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미

임보미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32

추천

국경없는 스포츠 기자의 세계표류기

b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야구28%
골프15%
스케이팅15%
각종 경기11%
육상9%
농구9%
메이저리그6%
인사일반4%
칼럼2%
스포츠일반1%
  • 조코비치 “페더러 앞에서 처음 이기다니… 저주 깬 것 같아 기뻐”

    “아마 페더러가 직접 온 경기에서 이긴 게 처음인 것 같다. 저주를 깬 것 같아 기쁘다.”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옛 라이벌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가 보는 앞에서 통쾌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조코비치는 8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에서 앨릭스 디미노어(26·호주·11위)를 3-1(1-6, 6-4, 6-4, 6-4)로 꺾었다. 이 대회 남자 단식 최다(8회) 우승 기록 보유자 페더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경기에 나선 조코비치는 4세트 때 게임 스코어 1-4까지 뒤졌지만 이후 5게임을 내리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관중석의 페더러를 가리키며 “저기 신사분 같은 서브 앤드 발리나 부드러운 터치가 있으면 좋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뛰어야 한다”고 했고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 조코비치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페더러에게는 몸을 낮췄지만 코트에 나란히 서 있을 때는 달랐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 번(2014, 2015, 2019년) 만나 모두 승리했다.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27승 23패로 앞섰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윔블던 101승을 달성해 페더러의 이 대회 통산 최다승(105승) 기록도 쫓고 있다.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횟수도 조코비치(24회)가 페더러(20회)보다 많다. 조코비치가 이번 윔블던에서 우승하면 남녀 단식을 통틀어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80달러 방문 세차’ 감보아의 코리안 드림

    ‘비시즌에 좀 생산적으로 살고 돈도 좀 벌고 싶어서 세차 사업을 하기로 했다.’ 감보아(28·미국·사진)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시즌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80달러 방문 세차’ 홍보 전단을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다. 감보아는 올해도 트리플A 8경기에 나와 19와 3분의 1이닝 동안 승리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당연히 빅리그 콜업도 없었다. 그러다 한국프로야구 롯데와 계약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감보아는 미국을 떠난 게 처음이라 여권도 이번에 처음 만들었다. 롯데는 네 시즌 동안 팀 제1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좌승사자’ 반즈(30)가 어깨를 다치자 급히 감보아를 영입했다. 감보아는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5월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동안 4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실수는 한 번이면 족했다. 6월에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2로 5전 전승을 거두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8일 발표된 프로야구 6월 최우수선수(MVP) 역시 감보아 차지였다. 그는 기자단 투표 35표 중 30표(85.7%), 팬 투표 42만9664표 중 10만5152표(24.5%)를 받았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투수가 월간 MVP에 오른 건 2023년 8월 KT 쿠에바스 이후 감보아가 1년 10개월 만이다. 감보아는 2일 사직 LG전에서는 시속 158km로 한국프로야구 왼손 투수 최고 구속 기록도 새로 썼다. 감보아는 생산적일 뿐 아니라 돈도 좀 벌었다. 6월 MVP로 선정된 감보아에게는 상금 300만 원과 트로피가 전달될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역전승 조코비치 “‘옛 라이벌’ 페더러 직관 경기서 처음 이겨, 다행”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8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16강 알렉스 드 미노(26·호주·11위)에 3-1(1-6, 6-4, 6-4, 6-4)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이날 4세트에서 1-4까지 뒤졌지만 5~9게임을 연달아 가져오는 집중력으로 승리를 확정했다.이날 윔블던 센터코트 로열박스에는 이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기록(8회)을 보유한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가 자리를 지켰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처음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경기가 옛 라이벌 조코비치의 경기였다. 조코비치는 승리 후 코트 인터뷰에서 “아마 페더러가 직접 본 내 경기에서 이긴 게 처음인 것 같다. 최근에는 몇 번 졌다. 저주를 깬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조코비치는 이날 드미노에게 1세를 무기력하게 내줬다. 특히 4세트에서는 네트 플레이에서 드미노의 슬라이스 샷에 애를 먹었다. 4세트 혈전을 치르며 조코비치는 흉곽을 만지며 가쁜 숨을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선 경기에 비해 신승을 거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코비치는 관중석 페더러를 가리키며 “저기 계신 신사분 같은 서브 앤드 발리나 좋은 터치가 있으면 좋을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겠나, 난 뛰어야 한다”고 했고 관중은 박수를 보냈다.페더러는 2003년 처음 윔블던에서 처음 우승해 2007년까지 5연속 우승을 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우승은 2018년이었다. 페더러는 2019년 통산 9회로 윔블던 최다우승 경신에 도전했는데 그걸 저지한 게 조코비치였다. 당시 조코비치는 5세트 타이브레이크 끝에 우승했다. 코트 바깥 페더러 앞에선 약했다고 했지만 조코비치는 ‘코트 안’ 페더러에게는 강했다.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 번(2014, 2015, 2019) 만나 모두 승리했다. 통산 상대전적도 27승23패로 우위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윔블던 101승을 달성, 페더러의 이 대회 통산 최다승(105승) 기록도 쫓고 있다.조코비치는 페더러의 기록뿐 아니라 통산 메이저 25승이라는 새 역사에도 도전중이다. 조코비치는 최근 윔블던 45경기에서 43승을 거뒀는데 2패는 2023, 2024년 결승에서 모두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1위)에게 당했다. 조코비치는 9일 플라비오 코볼리(23·이탈리아·22위)와 8강을 치른다.같은 날 얀니크 신네르(24·이탈리아·1위)도 16강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4·불가리아·21위)에게 0-2로 끌려가다 상대 기권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신네르 역시 이날 16강 도중 넘어져 팔꿈치를 다쳐 세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8
    • 좋아요
    • 코멘트
  • ‘별중의 별’ 김서현 “요즘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들어요”

    프로야구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21)은 신인이던 2023년 기록한 개인 통산 1호 세이브 기념구가 없다. 구단은 보통 신인 선수의 통산 1호 기록 기념구를 챙겨준다. 하지만 김서현이 1호 세이브를 달성한 그해 5월 12일 SSG전은 최원호 당시 한화 감독의 부임 첫 승 경기이기도 했다. 김서현은 “앞으로 더 높은 기록을 기념하는 공을 가져가겠다”며 최 전 감독에게 공을 양보했다.프로 3년 차인 올해 김서현은 벌써 21세이브를 수확했다. 한화 투수가 20세이브를 거둔 건 2019년 정우람(은퇴·26세이브) 이후 5년 만이다. 김서현의 20세이브는 구단 최연소 20세이브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활약을 발판 삼아 김서현은 올해 올스타 팬 투표에서 총 171만7766표를 얻어 KIA 양현종이 2022년 세운 역대 최다 득표 기록(141만3722표)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맘때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에 나섰던 선수가 1년 만에 1군 무대 ‘별 중의 별’로 빛나게 된 것이다.이번 올스타전은 올해 새로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12일 오후 6시부터 열린다. 최근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난 김서현은 “요즘 야구 팬들이 많아진 덕분에 최다 득표 기록까지 세운 것 같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제 기념구가 꽤 많아졌겠다’는 질문에 김서현은 “올해 10, 20세이브 공은 다 받았다”고 웃으며 “그 대신 (3월 29일) 새 구장 첫 세이브 공은 구단 사료실에서 전시한다고 해서 드렸다. (4월 5일) 팀 통산 1100세이브 공도 그 경기 (최성용) 기록위원님 3000번째 경기라고 해서 드렸다”고 설명했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루키’가 2년 만에 ‘최연소 20세이브 마무리’로 자랄 수 있던 배경에는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베테랑 김경문 감독(67)의 묵직한 믿음이 있었다. 김서현이 ‘무서운 분’으로만 알고 있던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 닷새 만에 김서현을 불러 쇠고기를 사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했지만 제구 난조로 당시 2군에 머물던 김서현은 “트레이드 고민이나 잠을 잘 못자는 얘기까지 다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덕에 이렇게 금방 올라올 수 있었다”고 성장 이유를 설명했다.데뷔 첫해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25에 그쳤던 김서현은 지난해 37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올해는 41경기 1.59로 해마다 평균자책점을 절반 수준으로 깎고 있다. 김서현은 “내가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의 최대 수혜자”라며 웃었다. “나는 볼 끝의 움직임이 심한 ‘지저분한 공’을 던진다. 예전에는 이 공이 존 바깥으로 빠져 보여 볼 판정을 받곤 했다. ABS에서는 스트라이크로 더 자주 잡힌다”는 것이다.김 감독이 다진 토양에 매일 물을 주는 건 베테랑인 양상문 투수코치(64)와 올 시즌 불펜 포수로 합류한 친형 김지현(27)이다. 김서현은 “코치님은 항상 (마무리 투수는) 자신감이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형이 불펜에서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게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새 구장에서 새 역사를 써가는 김서현은 “올 시즌은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무조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전 목표였던 ‘20홀드’는 ‘20세이브’로 초과 달성한 지 오래다. 하지만 목표치를 올릴 생각은 없다. 김서현은 “팀이 잘해서 세이브 기회가 많았던 것뿐이다. 이제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다짐했다. 만년 하위권이던 한화는 올 시즌 김서현 등의 활약 덕에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자육상 5000m… 마의 14분벽 깨다

    케냐 출신의 ‘장거리 여제’ 비어트리스 체베트(25·사진)가 여자 육상 50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14분 벽을 깼다. 체베트는 6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필드에서 열린 2025 유진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5000m에서 13분58초06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기록을 다시 썼다. 구다프 체가이(28·에티오피아)가 2023년 남긴 종전 기록(14분00초21)을 2초15나 앞당겼다. 체베트는 “이번 대회에 올 때부터 세계기록을 준비했다. 14분 벽을 깨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체베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1만 m 세계기록(28분54초14)을 세운 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5000m와 1만 m를 모두 석권했다. 파리 올림픽 여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페이스 키피에곤(31·케냐)도 이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이 종목 세계기록(3분49초04)을 0.36초 단축한 3분48초68로 우승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3년 만에… 한화, 전반기 1위 확정

    프로야구 한화가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한화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 와이스의 6이닝 무실점 투구와 홈런 네 방을 앞세워 10-1 대승을 거뒀다. 49승 2무 33패(승률 0.598)를 기록한 한화는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KIA와 안방 3연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서 전반기를 마치게 된다. 한화가 1위로 반환점을 도는 건 전신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와이스는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을 내준 반면 삼진은 11개나 잡으며 시즌 10승을 완성했다. 와이스는 5회 2사 이후 수비 실책으로 타자를 1루에 내보낸 뒤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임지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뒤 포효했다. 와이스는 직전 두 경기에서는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됐었다. 한화는 제1선발 폰세(11승)에 이어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전반기에 10승을 달성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전반기에 10승을 동반 달성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전에 한화에서 전반기 동반 10승 달성 투수가 나온 건 1994년 한용덕-정민철, 2006년 류현진-문동환으로 모두 국내 투수의 조합이었다.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외국인 투수 듀오의 전반기 동반 10승은 2016년 두산 니퍼트-보우덴, 2018년 롯데 린드블럼-후랭코프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부상을 당한 산체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와이스는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와이스는 야구 인생을 통틀어 한 시즌 10승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2019시즌 8승을 거둔 게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와이스는 “한화라는 팀에서 동료들과 함께 10승을 이뤄내 더 특별하다”면서 “전반기는 1위로 마무리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후반기다. 계속 이길 수 있도록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중 최초로 정식 계약 전환에 성공한 와이스는 올 시즌 한화 팬들로부터 ‘대전 예수’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정작 와이스는 모든 공을 베테랑 포수 이재원을 비롯한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날 수훈선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와이스는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떠나려는 취재진을 붙잡았다. 와이스는 “어제 (포수) 이재원이 선수단 단체 메시지 방에 ‘내일 와이스가 선발이니까 무조건 10승 할 수 있게 힘내자’는 글을 올렸다.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재원의 당부대로 한화 타선은 이날 홈런으로만 7점을 뽑는 화끈한 득점 지원을 했다. 2회 채은성의 선제 투런포로 2-0으로 앞서간 한화는 7회 대체 외국인 타자 리베라토의 3점포와 노시환의 솔로포로 7-0까지 달아났다. 9회에도 선두 타자 이원석이 솔로포를 추가했다. 9회 타점을 추가한 노시환은 이어 김태연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10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부상 중인 플로리얼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팀에 합류한 리베라토는 이날도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420, 2홈런, 10타점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 2025-07-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KT 안현민 장외홈런포에 구장 주차장 ‘폭격 주의보’

    “(안)현민이 때문에 이제 여기에 주차 못 하겠다.” 프로야구 KT 베테랑 투수 우규민(40)은 1일 퇴근길에 이렇게 말했다. KT 선수단이 주로 사용하는 주차장은 수원 KT 위즈파크 왼쪽 담장 옆에 위치해 있다. 오른손 타자인 KT 안현민(22)이 잡아당긴 홈런공은 올해 이날까지 벌써 세 번이나 이곳까지 날아왔다. 수원 KT 위즈파크는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담장까지 98m, 가장 먼 중앙 담장까지는 120m다. 그런데 안현민이 이날까지 날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30.7m나 된다.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멀리 쳤다. 근육질 몸으로 세 시즌 동안 124개의 홈런을 날린 원조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전 NC)의 홈런 평균 비거리가 119.6m였다. 새로운 ‘괴물 타자’로 우뚝 선 안현민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 홈런더비 팬 투표에서도 홈런 선두 디아즈(삼성·27개)를 제치고 1위(2만7053표)에 올랐다. 안현민은 팀 내 유니폼 판매도 1위다. 그런데 정작 수원 KT 위즈파크 곳곳에 걸린 대형 포스터에는 안현민의 얼굴이 빠져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그가 팀의 주요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2일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현민은 “(포스터에) 스티커라도 하나 붙여주세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현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도 낙오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호주에서 치른 1차 캠프를 마친 뒤 안현민에게 2군에서 타격을 정립할 것을 권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던 안현민은 올 시즌 초반에도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이후 출장 기회를 받은 안현민은 5월 한 달에만 홈런 9개를 때려내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현민은 “감독님이 (1군에) 오자마자 경기에 내보내주셨다. 덕분에 2군에서 얻은 타격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29타석 소화에 그친 안현민은 신인상 후보 기준(60타석 이하)도 충족한다. 팀 선배로 2018년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26) 이후 7년 만에 타자 신인왕 도전이다. 그런데 6, 7월에도 ‘미친 활약’을 이어가면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3일 현재 15홈런으로 국내 선수 홈런 1위인 안현민은 홈런 선두권 선수 중 타율(0.342)도 가장 높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리그 평균(0.717)을 훌쩍 뛰어넘는 1.094다. 규정타석에만 진입하면 OPS 1위가 된다. KT를 상대하는 다른 9개 구단 팬들은 그를 ‘재앙’이라 부른다. 안현민에게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에런 저지, 장칼로 스탠턴(이상 뉴욕 양키스)의 이름을 딴 ‘K-저지’ ‘K-스탠턴’ 같은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안현민은 저지, 스탠턴 같은 홈런 타자보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처럼 홈런도 치고 도루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꿈꾼다. 이날까지 안현민은 도루를 5번 시도해 5번 모두 성공했다. 안현민은 “홈런을 40개씩 치진 못하더라도 3할대의 정교한 타격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22 신인 드래프트 동기인 김도영(22·KIA)이 지난해 MVP를 받는 것을 지켜본 안현민은 “친구들이랑 ‘쟤 왜 저러냐’ 했죠. TV만 보면 안타 치고 하이라이트에 늘 나오니까…”라고 했다. 올해는 자신이 같은 말을 듣고 있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안현민은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현민은 아직 김도영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드래프트 동기들은 대개 청소년 대표팀에서 친해지는데 안현민은 아직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현민의 남은 올해 목표가 ‘지금처럼 유지하기’와 ‘국가대표 선발’인 이유다. 안현민은 대표팀 선발 때마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젊은 오른손 거포’이기도 하다. 안현민의 눈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11월에 일본과 국가대항전이 있고, 내년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있잖아요. 엔트리를 봤는데 미국은 저지, 마이크 트라우트가 있고 베네수엘라엔 아쿠냐 주니어가 있더라고요. ‘이건 무조건 가야 된다’ 싶어요(웃음).”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코비치, 윔블던 3회전 진출 19회 ‘최다’

    세계랭킹 6위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최다 3회전 진출 기록을 작성했다. 조코비치는 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 154위 대니얼 에번스(35·영국)를 3-0(6-3, 6-2, 6-0)으로 제압했다. 로저 페더러(44·스위스·은퇴)와 함께 윔블던 최다 3회전 진출 타이기록(18회)을 보유하고 있던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단독 1위가 됐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19번째 3회전 진출은 대단한 기록이다. 신네르, 알카라스의 나이와 비슷하지 않나”라고 말해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나이는 각각 24, 22세다. 생애 첫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는 신네르도 같은 날 알렉산다르 부키치(93위·호주)를 3-0(6-1, 6-1, 6-3)으로 꺾고 3회전에 진출했다.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인 통산 2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조코비치는 지난해까지 윔블던에서 7차례 정상에 섰다. 호주오픈(10회) 다음으로 많은 메이저 우승을 윔블던에서 이뤄냈다.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39·스페인·은퇴)은 선수 시절 조코비치와 ‘빅3’로 불리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페더러는 윔블던 역대 최다인 8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자(14회)인 나달은 윔블던에선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외포 펑펑 날리는 ‘괴물 타자’ 안현민…KT 안방구장 선수 주차장엔 대피령

    “(안)현민이 때문에 이제 여기에 주차 못 하겠다.” 프로야구 KT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1일 퇴근길에 주차장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단이 주로 차를 대는 주차장은 KT의 안방인 수원 KT 위즈파크 왼쪽 담장 옆이다. KT 우타자인 안현민이 잡아당겨 친 홈런공은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 이곳까지 날아왔다. 수원 구장은 중앙담장까지 거리가 120m인데 안현민이 이날까지 날린 홈런 15개의 평균 비거리는 130.7m다. 안현민이 올 시즌 팬들에게 ‘괴물 타자’라 불리는 이유다. 원조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전 NC)도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9.6m였다. 안현민은 4일 발표된 2025 올스타 홈런더비 팬 투표에서도 올 시즌 홈런 선두 디아즈(삼성)를 제치고 1위(2만7053표)에 올랐다. 요즘 KT에서 팔리는 유니폼 다섯 장 중 한 장에는 안현민의 이름이 새겨진다.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다. 하지만 정작 야구장에 붙어있는 대형 포스터에는 안현민의 얼굴이 없다. 올 시즌전에는 팀의 주요 전력으로 분류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2일 KT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현민은 “(포스터에) 스티커라도 하나 붙여주세요”라며 웃었다.안현민은 “운이 좋은 해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현민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낙오로 시작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 캠프를 마친 뒤 안현민에게 2차 캠프는 2군에서 타격을 정립할 것을 권했다. 안현민은 “그때만 해도 ‘올해는 망했나’ 싶었다”고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하지만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기 시작한 5월 한 달에만 홈런 9개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안현민은 “다시 (1군에) 올라가면 내려오더라도 지난해보다 경기는 더 많이 뛰고 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오자마자 경기에 내보내 주셨다. 덕분에 2군에서 얻은 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29타석 소화에 그쳐 신인상 후보 기준(60타석 이하)도 충족한다. 신인왕 0순위로 떠오른 안현민이 신인상을 받으면 2018년 강백호(KT) 이후 7년 만에 타자 신인왕이 된다.6, 7월에도 ‘미친 활약’을 이어간 안현민은 신인왕을 넘어 이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된다. 3일 기준 안현민은 15홈런으로 국내 선수 홈런 1위다. 홈런 선두권 중에서 타율(0.342)도 가장 높고 OPS(출루율+장타력)는 리그 평균(0.717)을 훌쩍 뛰어넘는 1.094다. 규정타석에만 진입하면 OPS 1위다. KT를 상대하는 9개 다른 구단 팬들이 안현민을 ‘재앙’이라 부르는 이유다. 안현민에게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애런 저지, 장칼로 스탠턴(이상 뉴욕 양키스)의 이름에서 따온 ‘K-저지’ ‘K-스탠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안현민은 전형적인 ‘우타거포형’ 홈런 타자인 이들보다 로널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란타) 같이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꿈꾼다. 안현민은 “저는 홈런을 40개씩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홈런은 20~30개 치더라도 3할대의 정교한 타격을 하고싶다”고 했다. 지난해 1~2군을 오갔던 안현민은 2022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김도영(KIA)이 ‘미친 활약’을 펼치고 MVP를 타는 것을 멀리서 지켜봤다. 안현민은 “친구들이랑 ‘쟤 왜 저러냐’ 했죠. TV만 보면 안타 치고 하이라이트에 늘 나오니까…”라고 했다. 올해는 자신을 보는 친구들이 ‘쟤 왜 저러냐’ 하고 있지 않겠느냐 물으니 안현민은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다만 안현민은 아직 김도영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 보통 드래프트 동기들은 청소년 대표에서 친해지는데 안현민은 고교 시절은 물론 한 번도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없다. 안현민의 남은 올해 목표가 ‘지금처럼 유지하기’와 ‘국가대표 선발’인 이유다. 안현민은 대표팀 선발 때마다 부족하다고 지적된 ‘젊은 오른손 거포’이기도 하다.“11월에 일본이랑 국가대항전도 있다고 하고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있잖아요. 엔트리를 봤는데 미국은 저지, (마이크) 트라우트, 베네수엘라도 아쿠나 주니어…. ‘이건 가야된다’ 싶어요(웃음).”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4
    • 좋아요
    • 코멘트
  • 女 테니스 랭킹 1위 사발렌카, 톱5중 홀로 윔블던 3회전 진출

    세계 1위만 살아남았다.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사진)가 여자 단식 세계랭킹 톱5 가운데 유일하게 윔블던 테니스 대회 3회전에 올랐다. 사발렌카는 2일(현지 시간) 대회 2회전에서 마리에 보우즈코바(27·체코·48위)를 2-0(7-6, 6-4)으로 꺾었다. 올해 윔블던은 이변의 무대다. 직전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챔피언 코코 고프(21·미국·2위)를 비롯해 제시카 페굴라(31·미국·3위), 정친원(23·중국·5위)이 모두 1회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윔블던 준우승자 자스민 파올리니(27·이탈리아·4위)도 이날 2회전에서 패해 짐을 쌌다.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세계 톱5 중 한 명만 3회전에 오른 건 2018년 윔블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34·루마니아·은퇴)만 남았지만 3회전에서 셰수웨이(39·대만·당시 52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연이어 준우승했던 사발렌카는 “이제 더 이상의 이변은 없길 바란다”며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랭킹 1위 사발렌카, TOP5 중 홀로 윔블던 생존…라두카누와 3회전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야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가 톱5 중 윔블던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됐다. 사발렌카는 2일(현지시간)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마리 부즈코바(27·체코·48위)를 2-0(7-6, 6-4)으로 꺾었다.이번 대회는 상위랭커들이 초반 라운드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4위 자스민 파올리니(27·이탈리아)도 이날 2회전에서 탈락했다. 앞서 1회전에서 탈락한 2위 코코 고프(21), 3위 제시카 페굴라(31·이상 미국), 5위 정친원(23·중국)에 이어 짐을 싸게 됐다. 경기 후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에서 더 이상의 이변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윔블던은 사발렌카가 결승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대회다. 사발렌카는 이제껏 메이저 대회에서 총 세 차례 우승했는데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2023, 2024), US오픈(2024)에서 올린 성적이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는 고프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윔블던은 2021, 2023년 연속 준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사발렌카는 2022년 대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의 출전이 금지돼 아예 참가하지 못했고 지난해 대회는 어깨 부상으로 빠졌었다.사발렌카의 3회전 상대는 2021년 US오픈에서 시드 없이 최연소 우승을 일궜던 엠마 라두카누(23·영국·40위)다. US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라두카누는 이날 2023년 윔블던 우승자인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6·체코·73위)를 2-0(6-3, 6-3)으로 완파했다. 라두카누는 “오래간만에 인생 경기를 해 뿌듯하다. (안방) 관중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BBC 중계 해설을 맡은 애나벨 크로프트는 “이보다 더 잘 칠 수는 없다. 최고의 폼으로 올라온 라두카누를 맞을 사발렌카가 걱정된다. 물론 사발렌카의 파워 때문에 쉽진 않겠지만 라두카누가 오늘 같은 수준의 경기를 또 한다면 사발렌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3
    • 좋아요
    • 코멘트
  • 조코비치, 복통 이겨내고 2R 진출…‘윔블던 이변’ 피했다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6위)가 복통 위기를 넘고 윔블던 테니스대회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조코비치는 2일 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알렉상드르 뮐러(28·프랑스·41위)를 3-1(6-1, 6-7, 6-2, 6-2)로 꺾었다.윔블던 우승 트로피만 7개인 조코비치는 이 대회 1회전에서 20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이날 조코비치는 1세트를 6-1로 압도했다. 하지만 2세트 도중 복통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고 타이브레이크에서 7-9로 패했다.3세트 초반에도 불편한 기색이 이어졌다. 첫 세 게임에서 1-2로 끌려간 조코비치는 결국 메디컬 타임아웃을 다시 불렀다. 간단한 처치를 받은 뒤 조코비치는 4세트를 마칠 때까지 마지막 12게임에서 뮐러에게 2게임만 내줬다.조코비치는 “2세트 초반까지 컨디션이 최고였는데 이후 45분 정도는 최악이었다. 배탈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힘들었다”면서 “의료진이 ‘기적의 약(miracle pill)’을 줘서 겨우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열리지 못한 2020년 대회를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윔블던에서 6회 연속 결승을 밟았다. 이 중 앞선 네 차례는 연속 우승했지만 2023, 2024년 대회 때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2위)에게 우승을 내줬다.올해 윔블던에서는 시드 배정 선수 중 남자 단식에서 13명, 여자 단식에서 10명이 1회전에서 탈락했다.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는 2001년부터 남녀 단식 상위 랭커 각 32명에게 시드를 배정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는 상위 랭커가 1회전에서 가장 많이 탈락한 대회가 됐다.세계랭킹 톱 5 선수 중에서도 세 명이나 짐을 쌌다. 남자 단식에서는 세계랭킹 3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가 2회전을 밟지 못했고, 여자 단식에서는 프랑스오픈 챔피언 세계랭킹 2위 코코 고프, 3위 제시카 페굴라(이상 미국)가 탈락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7-02
    • 좋아요
    • 코멘트
  • [광화문에서/임보미]꽁꽁 숨긴 싱크홀 정보… 발밑은 더 불안하다

    “대형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싱크홀 사고는 100%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이 굴착공사장을 직접 찾은 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죽고 1명이 다친 이후다. 오 시장의 말과 그 뒤 서울시의 태도는 서로 달랐다. 대형 싱크홀 사고가 터질 때마다 서울시는 ‘노후 상하수도관 정비’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확대’를 대책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상하수도관은 지하 1∼2m에 묻히고, GPR도 지하 2m 이내 비교적 얕은 땅속 상태만 알 수 있다. 사람이 죽거나 달리던 차가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대형 싱크홀은 깊은 지하 굴착공사 주변에서 토사가 과도하게 유실되며 생긴다. 지금도 대부분의 굴착공사장에는 지질 전문가가 상주하지 않아 위험 징후를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2019년 12월 영등포구 여의도동, 2024년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로 각각 1명씩 목숨을 잃었을 때도 전문가들은 굴착공사를 주원인으로 봤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유로 상수관로 파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등 애매한 표현으로 뭉뚱그렸다. 굴착공사가 원인으로 판명될 경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시도 배상 책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의 말처럼 대형 싱크홀을 예측, 관리하려면 싱크홀 위험이 큰 지역을 미리 파악해 지역 인근 굴착공사장부터 깐깐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부실 공사는 지켜보는 눈이 없어서 생긴다. 지금은 공사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다. 공사와 지반침하의 상관성을 입증할 자료를 건설사나 시공사가 내놓겠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이미 시내 도로를 싱크홀 위험도에 따라 구분해 둔 자료도 만들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GPR 탐사 차량을 어디에 먼저 보낼지 정하는 데에만 쓰고 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지난달 24∼26일자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시리즈에서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서울시 싱크홀 위험지도를 제작, 공개한 이유다. 싱크홀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알려 굴착공사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사고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였다. 이후 서울시 안전지도에 대한 공개 요구가 이어졌지만 서울시는 “불필요한 오해와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며 여전히 회의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싱크홀을 마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더 불안하다. 안전 관련 정보는 공개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검증하고 수정하고 활용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어쩌다 한 번 점검 오는 공무원보다 매일 동네를 오가는 주민이 싱크홀 조짐을 먼저 알아차리기 쉽다. 명일2동 사고 조짐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도 인근 주유소 사장이었다. 굴착공사장 주변의 주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관찰할 때 공사 현장도 더 안전의 끈을 조일 것이다.임보미 10기 히어로콘텐츠팀장 bom@donga.com}

    • 2025-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르브론 제임스, NBA 역사상 첫 23번째 시즌 맞는다…선수 옵션 실행

    르브론 제임스(41)가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처음으로 23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가 된다. ESPN, 애슬레틱 등 스포츠 전문매체에 따르면 제임스의 에이전트사는 제임스가 2025~2026시즌 레이커스에서 선수 옵션을 실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날은 계약상 제임스가 선수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할 마지막 날이었다. 제임스는 5260만 달러(약 710억 3500만원) 선수 옵션을 실행하기로 해 일단 2025~2026시즌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지난 시즌까지 22시즌을 뛰어 빈스 카터(1998~2020)와 NBA 최장 시즌 타이 기록을 가지고 있던 제임스는 다음 시즌 코트에 서면 NBA 역사상 첫 23번째 시즌을 맞는 선수가 된다. 지난 시즌 제임스는 정규리그 70경기를 뛰며 평균 24.4점, 7.8리바운드, 8.2도움을 기록했다. 제임스는 이미 NBA 최다득점(4만2184점) 기록 보유자다. 22시즌동안 정규리그 1562경기를 뛰며 세운 기록이다. 제임스는 다음 시즌 50경기만 더 뛰면 로버트 패리시의 정규리그 최다경기 출장(1611경기) 기록도 깬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중 무릎 내측측부인대를 다쳤던 제임스는 최근 코트 훈련을 재개했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제임스가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청하지 않는 한 2025~2026시즌은 제임스와 루카 돈치치가 온전히 한 시즌을 함께 뛰는 첫 시즌이 된다. 돈치치는 지난 시즌 막판인 2월 댈러스에서 트레이드됐다. 또 지난 시즌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장남 브로니 제임스와도 두 번째 시즌을 함께 맞게 된다.제임스의 소속사 대표인 리치 폴은 “제임스는 레이커스가 미래를 위해 팀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우승에 도전하고 싶어한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당장 우승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제임스는 남은 모든 시즌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하고 레이커스 역시 제임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6-30
    • 좋아요
    • 코멘트
  • 7년간 전국 싱크홀 사고 1448건, 정부 조사위 꾸려진건 3건뿐[히어로콘텐츠/크랙下-②]

    싱크홀 사고가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나 피해가 큰 사고는 정부가 전문가들로 이뤄진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는데 실제 구성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조사위원에게 강제적인 조사 권한도 없어 민간 공사의 경우 시공사 등이 조사를 거부하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숨진 싱크홀, 사고조사위 구성 안 해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면적 4m²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의 싱크홀 사고에 대해선 전문가들을 모아 중앙사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보통 토질, 터널, 지하 안전 등 전문가 12명 이내로 구성되며 6개월간 조사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국 싱크홀 사고 1448건을 분석한 결과, 중앙사조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사고는 총 649건이었다. 이 중 실제로 중앙사조위가 구성된 건 3건(0.2%)이었다. 2020년 경기 구리시 교문동 싱크홀, 2022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싱크홀,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때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반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때는 중앙사조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2021년 1월 경기 안산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주변 도로 80m가 무너질 정도로 큰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중앙사조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구성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21년 구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구성 기준을 충족한 싱크홀 사고 239건 중 2건(0.8%)만 중앙사조위가 구성됐다.● 권한 없는 조사위원, 현장에 못 들어가기도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대부분의 싱크홀 원인 조사는 지방자치단체 몫이 됐다. 지자체도 사고가 터지면 해당 과 공무원 등으로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역량 및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2020년 8월 구리시 교문동에서 아파트 앞 도로가 가라앉아 폭 16m, 깊이 20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에서 지하철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구리시는 자체 조사 결과 ‘상수도관 파열’ 탓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구리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발파 방식이 아닌 기계를 이용한 굴착 방식이라 싱크홀과 연관성이 낮다”고 했다.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4개월 뒤 “상수도관은 사고 발생 이후에 파손됐다. 싱크홀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리시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김정환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싱크홀 사고 원인을 조사할 때는 전문가가 동행해 조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가 나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사조위를 구성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 조사를 수행하는 위원들의 권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 사조위에 참여한 이규환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조사위원들이 사고 현장에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조사 및 자료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축구장 134개’ 땅 꺼졌는데… 원인-책임 두고 6년째 갈등당진시 “한전 굴착공사 때문” 결론한전 “바다 매립지 특성 고려해야”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 싱크홀 사고도 있다. 2019년경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산업단지 부곡공단에서는 95만8600m²(축구장 134개 넓이) 규모의 부지가 2.5cm 넘게 꺼지는 대규모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역대 국토부에 신고된 싱크홀 사고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사고다. 당시 땅 밑에선 한국전력이 송전선을 지하로 연결하기 위해 깊이 60m짜리 굴착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공단 내 공장 수십 동에서 벽이 갈라지거나 바닥이 내려앉는 등 피해를 입었다.한전은 2017년 10월부터 굴착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장 대표들이 이를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였다. 그사이 한전은 공사 도중 지하수가 유출되는 등 문제로 두 차례나 공사를 중단했지만 그때마다 공법을 바꿔 굴착을 재개했다. 싱크홀 사고 발생 직후 한전은 A학회에 1억2000만 원의 용역비를 주고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A학회는 이듬해 ‘굴착공사의 영향으로 싱크홀이 발생한 건 맞지만 바다 인근 매립지라는 특성상 자연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요지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피해 공장 대표들은 용역에 참여한 A학회 위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B협회에 의뢰해 정반대 결론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싱크홀 발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한전에 있다는 결론이었다.갈등이 지속되자 당진시는 사고 발생 1년 2개월 만인 2020년 3월 ‘당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9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는 ‘한전의 전력구 굴착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을 부곡공단 싱크홀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자 한전은 부사장까지 나서 “부곡공단 지반침하에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한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하지만 한전은 2022년 10월 당진시가 ‘공사 현장을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불복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한전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전은 곧바로 항소했다. 한전 관계자는 “싱크홀 사고와 관련된 터널 구간에 대해선 원상복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고와 무관한 구간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은 과하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공장 대표들의 보상 문제를 두고서도 “복구 비용을 정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결과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했다.법정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피해 공장 대표들은 건물안전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공장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다. D등급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오후 찾은 공단에서는 바닥이 10cm 넘게 가라앉아 있거나 가스관이 휘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송근상 현대호이스트 대표는 “차라리 다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당진=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5-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싱크홀 지도 공개를” 국회 입법 팔걷었다[히어로콘텐츠/크랙下-①]

    지방자치단체장이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잇단 싱크홀 사고에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도 서울시, 부산시 등 지자체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국회가 나선 것이다.25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 일부개정안에는 시도지사가 싱크홀 안전지도를 제작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의원은 “지반침하 예방은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배경을 밝혔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에 필요한 싱크홀 정보의 경우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서울시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뒤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서 싱크홀이 14차례나 발생한 부산시 역시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도 2014년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발생을 계기로 785억 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만들었지만 일반 시민은 볼 수 없다. 국토부 승인을 받은 일부 개발사업자 등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싱크홀 지도 공개와 함께 지자체의 싱크홀 대응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싱크홀 우려가 있으면 국토부가 지자체장에게 보강, 보수 등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싱크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하 안전 평가 전문가인 이재호 지원텍 대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처럼 지반침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서울시와 정부가 보유한 싱크홀 지도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 시민단체 건강사회복지연대의 이성한 사무처장은 “시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하 안전지도를 정밀하게 만들어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혈세 들인 싱크홀 지도, 핵심정보 빠져… 건물 기울어도 비공개비공개에 무용지물 된 ‘싱크홀 지도’국토부가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 지하수-공동 정보 없고 접근 제한 서울-부산시 제작 지도도 상황 비슷 철도공사장 옆 3년간 14번 싱크홀 현장 본 전문가 “땅속이 갯벌 같아” 시민들 “눈앞 땅 꺼져도 상태 몰라”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새벽시장 바닥에 균열이 여럿 보였다. 길이 5m가량의 균열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쑥 들어갔다. 주변 화장실, 계단, 건물, 기둥에는 금이 가 있었다. 전봇대가 쓰러질까 봐 보강해 놓은 장치도 보였다.이 주변에서는 최근 3년간 14차례 싱크홀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8차례, 올해는 3차례 있었다. 부산시는 지하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며 국비 5800만 원을 지원받아 2년 전 ‘지반침하 위험지도’를 만들었지만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땅이 12cm 가라앉아 4층짜리 건물이 기울어지면서 사무실을 급히 이전한 주민도 있었다.● 싱크홀 핵심 요소 빠지고 자료도 비공개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부산에서 만난 새벽시장 상인회 이복용 관리부장은 “눈앞에서 땅이 꺼지고 균열이 늘어나는데 시에서 하는 공사에 대해 우리가 뭘 알겠나.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과 일터 주변에서 자꾸 싱크홀이 발생하는데 부산시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최소한의 대비를 위해서라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특히 사상구 공사 현장처럼 싱크홀 사고가 빈번한 지역은 조속한 자료 공개와 이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20일 히어로팀과 함께 이 지역 굴착공사 현장을 살펴본 조복래 지하공간연구소장은 “지하 15m 정도를 파 내려갔는데도 여전히 땅이 갯벌 같다. 그만큼 땅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낙동강 하구에 있어 모래 퇴적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굴착공사장 바닥은 물이 흥건한 진흙 상태였다. 조 소장은 “일반 땅이라면 이 정도 깊이를 파면 비교적 단단한 땅이 나타날 텐데 여기는 아직 수십 m는 더 파야 멀쩡한 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부산시가 만든 싱크홀 지도에는 이 같은 지질 정보가 빠져 있다. 지질, 지하수, 싱크홀 이력 등은 싱크홀 발생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들인데 정작 싱크홀 피해 예방을 위한 지도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도에 반영됐다는 지하시설물 정보 역시 시설물이 매설된 깊이, 노후화 정보 등은 담기지 않아 싱크홀 예방이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토교통부가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사건 이후 2022년 만든 ‘지하공간 통합지도’에도 지하수,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 과거 싱크홀 이력 등이 빠져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하시설물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다른 곳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국토부의 지도 자료는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없다. 국토부가 승인한 일부 사업자에게만 종이 자료 형태로 잠깐 대여해 준다. 최근 싱크홀 사고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자료 공개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 역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집값, 부동산 민심을 우려해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지도에는 지하수, 지질, 지하구조물 등 중요 요소들이 빠져 있어 싱크홀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불안 커져… 지자체는 ‘네 탓 공방’부산시는 25일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이달 말 공동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결과를 공개하고 시에 도로안전과를 신설해 지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가 공개한다는 GPR 자료는 ‘지반침하 위험지도’와는 다른 것으로, 최대 지하 1, 2m 정도의 상황만 알 수 있다. 시는 싱크홀 사고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도에 지하매설물 현황 정도만 반영하고 있어서 실제 싱크홀 위험도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 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도로함몰 안전지도’로 부르며 지반 탐사 우선 구간 등을 정하는 데 보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부산 싱크홀 사고는 부실한 시공 및 관리·감독 문제까지 겹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공사 현장의 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지하수가 공사장에 계속 흘러들어와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지하수 유입은 대표적인 싱크홀 유발 요인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시행사)는 건설사업관리단(감리)에 대책을 요구했고, 감리단은 “물막이 기능이 더 좋은 콘크리트 벽체로 바꿔 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정부에서 추가 예산을 받기 곤란하다며 사장 등 상부에 이를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공사 현장 인근 지하 우수박스에서 균열까지 발견됐다. 사상구는 지하철 공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공사 측은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부산같이 지반이 연약한 곳이나 지하 개발사업이 활발한 대도시에선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지도가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학계 “지하 안전평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전수조사를”지하안전協, 싱크홀 예방 토론회 본보 제작 지도엔 “위험도 보여줘”“지반조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다시 검증을 받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지방자치단체가 지하안전평가를 기준과 원칙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유재성 고려컨설턴트 대표)동아일보가 히어로콘텐츠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를 통해 ‘서울시 싱크홀 안전 지도’를 공개한 이후 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2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지하안전협회 주최로 열린 ‘지반침하사고 예방 대토론회’에서는 지반, 지하안전, 지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논의했다. 유 대표는 “균열, 침하 등 위험 구간은 설계에도 반영해서 사고 시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태 엘머스코리아 전무는 “현장에 가보면 이미 싱크홀 사고가 벌어졌던 곳인데도 계측기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우선 효명이씨에스 부사장은 “장마철이 시작된 현재 지자체와 유관 기관이 협의해 우회수로, 집수정 규모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동 지하정보기술 대표는 “지반침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엔지니어들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굴착공사 전 시행하는 지하안전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명상 명동엔지니어링 대표는 “평가를 해보면 ‘지반이 안전하냐’고 물어보는 발주처는 한 곳도 없다. 공사 기한을 맞출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 현장에서 설계 오류를 여럿 잡아냈지만 개선 요구가 묵살됐다고 말했다.협회는 히어로팀과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동아일보가 분석한 요소들은 싱크홀 위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며 “위험한 지역을 선별했다면 그다음은 계측 등 촘촘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을 싱크홀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으로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은 서로 지하안전평가 기준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험한 지역은 소규모 공사도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용선 한국토질 및 기초기술사회 부회장은 “산에서 깊게 굴착하는 공사와 도심에서 얕게 굴착하는 공사 중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하는 곳은 후자”라며 위험도에 따라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자체 제작, 공개하고 국토교통부 서울시 부산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싱크홀 자료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전용 페이지인 디오리지널(https://original.donga.com/project/series?c=03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부산=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망 사고-깊이 5m 넘는 대형 싱크홀 모두 안전도 낮은 4, 5등급서 발생했다[히어로콘텐츠/크랙中-①]

    2019년 12월에 1명이 숨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싱크홀(땅 꺼짐) 지점에서는 지하보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의동은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한국지하안전협회와 제작한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안전도가 낮은 5등급 지역이었다.지난해 8월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지점은 사천빗물받이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장 인근이었다. 안전지도에서 5등급 바로 위인 4등급 지역이었다.히어로팀은 2018년 이후 서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깊이 5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 6곳을 안전지도에서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은 싱크홀 관련 자료를 2018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사고 모두 4, 5등급 지역에서 일어났다. 6건 중 사망 사고는 여의동, 연희동, 강동구 명일2동 등 총 3건이었는데 인근에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던 마포구 대흥동,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송파구 석촌동은 4등급 지역이었다. 깊이 5m 싱크홀이 생긴 여의동은 5등급이었다. 원인은 모두 굴착공사 안전관리 부실, 되메우기 불량 등 인재(人災)였다.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전체 싱크홀은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총 132건 있었는데 90건(68.2%)이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하에 묻어 놓은 상하수관이 손상돼 지하수가 흘러나오거나, 주변 굴착공사로 인한 여파가 원인이었다.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을 파내는 굴착공사를 하려면 지반 안전을 증명하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명일2동 같은 경우 인근의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이 평가를 통과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굴착공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싱크홀 68% ‘안전 취약’ 4, 5등급서… 공사부실 41%선 인명피해서울 싱크홀 사고 분석해보니8년간 132건중 90건 4, 5등급 몰려 인명피해 주요 원인 ‘굴착공사 부실’ 서울內 깊이 10m 공사장 300여곳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서 4, 5등급 “굴착공사 현장 수시 안전점검 필요”국토교통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132건 중 90건(68.2%)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의 4, 5등급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 등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의 안전도는 낮아진다. 반면 안전도가 높은 1등급 지역인 관악구 대학동에서는 싱크홀이 한 번도 없었다.● 서울 싱크홀 68.2%는 4, 5등급 땅에서올해 1월 16일 서대문구 연희동 사천교 삼거리 인근에는 폭 1m, 깊이 1m의 싱크홀이 생겼다. 지하에서는 2020년부터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로 연약해진 주변 지반을 보강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 지점은 지난해 8월 29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연희동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불과 500m 거리였다. 연희동은 안전지도에서 최하등급(5등급) 바로 위인 4등급이다.싱크홀 원인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등 다양하다.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63.6%는 ‘상하수도 및 매설물 손상’이 원인이었다. 하수관이 깨져 물이 흘러나올 때 흙이 쓸려가며 싱크홀이 생기는데, 지하 1∼2m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가 큰 심각한 싱크홀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최근 10년간 벌어진 서울 싱크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굴착 공사 부실로 싱크홀 사고가 난 경우 40.7%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반면 지하 매설물 손상으로 발생한 싱크홀이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지금도 196곳 대규모 굴착 공사 진행 중히어로팀 취재 결과 현재도 4, 5등급 지역에서는 대규모 굴착 공사가 여럿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 현장 300여 곳 주변 도로를 지표투과레이더(GPR)로 탐사 중이다. 이 중 196곳이 본보 안전지도에서 4, 5등급이었다. 5등급인 강동구 고덕2동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포함해 10곳에서 깊이 10m 이상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었다.전문가들은 굴착공사장 주변에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긴 경우 얼마나 빠르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올해 3월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의 경우에도 사고 3, 4개월 전 탐사에서는 공동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시로 안전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일동 싱크홀, 2년前 안전평가때 조사 누락인근지점 최대 허용치 겨우 통과 취약성 알고도 추가 조사 안해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이 일어나기 전 수행된 굴착공사장 지하안전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지하안전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굴착공사를 하기 전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명일2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도 2023년 이 평가를 통과했다. 평가는 주요 지점(대표 단면)을 조사해 수치로 안전 여부를 나타낸다. 굴착을 하면 주변 땅, 구조물 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지 예측해 수치로 나타내는 식이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공사를 못 한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평가 보고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검증했다. 총 21곳 지점을 대표 단면으로 선정해 분석해놨는데 그중 싱크홀 지점과 가까운 지점은 ‘터널 상단 침하량’(터널 윗부분이 주저앉는 정도)이 24.86mm였다. 최대 허용 기준치(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 주변은 대표 단면 선정 및 조사,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에서 올해 3월 24일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보고서를 본 전문가들은 “마지막 조사 지점이 기준치를 턱걸이로 통과했다면 그 주변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표 단면으로 지정,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질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취약 단면을 선정한다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지하안전평가 업체는 “보고서 뒷부분에 사고 지점과 가까운 구간을 검토한 내용을 추가했다”며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많은 단면을 다 검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5등급 땅 굴착공사, 싱크홀 감지기도 없어… 소장은 “지반 좋다”[히어로콘텐츠/크랙中-②]

    올해 4월 서울의 한 지하차도 굴착공사 현장. 기둥과 땅이 맞닿는 곳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됐어야 할 계측기가 안 보였다. 계측기란 지반이 움직이거나 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지표침하계, 지중경사계 등이 있다. 점검을 나온 정부 안전 점검단 관계자가 “계측기는 어디 있나요?”라고 묻자, 현장소장은 “곧 설치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점검단 관계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터파기 공사하기 전에 설치해야 하는 걸 모르느냐”고 되묻자, 현장소장은 “이 현장은 지반이 워낙 좋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동행한 이날 현장은 본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에서 가장 안전도가 낮고 지반이 불안한 5등급 지역이었다.●계측기 위치 제각각… 불편하다고 옮겨 달아 점검단은 공사장 입구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콘크리트 기둥부터 살폈다. 표면에 균열이 보였다. 이곳 지반은 돌이 아니라 흙이 대부분이었다. 지반이 단단하면 시공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토류판(흙막이 벽체)을 쓴다. 반면 지반이 붕괴되기 쉽거나 불안정한 곳은 콘크리트 기둥을 쓴다. 콘크리트를 타설해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시공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곳은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다.설계도상 흙막이벽 뒤에 설치했어야 할 계측기는 실제로는 약 6m 떨어진 도로 건너편 공터에 설치돼 있었다. 현장 담당자는 “원래 설치해야 하는 지점이 차가 다녀서 옮겼다”고 했다. 계측기 설치 지점을 마음대로 바꾸면 싱크홀 조짐을 감지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점검단 관계자는 “애먼 곳에 계측기를 설치하면 붕괴 조짐을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붕괴 조짐도 감지 어려운데… 현장은 ‘무감각’ 공사장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버팀보들 주변에도 계측기가 없었다. 흙더미가 누르는 하중의 변화를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로 위에는 덤프트럭, 중장비 차량 등이 지나다녔다. 점검단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공사할 때 불안하지 않냐. 수천억 원을 쓰는 공사인데 계측기 비용 2억∼3억 원을 아끼느냐”고 지적했다. 히어로팀이 5월에 찾아간 경기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장에 도착한 뒤 계측기 위치부터 확인했다. 흙막이 벽체 곳곳이 돌출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다. 현장 관리자는 반대편 벽면을 가리키며 “계측기는 저쪽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현장소장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김 정책관은 “걱정이 된다. 최근 사망 사고가 난 굴착공사 현장들 돌아보면 소장님들은 다 ‘내가 30년 작업했는데 이렇게 해서 문제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비용 아끼려 방수 대신 배수… 공사장은 물바다경기의 또 다른 지하철 노선 신설 현장은 배수 시설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히어로팀이 점검단과 함께 터널에 들어갔을 때 바닥엔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지하 터널 공사는 굴착공사 중에서 물 유입량이 가장 많다. 터널 주변을 전부 방수 비닐로 덮고 콘크리트를 많이 칠하면 물을 막을 수 있는데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현장은 이 방식 대신에 배수펌프로 물을 퍼내는 방식을 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한 굴착공사 분야 전문가는 “원래 지하안전법상 지하수 유출량이 설계에서 정한 3단계 관리 기준(안전-주의-위험) 중 위험 단계에 해당하면 공사가 중지됐다”며 “그런데 민원이 너무 많아서 유출량이 이 기준을 넘어도 공사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수 유출량이 기준치의 5배를 넘어도 그냥 공사하는 곳이 많다”며 “이런 현장 주변에서는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100개씩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대형 싱크홀이 왜 굴착공사장 주변에서 발생하는지, 그 과정과 원리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로 소개합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5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크랙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히어로콘텐츠팀▽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시 지도엔 없는 ‘지질-지하철-지하수’도 반영… ‘발밑 안전’ 첫공개[히어로콘텐츠/크랙上-②]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지반침하 우려도를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 개발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했다. 이 지도를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 싱크홀 사고 이후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집값, 부동산 파장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나왔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지하공간 개발 설계·시공 엔지니어링 전문가 14명의 도움을 받아 지난 3개월간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426개 행정동 단위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직접 제작했다. 일반에 공개가 제한되는 노후 매설물 정보는 노후 건물 정보로 대체했다. 노후 건물 주변에 노후 매설물이 많다는 특성을 반영했다.● 민간 첫 싱크홀 안전지도, 정보 2만 건 반영싱크홀 안전도는 △지반(지질 분포, 토사층 두께, 충적층 두께) △지하수(지하수 수위, 수위 저하, 토양 침투 성능) △지하철(노선 분포도, 정거장 밀집도) △지반침하 이력(지반침하 사고 밀집도 및 규모) △노후 건물 분포(30년 이상 노후 건물 밀집도) 등 크게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히어로팀과 전문가들은 석 달간 이와 관련된 정보, 자료들을 취합한 뒤 각 행정동을 다섯 가지 주요 요인별로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들 중 안전도가 가장 낮은 등급을 해당 동의 종합등급으로 정했다. 지반 항목은 국토지반정보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서울시 시추 정보 7만 건을 이용했다. 지반 분석을 맡은 전문가들은 지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 행정동당 대표 시추공 정보를 최소 50개 이상, 총 2만 건 이상의 시추 정보를 분석했다.● 서울시 비공개 지도, 한강벨트에 4, 5등급 몰려히어로팀은 취재 과정에서 서울연구원 김정환 연구위원을 통해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지도와 히어로팀이 제작한 안전지도를 서로 비교한 결과, 두 지도 모두 안전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한 4, 5등급 지역이 일명 ‘한강 벨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다른 안전도 최하 지역들도 서울시의 지도와 히어로팀의 지도가 대부분 비슷했다.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 자료는 상하수관, 통신관, 전력관 등 ‘지하 시설물이 얼마나 밀집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도로별 위험도를 나눴다. 위험도가 높게 분류된 곳은 지하 1, 2m 밑에 공동(空洞·지하 빈 공간)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이다.● “굴착지 주변 위험 줄이는 데 지도 활용해야”히어로팀 지도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종로구, 중구 등 구도심은 서울시 지도에서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오래된 지하 매설물과 이 주변에 생긴 작은 공동이 많은 탓이다. 반면 히어로팀 지도에서는 이 지역 내 5등급은 을지로동 1곳뿐이었다.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자료는 어느 곳에 탐사 차량을 보내야 공동을 빨리 발견해 메울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목표인 연구였다. 그래서 분류 기준도 면적 단위가 아닌 도로 경계선”이라고 했다. 서울시 지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개발업자들은 지질, 지하수 정보를 반영해 안전 여부를 따지는데 서울시 지도에는 이 요소들과 지하철 현황도 반영되지 않았다. 히어로팀 지도에는 모두 반영된 요소들이다. 김 연구위원은 히어로팀 안전지도에 대해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루 반영했다”며 “이 지도를 보고 ‘몇 등급이냐’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굴착 공사장 주변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역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 426개동 첫 ‘싱크홀 지도’ 절반이 안전도 낮은 4, 5등급[히어로콘텐츠/크랙上-①]

    올해 3월 서울 강동구 명일2동에서 도로가 꺼지며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싱크홀(땅 꺼짐) 크기는 폭 18m, 깊이 20m로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최대 규모였다. 옆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충희 씨는 사고 두 달 전 주유소 바닥에서 실금을 처음 발견했다. 인근에서는 지하철 9호선 굴착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씨는 균열 틈새 폭이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1cm까지 커지는 것을 보고 공사 관리자들을 불러 “안전한 거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들은 “우리 공사 때문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하에 있는 기름 탱크의 안전이 우려됐다.최근 잇단 싱크홀 사고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자 ‘내 발밑이 안전한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명일2동 사고 이후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4월부터 석 달에 걸쳐 한국지하안전협회와 함께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사람과 기업,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보다 인명, 재산 피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동별로 △지반 △지하수 △지하철 △지반침하 이력 △노후 건물 분포 정보를 분석해 안전도를 1∼5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하다.그 결과 서울 전체 면적(605.200km²)의 50.2%인 303.930km²는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총 426개 행정동 중 208개로 특히 한강 주변에 집중됐다. 과거 서울에서 벌어진 싱크홀 사망 3건, 깊이 5m 이상 대규모 싱크홀 사고 3곳을 지도와 비교해 보니 4, 5등급 지역이었다. 싱크홀 현황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서울에서 총 132건의 싱크홀이 생겼는데 68.2%(90건)가 안전지도상 4, 5등급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크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는 뜻이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기술 분석을 맡은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4, 5등급 지역은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런 곳에서 굴착 공사를 할 때 엄격한 안전조치를 하지 못하면 대형 침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5등급 지역이라도 이제부터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적정 공법을 쓰고 감독, 감리, 시공 안전조치를 철저히 한다면 싱크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싱크홀은 초기의 작은 사고 징후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삼성1동-압구정동-여의동… 싱크홀 안전 4, 5등급 한강벨트 많아‘서울 싱크홀 안전지도’ 분석해보니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4번 출구. 지하철 공사 현장 주변의 보도블록이 군데군데 내려앉거나 깨져 있었다. 울퉁불퉁하게 내려앉은 바닥 곳곳에는 새벽부터 내린 비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옆 시멘트 바닥에는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수 m 이어졌다. 화단, 환기구 등 구조물 곳곳에는 균열을 보수한 흔적이 보였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과 전문가들이 만든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는 서울 426개 동의 지반 상태 등을 분석했다. 이 중 국회, 지하철역, 한강공원 등이 있는 영등포구 여의동은 안전도 1~5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한 곳이었다. 지반, 지하수, 지하철, 노후 건물 분포에서 4등급을, 지반침하 이력에서 5등급을 받았다.● 5등급 여의동 가보니 굴착 주변에 균열여의동은 종합등급 5등급을 받은 33개 동 중 다섯 가지 평가 영역에서 모두 4등급 이하를 받은 유일한 동이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싱크홀 사고가 취합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여의동에서는 6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의 동들 중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이 한번 일어난 곳 주변에서 다시 일어날 확률이 높다며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싱크홀이 한번 발생한 위치에서 반경 100m 이내에 또 다른 싱크홀 혹은 공동(空洞·땅속 빈 공간)이 생길 확률이 67%였다. 100곳 중 67곳은 주변에 또 발생한다는 의미다.히어로팀은 여의동 일대를 전문가와 직접 살펴봤다. 여의도역 4번 출구에서 약 20m 떨어진 지점 지하에는 5호선, 9호선이 지나간다. 그 아래는 신안산선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연말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B 노선 공사도 시작될 예정이다. 지하철은 공사 과정뿐 아니라 공사 후에도 지하수를 대량으로 빼내 지반이 약해지기 쉽다. 지하철역이 밀집한 곳일수록 고층 건물이 몰려 있다. 고층 건물 역시 지하를 깊이 파내고 지은 구조물이라 건물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계속 지하수를 뽑아내야 한다.동행한 변광욱 한국지하안전협회 부회장은 “보도블록 균열은 지하 공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사장 주변에서 물이 빠져나간 공간을 흙이 메우면 땅이 점점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면 밑으로 내려앉아 지표면의 보도블록과 흙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그 지점에 하중이 집중되면 보도블록이 깨지거나 금이 간다. 변 부회장은 “한강과 바로 접한 여의도 지반은 모래와 흙이 뒤섞여 무르다”며 “이렇게 지반이 약한 곳에서는 굴착 공사 구간으로부터 반경 200m 주변 땅까지 침하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1동 싱크홀 빈번, 압구정동 노후 건물 밀집강남구 삼성1동과 압구정동도 안전도가 낮은 5등급으로 나타났다. 삼성1동은 지반, 지반침하 이력 항목이 5등급이었고 나머지 3개 항목은 2~4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반, 노후 건물 분포 항목에서 5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3개 항목은 모두 3등급이었다. 압구정동은 지은 지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지하 노후 매설물이 싱크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삼성1동의 경우에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형 굴착 공사다. 22일 오후 삼성역 5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인도 경계석과 보도블록에 균열이 보였다. 인도가 물결치듯 휘어지며 코엑스 앞 경계석이 깨져 있었고, 나무 울타리는 기울어져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의 돌 난간을 떠받치는 바닥도 내려앉아 임시로 아래 타일을 괴어 놓은 상태였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영동대로 공사장은 지난해 정부 특별점검에는 포함됐는데 굴착이 더 진행된 올해 점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면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4, 5등급 지역서 굴착 공사 부실 관리 땐 위험서울 426개 동 중 싱크홀 안전도 1등급을 받은 곳은 관악산과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있는 관악구 대학동뿐이었다. 2등급 지역도 관악구에 8개로 가장 많았다. 그 외 북한산(강북구 우이동), 안산(서대문구 홍은1동 등) 등의 행정동이 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안전도 4, 5등급 지역이 ‘당장 땅이 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싱크홀은 지하 매설물 손상, 굴착 공사 안전 부실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안전도가 낮은 4, 5등급 지역에서 이런 인위적인 요인까지 가해지면 싱크홀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안전지도를 통해 위험 지역을 미리 선별하고, 그 지역의 굴착 공사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크랙: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는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도심 싱크홀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시민 불안은 커지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히어로팀은 전문가들과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버전 ‘크랙’ 시리즈는 24일 오전 3시 온라인 공개됩니다.▶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 보기히어로콘텐츠팀▽ 팀장: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취재: 공승배 주현우 기자▽ 프로젝트 기획: 임상아 ND▽ 사진: 홍진환 기자▽ 편집: 이소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상아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정시은 CD 이형주 인턴◇안전도 분석에 활용한 공공데이터=지질분포(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시 지질도), 충적층·토사층 두께(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지반정보통합DB), 지하수위(서울시 지하수 측정연보), 지하수위저하(서울시 지하수 보조관측망 변동분석), 토양침투성능(국립농업과학원 토양분포도), 지하철 노선분포·정거장 밀집도(서울시지하철노선도), 지반침하이력 밀집도 및 규모(지하안전정보시스템), 30년 이상 노후건물 분포도(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지도 제작 기술자문=△총괄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 △지질특성분석 정경문 정찬규 천명남(이하 협회이사) △수리특성분석 유재성 우상백 구본민 △지하공간개발현황분석 변광욱 장우선 △지하공동발생현황분석 김창동 김한응 △지반침하이력분석 남준희 김승진 △자문 안상로 협회 고문임보미 기자 bom@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5-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