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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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에 고개드는 ‘트럼프’ 反이민 정서 막을 지혜 모아야

    《 급속히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와 일자리 감소 와중에 난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럽의 인권 선진국에서조차 ‘반(反)이민 정서’가 일어나고 있다. 보수화돼 가는 국내 정서를 이기지 못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연달아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했을 정도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은 자국 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  세계 각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반이민, 반난민’ 정서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회원이 최근 크게 늘었다. 이들은 정부가 10년간 추진해 온 다문화 정책과 예산 집행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에 불안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다문화 인구 200만 명 시대에 이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다문화 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문화 피로감’ 높이는 허술한 난민 제도 난민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최근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외국인 A 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한국에 온 목적이 불분명하고 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 난민심사에서 떨어진 A 씨는 혼자 법원을 찾아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손쉽게 불복 신청을 했다. 소송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 100만 원까지 법원 예산에서 받아냈다. 2014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는 등 외국인 인권 보호에 힘써 온 정부의 법률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A 씨는 피난처를 다시 찾아와 서류봉투를 흔들며 “나 혼자도 이렇게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국의 난민 포용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 324건에 불과했던 난민 신청 건수는 2015년 571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4월까지만 2273건에 달한다. 1994년 이후 현재까지 1527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신청을 하면 강제추방을 당하지 않는다. 심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가면 3, 4년간 체류할 수 있다. 한 달에 40만 원씩 6개월 동안 생계비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신청자 5711명 중 650명이 생계비를 받았다. 이 때문에 돈을 노린 한국인 브로커들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난민 신청을 해 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한다. 난민들 사이에서 ‘한국은 난민 천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혼 이민 여성에 치우친 다문화 정책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결혼 이민 여성에 대한 예산 지원 정책도 논란거리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다문화가족 정책 시행 계획에 따르면 올해 다문화가정에 배당된 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총 1450억 원. 결혼 이민 여성은 전국 217곳에 설치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각종 지원을 받지만 센터의 이용률은 42.3%에 그친다. ‘한 번이라도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을 집계한 것이라 과거 이용자까지 누적된 수치여서 실제 이용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다. 유사 및 중복 사업도 눈에 띈다. 여가부는 이민자들에게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다누리 콜센터를 운영하면서도 따로 통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지원 대상에 결혼 이민자까지 포함된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이 있지만 여가부는 따로 결혼 이민 여성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원 대상은 넓히되 지원 범위는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결혼 이민 여성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초반에 한국어 교육을 돕는 것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지원 정책이나 법령에 일몰 규정을 두는 식으로 언제까지 지원할지 명확하게 해야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자체까지 가세해 소득과 상관없이 특정 계층에 현금 지원, 공공시설 입장료 면제, 어린이집 우선 입소 등을 배려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민 정책 큰 그림을 그려라” 국민 동의 없는 저숙련 노동자 중심의 인력 정책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의 ‘2015년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중 저숙련 노동자는 약 53%(6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자 3000명을 포함해 전문 인력은 5%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면서 해외 전문 인력의 유치가 필요해졌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큰 것이다.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장은 “그동안 14개 부처가 제각각 이민 정책과 다문화 정책을 펴 오면서 부처 간 알력이 심했다”며 “향후 10년은 이민자 문제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 아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김재형 기자}

    •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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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자녀 2만명, 관리 사각지대에

    “베트남인 산모 한 명이 돈이 없다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나요.” 지난해 초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구의 한 외국인 지원 단체라고 밝힌 상대방은 “우리는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라 불법체류자인 산모를 도울 수 없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결국 사비 600여 만 원을 들여 산모와 미숙아로 태어난 그의 아이 A(1)의 치료비를 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베트남인 엄마는 ‘아이의 양육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A를 김 대표에 떠맡기고 도망갔다. 김 대표도 혼자 힘으로 A의 교육비와 의료비 등을 감당할 만한 형편이 아니다. 김 대표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A를 볼 때마다 ‘도대체 이 아이가 무슨 죄일까’라는 생각에 빠진다. 김 대표는 “일본과 미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이 많다. 그들도 자식이 아프면 그 나라에서 인도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랄 것”이라며 “한국은 체류 자격 유무와 상관없이 아이들의 의료, 교육 서비스를 보장해 준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는 20여만 명(2015년 기준). 전문가들은 현재 2만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A처럼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는 없을까. 사실 이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다문화가정조차 지원의 정당성을 놓고 거센 논쟁에 휘말려 있다. 인터넷에선 “외국인에게 왜 돈 낭비를 하나” “차라리 우리 국민에게 그 돈을 써라”라는 글들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 범위를 다문화 인구 전반으로 확장하는 일은 정부로선 부담되는 일이다. 하지만 A처럼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사실상 ‘한국 사람’이다. 결국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국인과 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아이들을 소외시켜 괜히 ‘반한 감정’만 키운다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위험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경기 부천의 한 외국인 지원 단체 김모 국장은 “다문화가정에 예산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부모의 자녀를 비롯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시민단체에 모여든다”고 말했다. 정기선 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는 어려운 작업이다”라며 “다만, 현재 지원이 집중돼 있는 다문화가정엔 꼭 필요한 만큼만 지원하고 남은 예산을 그간 소외돼 있던 A와 같은 아이들에게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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