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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내놓은 북한 핵 개발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미 정치권과 외교가를 강타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새롭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북한이 최근 수개월간 핵무기 개발을 위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려 왔으며,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 개발 작업을 계속 진행해 왔다고 결론지었다. 북한이 해외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큰 쇼(big show)’를 벌였지만 진정한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앞두고 공개된 보고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작성에 관여한 미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주요 내용을 누설(leak)하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됐다. 상부의 지시 없이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북한의 핵능력 확대와 은폐 실태를 공개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은 없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뉴욕매거진은 지적했다. 정보 당국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하는 북한 비핵화 약속을 믿지 않을 정도로 행정부 내부 분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NBC방송은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중대 양보까지 했는데 북한이 핵 비축량을 줄인다든지, 핵무기 생산을 포기하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정보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6일 전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핵개발 관련 기밀 정보가 알려지면서 비핵화 확약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 만나 비핵화 의제 등을 사전 조율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다시 방한해 1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 논의를 위한 실무 접촉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당국자 간 접촉이 확인된 것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19일 만이다. 지난 주말 방한한 김 대사는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북측과 1시간가량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김 대사의 상대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의 이번 (세 번째) 방북은 북-미 정상회담 후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 대사가 판문점으로 와서 직접 조율한다는 건 미군 유해 송환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까지 논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보복’ 가능성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DIA 보고서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확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대책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북한에 핵시설을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는 데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고 적었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거짓 약속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매파의 충고에 따라 ‘(군사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볼턴 보좌관은 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 대다수가 1년 이내에 해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 업무(비핵화 협상)를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몽상적(starry-eyed)인 감정이 조금도 없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과거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외교를 관장해 온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7월 말 퇴임한다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2월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퇴임한 데 이어 손턴 지명자까지 물러나면 당장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에 적잖은 공백이 예상된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신나리·주성하 기자}

졸지에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인을 ‘형제’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27일(현지 시간) 멕시코 현지에서는 한국과 한국인들을 향한 칭찬과 감사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멕시코는 이날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3골 차로 완패했지만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꺾어준 덕분에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기쁨에 도취한 시민들이 한국대사관과 한국 기업 앞으로 모여 맥주를 비롯한 물품들을 선물하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들은 대사관에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다” “한국 형제들아,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와그너 기자 트위터에는 시민들이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앞으로 찾아와 한병진 대사관 공사를 목말 태우고 16강행을 축하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끝나자 멕시코 외교부 차관으로부터 “한국 덕분에 멕시코가 올라가게 돼서 고맙다. 독일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는 장관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멕시코) 외교부에서 대사관으로 테킬라를 엄청 보냈다. 주민들도 대사관 앞에서 ‘코레아 코레아’를 외치며 흥겨워했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한국 선수를 주인공으로 패러디한 이미지나 영상이 넘쳐났다. 멕시코 국기 중앙에 손흥민의 활짝 웃는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고 골키퍼 조현우의 얼굴을 구세주 이미지로 합성한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멕시코 시내 일부 식당에는 ‘서울 수프’ ‘손흥민 갈빗살’ 등 한국팀에 대한 감사 기념 메뉴가 생겨났다. 현지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은 휴대전화로 현지 지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멕시코 기업들은 ‘생큐, 한국’ 마케팅을 선보였다. 멕시코 최대 항공사 아에로멕시코는 자사 트위터에 “우리는 한국을 사랑한다”면서 “7월 1일까지 멕시코행 항공편을 20% 할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멕시코인들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멕시코팀이 스웨덴을 이겼다면 한국이 멕시코와 함께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은아 achim@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이 26일 철도협력분과 회담을 통해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북한의 인프라 부족과 함께 현재 대북제재 상황이 걸림돌이다. 여기에 지난주 한-러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계를 위한 공동연구에 합의한 내막을 살펴보면 ‘러시아 변수’도 만만치 않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이미 2002년 경원선(서울∼원산)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러시아는 물류의 중심지인 서울을 거쳐 가고 싶어 했지만 북한이 본토 중간을 관통하는 걸 꺼리고 동해안선을 따라 격리된 형태의 철도 연결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러가 한자리에 모여 지도를 펴놓고 철도 연결 루트를 그릴 때 이견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 지역 동해안 철로 주변에 있는 비행장과 해군부대의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북측이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또는 러시아가 철도 연결뿐만 아니라 제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제3국과의 한반도 경제협력 문제를 놓고 남북 간의 경협 타결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다음 달 24일 철도협력 분야의 공동조사가 착수되기 전까지 한-러 간 등 경협 논의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남북미 간 대화 기조가 이어지며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가 ‘일시 면제’되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향후 본격적인 대북 경협은 다른 문제란 인식이 많다. 경협 강화는 제재 약화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이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나 비핵화 시한 등을 다소 양보한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제재란 고삐를 강하게 움켜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셨다는 점을 환기시켜 드리고 싶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36년 전 사법연수원 성적이 언급된 이유는 이날 한 중앙일간지의 칼럼 때문. 22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A4용지를 들고 있는 장면을 두고 “정상 간의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거나, 소화해 발언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반박하면서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을 맡은 후) 넉 달여 동안 많은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에 들어갔다. 거의 모든 정상이 메모지를 들고 와서 이야기한다”며 “‘당신과의 대화를 위해 이만큼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는 성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이어 “(메모지로)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끌어낸 게 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말대로 실제로 많은 정상들이 회담에서 메모지를 사용할까. 일단 외교부 관계자는 “회담의 성격이나 정상의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상당수 정상은 회담에서 메모지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인사말과 농담까지 메모를 준비하는 정상도 있고, 핵심적인 내용만 담은 자료를 갖고 회담장에 들어가는 정상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에는 물론이고 지난해 7월 독일에서 가진 첫 한-러 정상회담에서 철도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의제들을 빼곡히 담은 메모지를 직접 손으로 넘겨가며 대화했다고 한다.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 등을 담은 자료를 들고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정상회담 때 메모를 활용한다는 게 외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메모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때는 자료를 활용하지만 단독 회담 때는 메모지 없이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메모 없이 회담을 했다. 그러다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다른 정상들이 메모를 참고하는 걸 보고 종종 메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치열한 전략·논리 싸움인 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선 오히려 정상들이 메모지를 활용하지 않을 때 더 조마조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주성하 기자}
감사원이 ‘한미연구소(USKI) 청탁 이메일 논란’과 관련해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 장 모 감사원 국장을 조사한 결과 직권남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직 이상 중징계를 내부 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장 국장이 작년 1월 24일 방문연구원 선정을 위해 USKI 구재회 소장에게 이메일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예산 지원을 받는 USKI에 배우자(홍일표)가 소속된 국회의원실에서 지적했던 문제 해결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한 것은 감사원 간부 직원의 처신으로 부적절했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이메일을 보낸 행위가 감사원 국장으로서 직무 권한 범위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연구원으로 선정해달라고 신청자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기에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공무원 품위손상 부분은 인정했다. 감사원은 다음 달 중 외부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징계위를 소집해 품위손상에 관한 징계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앞서 3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USKI 예산지원을 중단하기로 하자, USKI 측은 홍 행정관을 지목해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홍 행정관의 부인인 장 국장이 남편과 자신이 재직하는 감사원을 앞세워 방문학자로 뽑아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메일을 공개했다. 장 국장은 지난해 USKI에서 국외교육훈련을 마치고 올해 3월 복직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파견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4월 20일 장 국장의 국회 파견을 면하고, 대기발령 상태에서 두 달 넘게 조사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통하는 노영민 주중대사(사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전에 한국에 들어왔으며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과거 3선을 지낸 지역구(충북 청주)를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사는 21일 현재까지 한국에 머물고 있다. 외교부 및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사는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휴가를 신청해 16일 귀국한 뒤 19일 충북 청주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충북 광역·기초의원 출마자 간담회에 참석해 당선자들을 격려하고 낙선자들을 위로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간담회 측에서 먼저 초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노 대사가 청주를 찾은 19일은 마침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방중한 날이다. 정부는 김정은의 기습 방중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북-미 회담 후속협의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었다. 외교부도 19일 당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 등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사는 지난주 연가를 신청해 외교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일시 귀국해 있다고 밝혔다. 노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휴가 기간 동안 선친 기일 및 추도예배와 함께 17일 아들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가 예정되어 있었다. 19일부터 20일까지 청주에 있다가 21일 건강검진을 받는 일정”이라고 했다. 노 대사는 22일 외교부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뒤 24일 오전에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외교부도 노 대사의 일시 귀국을 확인하면서 “한반도 관련사항 등 필요한 외교 업무는 최영삼 대사대리를 중심으로 차질 없이 수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리 휴가를 받았다고 해도 김정은 방중이라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주중대사가 ‘위수 지역’인 중국으로 즉각 복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군인으로 치면 휴가 중이더라도 즉각 원대복귀해야 할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를 통해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를 파악해 보고하는 게 대사의 임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대사는 “내가 미리 김정은이 올 줄 알았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한국에 도착해서 알았다”며 “대사관 시스템을 완벽히 갖춰 놔서 대사 한 사람이 없어도 대사대리가 실시간으로 북-중 관련 수집된 정보를 청와대한테 보고하고 상황을 대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김정은이 올 줄 몰랐다”는 노 대사의 설명과는 달리 김정은 방중 사실을 사전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어 노 대사의 이런 해명은 다시 한번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북한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 군 당국에 “군사분계선(MDL) 양측 60km 이내에서는 정찰기 비행 등 상대방에 대한 정찰활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MDL 양측 40km 내에선 전투기 등 한미 및 북측 군용기를 비행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시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명분하에 한미 연합군의 대북 감시망은 물론이고 한반도 유사시 가장 빠르게 대북 공습에 나설 한미 공중 전력의 대비 태세까지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회담 당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 같은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급 회담이 10년여 만에 이뤄진 만큼 양측이 서로의 요구 사항을 듣고 분위기를 살피는 데 주력해 북측 제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을 통해 북한이 한미 첨단 정찰기의 MDL 인근 활동을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미군이 운용하는 글로벌호크, U-2 등의 정찰기는 MDL을 넘지 않고도 MDL 북측 수백 km 지점의 북한군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은 이어질 군사회담에서 이 문제를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한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군 안팎에선 북한 제안이 만에 하나 현실화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이 운용하는 정찰위성 외엔 사실상 감시 수단이 사라지면서 대북 감시 태세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다는 것.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MDL 일대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서울 불바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북한은 14일 회담에서 자신들도 MDL 북측 60km 내에선 정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MDL 북측에서도 남한을 집중 감시할 수 있는 작전능력을 갖춘 정찰기 등 정찰자산이 없다. 북한이 수시로 소형 무인기를 MDL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보내며 대남 정찰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MDL 인접 작전을 수행할 최신예 전투기도 없다. 북한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15년 만에 첫 청와대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던 감사원이 감사 석 달여 만에 맹탕에 가까운 감사결과를 내놨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 필요성이 제기돼 나섰지만 청와대 내 카페, 매점 운용 실태 등을 점검하는 데 그친 것. ‘감사를 위한 감사’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감사원은 21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에 대해 기관운영 부문을 감사해 총 8건의 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징계 요구 사항은 없었고 국가안보실은 예산이 대통령비서실에 묶여 운영됐다는 이유로 지적사항도 없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은 청와대 경내 매점의 경우 장애인복지를 이유로 2003년 5월부터 14년여, 카페는 보안을 이유로 2009년 2월부터 9년여를 특정인과 계속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감사원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청와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절차적 시비가 없도록 앞으로 매점 운영에 지명 경쟁 또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경호처에 대해선 2016년 12월 청와대 주변 경비를 위해 드론을 구매할 당시 청와대 주변 공역에서 비행할 수 없도록 내장된 비행제한프로그램을 해제하지 않은 채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해당 프로그램의 해제 작업을 시도했는데 지난해 업체가 폐업한 까닭에 총 6대의 드론을 돌려받지 못한 점도 주의를 받았다. 이번 기관운영 감사결과는 기존에 통상 해오던 재무감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2003년 기관운영 감사를 마지막으로, 2004년부터 청와대에 대해 예산 관련 재무감사만 해온 감사원이 15년 만에 다시 칼을 빼든 배경에는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한다는 안팎의 주문이 있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발족한 감사원 혁신·발전위원회는 “감사원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실질적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국가정보원 감사계획을 밝히며 “권력기관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적법·투명한 국정운영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상적인 기관운영 감사 결과와 비슷하다. 직무감찰 부분은 강화됐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제한적인 감사 대상으로 인해 이런 결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의 정책결정을 따지는 게 아니라서 인사 관리나 수의계약 체결 부분 등을 중점 점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직접 감사에 착수한 대검찰청과 하반기에 예고한 국가정보원에 대한 첫 감사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청와대 감사와 대동소이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첫 후속 조치로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조만간 송환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 주 미군 유해 200구 내외가 약 70년 만에 고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둔 20일 러시아 언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군에 대한 유해 송환도 빠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다. 북-미 간에 빠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 시간) “수일 내에 북한이 미군을 포함한 병사들의 유해 송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의 유엔군사령부에 유해를 송환해 이후 하와이 공군기지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유해 규모는 최대 200구”라고 예상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은 2007년 4월 판문점을 통해 유해 6구가 전달된 지 11년 2개월 만이다. 1993년 송환된 148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시 한번 방문할지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전사자 유해를 넘겨받으면서 북-미 간 고위급 후속 협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한 지 일주일 만인 19일 방중(訪中)길에 올랐다. 3월 말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석 달 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 번째 회담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후속 협의도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기습 방중을 두고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려는 김정은식 외교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회담 일주일 만에 북-중 밀월 과시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메인뉴스는 첫 소식부터 김정은의 방중 및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몸이 달아 있는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향해 “김정은이 우리를 찾아왔으니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을 배제할 생각 말라”고 하는 엄포와도 같았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영구 평화 기제 건설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가 함께 회담 성과를 이행하고 관련국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한반도 평화 과정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북-미 회담 합의를 한걸음씩 착실하게 이행하면 새로운 중대한 국면을 열 것”이라면서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있어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중 우호 관계와 친선을 다지는 데도 비중을 뒀다. 비핵화 이행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보험을 확실히 들어두는 모양새였다. 김정은의 전격 방중에는 다양한 목적이 담겨 있다. 우선 시 주석에게 싱가포르행 전세기를 내준 데 사의를 표하는 한편 북-미 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기 위한 방문이다. 여기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비핵화 조치 등 대목에서 중국이 배제될지 우려하는 시 주석을 안심시키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후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북-중이 전략적 이익을 조율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김정은식 실리 등거리 외교’ 김정은의 방중은 북-미 회담 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을 다시 한번 흔들면서 중국을 아군으로 붙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무역전쟁 중인 미중의 대결 구도를 활용해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약속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거대한 판에서 보면 북한은 이미 3월 첫 방중부터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김정은의 행동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방아쇠가 되거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김정일의 ‘저팔계 외교’를 연상케 한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출간한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밝힌 대로 이념에 기초한 외교로부터 탈피해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견제 외교’라는 의미다. ○ 대북 제재 완화 타이밍 잡은 북한 김정은은 이런 중국의 의중을 파악해 시 주석에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큰 명분은 방중 당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남북미 3개국이 끌고 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수순대로면 동북아 질서가 개편될 텐데 중국으로선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더 중요해진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평화협정 진행 속도에 맞춰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중국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북한도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 역할론을 띄우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넘어 경제협력의 물꼬도 트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이 경제 건설로 전환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하며 자국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손쉽게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8일 개최한 제12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할 때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논의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마중물’일 뿐이며 북한이 ‘선의의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경우 훈련을 얼마든지 재개하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라는 것. 마크 대사 대리는 이어 “만에 하나 북한의 위협이 없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미 동맹은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진작시키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한미 동맹은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겠지만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마크 대사 대리는 26,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 4차 회의를 앞두고 방위비 분담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준비 및 경계태세를 확고히 하고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부담을 (한미가) 공정하게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북핵 위협이 줄어들면 방위비 분담 증액 명분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 우리의 동맹이 의무감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부담을 동등하게 나눠 가질 책임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선 “끝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또 비핵화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등 유인책은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따른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한 미국이 어떤 분야에 투자할 수 있을지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내퍼 대사 대리는 “에너지 분야나 로지스틱스(물류 보급),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산·갈마지구 또는 마식령 스키장 같은 관광 등이 떠오른다”며 “무엇보다도 북한이 국제사회와 함께하고 더 나은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에 시한이 있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비핵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5년 만에 생일 축하 서한을 보냈다. 12일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관계 또한 3월, 5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히 회복됐음을 대외에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16일자 1면 머리기사로 “김정은 동지께서 15일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탄생일에 즈음해 축하 서한과 꽃바구니를 보내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연이은 뜻 깊은 상봉이 특별한 동지적 우의와 신뢰를 두터이 하고 조중친선을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전진시켜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2013년 6월 15일 시 주석의 60회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낸 이후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하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업무오찬 메뉴는 ‘선을 넘지 않는 배려와 조화’로 요약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식사를 두고 비핵화 의제만큼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햄버거 오찬’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 대신 한식이 곁들여졌다. 이날 오찬은 여타 정상회담에 비해 간소한 편이었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쇠고기, 달걀, 당근으로 장식된 오이선과 간장 대구조림, 쇠갈비찜(콩피) 같은 한식과 함께 칵테일새우를 곁들인 아보카도 샐러드, 초콜릿 가나슈,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양식 전채 및 디저트가 적절히 제공됐다. 싱가포르 현지 분위기를 담아 중국권 음식인 양저우식 돼지고기 볶음밥도 나왔다. 북-미가 양측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업무오찬에 참석한 미측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6명이었으며, 북측은 김정은을 제외하고 7명이었다. 미국 측 인사로는 확대회담을 마치고 자리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앉았다. 이들의 카운터파트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 부장이 참석해 담소를 나눴다.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합니다! 오늘은 저 자신에게도,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난 이걸 정말 끝내고 싶습니다.” 1시간 5분 20초. 12일 오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은 한 편의 ‘리얼리티 쇼’였다. 시작도 남달랐다. “신사 숙녀 여러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와 함께 그는 개선장군처럼 연단에 등장해 홀가분하면서도 약간은 흥분된 모습으로 전 세계 취재진을 마주했다. ○ 한미 연합훈련 중단, 비핵화 비용은 한일 부담 60여 분의 리얼리티 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폭탄 발언’은 단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시사였다. 회담 초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그는 “현재 한국에는 3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지금은 의제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향후 주한미군 감축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war game)을 중단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도 볼멘소리를 했다. 아예 한국을 겨냥해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도 돈을 내고는 있지만 100%는 아니라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괌에서 날아오는 폭격기 등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자산을 거듭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가 방위공약에 따라 대북 억지력 제고 및 방어적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해 온 기조를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동맹의 기초를 부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혹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가 진행 중일 때는 훈련을 자제한다는 현재의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군사훈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어떻게 실행할지 백악관과 논의할 것이다.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원히 중지할지, 주요 군사훈련만 중단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한반도 주변국에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바로 옆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도와줄 거고 마땅히 도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나는 다르다” 북핵 회담 쇼맨십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프레임은 ‘차별화’였다. 과거 미 행정부가 하지 못한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환상적으로 이끌었다고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본질적으로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도 “행정부가 다르다. 대통령도 국무장관도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회견장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JW매리엇호텔에 차려진 백악관 프레스센터 곳곳에서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의 ‘포괄적인(comprehensive)’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포괄적이라는 것은 곧 모호하고 실질성과 구체성이 빠졌다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를 고려해 혼자서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니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더 의미를 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아이패드로 비핵화 시 ‘당근’ 보여준 트럼프 이날 기자회견장에 한국어와 영어 두 버전으로 상영된 ‘두 지도자 하나의 운명’이라는 사전 영상도 화제였다. ‘데스티니 픽처스(Destiny Pictures)’라는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영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미래에 어떤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 전쟁의 참혹함을 줄거리로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김 위원장과 그의 주민들에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 영상을 아이패드로 보여줬을 때 북측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소개했다. 영상은 이렇게 끝난다. “번영 및 훌륭한 삶과 심각한 고립, 어떤 길을 택할까요? …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 / 손효주·최고야 기자}

12일 오전 8시경(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각자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시내 호텔을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샹그릴라 호텔과 김 위원장이 투숙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사이 거리는 불과 570m. 곧이어 두 정상이 각각 탄 전용차 캐딜락 원과 벤츠가 수십 대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차로 10여 분 거리인 싱가포르 최남단의 센토사섬으로 향한다. 회담장은 센토사섬의 최고급 호텔인 카펠라에 마련되어 있다. 전날부터 한층 강화된 교통 통제는 밤 12시경 절정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차례로 카펠라 호텔에 도착한 뒤 오전 9시 호텔 내 회담장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전 세계 언론을 향해 첫 포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싱가포르 도착 때 인민복 차림이었던 김정은은 이날도 인민복을 고집할 듯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9시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며 “상견례 행사에 이어 통역만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단독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두 정상이 악수를 한 뒤 함께 산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 전 친교 산책을 갖고 두 사람이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대화나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것처럼 깜짝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어 오전 9시 15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이 시작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만큼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무게를 둔다면 김 위원장은 관계 정상화에 기초한 새로운 북-미 관계와 북한 체제 보장에 핵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의 일대일 단독회담은 약 45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일대일 단독회담에 대해 “상대를 더 잘 알게 되는 만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단독회담 뒤 북-미 양측 참모들이 함께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회담 전날 오후 늦게 구체적인 회담 시간과 방식을 밝힌 것은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적인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이 진행된다. 오찬 메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해온 ‘햄버거 회담’이 실현될 수도 있다. 백악관은 업무 오찬 이후 오후 4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참석한 공동 기자회견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쳐 공동 선언문 등을 채택할 경우 두 정상이 나란히 단상에 서서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7시경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만찬은 성사되지 않을 듯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추가 이벤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신나리 기자}

11일 새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투숙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각국 기자들은 해거름이 되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오후 8시(현지 시간) 이후 호텔 주변 경비가 강화되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뒤인 오후 9시 3분경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이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전날 오후 8시 10분경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 후 숙소로 들어간지 약 25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백악관 회담 일정 공개 후 모습 드러내 백악관은 이날 오후 8시 20분경 12일 북-미 회담의 상세 일정을 공개하며 “북-미 협상이 기대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회담 전 북-미가 큰 틀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 뒤 40여 분 후 김정은이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나선 것. 이날 하루 종일 북한 실무자들이 분주하게 호텔을 드나들었지만 김정은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민복을 입고 나타나 전용차량에 탑승하는 김정은의 얼굴은 비교적 밝아 보였다. 김정은의 이례적인 싱가포르 밤 나들이에는 김여정, 김영철,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수행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이들이 탑승한 승용차들은 현지 경찰과 북한 경호원들의 철벽 경호 속에 줄줄이 빠져나갔다. 호텔 주변은 우회로까지 통제할 정도로 삼엄했다. 진입로 입구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김정은이 마리나베이샌즈의 스카이파크, ‘가든스바이더베이’ 식물원 등을 둘러봤다. 특히 명소 중 한 곳인 마리나베이샌즈 스카이파크 전망대에 올라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로 일제히 사진을 찍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정은 숙소에 도시락 수십 개 배달되기도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심야 외출을 하기 전에 숙소인 호텔에는 팽팽한 긴장감만 흘렀다. 시시때때로 호텔 로비와 인근에서 모였다 흩어지는 북한 경호원들과 현지 경찰들이 보였지만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호텔 안팎의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출입구 근처에서 머뭇거리거나 잠시 멈춰 서 있기만 해도 사복 경찰들이 다가와서 “볼일이 있나”라고 묻거나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오전 내내 대다수 취재진은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맞은편 건물에서 진을 치고 혹시라도 나올 북측 대표단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이런 와중에 오전 11시 20분경 호텔 직원들이 다량의 도시락과 음료수를 호텔 안으로 반입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생수 6박스와 4개 반찬이 든 도시락이 10개씩 담긴 봉지들을 양손에 든 직원 예닐곱 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주스 같은 음료수도 밀차로 싣고 운반했다. 북측 대표단이나 경호원 수십 명의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해 보였다. 기자가 이날 오전부터 오후 내내 로비를 지킨 북한 측 경호 책임자 최모 씨에게 다가가 “오늘 바깥으로 더 나갈 계획들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기자를 흘깃 쳐다보더니 “없습니다. 없어요” 하고 짧게 답했다. 북측 대표단이 머무는 호텔은 출입 여부가 외부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였다. 지하 주차장이 따로 없어 모든 인사가 정문으로 드나들기 때문이다. 북한 인사 입출입 전에는 경호 인력들이 이중 삼중으로 둥글게 인간 띠를 둘렀고, 그 경호 인력이 많아질수록 고위급 인사들이 움직였다. 한 경호 관계자가 무전 기능을 하는 휴대전화가 불통인지 “잘 안 들립니다. 선이 잘못됐는지 울리질 않습니다. 들려야 전화를 받지요!” 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1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35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영접에 나선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32년 만에 한반도와 중국을 벗어나 국제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6시간 뒤인 오후 8시 20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캐딜락원’에 올라 12분 만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과 불과 57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정상국가 외교 나선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동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준 전용기에서 내린 김정은은 북한 인공기를 양쪽에 달고 북한 국무위원장 휘장을 새긴 전용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 김정은이 암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인 김정남이 자주 이용하던 호텔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호텔을 나와 이스타나궁을 방문해 리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리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고 회담장으로 들어선 김정은은 싱가포르 핵심 내각들과 악수한 뒤 리 총리에게 회담에 배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직접 소개했다. 김정은은 리 총리에게 “조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리 총리는 “북한 인민들이 이날을 위해 많은 고난을 겪고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오래된 문제가 매우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리 총리를 먼저 만난 것을 놓고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일시적으로 교역을 단절했던 싱가포르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요구의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얘기다. 리 총리도 김정은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합의가 나오고 대북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과의 교역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매우 기분 좋다’ 외에 말 아낀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싱가포르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도착해 별도의 행사를 갖진 않았다. 김정은과 달리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 밑에선 대기하던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차례로 악수했다. 거수경례를 한 싱가포르 군 관계자에겐 똑같이 경례로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기자가 ‘회담과 관련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묻자 “매우 좋다(very good)”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만 이후 한마디 말도 없이 전용차인 ‘캐딜락원’에 올라 삼엄한 경계 속에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현지 소식통은 “18시간 넘은 비행으로 우선 지쳐 보였고 아무래도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집중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은 첫 대면에서 통역사들만 둔 채 단독(One-on-One) 회담으로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공동성명까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행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이번에도 ‘1호 비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접촉의 ‘간판 얼굴’들이 사실상 싱가포르로 총집결한 모양새다. 10일 싱가포르 정부가 배포한 김정은의 창이국제공항 도착 사진에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은 바로 옆에는 1일 김영철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동행한 김주성 외무성 통역요원의 모습도 보였다. 김영철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도 수행에 참여했다. 북한의 대미 라인이 모두 나선 것으로 보여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북-미 실무 차원의 막바지 핵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여정은 이번에도 김정은에 대한 밀착 의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김여정이 동시에 최소 12일까지 2박 3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만큼 평양은 ‘2인자’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지킬 것으로 보인다. 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평양에 남는 대신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행단에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포함돼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축하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수행단에 참여했다. 초강경파 볼턴 보좌관의 배석 여부가 관심사다. 판문점에서 북측과 의제 실무 접촉을 벌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경호는 빈틈이 없었고, 관심은 뜨거웠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싱가포르 시내는 주말부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6시간 간격으로 나란히 도착한 10일(현지 시간)에는 이른 오전부터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철제 가림막으로 대로 주변을 둘러싸면서 현지 당국의 빈틈없는 경호가 펼쳐졌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과 달리 경호가 다소 느슨했던 두 정상의 숙소 세인트레지스 호텔(김정은)과 샹그릴라 호텔(트럼프)도 전날부터 요새로 탈바꿈했다. 호텔 정문을 향한 차로 양옆으로 높이 75cm의 콘크리트 블록을 연이어 쌓아 장벽을 만든 것. 인도 쪽에도 주의 표지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사선 비닐을 씌운 블록을 2층으로 쌓았다. 특히 김정은을 위한 ‘특급 경호’가 압권이었다.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그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한 듯 전날부터 대형 가림막을 내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외부에는 성인 남성 허리춤까지 오는 화분도 빙 둘러 쌓았다. 호텔 안팎으로 북한 경호원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졸였다. 호텔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한 김정은이 스위트룸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재가동돼 발이 묶였던 투숙객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정도였다. 싱가포르가 준비한 ‘국빈 수준의 환대’는 남달랐다. 이날 김정은에게 제공된 싱가포르 경호차량은 모터사이클을 포함해 모두 35대가량으로 싱가포르 정상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경호차량보다 많았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실상 첫 해외 방문에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이 경호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소지한 싱가포르 군인들의 엄호를 받으며 기지를 빠져나가 호텔로 이동했다. 대낮에 시민들의 카메라 세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김정은 일행보다는 조용한 입국 풍경이었다. 두 호텔 모두 임시 검문소는 물론이고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갑자기 돌진한 차량들을 방지할 바리케이드도 설치됐다. 사복경찰은 물론이고 구르카 용병들까지 배치돼 호텔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몸과 짐 수색을 철저히 받아야 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기자가 몰려든 가운데 북한 관련 주요 장소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9일 오후 싱가포르 노스브리지가 1번지 하이스트리트센터에 자리한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찾은 기자는 5분도 안 돼 부리나케 올라온 경비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비 곤익키안 씨는 “대사관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왔다. 최근 복도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달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대사관 직원이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기자들이 오면 잡고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시민들도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바짝 달아올라 있다.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식당 종업원은 “역사적인 회담을 개최해 영광”이라며 “요즘 하루하루 뉴스를 꼭 챙겨 본다”고 전했다. 10일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기자의 국적을 물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오기로 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예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외부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아주 많았다. 기자가 탄 한 택시의 운전사는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을 죽인 사람 아니냐”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김정은은) 분명 무섭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의 주역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해 후속 협상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어젯밤(7일) 서울을 떠났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로 향하기 전 잠깐 마닐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판문점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합의를 위해 정상회담 직전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북한과 비핵화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의 싱가포르행도 유력해 보인다. 판문점 양측 실무협상단이 싱가포르로 고스란히 ‘자리’를 옮겨 협상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실무진도 함께 싱가포르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와 최 부상이 이끄는 북-미 대표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열흘여간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의제에 집중해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북-미 정상의 공동합의문에 담길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시한, 미국의 대북 체제 안전 보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문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싱가포르 추가 협상의 관건은 문안에 CVID를 담을 수 있느냐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지금에도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가역적인’이란 문구에 이견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