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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배구는 즐거움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궁극적인 가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코트를 떠나겠지만 최대한 이 길을 걷고 싶은 마음뿐이죠.” 30대 중반인 그에게서 구도자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주장 박철우(33·사진)가 곧 V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다. 남자부 최초 5000득점 고지에 7점만을 남겨놓고 있다. 남녀부를 통틀어서는 현대건설 황연주(32)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31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3-1 승리) 뒤 만난 박철우는 기록보다 그 너머를 이야기했다. “막상 5000득점을 하면 ‘5000득점 했네’ 정도이지 큰 의미를 두진 않을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기록을 많이 만들고 싶다.” 박철우는 2017∼2018시즌 두 번째로 많은 득점(586점)과 높은 공격성공률(55.1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생긴 책임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두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농구 스타 출신 아내 신혜인 씨(33)는 “주장을 맡은 뒤 팀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아내로서 (남편이) 경기가 끝난 뒤엔 좀 편안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경기에서 지면 잠도 못 자고 생각도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박철우도 “팀이 지면 주장으로서 내가 하는 말에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엔 내가 잘하려 했다면 지금은 팀이 이기도록 더 닦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를 앞둔 박철우의 꿈은 우승 트로피다. 한때 왕조로 불린 삼성화재는 최근 4시즌 동안 챔피언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은퇴 역시 아직은 먼 이야기다. “팀이 나를 원하는 이상 내 입으로 먼저 그만둔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열정이 타들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끝까지 코트에 있을 것이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제게 배구는 즐거움이 아니에요. 그보단 궁극적인 가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코트를 떠나겠지만 최대한 이 길을 걷고 싶은 마음뿐이죠.” 서른 중반이 된 그에게서 구도자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주장 박철우(33)가 곧 V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다. 남자부 최초 5000득점 고지에 단 7점만을 남겨놓고 있다. 남·여부 통틀어서도 현대건설 황연주(32)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31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무난하게 대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3-1 승리) 뒤 만난 박철우는 5000득점의 의미보다 그 후를 이야기했다. “막상 5000득점을 하면 ‘5000득점 했네’ 정도지 큰 의미를 두진 않을 것 같다. 내겐 5000득점이 끝이 아니니까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기록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V리그 출범 전인 2004년 고교 졸업 뒤 바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던 박철우는 “어린 나이에도 출전 기회를 줬던 감독님들, 나를 믿고 볼을 올려준 세터들 그리고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통째로 시즌을 쉬어본 적 없는 내 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철우는 2017~2018시즌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득점(586점)과 높은 공격성공률(55.1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시즌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생긴 책임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두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프로농구선수 출신 아내 신혜인 씨(33)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뒤 팀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아내로서 (남편이) 경기가 끝난 뒤엔 좀 편안해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여전히 경기에서 지면 잠도 못자고 생각도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철우도 “결국 팀이 지면 주장으로서 내가 하는 말이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엔 내가 잘하려 했다면 지금은 팀이 이기도록 더 닦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새로 주전이 된 2년차 세터 김형진(23)을 코트 위에서 이끌어주는 것도 박철우의 몫이다. 두 딸 소율(5), 시하 양(2)에 대한 사랑도 박철우의 원동력이다. 인터뷰 때마다 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딸 바보’ 박철우는 “아이들이 ‘우리 아빠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오래 좋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최대한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 하는데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다시 또 새해를 앞둔 박철우의 꿈은 우승 트로피다. 왕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삼성화재는 최근 4시즌 동안 챔피언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직 전체 7팀 중 4위에 머문 삼성화재는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순위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 중심인 박철우에게 은퇴 역시 아직은 먼 이야기다. “팀이 나를 원하는 이상 내 입으로 먼저 그만둔다는 말은 절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열정이 타들어 사라지지 않는 한 끝까지 코트 위에 있을 것”이라는 말이 앞으로의 박철우를 더 기대하게했다. 대전=강홍구 기자windup@donga.com}

라이벌의 선두 탈환에 제동을 걸었다. 프로배구 최고의 라이벌 매치 ‘V클래식 매치’에서 남자부 삼성화재가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승리했다. 삼성화재는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3-1(23-25, 29-27, 25-23, 25-21)로 이겼다. 6일 전 3라운드 맞대결 1-3 패배를 그대로 되갚았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삼성화재는 5위에서 3위로 점프했다. 이날 승점 3점을 추가하면 대한항공을 제치고 선두에 나설 수 있었던 현대캐피탈은 2위에 머물렀다. 두 팀의 시즌 맞대결 성적은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현대캐피탈은 1세트에만 팀의 강점인 서브 공격을 3개 성공하며 기선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2세트부터 응집력이 살아났다. 한때 8-13까지 뒤졌던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타이스를 대신해 고준용을 투입한 뒤 듀스 접전 끝에 세트를 따내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리시브 때문에 준용이를 투입한 게 효과를 봤다. 공격에서도 좋은 역할 해주면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라이트 박철우(공격성공률 48.64%·사진)와 레프트 타이스(48.71%)가 각각 21득점을 하며 팀 승리를 합작했다. 경기 뒤 박철우는 “(현대캐피탈과의 지난 대결 뒤) 선수단이 스스로의 플레이에 분노를 느낀 것이 에너지가 된 것 같다. 어려운 경기를 잘 헤쳐 나갔다”고 말했다. 박철우(4993점)는 남자부 통산 최초 5000득점 고지에 7점만을 남겨 놓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상대보다 11개 많은 38개의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뒤 주전 세터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놀랍다(amazing), 믿어지지 않는다(unbelievable).” 손흥민(26)이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리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46)은 단 두 단어로 손흥민의 활약상을 평가했다. 손흥민은 27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에서 전반 23분, 후반 25분 골을 기록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9, 10호 골이자 리그에서만 6, 7호 골이다. 3일 전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 라이벌 아스널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골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이달 들어서만 8경기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참가 등 강행군으로 시즌 10번째 경기에서야 처음으로 득점에 성공하는 등 골 가뭄에 시달렸던 그는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배려로 11월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에 차출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경기력을 회복했다. 손흥민은 이날 첫 번째 골을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 4명을 앞에 둔 상황에서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절묘한 슛을 때려 골문 구석을 흔들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손흥민은 이달 들어 리그에서만 6골, 2도움을 하며 개인 통산 세 번째 EPL ‘이달의 선수’ 수상 가능성도 높였다. 손흥민은 2016년 9월 4골, 1도움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 4월에도 5골, 1도움으로 수상했다. 손흥민이 세 번째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면 토트넘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로비 킨(은퇴), 개러스 베일(현 레알마드리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달 5골, 3도움을 기록한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 등이 경쟁자로 꼽힌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45점이 되며 맨체스터시티(44점)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맨시티는 이날 레스터시티에 1-2로 패했다. 19라운드 기준 승점 45점은 토트넘 역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2011∼2012시즌 42점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손흥민의 빈자리가 토트넘의 사상 첫 리그 우승 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내년 1월 중순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전까지 마지막 마법 한 방울까지 짜내기를 원할 것”이라며 순위 경쟁에서의 손흥민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손흥민은 내년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경기 뒤 손흥민에게 팀에서 네 번째로 높은 평점 8.73점을 줬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2-0 승리가 올해의 이변 중 하나로 선정됐다. AP통신은 26일 올해 전 세계 스포츠계에 일어난 최대 이변 8가지를 발표했다. 그중 7번째인 ‘월드컵 이변’에 아이슬란드와 아르헨티나 조별리그(무승부), 러시아와 스페인 16강(러시아 승부차기 4-3 승리)과 함께 한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3차전을 꼽았다. AP통신은 “스웨덴에 패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탈락을 피하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했지만 한국에 0-2로 패하면서 퇴장했다”며 “이런 이변들이 러시아 월드컵을 최고 대회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앞서 BBC는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사진)의 쐐기골을 올해의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올해 최고 이변은 3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 1회전에서 최하위 16번 시드의 메릴랜드-볼티모어대가 톱시드인 버지니아대를 74-54, 20점 차로 꺾은 것이 꼽혔다. 이 외에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 1개월 만에 우승한 것 등이 거론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아림(23·SBI저축은행)은 2018시즌 개막전(2017년 12월 효성챔피언십)을 치른 뒤 돌연 미국 전지훈련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3월 열리는 다음 대회까지 매년 해오던 전지훈련 대신 국내에 남아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의 장점인 드라이브 비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20일 서울 강남구 브라보앤뉴 본사에서 만난 김아림은 “주변의 조언을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비거리를) 멀리 보내는 게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었다. 드라이버는 그저 쇼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라고 당시의 고민을 설명했다. 약점 보완 대신 장점 극대화를 선택한 김아림의 판단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18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드라이브 비거리 1위(평균 259야드·약 237m)를 차지하며 ‘장타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단 그는 9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79번째 도전 끝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사진).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가 대거 출동한 11월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혼자 3승을 거둬 KLPGA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조 장타여왕 박성현(25) 앞에서 거침없이 장타력을 뽐내며 선배들에게 후한 평가를 받았다. 시즌 뒤에는 SBI저축은행과 후원계약을 2년 연장했고 브라보앤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김아림은 “헬스장 바닥을 기면서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에 집중한 노력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멀리 가기 시작하니까 리커버리샷(미스샷을 충분히 만회하는 샷) 같은 문제점들은 경기를 통해 보완되더라”고 말했다. 장타의 비결을 묻자 “세게 때리는 것보다 정확하게 때리는 게 중요하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먼저인데 각자 신체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밥 많이 드시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2016년 1부 투어에 데뷔한 김아림에겐 선배들과의 맞대결도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특히 5월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박인비(30)와의 승부는 그에게 우승보다 더 값진 순간이었다. 당시 김아림은 한 홀 차로 패했다. 김아림은 “첫날 인비 언니를 봤는데 꼭 한번 함께 플레이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란 생각으로 내 한계점까지 가본 게 선수생활에 큰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결승) 첫 홀부터 인비 언니를 향한 함성에 짓눌렸던 것이 기억난다”며 웃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국내 선수들과 함께한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큰 대륙에서 경기를 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언니들이 모두 호탕하고 친절했다.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정작 경기에 돌입하면 집중하는 모습을 배워야겠더라”고 말했다. 김아림은 새해 목표로는 수치적인 부분보다는 ‘오늘의 나보다 더 발전한 내일의 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아무리 해도 실력이 안 늘어서” 골프를 선택했다는 그였다. 농구나 태권도는 좀 하면 결과가 잘 나오는데 골프는 쉽게 안 늘어서 오히려 재미가 붙었다고. “아무리 연구해도 골프는 늘 쉽게 답이 나오지 않더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골프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77·사진)이 팀으로 돌아온다. 2013년 5월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약 5년 7개월여 만이다. 25일(한국 시간) 영국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퍼거슨 전 감독은 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컨설턴트(고문)로 복귀할 전망이다. 퍼거슨 전 감독은 구단 경영진인 보비 찰턴, 데이비드 길 등과 함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을 도울 예정이다. 퍼거슨은 선수단을 관리하며 구단의 선수 이적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과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다. 자신의 제자이자 최근 팀의 사령탑을 맡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에게도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맨유를 이끈 퍼거슨 전 감독은 리그 우승 13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2회, FA컵 우승 5회 등을 차지했다. 1999년 트레블(리그, UCL, FA컵)을 달성하며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뛸 당시 사령탑이기도 하다. 퍼거슨 전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할 정도로 맨유의 올 시즌 상황은 다급하다. 2016∼2017시즌부터 팀을 이끈 조제 모리뉴 전 감독이 18일 성적 부진의 이유로 경질된 상황이다. 소방수로 투입된 솔샤르 감독이 23일 리그 카디프시티와의 경기에서 5-1 대승을 이끌었지만 25일 현재 팀은 6위에 머물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파파 리더십’으로 ‘박항서 매직’을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이 이번엔 ‘의리맨’으로 변신했다. 22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홍명보 자선축구대회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8’. 박 감독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15일 베트남에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안긴 박 감독은 20일부터 2019 아시안컵 대비 훈련에 돌입했고 25일에는 북한과의 평가전도 앞두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베트남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날 새벽 입국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함께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49)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2002년 박 감독은 수석코치로, 홍 전무는 주장으로 ‘4강 신화’를 합작했다. 둘은 이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자선경기에서 사령탑도 자주 맡았다. 홍 전무는 올해 베트남 대표팀이 스즈키컵을 앞두고 한국 전지훈련을 할 때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도록 돕기도 했다. 3월 양국 축구협회는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홍 전무는 “박 선생님과 나는 스승과 제자이기도 하지만 편한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전화로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흔쾌히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겠다며 2003년부터 이어온 이 대회를 올해 16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박 감독은 “(홍명보 자선축구대회는) 축구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이었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용수 FC서울 감독, 김병지 해설위원 등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대거 출동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참석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 함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그저 웃음이 나고 즐겁다”면서도 “멤버들 중 일자리가 없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 빨리 좋은 자리를 찾았으면 싶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홍 전무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2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박 감독은 21일 베트남 총리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 이미 3급 노동훈장을 받은 가운데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의미’의 훈장을 받은 것이다. 박 감독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의 행운을 준 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하지 않냐’는 말도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더 큰 행운이 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피해 갈 생각이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골프존뉴딘그룹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뉴딘파스텔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장애인 직업합창단 ‘골프존파스텔합창단’을 창단했다. 이를 통해 음악적 재능이 있는 장애인 근로자를 단원으로 고용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뉴딘파스텔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고용환경 개선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서울 강남구 서울시립장애인행복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일자리 창출 유공 서울시장 표창 수여식’에서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이번 수여식은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가 주최했다. 골프존뉴딘그룹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창단한 이 합창단은 사내 공연 및 외부 초청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일에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개최한 첫 연말공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태정 뉴딘파스텔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 음악적 재능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일터가 되고자 노력한 결과가 좋은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 내년부터 더 많은 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합창 단원에 이어 바리스타까지 채용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00점 만점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 100% 만족할 만한 플레이라는 걸 경험해 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박상미(24)는 경기력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해 달라는 말에 마치 신인처럼 답했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주전 기회를 잡은 그였지만 각오는 여느 신인보다 더 뜨거웠다. 실제로 최근 데뷔 후 첫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미는 선수 자리가 아닌 취재진의 옆자리에 앉는 신인 같은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트레이드로 KGC인삼공사에서 이적해 온 박상미는 선두 경쟁 중인 3위 IBK기업은행(승점 26점)의 숨은 일꾼이다. IBK기업은행은 19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되긴 했지만 선두 GS칼텍스(28점)와 승점 단 2점 차다. 시즌 초반 리베로를 두고 고민했던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2라운드 후반부터 교체 선수로 주로 뛰던 박상미에게 주전 리베로 자리를 맡겼다. 이 감독은 “상미는 일명 얼굴에 철판을 깐 선수다. 교체 선수라고 쭈뼛대지 않고 늘 적극적인 모습을 좋게 봤다”고 말했다. 박상미는 팀에서도 손꼽히는 분위기 메이커다. 정작 박상미는 “팬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사실 ‘아직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하는 걱정도 많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그냥 넘기고 싶지 않다. 이 기회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또 누군가에게 넘겨줄 수 있기에 더욱 끈을 조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매 시즌이 끝날 때면 구단이 재계약을 해줄까 고민했던 절박함이 묻어났다. 한때 실업팀 생활도 고민했던 박상미는 “인생에서 세 번의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 그 첫 번째인 것 같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다”고 했다. 전주 근영여고 동기인 GS칼텍스 이소영의 활약도 좋은 자극이 됐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았던 이소영은 이번 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외동딸인 박상미는 “부모님이 소영이의 활약을 보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내 딸도 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시겠다 싶었다”고 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여오현을 롤 모델로 꼽는 박상미는 “오현 선배처럼 리더십도 있고 코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는 리베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좌우명은 ‘네 노력을 믿어라’다. 평소 밝게 웃는 얼굴 때문에 ‘하회탈’로 불리는 박상미는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노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활짝 웃었다. 용인=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아시안컵 기대를 높이는 시원한 한 방이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20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지역 라이벌 아스널과의 2018∼2019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전반 20분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팀 동료 델리 알리(22)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골 망을 갈랐다. 시즌 통산 6호 골이다. 2015∼2016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이 아스널을 상대로 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북런던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경기는 ‘북런던 더비’로 불릴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이날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알리는 관중이 던진 플라스틱 물병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더욱이 아스널 팬들은 3일 두 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경기 당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과장된 행동을 했다는 일명 ‘다이빙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아스널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던 손흥민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듯 득점포를 가동하며 상대 팬들의 사기를 꺾었다. 손흥민은 “지난번 아스널과의 경기(2-4 패배)는 실망스러웠는데 오늘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행복하다. 팬들과 우리 선수들이 있는 이곳에서 득점을 하게 돼 특별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트넘은 후반 14분 나온 델리 알리의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는 4강에서 첼시와 맞붙는다. 첼시는 8강에서 본머스에 1-0으로 승리했다. 한편 1월 열리는 2019 아시안컵 한국축구대표팀에 승선한 손흥민은 C조 3차전인 중국과의 경기부터 합류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독주냐, 뒤집기냐. 2018~2019시즌 V리그 일정이 반환점을 향해 가는 가운데 여자부 신인상 경쟁 또한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흥국생명 이주아(18)와 2순위 KGC인삼공사 박은진(19)이 눈길을 끕니다. 포지션이 센터인 두 선수는 프로 데뷔 전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합류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블로킹의 여왕 현대건설 양효진(29)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가는 쪽은 이주아입니다. 이주아는 팀 내 센터 자원이 4명이나 있음에도 2라운드 후반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시즌 신인상의 주인공 센터 김채연(19)보다 최근 많은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지명 당시 “프로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최근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센터 출신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신인답지 않게 코트에서 정신없이 헤매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기본기도 뛰어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주아는 빠른 발을 무기로 이동공격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은진의 추격도 매섭습니다.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은진도 최근 3라운드 들어 선발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16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선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10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알레나(28)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보다 많은 공격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드래프트 당시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혔던 박은진은 2순위 지명 뒤 “신인상은 한 번만 타는 상이라 욕심이 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장 해설위원은 “이동공격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속공이나 파워, 블로킹의 높이에서 강점이 있다. 세터와의 호흡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열리는 흥국생명과 인삼공사의 3라운드 대결에 두 선수가 나란히 선발 출전할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두 선수로선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분 좋은 성탄절을 맞이할 선수는 과연 누가 될까요. 한편 기록 면에서는 현대건설 센터 정지윤(17)도 눈길을 끕니다. 시즌 전 베테랑 센터 김세영이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하면서 생긴 빈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득점(56점)으로만 치면 신인 선수 중 가장 앞섭니다. 정지윤은 한 때 교체 외국인 선수 마야가 올 때까지 레프트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 시즌 팀이 부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저물어가는 2018년. 그에게 한 해를 마감하는 소감을 한 단어로 정리해 달라고 했더니 ‘행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신인상을 차지한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다. 고진영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뤄 굉장히 행복했다. 요새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준 분들을 만나 감사 인사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귀국한 고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국내 한 테마파크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올해 LPGA투어 진출에 앞서 고진영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인연을 맺지 못했던 신인상과 LPGA투어 멤버로 첫 승, 그리고 영어 인터뷰가 그것이다. 치열하게 한 시즌을 보낸 그에게 이 목표는 모두 현실이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빅리그’ 직행의 길을 열었던 고진영.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L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출발부터 남달랐다. 자신의 투어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67년 만에 나온 LPGA투어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고진영은 올 시즌 성공의 열쇠로 꾸준함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크게 좋아진 부분은 잘 모르겠다. LPGA투어는 장거리 이동이 많기에 스윙을 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골프에만 집착하기보단 여행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보내려고 했다. 시간 될 때마다 골프장 근처 맛집, 명소에 들러 힐링을 했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정리정돈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고진영은 “일정이나 짐 정리를 하면 내 마음이 정리되는 것처럼 개운해진다. 때론 달리기를 통해 모든 걸 잊었다”고 했다. 낯선 무대에서 선배들의 한마디도 큰 도움이 됐다. “LPGA투어에 먼저 진출한 언니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평소 영어 공부를 위해 투어 동료들과도 거침없이 영어로 소통하면서 적응력을 키웠다. 다시 새 출발선을 앞둔 고진영의 눈높이는 더 올라가 있다. “2018시즌 매 대회 목표가 톱20 안에 드는 것이었다면 2019시즌에는 톱15를 노리려고 한다.” 고진영은 LPGA투어 시즌 종료 후 바로 귀국하고 싶었을 텐데도 한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지난달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주 넘게 쇼트게임 레슨을 받았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을 지도한 개러스 레이플스키의 집중 교육에 참가했다. 고진영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사자성어 ‘고진감래’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골프선수 고진영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듯 인간 고진영의 삶도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주 경쟁을 해야 하지만 동료들과 어울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지내고 싶다. 팬들의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골프뿐 아니라 제 삶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1995년생 돼지띠 고진영이 다가오는 돼지해(기해년)를 다시 한 번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을 20일 남겨놓은 시점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패딩을 입고 재판정에 들어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울먹이며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가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37)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재판부의 요청으로 참석한 심석희가 조 전 코치에 대해 엄벌을 내릴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그는 “그동안 피고인(조 전 코치)과 마주쳐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피고인은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했고 4학년 때는 아이스하키채로 폭행해 손가락뼈가 골절됐다. 중학생 때부터는 강도가 더 심해져 밀폐된 공간에서 무자비하게 당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둔 선수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심석희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으로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조 전 코치의 폭행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평창 올림픽 개막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1월 중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7일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진천선수촌을 방문했는데 당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이던 심석희는 그 행사에 불참했다. 사실 확인 결과 심석희는 하루 전 조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석희는 “평창 올림픽 전엔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겨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심석희는 또 조 전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을 때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공판을 앞두고 탄원서를 통해 조 전 코치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스케이트 날을 평소와 다르게 조정해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를 앞두고 폭행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코치가 올림픽 기간 중 경기장에 나타나 해당 선수를 가르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의 상처가 깊어 참담하다. 모두 제 책임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때린 적은 없었다. (선수가)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란 제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4일 열린다.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 시즌 1라운드 5승(1패)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던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은 2라운드 들어 3승 3패로 주춤했다.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던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27)에게 리시브와 공격이 집중되면서 상대팀에 수를 읽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3라운드 들어서도 6위 KB손해보험에 패하며 최근 2시즌 최하위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도 이날 패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그랬던 OK저축은행이 선두 대한항공을 꺾으며 다시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V리그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3-1(29-27, 17-25, 25-21, 25-20)로 승리했다. 3위 OK저축은행(승점 30점)은 선두 대한항공(36점)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앞서며 2위 현대캐피탈(32점)을 승점 2점 차로 추격했다. 2연승을 달리던 대한항공의 독주체제에도 제동을 걸었다. OK저축은행 왼손잡이 라이트 조재성(23)의 활약이 빛났다. 조재성은 이날 후위공격 9점, 블로킹 4점, 서브 3점으로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득점도 요스바니(25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2점을 했다. 2016∼2017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전체 8순위)로 지명된 조재성은 올 시즌 팀이 라이트 포지션이 아닌 레프트 자리의 외국인 선수를 뽑으면서 자신의 입지가 높아졌다. 경기 뒤 김 감독은 “공격 패턴을 (요스바니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재성이 쪽에 맞춰 보자는 게 통했다. 재성이도 최근 들어 가장 잘했다”고 칭찬했다. 조재성도 “내가 못 하면 요스바니에게 부담이 가기 때문에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자부 GS칼텍스는 대전에서 KGC인삼공사에 3-0(25-22, 25-20, 25-18)으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28)가 부상으로 빠진 인삼공사는 4연패에 빠졌다. 한편 올 시즌 IBK기업은행 코치로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한 국가대표 리베로 출신 남지연(35)은 15일 마지막 소속팀인 흥국생명의 안방 경기(상대팀 현대건설)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항서 감독(59)은 아직 베트남어에 익숙치 않다. 그는 “베트남어가 굉장히 어렵다. 인사 정도는 아는데…. 통역 등을 동원해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4강), 스즈키컵(우승)까지 올 한해 베트남 축구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끄는 동안 박 감독은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자상한 몸짓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들이 나태해질 때는 “너희들 베트남 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며 ‘채찍질’했다고 한다. 한밤 중에 실시되는 상체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힘겨워했던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단결, 자존심, 영리함, 불굴의 투지, 목표 의식 같은 베트남 정신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투지를 일깨우는 말을 자주했다. 그는 “기적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은 없다. 우리의 피와 땀에서 기적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수들의 발 마사지를 직접해주거나, 부상 선수에게는 자신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등 적극적 스킨십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베트남 언론 ‘탄 니엔’은 “박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셀카’를 찍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와 아들처럼 대화한다. 승부차기 순간에는 벤치 뒤로 숨기도 하는데 이런 귀여운 모습도 인기의 비결이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 하지만 2002년에 한일 월드컵의 성공(4강)과 같은 해 우승을 예상했던 부산 아시아경기의 실패(동메달)라는 부침을 모두 겪어 봤던 박 감독의 마음은 평상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 아침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다. 좋은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윈터미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영입전쟁 열기는 점점 뜨거워진다. 2018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14일(한국 시간)까지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구단 관계자들과 에이전트 등이 한자리에 모여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을 논의하는 장이 열리는 셈이다. 각 팀 전력의 기둥 역할을 하는 선발투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표적인 선수는 휴스턴의 왼손 선발 댈러스 카이클(30)이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AL) 다승왕(20승)을 차지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한 카이클은 2017시즌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올 시즌 저스틴 벌랜더, 게릿 콜 등 팀 동료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12승 평균자책점 3.74에 204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선발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토론토와 애틀랜타 등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언스의 좌완 기쿠치 유세이(27)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2017시즌 16승(평균자책점 1.97)으로 퍼시픽리그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기쿠치는 최고 98마일(시속 약 157km)을 기록한 패스트볼에 평균 이상의 슬라이더를 갖췄다는 평가다. 기쿠치는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같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양키스, 시애틀 등 약 10개 구단이 기쿠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두 선수 모두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기로 유명한 스콧 보라스가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이 밖에 클리블랜드의 코리 클루버(32), 트레버 바워(27) 등도 주요 영입 대상으로 꼽힌다. 앞서 투수 FA 최대어로 꼽힌 패트릭 코빈(29)은 워싱턴과 6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576억 원)에 사인했다. 야수 중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26)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원 소속팀 워싱턴의 3억 달러(약 3378억 원)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은 하퍼가 사상 첫 4억 달러(약 4496억 원) 시대를 열지 관심이 쏠린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조별 예선 6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뒀다. 그럼에도 16강 토너먼트 티켓을 땄다.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출전한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이다. 리옹은 13일(한국 시간) 열린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F조 예선에서 1-1로 비겼다. 예선 6경기를 1승 5무 승점 8점으로 마친 리옹은 맨체스터시티(13점)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맨시티, 리옹, 샤흐타르, TSG 1899 호펜하임이 속한 F조는 전체 예선 12경기 중 6차례나 무승부가 나올 정도로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리옹은 1승을 조 1위 맨시티를 상대로 수확했다. 맨시티와의 예선 1차전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리옹은 조별 예선 6경기에서 골 득실 ‘+1’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리옹보다 많은 2승을 수확하고도 탈락한 팀은 인터밀란, 나폴리 등 총 6팀이다. 한편 13일 경기를 끝으로 이번 대회 16강 진출 팀이 최종 확정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구단이 가장 많은 4장을 거머쥐었다. EPL 4팀이 모두 조별예선에서 생존했다. 2011∼2012시즌 첼시 이후 6년간 인연을 맺지 못했던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의 별칭)를 되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6시즌 동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4회), FC바르셀로나(1회), 독일 바이에른 뮌헨(1회)이 정상에 섰다. 미국 ESPN에서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맨시티의 우승 확률을 가장 높은 19%로 점쳤다. 16강 대진 추첨은 17일 실시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소비자가 뽑은 국내 최고의 골프장은 어딜까. 그 답이 궁금한 이들을 위한 시상식이 열렸다.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국내 최대 골프 부킹 서비스업체 XGOLF가 공동 주최한 ‘2018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88컨트리클럽(경기 용인), 라데나골프클럽(강원 춘천), 문경골프&리조트(경북 문경),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경기 이천), 서원힐스컨트리클럽(경기 파주), 솔모로컨트리클럽(경기 여주), 신라컨트리클럽(경기 여주), 클럽모우 골프앤라이프스타일(강원 홍천), 파인리즈리조트(강원 고성), 파크밸리골프클럽(강원 원주)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과거 소비자와 전문가의 공동 평가를 통해 10대 골프장을 선정하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100% 소비자의 목소리만을 담았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1년간 77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XGOLF 홈페이지에 올라온 약 19만 건의 골프장 이용후기 중 내장객 소감이 100개 이상 달리고 평점이 9.0점(만점 10점)을 충족하는 골프장 16개를 1차 후보로 추렸다. 2차에서는 올해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XGOLF를 통해 1차 후보 골프장을 예약해 라운드한 고객들에게 △캐디서비스(경기 운영) △코스관리 △그린피 만족도 등 총 10개 세부 항목의 이용 후기를 받았다. 1, 2차를 각각 50%씩 합산해 상위 10개를 소비자 만족 10대 골프장으로 선정했다. 파크밸리GC(총점 9.3점)는 유일하게 5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문경골프&리조트와 사우스스프링스, 파인리즈리조트가 가장 높은 9.5점을 받았다. 이날 수상자를 대표해 나선 김동진 솔모로CC 대표는 “100% 소비자의 의견으로 10대 골프장을 선정한 만큼 신뢰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골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에게 가장 특별했던 동반 라운드 상대는 누구였을까. 우즈의 선택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였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즈는 가장 기억에 남는 유명 인사와의 동반 라운드를 묻는 질문에 “워낙 많은 대통령, 총리 등과 플레이를 해서 하나만 꼽기 어렵다”면서도 “1998년 남아공에서 경기를 할 때 만델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우러졌던 게 기억난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우즈는 아버지와 함께 만델라의 집으로 초대받아 식사를 하기도 했다. 우즈는 “평소 존경하는 분과의 만남이었기에 내 인생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그가 견뎌온 모든 역경과 국가를 이끌며 모두를 통합한 위대한 능력이 그와의 플레이가 특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9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투어챔피언십에서 5년 1개월 만에 우승을 맛본 우즈는 새해 각오도 밝혔다. 우즈는 “단지 경기를 마치는 것이 올해의 목표였다. 1년 전 나에게 우승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면 전혀 다른 답변을 했을 거다. 내가 다시 한번 최고 수준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2019년은 신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