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미

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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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 사고-깊이 5m 넘는 대형 싱크홀 모두 안전도 낮은 4, 5등급서 발생했다[히어로콘텐츠/크랙中-①]

    2019년 12월에 1명이 숨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싱크홀(땅 꺼짐) 지점에서는 지하보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 지역이었다.지난해 8월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지점은 사천빗물받이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장 인근이었다. 안전지도에서 5등급 바로 위인 4등급 지역이었다.히어로팀은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깊이 5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6곳을 안전지도에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은 싱크홀 관련 자료를 201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사고 모두 4, 5등급 지역에서 일어났다. 6건 중 사망 사고는 여의동, 연희동, 강동구 명일2동 등 총 3건이었는데 인근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던 마포구 대흥동,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송파구 석촌동은 4등급 지역이었다.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여의동은 5등급이었다. 원인은 모두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되메우기 불량 등 인재(人災)였다.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전체 싱크홀은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총 132건 있었는데 90건(68.2%)이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하에 묻어 놓은 상하수관이 손상돼 지하수가 흘러나오거나, 주변 굴착공사로 인한 여파가 원인이었다.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을 파내는 굴착공사를 하려면 지반 안전을 증명하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명일2동 같은 경우 인근의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 평가를 통과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굴착공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싱크홀 68% ‘안전 취약’ 4, 5등급서… 공사부실 41%선 인명피해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보니8년간 132건중 90건 4, 5등급 몰려 인명피해 주요 원인 ‘굴착공사 부실’ 서울內 깊이 10m 공사장 300여곳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서 4, 5등급 “굴착공사 현장 수시 안전점검 필요”국토교통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132건 중 90건(68.2%)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의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 등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의 안전도는 낮아진다. 반면 안전도가 높은 1등급 지역인 관악구 대학동에서는 싱크홀이 한 번도 없었다.● 서울 싱크홀 68.2%는 4, 5등급 땅에서올해 1월 16일 서대문구 연희동 사천교 삼거리 인근에는 폭 1m, 깊이 1m의 싱크홀이 생겼다. 지하에서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로 연약해진 주변 지반을 보강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 지점은 지난해 8월 29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불과 500m 거리였다. 연희동은 안전지도에서 최하등급(5등급) 바로 위인 4등급이다.싱크홀 원인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63.6%는 ‘상하수도 및 매설물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수관이 깨져 물이 흘러나올 때 흙이 쓸려가며 싱크홀이 생기는데, 지하 1∼2m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가 큰 심각한 싱크홀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최근 10년간 벌어진 서울 싱크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굴착 공사 부실로 싱크홀 사고가 난 경우 40.7%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반면 지하 매설물 손상으로 발생한 싱크홀이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지금도 196곳 대규모 굴착 공사 진행 중히어로팀 취재 결과 현재도 4, 5등급 지역에서는 대규모 굴착 공사가 여럿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 현장 300여 곳 주변 도로를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사 중이다. 이 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에서 4, 5등급이었다. 5등급인 강동구 고덕2동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포함해 10곳에서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전문가들은 굴착공사장 주변에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긴 경우 얼마나 빠르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올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의 경우에도 사고 3, 4개월 전 탐사에서는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시로 안전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일동 싱크홀, 2년前 안전평가때 조사 누락인근지점 최대 허용치 겨우 통과 취약성 알고도 추가 조사 안해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이 일어나기 전 수행된 굴착공사장 지하안전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명일2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도 2023년 이 평가를 통과했다. 평가는 주요 지점(대표 단면)을 조사해 수치로 안전 여부를 나타낸다. 굴착을 하면 주변 땅, 구조물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지 예측해 수치로 나타내는 식이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공사를 못 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검증했다. 총 21곳 지점을 대표 단면으로 선정해 분석해놨는데 그중 싱크홀 지점과 가까운 지점은 ‘터널 상단 침하량’(터널 윗부분이 주저앉는 정도)이 24.86mm였다. 최대 허용 기준치(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 주변은 대표 단면 선정 및 조사,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서 올해 3월 24일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보고서를 본 전문가들은 “마지막 조사 지점이 기준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면 그 주변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표 단면으로 지정,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취약 단면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지하안전평가 업체는 “보고서 뒷부분에 사고 지점과 가까운 구간을 검토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많은 단면을 다 검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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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등급 땅 굴착공사, 싱크홀 감지기도 없어… 소장은 “지반 좋다”[히어로콘텐츠/크랙中-②]

    올해 4월 서울의 한 지하차도 굴착공사 현장. 기둥과 땅이 맞닿는 곳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됐어야 할 계측기가 안 보였다. 계측기란 지반이 움직이거나 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지표침하계, 지중경사계 등이 있다. 점검을 나온 정부 안전 점검단 관계자가 “계측기는 어디 있나요?”라고 묻자, 현장소장은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점검단 관계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터파기 공사하기 전에 설치해야 하는 걸 모르느냐”고 되묻자, 현장소장은 “이 현장은 지반이 워낙 좋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동행한 이날 현장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가장 안전도가 낮고 지반이 불안한 5등급 지역이었다.●계측기 위치 제각각… 불편하다고 옮겨 달아 점검단은 공사장 입구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콘크리트 기둥부터 살폈다. 표면에 균열이 보였다. 이곳 지반은 돌이 아니라 흙이 대부분이었다. 지반이 단단하면 시공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토류판(흙막이 벽체)을 쓴다. 반면 지반이 붕괴되기 쉽거나 불안정한 곳은 콘크리트 기둥을 쓴다. 콘크리트를 타설해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시공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곳은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다.설계도상 흙막이벽 뒤에 설치했어야 할 계측기는 실제로는 약 6m 떨어진 도로 건너편 공터에 설치돼 있었다. 현장 담당자는 “원래 설치해야 하는 지점이 차가 다녀서 옮겼다”고 했다. 계측기 설치 지점을 마음대로 바꾸면 싱크홀 조짐을 감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점검단 관계자는 “애먼 곳에 계측기를 설치하면 붕괴 조짐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붕괴 조짐도 감지 어려운데… 현장은 ‘무감각’ 공사장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버팀보들 주변에도 계측기가 없었다. 흙더미가 누르는 하중의 변화를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로 위에는 덤프트럭, 중장비 차량 등이 지나다녔다. 점검단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공사할 때 불안하지 않냐. 수천억 원을 쓰는 공사인데 계측기 비용 2억∼3억 원을 아끼느냐”고 지적했다. 히어로팀이 5월에 찾아간 경기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장에 도착한 뒤 계측기 위치부터 확인했다. 흙막이 벽체 곳곳이 돌출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다. 현장 관리자는 반대편 벽면을 가리키며 “계측기는 저쪽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소장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김 정책관은 “걱정이 된다. 최근 사망 사고가 난 굴착공사 현장들 돌아보면 소장님들은 다 ‘내가 30년 작업했는데 이렇게 해서 문제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비용 아끼려 방수 대신 배수… 공사장은 물바다경기의 또 다른 지하철 노선 신설 현장은 배수 시설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히어로팀이 점검단과 함께 터널에 들어갔을 때 바닥엔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지하 터널 공사는 굴착공사 중에서 물 유입량이 가장 많다. 터널 주변을 전부 방수 비닐로 덮고 콘크리트를 많이 칠하면 물을 막을 수 있는데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현장은 이 방식 대신에 배수펌프로 물을 퍼내는 방식을 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한 굴착공사 분야 전문가는 “원래 지하안전법상 지하수 유출량이 설계에서 정한 3단계 관리 기준(안전-주의-위험) 중 위험 단계에 해당하면 공사가 중지됐다”며 “그런데 민원이 너무 많아서 유출량이 이 기준을 넘어도 공사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수 유출량이 기준치의 5배를 넘어도 그냥 공사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현장 주변에서는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100개씩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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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지도엔 없는 ‘지질-지하철-지하수’도 반영… ‘발밑 안전’ 첫공개[히어로콘텐츠/크랙上-②]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반침하 우려도를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 개발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했다. 이 지도를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이후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집값, 부동산 파장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지하공간 개발 설계·시공 엔지니어링 전문가 14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3개월간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426개 행정동 단위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직접 제작했다. 일반에 공개가 제한되는 노후 매설물 정보는 노후 건물 정보로 대체했다. 노후 건물 주변에 노후 매설물이 많다는 특성을 반영했다.● 민간 첫 싱크홀 안전지도, 정보 2만 건 반영싱크홀 안전도는 △지반(지질 분포, 토사층 두께, 충적층 두께) △지하수(지하수 수위, 수위 저하, 토양 침투 성능) △지하철(노선 분포도, 정거장 밀집도) △지반침하 이력(지반침하 사고 밀집도 및 규모) △노후 건물 분포(30년 이상 노후 건물 밀집도) 등 크게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히어로팀과 전문가들은 석 달간 이와 관련된 정보, 자료들을 취합한 뒤 각 행정동을 다섯 가지 주요 요인별로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들 중 안전도가 가장 낮은 등급을 해당 동의 종합등급으로 정했다. 지반 항목은 국토지반정보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서울시 시추 정보 7만 건을 이용했다. 지반 분석을 맡은 전문가들은 지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 행정동당 대표 시추공 정보를 최소 50개 이상, 총 2만 건 이상의 시추 정보를 분석했다.● 서울시 비공개 지도, 한강벨트에 4, 5등급 몰려히어로팀은 취재 과정에서 서울연구원 김정환 연구위원을 통해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도와 히어로팀이 제작한 안전지도를 서로 비교한 결과, 두 지도 모두 안전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한 4, 5등급 지역이 일명 ‘한강 벨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다른 안전도 최하 지역들도 서울시의 지도와 히어로팀의 지도가 대부분 비슷했다.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 자료는 상하수관, 통신관, 전력관 등 ‘지하 시설물이 얼마나 밀집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도로별 위험도를 나눴다. 위험도가 높게 분류된 곳은 지하 1, 2m 밑에 공동(空洞·지하 빈 공간)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다.● “굴착지 주변 위험 줄이는 데 지도 활용해야”히어로팀 지도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종로구, 중구 등 구도심은 서울시 지도에서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오래된 지하 매설물과 이 주변에 생긴 작은 공동이 많은 탓이다. 반면 히어로팀 지도에서는 이 지역 내 5등급은 을지로동 1곳뿐이었다.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자료는 어느 곳에 탐사 차량을 보내야 공동을 빨리 발견해 메울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목표인 연구였다. 그래서 분류 기준도 면적 단위가 아닌 도로 경계선”이라고 했다. 서울시 지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개발업자들은 지질, 지하수 정보를 반영해 안전 여부를 따지는데 서울시 지도에는 이 요소들과 지하철 현황도 반영되지 않았다. 히어로팀 지도에는 모두 반영된 요소들이다. 김 연구위원은 히어로팀 안전지도에 대해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반영했다”며 “이 지도를 보고 ‘몇 등급이냐’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굴착 공사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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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426개동 첫 ‘싱크홀 지도’ 절반이 안전도 낮은 4, 5등급[히어로콘텐츠/크랙上-①]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에서 도로가 꺼지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싱크홀(땅 꺼짐) 크기는 폭 18m, 깊이 20m로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최대 규모였다. 옆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충희 씨는 사고 두 달 전 주유소 바닥에서 실금을 처음 발견했다. 인근에서는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씨는 균열 틈새 폭이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1cm까지 커지는 것을 보고 공사 관리자들을 불러 “안전한 거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들은 “우리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하에 있는 기름 탱크의 안전이 우려됐다.최근 잇단 싱크홀 사고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자 ‘내 발밑이 안전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명일2동 사고 이후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4월부터 석 달에 걸쳐 한국지하안전협회와 함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사람과 기업,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보다 인명, 재산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동별로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를 분석해 안전도를 1∼5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그 결과 서울 전체 면적(605.200km²)의 50.2%인 303.930km²는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총 426개 행정동 중 208개로 특히 한강 주변에 집중됐다. 과거 서울에서 벌어진 싱크홀 사망 3건, 깊이 5m 이상 대규모 싱크홀 사고 3곳을 지도와 비교해 보니 4, 5등급 지역이었다. 싱크홀 현황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서울에서 총 132건의 싱크홀이 생겼는데 68.2%(90건)가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크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뜻이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기술 분석을 맡은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4, 5등급 지역은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런 곳에서 굴착 공사를 할 때 엄격한 안전조치를 하지 못하면 대형 침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5등급 지역이라도 이제부터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적정 공법을 쓰고 감독, 감리, 시공 안전조치를 철저히 한다면 싱크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싱크홀은 초기의 작은 사고 징후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삼성1동-압구정동-여의동… 싱크홀 안전 4, 5등급 한강벨트 많아‘서울 싱크홀 안전지도’ 분석해보니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4번 출구. 지하철 공사 현장 주변의 보도블록이 군데군데 내려앉거나 깨져 있었다. 울퉁불퉁하게 내려앉은 바닥 곳곳에는 새벽부터 내린 비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옆 시멘트 바닥에는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수 m 이어졌다. 화단, 환기구 등 구조물 곳곳에는 균열을 보수한 흔적이 보였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과 전문가들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는 서울 426개 동의 지반 상태 등을 분석했다. 이 중 국회, 지하철역, 한강공원 등이 있는 영등포구 여의동은 안전도 1~5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한 곳이었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노후 건물 분포에서 4등급을, 지반침하 이력에서 5등급을 받았다.● 5등급 여의동 가보니 굴착 주변에 균열여의동은 종합등급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다섯 가지 평가 영역에서 모두 4등급 이하를 받은 유일한 동이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싱크홀 사고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여의동에서는 6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의 동들 중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이 한번 일어난 곳 주변에서 다시 일어날 확률이 높다며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싱크홀이 한번 발생한 위치에서 반경 100m 이내에 또 다른 싱크홀 혹은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길 확률이 67%였다. 100곳 중 67곳은 주변에 또 발생한다는 의미다.히어로팀은 여의동 일대를 전문가와 직접 살펴봤다. 여의도역 4번 출구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 지하에는 5호선, 9호선이 지나간다. 그 아래는 신안산선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말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B 노선 공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지하철은 공사 과정뿐 아니라 공사 후에도 지하수를 대량으로 빼내 지반이 약해지기 쉽다. 지하철역이 밀집한 곳일수록 고층 건물이 몰려 있다. 고층 건물 역시 지하를 깊이 파내고 지은 구조물이라 건물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계속 지하수를 뽑아내야 한다.동행한 변광욱 한국지하안전협회 부회장은 “보도블록 균열은 지하 공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사장 주변에서 물이 빠져나간 공간을 흙이 메우면 땅이 점점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면 밑으로 내려앉아 지표면의 보도블록과 흙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그 지점에 하중이 집중되면 보도블록이 깨지거나 금이 간다. 변 부회장은 “한강과 바로 접한 여의도 지반은 모래와 흙이 뒤섞여 무르다”며 “이렇게 지반이 약한 곳에서는 굴착 공사 구간으로부터 반경 200m 주변 땅까지 침하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1동 싱크홀 빈번, 압구정동 노후 건물 밀집강남구 삼성1동과 압구정동도 안전도가 낮은 5등급으로 나타났다. 삼성1동은 지반, 지반침하 이력 항목이 5등급이었고 나머지 3개 항목은 2~4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반, 노후 건물 분포 항목에서 5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3개 항목은 모두 3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은 지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지하 노후 매설물이 싱크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삼성1동의 경우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형 굴착 공사다. 22일 오후 삼성역 5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인도 경계석과 보도블록에 균열이 보였다. 인도가 물결치듯 휘어지며 코엑스 앞 경계석이 깨져 있었고, 나무 울타리는 기울어져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의 돌 난간을 떠받치는 바닥도 내려앉아 임시로 아래 타일을 괴어 놓은 상태였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영동대로 공사장은 지난해 정부 특별점검에는 포함됐는데 굴착이 더 진행된 올해 점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면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4, 5등급 지역서 굴착 공사 부실 관리 땐 위험서울 426개 동 중 싱크홀 안전도 1등급을 받은 곳은 관악산과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있는 관악구 대학동뿐이었다. 2등급 지역도 관악구에 8개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북한산(강북구 우이동), 안산(서대문구 홍은1동 등) 등의 행정동이 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전도 4, 5등급 지역이 ‘당장 땅이 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싱크홀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안전 부실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 지역에서 이런 인위적인 요인까지 가해지면 싱크홀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안전지도를 통해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그 지역의 굴착 공사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안전도 분석에 활용한 공공데이터=지질분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시 지질도), 충적층·토사층 두께(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지반정보통합DB), 지하수위(서울시 지하수 측정연보), 지하수위저하(서울시 지하수 보조관측망 변동분석), 토양침투성능(국립농업과학원 토양분포도), 지하철 노선분포·정거장 밀집도(서울시지하철노선도), 지반침하이력 밀집도 및 규모(지하안전정보시스템), 30년 이상 노후건물 분포도(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지도 제작 기술자문=△총괄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 △지질특성분석 정경문 정찬규 천명남(이하 협회이사) △수리특성분석 유재성 우상백 구본민 △지하공간개발현황분석 변광욱 장우선 △지하공동발생현황분석 김창동 김한응 △지반침하이력분석 남준희 김승진 △자문 안상로 협회 고문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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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면 갑자기 삶이 넉넉해집니다[후벼파는 한마디]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바라보면” 지레 숨이 막힙니다. 두렵고, 허무하고, 절망적입니다. 산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죽음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면” 갑자기 삶이 넉넉해집니다. 삶을 잘 가꾸어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싫고 미운 것이 없지 않은데도 어서 싫은 것 좋아하고, 미운 것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억지로 애를 쓰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정진홍 산문집 『괜찮으면 웃어주세요』10년도 전의 일이다. 급하게 옷을 사야 했다. 대충 골라집어 계산하는데 점주는 사은품으로 티셔츠가 나간다며 사이즈를 물었다. “안 주셔도 돼요”라고 했지만 점주는 “면 100%예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그럼 아무거나 주세요.” 그렇게 받아온 그 ‘라지 사이즈 티셔츠’는 아마 근 10년간 가장 많이 입은 옷일 거다. 하도 빨아서 구멍도 몇 개 났다.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다. 작정하고 가도 마음에 드는 옷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옷을 나의 의사에 반(反)해 만나게 됐으니. 더 웃긴 건 정작 그날 제값을 주고 산 옷이 뭐였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는 거다.지금 인생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들을 사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심지어 의사에 반해 만나게 되는 일은 적지 않다. 내 인생의 멘토를 만난 것도 그랬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신문사 면접에서 떨어졌던 나는 다음 공채를 기다리며 6개월 과정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프로그램에 종교학 수업도 있다는 건 합격한 뒤에야 알았다.일주일에 한 번, 백발 노교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강의는 수업이라기보단 모든 것을 열어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수업 명도 ‘열림과 닫힘’이었다) 애초에 종교 자체가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주제 아닌가. 죽음도 마찬가지였다. 살날이 창창한 젊은이들 앞에서 노교수는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이야기했다.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피랍됐다는 노교수는 ‘애비 없는 아이’로 컸던 설움을, 학창 시절 당신의 삶이 한때 죽고 싶은 마음으로만 가득했음을 아무렇지 않게 고백했다. 수업은 어디에서도 꺼내지 못했던 마음과 생각을 말하고 쓰는 시간이었다. 노교수는 1937년생이다. 내가 이제껏 알고 지내는 세상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내가 알고 지내는 세상 사람 중 가장 젊다. 내뱉는 발언들은 투명하리만치 솔직한데 조금도 무례한 법이 없다. 모난 마음도, 서러운 마음도 이런 사람 앞에서는 절로 둥글어지고 따뜻해진다. 그래서 교수님을 볼 때면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은 저런 태도로 살아야지’ 생각한다. 물론 머지않아 다시 어리석게 산다. 그러다 5월이면 교수님을 떠올린다. 이따금 옛 추억에 연락드리면 ‘잊어야 할 일을 기억하면 세월이 흐르지 않고 쌓여서 삶이 무거워진다’고 한 소리 하시는데 스승의날은 별일 없이 연락해도 괜찮은 좋은 구실이 된다.다음 주말 교수님과 약속을 잡고선 생각했다. 이 신문사에서 떨어졌던 그해, 내 인생이 당시 기준으로 ‘잘 풀려서’ 덜컥 합격했더라면, 내 생에 이런 스승은 못 만났겠구나. 그때 날 떨어뜨려 준 이 신문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결국 그 이듬해 들어온 이 신문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10년 더 살았다고 인생에서 쉬워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루는 늘 공평했다. 좋은 날도, 힘든 날도 그저 똑같은 하루였다. 단순한 것 같은 그 이치 안에서 잘살기는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지난 연말 교수님을 뵀을 때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놨다. 교수님은 그랬다. 젊었을 땐 마음이 힘들면 몸을 좀 움직이면 된다고.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럴 때 몸도 마음대로 못 움직이니 영 고역이라고. 인자한 웃음을 터뜨리시며. 다음 주말 교수님을 만나면 또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살아가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웃겠지. 그렇게 2025년 5월도 잘 보내줘야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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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을 바라지 마, 우리에겐 별이 있잖아”[후벼파는 한마디]

    ※이 글에는 2월 26일 개봉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밥 딜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보러 가는 사람 중 밥 딜런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던 그는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의 얼굴이자 목소리였다. 다정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자신의 목소리를 닮은 노랫말로 사람들을 위로한 밥 딜런은 2016년 뮤지션으로 처음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을 나서는 길. 그런데 이제는 밥 딜런을 모르겠다. 2시간 21분 동안 밥 딜런의 이야기를 봤는데도. 그를 모른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제야 그 유명한 사람을 그 유명한 사람이 연기한 이 영화 제목이 왜 ‘컴플리트 언노운(완전히 낯선)’인지 알 것도 같다.영화는 기타 하나 메고 무작정 우디 거스리를 찾아 뉴욕에 온 스무 살 밥 딜런으로 시작된다. 우디 거스리는 더스트볼(Dust Bowl·1930년대 미국 먼지 폭풍과 그로 인한 피해를 통칭하는 말)을 위로하는 노래로 사랑받았던 가수지만 지금은 병으로 쇠약해져 있다. 이따금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주기 위해 만든 명함 뒷면에 ‘아직 죽지 않았다(I ain’t dead yet)’라고 적어야 할 만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밥 딜런은 우디 거스리를 위해 썼다며 ‘우디를 위한 노래(Song to Woody)’를 바친다. 영화는 여전히 기타 하나 멘 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스물넷 밥 딜런으로 끝난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 역시 우디 거스리다. 아무개와 다름없던 첫 만남 때도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렀던 밥 딜런이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을 아는 유명인이 된 이 마지막 만남에서 그가 부른 노래는 우디 거스리의 ‘먼지투성이인 오랜 먼지-그간 함께 해서 좋았네(Dusty Old Dust—So Long, It’s Been Good to Know Yuh)’였다.밥 딜런이 우디 거스리를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쓰여 있던 명함의 앞면에는 ‘우디—먼지폭풍에서 가장 먼지를 많이 뒤집어쓴 사람(Woody —The Dustiest of the Dustbowlers)’라고 적혀있었다. 이 노래가 곧 우디 거스리라는 의미다. 반면 마지막 만남 당시 밥 딜런은 신곡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에서 일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 정통 포크씬에서 배신자라는 비판을 듣던 때였다. 누군가는 변절이라 손가락질했고, 누군가는 또 마침내 자유를 얻어냈다며 축하했다. 어느 곳에서도 구속받기를 원치 않았던 밥 딜런은 그래서 그의 영웅 우디 거스리처럼 단 한 곡으로 규정될 수 없는 사람이다. 새로운 시대를 향해 떠나며 밥 딜런은 자신의 어린 시절, 그 시대를 지배했던 우상에게 ‘먼지투성이인 오랜 먼지-그간 함께 해서 좋았네(Dusty Old Dust—So Long, It’s Been Good to Know Yuh)’를 부르며 작별 인사를 갈음했다. 이보다 더 격식을 차린 인사는 찾기 어려웠을뿐더러, 이보다 그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가사도 찾기 어렵지 않았을까. Don‘t ask for the moon. We have the stars.달을 바라지 마. 우리에겐 별이 있잖아.영화 속 밥 딜런은 결국 매 순간 진심을 담은 노랫말 때문에 여자 친구 실비 루소도 잃는다. 정작 진짜 바람을 피웠던 순간에는 어리숙한 거짓말에도 쉽게 속아 넘어가던 허술한 여자 친구였다. 하지만 정작 다 끝난 뒤, 바람피웠던 상대와 느꼈던 감정을 담아낸 노래를 듣는 순간 여자 친구는 곧바로 눈물을 쏟는다.붙잡는 밥 딜런에게 여자 친구는 “달을 바라지 마. 우리에겐 별이 있잖아.(Don‘t ask for the moon. We have the stars.)”라고 답한다. 둘이 처음 데이트 했던 날 봤던 영화 ‘나우, 보이저(Now, Voyager)’에서 나왔던 대사다. 당시 영화 속 주인공이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며 여자 친구는 ‘자신을 찾았다’고 하지만 밥 딜런은 ‘찾은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된 것뿐’이라고 반박한다. 여자 친구는 ‘다른 무언가’ 앞에 ‘더 나은(better)’을 붙이지만, 밥 딜런은 다시 ‘더 나은’을 뺀 ‘다른 무언가’라고 강조한다. 영화 속 밥 딜런은 그렇게 자신의 여정에서 만난 이들과 처음과 끝, 다시 처음을 맞는다. 그리고 그건,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무언가’가 되는 일일 뿐이다. 꼭 ‘더 나은’이어야만 하는 지는 그에겐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운명의 장난인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에는 ‘선약이 있다’며 불참했던 밥 딜런이 노벨위원회에 보낸 수락 연설문에도 ‘달’이 등장한다.“누가 내가 노벨문학상을 탈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고 했다면, 나는 그 확률이 아마 달에 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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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메달-IOC 선수위원’ 두 마리 토끼 도전하는 차준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은 ‘피겨 프린스’ 차준환(24)에겐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써 온 그의 대서사시가 절정에 달할 무대이기도 하다. 지난주 막을 내린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차준환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2018 평창 대회 때 15위, 2022 베이징 대회 때 5위를 하며 한국 남자 싱글 올림픽 최고 성적을 차례로 경신했다. 다음 목표가 포디움인 것은 당연하다. 차준환은 밀라노에서 메달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한다. 출마를 선언한 전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40)과의 국내 경쟁에서 이기면 내년 올림픽 때 선수위원 선거에 나갈 수 있다. 이제껏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출전 현역 선수가 해당 올림픽에서 IOC 위원에 도전한 적은 없었다. 한국 최초의 IOC 선수위원인 문대성(49·태권도)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선수위원 선거 유세에 전념하기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의 두 번째 선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43·탁구)은 2014년 은퇴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당선됐다.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차준환에게 ‘왜 하필 지금이냐’고 묻자 “지금 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차준환은 “겨울 종목 선수가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오랜만에 온 걸로 알고 있다. 원래 여름 종목 선수가 많이 하기도 하고, 이번에 내가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2024 파리 여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위원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한 명만 할 수 있다. 한 나라에서 IOC 선수위원이 나오면 임기 8년 동안 그 나라에서는 선수위원을 배출할 수 없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박인비(37·골프)가 선수위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하면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때 겨울 종목 선수가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 차준환을 지도하는 지현정 코치 역시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며 제자의 도전을 지지하고 있다. 지 코치가 걱정하지 않는 건 차준환이 누구보다 ‘찬스’에 강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2018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차전까지 합계 점수가 이준형(29)에게 27.54점 밀렸으나 마지막 3차전에서 역전에 성공해 딱 한 장 있는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도 차준환은 근육 파열 부상에 온전하지 못한 부츠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99.51점)과 프리스케이팅(182.87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새로 썼다. 차준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불가능해 보였던 반전을 일궜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차준환은 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 콤비네이션(4회전-3회전 연속) 점프를 뺀 프로그램으로 대회에 나섰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 유마(22·일본)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 두 개를 무결점으로 뛰어 차준환에게 9.72점 앞선 상태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쳤다. 가기야마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4회전 점프를 4개 배치하며 금메달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가기야마가 잇단 실수를 범하며 무너진 반면 차준환은 큰 실수 없이 완성도 있는 연기를 펼치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차준환은 다음 시즌에는 4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해 올림픽 포디움에 설 수 있는 수준의 기술 구성에 도전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메달 경쟁을 이어가게 될 가기야마 역시 차준환의 도전을 응원했다. 가기야마는 차준환의 IOC 선수위원 도전 소식을 듣고 “그만큼 스포츠에 깊은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입후보한다면 당연히 (투표에서) 지지할 마음이 있다”며 한 표를 약속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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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메달-선수위원 두 마리 토끼 도전하는 차준환

    차준환(24)의 마지막 겨울 올림픽이 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는 차준환에게도,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도 그 대서사시가 절정에 다다를 무대다.차준환이라는 이름 석 자는 곧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다. 차준환 개인의 커리어는 메달이든, 점수든 곧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이자 최고 기록이다. 2025 하얼빈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한 차준환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를 통해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2018 평창 대회 때 15위, 2022 베이징 대회 때 5위로 한국 남자 싱글 올림픽 최고 성적을 차례로 경신한 차준환의 다음 목표가 포디움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차준환은 밀라노에서 메달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까지 도전한다. 연기를 준비하면서 올림픽 기간 진행될 선수위원 투표 유세 활동까지 하겠다는 얘기다. 이제껏 한국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현역 선수가 해당 올림픽에서 IOC 위원에 도전한 적은 없다. 한국 최초의 IOC 선수위원인 문대성(49)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선수위원 선거 유세에 전념하기 위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의 두 번째 선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43)은 2014년 은퇴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당선됐다.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차준환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질문에 “지금 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겨울 종목 선수가 지원할 수 있는 때가 굉장히 오랜만에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원래 여름 종목 선수분들이 많이 하시기도 하고 이번에 제가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직전(2024 파리올림픽)에 여름 종목에서 한국 선수위원이 안 나와서거든요.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니까요.”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한 명만 할 수 있다. 한 나라에서 IOC 선수위원이 나오면 8년 동안 그 나라 출신 선수는 선수위원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선수위원 이어가기에 도전했으나 낙마하면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겨울 종목 선수가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지현정 코치 역시 “찬스는 아무 때나 오지 않으니까요”라며 차준환의 도전을 지지하고 있다. 지 코치가 걱정하지 않는 건 차준환이 누구보다 ‘찬스’에 강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2018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차전까지 합계 점수가 이준형(29)에 27.54점 밀렸으나 마지막 3차전에서 역전에 성공해 딱 한 장 있는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도 차준환은 근육 파열 부상에 온전하지 못한 부츠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99.51점), 프리스케이팅(182.87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쓰는 반전을 일궜다. 프리 연기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져 7점 넘게 손해를 봤음에도 이룬 성과다. 차준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불가능해 보였던 반전을 일궜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차준환은 최근 두 시즌 연속 발목 부상으로 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 콤비네이션(4회전-3회전 연속) 점프 없는 프로그램으로 대회에 나섰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 유마(22·일본)는 이번 대회 쇼트에서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 두 개를 무결점으로 뛰어 차준환에 9.72점 앞선 상태였다. 가기야마는 프리에서는 4회전 점프를 4개 배치했다. 13일 프리에서 가기야마는 첫 점프인 쿼드러플 플립을 뛰고 착지에서 실수했고 세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러츠에서는 넘어졌다. 다만 기본 배점이 워낙 커 여전히 우승에는 지장이 없을 점수였다. 그런데 가기야마는 후반에 배치한 트리플악셀 점프에서도 넘어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가기야마가 결국 168.95점에 그쳤다. 프리에서 큰 실수 없이 완성도 있는 연기로 187.60점을 받은 차준환은 그렇게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내내 “저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던 차준환의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차준환은 비시즌 다시 4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해 올림픽 포디움 수준의 기술 구성에 도전한다. 다만 하얼빈 아시안게임은 차준환이 현재 구성으로 완성도만 올려도 올림픽에서 이변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을 보여줬다.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경쟁하게 될 가기야마 역시 차준환의 도전을 응원한다. 13일 시상식을 마친 가기야마는 차준환의 IOC 선수위원 도전 소식을 듣고 “그만큼 스포츠에 대한 깊은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입후보한다면 저도 당연히 (투표에서) 지지할 마음이 있다”며 한 표를 약속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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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에 뜬 겨울스포츠 샛별들, 밀라노까지 빛나게

    48억 아시아인의 겨울 축제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이 14일 중국 하얼빈 국제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16개, 은 15개, 동메달 14개를 따내며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 수성에 성공했다. 금메달 16개는 겨울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국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혔다.대한체육회가 개회 전 예상했던 금메달은 11개였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깜짝 우승한 김채연(19)을 비롯해 전체 금메달 가운데 절반인 8개를 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따내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김채연은 개인 최고점(219.44점)을 세우며 여자 피겨 세계랭킹 1위 사카모토 가오리(25·일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한국은 또 세계 정상과 거리가 있던 프리스타일 설상 종목에서도 금메달 3개를 따냈다. 2023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던 이채운(19)은 ‘부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채운이 놓친 하프파이프 금메달은 대표팀 후배 김건희(17)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는 강풍으로 결선이 취소되면서 예선 성적으로 메달 주인공을 가렸다. 이번 시즌 훈련 때 세계 최초로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코크 1620’(앞 방향으로 회전축을 세 차례 바꾸며 4.5회전)을 성공시켰던 이채운은 “내년 올림픽 때 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며 아쉬움을 삼켰다.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는 이승훈(20)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메달(동)을 따낸 선수다. 이승훈은 “아직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승훈(37)이 더 유명하지만 저도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쇼트트랙 대표 ‘람보르길리’ 김길리(21)는 애초 목표로 세웠던 5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으로 자신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김길리는 1500m 결선에서 골인할 때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프로야구 KIA 김도영(22)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할 정도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시상대 위에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펼친 김길리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운을 받고 싶었다”며 웃었다.역시 이번이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었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나현(20)은 출전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사고’를 쳤다. 이나현은 100m에서 한국 단거리 간판 김민선(26)에게 0.004초 앞서 금메달을 따낸 뒤 김민선, 김민지(25)와 함께 나선 팀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어 개인전 500m에서 은, 10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나현은 “잃을 게 없는 위치라 편하게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도 불가능하지 않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민선 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은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역대 겨울 아시안게임 최다인 9번째 메달을 수확했고, 차준환(24)은 남자 피겨 싱글 한국 선수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야바쿠모바(35)는 바이애슬론 사상 첫 한국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 컬링에서도 2007년 창춘 대회 이후 18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다. ‘스킵’ 김은지(35), 김민지(26), 김수지(32), 설예은(26), 설예지(26)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 치러진 결승에서 안방팀 중국을 7-2로 꺾고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10전 전승으로 완벽한 우승한 차지한 이들은 “우리 팀에는 ‘꼰대’가 없다. 이런 환경 덕분에 우리 팀이 잘 굴러가는 것 같다”며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도 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남자부 결승에서는 한국이 필리핀에 3-5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3, 4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5-2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땄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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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AG 한국 종합2위…금메달 절반 10대 영파워가 땄다

    48억 아시아인의 겨울 축제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이 14일 중국 하얼빈 국제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16개, 은 15개, 동메달 14개를 따내며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 수성에 성공했다. 금메달 16개는 겨울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국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혔다.대한체육회가 개회 전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11개였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깜짝 우승한 김채연(19)을 비롯해 전체 금메달 가운데 절반인 8개를 만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따내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김채연은 개인 최고점(219.44점)을 세우며 여자 피겨 세계랭킹 1위 사카모토 가오리(25·일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한국은 또 세계 정상과 거리가 있던 프리스타일 설상 종목에서도 금메달 3개를 따냈다. 2023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하이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던 이채운(19)은 ‘부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이채운이 놓친 하프파이프 금메달은 대표팀 후배 김건희(17)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는 강풍으로 결선이 취소되면서 예선 성적으로 메달 주인공을 가렸다. 이번 시즌 훈련 때 세계 최초로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620’(앞방향으로 회전축을 세 차례 바꾸며 4.5회전)을 성공시켰던 이채운은 “내년 올림픽 때 제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며 아쉬움을 삼켰다.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는 이승훈(20)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메달(동)을 따냈던 선수다. 이승훈은 “아직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승훈(37)이 더 유명하지만 저도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쇼트트랙 대표 ‘람보르길리’ 김길리(20)는 애초 목표로 세웠던 5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으로 자신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김길리는 1500m 결선에서 골인할 때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프로야구 KIA 김도영(22)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할 정도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시상대 위에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펼친 김길리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기운을 받고 싶었다”며 웃었다.역시 이번이 아시안게임 첫 출전이었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나현(20)은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사고’를 쳤다. 이나현은 100m에서 한국 단거리 간판 김민선(26)에 0.004초 앞서 금메달을 따낸 뒤 김민선, 김민지(25)와 함께 나선 팀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어 개인전 500m에서 은, 10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나현은 “잃을 게 없는 위치라 편하게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도 불가능하지 않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민선 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대회에서는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은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역대 겨울 아시안게임 최다인 9번째 메달을 수확했고, 차준환(24)은 남자 피겨 싱글 한국 선수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귀화선수 예카테리나 야바쿠모바(35)는 바이애슬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여자 컬링에서도 2007년 창춘 대회 이후 18년 만에 금메달이 나왔다. ‘스킵’ 김은지(35), 김민지(26), 김수지(32), 설예은(26), 설예지(26)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 치러진 결승에서 안방팀 중국을 7-2로 꺾고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10전 전승으로 완벽한 우승한 차지한 이들은 “우리 팀에는 ‘꼰대’가 없다. 이런 환경 덕분에 우리 팀이 잘 굴러가는 것 같다”며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도 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남자부 결승에서는 한국이 필리핀에 3-5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3, 4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5-2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땄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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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풍 타고 온 행운… 김건희, 男하프파이프 사상 첫 金

    17세의 고교생 스노보더 김건희(17)에게 ‘행운의 여신’이 강림했다. 13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강풍으로 취소됐다. 이에 따라 하루 전 예선에서 78점으로 1위에 올랐던 김건희가 그대로 금메달의 주인이 됐다. 한국 하프파이프 선수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이다. 이전 최고 성적은 권이준(28)이 2017 삿포로 대회 때 기록한 은메달이었다. 이날 돌발적으로 부는 강풍에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한 참가국 지도자들은 결선을 취소하고 예선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예선 1, 3위에 올라있던 김건희와 동갑내기 이지오(69.75점)가 그대로 금, 동메달 동반 입상을 확정지었다. 아시안게임 동반 메달 역시 처음이다.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김건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요?”라고 웃으며 “처음에는 취소가 아니라 (결선 경기) 연기라고 들었는데 취소돼서 너무 좋았다. 메달은 자신 있었는데 금메달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4년 뒤에 따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먼저 따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건희는 예선에서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260(회전축을 두 차례 바꾸며 3.5회전)을 성공시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건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포디움에 오르는 게 목표”라며 “한국 스노보드 하면 (이)채운이 형이 많이 꼽히는데 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모든 이들의 이목은 2023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채운(19)의 2관왕 달성 여부에 쏠려 있었다. 이채운은 8일 주 종목이 아닌 슬로프스타일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채운은 예선에서 김건희와 같은 종류의 점프에 반 바퀴를 더 도는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440(회전축을 두 차례 바꾸며 4회전)을 시도하다 착지에 실패해 예선에서 6위로 밀렸다. 이날 결선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던 이채운은 “2관왕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예선에서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앞으로 더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그래도 후배인 김건희 선수가 1등을 했기 때문에 같은 팀으로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어차피 제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내년 올림픽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채운은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17)과 함께 2026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힌다. 8일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20)을 포함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는 이번 대회를 금 3, 은 1, 동메달 6개로 마쳤다. 바이애슬론에서도 값진 은메달이 나왔다. 한국은 같은 날 열린 여자 계주(4 X 6km)에서 1시간29분27초3의 기록으로 중국(1시간29분6초3)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날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35)는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최초의 겨울아시안게임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아바쿠모바는 11일엔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야부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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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 ‘하얼빈 쾌거’… 차준환-김채연, 日 꺾고 첫 남녀동반 金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남녀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기적 같은 남녀 동반 금메달이 나왔다. 한국의 김채연(19)과 차준환(24)이 2022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79.07점, 예술점수 68.49점으로 147.56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따낸 71.88점을 더해 합계 219.44점을 받은 김채연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5·합계 211.90점)를 7.54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루 전만 해도 금메달의 주인은 사카모토가 유력했다.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세계 랭킹 1위 선수다. 12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5.03점으로 1위를 했다. 하지만 김채연은 이날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사카모토에게 3.15점 차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김채연은 주제곡 ‘내면의 속삭임’에 맞춰 더블 악셀(2회전 반)을 성공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11.11점),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10.12점) 등 고난도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 쇼트, 프리, 합계 점수에서 모두 자신의 종전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김채연의 완벽한 연기에 부담을 안고 빙판에 들어선 사카모토는 평소답지 않게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후반부 트리플 플립에서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점까지 받았다. 김채연은 “사카모토를 한 번쯤은 이겨 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궈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우기 시작한 김채연은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받았다. 선배 이해인(20), 후배 신지아(17)의 그늘에 가리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신의 레이스를 이어 갔다. 지난해 4대륙선수권 은메달,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연이어 성과도 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어머니는 김채연의 경기 의상을 직접 제작해 지원하며 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대회 때도 김채연이 좋아하는 명이나물을 싸 줬다. 김채연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의 예행연습으로 삼았던 아시안게임을 잘 치러 좋은 기운을 받았다. 이 상승세를 이어 꼭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열린 남자 싱글에서는 차준환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22)에게 9.72점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차준환은 안정적인 연기로 187.60점을 받으며 총점 281.69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준환은 은메달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가기야마는 첫 점프를 포함해 4회전 점프 두 개와 트리플 악셀까지 총 세 개의 점프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68.95점을 받은 가기야마는 총점 272.76점에 그쳤다. 차준환은 “후회 없는 경기를 했기에 어떤 결과를 받았어도 상관없었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인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14, 15번째 금메달이 피겨에서 나오면서 한국은 대회 최종일인 14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확정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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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채연 이어 차준환도…피겨 싱글 남녀동반 金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남녀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기적 같은 남녀 동반 금메달이 나왔다. 한국의 김채연(19)과 차준환(24)이 2022 베이징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79.07점, 예술점수 68.49점으로 147.56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따낸 71.88점을 더해 합계 219.44점을 받은 김채연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5·합계 211.90점)를 7.54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하루 전만 해도 금메달의 주인은 사카모토가 유력했다.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선수다. 12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5.03점으로 1위를 했다.하지만 김채연은 이날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사카모토에게 3.15점 차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김채연은 주제곡 ‘내면의 속삭임’에 맞춰 더블 악셀(2회전 반)을 성공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11.11점),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10.12점) 등 고난도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했다.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까지 레벨 4를 받으며 금빛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 쇼트, 프리, 합계 점수에서 모두 자신의 종전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김채연의 완벽한 연기에 부담을 안고 빙판에 들어선 사카모토는 평소답지 않게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후반부 트리플 플립에서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점까지 받았다. 김채연은 “사카모토를 한 번쯤은 이겨 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궈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우기 시작한 김채연은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받았다. 선배 이해인(20), 후배 신지아(17)의 그늘에 가리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신의 레이스를 이어 갔다. 지난해 4대륙선수권 은메달,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연이어 성과도 냈다.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어머니는 김채연의 경기 의상을 직접 제작해 지원하며 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대회 때도 김채연이 좋아하는 명이나물을 싸 줬다. 20~23일 서울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과 다음 달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김채연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의 예행연습으로 삼았던 아시안게임을 잘 치러 좋은 기운을 받았다. 이 상승세를 이어 꼭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이어 열린 남자 싱글에서는 차준환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22)에게 9.72점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차준환은 안정적인 연기로 187.60점을 받으며 총점 281.69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준환은 은메달이 유력해 보였다.하지만 가기야마는첫 점프를 포함해 4회전 점프 두 개와 트리플 악셀까지 총 세 개의 점프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68.95점을 받은 가기야마는 총점 272.76점에 그쳤다. 차준환은 “후회 없는 경기를 했기에 어떤 결과를 받았어도 상관없었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인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 선수단의 14, 15번째 금메달이 피겨에서 나오면서 한국은 대회 최종일인 14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확정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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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종현 銀-신영섭 銅… 상비군 선수들의 유쾌한 반란

    2005년생 동갑내기 윤종현과 신영섭이 신선한 반란을 일으켰다. 윤종현과 신영섭은 12일 중국 하얼빈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겨울아시안게임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에서169.50점, 165.25점으로 나란히 은, 동메달을 나눠 가졌다. 금메달은 183.50점을 기록한 가사무라 라이(일본)가 차지했다. 윤종현과 신영섭은 2024∼2025시즌 허성욱(22)에게 밀려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상비군에 남았다. 설상종목은 눈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 특성상 대표팀에서 훈련 지원을 받지 못하면 기량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다. 두 선수는 개인 훈련을 했고, 결국 메달까지 획득했다. 허성욱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윤종현은 “대표팀 탈락하고 처음에는 운동을 잘 안 했지만 출전 소식을 듣고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대회 기간 대한스키협회에서 야부리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해줘 마무리 훈련을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중묘기와 연기로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스키에는 △슬로프스타일 △하프파이프 △빅에어의 세부 종목이 있다. 빅에어는 대형 키커에서 단 한 번의 점프로 승부를 가린다. 도약대가 가장 큰 만큼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화려해 보는 재미가 가장 큰 종목으로 꼽힌다. 빅에어는 3차례 연기 중 점수가 높은 2차례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이번 대회 하프파이프에서 이승훈(20)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는 마지막 날 동메달 2개를 추가해 이번 대회를 금 1, 동메달 4개로 마무리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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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준환, 男피겨 사상 첫 메달 눈앞

    ‘피겨 프린스’ 차준환(24)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겨울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눈앞에 뒀다. 차준환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겨울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0.58점, 예술점수(PCS) 43.51점, 총점 94.09점을 받아 16명 출전 선수 중 2위에 올랐다. 103.81점을 얻은 가기야마 유마(22·일본)에게 9.72점 뒤져 있지만 82.89점의 3위 다이다이웨이(22·중국)에게는 크게 앞서 있어 13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차준환이 메달을 획득하면 한국 남자 선수 최초가 된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첫 두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얻은 가산점이 5.14점이나 됐다. 두 점프만 한정하면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팀 트로피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101.33점)을 받았을 때 얻었던 가산점(4.78점)보다 높아 개인 최고점 경신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차준환은 마지막 트리플 악셀 점프 착지 과정에서 오른발로만 버티지 못하고 왼발을 딛는 ‘스텝 아웃’을 범했다. 차준환은 보통 트리플 악셀 때 약 2점의 가산점을 얻었는데 이 실수로 가산점 없이 수행점수 0.80점이 깎였다. 클린 연기에 2% 부족했던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친 차준환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저 자신에게 집중했기에 만족한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 저에게 집중하면서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가기야마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쿼드러플 점프 2개를 포함해 클린 연기를 펼쳤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일리야 말리닌(21·미국) 등과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다투는 남자 싱글 선수들은 쿼드러플 점프를 쇼트프로그램에서 2개, 프리스케이팅에서 3개 이상씩 뛴다. 차준환 역시 2023∼2024시즌 쿼드러플 점프를 총 다섯 차례 뛰었다. 하지만 왼쪽 발목 부상이 악화해 쿼드러플 점프를 다시 3개만 뛰며 실전을 치르고 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표로 무리하게 프로그램 구성 난이도를 올리기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하는 방향을 택했다. 차준환은 “발목 때문에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 기간이 있어서 당장 구성 난이도를 올리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제가 준비한 것들을 완성도 있게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번 개인 최고점 경신에 도전한다.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은 2023년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피겨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을 때 기록한 196.39점이다. 차준환은 “종합대회에서 항상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준비한 것들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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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트에서 2% 아쉬움 남긴 차준환, 프리에서 개인 최고점 재도전[하얼빈 아시안게임]

    ‘피겨 프린스’ 차준환(24)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눈앞에 뒀다. 차준환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겨울 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올 시즌 최고점인 94.09점을 받아 가기야마 유마(22·일본·103.81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13일 프리스케이팅까지 끝나야 이번 대회 최종 순위가 나오지만 차준환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차준환보다 프리 기본 구성 점수가 높은 선수는 가기야마와 사토 슌(21·일본) 둘뿐이다. 사토는 쇼트에서 점프를 세 번 시도하다 두 번 넘어져 현재 차준환에게 24점 넘게 뒤진 상태다. 차준환이 프리에서 점프를 일곱 번 시도하는 동안 두 차례 이상 넘어지는 실수만 범하지 않으면 사토가 클린 연기를 해도 역전이 어렵다. 쇼트 출전 선수 16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연기한 차준환은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 살코와 트리플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히 성공시켰다. 첫 두 점프에서 얻은 가산점이 5.14점이나 됐다. 두 점프만 한정하면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팀 트로피 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개인 최고점(101.33점)을 받았을 때 얻었던 가산점(4.78점)보다 높아 개인 최고점 경신도 가능해 보였다.하지만 차준환은 마지막에 배치한 트리플악셀 점프 착지 과정에서 오른발로만 버티지 못하고 왼발을 딛는 ‘스텝 아웃’을 범했다. 차준환은 보통 트리플악셀 때 약 2점의 가산점을 얻었는데 이 실수로 가산점 없이 수행점수 0.80점이 깎였다. 지현정 코치는 “평소에 거의 안 하던 실수인데…”라며 아쉬워했다.클린 연기에 2% 부족했던 쇼트 연기를 마친 차준환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저 자신에게 집중했기에 만족한다. 프리에서도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 저에게 집중하면서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가기야마는 쇼트에서 쿼드 점프 2개를 포함해 클린 연기를 펼쳤다. 가기야마는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네이선 첸(26·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딴 선수다. 가기야마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올림픽에서도 알리야 말리닌(21·미국), 아담 샤오 힘 파(24·프랑스) 등과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세계 무대에서 남자 싱글 메달을 다투는 선수들은 쇼트에서 쿼드 점프 2개, 프리에서 쿼드 점프 3개 이상을 뛴다. 차준환 역시 2023~2024시즌부터 쇼트와 프리에 쿼드 점프를 각 하나씩 추가해 쇼트 쿼드 2개, 프리 쿼드 3개 구성을 준비했다. 하지만 왼쪽 발목 부상이 악화해 다시 쿼드 점프를 쇼트 1개, 프리 2개로 되돌려 실전을 치르고 있다.이번 대회에서도 가기야마와 사토는 프리에서 쿼드 점프를 세 차례 뛴다. 다만 차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무리하게 프로그램 구성을 올리기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하는 방향을 택했다. 차준환은 “발목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못한 기간이 있어서 당장 구성을 올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제가 준비한 것들을 완성도 있게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차준환은 13일 남자 싱글 프리에서 다시 한번 자기 개인 최고점 경신에 도전한다. 차준환의 프리 최고점은 196.39점으로 2023년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피겨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을 때 기록한 점수다.차준환은 “종합대회에서 항상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 아시아에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다 와 있다. 그만큼 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며 “이번 경기도 저에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준비한 것들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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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속 男팀추월 銀… ‘전설’ 이승훈, 은은하게 빛났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7)은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쇼트트랙 선수였다. 2009년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이승훈은 쇼트트랙에 출전해 3관왕을 했다. 쇼트트랙 유망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그는 그해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잠시 실의에 빠졌던 그는 충격을 이겨내고 곧바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하얼빈에서 역대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이승훈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빙상센터에서 열린 2025 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 정재원(24), 박상언(23)과 함께 출전했다. 그리고 3분47초99를 기록하며 중국(3분45초94)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2017 삿포로 대회 때까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총 8개(금 7개, 은메달 1개) 따낸 상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승훈 이전에도 쇼트트랙 김동성(45·금 3개, 은 3개, 동메달 2개)과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46·금 4개, 은 3개, 동메달 1개·이상 은퇴)이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8개를 따낸 적이 있었다. 이승훈은 이날 9번째 메달을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으로 통하던 두 선배를 모두 제치고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 따낸 한국 선수가 됐다. 이승훈은 “2009년 겨울 유니버시아드 때만 해도 쇼트트랙으로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 딸 생각만 했지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선발전 탈락하고 몇 개월 있다가 밴쿠버 올림픽에 간 거였으니…”라며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 시절 운동했던 기억이 지금은 도움이 많이 된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팀 탈락 6개월 뒤인 2009년 10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2010년 2월 열린 밴쿠버 올림픽 때 남자 1만 m에서 금, 5000m에서 은메달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승훈은 2022년 베이징 대회 때까지 네 차례 올림픽에 나가 총 6개의 메달(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이승훈보다 겨울 올림픽 메달이 많은 선수도 없다. 이승훈은 원래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까지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있다. 이승훈은 “네덜란드에서 현지 선수들과 훈련하며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나보다 스케이트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스케이트를 타더라”며 “‘나도 이렇게 더 하면 되겠다’ 싶었다. (언제까지 선수로 뛸지) 제한을 두지 말고 타고 싶을 때까지 타자는 생각이다. 스케이트는 겨울 취미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날 대기록을 세운 후에도 “사실 이제는 덤덤하다. 스케이트를 타는 그 자체가 좋다”며 웃었다. 이제 빙판 위 경쟁자들은 모두 2000년대생으로 1988년생인 이승훈과 띠동갑이 기본이다. 그래도 한국 장거리 1인자는 여전히 이승훈이다. 이승훈은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이냐’는 말에 “베이징 올림픽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웃은 뒤 “또 모른다. 실력 있는 사람이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남자 1000m에서 차민규(32)가 은, 여자 1000m에서 이나현(20)이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나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100m(금), 500m(은), 1000m(동), 팀 스프린트(금메달)에 나와 전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박지우(27)-김윤지(22)-정유나(20)는 여자 팀 추월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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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서 귀화한 아바쿠모바, 韓에 바이애슬론 사상 첫 金 안겨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개최국 한국은 귀화 선수 18명을 받아들였다. 그중 아직까지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35)가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처음으로 겨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러시아 출신의 ‘푸른 눈의 국가대표’ 아바쿠모바는 11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km 스프린트에서 22분45초4의 기록으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12번째 금메달이다. 아바쿠모바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전 목표로 내걸었던 금메달 11개를 초과 달성했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은 ‘빙상 강국’ 한국에는 불모지와 같은 종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아바쿠모바가 첫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은 2003 아오모리 대회 남자 계주에서 따낸 은메달이었다. 역대 겨울 아시안게임을 통틀어도 은 1개, 동메달 5개가 전부였다. 바이애슬론 강국 러시아에서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던 아바쿠모바가 태극마크를 단 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2016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아바쿠모바는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15km 개인 종목에서 16위를 하며 한국 여자 선수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평창 대회 후 한국 생활 적응이 어렵다며 대표팀을 떠나기도 했었지만 다시 돌아와 2022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 귀화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하얼빈 무대를 밟았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아바쿠모바는 입상 가능성은 점쳐졌지만 금메달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아바쿠모바의 주 종목인 개인 경기가 열리지 않고 스프린트와 계주 경기만 열리기 때문이다. 개인전은 4회 사격에 표적을 놓칠 경우 한 발당 1분이 추가되는 페널티가 있는 반면 스프린트는 2회 사격에 페널티로 한 발당 150m를 추가로 주파해야 한다. 이날 2.4km 구간까지 선두를 달리던 아바쿠모바는 레이스 중반 2∼4위를 오가며 치열한 메달 경쟁을 했다. 6km 구간에서 중국의 탕자린(34)에게 1.4초 뒤진 2위였던 아바쿠모바는 막판에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가장 앞선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2위 중국의 멍팡치(27)를 2.4초 차로 따돌렸다. 아바쿠모바는 “한국을 위해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 메달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코치와 선수 모두의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한국 바이애슬론 첫 금메달을 수확한 아바쿠모바는 13일 여자 계주(4X6km)에서 동료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금빛 질주에 나선다. 일본 출신 귀화선수 아베 마리야(26)는 10위를 했고, 고은정(29)과 정주미(28)는 각각 11위와 14위를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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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 “밀라노올림픽 나만 믿고 따라와”

    “매 경기 성장하는 걸 느낀다. 올림픽은 아직 1년이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저도 궁금하다.”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29·사진)의 시선은 이제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한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4개(금 2, 은메달 2개)를 따낸 박지원은 14일부터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제6차 대회에 나선다. 박지원을 비롯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0일 잠시 귀국한 뒤 11일 바로 밀라노로 출국한다. 밀라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때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이 열리는 곳이다. 박지원은 20대 후반이 돼서야 기량이 만개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ISU 월드컵(현 월드투어) 남자부 종합 1위를 지킨 최강자지만 종합국제대회 출전은 이번 하얼빈 대회가 처음이었다. 2018 평창에 이어 2022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연이어 탈락했다. 특히 고향인 강원 강릉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때 박지원은 국가대표 후보선수로 올림픽 경기장 빙질 점검에만 투입됐고 본경기는 TV로 봤다.박지원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연거푸 탈락했던 때를 꼽았다. 하지만 박지원은 “그 경험도 아무나 할 수 없다. 제가 시작부터 에이스였고 1위만 했다면 지난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었을 때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남자 1500m)을 안긴 건 당시 한국 남자 대표팀 에이스 린샤오쥔(임효준·29)이었다. 2020년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성장한 박지원과 재회했다.박지원과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내내 개인전과 계주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몸싸움도 종종 일어났다. 개인전 1500m에서는 박지원이 금메달을, 린샤오쥔이 은메달을 땄다. 500m에서는 거꾸로 린샤오쥔이 금메달을, 박지원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치열했던 승부가 끝난 뒤 두 선수는 곧바로 오랜 친구로 돌아갔다. 시상대에서도 웃으며 서로의 허리를 감싼 채 기념 촬영을 했다. 린샤오쥔은 “원래 주 종목은 1500m인데 이젠 나이를 먹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좀 힘들다 생각했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훈련했던 동갑내기 친구인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박지원도 린샤오쥔과 함께 시상대에서 축하를 나눈 데 대해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쟁한 선수다. 함께 고생한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선수가 시상대에 선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그에 따른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 박지원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린샤오쥔과 다시 메달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박지원은 “이번 대회 때는 몸싸움이 많아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더 깔끔함을 추구해야겠다는 배움이 있었다”며 “밀라노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할 거고 린샤오쥔 선수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승부가 어떻게 나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첫 올림픽 무대가 될 밀라노 경기장을 먼저 경험하게 된 데 대해서는 “올림픽이 열릴 장소에서 1년 전에 즐겁게 경기하면 올림픽 때 추억을 떠올리며 긴장하지 않고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내년에 서른이 되는 박지원이 밀라노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된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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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속 김준호, 銀1-銅2… 아, 잡힐듯 잡히지 않은 金

    삼세번 도전한 금메달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동메달 두 개에 만족해야 했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준호(30)는 동료들과 함께 나선 팀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따며 처음 출전한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준호는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 남자 팀스프린트에서 차민규, 조상혁과 함께 1분20초48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1위 중국(1분19초22)에 1.26초 뒤졌다. 팀스프린트는 선수 3명이 한 팀을 이뤄 400m 트랙을 총 세 바퀴 도는 종목이다. 두 팀이 트랙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1명씩 대열에서 빠지고 마지막 3번 주자의 기록으로 승부를 가린다. 김준호가 1번 주자로 나서 중국에 리드를 유지한 한국은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800m까지 중국을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에서 이번 대회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닝중옌이 버틴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 8일 스피드스케이팅 첫 경기였던 남자 100m에서 동메달을 땄던 김준호는 10일 남자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 이번 대회를 메달 세 개(은 1개, 동메달 2개)로 마쳤다. 김준호는 이번 대회 100m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동메달(9초62)로 아쉬움을 삼켰었다. 이틀 뒤 다시 500m 금메달에 도전한 김준호는 첫 100m 구간을 전날 100m 경기 기록보다 0.08초 앞당긴 9초54에 끊었다. 하지만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속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김준호는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남자 500m에서 34초87로 금메달을 따면서 2013∼2014시즌 모태범(은퇴) 이후 끊겼던 남자 월드컵 금맥을 이어 온 선수다.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2014 소치 올림픽에서 21위를 기록했던 김준호는 2018 평창 대회에서 12위, 2022 베이징 대회에서 6위까지 순위를 높였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하늘에서 세 번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셨는데 내가 메달을 못 딴 것”이라며 “후배들이 잘하고 있으니 잘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같은 날 야불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에서는 강동훈(19)이 이번 대회 자신의 두 번째 동메달을 땄다. 강동훈은 앞서 8일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도 동메달을 따 동갑내기 친구 이채운(금메달)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조별 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에 1-2로 역전패했지만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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