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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A사립대 영문과의 취업률은 수년째 10%대. 관련 전공 대학원 진학자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학과 교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명문 사립대가 즐비한 미국에서도 인문대 학과들은 신성불가침이에요. 인문대는 전략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면 안 됩니다.” 서울의 B사립대 신문방송학과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졸업생 가운데 학과 관련 직종으로 취업하는 학생은 10명 중 2명 수준. 하지만 영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이 학과 교수는 “영국엔 대학마다 언론 관련 학과가 다 있다. 오히려 우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학과 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대학들 지방대 위기론이 확산되고, 폐교에까지 이르는 대학이 속출하면서 대학 구조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 여기에 최근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조개혁은 단순 화두가 아니라 당면 과제가 됐다. 이에 따르면 향후 9년 동안 대학들은 최소 16만 명을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를 줄일 것인지만 정했을 뿐,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 방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고려대 기획처 관계자는 “실질적인 감축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다른 대학들도 어떻게 정원을 감축할지 고민하는 눈치”라고 토로했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결국 학과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기회에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 등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나서 정원을 감축하고, 현실에 맞게 학과를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학과 구조조정이란 큰 틀에는 대학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학과 이기주의다. 학과마다 “우리 학과만은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을 펼치다 보니 전체 학과 수가 줄기는커녕 외려 늘어나는 형편이다. 이는 본보가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과 함께 국내외 대학들의 학사 과정과 학과 편성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분석 대상은 국내의 경우 4년제 대학 중 종합대학 성격을 지니고 정원이 1만 명이 넘는 53개교를 선정했다. 해외 대학은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400위 안에 포함된 미국, 영국의 대학 중 학사 과정 및 학과 편성이 종합대학 성격을 지닌 110개교를 뽑았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국·공립대 15곳과 미국의 주립대 44곳 △국내 사립대 38곳과 미국 영국의 사립대 66곳(각 33곳)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국내 사립대는 평균 학과 수가 61.3개로 미국(48.1개), 영국(46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평균 단과대 수에 있어서도 국내(11.7개)가 미국(4.8개), 영국(5.9개)의 두 배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지난해 QS 평가 400위 안에 든 사립대는 6곳(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이들의 평균 학과 수는 65.8개로 QS 평가 1∼6위를 휩쓴 미국·영국의 사립대 6곳(매사추세츠공대, 하버드대, 케임브리지대, 런던대, 런던임페리얼대, 옥스퍼드대)의 평균 학과 수(35.7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학과 특성화는 학과 발전 위해서도 절실 대학들의 주요 학과 보유 현황을 보면, 사립대들이 정체된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방만하게 학과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에 조사한 학과는 22개. 그중 14개 학과에서 국내 사립대들(38개)의 학과 보유 비율이 해외 사립대들(66개)의 보유 비율보다 높았다. 특히 국내 사립대들은 인문, 사회과학, 사범 계열 등에서 학과 보유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은 졸업생이 배출된다고 지적받는 학과들이다. 전공과 상관없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학과 특성화 정책도 요원해진다. 충북의 C사립대 국문학과의 경우 졸업생 절반이 같은 학교 및 타 대학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미 입학생의 30%가량은 편입으로 빠진 상황. 이렇다 보니 교수들은 의욕이 떨어져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정부도 비인기 학과에 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너무 많은 학교에 학과가 개설돼 있어 몰아주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취업 현장에선 대졸 취업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 중견 정보기술(IT) 업체 대표는 “업체가 필요로 하는 대졸 전공자 비율이 갈수록 줄어든다. 학생이나 회사나 답답한 상황”이라고 불평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과 관계자는 “엉뚱한 전공자가 많다 보니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이 너무 길다.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공립대에 해당하는 미국 주립대들의 평균 학과 수는 80.5개로 국내 국·공립대 평균 학과 수(77.5개)보다 오히려 많았다. 특히 퍼듀대(176개), 미네소타대(149개), 펜실베이니아주립대(145개), 오하이오주립대(195개) 등은 국내 국·공립대 가운데 학과 수가 가장 많은 경북대(109개)보다도 훨씬 많다. 미국 주립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부 철학을 반영해 비인기학과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안 덩컨 미국 교육부 장관이 최근 “정부는 다양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줄 의무가 있다”고 한 발언도 이러한 맥락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 100명 가운데 15명이 표준 체중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특히 농촌 청소년이 도시 청소년보다 더 뚱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2013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만 학생 비율은 15.3%로 2012년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14.4%, 중학교 15.1%, 고등학교 17.0% 등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만율도 높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패스트푸드를 주 1회 이상 먹는다고 답한 학생 비율도 초등학교 60.0%, 중학교 69.1%, 고등학교 71.1%로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서 증가했다. 지역별 비만율은 △초등학생은 대도시 12.8%, 읍면 17.0% △중학생은 대도시 14.5%, 읍면 16.1% △고등학생은 대도시 17.1%, 읍면 17.4%로 모두 읍면 지역이 대도시보다 높았다. 특히 초등학생은 읍면 지역과 대도시 비만율의 차이가 2012년 1.1%포인트에서 지난해 4.2%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안전과 사무관은 “시골지역의 경우 부모들이 대도시에 비해 체계적으로 아이들을 관리하기 어렵고 식단 조절도 해주기 힘든 여건”이라며 “시도교육청, 단위 학교 등과 협의해 학교에서라도 아이들 체중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키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기준 150.9cm로 10년 전인 2003년(148.7cm)보다 2.2cm, 20년 전인 1993년(145.5cm)보다는 5.4cm 커졌다. 몸무게는 46.3kg으로 2003년(43.8kg)보다 2.5kg, 1993년(39.0kg)보다 7.3kg 늘었다. 성별로는 초등학교 6학년 기준으로 20년 전과 비교해 남녀 학생의 키는 각각 5.4cm, 4.9cm 커졌고 몸무게는 7.3kg, 5.3kg 늘었다. 안경을 쓰지 않은 맨눈 시력이 0.7 이하인 ‘시력이상’ 학생의 비율은 56.9%로 10년 전(41.5%)보다 크게 올랐다. 반면에 충치를 가진 학생 비율은 28.4%로 10년 전(48.6%)의 절반가량 떨어졌다. 이번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는 지난해 전국 756개 초중고교 학생 8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직장인 유모 씨(36)는 요즘 틈날 때마다 명상을 한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휴게실에서 정자세로 앉은 뒤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만의 명상법으로 머리를 비운다. 앉아서 눈을 감고 있을 때만이 명상은 아니다. 밥을 먹을 땐 모든 미각을 동원해 맛을 느끼고, 양치질할 때는 칫솔 쥔 감촉을 느끼는 것도 명상의 방법이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직전은 하루 일과의 정점. 매일 30분 이상 명상에 심취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유 씨가 명상에 빠진 건 불면증 때문이다. 수면유도제 등은 먹기 싫고,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유도법을 찾다 보니 명상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의 경우 불면증 배경에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입이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직속 상사. 매일같이 그로부터 듣는 폭언이 쌓여 만성 스트레스가 됐고, 그 스트레스가 편한 잠자리를 짓눌렀다. 다행히 명상을 시작한 뒤 유 씨는 조금씩 예전 수면 시간을 찾아가고 있다. 실제로 명상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마음 챙김 치료’라 부르며 불면증 치료법으로 자주 사용된다. 유 씨는 “명상을 하면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더 좋은 건 명상을 했단 그 사실만으로도 뭔가 든든하고 마음이 편해진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나쁜 말로 인한 스트레스가 불면증을 부른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일단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항상 8시간씩 자던 사람이 잠이 줄면 불안해서 더 못 자는 경우가 많다. 좀 못 자도 당장 건강에는 지장이 없다는 식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어떤 나쁜 말이나 행동이 자극이 돼 수면을 방해한다면 그 고리를 단계별로 끊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헌 교수는 “생각하기 싫어도 어떤 부정적인 말이나 상황이 계속 머리를 채운다면 중간 중간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합리화하거나 초점을 바꿔 해석해야 한다. 연결고리를 끊어 자신만의 드라마를 종방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날 밤 늦게 잠이 들더라도 아침엔 평소 기상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는 것도 불면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또 전문가들은 잠들기 직전 음식을 먹지 말고 낮잠도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얼마나 됐을까. 불안한 마음을 꾹 부여잡고 곁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벌써 오전 3시.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듯 요동치기 시작한다. 긴장감에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곤두서는 듯하다. 자야 하는데, 벌써 3일짼데, 내일 기말시험을 보는데…. 따뜻한 우유를 한잔 들이켜 본다. 크게 심호흡도 해본다. 넓은 목장에 뛰노는 양떼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 수를 세어본다. 한 마리, 두 마리…. 소용없다. 세면 셀수록 오히려 정신은 더 또렷해진다. 머리는 빡빡하고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욱신욱신 피곤하다. 그런데 미치겠다. 잠이 오지 않는다. ○ 잠들지 못하게 만든 한마디, ‘배신자’ 석 달 전, 그때였다. 유선이(가명·16)에게 ‘무서운’ 친구가 생긴 건. 그 친구는 이미 1년 전부터 알았다. 사이가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알고만 지내던 사이. 하지만 그 일이 있고부터 그는 무서운 친구가 됐다. 그 친구가 때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심한 욕설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때 알았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유선이는 앞에선 웃는데 뒤에서 뒤통수를 치는 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왜 그런 말을 할까.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그렇다고 대놓고 따지지도 못했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다 보니. ‘좀 지나면 조용해지겠지.’ 이렇게 생각한 게 화근일까. 얼마 뒤, 악몽이 시작됐다. 몇몇 친구가 대놓고 유선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배신자”라고. 그리고 그 즈음부터 유선이는 밤마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불면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요즘은 가끔 환청도 들린다. 누군가 “배신자” “뒤통수치는 ×” “상종하면 안 되는 ×”이라 말하며 수군거리는 듯하다. 밤에 잠을 못 자니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입맛이 없어져 몸무게는 4kg이나 줄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이 불면증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다는 막막함. 유선이는 “차라리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는데…. 이건 침대에서 매일 나 자신과 전쟁을 치러야 하니 너무 힘들다. 이젠 지쳤다”며 울먹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해에만 40만 명이 넘었다. ‘나쁜 말’은 불면증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욕설, 막말 등 나쁜 말이 유선이처럼 잠 못 자는 사람들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보통 나쁜 말로 인한 불면증은 ‘적응 불면증’이라 불리는 급성 불면증과 관계가 깊다. 회사원 안모 씨(32)는 잠들기 직전 항상 그날 회사에서 들은 갖가지 폭언들을 떠올린다. 회사에 있는 동안엔 너무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던 말들. 하지만 침대에 눕고 잠들기 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면 그날 상사에게 들었던 말들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생각은 깊어지고 그 말을 곱씹다 보면 화가 난다. 이처럼 불쾌했던 말이나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과정을 정신의학적으로는 ‘반추(rumination)’라고 부른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반추는 사람을 더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왜 반박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자책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떨어진다. 또 무력감까지 생긴다. 정신이 지치다 보니 몸에서 불면증이란 반응이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뇌에 각인된 나쁜 말이 불면증 불러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 범죄분석실. 최면을 통해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는 곳이다. 최면은 일상적인 자극들을 차단해 의식의 집중 상태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그렇게 최면에 들어가면 피최면자들은 그동안 잠재적으로 억압돼 표출시키지 못했던 상황들을 떠올리고 얘기한다. 피최면자들의 반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들이 범죄 상황 등에서 들었던 ‘말’에 대한 기억. 함근수 국과수 범죄분석실장은 “때론 폭행당한 기억보다도 어떤 말을 들은 기억이 또렷한 경우가 많다. 말 자체가 매우 강렬한 자극이라 뇌에 뚜렷이 각인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떠올리는 말은 단서 발견에도 큰 도움을 준다. 욕설 등 막말은 일반적인 말보다 뇌에 몇 배 더 강렬한 자극을 준다. 뇌에서도 감정 처리를 전담하는 곳이자 위협 감지 센터인 편도(扁桃)에 매우 뚜렷이 각인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헌 교수는 “편도는 막말을 들을 때마다 예민해지고 활성화된다. 충격적이고 중요한 정보로 인식해 또 겪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편도가 흥분하면 주변에 위치한 시상하부도 흥분한다. 이에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 역시 긴장한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갑갑해진다. 뇌의 각성도 일어난다. 결국 뇌와 신체가 극도의 긴장 반응을 보이면서 불면증까지 생긴다는 얘기다. 여성이나 청소년은 폭언으로 인한 불면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불안감수성’은 같은 자극을 줬을 때 불안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는 지표.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불안감수성이 높을수록 자주 생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불안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특히 청소년 시기는 자아존중감이 형성되는 시점이라 폭언으로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면 그로 인한 불면증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서영석 인턴기자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 ‘나쁜 말’의 폐해는 감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본보 기자가 직접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나쁜 말’을 들은 직후 스트레스지수가 2분 만에 5단계나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또한 빙산의 일각. 언어폭력은 두통, 불면증, 근육통, 우울증은 물론이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까지 유발한다. 장기적으로 사람의 인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도 결국 말이다. 동아일보 연중기획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2부에서는 말이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다. 》 “야, 이 답답아. 똑바로 하란 말이야!” 오늘도 직장 상사의 폭언이 시작됐다. 심장이 정신없이 쿵쾅거렸다. 등과 손에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을 상사의 폭언으로 시작한 지는 벌써 4년째. 회계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 A 씨(37·여)의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낮에는 두통과 현기증이, 밤에는 불면증이 찾아왔다. 뭘 먹어도 소화가 안 됐다. 목과 어깨, 허리는 전보다 자주 결리고 쿡쿡 쑤셨다. 우울한 감정도 잦아졌다. 한 달 전 찾은 병원에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가벼운 목 디스크 진단까지 받았다. 심리상담을 진행한 의사는 “직장 내에서의 언어폭력이 우울증과 목 디스크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폭언, 정신뿐 아니라 신체까지 파괴 폭언에 장기간 노출되면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의료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신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막말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 근육통, 우울증 등 가벼운 증상은 기본. 심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불임 등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폭언에 노출되면 1차적으로는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당황한 나머지 숨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상승해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진다. 심하면 식은땀이나 어지럼증, 두통 등을 호소한다. 폭언은 불면증과 불안증, 우울증, 근육통 등을 유발해 심신을 들쑤신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근육이 긴장상태에 빠져 평소 하지 않았던 실수도 반복할 수 있다. ○ 자율신경계 호르몬 뇌파의 균형을 깨뜨려 이 같은 몸의 반응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뇌파가 막말에 반응해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율신경계는 폭언에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균형을 이뤄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폭언과 같은 외부 자극에 노출되면 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높아져 자율신경계 균형을 흐트린다. 몸에서는 가슴이 조여 오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 근육통, 식은땀, 어지럼증 등의 이상기운이 감지된다. 나쁜 말은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끼친다.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코르티솔은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임파구의 수를 감소시켜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는 감염성 질환과 암 등 각종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폭언으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등도 코르티솔이 필요 이상으로 분비돼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뇌파의 균형도 깨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건강한 몸 상태에서는 알파파가 활성화되지만 폭언을 들으면 베타파가 활성화된다. 베타파는 긴장과 흥분 상태를 지속해 불안증을 일으킨다. 김 교수는 “실제 아내에게 비난받은 남편의 뇌파를 측정해본 결과 욕을 듣기 전보다 베타파는 더욱 항진됐다”며 “막말은 뇌파를 자극해 신체에 부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위산과 펩신을 과다 분비시켜 소화불량, 위궤양 등을 생기게 할 수 있다. ○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에게 막말은 시한폭탄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을 지병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막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막말에 노출되면 코르티솔이 분비돼 혈당과 혈압 수치가 급격히 오르는 등 격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막말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겐 단 한 번의 폭언도 방심해선 안 된다. 최홍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한 경우 뇌중풍(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이 한꺼번에 올 수 있다”며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취약한 사람에게 폭언은 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말의 상처는 칼로 찌르는 것보다 더 오래간다고 입을 모은다. 잠깐의 소음처럼 어쩌다 한 번 받는 스트레스는 그 순간을 넘기면 금방 잊히곤 하지만, 폭언은 편도체라는 뇌의 회로에 오래도록 저장된다.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폭언과 막말 중에서도 적대감이 동반된 비난 섞인 말이 신체에 가장 좋지 않다”며 “나쁜 말로 인한 충격과 질병을 피하기 위해선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정부가 전문대를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조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17년까지 전문대 139곳 중 84곳을 특성화학교로 지정한 뒤 학교별 강점 분야를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선정된 전문대의 성과를 매년 평가해 결과에 따라 지원액을 가감하고, 2년 뒤 중간평가를 통해 기준에 못 미치는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탈락시킬 계획이다. 올해엔 70곳을 선정한 뒤 214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특성화 학교는 각 대학의 재학생 규모와 자율적인 입학정원 감축 계획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특히 학교의 정원 감축 규모를 재정지원과 밀접하게 연동시켜 지원 금액 등을 달리할 방침이다. 조봉래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이번 특성화 정책을 계기로 전문대들이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하던 학과들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구조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9년 동안 대학 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입학 철을 앞두고 전국 각 대학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한 오리엔테이션(OT)을 열고 있다. 매년 음주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 대형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직후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문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본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에 관한 정보를 얻고 학내 인맥을 쌓는 취지로 마련된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이 학교 외부에서 1박 또는 2박을 하며 즐기는 ‘야유회’ 성질로 변질되면서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생회가 주도하는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준비나 관리 미흡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고도 총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이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는 학교 측에서 실질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며 “학교가 관여하는 것에 학생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자 일부 대학은 오리엔테이션 계획을 취소하거나 수정하고 있다. 건국대는 아직 오리엔테이션을 하지 않은 단과대학들의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18일 밝혔다. 동덕여대도 강원도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려던 새내기배움터(새터)를 취소키로 했다. 다른 대학들도 오리엔테이션 일정 수정과 안전점검 강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딸을 둔 최성희 씨(52·여)는 “딸도 이번 주에 서울 근교로 오리엔테이션을 갈 예정인데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로 교내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온 대학들도 있다. 순천향대는 2012년부터 외부에서 진행하던 오리엔테이션을 교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실시하고 있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교내 프로그램으로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올해 오리엔테이션도 총학생회와 협의해 교내에서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18일 전국 각 대학에 외부 행사를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사고처럼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를 우려해서다. 특히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시설로 의심되면 행사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불가피하게 행사를 해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철저하게 안전조치를 하고 교직원들도 동행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권오혁 hyuk@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였던 선행학습 금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임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여야 합의로 가결된 만큼 이르면 이달, 늦어도 상반기에는 국회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최종 의결까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이달 통과하면 6개월 안에 시행령이 만들어져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초중고교는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학습을 할 수 없다. 또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도 금지된다. 이를테면 그동안 자주 논란이 됐던 외국어고 등에서의 특정 학년 수준을 넘어선 시험 문제 출제 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법안은 초중고교 및 대학의 입학시험 등 전형이 각급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 과정 범위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정했다. 학원이나 개인 과외 교습자가 선행학습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도 못한다. 단,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까지 학교처럼 정부가 직접 규제하진 못하게 했다. 학교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내용의 교육과정을 짜거나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설치되는 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도 내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한 이번 법안은 지난해 4월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심의되지 않다가 10개월여 만에 가결됐다. 법안을 발의한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배우지도 않은 내용이 시험에 출제돼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이번 법안을 계기로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사교육이 더 늘어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선행학습 유발 요인은 그대로 둔 채 보이는 현상만 규제하면 사교육은 음성적으로 더 깊게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입학시험의 범위와 수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건 기본적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권 침해”라고 비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사랑의 유효기간은 30개월이다.” 미국 코넬대 신시아 하잔 교수가 했던 말이다.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부부 사이엔 유효기간이 없는 게 최선. 부부 사이 유효기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열쇠는 바로 ‘말’이다. 동아일보는 부부상담 및 교육전문기관인 듀오라이프컨설팅에 의뢰해 부부 사이에 가장 흔하게 하지만, 또 가장 주의해야 할 말들을 조사했다. 결혼 10년 미만과 10년 이상 된 부부로 나눠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부부관계를 좌우하는 말을 살펴본다. 사례로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전문가 컨설팅’에는 △이선영 듀오라이프컨설팅 총괄팀장 △김득성 부산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이재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류창용 가사 전문 변호사 △권현정 듀오 커플매니저 △이명길 듀오 연애강사 등이 도움을 줬다. 》 ■ 당신 마음대로 해이럴 땐 약 박미현 씨(28·결혼 5년 차)는 전업주부. 진작부터 살림, 육아는 물론이고 경제권까지 전담하고 있다. 남편이 늦게까지 일해 번 돈을 혼자 관리한다는 부담감과 미안함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남편의 한마디. “당신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하란 말을 하기 전, 그는 꼭 자신의 생각을 먼저 충분히 얘기한다. “남편은 세상 누구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얘기해줘요.” 이럴 땐 독 평소 차분한 편인 김수진 씨(29·6년 차). 하지만 그녀를 순간 욱하게 만드는 남편의 한마디가 있으니 “당신 마음대로 해”라는 말이다. 꼼꼼하고 준비성이 있고 호불호가 분명한 김 씨와 달리 남편은 다소 우유부단해 보일 만큼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 남편은 항상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고 그 말을 한다지만 김 씨는 물어보기도 전에 마음대로 하란 말부터 하는 남편에게 서운하다. 전문가가 봤을 땐…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에게… 맘대로 하라면 의욕 잃어”당신 마음대로 하란 말은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표현. 또 사람의 본능 중 하나인 ‘인정 욕구’와 관련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남성은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해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아내가 남편에게 마음대로 하란 말을 자주 해주면 좋다. 단, 이 말은 자칫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다섯 살 이상 많을 경우 아내에게 마음대로 하란 말을 하면 ‘귀찮다’란 의미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더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는 그렇지 못한 상대로부터 마음대로 하란 말을 들으면 대화 의욕을 잃기 쉽다. 표현 방식도 중요하다. 일단 상대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본인 생각을 어느 정도 밝힌 뒤 말을 해야 한다. ■ 미안해, 미안해…이럴 땐 약 맞벌이를 하는 장민호 씨(38·8년 차)와 그의 아내는 성격이 닮았다. 고집이 세다. 또 자신의 주장이 강하다. 덕분에 한번 부부싸움이 나면 한쪽이 지쳐 항복할 때까지 끝을 봐야 했다. 그래서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마음이 있든 없든 일단 언쟁이 시작되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기. 큰 기대 없이 만든 규칙인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부싸움은 예전의 10∼20% 수준으로 줄었다. 이럴 땐 독 “기저귀 좀 사다줄래.” 오늘도 아내인 오인혜 씨(38·9년 차)가 부탁한다. 돌아오는 남편의 대답도 항상 같다. “미안해.” 부탁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안하다부터 던지는 남편이 얄밉다. 연애 당시만 해도 항상 눈을 쳐다보며 말을 경청해줬는데…. 이제 말조차 섞기 싫은 걸까. 벌써 나란 사람에게 질린 걸까. 오 씨는 이런 남편과 평생 함께할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전문가가 봤을 땐… “갈등 가장 많은 신혼 때는, 아끼지 말고 사과해야”미안하다는 말은 부부 사이에 가장 놓치기 쉬운 말 중 하나.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당연히 내 마음을 알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커다란 오해다. 실제 지난해 한 카드회사의 조사에서 부부싸움의 가장 큰 이유로 ‘상대방이 사과를 하지 않아서’가 꼽혔다. 특히 미안하단 말은 신혼 때 자주 하는 게 좋다. 서로 맞춰가는 시기이자 갈등이 가장 많은 시점이기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가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결혼 전 연애 기간이 긴 커플일수록 결혼 뒤 더 적극적으로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다혈질, 또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면 절대 미안하단 말을 아끼면 안 된다. 사과의 말은 개선 노력과 함께 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하루에 두 번 이상 하거나 동일한 상황에 대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과는 도리어 상대의 화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 도와줄까?이럴 땐 약 얼마 전 설 연휴. 남편이 아내인 강현숙 씨(32·2년 차)에게 다가와 말했다. “도와줄까.” 평소에도 이 말을 잘하는 남편이지만 특히 명절 때 그의 이 한마디는 ‘새내기 주부’ 강 씨의 피로와 긴장감을 시원하게 날려줬다. 도와주겠단 말을 할 때마다 손을 꼭 잡아주는 남편. 그럴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려도 이 사람만큼은 내 편에 있을 거란 확신을 얻는다. 이럴 땐 독 장미영 씨(32·3년 차) 부부는 맞벌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은 언제나 장 씨의 몫이다. 저녁상을 차릴 때쯤 퇴근하는 남편은 얼른 밥을 먹은 뒤 소파로 직행해 TV를 본다. 장 씨가 설거지를 마칠 때쯤 슬금슬금 다가오는 남편. 이렇게 물어본다. “도와줄까.” 이 말을 들으면 짜증이 몇 배로 솟구친다. 생색내는 남편이 얄밉다. 전문가가 봤을 땐… “스킨십 같이 하면 더 효과, 말하는 타이밍도 잘 잡아야”일반적으로 여성은 관계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특히 보통 결혼 3년 차 때까진 남편이 자신과 평생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남자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이런 아내에게 남편이 다정한 말투로 해주는 “도와줄까”는 결혼 초기 여성의 불안감을 제거해주는 가장 바람직한 한마디다. 문제는 도와줄까란 말이 ‘내 일은 아니지만 호의를 베풀어 줄까’란 뜻으로 전달된다면 부부 관계를 최악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사실. 가정에서 부부는 공동 책임자다. 가사 분담과 관련해 자주 얘기를 나누거나 명확한 기준도 세우지 않은 부부라면 도와줄까란 말이 더욱 화를 부른다. 도와줄까란 말은 보통 스킨십과 함께 할 때 진정성이 더 전달된다. 손을 잡아도 좋고, 뒤에서 살짝 안아줘도 좋다. 말을 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숙명여대는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의 조선혜 대표(사진 왼쪽)가 대학 발전기금으로 3억 원을 기탁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발전기금은 숙명여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인 ‘숙명아너스클럽’ 운영 등에 쓰일 예정이다. 1977년 숙명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2008년에도 모교에 4억 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조 대표는 대한약사회 부회장,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숙명문화재단 이사장도 지냈다.}

■ 3∼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동화(사진)가 출간됐다. ‘영재융합교육동화’(영재융합교육출판사)는 아이들이 지덕체를 고루 갖춘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 연령 수준에 맞춰 5개 영역(신체운동 및 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융합형 동화다. 모두 60권이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구성됐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이 책을 공식 추천도서로 선정했다.■ 금성출판사가 교사 전용 학습지원 사이트 ‘티칭허브’(www.thub.co.kr)를 열고 교과별로 다양한 교수 학습자료를 제공한다. 또 법무부, 수자원공사, 와우서울 등 60여 개 기관·단체와 제휴 협력해 학습 관련 동영상과 이미지, 지도 정보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지원한다. 02-2077-8097}

드디어 소치 겨울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매일 밤 메달 소식을 기다리느라 밤잠 설치는 분도 많을 텐데요.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겨울올림픽은 0.001초까지 계측하며 속도 경쟁을 벌이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최첨단 과학기술과 장비들이 총동원된답니다. 오늘은 겨울스포츠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과학원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 마찰력을 줄여라! 마찰력이란 두 물체의 표면이 서로 맞닿아 있을 때 닿는 면이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말합니다. 마찰력은 바닥과 물체와의 접촉면이 거칠수록 커집니다. 거친 땅을 걷는 것이 매끄러운 얼음 위를 걷는 것보다 쉬운 것은 땅이 얼음보다 더 거칠어 마찰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마찰력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힘입니다. 박수를 치면 소리가 나는 것, 손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는 것도 다 마찰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이나 눈 위에서 하는 겨울스포츠에서도 마찰력은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스케이트의 날을 보면 아주 가늘고 날카롭습니다. 압력은 접촉면당 가해지는 힘이 커지거나, 힘을 가하는 면적이 좁을수록 커집니다. 압력이 증가하면 얼음은 물로 상태변화를 합니다. 스케이트의 날카로운 날에 사람의 몸무게가 실리면 그 압력에 의해 접촉면의 얼음이 순간적으로 녹아 물이 됩니다. 그 물이 스케이트 날과 얼음판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마찰력을 줄여줄고,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빙상종목에서는 스케이트화가 승부의 7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할 때는 ‘클랩스케이트’를 신습니다. 얼음을 지치고 몸을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 스케이트화의 뒷굽에서 날이 분리됩니다. 그럼 발을 떼어도 얼음판에 스케이트날이 붙어 있기 때문에 날과 얼음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이로 인해 선수는 체력 부담을 덜면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1998년 열린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이 처음 신고 나와 5개의 금메달을 휩쓴 후 지금은 모든 선수가 이 스케이트화를 신습니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이 착용하는 장갑에도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곡선 구간을 돌 때 몸을 옆으로 기울이는데 이때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빙판을 짚습니다. 그래서 마찰력을 줄일 수 있도록 손가락 끝을 매끄러운 에폭시수지로 감싼 장갑을 이용합니다. ○ 마찰력이 클수록 속도는 더디다 표면이 거칠수록 마찰력이 커진다고 했죠? 널빤지, 사포, 비닐 등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비닐이 가장 미끄럽고 사포가 가장 거칩니다. 그 위에 블록을 올려놓고 스스로 미끄러져 내려가게 해보면 가장 빨리, 가장 밑에까지 내려오는 것은 비닐입니다. 반대로 사포는 가장 늦게 내려오는 데다 밑에까지 잘 내려오지도 못합니다. 마찰력이 클수록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 커지기 때문에 속도가 더뎌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원심력을 이겨라! 물체가 원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원의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는 구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운동을 하는 물체는 관성에 의해 구심력의 방향과 반대 방향의 힘을 받게 되는데 이 힘이 원심력입니다. 줄 끝에 지우개를 매달고 돌리면 자꾸 바깥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바로 원심력 때문입니다. 겨울스포츠에서 원심력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루지 등 트랙에 곡선 구간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111.12m의 작은 트랙에서 펼쳐지는 쇼트트랙은 전체 코스에서 곡선 구간이 48%, 53.41m나 됩니다. 당연히 곡선 구간을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데, 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 원심력입니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면 원심력의 방향인 원운동 밖, 즉 트랙 밖으로 튕겨나가기 때문입니다. 곡선 구간에서 선수들이 원심력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속력을 줄여 원심력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 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심력을 견디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속력을 줄이면 뒤로 처지게 되니까 결국 원심력을 이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쇼트트랙 선수들은 튕겨나가는 힘, 즉 원심력을 이기기 위한 훈련을 중점적으로 받습니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은 곡선 구간을 돌 때 몸을 안쪽으로 기울여 원심력을 줄입니다. 스케이트날에도 원심력을 이기기 위한 과학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는 스피드스케이트와 비교해 날이 짧고 왼쪽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곡선 구간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을 줄여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 코너를 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 공기저항을 막아라! 공기 속을 운동하는 모든 물체는 공기의 저항을 받습니다. 공기의 저항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으로,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커집니다. 0.001초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속도 경쟁에서 공기 저항의 크기는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피부처럼 달라붙는 가벼운 특수재질의 경기복을 입습니다. 무게 150g, 두께 0.3mm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스케이트날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자세히 보면 표면에 돌기와 홈이 있는데 이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표면이 매끄러운 옷을 입고 빠른 속도로 달리면 공기가 몸에 부딪힌 뒤 뒤로 밀려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그럼 몸을 뒤로 잡아끄는 ‘견인현상’이 생겨 달리는 것을 방해합니다.고희정 작가}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회장 문상주)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지원 의원(민주당)을 ‘자랑스러운 고려대 언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6시 반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신년 인사회에서 진행된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가. 4일 오후 ‘논술학원’ 간판을 단 작은 학원 안으로 학생 30∼40명이 몰려들었다. 중학교 3학년인 이들은 2시간 동안 논술 수업을 받은 뒤 추가로 한국사 수업을 1시간가량 들었다. 이 학원 강사 안모 씨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로 지정되면서 발 빠르게 한국사 강사를 모셔왔다”며 “논술 2시간에 한국사 1시간을 더한 ‘2+1 패키지’에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흡족해했다.○ 한국사 포함한 수업에 학생 몰려 교육부가 3일 한국사 사교육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고교 1학년생이 치르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되면서 사교육 시장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현행 교원임용시험 기준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보다도 쉽게 출제하겠다고 했다. 또 절대평가를 적용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일단 어렵든 쉽든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이상 수험생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사교육 시장 역시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일선 학교에선 한국사 대비에 한창이다. 서울 영락고의 정연 역사담당 교사는 “학교 수업만 착실하게 받아도 시험 잘 본다는 건 입시 때마다 나오는 말”이라며 “당장 시험 태세로 돌입해 한국사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신목고는 기존 방과 후 학교에 개설했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강좌를 20여 명 규모에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수능 필수로 한국사 시험을 보게 되는 예비 고교 1학년생들은 교육부 발표 이후에도 불안감이 여전했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김도연 양은 “자칫 몇 문제 실수해 등급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경쟁자들보다 크게 뒤처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러한 불안감을 타고 이번 윈터스쿨(재학생 겨울방학 특강반)에는 학생들이 몰렸다. 대형학원들은 예비 고교 1학년 윈터스쿨에 기존 국어 영어 수학 3과목 체제에 한국사를 더한 4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개설한 윈터스쿨엔 예년보다 수강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역사 전반적인 흐름 알면 1등급 가능 교육부는 EBS 한국사 강의를 대폭 늘려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이마저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양정현 한국역사교육학회장(부산대 교수)은 “EBS 강의를 늘려도 EBS 교재 위주로 강의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기에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선 토론 중심, 서술식으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라고 하고선 EBS 교재 중심으로 입시를 치른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A고교 역사 교사는 “단순 문제 풀이식 EBS 강의 위주로 수능을 출제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주입식이 아닌 이야기 방식으로 한국사 수업을 하라는 의도와 상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사 선행학습 열풍도 정부 발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강남 목동 등에선 이미 초등학생 때 한국사 기본틀을 잡고, 중학생 땐 완전히 마스터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입증하듯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이 대폭 늘었다. 시험을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 초등학생 응시 인원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용 논술교재 중에선 한국사를 배경지식으로 하는 교재가 인기를 모으는 추세를 보인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생용 학습지 업체 가운데 벌써부터 한국사 출제 예시 문항을 만들고 연관 학습지 출간 계획을 가진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학교 교육만 정상적으로 받아도 1등급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새롭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어떻게든 요동친다”고 했다. 애초부터 최소한의 한국사는 바로 알자는 취지로 시작한 정책이기에 사교육 관계자들 말에 현혹돼 지나치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의 일부 대학에선 교육부 의도에 맞춰 한국사 반영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몇 문제 차이로 한국사 등급이 갈려도 그 성적이 당락까지 흔들 만큼 절대적인 비중 자체는 높이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고의 유은규 역사담당 교사는 “현재 분위기라면 고교 교육과정만 충실히 이수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EBS 교재로 보충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핵심적인 역사 지식은 암기하되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만 안다면 1등급은 문제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아주 쉽게 출제한 모의평가를 통해 ‘깜깜이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만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과잉 열기도 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규제를 추진했던 학생 두발 자율화를 결국 허용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학생 두발을 학칙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진보계열 시민단체와 서울시의회 등의 반대가 심해 갈등을 빚어 왔다. 이에 대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생 두발은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기존 학교 인권조례 조항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순경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 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전임 곽노현 교육감이 2012년 1월 공포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두발·복장 자율화, 소지품 검사 금지, 교내 집회 허용 등을 담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자율을 존중한 규정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 조례가 악용돼 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기존 조례에서 △성소수자, 성적 특수성 등 단어를 삭제하고 △두발은 학칙으로 규제가 가능하며 △필요할 경우 소지품 검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각계 의견을 절충한 결과 현재 조례에 쓰인 ‘성소수자’란 표현은 청소년의 성의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어 ‘개인성향’으로 변경하고, 논란이 됐던 두발 자율화와 학생 체벌 전면 금지, 학생의 학내외 집회 허용은 기존 조례를 유지하기로 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진우 기자}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놓고 대학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제도 자체가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수도권 대학은 물론이고 지방 대학들도 이득은 별로 없고 손해만 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 성균관대 관계자는 “당장 2015학년도 입학 정원을 줄이려면 올해 감축 규모를 정해야 하는데 평가 밑그림조차 없다”며 “엉성하게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으로 정원을 감축하면 교내외적으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 감소로 인한 교육부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입학 경쟁률이 높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학교까지 일괄적으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구조개혁 계획을 반영한다는 건 결국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보장받는 최우수 등급 대학들조차 정원 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부실, 비리 학교들만 퇴출시키면 되지 싸잡아서 정원을 줄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A사립대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대학 정원이 감축되면 그 인원이 지방대로 가지 않고 대신 주요 대학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만 과열될 것이란 주장이다. 반대로 지방대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번 정원 감축 계획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조개혁 평가 지표와 대학 평가 방식 등이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북대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여건 차이를 무시한 채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방대를 완전히 도태시키겠단 의미”라고 비판했다. 전남의 B사립대 관계자도 “결국 서울 주요 대학들이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면 고통 분담은 지방대 죽이기 명분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현행 평가 방식을 대폭 개선하는 등 균형 발전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의 C사립대 관계자도 “지방도 권역별로 학생 수나 교육 여건이 크게 다르다”면서 “지금보다 각각의 지방 특성에 맞는 좀더 세분된 평가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한겨울 속 한여름. 이곳이 그랬다. ‘그들’은 목이 탔다. 쉴 새 없이 물을 마시며 식은땀을 닦았다. 물 마시는 횟수는 한숨을 내쉬는 횟수와 얼추 비례했다. 몇몇은 외투를 걸어둔 채 반팔 티셔츠만 입었다. 구석구석 대형 선풍기가 힘차게 바람을 날리며 ‘말’로 달궈진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주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2분가량 이어진 통화를 마친 뒤였다. “(열 받다 보니) 나도 모르게 외투를 또 던져 버렸네요. 출근할 땐 꽉 껴입었는데….” 》 ○ 끊기 전에 “끊겠다” 한마디만 해줘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 행동에서 몇몇 공통점이 보였다. 일단 손과 얼굴이 따로 제각각이었다. 굉장히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 그에 비해 표정은 시간이 정지된 듯 차분하고 건조했다. 통화가 길어질 때면 입술을 지그시 깨물거나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히는 이들도 많았다. 상대와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이는 없었지만 많이 웃었다. 그런데 정말 즐거워서 웃는다는 이는 거의 없다. 단지 웃는 표정이 아니면 유쾌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유쾌한 목소리가 아니면 고객의 말이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게 싫어 웃는다는 얘기다.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KT빌딩 8층. 그곳에 자리 잡은 KTIS 114센터의 풍경이다. 이곳에선 230여 명의 상담원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하는 일은 주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때때로 주소 안내나 텔레마케팅 등도 한다. ‘얼굴 없는 상대’를 매일 만나는 이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보통 감정노동자는 속내를 감춘 채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손님을 대하는 시간이 업무 시간의 절반이 넘는 사람을 말한다. 객실 승무원, 홍보도우미 등 감정노동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얼굴 없는 상대와 마주하면 그 스트레스는 또 수직 상승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나쁜 말의 경우 서로 보지 않고 말하다 보면 더 거칠고 직설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정희 한양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과)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화로 말할 때 어휘 자체가 달라지고 신분 비하적인 발언을 많이 해 전화 상담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TIS 114센터 상담원들은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10%가량은 반말이나 욕설 등이라고 전했다. 한 명당 하루 평균 1000통을 받으니 나쁜 말로 인한 상처만 하루에 100개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한지영 팀장은 “다른 건 이제 다 참겠는데 가족 욕보이는 말만큼은 아직도 너무 아프다”고 했다. 스스로 전화번호를 잘못 알아듣고서 “네 엄마도 너 낳고 미역국 먹었냐” “애들이 학교는 잘 다니느냐”는 등으로 쏘아붙이는 고객에겐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나마 114센터처럼 고객의 전화를 받는 입장은 좀 낫다. 통신사나 카드회사의 콜센터 상담원들처럼 주로 고객에게 거는 이들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카드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김모 씨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내 설명 도중 끊어버린다. 다른 건 안 바란다. 전화 끊기 전에 ‘끊겠다’ 이 한마디만 해줘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반갑습니다”로 인사말 바꿔 콜센터 상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성희롱 발언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이 2012년 콜센터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상담원들은 월 1회 이상 심한 성희롱을 당했고, 이로 인한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답했다. 114센터의 경우 2006년까지 안내 인사가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다. 그러자 일부 고객들이 “네가 내 얼굴을 보면 사랑하고 싶지 않을 텐데”라는 식으로 받아쳤다. 그래서 2012년부터 “힘내세요, 고객님”으로 바꿨다. 이번엔 이 말을 성적으로 왜곡해 주로 야간 시간에 신음 소리로 대꾸하는 성희롱 고객이 늘었다. 결국 최근엔 야간에만 “반갑습니다, 고객님”으로 인사말을 또 바꿔야 했다. 콜센터 상담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뭘까. 취재진이 A 홈쇼핑 콜센터 상담원 8명을 대상으로 물어봤더니 “죄송합니다”가 가장 많았다. 보통 5분가량 통화를 하면 10회 이상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는 설명. 상담원 유모 씨는 “고객의 짜증을 미리 차단하려고 무조건 죄송하다고 한다. 그렇게 영혼 없이 죄송하단 말을 남발하다 보면 나 자신이 참 보잘것없고 처량하단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상담원을 무시하는 불량고객들을 응대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고객이 “그러니까 콜이나 받지” “초등학교는 나왔니” “그렇게 못 알아들으니 그렇게 사는 거야” 등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속으론 울컥하지만 마땅히 따질 말이 없어 그냥 죄송하다는 말로 빠져나온단 얘기다. 정은경 KTIS 114센터 상담원은 고객의 막말로 상처를 받으면 일단 책상 위에 놓아 둔 가족 사진부터 본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독인다. 강아지나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면서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 치유하는 이들도 많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유원모 인턴기자 한양대 교육학과 4학년모진수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팀장=하종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동아일보 편집국 이광표 부장(정책사회부) 홍석민(산업부) 하임숙(경제부) 정위용(국제부) 서정보(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황준하 차장(편집부) 최창봉(정치부) 이진석(산업부) 곽도영(사회부) 신진우(정책사회부) 우정렬(문화부) 권기령 기자(뉴스디자인팀) 김아연 매니저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김화성 계수미 박경모 윤양섭 김창혁 김상철 전문기자채널A 김민지 황순욱(사회부) 황형준(정치부) 안건우 기자(국제부)}

최근 감정노동자들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와 사업장 등에서도 나름의 대책은 내놓고 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선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이 발의됐다. 감정노동자의 권익 문제가 한창 불거지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 법안’이다. 법안은 사업주가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장애를 예방하는 한편, 의무적으로 치료까지 하게끔 명시했다. 심리상담 서비스 도입 의무화, 고객에 의한 성희롱 시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NS홈쇼핑은 지난해 11월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따라 상담원에게 성희롱, 모욕, 폭언 등을 일삼는 악성 고객들을 추려 ARS 안내 멘트로 ‘통화 불가’를 통보한다. 정도가 심하면 법적 조치까지 들어간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이미 1400여 명의 악성고객 명단을 뽑았다”며 “상담사 인권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홈쇼핑 업체인 GS샵도 소비자 민원팀을 따로 만들었다. 이른바 ‘못난 고객’들을 별도 관리하고 정도가 심한 악성 고객은 거래를 중단시키고 내용증명까지 발송하기 위해서다. 통신회사 KT의 자회사로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KTCS는 악성 민원 관련 매뉴얼을 만들었다. 상담사가 구두 경고를 3번 이상 반복하면 전담팀으로 이관하고, 여기에서도 고객의 폭언이 지속되면 법무팀으로 넘기는 시스템이다. 역시 KT 자회사로 콜센터 업무를 하는 KTIS는 아예 상담팀을 2개로 나눴다. 일반 전화 상담은 1차 상담사들이 맡지만, 폭언을 하거나 장시간 상담이 예상되는 고객은 2차 상담사들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어 빛도 보지 못하는 상황.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홈쇼핑 업체 등 사업장에선 성희롱 등 심각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고객들에게 법적 조치를 한다지만 실제 그런 수준까지 간 사례가 드물다. 일각에서 직원 인권보다 고객 눈치부터 따지는 문화부터 일단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팀장=하종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동아일보 편집국 이광표 부장(정책사회부) 홍석민(산업부) 하임숙(경제부) 정위용(국제부) 서정보(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황준하 차장(편집부) 최창봉(정치부) 이진석(산업부) 곽도영(사회부) 신진우(정책사회부) 우정렬(문화부) 권기령 기자(뉴스디자인팀) 김아연 매니저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김화성 계수미 박경모 윤양섭 김창혁 김상철 전문기자채널A 김민지 황순욱(사회부) 황형준(정치부) 안건우 기자(국제부)}
“전 세계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7년 당시 대한항공 등 아시아 17개 항공사들이 공동 발행하던 항공 전문지인 ‘오리엔트 에이비에이션’이 다룬 기사 내용이다. 기사는 폭언을 포함한 각종 기내 폭력이 급증하면서 항공사들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를테면 호주 콴타스항공의 경우 한 승객이 금연을 요구하는 승무원에게 살해 협박에 가까운 막말을 해 문제가 됐다. 이에 항공사가 호주 정부와 연합해 미국 연방 항공법 수준의 엄격한 법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검토했다는 식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기내 막말이 계속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최근만 해도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랠프 로런 씨의 조카인 제니 로런 씨가 뉴욕으로 가는 델타항공 소속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막말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쫓겨나는 일이 있었다. 기내 막말에 대한 대응이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곳은 미국이다. 기내 막말은 그 어떤 장소와 상황에서보다 심각하게 인식된다. 승무원에게 ‘F’로 시작되는 쌍욕만 해도 강제 추방당할 가능성이 크다. 판단도 승무원의 몫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기내 막말에 대한 대응책이 만만치 않은 수준. 특히 승무원에게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에 민감하다. 꽤 큰 액수의 벌금은 물론이고 별도 사법조치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항공사는 당사자인 승무원 개개인에게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다. 국내 항공사는 어떨까. 기내 막말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어느 정도 갖췄다. 하지만 매뉴얼만 있을 뿐 그에 따른 적극적인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밥상만 차렸을 뿐 수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일단 막말에 대한 승무원의 단호한 대응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팀장=하종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동아일보 편집국 이광표 부장(정책사회부) 홍석민(산업부) 하임숙(경제부) 정위용(국제부) 서정보(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황준하 차장(편집부) 최창봉(정치부) 이진석(산업부) 곽도영(사회부) 신진우(정책사회부) 우정렬(문화부) 권기령 기자(뉴스디자인팀) 김아연 매니저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김화성 계수미 박경모 윤양섭 김창혁 김상철 전문기자채널A 김민지 황순욱(사회부) 황형준(정치부) 안건우 기자(국제부)}

지난해 4월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라면을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게 된 것은. 그런데 사람들이 분개한 것은 따로 있었다. “라면 맛이 없다”며 폭언을 던진 대기업 임원의 ‘갑(甲)질’. 그리고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숱한 폭언을 속으로 삼켜야 했던 항공기 승무원들의 근무 실태였다. 사건 이후에도 하늘 위의 폭언은 계속되고 있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라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캐빈리포트(탑승객의 이상 언동을 기록한 승무원 사고일지)를 입수해 최근 사례를 살펴봤다. 남성 승무원 A 씨는 “곧 착륙하니 안전벨트를 매고 의자를 바로 세워 달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한다. 그는 “무슨 남자가 ‘스튜어디스’냐”, “너 내가 확 잘라 버릴 거야” 같은 말을 툭하면 듣곤 했다. “오늘밤 뭐해? 이 회사 임원이 내 친구야. VIP한테 전화번호 정도는 알려줘야지?” 국제선 여성 승무원 B 씨는 신분을 과시하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거나 근무시간 후 만남을 요구하는 남성 탑승객을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만난다. 웃음으로 에둘러 무마하고 돌아서지만 마음은 무겁다. 혹시라도 서비스 불만 신고를 하지는 않을까,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지는 않을까….○ “내가 누군지 알고…” 지위 과시 두드러져 한 번에 수백 명의 승객을 상대하는 항공기 승무원들은 ‘나쁜 말’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승무원 등 항공업 종사자 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1%(337명)가 승객에게서 폭언이나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49%는 ‘하루 이틀에 한 번씩 폭언을 듣는다’고 답했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승객들의 폭언은 주로 △‘내가 누군지 알아’ 등 자신의 신분 과시 및 과장 △‘밥이나 주는 것들’이라 칭하는 등 무시하는 말투 △‘잘라버리겠다’는 협박 △‘개××’, ‘씨×’ 같은 욕설이었다. 탑승객이 승무원들에게 폭언을 던지는 심리는 뭘까. 최혜경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일부 소비자들은 아직도 서비스를 ‘나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난히 과시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서 이런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기내 폭언은 승무원의 접객 서비스를 중시하는 항공사들의 운영 방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이 세계 항공시장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고 말했다.○ ‘승객은 왕’ 폭언 들어도 쉬쉬 넘어가 “나쁜 말을 들으면 당장 항의하고 원칙대로 대응하고 싶죠. 물론 대응 규정이야 있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또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도 되고….” 지난해 4월 개정된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공항 운영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사건은 총 101건이 신고됐다. 폭언은 87건, 폭행은 14건이었다. 그러나 실제 처벌된 사건은 폭행 1건뿐으로 벌금형에 그쳤다. 나머지 100건은 훈방 조치로 넘어갔다.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 사례는 훨씬 많다. 항공업 종사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피해자의 73%가 ‘폭언을 들어도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대답했다. 피해자들은 대처 방안으로 ‘가해자들의 형사처벌을 원한다’(42%)거나 ‘항공사의 굴종적인 고객 대응 지시를 개선해야 한다’(33%) 등을 지목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 관계자는 “승객 불만이 접수되면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들의 경영 방침 때문”이라며 “승무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내 안전인 만큼 승객이 이를 저해하면 강경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내 폭언으로 인한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는 업무 만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감정노동자인 항공기 승무원이 비행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잇단 폭언에 노출되면 우울증은 물론이고 뇌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팀장=하종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동아일보 편집국 이광표 부장(정책사회부) 홍석민(산업부) 하임숙(경제부) 정위용(국제부) 서정보(사회부) 김희균(정책사회부) 황준하 차장(편집부) 최창봉(정치부) 이진석(산업부) 곽도영(사회부) 신진우(정책사회부) 우정렬(문화부) 권기령 기자(뉴스디자인팀) 김아연 매니저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조성하 김화성 계수미 박경모 윤양섭 김창혁 김상철 전문기자채널A 김민지 황순욱(사회부) 황형준(정치부) 안건우 기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