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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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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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5~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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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美시설 35곳 타깃”… 트럼프 “52곳 반격 조준”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량이 수송되는 해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인 호세인 데그한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대응은 미군과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며, 미국인들이 (이란에) 입힌 타격과 같은 공격을 받아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등은 4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은 5일 오전 남서부 아바즈 공항을 통해 이란에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 경보 체제를 발령했다. 이날 미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을 받았다.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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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호르무즈 해협도 타격권”… 트럼프 “최신무기 주저없이 사용”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 작전 이후 미-이란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양국이 서로의 주요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솔레이마니 시신 이란 귀환 AP통신 등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부사령관, 경호원 3명 등 5명의 시신은 5일 오전 이란으로 돌아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부터 사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하루 전 사망 장소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장례식을 치른 뒤 시아파 최대 성지인 이라크 중남부 카르발라를 거쳐 이란 남서부 아바즈에 도착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20대였던 솔레이마니는 혁명수비대 제41사단장을 맡아 이라크가 잠시 점령했던 아바즈 등 남서부 영토를 되찾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날 아바즈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만 명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솔레이마니를 추모했다. 그의 시신은 6일에는 수도 테헤란과 종교도시 쿰으로 옮겨져 또 한 번 장례식이 거행된다. 이후 7일 고향인 남동부 케르만에 안장된다.○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이란은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4일 ‘이란 해커’를 자처한 세력이 미 연방정부의 각종 출간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초기 화면에 ‘신의 이름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 등 영어·페르시아어 글귀와 이란 국기, 하메네이 등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이란 단어 아래에 뻗어 나온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의 합성 이미지도 동시에 게재됐다. 호르무즈 해협에도 긴장이 감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해의 입구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가장 폭이 좁은 곳은 39km에 불과해 군사 강국인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봉쇄할 수 있다. 이란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 6월 미군 무인기(드론)를 격추했고, 7월에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한 바 있다. 또 AFP는 5일 이란이 지난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진행해 오던 핵합의 이행 수준 완화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시민들의 반미 정서는 고조되고 있다. 4일 이란 수도 테헤란 남쪽에 위치한 시아파 성지인 쿰의 잠카란 모스크에 대형 붉은 깃발이 걸렸다. 시아파에서 빨간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행위 역시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후임으로 에스마일 가니 고드스군 부사령관을 임명하며 전열 다듬기에 나섰다. 이라크 민심도 심상치 않다. 이라크 의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공격 목표에 매우 중요한 곳들 포함”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트위터에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로 정해 놓았고, 이 중에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52’란 숫자는 이란이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444일간 억류했던 미 외교관과 국민의 숫자(52명)를 의미한다. 현대 미국 역사의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이 사건의 피해자 52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군 장비에 2조 달러를 썼고, 우리(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 만약 이란이 미군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무기 일부를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란이 당해본 적이 없을 만큼 센 맞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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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군, 미군부대서 떨어져라” vs “52곳 이미 조준”…美-이란 긴장 고조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량이 수송되는 해로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알리 파다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란 국영TV를 통해 “이란의 위대한 저항 전선(친이란 민병대를 의미)이 강력한 보복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날 이날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은 5일 오전 남서부 아바즈 공항을 통해 이란에 돌아왔다. 수만 명의 시민이 공항에 운집해 반미 구호를 외치며 복수를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 경보 체제를 발령했다. 이날 미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www.fdlp.gov)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해당 지역에서의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미국 등 주요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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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3500명 중동 추가파병한 美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이란 정부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KH)가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 대한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이에 미국은 즉시 82공수부대의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며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잠카란 모스크에는 대형 붉은 깃발이 걸렸다. 시아파에서 빨간 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행위 역시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솔레이마니의 고향인 남부 케르만주(州)를 담당하는 골라말리 아부함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타스님통신에 “중동 내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도 우리의 공격 범위 안에 있다”고 위협했다. 솔레이마니가 숨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이날 대규모 장례식이 열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참가자들은 역시 붉은 깃발을 든 채로 “미국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부터 6일까지 2박 3일을 솔레이마니의 추모 기간으로 정했다. 실제 이라크 내에서는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을 향해 공세를 시작했다. 4일 오후 주이라크 미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안전지대(그린존)에 로켓포가 떨어진 데 이어 KH는 대대적인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KH의 간부로 알려진 아부 알리 알아스카는 트위터에 “이라크 군경의 지휘관은 자신의 병력이 안전 준칙을 지켜 (미군의) 인간 방패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5000명의 미군이 10여 개 기지에 분산 주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정(神政) 체제인 이란에서 전일 ‘신의 대리인’으로 통하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대미 보복을 언급한 이상 미국과 우방국들을 향한 강도 높은 공격은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분석했다. 중동 외교소식통은 “이란에서 하메네이의 지시는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일종의 ‘스탠딩 오더’”라며 “최대한 미국에 타격을 입할 수 있는 보복 전략을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후임으로 에스마일 거니 고드스군 부사령관을 임명했다. ● 트럼프 “주저 없이 최신 무기 사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때를 대비해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 지점으로 이미 정해놨다”며 “목표물 중에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 지도자’로 규정한 뒤 “이란은 (미국이) 테러범을 제거한 데 대한 복수로서 특정한 미국 자산을 공격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군 장비에 2조 달러를 썼고, 우리(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 만약 이란이 미군 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무기 일부를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란이 당해본 적이 없을 만큼 세게 맞공격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2’란 숫자를 강조한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2500년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이란 혁명세력은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같은 해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테헤란 주자 미 대사관을 점거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444일간 억류했다. 현대 미국 역사의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이 사건의 피해자 52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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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보다 실질권력 센 전쟁영웅… “이란의 로멜”

    ‘이란의 로멜’ ‘이란 권력 2인자’ ‘트럼프와 맞짱 뜬 남자’….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3일(현지 시간)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사령관(63)의 별칭들이다. 미국에는 눈엣가시였지만 이란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란의 신정 일치 통치 체제의 토대인 혁명수비대에서도 엘리트 조직으로 통하는 고드스군 총사령관을 22년째 지냈다. 고드스군은 해외에서 특수·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정예 조직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고드스군을 이끌며 중동 곳곳에서 현장 작전을 지휘했다. 특히 ‘시아벨트’ 국가를 중심으로 친이란 무장세력을 지원해 중동지역에서 안보 영향력을 넓혀 왔다. 전략뿐 아니라 현장 지휘관으로서도 활동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공을 세웠고 2015년에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주도했다. 이처럼 중동 전역을 누비면서도 은밀히 작전을 펼쳐 ‘그림자 사령관’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란에서 그는 실질적 권력이 대통령을 능가한다고 한다. 1999년 전국적 반정부 시위 당시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고 2017년에는 대선 후보로 추대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외교장관을 대신해 시리아와 이란 간 정상 회담에 배석해 화제를 모았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2018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개시를 앞두고 드라마 ‘왕좌의 게임’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뒤 “제재가 오고 있다”는 문구를 넣은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리자 “당신은 내가 상대한다”는 메시지와 자신의 사진을 담은 이미지로 맞대응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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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에 ‘군사적 옵션’ 꺼낸 트럼프… 대북 경고성 메시지도

    3일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 조직인 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미국-이란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이란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형국이어서 정면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러설 곳 없는 미국-이란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뒤 양국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5, 6월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피격,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생산시설 피격 등이 이어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그렇지만 양측은 정면충돌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드론이 격추당했을 당시 “보복하면 15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공격 직전 이를 취소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은 과감한 군사작전을 펼쳐 이란 군부의 핵심을 제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라크 내 미국인 소개령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필요하면 군사 옵션을 자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을 향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공습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한 번도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는데 협상에선 한 번도 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란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리 하메네이는 “그(솔레이마니)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조직(PMF)도 복수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라크 총리실은 “미군의 폭격이 이라크에서 벌어질 파괴적인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라고 우려했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미국 우방국들 긴장 먼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같이 이란의 정치·안보 영향력이 막대한 ‘시아벨트’ 지역에서 이란 측이 미국 또는 미국의 중동지역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국민과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시아벨트에 자국군을 일부 파견했고, 현지의 시아파 민병대들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헤즈볼라의 경우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 전쟁을 벌여 큰 피해를 입혔고, 1983년 레바논 내 미 해병대 사령부를 공격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고 있다. 헤즈볼라는 중남미 지역의 반미 무장조직과도 협력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본토나 주변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사우디와 UAE의 석유, 전력, 담수화 관련 시설을 공격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전 세계적인 석유 공급 차질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유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를 높이는 군사 활동으로 주요국들의 원유 수급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 북한에 ‘경고’로 작용할 수도 이번 사태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이란과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북한에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군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태로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을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야 하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에는 이번 사태가 적잖은 악재가 될 수 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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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중동 화약고 터뜨렸다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해외작전 담당 특수부대인 ‘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63)이 미군의 폭격으로 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이란 지도부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즉각 보복을 선언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내 미국인들에게 소개령을 내렸고, 한국 정부도 이라크 내 한국인 보호조치를 취했다. 중동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도 출렁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군은 해외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솔레이마니의 차량을 공습했다. 이번 공습으로 솔레이마니와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조직(PMF)의 부사령관인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등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CNN이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이란 군부의 핵심 실세다. 하메네이는 “혹독한 복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전체 병력 규모가 55만 명에 달하고,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보유한 군사강국이다. 중동 내 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중동의 미국 우방국을 공격할 수 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같은 이른바 ‘시아 벨트’ 지역에선 친이란 민병대를 이용한 보복 공격도 가능하다. 특히 이라크에서 정규군에 맞먹는 강력한 군사조직인 PMF도 복수에 동참하겠다고 밝혀 이라크의 정세도 악화되고 있다. 이라크 주재 미대사관은 3일 긴급 성명을 통해 “이라크와 중동의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모든 미국 국적자는 이라크를 즉시 떠나야 한다”고 공지했다. CNN은 이라크 내 미국 정유업 관계자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여행금지국가인 이라크에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받아 1월 초 근로자를 파견하려는 우리 기업에 이라크 방문을 취소하거나 입국 계획을 미룰 것을 권고했다. 중동 소식통은 “미국-이란 군사 충돌은 세계 경제와 중동 외 지역에도 심각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위험 고조에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일 장중 한때 배럴당 4.1% 오른 63.69달러, 영국 런던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4.3% 오른 배럴당 69.08달러로 치솟았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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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폭격에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 사망…중동 정세 ‘일촉즉발’ 위기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해외작전 담당 특수부대인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63)이 미군의 폭격으로 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즉각 보복을 선언해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중동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군은 해외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며 “솔레이마니는 이라크와 중동 지역의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활발하게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솔레이마니의 차량을 공습했다. 최근 주이라크 미국대사관 공격을 주도한 이라크의 시아파 성향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의 창설자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도 사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이란 군부의 핵심 실세다. 하메네이는 “혹독한 복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전체 병력 규모가 55만 명에 달하고, 특수부대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보유한 군사강국이다. 중동 내 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중동의 미국 우방국을 공격할 수 있다. 또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같은 이른바 ‘시아 벨트’ 지역에선 친시아파 민병대를 보복 공격도 가능하다. 중동 소식통은 “미국-이란 군사 충돌은 세계경제와 중동 외 지역에도 심각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4.17% 오른 배럴당 69.1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이란과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북한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군사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태로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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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이란 軍실세 제거…“北에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 조직인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2일(현지 시간) 사망함에 따라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뒤 고조돼온 양국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미-이란 갈등 확산은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5, 6월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피격,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생산시설 피격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란이 주도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이란은 관련 사건들이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미국이 중동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맞서왔다. 다만 그동안 양측은 정면 대결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이고, 군부의 핵심 실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란으로서도 보복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더 이상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중동 전역에서 두 진영 간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같이 이란의 정치·안보 영향력이 막대한 ‘시아벨트’ 지역에서 이란 측이 미국 또는 미국의 중동지역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국민과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시아벨트에 자국군을 일부 파견했고, 현지의 시아파 민병대들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헤즈볼라의 경우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 전쟁을 벌여 큰 피해를 입혔고, 1983년 레바논 내 미 해병대 사령부를 공격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고 있다. 다니엘 바이맨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교수는 브루킹스연구소 기고를 통해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이란군과 함께 다양한 현대 특수전에 참여하며 역량을 키웠고, 10만여 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거리 3000km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사우디와 UAE의 석유, 전력, 담수화 관련 시설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와 미국의 우방국들을 공격할 수 있다. 이란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의 탄핵심판과 이란과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북한까지 신경을 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군사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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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G 타고 밀려오는 ‘AI 쓰나미’… “기술패권 경쟁 올해가 승부처”

    #1. 미국 보훈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살 징후를 보이는 전역 군인을 사전에 파악, 관리하는 ‘리치 벳(Reach Ve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범죄자를 예고해 검거하는 미래사회를 그려 충격을 줬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자살 위험군을 미리 판별한다는 것이다. AI는 전역 군인들 가운데 정신적 장애를 초래할 만한 대형 사건 경험, 의약품 처방 전력, 치료 기록 등 정보를 조합해 12개월 이내에 자살 가능성이 높은 상위 0.1%를 찾아낸다. AI 자살예방 시스템을 도입한 뒤 전역 군인의 자살이 연간 250명 줄었다. #2. “1∼4번 중 불량 반도체 칩이 몇 번인 것 같으세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에서 AI 기반 불량 검출 시스템을 시연하던 직원이 질문했다. 눈으로는 네 개의 칩이 모두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AI는 불량품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중국과 베트남의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 곳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실제로 활용돼 불량 검출 정확도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AI 시스템 ‘넥스플랜트’였다.○ 올해가 AI 기술 패권의 ‘결정적 해’ 동아일보 기자들이 찾아간 세계 각국의 AI 현장에서는 “올해가 AI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공통으로 나왔다. 이미 첨단산업의 패러다임을 조용히 장악해나가고 있는 AI의 물결이 5세대(5G) 통신 확산에 힘입어 쓰나미처럼 일상생활 곳곳으로 침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횡단보도에 2017년부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화면에는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넌 사람의 얼굴이 뜬다. 안면인식 AI가 그 사람의 이름과 정확한 시각을 기록해서 지금까지의 무단횡단 기록을 보여주고, 통신사 시스템과 연결해 당사자에게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사실상 정부에 귀속된 중국은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AI가 확산되고 있다. 안면인식 AI로 지하철·공항의 출입, 쓰레기 분리배출 관리, 수업 태도 감시까지 현실화됐다. 아예 정부의 진두지휘 아래 AI 개발 선두주자인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커다쉰페이라는 4개 대형 기업이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의료 및 헬스, 스마트시티, 음성인식 등 특화된 기술개발 책임을 맡은 모양새다. 인구 86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AI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1393개), 중국(383개)에 못지않은 362개 스타트업이 활동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스타트업들이 AI 응용기술을 개발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간다. 2017년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한 AI 기반 자율주행자동차 업체인 ‘모빌아이’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소비되고 다시 탄생하는 왕성한 AI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 기술은 다 있다, 남은 건 시간 싸움 글로벌 AI 시장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1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의 이은주 빅데이터분석팀 상무는 “AI의 요소 기술은 세상에 이미 존재한다. 남은 것은 누가 빨리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했다. AI가 발전하려면 ①학습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 ②고성능 컴퓨팅 ③차별화된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컴퓨팅 기술이라는 기반 조건은 이미 많다. 이제는 AI를 실생활과 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누가 먼저, 더 많이 개발하느냐가 글로벌 AI 패권을 쥐는 열쇠라는 것이다. 앞으로 AI가 상용화될 시장은 크게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로 나눌 수 있다. B2B 분야에선 크게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마케팅 △물류 △고객센터 △배달·컨시어지로봇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상무는 “기업마다 축적해온 데이터와 활용 분야에 따라 주력할 수 있는 부문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은 제조와 물류 시장에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B2C 분야에선 △음성인식 비서 △콘텐츠 큐레이션 △학습 △의료복지 △금융 시장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 AI 스피커에 그날의 스케줄과 날씨를 묻고, 개인의 취향을 알고 있는 AI가 골라준 음악을 들으며, AI가 추천해준 펀드에 투자하는 일상이 ‘구보 씨의 하루’가 될 것으로 본다. 일상에 스며든 AI 시장은 얼마나 커질까.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따르면 2025년 AI 시장은 최대 6조7000억 달러(약 775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전 인공지능연구원 원장)는 “현재로선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AI는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기초가 될 것이다. 마치 증기기관―전기―컴퓨터와 같은 인류 범용기술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인지, 학습 등 인간의 지적능력(지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1956년 존 매카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만든 ‘다트머스 회의’라는 학술회의에서 AI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프로그래머가 각각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주고 정해진 로직 안에서만 생각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인간의 뇌신경망을 본뜬 ‘딥러닝’ 기술이 확립되면서 AI의 연산 능력은 2.3개월에 2배씩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텔아비브=이세형 특파원}

    •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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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승부는 올해부터 시작”…산업과 일상 곳곳으로 파고드는 AI

    #1. 미국 보훈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살 징후를 보이는 전역 군인을 사전에 파악, 관리하는 ‘리치 벳(Reach Ve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범죄자를 예고해 검거하는 미래사회를 그려 충격을 줬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자살 위험군을 미리 판별한다는 것이다. AI는 전역 군인들 가운데 정신적 장애를 초래할 만한 대형 사건 경험, 의약품 처방 전력, 치료 기록 등 정보를 조합해 12개월 이내에 자살 가능성이 높은 상위 0.1%를 찾아낸다. AI 자살예방 시스템을 도입한 뒤 전역 군인의 자살이 연간 250명 줄었다. #2. “1∼4번 중 불량 반도체 칩이 몇 번인 것 같으세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에서 AI 기반 불량 검출 시스템을 시연하던 직원이 질문했다. 눈으로는 네 개의 칩이 모두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AI는 불량품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중국과 베트남의 스마트폰 공장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 곳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실제로 활용돼 불량 검출 정확도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AI 시스템 ‘넥스플랜트’였다.○ 올해가 AI 기술 패권의 ‘결정적 해’ 동아일보 기자들이 찾아간 세계 각국의 AI 현장에서는 “올해가 AI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공통으로 나왔다. 이미 첨단산업의 패러다임을 조용히 장악해나가고 있는 AI의 물결이 5세대(5G) 통신 확산에 힘입어 쓰나미처럼 일상생활 곳곳으로 침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횡단보도에 2017년부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화면에는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넌 사람의 얼굴이 뜬다. 안면인식 AI가 그 사람의 이름과 정확한 시각을 기록해서 지금까지의 무단횡단 기록을 보여주고, 통신사 시스템과 연결해 당사자에게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사실상 정부에 귀속된 중국은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AI가 확산되고 있다. 안면인식 AI로 지하철·공항의 출입, 쓰레기 분리배출 관리, 수업 태도 감시까지 현실화됐다. 아예 정부의 진두지휘 아래 AI 개발 선두주자인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커다쉰페이라는 4개 대형 기업이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의료 및 헬스, 스마트시티, 음성인식 등 특화된 기술개발 책임을 맡은 모양새다. 인구 86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AI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1393개), 중국(383개)에 못지않은 362개 스타트업이 활동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스타트업들이 AI 응용기술을 개발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사간다. 2017년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한 AI 기반 자율주행자동차 업체인 ‘모빌아이’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소비되고 다시 탄생하는 왕성한 AI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 기술은 다 있다, 남은 건 시간 싸움 글로벌 AI 시장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1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의 이은주 빅데이터분석팀 상무는 “AI의 요소 기술은 세상에 이미 존재한다. 남은 것은 누가 빨리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라고 했다. AI가 발전하려면 ①학습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 ②고성능 컴퓨팅 ③차별화된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컴퓨팅 기술이라는 기반 조건은 이미 많다. 이제는 AI를 실생활과 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누가 먼저, 더 많이 개발하느냐가 글로벌 AI 패권을 쥐는 열쇠라는 것이다. 앞으로 AI가 상용화될 시장은 크게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로 나눌 수 있다. B2B 분야에선 크게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마케팅 △물류 △고객센터 △배달·컨시어지로봇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상무는 “기업마다 축적해온 데이터와 활용 분야에 따라 주력할 수 있는 부문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은 제조와 물류 시장에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B2C 분야에선 △음성인식 비서 △콘텐츠 큐레이션 △학습 △의료복지 △금융 시장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 AI 스피커에 그날의 스케줄과 날씨를 묻고, 개인의 취향을 알고 있는 AI가 골라준 음악을 들으며, AI가 추천해준 펀드에 투자하는 일상이 ‘구보 씨의 하루’가 될 것으로 본다. 일상에 스며든 AI 시장은 얼마나 커질까.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따르면 2025년 AI 시장은 최대 6조7000억 달러(약 775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전 인공지능연구원 원장)는 “현재로선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AI는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기초가 될 것이다. 마치 증기기관―전기―컴퓨터와 같은 인류 범용기술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곽도영기자 now@donga.com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텔아비브=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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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美대사관 공격’ 시위대 철수…美국무부 “배후엔 이란”

    미국이 이라크 내 주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중 하나인 카타이브헤즈볼라(KH)를 공격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31일 바그다드에 있는 미 대사관을 공격했던 시위대가 1일 밤 시위를 멈추고 철수했다. 1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대사관을 지키던 미군의 최루탄과 섬광탄 발사 같은 강경 대응에도 이틀간 밤샘 시위를 벌인 시위대는 민병대 지도자들이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에야 대사관 근처를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민병대 구성원들과 달리 KH 소속 시위대는 KH의 최고 지도부에서 직접 철수 명령을 내릴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라크에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H를 포함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현지에선 이라크 정부군과 협력해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한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고, 정치인들도 다수 배출하고 있다. 시위 대응 과정에서는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KH 공격에 대한 반감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이라크 전역에서 발생한 민생고와 부정부패 항의를 위한 반정부 시위 때 이라크 군과 경찰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라크 정부, 사법부, 시민단체가 구성한 인권감시 기구인 인권위원회는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최소 490명이 숨지고 2만2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 대사관을 지키던 이라크 군경은 미 대사관 시위 때는 최루탄도 발사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시위대를 막았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이번 이라크 시위대의 미 대사관 공격과 시위 배후에도 이란이 있다고 주장한다.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대(對)이란특별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사관 공격은) 그들이(이란)이 사용하는 형태의 전술”이라며 “그들은 40년 전 우리 대사관(주이란 대사관 점거 및 외교관 억류 사건 의미)을 습격했고, 40년 후에는 테러리스트 집단들에게 우리 대사관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방장관은 1일 예정돼 있던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하고 이라크 미 대사관 습격 사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고 있는 민병대 지도자들이 시위 현장에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사진을 올리며 “이들이 공격을 조직하고,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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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벵가지’ 우려… 트럼프, 이라크에 특수부대 투입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위대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습격한 것에 맞서 미국이 특수진압부대를 이라크에 파견하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큰 악재를 만났다.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대사관에 진입한 데 이어 1일에도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시위대가 불어나자 대사관을 지키는 미 해병대원들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습격 당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내고 “육군 82공수사단 신속대응부대(IRF) 750명의 파병을 승인했다. 즉시 이라크에 배치하고 수일 내에 추가 병력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IRF는 강도 높은 폭동을 전문적으로 진압하는 특수부대다. 폭스뉴스는 대사관 습격 직후 82공수사단 내 4000명 규모의 낙하산 부대원이 “수일 내에 투입될 수 있도록 군장을 챙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아파치 헬기 2대와 해병대 100명도 급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미국 시설에서 발생한 인명 손실이나 피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고가 아닌 협박”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당신(트럼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건이 ‘제2의 벵가지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2012년 9월 리비아 2대 도시 벵가지에서 무장 시위대가 무슬림 모독을 이유로 미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당시 주리비아 미국 대사 등 총 4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참사’로 각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벵가지 사태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향해 “미 대사도 보호하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똑같은 논리로 공격받을 처지에 놓이자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군사 대응이 현지의 반미 감정만 부추겨 이라크 내 이란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대사관이 위치한 바그다드 안전지대(그린존)는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외국 공관 등이 밀집해 평소에도 경계가 삼엄하다. 그런데도 친이란 시위대가 쉽게 대사관에 접근한 것은 이라크 측이 사실상 이를 묵인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알자지라는 “대사관 습격은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3년 이라크전쟁 후 미국이 수조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는 이번 사건으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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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사관 습격’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그들은 누구인가?

    지난해 12월31일 발생한 이라크 시위대의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카타이브헤즈볼라(KH)를 비롯한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2월27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중 하나로 꼽히는 KH를 이라크 정부의 반대에도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현지에선 미군의 KH 공격으로 ‘미-이란 대리전’과 ‘미국의 주권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 IS 퇴치에 앞장서며 영향력 키우고 국민지지도 크게 받아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들은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부터 중앙정부의 힘이 약해진 이라크에서 힘을 키워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정부를 대신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2014~2017년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국가를 선포할 정도로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위세를 떨칠 때 IS를 척결 대상으로 여긴 시아파 맹주 이란의 핵심 군사조직이며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혁명수비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들은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이 소극적으로 나섰던 IS와 지상전에서 큰 성과를 올렸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라크 정부는 아예 친이란 시아파 계열 민병대들을 중심으로 ‘인민동원군(PMF·아랍어로 하시드 알사비)’이란 조직을 구축해 정부군과 함께 IS와의 전쟁에 나서게 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바로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미국의 KH에 대한 공격을 일반인과 이라크 정부가 동시에 주권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KH 공격 사태가 터진 뒤 이라크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다. 하시드 알사비는 이라크의 국가 군대고, 이라크군 조직의 일부로 이라크군 총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이라크내 수니파와 미국과 친미 국가들은 ‘이란의 대리인’이라고 비판 커 하지만 이라크 국민 중 약 35%인 수니파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들을 정치·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본다. 이라크보다 이란에 충성하며 이란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처럼 정세가 불안정하며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자국군 파병과 현지 시아파 민병대 지원을 통해 정치·안보 영향력을 키우는 정책을 구사해왔다. 특히 이라크와 레바논에선 민병대 소속 혹은 가까운 인사들이 의회에 진출해 이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략을 펼치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같은 친미, 반(反)이란 국가들이 이란의 핵개발 못지않게 민병대 지원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역시 KH의 최고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등 상당수 민병대 지도자들을 테러리스트로 지정할 정도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의 마르완 카발란 정책분석센터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지역 영향력 확장 문제도 핵개발 못지않게 우려하고 있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민병대를 통한 이란의 영향력 확장을 최대한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헤즈볼라 때문에 깊어진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우려 일각에선 미국을 중심으로 반이란 국가들의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두려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의 성장 과정을 통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으로 성장해온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민병대는 물론이고 정치단체의 기능까지 하며 레바논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현재도 레바논 정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헤즈볼라는 2006년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때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을 놀라게 할 만한 역량을 보였다. 당시 헤즈볼라는 혁명수비대로부터 지원받은 수백 대의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인 160여 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도 추가 충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됐을 정도다. 레바논 소식통은 “헤즈볼라의 사례를 통해 이란의 집중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여론도 생길 정도였다”며 “미국과 친미 국가들로서는 친이란 민병대 문제를 결코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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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공습 감행’ 후폭풍… 親이란 시위대, 이라크 美대사관 습격

    미국이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에 대대적 공습을 감행한 뒤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시위대가 지난해 12월 31일 사상 최초로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을 습격했고, KH는 보복을 다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십 명의 시위대가 대사관 차량 출입용 문과 감시 카메라를 부수고 외벽과 감시 초소에 불을 질렀다. 바그다드 미대사관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내부 진입을 시도했지만 대사관 본관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툴러 대사 등 직원들은 시위대를 피해 대사관을 비웠다. 하지만 대사관을 지키는 미군과 보안요원들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바그다드 외에도 북부 키르쿠크, 남부 바스라 등 전역에서 시위대가 미 성조기를 불태우고 짓밟으며 반미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의 미대사관 습격은 경제난 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가 ‘반미 시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듭된 시위로 대통령과 총리까지 퇴진했지만 정국 혼란이 여전해 국민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KH를 공격한 것을 이라크 국민들이 주권 훼손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의회 일각에서는 “미군을 철수시키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KH는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라크 외교부도 “툴러 대사를 초치해 폭격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대사관 공격은 전적으로 이란 책임”이라며 “이라크 정부가 미대사관 보호를 위해 무력을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그는 미국의 KH 공격이 지난해 12월 27일 친이란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키르쿠크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 민간인 1명이 숨진 것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KH 공격이 되레 이라크에서 수세에 몰릴 뻔했던 이란의 입지만 넓힐 기회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나라는 1980년대 전쟁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축출 이후 이란은 주요 시아파 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라크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다. 또 이란에 우호적인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미군이 KH를 공격해 시아파들을 응집시키고 반미 시위가 일어날 명분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KH는 친이란 성향이지만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동참했고 미국의 국익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2014년 IS가 이라크 영토 약 3분의 1을 점령했을 때 이를 탈환하는 일을 돕기 위해 미국이 보낸 군대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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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親이란 민병대 보복 공습… 폼페이오 “혁명수비대 좌시안해”

    미군이 29일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이브헤즈볼라(KH)’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이틀 전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의 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미군 4명이 부상당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공습이 이라크 내 3개 기지와 시리아 내 2개 기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최소 25명의 KH 대원이 숨지고 55명이 다쳤으며 기지 내 무기 저장고, 지휘 통제소 등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KH는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도 불리는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아왔다. 혁명수비대는 중동 주요 시아파 무장세력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이란의 대외 영향력 확대를 도모해 왔다. 이번 공습이 사실상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이 성공했다.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인을 위태롭게 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5, 6월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피격,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생산시설 피격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럼에도 경제 제재만 강화했을 뿐 군사 대응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무인기 격추 때 이란 본토에 대한 보복 공습을 준비했지만 인명 피해를 우려한 군 수뇌부의 만류로 “공습 10분 전 이를 철회했다”고 직접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KH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이란을 향해 ‘직접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맺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날 공격이 이란, 러시아, 중국 등 대표적 반미 국가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을 겨냥한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도중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군 소식통은 AFP통신에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은 IS보다 미군에 더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란 측의 반격도 거세다. KH와 마찬가지로 역시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두 나라의 유전과 군사기지 등 민감 시설 9곳을 공격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할 때 중동 전역이 미국을 필두로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 UAE 등 수니파 국가 대 이란과 이란을 추종하는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 시아파 무장단체의 대결 구도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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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띄워준 군인에… 네이비실 동료들 “그는 악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 수뇌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사면 및 진급을 지시한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소속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사진)를 두고 ‘악마 같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왔다. 갤러거 중사는 2017년 이라크에서 17세 이슬람국가(IS) 대원을 칼로 살해하고 시신을 옆에 둔 채 사진까지 찍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27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갤러거 중사의 동료들은 관련 조사 과정에서 그에게 부정적 증언을 거듭했다. 일부는 그가 자신의 무공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일부러 테러단체 IS의 공격에 노출되도록 팀을 이끌었다고도 덧붙였다. 네이비실 팀7의 크레이그 밀러 중사는 “갤러거는 끔찍한 악마”라고, 의무병 출신인 코리 스콧 중사도 “누구든 죽일 수 있으면 죽이려고 했다”고 각각 증언했다. 저격수 출신인 조슈아 브리언스는 “유해한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동료들은 갤러거 중사가 민간인을 공격하려 했고 종종 포로를 칼로 찔렀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증언 도중 눈물을 참으려고 벽을 보는 등 감정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강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네이비실에선 다른 대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고발하거나 증언하지 않는 암묵적 규칙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관행을 깨고 동료들이 갤러거 중사의 비행에 관해 상세한 증언을 한 것은 그만큼 그의 행동이 잔혹무도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인 네이비실의 위상과 입지가 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0년간 네이비실 대원으로 복무한 뒤 제대한 릭 하스는 NYT에 “이번 사태로 네이비실 내 분열이 극심하다. 과거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갤러거 중사는 소년 IS 대원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시신 옆에서 사진을 찍은 행위에 대해서는 군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사면을 강하게 반대한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며 갤러거 중사를 사면했다. 갤러거 중사 부부는 21일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찍은 사진도 올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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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카에다 조직, 소말리아서 자폭테러 100여명 사망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국제 테러단체들의 대규모 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CNN 등에 따르면 28일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00여 명의 사망자와 1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9·11테러의 주범 알카에다와 연계된 현지 무장단체 알샤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 기지에서도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 민간인 1명이 숨지고 다수의 미군 및 이라크군이 부상했다. 26일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IS의 서아프리카지부(ISWAP)가 기독교인 11명을 살해하는 동영상을 선전 매체 아마끄통신을 통해 유포했다. 소말리아 테러는 28일 오전 8시경 사람이 붐비는 도심 사거리에서 발생해 인명 피해가 매우 컸다. 테러 현장 근처에 세무서, 검문소, 바나디르대 등이 몰려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풀이된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랍어로 ‘청년’을 뜻하는 알샤밥은 간통 여성을 돌로 죽이는 등 극단적 이슬람 율법을 추종하고 있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소말리아는 1991년부터 무장 군벌들의 파벌 싸움으로 약 30년간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군벌 간 싸움도 심각한 데다 알샤밥 등 테러단체가 난립해 사망자 수가 많은 대형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도 폭탄 테러로 각각 52명, 10명이 숨졌다. 2017년 10월 테러 때는 무려 587명이 사망했다. ISWAP의 기독교인 참수는 10월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시리아의 은신처에서 자폭해 숨진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풀이된다. 기독교 최대 명절인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구 사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참수 동영상에 등장한 ISWAP 조직원은 “바그다디와 IS 대변인 아부하산 알 무하지르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테러단체 보코하람의 전문가인 압둘바시트 카심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테러단체들이 바그다디의 복수에 관한 동영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IS 수뇌부에서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IS가 바그다디 사망 이후에도 궤멸되지 않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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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파병으로 복잡해진 리비아…중동 강대국 대리전 가능성

    터키가 리비아통합정부(GNA)의 요청에 따라 리비아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터키군의 파병이 이뤄질 경우 중동 강대국들이 대거 개입돼 있는 리비아 내전이 한층 심화되며 중동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파예즈 알 사라즈 리비아 총리가 파병을 요청했고, 우리는 모든 형태의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터키)는 초대 받는 곳에 가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안 갈 것”이라며 “리비아에는 (GNA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GNA는 터키의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특히 GNA는 자신들이 약세를 보이는 공군력과 관련된 터키의 군사 지원을 받는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터키와 GNA는 지난달 27일 안보·군사 협정을 체결했다. GNA의 요청이 있을 경우 터키가 군사 장비와 훈련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엔이 인정한 합법 정부안에 따르면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GNA에 대항하는 리비아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 UAE, 이집트는 카타르 단교사태를 주도한 나라들이고 카타르는 단교 뒤 사우디의 지역 라이벌인 터키와 이란과 관계를 강화해 왔다. 또 사우디, UAE, 이집트가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운동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 비판적인데 반해 카타르와 터키는 이들에 우호적이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이 확산될 때도 카타르와 터키는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었고 사우디 등은 비판적이었다. 자칫하면 리비아에서 양진영의 대리전 성격을 지닌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는 카타르 단교사태가 리비아 사태로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2014년부터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 세력이 세력 다툼을 하는 내전 상황을 겪어왔다. 올 4월에도 하프타르 진영 부대들이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해 지금까지 1000여 명이 숨졌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이달 12일에도 다시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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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 9개월 장기집권’ 네타냐후, 부패 스캔들에도 당대표 경선서 압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가 집권당인 리쿠드당 대표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열린 당대표 경선에서 개표 마감 결과 72.5%를 확보해 경쟁자였던 27.5%를 얻는 데 그친 기드온 사르 의원(53)을 크게 눌렀다. 이로써 뇌물수수 같은 비리 혐의와 연립정권 구성 실패로 위기를 맞았던 네타냐후 총리는 내년 3월 총선까지는 확실한 당내 리더십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큰 승리를 거뒀다.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이스라엘이 전례없는 업적을 이루도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총리로 활동하고 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총리 재임기간 총 13년 9개월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분쟁과 이란과의 갈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같이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 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4월과 9월 총선에서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고, 지난달에는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네타냐후 총리가 당 대표와 총리직을 유지하더라도 검찰 수사와 관련된 우려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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