로 공수한 가공식품을 데워서 식사를 해결하고 사드 발전기용 유류도 헬기로 수송하는 실정이다. 군 당국은 반대 단체·주민과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경찰력(3000∼4000여 명)의 보호 아래 장비를 기지로 반입할 방침이다. 공사 장비가 반입되면 기지 내 숙소 및 조리시설, 화장실·오폐수 처리 설비, 지붕 누수 작업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발사대 등 장비를 올려놓은 패드 보강과 기지 내 도로 포장 공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정하는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2차 회의가 11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렸다. 지난달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SMA 1차 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분담 방식 등을 놓고 입장차를 확인한 한미 양측은 이날부터 이틀간 협상에 들어갔다. 정부가 올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은 9602억 원인데, 미국은 2배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윤상호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폐쇄 결정을 내린 가운데, 예산 중단을 결정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폐지 결정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혀 논란이 더 확산되고 있다. 원인 제공자가 ‘유체이탈’식 화법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재영 KIEP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KIEP는 그간 한·미 관계와 공공외교를 강화하고자 노력해왔으나, USKI 측의 최종 폐지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KIEP는 이어 “SAIS와 앞으로 더욱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간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를 불식하고 보다 긴밀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IEP는 한국학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한미연구소가 폐지되면서 세계적 외교전문대학원인 SAIS에서 반한 감정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학계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 강화’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SAIS는 조지타운대, 조지워싱턴대와 함께 워싱턴 외교가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학교인데 여러모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IEP를 관리감독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 성경륭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연구소) 그분들의 경험과 지식, 한국에 대한 애정을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예우하고자 한다”며 “아직은 그분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있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통로로 진심을 알리고 내가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포함해 우리가 가진 모든 채널을 살려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USKI 산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독자 생존을 선언했다. 운영자인 조엘 위트 SAIS 선임연구원은 성명을 내고 “38노스는 USKI의 ‘종말(demise)’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SKI 이사장을 지낸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한반도 전문가 돈 오버도퍼,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USKI의 역사를 감안할 때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는 첫발을 뗐다. 2015년 이후 3년 만에 북한의 당·정·군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데 모인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이 직접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일단 대내외적으로 확실한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방향과 조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시고 금후 국제관계방침과 대응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정치국 확대회의를 포함해 9번째로 열린 회의다. 장성택 숙청이나 6차 핵실험 단행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정치국회의가 소집된 전례가 있다. 9일 회의는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예산 처리 등 국내 정치도 논의됐지만, 김정은이 직접 북한의 핵심 의사결정 그룹에 북-미회담 관련 대응지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정치국회의를 개최하면 나름대로 주요한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한다”면서 “개최 사실 보도 자체만으로도 나름대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지도층에 구체적인 회담 의제는 밝히지 않더라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상황을 한 번은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미 지도자가 같은 날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고 이를 위한 사전 접촉을 시사한 것도 이례적이다. 홍 실장은 “북-미 간에 사전 접촉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면 공개 자체를 안 했을 것”이라며 “북-미가 직접 접촉해 상당 부분 ‘고무적인’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이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이라고 특정된 데 반해 북-미회담은 조미 ‘대화’로 조심스레 보도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미 간 사전접촉 상황에서 의제나 형식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면 회담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남북, 북-미회담의 가장 큰 화두인 비핵화 언급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회담 후 핵포기 등을 약속했을 때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미리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회담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남북관계 발전 방안과 정상국가 인정, 대북제재 완화 등 경제 활성화인데 이를 얻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놓아야 할 카드가 비핵화다”라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최고지도자가 회담 후 비핵화 약속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면 순서상으로도 (지금 언급하는 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예산 지원 중단을 둘러싼 청와대 외압 논란이 번지면서 연구소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억여 원의 예산 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하면서 핵시설 및 도발 징후 분석 등 38노스가 주도해 온 북핵 관련 연구활동도 덩달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괴롭다. 지금 한국 정부와 학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학교와 논의해) 아마 며칠 안에 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 도발 국면에도 미국을 대표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 등과 ‘트랙 1.5대화(민관합동대화)’에 참여했던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중 한 명이다. 예산 압박에 직면한 USKI는 38노스의 부분 유료화 등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SKI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재단 등에서 후원을 받으면 앞으로도 운영해갈 수 있다. 38노스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38노스 편집장인 제니 타운 USKI 부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관심 있으면 38노스에 기부해 달라”며 자체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38노스는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동향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6년 4월 북한 영변 핵시설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보다 2개월 앞서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사실을 분석했다. 그해 9월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을 포착해 핵실험을 예고했고 다음 날 북한이 5차 핵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 인공위성 사진을 제공받는 데 장당 100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아 운영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영국의 유력 군사잡지 ‘IH제인스’도 상업위성으로 한반도와 아시아지역을 들여다보지만 38노스는 북한만 특화해 분석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보고서도 참고하지만 비공개 회의 등을 통해 38노스에 조언하고 있는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 세계적인 핵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만나면 정책 결정에 반영할 통찰을 얻기도 한다”고도 했다. 정찰위성이 없는 우리 군이 입수하는 북한 내부 사진 영상은 사실상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것들이 대부분인 만큼 군 당국도 38노스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대한 38노스의 이 같은 ‘현미경 분석’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도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내부를 속속 들여다보는 38노스의 상업 위성사진이 언론에 기사화될 때마다 북한이 매우 민감해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특히 올해 들어 조성된 대화 기조에선 더욱 그럴 수 있다. 38노스를 통해 북핵이 이슈가 되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정부로선 불편한 상황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USKI를 방문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구소가 북한 문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에 너무 치우친 느낌이다. 북핵 관련 오래된 이슈에 대한 평가와 탁상공론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엿새째 방북 예술단의 첫 공연 실황을 방송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시 관객석이 북한 체제 선전을 맡은 악단 관계자 등으로 채워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비판해온 북한은 공연 장면을 편집해 내보낸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걸그룹 레드벨벳의 무대를 통째로 삭제했다. 한 탈북자는 6일 채널A에 출연해 “앞좌석에 청봉악단이 자리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청봉악단은 2015년 7월 왕재산예술단 연주자들이 주축이 돼 창단된 금관악기 위주의 경음악단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했던 삼지연관현악단 소속 가수 등도 객석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체제 선전을 맡은 악단 출신 외에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자리를 채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 관계자를 인용해 방북 예술단 공연 관객으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30대를 우선 선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외국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어 공연을 봐도 동요하지 않을 이들을 선별했다는 것이다. 13년 만에 열린 남측의 북한 평양 공연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걸그룹 레드벨벳은 정작 북한 매체에선 공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조선중앙TV가 레드벨벳의 무대를 통째로 편집했기 때문이다. 레드벨벳은 총을 쏘는 듯한 안무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관객을 가리키는 안무로 수정하기도 했다. 예술단 다른 가수의 공연에는 무대 화면에 가사 자막을 띄웠지만 레드벨벳이 선보인 ‘빨간 맛’은 가사 자막도 내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그동안 케이팝 등 한류 문화를 가리켜 ‘남조선 날라리풍’으로 배격해 왔던 만큼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부르주아 반동 문화를 짓눌러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4일에도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 소식을 3분 20초 정도 방영하면서 남북 가수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공연장에서의 음악 실황을 내보내지는 않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복심(腹心)’이 마주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것.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다. 우리 측에서는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수석대표로 나섰고 윤 실장과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 신용욱 청와대 경호처장이 참석했다. 당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조 비서관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북측의 요청에 따라 김 차장으로 격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에서 이번 실무회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에서 ‘격을 높여서 이야기하자’고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수석대표를 맡은 김 부장을 비롯해 6명이 회담장에 등장했다. 권 춘추관장은 “북측에서 신원철, 리현, 로경철, 김철규, 마원춘 대표가 참석했다”며 “의전, 경호 등의 실무자들이며 직책은 ‘대표’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및 국방위 설계국장을 지낸 마원춘은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부터 밀착 수행하며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등 김정은의 주력 건설사업을 실무 지휘한 인물이다. 북한 정상의 첫 남한 방문을 앞두고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 구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원춘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선부 실장인 리현은 2월 특사단 방북 당시 기내에서 특사단을 영접했고, 지난해 4월 육군 상장으로 진급한 김철규는 경호를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무회담 대표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윤 실장과 김 부장이다. 정계 입문 때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윤 실장은 2월 특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고, 1일과 3일 열린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위해 재차 방북했다. 4일 예술단과 함께 귀국한 윤 실장은 하루 만에 다시 북측 인사들을 만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했던 윤 실장은 올해 펼쳐진 남북 대화 국면에서는 빠짐없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함께할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남북 교류가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찌감치 윤 실장을 대북 접촉에 포함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서기실장(비서실장 격) 출신인 김 부장 역시 ‘김씨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최측근이다. 김 부장은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수행해 방남했고, 방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만찬에도 배석했다. 김 부장의 정확한 직함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는데, 북측은 이날 ‘국무위원회 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으로 공개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남북은 의전, 경호 등에 대한 각자의 안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내부 검토 뒤 2차 실무회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TV를 통해 방송된 방북 예술단 평양공연 중계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공연에 참석한 북한 지도부 영상이 이른바 ‘짤방’ 형태로 희화화돼 유통되는 것을 우려한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SNS에 유통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출연진과 북한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TV는 첫 공연이 있은 지 닷새가 지난 이날까지 공연 실황을 방송하지 않고 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2일 오전 10시 평양에 간 우리 예술단 등이 묵는 고려호텔을 방문해 우리 공동취재단과 만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사진)은 대뜸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동평양대극장 공연에서 우리 기자들의 입장이 차단돼 보도 통제 논란이 일자 이를 해명하려고 온 것이었다. 북한 최고위급(부총리급)이 우리 취재진에 사과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영철 “취재 활동 제약은 잘못된 일” 김영철은 “(한국) 기자분들이 취재 활동에 많은 제한을 받아서 불편하다고 전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기자분들한테 듣고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전날 상황 설명을 듣고서는 “기자분들 앞에서 제가 먼저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16분간의 간담회 내내 사과한 김영철은 “의도적으로 취재 활동에 장애를 조성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행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협동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결과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잘하겠다”고 재발 방지 약속도 했다. 1일 공동취재단은 북측 제지로 카메라 촬영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동평양대극장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해 바깥 분장실 안 TV 모니터와 외부 소리로 공연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항의가 이어졌지만 북측 안내원들이 “기다리라”며 막아섰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있는 2층에 기자단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일부 북측 관계자들이 전체 출입 통제 지시로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까지 한때 출입이 통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 특유의 기만전술 가능성도 북한은 3일 두 번째 공연인 류경정주영체육관 공연에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공연에는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는 것이 확정적이다. 전날 “4월 초 정치 일정이 복잡하여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라며 시간을 쪼개 왔다는 김정은이 연속으로 우리 공연을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교류 당시 북한 기자들은 2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이 혼자 일어나 박수 치는 모습을 촬영하고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김영철의 이날 사과는 최근 남북 교류로 한국 내에서 북한과의 대화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도 통제 논란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을 달래려는 기만전술로도 볼 수 있다. 김영철이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남측에서 저보고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먹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발언임과 동시에 자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을 맞아 방한했을 때 김영철은 2박 3일간 서울 워커힐호텔에 머물며 천안함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정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농담하기도 김정은이 전날 우리 예술단 공연 관람 후 출연진에게 “평양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 전해진 것이며 실제는 김정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정은은 “가을엔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는 말을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면서 본인도 ‘북측 최고지도자에게 전하겠다’는 일종의 농담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런 ‘셀프 보고’ 표현은 북측에서 쓰는 유머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평양=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 예술단의 1일 평양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 50분부터 2시간 10분가량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13년 만에 북한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 공연 후 출연진과 사진을 찍으면서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3일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우리 가수들의 노래와 가사를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문체부 측은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부부 외에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관람했다. 우리 예술단은 가수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무대에 서 26곡을 불렀다.평양=공동취재단 / 신나리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1일 오후 북한 동평양대극장은 공연단에 참여한 가수들과 관람석을 가득 채운 1500명의 주민들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면서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13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측 공연에서 우리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출연진 중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혔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초 오후 5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의 관람 편의를 위해 늦춰 달라”는 북측 요구에 한 차례 오후 7시 30분으로 미뤄졌다가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이날 오후 6시 20분(평양 시간 기준)에야 비로소 막이 올랐다. 깜짝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내외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극장 스크린에 큰 나뭇잎이 휘날리는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번 평양 공연의 제목인 ‘봄이 온다’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정인의 뒤를 이어 알리가 나왔고 백지영이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서현은 이날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이 노래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만든 노래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 ‘배드보이’를 부르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우리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은 당시 객석이 경직돼 있었다고 했지만 이날 객석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렀다. 강산에는 “함경도 출신인 아버지를 위해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참여 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공연을 관람하며 도중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정은은 우리 측 관계자들에게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 오려고 했는데 일정 조정해서 오늘 왔다”며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은 볼 수 있었지만 정작 본공연은 모니터로 지켜봐야만 했다. 북측 안내원들은 “안절부절 말고 기다려라.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며 기자단을 배제시켰고, 항의가 이어지자 “어차피 공연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막아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편 방북 예술단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돼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선희 기자 / 평양=공동취재단}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조업하던 한국 어선 마린711호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 한국인 3명이 1일 현재까지 소재 불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무장한 납치 세력이 어선을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시키다 우리 국민 세 사람을 스피드보트로 옮긴 뒤 도주했다. 현재까지 이들의 소재와 보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신화통신은 “가나 해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남부 바이엘사주에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마린711호는 한국 국적 대표가 운영하는 선사의 500t 규모 참치잡이 어선으로, 납치 당시 한국인 3명과 가나 국적 42명 등을 포함한 50여 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선사의 선박이 계속 따라갔지만 가까이 가면 납치 선원들에게 위해가 갈 수 있어 위험하다. 게다가 조업권 침해 등의 문제를 우려해 나이지리아 경계 수역 직전에서 회항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피랍 사실을 인지한 후 선원들의 신변 안전을 기하고 납치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보고를 받고 지난달 28일 오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급파를 지시하자 31일 보도자료를 내며 언론에 공개했다. 여전히 소재 파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랍 사실을 알리는 이유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좋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고 우리 측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을 보도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피랍자 가족들과도 관련 협의를 이미 마쳤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 예술단의 1일 평양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한국 예술인들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날 오후 6시50분부터 2시간 10분 가량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단의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13년 만에 북한에서 진행된 우리 예술인 공연 후 출연진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앞으로도)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3일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순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북측 예술단이 참여한)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만나 우리 가수들의 노래와 가사를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고 문화부 측은 밝혔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부부 외에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이 관람했다. 우리 예술단은 가수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무대에 서 26곡을 불렀다.평양=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1일 오후 북한 동평양대극장은 공연단에 참여한 가수들과 관객석을 가득 채운 1500명의 주민들이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면서 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13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출연진 중 막내인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눈시울을 붉혔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초 오후 5시 30분 예정이었던 공연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늦춰 달라”는 북측 요구에 한 차례 7시 30분으로 미뤄졌다가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이날 6시 20분(평양 시간 기준)에서야 비로소 막이 올랐다. 깜짝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관현악으로 편곡한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극장 스크린에 큰 나뭇잎이 휘날리는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번 평양 공연의 부제인 ‘봄이 온다’가 떠올랐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를 연주하자 가수 정인이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첫 무대를 장식한 정인에 뒤를 이어 알리가 나왔고 백지영이 북한에서 한국 대중가요 중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잊지 말아요’를 애절하게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서현은 이날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이 노래는 김일성 전 주석의 지시로 만든 노래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빨간맛‘ ’배드 보이‘를 부르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멤버 예리는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를 크게 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린은 “우리가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공연에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댄스그룹 신화 멤버들이 당시 객석이 경직돼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날 객석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윤상 음악감독은 “북한 측은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서 가사나 율동 등에 수정 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는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 ’…라구요‘와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렀다. 강 씨는 “함경도 출신인 아버지를 위해 함경도 특산물 명태로 곡을 지었다. 뒤늦게 예술단에 합류하며 이 곡을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약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됐다. 참여 가수들이 조용필의 ’친구여‘와 북한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평양 무대를 다시 밟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씨는 “눈이 먹먹해져 악보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는 로이킴의 ’봄봄봄‘ 음원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북측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공연을 관람하며 관람 중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공연 후 출연진을 불러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3시간 전 진행된 최종 리허설과 모니터로 공연을 지켜봐야만 했다. 북측 안내성원들은 “안절부절하지 말고 기다리라.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기자단을 배제시키고 항의가 이어지자 “어차피 공연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막아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선희 기자}

남북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연결할 남북 간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논의는 결국 후일을 기약해야 했다. 남북은 29일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서 핫라인 설치 문제는 차후 열릴 통신 실무접촉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직통전화와 관련해서 양측 간 다시 한 번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통신 실무접촉을 통해 실무적인 사항들을 협의해 나가자 정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별도로 남북 핫라인을 논의하기로 한 건 기술적인 부분이 먼저 논의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신 실무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다음 달 4일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서나 문서 교환 방식으로 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후에 정하자’ 정도로 일단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일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 언론발표문을 통해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핫라인 설치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설치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고위급 대표들끼리 논의하기엔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문제”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회담이 정상회담 일자를 확정한 것 외에 ‘확실한 결과물’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의 ‘말실수’도 논란이 됐다. 이날 고위급 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과 앞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우리 북과 남의 최고 지도자들의 어떤 결단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수뇌회담이 성과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해 협의해야 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을 앞세워 지칭했다는 점,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북측 용어인 ‘수뇌회담’을 언급한 것이어서 발언에 더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다음 달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준비를 위한 선발대 70여 명이 29일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가수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공연 스태프, 기자단, 정부 지원 인력 등 120여 명으로 구성된 본진은 31일 평양으로 향한다. 예술단 공연은 내달 1일 동평양대극장,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 달 2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 남북은 29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공동보도문 채택 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상호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 필요하다면 4월 중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의제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다음 달 4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의전, 경호, 보도 관련 실무회담을 열고 통신 실무회담도 추후 개최하기로 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및 안전 보장, 정치적 협의를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집권 7년 만에 북한 땅을 벗어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외교무대는 중국 베이징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련한 환영연회에서 밝힌 김정은의 축사는 자못 엄숙하기까지 했다. “나의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조중(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나의 숭고한 의무입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저돌적’으로 관계 복원에 나서자 시 주석도 적극 화답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이뤄지며 이른바 ‘공산당 브로맨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7년 공백 털어버린, 25시간 동안의 베이징 일정 최고지도자 간 만남이 없던 7년의 더께를 걷어내기 위해 두 정상은 분주히 손을 내밀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전했지만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축사를 전하며 “우리(북한)의 전격적인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이 서로의 적극적인 필요성에 의해 성사된 것이라는 점이 엇갈린 정상회담 배경 설명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최근까지 냉랭했던 관계가 무색할 만큼 김정은은 1박 2일간 중국과 주파수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북-중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연회나 오찬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두 나라의 녹슬지 않은 친선과 우의, 연대를 확인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북한 매체들은 28일 “김정은 동지와 리설주 여사,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팽려원(펑리위안) 여사께서 가정적 분위기에서 마주 앉으신 오찬회장은 시종 화기롭고 혈연의 정이 차 넘치였다”고 묘사했다. 김정은은 처음 만난 시 주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대가 남긴 유훈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연회 축사에서 “장구한 기간 공동의 투쟁에서 서로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긴밀히 지지 협조해 온 조선 인민과 중국 인민은 실생활을 통해 자기들의 운명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 주석의 경고에도 핵폭주를 이어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 한미와 물꼬 튼 김정은, ‘시진핑 잡기’ 김정은은 선대에서는 실패했던 비핵화 협상을 이번에는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연초부터 밝혀왔다. 더군다나 상대는 대북 공격을 옵션으로 놓고 있는 역대 가장 강력한 미국의 ‘매파 행정부’다. 북-미 대화는 한 달 남짓 남은 상황. 이런 절박함에 김정은은 시 주석의 마음을 빠르게 얻는 데 집중했다. 김정은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잇닿아 있는 형제적 이웃인 두 나라에 있어서 지역의 평화적 환경과 안정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쟁취하고 수호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가를 똑똑히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뒤늦은’ 방중에 대해서는 “의리상 도의상 나는 당연히 적절한 때에 시진핑 서기 동지를 만나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화 판이 벌어진 ‘때’가 됐으니 왔으며,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시 주석의 재선출에 대해 달랑 세 줄짜리 축전을 보냈던 것과는 달리 직접 ‘시 황제’를 만나서는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김정은은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북-중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중국 동지들을 만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 우의를 심화하길 원한다”며 “이후 기회를 만들어 총서기 동지(시 주석)와 자주 만나고 상호 특사 파견, 친필 서신 등 긴밀히 소통해 고위급 회담을 양국 양당 관계의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은 27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시 주석과의 마지막 오찬에서도 “북-중 우의가 매우 귀중하다. 선대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따르고 비바람 속에서도 본래의 북-중 우호 관계를 유지한 것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국경을 넘기 전 단둥에서는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향한 ‘감사 전문’까지 내 “우리를 성심성의껏 맞이하고 극진히 환대하여준 당신(시 주석)과 그리고 중앙과 베이징시의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마지막까지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해 들어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이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결국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었다. 이번 만남을 시 주석이 먼저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결국 한미와 중국 사이를 오가며 몸값 높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대화 모멘텀 장악 승부수 2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 측에 관계 개선 의사를 내비친 시점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다. 당시 개회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특사 교환 등 의사를 밝혔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서로 관계 정상화 의지만 확인한 채 눈치만 보던 북-중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그 실행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미국이 ‘초강경 매파’로 외교안보 라인업을 구축해 대북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의 첫 베이징 초청이란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최근 리용호 외무상,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을 각각 스웨덴, 핀란드로 보내 미국 측 기류를 탐색했지만 미 관계자들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확인하지 못하자 ‘보험’ 차원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동시에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다음 달부터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판을 이끌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못지않게 돌발적인 김정은은 충격요법을 어떻게 써야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미중은 물론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관계까지 부각시켜 자신을 이 같은 대화 모멘텀의 꼭짓점에 두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다른 나라들의 예상보다 반 박자 빨리 움직임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행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미국과 여의치 않으면 북-중 관계를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썼던 등거리 외교를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대북 인식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혈맹이자 ‘아우 나라’인 북한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하자 시 주석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회담 국면에 나서 ‘차이나 패싱’ 논란이 가속화하기 전에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혈맹의 무게 재확인한 듯 아무튼 김정은이 2011년 12월 집권한 뒤 7년 만에 첫 공개 해외 일정을 방중(訪中)으로 정한 것은 결국 양국이 쌓아온 유산, 즉 북-중 관계의 무게를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일성, 김정일이 결국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던 만큼 김정은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올해 이어질 외교 격변기에 중국이란 배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용도 폐기’ 선언하며 내치지 않는 한 북한은 절대 중국을 먼저 무시하거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일 막을 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국가주석 등 임기 제한 폐지’ 등이 포함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완비되자 가급적 빨리 시 주석과의 관계를 복원해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양회 후 최근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대북제재로 인한 피해가 올 상반기에 본격화하면서 김정은이 타개책 마련을 위한 중국행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듣기 원하는 비핵화 의지를 직접 전달하며 대북제재 완화나 향후 미국과의 협상 불발 시 기댈 군사적, 경제적 ‘언덕’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에 일부 제재 완화 의사를 타진하고, 중국은 ‘은밀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멜리사 핸햄 미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북-중 지도자의 만남이 확인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몇 주 뒤 가질 포토 오프(photo op·정치가 등이 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 촬영)보다 (김정은에겐) 훨씬 생산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중 간에는 오래전부터 당 대 당 물밑 교류를 해왔고 중국이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얹기 시작한 것”이라며 “김정은은 중국에 요구하고, 시 주석은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몫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 것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미국과의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의 채널 복원 필요성을 느꼈고, 중국 또한 급격한 한반도 대화 분위기 속에 나온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해 결국 양측이 베이징 고위급 회동이라는 ‘윈윈 결론’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본격 대화판에 끼어들면서 내달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오를 비핵화 해법 논의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 北,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베이징 채널’ 복원 김 위원장은 5일 평양에서 우리 대북특사단을 만나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단 한 건의 공개 행보도 펼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결론은 한국, 미국과 본격적으로 만나 협상하기 전에 일단 중국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정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00년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이 합의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에 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위급이 베이징에 가게 된 것은 결국 북한이 최근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중국이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북-중 간 정상급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26일 북한 고위급 인사와 중국 고위급의 회동 장소가 인민대회당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7년 만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7개월 전인 2011년 5월 20일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베이징을 찾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정은이 베이징에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와 담판을 지어야 하는 만큼 만나도 미국을 먼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한국에 보낸 것처럼 최측근을 중국에 보낼 개연성은 충분하다. ○ 북, 미 매파 등장에 베이징에 SOS 요청? 북한이 지난 평창 교류나 최근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 진척 국면에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최고위급을 중국에 보낸 것은 의외의 일로 해석된다. 이에 최근 매파 일색으로 채워진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이 압박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임명되면서 북한이 압박을 느꼈을 것, 중국에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내 대화파가 사리지고 강경파로 채워진 것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명분으로 작용했거나 북한 내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급격한 상황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한국, 미국과 협상의 판을 만든 만큼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전략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손택균·신나리 기자}

가수 조용필, 이선희, YB, 걸그룹 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우리 예술단 160여 명이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며 두 차례 공연을 갖는다. 남북 정상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평양 공연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 겸 평양 공연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 용인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20일 판문점 실무접촉 후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 예술단이 31일 방북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2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조용필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우리 예술인들이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다. 지난 ‘평창 교류’에서 김 위원장은 비례 원칙에 입각해 우리 측 대북 특사단을 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답례 형식으로 이번 평양 공연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1년 가수 김연자의 평양 공연을 찾은 적이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아직 북한이 관객과 관련한 것은 알려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연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첫 공연에 이어 2일 또는 3일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공연단에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YB,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의 가수가 포함됐다. 윤도현은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이번엔 ‘1178’을 연주할 예정이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라고 적었다. 선곡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남조선 날라리풍’이라며 시청은 물론이고 언급 자체가 금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걸그룹을 대표해 참가하는 레드벨벳이 북한 주민 앞에서 히트곡 ‘빨간 맛’을 부를지 관심사다. 남측 사전점검단은 공연 준비를 위해 22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가 24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20일 실무접촉에 참석한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평양에도 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임희윤 기자}

한국과 북한 미국이 4, 5월 열릴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몸 풀기 대화’에 나선다.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서 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1.5 트랙’ 대화다. 민간인이 대거 참석하지만 사실상 릴레이 정상회담의 사전 물밑 접촉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3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회동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동안 열렸던 ‘1.5 트랙 대화’는 북한의 연쇄 도발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긴장 일변도였던 북-미 관계에서 거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던 뉴욕채널이 막혀 있을 때도 스웨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열리는 1.5 트랙은 북-미 간 소통창구였다. 그나마 북-미는 간헐적으로 접촉했지만, 남북 및 남-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에는 가끔 만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평창 모멘텀 이후) 국면도 좋고 하니 북한에 (1.5 트랙 대화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의중을 물어봤고, 북한이 수용하면서 3자 대화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토론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나 대화에 임하는 북측 의중, 정세 관련 생각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참여 인사만 봐도 기존 1.5 트랙 대화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측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1994년 제네바 협상 실무도 했던 북-미 대화 전문가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방한한 최 부국장은 당시 미 대표단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화국면용 새 협상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후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최 부국장이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허버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포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첫해 주한 미대사로 재직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 내 한국 관련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이번 대화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대표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 김준형 교수가 참석한다. 신각수, 신정승 전 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노무현 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백 이사장은 남북대화 의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다발적인 접촉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17, 18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19일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강경화 장관도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