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석

임현석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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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현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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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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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가 된 진보교육감 “편가르기 없다” 안정 이미지 심기

    “단 한 번도 급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 내놓은 공약 중에서도 급진적인 것은 없다.”(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자)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므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당선자)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진보 가치든 보수 가치든 마다하지 않겠다.”(김지철 충남도교육감 당선자) 제주와 충남북에서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당선자들의 일성(一聲)이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출현으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2기 진보 교육감들은 1기 교육감들에 비해 다소 온건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형사립고 폐지 및 고교 평준화와 관련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면 1기 진보 교육감에 비해 온건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2기 진보 교육감들은 교육에서는 이념 가르기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에서 진보 인사로는 처음 교육감에 당선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교육에는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최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육감이 된 데 이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교육계만큼은 정당, 지역, 출신 편 가르기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공동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율형사립고 폐지나 고교 평준화 공약과 관련해 시도별 현장 상황을 살피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일단 평가부터 꼼꼼하게 살피겠다”면서 “지정 취소에는 교육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학생 수가 가장 많아 전국 교육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과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비교적 온건한 스타일이고, 처세술이 유연하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1기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교육부와 전면전 수준으로 사사건건 충돌했던 것에 비하면 격하게 정면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성공회대에서 오랜 세월 인연을 맺어온 조희연 당선자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진보 교육감의 상징이자 좌장 격으로 떠올랐다. 두 사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의 선을 지나치게 긋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는 스타일”, “정치계와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해 대인관계가 유연한 편”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성공회대에서 두 사람과 모두 일해 봤다는 한 교직원은 “둘 다 외골수 기질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1기 진보 교육감 중 일부가 교육청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 독주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다른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 당선된 진보 교육감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1기의 기조를 잇는 안정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당선자는 “민선 2기에는 교육력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도 “민선 2기에는 1기에 추진했던 교육 혁신을 바탕으로 교실 혁신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진보 교육감의 압승 이후 일각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직선제로 교단이 정치화되고 있다”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직선제 폐지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과 관련해 2010년 교육감 선거 이후에도 큰 이슈가 됐지만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핵심인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다만 교육감 직선제가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정당 추천 금지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만큼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자체장 선거에 비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TV토론이나 정책토론회를 늘리고, 교육감 입후보자들의 자격을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후보자들의 교육 경력을 확인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반대하는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영향을 크게 받는 초중고 학부모, 교사만 유권자로 나서는 제한적인 직선제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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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든다” 간병인 고용 꺼려… 혼자 야간에 환자 수십명 맡기도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이 턱없이 부족해 화재 등 재난상황에서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남 장성 요양병원 참사도 화재가 발생한 별관 2층에 있던 환자 돌봄 인력은 당직 간호조무사 단 1명뿐. 화재 등 재난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는 데다 대피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난 상황도 고려한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은 최소 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간병인을 몇 명씩 둬야 하는지는 정해진 규정이 없다. 경남 A요양병원의 입원 환자는 55명. 간병인은 3명뿐이다. 2명은 24시간씩 번갈아가며 격일로 근무하고 1명은 주간에만 근무한다. 병원 관계자는 “두 명이서 근무할 때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2, 3시간씩 잠을 자며 일한다”고 전했다. 현재 A요양병원에서 야간근무를 서는 간병인은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밤새 근무한 뒤 다음 날 오전 7시 반에 퇴근한다. 혼자 근무를 서다 보니 밤에 조금씩 잠을 자기도 한다. 간병인이 잠들면, 설령 사고가 생겨도 아무도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는 셈이다. A요양병원은 빌딩 4층에 있다. 화재나 사고가 날 경우 환자들은 간병인 도움 없이는 빨리 대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병원 측은 “야간 근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장 부인이 이틀에 한 번꼴로 간병인과 함께 밤샘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병인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경우 환자 1명당 1명, 기본 수발의 경우에도 6명당 1명 정도는 있어야 정상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지방 요양병원은 환자 대 간병인 비율이 15 대 1 이상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들이 간병인을 적게 쓰는 것은 규정이 없기도 하지만 임금 문제도 크다. 의사나 간호사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지만 간병인은 환자들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봉식 대한노인병원협회 홍보이사는 “일부 사무장병원은 간병료 할인을 내세우며 병원 홍보를 하기도 한다”며 “환자들에게 간병비를 많이 받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진료는 행위별 수가가 아닌 정액제인 만큼, 간병료를 최대한 적게 받고 그 대신에 간병인 수를 최대한 줄여 지출을 막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병인의 돌봄이 필수적인 환자들 중에는 아예 요양병원 대신에 요양시설을 찾는 사람도 많다. 간병인 고용 의무가 없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서 간병인 역할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인건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시설 측의 인건비 부담이 없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병원은 시설에서 수용하기 힘든 중증 환자들을 커버하는 곳이지만 간병인 돌봄 서비스 혜택에선 사각지대에 있다”며 “요양병원은 간병인 고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간병인 의무 배치나 간병비 지원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간병인 문제는 병원 측에서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인 만큼 쉽게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인력 기준 등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에 모순되는 부분들을 장기적으로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연 lima@donga.com·임현석 기자}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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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외선 강할땐 헐렁한 옷 입으세요”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최근 수도권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존주의보는 시간당 대기 중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성층권의 오존은 지구상의 생명을 보호하는 우산 역할을 하지만, 대류권의 오존은 사람의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눈과 목의 따가움, 기도 수축, 호흡곤란, 두통, 기침, 메스꺼움, 기관지염, 심장질환, 폐기종, 천식 증상 악화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호흡기나 폐기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니 주의해야 한다. 한민수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자들은 오존에 1, 2시간 이상 노출될 경우 신경계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존 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자외선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고 색소가 증가한다. 오존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얼룩덜룩해지고 칙칙해 보이는 피부 침착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기미와 주근깨도 심해진다. 하루 중 자외선의 양이 많은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30 이상인 선크림을 3, 4시간마다 발라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경은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오존 농도와 자외선 지수가 높을 땐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보다는 헐렁하게 옷을 입는 게 좋다. 붙는 옷을 입을 경우 자외선이 옷감을 통과해 피부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출을 마치고는 이중세안을 해 오존을 꼼꼼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려면 수분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루 1L의 물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함으로써 피부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해준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면 일단 실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내는 실외보다 오존양이 30∼50% 적기 때문이다. 오존주의보가 연일 지속되면 땅콩, 호두, 잣, 옥수수, 녹색 채소 등 비타민E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좋다. 한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심한 운동을 하면 오존이 폐 깊숙이 침투해 인체에 매우 해롭다”며 “1, 2시간 동안이라도 고농도 오존을 흡입하게 되면 이후 정상을 되찾는 데는 여러 날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오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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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통해 탈출하는 ‘피난기구’ 갖췄지만… 창문 작아 정작 사람은 못빠져나가

    지난달부터 강화된 현행 요양병원 안전기준이 병원 현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용이 불가능한데도 규정만 지키기 위해 안전설비를 형식적으로 설치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무용지물 되어 버린 안전기준 지난달 30일 본보 취재진이 찾은 서울 A요양병원. 소방방재청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 고시는 의료시설의 경우 각층 바닥면적 500m²마다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요양병원도 층마다 비상용 피난기구인 구조대를 갖췄다. 하지만 사용은 불가능한 상태. 구조대를 설치해야 할 창문으로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밑이 트여 있는 자루 형태의 긴 부대로, 화재 시 창문이나 옥상에 설치한 뒤 사람이 속을 통해 미끄러져 내려오는 대피 기구다. 당연히 구조대를 설치할 창문은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요양병원 창문은 거의 대부분 완전 개폐가 가능한 미닫이식이 아닌 환기를 위해 일부만 약간 열리는 방식. 구조대를 제작하는 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창문이어야 구조대를 사용할 수 있다”며 “사람이 나올 수 없는 창문이라면 구조대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당수 요양병원 창문이 A요양병원처럼 구조대보다 작은 크기라는 점. 병원 측은 환자들의 자살이나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장은 “자살을 시도하려는 환자가 종종 있어 어쩔 수 없이 작은 창문이나 전부 열리지 않는 창문을 설치한다”며 “실제로 과거 한 요양병원에서 자녀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뛰어내려 자살한 노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층간 경사로, 안전손잡이 등도 마찬가지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요양병원들이 층간 경사로를 설치하고, 바닥 턱을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동작구 B요양병원의 경우 비상구에 냉장고가 들어서 있어 이동이 어려웠다. 비상탈출구가 물건 등으로 막혀 있는 셈이다. 또 법에서 규정한 대로 상당수 요양병원이 복도, 계단, 화장실, 욕실 등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했지만 실제로는 이용이 어려운 곳이 많았다. 상당수 병원이 안전손잡이 앞에 휠체어, 재활기구 등 각종 물건을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 안전교육 안받는 간병인도 다수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해 요양병원의 안전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인증 항목에는 요양병원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 가장 수가 많고, 환자와 가까이 접촉하는 간병인들은 대부분 안전교육을 받지 않고 있었다. 인증원 측은 “간병인도 안전교육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수 여부를 조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에게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는 곳이 많았다. B요양병원의 경우 환자 40여 명에 간호사는 오전에 3명, 오후에 2명뿐. 그 대신 방마다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돌본다. 어느 때라도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간병인들의 도움이 없다면 신속한 구조는 불가능하지만 정작 이들은 안전관리 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기 입원환자가 많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타인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갈 수 없다”며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피할지 환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설계하고 관리운영 규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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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에 용돈까지 주며 유치… 영세 요양병원 ‘안전사고 화약고’로

    28일 발생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 화재는 전국 어느 곳의 요양병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잠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병원마다 환자 유치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시설, 환자 보호 등에 돌아갈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환자에게 용돈까지 주며 유치 29일 본보 기자가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를 문의하자 “한 달에 50만 원으로 맞춰줄 수 있다. 거의 진료비를 안 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 측은 이 50만 원에 하루 세끼 식비 5400원과 공동간병비 1만5000원, 입원료와 약값까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 병원의 실제 식비와 간병비만 계산해도 한 달에 61만2000원이 든다. 병원 관계자는 “그러니까 사실상 돈을 안 내는 것”이라며 “자기 부담이 매우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세한 요양병원일수록 환자에게서 돈을 안 받아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주는 진료비 수익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일당 정액제로 입원 진료비가 책정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하루당 1만3600∼5만6100원. 여기서 환자가 20%를 부담하고, 나머지 80%는 건보재정에서 지급된다. 병원은 건보재정에서 환자 1인당 입원료만 하루 1만880∼4만4880원, 한 달에 30만∼130만 원대의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입원환자 수를 늘릴수록 이윤을 남기게 되는 구조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김승수(가명) 씨는 “어떤 요양병원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도 받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받았다고 해둔다”며 “심지어 건강보험재정에서 받은 진료수가를 환자에게 용돈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병원이 차량 운행을 하면서 환자를 태우고 와 진료를 한 뒤 다시 집으로 보내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의료법상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환자 유인행위’는 불법이다.○ 병원 환경 개선도 어려워 국내 요양병원의 수는 2004년 113개에서 올해 1262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요양병원이 고령화로 인해 노인 환자가 증가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수가 늘면서 환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저렴한 가격이나 의료서비스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기에 환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안전 강화는 돈은 많이 들어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눈에 뜨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 유인에 별 도움이 못 된다. 요양병원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렸던 이유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요양병원 안전을 위해 시설기준을 강화했다. 병원들은 층간 경사로와 침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휠체어와 병상이 이동할 수 있게 벽 간 폭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병원에는 시행이 1년 유예됐기에 내년 4월부터 모든 요양병원에 적용된다. 하지만 기존의 요양병원들이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킬지는 미지수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도 인색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안전규정을 지킬 수 없는 건물에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기 지역의 A요양병원은 아파트단지 인근에 있는 빌딩 내 9층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 층만 임차해서 요양병원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침대용 엘리베이터는 애초부터 설치돼 있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경사로도 없다. 경기 지역 한 요양병원의 원장은 “건물주가 침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지 않는 이상, 내가 자체적으로 공사를 하긴 어렵다”며 “비상구 경사로를 만드는 것도 다른 임대주들의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돈을 들인다고 해도 모두 침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보 취재팀이 엘리베이터 회사에 문의하자 “침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기존 엘리베이터가 최소 20인승 이상이어야 한다”며 “5층짜리 건물을 기준으로 해도 4500만 원은 든다”고 말했다. 기존 엘리베이터가 작으면 별도의 비용을 들여 건물을 개축해야 한다. 현재까지 법으로 의무화되지 않은 스프링클러의 경우 비용은 훨씬 많이 든다. 층당 330m²(약 100평)인 5층짜리 건물을 기준으로 최소 1억2000만 원이 들어간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병원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곳에는 1년 이내의 운영정지나 허가 취소, 폐쇄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들이 안전기준을 확실하게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규정을 어기면 시설 인허가를 해주지 말고, 기존의 건물들은 안전규정에 맞지 않으면 시설을 옮기도록 하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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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간호사 턱없이 부족… 환자 수시로 손발 묶어놓기도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효사랑)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1명이 목숨을 잃은 28일. 본보가 찾은 서울 경기지역의 요양병원들은 마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듯 조용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A요양병원의 대피 통로는 식판 이동용 수레, 자전거운동 기구, 수액 박스 등으로 막혀 있었다. 화재 시 휠체어 등을 이용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대피 통로까지 가기 어려울 경우엔 창문을 통해 최후의 탈출을 해야 하지만 위급 상황용 망치는 비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B요양병원은 대피로가 좁고 가파른 계단이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겐 그림의 떡처럼 보였다. 심지어 구급차 전용 주차장이 제대로 확보돼 있지도 않았다. 제2의 장성 참사가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고령화 여파로 요양기관 난립 고령화 여파로 실버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요양기관이 난립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월 현재 국내 요양병원은 1262개로 2008년(690개)의 2배가량으로 늘었다. 병상 수 역시 같은 기간 7만6556개에서 약 3배인 20만1605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품질, 안전 등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 대비 의료진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40명당 1명의 의사, 입원환자 6명당 1명의 간호사를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교대근무를 하면 실제 환자당 의료인 비율은 더 낮아진다. 가령 환자가 60명이고 간호사가 10명인 요양병원이라도 2교대 근무가 시행되면 밤에는 간호사 5명 정도만 병원에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31명이고 최대 65명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뿐. 실질적으로 환자와 접촉이 가장 많은 간호사도 1인당 평균 11.4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간호사 1명이 최대 47.1명을 돌보는 곳도 있었다.○ 의료인 부족은 결박 오·남용으로 이어져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들의 손발을 묶는 등의 조치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의사가 △타인에게 폭력을 행하거나 △자해할 우려가 있거나 △침대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면 1일 1회에 한해 결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 제한이 없어 관행처럼 결박이 이뤄지는 곳도 많다. 이뿐만 아니라 결박 규정을 위반해도 의료기관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것 이외의 처벌 규정이 없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박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권침해가 생길 뿐 아니라 화재 등 응급상황 때 대피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 대피시설 부실… 안전교육도 허술 화재 등 응급 상황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안전시설은 대부분 부실했다. 복지부가 정한 요양병원의 복도와 대피통로는 폭이 최소 1.5m를 넘어야 한다. 휠체어 2대가 지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본보가 찾은 요양병원의 대피통로는 가파르고 좁은 계단형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 강화 조치를 4월 시행했다.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램프형 계단 설치, 바닥 턱 제거, 비상연락장치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현재 신설 병원에만 적용되고 있다. 기존 병원들도 내년 4월부터 적용을 받지만 예산 부족 탓에 시설이 갖춰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피통로가 막힐 경우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얼굴도 내밀기 힘든 좁은 환기형 창문 또는 창문이 없는 통유리가 설치돼 사람이 빠져나가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창문을 깰 수 있는 도구가 병실에 비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화재 시 탈출 요령 등을 가르쳐주는 안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A요양병원에 입원한 김모 씨는 “3년 동안 이 병원에 있었지만 한 번도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은 현재 개정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안은 빠르면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유근형 noel@donga.com·임현석 기자}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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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역 연기 자욱한데도 수십명 하차

    26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당시 지하철 3호선 전동차가 터미널과 연결된 백석역에 정차해 연기로 가득 찬 역사 안으로 승객 수십 명을 하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전동차에 탔던 승객 이혁재 씨(28)는 “26일 오전 9시 15분경 열차가 백석역에 도착한 뒤 문이 열렸고 평소와 다름없이 50∼60명의 승객이 하차했다”며 “내리고 보니 연기가 가득하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화재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9시 2분이다. 화재가 발생한 뒤 10분 이상 지났는데도 무정차 통과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화재 규모가 조금이라도 더 컸다면 지하철 승객들에게까지 인명피해가 확대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 씨는 “평소 다니던 출구로 나가려고 보니 문이 닫혀 있었는데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었다”며 “출구 하나가 열려 있어 그리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석역 구간을 담당하는 코레일 측은 “전동차가 백석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도록 지시를 내린 것은 오전 9시 15분이며 백석역에 전동차가 마지막으로 정차한 것은 오전 9시 12분으로 승객이 (3분가량) 시간을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양=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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