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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인정찰기(UAV) ‘송골매’를 정비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정비 때 불량한 부품을 사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육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송골매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하도급업체 D사는 진품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는 부품, 세관 신고를 하지 않은 밀수입 부품을 사용해 송골매를 정비해왔다. 또 부품 교환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임의로 줄여 과도하게 정비했고,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해 약 11억 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D사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방사청과 36차례에 걸쳐 약 18억 원 규모의 부품 관련 계약을 맺었다. 2015년엔 부품 납품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기도 했다. 송골매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 개발해 2002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군단급 국산 무인정찰기다. 개발과 양산에 약 167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올해 10월까지 고장 및 오류가 550여 건, 추락 사고만 6번이 일어났다. 특히 착륙 보조장치의 경우 구매비용(12억 원)보다 정비비용(15억 원)이 더 들었다. 국군은 범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부품업체 등을 수사하다 D사를 적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9월 이 사건을 넘겨받아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제주항공 안용찬 부회장이 사임했다. 5일 제주항공은 안 부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안 부회장과 이석주 사장 복수 대표 체제에서 이석주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안 부회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다. 안 부회장은 1987년 애경산업에 입사해 애경유화 상무 및 전무,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을 거쳤다. 제주항공이 첫 출발을 한 2006년부터 제주항공을 이끌어 왔던 핵심 멤버로, 2012년부터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일했다. 올해부터는 제주항공의 부회장직만을 맡았다. 안 회장은 그룹 내에서 애경유화, 애경산업, 제주항공 등이 어려울 때 경영을 맡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안 부회장의 사임 배경에 대해 “평소에 환갑에 퇴임하는 것이 목표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제주항공의 실적이 좋은 지금 박수를 받으면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싶어 용퇴를 결정했다”며 “목표한 바를 이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려는 뜻에서 사임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bjk@donga.com}
현대중공업이 노사업무 전담조직을 없앤다. 5일 현대중공업은 부문급으로 존재하던 ‘노사부문’ 조직을 폐지하고, 경영지원 조직 내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노사협의회 등 최소한의 노사업무만 수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노사 관계를 담당하던 인원도 33명에서 6명으로 대폭 줄였다. 현대중공업이 노사업무 조직을 개편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불거진 노조원 집중 관리 논란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회사에 호의적인지 여부에 따라 노조원 성향을 5단계로 나눠 관리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고용노동부가 의혹 조사에 나섰고, 현대중공업 측도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측은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원 관리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맞섰다. 지난달 7일 취입한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최근 노조를 찾아 노조원 관리 의혹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고 연장선상에서 노조 관련 부문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에 존재한 관행에 대한 부당함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앞으로 노사가 상생하고 협력하는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를 구축하자는 의미의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변종국 기자bjk@donga.com}

3일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화신정공’ 생산 공장. 사람 팔을 빼닮은 노란색 로봇들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도넛 모양의 둥근 쇳덩어리를 집어 들어 부품 모양의 형틀에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화신정공 김철우 전무는 이 로봇을 가리키며 ‘복덩이’라고 불렀다. 왜일까. 1981년에 설립된 화신정공은 자동차부품 중에서도 기어 등 정밀 부품을 주로 만든다. 직원들은 기어 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게 5kg짜리 도넛 모양의 쇳덩이를 여러 차례 옮겨야 했다. 먼저 원재료 상태의 쇳덩이를 들고 공작기계에 옮겼다. 가공한 후에는 또다시 적재장 혹은 배송 트럭에 실었다. 기어 부품 하나를 만들려면 5kg 쇳덩이를 4번 정도 옮겨야 했다. 직원들은 하루 평균 약 300개의 기어 부품을 만든다. 5kg짜리 쇳덩이를 총 1200번 들고 다닌 것이다. 직원들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6km 정도.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관절통과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손목 보호대와 파스는 필수였다. 쇳덩이를 옮기다가 떨어뜨려 발을 다치거나, 부품을 가공하다가 날카로운 쇠 파편에 손과 팔이 베이는 일도 있다. 몸이 힘들고 부상 위험이 있다 보니 입사 후 2, 3개월 만에 퇴사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김효근 화신정공 대표는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2015년 6월 그는 스마트공장 구축 결정을 내렸다. 8개 산업용 로봇을 주문 제작해 공장 곳곳에 배치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노동생산성이 20∼30% 높아졌고 불량률도 크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사고 빈도가 ‘제로(0)’로 떨어졌다. 김 전무는 “로봇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신 하다 보니 직원이 다치는 일이 없어졌다. 근로 환경이 좋아지니 이직하는 사람이 줄게 됐고 자연히 근속연수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와 30대 초반 청년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었다. 현재 화신정공에는 직원이 135명 있는데, 생산 라인에만 약 90명의 근로자가 일한다. 이 중 청년 근로자는 12명. 로봇 도입 전 평균 2, 3명에 불과하던 청년 근로자들이 4배로 증가한 것이다. 김 전무는 “보통 말단 직원이 하던 단순 가공 업무를 로봇이 해주니까, 대부분 직원들은 생산과 품질, 기계 관리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배치됐다. 그랬더니 청년들의 입사 지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공장을 다녀봐도 청년들이 10명 이상 일하는 중소기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덕분에 화신정공은 지난해 경상북도로부터 청년 고용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신정공은 최근 스마트공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하고 있다. MES는 생산과정에서 얻어지는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화된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근로자 안전을 높이고, 공장 작업 효율성을 더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공장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공장 내 잠재적인 위험 요소까지 분석해서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작업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칠곡=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년 정도 공들인 거래처가 다른 택배회사를 선택했다. 택배 파업으로 배송이 안 되자 거래를 끊은 것이다. 이게 택배 근로자를 위하는 파업인가.” 8년차 CJ대한통운 비(非)직영 택배기사 김슬기 씨가 1일 유튜브 방송인 ‘(튜브’를 통해 같은 비직영 택배노조 파업을 작심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21일 파업을 시작했고 28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 노조원들은 지금도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김 씨는 ‘노조 소속이 아닌 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말하는 택배기사의 진짜 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택배 파업으로 동료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업으로 거래처가 날아가면서 물량이 떨어지고 있다. 물건을 건당 배달해서 돈을 버는 택배기사들인데, 거래처가 날아가면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하소연했다. 김 씨의 영상은 조회수 40만 건을 돌파했다.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와 업계 말을 종합하면, 택배기사는 CJ대한통운 등 대기업 소속 직영 택배기사와 비직영 택배기사로 나뉜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만7000명 중 직영 택배기사는 약 5%에 불과하다. 파업을 한 택배노조 조합원도 대부분 비직영 택배기사다. 김 씨는 “비직영 택배기사는 물류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일한다. 그런데 대기업에 직접 협상하자고 강요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직영 택배기사들은 직영으로 고용하겠다고 해도 안 한다. 직영 택배 기사들은 산간지역 등 비직영 택배기사들이 회피하는 지역을 주로 담당하는 데다 물건을 배달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월급제여서 급여가 비직영 택배기사의 3분의 1 수준이다”며 “돈은 돈대로 벌고 혜택은 혜택대로 달라는 비직영 택배기사 주장은 너무 이기적이다”고 했다. 택배 노조는 택배 분류 및 택배차 적재 작업에 대해 “추가로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김 씨는 “음식값을 받을 때 식재료 손질한 비용을 더 내라는 주장과 같다. 택배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에 대해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택배 노조는 △저녁이 있는 삶 △파업 시 직영 택배기사의 대체근로 금지 등을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의 근무 시간과 강도는 대리점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비직영 택배기사의 파업으로 원활한 배송이 안 되면, 직영 택배기사가 배송을 대신 하는 건 합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영상을 본 한 택배기사는 본보에 “파업으로 피해를 본 비직영 택배기사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파업으로 더 고통받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비직영 택배기사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거래처들은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이 안 된다. 언제 또 파업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거래처를 다시 만들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택배노조와의 갈등 끝에 폐업한 대리점도 있다. 경기 분당의 한 대리점주는 지난달 30일, 10년 이상 해온 택배 대리점 사업을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화물 수거 거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배송거부 등 택배노조 주장에 대리점주가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한 택배 대리점주는 본보에 “택배노조는 수수료를 올려 달라더니 막무가내로 파업을 했다. 노조는 약자라는 프레임 때문에 우리가 나쁘게 인식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측은 김 씨의 주장과 파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B737 맥스(MAX)8 vs A321 네오(neo).’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잇따라 신기종을 도입하며 ‘맥스8’과 ‘네오’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은 미국 보잉사의 베스트셀러인 B737 맥스8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범아시아나 계열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A321 네오를 선택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보다 항속 가능 거리가 늘어나고 연료 효율성이 좋아진 신기종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르면 올해 성탄절 즈음 국내 최초로 국적 항공사 도장이 그려진 맥스8을 만나볼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말 국내 처음으로 맥스8을 들여온다. 국내 주요 LCC들이 현재 운항하고 있는 주력 기종은 최대 항속 거리 5425km, 최대 좌석 수 189석인 B737-800이다. 맥스8은 보잉사의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B737-800보다 약 1000km를 더 날 수 있고, 좌석 수도 21석 많다. LCC들은 맥스8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및 발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태국 푸껫 등에 취항한다는 전략이다. 맥스8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연료 효율성도 약 14% 좋아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이 도입할 예정인 네오보다 무게가 1만3000kg 정도 가벼워 연료 효율성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근 제주항공은 맥스8 40대를 한꺼번에 확정 계약하고 2022년부터 인도받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운용리스 방식으로 B737-800을 운용해 왔는데, 맥스8을 직접 보유로 바꾸면서 임차료를 줄이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번 계약에서 일정 물량을 최대 230명이 탑승 가능한 B737 맥스10으로 바꿀 수 있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맥스8을 운영해본 뒤 수익성에 따라 좌석 수가 많은 맥스10을 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범아시아나 계열 항공사가 낙점한 네오는 맥스8보다 동체 길이가 5m 정도 길다. 최대 항속 거리는 6850km 수준이다. 최대 좌석 수는 240석으로 좌석 수는 맥스8보다 30석 정도 많다. 특히 에어부산은 2020년 네오 2대를 들여오기에 앞서 내년에 네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네오LR(Long Range) 2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네오LR는 추가 연료탱크 등 장착 시 기존 네오보다 1000km를 더 날 수 있다. 네오 역시 기존 에어부산이 운영하고 있던 A321-200, A320-200보다 연료 효율이 20% 정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LCC 업체들은 신기종 도입으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등 기존 단거리 노선에서 벗어나 신규 중거리 노선을 발굴할 수 있다. 편당 탑승 인원을 늘림으로써 한정된 공항의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제5자유 운수권(우리나라를 출발해서 A국가에서 여객과 화물을 싣고 B국가로 갈 수 있는 권리)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다가 발리에서 급유를 받고 3시간 거리인 서호주로 가는 식의 노선도 만들 수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신기종 좌석이 텅텅 비기라도 한다면 비용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며 “노선 개발과 마케팅 강화를 하겠지만 경기가 나빠져 여행객 수요가 줄어드는 외부 요인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취재원과 술을 마시고 있던 22일 밤. 아내에게서 온 부재중 통화 문자 6건이 찍혀 있었다. (핑계 : 민방위 끝나고 바로 약속 장소에 온 탓에 무음으로 해놨던 것) 아차, 뭔가 일이 터졌구나 싶었다. “애가 토하고 난리 났어, 지금 올 수 있어?” 어지간하면 알아서 일 처리를 하던 아내도 다급했나보다.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장염에 걸린 듯 했다. 배가 아프다며 울고 있는 첫 째. 일정한 주기로 복통을 호소하며 하얀 토를 했다. 장염인가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응급실로 향했다. 술을 마셔서 운전을 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인근에 거주 중인 친 동생을 불렀다. 응급실에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우리 애는 가자마자 토를 또 했다. 배가 아프다며 울더니 아예 응급실 대기 장소 바닥에 누워버렸다. 소파에 누우라고 해도 울고불고 바닥이 좋다며 소리를 지른다.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옮겨 그냥 내버려 뒀다. 다른 보호자들의 “잰 뭐지?” 하는 시선. 위생적이진 않을 병원 바닥. 하지만 그 순간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편하다는데, 장소가 변기 위라면 어떻겠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토하고 울다 지쳐서 어디든 눕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정신이 없어 사진 한 장도 못 남겼다. X-RAY를 찍었다. 배에 변과 가스가 가득하단다. 비슷한 증세를 인터넷에 찾아봤을 때 나오는 후기와 흡사했다. 그런데 병원에 오기 전에 응가를 했다. 한 번에 쾌변을 못 했을 수도 있지 싶었다. 관장을 해야 한단다. 나도 10살 때 눈 수술을 하면서 관장을 한 번 해봤다. “정말 이건 아닌데”라는 고통의 기억이 고스란히 아직도 남아있다. 그 고통을 애가 느껴야 한다니. 관장약이 들어가자마자 난리는 시작됐다. 관장 유경험자로서 설사가 나올 것 같은 고통을 참는 건 어른도 힘들다. 특히 괄약근 조절에 능수능란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혹시나 규정된 관장약 인내 시간을 참지 못하고 배변을 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는 위생장갑을 주면서 아이의 응가 배출구를 막으라고 했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만약의 분출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 5분만 참으라고 했다. 5분 정말 안 가더라. 아이게 “노래 불러 줄까?” “우리 예쁜 아가 괜찮아 아빠 있잖아~” 등등 별별 소리를 다 했지만 통할 리가 있겠는가. 달램을 빠르게 포기하고, 5분 동안 배출만 막자는 역할에 충실했다. 무사히 묵은 변이 나와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5분이 지났다. 아이는 고통 속에서 응가를 봤다. 그런데 생각만큼 응가가 나오질 않았다. “아, 한 3분 더 참게 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날 응급실에서만 3번을 더 토했다. 나는 분명 장염 같은데, 병원에선 장염이라는 말을 안 해줬다. 처방전에 적힌 약을 검색해 본 뒤에야 장염이구나 싶었다. 집에 오고 나서는 밤샘 간호의 시작이다. 아이는 밤이면 우유를 찾는데, 우유는 장염에 좋지 않다고 했다. 역시나 밤새 우유를 찾았다. 주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답이 없다”라는 말이 가장 적절했다. 구토는 밤에도 이어졌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음날(25일) 아이는 여전히 복통을 호소했다. 아이는 지쳐서 인지 잠을 오래 잤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바로 KT아현 지사 화재였다. 화재의 여파로 아이의 고통을 달래주던 올레 TV가 멈춘 것이다. 초비상이었다. 와이파이도 안 된다. 다행히 두 아이는 자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또! 그 고요한 순간 깨고 아파트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띵동~ 댕동~” 아 제발. 아이들이 깰 까봐 나도 모르게 수건으로 스피커를 막아 본다. 그게 잘도 막히겠다. “아아 관리사무소에서 말씀드립니다.” (아~아~는 도대체 왜 하는 거지?) “KT화재로 인하여~~~.” 둘째가 찡얼대기 시작했다. 방송이 끝났다 싶었을 때!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아니 알겠다고. 국민 안전처에서도 문자 왔다고) 두 번째 안내 멘트 때는 “KT화재의 신속한 복구를 위하여 주민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KT화재가 났는데 주민 협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마무리 해보시려 노력한 관리사무소 덕분에 첫 째가 깼다. (안내방송을 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닙니다) 안내방송 볼륨 조절창지는 왜 없는 건지. 둘째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점차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었다. 일어난 첫 째는 삐죽대다가 “뽀로로 보여주세요”라는 말을 뱉었다. 망했다. 천만 다행인건 휴대전화는 KT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 상 휴대전화 테더링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인터넷과 TV, 휴대전화를 가족 패키지? 로 묶었다면. 아찔했다. 통신사를 분산 이용을 했던 것이 가정의 동요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었다. 수많은 변수들의 향연이 수놓은 나날들이었다. 한 숨을 돌렸을 즈음. 나도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장염이 전염 된다는 걸 몰랐다. (노로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더라) 구토와 배변 등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수건 등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주의와 위생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다행히 둘째는 무사하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이라고 했던 아빠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나보다. 나는 지금도 아래위로 좍좍 이다. 답이 없다. 갑자기 기자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다. 어리이집 위생 상태는 어떤지 등 취재 아닌 취재를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슬기로운 한 부모의 조언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큰 답니다.” 그래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슬기로운 아빠생활 제보 및 피드백 (카카오톡 ID : jkbyun85)}

에쓰오일은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파고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R&D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경쟁력 있는 TS&D(Technical Service & Development) 센터를 건립하여 연구 개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석유화학사업 성공에 필수적인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이를 위해 2014년 2월 서울시와 마곡산업단지 입주계약을 통해 연구소 부지를 확보해 TS&D 센터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TS&D 센터는 우수한 연구인력 유치와 연구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S&D 센터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개발, 핵심기술 연구개발, 석유화학 제품 관련 고객지원 등을 수행한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고도화센터(RUC)와 올레핀다운스트림센터(ODC)를 올해 안에 상업가동하기 위해 총 4조8000억 원을 투자했다. 2016년 5월 기공식을 가진 RUC·ODC 프로젝트는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원료로 프로필렌 및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과 연산 40만5000t의 폴리프로필렌(PP), 연산 30만 t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시설로 각각 구성된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프로젝트로 수익 창출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최신 중질유 분해시설이 가동되면 더욱 우수한 수익성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28일 돌연 그룹 회장직 사퇴를 표명한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사진)이 2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국내에 있으면 이래저래 나를 찾을 것 같아 당분간 해외에 나가 있으려 한다”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경영진이 정말 잘 못할 때, 정말 피치 못할 때는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블록체인 이야기를 꺼내며 사퇴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에 블록체인 기술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 나는 블록체인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 만약 회사에서 나한테 블록체인에 대한 의사 결정을 묻는다면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며 “중장기 전략을 보고받았는데 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보고를 하는 것 같더라. 너무 슬펐고, 그래서 퇴임 결심을 더 굳혔다” 이 회장은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힌 뒤 돌아가신 부모님 위패가 모셔진 절을 찾아 “늦었지만 큰 짐을 내려 놨다.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여행은 창업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제대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작년에 미국에 잠깐 가서 젊은 친구들을 40∼50명 만났었는데, 엄청 똑똑한 사람이 많더라.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년간 그룹을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노사관계를 꼽았다. 코오롱은 2000년대 초 노사가 강경하게 대립했고, 강경 노조가 이 회장의 집 유리창을 깨는 사건도 있었다. 이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임원들과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하고 피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조원들을 만났고 진정성을 갖고 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대립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이해를 하기 시작했고, 원칙을 지킨 덕분에 지금은 생산성이 국제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 올랐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노사 갈등이 봉합된 이후 2007년부터 노사 무분규 선언을 했고 지금까지도 원활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회장을 맡고 나서 23년간 회의 시간에 단 한 번도 존 적이 없다. 아들한테도 ‘안 졸 의무는 있어도 졸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말도 했다”며 “아들이 재능이 없으면 재산은 몰라도 주식을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들이 나보다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1남 2녀를 둔 이 회장이 ‘네 번째 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갖고 투자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친구가 하던 연구였는데, 회사 연구소장에게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물어 보니 성공 확률이 ‘0.0001%’라고 보고하더라. 오기가 생겨서 회삿돈 말고 내 돈과 지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사퇴를 알리는 편지에서 퇴임 이후 새로운 창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에게 구체적인 창업 계획을 묻자 “창업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회사를 차리더라도 내가 직접 CEO는 안 하고 싶다. 다만 천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두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사업 개편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소비재 중심 기업에서 에너지, 건설장비, 부품 제조 등 기간산업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역 특성 및 고객의 작업 환경을 고려한 물체 운반용 굴삭기, 수륙양용 굴삭기, 건물 해체용 굴삭기, 산림용 장비, 전기 굴삭기 등 특수 장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국가별 새로운 배기규제를 만족시키고 성능을 향상시킨 신기종 엔진을 개발하며 엔진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현재 소형 굴착기 부문에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어스포스(Earthforce)’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출시했다.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인도 시장에 다목적 건설장비인 백호로더(Backhoe Loader)를 출시할 계획이다. 두산은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하고 협동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두산은 공작기계 사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년여 만에 협동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협동로봇 4개 모델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자소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를 생산하는 ㈜두산 전자 사업부는 지난달 전지박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전지박은 2차전지의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음극 활물질(전지의 전극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에서 발생하는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다. 2014년 룩셈부르크에 있는 전지박 업체를 인수해 기술을 확보한 뒤, 현재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의 고밀도화 및 경량화에 도움을 주는 전지박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날씨가 추워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리털 점퍼를 주문했는데 일주일째 감감 무소식입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모 씨(23)는 28일 “택배를 못 받아 추위에 떨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평소 같으면 주문한 지 2, 3일 만에 물건을 받았을 김 씨가 택배를 제때 받지 못한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8일째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경주시 황성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54)는 “며칠 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는데 택배기사들의 파업으로 배송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21일부터 이어진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경북 경주와 울산, 경남 창원, 대구, 광주 등에서 배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들은 물건을 찾으러 택배회사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울산 등지에서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는 700여 명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전체 택배기사 1만8000명의 3.8% 수준이다. 경주시 현곡면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택배발송처)에서는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 50여 명이 파업을 벌이며 배송을 거부해 2만여 개의 택배가 쌓였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물건을 찾으러 와서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울산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파업에 나선 택배기사들이 대체 배송에 나선 CJ대한통운 측 직영 택배기사들의 차량을 아예 막아버렸다. 경주에서는 경찰 등의 도움으로 직영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지만, 울산은 이마저도 안 된 것이다. 울산 남구 여천동 서브터미널엔 택배를 찾으러 온 시민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앞서 택배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면서 CJ대한통운이 노조 설립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택배기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고용자 신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봐야 한다며 올해 1월 행정소송을 냈다. 택배 차질로 피해가 불어나자 택배노조는 28일 파업을 종료하고 29일 0시부터 현장에 복귀했다. 택배노조는 28일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의 택배 접수를 중단하는 이른바 ‘집하조치’를 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29일 0시부터 배송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어 “2차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즉시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경주=박광일 light1@donga.com / 울산=정재락 / 변종국 기자}

28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 강당. 수요일마다 정례 조회 형식으로 임직원 200명이 참석하는 성공퍼즐세션이 열렸다. 세션이 끝날 무렵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강단에 올랐다. “질문 하나 할게요. 오늘 내 옷차림이 색다르죠?” 이 회장은 “지금부터 제 말씀을 듣게 되면 제가 왜 이렇게 입고 왔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라며 손수 적어온 A4용지 5장 분량의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저는 2019년 1월 1일자로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대표이사 및 이사직도 그만두겠습니다. 앞으로 코오롱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장님으로 불리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네요.” 1996년 1월 아버지 이동찬 명예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아 23년 동안 그룹을 이끈 이 회장은 이날 이렇게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사내 방송을 통해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직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회장은 “마흔에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딱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다. 시불가실(時不可失·한 번 지난 때는 다시 오지 않으니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며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라는 가수 윤태규 씨의 ‘마이 웨이’ 가사를 읽어 내려갈 땐 눈물을 닦아 내기도 했다. 이 회장의 퇴임 결심은 발표 때까지 극소수 임원만 알 정도로 비밀에 부쳐졌다. 일부 그룹 계열사 사장들도 이날 발표를 통해 사퇴 소식을 접했다. 이 회장은 사퇴 의사를 일부 임원에게만 밝히면서 “아버지가 웅열이가 마흔 살이 되면 회장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주변에 말씀하실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결국 행동에 옮기셨다. 이제라도 20년만 그룹을 이끈다던 다짐을 지키겠다”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회장의 조부인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는 1957년 회사 설립 후 20년 뒤인 1977년 고 이동찬 명예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이 명예회장도 73세이던 1995년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에 오른 지 19년 만에 장남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정했지만 “21세기를 앞둔 시점에 새로운 세대가 경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연말 인사 명단을 보더니 ‘내가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모르겠다. 이건 내가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던 회장님이 역으로 퇴임을 표명해 조직 변화를 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 퇴임으로 향후 그룹 주요 정책 결정은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로 신설된 위원회에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전무(34)도 참여해 ‘4세 경영 시대’를 예고했다. 이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해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패션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이 전무는 군 복무를 마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구미공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첫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코오롱 상무로 승진해 그룹 전략기획 업무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더 깊숙이 관여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그룹 경영권을 바로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고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해 경영 수업을 받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석이 된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자리엔 ㈜코오롱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이 내정됐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러시아는 더 이상 과거의 러시아가 아닙니다. 몸은 유럽에 있지만 아시아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러 협력 증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김종경 KOTRA CIS 지역본부장은 “러시아는 2013년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세계 평가에서 120위였지만 올해는 35위로 뛰어올랐다. 중국(78위)보다도 좋은 투자 환경을 갖춘 나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GB(옛 소련 정보기관), 스파이, 테러 지원 국가 등의 이미지는 옛말일 뿐 현재 러시아는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해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85개 주(州) 정부를 대상으로 투자 환경 및 투자 유치 순위를 평가하겠다”고 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마디가 크게 작용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김 본부장은 “대통령의 ‘불호령’ 이후 주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 환경을 좋게 하려 나서고 있다. 2014∼2016년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 침체기를 겪는 과정에서 자국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러시아 주 정부 관계자들은 선물 보따리를 풀 듯 해외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을 늘어놨다. 야나 첸코 이르쿠츠크주 투자청장은 “주 정부마다 투자청이 개설돼 투자자들에게 부지 선정, 협력 파트너 선정, 투자자 협조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첫 5년간 소득세율 0% 등 각종 세금 우대 지원도 해준다”고 말했다. 베로니카 미니나 노브고로드주 부지사는 “노브고로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사이에 위치한 도시로 지리적 강점이 있다. 스웨덴, 핀란드, 호주, 미국 기업이 들어와 있고 주지사가 직접 해외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리나 알렉세예바 울리야놉스크주 부지사는 “울리야놉스크는 러시아에서 기업 환경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주다. 기름도 가스도 없는 지역이지만 자동차, 항공, 정보기술(IT)이 발전한 지역으로 인재들이 많다. 세금 우대 정책을 통해 최대 40%까지 자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는 한국 회사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점은 러시아에 기회다. 기업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라”며 “높은 세율, 물류 및 항만 통과 지연, 각종 인허가 지연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러시아에서 플랜트 부품 사업을 하고 있는 권태근 아폴로 회장은 “세제 혜택이 더 필요하다. 보세 창고 하나를 만드는 데도 인허가가 오래 걸리더라.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러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논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측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러 FTA는 양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형화·고급화돼 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맞춘 현대자동차의 주력 모델 2개가 잇따라 국내외에서 처음 선을 보인다. 현대차는 플래그십(기함급) 대형 세단 ‘G90’,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앞세워 약점으로 지적돼 온 대형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세단이자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G90’의 국내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페이스리프트지만 외형은 사실상 새 모델 수준으로 바뀌었다. 이날 출시를 계기로 국내 시장 차명을 북미와 중동 등 주요 고급차 시장과 동일하게 ‘G90(지나인티)’로 통일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 및 최첨단 기술을 G90에 집중적으로 담아냈고, 이를 통해 제네시스는 고객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G90는 12일부터 11일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6713대가 계약됐다. 차급과 차 가격(7706만∼1억1878만 원)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내년 상반기(1∼6월)부터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동 등에 G90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또 G90, G80, G70로 완성된 세단 라인업에 SUV 3종을 2021년까지 출시해 라인업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행사 이후 G90 뒷좌석에 타고 행사장 주변을 15분 동안 돌아 볼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감탄한 것도 잠시, 주행을 시작하자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함에 놀랐다. 엔진 소음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승객의 몸을 감싸주는 듯한 시트와 뒷머리를 감싸주는 푹신한 헤드 쿠션에 몸을 맡기니 저절로 잠이 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LA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LA오토쇼에서 영상을 통해 팰리세이드를 가장 처음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방탄소년단은 팰리세이드의 혁신적인 공간성과 편의기술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방탄소년단은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공간을 갖춘 3열 7, 8인승 팰리세이드의 넓은 공간과 직관적인 사용자경험(UX)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현대차 글로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9일 오전 8시 55분부터 생방송할 계획이다. 팰리세이드 국내 사전예약은 29일부터 시작한다.김성규 sunggyu@donga.com·변종국 기자}

13일 호주 서쪽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철광석 광산. 이곳은 포스코가 지분 12.5%를 확보하고 있는 광산이다. 필바라 지역 뉴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가량 가니 광산이 나타났다. 광산 곳곳에는 지상에서 약 27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무인드릴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바퀴의 지름만 약 4m인 대형 트럭이 갓 파낸 철광석을 제련공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폭 7km 길이 27km의 거대한 광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색 철 분진이 옷에 묻어났다.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에 지분을 투자한 건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 때문이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2010년쯤 중국의 경제발전 등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2배가 넘게 뛰었고, 이를 이용해 주요 철강회사들이 가격 횡포를 부리자 철강 수급처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사상 최대 규모 액수인 14억9000만 호주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2.5%를 확보한 것이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소장은 “로이힐 철강 품위는 세계 철광시장에서 표준(철분 함유량 62%)에 가까운 고품위”라며 “브라질 철광석도 품질이 좋은데 한국까지 운송하는 데 한 달 반이 걸린다. 하지만 서호주는 10∼12일 정도면 한국에 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힐과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에 약 23억 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5년 동안 파낼 수 있는 양이다. 로이힐은 현재 연간 55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로이힐표 철광석을 광양제철소로 수급해 온 이후, 로이힐에서 연간 1400만 t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 연간 철강석 소비량의 약 24%에 달하는 양이다. 포스코가 로이힐 프로젝트에 투자할 당시 내부에서는 찬반 여론이 나뉘었다.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을 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와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이 가능할지 누구 하나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힐홀딩스 배리 피츠제럴드 사장에게 이러한 우려가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그는 “포스코의 로이힐 투자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엔 3억3000만 호주달러(약 2700억 원), 올해는 6월까지 5억5800만 달러(약 45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과 파이낸싱을 한 금융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회사 재정과 생산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힐 광산은 호주 내에서 첨단 기술과 장비, 낮은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힐 광산에는 총 9대의 무인드릴이 있다. 사람이 직접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파낼 곳만 입력해주면 드릴이 알아서 철광석을 캐낸다. 로이힐은 땅속을 수백 m 파내려가지 않고도 지면에서 몇십 m만 내려가면 철광석이 나오는 노천광산이기에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지름 약 22.5cm의 드릴이 5분당 약 10m씩 파고 내려간다. 실제 가서 보니 1개 무인드릴은 평균 2, 3일 동안 약 1200개의 구멍을 내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피츠제럴드 사장은 “광산 안에서 트럭을 몇 대 써야 하는지, 철광석을 어느 동선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지까지 분석해 최적화된 공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다른 광산의 80∼90% 정도여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 추출된 철광석은 운반용 기차에 실려 344km 떨어진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옮겨진다. 열차는 총 236량으로, 길이만 약 2.5km에 달한다.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가 무게와 환경 등을 고려해 속도를 계산하며 운행하고 있었다. 항만에 도착한 뒤에도 마지막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 이동 중에 품질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 사장은 “최근엔 공정 중에 버려지는 철광석을 재사용해서 제품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데, 약 400만 t의 철광석이 다시 제품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바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13일 호주 서쪽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철광석 광산. 이 곳은 포스코가 지분 12.5%를 확보하고 있는 광산이다. 필바라 지역 뉴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져 있다. 광산 곳곳에는 지상에서 약 27m 높이로 우뚝 솟아있는 무인드릴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바퀴의 지름만 약 4m인 대형 트럭이 갓 파낸 철광석을 제련공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폭 7km 길이 27km의 거대한 광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색 철 분진이 옷에 묻어났다.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에 지분을 투자한건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 때문이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2010년 쯤 중국의 경제발전 등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2배가 넘게 뛰었고, 이를 이용해 주요 철강회사들이 가격 횡포를 부리자 철강 수급처를 다변화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사상 최대 규모 액수인 14억9000만 호주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2.5%를 확보한 것이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소장은 “로이힐 철강 품위는 세계 철광시장에서 표준(철분 함유량 62%)에 가까운 고품위”라며 “브라질 철광석도 품질이 좋은데 한국까지 운송하는데 1달 반이 걸린다. 하지만 서호주는 10~12일 정도면 한국에 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힐과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에 약 23억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5년 동안 파낼 수 있는 양이다. 로이힐은 현재 연간 55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로이힐 표 철광석을 광양제철소로 수급해온 이후, 로이힐에서 연간 1400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 연간 철강석 소비량의 약 27.5%에 달하는 양이다. 포스코가 로이힐 프로젝트에 투자할 당시 내부에서는 찬반 여론이 나뉘었다.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을 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와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이 가능할지 누구하나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힐 홀딩스 배리 피츠제랄드 사장에게 이러한 우려가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그는 “포스코의 로이힐 투자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엔 3억3000만 호주 달러(약 2700억 원), 올해는 6월까지 5억5800만 달러(약 45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과 파이낸싱을 한 금융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회사 재정과 생산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힐 광산은 호주 내에서 첨단 기술과 장비, 낮은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힐 광산에는 총 9대의 무인드릴이 있다. 사람이 직접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파낼 곳만 입력해주면 드릴이 알아서 철광석을 캐낸다. 로이힐은 땅 속을 수백 미터 파내려가지 않고도 지면에서 몇 십 미터만 내려가면 철광석이 나오는 노천광산이기에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직경 약 22.5cm의 드릴이 5분 당 약 10미터 씩 파고 내려간다. 실제 가서 보니 1개 무인 드릴은 평균 2~3일 동안 약 1200개의 구멍을 내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배리 사장은 “광산 안에서 트럭을 몇 대 써야 하는지, 철광석을 어느 동선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지 까지 분석해 최적화된 공정을 마련하고 있다” 며 “인건비도 다른 광산의 80~90% 정도여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 추출된 철광석은 운반용 기차에 실려 344km 떨어진 포트 해들랜드 항구로 옮겨진다. 열차는 총 236량으로, 길이만 약 2.5km에 달한다.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가 무게와 환경 등을 고려해 속도를 계산하며 운행하고 있었다. 항만에 도착한 뒤에도 마지막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 이동 중에 품질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리 사장은 “최근엔 공정 중에 버려지는 철광석을 재사용해서 다시 제품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데, 약 400만t의 철광석이 다시 제품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바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엄청난 육아템(육아+아이템의 줄임말)을 찾았다.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한다. 바로 밴드(Band). 상처 났을 때 붙이는 그 밴드 말이다. 어릴 적엔 밴드라고 하면 ‘대일밴드’가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 규격도 동그라미, 네모, 작은 네모, 큰 네모, 왕 큰 직사각형 등등 다양하다. 어른들 눈엔 다양한 종류의 밴드들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다. 그것도 떼었다 붙였다 여러 번 할 수 있는. 좋아 죽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완소템(완전 소중한 아이템의 줄임말) 일테다.가격도 그뤠잇(Great, ‘좋았어!’를 의미하는 요즘말). 약국에서 1000원이면 뽀로로와 콩순이, 캐리언니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를 구매할 수 있다. 밴드도 10~16개 정도 들어있다. 충분한 양이다. 아이에게 여러번 밴드를 사주면서, 아이가 밴드를 가지고 노는 걸 관찰한 결과, 참으로 훌륭한 장난감이 아닐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창의력과 공감능력, 소근육 발달 등의 효과가 있다. 일단 아이에게 밴드는 스티커다. 일단 처음 밴드를 마주한 아이는 밴드 포장을 벗기기 조차 벅차다. 손을 사용해 뭔가를 벗겨내기까지 과정이 오래 걸렸다. 벗긴다기보다는 찢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간혹 힘 조절 실패로 포장을 벗기다 안에 있는 밴드가 찢어지는 ‘진돗개 2(군대 용어로 전면전 직전의 상태를 일컫는 말. 진돗개 3은 평시, 진돗개 1은 전시) 수준의 비상사태가 올 수 있음에 유의하자. 밴드의 끈끈이를 보호하는 엄지손가락 모양의 껍질은 잘 벗겨 내지만 제대로 붙이지도 못 한다. 하지만 점차 밴드 다루는 솜씨가 일취월장한다. 일단 이런 과정에서 손의 근육이 발달한다.아이가 밴드를 붙이는 곳은 ’사방팔방‘이다. 바닥은 기본이요, 책, 냉장고, 의자 등 집안 곳곳은 물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밴드가 발견되기도 한다. 변기 옆에서 발견되는 건 뭐지? 심지어 수박에도 붙인다. 밴드는 상처 난 부위에만 붙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엄청난 창의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가 아닌가하는 착각도 갖게 될지도 모르니 유의하자.간혹 밴드를 붙이다 보면 (우리 어른들도 겪는 문제인데) 밴드의 끈끈이 부분이 서로 붙거나, 밴드 일부가 끈끈이에 붙어 버리는, ’진돗개 2‘ 수준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유의하자. 한번 밴드가 끈끈이에 잘못 붙거나 밴드가 말려 버리면 원상복구도 안 된다. 애는 애 대로 밴드가 원상 복구 되지 않음에 원통해 하며 통곡을 할 수도 있다.다음은 공감능력이다. “아빠 여기 아프지?”라는 공감어린 말을 내 뱉으며 아빠의 팔과 다리, 얼굴에 밴드를 붙이기 시작한다. 상처받을까봐 “어이쿠 예쁜 내 새끼. 근데 여긴 상처가 아니라 점이란다” 라고 말도 못한다. 원형 탈모가 있는데, 그 비어있는 부분이 무척이나 아파보였던지, 아니면 공허해보였던지 밴드를 붙여주는 공감능력을 보이더라.? 울뻔했다.심지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동생의 이마에도 밴드를 붙이면서 “아프지마, 누나가 밴드 붙여 줄께”라고 말하더라. 나이팅게일이 환생한 줄 알았다. 몸에 붙여준 밴드는 쉽게 떼지도 못한다. 아이는 나름 아픈 엄마 아빠를 위해 밴드를 붙여줬는데, 그걸 땐다는 건 성의를 너무 무시한 처사일 테니까.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밴드를 현명하게 떼는 고민을 하는 슬기로운 아빠가 되도록 하자. 지금도 우리 집 바닥 곳곳엔 밴드가 붙여져 있다. 왜 떼어 버리지 않느냐고? 아이가 갑자기 “그 밴드가 어디 있지?”라며 밴드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밴드를 붙여 놓으면 어느 순간 그 밴드를 또 떼고 붙이며 놀곤 한다. 장난감을 안 치운다는 개념이랄까?? 밴드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유의할 점이 또 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술자리가 많다. 한 번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밴드라도 하나 사들고 가야겠다며 약국을 찾았다. 실패했다. 밤늦게 문을 연 약국이 있을 리가. 어렵게 찾은 먹자골목 한 복판의 약국엔 캐릭터 밴드는 안 팔더라. 약국은 일찍 닫기 때문에 미리 미리 사 놓는 센스를 발휘 해보자. 밴드 놀이는 아이가 약 40개월 정도 될 때 까지만 유효하다고 한다. 만 4세의 아동에게 밴드를 사다주는 슬기롭지 못한 행동은 삼가도록 하자. 글을 쓴 김에 밴드 하나 사러 가야겠다. 새로운 캐릭터 밴드가 들어 왔으려나?P.S. 아가들아. 얼마든지 이곳저곳에 밴드를 붙여도 좋으니, 부디 진짜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이름을 ‘팰리세이드(PALISADE)’로 확정짓고 이달 말 선보인다. 한국GM과 기아자동차도 내년에 각각 대형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좀 더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형 SUV 전쟁’이 불붙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에서는 11월 말부터 사전 계약 접수를 시작할 예정.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4500만∼55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팰리세이드라는 이름은 고급 주택지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지역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따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운전석에서부터 3열 승객석까지 모든 공간에 사용자 경험(UX)을 기반으로 개발된 디자인과 안전, 편의 사항을 적용했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마무리했고, 운전자와 탑승객들의 사용 공간은 동급 차량 대비 최대 수준으로 넓혔다. 최근 현대차의 실적 위기는 대형화와 SUV의 인기라는 세계 자동차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팰리세이드 출시는 현대차가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내년 초 대형 SUV ‘트래버스’를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트래버스는 차량 길이(전장)가 5189mm에 달하는 8인승 대형 SUV다. 기아차는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내년 미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신형 SUV ‘더 뉴 GLE’를 선보였고, BMW도 지난달 7인승 SUV 신모델 ‘X7’을 전격 공개했다.변종국 bjk@donga.com·김성규 기자}
고객: 12월 1일 미국 LA 항공편 알려줘. 대한항공: 오후 7시 인천 출발 A380 이코노미 15석, 프레스티지 5석 남았습니다. 고객: 좌석 추천해줘. 대한항공: 이코노미 37D 좌석입니다. 마일리지가 있어서 좌석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음성만으로 항공기 정보를 확인한 고객은 가상현실(VR)로 대한항공이 추천해준 좌석과 항공기 내부를 살펴봤다. 실제 예약을 위해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미국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정보가 제공됐다. 고객이 좋아하는 음식과 평소 관심이 높았던 여행지였다. 대한항공의 첨단 정보기술(IT)이 고객의 항공기 탑승 정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정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 같은 항공 서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년 내에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일 대한항공은 클라우드 구축 및 운영 전문 기업인 LG CNS,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 세계 대형 항공사 최초로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바꾼다고 밝혔다. 과거엔 사내 데이터센터에서만 자료를 활용할 수 있어 신기술을 접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클라우드로 전환하면 수많은 외부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및 구축이 쉬워진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약 3년 동안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던 홈페이지, 화물, 운항, 전사적자원관리(ERP), 내부 회계통제 시스템 등 모든 앱 및 데이터를 AWS 클라우드로 이전하기로 했다. 10년간 운영 비용을 포함해 약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클라우드 전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IT 신기술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미래 행동을 예측한 상품 기획 △위치 기반 및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객 서비스 제공 △아마존 디지털 콘텐츠를 기내 스트리밍으로 제공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 항공권 예약 △고객 맞춤형 할인 혜택 △얼굴 인식 및 기술 등을 접목한 고객 보상 시스템 등도 구현할 수 있다. 항공 업무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운항, 정비 등 각 부문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항로 최적화, 연료 절감, 사전 예측 정비 등을 할 수 있다. 또 항공기 및 공항, 기상 정보 등을 AI 기술로 분석해 항공 안전성을 더 높일 수 있다. 클라우드는 접속자가 갑자기 늘어나더라도 서버가 자동으로 확장돼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더욱 치열해지는 항공산업 경쟁 속에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향후 클라우드를 활용해 기존에 없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올해 9월 내국인 해외 여행객 수가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80개월 만에 첫 감소다. 항공업계에선 해외여행 시장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해외로 출국한 국민 해외 여행객은 총 222만5756명으로, 지난해 9월(223만6500명)과 비교해 1만744명(약 0.5%) 줄었다. 이 수치에는 승무원도 포함돼 있는데, 승무원의 경우 올해 9월(14만3789명)이 전년 동월(13만6907명)보다 오히려 6882명 증가했다. 즉, 승무원을 제외할 경우 줄어든 국민 해외 여행객 수는 1만7626명이 된다. 전년 동월 대비 해외 여행객이 감소한 건 2012년 1월 이후 80개월 만이다. 한 대형 항공사 임원은 “9월 초에 발생한 일본 지진 때문에 여행객이 감소한 것 같다”면서도 “몇 년간 이어져 온 여행객 증가가 서서히 한계치에 다다른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경제 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것이 반영됐을 수 있고, 해외여행을 여러 번 가던 사람들의 비중이 줄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임원은 “신규 LCC가 한두 곳 선정될 텐데, 여행객이 정체되면 항공업계가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