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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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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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넘은 담배공장, 예술작품을 품다…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27일 개관

    20세기 충북 청주 인근의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연초제조창(담배공장)이 이제는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담배공장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청주관)가 27일 문을 연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위치한 청주관은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이다. 약 577억 원을 들여 2년 동안 재건축했다. 지상 5층 규모로 수장 공간(10개)과 보존 과학 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 공간(2개), 조사 연구를 위한 라키비움(도서와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공간),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새롭게 선보이는 청주관은 국립미술품보존센터를 겸한다는 특징을 지녔다. ‘수장형 미술관’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300여 점이 이곳으로 이전된다. 지역 주민들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일부를 개방한다. 특히 유화 보존 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을 공개해 보존 처리 과정을 일반인들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청주관은 또 타 공공·민간 미술관 소장품 보존 처리 서비스를 확대해 ‘미술품 종합병원’ 성격도 지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에서는 백남준의 ‘데카르트’와 이불의 ‘사이보그 W5’, 서도호의 ‘바닥’ 등 한국 근현대 조각 작품과 공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작품을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에는 이중섭의 ‘호박’과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 박래현의 ‘영광’ 등을 전시한다.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설립돼 58년 동안 가동됐다. 한때 3000여 명이 근무하며 연간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했고, 세계 17개국으로 수출한 국내 최대 담배 생산 공장이었다. 하지만 2004년 경영난으로 폐쇄된 뒤 방치돼 오다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청주관은 이번 개관을 맞아 특별전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5층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6월 16일까지 연다. 강익중 김수자 김을 임흥순 정연두 등 국내 작가 15명의 회화 및 조각, 영상 등 소장품 23점을 공개한다. 전시 작품 가운데 ‘바늘여인’(1999∼2001)은 김수자 작가가 세계 8개 도시에서 촬영한 대표작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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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카락… 고무… 호기심에서 피어나는 디자인 예술

    “한국의 대나무 죽부인, 단청 안료나 사찰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 우선은 노량진 시장부터 갈 건데 아침이 좋을까요, 저녁이 좋을까요?” 서울 강남구에서 최근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만난 예술그룹 ‘스튜디오 스와인(SWINE)’은 왠지 모를 생기가 넘쳤다. 여기서 스와인은 ‘Super Wide Interdisciplinary New Explorers’의 약자로 분야를 초월하는 새로운 탐험가를 일컫는다. 다소 거창한데, 실은 영국 로열칼리지오브아트(RCA) 출신인 알렉산더 그로브스(35)와 아즈사 무라카미(34)가 2011년 만든 팀이다. 이들은 이번 페스티벌에 특별강사로 초청받아 방한했다. 국제적인 갤러리 ‘페이스’ 소속 작가이기도 한 두 사람은 그간 이름처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4년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젊은 감독상’ 유럽 단편 2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에게 주는 ‘EDIDA’ 신인상도 받았다.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장르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대표작 ‘헤어 하이웨이’(2014년)는 독특하게도 머리카락으로 만든 디자인 가구. 하지만 이들은 직접적인 ‘사용’에 목표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작업 과정에서의 ‘감각과 경험’을 중요시했다. “매끄러운 표면 아래 깃털 같은 머리카락의 질감이 만드는 이질성이 새로운 감각을 탄생시키는 거죠.” ‘헤어 하이웨이’는 한 중국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상에서 1초 정도 노출된 머리카락 시장을 보고 산둥(山東)성까지 찾아갔다. 그로브스는 “우리에게 물건은 개념을 담는 도구”라며 “이 작품엔 중국 가발산업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아즈사 역시 “궁금한 건 발로 뛰며 찾아가는 호기심이 우리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바닥에 머리카락을 놓고 만져보며 사고파는 모습, 처리를 거친 은빛 실크 같은 머리카락이 놀라웠어요. 인간성을 지우는 과정 같기도 해 그걸로 가구를 만들었죠.” 2013년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포드란디아’에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1920년대 말 대규모 고무 농장을 만들다 실패해 폐허가 된 곳이다. “줄곧 가고 싶었는데 계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리서치 프로젝트를 하다 영국 런던의 오래된 담배 가게에서 ‘에보나이트’라는 재료를 발견했습니다. 주인에게 물어 보니 원료가 고무래요. ‘포드란디아’에 갈 이유가 생긴 멋진 순간이었죠.” 이후 완성한 ‘포드란디아’(2016년)는 실제로 아마존 고무를 원료로 만든 가구다.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폐해를 관객들이 역설적으로 떠올리길 원했다. 또 다른 작품 ‘시 체어’(2013년)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작업을 할 때마다 공장과 협업하면 항상 먼저 듣는 얘기가 ‘불가능하다’였어요. 그러면 우리는 ‘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없다’고 하면 ‘그러니까 한번 해보자’고 설득하죠. 디자인이란 그렇게 새로움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게 아닐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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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A 용병들이 DMZ 지하에서 펼치는 생존게임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직선 그래프로 그리고, 배경인 지하 벙커는 레고로 모델을 만들었다. 시나리오 책 마지막 페이지의 너덜너덜한 그래프는 러닝타임별 주인공 에이헵(하정우)의 감정을 레벨 0부터 7까지 추적한다. 지하 벙커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모양을 쌓는 ‘레고 아키텍처 스튜디오’를 이용해 주요 전투 지점 모형을 만들었다.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듯 만든 영화 ‘PMC: 더 벙커’는 장편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에 성공한 김병우 감독의 새 영화다. ‘PMC…’의 시작은 ‘더 테러…’가 개봉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 테러…’ 주연이었던 하정우가 감독에게 “DMZ 지하에 지상과 똑같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더 테러…’의 배경이 수직으로 높은 빌딩이었다면, ‘PMC…’는 지하로 넓게 퍼진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은 사설 용병 기업(PMC)인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에게 북한 요인을 납치하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미국의 불법 체류자로 구성된 ‘블랙리저드’는 현상금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리며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가 작전의 키로 부상하며 에이헵과 함께 생존 액션을 펼친다. 철저한 1인칭, 실시간 전개로 관객이 실제 체험을 하는 듯한 연출이 돋보인다. 작전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헬멧에 달린 포인트 오브 뷰(POV·1인칭 시점으로 보는 듯한 효과 제공) 카메라나 드론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김 감독은 “관객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영화를 오로지 에이헵의 시선에서만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열심히 세트를 지어놓고 다양하게 찍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둘러싼 강대국의 역학 관계를 반영해 퍼즐처럼 바뀌는 주인공의 상황도 흥미롭다. 자국 국민을 희생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용되는 PMC의 실상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한다. 체험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김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는 ‘PMC…’ 감상 매뉴얼을 참고할 만하다. “돌비 애트모스로 사운드 믹싱 작업을 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볼 때는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보면 좋다. 떡볶이 집에서 매운맛을 조절하듯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가장 매운 맛은 1·2열, 순한 맛은 뒷줄이다. 1인칭 시점샷은 앞자리의 임팩트가 더욱 세다. 다만 매운맛의 통증은 스스로 감당하셔야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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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의 지배로 행복이 어떻게 깨지는가 관객에 질문”

    ※이 기사에는 영화 ‘스윙키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던 러브’는 억압에서 탈출하고픈 사람의 이야기라면 ‘환희’는 로기수(도경수)와 미군이 포로와 군인이 아니라 춤으로 싸우는 평범한 젊은이들로 변하는 장치예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강형철 감독(44)은 영화 ‘스윙키즈’ 속 음악을 자세히 설명했다. 19일 개봉한 ‘스윙키즈’는 1950년대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포로들로 구성된 댄스단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흐르며 대사, 카메라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춤이 대사를 대체하도록 대본을 썼어요. 탭의 박자가 대사고, 발이 배우 얼굴인 셈이죠.” 바흐의 곡을 넣은 이유를 묻자 평화롭고 나른한 일상을 표현하며 전쟁 중 쉬는 시간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 속에서 ‘스윙키즈’의 장면들이 나왔어요. 평소 음악을 들으며 장면을 연상하거든요. ‘이 감정은 어떤 음악이었지?’라고 되새기며 시나리오를 썼어요.” 배경이 거제 포로수용소이다 보니 정치적 상황을 다룰 수밖에 없었지만 이념 대결을 중심에 뒀던 기존 전쟁 영화와는 문법이 다르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반전 영화예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줄 수 있지만 행복한 순간이 이념의 지배로 살얼음판처럼 깨질 수 있다는 걸 전달하려 했죠. 우리가 왜 이렇게 싸우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요.” 그는 영화를 만들 때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다고 했다. 꿈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6·25전쟁으로 무참히 깨져버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덧붙였다. “혼자 남은 잭슨(‘스윙키즈’의 리더)이 어떻게 지냈을지 생각해 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춤을 가르쳐줬기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탭댄스를 못 췄을 겁니다. 비극이 벌어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삶을 생각하면 더 많은 여운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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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돈의 주인이 되려면…’ 중장년 위한 금융 강의

    서문부터 도발적이다. 저자가 인용한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에게 돈에 관해 질문하면 섹스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거룩한 척하며 모순적 태도로 답할 것이다.” 돈과 섹스를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위선적 심리를 꼬집은 말이다. 저자는 성 관념은 점차 개방되는데도 여전히 베일에 감춰진 돈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물처럼 흐르는 돈의 속성을 알면,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이 책은 100세 시대를 살아갈 중장년에게 들려주는 돈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돈의 역사와 자신의 경험으로 깨나간다. 그 결과는 소유가 아닌 존재로의 가치 전환. 즉 돈이 아닌 자기실현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40년 동안 금융 분야에서 일해 온 저자는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에서 재무 설계를 강의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사례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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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대안 전시공간, 20년을 달려와 20년을 돌아보다

    멀리서 보면 무채색의 공간이지만 다가가면 미술인들의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활자로 소곤소곤 펼쳐진다. ‘작가주의 공간’을 표방하며 등장한 국내 1세대 대안공간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이 어느새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사루비아의 20년을 함께한 작가, 기획자, 관람자가 참여한 전시 ‘프리퀄 1999-2018’이 서울 종로구 사루비아다방에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년 동안 열린 전시 107건에 참가한 작가 134명을 비롯해 기획자와 관람객까지 익명으로 설문에 답변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심리적 문제로 창작이 힘들 때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기획자가 본 한국현대미술의 특수성과 가능성’, ‘관람객이 전시를 선별하는 기준’ 등 직군별로 다른 질문이 보내졌다. 윤전기 모양으로 세워진 롤러를 돌리고, 블라인드를 올려가며 적힌 활자들을 읽다 보면 한국 미술계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익명 구성원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겉에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국 미술계의 변화와 생존을 열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1999년 문을 연 사루비아다방은 당시만 해도 ‘5년 생존’이 목표였다. 학맥이나 인맥을 배제하고 전시 기획을 공모로 받아 큐레이터들이 만장일치로 선정하는 ‘오픈 콜’과 비영리 원칙을 뚝심으로 20년을 버텨왔고, 어느새 대안공간의 ‘기성세대’로 여겨지는 위치에 이르렀다. 사루비아다방의 황신원 큐레이터는 “그간 선보인 작가의 그림을 나열하기보다, 별난 사람으로 여겨지는 예술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을 가까이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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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소된 전시’를 전시하는 미술관… 英 글래스고현대미술관 이색展

    ‘이 전시는 취소되었습니다(This exhibition is cancelled).’ 개막 직전 전시가 갑작스레 취소됐다. 당연히 전시된 작품도 없었다. 그런데 이 전시 공간을 5개월 동안 10만 명이 넘게 찾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도 손꼽히는 글래스고현대미술관(GoMA·Glasgow Gallery of Modern Art)에서 벌어진 일. 5월부터 10월까지 열린 이 전시 아닌 전시 타이틀이 바로 ‘이 전시는 취소되었습니다’였다. 지난달 29일 찾은 GoMA에서 전시 기획을 담당했던 큐레이터 윌리엄 쿠퍼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봤다. 당시 원래 예정됐던 전시는 네덜란드 출신 작가 말리 멀의 개인전. 스코틀랜드 첫 개인전이었던 작가는 미술관과 수차례 협의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에서 합의가 어려웠다. 결국 작가가 전시를 취소한 뒤 미술관은 휑한 민낯이 드러난 공간을 관객들에게 개방했다. “어차피 빈 공간이니 누구나 편하게 미술관 문턱을 넘게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을 쓰고 싶은 사람은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드로잉 클래스부터 요가 강습, 영화 상영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어요. 혼자 춤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덕분에 멋진 내부를 찍었다고 좋아한 사진가도 있었습니다. 제대로 통한 거죠.” 사실 GoMA로서도 이건 상당한 모험이었다. GoMA는 지역 정부의 예산과 기부로 운영된다. 담배 거래상이었던 윌리엄 커닝햄의 대저택을 개조해 1996년 개관한 뒤, 유럽에서도 주목받는 현대미술의 허브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정부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이런 시도가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쿠퍼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판은 항상 있어 왔다”며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작품 감상이 아니었어도 예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실은 국내에서도 올해 갑작스러운 전시 취소 사태가 발생한 적 있다. 8월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에드가 드가: 새로운 시각’ 전이 작품 배송 문제로 개막 이틀 전에 취소됐다. 결국 이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던 민화전을 재개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쿠퍼 큐레이터는 “극소수의 미술관을 제외하면 전시 취소는 언제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체 전시든 뭐든 중요한 건 미술관이 관객을 위한 문화적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미술 전시는 관객에게 무엇을 주고 있을까.글래스고=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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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러닝타임… 기대하던 한 방은 없었다

    1970년대 마약 밀수로 엄청난 돈을 벌고 권력에 가까이 간 사업가 이두삼(송강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마약왕’. 시놉시스와 ‘국가는 범죄자, 세상은 왕이라 불렀다’는 홍보 문구를 보면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 드라마 ‘나르코스’가 떠오른다. ‘나르코스’ 역시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마약왕’은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송강호가 주연을 맡고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올겨울 최대 기대작 중 하나. 그런데 ‘나르코스’의 기상천외함과 ‘내부자들’의 날카로움은 어디로 갔을까. 마약 밀수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사업가의 스토리에서 기대하는 건 예상을 깨는 기발한 수법이 등장하거나, 1970년대 한국 사회나 정치의 폐부를 찔러주는 풍자가 나오길 바랐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139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어느 한쪽도 과감하게 밀고 나가지 않는다. ‘나르코스’는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그리면서도 상상을 뛰어넘는 그의 테러만으로도 긴장감이 고조된다. 반면 실존 인물이 아닌 1970년대 여러 마약 유통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마약왕’은 이두삼이 어떻게 마약 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며,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를 통해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 되는지를 나열식으로 보여준다. 그가 겪는 고충은 예상 가능하다. 그래서 물 흐르듯 성공 가도에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두삼의 일대기에 몰입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펜트하우스 파티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많은 관객이 볼거리로 즐길 요소는 아니다. 마약도, 정치도, 풍자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영화가 이르는 결론은 도덕적 교훈이다. “이거(필로폰)에 빠지면 제일 먼저 잡는 게 마누라”라는 백 교수(김홍파)의 대사를 복선으로 이두삼은 조강지처 성숙경(김소진)을 버리고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런 이두삼을 쫓는 건 “나 대한민국 검사야!”라는 익숙한(?) 대사를 외치는 김인구(조정석). 오히려 이두삼이 어떻게 권력의 ‘내부자들’이 되는지를 자세히 보여줬다면 훨씬 몰입하기 쉬웠을 것 같다. 197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화면, 그 시대의 한탕주의와 비뚤어진 애국주의를 빗댄 설정은 흥미롭다. 이두삼의 인생에 맞춰 화려하지만 점점 더 썰렁하고 무채색으로 변하는 공간 디자인도 탁월하다. 그의 의상은 일본에서 직접 원단을 구해 1970년대 스타일로 40여 벌을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입는 모피 가운도 탐욕으로 꽉 찬 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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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해함 벽 못넘은 ‘버닝’… 완성도 외면받은 ‘허스토리’

    영화인들에게 올해 아깝게 묻혔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한 작품만 꼽아 달라고 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가 공동 1위에 올랐다. 의미 있는 소재와 그것을 다룬 영화적 깊이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영화라는 평가다. 영화 ‘버닝’은 평론가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때로는 명성이 선입견이 되기도 하나 보다. 풍부한 서브텍스트가 난해함으로 외면받아 아쉽다”고 평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국내에서 호불호가 갈렸고 흥행에도 실패했지만,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해외 평단에서도 뜨거운 호응이 있었던 작품”, 전찬일 평론가는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홀대와 오해를 받은 기념비적 문제작”이라고 했다. ‘허스토리’는 ‘관부 재판’ 실화를 토대로 하고 관록 있는 여성 배우들이 대거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국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 작품까지 불과 5편뿐”이라며 “몇 번을 반복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김동은 리틀빅픽처스 이사는 “작품의 완성도와 용감한 연기 도전이 자극적 현실에 외면받았다”며 재조명받아야 할 영화로 꼽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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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神과 슈퍼히어로 시리즈 ‘쌍천만 흥행 쌍두마차’

    신과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호령했다.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2018년 한국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을 넘은 작품은 2편. ‘신과 함께-인과 연’이 약 1227만 명을 동원하며 관객 수 1위에 올랐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 명)가 뒤를 따랐다. 둘 다 시리즈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김용화 감독이 각색한 시리즈 2탄. 보편성을 갖춘 스토리, 판타지 세계를 현실적으로 구현한 수준급 컴퓨터그래픽으로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 박준경 NEW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시리즈 영화 제작의 새로운 접근을 통해 대중적 호응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1편 ‘신과 함께-죄와 벌’(1441만 명)과 함께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 2편이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출연 배우 하정우와 마동석은 올해의 티켓 파워로 주목할 만하다. 하정우는 동아일보 설문에서도 “어떤 배역도 소화 가능한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 “1000만 영화만 3편이나 출연한 최고의 흥행배우” “신뢰감과 ‘힙’한 분위기를 동시에 지닌 배우”란 찬사가 쏟아졌다. 이밖에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도 높은 타율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영화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영화를 묻는 질문에서 1000만 영화보다 ‘의외성’을 지닌 작품에 집중했다. 아직 상영 중인데도 올해 누적관객 수 3위인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독특한 콘셉트로 흥행에 성공한 ‘서치’가 1표 차로 2위에 올랐다. 한국영화로는 공동 3위를 차지한 ‘공작’과 ‘완벽한 타인’이 가장 순위가 높았다. 이들은 참신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입소문 흥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보헤미안…’은 개봉 전엔 한국에서 크게 어필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하며 ‘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승원 CJ CGV마케팅담당·리서치센터장은 “유명 배우 한 명 없지만 다 큰 성인들을 목 놓아 울게 만들었다. ‘싱어롱’ 상영 매진 사례는 문화 풍토의 변화를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서치’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300만 명 가까이 관객이 몰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구성한 연출이 돋보인 수작. 김동은 리틀빅픽처스 이사는 “보편적 스토리와 장르에 신선한 형식을 적용한 영리한 기획”이라고 평했다. ‘완벽한 타인’은 “올해 한국 상업영화 최고의 가성비”(길영민 JK필름 대표)를 자랑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내(면)적 액션’을 통해 한국영화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내포를 심화시켰다”고 봤다. 한편 영화계가 꼽은 최고의 배우·감독은 ‘여전히’ 송강호와 봉준호가 꼽혔다. 배우 송강호는 “최고의 티켓 파워”(김용화 감독)와 “‘또 송강호?’라고 해도 보고 나면 ‘역시 송강호’”(백명선 판씨네마 대표)라는 설명. 봉 감독은 “예술성까지 겸비한 국내 최고 감독”(오희성 롯데컬처웍스 상무), “뚜렷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 거시적 질문을 던진다”(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부장)는 평가다. 차세대 배우와 감독으로는 ‘마녀’의 김다미와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선정됐다. 향후 영화계를 이끌 여성 파워가 기대된다. 김다미는 “순수함과 악마성을 동시에 표현해 데뷔작으로 잠재력”(윤성은 평론가)을 보여줬다. 전고운은 “현실적 접근법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영화를 풀어가는 능력”(이상무 롯데컬처웍스 상무)으로 주목받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응답자 명단강형철 김용화 이해영 정범식 영화감독, 강유정 윤성은 전찬일 영화평론가, 길영민 JK필름 대표, 김동은 리틀빅픽처스 투자팀 이사, 김시내 오드(AUD) 대표, 박준경 NEW 영화사업부문 대표, 백명선 판씨네마 대표, 오희성 롯데컬처웍스 마케팅부문 상무, 이상무 롯데컬처웍스 영화투자제작부문 상무, 이상윤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 이승원 CJ CGV 마케팅담당,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부장, 임승용 용필름 대표, 장경익 스튜디오앤뉴 대표, 성기범 메가박스 마케팅팀장}

    •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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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달한 로맨스는 닭살 돋으니까!

    로맨틱 코미디가 이렇게 시니컬하고 시끄러워도 괜찮은 걸까?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우선 두 배우가 ‘드라큘라’(1993년)와 ‘스캐너 다클리’(2006년),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2011년)에서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춰 절친한 사이. 미국에서 영화 홍보 인터뷰 도중 라이더가 “우리 둘은 ‘드라큘라’ 촬영 때 결혼한 사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분명 멋진 사랑을 보여줘야 할 텐데, 영화는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찌질’한 남녀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제목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하객들이 휴가를 겸해 참석할 수 있도록 근사한 휴양지에서 올리는 결혼식을 일컫는다. 프랭크(리브스)와 린제이(라이더)는 각각 신랑의 형, 전 약혼자로 이 결혼에 초대받았다. 결혼식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까칠하고 예민한 서로를 싫어하지만 ‘공통의 적’인 신랑을 헐뜯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새 서로의 감정을 내심 느끼지만 소심한 둘은 감정을 인정하기보다 세상에 관한 불만만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너무 떠드는 탓에 가끔 입을 틀어막고 싶어질 정도지만 너무 현실적인 대화에 어느새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로 이뤄진 로맨스 영화라면 떠오르는 ‘비포 선셋’(2004년)이 보여준 낭만을 이 영화는 와장창 깨뜨려 버린다. 하지만 톡톡 튀는 대사와 결혼식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양념으로 “때론 이런 현실적인 사랑도 아름답지 않나요?”라며 되묻는다. 달달한 로맨스만 보면 닭살이 돋거나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 13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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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은 무슨, 춤이나 춰!… 신명난 포로수용소

    참신하고 파격적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한국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영화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충무로에 이변을 일으킨 강형철 감독의 새 영화 ‘스윙키즈’다. 강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스윙키즈’는 3분의 1 이상이 퍼포먼스로 구성된 국내에선 흔치 않은 작품이다. 대사 대신 춤으로 이야기하고 억지 눈물 대신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독창적 전개가 돋보인다.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이라는 신파와 울분, 선악 구도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스윙키즈’는 6·25전쟁 당시 15만 명 가까이 수용했던 거제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실제로 반공·친공 포로가 대립하고 이념 갈등이 심했던 이곳을 무대로 했지만, 영화는 정치를 뒤로하고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는 상상을 펼친다. 강 감독은 “서로 싸우고 죽여야 하는 시대였지만, 이념이나 국가를 떠나 적으로 만났어도 인간 대 인간은 따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장이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댄스단을 만든다는 설정이다. 구성원은 남-북-미-중의 ‘비주류 연합군’. 단장 잭슨(재러드 그라임스)은 흑인이며, 북한 포로 로기수(도경수)와 남한 여성 양판래(박혜수), 포로로 오인받아 잡힌 강병삼(오정세), 중국인 포로 샤오팡(김민호)이 단원이다. 음악의 리듬과 댄서의 몸짓으로 전개하는 연출은 모든 퍼포먼스의 콘티 제작과 촬영 전 애니메이션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가능했다. 그라임스는 실제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손꼽히는 댄서. 주연을 맡은 도경수도 5개월간 탭댄스를 배웠다. 도경수는 “늘 음악을 크게 틀어 현장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전했다. 로기수와 양판래가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세기말적인 시대배경 속에서의 사랑을 그린 레오 카락스 감독의 영화 ‘나쁜 피’(1986년)를 오마주한 대목. 로기수가 춤의 본능을 깨우는 과정을 요리 등 일상의 리듬으로 표현한 연출은 영화 ‘어둠 속의 댄서’(2000년)가 떠오른다. 남북의 이념 대치 가운데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눈에 띈다. 원작인 창작뮤지컬 ‘로기수’에서 로기수-로기준 형제의 관계를 영화는 로기수와 잭슨의 관계로 확장했다. 이들의 화합을 통해 이념을 이용하려는 극소수의 정치인들과 그들이 일으킨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역설적으로 일깨운다. 그러나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말을 아낀다. 댄스단이 무대를 선보일 때 잭슨이 이렇게 외칠 뿐이다. “춤의 제목은 ‘빌어먹을 이데올로기(f**k ideology)’입니다.” 우려되는 건 일반 관객이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가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다. 탭댄스라는 낯선 장르에 이념 대립까지 벗어난 내용이 생소해 감정 이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상업적 성공을 거둔 감독이 흥행 공식을 답습하지 않고 실험 정신으로 작품을 밀고 나갔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결말이 무겁지만 엔딩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극장을 떠나지 말길 권한다. 한국 영화에 처음으로 삽입된 비틀스의 원곡이 희망을 노래하기 때문이다.●영화 스윙키즈 플레이리스트 ♬루이스 조던 ― Caldonia엘린 바턴 ― If I Knew You Were Comin′, I′d′ve Baked a Cake아이슬리 브러더스 ― Shout리타 김 ― 하바나길라정수라 ― 환희바흐 ― 평균율 1권 1번 다장조데이비드 보위 ― Modern Love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 The Christmas Song베니 굿먼 ― Sing Sing Sing비틀스 ― Free as a Bird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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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 잃은 도시인에 “깨어나라” 경고

    초점 없는 눈의 지하철 기관사. 조종실 속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엔 깜빡이는 불빛이 지하철 노선도 위를 빙빙 돈다. 그 배경에 깔린 내레이션은 이렇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는 온도가 높아지는 걸 모른다.” 이 작품은 제51회 시제스 국제영화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을 수상한 김상준 감독(32)의 ‘바퀴 돈다’. 시제스 영화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장르 영화제다. 데뷔작으로 한국인 최초 수상의 쾌거를 이룬 김 감독을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바퀴 돈다’는 도시인이 지쳐가다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고, 몸이 개구리로 변하자 영혼이 되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내용을 담았다. 도시인들에게 “깨어나라”고 외치는 듯한 이 작품은 공상과학적 설정에 인간적 드라마를 결합해 호평을 받았다. 김 감독은 “시상식에서 만난 심사위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최고였다’며 어깨를 쳐줬다”고 했다. 이 작품은 영화 ‘그래비티’를 제작한 세계적인 컴퓨터그래픽 회사인 미국 ‘프레임스토어’의 그래픽 아티스트로 일하다 퇴사한 그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아침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지하철 차창을 멍하니 보다 터널 속 빨간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봤는데, ‘저기로 가면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에 작품을 시작했죠.” 그는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출신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특별 전시된 가수 뷔욕(비외르크)의 ‘Lionsong’ 뮤직비디오도 그의 손을 거쳤다. “뷔욕의 팔다리가 늘어지는 모습이 제 작품이에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매니악’에서 피 터지고 내장이 쏟아지는 효과도 제가 했고요. 주로 잔인한 장면을 담당했죠(웃음).” 대학생 때 방학 동안 한국에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류멸망 보고서’의 연출부 막내로 일한 그는 오래전부터 자기만의 작품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바퀴 돈다’를 준비한 것도 한창 일하던 때인 6년 전이다. ‘밤샘 작업과 병행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힘들수록 정신적 보상을 위해 내 일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시제스 영화제 수상작은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출품될 자격을 갖게 돼 ‘바퀴 돈다’의 오스카 진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 감독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일단 차기작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음 작품의 제목은 ‘시선’으로 삭막한 도시에서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1, 2년 안에 완성할 예정인데 한국에도 빨리 선보이고 싶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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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성민 작가 “1997년 힘든 시간 보낸 이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는 위로 건네고 싶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과정의 졸업 문집에 실린 엄성민 작가(33)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온 엄 작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영향을 받고 자란 세대로 그 시절을 다룬 영화를 쓰고 싶었고, 비공개대책팀에 대한 기사가 단서가 돼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 작가를 6일 만나 시나리오 탄생 과정을 들었다. ―외환위기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쓴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10대 때 외환위기를 겪었다. 아버지도 ‘우리 경제는 위기가 없다’는 정부 말을 믿고 사업을 하다 고생하셨다. IMF 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취재에 활용한 자료는 무엇인가? “환란 특위의 국정조사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IMF사태의 원인과 교훈’ 등 경제연구소 저서와 개인의 수기, 1997년 1월부터 11월까지 일간지 기사 등 가능한 한 많은 기록을 찾았다. 기업인이 이사와 이사회를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은 은행원 수기에서, 금융맨 윤정학이 ‘여성시대’ 라디오 엽서로 프레젠테이션하는 장면은 손숙 씨가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직전 경제 사정이 나쁘다는 사연이 이상하게 많았다’고 밝힌 내용을 참고했다.” ―직접 취재도 했나? “사업에 실패한 분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믿지 마”라는 갑수의 마지막 대사가 나왔다. 초고를 완성한 후 영화사에서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영화에 다양한 층위의 인물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의 아픔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기를 막으려고 했던 인물(한시현)을 가장 먼저 설정하고 위기에 투자하는 인물(윤정학), 위기를 모르고 어려운 선택을 한 사람(갑수)을 세팅했다.”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캐릭터가 단편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다. 다만 환란 특위 보고서와 당시 언론의 경제팀에 대한 지탄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공분과 안타까움을 영화에 담기 위한 것이지, 특정인을 악마화하려 의도한 것이 아니다.” ―한시현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 주목받았다. “한시현은 철저히 영화적 상상력에서 나온 캐릭터다. 모두가 경제는 튼튼하다고 할 때 소수의견을 내야 하니 보편성을 벗어난 인물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 자연스레 여성이 됐다.” ―개봉 시점이 묘하다. “학생 졸업 작품이다(웃음). 영화로 만들어질지 몰랐고 개봉 시점도 예측하지 못했다. 사실 1997년에 어떤 일이 있었나보다는 다시 아픔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흐름이 막힐 때 어떻게 돌파했나? “어두웠던 분위기를 느끼려고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 봤다. 음식점에서 가격 할인을 한 백반 메뉴를 ‘캉드쉬 정식’으로 내놓은 사진이나, 사정이 어려워진 부모가 버린 ‘IMF 고아’ 이야기를 봤다. 아픔을 공감하려 했다.” ―영화 개봉 후 소감이 어떤가? “시간 나면 매일 영화관에 가서 반응을 듣는데 관객 대부분이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고, 다음 작품도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로 준비 중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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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연과 가까운 삶… 나무와 공존하는 법을 말하다

    삭막한 도시 빌딩 숲에 살면서 나무를 떠올리는 건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그립기 때문이다. 나무도 사람과 같이 고통을 느낀다는 이야기, 전국 숲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통해 인생을 돌아본 이야기를 담은 두 책이 같은 날 동시에 출간됐다. ‘바림’은 1세대 나무의사 우종영 씨가 나무를 치료하며 겪은 가슴 아픈 순간과 나무와 교감하는 방식, 인간과 식물의 평화로운 공존을 향한 바람을 담았다. 책 제목 ‘바림’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그것이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물감이 번지게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저자는 평소 깨친 바를 적어두었다가 바림질하듯 부드럽게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 가벼운 에세이 성격의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는 나무를 네 유형으로 나누고, ‘나무가 말을 한다면…’이라는 상황을 가정해 각 나무의 이야기를 담아 인상적이다. 이어 나무의 능력과 미덕, 나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설명, 삶을 관통하는 통찰과 지혜, 나무와 함께 살기 위한 윤리 등의 내용이 이어진다. ‘숲과 상상력’은 농업 경제사를 연구하고 나무에 관한 책을 꾸준히 써 온 강판권 씨가 계절에 맞춰 숲을 다니며 나무를 관찰한 여정을 담는다. 나무들의 공간이자 생명의 공간인 숲을 통해 나무의 함께 사는 법을 역시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다른 생명체에게 자신을 조금씩 내어주는 나무의 상생의 길, 숲속 곳곳에 인간이 나무와 함께한 사연도 곁들여 소개한다. 3부로 구성된 책은 사찰 숲, 역사와 관련된 숲, 사람 이야기를 담은 숲을 소개한다. 합천 해인사의 아름다운 노각나무, 팔공산 은해사의 느티나무 가지와 굴참나무가 만든 연리지 등 사찰과 어우러진 그 자체로 자연박물관인 숲, 김알지가 태어난 경주 계림, 최치원이 조성한 최초의 인공 숲 함양 상림 등 책을 보고 직접 찾아가볼 만한 나무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정리돼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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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테이트리버풀 미술관 ‘문경원-전준호展’ 기획한 타마르 헤머스 큐레이터 “서구에 쏠린 전시 영역 확장할 것”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의 리버풀 갤러리인 ‘테이트리버풀’의 전시장. 오래된 선박에서 나온 고철 덩어리들 가운데 영상이 재생된다. 쇼핑 카트가 거리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하고, 바구니가 가득 차자 테이트리버풀 앞에 멈춘다. 프로덕션 업체와 협업해 영화 장면처럼 탄생한 이 영상은 과거와 미래 사이 예술의 역할을 묻는 한국 작가 문경원 전준호의 ‘이례적 산책’이다. 이들의 개인전 ‘뉴스 프롬 노웨어’를 기획한 테이트리버풀의 큐레이터 타마르 헤머스(29)는 두 작가와 고철상을 돌아다니며 제작을 도왔다. 지난달 28일 만난 헤머스는 “팥빙수와 김밥을 좋아한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와산 알쿠다이리(당시 카타르 아랍현대미술관장)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당시 중동 작가 10명을 광주에 선보였던 그가 올해 한국 작가를 리버풀에 소개한 건 벌써 두 번째다. 7∼10월 리버풀 비엔날레에서는 양혜규의 작품을 전시했다. 헤머스는 2012년 비디오 작품 ‘세상의 저편’을 통해 문경원 전준호를 알게 됐다. 이 작품이 올해 테이트 소장품이 되며 전시가 기획됐고, 두 작가가 다시 리버풀 배경의 새 작품을 제안해 프로젝트가 커졌다. 이번 전시에는 ‘세상의 저편’과 일본에서 촬영한 ‘Alchemy of Golden Leaf’, 리버풀 배경의 신작 ‘이례적 산책’이 공개됐다. 테이트는 런던의 테이트모던, 테이트브리튼과 테이트리버풀, 테이트세인트아이브스 등 영국 전역에 미술관 4개를 갖고 있다. 매년 54만 명이 찾는 테이트리버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2010년 백남준 이후 두 번째다. 문경원 전준호의 전시는 함께 열리는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의 대규모 개인전과도 연결된다. “두 팀 모두 예술의 역할에 관심을 가졌어요. 레제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했다면, 문경원 전준호는 그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죠.” 테이트리버풀은 수년 전부터 색다른 두 작가를 엮어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유명 작가 이브 클랭과 비교적 덜 알려진 폴란드 작가 에드바르트 크라신스키의 개인전을 병행하는 식이다. 헤머스는 이를 ‘매거진 전략’이라고 했다. “테이트리버풀 전 예술감독인 프란체스코 마나코르다가 도입한 아이디어예요. 한 편의 매거진처럼 미술관 전시도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통된 주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그가 몸을 중심으로 기획한 ‘라이프 인 모션’은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와 20세기 미국의 여성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헤머스의 독특한 시각은 다채로운 이력에서 비롯됐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아프리카 토고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대학 졸업 후 카타르 현대미술관에서 일했다. 그 뒤 영국에서 공부하고 2016년 테이트리버풀 큐레이터가 됐다. “서구 밖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테이트도 서유럽·북미에 치중된 전시와 컬렉션을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한국 작가와 새 영상을 만든 이번 전시가 자랑스럽습니다.” 리버풀=김민 기자 kimmin@onga.com}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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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헤미안 랩소디’ 600만명 돌파… 음악영화 흥행 ‘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음악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34일차인 3일 오전 누적 관객 604만6701명을 기록했다. 기존 음악영화 1위인 ‘레미제라블’(592만 명·2012년)을 넘어서 역대 음악영화 중 최고 성적이다.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은 당시에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타며 개봉 4주차 만에 1위에 올랐다.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로 퀸의 화려한 무대를 재현한 ‘보헤미안…’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얼롱(singalong) 상영, 스크린X, 사운드 특화관 등 특별관을 ‘순례’하는 팬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젊은층이 앨범을 구매하는 등 퀸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헤미안…’은 퀸의 음악과 록 공연을 보는 듯한 체험성이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공들여 촬영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 등이 불러일으키는 ‘흥’이 있어 여러 상영관을 돌아가며 N차 관람을 하게 만드는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비용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록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에게는 광고, 드라마 등을 통해 귀에 익숙한 노래지만 잘 몰랐던 퀸이라는 밴드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도 지녔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높은 흥행 수익에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3일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를 통해 영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상에서 메이는 “수백만 명의 관객이 찾아주셨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공연으로 여러분을 꼭 만나는 날이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메이는 원년 멤버인 로저 테일러와 함께 2014년 첫 내한 공연을 했다. ‘보헤미안…’의 흥행 성적은 올해 개봉한 영화로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566만 명)을 제치고 4위에 오른 것이기도 하다. 이는 ‘신과 함께―인과 연’(1227만 명),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1만 명),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 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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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지와 바다, 지친 삶 품다… 제10회 제주 국제사진공모전

    제주특별자치도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0회 제주 국제사진공모전에서 김영태 씨가 출품한 ‘삶의 무게’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행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11주년과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개관 6주년을 기념해 ‘제주도’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하고 색다른 제주도 사진을 촬영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와 관련된 사진은 모두 응모가 가능하도록 했다.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8개국에서 1523명이 6129점을 출품해 경쟁을 벌였다. 이 가운데 외국에서는 91명이 247점의 사진을 보내왔다. 10회를 맞은 공모전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작품과 다채로운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올해 심사는 관례적 표현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 시각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에 주목하며 진행했다. 대상을 받은 ‘삶의 무게’는 제주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해녀의 모습을 담았다. 양종훈 심사위원장(상명대 교수)은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해산물을 담은 테왁을 등에 메고, 자연이 선물한 제주의 검은 돌 위를 걸어가는 모습이 도시와 묘한 대립을 이룬다”며 “평생 물질을 해온 제주의 보물 해녀 할머니의 일생을 파노라마로 펼치며 진정한 ‘삶의 무게’를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작은 10∼31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에서 열린다. ●대상 김영태 씨의 ‘삶의 무게’ 물질을 마치고 돌아가는 해녀와 그의 발이 딛고 있는 현무암, 원경에 보이는 삭막한 건물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금상이성욱 씨의 ‘여름 휴가’왼쪽 다이빙하기 직전의 순간과 오른쪽 바닷물 속으로 잠수하는 장면이 리듬감을 자아내며 찰나를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은상 고수경 씨의 ‘해안 도로’제주 해안 도로가 바다와 멋지게 어우러지고 역광의 아름다움까지 더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오권열 씨의 ‘농촌 소경’ 무를 수확하는 단순한 작업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해 땅에 줄지어 늘어선 무와 노란 박스, 그 속에 가지런히 담긴 무의 모습이 재치 있다. ●동상서우성 씨의 ‘붉은 들판’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붉은색의 컬러풀한 그물의 조화를 과감히 시도했다. 김도일 씨의 ‘한 폭의 그림에서의 비상’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해 지형의 힘찬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했다. 높이 솟은 암벽과 새의 대비가 돋보인다. 유재운 씨의 ‘기암과 반영’거친 파도와 비바람이 조각 작품을 만든 것처럼 생겨난 기암의 멋들어진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입선이종원 현홍영 조시권 제이드 경(Jade Kyung·미국)이석민 소상호 진쑹쯔(Jin Songzi·중국) 이기환서상복 송영오 신현화 김양우 최혜정 김태수●심사위원양종훈 상명대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고남수 작가·제주대 평생교육원 사진 강사구스타브 헬베르그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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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절친 작가의 경쟁하듯 치열한 공동전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 중견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최근 개막한 ‘흐린 날의 노래’는 안창홍(65), 김을(64), 강경구 작가(66)의 3인전이다. 세 작가는 과거 한 달가량 인도 뭄바이와 아잔타, 바라나시 등을 함께 여행했을 정도로 절친하다. 2003년 ‘다섯 사람 여행도’에서 여행 기록을 털어놓더니 이번에는 “예술가 노릇의 기본”을 화제로 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 세 작가가 경쟁적으로 작업하며 개막 전날까지 밤새 작업해 새 작품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개막일 관람객 사이에서는 “개인전보다 더 치열한 것 같다”는 농담도 오갔다.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비트갤러리.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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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하다… 28일 개봉 ‘국가부도의 날’

    6·25전쟁 이래 최대 국난(國難)으로 불린 1997년 외환위기. 국제통화기금의 약자인 IMF는 한국인에게 ‘저승사자’로 각인됐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곤두박질쳤던 당시를 정면으로 비춘다. 엄성민 작가는 IMF와의 협상 때 비공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 ‘국가적 위기를 해결해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것. 배우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금융정책팀장 한시현이 그 인물이다. 한시현은 일주일 후 국가 부도가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정부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대책팀을 구성하지만 위기를 즉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시현과 이를 비밀로 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팽팽하게 맞선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는 파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달러 사재기부터 주가 폭락 시 큰돈을 버는 금융상품에 올인(다걸기)하고 강남 부동산을 싹쓸이한다. 영화는 외환위기 후 경제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현실을 조명한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으로 IMF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우진이 극 중에서 쓰는 고압적이면서도 빈정대는 듯한 말투는 실제 공무원 회식 자리에서 만난 고위 공무원들의 말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고 한다. IMF 총재 역은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이 맡았다. 유아인은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마’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얼마나 눈먼 돈이고, 회한과 눈물이 들어있는 돈인지를 함축적으로 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경제와 금융이라는 까다로운 재료를 과감히 집어든 점은 참신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요리법으로 재료 다루기에는 실패했다는 인상이다. 한시현은 중소기업을,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출신 관료로 대기업을 대변한다. 한시현을 여성으로 설정해 남녀 차별 문제까지 어설프게 엮는다. 이런 대립구도 때문에 복잡다단한 외환위기 상황은 선과 악, 강자와 약자, 계층 대립구도로 단순화되고 만다. IMF는 한국을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려는 미국의 음모라는 암시마저 등장한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단순화겠지만 그 소재가 복합적 요인을 갖고 있는 실화이기에 설득력은 떨어진다. 차라리 위기에 베팅한 정학이나 외환위기를 겪은 후 악덕 고용주가 되는 공장장 갑수가 중심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비어 있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건물 내부를 활용해 당시 분위기를 실감나게 담아낸 장치는 인상적이다. 가정집에 붙은 빨간 딱지, ‘금 모으기 운동’ 광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IMF에 대해 가르치는 모습 등 과거 역사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장면들은 20년 전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준다. 28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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