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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은 8년 동안 5099명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끔찍한 결과다. 하지만 2013년 한 해에만 단 한 가지 이유로 이와 비슷한 규모인 5092명이 숨졌다. 그 이유는 바로 교통사고다. 이처럼 한국을 ‘후진국 대열’에 세워 놓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978년 5000명대에 진입한 지 36년 만에 4000명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1일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수(잠정치)는 4317명으로 나타나 연말까지 4800명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소중한 생명 살렸다 운전자와 자동차 수 증가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3429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지만 마의 ‘5000명 선’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사망자 수를 4000명대로 끌어내린 사실 자체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201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30% 감소를 목표로 추진한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은 물론이고 동아일보-채널A의 ‘시동 꺼! 반칙운전’이 2년 넘게 추진되는 등 대대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데에는 과속으로 인한 사망자가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9월까지의 과속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9%(71명)가 감소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똑같이 사고가 나도 속도를 줄이면 그만큼 사망사고는 덜 발생한다”며 “도심부 이면도로 속도 제한 등 과속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 ‘나쁜 운전’ 버리고 ‘착한 운전’ 시작해야 사망자 수가 4000명대에 진입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올해 사망자는 줄었지만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보다 4.1% 늘어났다. 부상자도 2% 증가했다. 교통사고는 더 발생했지만 사망자가 생길 만큼 큰 사고만 줄었다는 것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망자 수만 줄고 사고 건수나 부상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실제 운전자들의 후진적인 운전 행태는 개선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저유가 추세로 교통 운행량이 늘어나면서 2015년에는 다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자·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올해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자 교통사고는 지난해에 비해 10.2% 늘어났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보행자 사고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 피해자 다수가 고령자”라며 “교통사고 사망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약자를 겨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선진국과의 격차도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2012년 기준)는 10.8명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0년 1만236명에서 2012년 5392명으로 47.3% 감소하는 동안 교통선진국 다수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상 줄였다. 특히 아이슬란드(71.9%), 스페인(67.1%), 덴마크(66.5%) 등이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인 대표적인 국가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시설(Engineering), 교육(Education), 단속(Enforcement)을 가리키는 교통안전의 ‘3E’ 원칙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예방 교육 단속 등 모든 관련 분야에서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최경락 경위는 유서에서 유독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기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최 경위는 “조선일보 ○○○(기자)은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일보)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며 조선일보 보도로 인해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음을 토로했다. 세계일보가 11월 2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도하자 조선일보는 곧바로 29일자에서 박관천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갖다 놓은 라면상자에서 정보분실 일부 직원들이 문건을 꺼내 복사한 뒤 유출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 경위와 한모 경위가 이달 9일 체포됐을 때는 ‘靑 문건, 정보분실 최 경위가 유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최 경위로서는 조선일보 모 기자와 좋은 관계로 만나왔는데, 조선일보가 자신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는 기사를 잇달아 보도하자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4일 오후 “최 경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조의를 표한다”면서 “본지가 그동안 보도한 최 경위의 (문건) 유출 관련 혐의 내용은 검찰로부터 확인된 취재 내용이거나 구속영장에 적시된 내용으로, 이는 타 언론들도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한국은 교통안전과 관련된 조직들이 제각각 떨어져 있어요.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되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해줘야 해요.” 프레드 웨그먼 국제도로교통사고데이터베이스(IRTAD) 의장(사진)은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계교통포럼(ITF)-한국교통연구원 공동주관 세미나 현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도로교통사고데이터베이스(IRTAD)는 국가별 교통사고의 수집 및 비교분석 업무를 위해 1988년 창설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묻자 웨그먼 의장은 “당장 내년에 사망자 수를 얼마나 줄이겠다는 단기적인 목표보다 장기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안전처·국토교통부·경찰청 등 교통안전 담당 기관들이 좀 더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취약 분야로는 보행자·도심·고령자 안전을 꼽았다. OECD 회원국의 교통사고 통계를 다루는 전문가이지만 사고 통계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경찰 통계만으로는 전체 교통사고 규모를 알기 어렵다”며 “보험사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하고 사망자뿐 아니라 부상자 통계도 의미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국민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스티븐 퍼킨스 국제교통포럼(ITF) 연구소장은 “정부가 교통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경기도의 한 자동차정비업체에서 일하는 이모 씨(60) 등 검사원 4명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불법 개조한 화물차 152대를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합격 처리했다. 이 씨 등은 적재함을 멋대로 높이는 등 위법사항이 뚜렷한 화물차들의 검사 결과를 조작해주고 검사 수수료를 챙겼다. 불법 개조 차량들이 정기검사에서 합격 처리 받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 씨 등 관계자 9명을 적발해 지난달 말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민간정비업체들의 이 같은 부실 자동차 검사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11월 기준) 공단과 민간정비업체의 자동차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각각 19.4%, 12.1%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공단 측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민간업체 간의 경쟁이 부실한 검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올해 초 정기검사 부적합률이 낮은 민간정비업체 329곳을 점검한 결과 부실검사 및 검사기기 불량 등 위법행위 345건이 적발됐다. 점검 이후 점검업체 329곳의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지난해 평균 3.8%에서 올해 11월 기준 8.2%로 높아졌다. 부실한 자동차 정기검사는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대기 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승객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버스의 부적합률(2013년 기준)은 공단에서 할 때 16.8%이지만 민간업체에서는 5분의 1 수준인 2.9%에 그치고 있다.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대형 운수회사의 지난해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이보다도 낮은 0.45%에 그쳐 형식적인 수준이다. 안전보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운전자들의 태도도 문제다. 정기검사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바로 생업에 지장이 생기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은 제대로 검사를 해주는 업체보다 적합 판정을 잘해주는 업체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아 일부 업체는 정기검사 전에 먼저 수리를 한 뒤 검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정기검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민간자동차정비업체와 검사원 관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검사원이 민간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시스템에서는 독립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사원 자격이나 보수를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검사 제도를 시행 중인 세계 92개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개인사업주가 검사원을 고용하는 형태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사원은 협회에 소속돼 독립된 신분을 보장받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검사원이 기준대로 검사를 해도 (합격을 요구하는 운전자나 사업주 때문에) 손해를 입지 않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용 자동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한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에 한해서라도 자동차 검사 주체를 정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호주·일본에서는 정부가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대형 자동차 검사를 전담하고 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100…110…120…. 차량 속도계 바늘이 131km를 가리켰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시속 100km)를 크게 웃도는 속도.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계속 힘이 들어갔다. 1차로와 2차로를 오가며 앞서 가던 차량 3대를 추월했다. 속도계 바늘은 계속 올라갔지만 브레이크를 밟는 경우는 드물었다. 순간 눈앞에 비상등을 켠 채 정차 중인 승용차와 수신호 중인 운전자가 들어왔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지만 승용차와 운전자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실제는 아니지만 기자가 직접 술을 마시고 차량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진행한 음주운전 실험 내용이다. 실제였다면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2만6589건의 음주 교통사고로 727명이 사망하고 4만77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음주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7%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2.4%)보다 높다.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은 4일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의 도움을 얻어 차량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실험을 직접 해봤다.○ 브레이크 없애버린 음주 취재팀은 음주 전후 가상의 도로를 주행해보고 △속도 및 시간 △가속 페달 및 브레이크 답력(밟는 데 필요한 힘) △차량편측위치(차량이 좌우로 움직인 정도) △핸들 조작 각도를 산출해 비교했다. 실험에 사용된 가상의 도로는 3.4km 도심 코스와 9.4km 고속도로 코스로 운전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장애물이나 사고 등 여러 돌발 상황을 설정해 놨다. 차량 시뮬레이터는 실제 차량을 그대로 옮겨온 탑승석과 차량 앞에 놓인 3대의 모니터를 통해 실험 목적에 맞는 다양한 운전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기자는 4일 오후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정책실 실험실에 마련된 차량 시뮬레이터에 앉았다. 음주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달렸더니 평균 속도는 시속 76.1km, 최고 속도는 시속 148.0km가 나왔다. 음주 전 같은 코스에서 나온 평균 속도 시속 65.5km보다 시속 약 10km나 빨랐다. 술을 마신 뒤 가속페달을 밟는 힘은 15.5% 커지고 브레이크를 밟는 힘은 30.1%나 줄었다. 가속과 감속이 들쑥날쑥하면서 속도를 줄여야 할 때 제대로 줄이지 못하는 특징을 보였다. 음주 전 고속도로 코스에서 1번의 교통사고를 내고 3번의 속도위반을 했던 기자는 음주 후 같은 코스에서 3번의 교통사고와 6번의 속도위반을 하며 반칙운전자로 돌변했다. 실험을 진행한 오주석 연구원은 “음주 상태에선 ‘운전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져 과속이나 추월 등의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전방주시력이나 신체반응속도도 떨어져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이 20∼40대 운전자 26명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실험을 한 결과도 기자의 실험 결과와 유사했다. 술을 마신 뒤 운전자들의 평균 속도는 시속 4km가 빨라졌고 주행시간은 27초 단축됐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음주운전자의 속도·가속페달 답력·차량편측위치가 모두 증가해 주행안전성이 떨어지고 술의 영향으로 속도에 대한 지각능력 및 차로 유지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34.5% “소주 반병은 괜찮아” 많은 운전자가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알지만 실제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팀이 20∼50대 운전자 1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2%가 ‘음주가 운전능력을 저하시킨다’고 답했지만 34.5%가 ‘운전 전 소주 몇 잔까지 마셔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소주 서너 잔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소주 서너 잔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 나올 만한 양이다. 운전자들이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70kg인 성인 남성이 소주 2잔(100mL)을 마신 후 30분에서 90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도달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소주 1잔으로도 음주운전 법정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나올 수도 있다.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몇 시간이 지나면 운전을 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6%(41명)만이 ‘8시간 이상’이 지나야 한다고 답했다. 4시간 전에도 괜찮다는 답변이 15.6%(19명)였다. 보통 성인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약 0.015% 감소한다. 즉, 소주 한 병을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 됐다면 최소 7∼8시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남아 ‘몇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잔도 운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의 원인으로 가장 많은 답변은 “목적지가 가까워서”(26.4%)였다. ‘잠깐 운전대를 잡는 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음주운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 해도 모두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차를 안 가져가면 다음 날 불편해서”(19.3%), “술을 몇 잔 안 마셔서”(15.7%) 등의 이유도 음주운전을 합리화하는 이유로 꼽혔다. 응답자 122명 중 24명(19.7%)만이 음주운전의 충동을 한 번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 음주 교통사고 21% 낮시간대 일어나… 2013년 건수 줄었지만 여성은 4.9% 늘어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니…본보 취재팀이 보험개발원의 최근 5년간 음주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이 특정 기간이나 시간대 구분 없이 두루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은 심야에만 집중됐을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는 통계다. 보험개발원 음주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월별로는 11월에 사고가 가장 많았고 시간대별로는 오후 10시∼밤 12시에 가장 빈번했다. 월평균 음주 사고는 3458건으로 매달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 음주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밤 시간대의 사고비율이 높았지만 낮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에 발생하는 음주 교통사고도 전체의 21.1%를 차지했다. 밤뿐 아니라 낮에도 음주운전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험개발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이하이거나 이보다 과한 음주 상태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처리한 사고 사례까지 포함하고 있어 경찰보다 더 많은 사고통계치를 갖고 있다. 경찰 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보험개발원 통계에만 포함된 사고 비율은 2011년 32.7%에서 지난해 39.8%로 증가세다. 보험개발원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처리하는 교통사고 중 상당 부분이 음주 관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가 증가함에 따라 여성 운전자의 음주 교통사고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 음주 교통사고는 2012년과 비교해 줄었지만 여성 운전자 음주 교통사고는 2012년 4285건에서 4496건으로 4.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어야 음주운전을 근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주혁 보험개발원 통계팀장은 “과거 통계를 보면 음주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경찰 단속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아 왔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의 처벌 기준을 높이는 방법이 국민의 경각심을 높여 사고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현대자동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운전자가 잠이 부족해 장시간 피로가 누적되면 음주운전을 할 때만큼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은 3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피로가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비교 실험을 했다. 공단은 실험 결과 18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아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위급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공단은 위급 상황 시 급제동 실험과 곡선코스 주행 실험을 진행했다. 이날 실험에 나선 교통안전공단의 연구원 2명은 각각 18시간, 2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실험에 참여했다. 위급 상황 시 대응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급제동 실험에서는 연구원이 시속 60km로 주행하다가 30m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발견한 뒤 보이는 반응시간과 차량이 완전히 멈추기까지의 정지거리를 측정했다. 실험 사흘 전 정상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할 때까지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0.5초였지만 24시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선 2배인 1초가 걸렸다. 차이는 0.5초에 불과했지만 정지거리는 8m나 늘어 34m를 기록했다. 이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0.08%일 때 반응속도가 평상시의 2배로 느려지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18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운전자도 반응시간과 정지거리가 각각 0.7초와 30m로 나타나 정상 상태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 차로 유지 및 핸들 조작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곡선코스 주행 실험에서도 피로 상태와 정상 상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실험에 나선 연구원은 정상 상태에서 직선, L자, S자 등으로 구성된 약 100m 코스를 이탈하지 않고 32초 만에 통과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잠을 못 잔 상태에선 같은 코스인데도 수시로 이탈하고 통과 시간도 13초나 더 걸렸다. 18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아 수면 부족 상태에 이르면 실제 술을 마셔서 법정 처벌 기준(0.05%) 이상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나올 때만큼 운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가영 국립교통재활병원 내과 교수는 “18시간 이상 깨어있는 상태가 유지되면 혈중 알코올농도 0.05% 상태처럼 반응이 느려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며 “이때 운전 조작 오류가 늘어나고 과속이나 잦은 차로 변경 등의 위험 행태를 보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피로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다. 이날 실험을 설계한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 운전자들이 피로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잠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느껴질 때는 충분히 쉬는 게 유일한 사고 예방책이란 걸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아빠, 내일 오디션인데 꼭 같이 가자.” 배우를 꿈꾸는 박현수 양(15)은 오디션 전날이면 매번 아버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글씨를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다 쓰면 집 밖에서 바로 불에 태운다. 하늘에 있는 아버지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 양 아버지는 외동딸인 박 양이 태어나기도 전에 8t 트럭에 치여 10년 넘게 투병하다가 2012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박 양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과 어린이집을 버스로 오간 시간들뿐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박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연극부 공연을 보고 배우의 꿈을 품었지만 어머니 혼자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환경에서 연기학원을 다니는 건 사치였다. 꺼져가던 배우의 꿈은 박 양이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진로상담 멘토를 지원하는 ‘세잎클로버 찾기’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다시 피어올랐다. 현대자동차는 박 양의 포부와 가능성을 보고 2년째 매월 40만 원의 연기학원비를 지원하고 대학생 멘토 최은지 씨(23)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다. 부산 기장고 1학년인 박 양은 고등학생 유망주를 상대로 내년 1월에 교육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실기과정 신입생으로 20일 선발됐다. 40명을 뽑는 과정에 3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8 대 1이나 됐지만 당당히 합격했다. 교통안전공단에 지원을 요청한 교통사고 유자녀 7023명(2013년 12월 기준) 중 50.7%(3563명)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대부분 박 양 가족처럼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을 잃거나 오랜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 부담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교통사고 유자녀 소원 들어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 유자녀의 꿈을 찾고 지원하는 멘토링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2000년부터 교통사고 당사자와 유자녀 등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중증후유장애 1∼4급에 해당하는 장애를 입은 당사자와 65세 이상의 노부모, 18세 미만의 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재활과 피부양보조금 같은 경제적 지원과 피해가정을 위한 봉사활동 등 정서적 지원을 병행한다. 공단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족 28만여 명에게 4385억여 원을 지원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현대자동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그르르륵.” 침대에 누워 있는 윤찬복 씨(51)의 목에서 굵은 가래가 끓어올랐다. 윤 씨 옆에 있던 아내 민다 알티아가 씨(41)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목에 붙인 호스에 걸린 가래를 빼주고 손수건으로 닦았다. 윤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5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다. 윤 씨의 가래 소리는 본보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이 지난달 26일 광주 북구의 임대아파트 자택에서 아내를 인터뷰하는 1시간 동안 윤 씨가 낸 유일한 소리였다.○ 음주운전이 파괴한 ‘코리안 드림’ 필리핀 출신인 알티아가 씨는 2000년 윤 씨와 광주에서 신혼집을 꾸리고 세 자녀를 낳았다. 장밋빛으로 가득했던 ‘코리안 드림’은 알티아가 씨의 서른여섯 번째 생일 다음 날인 2009년 1월 16일부터 지옥으로 급변했다. 중식요리사인 윤 씨가 세 자녀 과자값이라도 보태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폐지를 수거하러 다니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것이다. 윤 씨는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지만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아 눈만 껌뻑이는 식물인간이 됐다. 단란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60대 남성 운전자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4%로 음주운전 법정기준치(0.05%)를 넘지 않아 사건이 공식적으론 음주 교통사고로 처리되지도 않았다. 알티아가 씨는 남편만 바라보고 한국으로 와 세 자녀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아온지라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사고 보험금은 병원비와 세 자녀 양육비용으로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3년 동안 병원에서 남편을 간병했지만 더이상 입원비를 내지 못해 집으로 옮겨 연명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알티아가 씨는 딱한 사연을 접한 교통안전공단이 2011년부터 교통사고 피해 가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년 동안 3000여만 원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알티아가 씨는 “세 아이가 꼼짝없이 누워 있는 아빠한테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할 때마다 삶이 억울해 눈물이 난다”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내 남편을 이렇게 만든 음주운전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울먹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2년 음주운전 1건으로 치른 사회적 비용은 3685만 원으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인 1264만 원의 3배에 달했다. 음주운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매년 1조 원을 상회한다.○ 피해자를 절망시키는 가해자의 뻔뻔함 음주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판단력과 반응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벌어지기에 피해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교통사고보다 높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매년 줄어들어 올해 최초로 사망자가 4000명대로 감소할 거라 예상되지만 음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06년 14.5%, 2010년 14.2%, 2013년 14.3%였다.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들을 더욱 울분에 빠뜨리는 건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다. A 군(12)은 2010년 4월 강원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친구와 놀다가 갑자기 후진하는 차량에 깔려 오른팔과 다리, 머리를 크게 다쳤다. 가해 남성은 혈중알코올농도 0.129%로 면허가 취소될 만큼 만취 상태였지만 A 군을 병원으로 옮기기는커녕 조수석에 앉았던 부인과 바꿔 앉으며 음주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사고 이후 4년이 지났지만 A 군은 여전히 오른 다리를 제대로 굽히지 못하고 머리에 큰 상처가 남아 있다. 온순했던 성격은 사고 이후 공격적으로 변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A 군 부모는 한국의 현실에 분노를 느껴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도 도망가기 바쁜 사례도 많다. B 씨(32·여)는 2012년 10월 임신 8개월 상태에서 인도에 앉아 있다가 후진하는 음주 차량에 왼쪽 옆구리를 치였다. 사고 직후 진통이 느껴져 병원에 가보니 태아의 심박동이 감소하고 있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가해자는 사고 직후 달아나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지만 아기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 과정이 지지부진해 B 씨는 아직도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상해를 입히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피해자가 사망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가해자가 중형에 처해지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회장은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고 부상만 입었다면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도 많지 않고, 재판을 치르더라도 ‘고의가 아니었다’ ‘이미 합의가 됐다’는 이유 등으로 가해자의 형벌이 낮아진다”며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광주=권오혁 hyuk@donga.com / 조동주 기자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현대자동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경남 합천군 해인사 내 전각 벽에 낙서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합천경찰서는 해인사 내 전각 벽마다 ‘T’자 형태로 한자 21자를 적은 혐의(문화재관리법 위반)로 김모 씨(48·여)를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비슷한 글자를 벽에 쓰는 사람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경북 성주군 자택에서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의 집 대문과 방 안 곳곳에서 해인사 내 낙서와 같은 내용의 글귀가 발견됐다. 김 씨는 20일 해인사를 찾아와 경내 곳곳을 다니며 검은색 사인펜으로 낙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여성이 낙서하고 남성이 망을 본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찰은 일단 김 씨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정 종교의 기도문을 적으면 악령을 쫓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세월호 특별법 통과 이후 시민단체와 유가족 모임 사이에서 세월호를 인양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인양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날 문화제에는 2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유가족 권미화 씨는 “수색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인양을 선택한 것이고, 모든 증거가 훼손되지 않는 인양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인양을 해달라니까 (정부가) 돈이 없어서 못 해준다, 예산이 안 된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호중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돈 때문에 인양을 포기하자고 말하는 건 세월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망각한 것”이라며 “12월 6일 실종자 가족을 응원하는, 빨리 구조작업을 지속하라고 촉구하는 의미로 팽목항에서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이샘물 기자}

“쾅!” 시속 80km로 달리던 12인승 승합차가 회색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체 앞부분 오른쪽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전면과 조수석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조수석에 탄 남성은 갈비뼈 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에어백이 작동해 얼굴과 머리에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조수석 뒷자리에 탔던 여성은 얼굴을 옆 유리창에 심하게 부딪쳤다. 여성의 몸 위로는 승합차 맨 뒷자리에 앉았던 어린이가 튕겨져 날아왔다. 1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송산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승합차 충돌사고 실험 결과다. 승합차에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인체모형 3개와 착용하지 않은 모형 3개가 실렸다. 실험 결과 안전벨트를 맨 모형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6∼7%에 그쳤다. 반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모형은 95∼98%에 달했다. 그동안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른 승용차 충돌사고 실험은 여러 번 이뤄졌지만 승합차 충돌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인체가 받는 충격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똑같은 성인남성 모형을 앉혔고 운전석만 안전벨트를 착용시켰다. 중간 열에는 성인여성 모형 2개를 앉혔다. 조수석 뒷자리에만 안전벨트를 채웠다. 맨 뒷자리에는 카시트에 앉힌 6세 어린이 모형과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모형을 나란히 뒀다. 또 벽에 충돌하는 사고의 경우 정면보다는 측면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승합차가 45도 각도로 부딪히도록 했다. 안전벨트 없이 조수석에 앉은 성인 남성은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보다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14배나 더 높았다.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은 1∼4%로 경미했지만 가슴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운전자가 5.4%인 반면에 조수석은 97.7%에 달했다. 안전벨트 없이 에어백만으로는 사고 충격을 거의 흡수할 수 없다는 게 입증됐다. 승합차 중간 열에 앉은 성인 여성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이 86배나 더 높았다. 중간 열에서는 에어백이 없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경우 머리 부위의 중상 가능성이 94.8%에 달했다. 반대로 안전벨트를 맸을 때는 1.1%에 그쳤다. 이날 실험에서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여성은 머리가 창문에 부딪히면서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이 여성은 뇌혈종 등으로 의식불명에 빠질 수도 있다. 같은 사고를 당했지만 안전벨트를 맨 탑승자들은 심하게 흔들렸을 뿐 거의 부상을 입지 않았다. 안전벨트는 ‘생명줄’이지만 대부분 앞좌석만 매고 뒷좌석은 무시하기 일쑤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올해 고속도로 이용 차량을 조사해보니 안전벨트 착용률이 운전석(86.9%)과 조수석(81.9%)은 높았지만 뒷좌석은 18.8%에 그쳤다. 올해 9월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근처에서 여성 아이돌그룹 레이디스코드가 탄 승합차가 방호벽을 충돌했을 때 상황도 비슷하다. 당시 사고로 숨진 멤버 고은비 씨와 권리세 씨도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실험을 맡은 김창현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시속 80km로 달리다가 벽에 부딪히면 8층 높이에서 떨어질 때와 같은 충격이 가해진다”며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차체에 직접 부딪히거나 다른 탑승자와 부딪히는 2차 충격으로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화성=권오혁 hyuk@donga.com / 조동주 기자}

올해 첫눈이 내리자마자 고속도로에서 차량 28대가 잇따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 계양소방서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눈이 내리기 시작한 14일 오전 5시 40분경 인천 계양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운분기점 판교방면에서 경인고속도로로 빠지는 2차로 램프구간에서 차량 28대가 서로 뒤엉키며 연쇄 추돌했다. 도로공사는 첫눈이 내려 살얼음이 낀 도로에서 차량 한 대가 미끄러져 도로 벽을 들이받았고, 동트기 전이라 어두운 상황에서 차간거리를 충분히 두지 않고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빙판길에서 제대로 멈추지 못해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운전자가 빙판길에서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자 핸들을 좌우로 급하게 꺾는 바람에 2차로 도로인 램프 구간의 좌우 벽을 들이받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경상자 2명에 그쳤지만, 도로 전체가 사고 차량들로 뒤엉키면서 사고 2시간 20분 뒤인 오전 8시경에야 도로가 정상화돼 출근길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전문가들은 빙판길이 마른 도로에 비해 정지거리가 2배 긴 만큼 차간거리도 2배로 늘려 운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마른 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다 급제동하면 차량이 78m 지나간 후 완전히 멈춘 반면 빙판길에서는 160m나 이동한 뒤에야 멈췄다. 시속 60km로 달리다 급정거해도 마른 도로에선 35m인 정지거리가 빙판길에선 64m로 급증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겨울철엔 규정 속도보다 20% 감속해야 한다”며 “속도에 맞는 차간거리만 제대로 확보하면 고속도로 연쇄추돌사고는 쉽게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8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공영주차장. 중학교 동창들과 안면도 나들이를 떠나려던 김모 씨(50)는 전세버스 안전점검반이 버스에 오르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씨 일행은 “흥겨웠던 분위기가 다 깨졌다” “행정력 낭비다”라는 등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냈다. 위반행위가 적발된 전세버스 기사들은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쳤고 승객들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안전점검인데도 “왜 못 가게 붙잡느냐”며 기사와 합세했다. 본보 취재팀은 8일 교통안전공단, 관할 경찰서, 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의 안전점검에 동행했다. 점검반은 서울 서초구 양재역과 사당역 일대에서 기사의 음주 여부를 측정하고 차량의 불법개조 여부 및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이날 점검에서 전체 버스 62대 중 10대(16.1%)에서 △노래반주기 설치 △소화기 및 비상망치 미비치 △차량 외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장착 등 안전규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전세버스 안전점검 결과 불법 구조 변경 및 소화기 미비치 등 위반사항이 적발된 전세버스는 2207대로 전체 점검 대수(7412대)의 29.3%에 달했다. 지난해 총 7451대 중 1400대(18.8%)가 적발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고 시 대처요령만 숙지해도 피해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8일 오후 경부고속도커진 사례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 브레이크 라이닝 과열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경우 소화기만으로 진화가 어려워 물로 과열 부위를 식혀주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화재 시 대처요령에 대한 안전교육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이용 승객들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김정훈 차장은 “의무적인 안전점검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승객이 많다”며 “이동 시 안전벨트를 꼭 매고 음주가무 등 기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소란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버스 운전기사와 차량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버스 이용객 누구나 전세버스 예약 후 교통안전공단에 적격심사를 요청하면 출발일 전까지 △전세버스 운전자격 취득 여부 △자동차보험 가입 여부 △자동차 검사 여부 △전세버스 차령(車齡) 초과 등의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교통안전공단은 12월부터 ‘교통안전 정보제공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자가 손쉽게 전세버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복지정책을 둘러싼 재정난 논란으로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페이고(Pay Go)’ 제도의 확대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복지확대 공약과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페이고 제도는 지출이 따르는 새로운 입법을 하고자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세입 증가나 법정지출 감소 등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입법화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페이고 제도와 같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페이고 제도가 도입되면 인기영합적 정책이나 공약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번과 같이 복지재원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걸 막고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페이고 제도가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5월 17일부터 정부입법에서는 시행되고 있었지만 의원입법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재정확보 방안은 제외하고 비용추계서만 첨부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올해 2월 통과됐으나 준(準)페이고법에 그친다는 평가다. 입법 시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하고 국가 재정 총량 차원에서 예산을 조정하는 등 실질적인 내용이 담긴 페이고법은 현재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이다. 페이고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페이고법이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재원조달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 준비를 위한 시간과 비용도 커져 다양한 정책 도입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국가지출을 일정 수준에서 억제해 국가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막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외국과 달리 재정권이 없는 우리 국회에 페이고 제도를 도입하는 건 맞지 않다”며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대안이다”라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국 최대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가 있는 충북 음성군의 복지비용은 단일 시군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올해 꽃동네 운영비 256억 원 가운데 78억 원을 부담해야 했다. 2011년부터 무상급식으로 복지예산이 더욱 늘어나자 음성군은 꽃동네 지원을 정부가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 꽃동네 입소자의 80%가 충북도민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노인 아동 생활시설은 지방에 이양된 사업이라며 음성군의 요구를 일축했다. 무상복지로 지방과 중앙정부의 곳간이 비면서 사회복지시설 지원금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더 팽팽해지고 있다. 무상복지는 물론이고 중앙정부가 지시하는 정책에도 일정 비율로 예산을 투입하느라 일선 시군에선 정작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무상교육이 오히려 지방교육청의 재정을 위협해 교육의 본질인 교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 ‘빚 늘고 현안 밀리고…’ 지자체 초비상 강원도는 2018년 겨울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진입도로 공사 등 돈 쓸 곳이 많은데 각종 복지예산이 늘어나 비상이다. 이에 따라 올림픽 시설(780억 원)과 도로 건설비용(200억 원)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다. 그러면 강원도 지방채는 올해 말 5800억 원에서 내년 말 6330억 원으로 늘어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각종 사업을 빚을 내서 해야 할 형편이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상당수 사업도 규모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불로동의 20년 넘게 뚫리지 않는 소방도로는 주민들의 해묵은 민원이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동구의 장기 미집행 도로는 608건, 면적은 183만8500m²에 이른다. 동구 관계자는 “전체 예산 4070여억 원 가운데 기초연금과 영·유아 보육료, 가정양육수당,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복지비가 2500여억 원(62%)을 차지한다. 인건비를 빼면 가용 예산이 전무하다시피 해 해마다 주민 민원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구 관계자는 “무상복지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주민 숙원 및 우선 사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 올해는 주민 위생을 위한 방역예산 1000여만 원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수많은 복지 사업이 쏟아지다 보니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해 줄줄 새는 현상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복지 관련 유선방송사 제주지사 대표 권모 씨(44)는 3월 ‘제1회 제주장애인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복지음악캠프’를 열어 제주도에서 받은 보조금 1억 원을 개인 용도로 써버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보조금이 빼돌려져 흥청망청 쓰이는 사실을 공무원들은 까마득히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상복지는 ‘교육 본말전도 복지’ 광주시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초등학생 학생준비물 지원비를 학생 1인당 올해 4만2000원에서 내년 3만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수학여행 지원비도 초등학교는 10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중학교는 15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내년부터 축소한다. 과학체험교실 등 10여 개 사업은 예산 편성조차 하지 못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의 본질은 학습과 수업인데 무상복지로 이런 본질이 침해당했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고 뭐냐”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도 내년 무상보육 예산이 823억 원으로 올해보다 213억 원 늘어나면서 자체사업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은 “교육예산 총액은 일괄 삭감됐는데 인건비와 누리과정 예산은 늘기 때문에 혁신학교 어울림학교 통학버스지원 농어촌학교살리기 등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각종 사업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6일 대전시교육청에 무상급식 재원 분담비율을 다른 시도교육청처럼 50%로 높여줄 것을 제안했다. 대전은 무상급식 분담비율이 시 60%, 5개 구 20%, 시교육청 20%이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의 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힐링캠프나 대학생 멘토링 등 호응을 얻고 있는 청소년 선도 사업도 확대하기 어렵고 새로운 교육 사업은 구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 복지’로 재편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조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 규모는 그대로인데 국고보조사업이 늘어나 재정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지방채 발행 등으로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으로 지방세와 지방교부세율 등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자주 재원의 비중을 높여 재정 분권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8 대 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지자체의 세출이 크게 늘어나는 현실에 맞지 않는 만큼 지방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복지정책을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정책을 시행했으니 예견된 ‘복지대란’ 아니냐는 것이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지방재정학회장)는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의 도입 단계부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어떻게 예산을 분담할 것인지 합의가 선행됐어야 한다”며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의 부담률을 낮추고 우선순위가 낮은 국고보조 사업들을 폐지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mhjee@donga.com / 청주=장기우 / 권오혁 기자}

한국의 도로는 살벌하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히려 옆 차로의 차량이 빠르게 앞지르곤 한다. 신호 없는 교차로에선 먼저 가라는 손짓 대신 ‘저리 비켜!’라고 외치듯 상향등을 번쩍이는 차량이 많다. 이런 반칙운전을 몰아내려면 더 많은 양보운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최근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선임연구위원은 30세 이상 운전자 1014명을 설문조사해 운전 습관과 운전자의 사회경제적 요인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 및 직장 만족도가 높을수록 양보운전을 많이 하고 교통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 발생 횟수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구위원은 “양보운전으로 인한 이득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양보운전이 운전자의 삶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다른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양보운전’. 여전히 양보운전은 ‘손해 보는 일’이라는 그릇된 인식도 적지 않다. 본보 취재팀은 10년 이상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이력 없이 양보운전을 실천하는 8명을 만나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 양보운전의 미학 하나, 여유 양보운전자들은 양보하는 운전 습관 덕분에 일상생활에서도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있는 직장인 박준규 씨(51)는 “혼자만 편하고자 하는 운전이 아닌 만큼 양보를 하면 남들도 편하고 그만큼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며 “이런 마음의 여유는 일상생활 전반으로 이어져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47년 운전 경력의 최홍운 씨(75)도 “오랜 시간 실천한 양보운전을 통해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항상 미리 대비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주변 사람과 서로 갈등하거나 화를 내는 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보운전을 습관화하면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태도가 운전 외의 다른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박사(심리학)는 “특정 행위가 긍정적 효과를 내면 이를 합리화해 다른 행위에도 유사하게 적용하는 연쇄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안정감으로 이어지는 양보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21만5354건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안전운전 불이행(56.4%), 신호 위반(11.3%), 안전거리 미확보(9.3%) 순이다. 양보운전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사고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양보운전은 교통사고 가능성을 줄여줘 운전자에게 심리적·물질적 안정감을 준다. 직장인 정희진 씨(45·여)는 “교통사고가 한 번 나면 사고 수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일상생활이 흐트러진다”며 “양보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속 등의 반칙운전이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고 위험성 등 잠재적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26년 무사고 경력으로 건설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은 화물기사 오주석 씨(53)는 “24t 탱크로리를 운전하며 난폭운전을 하면 차량이 금방 망가지고 기름값도 훨씬 더 쓰게 된다”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정속으로 양보하며 주행하는 게 오히려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생활에서도 조심조심 양보운전 습관은 ‘안전의 생활화’로 이어진다. 운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만일에 대비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택시기사 임원철 씨(61)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습관 때문에 평상시에도 매사에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편”이라며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아들과 딸도 자연스레 양보운전 습관을 물려받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10년 무사고의 강종윤 씨(30)는 늘 양보운전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양보운전 습관이 생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독일 영국 등 많은 교통선진국에서는 교통안전교육을 시민교육의 핵심으로 삼아 의무화하고 있다. 교통법규 준수가 곧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안전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동기획: 안전행정부·국토교통부·경찰청·교통안전공단·손해보험협회·현대자동차·한국교통연구원·한국도로공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tbs교통방송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래도 되나?’ 직장인 조효진 씨(27·여)는 최근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에서 경기 분당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탈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버스는 ‘만차’라는 팻말을 붙이고도 좁은 통로와 출입문 계단까지 입석 승객을 빼곡히 태우고 시속 100km를 훌쩍 넘기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서로 몸이 끼어 움직이기조차 어려워 보이는 입석 승객들은 버스가 급제동을 하거나 핸들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교통사고가 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끔찍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전면 시행된 7월 16일로부터 10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국토교통부 정책은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이슈가 부각되자 부랴부랴 시행했지만 ‘불편하다’는 여론이 드세게 일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시행 초기 “8월 중순까지 현장 모니터링을 끝내고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가 8월 21일에 “대학 개강을 맞아 입석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10월 말에도 여전히 입석 승객들을 콩나물시루처럼 가득 태운 버스가 수도권 일대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지만 ‘탄력적 운용’이라는 미명 아래 입석 승객을 단 한 건도 단속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은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100일째인 23일 출퇴근시간대에 수도권을 오가는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 영등포구와 중구,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 버스정류장을 직접 가 봤다. 승객과 버스 기사는 ‘시간과 돈’이라는 이해관계 속에 여전히 암묵적으로 안전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부당거래를 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앞뒷문 가리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 계단까지 발을 디디고 서는 바람에 출입문조차 한 번에 닫히지 않았다. 기사들은 “다음에 오는 버스 타세요” “그만 올라오세요”라고 말하면서도 밀려드는 승객을 적극적으로 막진 않았다. 취재팀이 23일 오후 6∼7시 경기 북부로 향하는 승객이 많은 서울 영등포구 당산래미안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서 입석 금지에 해당하는 5개 노선 버스를 지켜보니 한 시간 동안 지나간 24대 중 21대가 입석 승객을 가득 태웠다. 나머지 3대도 입석을 거부한 게 아니라 좌석이 여유가 있었다. 같은 시각 경기 남부로 가는 길목인 서울 중구 백병원 앞 정류장도 입석조차 불가능할 만큼 버스가 가득 차야만 무정차 통과했다. 서울에서 분당으로 가는 광역버스 9401번에 직접 타서 입석 승객 수를 세 보려다 인파에 시야가 가려 실패할 정도였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탁상행정’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닥쳐 용두사미가 됐다. 여론에 밀려 대학 개강이라는 명분으로 한시적으로 탄력적 입석을 허용했지만 언제 다시 전면 금지할지 아무도 모른다. 탄력적이라 해도 ‘몇 명까지 태우라’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토부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고 단속을 시작할 거라 했는데 준비가 미진한 것으로 안다. 이대로라면 입석 금지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좁은 통로에 서서 끼어 타는 승객이 만연한 상황에서 좌석에 앉은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바라는 건 사치에 가깝다. 취재팀이 23일 오후 7시 10분 경기 용인 명지대∼서울역을 오가는 5005번 버스에 타 보니 좌석에 앉은 40명 중 안전띠를 맨 승객은 4명에 불과했다. 운전기사가 한남대교를 넘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안전띠를 매달라”고 안내방송을 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았다. 이 버스는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이대로라면 세월호 참사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처럼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운 광역버스가 사고로 대형 인명 피해를 낸 뒤에야 “예고된 인재(人災)”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라며 부랴부랴 관련 분야에 대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되풀이될 게 뻔하다. 교통안전공단이 시속 25km로 달리는 버스가 6m 아래로 떨어져 구르는 상황을 인체 모형을 통해 직접 실험해 보니 안전띠를 안 한 승객은 안전띠를 맨 승객보다 다칠 가능성이 18배나 높았다. 어린이는 48배나 차이가 났다. 본보와 입석 버스를 동행 취재한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출퇴근 광역버스에 선 채로 타거나 좌석에 앉아서도 안전띠를 안 매는 습관은 매일 편리를 위해 생명을 담보로 맡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권오혁 hyuk@donga.com·조동주 기자}

‘사망 5092명, 부상 32만8711명.’ 전쟁터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가 아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21만5354건으로 인한 인명 피해다. 이 땅에선 하루 평균 교통사고 590건으로 매일 14명이 죽고 900명이 다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전국을 누비는 자동차 2152만여 대 중 하나에 치여 소중한 목숨을 빼앗기고 있을지 모른다. ‘교통사고 공화국’에서 살아왔던 부모 세대는 자녀만큼은 고질적인 후진 교통문화에서 벗어나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 “아들딸아, 음주운전만큼은…” 본보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자문해 도로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후진적 운전습관 11가지를 꼽은 뒤 교통안전을 업으로 삼는 부모들에게 ‘내 자녀만큼은 절대 안 했으면 하는 운전습관’을 3개만 골라 달라고 했다. 교통안전공단, 대한교통학회, 녹색어머니중앙회, 어린이안전학교 등 교통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부모 183명이 후진 운전습관 3개 항목을 골라 총 549표를 던졌다. 교통안전 전문가인 부모들은 자녀가 절대 안 하길 바라는 운전습관으로 음주운전(129표)을 1위로 꼽았다. 신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건 물론이고 운전자가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걸 자녀가 꼭 알았으면 한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2만6589건이 발생해 727명이 숨지고 4만7711명이 다칠 만큼 일상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음주운전에 이어 졸음운전(72표)과 보복운전(68명)이 2, 3위로 꼽혔다. 내 자녀만큼은 절대 안 하길 바라는 운전습관 ‘톱3’에는 자녀가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술을 마시고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운전대를 잡는 음주운전, 잠시 쉬어갈 여유조차 없어 벌어지는 졸음운전, 분노를 못 참고 앞서간 차량을 다시 추월하려는 보복운전은 운전습관을 넘어 운전자의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1남 1녀의 아버지인 김기혁 대한교통학회 회장(57·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은 “운전이 자동차로 하는 대화인 만큼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늘 도로에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자녀는 부모가 운전하는 습관을 보고 자라며 그대로 배운다. 부모가 자녀를 태우고 과속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자녀도 운전대를 잡았을 때 죄의식 없이 과속을 일삼을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평소 모범적인 삶을 강조해도 운전대를 잡았을 때 ‘욱’ 하는 마음에 무심코 던지는 욕 한마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이들이다. 한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원은 설문조사에서 “아이 아빠가 졸음운전을 습관적으로 해 아이가 보고 배울까봐 늘 불안하다”며 “부모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설문에 응한 부모들은 스스로 종종 하는 반칙운전 사례를 꼽으며 반성하기도 했다. 아버지들은 “출근시간에 쫓기다 보니 급한 마음에 과속운전을 하다가 아찔한 순간을 겪은 적이 제법 있다” “솔직히 내 차를 앞질러간 차를 다시 추월할 때면 희열을 느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자녀에게 당부하는 말을 적다 보니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례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45·여)은 “운전 도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다가 사고가 날 뻔한 이후로는 스스로 조심하면서 자녀들에게도 자주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끼워주고 기다려주는 도로 취재팀은 같은 방식으로 권장해야 할 선진 운전습관 11개를 선정해 ‘내 자녀가 꼭 배웠으면 하는 운전습관’ 3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다. 교통안전에 종사하는 부모들은 음주운전 안 하기(133표)에 이어 신호등과 정지선 지키기(81표)와 규정 속도 지키기(62표)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하지 말아야 할 운전습관이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유형이었다면 배웠으면 하는 습관은 대부분 기초적인 교통법규를 지켜 달라는 당부였다. 두 아들을 둔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47)은 “램프에서 끼어들기를 일삼다 보면 자기 업무에서도 인내심을 못 갖게 되는 것처럼 작은 교통법규를 어기는 습관이 쌓이면 결국 사회생활에서도 실패하게 된다는 걸 아들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자라 운전대를 잡는 미래의 도로에서만큼은 지금과 달리 서로 먼저 끼워주고 기다려주는 여유와 배려가 오가길 바랐다. 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하는 전쟁터로 변해 버린 도로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아 염증을 느낀 탓이다. 교통안전에 종사하는 부모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차량이 마주 올 때 먼저 양보하면서 자존심 상해하는 게 아니라 선행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사회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다. 이들은 △양보해주면 손짓으로 감사 표시하기 △매일 3번씩 양보하기 △차량 내 시계를 30분 빠르게 설정해두고 30분 먼저 출발하기 △좌우회전할 때 반드시 방향등 켜기 등 자녀에게 바라는 운전습관을 자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한겨울이라 컴컴했던 2월 1일 오전 5시 15분경 경부고속도로 동대구분기점 인근 상행선 1차로. A 씨(32·여)가 몰던 승용차는 천천히 달리다가 뒤에서 과속해오던 차량에 들이받혔다. 뒤 차량이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서로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하고 뒤 차량은 갓길로 이동했지만 A 씨는 현장에 승용차를 세워두곤 20여 m 뒤에 서서 견인차를 기다렸다. 컴컴한 도로 위에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서 있던 A 씨는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달려오던 B 씨(41)의 승용차에 치였다. B 씨는 뒤늦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지만 어둠 속에 있던 A 씨를 피하지 못했다. B 씨도 차량에서 내려 도로 위에 쓰러진 A 씨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승용차에 치였다. A 씨와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사고 나면 사망할 확률 62.4%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2차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발생 시 사망 확률이 여섯 배나 높다. 1차 사고가 났거나 갑자기 차량이 고장 나 고속도로에 서 있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에 희생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09∼2013년 동안 고속도로 2차 사고 399건으로 249명이 숨졌다.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확률이 62.4%에 달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은 11.2%(1만2079건 중 사망 1360명)였다. 교통전문가들은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면 주행도로에서 안전 조치를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차량을 갓길로 이동시켜야 2차 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사고나 고장으로 차량을 움직일 수 없어 도로에 둬야 한다면 일단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활짝 열어둔 뒤 차량 후방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차량이 추돌당하더라도 앞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핸들을 오른쪽으로 완전히 꺾어두는 것도 2차 사고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사고가 났다면 탑승자는 차량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한 뒤 최대한 빨리 도로 밖으로 벗어나는 게 최우선 수칙이다. 안전조치를 했더라도 차량 내부나 도로 위는 물론이고 갓길에 서 있어도 2차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C 씨(49)는 2월 13일 오전 7시 30분경 서해안고속도로 조남분기점 인근 목포 방향 갓길에서 후방 70m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해 두고 왼쪽 앞 타이어를 교체하다가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5t 트럭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가 삼각대를 차량 후방에 설치하곤 그 자리에서 경광등을 들고 수신호를 하는 게 안전수칙처럼 인식돼 있지만 오히려 사망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동국 도로공사 교통사고분석차장은 “도로 밖으로 나가는 게 위험한 상황이면 차량 50m 앞으로 몸을 피해야 2차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명적인 인명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지만 기본적인 안전수칙에 대한 인식조차 미약한 편이다. 도로공사가 7월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 207명에게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멈췄다면 어디로 대피할 것인지 물었더니 ‘도로 밖’이라는 정답을 말한 운전자는 13.5%(28명)에 그쳤다. 갓길로 피하겠다는 운전자가 59.4%(123명)에 달했고 차량 밖(12.1%·25명)이나 차량 안(10.6%·22명)에 있겠다는 운전자도 22.7%나 됐다.○ 삼각대 설치거리 50m 이하로 줄여야 모든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차량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도로교통법으로 정해져 있다. 낮에는 차량 후방 100m에 삼각대를 놓아야 하고, 밤에는 후방 200m에 삼각대와 불꽃신호기를 설치해야 한다. 사고 시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승합차는 5만 원, 승용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행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이 난무한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100∼200m 걸어가는 행위 자체가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m는 성인 남녀가 대략 1분 정도 걸어야 하고 뛰어도 20초 정도 걸리는 긴 거리이기에 삼각대 설치 거리를 선진국처럼 30∼50m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은 모든 차량이 45m 후방에, 미국은 트럭과 버스만 30m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삼각대 설치 거리를 줄이려면 반사체가 빛을 되돌려 보내는 재귀반사 성능을 높여야 한다. 박민재 한국3M 도로교통안전사업부 대리는 “현재 쓰이는 빨간색 반사체를 형광오렌지색으로 바꾸고 반사지 성능을 높이면 보다 먼 거리에서도 쉽게 삼각대를 볼 수 있다”며 “눈높이에 있는 트렁크에 부착해도 멀리서 볼 수 있는 삼각대를 개발하면 바닥에 설치해야 해 시야에 잘 띄지 않는 기존 삼각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밤에 사고를 알리기 위해 쓰이는 불꽃신호기는 법으로 정한 안전도구지만 규제에 묶여 폭넓게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사고 팔 때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화약류로 분류돼 있어 정작 차량이 많이 다니는 휴게소나 정비업소에서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이다.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 기자}

《 “아저씨! 아저씨! 벽에 부딪혀요. 벽에….” 지난달 19일 오후 6시 30분경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 앞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을버스 안에서 겁에 질린 승객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가파른 ‘S자’ 내리막길을 50m 이상 미끄러져 내려온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방향에서 올라오는 자동차와 충돌하고 아파트 주차장 입구 벽에 부딪힌 뒤에야 ‘공포의 질주’를 멈췄다. 이 사고로 마을버스 승객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보행자가 있었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를 낸 마을버스 운전기사 김모 씨(70)는 경찰조사 중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가 내리막길 급가속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운전 감각을 잃고 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 손 놓고 맞이한 고령운전자 200만 시대 지난해 187만 명이었던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수가 올해 200만 명(8월 기준 209만3034명)을 넘어섰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4.6%에서 2014년 7.1%(8월 기준)로 증가해 고령운전자의 수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2년 22만3656건에서 2013년 21만5354건으로 3.7% 감소했지만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1만5176건에서 1만7549건으로 15.6%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4.2%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2.4%)보다 크게 높다. 이는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택시나 버스와 같은 사업용 차량 운전기사 중에 고령운전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기사의 29.5%와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16.1%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택시 운전기사 중 80세 이상도 7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가 비고령자에 비해 운전 시 필요한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속도가 늦어져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실시한 고령운전자 교차로 모의주행 실험 결과, 좌회전 결정까지 소요 시간은 65세 이상은 평균 15.79초로 25세 이하 실험자(10.81초)보다 5초가량 오래 걸려 교통상황에 대한 판단이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박사는 “실험을 통해 고령운전자의 거리나 속도 추정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확인됐다”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위험 지각에 따른 반응시간 지연 등 노화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갱신 시기 단축 및 적성검사 강화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환자 10명 중 1명꼴로 직접 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위험이 높은 치매 환자의 운전을 그대로 방치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은 열악하다. 같은 고령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운전 감각이나 건강 상태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운전이 어려운 고령운전자를 판별하고 고령운전자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허 갱신 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인지적성검사 등을 통해 운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재난연구단장은 “고령자 교통사고가 계속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자를 위한 교통안전교육과 검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건강검진이나 인지적성검사 등 고령자가 스스로 운전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지각검사(CPAD)와 교통안전교육을 받아 이수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5% 인하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검사를 받은 운전자 수는 1600명 남짓이다.○ ‘실버마크’ 보이면 양보와 배려를 대한노인회는 올해 9월부터 경찰과 함께 고령자의 개인 보유 차량에 고령운전자를 나타내는 ‘실버마크’ 부착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추월·경적 등 위협운전으로부터 고령자를 보호하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75)은 “젊은 운전자들은 앞에 실버마크를 부착한 차량이 있으면 조금 더 조심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고령자들은 실버마크를 달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행한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리거나 난폭하게 추월하면 노인뿐 아니라 어떤 운전자라도 당황하게 되고 그만큼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교통안전문화본부가 고령운전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령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령운전자 배려 의식개선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9.8%로 가장 많았다. 김용수 서울시모범운전자연합회 사무국장(60)은 “빠르게 달리려는 젊은 운전자들이 고령운전자들을 부모라고 생각해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고령자 교통사고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日 75세 이상땐 인지검사 의무화… 자발적 면허반납 유도濠 80세부터 시력-청력 증명서 제출… 85세땐 주행 평가 ▼선진국 고령자운전 대책 매우 엄격… 美 “면허갱신때 州별로 정신검사”한국의 고령자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5명으로 미국(13.0명) 일본(9.3명) 호주(7.3명) 등 다른 국가보다 많다. 이 국가들은 일찌감치 고령운전자를 위한 교육 강화 및 면허제도 내실화를 시행해 왔다. 일본은 70세를 기준으로 연령별로 운전면허 유효기간에 차이를 뒀다. 70세 미만은 유효기간 만료 후 5년(최초 갱신은 3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은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2년부터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신체기능 저하가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시키는 강의를 의무적으로 듣게 했다. 75세 이상 운전자에게는 운전에 필요한 기억력 판단력 등에 관한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했다. 검사 결과 인지 저하가 확인되면 전문의에 의한 적성검사를 다시 받게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권이나 1년분 승차권 등 혜택을 부여해 고령자의 자발적인 면허반납을 이끌어내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도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주별로 면허 갱신주기를 단축하거나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 갱신 시 운전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주 면허 당국에서 신체 또는 정신 검사를 받도록 하거나 표준면허시험(시력검사, 필기·주행시험)을 다시 보게 할 수 있다. 특히 고령운전자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돼 고령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호주의 고령운전자는 80세부터 해마다 시력 청력 및 각종 의학검사 결과가 담긴 의료증명서를 면허관리청에 제출해야 한다. 85세부터는 매년 실제 도로주행 능력까지 평가해 합격해야만 운전을 계속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운전자가 80세가 되면 면허가 자동 말소된다. 운전을 계속하기 위해선 2년마다 의사로부터 운전면허를 위한 건강검진을 받고 별도의 주행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대해 적성검사 기간을 5년 간격으로 단축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 적성검사 시 단순히 시력 및 신체동작 기능 정도를 검사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