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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견습생)’가 20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부인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겼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를 뜻하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전기 영화는 현지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됐다.트럼프 측은 당사자인 이바나가 강제 성관계를 부인했는데도 이란계 감독이 무슬림에게 적대적인 자신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고 격분했다. 영화를 ‘쓰레기(garbage)’라고 폄훼하며 소송까지 예고했다. 11월 대선을 약 반년 앞두고 2016년 대선 직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정작 그의 지지율은 거듭된 성추문에도 별다른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쓰레기” vs 감독 “인간적 묘사”이 영화는 1970, 80년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의 부동산 거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을 맡았던 서배스천 스탠(42)이 젊은 시절의 트럼프를 연기했다.논란이 된 부분은 이바나가 남편의 외모를 비하하자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이바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77~1992년 결혼 생활을 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1989년 트럼프가 나를 바닥으로 밀친 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으며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93년 “강간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흡입 시술을 받고, 탈모를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기립박수가 8분간 이어졌다.트럼프 측 스티븐 청 대변인은 영화 공개 당일 “악의적인 명예훼손 겸 쓰레기”라며 “노골적인 허위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영화는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했고, 미 언론인 겸 작가 게이브리얼 셔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11월 미 대선 전에 개봉하려 하지만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시 감독은 “트럼프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소하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보라’고 권고했다.● ‘나치’ 논란까지 겹쳐도 지지율 굳건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가 올린 약 30초짜리 홍보 영상에서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돼 비판을 받았다.해당 영상에는 “트럼프의 재선 시 ‘제국(Reich)’의 탄생으로 미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 ‘Reich’가 나치 독일이 세운 독일 제3제국을 가리킬 때 썼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직접 제작한 영상이 아니며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직원이 실수로 게재했다”며 영상을 내렸다.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나오는 증언 또한 연일 화제다. 앞서 13일 법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측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발언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당시 그는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제시했다.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다. 미 하버드대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의 15, 16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3%로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47%)보다 6%포인트 높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고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17~20일 조사에서 그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21일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했다. 그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사망자가 탑승객인지 승무원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승객은 “비행기가 급격하게 하강하는 과정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다른 승객이 좌석 위 수화물 칸에 머리를 부딪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각종 조사에서 종종 세계 1위 항공사로 꼽히는 싱가포르항공에서 안전 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점에 충격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보잉 777-300ER 기종인 런던발 SQ321편은 오후 3시 45분경 방콕에 비상착륙했다. 해당 비행기에는 승객 211명, 승무원 18명 등 총 22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싱가포르항공은 탑승객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며 “고인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항공사 측이 정확한 부상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태국 현지 매체, BBC 등은 최소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지 응급구조대는 부상자들을 활주로 밖으로 옮긴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공항 활주로에 구급차가 줄지어 들어서는 모습, 난기류를 만난 당시의 기내 상황 등이 담긴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승객들의 물건과 기내식 카트에 실린 음식이 바닥에 엉망으로 흩뿌려진 모습들이다. 영국 항공 전문가 존 스트릭랜드 씨는 BBC에 “심각한 난기류로 인한 부상이 잦지는 않지만 때로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례는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난기류에 더 취약한 장소가 있다고도 덧붙였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내가 여러분이 만난 사람 중 가장 ‘루저’일 수 있지만 지금은 성공했다. 실패해도 괜찮은 게 인생이다.” 미국 억만장자 기업가 로버트 헤일(57)이 16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주 다트머스의 다트머스대 졸업생 1000여 명에게 각각 1000달러(약 136만 원)씩을 ‘깜짝 선물’로 안겼다. 한국에도 유명한 뉴햄프셔주 하노버 소재 다트머스대와 다른 학교다. 그는 통신업체 그래닛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창업자이자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의 지분을 보유했다. 포브스가 추정한 자산은 최소 54억 달러(약 7조3600억 원)다. 헤일은 이날 졸업식 연설자로 참석해 학생들에게 각각 500달러가 든 현금 봉투 2개씩을 나눠 줬다. 하나는 학생 개개인이 갖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하라는 취지다. 그는 연설에서 닷컴 버블 붕괴 직후였던 2002년 당시 운영하던 회사가 파산하는 등 성공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을 기억하고 보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강조했다. 헤일은 다트머스대 이전에도 보스턴대, 퀸시칼리지 학생들에게 똑같은 선물을 했다. AP통신은 “그는 내년에도 다른 대학의 졸업식에 나타나 같은 기부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어느 대학에 등장할지로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980년대 미국 월가에서 불법 내부자 거래로 부를 축적했다가 덜미가 잡혔던 ‘악질 주식중개인’ 이반 보스키(사진)가 2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7세.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스키의 딸이 ‘아버지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영면했다’고 밝혔다”며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1937년 디트로이트의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회사 내부정보를 몰래 빼낸 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벌여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NYT에 따르면 전성기 때 순자산이 2억8000만 달러로 현재 가치로 8억1800만 달러(약 1조1154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일당의 밀고로 덜미가 잡히며, 당시 벌금 1억 달러와 징역 3년6개월 형을 받았다. 보스키는 검찰과 플리바게닝(형량 거래)을 통해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켄을 붙잡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뉴욕남부지검 검사장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다.고인은 영화 ‘월 스트리트(1987년)’에서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위선적 기업사냥꾼 역할 ‘고든 게코’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그가 체포 3일 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졸업식 연설에서 했던 “탐욕은 좋은 것”이란 말은 영화에서 그대로 사용됐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미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와 밀착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자기 숨졌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그의 부재가 이란의 미래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에까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한 뒤 미국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는 데 매우 부정적이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합의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줄곧 하마스 후원자를 자처했고, 올 4월에는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사상 첫 직접 공격도 단행할 만큼 전쟁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라이시의 사망으로 이란이 (서방을 향해) 강경한 방향으로 치닫고, 중동을 지역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가던 변혁의 시대는 일단 일단락을 짓게 됐다”면서 이란과 국제사회에 ‘불확실성’을 안겼다고 평했다. 다만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노선이 여전히 건재한 하메네이의 승인으로 이뤄졌고, 보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대외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美 상원의원 “라이시 없는 세상, 더 안전” 라이시 대통령의 전임자로 ‘유화파’로 꼽히는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은 2015년 미국 등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맺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서방은 이란에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란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에 이어 7개월 뒤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그해 11월 핵합의 복원을 위한 대화 재개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은 물밑 접촉 과정에서 합의 복원에 부정적이었다. 일각에선 이란이 이스라엘 등에 대리 공격을 강화하기 전 서방에 긴장 완화 ‘눈속임’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 사망 직전인 이달 14일에도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과 아브람 페일리 이란 특사는 중재국인 오만에서 회담을 나눴다. 양측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고 오만 당국자가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회담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이란 당국자는 최근 몇 주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그의 사망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각에서는 그가 ‘핵합의 복원의 장애물’로 작용했다면서 그의 사망을 반겼다. 야당 공화당의 대(對)이란 강경파 릭 스콧 상원의원은 1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없는 세상이 더 안전하고 더 나아졌다”고 썼다.● 하마스 “순교자” vs 이스라엘 “우리와 무관”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비롯해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단체 후원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 왔다”며 “찬탈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은 이런 이란의 지원 속에 각각 이스라엘과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망이 확인되자 하마스는 그를 ‘순교자’로 칭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모범적 지도자였다”라고 애도했다. AP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며 초강경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면서 “그의 사망으로 중동 긴장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논평했다. 그간 종종 이란 고위 인사 암살에 관여했던 이스라엘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번 사고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이스라엘 배후설’ 같은 음모론을 의식한 반응으로, 자칫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이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개에 불을 붙일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란과 밀착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섰던 중국과 러시아는 20일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한 뒤 한 달 뒤 중국의 중재로 중동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를 재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라이시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 이란 국민에게는 엄청난 상실”이라며 “중국은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를 ‘뛰어난 지도자’로 칭하며 애도 성명을 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야간에 촬영한 영상도 이젠 차량 번호판까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8일 경기 하남시 감일동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이곳에서는 전국 고속도로 내 교통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 설치한 8472대 폐쇄회로(CC)TV를 한데 모아 볼 수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가 지난해 8월 중부내륙선 불정1교에서 오후 8시경 촬영된 CCTV 영상을 화면에 띄웠다. 오가는 차량 헤드라이트의 영향으로 빛 번짐이 심해 차량 여러 대가 멈춰 섰지만 단순 정체인지 사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전 영상이 촬영된 장소와 같은 곳에 설치한 신형 ‘다봄 CCTV’ 영상을 띄우자 차량 번호판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이 선명해졌다. 안개가 끼거나 일출, 일몰처럼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차종과 차량 구분선 등 도로 상황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기존 CCTV로는 야간에 차량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검지율)가 52.6%였는데 신규 CCTV 도입 후 99.5%로 올라 사고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수월해졌다”며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고속도로 내 교통정보전광판(VMS)에 올리고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사고보다 6배 더 위험한 ‘2차 사고’ 2차 사고는 교통사고(1차 사고) 또는 차 고장 등으로 정차한 차량이나 도로에 나온 운전자를 뒤에서 따라오던 차량이 추돌해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사고 현장을 확인하거나 다른 차량에 사고 상황을 알리려고 차량에서 내려 도로에 나왔다가 2차 사고가 발생한다. 올해 1월 경부고속도로 천안 분기점에선 4.5t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쓰러지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지나던 1t 트럭 운전자가 차량을 세우고 도로로 나왔다. 하지만 뒤따르던 16.5t 트럭이 현장을 덮치면서 4.5t 트럭과 1t 트럭 운전자가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4일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도 20대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이는 2차 사고로 숨졌다. 이 남성은 앞서가던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가 난 뒤 차량 밖으로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1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 치사율은 54.3%로 일반 사고 평균 치사율 8.4%의 약 6.5배다. 고속도로에서는 일반적으로 차량이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해 제동거리가 길어진다. 이 때문에 사고 상황을 인지하더라도 순간적으로 피하기 어려워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선 사고 상황을 후방 차량에 신속하게 알리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중부내륙선, 불정교 등 23곳에 신형 ‘다봄 CCTV’를 설치해 2차 사고 대응에 나섰다. 신형 CCTV는 안개가 끼더라도 가시거리가 1000m로 기존 150m의 6.7배로 향상됐다. 터널 입·출구에도 역광 현상으로 사각지대가 있었지만 신형 CCTV는 카메라 기능 등을 보완해 현장 상황을 뚜렷하게 볼 수 있어 사고 여부를 식별하기 쉬워졌다. 신형 CCTV로 촬영한 고화질 영상은 현재 전국 방송사 17곳과 정부 부처 및 기관 등 70곳에 제공되고 있다.● 시청각 총동원한 ‘2차 사고’ 방지 기술 도로 시설물에 설치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도 2차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충격을 감지할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경고등을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에 20m 간격으로 설치하면 사고 발생 시 적색 LED 등을 연속적으로 점멸해 1km 이상 떨어진 후방 운전자에게 경고할 수 있다. 사고를 알리기 위해 도로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려다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전방사고 알림’ 가로등 시스템 개발에 3년간 15억7000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고 현장 인근의 가로등이 동작 감지 센서 등으로 사고를 인지하면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뒤쪽 가로등에 사고 사실을 알리는 방식이다. 가로등 조명 밝기와 색 종류를 바꾸는 것을 넘어 불빛 점멸, 경보 알람 설치 방식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리로 터널 내 사고를 감지하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터널 내에 설치된 음향 센서가 충돌음, 타이어 펑크 소리 등을 수집하면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이 소리를 분석해 사고 발생 여부를 판단한다. 사고로 분류되면 터널 밖 전광판에 내부 상황을 알린다. 매연이나 분진, 터널 입·출구 역광 등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효과적이다. 장진환 건설기술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서울 홍지문터널 등 12곳에 도입될 정도로 성능이 검증됐다”고 했다.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차량이 멈추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거나 외부 충격으로 차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동해 벌어지는 2차 사고를 막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은 정면 혹은 측면 충돌 사고로 차량 에어백이 터지면 작동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2차 사고 방지의 핵심은 사고 발생 시 즉각 정보를 알려 후방 운전자가 방어 운전하게 하는 것”이라며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서 라디오 또는 내비게이션으로 인근 운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경보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경기 성남에 있는 대왕판교 고속도로 요금소.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접근하는 길목인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인공지능(AI) 기반 적외선 카메라와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근적외선을 통해 10인 이하 승용차의 내부를 촬영하면 AI가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한다. 이 기술로는 외부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틴팅(선팅) 차량도 식별해 단속할 수 있다. AI 기술로 포착한 교통안전 인식 수준은 어땠을까. 19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7개월간 대왕판교 고속도로 요금소 상행선 승용차 23만1938대를 ‘안전띠 착용 자동검지시스템’으로 조사한 결과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18.3%로 집계됐다. 뒷좌석에 사람이 타고 있는 차량 10대 중 2대 남짓 안전띠를 맸다는 뜻이다. 2018년 9월 모든 도로에서 차량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해당 조사를 보면 나 홀로 운전차량에서는 안전띠 착용률이 88.4%,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만 있는 상황에서는 82.8%로 집계됐다. 하지만 뒷좌석 탑승자가 1명이면 안전띠 착용률이 20.3%, 2명인 경우 모두 안전띠를 맨 비율은 11.7%로 더 낮아졌다. 뒷좌석 탑승자가 3명인 상황에서 3명 모두 안전띠를 맨 차량은 1대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에 따르면 해외 국가 중 독일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6%에 달했다. 영국(92%), 프랑스(90%), 미국(78%) 등도 높았다. 일본도 43%로 한국보다 높다. 이 때문에 AI 기술로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사망 교통사고 탑승자의 14%는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제대로 매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57.1% 줄어든다는 한국ITS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가족 단위 차량 등 탑승자가 많을수록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안전띠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불편하더라도 전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는 걸 생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11월 미국 대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해 이른바 ‘오바마 연합(Obama Coalition)’ 재건에 나섰다. ‘오바마 연합’은 2008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선 승리에 일등공신이 된 흑인과 청년층, 대졸 이상 고학력 백인을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준 ‘성난(Angry) 백인’의 재결집으로 지지율에서 앞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 지지층 다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이 최근 고물가와 중동 전쟁 등으로 집권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나흘 내내 흑인 달래기 나선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칼리지에서 졸업 축하 연설을 한다. 모어하우스 칼리지는 남북전쟁 직후 해방된 흑인 노예 교육을 위해 설립된 흑인 남성 대학이다. 1968년 피살된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 대학 출신으로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이다.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배우 새뮤얼 잭슨 등을 배출한 흑인 엘리트 대학으로도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흑인 라디오 방송 출연을 시작으로 17일에는 워싱턴의 미국 아프리카 아메리칸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공립학교 인종분리정책 위헌 판결 70주년 기념 연설과 흑인 민권운동의 주축이 된 학생회 연합인 ‘디바인 나인(Divine Nine)’ 대표 만찬을 가졌다. 또 18일에는 애틀랜타에서 대선 캠프 행사를 한 뒤, 19일엔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을 거쳐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흑인단체 만찬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흑인 유권자의 결집을 호소했다. 18일 대선 캠프 행사에선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두 번째 임기에서 가할 위협은 1기 때에 비해 더 거대할 것”이라며 “조지아주가 내가 (2020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 이유이며, 내가 올해 전직 대통령(트럼프)에게 다시 승리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지아주는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주에 속한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2020년 대선에선 유권자 중 33%를 차지한 흑인들의 몰표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0.25%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연설에선 “트럼프는 (국민)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위한 나라를 원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졸업식 연설서 반전 시위 움직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표심을 다잡아 민주당의 대선 승리 공식인 ‘오바마 연합’을 재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대선에서 표를 몰아준 흑인 유권자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 상당수를 아직 실현하지 못한 데다 고물가로 체감 경기가 악화되자 등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흑인 실업률은 지난해 4월 4.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1년간 약 1%포인트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4일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선 흑인 유권자 63%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92%의 몰표를 줬던 표심과는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갈등도 여전하다. 모어하우스 칼리지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이 학교 측에 행사 취소를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 교수진조차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내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할 때 박수를 치지 말고 등을 돌리자는 내용의 전단이 배포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토머스 총장은 “졸업식을 방해하는 파괴적인 행동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졸업식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졸업을 앞둔 칼렙 체가예는 미 ABC방송에 “바이든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나는 단지 졸업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962년 흑인으로는 미국 최초로 우주비행사 후보로 발탁됐지만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던 에드 드와이트(사진)가 62년이 흘러 91세 나이로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게 됐다. 무사히 귀환하면 ‘흑인 최초’는 아니지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드와이트는 19일(현지 시간) 출발하는 미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에 나선다. 그를 포함해 총 6명이 탑승한다. 비영리재단 ‘인류를 위한 우주’가 그의 비행 비용을 후원했다. 1933년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드와이트는 공군 조종사로 활동했다. 1962년 우주비행사를 육성하기 위한 ‘항공우주 연구조종사 학교(ARPS)’의 유일한 흑인으로 뽑혔다. 한 해 전 옛 소련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먼저 성공한 상황에서 존 F 케네디 당시 미 행정부는 이를 상쇄할 만큼의 화제성을 모으고 미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홍보하기 위해 흑인 선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는 196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최종 우주비행사 명단 14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1966년 전역해 조각가 등으로 활동했다. 드와이트는 수차례 인터뷰에서 “당시 ARPS 교장 등이 나에게 꾸준히 자퇴를 종용했다”며 ‘인종차별’ 때문에 우주비행사로 뽑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끼이익.” 3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곳에서는 차량이 우회전할 때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EB)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안전운전 관련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차량 속도를 시속 20km에서 시속 60∼70km로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주야간 상황을 가정해 어떤 상황에서 AEB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실험을 이어갔다. 연구원들은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효과적으로 인식하려면 센서가 차량 측면에도 달려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우회전 전 일시정지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연구소에선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발견하면 ‘알아서’ 제동을 거는 장치인 ADAS의 효과적인 작동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ADAS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충돌 자체를 막아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ADAS의 진화는 완전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은 충돌 피해 저감 장치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ADAS가 고도화될수록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이 담보돼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AS 기술 고도화될수록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ADAS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 작동하는 각종 제어 기술들을 가리킨다. 대표적 기술로 전방의 물체를 감지해 차량 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적응형순항제어장치(ACC)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등이 있다. 이 중 주행 중에 전방충돌 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AEB는 운전자 고령화로 인한 페달 오조작 사고가 늘면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기존 장치들이 사고 발생 시 운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ADA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위험을 미리 감지해 사고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인 셈이다. ADAS의 사고 예방 효과는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와 연구 결과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2019년 9월 미국 미시간대 교통연구소와 제너럴모터스(GM)가 GM 차량 370만 대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ADAS는 사고 가능성을 최대 80% 이상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미국 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실시한 ADAS 사고 예방효과 분석에서도 ADAS는 전방 추돌 가능성은 최대 56%, 후방 충돌은 최대 78%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 비해 의무화 비율 떨어져 이처럼 ADAS의 사고 효과가 입증됐지만 국내의 ADAS 의무 장착화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나마 비상자동제동장치는 대중화돼 있지만 2022년 의무화된 이후 신규 개발 제작 차량으로 한정돼 있다. 그마저도 경형 승합차와 초소형차는 의무 장착에서 제외됐다. 차로이탈경고장치도 9m 이상 승합자동차 및 차량 총중량 20t을 초과하는 화물·특수차량만 의무화 대상이라 대중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관희 보험개발원 시험연구팀장은 “2015년 현대차 제네시스에 ADAS가 처음 보급된 후, 현시점 기준 20%가량의 차량에 ADAS가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5년 이후 신차안전도평가(NCAP)의 안전 등급 평가에 AEB, 전방충돌경보, 사각지대 감지 기능 등이 포함되면서 2022년 기준 신차의 90% 이상에 ADAS가 장착됐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김승기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ADAS 의무화에 앞서 신차 평가에 해당 기술이 포함돼 필수적으로 보급화가 이뤄지면서 대중화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고령 운전자에게 보급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2022년 5월 충돌피해 경감 브레이크(AEBS)와 페달 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등 각종 ADAS가 탑재된 ‘서포트카’를 구입할 시 운전면허 갱신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고령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발전 가능성 높은 ADAS 기술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단계에서 ADAS 기능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ADAS가 특정 범위에서만 작동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운전자가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특히 ADAS는 우천, 야간, 노면 표시가 없는 도로 등에서는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애플 엔지니어였던 월터 황(당시 38세) 사망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을 조사한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당시 자율주행모드로 차로에서 거의 지워져 있는 차선을 달리던 월터 황의 테슬라 차량은 기존 차선에서 이탈해 보다 선명한 왼쪽 차선을 따라가다 고속도로 분기점에 있는 분리대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터 황은 당시 차량의 자율주행기술만 믿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자 부주의와 ADAS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복합적 사고였던 셈이다. 국내에서 ADAS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2019년 21건, 2020년 23건 등 매년 20건을 웃도는 수준이다.국내에서는 ADAS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현재 진행 중이다. 보험개발원 기술연구소는 실제 도로에서 ADAS의 사고방지 성능개선을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의 평가기준 강화에도 일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소 측은 "올 11월 말이면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울미래모빌리티센터. 지난달 30일 센터 메인룸에 들어서자 가로 약 7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면 정중앙에는 상암지구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지도와 운행 중인 차량이 색깔별로 스크린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스크린 왼쪽 상단에는 자율주행 중인 차량들의 현황이 자세하게 표시돼 있었고, 아래에는 공사 등 위험구간과 불법 주정차, 보행자 정보 등 대중교통 상황에 대한 정보가 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의 위치와 내부 영상, 주행 관련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센터에 전송된다”며 “현재 서울 상암지구 외에도 여의도 청계천 등 6곳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야 자율주행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해 민간 자동차 업계에서도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경찰과 지자체 등은 이와 관련한 교통안전 기술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찾은 센터 역시 곧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개관해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센터 메인룸 스크린 위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모니터링하는 핵심 기술은 ‘딥러닝 감지기’다. 자율주행 차량의 위치정보와 상태를 비롯해 차량이 지나갈 도로·신호 상황 등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룬다. 보행자의 위치나 무단횡단 상황 등까지 파악해 실시간으로 자율주행 차량에 정보를 전송한다. 센터 모니터링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업체인 ‘엔제로’ 이해춘 이사는 “딥러닝 감지기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자율주행 차량이 스스로 도로 위 불법 주정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스스로 판단하기까지 1분가량 걸렸지만 이젠 이 같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딥러닝 감지기는 신호등, 횡단보도 등 현재 서울 전역 250여 곳에 설치된 카메라 650대를 통해 운영된다. 센터 관계자는 “서울 전체 교차로가 5000여 곳이라 딥러닝 감지기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자율주행 차량 시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실제 도로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시험 운전자는 내년 3월 20일부터 의무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내년 9월까지 모든 시험 운전자가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내용은 자율주행 차량 관련 법령,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한 시험 운전자 주의사항 등 기본적 교통안전 지식 강의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와 배터리 등 ‘핵심 전략’ 부문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저가 수출 대응 차원으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반 관세 인상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9일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다음 주쯤 특정한 핵심 전략 부문에 대해서 대(對)중국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제품 전체에 관세를 인상했던 방안과 다른 방식”이라고 전했다. 핵심 전략 부문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전지 등이 해당되며, 나머지 부문은 현 관세를 대체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부과된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의 관세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한 결과로 나왔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침엔 유럽 등이 겪고 있는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과잉 생산은 중국이 자동차 등의 제품을 자국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해 해외 수출로 해소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값싼 중국 제품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육성해 온 미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르면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와 배터리 등 ‘핵심 전략’ 부문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할 전망이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반 관세 인상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블룸버그통신 등은 9일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다음주쯤 특정한 핵심 전략 부문에 대해서 대(對) 중국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제품 전체에 관세를 인상했던 방안과 다른 방식”이라고 전했다. 핵심 전략 부문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전지 등이 해당되며, 나머지 부문은 현 관세를 대체로 유지할 전망이다.미국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부과된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의 관세에 대해 오랜 동안 검토한 결과로 나왔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일삼는 국가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규정이다.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침엔 유럽 등이 겪고 있는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과잉 생산은 중국이 자동차 등의 제품을 자국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해 해외 수출로 해소하는 방식을 일컫는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값싼 중국 제품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육성해온 미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NYT는 “통계상으론 큰 피해를 입은 증거가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대응 전략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의 청원에 따라 처음으로 슈퍼 301조를 발동해 중국 조선·해운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같은달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 검토를 지시했다. 8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기술의 수입 금지 조치까지 고려한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대학가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가 고등학교로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8일(현지 시간) 일부 지역의 초중고 공립학교 관계자들이 하원이 개최한 ‘반유대주의 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난달 같은 청문회에서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학생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과 대조적으로 공립학교 관계자들은 “학생 시위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10대 미성년자를 대학생처럼 체포하거나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엘리스 스터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이 데이비드 뱅크스 뉴욕시 교육감에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징계할 것이냐”고 묻자, 뱅크스 교육감은 “(시위에 문제가 있을 순 있으나) 학생 시위를 막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샤피크 총장은 비슷한 질문에 “학생들이 대학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했던 것과 다르다. 또한 뱅크스 교육감은 “브루클린 고등학교에서 반유대주의 구호가 등장했다는 스터파닉 의원의 주장은 조사 결과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이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표 슬로건인 ‘강에서 바다까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에니키아 모르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교육감은 “이 문구가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데 사용된다면 반유대주의적일 수 있으나, 단순히 여러 관점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면 교육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디서든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슬로건이다. 샤피크 총장은 지난달 같은 질문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했다.‘반유대주의에 관한 교육자 및 학생들을 왜 징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뱅크스 교육감은 “중동전쟁 이후 최소 30명의 학생들을 정학시키고, 12명의 교직원들을 해임 및 징계했다”고 답했다. 또 “나는 반유대주의 뿐 아니라 이슬람 혐오 등 모든 혐오에 반대한다. 이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는 ‘교육’이지만 의회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되레 의회를 비판했다.다만 공립학교 관계자와 사립대 총장들의 입장이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존재한다. 이날 청문회에 불려온 교육 관계자들 모두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시에 소속돼 있다. 교육감은 4년 임기도 보장된다. NYT는 “게다가 이들은 부모, 교사, 학생들의 비판에 답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립대는 정부 지원금 및 유대계 부호들의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들이 기부자의 의사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원하는 답변이 정해져 있는 ‘답정너’식 청문회를 열고 있는 하원 다수당 공화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아이린 멀비 미 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런 청문회는 ‘매카시즘 2.0’이라고 주장했다.정치매체 액시오스는 8일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 전역의 고등학교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세 미만 고등학생들이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살렘, 텍사스주 오스틴 등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암 진단 후 좌절감도 느꼈지만, 지금은 암을 이겨낼 것이라는 결단과 희망의 느낌표로 가득 차 있다.” 6일(현지 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암 투병 중 대관식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왕의 측근들은 영국 더타임스에 찰스 3세가 투병 중에도 업무에 대한 열의에 불타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의 전통적인 신비주의를 탈피해 투병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의 행보가 되레 취임 초기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던 국민들의 시선을 반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2월 초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가 약 3개월 만에 외부 활동을 재개한 곳도 다름 아닌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HC) 병원 맥밀런 ‘암센터’였다. 지난달 30일 찰스 3세는 이곳을 방문해 지지자와 취재진에게 “많이 좋아졌다”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나도 오후에 치료를 받는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상태가 호전됐다는 주치의의 판단하에 찰스 3세는 다음 달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루히토 일왕 부부도 맞이한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왕위를 승계한 찰스 3세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찰스 3세가 영국의 ‘슈퍼스타’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결혼 기간 동안 현 부인인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였던 데다가, 다이애나 빈이 이혼 1년 만에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부부가 함께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실 인사들의 건강 상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금기를 깨고 찰스 3세에 이어 맏며느리인 캐서린 왕세자빈까지 올 3월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이 이들을 단순한 ‘특권층’이 아닌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여기에 찰스 3세와 캐서린 왕세자빈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공식 일정을 늘린 커밀라 왕비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영국 국민 21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모두 전년 4월보다 지지도가 상승했다. 찰스 3세가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년 49%에서 올해 56%로, 커밀라 왕비는 38%에서 43%로 각각 높아졌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암 진단 후 좌절감도 느꼈지만, 지금은 암을 이겨낼 것이라는 결단과 희망의 느낌표로 가득차 있다.”6일(현지 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암 투병 중 대관식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왕의 측근들은 영국 더타임스에 찰스 3세가 투병 중에도 업무에 대한 열의에 불타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의 전통적인 신비주의를 탈피해 투병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의 행보가 되레 취임 초기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던 국민들의 시선을 반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올 2월 초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가 약 3개월 만에 외부 활동을 재개한 곳도 다름 아닌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더(UHC) 병원 맥밀런 ‘암센터’였다. 지난달 30일 찰스 3세는 이곳을 방문해 지지자와 취재진들에게 “많이 좋아졌다”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나도 오후에 치료를 받는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상태가 호전됐다는 주치의에 판단 하에 찰스 3세는 다음달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나루히토 일왕 부부도 맞이한다.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왕위를 승계한 찰스 3세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찰스 3세가 영국의 ‘슈퍼스타’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결혼 기간 동안 현 부인인 커밀라 왕비와 불륜 관계였던 데다가, 다이애나비가 이혼 1년 만에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부부가 함께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왕실 인사들의 건강 상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금기를 깨고 찰스 3세에 이어 맏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까지 올 3월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이 이들을 단순한 ‘특권층’이 아닌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여기에 찰스 3세와 케이트 왕세자비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공식 일정을 늘린 커밀라 왕비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영국 국민 21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모두 전년 4월보다 지지도가 상승했다. 찰스 3세가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년 49%에서 올해 56%로, 커밀라 왕비는 38%에서 43%로 각각 높아졌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경찰이 지난달 18일(현지 시간)부터 대학가 시위 진압에 나선 뒤 지금까지 약 2200명(2일 기준)이 연행 또는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에서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AP통신은 2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108명이 체포된 이래 미 전역에서 약 2200명이 불법 시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UCLA 시위대의 강제 해산이 집행된 뒤 최소 200명이 LA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 에머슨대, 텍사스대 등은 각각 체포된 학생이 100명을 넘었으며, 전국 44개 대학에서 시위대가 연행됐다. 강경 진압 논란도 일고 있다. UCLA에서 경찰이 섬광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전국 생방송으로 전해진 뒤 캘리포니아 대학원생 4만8000명이 소속된 학술노조는 “평화적 시위를 제압하려고 무력을 사용했다”며 “경찰 개입을 요청한 대학들을 고소하겠다”고 비난했다. 뉴욕경찰(NYPD)은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NYPD는 2일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에서 한 경찰이 실수로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다트머스대에선 경찰이 65세 유대인 교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 개입이 되레 시위 참여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워싱턴대 학보는 “지난주까지 20여 개였던 농성 천막이 오히려 최근 13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워싱턴 지역 일부 대학 교수 및 교직원들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며 시위 참여를 선언했다. 다른 나라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시앙스포 학생들은 3일 표결을 통해 대학 주요 장소를 점거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시드니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경찰이 지난달 18일(현지 시간)부터 대학가 시위 진압에 나선 뒤 지금까지 약 2200명(2일 기준)이 연행 또는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등에서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AP통신은 2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108명이 체포된 이래 미 전역에서 약 2200명이 불법 시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역시 UCLA 시위대의 강제 해산이 집행된 뒤 최소 200명이 LA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 에머슨대, 텍사스대 등은 각각 체포된 학생이 100명을 넘었으며, 전국 44개 대학에서 시위대가 연행됐다.강경 진압 논란도 일고 있다. UCLA에서 경찰이 섬광탄과 고무탄을 발사한 장면이 전국 생방송으로 전해진 뒤 캘리포니아 대학원생 4만8000명이 소속된 학술노조는 “평화적 시위를 제압하려고 무력을 사용했다”며 “경찰 개입을 요청한 대학들을 고소하겠다”고 비난했다.뉴욕경찰(NYPD)은 진압 과정에서 실탄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NYPD는 2일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에서 한 경찰이 실수로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다트머스대에선 경찰이 65세 유대인 교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경찰 개입이 되레 시위 참여를 늘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워싱턴대 학보는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서자 지난주까지 20여 개였던 농성 천막이 최근 13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워싱턴DC 지역 대학 교수 및 교직원들은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며 시위 참여를 선언했다.다른 나라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시앙스포 학생들은 3일 표결을 통해 대학 주요 장소를 점거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시드니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한편 NYT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시위 사태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미국 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한 X(옛 트위터) 계정은 시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전체주의 미국” 등의 비난 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아이돌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달 16일 서울 노원구 지하철 6호선 태릉입구역 인근의 화랑로.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40분경 이 도로에선 신호가 바뀌기 전인데도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들 때문에 ‘꼬리물기’ 정체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같은 시간 시내 교통량 등을 관리하는 서울교통정보포털 상황실에 있는 ‘스마트 교차로 운영 시스템’ 화면엔 노란색 경고 표시가 올라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물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화랑로 교차로의 신호주기를 3∼5초 늘려야 한다”는 대응 방안이 자동으로 추산됐다. 꼬리물기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 차량을 따라가다 다른 차로에서 운행하던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무리하게 운행하다가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운전 습관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올 1월부터 동북권 주요 간선도로이자 꼬리물기로 인한 상습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노원구 태릉입구역 화랑로와 동일로, 노원로 등 주요 교차로 6곳에서 스마트 교차로를 시범 운영 중이다. ● 최적 신호 계산해 정체·사고 예방 ‘스마트 교차로’란 교차로의 교통량, 돌발 상황 등을 추출해 생성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신호를 산출하고 실시간으로 신호 시간을 조정하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획일적으로 정해진 신호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교통 체증 상황에 맞게 바뀐 신호 시간에 따라 운전할 수 있다. 노원구 화랑로 일대에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28대와 레이더 검지(檢知)기 2대, 공간측정 라이다(LiDAR) 감지기 2대가 설치돼 있다. 최첨단 장비들이 차량 종류나 보행자 유무, 교통량, 신호 정보, 카메라 영상 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딥러닝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교차로별로 최적화된 신호 운영시간을 산출하는 데 이용된다. 최적 신호를 적용하면 차량의 신호 대기 시간은 줄고, 꼬리물기와 같은 돌발 상황으로 인한 교통 체증이나 사고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교차로를 도입했을 때 교통 지체 감소를 분석한 결과 시간대에 따라 지체도가 최소 6%에서 28% 가까이 줄어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전 시간대에 최적 신호를 반영하면 교통 체증 지체가 4분의 1 이상 감소하고, 통행 속도는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지능형 교통 시스템, 무단횡단 감지해 차량이 운전자에게 사고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도 서울에서 운영 중이다. 실시간으로 도로 위험정보를 수집하고, 전방 추돌 및 무단횡단 보행자 등의 위험 상황을 운전자에게 즉각 알리는 것이다. 서울의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도심 주요 도로 구간 740km 이상에 구축돼 있다. C-ITS 도로 인프라 중 딥러닝 검지기는 버스중앙차로 및 주요 교차로에 설치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도로 영상을 딥러닝 기반으로 분석한 후 객체를 인지해 무단횡단 보행자, 교차로 위험, 정류장 혼잡도 등의 위험 정보 총 34종을 수집 및 제공한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은 대중교통 운행 중 실시간으로 수집된 영상 분석을 통해, 포트홀 유무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만약 버스 운행 중 포트홀 사진이 접수되면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민에게 알린다. ● “오차 최소화해야”…알고리즘 개발 이 같은 효과에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도 스마트 교차로와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일선 지자체가 스마트 교차로 등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사업’을 운영 중이다. 경기 여주시, 충남 천안시, 전북 전주시 등이 스마트 교차로를 도입했다. 다만 AI가 최적 신호를 산출하는 만큼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교차로 정체는 신호 대기, 불법 주정차, 사고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AI가 정체 요인을 오인해서 최적 신호를 잘못 선정하면 오히려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딥러닝 기반의 학습이 충분히 되어 오류 및 오차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AI 수집,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사내벤처를 출범해 스마트 교차로 구간의 교통량과 차량 정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예정이다.스마트 교차로교차로의 교통량과 속도, 돌발 상황 등을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신호를 산출해 신호 주기에 반영하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오후 3시 3분 여의대로 6차로 시설물 보수 소식입니다. 공사지점 주의해서 운행하세요.”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교통정보포털(TOPIS) 상황실에선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 일대에서 시설물 보수 공사가 있다는 소식이 접수됐다. 같은 시간 여의도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200m 상공으로 비행한 드론이 해당 모습을 포착한 것.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상황실로 실시간 송출되자, 상황실 관계자가 진위를 확인해 공지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드론 시연을 거친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드론을 활용해 교통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하늘에서 촬영한 드론 영상으로 실시간 교통 상황을 관제하고, 정체 구간의 교통량을 분석하는 것이다. 드론은 200m 상공에서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교차로 구간 내 모든 차량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의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CCTV의 가시권에 들지 않는 사각 지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차량과 인파 이동을 확인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데 드론이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평상시 교통안전을 관리하는 데 활용할 뿐만 아니라 행사나 축제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할 때도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3, 4월 개최된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와 지난해 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 핼러윈 기간 중 주요 도로와 지하철역 인근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드론이 활용됐다. 드론이 차량과 인파 이동에 특이 사항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홍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선 CCTV 사각지대에서 쓰러져 있던 시민을 드론이 가장 먼저 발견해 응급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드론으로 해당 사고를 실시간으로 접해 119구급대와 연계해 응급실로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론은 교통량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그간 교통량 정보는 도로 인근에 설치된 검지기와 인력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론이 촬영한 항공 영상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TOPIS 상황실에서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면 바로 옆 화면에서는 AI 알고리즘이 분석한 교통량이 산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드론은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 바람, 눈 등의 악천후에선 비행이 불가능하다. 또, 아직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지 않아 자율 드론 비행은 불가능해 매번 조종사 두 명 이상이 동반해야 한다는 점 등이 한계로 꼽힌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