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에 맞서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매티스 장관이 전격 퇴장하게 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향후 그의 사임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작심 비판한 사임 편지에 대한 관심과 조명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매티스의 편지에 담긴 동맹의 가치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 철군을 발표하기 직전 사직서를 품고 백악관을 찾았으나 결국 대통령의 뜻을 돌리지 못하자 직후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신의 사임편지를 복사해 국방부 내 주요인사 30여 명에게 전달하도록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편지에서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을 역설했다. 그는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관계 유지 및 이들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 역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질서의 증진을 위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하며, 이런 노력은 동맹들과의 연대(solidarity of our alliances)를 통해 강화된다”고 썼다. 적대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우리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을 상대하는 데 단호하고도 명확해야 한다”며 이 두 나라를 명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및 동맹국들을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지에는 전임자들이 사직시 의례적으로나마 대통령에게 했던 감사 표시가 한 줄도 없었다. 매티스 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뜻에 따라야 하는 군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고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내용을 놓고 CNN은 “미국의 미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2년 간 침묵해온 공화당과 보수 외교안보 분야 당국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견제와 균형 잃은 트럼프 행정부, 쏟아지는 우려와 비판 여야 정치권도 들끓고 있다.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은 트위터에 “혼돈 속에서도 안정된 섬처럼 남아있던 매티스가 없어진 이후의 트럼프 정부가 무섭다(scary)”고 썼다.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매티스 장관의 편지를 읽으니 우리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동맹을 훼손시키면서 적대국의 영향력은 키워주는 일련의 중대한 정책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좌충우돌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정책적 균형을 맞춰오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 그런 그의 전격적인 사퇴로 마지막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트럼프 행정부 내의 추가 사표가 잇따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존경하는 매티스 장군만 보고 국방부에 따라 들어온 인사들이 있다”며 “이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장 브렛 맥거크 IS격퇴 담당 특사가 22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 방침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통령의 철군 결정은 충격”이라며 “이 새로운 지시를 수행할 수 없고, 더 이상 나의 정체성을 지킬 수도 없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국방부는 으스스한(eerie) 분위기 속에 불안감과 침울함에 쌓여 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은 사실상 트럼프 혼자 결정하는, 전인미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전망했다. 이런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짐 매티스에게 지금껏 그가 가져본 적이 없는 모든 자원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미국을 이용하려 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맥거크 특사의 사임에 대해서는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내년 2월에 물러날 예정이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을 놓고 가짜뉴스들이 요란을 떤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슬람국가(IS)에 맞서기 위해 시리아에 주둔시켜온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19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IS를 물리쳤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훌륭한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가 됐다”며 시리아 주둔군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같은 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군 철수 사실을 발표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은 2000여 명에 이른다.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군 세력과 정부군의 충돌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IS가 영향력을 확대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시리아에 지상군 파병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병력 2000명을 30일 내에 전부 철수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IS가 완전히 격퇴되지 않은 데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이 여전히 공고한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철군을 선언하자 우방국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 내 전략 지역을 적대 세력에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미군의 IS 격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쿠르드민병대가 미군 철수로 고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정책을 펼쳤다면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펄쩍 뛰었을 것”이라며 “너무 유약하고 위험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은 이날 백악관에 “철군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NYT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물론이고 조지프 보텔 중부사령관 역시 철군에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아침 트위터에 “미국이 중동의 경찰관이 되기를 원하나. 우리가 하는 일에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생명과 수조 달러를 쓰면서”라고 반문하며 자신의 철군 결정을 합리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키로 한 미국의 결정은 옳다”며 철군 결정을 환영했다. 다만 샌더스 대변인은 19일 성명에서 “IS에 대한 승리가 각국 연합이나 군사작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모든 수준에서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오토가 1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는 것을 듣고도 이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그런 이야기를 외부에 알리면 오토를 풀어주지 않겠다고… 가족 모두가 사실상 인질이 되어 침묵으로 견뎌야 했던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 22호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6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의 목소리가 크게 떨렸다.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그는 아들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몇 차례나 입술을 깨물었다. 이날 재판은 웜비어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11억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배상금 청구소송의 증거청문 심리로 진행됐다. 70명 가까운 웜비어 가족과 친구 등이 법정을 채운 가운데 시작된 재판에서 가족들이 차례로 증인석에 앉았다. 웜비어 씨는 “오토가 억류된 뒤 북한이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고 핵 공격 위협까지 하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다”며 “아들과 직접 연락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버림받은 것 같은 절망적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호텔에서 선전 전단을 훔쳤다는) 오토의 자백은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허위 자백”이라며 “북한은 내 아들을 감정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아들은 내가 아는 오토가 아닌, 영혼 없는 괴물(monster)이 돼 있었다”며 “초점 없는 눈을 뜬 채 경련을 일으키는 아들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고 흐느꼈다. 북한에서 오토를 데리고 나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비행기에서 먼저 내리면서 울고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이때 나왔다. 오토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고열에 시달렸고, 상태가 악화되면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고 한다. 병실에 누워 있는 깡마른 오토의 두 다리 사진 등이 법정 스크린에 공개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한숨,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웜비어 씨 부부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제는 더 이상 북한이 두렵지 않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은 악마”라면서 “정의를 찾기 위해, 그리고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재판장인 베릴 하월 판사를 향해 “북한은 외국인을 감금, 억류하고 신문 과정에서 고문하는 인권유린으로 제재를 받아온 국가”라며 “22세의 밝고 건강한 청년을 18개월간 불법 억류하면서 심각한 뇌손상을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역설했다. 또 오토의 고교 졸업연설 동영상과 가족사진들을 보여주며 그런 그를 무너뜨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앞서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도 “북한이 오토의 상태와 사인에 대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그를 처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 측 관계자는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아 피고석이 텅 빈 채 재판이 진행됐다. 심리는 이날로 사실상 종결됐다. 법원은 조만간 판결 날짜를 밝힐 예정이다. 뒤늦게 법정에서 재점화된 오토 웜비어 사건은 북한을 향해 또 다른 인권압박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토론회에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대북 협상에 인권 주제를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당신의 행위는 사실상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역겨움과 경멸을 숨길 수 없다.” 18일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법정. 피고인석에 선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을 향한 에밋 설리번 재판장의 엄중한 질타가 이어졌다. 플린 전 보좌관은 2016년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러시아 측과 접촉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를 제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장성 출신으로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을 지낸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대상 중 가장 급이 높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인사다.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24일 만에 낙마한 플린은 이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까지 추가돼 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설리번 판사는 플린의 혐의들에 대해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사실상 타국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게 아니냐. 여기 이 국기(성조기)가 상징하는 모든 것을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다만 그는 플린이 특별검사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고를 미루기로 했다. 재판은 내년 3월 다시 열릴 예정이다. 플린은 현재까지 특검의 대면 조사에 19차례 응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당신의 행위는 사실상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역겨움과 경멸을 숨길 수 없다.” 18일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법정. 피고인석에 선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향한 에밋 설리번 재판장의 엄중한 질타가 이어졌다. 플린 전 보좌관은 2016년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러시아 측과 접촉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를 제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 장성 출신으로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을 지낸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대상 중 가장 급이 높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인사다.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24일 만에 낙마한 플린은 이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까지 추가돼 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설리번 판사는 플린의 혐의들에 대해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사실상 타국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게 아니냐. 여기 이 국기(성조기)가 상징하는 모든 것을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다만 그는 플린이 특별검사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고를 미루기로 했다. 재판은 내년 3월 다시 열릴 예정이다. 플린은 현재까지 특검의 대면 조사에 19차례 응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선고가 연기된 플린의 특검 수사 협조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뮬러 특검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신경 쓰이는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판 전 트위터에 “법정에 서게 될 플린 장군에게 행운을 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가해진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공모에 대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는 건 흥미로울 것”이라며 “공모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미국 외교협회(CFR)가 선정한 2019년의 최대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외교협회는 17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9 예방우선순위(Preventive Priorities Survey 2019)’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북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북한을 1등급 위험군에 포함시켰다. 북한은 지난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위협으로 이미 2018년 1등급 위협으로 분류된 상태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긴장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위험 요인은 내년에도 여전히 상존한다는 게 CFR의 설명이다. CFR는 북한의 핵 위협 외에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미국-이란 무력 충돌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 국가 무력 충돌 △미 본토 혹은 동맹국에 대한 대규모 테러 공격 등을 1등급 위협으로 꼽았다. ‘2019 예방우선순위’ 보고서는 미국의 정부 관리와 외교 전문가, 학자 등 500여 명에게 향후 1년간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 수 있는 위기상황 발생 가능성 및 위협의 정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폴 스테어스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대화 결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 채택에 반발하며 대화가 영원히 단절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이 된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억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웜비어 유족은 10월 재판부에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웜비어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북한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청구 금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변호인단은 당사자인 웜비어와 부모인 프레드, 신디 웜비어의 몫으로 각각 3억5000만 달러씩 모두 10억5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소하더라도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연방법원은 2015년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다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당시 북한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유엔총회는 1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문제의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은 올해로 14년째로,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 우리 정부는 올해도 61개 공동 제안국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오랜 기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강제수용소 폐쇄, 모든 정치범 석방 등 인권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또 5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실상 지칭하는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도 거론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총회 회의에서 결의안에 거론된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18일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인권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놨다’는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또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 행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언급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을 우선순위에 두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등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여(engage)하는 데 열려있다”고 답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14년 연속으로 통과된 것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국가”라며 “미국은 북한에 인권 존중 압박을 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이 된 이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억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웜비어의 유족은 10월 재판부에 △웜비어의 자산에 대한 경제적 손실 배상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웜비어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 △징벌적 손해배상금 등 모두 4가지 항목에 대해 북한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청구 금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당사자인 웜비어와 부모인 프레드, 신디 웜비어의 몫으로 각각 3억5000만 달러씩 모두 10억5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북한에 엄중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배상금 부담이 지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밖에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보상금으로 1000만 달러, 부모에 대한 위자료로 각각 1500만 달러 등을 청구했다. 미 연방법원은 2015년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다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한화 약 3억 원 상당) 지급 판결을 내린 전례가 있다. 당시 북한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웜비어 유족이 낸 소송 재판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톨리누스균으로 인한 식중독에 걸려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 등은 “웜비어가 고문 때문에 사망했다”고 말해왔다.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치과의사들도 치아가 변형된 것을 근거로 가혹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웜비어의 사망 원인에 대한 분석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웜비어 재판는 17일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것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인권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 참배에 나섰지만 별도의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북한은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제재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상대 정상에 대한 ‘신뢰감’은 밝히고 나선 상황이라 내년 1, 2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탐색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인권제재 오른 최룡해 옆에 세워 김 위원장이 이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면에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 7년 세월 장군님의 사상과 노선, 장군님식 혁명원칙을 고수하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하여 투쟁해 왔다”며 “장군님의 구상과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해 억세게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나 홀로 참배’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간부들을 대거 대동했다. 최근 미국의 인권제재 대상에 오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오른쪽에 세웠다. 왼쪽은 리수용 국제부장이었다. 자리 배치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북측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재를 맹비난하고 있다. 13일 ‘정현’이란 개인 명의 논평에서 “물속에서 불을 피울 수 없듯이 조미(북-미)관계 개선과 제재 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선 “제재 압박과 인권 소동을 높여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으며”라면서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다만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연구실장 담화에 대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비핵화 약속을 했다. 지켜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북-미가 양 정상에 대한 비난은 삼간 채 ‘제재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 한-러 이어 한미 ‘비핵화 연쇄 실무회담’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잇따라 접촉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비핵화 협상 장기전에 대비할 태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첫 러시아 방문이 나란히 불발된 상황에서 한-러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김 위원장 방문 및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후반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또다시 방한해 이 본부장과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남측 열차가 올라가는 부분에 대한 제재 면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백악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상황을 풍자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대응’을 언급하면서 때아닌 표현의 자유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NBC방송의 주말 코미디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은 15일(현지 시간) ‘이츠 어 원더풀 트럼프(It’s a Wonderful Trump)’ 코너를 방송했다. 과거에도 SNL에서 트럼프 역할을 도맡았던 앨릭 볼드윈은 물론이고 벤 스틸러, 맷 데이먼, 로버트 드니로 같은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하늘의 천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데리고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상현실로 떠나는 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더 이상 거짓말에 시달리거나 특검 수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성폭행 미수 의혹 속에서도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나 같은 성질의 사람에게 대법원을 이야기하는 건 미친 게 아니냐”며 코웃음을 치고,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대선 캠페인에서 지고 나니 악마가 내 영혼을 돌려줬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머쓱하게 만든다. 이런 가상현실은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령을 만나 환상여행을 떠난다는 고전의 포맷을 차용한 것. 그러나 SNL의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만남을 끝낸 후에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고, 천사는 “아무런 교훈을 못 얻었다”며 고개를 내젓는 것으로 방송이 마무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NBC의 SNL 같은 편향된 민주당 스핀머신(spin machine·여론조작 기구) 방송이야말로 진짜 스캔들”이라며 “(이런 방송사는)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권리라는 게 많은 이들의 반응” “그런 시도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이어 올린 ‘폭풍 트윗’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 및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에 협조한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를 ‘쥐새끼(rat)’라고 몰아세웠다. 이런 거친 반응은 뮬러 특검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6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과 만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절대 안 된다(Over my dead body)”라며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여론은 커지는 추세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정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비핵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레벨에서 만든 사상 첫 약속”이라며 “지켜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의 주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전 세계가 집중한 것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개인 명의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와 인권문제 제기 움직임을 비난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 명의의 담화 형식으로 수위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수한다면 비핵화 협상판을 깰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북한의 거친 반발에도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비핵화 실무협상의 진전 없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속도를 내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비핵화 논의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미국은 현 협상 교착 국면을 풀 열쇠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의 기일(7주기)을 계기로 2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이 조만간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이번 주 방한해 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진행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주요 의제도 이와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Q.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 무역전쟁에 잠시 휴전을 선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았던 것처럼 양국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첨예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 패권경쟁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남북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혈맹은 미국, 북한의 혈맹은 중국인 바,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남북 평화 무드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반복·지속될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우리 정부가 언제까지나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도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박기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A: 그렇습니다. 미중 양국 정상이 무역전쟁에 대해 “뭔가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회의 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 내상을 크게 입은 중국이 한 발 물러서려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평생 준비해왔다”는 멘트를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합의를 보고 싶어한다. 우리는 기쁘다”고 밝힌 것도 그런 분위기를 키웠습니다.하지만 지난달 중순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중 간 패권전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현장이었죠. (중간선거 직후 국내정치 일정 등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회의 초반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못했습니다만, 대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쏟아낸 발언들이 작심하고 준비해온 것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였습니다.펜스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주고받은 설전은 이를 지켜보던 다른 정상들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시 주석이 먼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이에 펜스 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깎아내리며 반박에 나서면서 긴장수위는 순식간에 치솟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 성명 채택이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불발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구를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죠.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라는 표현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봤던 겁니다.뒤끝도 작렬했습니다. 성명 채택이 불발되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매우 흥분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미국 측의 발언은 이견을 불러일으키고, 갈등을 만들고, 평화로운 회의 분위기를 망쳤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곧장 ‘APEC 성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모든 국가가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싸우는 것에) 같은 입장을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은 불행하다”고 맞받아쳤습니다.이런 미중 간 갈등은 올해 여름 미국이 중국에 어마어마한 폭탄 관세를 퍼붓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하려는 게 단지 대중 무역적자 해결만은 아니다”고 봤습니다.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G2 국가, 중국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고 아시아태평양(미국은 요즘 ‘인도-태평양’이라고 부릅니다)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더 큰 목적이며, 이를 위해 미국 경제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고 봤죠. 때문에 미중 간의 노골적인 충돌은 최소한 내년 초,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당시 전망이었습니다.이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볼까요.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간에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나 외교부 당국자들은 “어느 한 쪽을 택하도록 강요받게 되는 상황이 최악”이라는 말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사드(THAAD) 배치 건만 해도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요.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도 한층 어려워지지요.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카드 중 하나로 북한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상존합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미국의 뜻대로 북한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물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은 늘 있어 왔습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전체의 90% 수준에 이르고, 중국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 줄을 쥐고 있다는 점,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뒷구멍을 통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가지는 영향력을 막강하니까요.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배후조종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잇달아 날리기도 했죠. 7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트위터를 보세요. “중국은 무역에 대한 우리(미국)의 태도 때문에 부정적인 압력(negative pressure)을 행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앞서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던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자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한국의 외교는 이런 상황들을 뚫고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균형적으로 관리하며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추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이분법도 이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겠지요.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과의 조율 및 협력이 필요합니다.우리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줄타기’를 매끄럽게 해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한미동맹을 친미 사대주의로 곧장 연결시키는 일부 시각도 존재합니다만,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나 현재의 국력, 역사 등을 놓고 봤을 때 미국과 잡은 손을 놓고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앞으로는 우리가 원해도 한미동맹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는 판이니까요.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뉴질랜드 젊은이들은 한국이 케이팝,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모든 분야에서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양국 간 다양한 교류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함께해 나갈 수 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와 래퍼 빈지노 등을 줄줄이 언급하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58)의 눈이 반짝였다. 2일부터 시작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뉴질랜드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높아져 있다며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년 만에 이뤄지는 한국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을 계기로 30일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에서 터너 대사를 만났다. 그는 “뉴질랜드와 한국 정부는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소득격차 완화, 복지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발효된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약 47억 뉴질랜드 달러)가 17% 넘게 증가하는 등 매우 성공적”이라며 “단순히 수치상 증가가 아니라 상호 사업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키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가축 수가 인구의 8배 규모인 3800만 마리에 이르는 목축과 낙농업 강국이다.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산업 분야 외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케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가 푸른 초원의 낙농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첨단기술 산업에서도 끊임없이 인큐베이팅을 시도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선 농장에 드론을 띄워 목초의 길이를 매일 측정하고 질 좋은 키위를 선별하는 작업을 로봇이 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터너 대사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도 강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뉴질랜드는 6·25전쟁 때 6000명의 군인을 파견했고 지금도 6명이 유엔군사령부 소속으로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등 북한 관련 이슈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터너 대사는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가시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6월 자녀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떠나 화제를 모은 여성 리더다. 터너 대사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맹활약하는 여성들이 뉴질랜드의 ‘뉴 노멀’로 정착해 가고 있다. 남녀 간 임금격차 해소 등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전채은 기자}
소의 뿔을 제거하지 않고 놔두는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최근 스위스에서 이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돼 화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스위스의 농부 아르맹 카폴 씨(66)가 발의한 ‘가축의 존엄성 유지’ 법안은 소나 염소의 뿔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농가에 마리당 190스위스프랑(약 21만6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의 뿔 제거는 뿔이 나기 시작할 때 소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뜨겁게 달군 쇠로 뿔을 지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스위스 소의 4분의 3은 뿔이 제거됐거나 선천적으로 뿔이 없다. 소뿔 제거에 반대하는 진영은 가축도 존엄성을 지킬 권리가 있으며, 뿔이 자라도록 놔두는 게 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뿔에 방울을 단 소가 스위스의 상징이라는 이유도 내세웠다. 8년간 캠페인을 벌인 끝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한 카폴 씨는 “소들을 보면 늘 머리를 들고 자부심이 있다. 뿔을 제거한다면 소들이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뿔 제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들끼리 싸울 때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사람에게도 위험이 된다고 지적한다. 또 뿔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소들이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축산업자들의 증언과 함께 “(소뿔 제거 여부는) 각 농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결국 이 법안은 25일(현지 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반대 54%, 찬성 46%로 부결됐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주주의가 가장 성숙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때 아닌 사법부 독립 논쟁이 불붙었다. 행정부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정면충돌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하는 성명을 내며 날을 세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법부 독립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의 망명을 금지하는 자신의 행정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제9연방순회법원의 존 티거 판사를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티거 판사는 이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다음 달 19일까지 포고문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제9연방순회법원에 (내가 내린 모든 국토안보 관련 행정명령들이) 제소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건 법이 아니다. 제9연방순회법원에서 우리는 전부 패소했다.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 같은 것들이 대법원에 가야 했고, 우리가 (과거에는)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거 판사가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을 겨냥해 “오바마 판사”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트윗 공격 하루 뒤인 21일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에서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가 없다.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도 없다. 우리에겐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 있을 뿐이다.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지만 미 언론은 대통령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했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로버츠 대법원장은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다시 트위터에 “로버츠 대법원장 미안하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제9연방순회법원이 정말로 독립적인 사법부라면 좋겠다”며 거듭 사법부 독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제발 (오바마 정권 때 임명된) 판사들을 살펴봐라. 충격적이다. 이런 판결들은 우리나라를 안전하지 않게 만든다.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2일엔 트위터에 “제9연방순회법원은 완전한 재앙 수준이다. 국경 안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올리며 공격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ABC 인터뷰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오바마케어(건강보험)를 법적으로 폐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보수주의자들의 악몽”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이정은 기자}

민주주의가 가장 성숙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때 아닌 사법부 독립 논쟁이 불붙었다. 행정부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공방을 벌였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정면충돌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하는 성명을 내며 날을 세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법부 독립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의 망명을 금지하는 자신의 행정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제9연방순회법원의 존 티거 판사를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티거 판사는 이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며 다음 달 19일까지 포고문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9연방순회법원에 (내가 내린 모든 국토안보 관련 행정명령들이) 제소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건 법이 아니다. 제9연방순회법원에서 우리는 전부 패소했다.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 같은 것들이 대법원에 가야 했고, 우리가 (과거에는)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거 판사가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점을 겨냥해 “오바마 판사”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의 트윗 공격 하루 뒤인 21일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에서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가 없다.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도 없다. 우리에겐 자신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이 있을 뿐이다. 독립적인 사법부는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지만 미 언론은 대통령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했다.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로버츠 대법원장은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다시 트위터에 “로버츠 대법원장 미안하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제9순회법원이 정말로 독립적인 사법부라면 좋겠다”며 거듭 사법부 독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제발 (오바마 정권 때 임명된) 판사들을 살펴봐라. 충격적이다. 이런 판결들은 우리나라를 안전하지 않게 만든다.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내용면에서는 전혀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츠 대법원장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ABC 인터뷰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에 대해 오바마케어(건강보험)를 법적으로 폐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보수주의자들의 악몽”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권력남용으로 탄핵당할 수도 있다”는 측근들의 만류로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도널드 맥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법무부가 두 사람을 수사해 기소하도록 지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맥갠 고문은 “대통령이 기소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설득에 나섰고, 강행 시 문제점과 파장을 분석한 메모까지 작성했다. 백악관의 법률 담당자들이 작성한 이 메모에는 △법무부 수사관들이 지시에 응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수사가 이뤄져 기소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의회가 대통령의 수사 개입 여부를 추궁하며 정치쟁점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이 조목조목 담겼다. 또 “권력남용을 문제 삼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두 사람을 수사할 특별검사의 임명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사석에서 이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고 한다. FBI가 클린턴재단의 자금 유용 등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코미 전 국장에 대해서는 민감한 국가기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적이어야 할 법무부를 어떻게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 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최근 해임하고 수사 경력이 부족한 매슈 휘터커 직무대행을 선임한 직후라는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저는 오뚝이입니다. 잠깐 쓰러진 것 같지만 다시 벌떡 일어납니다. 실망하지 않고 다시 새 출발할 것입니다.”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여성 첫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 제39선거구)에 도전했다 초접전 끝에 낙선한 영 김 후보(56·공화당·사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씩씩했다. 그는 20일(현지 시간) 콘퍼런스콜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악조건이 많았지만 한인 후보자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투표일 다음 날 개표에서 2.6%포인트 차로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며 당선이 확정되는 듯했던 김 후보는 뒤늦게 개표된 우편투표 결과까지 집계되면서 결국 1.6%포인트 차로 역전패했다. 그는 결과를 아쉬워하면서도 “영 김이 패배했다기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가 민주당의 큰손 후원자들을 등에 업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쓰면서 판세를 뒤집었다는 것. 특히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했던 오렌지카운티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표심 변화가 예고됐던 지역이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오렌지카운티의 정치 성향을) 완전히 바꿔보자는 ‘웨이브 캠페인(wave campaign)’을 했다”며 “민주당이 이를 살리기 위해 재정적 지원을 아주 잘했다”고 설명했다. “설마 오렌지카운티에서 완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현 정권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바뀐 것이고, 공화당에서 많이 빼앗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우편투표 개표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던 것에 대해선 “보다 많은 사람이 선거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부정행위가 있다고 하고 싶지 않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당분간 아무 계획 없이 쉬겠지만, 체력이 회복되는 대로 한인사회 및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될 일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계획이다. 그는 “2019년도 정치 판도를 잘 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2년 뒤에는 표심을 공화당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민주당이 반발해 온 이민정책에 대해선 “저도 반대를 많이 했다”며 “이민자인 제가 의회에 들어간다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실리콘밸리=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 / 이정은 기자}

“저는 오뚝이입니다. 잠깐 쓰러진 것 같지만 다시 벌떡 일어납니다. 실망하지 않고 다시 새출발할 것입니다.”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여성 첫 연방 하원의원(캘리포니아 제39선거구)에 도전했다가 초접전 끝에 낙선한 영 김 후보(56·공화당)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씩씩했다. 그는 20일(현지 시간) 컨퍼런스콜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악조건이 많았지만 한인 후보자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투표일 다음 날 개표에서 2.6%포인트 차로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며 당선이 확정되는 듯했던 김 후보는 뒤늦게 개표된 우편투표 결과까지 집계되면서 결국 1.6%포인트 차로 역전패했다. 그는 결과를 아쉬워하면서도 “영 김이 패배했다기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가 민주당의 큰 손 후원자들을 등에 업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쓰면서 판세를 뒤집었다는 것. 특히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했던 오렌지카운티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표심 변화가 예고됐던 지역이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오렌지카운티의 정치성향을) 완전히 바꿔보자는 ‘웨이브 캠페인(wave campaign)’을 했다”며 “민주당이 이를 살리기 위해 재정적 지원을 너무 잘 했다”고 설명했다. “설마 오렌지카운티에서 완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현 정권에 불만을 토하는 사람들이 바뀐 것이고, 공화당에서 많이 뺏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우편투표 개표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던 것에 대해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부정행위가 있다고 하고 싶지 않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당분간 아무 계획 없이 쉬겠지만, 체력이 회복 되는대로 한인사회 및 한미 관계에 도움될 일을 할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의 계획이다. 그는 “2019년도 정치 판도를 잘 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2년 뒤에는 표심을 공화당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민주당이 반발해온 이민정책에 대해선 “저도 반대를 많이 했다”며 “이민자인 제가 의회에 들어간다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