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노조 사무국장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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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5-07-05~2025-08-04
문화 일반51%
인사일반20%
문학/출판10%
기획7%
무용3%
사고3%
칼럼3%
기타3%
  • 900만송이 튤립밭서 피어난 왕따-퀸카의 우정… “넌 한계가 없어”

    “파퓰러! 넌 이제 곧 파퓰러∼.” 마법의 나라 오즈 북부 길리킨에 있는 시즈 대학. 예쁘고 인기 많은 퀸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뛰어다닌다. 피부가 초록색인 탓에 친구가 없는 왕따 ‘엘파바’(신시아 이리보)를 꾸며주는 일에 신난 것. 원래 룸메이트인 글린다와 엘파바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앙숙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은 뒤엔 ‘절친’이 된다. 글린다는 엘파바의 머리를 매만져주고 화장하는 법도 알려준다. “모든 걸 바꾸면 앞으로 넌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치켜세운다. 20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오즈의 나라 마녀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 가득한 사교적 퀸카 글린다와 무뚝뚝하고 정의감에 찬 왕따 엘파바는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싫어했지만, 점점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영화는 2시간 40분의 상영시간 중 대부분을 둘의 대학 생활에 할애하며 이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 후반부 오즈의 독재자가 된 마법사에게 대항하기 위해 엘파바가 길을 떠날 때 최고조에 이른다. 글린다는 “넌 뭐든지 할 수 있다. 한계가 없다”고 응원한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엘파바를 ‘백인’ ‘금발’ 등 기득권과 주류의 상징처럼 그려지는 글린다가 품어주며 화해한다. 영화는 2005년 만들어진 뮤지컬 ‘위키드’를 충실히 복원했다. ‘라이온 킹’의 뒤를 이어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단, 이번 작품은 뮤지컬 1막에 해당하는 내용까지만 다뤘고 속편이 예고된 상태다. 서사와 연출은 뮤지컬 흐름대로지만 영상미는 훨씬 화려하다. 먼치킨랜드의 형형색색 꽃밭을 보여주기 위해 900만 송이의 튤립을 직접 심었다.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화려한 기차는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후반부 엘파바가 노래를 부르며 빗자루를 타고 활강하는 장면은 액션 영화라 불러도 손색없다. 영화는 개봉 첫 주 전 세계에서 1억6420만 달러(약 2294억 원)를 벌어들이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뮤지컬 ‘위키드’로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원작은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매과이어(70)가 1995년부터 순차적으로 출간한 동명의 장편소설(사진)이다. 소설은 ‘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두드러진다.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당으로 등장했던 ‘서쪽마녀’가 모함으로 인해 악(惡)으로 몰리게 되는 과정 등을 다루며 인간 심리를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소설은 엘파바가 태어난 뒤 부모에게 미움을 받은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 목사인 엘파바의 아버지는 액막이 의식을 준비하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엘파바의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어달라고 빈다. 아이를 고치기 위해 마법의 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자 “초록색 아이만으로 충분한 모욕”이라며 “마법은 부도덕한 자들이나 의지하는 도피처”라고 분노한다. 뮤지컬과 영화에서 엘파바는 ‘선한 영웅’으로 그려지지만, 소설에선 다르다. 엘파바는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분노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에겐 친절하지 않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엘파바는 사랑을 주는 일에도 인색하다. 동물을 돕는 건 초록색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처럼 취급받았던 과거 때문이고, 글린다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건 열등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암시한다. 성녀도 악녀도 아닌 엘파바 덕에 인간을 선악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소설은 분명히 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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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는 착하고, 퀸카는 나쁘다?…영화 ‘위키드’-원작 소설 비교[선넘는 콘텐츠]

    “파퓰러! 넌 이제 곧 파퓰러~”마법의 나라 오즈 북부 길리긴에 있는 시즈 대학. 예쁘고 인기 많은 대학 퀸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뛰어다닌다. 피부가 초록색인 탓에 친구가 없는 왕따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를 꾸며주는 일에 신난 것.사실 룸메이트인 글린다와 엘파바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앙숙’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은 뒤엔 ‘절친’이 된다. 이후 글린다는 엘파바의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상징 같은 분홍색 옷도 선물한다. 글린다는 “패션과 머리를 꾸미는 법까지 모든 걸 바꾸면 앞으로 넌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며 “핑크랑 초록색이 잘 어울린다”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이기지 못할 싸움은 없어”…뮤지컬처럼 ‘여성 우정’ 다룬 영화20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처음엔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미워했던 두 젊은 여성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 이 때문에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 중 대부분을 엘파바와 글린다의 대학 생활에 할애한다.특히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 후반부 ‘오즈의 마법사’에 대항해 글린다가 길을 떠날 때 두드러진다. 글린다는 엘파바를 따라가진 않지만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며 “넌 뭐든지 할 수 있다. 한계가 없다”고 응원한다.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엘파바를 백인에 금발을 지닌 글린다가 품는 것. 우정이 차별을 다독일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특히 영화 막바지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부르는 노래 ‘Defying Gravity’는 두 사람 관계를 상징한다. 3옥타브 파까지 내지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와 연기가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우정을 표현하는 것. “우리가 이기지 못할 싸움은 없어/너와 내가 중력을 벗어나면/우리 함께 중력을 벗어나면”이같은 연출은 뮤지컬 ‘위키드’와 유사하다. ‘라이온킹’의 뒤를 이어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흥행작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 그 덕에 영화는 개봉 첫 주 오프닝 수익으로 전 세계에서 약 1억64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브로드웨이 원작 영화 중 ‘레미제라블’(2012년)을 제친 최고 오프닝 수익이다.다만 영화는 뮤지컬보다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준다는 게 다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동쪽 나라인 ‘먼치킨랜드’에서 형형색색의 꽃밭을 보여주기 위해 900만 송이의 튤립을 직접 심어 완성했다. 또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화려한 기차도 영화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특히 영화 후반부 글린다가 노래를 부르며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활강하는 모습은 액션 영화라 손색없을 정도로 장엄함을 불러일으킨다.● “사악하게 태어났을까”…‘악의 본질’ 탐구한 소설반면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5년부터 출간한 장편소설 ‘위키드’(전 6권·민음사)는 ‘악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두드러진다.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서쪽 마녀’가 사실 선(善)이고, 동화에서 선한 역할을 맡았던 오즈가 악(惡)이라는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인간 심리를 심도 있게 다룬 것.특히 소설은 초반부 엘파바가 부모에게 미움을 받은 과정을 자세히 그린다. 소설에서 엘파바가 태어난 뒤 아버지는 액막이 의식을 준비한다. 찬송가를 부르면서 엘파바의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어달라고 빈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직업은 목사. 아버지는 자신의 ‘초록색 아이’를 고치기 위해선 마법의 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자 이렇게 소리친다.“어찌 감히 그런 망발을! 이 집에서! 이 초록색 아이만으로 (내 삶에 대한) 충분한 모욕이야. 마법은 부도덕한 자들이나 의지하는 도피처요. 말짱 사기가 아니라면 위험한 악이지! 악마와의 계약이라고!”더군다나 엘파바가 태어난 이후 어머니 멜레나는 이상한 약을 먹는다. 초록색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양팔이 없는 동생이 태어나는 일이 일어난다. 영화에선 동생이 휠체어에만 타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선 팔까지 없는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이다.작가가 악의 본질에 천착하게 된 건 ‘제임스 불거 살인 사건’ 때문. ​1993년 영국 리버풀에서 당시 만 2세였던 제임스 패트릭 불거가 당시 만 10세였던 두 소년에 의해 납치돼 잔인하게 죽은 사건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아이들이었던 사건이 과연 악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작가는 2021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회했다.“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아이들이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두가 이렇게 물었다. 그 소년들이 어떻게 그렇게 사악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사악하게 태어났을까,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상황이 있었을까? 그것은 나를 다시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사악함에 대한 질문으로 몰고 갔다.”● “사랑 주는 법 모르는 엘파바”…선한 영웅 맞나?소설은 더 나아가 과연 엘파바가 정말 선한 영웅이 맞는지도 질문한다. 예를 들어 엘파바는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박해와 차별에 격렬히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에겐 애정을 보이지 않는 모습도 지녔다. 엘파바가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엘파바를 단순한 영웅으로만 그리진 않는 것이다.원작 소설을 번역한 송은주 번역가는 “아버지의 사랑받는 딸이 되고 싶었으나 좌절당한 엘파바는 그 결핍을 채울 수가 없어 평생을 괴로워하면서 뒤틀린 삶을 산다”며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까지도 사랑을 줄 줄 모른다. 그것이 엘파바의 비극이다”라고 평가한다.이처럼 엘파바는 오로지 선의에 의해서만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동물을 돕는 건 초록색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처럼 취급받았던 과거 때문이고, 퀸카 글린다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건 열등감이 있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 때문에 우린 엘파바를 보며 공감한다. 한 인간은 선과 악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걸 이 작품이 보여주기 때문. 이 지점이 고전동화(‘오즈의 마법사’)를 현대소설(‘위키드’)로 탈바꿈시킨 지점일 것이다.“마녀는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전에도 늘 그랬다. 오즈의 혹독한 정치적 기류에 쓰러지고 내동댕이쳐지는 바람에, 그녀는 말라비틀어져 뿌리도 내릴 수 없게 된 묘목 꼴이 되어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러나 저주는 그녀가 아니라 오즈의 땅 위에 내렸다. 오즈가 그녀의 삶을 뒤틀어 놓았을지언정 한편으로는 그녀를 강력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던가?”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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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티즈, 美 ‘빌보드 200’ 두 번째 1위…‘골든 아워’도 통했다

    그룹 에이티즈가 ‘골든 아워 : 파트 2’(GOLDEN HOUR : Part.2) 미니 음반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는 25일 ‘골든 아워: 파트 2‘가 18만4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Album Units)으로 ‘빌보드 200’에서 1위로 데뷔했다고 밝혔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해 앨범 유닛을 계산한다. 빌보드에 따르면 에이티즈의 신보는 이번 차트 집계 기간 17만9000장의 음반 판매량을 올려 ‘톱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골든 아워: 파트 2‘는 대부분 한국어로 돼 있고, 비(非) 영어 앨범이 1위를 기록한 26번째 사례이자 올해 한정으로는 세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또 “1위를 기록한 26개의 비 영어 앨범 가운데 17개는 대부분 한국어로 이뤄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에이티즈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멤버들은 온전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곡에 담았다. 에이티즈가 ‘빌보드 200’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정규 2집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윌’(THE WORLD EP. FIN: WILL) 이후 두 번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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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4세 가왕 조용필 콘서트, 2030팬들도 ‘떼창’

    “팬들이 절 아직도 ‘오빠’라고 부릅니다.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조용필&위대한탄생’. 검은색 선글라스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가왕’ 조용필(74)이 1만5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오빠”라고 환호했다. 이에 질세라 한 남성 팬이 “용필이 형님”이라 소리쳤다. 조용필은 폭소를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같이 부르면 힘이 납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노래방에 왔다고 생각하고 노래 부릅시다.” 조용필이 이어 마이크를 잡고 명곡들을 연달아 불렀다. 조용필이 ‘단발머리’(1980년)의 가사 ‘비에 젖은 풀잎처럼/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를 읊조리자 60, 70대 노년 여성 팬들이 그 시절 소녀로 돌아간 듯 눈을 반짝였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 가사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가 울려 퍼질 땐 40, 50대 중년 남성 팬들이 번쩍 일어나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그래도 돼’ 가사 ‘이제는 믿어 믿어 봐/자신을 믿어 믿어 봐’가 흐르자 20, 30대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달 22일 발매한 스무 번째 앨범 ‘20’을 기념해 열렸다. 오후 6시가 되자 KSPO돔이 암전됐고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했다. 객석의 누군가가 ‘조용필’ 이름 석 자를 연호했다. 장내는 순식간에 가왕을 찾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조용필은 ‘아시아의 불꽃’(1985년) 등 연달아 5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주목할 건 공연이 세대 화합의 장이었다는 것. 조용필의 주 팬층인 중년 여성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찾아온 팬도 많았다. 한 여성은 초등학생 딸의 손을 단단히 잡고 노래를 따라 불렀고, 노년의 부부가 어깨동무하며 콘서트를 지켜보기도 했다.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딸,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찾아온 모습도 보였다. 반응이 최고조로 이른 건 후반부 ‘모나리자’가 흘러나올 때였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라는 열창에 팬들은 모두 일어나 방방 뛰었다. 조용필은 록스타처럼 직접 기타를 메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협주하며 흥을 돋웠다. 마지막 곡은 ‘바운스’(2013년).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라고 외치며 조용필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2시간 10분 동안 30여 곡이 이어진 공연에 지치지 않고 참여한 팬들을 향한 헌사였다.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용필은 수십 번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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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4세 ‘오빠’ 조용필, 1만5천관객 인생을 하나로 아울렀다

    “팬들이 절 아직도 ‘오빠’라고 부릅니다.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조용필&위대한탄생’. 검은색 선글라스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가왕’ 조용필(74)이 1만5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오빠”라고 환호했다. 이에 질세라 한 남성 팬이 “용필이 형님”이라 소리쳤다. 조용필은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같이 부르면 힘이 납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노래방에 왔다고 생각하고 노래 부릅시다.”조용필이 이어 마이크를 잡고 명곡들은 연달아 불렀다. 조용필이 ‘단발머리’(1980년)의 가사 ‘비에 젖은 풀잎처럼/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를 읊조리자 60, 70대 노년 여성 팬들이 그 시절 소녀로 돌아간 듯 눈을 반짝였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 가사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가 울려 퍼질 땐 40, 50대 중년 남성 팬들이 번쩍 일어나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그래도 돼’ 가사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가 흐르자 20, 30대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이날 공연은 지난달 22일 발매한 스무 번째 앨범 ‘20’을 기념해서 열렸다. 오후 6시가 되자 KSPO돔이 암전됐고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했다. 객석의 누군가가 ‘조용필’ 이름 석 자를 연호했다. 장내는 순식간에 가왕을 찾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조용필은 ‘아시아의 불꽃’(1985년) 등 연달아 5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주목할 건 공연이 세대 화합의 장이었다는 것. 조용필의 주 팬층인 중년 여성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찾아온 팬도 많았다. 한 여성은 초등학생 딸의 손을 단단히 잡고 노래를 따라불렀고, 노년의 부부가 어깨동무하며 콘서트를 지켜보기도 했다.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딸,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찾아온 모습도 보였다.반응이 최고조로 이른 건 후반부 ‘모나리자’가 흘러나올 때였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라는 열창에 팬들은 모두 일어나 방방 뛰었다. 조용필은 록스타처럼 직접 기타를 메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협주하며 흥을 돋웠다.마지막 곡은 ‘바운스’(2013년).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라고 외치며 조용필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2시간 10분 동안 30여 곡이 이어진 공연에 지치지 않고 참여한 팬들을 향한 헌사였다.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용필은 수십 번 외쳤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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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의 K콘텐츠 무한 사랑… “‘무빙’ 열풍 이을 주인공은 ‘조명가게’”

    “미스터리한 골목길, 생과 삶의 갈림길에서 ‘조명가게’를 만나십시오.” 2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선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4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일본, 중국, 홍콩,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언론사 관계자 500여 명 앞에서 자랑스럽게 강조한 것이다. 디즈니가 아시아 지역 콘텐츠 쇼케이스를 대규모로 연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콘텐츠 업계에선 그동안 넷플릭스에 밀렸던 디즈니가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디즈니의 관심이 특히 두드러졌다. 강 사장은 “‘카지노’와 ‘무빙’은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며 “높은 품질을 고집하는 디즈니의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에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 사장에 이어 등장한 데이나 월든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부분 공동 회장도 “‘무빙’은 우리의 길잡이이자 영감이 돼 주는 작품 중 하나다. 대담하면서도 탁월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에 대한 디즈니의 관심은 행사 규모에서부터 드러났다. 국내서만 100여 개 매체를 초청했고 김수현, 주지훈, 김혜수, 박보영 등 디즈니 드라마에 참여한 정상급 배우도 다수 초대했다. 20, 21일 이틀 동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앞 컨벤션센터에선 언론 간담회뿐 아니라 ‘스타의 밤’처럼 일반 팬들을 위한 행사도 대규모로 마련했다. 디즈니는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등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포토존도 별도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무빙’의 각본을 쓴 강풀 작가의 신작 ‘조명가게’는 적극적인 홍보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영화 ‘모아나2’ 등 주요 신작 옆에 ‘조명가게’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주지훈의 얼굴이 담긴 간판을 세웠다. 이 외에도 ‘트리거’(액션), ‘파인’(범죄), ‘하이퍼나이프’(메디컬), ‘나인 퍼즐’(스릴러)처럼 다채로운 한국 작품을 소개했다. 일본 콘텐츠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20일 강 사장이 디즈니 산하 케이블 채널 FX가 제작한 드라마 ‘쇼군’에 대해 “큰 히트를 기록했다”고 강조하자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쇼군’은 올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에서 단일 작품으로 역대 최다인 1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 디즈니가 투자했지만 출연진과 대사가 일본인·일본어라는 점에서 일본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선 글로벌 자본이 일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콘텐츠 투자가 높아졌듯 ‘쇼군’ 이후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일본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며 “제작비가 치솟고 신선도가 떨어진 한국 콘텐츠 업계도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싱가포르=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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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지극히 ‘합법적’이었던 독재자, 히틀러

    “아리아인 혈통이 아닌 공무원은 퇴직 처분한다.” 1933년 나치 독일에서 제정된 ‘직업공무원제의 재건을 위한 법’ 제3조 제1항이다. 나치 독일이 순수 독일혈통으로 인정한 아리아인을 빼곤 독일에선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다고 법 조항에 단단히 명시한 것이다. 당시 나치는 인종주의를 내세웠다. 특히 구속력이 있는 법으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려 했다. 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이 법률가들이다. 법률가들은 인종은 민족의 자연적 토대라는 철학적 토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법은 민족국가에 대한 질서이므로 인종과 법이 연결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인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나치 독일에선 다양한 인종주의적 법률이 만들어졌다. ‘제국시민법’은 독일혈통 또는 독일계와 혈연이 있는 국민만이 제국 시민이라고 명시했다. ‘독일혈통 및 독일명예 수호를 위한 법’은 유대인과 독일인 간 결혼을 금지했다. 평범한 독일인들도 법에 따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유대인을 차별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윤리학·정치철학 교수인 저자가 나치 독일의 법을 분석한 사회과학서다. 나치의 법률가들이 아돌프 히틀러(1889∼1945)를 위해 법을 뜯어고친 과정을 들여다본 것. 저자는 “나치 법률가들은 민주주의 규범의 전복과 제도 파괴에 팔 걷고 나섰다”고 지적한다. 주목할 건 나치 독일의 사법제도가 ‘합법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히틀러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나치 독일의 ‘수권법’은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제48조에 기반했다. 극우와 극좌가 난무하던 당시 바이마르공화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거대한 권력을 부여한 제48조가 이후 히틀러가 집권한 뒤 독재를 펼치는 데 토대가 된 것. 나치 법률가들은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여러 차례 있었던 대통령의 긴급명령과 히틀러의 독재엔 법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사실 학술서에 가까운 책이라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꼼꼼한 분석을 통해 법이 정치에 굴복하면 국가가 어떻게 파탄 나는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법대로 해”라고 외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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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가정은 미리 맛보는 천국”…배우 정은표 부부 에세이

    “행복한 가정은 미리 맛보는 천국이다”배우 정은표는 에세이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허술한 우리’(오늘산책)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얻은 행복을 표현한 것. 정은표는 “저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다. 여러분은 천국에 살고 있냐”고 독자에게 묻는다.각종 드라마에서 감초로 활약하는 정은표와 그의 부인 김하얀 씨가 함께 쓴 에세이다. 신간엔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가득하다. 매일 아침 아내의 부은 발을 주무르는 아빠,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면 우당탕 달려 나오는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매일 웃고 떠는 일상이 녹아 있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구나 바라는 행복이 가득한 모습을 보다보면 질투까지 난다.“밤 12시쯤 촬영이 끝났다. 차를 달려 집에 도착한 후 아내가 깰까 봐 조심조심 들어가는데 아내가 달려 나오며 나를 꽉 안아준다.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면서 수고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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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2의 기훈, 돈 아닌 복수 위해 게임 참가”

    “시즌1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어리숙한 캐릭터였어요. 반면 시즌2에선 복수하기 위해 다시 게임의 주최자들을 찾고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로 변하죠.” 황동혁 감독(53)은 올 8월 1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에서 시즌1, 2의 가장 큰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훈이 ‘프런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황 감독은 “인기 있던 모든 캐릭터를 제가 죽여버려서 이제 새로 그들을 대체할 좋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며 “게임을 지속할 것인가, 그만두고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가 시즌2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활용된다”고 했다. “투표를 이용해 ○와 ×로 나뉘는 그룹들을 보여주면서 현재 각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편 가르기, 선 긋기를 부각하려 했어요. 나와 남을 구별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으로 서로를 규정짓고 서로를 공격하는 갈등에 대해서도 묘사해 보려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시즌2 공개 약 4개월 전에 진행됐다. 시즌2 프리뷰 영상을 기자들에게 공개했지만 간담회 내용은 엠바고(보도유예)가 해제되는 13일 이후 소개할 수 있었다. 황 감독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김지연 퍼스트맨 스튜디오 대표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배우들도 자기가 탈락한 이후의 대본은 모른 채로 찍었다. 끝까지 대본을 아는 배우가 몇 명 없다”고 했다. 시즌2는 해외 팬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고 한다. 황 감독은 “한국에서 탄생한 이야기지만 똑같이 작품을 사랑해 준 전 세계의 팬들이 있기 때문에 직관적인 요소를 넣어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으로 만들려고 신경 썼다”며 “어릴 때 한 번쯤은 다 해봤던 한국의 고유한 게임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하는 게임도 시즌2에 있다”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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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세대 달군 ‘조용필 신드롬’

    《“청춘아, 그래도 돼” 조용필의 위대한 위로이 길에 힘이 겨워도또 안된다고 말해도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차오르는 숨을 쏟아내도떠밀려서 가진 않았지내 어깨 위를 누른 삶의 무게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어》“74세 가수의 신곡이라고요? ‘레전드’네요.” “스무 살 재수생인데 수능 아침에 듣고 가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에 공개된 가왕 조용필(74)의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조회 수 1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특히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착각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사산한 지 3개월 됐는데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다”는 반응이다. 특히 20, 30대 호응이 더욱 뜨겁다. 한 취업준비생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렸는데,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직장의 부당한 괴롭힘에 버티다 못해 퇴사했는데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1990년생이라 소개한 팬은 “삶이 힘들어 곡을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스무 번째 앨범 ‘20’을 공개한 뒤 ‘조용필 신드롬’이 불고 있다. ‘20’은 그가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 앞서 64세에 ‘바운스’를 내놓았을 때처럼 ‘가요계 대선배’ 같지 않은 도전적 행보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선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이제 ‘가왕’에서 ‘가황’을 노리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보에 20, 30대가 끌리는 건 젊은 음악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 특히 새로 공개된 곡은 팝, 전자댄스음악(EDM)을 녹인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곡 ‘타이밍’은 경쾌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사랑에는 타이밍/인생에는 타이밍/중요한 건 타이밍” 하고 반복되는 소절 덕에 따라 부르기 쉽다. 신보에 트로트는 없고, 록(‘그래도 돼’), 일렉트로닉(‘타이밍’), 발라드(‘왜’)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르로 가득 채웠고, 젊은 세대도 호응하고 있다. 청춘을 응원하는 가사도 젊은 팬이 끌리는 요소다. 특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사랑과 설렘을 표현한 ‘단발머리’(1980년), 애절함과 그리움을 녹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를 불렀던 조용필이 어른으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신보에 해외 음악가가 다수 참여한 것도 음악이 젊어지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돼’ 프로듀싱은 마르틴 한센, 콘래드 슈얼, 미첼 루이스 등 외국 프로듀서가 맡았다. 또 아이유 노래들의 가사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에게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맡기는 등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옛 음악뿐 아니라 최신 해외 음악을 즐겨 들으며 시대와 호흡한다”며 “신보에 한국 아이돌 곡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만든 곡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시작해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기존 팬에 새로 유입된 젊은 팬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 중인 콘서트 기대 댓글엔 “50대 엄마랑 80대 할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의 아이돌. 엄마 모시고 같이 간다”는 반응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이미 서울 공연은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외곽 좌석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조용필) 선생님이 전 객석을 다니면서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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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아침에 들을래요” “불확실한 미래에 위로를”… 2030 홀린 ‘조용필 신드롬’

    “74세 가수의 신곡이라고요? ‘레전드’네요.”“스무 살 재수생인데 수능 아침에 듣고 가려 합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에 공개된 가왕 조용필(74)의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이다. 뮤직비디오는 12일 기준 조회 수 11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6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특히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착각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들려주면서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다”, “아이를 사산한 지 3개월 됐는데 노래를 듣다 울어버렸다”는 반응이다. 특히 20, 30대 호응이 더욱 뜨겁다. 한 취업준비생은 “불확실한 미래에 흔들렸는데,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고 간다”고 했다. 자신을 20대 후반이라고 밝힌 다른 팬은 “직장의 부당한 괴롭힘에 버티다 못해 퇴사했는데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1990년생이라 소개한 팬는 “삶이 힘들어 곡을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스무 번째 앨범 ‘20’을 공개된 뒤 ‘조용필 신드롬’이 불고 있다. ‘20’은 그가 2013년 ‘헬로’ 이후 11년 만에 낸 정규 음반. 앞서 64세에 때 ‘바운스’를 내놓았을 때처럼 ‘가요계 대선배’ 같지 않은 도전적 행보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요계에선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으며 이제 ‘가왕’에서 ‘가황’을 노리고 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보에 20, 30대가 끌리는 건 젊은 음악을 가득 채웠기 때문. 특히 새로 공개된 곡은 팝, EDM(전자댄스뮤직)을 녹인 신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곡 ‘타이밍’은 경쾌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사랑에는 타이밍/인생에는 타이밍/중요한 건 타이밍”하고 반복되는 소절 덕에 따라 부르기 쉽다. 신보에 트로트는 없고, 록(‘그래도 돼’), 일렉트로닉(‘타이밍’), 발라드(‘왜’)처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장르를 가득 채웠고, 젊은 세대도 호응하고 있다. 청춘을 응원하는 가사도 젊은 팬이 끌리는 요소다. 특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사랑과 설렘을 표현한 ‘단발머리’(1980년), 애절함과 그리움을 녹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를 불렀던 조용필이 어른으로서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신보에 해외 음악가가 다수 참여한 것도 음악이 젊어지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그래도 돼’ 프로듀싱은 마틴 한센, 콘라드 스웰, 미첼 루이스 등 외국 프로듀서가 맡았다. 또 아이유의 가사를 지은 것으로 유명한 작사가 김이나에게 ‘찰나’ 등 4곡의 노랫말을 맡기는 등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옛 음악뿐 아니라 최신 해외 음악을 즐겨 들으며 시대와 호흡한다”며 “신보에 한국 아이돌 곡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이 만든 곡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시작해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기존 팬에 새로 유입된 젊은 팬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예매 중인 콘서트 기대 댓글엔 “50대 엄마랑 80대 할머니 모시고 3대가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 엄마의 아이돌. 엄마 모시고 같이 간다”는 반응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 YPC 관계자는 “이미 서울 공연은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외곽 좌석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며 “(조용필) 선생님이 전 객석을 다니면서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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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년만에 돌아온 글래디에이터, 이번엔 바다로

    《“돌격!”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모의 해전 ‘나우마키아’. 루시우스(폴 메스컬)의 지시에 맞춰 검투사 수십 명이 절도 있게 노를 젓는다. 검투사들의 얼굴엔 어떤 두려움도 없다. 검투사들의 배는 곧 로마 군단의 배에 강하게 충돌한다. 불이 나고 연기가 가득하다. 검투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로마 배로 뛰어 들어간다. 커다란 검으로 냉정하게 로마 군인들의 목을 자르고 심장을 꿰뚫는다.》로마 군인들은 겁에 질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물 아래로 뛰어든다. 곧 상어가 다가와 온몸을 갈가리 찢는다. 로마 시민들은 자신들의 군인들이 죽는데도 오히려 환호한다. 전쟁에 빠져 로마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쌍둥이 황제’처럼 잔혹하게 소리친다. “죽여라! 죽여라!” 로마 검투사의 운명을 그린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가 24년 만에 돌아온다. 13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2’로. 전작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고대 로마를 웅장하게 표현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관왕에 오른 명작. 전 세계에서 4억6058만 달러(약 6429억 원)를 벌어들인 전작을 만든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87)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신작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최고의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 년이 흐른 후가 배경이다. 막시무스와 공주 루실라(코니 닐슨) 사이의 혼외자인 루시우스가 어릴 적 생존을 위해 로마를 떠났다가 다시 검투사로 로마에 입성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신작이 방점을 둔 건 ‘물’이다. 전작이 로마 콜로세움의 단단한 땅에서 벌어지는 결투를 실감 나게 그렸다면 신작은 물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신작은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단이 북아프리카의 해안 도시 누마디아를 침공하는 첫 장면을 해전으로 웅장하게 표현한다. 수백 척의 로마 함대가 지중해를 가득 채우고, 각종 무기를 이용해 해안 성벽을 부수는 장면 덕에 아이맥스 등 특별관에서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중반부 ‘살라미스 해전’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모의 해전도 볼거리다. 스콧 감독은 콜로세움을 실물 크기의 60% 축소판 세트로 지었다. 물을 채우고 상어를 푼 뒤 옛 로마의 수전극(水戰劇)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제작비 3억1000만 달러(약 4325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액션 장면에 공을 들였다. 스콧 감독은 지난달 25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엔터테인먼트가 목적인 영화지만 로마의 건축, 의상, 생활 양식까지 세세하게 조사해 역사적 정확성을 추구했다”며 “그 시대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고 했다.다만 서사는 아쉽다. 루시우스가 아내를 잃고 로마에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후반부엔 아버지가 사랑한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148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길다고 의식해서일까. 검투사들을 부리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가 영화 후반부 로마의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계략은 다소 성급하게 압축한 듯하다. 전작이 황제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폭정 열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신작의 쌍둥이 황제 게타(조지프 퀸),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연기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전작과 달리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점도 흥행엔 걸림돌이다. “속편은 위험한 작업이다. 다들 1편보다 별로일 것이라 생각한다”는 스콧 감독의 말처럼 관객의 기대가 높은 ‘속편의 저주’가 흥행을 저해할 수도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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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작가님’ 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소개할듯

    소설가 한강(54·사진)이 다음 달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서 우리말 소개를 들으며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옮긴 박옥경 번역가는 최근 스웨덴 한림원 측으로부터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소개하는 연설의 마지막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박 번역가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남편인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와 함께 스웨덴어로 번역했다. 노벨 문학상 시상식은 주로 스웨덴어로 진행된다. 다만 수상자를 무대로 맞아들이는 마지막 문장은 작가의 모국어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친애하는 ‘한강’ 작가님 나와 주세요”라고 부르는 식이다. 한강은 시상식 사흘 전인 다음 달 7일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수상자 공식 강연을 한국어로 진행할 예정이다. 강연 내용은 영어, 스웨덴어로 번역돼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박 번역가는 남편과 함께 한강의 강연을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일도 맡았다. 통상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시상식 전 공식 강연을 통해 소감을 밝힌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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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뷔-빙 크로스비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만났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미국 가수 빙 크로스비(1903∼1977)의 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재해석해 발표한다. 1942년 발표된 기존 곡에 뷔의 목소리를 입힌 듀엣 형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다음 달 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전 세계 동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라는 두 아이콘이 시대를 초월한 협업을 했다”며 “크로스비의 듀엣곡은 1977년 데이비드 보위와의 협업 이후 47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홀리데이 인’의 삽입곡으로 유명하다. 같은 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 등 수많은 팝 스타들이 불렀다. 빅히트뮤직은 “뷔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캐럴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일부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크로스비를 향한 뷔의 오랜 존경심에서 시작됐다. 뷔는 2022년 크로스비의 ‘이츠 빈 어 롱, 롱 타임’을 부른 영상을 올리는 등 그동안 크로스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크로스비 공식 채널은 당시 “뷔는 훌륭한 ‘재즈 크루너’(부드럽고 친밀한 스타일로 부르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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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이수만? ‘잘파 팝’ 승부수

    ‘Produced by S.M. Lee’ 신생 엔터테인먼트 회사 ‘A2O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영상들 후반부에 붙어 있는 문장이다. 이 영상들엔 10대들이 아이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겼다. 누가 올린 것인지,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지만 ‘S.M. Lee’란 단어를 보면 가요계 관계자들은 자연스레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72)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미 영상들엔 “이 전 총괄이 칼을 갈고 준비한 것 같다”는 댓글도 달리고 있다. 이러자 이수만 전 총괄이 앨범 제작을 통해 가요계에 복귀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직접 프로듀싱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SM 인수전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특히 영상에는 특히 이른바 ‘루키즈’로 명명된 음악 꿈나무들이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 전 총괄은 영상에서 ‘잘파 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잘파 세대’(Z세대+알파 세대)를 겨냥한 아이돌을 만든다는 점을 암시한 것. 그가 지난해 3월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진출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은 지난해 2월 하이브에 보유 SM 주식을 매각하면서 ‘3년간 국내 프로듀싱 금지’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총괄 측은 A2O를 통한 신인 데뷔가 이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본사, 미국·일본·중국에 각각 지사를 두고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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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뷔, 빙 크로스비와 듀엣곡 ‘화이트 크리스마스’ 발표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미국 가수 빙 크로스비(1903∼1977)의 곡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재해석해 발표한다. 1942년 발표된 기존 곡에 뷔의 목소리를 입힌 듀엣 형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6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전 세계 동시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뷔와 크로스비라는 두 아이콘이 시대를 초월한 협업을 했다”며 “크로스비의 듀엣곡은 1977년 데이비드 보위와의 협업 이후 47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194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홀리데이 인’의 삽입곡으로 유명하다. 같은 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 등 수많은 팝 스타들이 불렀다. 빅히트뮤직은 “뷔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캐럴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일부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이번 작업은 크로스비를 향한 뷔의 오랜 존경심에서 시작됐다. 뷔는 2022년 크로스비의 ‘이츠 빈 어 롱, 롱 타임’을 부른 영상을 올리는 등 그동안 크로스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크로스비 공식 채널은 당시 “뷔는 훌륭한 ‘재즈 크루너’(부드럽고 친밀한 스타일로 부르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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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로제 “날 짓밟은 악플 노래 새앨범에 담아”

    “한국 문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27)가 4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APT.)’의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가 지난달 18일 공개 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진입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자 뿌듯함을 드러낸 것. 로제는 “사람들이 점점 더 한국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팬들의 반응을 이제는 완전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 로제는 앨범 제작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로제가 고른 몇 가지 듀엣곡 후보 가운데 ‘아파트’를 선정한 것이 마스였다고. 로제는 “다들 ‘(마스가)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지만 저는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아파트’의 뜻을 묻는 마스에게 한국 ‘술게임’이라고 말해주자 ‘멋지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음 달 6일에는 정규 1집 ‘로지’가 공개된다. 새 곡들은 ‘아파트’와는 다른 결의 노래들이라고 한다. 로제는 “취약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인 20대에 관한 앨범”이라며 “삶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인 20대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로제는 악플로 인한 고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글을 찾아보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는 내 머릿속에 기억될 악성 댓글로 가득한 토끼굴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취약하고 중독돼 있는지, 사랑과 이해를 받고 싶은 갈망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댓글들은 나를 무너뜨린다”고 고백했다. 로제는 새 앨범에 악플과 관련된 노래도 수록했다. 로제는 집과 작업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앨범을 완성했다. 그는 “정오에 일어나 오후 2시에 작업실에 도착한 뒤 오후 7∼10시까지 곡을 쓰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제 취미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내 결정에 따라 앨범을 만들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며 “앨범을 듣는 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아파트’는 5일 공개된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2억7000만 뷰를 돌파해 3억 회 달성을 앞두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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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로 한국 문화 알릴 수 있어 기뻐”

    “한국 문화는 가장 흥미로운 문화 중 하나입니다. 한국 문화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쁜 일입니다.”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는 4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지난달 18일 공개 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입성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자 뿌듯함을 드러낸 것. 로제는 “사람들이 점점 더 한국 문화에 관해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며 “곡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이제는 완전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로제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쏟아냈다. 예를 들어 마스는 노래를 작업할 당시 ‘아파트’가 술자리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로제가 정한 몇 가지 듀엣곡 후보 가운데 ‘아파트’를 선정한 것도 마스였다.로제는 “마스가 ‘아파트’를 부를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했다”며 “다들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다. 저는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로제는 또 “‘아파트’의 뜻을 묻는 마스에게 한국 술 게임이라고 말해주자 ‘멋지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다음달 6일 공개되는 솔로 정규 1집 ‘로지’에 대한 내용도 공개됐다. 특히 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신나는 리듬이 가득한 ‘아파트’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한다. 로제는 “‘로지’는 취약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인 20대에 관한 앨범”이라며 “삶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인 20대를 노래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가 평범한 여자 친구 혹은 소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앨범에는 자신이 겪은 ‘악플’에 관한 경험도 담겼다고 한다. 로제는 인터넷에서 악플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는 자기 버릇에서 영감을 얻었다. 로제는 “내가 (온라인) 세상에 얼마나 취약하고 중독돼 있는지, 사랑과 이해를 받고 싶은 갈망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나쁜) 댓글들은 나를 무너뜨린다”고 했다.로제는 집과 작업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며 앨범을 완성했다고 한다. 지난해 블랙핑크 동료인 리사에게 앨범을 들려줬을 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로제는 “정오에 일어나 오후 2시에 작업실에 도착한 뒤 오후 7∼10시까지 곡을 쓰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제 취미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앨범을 만들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 앨범을 듣는 이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로제는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솔직하고 열린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고 했다.‘아파트’는 5일(현지 시간) 공개된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도 2억7000만 뷰를 찍었고, 3억 회 달성을 앞두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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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내일부터 일주일간 열려…30개국 104편 상영

    성소수자 영화를 소개하는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7~13일 일주일 동안 열린다. 올해 14회를 맞은 영화제에선 30개국 영화 104편이 상영되는 등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경쟁작을 소개하는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 부문에서는 ‘인류학입문’, ‘끓네’ 등 8편을 처음 공개한다. ‘해피투게더’, ‘패왕별희’ 를 소개하는 홍콩 영화 특별전도 개최한다. 개막작인 레이 영 감독의 ‘모두 다 잘될 거야’는 홍콩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다. 성 소수자 정체성은 물론 가족, 노년 문제까지 다뤘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퀴어 영화 작품상 ‘테디상’을 받았다. 김승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동성결혼 문제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다룬 영화”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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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대학입시 vs ‘장식품’ 입양아… 끝모를 인간의 위선 고발[선넘는 콘텐츠]

    “미리 주는 거야.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봉사해야 해.” 작은엄마 연경(김희애)은 고등학생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공헌단체에서 증명서를 위조한 뒤 조카에게 생색낸 것이다. 물론 조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연경이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비웃을 정도로 오만하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한국 사회의 위선을 파고든 작품이다. 특히 자녀의 ‘입시’ 문제에선 범법 행위도 저지르는 한국 부모의 왜곡된 모습에 대한 환멸이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엔 등장인물들은 모범적이다. 영화에서 연경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아침이면 남편과 아들의 밥을 차린다. 늦은 밤엔 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서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성실하다. 하지만 연경도 자녀 문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 고등학생 아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선생의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자 의사인 재규(장동건)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남편이 다니는 대학병원 봉사활동에 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공정 논란’을 불러온 특정 사건들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특히 영화 중반부 아들이 노숙자를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연경의 위선은 극에 달한다. 아들의 범행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연경은 “우리 아이가 그랬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한다. 허진호 감독은 올 9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들어갔다”며 “교육 문제, 빈부 문제, 상류층의 책임감 같은 문제를 담았다”고 했다.이에 비해 네덜란드 소설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출간한 원작 장편소설 ‘더 디너’(민음사)는 등장인물들의 위선을 ‘입양아’ 문제로 담았다. 특히 소설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이자 정치인인 형 세르게는 입양아를 키우고 있다. 자신이 낳은 두 아이가 있지만, 따로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입양한 것이다. 하지만 세르게의 동생 파울은 “입양은 세르게한테 와인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장식품”이라며 “세르게는 더 자주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유색 인종에 대한 왜곡된 시선, 친자식과 입양아에 대한 차별을 교묘하게 녹인 것이다. 영화가 한국 특유의 가족 간 호칭에 집중해 긴장감을 살린 점도 특징이다. 동서 간인 지수(수현)와 연경 사이에 나이 문제를 집어넣어 신경전을 극화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연경은 지수에게 ‘저기요’라는 호칭을 쓴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관계상으론 손위인 지수를 차마 형님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다. 이에 비해 소설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물들이 위선적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세르게는 레스토랑 여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식당 주인이 자신을 위해 테이블을 빼놓을 만큼 지위가 높다는 사실에 취해 선을 넘는다. 식사 때마다 자신이 마셔 본 와인에 대해 강연을 늘어놓을 정도로 잘난 척하기도 한다. 영화가 주연 4명의 내면을 돌아가며 따라가지만, 소설은 파울의 시선에서만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 덕에 소설에선 “망각은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큰 법”이란 문장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가 강렬히 느껴진다. 자식을 향한 뒤틀린 욕망을 갖거나 고고한 척 살아가지만 본인의 이익 앞에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어디든 있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전 세계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또 한국 외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서도 영화화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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