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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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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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이웃 얘기네… ‘공감 드라마’ 전성시대

    경찰은 늘 연쇄살인만 수사한다. 그 뒤엔 언제나 거대한 부정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권력과 유착하는 것도 흔한 일. 병원도 마찬가지. 심각한 병 아니면 다루지도 않는다. 의사는 꼭 연애를 하고 권력 다툼을 벌인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경찰이나 병원 등은 어쩜 이리 똑같은지. ‘나쁜 놈의 집합소’이며 ‘정의의 사도’가 출몰한다. 하지만 세상엔 정말 그런 인간들만 있는 걸까. 이런 의문에서 시작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평범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0일 방영을 시작한 tvN ‘라이브’는 가상의 ‘홍일지구대’가 배경이다. 현실의 일상을 담은 ‘진짜 경찰’의 이야기를 다뤘다. 제작진은 실제로 밤만 되면 음주 폭행 사건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서울 홍익지구대를 찾아가 취재했다. 극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를 막는 지구대 경찰 공무원을 보고 드라마를 구상했다고 한다.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취재를 해보니 지구대 경찰도 똑같은 공권력의 희생양”이라며 “많은 사람이 시원한 복수극을 기대하겠지만 풀뿌리 같은 국민의 총알받이로 선 사람들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2일 처음 방영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도 우리네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겉보기엔 잘나가는 은행지점장 송현철(김명민)이지만 그 안에는 중국집 주방장 송현철(고창석)이 빙의돼 있다. 능력지상주의자로 주변인에게 쌀쌀맞던 송현철에게 평범한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달 26일 첫선을 보인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도 메디컬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깨고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 실습생에게 초점을 맞췄다. 양혜승 경성대 방송학과 교수는 “드라마가 경제적이고 화려한 등장인물을 통해 판타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공감’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요즘 시청자들은 사회적 약자인 등장인물이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기쁨과 슬픔이 결합된 정서를 느껴 더 큰 공감을 경험한다는 설명이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최근 다룬 에피소드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가정폭력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와 아이들이나 약혼자의 시선을 걱정해야 하는 성폭행 피해자 등을 다뤘다. 세상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당사자에겐 일상은 물론이고 평생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일들이다. 특히 60세 경위 이삼보(이얼)가 비행 소년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부끄러워 말 못하는 에피소드는 경찰 역시 속내는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적 모습을 그려냈다. 홍익지구대 근무 경력을 지닌 한 경찰은 “현장에서 진짜 경찰들이 일선에서 마주치고 해결하는 사건은 대부분 생계형 현실 범죄”라며 “이런 드라마를 통해 현장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시청자들이 있다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간 국내 드라마는 흔히 부패권력이나 기득권으로 대변되는 ‘사회악’ 캐릭터의 몰락을 통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며 “순기능도 있지만 틀에 박힌 전형적인 소재의 남발은 시청자에게 심리적 빈곤이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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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당을 이긴 작가? 엄마가 글쓰지 말라고 굿까지 했죠”

    학원 수학 강사였던 김동경 씨(33)와 게임회사 직원 유영주 씨(33).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평범한 직장생활에도 버릴 수 없는 꿈이 있었다. ‘내 이름이 걸린 드라마를 쓰리라.’ 길은 험난했다. 자욱한 안개처럼 앞이 보이질 않았던 두 사람은 최근 ‘드라마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신인 작가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O‘PEN)’ 덕분이었다. 5일 서울 마포구 오펜 센터에서 지난해 12월 방영한 tvN 드라마 스테이지의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의 김동경 작가와 올해 1월 ‘파이터 최강순’을 쓴 유영주 작가를 만났다. 정규직이 되고파 탬버린 학원까지 다니는 ‘웃픈’ 계약직을 그린 ‘오늘도…’와 몰래카메라에 피해를 입은 직장인의 통쾌한 복수극을 담은 ‘파이터…’에는 직장인에서 작가로 신분이 바뀐 두 사람의 애환도 함께 묻어났다. “오펜을 통해 드라마는 결국 감독과 배우가 완성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대본을 설계도 만들 듯 더 친절하고 세밀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유 작가) “지망생 신분으론 만나기도 힘든 현직 감독에게 받는 조언은 정말 양질의 피드백이었어요. 크고 작은 경험치를 나눠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김 작가) 두 작가는 지난해 2월 오펜 공모전에 출품된 2952편 가운데 최종 선정된 20편에 포함돼 같은 해 4월부터 오펜 센터에 입주했다. 밤샘 작업도 거뜬하도록 개인 집필실에 침대와 먹거리가 제공됐다.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열렸다. 김규태(괜찮아 사랑이야), 김상호(환상의 커플), 최규식(식샤를 합시다2) 등 현직 연출 감독에게 4개월 동안 ‘멘토링’을 받았다. CJ E&M 데이터인사이트팀의 ‘트렌드 이슈’, 한국방송작가협회의 ‘카피 이슈와 계약서 쓰는 법’ 등의 강연도 매달 한두 차례씩 들었다. 선배 작가들의 강연은 피와 살이 됐다. 김 작가는 “정성주 작가의 ‘작가는 시련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제작진과의 의견 차를 조율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려줬다”며 고마워했다. 유 작가는 ‘로맨스가 필요해’의 정현정 작가를 떠올렸다. “요즘 젊은 세대는 드라마를 장면 단위로 소비한다는 팁을 알려주셨어요. 달라진 세대에 맞춘 실험적 드라마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장르 드라마가 대세인 최근 흐름에 맞춰 다양한 현장 취재도 경험했다. 오펜 작가들은 서울남부교도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방청 등을 방문해 실무자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유 작가는 “교도소는 상상과 너무 달랐는데 오히려 교정본부에서 드라마 속 왜곡을 서운해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김 작가는 탬버린 연주 장면을 위해 ‘전문가’도 만났다. “직접 탬버린 학원을 다녔는데 손목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배우 박희본 씨가 부산 탬버린 연주자 사이에서 ‘테크닉파’ 고수로 꼽히는 김경락 선생님께 직접 배워 현란한 회식 장면이 가능했죠.”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김 작가는 8년, 유 작가는 3년의 세월이 걸렸다. 김 작가는 “어머니가 딸이 글을 그만 쓰도록 굿까지 하셨다. 끝내 작품을 썼으니 무당과의 기 싸움에서 이긴 셈”이라며 웃었다. 두 작가는 각각 삼화네트웍스, 로고스필름과 계약을 맺어 조만간 미니시리즈도 선보인다. CJ E&M과 CJ문화재단이 드라마와 영화 작가 지망생을 위해 마련한 ‘오펜’은 올해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2020년까지 13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예산에 70억 원을 추가 편성해 단막극 완성도를 높이고 PD 멘토링과 현장 취재, 작품 계약 등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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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情’ 빈 필이 연주한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친근함, 애틋함, 그리움의 복합적인 한국인의 감정.’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62)가 한국인의 ‘정(情)’을 주제로 한 관현악 협주곡을 작곡했다. 5월 26, 27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서 깊은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10악장으로 구성된 ‘정(Dsong-Konzert f¨ur Orchester)’은 40분 길이로 5악장 ‘깨어나라’, 7악장 ‘자비심’, 9악장 ‘참 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의 억압 속에 살아온 한국인의 한(恨), 독립을 맞은 기쁨의 춤, 부처님의 자비심 등의 감정을 담았다. 빌리가 ‘정’을 작곡하게 된 것은 2004년 한국과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의 초청으로 내한한 빌리는 서울과 경북 안동, 경주, 강원 속초, 전북 전주 등을 방문했고 산속의 사찰에서 묵으며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바이올리니스트 고 권혁주 등 한국인 연주자들과 만나며 교류했다. 2010년에는 클라리네스트 마티아스 숀이 자신이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 ‘이고 아이미(Ego eimi)’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초연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빌리를 초청했던 권순덕 쉔부른클래식매니지먼트 대표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한 빌리는 같은 오스트리아인임에도 유언으로 태극기를 관에 넣어 달라고 했던 프란체스카 여사의 삶을 떠올리며 ‘정’을 작곡하게 됐다”고 전했다. 빌리는 자신의 작품에서 정을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이고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며 신에게는 없는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으로 묘사했다. 그는 “내가 보여준 사랑보다 더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준 한국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빈 필에서 나의 작품을 연주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주저 없이 ‘정’을 주제로 한 음악을 쓰기로 했다. 제 음악에서 한국인도 새로운 의미의 ‘정’을 공감할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빌리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1992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02∼2003년 빈 악우협회 및 콘서트 페어라인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했다. 1997년에는 오스트리아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십자훈장을 받았다. 알프스 설원이 둘러싼 오스트리아 몬타폰에 거주하며 자연의 고요함과 내면의 소리에서 영감을 얻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트럼펫,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 협주곡 시리즈 ‘몬타폰’, 오스트리아 건국 기념 오페라 ‘참의 형제’, 빈 필 창단 150주년 기념 ‘만남’ ‘오케스트라를 위한 론디노’ 등이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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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 공공성 강화 ‘민주주의 펀드’ 신설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견인하는 공공재로서 신문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박성희 이화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일 열린 제62회 신문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뉴스와 공적 영역, 그리고 민주주의’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뉴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공적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가 높았으며 뉴스의 개선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덴마크는 부가가치세 면제와 국민복권(로또) 수입을 활용해 신문을 지원한다. 기존 정책은 유통, 구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이뤄졌지만 언론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고 사회적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취재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선진국은 탐사 보도나 심층 보도 같은 고품질 저널리즘은 민주주의 유지,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고 이런 콘텐츠의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덴마크의 미디어 진흥 기금의 별칭도 ‘민주주의 기금’이다. 금액은 연간 3000억 원가량 된다. 신문의 공공성 회복, 저널리즘 활성화 방안으로 박 교수는 국내에도 ‘민주주의 펀드’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정보통신진흥기금, 언론진흥기금 등으로 흩어져 있는 미디어 관련 기금을 매체 간 경계가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해 통합 운용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미디어 담당 부처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신문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적 기금 설립, 세제 지원을 비롯해 △뉴스 콘텐츠 유료화 △대(對)포털 뉴스 게재 비용 현실화 △언론 후원 제도 모색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문명 동아일보 뉴스연구팀 부장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뉴스에 대한 수익 구조부터 공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포털은 저널리즘으로 발생한 수익을 생산자에게 정당하게 배분하고, 언론은 이를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의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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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라디오 프랑스필 한국인 첫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사진)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한국인 악장으로 선발됐다. 4일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박지윤은 3차에 걸쳐 진행된 악장 선발 오디션을 통과했고 4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종신 여부를 결정한다. 박지윤은 “다음 시즌 연주에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솔리스트와의 연주가 많아 기대가 크다. 지난 경험을 토대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윤은 2011년 프랑스의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최초의 악장으로 활동했으며,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동기들과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해 실내악 연주를 해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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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선발…한국인 최초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사진)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한국인 악장으로 선발됐다. 4일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박지윤은 3차에 걸쳐 진행된 악장 선발 오디션을 통과했고 4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종신 여부를 결정한다. 박지윤은 “다음 시즌 연주에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솔리스트와의 연주가 많아 기대가 크다. 지난 경험을 토대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지윤은 2011년 프랑스의 페이 드 라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최초 악장으로 활동했으며,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동기들과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해 실내악 연주를 해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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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 예능의 새 역사 쓰고… 굿바이, 무도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이 쓴 ‘파리 대왕’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김태호 PD는 2005년 MBC ‘무한도전’(무도)을 처음 맡았을 때 소설 ‘파리 대왕’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우왕좌왕하고 내면의 욕망을 내보이며 서로 갈등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새로운 미션을 맞닥뜨리고 좌충우돌하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예능인들의 분투기로 태어났다. 그렇게 매주 새로운 도전으로 달려온 시간이 13년. ‘무도’가 지난달 31일 56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무도’는 국내 TV 예능 프로그램의 위상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흔히 예능 프로그램은 전성기가 지나면 지겹다는 지적을 받고 시청자의 외면으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무도’는 종방연도 열었고, ‘무도 13년사’를 정리하는 코멘터리 영상도 촬영한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무도’ 종영은 인기 프로그램 하나가 끝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 현상이 막을 내렸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무도는 한국 예능사(史)에서 수많은 ‘최초’를 양산했다. 스튜디오도 구체적 대본도 없는 ‘현장 리얼 버라이어티’의 본격 탄생을 알렸으며, 여러 명의 출연진이 집단 MC를 맡고 때로는 미션을 수행했다. 멤버마다 VJ가 따라다니며 세세한 표정과 행동까지 관찰하는 촬영 형태도 무도가 시작했다. 수많은 별명을 낳은 출연진의 캐릭터 쇼, ‘제7의 멤버’로 큰 역할을 한 자막 등은 이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당연히 사용하는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해진 포맷이 없다는 유연성은 오랜 시간 팬들을 붙들어 맬 수 있는 힘이었다. 영국 드라마 ‘오피스’에서 착안한 ‘무한상사’는 직장 생활을 풍자했고, 조정·레슬링·에어로빅 등 스포츠 특집은 ‘누구나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김 PD는 “가요제나 역사 특집 같은 코너가 호평을 받았을 때는 기쁘면서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제작진도 공허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를 할 때는 ‘배달의 무도’를 함께 진행했는데 그 뒤에 공허감이 두 배로 왔다”며 웃었다. 하지만 13년 세월은 명과 암을 함께 양산했다. 캐릭터 중심의 포맷은 팬덤을 구축했지만, 연예인에게 과도한 비중을 부여했다. ‘평균 이하’를 표방했던 ‘무도’ 멤버들은 점차 톱스타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출연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렸고, 멤버가 하나둘 하차하자 큰 타격을 입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재미있었던 몸 개그나 ‘막말’에 대해 시청자들이 점점 민감해졌고 특히나 ‘무도’에는 기대 수준이 더 높았기 때문에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나긴 항해 뒤 항구로 돌아오는 ‘선장’의 심정은 어떨까. 김 PD는 “무한도전이 전성기였을 때는 30년 동안 제가 쌓아 온 인문학적 소양을 쏟아부었는데 이제는 아이디어를 탈탈 털어 넣은 것을 넘어 제습기에 넣고 건조까지 끝난 상태 같은 느낌”이라며 “새로운 책도 보고 세상을 구경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형태가 될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가장 무한도전다운 모습이 준비가 됐을 때 꼭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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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한 일상, 맛있는 참견… ‘이영자의 재발견’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국물을 먼저 두 숟가락 맛본 다음에 고기를 우거지에 싸서 먹어보세요.”(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말죽거리 소고기국밥’) “소시지, 떡 꼬치구이는 따로 먹으면 안 되고 갈비처럼 들어서 같이 씹어야 해요.”(안성휴게소 ‘소떡소떡’) 음식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메뉴마저 꿰뚫고 있는 연예인.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는 개그우먼 이영자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3일 시작한 ‘전지적…’은 매니저와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연예인의 일상을 그린 관찰 예능. 이영자는 매니저 송성호 씨에게 맛집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거나, ‘맛집 리스트’를 자필로 정리한 메뉴를 차에 구비해놓는 모습이 나왔다.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한 누리꾼의 “이영자 맛집 목록을 50만 원 주고서라도 사고 싶다”는 글은 베스트 댓글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이영자 맛집’이란 자료가 인기다. 이런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엔 ‘이영자의 재발견’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 개그맨이었지만, 최근 이영자는 방송에서 다소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왔다. 속내를 털어놓는 유명 인사에게 공감해 주거나(tvN ‘현장토크쇼 TAXI’), 일반인 출연자들의 고민 해결사가 되어주는 등(KBS2 ‘안녕하세요’) 주로 ‘듣는 사람’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일상에 카메라의 초점이 향하자 폭발력이 상당했다. 방송가에서 이영자는 예능프로그램을 끌고 나갈 힘을 지닌 몇 안 되는 여성 진행자로 인정받는다. 어떤 무대에 올라도 좌중을 압도하고, 무조건 웃음을 책임지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란 평가다. ‘전지적…’을 연출하는 강성아 PD는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실생활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평소 ‘세 보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의외로 따뜻한 정이 많아 이영자를 섭외하려 엄청 공을 들였다”며 “제작진과 대화할 때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게 만든다”고 했다. 한편 이런 이영자의 재발견은 여성 출연진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도적인 역할로 부상하는 최근 흐름과도 맞아 떨어졌다. 강 PD는 “여성 시청자들이 ‘이 언니처럼 살고 싶다’고 느끼거나 먹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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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생민 “10년전 스태프 성추행… 깊이 사죄”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송인 김생민 씨(45·사진)가 10년 전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미투’ 의혹이 불거졌다. 김 씨는 소속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 씨는 2일 소속사 SM C&C를 통해 공개한 글에서 “10년 전 모 방송 프로그램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분을 직접 만나 뵙고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렸다”고 밝혔다. 인터넷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출연한 지상파 프로그램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가진 술자리 후 노래방에서 스태프 2명을 따로 불러 성추행했다. 피해자 A 씨는 사건 당시 방송국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묵살당했고,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달 21일 A 씨를 만나 사과했다고 디스패치는 보도했다. 1992년 KBS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 씨는 지난해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검소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데뷔 20여 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고정으로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만 10개, 광고는 16개에 이른다. 올 2월 남자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 김 씨는 강다니엘(1위), 공유(2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폭로로 일부 광고주들은 김 씨의 이미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으며 김 씨는 위약금 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가 고정 출연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tvN ‘짠내투어’ 등도 그의 거취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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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 사칭 가짜뉴스 포털서 삭제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업계가 자율적으로 ‘가짜 뉴스’ 규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규제 범위와 방식이 느슨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권 역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가짜 뉴스 규제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이버와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등이 회원사로 가입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28일 “앞으로 ‘가짜 뉴스’를 언론사를 사칭 도용해 기사 형태로 만든 허위의 게시물로 정의하겠다”며 “이런 가짜 뉴스의 온라인·모바일 유통이 적발될 경우 게재물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KISO에 따르면 그간 ‘가짜 뉴스’는 그 파급성에 비해 정의가 모호해 규제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에서 출고하지 않은 허위 게시물은 가짜 뉴스로 정의해 포털사이트에서 삭제하겠다는 설명이다. 언론사가 출고한 기사가 아닌데도 특정 언론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제를 달고 기사처럼 쓴 게시물은 모두 가짜 뉴스가 된다. 나현수 KISO 정책팀장은 “연구 결과 실제 언론사 기사 형태를 띤 ‘가짜 뉴스’는 시민들도 진실이라 믿고 퍼뜨리는 경향이 높았다”며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 일정 정도 게시물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정책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ISO는 회원사 약관을 개정해 5월부터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 규제 효과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짜 뉴스’를 너무 좁은 의미로만 정의한 데다, 업체의 자율 규제 형태라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KISO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짜 뉴스 신고센터’ 역시 민원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라 적극적인 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가장 큰 가짜 뉴스의 유통경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대처 방안도 미흡하다.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이 없던 시절 언론사들은 여러 회사가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보가 걸러졌던 반면, 영향력이 막강한 포털은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표현·언론의 자유를 고려해야겠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한 책임감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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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태규 “아내가 쓰레기라 평가… 악역 너무 잘했나 봐요”

    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했던 봉태규(37)는 요즘 작품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핫’하다. 1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연기한 사학재벌가 아들 김학범의 파장 덕분이다. 22일 마지막 회에서 김학범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선 “나 자신도 울컥했다”는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봉태규가 꼽은 김학범 연기의 키워드는 ‘의외성’이다. “처음엔 악행을 저지를 때 반응이 올 줄 알았습니다. 초반에 시신을 유기하고 친구를 절벽에서 밀어 버리거든요. 예상치 못하게 터진 건 다음 회였죠. 자기가 죽인 친구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장면에 난리가 났어요.” 사실 대본에는 ‘학범이 오열하고 부축해 실려 나간다’란 지문이 전부였다. 선뜻 와 닿지 않던 봉태규는 연출자인 주동민 PD에게 “악어의 눈물을 흘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주 PD는 “진짜 슬퍼해서 누가 봐도 이상한 장면이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봉태규는 “처음엔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나중에야 김학범이 기존 악역의 패턴을 깼기 때문이 아닐까 깨달았습니다.” 이런 희대의 악역 탄생엔 수시로 캐릭터를 토론했던 현장 분위기가 한몫했다. 봉태규는 “김학범은 원래 직업이 백수였다. 하지만 ‘사학재벌 아들이면 교수는 할 수 있을 것’이란 현장 의견에 영국 유학파 교수로 바뀌었다”면서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 짧은 단어지만 영국식 발음을 살리려고 엄청 애썼다”며 웃었다. 국정농단 당사자와 미투 가해자를 꼬집은 김학범의 대사도 두고두고 화제였다. “야, 우리. 그렇게 나쁘게 살지 않았어. 지금 TV에 나오는 영감들 먹물들처럼 우리가 여자애들한테 양아치 짓을 했냐? 아니면 그 아줌마처럼 대통령 앞세워서 나랏돈 해먹고 우리가 그랬냐? 야! 지금 나가 봐도 나쁜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봉태규는 “황당한 악역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넣었다”고 설명했다. 섬뜩한 연기를 너무 잘 소화했나. 그의 아내는 “쓰레기!”라고 평하기도 했단다. “심지어 장모님은 아내에게 은밀하게 전화까지 하셨어요. 처음엔 봉 서방이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혹시 내면에 그런 성격이 들어 있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거예요, 하하.” 많은 배우가 강한 역할을 한 뒤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봉태규는 “오히려 김학범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줬다”고 단언했다. “악역 덕분에 2주도 채 안 걸려 기존에 제가 가진 이미지를 깰 수 있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셈입니다. 이젠 좋은 작품이다 싶으면 절대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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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목드라마 벚꽃대전… 한 명만 활짝 핀다

    긴 겨울 끝에 봄이 찾아온 안방극장, 수목 드라마 ‘4월 벚꽃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주연배우 교체란 악재에도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켰던 SBS ‘리턴’이 22일 종영하며 새로운 왕좌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주목되고 있다. 8회까지 시청률 5% 안팎을 기록하던 KBS2 ‘추리의 여왕2’가 기회를 엿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 진용도 범상치 않다. tvN ‘나의 아저씨’는 21일 1회부터 시청률 4.1%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신드롬을 일으킨 ‘또! 오해영’을 쓴 박해영 작가와 ‘미생’(2014년) ‘시그널’(2016년)을 연출한 김원석 PD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다. 제작진은 “평범한 직장인 박동훈(이선균)과 냉소적 청춘 이지안(이지은)을 둘러싼 ‘사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걸림돌은 사회 분위기. ‘아저씨에 관한 편견을 걷어낸다’는 기획 의도를 ‘미투 운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다. 방영 전부터 이선균과 이지은(가수 아이유)의 열여덟 살 실제 나이차가 논란이었고, 방영 뒤에는 ‘아저씨를 왜 미화하느냐’거나 여성이 폭력을 당하는 장면에 불편해하는 반응이 나왔다. 아이유가 아직은 ‘삼촌 팬’에게 사랑받는 어린 여자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같은 날 시작한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파업 후유증으로 6주간이나 ‘하얀 거탑’ 재방송을 내보낸 뒤 선보인 작품. 11년 전 드라마(최고 4.7%)보다 못한 성적(2∼3%)으로 출발했다. 뇌종양으로 시한부가 된 남현주(한혜진)와 남편 김도영(윤상현)의 흔들리는 감정을 다룬 정극이지만 시한부와 불륜 소재가 ‘막장’ 논란이 일 우려가 있다. 남현주가 “남편하고는 너무 슬퍼서 죽기 전엔 다른 사람을 찾겠다”고 하거나 신다혜(유인영)가 갑자기 나타나 “남편을 빼앗겠다”고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와 ‘자체발광 오피스’의 정지인 PD 등 제작진은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 스토리가 갈수록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PD는 “드라마는 결국 바스트샷(가슴 위를 촬영하는 기법)인데, 주연 배우의 바스트샷 집중도가 굉장히 높다. 연기와 인물 간 ‘케미’를 보는 재미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리턴’의 후속작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는 28일 첫선을 보인다. 기존 시청자 유입 효과에 한류스타 장근석과 주목받는 신예 한예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기꾼에서 얼떨결에 검사 행세를 하게 된 사도찬(장근석)과 부패한 갤러리 관장 금태웅(정웅인)을 중심으로 한 권선징악 활극이 펼쳐질 예정이다. 최근 암울하거나 비극적 결말인 드라마가 많았던 가운데 통쾌한 분위기와 대결 구도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SBS는 그동안 수사·법률 드라마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1월 종영한 MBC ‘투깝스’나 지난해 초에 나온 KBS2 ‘김과장’과의 차별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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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태규 “자기가 죽인 친구 장례식장서 오열…시청자 반응에 당황”

    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했던 봉태규(37)는 요즘 작품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핫’하다. 1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연기한 사학재벌가 아들 김학범의 파장 덕분이다. 22일 마지막 회에서 김학범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선 “나 자신도 울컥했다”는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학범, 악행보다 ‘의외성’이 시청자 사로잡아 봉태규가 꼽은 김학범의 키워드는 ‘의외성’이다. “처음엔 악행을 저지를 때 반응이 올 줄 알았습니다. 5, 6회에서 15신을 출연하는데, 시신을 유기하고 친구를 절벽에서 밀어버리거든요. 예상치 못하게 터진 건 다음 7회였죠. 자기가 죽인 친구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대본 상에는 ‘학범이 오열하고 부축해 실려 나간다’는 지문이 전부였다. 와 닿지 않았던 봉태규는 연출자인 주동민 PD에게 “악어의 눈물을 흘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주 PD는 “슬퍼해서 누가 봐도 이상한 장면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이 장면이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처음엔 이게 무슨 반응이지? 왜 이 장면을 좋아하지? 싶었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모두의 예상을 깨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김학범이 기존 악역의 패턴을 깼던거죠.”●독특한 캐릭터는 현장의 산물 이런 김학범의 탄생에 수시로 캐릭터를 토론하는 현장 분위기가 한몫했다. “악어의 눈물을 흘릴 때도 그렇고, 연미정 시체를 묻을 때 김학범이 이런 대사를 해요. ‘미정이 누나가 정말 예쁜데. 내 첫 사랑이었잖아.’ 이것도 주동민 감독님과 얘기해서 만든 대사에요. 굳이 그 대사를 내뱉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감독님이 ‘학범이가 여기서 뭘 했을 것 같아?’라고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본을 볼 때마다 그런 것을 염두에 뒀고, 결국 시청자가 볼 때 굉장한 사이코로 보이는 인물이 탄생한 거죠.” 그는 김학범이 폭력성을 드러낼 때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를 했다고 말한다. “김학범은 싸움을 잘 해서가 아니라, 당해본 적이 없어서 폭력의 무서움을 모르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시신을 보고 웃으며 얘기하고, 사람을 헬멧으로 때리는 데도 거리낌이 없어요.” 오히려 힘이 들어간 건 ‘악벤저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악역을 살리기 위한 게 아니라, 친구라서 세게 말하는 거예요. 남자들은 흔히 친구를 만나면 쓸데없는 얘기를 굉장히 진지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여서 더 이질적으로 보였던 거죠.”●‘영국 유학파 신학대 교수’ 김학범의 디테일 봉태규에 따르면 김학범은 원래 백수였다. “감독님과 논의하던 중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사학재벌 아들이면 교수 한 자리는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고 무용과 연극영화 등을 생각하다 영국 유학파 출신 신학대 교수가 됐죠. 그래서 중간 중간 영어 단어를 내뱉어요. ‘잭팟’ ‘이머전시’ 같은…. 정말 짧은 단어지만 자세히 들어보시면 영국식 발음을 살리려 애썼어요. 제 아내가 영국에서 유학했거든요(웃음).” 김학범의 휴대폰 벨소리 ‘내게 강 같은 평화’는 주 PD가 후반 작업 때 삽입했다. 수트는 일부러 피했다. “다른 악벤저스 친구들이 수트를 입을 테니까. 학범이가 디제잉도 취미로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그리고 재벌들에게는 명품이란 개념이 없대요. 그냥 다 똑같은 옷일 뿐. 그래서 운동화도 ‘반스’ 같은 브랜드도 섞어서 신고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어요. 차에는 돈을 쏟지만 옷에는 신경을 안 쓰는 느낌이죠.” 짧게 깎은 머리와 안경은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된 인물의 고루함과 고지식함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다. 또 악역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회비판적 발언 역시 이런 설정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야, 우리. 그렇게 나쁘게 살지 않았어. 지금 TV에 나오는 영감들 먹물들처럼 우리가 여자애들한테 양아치 짓을 했냐? 아니면 그 아줌마처럼 대통령 앞세워서 나랏돈 해먹고 우리가 그랬냐? 야! 지금 나가 봐도 나쁜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막말로 우리가 사람을 죽인 것도…. 죽였지.” (23회 오태석(신성록)과 대화 중 ‘미투 운동’과 ‘국정 농단’을 암시하는 발언)●17년 만에 새로운 캐릭터, 자신감 얻어 봉태규는 임상수 감독의 영화 ‘눈물’(2001)로 데뷔했다. 강렬한 캐릭터로 주목 받았지만 이후 어리버리하거나 코믹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는 “새로운 역할을 맡기까지 17년 정도가 걸렸고, 기존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데 2주가 걸렸다”며 “학범을 연기하면서 지레짐작으로 한계를 그어놓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그간 뜻하지 않은 이유로 4개의 영화가 엎어지면서 자연스레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 봉태규를 대중에 앞에 다시 서게 만든 건 SBS 드라마국에 쌓여있던 프로필이다. “사실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프로필로 캐스팅되는 건 드물잖아요. 저도 종영 후 캐스팅 과정을 들었는데, 드라마국에 쌓인 프로필 서류 가장 꼭대기에 제 프로필이 되게 삐딱하게 있었대요. 그걸 우연히 본 감독님이 ‘봉태규가 있었지’라고 기억해낸 거죠. 우연이 겹쳐서 하게 된 거예요.” ●차기작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팟캐스트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 봉태규는 4월 아들 시하와 함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할 예정이다. 김학범 이후의 다음 활동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선은 ‘슈퍼맨’을 재밌게 할 거고,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팟캐스트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라는 제목인데, 드라마 하느라 잠시 접었어요. 팟캐스트를 하면서 배우로서 선택받는 입장에만 있다가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는 게 무척 즐거웠어요. ‘슈돌’과 팟캐스트 시즌2를 시작해서 자리 잡게 하는 게 다음 계획이에요. 또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하려고 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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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필 새 지휘봉, 최초로 외국인이 쥔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신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자네티(56)가 선임됐다. 성시연, 구자범, 금난새, 유광, 최선용 등이 상임지휘자로 활약한 경기필에 외국인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해외 저명 지휘자를 초대해 협연하는 ‘비르투오소’ 시리즈 출연을 자네티와 상의하던 중 논의가 진전돼 경기필 상임지휘자로 최종 결정됐다. 자네티가 아시아 오케스트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자네티가 19세기 이탈리아 레퍼토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경기필의 세계적 성장을 위한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자네티는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밤베르크 심포니, 체코 필하모닉 등과 호흡을 맞췄으며 오페라 지휘를 주로 해왔다. 자네티는 “어릴 때부터 존경했고, 라 스칼라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는 리카르도 무티가 경기필에서 지휘했다. 까다로운 그가 두 번이나 찾은 경기필에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뒤 정식 취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의 레퍼토리를 모두 살펴봤다”며 “최근 유럽 오케스트라의 추세에 맞춰 고전, 후기 낭만, 현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9월 1일 취임하는 자네티는 한 해 10여 차례 경기필을 지휘한다. 같은 달 7일과 8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취임 연주회를 열고 관객과 처음 만난다. 당초 이 공연은 경기필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일환으로 자네티를 객원 지휘자로 초청했었다. 공연에서는 브람스 이중협주곡과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임기는 2020년 8월 말까지 2년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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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김강태, 다카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서 2위 차지

    피아니스트 김강태 씨(21·사진)가 일본에서 열린 제4회 다카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본선에서 베토벤 협주곡 5번(황제)을 연주한 김 씨는 2위 수상과 더불어 다카마쓰 관광컨벤션 뷰로(TCVB) 이사장상도 받았다. 상금 1000만 원과 일본 연주 기회가 주어진다. 김 씨는 서울대 음대 기악과 3학년에 다니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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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SBS

    ◇SBS <승진> ▽상무 △드라마본부장 김영섭 ▽이사 △전략기획실장 최상재 △경영본부장 이동희}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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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빛깔 바이올린… ‘올해의 별’은 하나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제14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부문) 준결선에서 참가자 12명 가운데 결선 진출자 6명이 정해졌다. 결선 진출자는 김동현(19·한국예술종합학교), 김지인(23·연세대), 알렉산드라 티르수(26·루마니아·빈시립음악대)와 이유진(23·커티스음악원), 이유진(20·한국예술종합학교), 정주은(22·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이번 콩쿠르에는 총 10개국 77명이 참가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9개국 36명(국내 20명, 해외 16명)이 1차를, 24명이 2차 예선을 거쳤다. 이번 참가자들은 긴장한 기색보다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유진 씨(23)는 “긴장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청중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주변의 기도 덕분인지 차분히 연주할 수 있었고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예술의전당에 설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인 씨도 “외국에서 연주할 때보다 마음이 편했고, 관중도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며 “결선에서 시벨리우스 협주곡의 맛을 잘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주은 씨는 “국제콩쿠르 경험이 처음이어서 즐기자는 생각뿐이다.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는데 감사하다. 결선에서 비교적 긴 브람스의 협주곡을 하게 되었는데 재밌게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씨(20)는 “체력적으로 힘든 곡인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을 결선에서 연주하기 위해 체력 관리와 음악적 표현에 신경 쓸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동현 씨는 “루마니아 콩쿠르에서 수상한 것은 비교적 어린 나이가 유리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또래가 많아 음악만으로 선택을 받을 기회”라며 “작품의 분위기와 저만의 감성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라 티르수 씨는 “서로를 존중하는 한국의 전통이 좋아 빈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결선에서 테크닉보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감정을 공유하는 데 신경 쓰고 싶다”고 전했다. 결선은 24일 오후 5시, 25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장윤성과 인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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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만의 복귀작… 남편 기성용 적극 권해”

    배우 한혜진(37)이 정통 멜로극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로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손 꼭 잡고…’는 뇌종양으로 죽음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주부 남현주(한혜진)가 10년 동안 함께한 남편 김도영(윤상현)과 살았던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2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혜진은 “4년 만에 촬영장에 나와 보니 스태프 연령이 무척 젊어졌다. 처음 보는 장비나 카메라도 많이 생겨서 놀랐다”며 “젊은 환경에서 저도 같이 묻어가며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손 꼭 잡고…’는 최근 드라마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전개하는 트렌드와 달리 캐릭터 4명의 감정 선을 교차하며 이끌고 가는 점이 독특하다. ‘명성황후’(2001년) ‘신돈’(2005년)의 정하연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한혜진은 “4부까지 (대본을) 읽었을 때 연기자로서 욕심이 났다. 대본 자체의 깊이나 깔끔하고 정갈한 전개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오랜 공백 기간에 대해 한혜진은 “외국 생활에 아이를 돌보는 주부로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서기 어려웠는데 남편(기성용)이 무조건 하라고 권했다”며 “엄마이기 전에 배우였는데 왜 자꾸 안주하려 하느냐는 말도 들었고, 작품이 끝나면 바로 월드컵이 시작돼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다”며 웃었다. 윤상현(45)은 아내 남현주와 다시 나타난 첫사랑 신다혜(유인영) 사이에서 혼란해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작들과 달리 정극(正劇) 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밝은 면을 빼고 깊은 내면을 연기해야 해서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적응이 어려웠지만 연습을 많이 했다”며 “결혼 뒤 맡은 남편이자 아빠 역할인 만큼 몰입도 더 하고 감정도 잘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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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으로 똘똘 뭉친 예능, 오래 가고 인기 높네

    ‘혼자’로 시작해 결국엔 끈끈한 우정(혹은 애정)으로 이어졌다. 최근 5주년을 맞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 ‘무지개 회원’들 이야기다. 싱글이나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던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파일럿 방송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장르인 ‘관찰 예능’을 개척했다. 처음에는 가족을 외국에 보낸 가수 김태원의 짠한 독거생활, 헬로키티 이불을 덮고 자는 가수 데프콘의 모습 등 연예인의 독특한 일상이 화제였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옥탑방에서 살던 가수 육중완이 간식을 사는 모습이 방영되자 동네 주민들만 오갔던 망원시장에 외지인이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며 시청률은 한때 4%대로 하락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건 바로 편집실을 배경으로 한 ‘토크’가 강화되면서부터다. 2016년경 개그맨 박나래(33), 모델 한혜진(35), 배우 이시언(36), 가수 헨리(29) 등이 투입된 뒤 고정 멤버가 형성됐다. “이들이 촬영을 위해 매주 만나 서로 근황을 묻고 사적으로 연락하면서 ‘케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한편 장수 예능 프로에서 출연진의 끈끈한 우정이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MBC ‘무한도전’도 출연진이 서로를 잘 알기에 가능한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 짧은 패스로 경기를 푸는 축구 전략) 개그를 선보였을 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SBS ‘런닝맨’은 출연진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캐릭터를 만들며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유혁·유르스윌리스(유재석), 능력자(김종국), 멍지효(송지효), 기린(이광수), 임팔라(지석진) 등 모든 출연진에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한편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공동 미션을 함께 수행한 반면 ‘나 혼자 산다’는 개별 인물의 온전한 일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200회를 맞아 제주도로 ‘기념 엠티’를 떠났을 때만 해도 ‘무지개 회원’들은 서로 낯을 가렸다. 친하지 않기에 어색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하며 벽을 허물자 ‘케미’가 폭발했다. 이시언과 웹툰 작가 기안84, 헨리는 ‘세 얼간이’ 캐릭터를 얻었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한혜진과 전현무의 사이는 실제 연애로 이어져 시트콤인 듯, 리얼리티인 듯 경계를 오가는 재미가 더해졌다. 이러한 전개는 예능의 필수 재미 요소인 ‘케미’를, 개인을 중요시하는 최근 세태에 맞춰 변주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지영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은 혼자 살아 처량한 것이 아니라 혼자여도 당당하게 잘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가족적인 요소가 더해져 ‘롱런’의 비결이 된 것 같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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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만에 멜로극 복귀하는 한혜진 “기성용이 무조건 하라고 권해”

    배우 한혜진(37)이 4년 만에 정통 멜로극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손 꼭 잡고…’는 뇌종양으로 죽음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주부 남현주(한혜진)가 10년 동안 함께한 남편 김도영(윤상현)과 살았던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의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20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혜진은 “4년 만에 촬영장에 나와 보니 스태프 연령이 무척 젊어졌다. 처음 보는 장비나 카메라도 많이 생겨서 놀랐다”며 “젊은 환경에서 저도 같이 묻어가며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손 꼭 잡고…’는 최근 드라마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전개하는 트렌드와 달리 캐릭터 4명의 감정 선을 교차하며 이끌고 가는 점이 독특하다. ‘명성황후’(2001) ‘신돈’(2005)의 정하연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한혜진은 “4부까지 (대본을) 읽었을 때 연기자로서 욕심이 났다. 대본 자체의 깊이나 깔끔하고 정갈한 전개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오랜 공백기간에 대해 한혜진은 “외국 생활에 아이를 돌보는 주부로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서기 어려웠는데 남편(기성용)이 무조건 하라고 권했다”며 “엄마이기 전에 배우였는데 왜 자꾸 안주하려 하느냐는 말도 들었고, 작품이 끝나면 바로 월드컵이 시작돼 시기도 잘 맞아 떨어졌다”며 웃었다. 윤상현(45)은 아내 남현주와 다시 나타난 첫사랑 신다혜(유인영) 사이에서 혼란해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전작들과 달리 정극 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밝은 면을 깊은 내면을 연기해야 해서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적응이 어려웠지만 연습을 많이 했다”며 “결혼 뒤 맡은 남편이자 아빠 역할인 만큼 몰입도 더 하고 감정도 잘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한부 선고를 당한 남현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기로 결심한 의사 장석준 역을 맡은 김태훈은 “KBS ‘추리의 여왕 시즌2’에 형인 김태우가 출연하는데 함께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우리 드라마가) 반드시 시청률 21%가 넘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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