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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40대 주부 최모 씨는 매일 아이와 힘겨루기 하느라 진이 빠진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부터 켠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키즈 유튜브 채널을 보기 위해서다. 최 씨는 “이러다 아이가 유튜브 채널에 중독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는 최근 구글이 유튜브 키즈 채널에 시정조치를 내린 것을 환영했다. 키즈 채널의 개인 맞춤 광고 게재를 중단하고 댓글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이 조치의 핵심 내용. 이에 따라 키즈 채널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부모들 환영, 키즈 유튜버는 난감 아이를 둔 부모들은 구글의 정책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진작 이런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사생활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이 보기 안 좋았다”는 내용의 댓글을 유튜브 채널에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린아이에게도 인권이 있다. 어린이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키즈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슬라임을 어른이 혼자 가지고 놀거나 게임을 하는 영상도 키즈 채널로 분류되는지 궁금하다. 아이들과 놀러 갈 만한 곳을 소개하는 채널도 키즈 채널인가”라고 물었다. 키즈 유튜버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초 구글로부터 이메일로 이 정책을 통보받은 키즈 유튜버 A 씨는 “현재까지는 큰 원칙만 공지됐을 뿐이며 세세한 기준은 전달받지 못했다.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유튜브 활동을 접을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키즈 유튜버 B 씨는 “성인들이 출연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채널도 키즈 채널에 해당하는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이게 허용된다면 아이들을 출연시키지 않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유튜브 차원의 제재는 환영하지만 국내에서도 자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 데 비해 법의 적용은 지체되고 있다.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업로드 주기를 정한다거나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잇단 아동학대 논란 키즈 유튜브 채널은 그동안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국내 최고 키즈 유튜브 채널인 ‘보람튜브’는 구독자가 3400만 명에 이르며 매달 최대 20억 원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람튜브는 올 7월 서울 강남에 95억 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해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상당수의 키즈 유튜브 채널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성장세에 있던 키즈 채널이 철퇴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아동 학대 논란 때문이다. 유튜브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을 위반한 혐의로 1억7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보람튜브만 해도 부모가 아이에게 도로 한복판에서 장난감차를 타게 하거나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하도록 했다가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했다. 법원은 부모에게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처분을 내렸다. 또 다른 키즈 유튜브 채널에서는 6세 쌍둥이에게 10kg짜리 대왕 문어를 자르지도 않은 채 먹도록 했다. 누리꾼들이 아동학대라며 항의성 댓글을 올리자 채널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 다른 채널에서는 아빠가 강도로 분장해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아이를 협박하는 연기를 했고, 아이는 지시에 따라 울며 춤을 추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7명의 아이를 입양한 뒤 과자를 훔치거나 초능력을 부리는 장면 등을 연출해 유튜브에 내보낸 엄마가 올 3월에 체포됐다. 경찰 수사결과 아이들은 물과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했으며 옷장에 갇혀 살았다.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제대로 연기하지 못하면 벌을 받았다고 한다. ○ 아이들을 위하는 미디어가 돼야 수익을 목적으로 한 키즈 채널이 줄어들더라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한 채널은 늘어날 수 있다. 교육부가 조사한 ‘2018년 초·중등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다. 아이들에게 유튜버가 ‘꿈의 직업’인 셈이다. 따라서 무작정 금지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콘텐츠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이들을 ‘스타’로 키우겠다며 장시간 촬영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 조약과 근로기준법 제64조 1항에 따라 15세 미만은 노동할 수 없도록 한다. 비록 노동은 아니지만 친권자가 아이를 혹사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신속하게 적발할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영국왕립정신과학회는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키드인플루언서’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고통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 권준수 대한신경정신과학회 이사장(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아이가 유튜브 제작을 즐긴다 해도 직접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도록 부모가 시간 관리를 해 줘야 한다”며 “그래야 아이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줄이고 향후 나타날지 모르는 대인관계 기피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아이들의 유튜브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을 하루 1, 2시간 이내로 할 것을 권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강홍구 기자}

가을이 성큼 다가온 충북 충주시 달천(疸川) 변. 19일 오후 하천가를 자동차로 달려 나가자 흰색 공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이 보였다. 직경 약 10m의 이 시설은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의 상징인 바이오 가스 저장소다. 2016년 준공된 이 센터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내는 시설이다. 하루 평균 60여 t(최대 80t)의 충주지역 음식물쓰레기 및 폐수가 이곳에서 처리된다. 그 과정에서 정제 작업을 거치고 나면 센터 자체 사용량을 제외했을 때 약 2600Nm³(노멀 세제곱미터·m³당 기체량)의 바이오가스가 일반 가정에 전달된다. 약 168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는 설명이다. 이 센터의 위탁운영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신재생에너지업체 ‘서진에너지’다. 센터의 핵심기술인 ‘막 결합형 혐기성 소화시스템(EMS·Exchanged injection Membrane System)’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서진에너지는 2014년 시운전을 시작해 2016년부터 시설 운영을 본격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2026년까지 운영을 맡기로 했다. 서진에너지와 현대건설이 공동 개발한 EMS는 기존에는 폐수와 함께 유실됐던 미생물들을 멤브레인(막)을 통해 걸러내 처리조에 남은 고형물과 반응하게 해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최대 20% 끌어올릴 수 있고 반대로 폐슬러지 발생량은 최대 60%, 악취 발생량은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음식물쓰레기 반입장을 제외하고는 센터에서 별다른 악취를 맡아볼 수 없었다. 반입장에도 4중 차단막을 설치해 악취 최소화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4년 사업을 시작한 서진에너지가 이 같은 성과를 이루게 된 데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도 한몫을 했다. 2014년 당시 중기부의 전신인 중소기업청이 ‘창업 7년 이하, 상시 종업원 수 50인 이하 또는 매출액 50억 원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건강진단연계 창업과제에 서진에너지의 ‘EMS를 통한 고효율 혐기성 소화기술’이 선정된 것. 이를 통해 1억1300만 원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사업 초기 물꼬를 틔운 서진에너지는 이후 연이어 환경부 등의 지원사업을 따내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 약 4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약 62억 원으로 도약했다. 2016년 센터 위탁관리를 시작한 이듬해인 2017년에는 역대 최대인 79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부터 현지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문을 두드려온 서진에너지는 같은 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해외지사를 설립하며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음료 공장 등에서 나오는 폐수를 바이오가스로 만드는 사업에 주로 집중할 계획이다. 박성균 서진에너지 부사장은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지만 선진 시장이야말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충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저마다 바쁜 일과를 마친 퇴근 후. 3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방배동 ‘라라스튜디오’ 문 밖으로 노랫소리가 새나왔다. 오후 7시 30분 약속 시간을 앞두고 직장인들이 빗길을 뚫고 하나둘 30평 남짓한 공간에 모여들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이내 표정이 진지해졌다. 테이블 뒤 의자에 나란히 앉은 이들은 익살맞은 얼굴로 양손을 흔들며 뮤지컬 ‘렌트’의 수록곡 ‘라비 보 엠’을 함께 불렀다. 일반인 뮤지컬 동호회 ‘라라뮤지컬’의 연습 현장이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록 뮤지컬이다. 이들은 다음 달 12, 13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홀에서 직접 이 뮤지컬을 무대 위에 올린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시대. ‘프로’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뮤지컬 공연에 도전하는 일반인이 있다. 20, 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타인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동시에 뮤지컬의 즐거움을 직접 경험해 보려는 이들이다. 단순 연습 체험을 넘어 직접 무대 위에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반인 뮤지컬 공연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동호회, 아카데미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 내가 뮤지컬 공연을?“저도 뮤지컬 무대 위에 설 수 있나요?” 일반인 뮤지컬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대부분 하는 질문이다. 시원한 가창력, 화려한 안무, 진지한 표정 연기까지 세 박자를 고루 갖춰야 하는 뮤지컬 공연의 꿈은 보통 사람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경험자들은 “일단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일반인 뮤지컬의 경우 통상 3, 4개월의 연습 기간을 거쳐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린다. 길게는 6개월까지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동기 부여가 어렵다. 라라뮤지컬 리더인 정상훈 총감독(52)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연습을 진행한다. 현직 연출, 보컬코치 등 전문가들이 주마다 번갈아가며 노래, 안무, 연기 연습을 이끌어 준다”고 설명했다. 노래, 안무에 재능이 있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라라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직장인 남정훈 씨(29)는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하니 더욱 어렵다. 노래도 기교보다는 전달력에 집중하게끔 레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예술체험공간 ‘유랑’은 아예 16주 코스로 뮤지컬 공연 커리큘럼을 짜 놨다. 1주 차 오리엔테이션, 2주 차 배역 오디션부터 15, 16주 차 최종 리허설까지 매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연습을 진행한다. 유랑 탁원태 대표(31)는 “일반인 배우들이 무대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테크니컬 리허설 외에도 최종 리허설만 두 차례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아카데미 ‘점퍼즈’는 공연반 외에도 원데이 클래스, 뮤지컬 기초반, 보컬 심화반, 뮤지컬 댄스반 등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현직 전문가들이 수업을 이끈다. 연출도 프로가 한다.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탁 대표의 설명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주로 모이다 보니 추가 연습 스케줄을 잡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기 연습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개인 연습에 할애하기도 한다. 출퇴근길이 곧 대본을 외우고 노래를 익히는 연습시간이다. 공연을 앞두고는 밤을 새워 연습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20여 명이 한 팀이 돼 공연을 준비한다. 대학로 극장 등이 이들의 공연 무대. 기존 작품을 각색하기도 한다. 아예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곳도 있다. 공연을 앞두고는 포스터, 리플릿 등에 쓰일 전문 촬영도 한다. 무대 의상에 분장을 한 채 찍는 나만의 프로필 사진은 덤으로 얻는 재미다. 공연 참가자들은 대부분 매달 10만∼20만 원의 회비를 낸다. 회비는 주로 레슨비나 운영 경비 등으로 쓰인다. 공연은 대개 무료가 많고 티켓 값을 받더라도 1만 원 이내다. 공연 수익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곳도 있다.○ 무대 위 희열을 일상 속 자신감으로 많고 많은 취미 활동 중에 왜 뮤지컬을 택했을까. 이들이 꼽는 이유는 특별함이다. 남 씨는 “다른 동호회 활동도 많이 해봤지만 디데이를 세어 가며 공연을 준비하는 특별함이 있다. 사교 중심의 다른 모임과 달리 목표 지향적인 면이 좋다”고 했다. 7월 라라뮤지컬에 합류한 남 씨는 이번 공연 주연인 로저 역을 맡았다. 석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대부분의 모임이 20, 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대학생이나 40대 이상 참가자도 더러 있다. 유랑의 탁 대표는 “일상에서 표현의 부족함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직장생활을 하며 늘 눌러와야만 했던 감정 표현을 이곳에서나마 자유롭게 터뜨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설계사로 일하는 라라뮤지컬의 구소정 씨(20)는 “평일 늦게까지 일하는 때도 많지만 일주일에 하루 연습 날만큼은 가급적 빨리 마무리한다. 뮤지컬을 하면서 일상에서 숨을 돌릴 공간을 찾았다”고 말했다. 남 씨는 “뮤지컬 캐릭터처럼 회사생활에서도 좀 더 의사 표현을 잘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평소 뮤지컬, 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10년 넘게 아카펠라 동호회에서 활동해온 고등학교 교사 금도성 씨(35)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 찾아왔다. 아카펠라에서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면 뮤지컬에서는 내가 무대 전체를 끌고 나가는 때도 많다. 이전까지 내가 팀의 일부로 공연을 했다면 지금은 ‘내 공연’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버스킹 공연을 하는 구 씨는 “노래에 감정을 담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품었던 뮤지컬 배우의 꿈을 경험해 보려고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뮤지컬 아카데미 점퍼즈의 강승우 대표(33)는 “나를 되찾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점퍼즈 회원 중 5명이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겐 일단 도전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금도성 씨는 “노래를 못해도, 춤을 못 춰도 저마다 맞는 다양한 캐릭터가 뮤지컬에 있다. 앞에서 끌어주는 선생님과 같이 참여하는 동료가 있는 이상 당신도 할 수 있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Do It Yourself(네 스스로 하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일상이 되면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DIY’ 문화 또한 탄력을 받고 있다. 눈앞에서 직접 설명을 하듯 생생한 영상에 시청자와의 소통도 수시로 이뤄지면서 유튜브를 보며 팔을 걷고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간단한 목공, 인테리어 작업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도 많아지고 있다.○ 제품 제작은 물론 수리까지 직접 10년 가까이 인테리어 사업을 해온 전찬수 씨(38)는 2년 전 유튜브 채널 ‘폴라베어’를 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전 씨는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지인에게 늘 비슷한 질문을 받아왔다. 매번 같은 답을 할 바에야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 개설 초기, 전 씨는 인테리어에서 사용되는 치수 이해하는 법 등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장비 또한 최소한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구독자가 늘면서 오히려 전문 장비를 활용한 고급 정보에 대한 요청이 늘었다. 현재 15만여 명이 구독하는 채널 폴라베어는 침대 프레임 만들기, 선반 만들기 등 각종 DIY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1분짜리 침대 프레임 만들기 영상에는 가로 1100mm, 세로 2100mm 크기의 프레임을 직접 재단하고 조립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작만큼이나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리 작업에 대한 콘텐츠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싱크대 문 높이가 맞지 않을 때 수리하는 영상이 폴라베어에서 가장 많은 약 102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보고 따라할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전 씨는 “처음에는 말로 주로 설명했다면 최근에는 3차원(3D) 그래픽도 활용한다. 시청자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에서는 일부러 실수하는 영상을 넣기도 한다. 재미도 살리고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DIY 채널 ‘만고사’를 운영하는 이효성 씨(39)도 비슷한 사례다. 평소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관련 책을 내려 했던 이 씨는 전달 효과를 고려해 책 대신 동영상 콘텐츠에 도전했다. 낡은 현관문 페인트칠하기 등 페인트 작업 관련 영상이 만고사의 주요 콘텐츠다. 채널 특성상 아무래도 남성 구독자가 많은 편. 이 씨는 “전체 구독자의 80%가 남성. 그중에서도 30∼50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DIY 콘텐츠의 경우 특정 채널에 대한 선호보다는 검색어를 통해 시청자가 유입되는 만큼 조회 수에 비해 구독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캠핑카부터 PC까지… DIY 전성시대 DIY 콘텐츠는 목공이나 인테리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평소 쉽게 엄두 내지 못했던 DIY의 벽을 유튜브를 통해 허물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캠핑카를 만드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채널 ‘Vanlife Korea 수향’의 대학생 남매가 12인승 승합차를 미니 캠핑카로 개조하는 영상은 10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10분 길이의 이 영상에는 차량 부품을 떼어 내는 것부터 침상, 환풍기, 싱크대 설치까지 7개월간의 모든 과정이 타임 랩스 방식으로 담겼다. 이 밖에도 150만 원으로 캠핑카 만들기, 여자 혼자 캠핑카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관심을 얻고 있다. 구글코리아 유튜브 파트너십팀 지상은 매니저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자신이 가진 특기나 노하우를 나누려는 크리에이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 조립 콘텐츠도 많다. 88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채널 ‘심프 팀’의 영상을 보고 직접 PC를 조립했다는 정윤원 씨(33)는 “글이나 이미지로 된 설명서만으로는 부품들을 구별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분짜리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며 5∼6시간 만에 스스로 PC를 조립했다. 같은 수준의 시중 제품에 비해 약 30만 원의 비용을 아꼈다. 채널 ‘심프 팀’을 운영하는 심프(활동명)는 “유럽 등에 비해 아직 국내 DIY 문화가 확산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목공 외에도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DIY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그러한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뜨개질이나 재봉틀로 손수 옷을 만들거나 직접 공기청정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만드는 다양한 DIY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Do It Yourself(네 스스로 하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일상이 되면서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는 ‘DIY’ 문화 또한 탄력을 받고 있다. 눈앞에서 직접 설명을 하듯 생생한 영상에 시청자와의 소통도 수시로 이뤄지면서 유튜브를 보며 팔을 걷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간단한 목공, 인테리어 작업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아지고 있다. ●제품 제작은 물론 수리까지 직접 10년 가까이 인테리어 사업을 해온 전찬수 씨(38)는 2년 전 유튜브 채널 ‘폴라베어’를 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전 씨는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지인에게 늘 비슷한 질문을 받아왔다. 매번 같은 답을 할 바에야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 개설 초기, 전 씨는 인테리어에서 사용되는 치수 이해하는 법 등 일반이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장비 또한 최소한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구독자가 늘면서 오히려 전문 장비를 활용한 고급 정보에 대한 요청이 늘었다. 현재 15만여 명이 구독하는 채널 폴라베어는 침대 프레임 만들기, 선반 만들기 등 각종 DIY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1분짜리 침대 프레임 만들기 영상에는 가로 1100㎜, 세로 2100㎜ 크기의 프레임을 직접 재단하고 조립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작만큼이나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리 작업에 대한 콘텐츠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싱크대 문 높이가 맞지 않을 때 수리하는 영상이 폴라베어에서 가장 많은 약 10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보고 따라할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전 씨는 “처음에는 말로 주로 설명했다면 최근에는 3차원(3D) 그래픽도 활용한다. 시청자들이 자주 실수 하는 부분에서는 일부러 실수하는 영상을 넣기도 한다. 재미도 살리고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DIY 채널 ‘만고사’를 운영하는 이효성 씨(39)도 비슷한 사례다. 평소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관련 책을 내려했던 이 씨는 전달 효과를 고려해 책 대신 동영상 콘텐츠에 도전했다. 낡은 현관문 페인트칠하기 등 페인트 작업 관련 영상이 만고사의 주요 콘텐츠다. 채널 특성 상 아무래도 남성 구독자가 많은 편. 이 씨는 “전체 구독자의 80%가 남성. 그 중에서도 30~50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DIY 콘텐츠의 경우 특정 채널에 대한 선호보다는 검색어를 통해 시청자가 유입되는 만큼 조회 수에 비해 구독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캠핑카부터 PC까지… DIY 전성시대 DIY 콘텐츠는 목공이나 인테리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평소 쉽게 엄두 내지 못했던 DIY의 벽을 유튜브를 통해 허물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캠핑카를 만드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채널 ‘Vanlife Korea 수향’의 대학생 남매가 12인승 승합차를 미니 캠핑카로 개조하는 영상은 10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10분 길이의 이 영상에는 차량 부품을 떼어 내는 것부터 침상, 환풍기, 싱크대 설치까지 7개월간의 모든 과정이 타임 랩스 방식으로 담겼다. 이밖에도 150만 원으로 캠핑카 만들기, 여자 혼자 캠핑카 만들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관심을 얻고 있다. 구글코리아 유튜브 파트너십팀 지상은 매니저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자신이 가진 특기나 노하우를 나누려는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 조립 콘텐츠도 많다. 88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채널 ‘심프 팀’의 영상을 보고 직접 PC를 조립했다는 정윤원 씨는(33)는 “글이나 이미지로 된 설명서만으로는 부품들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분짜리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며 5,6시간 만에 스스로 PC조립을 했다. 같은 사양의 시중제품 대비 약 30만 원의 비용을 아꼈다. 채널 ‘심프 팀’을 운영하는 심프(활동명)는 “유럽 등에 비해 아직 국내 DIY 문화가 확산되지 않은 것이 사실. 목공 외에도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DIY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문화를 확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뜨개질이나 재봉틀로 손수 옷을 만들거나 직접 공기청정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만드는 다양한 DIY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야쿠르트가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맞아 홍삼 제품 특별할인을 실시한다. 이달 출시된 프리미엄 발효홍삼 ‘발휘 3종’ 제품을 비롯해 각종 홍삼 제품에 10∼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출시한 발휘 3종 제품은 발휘 발효홍삼K, 발효홍삼 천진녹보, 발효홍삼 진삼환이다. 100% 유산군 발효홍삼 농축액을 적용해 일반 홍삼 제품 대비 흡수가 빠르고 유지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휘 3종의 주 원료인 HY 발효홍삼 농축액은 100% 유산균으로 발효한 홍삼 유효성분의 흡수와 유지 우수성을 국내 최초 인체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발효홍삼K는 HY 발효홍삼 농축액에 대포농축액 등 12종의 한방원료를 최상의 조건으로 배합해 빠른 흡수와 유지력을 자랑한다. 50mL 액상 제품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발효홍삼 천진녹보는 발효홍삼과 녹용을 넣은 프리미엄 환 제품이다. 기존 발효홍삼 황실기력단 대비 녹용 함량은 3배 늘리고 환도 한 차례 더 홍삼으로 코팅해 효과를 높였다. 발효홍삼 진삼환은 한 알에 발효홍삼을 그대로 담아 홍삼의 에너지를 채우게끔 했다. 부드러운 맛을 위해 아카시아 꿀을 넣어 온 가족이 함께 먹기에 좋다는 설명이다. 발휘 3종 제품은 다음 달 말까지 20%씩 할인한다. 한진생 홍삼정, 한진생 홍삼순액 100, 한진생 홍삼양갱 등 인기 제품에도 10%씩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발효홍삼K 키즈5+도 15% 할인한다. 이 밖에 대량 주문 고객 할인 이벤트, 각종 경품 추첨 이벤트 등도 실시한다. 근처에 있는 프레시 매니저에게 헬스푸드 10% 할인쿠폰(최대 1만 원)도 받을 수 있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상무는 “추석을 맞아 한국야쿠르트의 홍삼 제품을 사랑해준 고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중앙연구소의 유산균 발효기술력으로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발효홍삼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할인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 매니저 또는 온라인몰 하이프레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를 하는 여자 선수들이 얼마나 많던지. 글러브를 낀 남자애들이 특이해 보일 정도였다니까요. 하하.” 201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홈런을 치면서 한국 리틀야구 여자선수 최연소 홈런의 주인공이 된 박민서 양(15·행당중 3). 야구팬들에게 ‘야구 천재소녀’로 불리는 박 양이 최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달 초 마무리된 미국 최대 여자 야구대회 ‘내셔널 걸스 베이스볼 토너먼트’에 아시아 선수 최초로 초청받아 출전한 것. 미국 일리노이주 록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는 매년 350명 이상의 여자 선수가 참가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박 양을 만났다. ○ “남들 때문에 꿈을 놓지 마” 박 양의 출전은 2년 전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미국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던 저스틴 시걸(44)이 초대장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시걸은 메이저리그(MLB) 사상 첫 여성 코치를 지낸 여자 야구계의 ‘전설’이다. 2015년 오클랜드 산하 교육리그 코치를 맡았다. 시걸은 이 대회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베이스볼 포 올’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늘 남학생들 사이에서 야구를 해야만 했던 박 양에게 이번 대회 출전은 색다른 경험이 됐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야구를 했다는 것도 특별했다. 박 양은 “사실 남자애들과의 경기보다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여자 선수들의 열정과 실력이 만만치 않아서 놀랐다.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도 지적하고 질책하기보다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 격려해 주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걸 또한 박 양에게 “남들 때문에 꿈을 놓지 마라. 끝까지 도전하라”는 응원을 전했다. 이번 대회 15세 이하(U15) 부문 뉴욕 원더스 팀 소속으로 출전한 박 양은 1루수, 유격수를 주로 맡으며 팀의 5전 전승 우승에 일조했다. 13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 3개 포함 9번 출루했다. 평소 소속 팀에서 투수와 1루수를 맡는 박 양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 유격수 포지션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박 양은 “(그동안 하지 않던) 중계플레이 등을 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더블 플레이도 성공해 기뻤다”고 말했다. MLB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을 방문했던 것도 박 양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오클랜드 구장에서는 빌리 빈 오클랜드 부사장의 친필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빈 부사장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 “야구에서 거둔 놀라운 성취를 축하한다. 행운을 빈다”는 내용이었다. 박 양은 “한국에서는 이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박 양은 2년 뒤에도 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한국 첫 여자 프로선수 꿈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6년 성동구 리틀야구단 선수반에 들어가면서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박 양의 꿈은 국내 첫 여자 프로선수. 올해로 리틀야구 마지막 시즌을 맞는 박 양은 고교에 입학하면 여자 사회인 팀에서 실력을 키우다가 미국, 일본 유학 등을 거쳐 현재 전 세계 유일하게 여자 프로리그가 있는 일본에서 데뷔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 양은 시속 10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리틀 무대에서만 홈런 6개를 쳤을 만큼 투타 양면의 소질을 모두 갖췄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격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아무래도 타자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이라고. 이 때문에 롤 모델도 일본의 ‘이도류’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서 최근 거포 유격수 김하성(키움)으로 바꿨다. 이 밖에도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등을 좋아한다. 날마다 야구일지를 쓴다는 박 양은 선수 은퇴 후에도 야구해설가 또는 야구기자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줄줄 읊었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일본 프로무대에 데뷔하는 게 중요하다. 홈런도 가장 많이 치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과제도 빼먹지 않았다. 인터뷰 막바지, 박 양에게 야구의 매력에 대해 묻자 “야구는 포기를 모르는 스포츠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도 끝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큰 매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날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자신의 도전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는 이야기로 들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태극마크를 단 청소년 야구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달 30일 부산 기장에서 18세 이하(U18)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앞서 19일에는 중국 선전(심천)에서 15세 이하(U15) 아시아유소년선수권대회가 각각 막을 올린다. 정상에 도전하는 두 팀의 사령탑인 이성열 U18 대표팀 감독(64·유신고), 윤영보 U15 대표팀 감독(37·수원북중)의 공통점도 있다. 소속 학교를 이끌며 최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같은 ‘수원’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망주들의 일명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괄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달 초 두 감독을 각 소속 학교에서 만났다. ●좋은 선수의 시작은 밥상머리부터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이어 청룡기까지 연속 우승을 이끌며 화제의 중심에 선 유신고의 이 감독은 특히 인성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1984년 덕수상고(현 덕수고)에서 코치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고교 지도자 생활을 해온 그는 흔히 자신의 교육철학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말한다. 학생 선수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선수들끼리 폭력을 쓰지 말고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는 이 감독은 “학부모들과도 괜한 대화할 일이 없다. 대신 ‘학교는 당신의 아이를 잘 못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를 믿어라’고 이야기한다. (인성 교육이) 학교의 전통이 되면서 형제를 연달아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야구 SK의 최정, 최항 형제가 유신고 출신이기도 하다. 밥상머리 교육의 철학은 윤 감독도 마찬가지다. SK 투수 출신 윤 감독이 2010년 사령탑을 맡은 이후 수원북중은 2016년 전국중학선수권대회에서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17, 2018년 대통령기 2연패를 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우할 청소년기라는 점에서 중학야구가 때론 고교야구, 프로야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수원북중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며, 식사 역시 편식 없이 주어진 양을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윤 감독은 “한 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느슨해지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선수에게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우승. 국제대회 앞둔 두 감독의 출사표. 소속팀 지도에 여념이 없던 두 지도자는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더그아웃 위에 선다. 특히 지난 2017년 당시 결승에서 미국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을 했던 U18 대표팀은 안방 대회에서 최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다 보니) 아무래도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상위라운드 대결이 유력한 일본과의 승부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 감독은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일본에 많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해서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첫 경기를 펼치는 한국은 호주, 캐나다 등과의 조별 예선에서 투수 운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다. 주요 선수로는 유신고의 에이스 투수 소형준 등이 꼽힌다. U15 대표팀 또한 목표로 우승을 내걸었다. 내년 열리는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아시아대회에서 2위를 해야 한다. 17일 중국 현지로 출국하는 윤 감독은 “화려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위주로 선발했다. 좋은 성적을 거둬 내년 세계대회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로에게 격려도 전했다. 이 감독은 “윤 감독은 야구에 대한 욕심도 많고 열심히 하는 감독이다. 지금의 열정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리길 바란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윤 감독은 “이 감독님을 보면 늘 ‘일관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신이 뱉은 말은 늘 책임지고 지키는 이 감독님을 따라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원=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올해 추석(9월 13일)은 5년 만에 가장 이른 ‘여름 추석’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제사상 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사과 배 등 제수용 햇과일 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른 추석에도 불구하고 과일 작황이 예년보다 좋아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10% 정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지 ‘과일관측’ 8월호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약 50만3900t으로 예상됐다. 배도 전년 대비 13.9% 늘어난 23만1300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의 경우 전년(3만3234ha)에 비해 재배 면적(3만2954ha)이 0.8% 줄었는데도 작황이 좋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오히려 6.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m²당 수확량이 1430kg에서 1529kg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품종별로 보면 전년 대비 생산량은 추석용 사과인 홍로가 8%, 조생종인 쓰가루가 2% 늘어난다. 홍로의 생산량 증가로 인해 명절 대목인 추석 성수기(추석 전 2주간) 사과 출하량은 약 5%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가격대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폭염 피해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지만 올해는 생육기에 강우와 기온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병충해 발생 정도도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배 출하량도 전년 대비 늘어난다. 5호 태풍 ‘다나스’의 피해가 크지 않았던 데다 적절한 시기의 방제 작업으로 병해충 피해도 최소화했다. 배 역시 재배 면적이 1만303ha에서 9615ha로 6.7% 줄었지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1000m²당 1972kg에서 2406kg으로 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추석이 찾아오면서 조생종(원황)을 앞당겨 출하하려는 농가가 많다. 이 때문에 추석 성수기 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4% 많은 5만3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 명절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과수농가에서는 색깔 좋고 맛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잎 따기부터 알 돌려주기, 반사필름 깔기 등과 같은 일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추석이 이르다고 과일이 익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24절기에 맞춰 과일은 잘 익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예로부터 매년 추석에는 그해에 생산된 맛있는 햇사과, 배를 들고 고향을 찾았다”며 “올해 귀성객들도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냉해나 태풍 피해가 없어 과일의 품질이 우수한 데다 생산량도 늘어나 수급이 원활하다. 판매가를 전년 대비 10% 인하해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회사를 옮긴 지 4년 만에 자신이 이끄는 지점을 회사의 전국 최우수 지점으로 성장시켰다. 학습지 업계 최초로 억대 연봉을 받는 지점장이 됐다. 방문학습지 ‘하늘교육 에듀올’ 안산지점 전성경 지점장(32) 이야기다. 동종업계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또 교사 교육도 담당했던 전 지점장은 2015년 11월부터 하늘교육 에듀올로 옮겨 안산지점을 맡았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습지 시장의 위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 눈부시다. 이런 성과의 배경은 무엇일까. 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전 지점장을 만났다.일반 학습지와 다른 하늘교육 에듀올만의 장점은? 유아부터 대입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입시전문인 종로학원과 같은 ‘종로학원 하늘교육’에 속해 있다보니 접근방식이 다르다. 대입 교육에 대한 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유아, 초, 중, 고등교육이 연결된다고 보면 된다. 우수한 교사 또한 하늘교육 에듀올의 장점이다. 경시대회를 주관하고 최상위권 아이들을 주로 다루다 보니 실력이 없으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 실제로 기수마다 본사 시험을 통과하는 선생님이 40%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원하는 기준이 높다. 유아부터 고등학교까지 맞춤 실력으로 제대로 된 집중 지도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물론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는 만큼 수수료 체계 또한 좋은 편이다. 하늘교육 에듀올만의 우수한 교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선다형의 문제로 구성된 다른 학습지와 달리 우리 학습지는 100% 문제가 모두 서술형이다. 문제 자체가 난이도가 있는 데다 서술형이다 보니 정말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상위권 학생들이 우리 학습지를 선호하는 이유다. 학부모들은 물론 타 업체에서 온 교사들도 교재 한 번 펼쳐보면 하늘교육 에듀올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 난이도도 기본, 응용, 심화 3단계로 나눠져 있어 보다 탄탄하게 공부할 수 있다. 단순히 방문학습지를 떠나 과외식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주 1회 방문에 20분 수업을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면 50분, 90분, 120분 수업도 운영한다. 교육 현황과 관련된 ‘주간 교육정보’를 자체 제작해 제공하는 것 또한 하늘교육 에듀올만의 강점이다.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성호 대표의 입시설명회 또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안산지점이 전국 최우수 지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현재 39개월 연속 지점이 성장하고 있다. 안산지점의 교사는 20여 명이고 수강생은 과목 수 기준으로 1500명 정도가 된다. 학습지 시장이 어려운데 그럼에도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건 가장 기본인 교사들의 교육에 대해 신경 쓰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과 교육뿐 아니라 하늘교육 에듀올의 구성원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한다. 안산지점의 자체 커리큘럼도 운영하고 있다. 견디는 사람은 견디고 또 도태되는 사람은 도태된다. 그 과정에서 양질의 교사를 키워낸다. 학부모와의 소통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모바일 메신저 등 그 어느 때보다 소통하기 편한 시대지만 그럼에도 정작 진정한 소통은 많지 않다.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를 메모해가며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기념일을 챙기는 등 교육 외적으로도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수업의 품질은 기본이다. 감정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보니 때론 울음을 터뜨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학부모들을 마주할 때도 있다. 허심탄회하게 개선할 부분들을 이야기해주다 보니 오히려 우리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교사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첫 번째는 인성이다. 각 가정을 방문해 지도하는 교사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아무리 뛰어난 교사라도 인성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교육 이상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태도와 인성이 기본이다. 두 번째는 실력과 자질이다. 하늘교육 에듀올의 교재는 개개인별 맞춤학습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한 아이부터 최상위권 아이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점 입장에서도 학생과 교사 간의 최적화된 연결을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한 동에 일괄적으로 한 교사가 들어가는 일반 업체와 달리 우리는 필요하다면 한 아파트에 다섯 명의 교사가 들어가기도 한다. 지금도 자녀 교육을 고민하고 있을 학부모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아이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단순히 남들이 하는 대로 뺑뺑이 돌듯 학원을 보내고 어디가 좋다고 해서 따라다니면 안 되는 것 같다. 꼭 방문 학습지만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의 수준은 어떤지, 성향은 어떤지를 파악해서 학부모가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안산지점에서 채용한 어떤 교사들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더 많은 교사들이 고소득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지점을 성장시켜 안산 지역에 있는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이 하늘교육을 알고, 또 (학습지를) 하는 게 목표다. 더 나아가서는 하늘교육 에듀올에 있는 모든 지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 한편에 달린 하늘색 철제대문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자 확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간 곳은 주차장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공간이었다. 밝은 조명에 벽면마다 빼곡히 문이 설치돼 있었다.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싣고 온 한 중년 남성이 차례차례 짐을 내렸다. 1일 찾은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업체 ‘다락’ 서울숲점(서울 성동구)의 모습이다.○ 3040 타깃으로 성장하는 ‘공유 창고’ 공유 경제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창고 공간을 공유하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원하는 공간에, 필요한 기간만큼 물건을 맡길 수 있는 도심형 공유 창고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 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문을 연 다락은 누적 고객 26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고객 대 법인 고객의 비율은 약 7 대 3. 개인 고객의 절반 이상은 30, 40대다. 1인 가구 비중도 20% 이상이다.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의류, 침구류 등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짐들을 맡기기 위해 셀프 스토리지를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 다락 측의 설명이다. 비용은 면적에 따라 최소 월 3만∼20만 원으로 다양하다. 1m, 세로 1m, 높이 0.4m 공간이면 약 3만 원을 받는다. 주거 공간의 제약으로 자신만의 여유 공간을 갖지 못한 이들도 이곳을 찾는다. 취미용품 등 자신만의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부터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김민수 씨(34)는 “피규어 등 개인 취미용품을 주로 맡긴다. 최신 제품은 집에 일부 보관하고 나머지는 이곳으로 가져온다”고 말했다. 다락의 공동창업자인 김정환 이사(37)는 “주거공간에 외장하드를 달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간의 효율을 높여 큰 집에 살지 않아도 충분히 넓게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마포구 등에 지점 7곳을 운영 중인 다락은 연내에 10곳 이상 새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10가구 중 1곳이 이용 현재 국내에는 다락 이외에도 싱가포르계인 ‘엑스트라 스페이스 셀프 스토리지’ 등 외국계 셀프 스토리지 업체도 영업 중이다. 기업들이 많고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업체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큰 규모의 업체는 많지 않다. 지점 한두 곳만 가지고 운영하다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아 고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셀프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가장 활성화됐다. 4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주거비가 높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캠핑이나 파티용품 같은 물건을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4만5000∼5만2000개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대 가구 비율은 9.4%로 약 10가구 중 1가구꼴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이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발전한 국가로 꼽힌다. 유럽 전체 시설의 82%를 6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6000억∼7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향후 5년 내 1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 구조와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국내에서도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기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 한편에 달린 하늘색 철제대문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자 확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간 곳은 주차장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공간이었다. 밝은 조명에 벽면마다 빼곡히 문이 설치돼 있었다.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실고 온 한 중년 남성이 차례차례 짐을 실어 내렸다. 1일 찾은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업체 ‘다락’ 서울숲점(서울 성동구)의 모습이다. ●3040 타깃으로 성장하는 ‘공유 창고’ 공유 경제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창고 공간을 공유하는 셀프 스토리지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물리적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하는 공간에, 필요한 기간만큼 물건을 맡길 수 있는 도심형 공유 창고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 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문을 연 다락은 2600여 명의 누적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고객 대 법인 고객의 비율은 약 7대 3. 개인 고객의 절반 이상은 30, 40대다. 1인 가구 비중도 20% 이상이다. 주로 의류, 침구류 등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짐들을 맡기기 위해 셀프 스토리지를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 다락 측의 설명이다. 비용은 면적에 따라 최소 월 3만~20만 원으로 다양하다. 가로 1m, 세로 1m, 높이 0.4m 공간이면 3만원을 받는다. 주거 공간의 제약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이들도 이 곳을 찾는다. 취미용품 등 자신만의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부터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김민수 씨(34)는 “피규어 등 개인 취미용품을 주로 맡긴다. 최신 제품은 집에 일부 보관하고 나머지는 이곳으로 가져온다”고 말했다. 다락의 공동창업자인 김정환 이사(37)는 “주거공간에 외장하드를 달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간의 효율을 높여 큰 집에 살지 않아도 충분히 넓게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마포구 등에 7개 지점을 운영 중인 다락은 연내로 10곳 이상 새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10가구 중 1곳이 이용 현재 국내에는 다락 이외에도 싱가포르계인 ‘엑스트라 스페이스 셀프 스토리지’ 등 외국계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도 영업 중이다. 기업들이 많고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수 십 여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큰 규모의 업체들은 많지 않다. 지점 한 두곳만 가지고 운영하다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아 고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셀프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가장 활성화됐다. 4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주거비가 높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캠핑이나 파티용품 같은 물건을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4만5000~5만2000개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대 가구 비율은 9.4%로 약 10세대 중 1세대 꼴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이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발전한 국가로 꼽힌다. 유럽 전체 시설의 82%를 6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6000억~7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향후 5년 내 1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 구조와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국내에서도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기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역대 최다 관중(878만 명) 목표를 내걸었다. 역대 최다였던 2017시즌(840만688명)보다 목표를 4.5% 높여 잡았다. 그러나 전반기 흥행엔 경고등이 켜졌다. 26일 후반기 레이스 시작 전까지 관중은 512만2506명이다. 팀별로 정규리그 전체 144경기 중 94∼98경기를 치렀다. 시즌의 약 3분의 2가 지났다. 800만 관중도 쉽지 않은 추세다. ‘국민스포츠’ 프로야구가 왜 팬들과 멀어지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일반 야구팬 1000명에게 관중 감소 현상에 대해 물었다. 이달 9∼23일 보름간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67%가 남성, 33%가 여성이었다.○ 낮아진 경기 수준에 뿔난 팬들 팬들이 가장 불만을 터뜨린 건 ‘경기력’이었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가운데 가장 많은 586명(답변을 표시한 993명의 59.0%)이 관중 감소의 이유로 ‘경기력 수준 저하’를 꼽았다. 한 30대 여성 팬은 “10년 넘게 프로야구 ‘직관(직접관람)’을 다녔지만 올해처럼 야구장을 적게 간 적이 없다. 경기력이 너무 심각하다. 구단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평균 15∼20회 직관을 간다는 이 야구팬은 올해 5번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력 수준 저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력을 말할 때 거론되는 지표인 실책, 볼넷, 폭투 등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실책의 경우 올 시즌 경기당 약 1.40개로 지난해(1.38개)보단 많지만 2016년(1.45개)보다는 도리어 적다. 그럼에도 팬들 사이에서 경기력 논란이 불거지는 건 기초적인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책, 또는 승부처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프로야구 사상 첫 낫아웃 끝내기 폭투, 한 이닝 최대 사사구 타이(8개) 등 불명예 기록이 나왔다. 기초적인 주루 과정에서 본 헤드 플레이(어이없는 실수)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경기력 저하에 대한 지적은 야구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운동과 학업 병행 요구가 높아지면서 아마추어 야구에서 기초적인 반복 훈련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격 지표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하면서 상대적으로 수비는 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선수 평가에 수비 지표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신인으로 평가받는 고교 내야수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서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인기 구단 부진 흥행 악영향, 심판 자질 지적도 경기력 수준 저하에 이어 ‘롯데, KIA 등 인기 구단의 부진’ 또한 관중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993명 중 34.4%인 342명이 이 항목을 선택했다.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롯데와 KIA는 모두 올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감독이 물러났다. 25일 현재 KIA는 8위, 롯데는 10위로 가을야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 구단의 부진은 안방경기는 물론이고 방문경기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32.3%), 음주운전 등 선수와 관련된 사건, 사고(28.1%)도 많은 팬들의 선택을 받았다. 봄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즌 초반 흥행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시아경기 당시 선수 선발 논란부터 최근 음주운전, 전직 야구선수의 야구교실 약물 주사 등 부정적인 야구 뉴스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응답자 56명이 기타 의견으로 ‘심판 자질 부족’을 꼽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40대 여성 팬은 “심판의 오심으로 흐름이나 결과가 바뀌는 경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 관람하고 싶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팬들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리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선수들의 팬 서비스를 강화하고, 팬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30대 남성 팬은 “메이저리그처럼 선수들이 사진 촬영, 사인 요청을 받아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경기 전에 팬들과 캐치볼도 하는 게 평범하고 당연한 문화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야구장 먹거리, 놀거리 개발 ▽스타플레이어 발굴 및 라이벌 구도 강화 ▽외국인 선수 수 확대 등의 의견도 나왔다. 허구연 위원은 “프로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다. 관중이 한창 늘어날 때처럼, 팬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역대 최다 관중(878만 명) 목표를 내걸었다. 역대 최다였던 2017시즌(840만688명)보다 목표를 4.5% 높여 잡았다. 그러나 전반기 흥행엔 경고 등이 켜졌다. 26일 후반기 레이스 시작 전까지 관중은 512만2506명이다. 팀 별로 정규리그 전체 144경기 중 94~98경기를 치렀다. 시즌의 약 3분의 2가 지났다. 800만 관중도 쉽지 않은 추세다. ‘국민스포츠’ 프로야구가 왜 팬들과 멀어지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일반 야구팬 1000명에게 관중 감소 현상에 대해 물었다. 이달 9~23일 보름간 온라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67%가 남성, 33%가 여성이었다. ●낮아진 경기 수준에 뿔난 팬들 팬들이 가장 불만을 터뜨린 건 ‘경기력’이었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가운데 가장 많은 586명(답변을 표시한 993명의 59.0%)이 관중 감소의 이유로 ‘경기력 수준 저하’를 꼽았다. 한 30대 여성 팬은 “10년 넘게 프로야구 ‘직관(직접관람)’을 다녔지만 올해처럼 야구장을 적게 간 적이 없다. 경기력이 너무 심각하다. 구단 개수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 평균 15~20회 직관을 간다는 이 야구팬은 올해 5번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력 수준 저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력을 말할 때 거론되는 지표인 실책, 볼넷, 폭투 등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실책의 경우 올 시즌 경기 당 약 1.40개로 지난해(1.38개)보단 많지만 2016년(1.45개)보다는 도리어 적다. 그럼에도 팬들 사이에서 경기력 논란이 불거지는 건 기초적인 상황에서 어이없는 실책, 또는 승부처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프로야구 사상 첫 낫아웃 끝내기 폭투, 한 이닝 최대 사사구 타이(8개) 등 불명예 기록이 나왔다. 기초적인 주루 과정에서 본 헤드 플레이(어이없는 실책)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경기력 저하에 대한 지적은 야구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운동과 학업 병행 요구가 높아지면서 아마추어 야구에서 기초적인 반복 훈련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격 지표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하면서 상대적으로 수비는 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선수 평가에 수비 지표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신인으로 평가받는 고교 내야수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인기 구단 부진 흥행 악영향, 심판 자질 지적도 경기력 수준 저하에 이어 ‘롯데, KIA 등 인기구단의 부진’ 또한 관중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993명 중 34.4%인 342명이 이 항목을 선택했다.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롯데와 KIA는 모두 올 시즌 도중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감독이 물러났다. 25일 현재 KIA는 8위, 롯데는 10위로 가을야구에서 멀어져 있다. 이들 구단의 부진은 안방경기는 물론 방문경기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등 날씨 영향(32.3%), 음주운전 등 선수와 관련된 사건, 사고(28.1%)도 많은 팬들의 선택을 받았다. 봄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즌 초반 흥행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시아경기 당시 선수 선발 논란부터 최근에도 음주운전, 전직 야구선수의 야구교실 약물 주사 등 부정적인 야구 뉴스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응답자 56명이 기타 의견으로 ‘심판 자질 부족’을 꼽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40대 여성 팬은 “심판의 오심으로 흐름이나 결과가 바뀌는 경기를 돈과 시간을 투자해 관람하고 싶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팬들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리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선수들의 팬 서비스를 강화하고, 팬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30대 남성 팬은 “메이저리그처럼 선수들이 사진 촬영, 사인 요청을 받아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경기 전에 팬들과 캐치볼도 하는 게 평범하고 당연한 문화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야구장 먹거리, 놀거리 개발 ▽스타플레이어 발굴 및 라이벌 구도 강화 ▽외국인 선수 숫자 확대 등의 의견도 나왔다. 허구연 위원은 “프로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다. 관중이 한창 늘어날 때처럼, 팬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도 9개로 늘었다. ‘넥스트 유니콘’을 바라보며 기업 가치를 키우는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2벤처 붐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태펀드를 발판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벤처기업 ‘스케일 업’ 현황과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2016년 호텔예약 업체 ‘호텔나우’를, 지난해 레저활동 플랫폼 업체 ‘레저큐’, 숙박 비품 유통기업 ‘한국물자조달’을 각각 인수했다. 사업 초기 모델인 숙박 중개를 넘어 레저,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채용도 늘렸다. 현재 야놀자의 R&D 인력은 300여 명으로 2016년 당시 회사 전체 직원 수(260여 명)보다 많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사업도 본격화했다. 글로벌 여행 상품을 넘어 추후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2007년 설립된 야놀자가 최근 들어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나설 수 있었던 건 모태펀드가 씨앗이 됐다. 야놀자는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약 80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모태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은 벤처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자 등의 500억 원대 후속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달 야놀자는 국내 ‘유니콘 기업’ 대열에 여덟 번째로 합류했다.○ 제2벤처 붐 이끄는 ‘모태펀드’ 유니콘 기업 성장 배경에는 모태펀드가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추가경정예산에서 모태펀드 재원 투입을 8000억 원으로 늘렸다. 벤처투자 환경이 개선된 배경이다. 또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설립자본금을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낮추고 지속적인 세제혜택(벤처펀드 출자 시 법인세 5% 감면, 개인 출자액 10% 소득공제 등)으로 민간의 펀드 참여도 늘었다. 투자 시장이 성숙하면서 2018년 6월 3개였던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1년 만에 3배인 9개로 늘었다. 9개 기업 중 모태자펀드 투자를 받은 곳이 7곳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위메프는 2015년 100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위메프는 투자 금액을 고용 창출과 가격 경쟁력 강화에 활용했다. 투자 유치 전인 2014년 대비 지난해 약 1000명을 추가로 신규 채용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투자금을 활용해)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최저가 정책으로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옛 블루홀) 역시 유니콘 기업에 합류하는 데 모태펀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서바이벌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크래프톤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수백억 원 규모의 모태자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발기간이 긴 데 반해 게임이 출시되기까지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태자펀드의 투자가 다음 성장의 모멘텀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스케일 업’ 도전 올 상반기(1∼6월) 신규 벤처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제2벤처 붐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1조8996억 원으로 지난해(1조6327억 원)에 이어 다시 한 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세를 감안할 때 올 전체 투자액은 역대 최초로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초기 정착을 넘어 유니콘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기업들의 ‘스케일 업(scale-up·규모 확대)’ 노력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중기부가 발표한 업력별 투자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 중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대한 투자는 1조4098억 원으로 전체 74.2%를 차지한다. 초기 기업(창업 3년 이내)에 대한 투자가 33%(6272억 원), 중기 기업(3∼7년)이 41.2%(782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9%보다 8.3%포인트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후기 기업(7년 이상)의 투자는 지난해 34.1%에서 올해 25.8%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벤처시장에 모험 투자가 증가하는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등재 시점은 평균 7.6년으로 최근 기업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투자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명공학(바이오·의료) 분야에 가장 많은 5233억 원(27.5%)이 투자됐다. 정보통신이 4672억 원(24.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기부 측은 “혁신성장의 중요 지표인 벤처투자가 연속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제2벤처 붐을 가시화해 창업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스케일 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유니콘 기업 1년만에 3배로… 美 191개, 中 94개… 日은 2개 보유 ▼23일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9개다. 쿠팡, 크래프톤(옛 블루홀), 옐로 모바일, 우아한형제들, L&P 코스메틱, 위메프,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지피클럽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지피클럽이 아홉 번째로 합류하면서 지난해 6월 3개였던 국내 유니콘 기업은 1년여 만에 3배로 늘었다. 미국 시장 분석 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376개다. 이 중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데카콘’은 19개다.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은 없다. 유니콘 기업 자체도 급증하고 있다. 올 5월 같은 자료(346개)에 비해 2달 만에 30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등장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절반이 넘는 191개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보유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액상전자담배 브랜드인 ‘쥴 랩스’(기업가치 500억 달러). 중국이 94개로 미국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뉴스를 추천해주는 중국의 ‘진르터우탸오(바이트댄스)’는 세계 유니콘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 75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위 또한 중국의 최대 공유자동차 업체인 디디추싱(560억 달러)이다. 쥴 랩스가 3위다. 미중 두 나라의 뒤를 영국(19개), 인도(18개), 독일(10개) 등이 잇고 있다. 한국은 6위다. 이 밖에 프랑스가 5개, 일본이 2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니콘 기업 보유 국가는 26개국이다. 업종별로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체가 47개로 가장 많다. 국내 기업에서는 크래프톤이 이 분야에 속한다. 이어 핀테크(44개), 전자상거래(43개), 인공지능(32개), 건강(31개) 업체 순이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쿠팡과 위메프가 전자상거래 분야에 포함된다. 쿠팡은 국내 유니콘 기업 중 가장 높은 9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길이의 영상이 새로 공유된다. 크리에이터들의 생존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지식공유’다. 단순히 오락적 요소를 넘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문지식 정보를 얻으려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법률, 의료, 경제 등 전문분야에서 크리에이터에 도전장을 던지는 전문가들또한 줄을 잇고 있다. 유튜브 자체가 하나의 ‘지식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1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구글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크리에이터에 뛰어든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에게 ‘지식공유 크리에이터’로서의 성공전략을 들었다. ●숱하게 받아 온 질문들, 영상으로 쉽고 편하게 평소 전문지식과 연관해 주변 지인들의 숱한 문의를 들어왔던 이들은 보다 편하고 쉬운 설명 방식을 찾다 영상 콘텐츠에 도전하게 됐다. 과학 채널 ‘과학쿠키(19만여 명 구독)’의 운영자 이효종 씨(30)는 “(과거) 고등학교 물리 교사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리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수업자료로 학생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2006~2012년 대법관을 지냈던 법률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의 박일환 변호사(68)는 “어린 손녀딸도 유튜브라는 말은 알더라”며 웃고는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는 것보다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쉽다는 딸의 제안에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3분 길이의 짧은 영상에 ‘진실을 밝히기 위한 비밀 녹음 정당한가?’ 등 법률적 쟁점을 다루는 차산선생법률상식은 현재 2만40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콘텐츠 소재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에 맞춘다는 설명이다. 전직 은행원으로서 금융 채널 ‘댈님’을 운영하는 김지아 씨(36)는 “인터넷 검색이나 재테크 카페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소재를 찾는다. 최근에는 구독자가 늘면서 메일이나 댓글로 질문해오는 것들을 영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4만7000여 명이 구독하는 이 채널은 시청자들의 재무상담을 해주는 일명 ‘내월급을부탁해’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전문의 3명이 운영하는 의학 채널 ‘닥터프렌즈(23만여 명 구독)’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35)는 “그동안 진료실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환자에게 말했다면 유튜브를 하면서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조현병, 게임중독 등 최신 이슈 등도 좋은 콘텐츠 소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의학드라마 속 수술 장면 등을 보며 평가하는 영상의 경우 17일 현재 조회 수가 110만 건이 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 정보를 주로 다루다보니 내용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박 변호사는 “사회 변화에 비해 법은 늘 늦다. 그렇다보니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이 붙기 마련이다. 최신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 전문의는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정확한 의료정보의 전달이다. 자극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기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서 단정적인 표현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장비보다는 좋은 콘텐츠에 힘 쏟아야” 크리에이터 활동은 삶의 큰 전환점이 됐다. 박 변호사는 “시대가 바뀌면 판례 또한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를 하며 과거 법관 시절 내가 한 판결이 옳았을까를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 정도로 에너지도 많이 얻는다. 주변 지인에게도 유튜브를 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댈님을 운영하는 김 씨는 “은행원으로 일하다보면 아무래도 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보게 되는데 지금은 금융사의 경계 없이 더 도움이 되는 상품을 살펴보게 됐다. 좀 더 쉽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닥터프렌즈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들의 도전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과학쿠키의 이 씨는 “현재 물리학사(史)를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화학사, 생물학사도 함께 다룰 계획이다. 현장의 과학자, 연구원 등을 계속 연결하면서 과학채널하면 떠오르는 채널로 인식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껏 판례를 위주로 영상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법원, 검찰, 변호사 등 사법제도의 설계에 대한 의견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널 댈님의 경우 ‘6개월 안에 1000만 원 모으기’ 등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전했다. 닥터프렌즈의 오진승 전문의(33·정신건강의학과)는 “조회수 100만 건이 넘는 영상도 스마트폰에 9000원 짜리 마이크를 써서 촬영했다. 좋은 장비보다는 좋은 콘텐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댈님의 김 씨는 “월급 재무상담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은 걸 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변인들이 얼마를 벌고 어떻게 쓰는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237만 명이다.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교육기본통계’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국내 출생, 중도입국, 외국인 가정) 수는 12만2212명이다. 전체 초중고생의 2.2% 규모다. 특히 최근 4년 사이 5만4406명이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교육은 그 속도와 다양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 정책은 국내에서 성장한 초중등 자녀에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수자와 진학, 취업률 역시 정확히 파악된 바 없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 정책의 변화와 이들을 위한 특화 학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학생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해밀학교는 다문화 교육의 대안적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해밀학교는 다문화 학생과 한국의 일반 가정 학생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학교공동체다.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창조적으로 도전’하는 학교 문화를 기본으로 한다. ○ 평화를 배우는 세계 시민 단편적인 국가 차원의 인식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지구공동체로 이해하는 공존과 평화 교육이 해밀학교의 목표다. 이에 중도입국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언어교육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고양한다. 체험활동, 특색교과 수업을 통해 서로가 어우러지는 융합교육도 지향한다. 또 생활관 공동체를 통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복지’를 위해 가정형편 등과 상관없이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입학금, 분납금, 생활관비, 식비를 전면 무상으로 제공한다. 소득격차에 따른 학생 간의 위화감을 없앰으로써 평등한 교육공동체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학생 자율, 자치도 해밀학교의 목표다. 학생들은 해밀총회, 생활관 자치회의 등 열린 회의를 통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한다. 교육과정 안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토대를 다진다는 설명이다. 자연친화적 전원학교로 생태감수성을 기르는 교육도 진행한다. 농사수업을 편성해 생명을 살리고 가꾸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운다. 유기농업 방식의 농사수업을 통해 식재료를 자급하는 동시에 건강한 식생활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전교생이 생활관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는 생활습관을 들이고, 또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해밀학교의 교육은 아무래도 한국어에 방점이 찍힌다. 중도입국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 한국어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각 교과에 한국어 반을 편성했다.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 후 학생들이 일반 교과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 일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국어 교육동아리 활동 시간을 통해 2명의 한국어 전담강사가 주 3회 수업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기본, 심화반으로 분반을 실시해 운영한다. 매일 1시간 수준별 수업 외에도 주 1회 합반 수업을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를 교육한다. 생활외국어 수업도 진행한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에겐 부모님 나라의 말을 가르치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함께 사는 친구들의 말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베트남, 일본, 중국어 등 학생들이 원하는 언어를 공부할 수 있다. 문화탐방 수업도 있다. 각 나라의 지리, 역사, 풍습, 언어 등에 대해 함께 공부한다. 각 나라의 특징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거나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여러 문화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서로를 포용하는 자세를 배운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학생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해밀 총회, 각종 진로 및 동아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축제, 김장도 함께 해밀학교에서는 ‘바람 너머 해밀’이라는 이름의 현장체험학습도 실시한다. 학교 담장을 벗어나 한국의 문화, 역사, 평화, 자연, 생태의식을 경험하는 교육의 장이다. 매년 교사, 학생, 학부모가 협의해 여행지를 결정한다. 여행준비위원회를 조직해 수개월 전부터 사전에 공동학습을 실시한다. 여행 후에도 발표회를 실시하고 여행을 정리하는 자료집도 발간, 보관한다. 해밀학교가 있는 강원 홍천군 남면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축제도 실시한다. ‘마을이 가르치고, 마을이 배우고, 마을이 즐기는’ 정신으로 지역민들과 화합하고 소통한다. 함께 김장도 한다. 농사수업을 통해 직접 길러낸 여러 농작물을 활용해 1년간 먹을 김치를 직접 담근다. 씨앗 심기부터 추수 과정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뿌리고 거두는 기쁨, 생명의 소중함,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일대일 맞춤 진로 상담, 다양한 국제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선수들은 ‘e스포츠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 팀워크를 어떻게 삶에 적용하는 지 배운다’고 말합니다. 젠지(Gen.G) 아카데미 또한 e스포츠가 삶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주는 지 보여줄 겁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젠지 서울HQ(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박 대표(40·사진)는 “스포츠가 어떻게 사람의 전인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지 메이저리그(MLB)에서 배웠다”며 “이제는 이 공식을 e스포츠에 적용할 차례”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제품 및 마케팅부문 부사장 출신으로 올 1월 젠지에 합류했다. 젠지는 한국에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비롯해 한·중·미 3개국에서 8개 e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글로벌 e스포츠기업이다. 이 회사는 9월 글로벌 교육업체인 엘리트 교육그룹과 함께 서울HQ에 ‘젠지 엘리트 e스포츠 아카데미’를 개설한다. e스포츠 선수 육성을 위한 트레이닝과 미국 중·고등학교 학력 인정 과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며 게임 외에 코딩, 방송 제작 등도 배운다. 1차로 2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재능 있는 학생도 좋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학생들을 원한다”고 했다. 학부모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e스포츠의 급부상을 보면서도 아직 그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학부모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으로 e스포츠가 어떻게 삶의 진로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가 성장하면서 프로 선수 외에도 매니저, 마케팅, 기술 등 다방면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대학들도 관련 전공을 개설하거나 장학금을 주는 등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 e스포츠 산업 위축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박 대표는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기존 사회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e스포츠도 이 단계에 직면했을 뿐. 오히려 전통 스포츠가 어려움을 겪는 ‘젊은 팬 확보’에서 e스포츠가 강점을 갖고 있다. 5년 안에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미디어, 기술 등 기존에는 분리돼 있던 카테고리를 융합해야만 최고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젠지 역시 e스포츠를 다양한 사회분야와 접목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수 트레이닝과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는 e스포츠 전문 아카데미가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채권 매수 규모가 크게 늘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 채권 매수 금액은 362억6600만 달러(약 42조1483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213억300만 달러(약 24조7541억 원)보다 70.2% 늘었다. 외화 채권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순매수 금액도 올 상반기 65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47억8400만 달러)보다 36.7%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294억64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66억3100만 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 주식 매수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 외화 주식 매수 금액은 96억500만 달러(약 11조1658억 원)로 지난해 하반기 74억1000만 달러(약 8조6134억 원)보다 29.6% 늘었다. 특히 순매수 금액은 11억3600만 달러로 지난해 하반기(2억200만 달러)보다 462.4%나 늘었다. 미국 주식 매수금액이 68억6000만 달러로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비중(71.4%)이 컸다. 종목별 결제대금 순위에서는 아마존(9억7000만 달러)이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주식, 채권 매수가 늘면서 국내 외화증권 보관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8억4700만 달러(약 46조3182억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을 이어가면서 기관은 물론이고 개인까지 해외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장 외야 관중석 티켓을 산 야구팬들의 꿈은 단 하나다. 바로 홈런 공을 잡는 것. 담장을 넘어와 떨어지는 홈런 공을 글러브로 턱 하고 잡아내는 일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봤을 법한 일이다. 물론 홈런 공이 알아서 야구팬을 찾아오진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4년 메이저리그(MLB) 홈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타구를 관중이 곧바로 잡은 건 85개뿐이었다. 불펜 등 관중이 갈 수 없는 지역에 떨어진 게 335개였고, 관중이 없는 좌석에 떨어진 게 178개였다. 그 밖엔 공을 떨어뜨렸거나, 관중이 너무 많아 잡지 못한 경우 등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 홈런이 오지 않으면 직접 홈런 공에 다가가면 된다. 더구나 지금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의 시대다. 실제로 미국의 티켓 판매 사이트 ‘시트기크(seatgeek)’에서는 MLB 전체 30개 구장 외야석의 구역별 홈런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구미가 당길 법한 이야기다. 같은 원리로 국내 야구장에서도 홈런 공을 잡을 수 있을까. 애슬릿미디어가 제공하는 ‘트랙맨 시스템’을 활용해 홈런 공 잡기에 도전해 봤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통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이 트랙맨은 기존 타구 방향, 비거리 등만을 알려주는 KBO 자료와 달리 구체적인 낙구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9개 구단이 전력 분석, 선수 육성 등을 위해 트랙맨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자, 그럼 야구장으로 떠나보자.○ ‘스프레이 히터’ 박병호의 홈런 공을 잡아라 타깃은 키움 박병호(33·사진)의 홈런 공으로 정했다. 국내 최초로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홈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자다. MLB에서 복귀한 지난 시즌에도 박병호는 43개의 홈런(공동 2위)을 쏘아 올리며 국내 최초 3년 연속 40홈런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성남고 재학 시절 기록한 4연타석 홈런은 유명하다. 5일 SK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박병호의 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안방 구장이다. 재미난 건 박병호가 홈런 타자로서는 드물게 ‘스프레이 히터’ 유형의 타자라는 점이다. 많은 홈런 타자들이 대개 타구를 당겨 치는 성향인 것과 달리 박병호는 그라운드 위에 스프레이를 뿌린 듯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2019시즌 홈런 선두 SK 최정(32)의 홈런이 좌익수 뒤편에 쏠린 것과 달리 박병호는 왼쪽, 가운데,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다. 심지어 우측 폴대 쪽으로 친 홈런도 적지 않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폼 자체가 가운데 방향으로 타구가 많이 가는 폼이다. 몸쪽 공은 게스 히팅(예측 타격)으로 대처해 왼쪽으로 보내고, 바깥쪽 공은 타이밍이 늦었음에도 힘으로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쪽 공에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른쪽 팔을 몸통에 붙인 채 타격을 하는 일명 ‘티라노 타법’을 통해 박병호의 기량 또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본이 많을수록 오차는 줄어들기 마련. 우선 박병호의 2018, 2019시즌 기록을 토대로 홈런 볼 잡기에 최적의 명당자리를 분석했다. 트랙맨을 통해 홈런 기록을 분석한 결과 타구가 야구장 전역으로 고루 분포된 가운데 백스크린 좌측에 타구가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박병호가 지난달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시즌 8호 홈런이 이 방향으로 날아갔다. 트랙맨에 따르면 이 홈런은 시속 177.6km로 135m를 날아갔다. 박병호의 홈런 기록과 고척스카이돔 좌석 배치도를 대조해본 결과 3루 방향 외야 관중석 215구역이 홈런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석됐다. 이제 홈런 공을 잡을 시간이다.○ 마지막 뜬공은 어디로? 이날 기준 13개로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던 박병호는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파울 2개를 연달아 쳐낸 박병호는 3구째 강한 땅볼 타구를 쳐냈다.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뚫는 듯했지만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걸려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첫 타석쯤은 얼마든지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박병호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유격수 땅볼로,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다. 불현듯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함께 글러브를 낀 채 외야석에 앉은 관중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경기는 어느덧 8회말, 마지막 타석. 최근 2시즌이 아닌 올 시즌 자료만을 근거로 다시 자리를 옮겨봤다. 올 시즌 박병호는 오른쪽 폴대 방향으로 많은 홈런을 보냈다. 시즌 1, 2호 홈런이 모두 우측 폴대 근처로 향했다. 5, 11호 홈런도 비슷한 곳에 떨어졌다.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새 자리를 찾았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중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가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쳤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허공을 갈랐다. 외야수의 발이 바쁘게 움직였다. 외야석에 앉은 이들의 마음도 따라 들썩였다. 이날 박병호가 날린 마지막 타구의 향방은? 박병호의 홈런 공 잡기 도전기는 동아미디어그룹의 디지털 콘텐츠로 곧 공개될 예정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