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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맡긴 컴퓨터를 조작해 허위로 수리비용을 청구한 컴퓨터 수리업체 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고객들로부터 수리를 의뢰받은 뒤 데이터가 손상됐거나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된다고 속여 고객 1만300명으로부터 총 21억58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컴퓨터 수리업체 A사의 전 대표이사 이모 씨(32) 등 4명을 구속하고 현 대표이사 정모 씨(35) 등 6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수리를 맡긴 고객의 컴퓨터에 ‘컴퓨터 부팅(booting) 방해 프로그램’을 설치해 컴퓨터 부팅이 안 되게 만든 뒤 데이터 복구비용이나 하드디스크 등 부품 교체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러 부품을 파손하거나 실제로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은 채 부품교체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대표이사와 수리기사, 콜센터 직원까지 조직적으로 공모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조모 씨(29)를 속여 624만 원을 컴퓨터 수리비로 청구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업종과 대상을 불문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금액은 최소 5만 원부터 최대 660만 원까지이고 유명 대학병원을 포함해 병·의원 61곳, 학교 64곳, 법무·회계법인 20곳 등도 피해를 봤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병원진료 내역 및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개인의 가족사진 등 개인정보까지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매출액이 50억 원에 이르는 업계 상위권 업체로 월 광고비용만 1억7000만 원을 쓰는 등 대대적인 광고로 고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66명 중 컴퓨터 수리 자격증 소지자는 전무했고 대부분 동종업계 근무경력 1∼3년에 그쳐 전문성이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런 수법이 “컴퓨터 수리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동종 업체들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모, 여기 수육 1인분 추가요!” 4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은평로에 자리한 ‘전라북도 원조 욕쟁이 영양탕’ 식당. 70m² 남짓한 가게 안에는 구수한 보신탕 냄새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지만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건 ‘욕쟁이 할머니’로 불리는 창업주 이경재 씨(83)의 아들 정홍갑 씨(59). 어머니는 전북 군산시와 서울 종로구에서 40여 년간 가게를 운영하다 아들에게 물려줬고 4년 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다. 정 씨의 보신탕집은 명절을 제외한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에는 문을 닫는다. 식당이 선거 투표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이 ‘기존 투표소 위치에 대한 불만 민원이 많은데 하루만 식당을 쓸 수 있느냐’고 부탁해 승낙했다. 공적인 일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급호텔도 ‘투표소 후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응암1동 주민들은 근처 알로이시오 초등학교와 도티 기념병원에서 투표를 했다. 그러나 투표소가 고지대에 있다 보니 노인과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응암1동 주민센터 측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게 찾을 수 있고 대로변에 있어 접근성도 좋은 정 씨의 식당을 새로운 투표소로 선정했다. 응암1동 주민 황병희 씨(57·여)는 “투표하러 동네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식당이 투표소라니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투표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표소를 확정하는 일로 분주하다. 대개 학교나 관공서가 1순위 장소로 꼽히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정 씨의 식당처럼 개인 소유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하 주차장, 예식장 등 이색 장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자동차 틴팅(선팅) 전문업체와 중랑구 묵1동의 한 예식장도 이번 선거 때 투표소로 탈바꿈한다. 서대문구 홍제2동 인왕산 자락의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몇 년째 아파트 입구 지하주차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같은 구 홍은동에서는 적당한 투표소 찾기가 쉽지 않자 특급호텔인 ‘그랜드힐튼호텔’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 투표소 선정, 갈수록 ‘첩첩산중’ 투표율을 높여야 하는 선관위 입장에서는 투표소 선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섭외는 쉽지 않다. 개인 소유지를 섭외할 때 투표소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사흘은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실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데 사흘이 넘게 걸렸다. 올해 선거에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 주민센터는 야외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는 18대 대선까지 건물 2, 4층을 투표소로 활용했으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아 약 500만 원을 들여 주민센터 앞 주차장에 야외 투표소를 꾸밀 예정이다. 김영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언론팀장은 “소중한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소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투표소가 변경되면 사전에 충분히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권오혁 hyuk@donga.com·홍정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특공대와 군 폭발물 처리반이 여성부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박모 씨(22)가 112상황실에 보낸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와 광주 모 교회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문자메시지는 거짓 신고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헌금을 내면 어머니가 천국에 가실 수 있어.” 농사를 짓는 A 씨(49)가 ‘영적인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이모 씨(73·여)를 만난 건 2001년. 이 씨는 경기 가평과 하남 일대의 기도원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아 예지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A 씨는 자신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이 씨를 전적으로 믿게 됐고 어머니를 위한 헌금을 바치라는 말에 30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 씨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A 씨가 헌금을 내기 어렵다고 하자 이 씨는 “사람이 죽는다” “가족과 부모님이 지옥에 간다”는 등의 말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결국 A 씨는 2001년 8월부터 감사헌금, 십일조 등의 명목으로 총 87회에 걸쳐 지난해 7월까지 12년 동안 5억5000만 원을 바쳤다. 이 씨가 피해자들에게 ‘철저한 비밀 유지’를 원칙으로 해 범행은 12년이나 지속됐다. 이 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헌금으로 강동구 둔촌동의 6억 원 상당 고급빌라에 거주하면서 따로 11억 원 상당의 주택도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헌금 명목으로 3명으로부터 1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총회를 열고 변호사 시험을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합격시켜 주는 자격시험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변호사 시험은 합격자를 입학정원 대비 75%로 제한하고 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시는 31일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의 꿈새김판 문구를 ‘보고 싶다. 오늘은 꼭 먼저 연락할게’로 교체했다. 이 문안은 2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진행된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승희 씨(21·여)의 창작품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집회와 달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시위는 여러 사람이 도로, 광장, 공원 등을 행진하거나 위력(威力)을 보이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까지 시위대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거리 행진을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야간 집회 신청은 받았지만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하겠다는 신고는 아예 접수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지속하면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불응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돼 강제 해산을 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야간 행진이 허용되면 교통 체증과 소음 발생 증가 등 시민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몰 직후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대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민파업대회 당시 행진을 하던 시위대는 오후 5시 4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교 남단 및 롯데호텔 앞 차로를 무단 점거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4차에 이르는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가 오후 6시 50분에야 해산해 퇴근하려는 직장인 등이 교통 체증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 시위대는 당일 서울 지역의 일몰 시각인 오후 6시 21분 이전에 해산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시위대가 신고된 행진 경로를 준수할 경우 해산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야간 행진에 따른 소음 관련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10년 7월 이후 시위(행진)가 아닌 야간 집회는 전면 허용돼 왔다. 이에 따라 야간 집회는 매년 급증해 왔고 소음 관련 민원이 발생한 야간 집회도 2012년 320건에서 지난해 400건으로 증가 추세다. 야간 행진까지 허용되면 집회 장소 근처뿐 아니라 시위대의 행진 경로를 따라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이 늘 것으로 보인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야간 옥외집회가 24시간 허용된 뒤 야간에 대규모 집회가 많이 열렸다”며 “시위까지 밤늦은 시간대에 허용하면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진숙 씨(45)는 “종로구는 집회 시위가 잦아 낮에도 교통이 마비됐는데 퇴근시간이 겹치는 야간 시간대에 대형 집회·시위가 열린다면 교통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형식 씨(43)는 “야간에는 충돌이 생길 경우 주간보다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야간 시위를 시간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민영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헌재가 밤 12시 이전의 시위에 대해서만 한정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입법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위 허용 시간대를 밤 12시로 한정하면 철야 시위를 벌이려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앞으로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력의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야간 시위가 도로 점거나 건물 침입 등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주간보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나 장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jjj@donga.com·권오혁 기자}

경찰이 파고다교육그룹 박경실 회장(59·여)의 살인예비음모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박 회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으며 불응 시 이르면 25일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회장을 소환해 자신의 운전기사인 A 씨에게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70)의 측근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A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고 고 전 회장의 측근 B 씨를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월 18일에 서울 서초구 파고다어학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압수수색을 통해 찾은 물증도 거의 없어 아직까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A 씨는 7차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처음엔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해 인정을 했다가 이후 폭행이라고 증언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은 살인예비음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회장 측은 경찰의 압수수색 직후인 2월 20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A 씨를 운전기사로 고용한 사실은 있으나 박 회장이 A 씨에게 고 전 회장 측근인 B 씨를 살해하라고 한 사실은 없다”며 “A 씨와 B 씨가 공모해 경찰에 박 회장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제보하였고 경찰은 A 씨 진술에 의존하여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채널A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회장의 운전기사 A 씨는 박 회장 전 비서인 C 씨와의 대화에서 “걔들이 1년에 한 3건인가 처리를 해, 이런 일을” “자금은 조선족들인데 이제 마지막에…특수부대 애들” “나 4억9000(만 원) 받았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녹취록에는 살해 지시를 내린 사람이 박 회장이라든가, 살해 대상이 B 씨라는 내용은 없다. 경찰은 녹취록이 참고자료일 뿐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1979년 결혼한 박 회장과 고 전 회장 부부의 경영권 다툼은 2004년 박 회장이 남편인 고 전 회장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이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재산권 다툼이 심해지면서 2012년 3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 전 회장은 박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은 1월 16일 1심 판결에서 회삿돈 10억 원을 성과급 명목으로 빼돌려 쓴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이 자신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사건을 무마하고자 브로커 서모 씨(46)에게 9억1800만 원을 건네고 경찰에게 로비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권오혁 hyuk@donga.com·김민찬 채널A 기자}

배우 송윤아 씨(40·사진)가 2009년 배우 설경구 씨(46)와의 결혼 이후 쏟아진 악성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송 씨 측이 송 씨 부부에 대해 노골적인 비방과 욕설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들을 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송 씨는 24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인터넷상 허위의 블로그나 악성 댓글로 인하여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이 올린 글에는 송 씨 부부가 결혼 전부터 동거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씨는 2006년 전처와 이혼한 뒤 2009년 송 씨와 재혼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KT114 전화국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박모 씨(45)는 3월 5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kt 직원이라고 밝힌 상담원은 박 씨에게 “114 이용자가 해당 지역 부동산 문의를 할 경우 고객님의 업체를 먼저 안내해주는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상담원은 선심 쓰듯이 저렴한 비용에 인터넷 ‘블로그 광고’까지 해준다며 경쟁 업체들이 가입하기 전에 얼른 가입하라고 박 씨를 설득했다. 업체 홍보가 간절했던 박 씨는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에 인터넷 광고까지 해준다는 말을 듣고 2년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박 씨가 카드로 39만6000원을 결제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광고 효과는 전무했다. 고객 방문도 늘지 않고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업체에 대한 어떠한 광고 글도 찾을 수 없었다. 수상하게 생각한 박 씨는 19일 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업체 측은 “우리들은 KT와 관련이 없다”며 지불한 비용을 전액 환불해줬다. KT의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를 사칭해 자영업자들로부터 수십만 원을 챙기는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올해 들어 유사한 사기 피해를 본 자영업자만 수십 명에 이르렀다. 지역, 업종을 불문하고 피해가 확인됐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 건수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는 114 이용자가 업종 또는 불특정 상호로 문의할 때 우선번호안내 가입 고객의 전화번호를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강남역 근처 꽃집 알려주세요” “혜화동 부동산이오” 등의 문의가 접수되면 114 상담원은 우선번호안내서비스에 가입한 업체 중 한 곳을 알려준다. 일부 영업대행사가 우선번호안내서비스의 영업 및 가입자 관리 등 서비스를 대행하지만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KT의 자회사인 ktis(서울·경기·인천·강원권 담당)와 ktcs(충청·경상·전라·제주권 담당) 등 두 군데뿐이다. 114 우선번호안내서비스를 사칭하는 업체들은 KT△△, 114▲▲ 등의 유사 상호명으로 고객을 혼동하게 해 영업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이런 업체들은 실제 인터넷·모바일 광고업체로 114를 사칭해 서비스를 안내한 뒤 블로그 광고나 포털사이트 검색 광고 등을 함께 제공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고객이 가입 후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인터넷에 올린 블로그 광고를 보여주며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항의가 거세지면 빠르게 환불 처리를 해줘 대부분 환불을 받은 고객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곤 했다.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광주의 한 산부인과 원장 A 씨는 “업체에 직접 전화하기 전까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당하고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를 사칭하는 업체들의 사기 상술에 대해 ktcs 측은 사법 처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ktcs 관계자는 “KT나 114라는 이름이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어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고를 받고 (사칭)업체들에 연락을 하면 자신들은 광고 제작 등 정당한 영업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ktcs 측은 우선번호안내서비스 사칭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가입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사칭 주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명주근린공원은 신반포성심24차아파트, 한신13차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붙어있어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부나 노인들의 놀이터 및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약 2주 전부터 이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집회가 열리고 있어서다. 건설노조 수도권 서부건설기계지부 소속 노조원들은 인천 옹진군 대청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덤프차량 사고 보상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본사가 공원 옆에 있기 때문이다.○ 경고에도 아랑곳 않자 ‘전원 차단’ 19일 오전 10시경 어김없이 집회가 시작됐다. 노조원 100여 명이 현장에 모였다. 확성기를 통해 ‘건설현장 차량사고 무책임한 롯데건설 규탄한다’는 구호와 함께 롯데건설에 대한 성토가 시작됐다. 시간이 갈수록 구호와 노랫소리는 커졌고 주위 건물에 부딪혀 울려 퍼졌다. 현장을 지키던 경찰이 소음측정기를 켜고 측정에 나섰다. 소음은 기준치인 65dB(데시벨)을 훌쩍 넘겨 최대 70dB까지 올라갔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거지역과 학교의 경우 주간에는 65dB 이하, 야간에는 60dB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경찰은 오전 10시 35분경 주최 측에 ‘소음유지 명령서’를 전달했다. ‘소음유지 명령’은 경찰이 5분 내 두 차례 소음을 측정한 결과 허용 기준치를 넘을 경우 그 이하로 유지할 것을 주최 측에 명령하는 것. 그러나 노조의 집회 소음은 잦아들 기색이 없었다. 경찰은 오전 11시 15분경 이번에는 ‘소음중지 명령서’를 추가로 전달했다. 허용 기준을 넘는 소음을 내지 말라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음은 65dB을 계속 넘었다. 경찰은 구두로 “소음 기준을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구두경고는 세 차례 더 반복됐다. 집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소음은 줄어들지 않았고 급기야 오후 4시 23분경 경찰은 차량에 장착된 확성기의 전원을 10분간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주근린공원 앞은 주거지역으로 주민들의 주거권 보호 차원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대응한 것”이라며 “평소에도 이 지역에 집회가 많아 소음에 대한 민원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 “집회 자유 있지만 소음피해 견딜 수 없어” 명주근린공원 근처 주민들은 집회가 열리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견디기 어려워했다.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이른 아침부터 확성기 소리가 들리니 잠을 못 잔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이 꽤 있다”며 “수시로 집회가 열려서 소음이 그치질 않는다”고 밝혔다. 주민 최모 씨(62)는 “저 사람들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까 저렇게 하고 있겠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들리는 소음 때문에 편히 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서에는 “아들이 밤에 일하고 와서 자려고 하는데 집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 “할머니가 집회 소리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신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주거지역뿐 아니라 도심 집회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도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장 대응을 점차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음 기준을 초과해도 거의 대부분 집회가 끝나고 나서 (입건 등의) 조치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현장에서 경찰이 소음을 낮추라고 경고하고 중단 명령을 내렸는데도 집회의 소음이 기준치를 넘으면 확성기의 전원을 차단하거나 확성기를 경찰이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등 현장에서 바로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8일 부산 남구 동명대 세계선센터에서 요가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요가 동작을 배우고 있다. 동명대는 지난해 10월 이곳을 개원하고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참선, 차문화, 요가힐링, 가족행복 나누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양과목으로 편성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처음엔 이사를 가려고 했어요. 집에 체리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자꾸 생각이 나니까….” 지난달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숨진 고(故) 윤체리 양의 아버지 윤철웅 씨(49)는 딸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윤 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밖을 돌아다닐 때 딸 또래의 아이나 딸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걸 보면 눈길이 머물고 슬픔이 밀려온다. 14일 오후 기자가 경기 광주시의 집을 방문했을 때 윤 씨는 딸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 씨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학교 과제로 부모님께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있을 때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 때’라고 하더라. 이 글을 엄마랑 아빠랑 읽게 된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못하고 쑥스러워 자꾸 뒤로 빼서 미안하고 또 고맙고 사랑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 씨는 편지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붕괴사고 사망자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윤 양의 어머니 이한나 씨(38)는 딸이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준 초콜릿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씨는 베트남어를 전공한 뒤 함께 사업을 하자면서 꿈을 키우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끝내 울먹였다. 사고 당시 중상을 입은 장연우 씨(19)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는 대퇴부와 다리 관절뼈가 완전히 부러진 데다 조직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괴사가 나타나 아홉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장 씨의 어머니 이정연 씨(53)는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다. 이 씨는 “합동영결식이 끝나고 유족 합의가 끝나자마자 연우에게 오는 병문안 발길이 딱 끊겼다”며 “이겨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아이인데 이대로 잊혀지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장 씨를 포함한 부상자 10명은 아직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 씨와 함께 건물에 깔려 3시간여 만에 구조된 이연희 씨(19)도 부산대병원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상자뿐만이 아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S)을 호소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부산외국어대 재난심리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학생은 300여 명으로 이들은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측은 상담을 받은 학생 중 10%는 불안감이 심해 집중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임현석 lhs@donga.com·권오혁 기자}

“봉식이가 죽어서라도 유명해졌네요. 소식 듣고 많이 우울했는데 많은 관심 받는 걸 보고 쓸쓸하게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위안이 됩니다.” 무명 단역 배우 우봉식 씨의 자살 기사(본보 11일자 A12면)가 나간 뒤 우 씨의 지인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우 씨의 죽음이 알려지고 인터넷에는 추모와 애도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우 씨의 형도 우 씨의 블로그를 통해 “형제들이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만 있었다면 동생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가난한 예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곽지균 감독, 2011년 작가 최고은 씨, 2012년 배우 정아율 씨, 2013년 배우 김수진 씨와 가수 김지훈 씨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인들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1년 ‘최고은법’이라고 하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산재 보험료 지원 등 예술인에 대한 복지지원과 교육이 주된 내용으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시킬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의 ‘복지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예술 활동 증명’이 필요하다. 2007년 이후 작품 활동이 없던 우봉식 씨처럼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 ‘예술 활동 증명’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국방송연기인협회 박유승 사무총장은 “경력 단절 예술인 심의 시스템이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아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예술인을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마련됐지만 아직 시행 초기여서 현장에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우 씨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예술인에 한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월 100만 원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알고 신청했다면 긴급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씨의 경우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인해 한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비슷한 처지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예술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주연에 비해 조연, 단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5000명 넘는 조합원 중 연간 수입이 1000만 원 미만인 사람이 70%에 육박한다. 배우를 하며 생계난을 극복하고자 투잡(two-job)을 뛰는 경우도 많다. 오늘도 톱스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청춘들이 많다. 지금도 어디선가 방황하고 있을지 모를 ‘제2의 우봉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은 이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권오혁·사회부 hyuk@donga.com}

우봉식 씨(43·사진)의 꿈은 ‘배우’였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게 좋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1983년 열두 살 때 MBC 드라마 ‘3840유격대’를 통해 데뷔했다. 1990년 안양예고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었지만 연극 영화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을 조금씩 알려 나갔다. 그는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거라고 믿었다. ‘연기에 귀천은 없다’는 생각에 스턴트맨까지 하다가 허리 등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정한 배우가 될 날을 기다리며 참고 견뎠다. 그러나 우 씨의 믿음과 현실은 거리가 있었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에서 ‘팔보’ 역으로 출연한 뒤 이렇다 할 배역을 맡지 못했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우 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야만 했다. 그는 꿈이 멀어진다는 생각에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고향 충남 예산에 사는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아들 걱정이 많았다. 이를 지켜보는 우 씨는 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극도로 의기소침해졌고 술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우 씨는 몇 해 전부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석 직후에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집 안을 물바다로 만들었고 벌거벗은 채 집 주위를 배회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극도의 좌절감에 빠진 우 씨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우 씨는 9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자신의 월셋집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우 씨의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며 주인집에 문을 열어봐 달라고 요청했고 주인집 딸이 숨진 우 씨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우 씨는 이미 하루 전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 씨와 알고 지냈다는 한 이웃은 “마음씨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잘 안된다’며 괴로워했다. 배우로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정우 채널A 기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60대 남성이 생활고와 신병을 비관해 90대 노모를 곁에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강남구 수서동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어머니 A 씨(93)와 함께 살던 김모 씨(61)가 8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김 씨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80만 원 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아왔다. 몇 해 전부터 일자리가 없이 생계 급여에 의존해 살아 온 김 씨는 대장암에 우울증, 고혈압, 위장병까지 앓으면서 괴로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런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평소 복용하던 우울증 약 등을 한꺼번에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의 유족은 김 씨가 사건 이틀 전부터 밥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건 전날 김 씨가 잠자리에 들며 노모의 손을 꼭 잡고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를 두고 가야 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됐으나 유족은 가정 형편상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했다. 강남구청은 대한적십자와 협의 해 김 씨의 장례를 위해 무료영구차를 제공하고 김 씨의 어머니에게는 요양시설 입소를 안내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구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가 문제 해결을 돕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복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손녀 교복 찾으러 불길 뛰어든 할머니 구하려다 여고생 숨져▼여고생 손녀의 교복을 챙기기 위해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간 할머니를 구하려고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든 여고생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오전 9시 26분경 충남 예산군 오가면 박모 씨(47)의 집에서 불이 나 Y여고 신입생인 박 씨의 딸(17)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 양은 할머니 이모 씨(63)와 함께 집에 있다가 불이 나자 집 밖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이 씨가 박 양의 교복을 챙기겠다며 집으로 다시 들어갔고 이를 알게 된 박 양이 잠시 후 뒤따라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할머니는 교복을 갖고 탈출했지만 박 양은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집 거실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박 씨는 이날 아침 농사일을 하러 외출한 상태였다. 이 씨는 “손녀가 새로 구입한 교복이 생각나 불이 난 집으로 들어갔다 돌아와 보니 손녀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고교생이 됐다며 교복을 애지중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거 예쁘네요. 잘 포장해 주세요.” 이창근 씨는 문구점에 진열된 마론 인형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금발에 날씬한 몸매, 커다란 눈에 화려한 원피스 차림. 2007년 성탄절을 보름 앞두고 이 씨는 리본으로 포장된 마론 인형 선물상자를 들고 동네 문구점을 나섰다. 딸 혜진이(당시 11세)가 며칠 동안 “사줘, 사줘” 노래를 부르던 마론 인형이었다. 이 씨는 집에 가자마자 선물을 건네고 싶었지만 딸에게 ‘깜짝 선물’로 주기 위해 참았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딸 모습을 생각하며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늦둥이로 얻은 딸은 애교가 넘쳤다. 매일 휴대전화에 딸 이름이 적어도 열 번은 떴다. 인쇄소를 다니던 이 씨는 한창 바쁜 중에도 휴대전화에 뜬 딸 이름은 외면하지 못했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수화기 너머에서 “아빠, 뭐해? 아빠, 어디?” 딸이 큰 소리로 물었다. “응! 우리 딸! 아빠 일해요!” 이 씨는 인쇄기 돌아가는 소음에 목소리가 묻힐까 봐 소리치듯 대답했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급하고 행복했다. 12월 25일 성탄절. 혜진이는 교회를 다녀오던 길에 납치를 당했다. 실종 77일째인 2008년 3월 11일 혜진이는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딸의 장례를 치른 뒤에도 이 씨는 마론 인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남은 가족들은 이 씨가 품에 마론 인형을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딸을 위해 준비했던 성탄절 선물이 딸의 유품이 됐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론 인형을 품고 다녔다. 집에 있을 때면 마론 인형을 앞에 앉혀 놓고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가족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딸을 잃은 지 약 6년 2개월 뒤인 3일, 이 씨는 자택에서 숨졌다. 주변 사람들은 “이 씨가 혜진이를 잃고 술에 의지해 살았다”고 말했고 경찰은 급성 심근경색을 사인(死因)으로 추정했다. 5일 오후 2시 반. 이 씨의 유골은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안양 청계공원 묘지에 묻혔다. 이 씨가 묻힌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묘. 딸 혜진이가 묻힌 자리다. ‘고 이혜진의 묘, 1997.12.18∼2008.3.11, 부 이창근…, 못다 이룬 꿈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펼치거라.’ 이 씨의 묘비는 이름, 생년, 사망일자 등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청계공원 묘지에는 가족 친척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그중 누구도 마론 인형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안양=여인선 insun@donga.com / 이은택 기자}
“400만 원짜리 자동판매기 1대를 팔면 10%의 수당을 주고 1년 4개월이 지나면 최초 투자금의 2배를 지급합니다.” 모텔용 성기구·음료수 자판기를 판매하는 다단계업체 대표 김모 씨(49)의 설명에 사업설명회장이 술렁거렸다. 그의 설명에 현혹된 주부들은 앞다퉈 투자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2005년 2월부터 회원 1670명을 모집해 투자금 627억 원을 챙겼다. 대부분이 40, 50대 주부인 피해자들은 최소 400만 원에서 최대 4억8000만 원을 투자해 자판기를 구입했다. 김 씨는 사업 초기 약속한 수당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다가 2006년 2월 돌연 모습을 감췄다. 8년여간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숨어 지내던 김 씨는 지난달 25일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 씨와 동거인인 부사장 박모 씨(48·여)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살고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 씨와 박 씨를 구속하고 자판기 제조업체 사장 김모 씨(5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최근 일주일 사이 네 가정이 생활고와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버렸다. 이들은 행복했던 서민층 가정이었으나 병마와 실직으로 졸지에 ‘틈새 빈곤층’이 됐다. 그중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정부 지원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신설된 복지제도에 따라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배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긴급지원제도 몰랐던 세 모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의 어머니 박모 씨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했다 해도 식당일을 하는 동안 월 150만 원가량의 소득과 30대 두 딸의 추정 소득을 고려한다면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인 3인 가족 최저생계비 132만9118원을 넘어서 지정될 가능성이 없었다. 하지만 세 모녀를 구할 수 있었던 ‘동아줄’은 남아 있었다. 보건복지부 긴급지원제도는 최저생계비의 150% 이내 소득자 중 위기에 직면한 이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한다. 팔이 부러져 실직한 박 씨는 지원 요건 중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한 경우’에 해당됐다. 24시간 상담을 지원하는 보건복지콜센터(129)로 전화하거나 주민센터에 요청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 복지정책과 긴급지원 담당자는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이나 ‘실직’을 위기사유로, 3인 기준으로 한 달에 88만900원씩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지원은 3∼6개월간 받을 수 있다. 최저생계비의 200% 소득 가구도 같은 방법으로 서울시 복지재단 희망온돌사업의 위기긴급 기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또 모녀가 남긴 70만 원의 공과금 봉투에서 보듯 틈새 빈곤층엔 당장 내야 할 돈이 큰 부담이 된다. 이 경우 구 단위나 복지재단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긴급 구호사업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는 2009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돕기 성금을 재원으로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가정 방문을 거쳐 위기 가구 3∼4인 기준 최대 35만 원을 4일 이내에 지급받을 수 있다. 성북구는 올해 초부터 동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긴급구호지원을 실시하고 빈곤층 환자와 지역 병원의 일대일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중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동절기 쪽방 가구에 단열장치를 설치하고 난방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치료비 부담에 빚까지 졌지만 도움 요청 안 해 2일 서울 강서구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된 50대 부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며 생활고를 겪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료비 부담으로 제3금융권에 빚을 지기도 했다. 이들처럼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 부담으로 빚을 지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암, 뇌혈관, 심장질환, 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질환 상태, 가구의 소득 및 재산기준, 의료비 수준을 고려해 본인 부담금의 50∼70%(최대 2000만 원)를 지원한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김민영 사무국장은 “이들 부부가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알고 신청했다면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제도는 암 수술비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비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서도 각종 검사, 치료 등 의료서비스 비용을 최대 2회, 회당 300만 원 이내로 지원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는 이러한 ‘동아줄’을 알려줘야 할 사회복지의 최전선이다. 하지만 이들도 틈새 빈곤층을 찾아가지 못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 3487곳을 모두 합쳐 사회복지업무만 전담하는 공무원은 7110명에 불과하다. 1인당 맡아야 할 복지 대상자는 814명이나 돼 한 달에 한 번 찾아가기도 어렵다. 또 새 복지제도를 소개할 때 동 소식지나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에 그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병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복지 대상자가 고령이거나 컴퓨터 이용이 불편한 장애인인 경우 전화나 문서 등으로 직접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곽도영 now@donga.com·권오혁 기자}

김모 씨(57)는 1일 오후 9시 23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 들어와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해 응급처치를 하려 하자 갑자기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길이 43cm짜리 칼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나오더니 매장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A 씨(48·여) 바로 옆에 앉아 인질극을 벌였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하자 왼손에 든 칼을 자기 목에 대고 오른손의 칼로 테이블을 툭툭 치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미행해 죽이려 한다” “위협을 느껴 불안하다” “나를 한 방에 죽여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10여 명이 제과점 안에 들어섰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간 A 씨가 다칠 우려가 컸다. ‘범죄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유명해진 이대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1팀장(48)은 현장 사진을 찍어 서울지방경찰청 인질협상팀에 보내고 전화로 조언을 청했다. 인질범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이 팀장은 제과점 안에 있던 경찰 일부를 내보내고 여경인 김은지 경장(32)을 불러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김 경장은 김 씨에게 “이마에 피는 왜 나는 건가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곧이어 여성 최초의 강력계장인 박미옥 강남서 강력계장(46)이 합류해 김 씨를 안정시켰다. 처음엔 “너희들도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경계하던 김 씨는 세 경찰관의 끈질긴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 계장이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이 분(A 씨)도 당신처럼 고통을 느껴야겠느냐”고 설득하자 김 씨는 2일 오전 0시 13분 A 씨를 풀어줬다. 이후 김 씨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자 이 팀장은 “같이 담배 피우면서 이야기하자”며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김 씨는 곧 양손에 쥐고 있던 칼 두 자루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수 의사를 밝혔다. 2일 0시 24분 제 발로 나오는 듯 했던 김 씨는 갑자기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려다 이 팀장에게 제압당해 끌려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 씨가 “4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고 지난해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운영하던 의류업체가 망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아온 김 씨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식당 일마저 그만두게 됐다. 김 씨는 1일 오후 9시 15분 제과점 인근 찜질방에서 나와 건물 외벽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받은 뒤 제과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