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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형 발광다이오드(LED)조명’에는 별명이 있다. 바로 ‘꿈의 불빛’. 이 조명 개발을 주도한 곳은 다름 아닌 국내 대학. 바로 한국산업기술대다.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출정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양산 판매에 들어간 4월 30일. 출정식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그는 “경기도가 인증하는 ‘G-LED’마크로 품질을 보증하고 국내 보급과 해외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기술대가 중심이 돼 개발한 세계 최초 COB형 LED조명은 기존 LED조명의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 COB형 LED조명은 기존 LED조명의 패키지 방식과 다른 형태로 LED 칩을 방열판에 설치했다. 덕분에 밝기는 패키지방식에 비해 2.5배 이상 높고 LED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던 기술이라 조명의 균일도도 높다. 간접조명에도 사용하기 편하다. 또 기존 LED조명의 눈부심 현상을 극복한 산업기술대 기술에 ‘히트싱크(heatsink)’라 불리는, 조명의 열을 식혀주는 기술까지 합쳐졌다. 다양한 기술로 무장해 두 단계 업그레이드 된 품질로 재탄생한 셈이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까지 뛰어나 과연 ‘꿈의 불빛’으로 불릴 만하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60% 수준으로 크게 낮춘 덕분에 그동안 고가품으로 인식돼 온 LED조명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처럼 가격, 무게, 크기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 산학연계 제품에 국내외 관련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출정식에선 한 장면이 특히 참석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다양한 COB형 LED제품을 전시해 직접 빛을 관찰하고 눈부심 현상 등을 비교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행사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LED 관련 기업 조에츠에서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COB형 LED조명은 LED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기술”이라며 극찬했다. 일본의 LED 사용 비율은 15%로 세계 평균 사용 비율 3%의 5배에 이른다. 이 기업뿐만 아니라 이날 출정식에 참석한 다수의 기업들이 구체적인 판매가를 알아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날 최준영 총장은 환영사에서 “세계 최초 COB형 LED조명 개발은 LED산업의 혁신적 결과물이다. 기업네트워크 모임에서 이미 많은 성과를 거둬 그 가치를 증명했다”고 자랑했다. 또 “3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미 LED 개발의 선도 역할을 해온 본교는 앞으로도 LED관련 학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문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리를 함께 한 김 지사는 “산업기술대에서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이 제품을 도내 31개 시·군에서 먼저 사용해 그 우수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시험장비 구입비 등 예산을 우선 지원해 주는 한편 10월 개최될 홍콩 LED조명 박람회 참가 지원도 약속했다. 물론 ‘2013 G-Fair Korea’에도 COB형 LED제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경기도에서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은 COB형 LED조명이 단지 학교 또는 기업 독자 발명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와 경기도 내 다수의 기업들이 공동 참여해 개발한 제품으로 산학협력의 대표 모델 역할까지 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까지 작용해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1세기형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2011년 10월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말이다. 그로부터 1년 9개월가량이 흐른 지금, 서울과기대는 어떤 모습일까. 다행히 평가는 좋다. 과거 산업기술 인력의 공급기지 역할을 해온 서울과기대는 미래형 과학기술 대학으로 가는 입지를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국내의 카이스트, 나아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자웅을 겨루겠다는 남궁 총장의 구상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됨에 따라 사회적 수요와 대학 사이에 벌어진 틈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또 공학에 예술과 인문학까지 융합시킨 미래형 과학기술대학으로 도약 가능한 발판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최저학력기준 완화해 응시 폭 넓혀 서울과기대가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인재 선발이다. 서울과기대는 2014학년도 신입생으로 총 2436명을 선발한다. 이 중 관심이 가는 부문은 당연히 수시모집으로 크게 입학사정관전형 일반전형 특기자전형으로 나눠 뽑는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선 학교생활우수자전형 554명, 전공우수자전형 186명, DREAM 자기추천전형으로 68명을 각각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전형 정원 외로 국가유공자 28명, 특성화고 33명, 농어촌학생 83명, 특성화고졸재직자 80명도 뽑는다. 이렇게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1032명을 가리고 일반전형으로 558명, 특기자(예체능, 영어, 로봇)전형으로 36명을 선발해 수시모집에서 1626명의 인재를 골라낸다. 2014학년도 수시모집의 가장 큰 특징은 모집단위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선택형 수능 응시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2014학년도부터는 난도별 교과목 응시가 시행된다. 이로 인해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수험생들의 어려움을 고려한 결정이다. 최성진 입학홍보본부장은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의 정책에 발맞춰 모집단위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 또는 완화했다. 수능 교과반영 영역을 1개 영역에서 2개 영역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예체능계열 수험생의 응시 기회를 확대하고 난도별 선택형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부담 역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요 전형별로 보면 학교생활우수자전형에선 공과대학, 정보통신대학, 에너지바이오대학,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앴다. 인문사회대(문예창작학과 제외)는 국어B, 수학A, 영어B, 탐구 중 2개영역 각 3등급 이내에서 2개영역 합 6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글로벌경영학과는 국어B, 수학A, 영어B, 탐구 중 2개영역 합 4등급 이내에서 2개영역 합 5등급 이내로 역시 문턱을 낮췄다. 또 일반전형(통합사고력고사)의 인문사회대 및 글로벌경영학과는 국어B, 수학A, 영어B, 탐구 중 2개영역 합이 4등급 이내에서 2개영역 합 5등급 이내로,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ITM전공)는 국어A, 수학B, 영어B 중 2개영역 합 4등급 이내에서 2개영역 합 5등급 이내로 조정했다. 조형대는 국어A, 수학A, 영어A, 탐구 중 1개영역 3등급 이내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은 모두 A 또는 B로 선택을 넓히고 여기에 탐구를 포함해 1개영역 3등급 이내로 변경했다.학생 개개인 잠재역량 발현에 주목 올해 수시모집 지원을 위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항목은 지원자격 및 평가요소를 다각화 했다는 점이다. 전형별 계열별로 그에 가장 적합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다시 말해 학생 개개인이 갖춘 잠재역량이 다면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다른 개성과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지원 가능하도록 응시의 폭을 넓혀줬다. 학생들은 본인이 갖춘 역량 및 경험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준비해 가장 적합한 전형을 선택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는 서울과기대가 거듭 밝힌 현장 중심 특성화 대학으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와도 맞아떨어진다. 전형별 평가요소를 보면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은 1단계에서 교과 성적으로 5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서 서류를 평가해 최종 1단계 성적(50%)과 서류평가(50%)의 합산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고교 생활에 얼마나 충실했는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전공우수자전형에선 주로 지원 계열과 관련해 뛰어난 역량을 보여야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 1단계에서 학생부(30%)와 서류평가(7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면접을 통해 전공별 학업능력을 종합평가한다. DREAM 자기추천전형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학습경험 및 교내활동 등을 통해 만들어진 학생들의 꿈과 끼를 종합해 정성 평가한다. 따라서 제출서류에도 교사추천서와 활동보고서가 추가된다. 1단계에선 학생부 및 자기소개서로 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인 통합사고력고사는 약술형, 논술형 문제풀이 전형이다. 문제는 고교 교육과정에 있는 학습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원칙과 기준을 갖고 해야 한다, 아무리 약해 보여도 정의는 결국 이긴다, 엄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될 교육청이 제대로 그 역할을 안 했다….’ 사학 비리나 국제중 입시부정과 관련해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47·사진)이 했던 말이다. 법과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 정작 당사자는 법을 지키지 않았다. 위법임을 알면서도, 2년 동안이나. 김 의원은 서울 양천구의 양천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2009년 파면을 당했다. 급식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음 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서울고등법원이 2011년 7월 그의 해임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양천고를 운영하는 상록학원은 복직을 허용하는 인사발령을 두 달 뒤에 냈다. 문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교육의원은 사립학교 교원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제9조 제1항). 같은 법은 또 ‘교육의원이 겸임할 수 없는 직에 취임한 때 교육의원직에서 퇴직된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0조). 교육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애기다. 당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의회는 김 의원의 복직을 유예해 달라고 상록학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상록학원 이사회는 법대로 교육의원과 양천고 교원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보해 달라고 김 의원에게 전했다. 김 의원은 법적으로 두 직책을 모두 유지하면서 2년을 보냈다. 명백한 법률위반이다. 상록학원은 그를 면직 처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의 이사회 임원 승인 취소 처분과 관련해 2심이 진행 중이라 이사회가 공백상태. 재단 관계자는 “이런 전례가 없다. 김 의원은 학교에 적(籍)을 두고는 있지만 직책이 없다. 교육의원으로서 의정활동비와 월정 수당을 받으니까 교원 봉급을 따로 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충남도의회의 임춘근 교육의원은 겸직금지 조항에 따라 의원직을 그만뒀다. 임 의원은 전교조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2009년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해임됐고, 이듬해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올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자 학교에 돌아가면서 의원직에서 면직처리됐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겸직 상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동료 의원에 대해선 서로 관대한 편이라 법적으로까지 따져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겸직금지의 원칙은 알고 있지만 동료 의원을 저격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스스로를 ‘교육계 포청천’이라고 불렀다. 양심적 교사, 진보의 투사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각에선 이념적으로 편향된 의정활동으로 교육계 물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의원직을 할 수 없어도 교사로 복직하면 된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교원 신분이) 정리되지 않은 점은 알지만 사표를 쓸 순 없다. 양천고에서 해직된 게 부당하다고 소송해 승소했는데 스스로 사표를 쓰는 건 소송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신진우 기자 aimhigh@donga.com}

조용하다. 간혹 멀리서 새소리만 들린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덕분일까, 터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이른 새벽이기 때문일까. 한여름인데도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상쾌한 기분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이때 적막을 깨는 함성. 시끌벅적하다. 자세히 보니 학생들이 축구를 한다. 화려한 유니폼에 선수 같은 몸놀림. 심판복을 갖춰 입은 학생의 표정은 프로 심판 못지않게 진지하다. 잘 관리된 푸른 인조잔디구장. 공을 차는 학생들은 말한다. 최소 하루에 한 번은 이곳에서 축구를 한다고, 전교생 누구 하나 예외가 없다고, 축구가 유일한 낙(樂)이라고. 전교생이 스포츠 특기생인 고교? 명문 축구팀을 가진 고교? 아니다. 일반계 고교인 충남 공주의 한일고 얘기다. 한일고는 매년 입시가 끝날 때마다 입에 오르내린다.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 진학률 덕분이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진학 실적으로 ‘맞짱’ 뜨는 몇 안 되는 일반고이기도 하다. 서류와 면접을 통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로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주변은 온통 산이다. 아홉 정승이 나오고 봉황이 알을 낳는 형세라는 구작(九雀)골에 있다. 이런 곳에서 뛰어난 진학 실적을 올리는 비결을 묻자 교사와 학생들은 ‘자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는 학생회를 학생자치정부라 부른다. 학생들이 전권을 갖고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렇다고 교사가 편하진 않다. 최용희 교감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오히려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습관처럼 자율을 몸에 익힌 학생들은 학업에서도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내세우는 또 한 가지 핵심 비결은 40여 개가 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 체육활동은 인성교육의 한가운데 있다. 특히 축구는 체육활동의 중심이자 학생들의 일상이다. 한일고에선 매년 3∼11월 ‘한일리그’가 펼쳐진다. 경기 시간은 매주 월·수·금, 오전 6시 10분∼7시. 같은 기숙사를 쓰는 학생 8명씩 3개 학년을 묶어 24명이 한 팀이 된다. 학년당 방이 20개 있으니 20개 팀이 풀리그를 벌이는 셈. 상위 입상 팀에는 상금과 트로피를 준다. 최우수선수, 득점왕, 도움왕, 야신상(최우수 골키퍼상) 등 개인상도 다양하다. 학생들은 축구를 통해 ‘조화’를 배운다. 3학년 구원희 군(18)은 “같은 방, 같은 학년, 나아가 선후배 관계까지 축구로 이어진다”며 웃었다.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 8명씩 같은 방을 쓰면 3, 4명씩 갈리기 십상이다. 축구 한 게임만 같이 하면 ‘파벌’이 없어지고 8명이 한 몸처럼 어울린다는 설명. 구 군은 “졸업한 선배가 모교를 방문하면 축구를 누가 가장 잘하는지부터 물을 정도”라고 했다. 같이 땀 흘리며 친해진 선배가 졸업하고 후배를 챙기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이 마련되니 학교 폭력이 생길 여지도 없다. 몇 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한일고 학생은 축구를 비결로 꼽았다. 최소 하루 30분 이상 공을 찬 덕분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잡생각이 없어지고, 체력까지 좋아졌다는 말. 한일고 학생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못한다. 인터넷은 제한적으로 쓴다. 이러다 보니 축구는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유일한 통로다. 3학년 김은탁 군(18)은 “학교에는 축구 실력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 최상위권 학생은 대부분 축구 실력이 뛰어났다”며 웃었다. 아침잠이 많은 학생에겐 축구가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특효약이란 얘기도 있었다. 신현보 교장은 “처음 리그전을 시작할 당시, 지나친 승부욕으로 갈등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런 부분조차 상대팀 일으켜 주기, 심판 말 잘 듣기 같은 규칙을 마련해 학생들 스스로 해결토록 했다. 정정당당한 승부에 익숙하니 학업에서도 당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공주=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은 무자격자를 입학시켜 가르친 혐의로 서울에 있는 C외국인학교를 1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4월 12일∼5월 30일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 외국인학교는 학교 옆에 학원을 설치한 뒤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무자격 학생들을 등록시켰다. 이 학생들을 외국인학교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하고 학사관리까지 해 주는 등 재학생처럼 관리했다. 또 학원 허가를 받아 놓고서 대안형 교육기관이라고 홍보하며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국제회의가 한 번 열리면 한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이 늘어난다. 이들의 1인당 소비 규모는 일반 관광객보다 월등히 많다. 행사를 유치한 도시는 홍보효과까지 기대한다. 세계 주요 국가가 MICE 산업을 불황 극복의 열쇠로 바라보는 이유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영어 첫 글자를 합친 용어. 국제회의 및 전시박람회 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MICE 산업은 아시아권에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정책 기조로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국내에서 MICE 산업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제는 대학. 학회를 중심으로 MICE 산업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실제 관심은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발 빠르게 움직인 학교가 있다. 이화여대다. 3월 미국의 MGM 그룹과 ‘MICE 인턴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시 및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MICE 교육사업도 시작했다. ‘이화여대 창조아카데미’는 MICE 대표 대학으로 입지를 굳히려는 의지를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아카데미는 서울시로부터 창조전문인력양성사업 교육예산을 지원 받아 지난해 8월 처음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MICE 산업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이화 MICE 아카데미, 영어 프레젠테이션, 인턴십 등 5개의 취업연계교육과정과 MPI(MICE 전문강사) 양성 교육과정, MICE 관리자 과정 등 2개의 재직자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가장 큰 자랑은 학생에게 풍부한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수강생은 교육과정(2∼6개월)을 이수하는 동안 대규모 회의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또 전문 업체와 연계한 3학점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전문가의 특강을 통해 국제회의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도 전달받는다. 학생들의 기획력이 돋보인 사례가 5월 7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열린 ‘이화 MICE(마이스) 취업박람회’. 이날 한국관광공사, 한국PCO협회(KAPCO), 인터컴 등 40여 개의 MICE 관련 업체 또는 기관이 전시부스를 열었다. 사전 신청자만 700여 명에 달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참여한 학생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멘토링 체험, 실전 1대1 면접 등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인터컴 인사담당자는 “MICE 산업에 대학생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다. 특히 행사 준비가 완벽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박람회는 창조아카데미 소속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업체 섭외는 물론, 부스 제작, 진행까지 스스로 했다.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창조아카데미가 내놓은 성과는 놀랍다. 수강생 52명 가운데 4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대부분 국제회의 기획업체, 전시업체나 한국관광공사, 컨벤션센터, 호텔 등 관련 업계로 진출했다. 이화여대는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창조아카데미를 중심으로 MICE에 관련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백지연 이화여대 창조아카데미 교수는 “MICE 교육 수요는 계속 늘고 있음에도 전문적인 사설교육기관이 거의 없다. 외국계 기업 종사자 최다 배출 대학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대학으로 자리를 잡은 이화여대는 창조경제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 ‘大韓民國’ 글자를 보여줬다. 한 남학생이 머리를 긁적이며 읽기 시작했다. “대…조…. 잘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이라고 제대로 읽은 학생은 100명 가운데 48명. 절반이 채 안 됐다. ‘讀書’는 어떨까. 23명만 ‘독서’라고 답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북구에 있는 A초등학교 3, 4학년 학생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C한자학원. 초등학교 4학년인 한 남학생이 한자를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읽는 것은 물론이고 신중하게 획을 이어 쓰는데 그 수준이 상당했다.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한다는 이 학생은 “중학교 수준 한자까지 이미 다 끝냈다”고 자랑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한자 디바이드(격차)’가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일부 학생은 전문학원을 통해 한자 선행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대조적이다. A초등학교 학생들의 한자 ‘쓰기’ 실력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學生(학생)’을 정확히 쓸 줄 아는 학생은 13명. ‘明暗(명암)’은 단 5명만 제대로 썼다. 또박또박 명암이라 쓴 학생 5명 가운데 4명은 그나마 따로 학원을 다니며 한자를 배운다고 했다. 왜 이렇게 한자 실력이 떨어질까. 현행 교육과정 탓이 가장 크다. 초등학교에선 1년에 68시간 할당된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교육을 한다. 하지만 이 중 몇 시간을 한자 수업에 할애할지는 학교장의 재량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연간 평균 6∼8시간만 한자를 배우는 데 그친다. ‘온라인 언어의 남발’도 이유로 꼽힌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온라인 신조어 등을 자주 사용하며 망가진 말을 쓰다보니 어휘력이 줄고 덩달아 한자 실력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반면에 일부 초등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오히려 중학교 학생들보다 좋을 만큼 뛰어나 전반적인 학생들 수준과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역시 사교육이다. 최근 일부 특수목적고, 대학 등에선 한자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이에 서울 강남, 목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자 선행교육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실제 C한자학원 원장은 “최근 1, 2년 사이 대치동에만 한자 학원이 10곳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40만 명에 육박하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응시자 가운데 상당수가 초등학생이었다. 올해는 한자 사교육 시장이 최소 10%, 많게는 3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가장 기본에 속하는 한자교육마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면 교육격차 문제는 더욱 풀기 힘든 실타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한자교육 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단장으로 한자교육 전문가, 초등한자한문교육연구회 임원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태스크포스(TF) 조직. 초등학교와 중학교 한자교육 강화방안을 찾고 한자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학교교육에 흡수시킬지 고민하게 된다. 김재환 시교육청 장학관(교육과정과)은 “어린 학생들이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어른 세대와의 언어 장벽을 허물려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학부모들의 한자교육 요구를 수용하고 사교육비도 낮추는 차원에서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이 학교는 정말 이상한 학교입니다 절대 선행학습도 하지 말고 사교육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든 시험을 서술형, 무감독으로 칩니다…아이가 반듯한 학교에서 반듯한 친구들과 반듯한 사춘기 시절을 보낼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어느 대안학교를 소개하는 내용처럼 보인다.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인 정모 씨의 자녀는 현재 입시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서울 영훈국제중에 다닌다. 그는 아이가 서울 서대문구 공립초등학교를 졸업해 일반전형을 거쳐 공정하게 국제중에 입학했다고 했다. 자신은 강북에 사는 평범한 중산층이고, 아이는 영어 유치원이나 어학연수 경험조차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글이 끝날 때쯤 그는 간절하게 호소했다. “조기 유학도 못 가고 강남의 유명 학원도 못 다니는 강북의 야무진 학생들은 어딜 가야 하나요.” 최근 며칠 새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이처럼 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이 올린 글이 이어지고 있다. 처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생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검찰이 입시 비리 수사를 엄정하게 하되, 일부의 비리를 대다수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로 돌리지 말고, 일부 언론보도처럼 국제중이 귀족학생, 부자 학부모들의 집합체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학부모 고모 씨는 같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이 돼 귀국한 재외국민으로 소개했다. 고 씨는 지난해 자녀 때문에 귀국을 망설였다고 했다. 아이가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5, 6학년을 넘으면 한국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 거라는 주변 충고가 마음에 걸렸다. 기러기 아빠가 될까 생각하고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방법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 좋게 봐도 중산층 수준인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됐다. 전국 일반 중학교 가운데 귀국반 운영 학교를 알아봤지만 대전에 한 곳밖에 없어 포기했다. 그러다 영훈국제중을 발견했다고 했다. 일반 학교보다는 학비가 비쌌지만 외국인 학교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됐다. 선행학습, 사교육을 금지하는 방침 덕분에 절약되는 비용이 꽤 컸다. 고 씨는 “밤늦게까지 발표 준비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불평 않고 즐겁게 다니는 아이를 보며 매일 놀랐다”고 소개했다. 학부모 남모 씨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천억 원의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으로 부도를 낸 회사조차 법정관리로 회사를 살리고 종업원은 보호한다. 우리 학교, 이제 5년도 안 됐다. 아이들 터전은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 가슴에 적개심과 분노가 싹트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나서게 됐다고 했다. 학부모 김모 씨는 며칠 전 아이가 ‘세상이 우리를 증오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트위터에 남긴 글을 봤다. 충격을 받은 그는 이때부터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21일 오후 영훈국제중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북부지검에 자필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다. 아이들의 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를 해 달라고, 교사 소환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이미 교감 선생님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 마음속엔 커다란 불안감이 있다. 검찰이 이러한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는 뜻”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16개 시도별, 234개 시군구별 성적을 20일 공개했다. 쉬운 수능의 영향으로 지역별 학교별 점수 격차가 줄었다고 평가원은 밝혔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강세현상은 변하지 않았다. 이들 고교에 우수 학생이 입학하니 성적이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반고만 놓고 보면 어떨까. 동아일보는 지난해 입시정보업체 ㈜하늘교육과 공동 실시한 일반계 고교 평가와 지난해 수능 결과가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져봤다. 고교 평가와 수능 결과의 흐름이 일치한다면 일반고 중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곳의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본보 평가와 수능 성적 경향성 같아 동아일보 고교평가는 지난해 11월 전국 1577개 일반계 고교(자율형공립고 포함)를 대상으로 했다. 학력수준, 교육여건, 선호도를 합산한 결과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본보 고교평가와 지난해 수능 성적의 분석 결과는 상당히 비슷하다. 학교 유형을 기준으로 시도별 수능 성적 30위 내에 든 일반계 고교는 대부분 동아일보 고교평가에서도 상위 20위에 포함된 곳이었다. 시도별로 상위권을 차지한 학교는 수능 성적 역시 높았다. 시도별 고교평가 순위에서 1, 2위를 차지한 학교가 수능 순위에서도 역시 1, 2위를 다투는 곳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고교가 △서울 숙명여고 △부산 장안제일고 장안고 △인천 명신여고 △광주 대광여고 △울산 울산제일고 △강원 춘천고 △충북 한국교원대부고 청원고 △전남 창평고 △경남 거창대성고다. 특히 부산과 충북은 고교평가 1, 2위 고교가 수능에서도 각각 2위, 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들 학교는 어떻게 해서 학력수준을 끌어올렸을까.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공통점이 있다. 교사의 노력과 헌신이다. 숙명여고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강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교사에 대한 믿음이 크다보니 이제는 교사들 스스로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성실히 수업을 준비한다. 이돈희 숙명여고 교장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가 우리 학교의 기조”라면서 “교사와 학생이 수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고 했다. 또 “교사와 학생 사이 신뢰만 구축되면 학교는 자율적으로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교사들 사이 경쟁보다는 신뢰와 협조 하에 정보공유를 중요시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장안제일고도 비슷하다. 적어도 수업에 관한 한 교사에게 전권이 있다. 김경희 장안제일고 교장은 “딱딱하고 공식적인 회의시간을 과감히 없앴다”고 했다. 그 대신 교사를 자주 편하게 만나면서 불편한 건 없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교사에게 책임감이 생기면서 수업의 질이 높아졌다고 했다.○ 사립고교와 남고 강세 이유는 동아일보 고교평가에서 시도별 1위를 보면 사립학교의 비중이 높았다. 16개 시도의 1위 고교 중 사립이 10곳이었다. 이번 수능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사립 고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학교 유형과 상관없이 분석한 결과 언어영역에서 2010학년도에는 사립이 국공립에 비해 2.3점 높았지만 2013학년도에 그 차이가 4.1점으로 벌어졌다. 같은 기간 수리 ‘가’는 1.8점→4.5점, 수리 ‘나’는 3.6점→4.3점, 외국어는 3.4점→5.3점으로 벌어졌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공립보다는 사립고교가 학교 재단을 중심으로 학생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풀이했다. 공립고교는 평균 5년을 주기로 교사가 이동하지만 사립에서는 오래 근무하는 교사가 많다. 성적 향상에 초점을 두고 학생을 일관성 있게 지도하기 편하다. 고교평가와 수능 분석 결과 최상위권 학교는 남녀 공학보다 오히려 남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고교평가에선 16개 시도 1위 고교 가운데 8곳이 남고였다. 이번 수능 분석에서도 수리 영역의 강세를 바탕으로 최상위권엔 남고가 많이 포진했다. 부산 동래고의 조현영 교장은 “최근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학교에 만연해 문제라는 학교가 많다. 하지만 남고는 학칙을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한다. 또 질서를 강조하다 보니 그러한 고민에선 자유롭다”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안양옥 35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사진)이 20일 취임식을 가졌다. 안 회장은 34대에 이어 연임에 성공해 2016년 6월 19일까지 회장직을 유지한다. 안 회장은 취임 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침탈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이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자율성이란 명목하에 교사들의 왜곡된 역사 지식이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 신규임용이나 자격연수 때도 한국사 과목을 필수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자치법 개정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2010년 개정된 교육자치법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이 삭제된다. 또 시·도의회의 교육의원 제도 역시 폐지된다. 그는 “이대로라면 내년 선거 때부터 정치인 교육감의 진출이 노골화하고 시·도의회 교육상임위가 일반의원으로만 채워져 교육자치가 말살될 것”이라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교육자치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해 교육감 후보 교육경력 및 교육의원제를 존속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초·중등 교원 역시 대학 교원처럼 현직을 유지한 채 교육감과 교육의원 등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안 회장과 함께 한국교총을 이끌 부회장단은 박혜숙 대전 글꽃초 교사, 최대욱 전남 장흥용산중 교사, 이정희 인천주안북초 교장, 박찬수 대구 오성고 교장, 주철안 부산대 교수 등 5명으로 임기는 같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 강남 일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학원 61곳 가운데 39곳(64%)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이 가운데 8곳에 폐원(등록말소) 조치가 내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지역 SAT 학원 61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39곳에서 88건의 규정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항목별로 △과다징수 등 교습비 관련 30건 △무자격 강사 채용 등 15건 △서류 미비치 또는 부실기재 11건 △신고 외 교습과정 운영 6건 △무허가 시설 사용 6건 △기타 20건이었다. 일부 학원은 유학 중인 대학생 같은 무자격 강사를 조교로 썼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은 채 강사를 채용했다. 학원시설 안에 유학원을 운영하면서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인 학원이 유학 컨설팅 비용을 수령해 탈세 혐의를 받은 학원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적발 건수를 종합해 벌점이 66점 이상인 학원 8곳에 폐원 통보를 내렸다. 폐원 통보를 받은 학원 가운데 몇 곳은 이미 검찰 수사를 받는 학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AT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12곳의 학원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 밖에 교육청은 벌점 31∼65점에 해당하는 4곳에 대해선 교습정지 처분을, 벌점 30점 이하인 25곳에는 벌점 부과 조치를 각각 내렸다. 유학원에서 SAT를 불법교습하거나 대학 강의실을 빌려 SAT를 가르친 무등록 학원 2곳은 검찰에 고발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진성(가명·14) 군은 충격을 받았다. 전학 온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는커녕 더 멀어지는 기분이다. 최근에는 이런 말까지 들었다. “야, 냄새 나. 이쪽으로 오지 마.”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이 군은 하루에 두 번은 샤워를 한다. 이런 그를 두고 친구들은 왜 냄새가 난다고 할까. 왜 걸핏하면 툭툭 치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할까.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전학을 와서다. 서울의 A중학교로 전학 온 다음 날, 반에서 힘 좀 쓴다는 친구 한 명이 그를 불렀다. “너한테 홍어 냄새 난다.” 홍어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전라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때부터 다른 친구들도 놀림 대열에 동참했다. 자연스럽게 왕따 분위기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뒤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 군은 말수가 부쩍 줄었다. 심각하진 않지만 대인기피증까지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아들을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영문도 모르면서 지역감정 표현 남발 10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습득한 특정 지역에 대한 거부감을 실제 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영문도 모르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는 10대가 늘고 있다. 이른바 ‘묻지 마’ 식 지역감정이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것은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와 ‘오유(오늘의 유머)’ 등 10대가 몰리는 사이트들이 대표적이다. 겉으론 보수(일베), 진보(오유)를 외치지만 극단적인 표현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때가 많다. 이를테면 오유에 ‘부정선거 정황에도 경상도는 침묵한다’는 등 맹목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이 이어지는 식이다. 일베에 글을 자주 남긴다는 중학생 김모 군(14)은 “그냥 재미있는 놀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고 쓰는데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서울의 B중학교로 찾아간 11일. 많은 학생이 지역감정과 연관된 단어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렸다. 10명 중 7명은 ‘빨갱이’, ‘홍어’, ‘노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비하하는 표현, 운지는 추락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다)’ 같은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한다고 했다.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봤다. 한 학생은 카카오톡 창에 ‘빨갱이 척결’이라 적었다. 혹시 부모님이 경상도 출신일까. 대답은 이랬다. “그냥 유행처럼, 재미로 쓰는 건데…. 이유는 없어요.” 이 학교 정모 교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문제라고 했다. “아이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글을 남기면서 특정 지역 관련 욕설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요. 수요자가 그대로 전파자가 되면서 묻지 마 지역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셈이죠.”○ 왜곡된 지역감정, 장기적으로 더 위협적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선 10대의 왜곡된 지역감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대선 기간 10대들이 작성한 특정 지역 비하 글은 그 전의 대선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10대의 표현은 매우 적대적이고 과격한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의 A사립대에선 축제 기간에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현수막이 올라왔다. 비난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내렸다. 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는 “문구를 만든 학생이 습관처럼 쓰던 말을 적었다가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초 케이블의 게임 전문 채널에선 선수가 닉네임으로 ‘북괴멀티전라도’라고 쓴 게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은 10대에겐 장기적으로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내재된 지역감정은 전통적인 지역감정보다 더 풀기 힘든 ‘신(新)지역감정’으로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고 우려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 신입생 전원을 추첨으로 선발한다. 지금 6학년이 중학생이 되는 2014학년도 선발 때는 서류전형에서 자기계발계획서를 없앤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렇게 된다면 일반 사립학교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을 존속시키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이러한 내용의 ‘국제중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영훈, 대원국제중은 최근 시교육청 감사결과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15학년도엔 서류전형이 완전 폐지된다. 주관적 채점 시비가 일어났던 자기개발계획서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 생활통지표 등이 모두 사라진다. 그 대신 일반전형은 일괄 추첨, 사회통합전형(기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단계별 추첨으로 뽑는다. 지금까지 일반전형은 서류심사 뒤 3배수 이내로 선발해 추첨했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서류심사로만 뽑았다. 과도기인 2014학년도엔 서류심사를 두되 문제가 된 자기개발계획서 항목을 없앤다. 교사추천서에선 서술영역인 ‘종합평가’ 부분을 폐지하는 대신 체크리스트 평가를 활용한다. 자기개발계획서 폐지로 추천서 배점은 대원국제중이 20점에서 40점으로, 영훈국제중은 30점에서 40점으로 높아졌다. 창의성 인성 자기주도학습능력 등 각 지표를 지수화한 객관적 평가를 한다. 이 밖에 ‘외부인사 1명 포함 10명 이내’로 구성된 기존 입학전형위원회는 ‘외부 입학전형위원 2명 이상 포함 10명 이내’로 바뀐다. 이러한 입학전형 개선을 두고 일부에선 국제중 설립 취지를 무시한 무리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의 지정 취소까지 거론되는 국제중을 입학전형 대폭 개선이란 카드로 일단 살리고 보자는 조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추첨 방식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국제중에 어울리는 전형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잘못이 적발되면 지정취소 또는 폐지를 하는 게 맞다. 추첨이란 미봉책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의 설립 취지마저 스스로 부정하며 국제중 살리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병호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국제중 설립 취지는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글로벌 인재로 만드는 것이다. 원래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게 아니다”라고 추첨 방식의 타당성을 옹호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에서 설립 취지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부정이 나온다면 지정취소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섭씨 35도, 숨 막히는 더위. 밖에 있으려니 3초도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모자(母子)는 그 뜨거운 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었다. 2시간이나. 정확히는 아들이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밀었다. 그런데 표정이 해맑다. 어머니는 이날을 위해 곱게 차려입었다. 며느리 도움으로 화장까지 했다. 대체 어디를 가는 길이기에…. 얼마 뒤 한 진료실.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들의 부축을 받긴 했지만 아침까진 일어서기도 힘들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사건이라 할 만했다. “사암침(舍巖鍼) 덕분입니다.” 정연일 고려한의원 한의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암침법은 인체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줘 내과 질환에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는 침술로 알려져 있다. 비만에 혈압까지 높아 하체에 기운이 없던 비비잔 야크시모바 씨(75)는 사암침과 마사지 덕분에 힘을 얻었다. 아들인 아만바이 베크메도프 씨(46)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동방에서 온 의사가 마법으로 어머니를 걷게 했어요. 15분 만에.” 1일 우즈베키스탄 누쿠스의 ‘제8 가정병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은 지난달 30일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 도착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KOMSTA는 1993년 출범한 한방 해외의료봉사 조직으로 그동안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를 중심으로 매년 10회가량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번 봉사활동엔 김광락 단장(김한의원)을 포함해 KOMSTA 소속 한의사 6명과 현지에 있는 한·우즈베크 친선한방병원에서 일하는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봉사단원 8명이 힘을 합쳤다. 봉사단 일행은 이틀 동안 타슈켄트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누쿠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3일 동안 봐야 할 현지인만 1500여 명이나 됐다. 접수처는 종일 붐볐다. 줄이 밖으로까지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성익현 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한의학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믿음이 크다. 이런 믿음이 진료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사트바이 가니바예프 씨(53)가 그랬다. 허리가 아프다면서 몇 걸음 못 떼고 인상부터 쓰던 그는 침을 맞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병원 문을 나섰다. 김원우 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엉덩이와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침만 10여 대 놔주고 괜찮아질 거라 했더니 저렇게 됐다”며 웃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관계는 각별하다.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려인들이 옮겨온 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 지금은 1992년 수교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고 케이팝(한국대중가요)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 바람이 거세다. 한의학은 한류 열풍을 가열시키는 요인이다. 봉사 기간 내내 병원을 지킨 바흐트 압디마노프 우즈베키스탄 복지부 차관은 “진료를 한 번 받은 사람들은 한국을 평생 은혜의 나라로 기억한다”고 귀띔했다. 김 단장은 “지금은 한의사들이 자비까지 보태 의료 봉사활동을 나서는 형편”이라면서 “정부에서 조금만 지원을 늘려주면 한의학이 국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누쿠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①어제 모텔에 들어가던 게 걔랑 Mary…?②Q. 나 지금 급해. 나를 젖게 해줘.어디에 쓰인 문구일까. 성인영화 제목? 아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축제 기간에 문을 연 주점의 메뉴판에 적힌 구절이다. 메뉴 가운데 ①은 계란말이, ②는 마른안주를 말한다. 10여 가지 메뉴 앞에 적힌 말들이 전부 이런 식이다.이 메뉴판은 이미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누군가 ‘대학가 주점 메뉴판’이라는 제목으로 올리자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메뉴판 제작에 한몫했다는 학생은 “매출에도 도움을 줬다”며 자랑했다.축제가 한창인 대학의 임시 주점들이 지나치게 ‘야한’ 색으로 물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주점은 학생들이 교수나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젠 과거의 풋풋함이 사라졌다. 학생 양모 씨(21·여)는 “아무리 축제 기간이라도 여긴 상아탑이다. 다른 학교 학생들 보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 치마 길이와 주점 매출은 반비례?24일 서울 A여대의 캠퍼스. 해가 질 무렵 정문에서부터 주점들이 쭉 늘어섰다. 특히 북적이는 곳은 대운동장 인근의 몇 곳. 일부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주점이다. 학생들은 주점 앞에 스테이지를 만들고 춤을 췄다. 짙은 화장에 핫팬츠나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는 등 자극적인 동작을 할 때면 여기저기서 굵직한 탄식(?)이 터졌다. 공연은 5시간가량 계속됐다.한 여학생은 “치마가 짧아질수록 매출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지켜보던 배모 씨(22)는 “친구가 헌팅하자고 해서 왔다. 여기가 물이 좋다고. 여자친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연신 두리번거렸다.21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B대의 캠퍼스에선 서빙하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흰 블라우스에 검정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손님들은 바닥에 앉게 돼 있어 서빙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테이블 수는 총 17개. 그중 남자만 앉은 테이블이 14개였다. 대부분의 남학생은 “주점을 차린 학생들과 친분이 없다”고 했다.서빙하던 신입생 김모 씨(20·여) 뒤에서 “난 치마 입고 서빙하는 게 좋다. 치마는 짧을수록 좋고”라는 노골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김 씨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그냥 못 들은 척한다”고 애써 무시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서빙하는 여학생들에게 동석해 한잔하라는 요청도 잦다고 한다.○ 토킹바에 클럽형 주점까지 등장아예 ‘토킹바’ 방식을 도입한 주점도 있다. 토킹바란 주로 여자 종업원들이 남자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을 주고받는 곳. 주점을 개설한 학과의 여학생들이 남자들끼리 온 자리에 동석해 대화를 나눈다. 여학생이 ‘바니걸’ 복장을 하고 지나는 손님을 데리고 와 이야기하며 술을 파는 ‘1인 3역’ 주점까지 있었다.서울의 강남, 홍익대 등지에서 인기 있는 클럽 문화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클럽형 주점도 최근 인기다. 체육관에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을 달아 만든 클럽에선 낯 뜨거운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남녀가 뒤엉켜 춤을 추는 모습은 예사이고 구석에서 진한 신체 접촉까지 거침없이 하는 커플들도 있었다.이런 주점들은 고교생 등 미성년자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돼 더 큰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축제 때 주점에선 미성년자의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 이를 노린 10대들이 이곳을 탈선 장소로 활용(?)한다. 실제 여대생 임모 씨(21)는 “고교생들이 짓궂은 농담을 해서 달아난 적이 있다.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캠퍼스 안에서 술 마시는 고교생도 봤다”고 털어놨다.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대학 축제를 해방구로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며 “학술,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건설적인 놀이 문화로 술에 찌든 주점 문화를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와의 공동기획입니다. 취재에는 영어영문학과 4학년 서효정 씨가 참여했습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원과 제주에서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2명이 숨진 가운데 부산에서도 의심환자가 사망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SFTS 의심환자로 추정되는 이모 씨(68·부산 금정구 남산동)가 22일 치료 중 숨져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는 발열과 소화불량 증세로 9일 동네 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11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0여 일 만에 SFTS 증세인 혈소판 감소 증세를 보이다 패혈증으로 숨졌다. 강원도에서도 SFTS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24일 강원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50대 여성이 최근 산나물을 채취하러 갔다가 진드기 등 벌레에 물린 뒤 발열 등의 증세를 보여 강원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야외활동 시 학생들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24일 일선 학교에 당부했다. 특히 학교 체험활동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숲 등에서 체험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긴 바지나 셔츠를 착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부산=조용휘 기자·신진우 기자 silent@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 딜로이트컨설팅이 올해 처음 실시한 청년드림 대학 평가는 우리 대학의 약점을 짚어 내고 보완하도록 안내하자는 취지다. 학생 취업 지원에 노력하지만 효율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는 대학에 길라잡이로 나선 셈이다. 평가 결과 많은 대학이 학생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학생을 끌어들이지 못한 점이 특히 문제였다. 바꿔 말하면 이 부분에 강점을 보인 대학은 다른 학교의 롤모델 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하다.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본래의 역할을 고민하고 학생의 눈높이에서 지원하는 대학은 어떤 노하우를 가졌을까.○ 상담과 체험을 제공하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진로를 찾기 위한 상담과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가장 원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 부분에 취약했다. 저학년 때부터 앞날을 준비하도록 이끌기보다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스펙을 만들라고 지도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청년드림 최우수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의 교육과정은 정반대였다. 저학년 때부터 취업캠프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고학년이 되면 졸업예정자 가운데 일부를 뽑아 KEY(Key for Excellence in You)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이 눈길을 끈다. 특히 3000개가 넘는 제휴 기업을 통해 폭넓은 체험 기회를 준다. 교내외 전문가 집단이 구인을 원하는 기업의 임원에게 학생을 소개하면서 일할 기회를 직접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직업 체험 기회 항목에서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본받을 만하다. 올해부터 학제를 아예 5년제로 바꿨다. 원하는 학생은 학교가 보증하는 일터에서 1년간 직업 체험을 하도록 했다. 미국 조지아텍을 비롯한 명문 공대가 오래전부터 활용하는 방식이다. 열악한 상담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데는 덕성여대의 ‘덕성인증제’가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기마다 심리검사를 한다. 체계적인 진로 설정을 돕기 위해서다. 미국 코넬대도 학교 본부의 취업지원센터에서 십수 명의 상담전문가가 활동한다. 이와 별도로 단과대마다 4명 이상의 전문 상담가를 배치했다. ○ 낮은 이용률을 극복하라 밥상을 차려놓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을 밥상 앞으로 잡아끄는 일도 중요하다. 청년드림 대학 평가 결과 학교가 취업 지원 인프라를 갖춰 놓아도 학생의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한 모범 사례는 경북 포항의 한동대다. 학교 규모가 작아 청년드림 대학 본평가 대상에는 들지 않았지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독창성 측면에서는 국내외 대학이 따라 하는 모델이다. 모든 학생이 무전공 무학부로 입학해 1학년 내내 적성을 탐색하다가 2학년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고 복수 또는 연계 전공을 필수로 해서 학생마다 전공을 서너 개씩 갖는다. 올해는 입학인재개발처를 신설했다. 기존 입학부서와 취업담당 부서를 합치는 파격적인 시도. 학교가 신입생의 재능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를 4년 내내 밀착 관리하려는 취지다. 학교의 취업 지원 서비스를 신입생 시절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공모전 같은 외부 활동이나 해외 일자리를 찾을 때에도 우선 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식이다.○ 졸업생을 적극 활용하라 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한 선배를 통해 답을 구하고 싶어 하는 점이 두드러졌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 비슷한 스펙을 가졌던 선배가 취업문을 어떻게 뚫었는지를 보면서 구체적인 도움말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다. 미국 노스웨스턴대가 동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 인문 언론 법학 등 다양한 계열의 학부는 물론 경영대학원(MBA)이 배출한 동문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학교의 취업 시스템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취업 및 이직 정보를 공유한다. 진로 지원 서비스나 면접 훈련 과정을 만들면 동문이 꼭 참석한다. 졸업생이 취업 지원에서 최적의 자원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국내 대학 역시 동문 활용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청년드림 최우수대학인 연세대는 동문이 멘토인 ‘취업 멘토링 올스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년도 취업자가 재학생에게 알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 학기당 세 차례 열리는 동문 간담회에서는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처럼 선호도가 높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 준다. 동문이 일하는 회사를 찾아가 체험하는 기회는 학교가 마련한다. ▼ 대학 취업역량 평가는 세계적 흐름 ▼■ 영국… 교육품질 평가에 취업-경력개발이 핵심, 스웨덴… 업무자질 넘어 직업훈련까지 반영 추진대학은 무풍지대인 줄 알았다. 학생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상아탑으로, 고고한 성지(聖地)로만 남아도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대학을 ‘감히’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1983년, 미국 언론사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단순 이름값이나 자산에만 초점을 맞춰 부실한 평가란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 바람은 계속됐다. 오히려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사와 교육 관련 기관이 주도했다. 문제는 단순 평판도 조사 수준에 그쳤다는 점.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불분명했다. 유럽대학연합이 2011년 “전문성이 결여된, 평가기준이 부실한 대학 평가는 위험하다”고 일침을 가한 이유다. 다행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갖춘 평가기법이 등장했다. 특히 취업 역량에 초점을 맞춘 평가가 각광을 받는 중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2011년부터 고등교육청 주관으로 학생의 업무적 자질을 대학이 얼마나 잘 길러 주는지를 조사한다. 2014년쯤엔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 독일 고등교육개발센터는 전공별로 학교를 평가한다. 경력 시설 연구역량 국제화 등 9개 영역, 168개 항목으로 취업 역량을 살핀다. 이 평가는 예비 대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영국은 고등교육보증기관이 대학 교육의 품질을 평가한다. 취업 및 경력 개발 항목이 핵심. 대학의 취업 경쟁력을 8개 지표로 상세하게 분석해 역량을 비교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대학은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준비된 인재를 노동·취업 시장에 보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선진국의 대학은 이런 요구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잡 페어’를 열어 취업상담을 해준다. 페이스대는 600여 개의 기업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해마다 학생 2000여 명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가 변하고, 대학이 변한다면 대학 평가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추는 게 옳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시대는 기반, 역량, 가능성에 주목한 대학 평가를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원역량 평가는 인재 육성 및 교육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3저(低)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성장과 고용과 노동생산성 모두가 낮다. 이를 고(高)부가가치의 경제로 바꾸는 일은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여기에 필요한 인재는 대학이 길러야 한다. 고도성장 시대에 필요한 근면하고 조직적인 인재보다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를 사회에 진출시켜야 한다. 국내 대학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 동아일보와 채널A, 딜로이트컨설팅이 올해 처음으로 청년드림 대학 평가를 하면서 취업 창업 지원 역량을 들여다보는 이유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신경을 쓰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자(학생)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학생의 79%는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전국 50개 대학의 4학년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5개 분야, 13개 평가 항목의 필요성 이용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다. 턱없이 낮은 취업 서비스 이용률은 항목마다 차이가 없었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원하고 인기가 많은 직업 체험 기회 서비스의 이용률은 9%에 그쳤다. 학교가 취업 창업 지원의 필요성을 느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는, 학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에 소홀해서다. 학생이 외면하는 서비스가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수요자인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학교가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대학을 흉내 내는 식으로는 학생의 목마름을 채워 주기 힘들다는 얘기다. 김기동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청년드림 대학 평가는 취업 프로그램 확대 같은 외형적 투자보다는 이용률을 높여 내실을 다질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이번 평가에서 성과에 해당하는 취업률을 제외하고 취업 지원역량(학교의 인프라+학생의 필요성·이용률·만족도)만 분석했더니 고려대가 1위를 차지했다. 직업 체험 기회 및 입사 전형에 필요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점이 돋보였다. 동아대 영남대 전남대 조선대 같은 지방대가 상위 20위권에 들어간 부분도 눈에 띈다. 이들 대학은 지원역량과 취업률을 종합했을 때는 상위 25곳(청년드림 대학)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청년드림 대학평가 특별취재팀}

“총장님까지 발로 뜁니다. 현장에선 허리를 숙였습니다. 학교 ‘간판’이 빛나지 않아 학생이 취업 시장에서 눈물 흘리지 않게 만들겠다고….” 지방대 교직원의 말이다. 총장을 중심으로, 졸업생이 청년 실업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지 말자는 공감대에 따른 변화.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 인력을 늘렸다. 그러나 취업률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 교직원은 “그놈의 이름값 때문에”라는 말만 반복했다. 먼 산만 바라보는 눈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구인·구직 시장에서 이름값만 믿는 학교가 나을까, 노력하는 학교가 빛이 날까. 동아일보는 후자에 관심을 가졌다. 취업률(성과 지표)을 배제하고 대학의 노력이 반영된 지원역량을 따로 분석했다. 그랬더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성공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맞춤형 컨설팅이 최고 효과 많은 대학은 언론사의 평가에 불만이 크다. 열심히 뛰는 대학의 발목을 잡는다고. 취업률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입학생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숫자에만 초점을 맞춰 의욕까지 꺾는다고. 동아일보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에서 취업률과 지원역량이 모두 우수한 학교로 청년드림 대학(25곳)과 후보 대학(25곳)을 선정했다. 지원역량만 별도로 분석하면 어떨까. 13개 항목에 1000점 만점. 학생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에 가중치를 줬다. 그 결과 직업체험기회(122점)와 취업 전형대비 정보(106점) 항목의 배점이 1, 2위로 가장 높았다. 전체에서 금융혜택(35점) 항목의 배점이 가장 낮았다. 학교별 조사 대상은 4학년에서 100명씩 모두 5000명. 고려대(828점)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직업체험기회 1위, 취업 전형대비 정보 2위에 오른 영향이 컸다. 학생이 가장 원하는 부분에 학교가 신경을 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고려대가 자랑하는 경력개발센터 덕분이다. 여기선 산학연계현장실습 학점인정 제도(3학점)를 운영한다. 이 센터 안성식 주임은 “인턴십 제도는 단과대에서도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한다”며 “학교도 이 제도를 적극 지원하고 있고 학생의 이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백유림 씨(25)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올해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처음 취업특강을 들을 땐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맞춤형 컨설팅에서 예리한 지적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려대 진로개발 프로그램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려요. 당장은 힘들죠. 하지만 취업 시장에 나오면 진면목을 알게 됩니다.” 취업률을 제외하고 지원역량만 분석한 결과 고려대 동아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우송대 이화여대 조선대가 1그룹(상위 10곳·가나다순)에 속했다. 2그룹인 다음 상위 10개 대학은 계명대 광운대 순천향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전남대 한국산업기술대 한림대(가나다순)였다. 13개 항목별로 1∼3위를 정리하면 동아대가 가장 많은 4개 항목에 들어 있었다.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순천향대 우송대 등 6개 학교는 3개 항목에 속했다.○ 자신감 심어주며 격려 부산의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신호 씨(25). 금융 취업동아리인 프런티어스에서 특강을 들었다. 학교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프런티어스(미취업 졸업생) △리더스 주니어(2, 3학년) △리더스 클럽(4학년)이란 동아리를 지원한다. 이 씨는 늦깎이 취업 준비생이었다. 3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전까진 체육 관련 일을 할 거란 생각만 했다.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된 금융 관련 업무. 늦었지만 열망은 컸다. 열망은 갈망이 됐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다. 포기하려던 즈음, 학교에 취업정보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찾아갔다. 첫 면담에서 쭈뼛거리자 실장은 고개부터 들라면서 강조했다. “필요한 정보는 학교가 제공한다. 단계별 지원도 아낌없이 한다. 너는 뒤만 돌아보지 마라.” 1년 뒤 그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국내 굴지의 은행 두 곳으로부터. 동아대는 지원역량 중심 평가에서 상위 10개 대학에 들었다. 금융플랜 지원 1위, 취업 본인 적합정보 2위, 학생조직활동 3위 등 항목별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학교는 취업률까지 합산한 청년드림 대학 25곳에는 들지 못했다. 수도권 명문대에 이름값은 다소 밀리지만 학교의 열정과 의지만큼은 못지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숨겨진 보석, ‘히든 챔피언’은 동아대 말고도 더 있다. 조선대(광주) 영남대(경북 경산) 전남대(광주)가 대표적. 이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특히 강한 항목을 보유했다. △조선대는 학생조직활동 2위, 취업 기회정보 4위 △영남대는 취업 전형대비 정보 1위, 취업 기회정보 6위 △전남대는 직업체험기회 5위, 비정규교육과정 8위였다. 송봉정 씨(26·영남대 경영학과 4학년)는 취업은 못했지만 마음은 가볍다. 지난해 4월부터 참여한 취업스터디 ‘신입사원’이 그에게 확신을 줬다. 학교는 스터디룸을 제공한다. 교재비와 활동비까지 지원한다. 또 전문 컨설턴트에게 수시로 상담을 받도록 한다. 지금 그의 심정은 어떨까. “혼자 취업 준비를 할 땐 불안했다. 연약한 갈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객관적이고 진심 어린 평가에 상세한 피드백까지 해주는 스터디원과 함께라면 냉혹한 취업 시장에서 부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특별취재팀}

개성이 없으면 낄 수 없었다. 열정이 부족한 교직원이 많은 학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일부 학교는 이름값만 믿다 낭패를 봤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몰랐던 학교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청년드림 대학 25곳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졌다. 인재육성의 명문으로 만들어 준 ‘비밀 병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다. 공통점은 있다. 일단 5개 평가 항목 가운데 크게 떨어지는 분야가 하나도 없었다. 학교의 의지와 열정 역시 대단했다. 청년드림 대학은 학생이 원하는 대학,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대학이다. 이 대학들은 어떻게 인재를 키워내는 명문 대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비결을 들여다보자.○ 지방대라고 포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른다. 어릴 때부터 대기업에 다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냥 스스로 대견할 것 같아서. 남자라면 큰 조직에서 부대껴 봐야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손재주가 그리 좋지 않아 요리사의 꿈은 접었지만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천영태 씨(25) 얘기다. 우송대 호텔관광경영학과 졸업반.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꿈을 이룰 수 있어서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요리 관련 일을 하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보통은 토익 공부 등 취업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을 시기. 천 씨는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에만 집중한다. ‘CJ푸드빌 국내반’ 수업 덕분이다. 학교가 대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만든 특별교육과정이다. 1년 4학기제로 조기 졸업하는 학생은 6개월 동안 점포 실습을 거친 뒤, 자격을 갖추면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천 씨는 지금 외식 서비스 및 기업 생활에 필요한 과목을 5개 듣는다. 수업 강도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취업 맞춤형 커리큘럼에 현장 실습이 많아 즐겁다”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대전의 우송대는 ‘학생 조직 활동’(1위), ‘외부 수상 활동 지원’(3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등급은 최우수 대학. 청년드림 대학 25곳 가운데 지방대는 10곳이다. 최우수 대학이 3곳(아주대, 우송대, 한국산업기술대), 우수 대학이 7곳(계명대, 동서대, 부경대, 순천향대, 전북대, 충남대, 한림대). 지방대는 여건상 인턴십 등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방의 청년드림 대학은 역발상을 했다.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한국산업기술대(경기 시흥시) 홍윤숙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관은 “지방엔 기업도 적지만 대학도 적다. 학교의 의지만 있으면 기업체와 연계한 취업 캠프, 인턴십 등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방의 청년드림 대학은 △직업 체험 기회 지원(인턴십 지원 규모 등 평가) △학생 조직 활동 지원(취업·창업 동아리 활동 지원 정도 평가) △외부 수상 활동 지원(공모전 및 경진대회 지원 수준 평가)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특히 직업 체험 기회 지원은 한림대(8위), 우송대(14위), 외부 수상 활동 지원은 순천향대(1위)와 동서대(2위), 학생 조직 활동 지원은 부경대(4위)와 전북대(5위)가 눈에 띄었다.○ 1년이 아니라 4년 내내 돌봤다 인프라·이용률·만족도로 나눠 비교 평가한 결과, 청년드림 대학 25곳은 한두 항목에서는 평균 점수를 크게 상회했다. 예를 들어 고려대는 인프라가 매우 우수, 만족도가 우수로 나왔다. 서울시립대는 이용률이 매우 우수, 만족도가 우수였다. 서울대는 만족도가 매우 우수, 인프라가 우수인 식이다. 영역별로 보면 최우수 대학에 선정된 학교는 ‘상담 지원’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상담 지원은 세부적으로 △자아탐색 △비전 수립 △경력개발계획(CDP)으로 나뉜다. 재학생의 인성이나 적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 비전을 만드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느냐를 보는 항목이다. 자아탐색 지원의 경우 서울대(1위)와 숭실대(3위), 비전 수립 지원은 서강대(1위) 서울시립대(2위) 서울대(3위)가 높은 순위에 자리 잡았다. 서울대를 보자. 경력개발센터는 ‘우리는 스펙 쌓기를 지양한다’는 모토를 만들었다. 학생의 취업을 돕는다는 곳에서 스펙을 배제한다니, 무슨 뜻일까. 김태완 소장은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취업 뒤 높은 만족감을 느끼도록 저학년 시절부터 커리어 플랜을 짜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이 학교의 이상옥 씨(25·산업공학과 4학년)는 “경력개발센터에서 자아탐색부터 시작해 외부 세계 탐색, 미래 목표 설정, 직간접 경험 제공 등 단계화된 상담을 받았다. 그 덕분에 취업 고민을 크게 덜었다”며 웃었다. 서강대 교수들은 “장단기 목표만 세워라. 학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빈말이 아니다. 저학년을 위해 적성검사는 물론이고 조기진로상담을 한다. 잡 카페에는 상담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컨설팅을 하고 자료를 제공한다. 2, 3학년 학생에겐 집단 상담 기회가 있다. 한 학기 3, 4회씩 30여 명의 참가자가 집중적으로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