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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재계는 민생·경제 정책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여야 간 이견(異見)이 크지 않은 경제법안 12개를 우선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 우리 산업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들이 연내에 최대한 처리될 수 있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성껏 국회에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반도체특별법, 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돼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앞서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재계가 건의한 경제 분야 입법과제 23개 중에서 여야 모두가 법안을 발의한 게 12개다. 여야가 공통으로 필요성을 인정한 이른바 ‘무쟁점’ 경제법안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특별법이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이 골자다. 반도체 시설투자에 정부가 조 단위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만 지원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현재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는 세액공제를 모두 포함해도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도 나란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며 뜻을 모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국내 산업계 피해가 막심한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형벌을 강화하는 취지인 형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쌍둥이 공장’을 세우려 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핵심 전략산업에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재계의 기대감이 높았던 법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보다 눈앞의 보상이 더 큰 구조여서 형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첨단산업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망 인허가 절차 등을 개선하는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요원한 상태다. 앞서 11월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력수요가 98% 늘 때 송전설비는 26% 증가에 그쳤고, 최근 송전설비 건설도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증언·감정법 등은 거부권 행사돼야” 경제계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될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가 영업비밀과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정보를 국정감사 자료로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고, 총수의 해외 출장 중에도 화상으로 증인 출석을 하도록 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우려가 크다. 앞서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도 취임 직후 증감법을 포함해 6개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거부권 행사를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증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외 경쟁사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주요 경영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상시 노출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중요한 시기 권력 공백이 길어진다는 것도 기업들엔 큰 리스크”라며 “대미 외교 카운터파트가 다시 정립됐으니 올스톱된 외교 통상 시스템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의 불안감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표결이 매듭을 맺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것보다는, 탄핵 가결이 이뤄짐으로써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 정치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불안한 요인이다.13일에도 코스피는 전일 대비 0.50% 오른 2,494.46에 거래를 마쳤다. 3일 윤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증시는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마감했다. 탄핵 표결과 함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였다. 박성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라며 “이번 주말(14~15일) 사이 정치적 혼란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은 한동안 탄핵 가결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국내 증시가 계엄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요인이 시장에 일찌감치 반영된 만큼 증시 상승 여력이 커보인다”고 전망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가 여전히 하락세인 점이 증시 회복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원 오른 1433.0원에 거래됐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 같은 시각(1402.9원) 대비 30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증시는 어느정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대거 돌아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을 앞두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더십 공백 사태는 결국 사회,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에 최근 한국 경제의 여러 가지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며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등의 결과로 이어져 경제 주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사태가 아직 국고채 금리 등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 전반에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약 590조 원) 규모다. 경제부처들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채권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주식시장도 오름세지만 다만 환율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15일부터 긴급 회의들을 잇달아 가동해 경제 상황 점검과 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현지 항만 노동조합 파업 가능성, 관세 리스크 등으로 인한 해상운송 운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대한상의 물류위원회 주최로 ‘트럼프 2.0 시대, 2025년 물류 시장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2기 정책변화에 따른 교역 환경,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을 점검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대한상의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세 차례 관세 인상을 단행해 미국 수입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해상운임 변동성이 심화된 바 있다”며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와 미국 항만 노조 협상 시한 만료 이전에 제조업체들의 완제품 밀어내기에 나서 운임의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선적 증가로 인한 운임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물류시장에 줄 파급력도 제기됐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미물류공급망센터장은 “트럼프 2기의 강력한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은 단기적으로 물류창고, 트러킹(화물운송), 라스트 마일(배송) 분야에서 인력난과 임금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단기적으로 유통·물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내년 물류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복량 확보, 물류 바우처 지급, 물류 인프라 지원 등 기업지원 정책과제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17∼19일 사흘에 걸쳐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국내 정국 혼란 등 대내외 불확실성 대응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17, 18일 양일간, 반도체(DS)부문은 19일에 각각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각 부문장 주재로 사업부장과 임원들, 해외 지역 총괄 및 법인장들이 참석해 사업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도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할 예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에 열리는 전략회의에서는 특히 1월 공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시장 전략과 함께 내년 연간 전망, 변수 점검 등이 이뤄진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관세 정책과 대중(對中) 규제 확대 리스크, 물류 불안정 등 영향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 혼란과 여파도 내년 경영 전략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국회가 기업 영업비밀 자료나 증인 출석을 언제든 요구할 수 있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21일 공포를 앞두고 있다. 탄핵 정국 혼란 속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제13차 본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김용민, 박주민 의원 발의안 등을 포괄한 대안 법안으로 21일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개정안대로 확정된다. 주요 내용은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는 영업비밀이어도 원칙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국정감사뿐 아니라 각종 안건 심의 때에도 사실상 증인은 화상으로라도 출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회로부터 서류 등의 제출 요구를 받거나 증인·참고인으로서 출석이나 감정의 요구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 또는 영업비밀 보호 등의 이유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함 △증인·감정인·참고인이 질병, 부상, 해외 체류 등의 사유로 출석할 장소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원격 출석할 수 있도록 함 △동행명령 대상 증인의 범위를 현행 국정감사·국정조사에서 ‘중요한 안건 심사 및 청문회’까지 확대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서류 제출을 거부·방해하거나 요구받은 서류를 파기할 경우, 정보를 허위로 제공하는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이에 주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감 때 기업 총수에 대한 출석 요구가 더 많아지고, 기업 영업비밀 자료까지 무더기로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총수가 해외 출장 중이더라도 화상으로 국감에 참석해야 하고, 청문회나 국회의 개별 안건 심사에도 출석해야 하는 것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요청 자료에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일반 고객 정보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국회 권한이 너무 커지면서 개인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사나 시민단체 등 외부 이해 관계자에게 영업비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가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이후 폐기됐던 양곡법·농안법도 통과됐다. 농산물 가격이 급락할 시 정부가 세금으로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석이고, 거부권 행사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해 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기업들에는 치명적인 법안이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에 주요 경제단체 등도 입장을 내길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도 혼란한 정국 속에 기습 통과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소집했다가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무산된 만큼 기습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을 앞두고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이 대중(對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금지 등 제재안을 강화한 데 대한 반격으로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9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감독총국은 이날 “엔비디아가 2020년 이스라엘 정보기술(IT) 기업 멜라녹스를 인수한 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겼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위반 행위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중국 당국은 엔비디아가 경쟁사에 90일 안에 신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69억 달러(약 9조8000억 원) 규모의 멜라녹스 인수를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자신들이 무역 및 기술 제재의 대상이 될 경우 조용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엔비디아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약 17%를 중국에서 창출하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소식이 전해진 9일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5% 급락한 138.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대장주’가 급락하며 미국 3대 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규제 당국이 우리 사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모든 질문에 기꺼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2일 미 상무부는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정책을 통해 현존하는 모든 HBM 및 반도체 제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3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등 희귀 광물의 미국 수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7일 새로 공개된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는 미국 국방부 계약업체가 화웨이나 그 계열사에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반도체 설계용 설비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추가 제한 조항은 법안 가결 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270일 후에 발효된다.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요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 시장 전반에도 불확실성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 규제를 피해 기술 수준을 낮춘 AI 가속기 ‘H20’ 제품 등을 중국 시장에 판매해 왔으나 지난해 5월 마이크론과 같이 이번 반독점 조사 결과에 따른 중국 시장 퇴출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제품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HBM도 들어가 있어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 타격이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또 다른 반격 카드로 내밀고 있는 첨단산업 소재 수출 통제 범위가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기업들은 점점 미중의 서로 다른 정책상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갈륨 등 소재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수출 통제 경험 이후 공급처 다변화를 해놓은 상태지만 또 다른 희토류 규제나 특정 기업 현지 시장 퇴출 가능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한진만 삼성전자 신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사장·사진)이 9일 취임 첫 사내 메시지를 통해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수율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당부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한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나노 공정 수율 개선에 주력할 것을 강조하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고 언급했다. 또 “타 대형 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분들이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고 주문했다. 한 사장은 또 “사업부 리더들은 임직원들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신경써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조직문화 혁신 의지도 내비쳤다. 글로벌 1, 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모두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6일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최근 2나노 공정 제품의 시험생산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이 6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탄핵 정국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며 산업계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정세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국 변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우고 리스크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재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기업들의 추격, 자국중심주의 심화 등의 대외 리스크에 국내 정치 불안이라는 폭탄이 더해진 내우외환 상황에 놓였다고 본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대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대통령-4대 그룹 총수 회동 계엄으로 무산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와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미(對美) 산업 전략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이 회동은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고관세와 대중(對中) 제재를 선언한 상황에서 민관이 함께 통상 리스크에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 경제인들이 만나 ‘트럼프 2기’를 맞아 협력을 논의하기로 한 일정도 정국 불안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은 9일로 예정됐던 방미 일정을 연기했고, 그에 따라 무협과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가 개최하기로 한 세미나도 내년으로 밀렸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해 10일(현지 시간)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5차 한미재계회의’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네트워킹 행사 일정이 비상계엄 이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원-달러 환율 1400원 뉴노멀 될라’ 우려 비상계엄 이후 원화 약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도 부담이다. 상당수 수출 기업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오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 선포 이튿날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6일 1424.0원으로 장을 마쳤다. CJ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계획했던 수입 원자재 구매 비용을 더 많이 잡는 등 예산 전략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치 이슈로 인한 환율 전망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현재 산업구조와 경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환율 수준은 1300원대 중반”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우리 수출 제품 가격이 하락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둔 기업이나 외화채 발행 비중이 높은 기업의 부담도 키운다. 국정 공백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나 사업 재편 등의 의사결정도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경기둔화 우려에 긴축 경영을 준비 중이었는데 정국 불안으로 투자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달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23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기업 경영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가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임원은 “탄핵소추 가부와 상관없이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투자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신인도 하락이나 이에 따른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도 부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계엄령 선포 이후 밤새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연락이 쏟아졌다”며 “현재 공급에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며 고객사의 우려가 없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도 계열사별로 주요 글로벌 협력사에 ‘생산에 문제없고, 거래엔 차질이 없다’는 취지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내년 최첨단 2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도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일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최근 2나노 공정 제품의 시험생산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이 6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나노미터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구현된 기술 중 가장 미세한 공정은 3나노다.보도에 따르면 TSMC는 2나노 수율이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현재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에서 시험생산 중인 2나노 공정을 남부 가오슝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TSMC는 내년 1분기(1~3월), 3분기(7~9월) 각각 가동을 목표로 2나노 1, 2공장을 가오슝 과학단지에 건설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TSMC는 내년에 대만 및 해외에 신규 공장 10개를 동시에 건설할 예정”이라며 “올해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이 같은 설비 투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대만 현지 언론은 TSMC의 내년 설비투자 금액이 최대 380억 달러(약 53조9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역대 최대 설비투자 금액이었던 2022년 362억9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숫자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지난 2분기보다 2.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5%에서 9.3%로 2.2%포인트 하락했다. 두 회사의 격차는 2분기(4~6월) 50.8%포인트에서 3분기 55.6%포인트로 벌어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이 이끌던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CFO)에 박순철 DX부문 경영지원실 지원팀장(58·부사장)이 선임됐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를 포함한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온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DX부문 네트워크 사업부와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사업지원TF를 두루 거쳤다.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반도체(DS)부문은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을 AI센터로 통합하고 신임 AI센터장에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을 앉혔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맡았던 미주총괄(DSA) 자리는 현재 DSA 담당 임원으로 있는 조상연 부사장이 이어받는다. DS부문은 현장 실무를 강화하고 보고 단계를 줄여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각 사업부 실 조직을 일부 폐지하고 조직별로 임원급과 부장급이 속한 PL(프로젝트리더)과 TL(테크니컬리더) 내 직급도 간소화했다. 일부 부장급(CL4)들은 직급을 떼고 실무 업무에 투입한다. 제조&기술담당 조직도 기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사업부 제조&기술과 파운드리사업부 제조&기술로 각각 분리해 운영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인공지능(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이 막힌다. 미국 상무부가 2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탓이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HBM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당장 치명적인 타격은 없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한국 기업을 직접 겨냥한 이번 조치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대중 수출 규제미 상무부가 발표한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은 HBM 수출 규제가 핵심으로 꼽힌다.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mm²당 초당 2GB(기가바이트) 이상인 HBM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HBM3와 HBM3E는 물론 구형 모델인 HBM2의 중국 수출도 차단된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든 HBM은 이 기준을 넘는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집중 규제해 온 미국은 이번 발표로 AI 가속기뿐 아니라 여기에 탑재되는 HBM까지 규제를 확장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가속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 조치는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중국이 첨단 기술 생산을 국산화하려는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또 반도체 제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무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 통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33개 국가가 예외를 적용받는다. ● 로이터 “삼성전자 HBM 매출 중국 비중이 2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4, 5세대 제품인 HBM3와 HBM3E를 주로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 하지만 이전 세대인 HBM2, HBM2E는 중국 수출 물량이 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물량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로이터통신은 삼성이 전체 HBM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창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H20’에도 국내 기업들의 HBM3가 탑재된다. 향후 수출 통제가 강화될 경우 해당 물량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산업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록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종속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범용 레거시 D램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기대와 달리 이번 추가 제재 대상 기업에서 빠지고, 한국 기업의 미래 시장이 끊긴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CXMT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영향이 있긴 할 테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미국의 이번 HBM 대중 수출 통제는 중국에 수출하는 HBM 단품이 대상인데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해 수출하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변경하면 규제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4일 반도체 장비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수출 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0%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56.6%)거나 ‘투자 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에 불과했다. 계획 미정(56.6%)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조사(49.7%)보다 6.9%포인트 늘었고, 투자 계획이 없는 곳(11.4%)도 지난해(5.3%) 대비 6.1%포인트 늘었다. 투자 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아직까지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 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았다. 59.0%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늘리겠다는 응답(12.8%)을 상회했다. 지난해 같은 질문에서는 투자를 늘리겠다(28.8%)는 응답이 줄이겠다(10.2%)는 곳보다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5년 국내외 경제 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 환경 악화’(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의 모친인 구위숙 여사가 3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고인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LIG 명예회장의 장녀다. 1928년 경남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서 태어나 지수공립보통학교와 진주여고를 다녔다. 평소 같은 마을에서 한 집안처럼 가깝게 지내던 양가 어른들의 소개가 인연이 돼 고 허만정 GS 창업주의 3남인 허준구 명예회장과 1945년 결혼식을 올렸다.이 결혼으로 허 씨와 구 씨 양 가는 마을에서 겹사돈을 맺게 됐다. 앞서 구인회 창업주가 이웃인 허만정 창업주의 6촌인 허만식 씨의 장녀와 1920년 혼인했다. 조용한 내조자로 가문을 지켰던 고인은 혼인 이듬해인 1946년 허준구 명예회장이 LG 창업에 참여함으로써 시작된 허 씨와 구 씨 양가 간의 동업이 반세기 넘게 아름다운 동행을 이뤄오는 데 가교 역할을 했다.고인은 허준구 명예회장과의 슬하에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5남을 뒀다. 고인은 평상시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절제 및 검소한 생활을 할 것을 강조했다. 허태수 회장이 평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지하철을 타거나 걷는 것은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GS 측은 설명했다. 고인은 또 자녀들에게 집안의 뿌리와 전통을 소중하게 여기고, 형제지간이라도 철저하게 위아래를 지키며 서로 존중할 것을 가르쳤다.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지는 경기 포천 내촌면 광릉추모공원이다. 발인은 5일 오전 8시. 02-2072-2010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대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0%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56.6%)’거나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고 3일 밝혔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에 불과했다.계획 미정(56.6%)이라고 답한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조사(49.7%)보다 6.9%포인트 늘었고, 투자계획이 없는 곳(11.4%)도 지난해(5.3%) 대비 6.1%포인트 늘었다.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아직까지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았다. 59.0%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28.2%)이 늘리겠다는 응답(12.8%)을 상회했다. 지난해 같은 질문에서는 투자를 늘리겠다(28.8%)는 응답이 줄이겠다(10.2%)는 곳보다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5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33.3%)’, ‘국내 투자 환경 악화(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지목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은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성금 50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고 2일 밝혔다. 삼성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999년부터 26년간 지속적으로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의 누적 총액은 8700억 원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매년 100억 원씩,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0억 원씩, 2011년엔 300억 원, 2012년부터는 500억 원씩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성금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물산, 삼성E&A, 제일기획, 에스원 등 23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기부에 참여한 삼성 관계사들은 대외 기부금 출연을 위한 각 사별 승인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삼성이 전달한 성금은 청소년 교육 지원과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 사용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1일 ‘가전 구독’ 시장에 진출하며 이 시장 선두 주자인 LG전자와의 경쟁을 시작했다. 이날부터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전국 삼성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 삼성닷컴에서 선보인다. 가전 구독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한 뒤 구독 기간이 끝나면 제품을 양도받거나 재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전 시장이 정체에 이른 가운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가전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고, 수리나 관리 같은 서비스를 더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가전 구독 시장에 출사표삼성전자는 주방가전과 생활가전, TV, 모니터 등 전 품목 주요 제품들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구독 요금제는 두 가지다. 모두 현재로선 전용 ‘AI 구독클럽 삼성카드’로만 가입이 가능하고, 결제 방식은 향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AI 올인원’ 요금제는 60개월 제품 구독에 무상 수리 및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중도 해지도 가능하다. 좀 더 실속형인 ‘AI 스마트’ 요금제는 36개월, 60개월 중 이용 기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제품 외 무상 수리나 케어 서비스는 별도 요금으로 추가 신청할 수 있다. 가입 후 중도 해지는 불가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AI 올인원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 삼성닷컴 기준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카운터탑 6인용’ 제품은 월 1만9900원에, ‘비스포크 무풍클래식 에어컨’은 6만8430원에 5년간 사용한 뒤 양도받을 수 있다. 해당 기간 기사 방문 케어를 받을 수 있으며 품질보증 기간이 넘어도 문제 발생 시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신규 구매자 외에 이미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보유한 고객들 대상으로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품별로 대부분 월 900∼2000원 수준인 케어 서비스를 최대 60개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정기적인 제품 종합 점검, 소모품 교체, 내·외부 청소 등을 제공한다.● 생활 방식 변경 많은 2030세대서 호응 가전 구독 시장은 최신 제품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대형 가전 구매에 드는 초기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미 구입한 가전에 대해서도 위생 등 관리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들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으로 가전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과 TV, 노트북 등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구독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총 300여 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 품목을 선택하고 계약 기간(3∼6년)과 방문 관리 여부 등을 정한 뒤 산정된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LG전자의 구독 사업 매출은 △2020년 5910억 원 △2021년 6400억 원 △2022년 7344억 원 △2023년 9628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3분기(7∼9월) 기준 올해 누적 매출은 1조2386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초기 제품 구매에 필요한 목돈이 부담스럽고 소유보단 공유, 구독 개념이 익숙해진 2030세대에서 보다 손쉽게 대형 가전을 접하는 방식으로 가전 구독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관리와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AS)를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이제 월 1만9900원에 구독하세요.”삼성전자가 1일 ‘가전 구독’ 시장에 진출하며 LG전자와의 경쟁을 시작했다. 이날부터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전국 삼성스토어와 삼성닷컴에 선보인다. AI 구독클럽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한 뒤 구독 기간이 끝나면 제품을 양도받거나 재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주방가전과 생활가전, TV, PC 및 주변기기 등 전 품목 주요 제품들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구독 요금제는 두 가지다. 모두 현재로선 전용 ‘AI 구독클럽 삼성카드’로만 가입 가능하고, 결제 방식은 향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AI 올인원’ 요금제는 60개월 제품 구독에 무상 수리 및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다. 중도 해지도 가능하다. 보다 실속형인 ‘AI 스마트’ 요금제는 36개월, 60개월 중 이용 기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제품 외 무상 수리나 케어 서비스는 별도 요금으로 추가 신청할 수 있다. 가입 후 중도 해지는 불가하다.예를 들어 소비자가 AI 올인원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 삼성닷컴 기준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카운터탑 6인용’ 제품은 월 1만9900원에, ‘비스포크 무풍클래식’ 에어컨은 6만8430원에 5년 간 사용한 뒤 양도받을 수 있다. 해당 기간 동안 품질보증 기간이 넘어도 문제 발생 시 기사 방문 케어와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신규 구매자 외에 이미 제품을 보유한 고객들 대상으로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품별로 대부분 월 900~2000원 수준인 케어 서비스를 최대 60개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제품 종합점검, 소모품 교체, 내·외부 청소 등을 제공한다.가전 구독 시장은 최신 제품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초기 진입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가전에 대해 위생·관리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들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 시장 선두 주자인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과 TV, 노트북 등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총 300여 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 품목을 선택하고 계약 기간(3~6년)과 방문 관리, 기간 등을 정한 뒤 산정된 월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LG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기준 구독 사업 누적 매출이 1조2386억 원(케어 서비스 매출 제외)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인 9628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년 동기(6885억 원)와 비교해도 80%가량 증가한 숫자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취직, 독립, 결혼, 육아 등 생활방식 변화가 많은 2030세대에서 가전 구독 수요가 늘고 있다”며 “대형 가전의 관리, 애프터서비스(A/S) 등에서 장점을 가진 구독 방식이 환영받는 것”이라고 말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가깝다고 생각한 미래는 생각보다 멀었고, 멀었다고 생각한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올해 재계 2위 SK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경영진에게 해온 말이다. 손에 잡힐 듯했던 전기차 붐은 대중 시장 침체로 다시 멀어진 반면에 영화 속 아이언맨에게나 있을 줄 알았던 인공지능(AI)은 2024년의 한국 산업계를 내내 끌고 다녔다. 또 한 번의 연말을 맞으며 산업계 그 누구도 1, 2년 뒤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지난주엔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가 파산하면서 여기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와 폭스바겐도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사실을 전하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이었던 노스볼트는 이제 일주일 치 운영 자금과 8조 원의 빚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국내 주요 그룹들도 한국 첨단산업의 주요 두 축인 배터리와 반도체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한 해를 보냈다. 배터리 3사의 북미 공장 계획 발표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만 해도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매년 평균 63%씩, 유럽은 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업체에서 올해 9월까지 집계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성장률(중국 제외)은 12.5%에 그친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 SK 모두 조 단위 적자에 허덕였던 메모리 산업은 올해 AI가 거세게 이끄는 반도체 붐을 맞았다. 기업의 물밑에 있었던 장면들은 이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SK하이닉스가 10조 원을 주고 인텔로부터 인수해 온 낸드플래시 부문(현 솔리다임)이 지난해 4조 원의 적자를 내자 내부 경영진은 투자 최종 책임 소재를 서로 미루느라 바빴다. 기존에 갖고 있던 키옥시아 낸드 생산라인조차 개점휴업 상태가 되자 이를 고대역폭메모리(HBM) 라인으로 바꾸자는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불과 한 해 뒤인 올 들어 AI 서버 시장이 만개하자 낸드 사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태원 회장은 직접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불과 1년 전 오늘 누구도 배터리와 반도체의 이 같은 교차를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변화의 파도가 닥쳤을 때 생존과 도태의 법칙은 늘 똑같다. 좌초 위기에서 생존하려는 기업은 바람의 방향을 따라 유연하게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 과도하게 적재된 화물은 던져야 하며, 고박(固縛·화물을 묶음)이 약했던 곳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 또다시 파도 속으로 나가야 하는 기업들의 두 번째 기회를 받쳐 주는 게 정부, 국회의 역할이다. 반도체는 그나마 여당이 당론으로 특별법이라도 추진 중이지만, 지금 파고를 견뎌야 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적자 속에서 법인세 감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중국 CATL은 상반기에만 7000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 중이다. 테슬라 출신인 노스볼트의 최고경영자(CEO) 칼슨은 사임하면서 정치인, 기업, 투자자들에게 “녹색 전환을 두려워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에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왔을 때 “멀게 생각한 미래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고 한탄하지 않으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

삼성이 그룹 차원의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 강화에 나선다. 과거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거친 ‘전략통’ 최윤호 삼성SDI 사장(61)을 신규 조직 수장에 깜짝 발탁했다. 28일 삼성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산하에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 사장을 신임 경영진단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따라 그룹 각 계열사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은 “경영진단실 신설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신설된 경영진단실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컨설팅 역할과 동시에 감사 기능을 갖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7년 해체됐던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은 삼성 계열사에 ‘저승사자’로 불리며 임직원 비리 적발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문제점을 잡아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장급 인사도 경질로 이끌었던 그룹 경영 핵심 팀이었다.신임 경영진단실장으로 발탁된 최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삼성의 대표적 전략통이다.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 임원, 사업지원TF 부사장,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을 거쳤다. 삼성SDI 대표를 맡으며 캐즘(수요 둔화)에도 흑자를 지켜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삼성은 “글로벌 경험과 사업 운영 역량을 갖춘 최윤호 사장의 리더십을 통해 관계사별로 내실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굳건히 다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이 전날 반도체(DS) 부문 쇄신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경영진단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대내외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며 위기 돌파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기술 초격차를 되찾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신무역질서에도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과 대응 능력 강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준감위 연간 보고서에서 삼성의 상황을 ‘사면초가’에 비유하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 계열사 수장에는 ‘기술통’들이 전면 배치됐다.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61)이 선임됐다. 최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KAIST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1986년 하이닉스반도체 D램 설계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마이크론을 거쳐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반도체사업(DS) 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쳤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는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58)이 승진 선임됐다. 이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 학사, 포항공대 화학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1992년 삼성에 입사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및 공정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다. 삼성SDS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전자공학 석박사인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55)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이로써 삼성전기를 제외한 삼성 전자계열사 CEO들이 연쇄 교체됐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그룹은 각 관계사가 보유한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협력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계 도입 및 기술 경쟁력 강화, 인재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컨설팅·평가, 탄소 저감 설비 도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ESG 고위험 협력사 현장 컨설팅, 생성형 인공지능(AI) 과정 등 임직원 무상 교육, 비즈니스 파트너사 온라인 전용 채용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세 패턴 웨이퍼를 협력사에 제공해 중소 장비업체의 기술 개발 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한편 ‘반도체 아카데미’를 운영해 SK하이닉스의 기술 및 지식을 협력사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SK㈜, SK텔레콤, SK에코플랜트 등 5개 SK 계열사는 중소 비즈니스 파트너사들과의 꾸준한 상생 노력을 인정받아 ‘2023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별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종합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협약 이행평가 결과를 합산해 총 5개 등급(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으로 분류된다. 1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SK텔레콤은 2003년 업계 최초로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 전담 부서를 신설해 중소 파트너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귀 기울여 왔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그 결과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도입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줄곧 최우수 등급을 지켜오고 있다. 재무, 인사, 경영 전략 등의 분야에서는 △동반성장펀드 △AI 역량 강화 교육 지원 △비즈니스 파트너사 온라인 전용 채용관 운영 등 다채로운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 AI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파트너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해 ‘동반성장 아카데미’에 AI 관련 콘텐츠를 보강하고 생성형 AI 무상 교육을 진행하는 등 AI 역량 강화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파트너사들을 위해서는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SK텔레콤 비즈 파트너 채용관’을 개설해 우수 인재 채용을 돕고 있다. 8년 연속 최우수 등급에 선정된 SK에코플랜트 역시 협력사와 동반성장, 상생협력에 힘쓰고 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4대 실천 사항 내용을 사규 및 업무 지침에 반영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정거래 이행 실태 점검과 표준 하도급 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