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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도입으로 촉발된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9일 오후 상여금 분할 등을 골자로 하는 2016·2017년 현대중공업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반대로 부결됐다. 1년 7개월 동안 노사가 협상을 벌여 만든 합의안을 조합원들이 거부한 것이다. 투표자 8804명(투표율 89.61%) 가운데 4940명(56.11%)이 반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 분할과 성과급 수준에 대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재교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2018년 임단협 협상이 시작되는 5월까지 새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은 3년 치 협상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상여금 분할 지급은 애초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 협상이 길어진 원인이었다. 사측은 현재 짝수 달에 100%(12월은 200%), 설·추석에 각각 50%씩 총 800%를 지급하는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반영될 확률이 높아 현행대로는 회사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의 2016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718만 원이었다. 최저임금과는 무관해 보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상여금 등을 제외하면 다수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대상에 포함된다. 노조에 따르면 입사 8년 차까지 최저임금 인상 대상에 포함된다. 회사 관계자는 “상여금과 수당이 실제 급여의 40%가 넘는다.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와 줄다리기 끝에 절충안에 합의했다. 상여금 800% 중 300%를 매월 25%씩 나눠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그 대신 매 분기 말에 100%, 설·추석에 50%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었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을 나눠 받는 대신 다른 수당을 올려 실수령액은 소폭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월 초 언론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시작되면서 상여금 분할에 대한 조합원들의 여론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제도 개선 최종 권고안에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안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반면 재계는 TF의 권고안이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 간에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3개월이든 6개월이든 매년이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모두 최저임금 범위 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반대하면 현대중공업에서처럼 상여금을 매월 나눠 지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돈인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상여금과 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빼면 연봉 4000만 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임금 격차가 커진다는 논리다. 일부 중소기업은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 분할에 나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한 중소기업은 기존에 600% 지급하던 상여금을 직원 동의 없이 300%로 바꾸고 나머지는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가 적발됐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은택 기자}

삼성물산이 건설, 상사, 리조트 등 3개 부문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사장단 인사를 9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60대가 퇴진하고 50대 대표이사가 주축이 됐다. 삼성물산은 이날 건설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에 이영호 부사장(59)을, 상사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에 고정석 부사장(56)을, 리조트부문장 대표이사 부사장에 정금용 부사장(56)을 각각 임명했다. 기존 최치훈 건설부문장 대표이사 사장(61), 김신 상사부문장 대표이사 사장(61), 김봉영리조트부문장 대표이사 사장(61)이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은 “기존 사장단이 후진들에게 사업을 물려줄 적기라는 데 뜻을 모으고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표이사 3인이 교체됨에 따라 삼성물산 대표이사 연령은 모두 50대 중후반으로 낮아졌다. 삼성물산 인사에도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적용된 ‘60대 퇴진’ 기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신임 삼성물산 건설부문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고 신임 삼성물산 상사부문장은 트레이딩 전문가로 2016년부터 기획팀장을 맡아 차기 경영자 후보로 점쳐져왔다. 정 신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등을 역임한 인사 전문가다. 정 부사장은 웰스토리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서현 부문장(사장)이 계속 맡는다. 새 대표이사 3인은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확정될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기아자동차가 ‘황금개띠의 해’를 맞아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객을 대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시승해 볼 수 있는 ‘더 뉴 레이 & 펫 시승 이벤트’를 연다고 8일 밝혔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시승 이벤트를 마련했다. 자동차 디자인부터 반려동물을 배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기아차 ‘더 뉴 레이’는 카시트(이동식 케이지), 카펜스, 2열용 방오 시트 커버 등 반려동물을 위한 레이 전용 커스터마이징 상품 ‘튜온 펫’ 3종을 선보인 바 있다. 반려동물 시승 이벤트는 26∼29일, 2월 2∼5일, 2월 9∼12일 등 3박 4일씩 총 3회에 걸쳐 10명씩 진행된다. 만 21세 이상으로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운전에 결격 사유가 없는 고객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연 및 반려동물 사진을 8일부터 21일(일)까지 기아차 홈페이지 내 이벤트 페이지에 응모하면 된다. 기아차는 응모 고객 중 30명을 선정해 ‘튜온 펫’이 장착된 ‘더 뉴 레이’를 3박 4일 동안 무상으로 대여하고 사료와 간식, 목욕용품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세트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시승 종료 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승 후기를 올린 고객 중 3명을 선정해 ‘이츠독 반려동물 슬링백’을 추가로 증정할 예정이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브랜드 회춘(回春)은 나이 든 브랜드를 젊고 ‘쿨하게’ 만든다는 용어다. 브랜드 전략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미션 임파서블’로 통한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차라리 새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론칭하는 게 낫다.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생각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그 어려운 걸 해낸 브랜드가 있다. 실적도 승승장구다. ‘아빠 차’에서 ‘오빠 차’가 된 그랜저, ‘엄마 가방’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게 된 구치가 대표적이다. 그랜저IG는 지난해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 차다. 30대 신규고객이 대거 유입돼 판매량 13만대를 돌파했다. 그랜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작년 구치 실적도 눈부셨다. 국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40∼50%에 달한다. 글로벌 3분기(7∼9월) 매출도 49% 급증했다. 화려한 부활에 이르기까지 두 브랜드의 고민은 깊었다. 둘 다 전통 있는 유명 브랜드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핵심 고객도 함께 나이 들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1986년 처음 나왔다. 중후한 이미지를 자랑하는 ‘사장님 차’의 대명사였다. 2000년대 쏟아져 들어온 수입차가 프리미엄 시장을 침범했다. 현대차 내에서도 ‘에쿠스’ 같은 고급 차가 나오면서 포지셔닝이 애매해졌다. 2011년 5세대 그랜저HG에 이르기까지 젊어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삼촌 차’ 정도로까지의 진화에 불과했다. 구치 역사는 좀 더 복잡하다. 19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해 로고 캔버스 가방 같은 히트상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대 창업일가의 경영권 다툼과 횡령으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1990년 천재 디자이너 톰 포드의 등장으로 다시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가 떠난 뒤 또 주춤했다. 2014년 쯤 구치는 내리막길에 있었다. 그럼에도 핫한 브랜드로 부활한 배경은 뭘까. 답은 혁명에 가까운 혁신에 있었다. 2016년 11월 첫선을 보인 그랜저IG는 직전 모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전략을 모조리 바꿨다. 광고 슬로건이 ‘다시 처음부터 그랜저를 바꾸다’였다. 구치는 좀더 급진적이었다. 2014년 말 최고경영자(CEO)와 수석 디자이너가 동시에 교체됐다. 제품부터 매장 디자인까지 충격적으로 변했다. 속도전이었다. 소비자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다. 마르코 비자리 구치 CEO는 미국 패션일간지 WWD 인터뷰에서 “위험한 도전이 없다면 구치를 바꾸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치는 생산 공정부터 기업 문화까지 정말 모든 것을 바꾸려 했다. 상품 종류를 줄여 장인이 재량껏 일하도록 했다. 장인이 공들이는 제품으로 바뀌니 짝퉁이 나오기 어려워졌다. 비자리 CEO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는 수평적 문화로 바꿨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브랜드 혁신은 상품과 마케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적 경영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회사 자체가 독보적(distinctive)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품과 브랜드만 독보적이면 반짝 인기에 그친다는 얘기다. 10∼30대 중반의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지만 기업 자체의 가치와 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다고 한다. 구치가 올해부터 동물 털 사용을 금지한 것도 기업 가치를 보여주려는 전략적 행보다. 상품을 넘어 기업 문화, 가치까지 바뀌어야 브랜드 혁신이 가능해진 시대다. ‘회춘 전략’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가 됐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순환출자 고리 수가 많게는 75만 개에 육박했던 롯데그룹이 2018년 무술년(戊戌年)부터 순환출자 고리 제로(0) 시대를 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년여 만에 순환출자 해소 약속을 지킨 셈이다. 신 회장은 새해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며 ‘뉴 롯데’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롯데그룹은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 합병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롯데지주와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롯데상사 등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 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등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 순환출자 해소를 약속한 이후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롯데상사 등 6개 기업은 롯데지주의 지붕 아래 들어가게 됐다. 산하 계열사가 51개로 늘어남에 따라 롯데지주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전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져 향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계열사 투자 기능을 롯데지주로 통합해 투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 A사가 B사로, B사가 C사로, C사는 다시 A사로 자본금을 출자해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그룹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최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어 구시대적 지배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등 재계에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독려해왔다. 롯데그룹 순환출자는 재계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2014년 6월 기준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수는 75만 개에 달했다. 90여 개 계열사가 얽히고설킨 결과였다. 한 달 뒤 계열사 간 21차례의 주식 거래를 거쳐 416개로 줄였지만 이 역시 여전히 많았다. 2015년 7월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의 구시대적 지배구조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정치권과 정부가 롯데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정도였다. 신 회장은 그해 8월 ‘셀프 개혁’을 발표했다.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를 상장해 한일 롯데 분리에 나선다는 게 골자였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 질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그룹 개혁의 중점에 두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순환출자 해소를 약속한 바 있다. 1년 후인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포함한 총 개수는 11개로 줄었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이 또한 완전히 해소됐다. 롯데는 향후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구조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건설 계열사를 롯데지주로 편입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후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롯데지주와 합병하면 완전한 형태의 지주사를 탄생시킬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2015년 8월 밝힌 혁신안의 골자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새해 ‘뉴 롯데’ 혁신안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경영권 분쟁, 2016년 검찰 수사 등 위기 때마다 “롯데를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 롯데’를 선언하며 아버지 시대와 다른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업이미지(CI)와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평생 가치 창조)’라는 슬로건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22일 신 회장에 대해 실형 위기를 모면해 주며 재판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재판 직후 장인상 참석차 일본에 간 신 회장은 이번 주까지 재판 때문에 못 만났던 글로벌 투자사와 만나며 경영 구상에 나선다. 8일 한국 롯데로 출근해 10일경 그룹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6일 면세점 관련 재판이 남아 있지만 흔들림 없이 새해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사다난했던 그룹 안팎 일이 하나씩 정리되고 2018년은 ‘뉴 롯데’로 발돋움하는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오전 10시 20분. 개점을 10여 분 앞두고 평소 평일 손님보다 세 배가량 많은 약 150명이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점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기다리던 고객은 일제히 문을 열고 들어와 쇼핑에 나섰다. 이날은 새해 첫 백화점 정기세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년 세일 초반 사흘 동안 백화점과 각 브랜드가 준비한 행사가 많은 편이라 첫날 고객이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꿈쩍 않던 소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심한 소비침체에 시달리던 유통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반전된 회복세에 연일 함박웃음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주요 백화점 기존 점포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줄어든 상태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주요 백화점 매출을 합산한 결과 10월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짠테크’가 유행하며 의류 매출은 꾸준한 감소세였다. 11월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매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기존 점포 기준 5%, 현대백화점 4.7%, 신세계백화점 6.5%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최고 수준이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렸다. 롯데가 3.0%, 현대가 4.0%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신세계는 정기세일(12월 15∼25일) 기준 매출이 5.5% 올랐다. 침체됐던 백화점 매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경기탄력성이 큰 고가 사치품이 백화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는 필수품보다 옷, 보석, 명품 등 사치품을 줄인다. 유통 현장에서는 기저효과와 더불어 한파와 새 유행이 수요를 창출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0, 20대를 중심으로 무릎 밑으로 내려가는 ‘롱패딩’ 열풍이 불었고, 아웃도어 기업을 중심으로 일제히 롱패딩을 내놓았다. 2012년 10대 중심으로 불었던 ‘노페(노스페이스) 열풍’에 버금가는 히트 상품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맛집이나 한정판 아이돌 굿즈 아니면 줄 서는 사례가 없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패딩을 사주려고 줄을 서고 예약을 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작년 촛불시위 당시 소비가 심하게 침체돼 기저효과가 있다. 억눌린 소비 욕망이 롱패딩을 계기로 지난 연말에 분출한 듯하다. 한파가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소비 상승세가 신년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일각에선 새해 소비 회복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순히 롱패딩을 많이 팔았다고 백화점 매출 전체가 오른다고 보는 건 무리이며, 적지 않은 품목의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치품인 모피, 해외 명품 매출이 덩달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12월 전년 대비 모피 매출은 14%, 명품 시계 및 보석류는 10.8% 늘었다.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같은 비(非)필수 가전이 잘 팔려 가전제품 매출도 17%가량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모피(41.5%), 해외 명품(18.6%), 시계 및 보석류(40.9%) 매출이 전년보다 급증했다. 세계적으로도 소비는 회복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6년 최악의 해를 보낸 럭셔리 산업도 지난해 5.0% 성장률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여 “소비가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수출, 설비투자 수치가 개선돼 올해에는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여파가 있지만 소득과 부동산 가격은 오름세라 소비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유통가는 벌써 내년 설 준비에 한창이다.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 후 맞는 첫 명절이어서 선물세트 가격대가 넓어지고 가짓수도 늘어났다. 이마트는 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5일간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한다고 26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28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예약판매를 한다. 홈플러스는 작년보다 2주일가량 앞당겨 14일부터 일찌감치 설 선물세트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판매에 점점 비중을 두고 있는 백화점들도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은 27일,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1월 5일부터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들어간다. 사전예약은 할인 폭이 크고 증정 행사도 풍성하다. 이마트는 구매액의 최대 10%를 상품권으로 돌려주고 롯데마트는 신용카드사와 연계해 최대 30% 할인 혜택을 준다. 예년에는 사전예약이 기업 및 단체 고객의 대량 구매 위주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실속형 소비자’들이 사전예약으로 선물을 구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설 선물세트의 사전예약 매출 비중이 2014년 10.3%에서 올해 22.1%로 커졌다. 내년 설은 사전예약 비중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미리 내놓은 설 선물을 보면 5만∼10만 원대 상품 가짓수가 늘고, 한우나 전복 같은 국산 농축수산물 비중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청탁금지법이 개정돼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선이 기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상향된 영향이다. 이마트는 아예 작년 설 대비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물량을 20% 늘렸다. 사전예약 기간에는 제주도 특산물인 흑한우로 만든 ‘피코크 제주 흑한우 2호(2등급 2kg)’를 정가보다 20% 싼 9만9200원(1000세트 한정)에 살 수 있다. 전남 완도군 덕우도에서 키운 활전복 선물세트도 10% 할인된 8만8200원에 판매된다. 롯데마트는 9개짜리 배 세트와 12개짜리 사과 세트를 9만9000원에 처음 선보였다. 홈플러스도 5만∼10만 원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를 작년 21종에서 31종으로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에도 9만5000원짜리 국산 갈치 세트를 판다. 이 백화점은 국내산 농축수산물 선물을 지난 설보다 15%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설 사전예약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주요 백화점들은 내년 1월 2∼21일 일제히 신년 세일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겨울 아우터 상품 물량을 지난해 신년 세일보다 20∼30% 늘렸다. ‘디스커버리 레스터’, ‘노스페이스 익스플로링’, ‘네파 사이폰’ 등 11월 초부터 잘 팔린 브래드별 인기 패딩 상품을 미리 확보해 뒀다. 신세계백화점은 정기세일 기간 동안 윈터 스포츠 페어, 여성 모피대전, 화장품 대전 등을 준비했다. 황금개의 해를 맞은 프로모션도 눈에 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세일 기간 동안 당일 7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황금개 모양이 새겨진 골드바 1돈(3.75g)을 점포별 10명에게 준다. 롯데백화점은 1월 5∼7일 당일 3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강아지 디자인이 들어간 욕실용품 세트를 증정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후원사인 롯데백화점은 올림픽 성공 기원 상품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정민지 jmj@donga.com·김현수 기자}

신세계그룹 첫 서울시내 면세점인 명동점이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문을 연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중 첫 1조 원 돌파다. 내년 강남점이 개장하고 조선호텔이 운영하던 면세사업이 신세계면세점으로 이전되면 2020년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은 매출 3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7년은 신세계면세점에 특별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지만 3분기(7∼9월) 영업이익 97억 원으로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10∼12월)는 면세점 시장에 전통적인 비수기지만 일평균 매출은 증가 추세다. 삼성증권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일평균 매출을 10월 40억 원, 11월 45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은 1조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세계면세점은 조선호텔 면세사업 양수, 강남점 개장 효과로 2020년 매출 3조 원을 돌파해 업계 2위 호텔신라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1조 원 돌파 배경으로 상품 차별화를 꼽는다. 8월 까르티에, 9월 루이뷔통 등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명품 유치에 한발 앞섰다. K뷰티를 강화한 점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면세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들여와 외국인 고객들에게 ‘K뷰티의 집합소’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개점 당시 K뷰티 브랜드 수는 60여 개였지만 올해 12월 현재 135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브랜드를 제외한 K뷰티 브랜드 매출은 명동점 전체 뷰티 브랜드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신생 브랜드가 신세계면세점을 통해 해외에 이름을 알린 사례도 늘어났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처음 선보인 스파 브랜드 ‘샹프리’의 ‘모델링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모델링 마스크는 가루를 물에 섞어 얼굴에 바르는 팩으로 주로 피부관리숍에서 사용한다. 샹프리는 이를 집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퍼지자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샹프리 마스크는 월 16억 원어치나 팔린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K뷰티 브랜드가 차별화 전략으로 효과가 있자 신세계면세점 바이어들은 서울 홍익대 앞,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를 다니며 유망한 K뷰티 브랜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서경 뷰티 상품기획자(MD)는 “K뷰티 브랜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외국인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향후 K뷰티 브랜드 확장과 더불어 콘텐츠 개발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 1위 여행 후기 사이트 ‘마펑워’와 손잡고 서울 쇼핑 공략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작지만 강한 K뷰티 발굴로 동반성장을 이뤄냄과 동시에 해외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여행, 쇼핑 문화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2층 ‘라이프컨테이너’ 매장.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안 된 이 매장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라이프컨테이너는 올해 10월 이마트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수납용품 전문점이다. 주방, 욕실, 옷장 등 공간별로 수납용품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점도 777m²(약 235평) 규모에 오로지 수납용품만 판다. 10여 년 동안 수납용품 바이어로 일해 온 손장호 이마트 스토리지 담당 부장은 “10년 전 이마트에서 파는 수납용품은 300가지였다. 라이프컨테이너에는 현재 3800가지 수납용품이 있고, 내년 5000가지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건을 정리해둘 때도 ‘예쁘게’ 꾸미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이 소비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집에서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고 최신 영화도 본다. 집은 운동도 하고 놀이도 하는 공간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덩달아 관련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13조 원 규모 홈퍼니싱 시장은 2023년 18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로 집 안팎을 연결해 주는 스마트홈 시장은 약 12조 원 규모로 커졌다. 2000년대 명품으로 상징되는 의(衣), 2010년대 먹을거리 위주의 식(食)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이제 주(住)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8월 스타필드 고양을 개장하면서 경쟁 상대로 ‘집’을 지목했다. 과거 놀이동산, 야구장을 쇼핑몰의 경쟁 상대로 봤던 시각에서 달라진 점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집에 모든 것이 있으니 젊은층일수록 집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소비자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택 시간은 실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1999∼2014년 한국인의 생활시간 현황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2014년의 일평균 재택 시간은 14시간 59분으로 15년 전보다 24분 늘었다. 주 5일 근무제 영향으로 토요일 재택 시간이 15년 전보다 1시간 13분 길어졌다. 왜 집일까. 전문가들은 IT 발달이 집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이수진 이노션 월드와이드 디지털커맨드센터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집 밖에서만 가능했던 활동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다. TV로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수 있으니 영화관에 갈 필요성이 줄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운동 영상을 보고 집에서 그대로 따라 운동을 한다. 직장인 김진경 씨(24·여)는 친구들과 놀 때에도 집에서 만난다.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골라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고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떤다. 김 씨는 “화장하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노션이 2016년 한 해 소셜데이터 4억2800만 건 중 집과 관련된 13만4331건을 분석하니 집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진화해 있었다. 집 관련 키워드에서 건강(운동, 정원, 텃밭), 엔터테인먼트(영화, 파티), 생산(인테리어, 요리, 셀프 뷰티)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 1열’(안방이 곧 극장이란 뜻), ‘홈트(홈 트레이닝)’ 같은 새로운 집의 기능과 관련한 신조어도 생겼다. 주요 기업들은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 중이다. 내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으면 전 세대에 걸쳐 주거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에서도 1992년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할 당시 인테리어, 정원관리 용품 시장이 확대됐다. 이마트의 손 부장은 “일본 ‘라이크잇’, 네덜란드 ‘쿠르버르’ 등 선진국에선 인테리어를 겸한 수납 브랜드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이브로우’ 등 생활용품을 겸한 수납 브랜드 론칭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수납 전문점 라이프컨테이너 매장이 순항하면서 점포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욕실 자재 및 인테리어 기업 대림바스는 2012년 1015억 원에서 지난해 2091억 원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기업 간 거래(B2B) 위주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고르기 쉬운 리모델링 패키지 신제품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스마트홈을 기반으로 한 주방가전 갤러리를 개장하는 등 가전 및 IT 업체들은 스마트홈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노션 이 센터장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집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22일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면한 롯데그룹은 다음 달 면세점 뇌물 의혹과 관련한 선고가 남아 있지만 한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혁신을 골자로 한 ‘뉴롯데’ 재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장인상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淡河義正)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은 21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롯데는 막판까지 신 회장의 실형 여부에 있어 낙관하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담긴 횡령 및 배임 액수만 1750억 원대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횡령 배임 액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관련 배임액 774억 원에 대해서 재판부는 “범죄로 통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이득액의 엄격한 증명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적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 불법 지원 등 471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도 ‘경영상 판단’이라고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95)이 공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에게 ‘공짜 급여’ 391억 원을 지급했다는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무죄가 선고됐다. 2009년 8월∼2016년 5월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와 서 씨의 딸 신유미 씨(34)에게 총 117억 원의 공짜 급여를 준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대부분 신격호 시대에 발생한 일이다. 이번 사건 범행으로 신 회장이 얻은 직접적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운 사정과 향후 건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총괄회장에겐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하며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 롯데 임원 중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67)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62),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67),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롯데의 건전한 기업 활동을 주문한 만큼 신 회장은 뉴롯데 재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지주사 설립을 시작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2심과 3심이 남아있다.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면세점 비리 관련 선고도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4년형을 구형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권오혁 기자}

재계 5위 그룹인 롯데 신동빈 회장에 대한 22일 선고를 앞두고 재계에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의 배임 혐의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오면서 신 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 계열사 부당 지원에 대한 배임 혐의 및 총수 일가 ‘공짜 급여’와 관련한 횡령 혐의로 5년씩 10년형이 구형된 상태다.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벌금 1000억 원이 추가로 구형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도 배임 혐의로 5년형을 구형받았다.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운영사업을 하는 계열사다.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04년 당시 그룹 정책본부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준비를 지시했다. 롯데는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ATM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2008년 피에스넷을 인수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늦어지면서 롯데피에스넷은 자본 잠식에 빠졌다. 2012∼2015년 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의 3개 계열사가 340억 원 상당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사적 이유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를 포함해 499억 원의 불법 지원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사업 실패를 숨기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후계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사적 이유로 계열사에 손실을 끼쳤으니 배임이라는 논리다. 롯데의 주장은 다르다. 당시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롯데는 편의점이나 쇼핑몰에서 ATM보다 가격이 3분의 1 정도인 현금인출기(CD)를 더 선호하면서 롯데피에스넷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 ATM 시장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재판에서도 “신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에 지분이 없다. 정식 절차를 거쳐 계열사를 지원한 것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롯데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에 참여하려다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포기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올해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등과 제휴해 세븐일레븐의 ATM 4000여 대를 고객들이 수수료 없이 쓰도록 하고 있다. 형법 355조 2항은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는 최근 대법원의 배임죄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 2부는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부산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했다. 이 전 회장은 자율협약을 맺은 채권단의 승인 없이 계열사끼리 자금을 빌려주게 하고, 모기업인 SPP조선을 통해 원자재를 통합 구매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계열사 지원이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판단이라면 손해가 났다고 배임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어 계열사 지원 결정이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지원이 정상적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고의성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바른의 최문기 변호사는 “그간 배임 행위에 대한 정의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계열사 간 지원 행위가 어떠한 경우에 배임 행위가 되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SPP그룹과 사례가 비슷했던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이 전 회장과 달리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부실 위장계열사를 지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배임에 대해 유죄를 받았다. 윤 회장과 김 회장 모두 1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 회장은 2심에서, 김 회장은 대법원에서 각각 사적 이익 추구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참작해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2016년 사법연감을 분석해 보면 1심을 기준으로 횡령과 배임의 죄 6320건 중 339건이 무죄로 무죄율은 5.4%였다. 같은 해 일반 형법 무죄율 2.3%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법당국이 배임 기준을 너무 넓게 적용하면서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 중에서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조차도 배임죄에 걸릴까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상법 전문가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배임죄는 구성 요건이 불분명하고 포괄적이어서 경영자가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무죄를 받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기업은 큰 타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정민지 기자}
삼양사가 글로벌 케미컬 기업인 KCI 지분 44.2%를 709억 원에 인수한다고 15일 공시했다. 삼양사는 이번 KCI 인수를 통해 스페셜티 케미컬 사업 확장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KCI는 샴푸나 린스에 들어가는 폴리머, 계면활성제 등 첨가물을 천연 재료로 만드는 스페셜티 케미컬 제품 제조사다. 로레알, 유니레버, P&G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은 443억 원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미국 광고제작 대행사 ‘데이비드&골리앗(D&G)’을 783억 원에 인수했다고 14일 밝혔다. 2015년 이노션 상장 이래 첫 인수합병(M&A) 사례다. 이노션에 따르면 1999년 설립된 D&G는 주요 국제 광고제에서 500개 이상 수상 실적이 있는 임직원 200여 명 규모의 회사다. 지난해 연간 매출총이익은 약 490억 원 수준이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유니버설 스튜디오, 미국 최대 프리미엄 유료 케이블 TV 채널 HBO 등의 광고를 제작했다. 2013년 기아자동차 ‘쏘울’ 광고를 제작하면서 햄스터를 모델로 앞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노션은 D&G 인수를 통해 미국 현지 우량 광고주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건희 이노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D&G 인수를 통해 이노션 글로벌 광고 제작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스타트업 지원 기업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14일 스타트업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엘캠프 3기 데모데이’를 열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스타트업 21개사가 참여해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을 소개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를 비롯해 롯데그룹 신사업 담당 직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국내외 벤처캐피털 관계자 300여 명은 투자 유망 기업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3회째를 맞은 데모데이는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초기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6개월 단위로 종합 지원하는 ‘엘캠프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다. 투자유치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다. 2016년 2월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엘캠프 1∼3기 42개사와 사내벤처기업을 포함해 약 50개사를 지원해 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 상영관에 롯데백화점의 강희태 사장을 포함 과장급 이상 직원 14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의 공부 주제는 여성 우울증. 숙제도 있었다. 강 사장은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미리 읽어올 것을 권했다. 사회 진출, 결혼, 출산, 육아라는 현실 속에서 좌절된 여성의 꿈을 담은 소설이다. 여성 우울증에 대한 공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부터 여성 우울증 치료와 인식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아예 ‘리조이스(Rejoice)’라는 자체 사회공헌 브랜드도 론칭하기로 했다. 연세대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한 여성 우울증 연구 프로그램 진행, 점포 현장 상담 운영, 우울증 예방 캠페인 등을 검토 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리조이스를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CSR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회사를 대표할 만한 사회공헌 브랜드를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가 25년째 이어온 유방암 인식 개선 CSR ‘핑크리본 캠페인’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강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도 당장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의 아픈 부분을 찾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CSR 부서뿐 아니라 전 임직원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동참해야 일관성 있는 캠페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4월부터 사회공헌 컨설팅기업 마크스폰으로부터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 고객의 70%가 여성이고 임직원 70%도 여성이라는 데 착안해 여성 관련 사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로 했다. 특히 적절한 치료에 나서지 않아 폐해가 큰 우울증에 주목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20분 남짓한 패션쇼가 끝나자 누군가 가볍게 뛰듯이 나왔다. 객석에 있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회장 등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환한 미소를 띤 채 런웨이를 한 바퀴 돈 그는 곧 무대 뒤로 사라졌다. 동시대 디자이너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니콜라 제스키에르(46)다.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마친 그를 따라 무대 뒤로 가봤다. 이번 런웨이 무대는 루브르 박물관 지하 12세기 프랑스 요새 구조물 속에 설치돼 있었다. 런웨이 뒤쪽으로 나가니 루브르 박물관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은 박물관 외부로 이어져 있다. 제스키에르는 박물관 안과 밖의 경계에 서 있었다. 여배우 케이트 블랜칫, 카트린 드뇌브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개월 공을 들인 디자인을 막 세상에 내보인 직후 그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셀러브리티와 인사를 나누고 난 그와 드디어 마주했다. 2018 봄여름 컬렉션에 대해 묻자 그는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이라고 답했다. 그는 “18세기 프랑스 의상처럼 어떤 옷들은 그 화려함에 있어서 코스튬에 가깝고 희극적인 성격마저 지니고 있다. 나는 이것을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옷과 결합시키고 싶었다. 낭만주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0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선보인 그의 루이 비통 2018 봄여름 컬렉션은 여러 가지 시대가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왔다. 스니커즈, 숏 팬츠 같은 21세기적인 요소, 화려한 황금빛 자수 장식이 돋보이는 18세기 프랑스 귀족풍 재킷, 그리고 모델을 둘러싼 12세기 프랑스 요새 유적이 어우러졌다. 역사적 요소가 디자인에 녹아들었지만 미래적인 느낌이 났다. 이번 컬렉션은 제스키에르가 2013년 11월 루이 비통에 합류한 이후 선보인 8번째 정규시즌 컬렉션이다. 그가 15년 이상 몸담은 발렌시아가를 떠나 루이 비통에 합류했을 때 ‘혁신의 아이콘과 전통의 프랑스 브랜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전통과 동시대의 오묘한 조화를 선보인 2018 봄여름 컬렉션 현장에서 그와 루이 비통의 만남, 컬렉션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서면으로 이뤄진 추가 질문에도 그는 자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동시대 디자이너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그의 생생한 스토리를 동아일보 스타일매거진 Q에 공개한다.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12월은 언제나 로맨틱하다. 소중한 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한정판’을 득템할 수 있는기회이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는 선물 리스트를 뽑아 봤다.》상에서 하나뿐인 그것 17일까지 에스메스는 서울 도산파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쁘띠 아쉬’ 전시회를 연다. 에르메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 실크 등이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손길을 거쳐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에르메스의 6대손인 파스칼 뮈사르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한국에서 쁘띠 아쉬 전시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곳은 ‘온리 원’ 선물을 원하는 이들의 보물 창고와도 같다. 디자이너들이 자투리 소재를 보고 각각에 맞게 디자인한 제품이라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하다. 액세서리부터 스카프, 가방, 접시, 찻잔, 인테리어 소품이 전시돼 있다. 루이 비통은 장식의 즐거움, 글쓰기의 즐거움, 놀이의 즐거움 등 3가지 카테고리 속 30여 개 제품을 망라한 2017년 기프트 컬렉션을 선보였다. 장식의 즐거움 카테고리에선 모노그램 플라워 가죽 마케트리 장식 박스, 가죽 소재 액자 프레임, 20세기 초 여행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포셀린 트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장식 트리도 눈에 띈다.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모노그램 줄넘기, 탁구 라켓, ‘루이’ 테디 베어 등은 위트가 넘친다. 새해 한정판 아이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트로는 2018년 개띠 해를 맞아 강아지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개띠’를 축하하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제작된 스페셜 에디션이다. 강아지 캡슐 컬렉션은 사랑스러운 핑크 푸들이 주인공이다. 화이트 아르니카 원단 위에 푸들과 페이즐리 패턴 그래픽을 프린트했다. 에트로의 시그니처 패턴인 페이즐리 무늬가 푸들의 곱슬거리는 털을 연상시킨다. 가방은 쇼퍼백과 미니 토트백의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와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연말을 맞아 이탈리아 수공명장 브랜드인 피네티와 손잡고 주얼리 정리함과 박스, 트레이를 선보였다. 피네티의 시그니처 소가죽 소재로 만들었다. 겉은 레드 컬러, 속은 그레이 컬러 스웨이드로 제작됐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주얼리가 많은 50대 여성에게 추천한다. 귀중한 주얼리를 아름답게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선물, 가방 아무리 에코백이 주가를 올려도 장인이 만든 가방을 마다할 여성은 없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연말 선물로 추천하는 가방 아이템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디올은 최근 크루즈 컬렉션인 타로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첫 번째 컬렉션으로 마더피스 타로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이다. 마더피스 타로는 1970년대 작가이자 예술가인 카렌 보겔과 비키 노블이 기존 타로의 등장인물을 여성으로 바꿔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재탄생한 타로카드를 말한다. 디올의 타로컬렉션 핸드백에는 여사제, 운명의 수레바퀴 등 마더피스 타로의 일러스트가 덧대어져 나왔다. 치우리 디렉터는 “보렐과 노블의 타로 카드는 페미니즘의 힘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타로카드는 무슈 디오르가 사랑했던 별의 상징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모이나는 연말연시를 맞아 ‘2017 홀리데이 셀렉션’을 선보였다. 홀리데이 셀렉션은 모이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레잔(Rejane), 가브리엘(Gabrielle) 백, 트렁크, 동전지갑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려한 파티 룩에 어울리는 콤팩트한 사이즈의 클러치 아이템은 연말 선물용으로 활용하기 좋다. 마르니 ‘파니에 백’은 도시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에게 알맞다. 미니멀 디자인에 원형 핸들이 부착돼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어깨에 걸치거나 크로스로 착용할 수도 있다. 카멜, 블랙, 오렌지 레드, 딥 그린 등의 다양한 컬러로 나와 있다. 그를 위한 선물 그를 위한 선물의 클래식은 넥타이다. 에르메스의 ‘7cm 실크 타이’는 두툼하고 보드라운 감촉의 실크 소재에 새로운 그래픽을 더했다. 동물, 스파이더 로봇, 강아지 등의 문양이 박혀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40대 이상 남성에게는 스테파노리치의 넥타이가 어떨까. 이탈리아 피렌체에 기반을 둔 스테파노리치 실크 타이는 품격 있는 타이를 선호하는 남성들에게 알맞다. 1020세대에게는 메종 키츠네의 캐주얼 스타일을 추천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메종키츠네 크리스마스 컬렉션을 국내에선 단독으로 선보인다. 선명한 레드 컬러의 메종 키츠네 모자, 스웻셔츠 등은 쿨한 스트리트 감성을 사랑하는 ‘그’에게 어울릴 듯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해마다 연말이 되면 미국 뉴욕 5번가의 명품 상점들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자랑한다.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들뜨게 만들어 주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중의 대표 주자는 5번가와 센트럴파크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버그도프굿맨이다. 쇼윈도 하나하나에 예술적인 디자인을 담아 매년 11월이면 버그도프 굿맨의 홀리데이 쇼윈도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버그도프굿맨의 홀리데이 쇼윈도 주제는 ‘사랑을 담아 뉴욕에(To New York with Love)’다. 뉴욕의 예술, 역사, 음악, 영화에 대한 사랑을 각 윈도에 담았다. 이를 위해 미국 자연사박물관,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 뉴욕 필하모닉, 뉴욕 보태니컬 가든 등 뉴욕에 뿌리를 둔 7개 조직과 함께했다. 뉴욕 필하모닉과 협업한 쇼윈도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붉은빛 악기의 향연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은 키덜트를 주제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지난달 선보였다. 수백 개 캔디 모양 풍선을 이어붙여 하늘에 띄운 거대한 ‘사탕 트리’가 인상적이다. 쇼윈도에도 어린 시절의 행복함을 떠올리게 하는 놀이동산, 마법의 공간 등을 장식해 파리 관광객들의 환영을 받았다. 국내 백화점들도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홍보가 될 뿐 아니라 ‘연말 명소’로 입소문이 날 수 있어서다. 비주얼 담당 팀은 11월부터 12월 말까지 고객들에게 선보일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1년 동안 준비한다.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카르티에와 협업해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준비했다. 이스트관이 거대한 카르티에 선물 박스로 분했다. 빨간색 리본 조명이 이스트관 외관을 감싸도록 한 것. 갤러리아 명품관은 2006년 테디베어 통나무집을 시작으로 매년 색다른 주제로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왔다. 갤러리아 명품관 관계자는 “명품관만의 차별화된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기려는 많은 이들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연말 시즌 전용 캐릭터 ‘푸빌라’를 만들었다. 상상 속 동물로 신세계 전 점포가 푸빌라로 꾸며진다. 포장지와 쇼핑백에도 활용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연말 백화점을 동화 속 공간으로 꾸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는 1971년 프랑스 북부 작은 도시 코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12세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다고 했다. 어머니 잡지 속 하이패션 디자인 스케치를 따라하면서. 15세에는 여름방학 동안 ‘아그네스 B’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스무 살이던 1991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패션계에 뛰어들었다. 1997년 25세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미래적, 구조적 디자인에 스포티즘이 가미된 그의 스타일은 세계 여성들의 옷 입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1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한 ‘세계 디자이너(International Designer)’로 꼽혔고, 2006년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리스트에 포함됐다. 200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을 받았다. 그만의 미래적, 구조적인 디자인은 2013년 루이 비통에 합류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제스키에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루이 비통은 풍요로운 문화유산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아카이브를 지니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카이브를 통해 하우스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우스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역사는 새로운 발견과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나의 역할을 꾸준히 진화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루브르박물관 지하의 중세 유적과 18세기 귀족 코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21세기 스니커즈 등 각기 다른 시대적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는 여정의 연속이다. 예복의 풍성한 브로케이드 장식과 아름다운 자수가 돋보이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캐주얼한 오늘날의 스타일과 융합해 세련되게 표현하고자 했다. 당대 복식의 섬세함을 그대로 살린 스타일링은 시공간을 넘나들고 시대를 아우른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코스튬 인스티튜트를 방문했다. 그들은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아름다운 의상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곳에서 본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스포츠웨어와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새로운 룩이 탄생했다. 영화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다시 봤다. 판타지와도 같았다.” ―이번 컬렉션에서 스니커즈가 눈에 띈다. “런웨이에서 스니커즈를 신는 게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새로운 점은 스니커즈를 매우 화려한 의상과 매치한 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스니커즈는 편안하기 때문에 걷는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니커즈를 신은 여성도 사랑하고,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사랑한다. 나는 극단적이다.” ―사이즈가 아주 큰 백들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잇백’이라고 봐도 될까. “주말용 잇백이라고 해두자. 주말여행을 갈 때 쓸 만한 가방 말이다. (가방의) 크기를 가지고 변주를 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은 사이즈로 존재하는 똑같은 디자인의 백들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무언가로부터 마치 달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녀가 일종의 ‘캐리어(carrier)’를 갖고 있는 것이 아주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루이 비통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런웨이 오프닝을 흑인 모델이 맡아 화제가 됐다. 광고 캠페인에는 한국인 모델도 기용했다.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가. “나는 모델이 나의 디자인을 자신의 느낌대로 재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내가 컬렉션과 캠페인에 등장할 모델을 선정할 때 기대하는 것이다. 나는 창작에 있어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여성들이 나의 컬렉션을 대변하는 걸 보는 게 즐겁다. 다양성은 성별에도 적용된다. 2016년 봄여름 캠페인에 제이든 스미스와 같은 남성 인물이 등장한 것이 그 일례다.” ―발렌시아가를 떠나고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루이 비통에 합류했고, 벌써 ‘시리즈 8’을 선보였다. 8시즌 동안 루이 비통 패션을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보는가. “나의 디자인에서 1960, 70, 80년대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래적인 요소와 동떨어지지는 않는다.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은 SF와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을 위해서는 파리의 도심 한가운데 보존된 중세 유적지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를 재창조해내고자 했다. 나는 늘 새로운 분야에 매력을 느낀다.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힘들다. 디자인은 언제나 호기심과 유혹 사이의 다이내믹이다. 지난 8시즌 동안 나는 내가 추구하는 미학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빚어낸 방향으로 보다 진화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더 멀리 보고자 했다.” ―전통을 계승하며 새롭게 창조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 때로 도전은 혼란스럽고, 나 또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실패할 수 있는 조합이라 깨달으면 흥미로움과 새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루이 비통 장인들의 오랜 노하우가 제품 개발에 있어서 활기를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늘 혁신을 추구하는 게 루이 비통의 가장 큰 역량이라고 느낀다. 3년 전 프띠말(Petite Malle·미니 트렁크)을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의 상징과도 같은 (여행용) 트렁크가 핸드백으로 탄생했다. 트렁크는 하우스에서 신성시되는 오브제다. 이처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이템에 모던함을 불어넣고자 했다. 현 세대에 맞춘 새로운 용도, 새로운 삶을 이 가방에 주고자 했다. 아이폰 케이스로 디자인해 큰 성공을 거둔 ‘아이 트렁크(Eye-Trunk)’도 누구도 생각지 못한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쁘띠말과 마찬가지로 아이 트렁크에도 루이 비통의 트렁크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섬세한 디테일과 마감을 고스란히 재연해냈다. 무엇보다도 트렁크의 새로운 용도를 진화하는 패션계와 고객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디자인에서 스포티즘과 퓨처리즘이 중요한 요소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잘 재단된 (과거의) 유산이 오늘날에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지 늘 질문을 던져 왔다. 현대적인 루이 뷔통 여성은 세상과 도시를 늘 탐험하고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시적인 요소를 옷에 담는다. 이것이 요즘 여성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고 이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에 늘 흥미를 느껴왔다. 그 결과 내 컬렉션에는 늘 스포츠웨어 클래식과 미래적인 요소가 자리 잡게 됐다.”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적은 없나. 창조의 과정은 언제나 즐겁나. “사실 이벤트가 늘어날수록 각각의 뛰어난 정도는 줄어든다. 상업적인 피스와 흥미로운 피스가 어우러진 멋진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6개월마다 컬렉션을 만들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두세 달밖에 시간이 없다. 여러 컬렉션 작업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정규시즌 중간에 있는 크루즈 컬렉션 작업 시간이 6주 정도 밖에 없을 때도 있었다. 정말 사람들이 3개월 만에 그 많은 옷과 정보를 소화할 수 있을까? 좀더 캐주얼한 시장이나 즉각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시장에서라면 상관없겠지만 럭셔리는 고안해 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생산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기다림이 럭셔리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받는가. “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별로일 때가 있다. 시간을 갖고 보고, 또 보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매일 배운다. 한 가지 지시만 전달했을 뿐인데 멋진 아이디어와 장인정신을 갖춘 사람들을 만나면서. 루이 비통과 함께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느낄 때 행복하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는데.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디자인은 내가 사랑하는 일이다. 저녁에 집에 가서 오늘 한 일을 떠올리는 게 행복하다. 디자인 작업이 새로웠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25세에 발렌시아가를 이끄는 등 디자이너로서 승승장구했는데. ‘천재 디자이너’는 몇 %의 재능과 몇 %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보는가. “나는 계승자였다. 발렌시아가를 이끌며 25세에 최선을 다했다. 그 부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발렌시아가를 다시 빛나는 자리에 올려놓는 역할에 진심을 다했다. 퍼센티지를 따져볼 수는 없겠지만 나는 젊은 마음이 위대한 패션하우스를 이끌고 트러블메이커가 때로는 고전주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배우 배두나는 루이 비통 뮤즈 중 하나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는…. “나는 두나의 작업을 존경한다. 그녀는 현대의 전사이고 강하고 단호하며 용기 있는 여성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고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시장은 루이비통과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나는 한국과 그 문화에 늘 감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사랑에도 감사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런 열정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단순함(simple)과 심심함(boring)이 식단의 키워드입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선수촌 식단의 핵심은 단연 ‘맛의 향연’일 것으로 상상했다.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모일 1만5000명의 삼시세끼를 책임질 양의용 총괄 셰프는 “선수들은 미식 여행을 온 게 아니다.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영양학적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단순한 조리법과 싱거운 간을 주문했다고 한다. 11일 서울 강남구 쉐라톤팰리스호텔 1층 ‘H가든’에서 만난 양 셰프는 평창 올림픽을 두 달여 앞두고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H가든은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양 셰프는 이곳의 총괄 셰프다. 현대그린푸드가 평창 겨울올림픽 케이터링 서비스 부문 공식 공급사로 결정된 올 초부터 양 셰프는 레시피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의 책상에는 표지에 ‘평창동계올림픽’이라고 쓰인 400쪽짜리 다이어리가 놓여 있었다. 양 셰프는 “식단 회의, 레시피 노트 등 평창을 위한 기록이 담긴 다이어리다. 벌써 두 번째”라며 웃었다. 회사 차원에서 평창 올림픽 메뉴 개발을 위해 모은 조사 자료만 2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고 했다. CD 2800장 분량이다. 선수단 메뉴는 20번이나 바뀌었다. 양 셰프는 “처음에는 ‘우리 실력을 한 번 뽐내보자’고 의욕 넘치게 메뉴를 짰다. IOC, 각국 조직위와 논의하면서 결국은 선수들의 영양 위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수 식단은 일반 한국 식탁 염도의 절반 수준으로 정해졌다. 그 대신 경기가 끝나고 맛을 느끼고자 하는 선수를 위해 셀프 양념을 마련했다. 양 셰프는 “DIY(Do It Yourself) 뷔페 식단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메뉴에는 네임태그가 달릴 예정이다. 칼로리,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나트륨 함유량은 물론이고 9가지에 이르는 알레르기 표시까지 적는다. 선수단 팀 닥터들이 그날의 뷔페에서 먹을 양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할랄, 채식, 글루텐프리 메뉴도 별도로 구성한다. 특히 중동 선수들을 위해 할랄 푸드 전문 셰프 6명을 초빙했다. 선수들이 피자 파스타 선호도가 높다는 조사에 따라 월드세션(양식 위주)이 메뉴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식, 누들, 아시아, 할랄 푸드 세션이 함께 운영된다. 식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위생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셰프들을 ‘감시’할 위생사 17명을 강릉선수촌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생물 검출 기계까지 선수촌에 설치했다. 양 셰프는 FC바르셀로나를 포함해 30여 개국 해외 축구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선수단 식사를 책임진 적이 있다. 이른바 ‘선수단 전문’ 셰프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 코너에 백김치,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등 여러 종류의 김치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는 “의외로 김치를 먼저 요구하는 축구단이 적지 않았다. 과거 카자흐스탄 축구 선수팀은 방한 당시 김치 3종을 식단에 넣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도 김치의 인기를 예감한다”고 했다. 그만의 특제 소스가 들어갈 갈비에 대한 기대도 높다. 사과와 배로 단맛을 낸 메뉴로 IOC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 양 셰프는 “호텔 셰프로, 축구선수단 담당 셰프로 일했던 경력이 모두 평창을 위한 준비였던 것 같다. 그만큼 영광스럽다.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