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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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7~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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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층층구조-부서간 장벽… 야근 낳는 조직 바꿔라

    《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무시간을 줄여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이다. 바뀐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많다. 본보 ‘워라밸을 찾아서 2부’ 취재팀은 취재 과정에서 접한 기업과 직장인들의 궁금증을 모아 조직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맥킨지 아시아 ‘조직 프랙티스’의 리더인 강혜진 파트너(사진)가 답했다. 그는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와 국내 100여 개 기업의 조직 진단 보고서를 주도하기도 했다. 》  Q: 해외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실 야근을 연달아 3일 이상 하는 것은 한국적 특성에 가깝다. 이제는 최장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될 예정인 만큼 독일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미 (주 40시간으로) 단축했고, 우리보다 노동시장이 더 경직돼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그렇게 경직된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나’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요즘 대안으로 보고 있는 게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이다. 프로젝트(미션) 단위로 조직을 구성해 부서 간 조율에 따른 비효율을 최소한으로 줄인 기민한 조직으로, 네덜란드 ING은행이 애자일 조직으로 바꾸고 생산성을 30% 정도 높였다. 동시에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 1위로 바뀌었다. 보통 생산성을 높이려고 구조조정을 하면 조직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마련인데, 두 가지를 다 극복한 사례다. 그래서 애자일 모델이 유럽 사회에서는 표준 모델이 되면서 독일 다임러 등도 도입 중이다.” Q: 회사 차원에서 야근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업무 비효율은 우리나라 많은 기업조직 자체에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이벤트나 캠페인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원인은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업무 지시에 구체성과 명확성이 떨어진다. 위에서 미션과 지시(order)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중간에 자의적으로 해석해 마지막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 즉 팀장 직급은 굉장히 모호한 상태에서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고서를 만들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게 된다. 둘째는 사일로(Silo·조직 내 부서 간 장벽. 다른 부서와 소통이 없는 현상)다. 한국 기업 특성상 임원이 부서 업무를 조율하기보다 주로 과장, 부장 수준에서 이뤄지다 보니 조율해야 할 건수도 많고 승인 절차도 복잡해진다. 세 번째는 직무의 모호성이다. 주로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기 때문에 개인별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는 명확하지 않다. 부서가 해야 될 일은 있지만 개인별 업무가 특정되지 않으니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 그런 것들이 야근과 업무 비효율성을 유발한다. 이를 바꾸지 않고 캠페인성으로는 안 된다.” Q: 삶도 중요하지만 일도 중요하다.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 세대는 회사를 위한 일의 당위성이나 승진, 성과급으로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그렇다고 단지 ‘나에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달라’고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내 역량이 개발되는지, 팀에서 하는 일에 내가 기여하는 게 분명하고 거기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는지를 중시한다. 그게 지금 ‘층층 구조’에서는 어려워 조직이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글은 3개월마다 각 미션 단위 조직의 성과가 있는지,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리뷰하고, 그렇지 않으면 조직을 해체한다. 빨리 자원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경영진이 구글에서 이걸 보고 ‘우리 자녀들을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구글 식 모델을 도입해 보면 2030세대는 자신의 기여도도 알 수 있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반긴다. 독일에선 조직에 변화를 줄 때에도 근로자 협의체 등의 승인이 필요한데 2030세대가 주축인 협의체는 오히려 먼저 사측에 조직 변혁을 제안하는 것을 봤다.” Q: 회식문화나 친밀성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게 아시아 기업의 특징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한국식 끈끈한 문화는 장점이 있다. 다만 리더는 아버지처럼 친한 게 아니라 선생님처럼 친해져야 할 것 같다. 맥킨지에서는 팀원에 대해 개인별로 정말 자세하게 피드백을 주게 돼 있다. 제가 기업 임원으로 있을 때 이것을 해보니 처음에는 어색해들 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자료를 10년이 지나도록 간직하고 있다고 하더라. ‘일 대 다’ 식으로 팀장이 혼자 얘기하는 자리보다, 일대일이나 소수로 리더가 개인의 개발을 위한 피드백을 준비한 상태로 만나는 게 서로 좋고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 “일 줄면 수입 뚝” 워라밸 사각지대 어쩌나 ▼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뭔가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염색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최모 씨(34)는 기자에게 워라밸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단어의 뜻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최 씨는 “에이, 꿈같은 소리”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 씨 회사의 정시퇴근 시간은 오후 6시지만 정시퇴근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최 씨는 “나처럼 돈을 많이 더 벌어야 하는 사람에겐 워라밸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작년에 둘째를 낳아서 돈이 더 필요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지 퇴근은 무슨 퇴근이냐”고 말했다. 최 씨는 ‘워라밸 사각지대’에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 수입이 같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다. 최 씨 회사도 난감하다.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 정착을 위해 추가 고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추가 고용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경기 화성시에서 문구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57)는 “회사를 금방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교육비, 식비 등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사람 하나 고용하는 건 리스크(위험)가 큰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워라밸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의견이 많다. △정시 퇴근을 막는 기업을 관리 감독해 달라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사람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생각해 달라 △워라밸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될 뿐이라는 내용 등 워라밸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워라밸이 도입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04년 전격 실시된 주 5일 근무제는 전면 도입까지 7년이 걸렸다. 여전히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먼저 변하고 중소기업까지 바뀌며 문화로 정착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온갖 비효율을 줄여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정부가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단위기간(현행 2주, 3개월) 안에 평균 주 40시간(최장 52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필요해 활용도가 낮다. 전체 기업의 5∼6%만 도입한 것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보고 있다. 현행 단위기간 3개월에서 프랑스, 독일처럼 1년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직종별 직무별로 다양해지는 업무 방식을 법이 아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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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세대에 동기부여, 지금의 ‘층층구조’에선 어려워…워라밸 Q&A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무시간을 줄여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이다. 바뀐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많다. 본보 ‘워라밸을 찾아서 2부’ 취재팀은 취재 과정에서 접한 기업과 직장인들의 궁금증을 모아 조직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맥킨지 아시아 ‘조직 프랙티스’의 리더인 강혜진 파트너가 답했다. 그는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와 국내 100여 개 기업의 조직 진단 보고서를 주도하기도 했다. Q: 해외 기업들도 근로시간 제한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다. “사실 야근을 매일 3일 이상 하는 것은 한국적 특성에 가깝다. 우리도 앞으로 최장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축소가 될 예정이라 독일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이미 (주40시간) 축소를 했고 우리보다 노동시장이 더 경직돼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그렇게 경직된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나’는 물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대안으로 보고 있는 게 ‘애자일 조직(기민한 조직)’이다. 프로젝트(미션) 단위로 조직을 구성해 부서 간 업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인 기민한 조직. 네덜란드 ING은행이 애자일 조직으로 바꾸고 생산성을 30%정도 높였다. 동시에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 1위로 바뀌었다. 보통 생산성을 높이려고 구조조정을 하면 조직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마련인데, 그 두 가지를 다 얻은 사례다. 그래서 애자일 모델이 유럽 사회에서는 표준 모델이 되면서 독일 다임러 등도 도입 중이다.” Q: 회사 차원에서 야근 줄이고 효율 높이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업무 비효율은 우리나라 많은 기업 조직 자체에 뿌리 깊은 원인이 있어 이벤트, 캠페인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원인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업무 지시의 구체성과 명확성 부재다. 위에서 미션과 지시(order)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중간에 서로 자의적으로 해석 하게 되면서 마지막에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결국은 팀장 레벨-는 굉장히 모호한 상태에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고서를 만들면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반복하는 과정이 생긴다. 둘째는 사일로(Silo·조직 내의 부서 간 장벽, 다른 부서와의 소통이 없는 현상)다.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임원이 부서 업무를 조율하기보다 주로 과장, 부장 레벨에서 이뤄지다 보니 조율 자체 건수도 많고 승인 절차도 복잡해진다. 세 번째는 직무의 모호성 문제다. 주로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기 때문에 개인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이 분명하지 않다. 부서가 해야 될 일은 있지만 개인별로는 없으니 일을 잘 하는 사람한테 일이 몰린다. 그런 것 들이 야근과 업무 비효율성을 유발한다. 이를 바꾸지 않고 캠페인 성으로는 안 된다.” Q: 라이프도 중요하지만 워크(일)도 잘 해야 할 텐데,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젊은 세대는 회사를 위한 일의 당위성이나 승진, 성과급으로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그렇다고 단지 ‘나에게 워라밸을 줘’라고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내 역량이 개발이 되는 지, 팀에서 하는 일에 대해 내가 기여하는 게 분명하고 거기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는 지를 중시한다. 그게 지금 ‘층층 구조’에서는 어려워서 조직이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글은 3개월마다 각 미션 단위 조직의 성과가 있는지,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리뷰하고 아니면 조직을 해체한다. 빨리 자원과 인력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경영진이 구글에서 이걸 보고 ‘우리 자녀들을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구글 식 모델을 도입해 보면 2030 세대는 자신의 기여도도 알 수 있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반긴다. 독일에선 조직에 변화를 줄 때에도 근로자 협의체 등의 승인이 필요한데 2030 세대가 주축이 협의체는 먼저 조직 변혁을 사측에 제안하는 것을 봤다.” Q: 회식문화나 친밀성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게 아시아 기업의 특징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빠르다. 오히려 산업화 기간이 짧아서 새로운 업무 문화를 받아들이기 쉬운 것 같다. 젊은 여성이 빠르게 승진하기도 한다. 중국 알리바바, 가전업체 하이얼, 부동산 개발사 방케 등은 일하는 방식이 이미 바뀌어 있다. 조직이 젊기도 하고, 나이 어린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많이 바뀌는 중이다.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식 끈끈한 문화는 장점이 있다. 다만 리더는 아버지처럼 친한 게 아니라 선생님처럼 친해져야 할 것 같다. 맥킨지에서는 팀원에 대해 개인별로 정말 자세하게 피드백을 주게 돼 있다. 이를 제가 기업 임원으로 있을 때 해보니 처음에는 어색해들 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자료를 10년이 지나도록 간직하고 있다고 하더라. ‘일 대 다’ 식으로 팀장이 혼자 얘기하는 자리보다 1대 1이나 소수로 리더가 개인의 개발을 위한 피드백을 준비한 상태로 만나는 게 서로 좋고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김현수 기자kimhs@donga.com ▼ ‘워라밸’ 사각지대 ▼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뭔가요?”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 있는 염색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 씨(34)는 기자에게 워라밸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단어의 뜻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최 씨는 “에이, 꿈같은 소리” 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최 씨 회사의 정시퇴근 시간은 오후 6시지만 늘 정시퇴근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 이유를 묻자 최 씨는 “나처럼 돈을 많이 더 벌어야 하는 사람에겐 워라밸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며 “작년에 둘째를 낳아서 돈이 더 필요하다. 돈을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지 퇴근은 무슨 퇴근이냐”고 말했다. 최 씨는 ‘워라밸 사각지대’에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 수입도 같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최 씨 회사도 난감하다.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 정착을 위해 추가 고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추가 고용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문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7)는 “회사를 금방 그만 두는 사람도 있고, 교육비, 식비 등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사람하나 고용하는 건 리스크(위험)가 큰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워라밸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의견이 많다. △워라밸을 할 수 있도록 퇴근을 못하게 하는 기업을 관리 감독 해 달라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사람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생각해 달라 △워라밸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들에게만 해당 될 뿐이라는 내용 등 워라밸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주를 이룬다. 2004년 전격 실시된 주 5일 근무제는 정착까지 약 7년 여가 걸렸다. 여전히 주 5일 근무제가 정착이 안 된 곳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먼저 변하고 중소기업까지 바뀌며 문화로 정착하기 까지 10여 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온갖 비효율을 줄여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정부가 보완 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꿔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단위기간(현행 2주, 3개월) 안에 평균 주 40시간(최장 52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필요해 활용도가 낮다. 전체 기업의 5~6%만 도입한 것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보고 있다. 현행 단위기간 3개월에서 프랑스 독일처럼 1년으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직종별 직무별로 다양해지는 업무 방식을 법이 아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bjk@donga.com}

    • 20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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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제조업, 매출액 대비 인건비 한계 도달”

    “만약 어떤 기업이 최근 3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하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한계에 도달했다면? 바로 비상경영계획을 세우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2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의실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기업구조조정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그 위기의 ‘어떤 기업’은 한국경제다. 한국경제의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떨어지는데 인건비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이래 3년간 계속해서 ―1.59%, ―2.99%, ―0.47%를 나타냈다. 반면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9.91%, 10.84%, 11.19%로 증가했다. 한국 제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경직된 노동 환경이 꼽혔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으로는 파업 시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만 규율하고 있을 뿐 찬반투표의 방식 및 기간, 찬반투표의 유효 기간 등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다. 파업 찬성률도 과반수 찬성이면 된다. 반면 미국 GM은 3분의 2 찬성, 독일 폴크스바겐은 4분의 3이 찬성해야 파업이 가능하다. 제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노동력 수급시스템 개선을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오히려 노동시장을 경직되게 만들었다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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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TECH] 카페-살롱-야외 테라스… 자동차 전시관 맞아?

    쇼윈도 너머로 반짝반짝하는 차가 보인다. 들어가서 차문도 열어보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싶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지게 차려 입은 영업 사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냥 다음번에 가봐야지. 예전에는 그랬다. 차 전시장에 들어오면 영업 사원들이 다가왔다. 재미로 둘러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요즘은 다르다. 전시장이 카페가 되고 놀이터로 변신한다. 세련된 미술관도 된다. 자동차를 보기보다 브랜드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부담 없이 놀러 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 디지털-메르세데스벤츠 청담 전시장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디지털 쇼룸이다. 고객이 다니는 동선에 따라 디지털 요소를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디지털이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돕는다. 대형 디지털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생동감 있는 영상을 통해 전시 공간에 마련돼 있지 않은 모델과 옵션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1층은 ‘메르세데스 카페(Mercedes Caf´e)’다. 전문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 한 커피뿐 아니라 특별히 개발된 다양한 음료 및 함께 위치한 컬렉션 숍에서 다양한 차량 액세서리 및 컬렉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차량 전시 공간인 2층과 3층에는 각각 ‘메르세데스-AMG 퍼포먼스 센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 S-Class 전용 전시장’을 마련했다. 프리미엄 차종에 특화된 최우수(VIP)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객 컨설팅에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 ‘세일즈 터치(Sales Touch)’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 데이터 관리는 물론 실시간 시승 예약 재고 관리, 디지털 계약 및 지불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이다. 세일즈 터치는 2월 현재 청담, 스타필드 하남, 부천, 해운대 등 총 4곳의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세일즈 터치’를 경험할 수 있다. 카페에 휴식공간까지-기아차 BEAT 360 명품거리가 시작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명품 플래그십 브랜드가 즐비한 이 거리에 지난해 6월 ‘비트 360(BEAT 360)’이 등장했다. 카페도 아니고 패션 브랜드도 아니다. 기아자동차가 만든 최초의 브랜드 체험공간이다. 기아차 브랜드 감성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1884m²(570평) 규모로 지어진 BEAT 360은 카페, 가든, 살롱 등 각각의 테마공간이 원형의 트랙으로 이어져 있다. 트랙 위에 전시된 기아차 라인업도 자유롭게 살펴볼 수도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홀로 렌즈 매개 현실(MR) 기술을 활용해 차량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디지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새로운 교감형 콘텐츠라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야외에는 자작나무 조경과 야외 테라스로 구성된 가든이 있다. 압구정동 청담동에서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해먹과 놀이공간으로 구성된 힐링존이 있어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프라이빗 시승-제네시스 강남 제네시스가 올해 1월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 개관한 제네시스 강남은 제네시스 최초의 독립형 전용 전시 공간이다. EQ900, G80, G70 등 제네시스 전 차종 다양한 컬러의 모델을 직접 보고 주행해볼 수 있는 상품체험 중심의 첫 거점이다. 2층 건물 총 1293.6m²(약 392평) 규모의 제네시스 강남은 방문객에게 전체 구매 경험을 안내해주는 프로세스 디렉터와 심도 깊은 고객 맞춤형 상품 및 시승 체험을 제공하는 전문 큐레이터가 고객을 1대1로 전담해 응대한다. 꼭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도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들를 만하다. 공간 디자인 자체가 프라이빗하다. 살짝 열린 틈을 제외하고는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방해를 차단해 고객이 온전히 차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한 의도가 반영됐다. 조명도 남다르다. 전시 차량에 조명이 반사되지 않도록 ‘천장 면조명’을 적용했으며 불필요한 가구부터 소품까지 디테일들을 숨기고 콘크리트로 마무리해 심플한 공간으로 구현했다. 심플한 공간 속에서 제네시스 전용 향과 사운드도 느낄 수 있다. 시승은 방문객의 필수 코스. 시승만을 위해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된 론치 베이(Launch Bay)는 방문객이 사전에 예약한 색상의 시승차가 미리 준비돼 있다. 론치 베이의 한쪽 벽면이 열리면 방문객은 본인이 사전에 선택한 코스로 시승을 할 수 있다. 제네시스 강남에서는 드라이빙 스타일, 차량 성능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5개의 시승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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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님의 퇴근 순찰 이후… 칼퇴 눈치보기 사라졌다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 인사팀은 머리를 싸맸다. 회사 전체로 업무 시간은 긴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은 정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일하는 시스템과 문화다. 올 초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시스템과 문화를 함께 바꾸기 위해 애썼다. 특히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배광수 이마트 인사팀장은 “PC오프, 집중근무시간제, 회의 시간 제한 등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임원 평가였다. 부서별 야근자를 조사하고, 야근자가 많으면 상위점수는 못 받는 식으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원들이 야근 없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 다양한 제도를 실험 중이다. 하지만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설마, 진짜로 저걸 해도 될까?”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 12시간 일하고 오늘은 3시간만 일하기로 했어도 다들 눈치를 보며 또 오래 앉아 있다. 이들에게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확실하며 중간관리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2016년 어느 수요일 오후 5시 30분. 모 대기업 직원들이 술렁였다. 사장이 사무실 순찰을 돈다는 극비 정보가 돌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왜 한창 일할 시간에 사무실을 급습한 걸까? 이 기업은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도입하면서 오후 5시 30분에 무조건 퇴근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다들 눈치를 봤다. ‘휴가 가란다고 진짜 가고, 할 말 하란다고 진짜 했다간 집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주저주저하자 사장은 뛰어다니며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쫓아냈다. 그래도 야근하는 사람이 두 번 이상 걸리면 해당 팀장의 결재권을 박탈해버렸다. 사장은 퇴근 후 집에서 근무하는 사태를 막으려 사내망 접속 상황을 전수 조사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몇 달이 지나자 사장이 ‘뜨지’ 않아도 알아서 집에 가는 게 문화가 됐다. 한 과장은 “학교도 아니고 사장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게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그래야 팀장이 바뀌고 직원들도 바뀌고 문화가 되더라”라고 전했다.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는 책상 앞에 종이 있다. 종의 용도는 퇴근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종을 시끄럽게 마구 치며 퇴근을 독려한다. 최 대표는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도 도입했다. 이른바 ‘월요병’이라고 불리는 업무 비효율을 막으려고 월요일은 아예 오후에 출근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센스 있는 한마디’도 워라밸 정착에 도움이 된다. 육아 문제로 아침 늦게 출근하고 있는 김하나 씨(32·운송회사 대리)는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조금 일찍 출근했더니 부장이 ‘왜 일찍 왔냐. 밥 못 먹었을 테니 뭐라도 먹고 오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퇴근해’, ‘일이 바빠도 집안일 먼저 챙겨라’는 말이 리더에게서 듣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착 때까지 강제 조치도 필요 한 외국계 자동차회사 인사팀은 대표에게 ‘금요일 오후 1시 퇴근제’를 제안했다. 계열 회사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보고했다. 해외 본사 출신인 대표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우리 자율 근무제인데 다들 원했다면 왜 그동안 퇴근을 안했나요?” 인사팀은 “한국 문화에서는 아무리 자율 근무제여도 오후 1시 퇴근은 눈치를 보게 된다. 아예 제도를 선포해 달라”고 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기업 문화를 바꾸려면 강제 조치나 반복 캠페인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2014년 두산그룹은 ‘왜(WHY)’ 캠페인을 진행했다. ‘상사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묻자’는 소통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부장이 “절대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술 마시자”라고 했을 때,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땐 “진짜 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는 취지다. 두산 경영진은 구체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와 직장 상사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해석해야 하는 문화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이 캠페인을 도입했다. 두산 관계자는 “3년 동안 줄기차게 캠페인 영상을 보고 들으니 이제 ‘다시 묻는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고순동 한국MS 대표 “확실한 목표 설정… 일하는 방식 노터치”▼“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직원들이 ‘공장라인’에 앉아 있어야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성원이 어떻게 일하든 결과만 낸다면 용인해 주겠다는 생각을 경영진이 갖는 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출발점이다.”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60·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이 유연하고 즐겁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표는 미국 IBM 임원, 삼성SDS 대표를 거친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다. 미국과 한국 기업을 오가며 여러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목격했다.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IT 업계에 있었지만 2016년 한국MS로 자리를 옮기고 놀란 일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회의 문화다. 고 대표는 “MS에 입사해 가장 놀랐던 점은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는 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고 대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쓸데없는 얘기를 하면 서로 자르고, 빠르게 결론을 내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을 보고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MS는 2004년 ‘일하는 방식’만 연구하는 ‘워크플레이스 리서치’ 조직을 만들었다. 최적의 업무 환경이 뭔지,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보고서를 만든다. 각종 제도는 전 세계 지사에 도입한다. 한국MS는 자율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당일 팀장에게 구두 보고하고 해도 된다. 어느 누구도 늦게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을 ‘불성실하다’거나 ‘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신뢰의 문화’와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기 위해서는 직무가 명확해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확실한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국MS는 본사 인사팀에서 해당 직군에 대한 업무 할당량을 제시한다. 동시에 팀장과 팀원이 1년에 2번 이상 세부 목표와 실행 과정에 대해 의무적으로 미팅하도록 한 ‘커넥트 제도’를 두고 있다. 고 대표는 “성과 목표에 대해 팀장과 팀원이 합의를 본 뒤에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명확한 워크(일)를 주고 직원 스스로 밸런스(삶)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 워라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김현수 기자·신무경 기자 yes@donga.com}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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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워라밸]“무조건 퇴근하라” 한창 일할 시간에 사장이 사무실 급습한 이유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 인사팀은 머리를 싸맸다. 회사 전체로 업무 시간은 긴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은 정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해법을 마련해야 했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일하는 시스템과 문화다. 올 초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시스템과 문화를 함께 바꾸기 위해 애썼다. 특히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배광수 이마트 인사팀장은 “PC오프, 집중근무시간제, 회의 시간제한 등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임원 평가였다. 부서별 야근자를 조사하고, 야근자가 많으면 상위점수는 못 받는 식으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원들이 야근 없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요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실험 중이다. 하지만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설마, 진짜로 저걸 해도 될까?” 자율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 12시간 일하고 오늘은 3시간만 일하기로 했어도 다들 눈치를 보며 또 오래 앉아 있다. 이들에게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확실하며 중간 관리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 2016년 어느 수요일 오후 5시 30분. 모 대기업 직원들이 술렁였다. 사장이 사무실 순찰을 돈다는 극비 정보가 돌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왜 한창 일할 시간에 사무실을 급습한 걸까? A기업은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도입하면서 오후 5시 30에 무조건 퇴근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다들 눈치를 봤다. ‘휴가 가란다고 진짜 가고, 할 말 하란다고 진짜 했다간 집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주저주저하자 사장은 영업본부를 뛰어 다니며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쫓아냈다. 그래도 야근하는 사람이 두 번 이상 걸리면 해당 팀장의 결재권을 박탈해버렸다. 사장은 퇴근 후 집에서 근무하는 사태를 막으려 사내망 접속 상황을 전수 조사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몇 달이 지나자 사장이 ‘뜨지’ 않아도 알아서 집에 가는 게 문화가 됐다. 한 과장은 “학교도 아니고 사장이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퇴근 시키는 게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그래야 팀장이 바뀌고 직원들도 바뀌고 문화가 되더라”라고 전했다. 티 카페 오가다의 최승윤 대표는 책상 앞에 종이 있다. 종의 용도는 퇴근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종을 시끄럽게 마구 치며 퇴근을 독려 한다. 최 대표는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도 도입했다. 이른바 ‘월요병’ 이라고 불리는 업무 비효율을 막으려고 월요인은 아예 오후에 출근을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도”라고 말했다. 관리자의 ‘센스있는 한 마디’도 워라밸 정착에 도움이 된다. 육아 문제로 아침 늦게 출근하고 있는 김하나 씨(32·운송회사 대리)는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조금 일찍 출근했더니 부장이 ‘왜 일찍 왔냐. 밥 못 먹었을테니 뭐라도 먹고 오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퇴근해’, ‘일이 바빠도 집안일 먼저 챙겨라’는 말이 리더에게서 듣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든 조치를 취했는데도 변하기 어렵다면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 추가 고용 등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 또한 경영진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착 때까지 강제 조치도 필요 외국계 자동차회사 인사팀은 대표에게 ‘금요일 오후 1시 퇴근제’를 제안했다. 계열 회사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보고했다. 해외 본사 출신인 대표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우리 자율 근무제인데 다들 원했다면 왜 그동안 퇴근을 안했나요?” 인사팀은 “한국 문화에서는 아무리 자율 근무제여도 오후 1시 퇴근은 눈치를 보게 된다. 아예 제도를 선포해 달라”고 했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기업 문화를 바꾸려면 강제 조치나 반복 캠페인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2014년 두산그룹은 ‘왜(WHY)’캠페인을 진행했다. ‘상사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묻자’는 소통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부장이 “절대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술 마시자”라고 했을 때,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를 땐 “진짜 가도 되는 것인가”라고 다시 묻자는 취지다. 두산 경영진은 구체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와 직장 상사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해석해야 하는 문화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이 캠페인을 도입했다. 두산 관계자는 “3년 동안 줄기차게 캠페인 영상을 보고 들으니 이제 ‘다시 묻는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워라밸 문화가 사회 전체에 정착돼야 기업이 바뀐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올해 주 40시간을 도입한 어느 기업의 고민거리는 영업, 홍보, 대관팀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후 5시에 퇴근했지만 거래처와의 약속이 7시다. 두 시간 동안 밖에서 서성이다 저녁 약속에 가는 상황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bjk@donga.com김현수 기자kimhs@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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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무는 AI에게… 사람은 창의적 업무 집중

    17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초봄, 여전한 찬 기운 속으로 고로(高爐)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는 높이가 100m로 높아서 고로로 불린다. 네모난 구멍으로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를 들여다보자 1500도의 쇳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품질이 높은 철을 생산하려면 불길의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보통 제철소에서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직원이 직접 기다란 온도계를 출선구에 넣어 온도를 잰다. 여름에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는 직원이 직접 불 속에 온도계를 넣을 필요가 없다. 각종 정보를 모으는 센서 덕분이다. “2016년 7월부터 센서가 온도를 재고 데이터를 모아요. 담당자는 여름에도 시원한 상황실에서 연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죠.” 손기완 제선부 팀장의 말이다. 손 팀장은 제2고로를 ‘스마트 고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현장 실무 팀장이다. 제2고로는 굴뚝 공장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만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공장) 실험실이었다. ○ 스마트 팩토리, 똑똑한 워라밸 실험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업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포스코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LS산전, 현대모비스, LG전자 등이 제조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고향인 독일에서도 짧은 법정 근로시간,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해외 이전 없이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도입됐다.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부터다. 알파고가 승승장구하며 AI가 화제가 되던 시기다. 생산성 혁명을 기대하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했다. 제2고로에서는 철광석 품질 검사도 센서와 AI가 대신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임의로 광물을 추출해 직접 눈으로 체크해야 했다. 연소 상태 역시 고로 내부 센서가 각각의 발화 상태를 찍고, 각각의 발화 수준을 판단해 데이터로 축적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미래의 생산 현황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제2고로 철 생산량은 5%가량 늘었다. 다른 스마트 공장 실험까지 더하면 연간 6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했다.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지난해 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중소기업 280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뚜렷했다. 도입 전보다 생산시간은 16% 줄고, 생산성은 30%가량 올랐다. 포스코의 경우 잔업이나 고된 일을 AI와 센서가 맡아주니 직원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포스코 제선부 엔지니어들은 과거 매일 오전 7시 직전 24시간 동안 현장 작업 정보가 나오면 이를 취합해 각종 그래프를 넣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오전 업무 시간을 여기에 쏟았다. 문제가 있으면 생산 현장에 직접 가봐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출근하면 이미 데이터가 분석돼 있다. 현장 방문 횟수도 줄었다. 김영현 포스코 제선부 대리는 “단순 업무는 AI가 하고 엔지니어는 기술 개발 같은 좀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연장 근무 시간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 일자리 논란은 여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면 결국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포스코의 스마트 실험은 어땠을까. 심민석 포스코 정보기획실 상무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와 스마트화는 다르다. 이미 자동화를 통해 공장 내 일자리 수는 최적화했다고 본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반복 업무는 줄이고, 창의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와 AI가 늘어도 데이터를 관리할 사람은 필요하다. 지난해 포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나자 고로 내 센서 위치가 흔들렸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파악하고, 수동으로 필요한 업무를 이어 나간 것은 사람이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쉬운 것만도 아니다.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구축에만 1년여가 걸린다. AI나 빅데이터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포스코 같은 대기업도 계열 정보통신사, GE 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중소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공장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달 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비용 등을 지원해 2022년까지 2만 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상생모델을 활용하면 구축비용을 정부(30%), 대기업(30%), 중소기업(40%)이 각각 나눠 지불하게 된다. ▼ 스마트공장으로 ‘주35시간 근무’ 정착시킨 독일 ▼“하루 8시간 근무, 안전한 공장, 아동 노동 금지. 한때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미래의 노동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노동은 다르다. 호숫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는 창의적인 지식노동자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음 주에 원하는 근무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일 것이다.” 지난해 독일 노동부가 발간한 백서 ‘노동 4.0’에 실린 내용이다. ‘좋은 노동’을 위해 인간과 로봇이 잘 협동하고 유연한 근무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독일은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2011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으로 꼽힌다. 10년 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계들이 소통하며 순차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여 년 전과 종업원 수는 변함없지만 생산성은 8배 이상 증가했다. 이곳 직원들은 평균 주 35시간을 일한다. 독일은 정부가 주체가 돼 다양한 스마트 팩토리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기술 협의체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지멘스, 보쉬, SAP 등 글로벌 기업과 독일 내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독일 모델을 따라 정부, 학계, 대기업,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소기업끼리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초 ‘스마트 공장 확산센터’를 출범시켰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영잡학사전] 똑똑한 공장 ‘스마트 팩토리’ ▼첨단 ICT 접목… 생산 - 유통과정 최적화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움직이면서 작업을 하는 공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장이 스스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생산 설비끼리 서로 통신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다. 효율적인 작업 방식을 결정하고, 실시간으로 불량품도 잡아낸다. 알뜰하기까지 해서 에너지도 아끼고 자원 활용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능력도 갖췄다. 공장 안 기계들은 위계질서가 없어서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 최적의 결과를 예측해서 최소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 이렇게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등의 전 과정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똑똑한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은 다시 생산과 관리 영역으로 들어가고 주문량,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최적의 생산체제를 유지하게 되는 원리다.포항=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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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수소차 ‘넥쏘’ 돌풍 예약판매 하루만에 733대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사진)가 예약판매 하루 만에 733대가 예약됐다. 이는 올해 보조금 지급이 가능한 대수의 3배가 넘는 수치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19일 예약판매를 개시한 넥쏘는 첫날에만 서울 227대, 울산 238대, 광주 156대, 창원 78대, 기타 34대 등 총 733대가 예약됐다. 올해 보조금 지급 대수 240대를 넘는 수치다. 예약판매가 시작된 19일 아침에는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 만에 500여 대가 몰려 한때 시스템이 지연되기까지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넥쏘 판매 일정이 공개되기 전부터 영업점마다 예약 문의가 빗발쳤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원금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19일 하루 만에 동난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책정된 환경부의 수소전기차 국고보조금은 대당 2250만 원씩 158대에 지급이 가능하다. 지난해 이월된 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240여 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보조금은 출고 시기에 받는데, 예약 순번대로 출고가 이뤄지기 때문에 예약이 늦은 사람은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최종 공고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대당 1000만∼1250만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19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공고를 낸 서울시의 보조금은 1250만 원이다. 서울시민이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넥쏘 모던은 3390만 원에, 프리미엄은 372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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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라이프] ‘스마트 팩토리’ 워라밸 대안 될까

    17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 초봄, 여전한 찬 기운 속으로 고로(高爐)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는 높이가 100m로 높아서 고로로 불린다. 네모난 구멍으로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를 들여다보자 1500℃ 온도의 쇳물이 펄펄 끓어다. 품질이 높은 철을 생산하려면 불길의 온도를 잘 맞춰야 한다. 보통 제철소에서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직원이 직접 기다란 온도계를 출선구에 넣어 온도를 잰다. 여름에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는 직원이 직접 불 속에 온도계를 넣을 필요가 없다. 각종 정보를 모으는 센서 덕분이다. “2016년 7월부터 센서가 온도를 재고 데이터를 모아요. 담당자는 여름에도 시원한 상황실에서 연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죠.” 손기완 제선부 팀장의 말이다. 손 팀장은 제2고로를 ‘스마트 고로’로 탈바꿈하기 위한 현장 실무 팀장이다. 제2고로는 굴뚝 공장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만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공장) 실험실이었다. ●스마트팩토리, 똑똑한 워라밸 실험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포스코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LS산전, 현대모비스, LG전자 등이 제조 현장에 접목하는 중이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의 고향인 독일에서도 짧은 법정근로시간,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환경 속에서 어떻게 해외 이전 없이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 속에 도입됐다. 포스코가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6년 7월부터다. 알파고가 승승장구하며 AI가 화제가 되던 시기다. 생산성 혁명을 기대하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부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했다. 제2고로에서는 철광석 품질검사도 센서와 AI가 대신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임의로 광물을 추출해 직접 눈으로 체크해야 했다. 연소 상태 역시 고로 내부 센터가 각각의 발화 상태를 찍고, 각각의 발화 수준을 판단해 데이터로 축적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미래의 생산 현황을 예측하는 데 쓰인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제2고로 철 생산량은 5%가량 늘었다. 다른 스마트 공장 실험까지 더하면 연간 600억 원 이상 비용을 절감했다.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지난해 말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중소기업 2800 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뚜렷했다. 도입 전보다 생산시간은 16% 줄고, 생산성은 30% 가량 올랐다. 포스코의 경우 잔업이나 고된 일을 AI와 센서가 맡아 주니 직원들은 여유를 갖게 됐다. 포스코 제선부 엔지니어들은 과거 매일 오전 7시 직전 24시간 동안 현장 작업 정보가 나오면 이를 취합해 각종 그래프를 넣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오전 업무 시간을 여기에 쏟았다. 문제가 있으면 생산 현장에 직접 가봐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출근하면 이미 데이터가 분석돼 있다. 현장 방문 횟수도 줄었다. 김영현 포스코 제선부 대리는 “단순 업무는 AI가 하고 엔지니어는 기술개발 같은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자연히 연장 근무 시간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논란은 여전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결국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포스코의 스마트 실험은 어땠을까. 심민석 포스코 정보기획실 상무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와 스마트화는 다르다. 이미 자동화를 통해 공장 내 일자리 수는 최적화 했다고 본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반복 업무는 줄이고, 창의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와 AI가 늘어도 데이터를 관리할 사람은 필요하다. 지난해 포항에서 진도 5.5 지진이 나자 고로 내 센서 위치가 흔들렸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파악하고, 수동으로 필요한 업무를 이어나간 것은 사람이었다. 일자리의 성격은 조정될 수밖에 없다. 단순작업 근무 인력은 줄고, 데이터 관리자는 늘어나 고용 총량은 늘더라도 ‘재배치’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인력이 문제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제조업에서 노사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쉬운 것만도 아니다.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구축에만 1년여가 걸린다. AI나 빅데이터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포스코 같은 대기업도 계열 정보통신사, GE 지멘스 같은 글로벌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과 손을 잡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중소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달 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는 스마트팩토리 구축 비용 등을 지원해 2022년까지 2만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상생모델을 활용하면 구축 비용을 정부(30%), 대기업(30%), 중소기업(40%)이 각각 나눠 지불하게 된다. ▼근무시간 줄이는 독일의 스마트팩토리 전략▼“하루 8시간 근무, 안전한 공장, 아동 노동 금지. 한 때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미래의 노동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노동은 다르다. 호숫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는 창의적인 지식노동자,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음주 원하는 근무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일 것이다.” 지난해 독일 노동부가 발간한 백서 ‘노동 4.0’에 실린 내용이다. ‘좋은 노동’을 위해 인간과 로봇이 잘 협동하고 유연한 근무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독일은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선두주자로 불린다. 2011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팩토리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스마트팩토리 교본으로 꼽힌다. 10년 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계들이 소통하며 순차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여 년 전과 종업원 수는 변함없지만 생산성은 8배 이상 증가했다. 이곳 직원들은 평균 주 35시간 일한다. 독일은 정부가 주체가 돼 다양한 스마트팩토리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형 기술 협의체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지멘스, 보쉬, SAP 등 글로벌 기업과 독일 내 중소 중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계와 장비 간 서로 연결이 가능하도록 호환성을 높여주는 기술 표준화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도 독일 모델을 따라 정부, 학계, 대기업,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소기업끼리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초 ‘스마트공장 확산센터’를 출범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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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재 5→3단계 ‘다이어트’… LTE조직 돼 야근 줄었다

    “업무도 잘 모르면서 부지런한 상사가 최악이다.” 모 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이로 인한 첨부만 수십 장인 보고서, ‘대책’ 없는 대책회의를 야근으로 이어지는 3대 비효율로 꼽았다. 당장 올해 7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안착시켜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의 고민 중 하나는 이런 비효율 없애기다. 업무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생산성은 최소한 유지하거나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최근 한국에 돌아온 이진형(가명·35) 씨. 그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점 중 하나는 모호한 팀장 지시 해석하기였다. 이 씨는 “못 알아들어도 다들 되묻지 않는 점도 신기했고, 팀장도 다 알고 지시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조직 다이어트’ 중이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면 불명확한 업무 지시와 보고 단계를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부서 간 협업에 걸리는 시간과 시장 대응도 빨라진다. 한 5대 그룹 임원은 “예전에는 위에서 ‘돌격’ 하면 모두가 야근하며 1등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건 롤 모델이 있던 시절에나 쓰이던 방식이다. 이젠 1등의 길이 틀릴 수도 있고, 누가 1등인지도 모르게 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빠른 조직, IT기업의 비결은 말하면 음악도 틀어주고, 메시지도 보내주며 택시도 잡아주는 똑똑한 스피커. 카카오가 지난해 9월 시장에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다. 출시 5개월 만에 판매량 10만 대를 넘었다. 소프트웨어(SW)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에 하드웨어(HW) 제조는 처음이었다. 시장의 우려도 있었지만 카카오는 개발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카카오 미니’를 출시했다. 경쟁사 대비 시간을 4배 이상 단축한 것이다. 비결은 팀 신설과 폐지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 미니 개발 방향이 정해지자마자 AI 부문 산하에 음성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A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AI 부문 팀원들이 주축이 됐고 카카오톡, 콘텐츠, 포털 등 전 부문 팀원들이 A TF에 모였다. 한 팀에 HW, SW 개발, 마케팅까지 회사 전 분야의 팀원이 각각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다. A TF 팀원은 100명에 달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였다. 몸집은 컸지만 협업이 필요하면 지체 없이 관련 팀원끼리 논의가 이뤄졌다. 이 부서 저 부서 업무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결재 서류와 보고서는 필요 없었다. 팀원들은 빨리 제품을 출시하려 매일 야근을 달고 살았을까? 카카오 관계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TF를 만들 때부터 가능한 시기와 그에 맞는 인원을 정한다. 출시 후에도 업데이트가 가능해 굳이 야근을 하지 않는다.” 황성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은 “수평적인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기업문화, 이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카카오에서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조직 개편이 이뤄지기도 한다. 관료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셈이다.○ 혁신은 야근 아닌 ‘애자일 조직’에서 관료주의 성향이 짙었던 전통적 스타일의 기업들도 IT기업 식 애자일 조직으로 변신 중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사내 연구개발 성과 공유 행사에서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해 보고, 실패를 통해 다시 배우고, 다시 시도해보자”는 내용의 애자일 혁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애자일 조직 실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금융권, 그중에서도 카드업계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2014년부터 빠른 ‘심플리피케이션(simplification·단순화)’ 캠페인을 통해 팀장 결재가 필요했던 10여 종의 업무를 ‘서비스데스크’ 일괄 결재로 통합했다. 이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약 5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월부터 애자일 조직 체제로 개편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직체계의 단순화다. 기존의 ‘본부-부본부-실-팀-센터’ 다섯 단계조직체계를 ‘본부-실-팀’ 세 단계로 일원화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개에 달하는 부본부와 센터가 폐지됐다. 부본부는 본부로 통합됐고 센터들이 폐지되면서 센터가 하던 역할을 팀이 함께 수행하게 됐다. 기존에는 팀이 전략을 짜고 센터가 전략을 수행했다면 팀이 전략 수립과 수행을 같이 하는 체제다. 현대카드 인사팀 관계자는 “기존에는 실무를 가장 잘 아는 하위 조직에서 결정한 사안들이 상위 조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왜곡되는 문제도 발생했다”며 “조직 개편으로 결재 단계가 대폭 축소돼 의사결정이 빠르고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ING은행 ‘9명 분대조직’ 실험… 두달 걸리던 업무 2주로 단축▼“지금 여러분을 전원 해고합니다.” 2015년 어느 금요일, 네덜란드 ING은행은 암스테르담 아레나 스타디움에 전 직원을 모아놓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어 다음 주 월요일, 전원 새 직책으로 재발령냈다. ING은행이 개발한 ‘애자일(Agile·기민한)’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이 모델은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조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ING은행의 애자일 모델은 가벼운 조직과 빠른 업무 처리가 특징이다. 9명 이내로 ‘분대’를 꾸리고,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혁신하게 만들었다. 마케팅, 상품,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부서의 직원이 한 분대를 구성한다. 직원들이 업무 처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문서나 보고 체계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강화한 대신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두세 달 걸리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간이 2주로 단축됐다. ‘내재적 동기부여’도 빼놓을 수 없다. 말단 직원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줬더니 성과가 늘었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왔고 ING은행은 네덜란드 대표 모바일 은행이 됐다. 조직 혁신을 위해 ING은행은 구글과 음악·동영상 업체인 스포티파이 등 다른 업종의 기업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ING의 사례는 ‘결재 대기와 흐지부지 의사결정, 느린 시장 대응’이 고민인 기업들에 적용할 만하다는 게 경영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혜진 맥킨지 파트너는 “유럽의 한 화학회사는 특정 연구개발(R&D) 조직만 애자일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미션이나 조직에만 도입하거나 ING처럼 경영진이 아예 조직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경영잡학사전 : 신속-날렵한 ‘애자일 조직’부서간 협업시간 줄여 ‘원스톱 혁신’ 유도1번부터 5번까지 5명이 줄 서 있다고 치자. 1번부터 5번까지 차례로 업무 지시를 하다 보면 중간에서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1번의 의도와 5번이 이해한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5번은 오늘도 열심히 쓴 보고서를 퇴짜 맞고 또다시 야근하게 된다. 부서 간 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도 대표적인 비효율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도 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이다. △기민함(agility) △부서 간 핸드오버(handover·업무 떠넘기기) 축소 △플레잉 코치 리더 △자원과 인력의 신속한 재배분이 키워드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빠른 조직을 전통적인 산업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애자일 조직의 핵심은 부서 간 업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 부서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개념이다. 그러면 많은 부서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은 관리자가 아니라 플레잉 코치가 된다. 팀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자원과 인력을 빠르게 배분할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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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라이프] “업무도 모르면서 부지런한 상사 최악”…당신은?

    “업무도 잘 모르면서 부지런한 상사가 최악이다.” 모 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이로 인한 첨부만 수십 장인 보고서, ‘대책’ 없는 대책 회의를 야근으로 이어지는 3대 비효율로 꼽았다. 당장 올해 7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안착시켜야 하는 300인 이상 기업들의 고민 중 하나는 이런 비효율 없애기다. 업무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생산성은 최소한 유지하거나,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최근 한국에 돌아 온 이진형(35·가명) 씨. 그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점 중 하나는 모호한 팀장 지시 해석하기였다. 이 씨는 “못 알아들어도 다들 되묻지 않는 점도 신기했고, 팀장도 다 알고 지시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조직 다이어트’ 중이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면 불명확한 업무지시와 보고 단계를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부서 간 협업에 걸리는 시간과 시장 대응도 빨라진다. 한 5대 그룹 임원은 “예전에는 위에서 ‘돌격’ 하면 모두가 야근하며 1등 따라잡기 나섰다. 그건 롤 모델이 있던 시절에나 쓰이던 방식이다. 이젠 1등의 길이 틀릴 수도 있고, 누가 1등인지도 모르게 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빠른 조직, IT기업의 비결은 말하면 음악도 틀어주고, 메시지도 보내주며 택시도 잡아주는 똑똑한 스피커. 카카오가 지난해 9월 시장에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다. 출시 5개월 만에 판매량 10만 대를 넘었다. 소프트웨어(SW) 정보통신(IT) 기업인 카카오에게 하드웨어(HW) 제조는 처음이었다. 시장의 우려도 있었지만 카카오는 개발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카카오 미니’를 출시했다. 경쟁사 대비 시간을 4배 이상 단축한 것이다. 비결은 팀 신설과 폐지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애자일 조직’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미니 개발 방향이 정해지자마자 AI부문 산하에 음성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A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AI부문 팀원들이 주축이 됐고, 카카오톡, 콘텐츠, 포털 등 전 부문 팀원들이 A TF에 모였다. 한 팀에 HW, SW 개발, 마케팅까지 회사 전 분야의 팀원이 각각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다. A TF 팀원은 100명에 달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였다. 몸집은 컸지만 협업이 필요하면 지체 없이 관련 팀원끼리 논의가 이뤄졌다. 이 부서 저 부서 업무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결재 서류와 보고서는 필요 없었다. 팀원들은 빨리 제품을 출시하려 매일 야근을 달고 살았을까? 카카오 관계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TF팀 만들 때부터 가능한 시기와 그에 맞는 인원을 정한다. 출시 후에도 업데이트가 가능해 굳이 야근하지 않는다.” 황성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은 ”수평적인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기업문화, 이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카카오에서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많게는 1주일에 한 번씩 조직 개편이 이뤄지기도 한다. 관료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셈이다. ● 혁신은 야근 아닌 ‘애자일 조직’에서 관료주의 성향이 짙었던 전통적 스타일의 기업들도 IT기업 식 애자일 조직으로 변신중이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해 사내 연구개발 성과 공유행사에서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해보고, 실패를 통해 다시 배우고, 다시 시도해보자“는 내용의 애자일 혁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애자일 조직 실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금융권, 그 중에서도 카드업계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2014년부터 빠른 ‘심플리피케이션(simplification·단순화)’ 캠페인을 통해 팀장 결재가 필요했던 10여 종의 업무를 ‘서비스데스크’ 일괄 결재로 통합했다. 이에 더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약 5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월부터 애자일 조직 체제로 개편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직체계의 단순화다. 기존의 ‘본부-부본부-실-팀-센터’ 다섯 단계조직체계를 ‘본부-실-팀’ 세 단계로 일원화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개에 달하는 부본부와 센터가 폐지됐다. 부본부는 본부로 통합됐고, 센터들이 폐지되면서 센터가 하던 역할을 팀이 함께 수행하게 됐다. 기존에는 팀이 전략을 짜고 센터가 전략을 수행했다면, 팀이 전략 수립과 수행을 같이 하는 체제다. 현대카드 인사팀 관계자는 ”기존에는 실무를 가장 잘 아는 하위 조직에서 결정한 사안들이 상위 조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왜곡되는 문제도 발생했다“며 ”조직개편으로 결재 단계가 대폭 축소돼 의사결정이 빠르고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두세 달 걸리던 업무가 2주 만에…ING은행의 ‘변신’ ▼ “지금 여러분을 전원 해고합니다.” 2015년 어느 금요일, 네덜란드 ING은행은 암스테르담 아레나 스타디움에 전 직원을 모아놓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어 다음 주 월요일, 전원 새 직책으로 재발령냈다. ING은행이 개발한 ‘애자일(Agile·기민한)’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이 모델은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조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ING은행의 애자일 모델은 가벼운 조직과 빠른 업무 처리가 특징이다. 9명 이내로 ‘분대’를 꾸리고,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혁신하게 만들었다. 마케팅, 상품,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부서의 직원이 한 분대를 구성한다. 직원들이 업무 처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문서나 보고 체계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강화한 대신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두세 달 걸리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간이 2주로 단축됐다. ‘내재적 동기부여’도 빼놓을 수 없다. 말단 직원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줬더니 성과가 늘었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왔고 ING은행은 네덜란드 대표 모바일 은행이 됐다. 조직 혁신을 위해 ING은행은 구글과 음악·동영상 업체인 스포티파이 등 다른 업종의 기업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ING의 사례는 ‘결재 대기와 흐지부지 의사결정, 느린 시장 대응’이 고민인 기업들에 적용할 만하다는 게 경영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혜진 맥킨지 파트너는 “유럽의 한 화학회사는 특정 연구개발(R&D) 조직만 애자일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미션이나 조직에만 도입하거나 ING처럼 경영진이 아예 조직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 경영잡학사전 : 애자일 조직 1번부터 5번까지 5명이 줄 서 있다고 치자. 1번부터 5번까지 차례로 업무 지시를 하다 보면 중간에서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1번의 의도와 5번이 이해한 것은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5번은 오늘도 열심히 쓴 보고서를 퇴짜 맞고 또다시 야근하게 된다. 부서 간 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도 대표적인 비효율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도 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이다. △기민함(agility) △부서 간 핸드오버(Handover·업무 떠넘기기) 축소 △플래잉 코치 리더 △자원과 인력의 신속한 재배분이 키워드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펌 맥킨지에서 고안해 네덜란드 ING,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적용했거나 적용하려 하고 있다. 강혜진 맥킨지 파트너는 “부서 간 업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 부서 내에서 업무를 하자는 취지다. 그러면 많은 부서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은 관리자가 아니라 플레잉 코치여야 한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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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도장 출근 없앴더니… 눈치는 줄고 협업 늘었다

    14일 오후 4시 아직 해도 떨어지지 않은 시간. 서일환 넷마블게임즈 품질관리(QA)실 팀장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기다릴 딸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딸과 함께 집으로 가 저녁 내내 놀아줄 생각이다.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오후 7시까지 근무할 생각이다. 출근 시간도 그때그때 다르다. 오늘은 오전 10시, 내일은 오전 8시인 식이다. 어떻게 이런 근무가 가능할까. 넷마블은 13일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작했다. 이날이 시행 이틀째였다. 의무근로시간인 오전 10시∼오후 4시(점심시간 1시간 포함)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시간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총 근로시간이 평균 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 있으면 된다. 서 팀장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딸 아이 유치원 등하교를 맡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작 늦어져도 업무문화 개선”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에 위치한 넷마블게임즈는 게임업계에서 ‘구로의 등대’로 불렸다. 워낙 야근이 많아서 깜깜한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2016년 직원 과로사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경영진이 국정감사장에 불려가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그랬던 넷마블이 1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2월 게임업계 최초로 야근, 주말근무를 금지하는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발표했다. 최근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사전 연장근로 신청자를 제외하고는 야간, 휴일은 물론 월 기본 근로시간에 연장근무도 금하고 있다. ‘일하는 문화 개선안’이 나온 지 1년, 넷마블의 주간 초과근로시간은 지난해 3.3시간으로 전년(4.8시간)보다 약 31% 줄어들었다. 지난달 본사 19층에 있던 ‘야근의 상징’ 수면실은 간호사 등이 상주하는 보건실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에는 경영진 의지가 담겨 있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게임 출시 시기를 늦추는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실제 넷마블은 지난해에는 계획했던 17종의 신규 게임 중 5종만 내놨다. 한 넷마블 직원은 “서버 점검의 경우 그동안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유저 이용이 적은 야간에 해왔다. 하지만 경영진이 시간대를 과감하게 주간으로 바꿨다. 비용을 들여 1대 쓰던 서버를 2대로 늘렸다”고 말했다.○ 평가제도 바꾸면 눈치가 사라진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또 다른 회사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는 한창 일할 시간임에도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박현진 한국MS 마케팅본부 부장은 “어디서든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 본인도 일주일에 한 번은 재택근무를 한다. 팀장에게는 “저 내일 집에서 일해요”라고 e메일을 보낸다. 당일 전화해 통보할 때도 있다. 이 회사는 일찌감치 출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일하기 좋은 장소에서, 좋은 시간대에 일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회의는 어떻게 하냐고? 화상 회의 기능을 담은 ‘스카이프포비즈니스’를 쓴다. 한 직원은 “화상 회의할 때 뒤로 보이는 배경이 가관이다. 배우자가 설거지하는 모습도 봤다”며 웃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처음부터 자율 근무가 정착됐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문화 특성상 상사 눈치를 봐야 했다. 자율근무를 완전히 자리 잡게 한 것은 ‘평가제도’였다. 한국MS는 2013년 11월 강력한 성과는 구성원 혼자서만 이뤄낼 수 없다는 생각에 평가 제도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꿨다. 원래는 ‘판매 목표 ○○% 초과 달성’ 같은 성과 위주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경쟁하느라 성과 좋은 스타 직원과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을 꺼렸다. 여러 부서 관리자가 모여 부하 직원들을 평가하니 다른 팀 관리자에게 ‘눈도장’ 찍으려는 사내정치도 중요했다. 현행 절대평가제에서는 추상적인 의미의 ‘영향력’이 평가항목에 들어갔다. 혼자 성과를 잘 내는 직원보다 동료 성과를 적극적으로 돕는 구성원이 인센티브를 더 받는 구조가 됐다. 팀에서 협업을 잘하면 되니 ‘눈도장 출근’은 필요 없게 됐다. 이승연 한국MS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경쟁보다 팀에서 협업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고 구성원 간에 신뢰하는 분위기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 ‘나인 투 식스’는 옛말… 하루 4시간 근무도 가능해져 ▼SKT-LG전자-엔씨소프트 등 ‘자율 출퇴근제’ 잇따라 도입‘나인 투 식스(9 to 6)’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기존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개인이 알아서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 중이다.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 일하자는 취지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일이 없는데도 관성적으로 남아 있던 관행을 없애자는 의미도 있다. SK텔레콤은 SK 계열사 중 처음으로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채택했다. 2분기(4∼6월) 중에 2주에 80시간만 맞추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 주는 30시간, 다음 한 주는 50시간 등의 방식으로 근무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주 4일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 하루는 여가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하루 4∼12시간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두고 주 40시간 근무를 지난달 26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중요한 업무가 있는 날은 최대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휴식이 필요하면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유연출퇴근제를 올해 1월부터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선진국처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1년으로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무 특성상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기간이 한두 달이 넘어가는 부서도 있는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직군은 제품 출시를 앞두고 몇 달은 강도 높게 일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법정 근로시간을 주간이 아니라 분기 혹은 연간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영잡학사전 : 유연근무제 종류는주당 최대 52시간 범위내 상황따라 선택 적용 가능업종별 직무별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유연근무제. 근로기준법(개정안)상 어떤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까. ▽탄력적 근로시간제=2주, 3개월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최대 52시간)을 맞추면 된다. 성수기에 몰아 일하고 비수기에 몰아 쉬라는 취지다.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노사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선 성수기에 연장근무해 수당을 받고, 비수기에는 정시 근무체계를 유지하는 게 임금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단위 시간이 2주, 3개월이라 적용이 애매하다는 말도 나온다. 에어컨 제조 라인의 경우 가장 바쁜 시기는 최소 4∼7월로 4개월가량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정산시간 내 평균 주 40시간(최대 52시간) 범위에서 회사가 정하는 의무근로시간 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근로자가 정할 수 있다. ▽재량근로제=기자, 디자이너, 연구개발자 등 시행령이 정한 일부 직군은 업무수행 방법과 시간 배분 문제를 본인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밖에서 취재하는 ‘김 기자’의 근무 시간은 측정하기 어렵다. 회사와 그는 업무 수행에 주 50시간 걸린다고 서로 합의하고, 그는 재량껏 일할 수 있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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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잔 같이해야 친근? 평소에 말 건네세요”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A 부장과 밀레니얼 세대 B 대리. 회식을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가상 설전을 소개한다. A: 젊은 직원들이 일만 하고 퇴근하는 걸 생산성 제고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소통하고 친밀해져야 서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죠. B: 회사가 무슨 동아리인가요? 꼭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평소 일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게 문제죠. A: 회의 시간에 그렇게 말해 보라고 해도 조용하지 않았나. 술 마시면 그래도 좀 말하기 편하잖아요. B: …. 회식 때도 부장님 혼자 얘기하시던데요. 설마 몇 시간 훈시하시고선, 소통했다고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술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나친 회식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해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2010년대부터 회식문화 근절 캠페인 실험을 해왔다. 과음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높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0년경은 기업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물밀듯이 입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웬만한 기업마다 하루 일찍 퇴근하게 해주는 ‘가정의 날’을 만들고 회식은 1차까지만 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는 ‘112’(한 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에)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도 발표했다. ‘119’(한 가지 술로, 1차에서, 9시 이전까지) 캠페인에도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대·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회사는 회식을 자주 한다’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25%, 보통은 39%, 부정이 36%에 달했다. 많은 기업이 회식을 잦게 느끼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기업 차장급인 김모 씨(37·여)는 “처음 회사에서 119 캠페인을 할 때 저게 뭐냐고 웃었는데, 부서장끼리 서로 캠페인 잘 지키기 경쟁에 나서면서 진짜로 회식이 줄었다”고 전했다. 워라밸이 중시되는 최근에는 좀 더 강제적인 조치들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월수금 회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노래방에서는 이 회사의 법인카드가 긁어지지 않는다. 강제 조치가 효과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월수금 회식을 금지했는데, 이날 법인카드를 긁으면 나중에 조사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다들 조심한다. 요즘은 회식을 점심에 하거나 영화 관람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술이 빠지니 조직 내 세대 간 소통 방법을 모르겠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는 점. 회식이 줄어든 기업의 한 임원은 “젊은 세대와 우리(40, 50대)가 생각하는 ‘스킨십’ ‘소통’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솔직히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것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어색하고 친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은 “평소에도 말 안 하고 회식도 싫어하는 사원들을 보면 진짜 교류 자체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직 간부들 말처럼 친해지는 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조직문화 전문가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경영환경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조직원 간 연대가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조직원 간 연대와 술자리에서의 끈끈함이 같다고 착각하는 것은 문제다. 업무에 대한 공평한 칭찬과 격려가 친밀성을 높일 수 있다. 회식은 다소 위계질서와 조직 충성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아예 업무 시간에 ‘술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세대 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 씨(37·여)는 “부서에서 오후 4시에 스탠딩 와인 모임을 열기도 한다. 한국식 끈끈함이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퇴근 후 스케줄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은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술 없어도 친해지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 중 하나는 ‘호칭 파괴’다. 부장님, 과장님 대신 ‘영수님’이나 ‘김 프로’ 등으로 통일해 수평적으로 소통해 보자는 것이다. 2002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호칭 통일에 동참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또한 반론이 있다. ‘님’ 호칭이 이미 정착한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한 한 과장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이름을 부르다 보면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위계질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칭 파괴를 도입했다가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호칭만 바꾼다고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통의 제1조건은 수평적 조직문화”▼“나이-서열 따지는 위계질서 버리고 다양성 중시 中기업 벤치마킹을”20대 신입사원 두 그룹이 있다. 한 그룹에는 각자의 나이와 학번 등을 공유하게 했다. 다른 그룹에는 나이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대화하도록 했다.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친밀도가 더 높았을까? 이 실험을 진행한 채서영 서강대 영문과 교수(사회언어학)는 “첫 번째 그룹”이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한국어만큼 존대어 체계가 복잡한 나라가 없다. 친구 개념도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 정도로 좁다. 빨리 누가 나이가 많은지 확인해야 언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고, 그래야 친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소통이 잘되는 수평적 기업문화다. 업무 지시가 불명확해도 되묻지 못하는 문화, 아이디어가 있어도 일단 침묵하는 문화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효율이 장시간 근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갖가지 실험을 하지만 기업들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언어의 사회적 함의를 연구하는 채 교수는 한중일 언어 중에서도 우리 언어에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잔재가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아시아 문화권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장유유서 개념이 강한 셈이다. 모이면 ‘막내’와 ‘큰형님’을 정하는 습관도 한국식 언어문화의 특징이다. 채 교수는 “친한 사이는 ‘가족 관계’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방법은 없을까.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중국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대표적인 수평적 기업이다. 부회장 3명이 일정 기간 동안 교대로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사내정치나 경직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중국 기업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자랑한다. 유교사회에서 공산사회를 거치며 오히려 젠더(성) 평등도 높고 다양한 조직원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이 모이면 나이, 서열보다 직무 위주로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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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한잔 같이해야 친근?…‘술’ 없이 친해지는 방법은

    대기업에 다니는 50대 A부장과 밀레니얼 세대 B대리. 회식을 놓고 벌이는 두 사람의 가상 설전을 소개한다. A: “젊은 직원들은 일만 하고 퇴근하는 걸 생산성 제고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 소통하고 친밀해져야 서로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죠.” B: “회사가 무슨 동아리인가요? 꼭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평소에 일할 때 말이 안 통하는 게 문제죠.” A: “회의 시간에 그렇게 말해보라고 해도 조용하지 않았나. 술 마시면 그래도 좀 말하기 편하잖아요.” B: “…. 회식 때도 부장님 혼자 얘기하시던데요. 설마 몇 시간 훈시하시고선, 소통했다고 착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술을 둘러싼 세대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나친 회식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해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2010년대 이후부터 회식문화 근절 캠페인 실험을 해왔다. 지나친 과음이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높인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0년 경은 기업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물밀 듯이 입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웬만한 기업마다 하루 일찍 퇴근하게 해주는 ‘가정의 날’을 만들고 회식은 1차 까지만 마시자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는 ‘112(한 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에)’처럼 구체적인 가이드도 발표했다. 119(한 가지 술로, 1차에서 9시 이전까지)캠페인에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달 본보가 대한상의와 대·중소기업 33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회사는 회식을 자주 한다’에 대한 긍정 응답율은 25%, 보통은 39.0%, 부정이 36.0%에 달했다. 많은 기업들이 회식을 잦게 느끼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공기업 차장급인 김모 씨(37·여)는 “처음 회사에서 119 캠페인을 할 때 저게 뭐냐고 웃었는데, 부서장끼리 서로 캠페인 잘 지키기 경쟁에 나서면서 진짜로 회식이 줄었다. 10년 전에 2차 노래방이 기본이었다가 요즘엔 2차도 안가고 가더라도 커피숍에 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시되는 최근에는 좀더 강제적인 조치들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월수금 회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노래방에서는 이 회사의 법인카드가 긁어지지 않는다. 강제 조치가 효과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월수금 회식을 금지했는데 이날 법인카드를 긁으면 나중에 조사 나올 수도 있다 보고 다들 조심한다. 요즘은 점심에도 회식 하고, 영화관람으로 대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술이 빠지니 조직 내 세대간 소통방법을 모르겠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는 점. 회식이 줄어든 기업의 한 임원은 “젊은 세대와 우리(40~50대)가 생각하는 ‘스킨십’ ‘소통’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솔직히 영화보고 차 마시고는 우리 스타일 아니다. 어색하고 친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은 “평소에도 말 안하고 회식도 싫어하는 사원들 보면 진짜 교류 자체가 싫은 건가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직 간부들 말처럼 친해지는 게 일하는데 도움이 되긴 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답한다. 조직문화 전문가 정은지 이머징 리더십 인터벤션츠 대표는 “경영환경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조직원 간 연대가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조직원 간 연대와 술자리에서의 끈끈함이 같다고 착각하는 것은 문제다. 업무에 대한 공평한 칭찬 격려가 친밀성을 높일 수 있다. 회식은 다소 위계질서와 고 조직 충성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아예 업무 시간내에 ‘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세대간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 씨(37·여)는 “부서에서 오후 4시에 스탠딩 와인 모임을 열기도 한다. 한국식 끈끈함이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퇴근 후 스케줄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은 배울 만 하다” 고 말했다. ‘술 없어도 친해지기’의 대안으로 등장한 제도 중 하나는 ‘호칭 파괴’다. 부장님, 과장님 대신 ‘영수님’이나 ‘김 프로’ 등으로 통일해 수평적으로 소통해 보자는 것이다. 2002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호칭 통일에 동참하는 추세다.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영어 호칭’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브라이언(Brian)~’하고 부르는 식이다. 이 또한 반론도 있다. 님 호칭이 이미 정착한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한 한 과장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꾸 이름을 부르다 보면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위계질서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칭 파괴를 도입했다가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호칭만 바꾼다고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김현수 기자kimhs@donga.com변종국 기자bjk@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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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아시아나그룹, 獨 도이치자산운용에 광화문 사옥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 사옥이 독일의 도이치자산운용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최근 독일 자산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과 광화문 사옥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과 관련해서는 “MOU를 맺었을 뿐 세부 내용은 계속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부지에 2008년 준공된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은 지하 8층~지상 29층, 연면적 6만695㎡(약1만8360평) 규모로 지어졌다. 사옥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은 아시아나항공 80%, 케이엠티제이차 15%, 동부화재 5% 등이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시 대형 오피스 빌딩이 3.3㎡당 2500만¤2800만 원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호아시아나 사옥 가격은 4000억~5000억 원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사옥 지분 전체를 매수하고 부동산펀드를 통해 독일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기자kimhs@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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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고공농성 노조간부에 대화 제안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반대하며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노조 간부 2명을 만나 대화를 제안했다. 13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김 회장은 12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 송전탑을 찾았다. 송전탑 위에서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 고공농성 중이다. 김 회장은 이날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노사 모두에 가혹한 시련이 될 수밖에 없는 법정관리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성을 풀고 내려와 대화를 통해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 주말에 직접 채권단과 함께 중국 더블스타를 방문해 더블스타의 구체적인 인수 목적 및 조건,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점도 이날 노조에 전달했다. 김 회장은 회사의 독립경영, 3승계(고용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 국내 공장 투자 등에 대한 회사의 핵심 요구사항을 더블스타에 전달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방침을 정하고 이달 말까지 노사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가 이달 말까지 외자유치동의서를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광주, 곡성, 평택공장 노조원들은 14일 오전 6시 30분∼15일 오전 6시 30분 총파업을 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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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8년전 ‘30% 원격근무’ 목표… 실제 12% 그쳐

    “언제 어디서나 연결만 되면 일할 수 있다!” 2009년 11월 한국에 아이폰이 상륙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바쁘게 움직였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바일 시대가 왔으니 업무 방식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른바 ‘스마트워크’가 화두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원격 업무가 화제였다. 스마트워크 센터를 만들어 원격 근무를 지원하는 식이다. 2010년 정부는 스마트워크 센터 근무율을 2015년까지 공무원 30%, 전체 노동인구의 30%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격 근무 성격의 스마트워크 센터 실제 활용도는 그보다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2017년 스마트워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11.9%만이 스마트워크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대신 업무용 메신저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마트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63.4%로 높게 나타났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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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로 가는 길, 짧고 굵게 일하자”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 한창 집중해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선배 A가 말을 걸었다.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요즘은 다르다.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시간에는 흡연실이 폐쇄된다. 회의에도 시간 제한이 생겼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해보라’는 어색함과 대책 없는 ‘대책 회의’에서 해방됐다. 일부는 “좋은 시절 다 갔다”며 여유가 사라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 대리들은 바짝 일하고 빨리 가는 게 낫다. “야호!”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혁명’이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늘어지는 회의를 없애고, 보고 단계를 줄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군더더기 시간 다이어트’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하루에 5시간 정도만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나머지 근무시간은 알아서 정하라는 ‘자율 근무제’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7월부터 최장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만큼 ‘일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대·중소기업 336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봐도 상당수 기업이 워라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44.6%가 ‘앞으로 워라밸 중심 조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6.7%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이 추진하는 워라밸 관련 제도로는 PC오프제 등 시간 단축(50.0%·이하 복수 응답), 회의 축소(48.2%), 회식 제한(43.4%), 보고체계 단축(37.3%) 등이었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진행할 특별기획 ‘행복원정대 202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 한 해 ‘워라밸을 찾아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1부에서는 무너진 워라밸 현장을 소개했다면, 2부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 본 기업들의 워라밸 실험기다.》 ● 워라밸 실험소잃은건 ‘커피 한잔의 여유’… 얻은건 ‘아이의 환한 미소’3개월 만에 아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침마다 눈물로 엄마를 붙잡던 세 살배기가 웃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엄마를 봐도 ‘혼자 놀기’를 하던 아이가 어느새 ‘애교쟁이’가 됐다. 평소 입 밖에 내지 않던 ‘사랑해’란 말과 함께 스킨십이 잦아졌다. 포동포동 살도 올랐다. 워킹맘 차미경 이마트 품질관리팀 대리(32)는 “일하는 방식이 바뀐 후부터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놀란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기본이다. 재계의 첫 파격 실험이다. 시행 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신세계의 ‘워라밸 실험’은 순항 중일까. 어떻게 퇴근 시간을 당겼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기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 대리의 일상을 쫓았다. 5일 오전 8시 30분. 차 대리가 사내 어린이집에 3세 아이와 함께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차 대리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아이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자 웃으며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앞에서 우는 아이를 한참 달래야 했어요.” 오전 10시. 사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는 집중근무 시간입니다. 오후 5시 정시 퇴근을 위해 집중근무 시간에는 회의, 흡연, 티타임 등 업무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일반 ‘착한’ 사내방송과 달리 단호하고 조금은 강압적인 말투였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안팎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다른 부서에서 걸려오는 업무 협조 전화도 줄었다. 간간이 스탠딩 회의를 했지만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말없이 일하는 차 대리 곁을 떠나 6층 흡연실 앞으로 가봤다. “못 들어가요. 지금 잠겼어요”라며 청소 담당 아주머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카페도 한산했다. 복도에서 개인적인 통화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차 대리도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까지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계속되는 정적 탓에 지켜보던 기자가 졸음이 올 정도였다. 오전 11시 40분. 메뉴를 정하고 나갈 준비를 서두르는 일반적인 회사 풍경과 달리 차 대리는 동료들과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식당은 북적였다. “점심 외출 시간을 줄여 일해야죠. 가끔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해요. 올해는 한 번도 밖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없어요.” 차 대리의 말에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에서 만난 한 대리급 직원이 말했다. “솔직히 진짜 집에 일찍 가게 될 줄 몰랐어요. 외부에 있는 맛집을 가도 상사와 함께라면 불편한데 그냥 빨리 먹고, 몰아서 일하고 집에 가는 게 좋아요.” 차 대리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업무가 시작했다. 오후 2시에 또 단호한 ‘집중근무 알림방송’이 나왔다. 오전 방송 때보다 차 대리의 손이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두 번째 집중근무 방송이 나왔다는 건 업무마감까지 3시간 남았다는 소리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웹 서핑을 할 시간이 없었다. 차 대리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키보드와 전화기도 오전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5시. “시한폭탄이 떴다!” 차 대리가 말했다. 퇴근 시간 임박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모니터에 남은 시간 30분이 표시되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결승선을 앞둔 마라토너 같았다. 오후 5시 5분, 차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팀장이 아직 자리에 있었는데 그냥 나가도 되냐고 기자가 물었다. ‘퇴근할 때는 따로 인사를 안 해도 된다’고 팀장이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아침에 헤어진 모자(母子)가 다시 손을 잡은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아이는 엄마를 발견하자마자 와락 품에 안겼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말이야….” 아이의 수다가 벌써 시작됐다. 손을 꼭 잡은 모자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소리 내어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회사의 워라밸 실험이 되찾아준 건 모자의 ‘환한 미소’였다.● How To하루 11시간 근무 김대리, 실제 일한건 5시간 32분뿐‘김 대리’가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몇 시간일까. 오전 9시 회사로 출근해 오후 7시 58분에 퇴근한다.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58분이지만 점심시간 등을 빼고 생산적으로 보낸 시간은 5시간 32분이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략 컨설팅펌 맥킨지가 2016년 9개 기업 대리 4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보고서는 “야근을 할수록 생산시간은 줄어드는 야근의 역설이 만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무시간에 바짝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기업과 임직원 모두 ‘윈윈’인 셈이다. 올 초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마트의 배광수 인사팀장은 “단축 근무 도입은 워라밸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몰입도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처럼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기업들은 근태 정보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도 근무시간 입력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사원증을 게이트에 찍고 들어가거나 나온 시간만 기록됐다. 시스템 개편 후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와, 주당 근무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돼 분 단위까지 시스템에 나타난다. LG전자도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개인이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해 출퇴근 및 비근로시간을 입력할 수 있도록 근태 정보 시스템을 개편했다.■ 경영잡학사전 : 컴퓨터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2009년 첫 시행… 퇴근시간 앞당기는데 한몫“오후 7시 30분이 되면 PC가 꺼집니다.” 2009년 IBK기업은행이 신기한 제도를 도입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업무용 PC가 꺼지는 ‘PC오프제’였다. 금융권 최초였다. 당시 은행권은 1997년 외환위기의 혹독한 구조조정 부작용을 앓고 있었다. 적은 사람이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야 했다. 2008년 기업은행은 오후 8시 퇴근 캠페인을 벌였다. 지금으로 보면 오후 8시도 야근이지만 이때만 해도 ‘칼퇴근’에 해당됐다. 캠페인만으로 부족하자 이 은행은 오후 7시 30분에 PC가 종료되는 강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평균퇴근시간이 2008년 오후 9시 12분에서 2016년 오후 6시 42분으로 150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해마다 PC 종료 시간은 앞당겨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2년 오후 7시로 바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4년부터 오후 6시에 PC가 꺼지고,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오후 5시 30분에 꺼진다. PC오프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은 그대로인데 PC가 꺼져서 카페에서 몰래 야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이 없을 때도 상사 눈치만 보고 앉아 있던 문화는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김현수 kimhs@donga.com·이은택 기자·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김재희 기자}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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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단 입주 車기업 유치 나선 광주市… “500억 이상 투자땐 10% 보조금”

    광주시가 자동차 전용 산업단지 빛그린 산업단지에 입주할 자동차 기업 유치에 나선다. 광주시는 12일 빛그린 산단에 투자할 자동차 기업 모집과 관련해 다양한 투자 유형을 제시했다. 광주시는 앞서 7일 국내외 자동차 관련 기업인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빛그린 산단은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할 광주시의 역점 사업이다. 빛그린 산단 1단계 247만 m²(약 75만 평)는 2019년 12월까지, 나머지 2단계 159만 m²(약 48만 평)는 2022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빛그린 산단은 완성차와 주요 부품생산 기업 모두에 열려 있다는 것이 광주시 측의 설명이다. 기업이 소재와 부품을 생산 및 조립해 완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부터 기업 간 위탁·수탁 모델도 가능하다. 투자 방식도 1개 기업이 단독 투자하는 경우와 2개 이상 기업이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는 공동 투자, 지역사회가 함께 투자하는 합작 투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500억 원 이상 대규모로 투자하면 투자액 기준 대비 최대 10%의 투자유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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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라이프] “회의, 흡연, 티타임 줄였더니”…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몰입-집중근무제 도입 이후3개월 만에 아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침마다 눈물로 엄마를 붙잡던 세 살배기가 웃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엄마를 봐도 ‘혼자 놀기’를 하던 아이가 어느 새 ‘애교 쟁이’가 됐다. 평소 입 밖에 내지 않던 ‘사랑해’란 말과 함께 스킨십이 잦아졌다. 포동포동 살도 올랐다. 워킹맘 차미경 이마트 품질관리팀 대리(32·여)는 “일하는 방식이 바뀐 후부터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놀란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대기업 최초로 주35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기본이다. 재계의 첫 파격 실험이다. 시행 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신세계의 ‘워라밸 실험’은 순항 중일까. 어떻게 퇴근시간을 줄였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기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 대리의 일상을 쫓았다. 5일 오전 8시 30분. 차 대리가 사내 어린이집에 3살 아이와 함께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차 대리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아이는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자 웃으며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앞에서 우는 아이를 한참 달래야 했어요.” 오전 10시. 사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지금부터는 집중근무 시간입니다. 오후 5시 정시 퇴근을 위해 집중근무 시간에는 회의, 흡연, 티타임 등 업무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방송이 흘러나왔다. 일반 ‘착한’ 사내방송과 달리 단호하고 조금은 강압적인 말투였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안팎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다른 부서에서 걸려오는 업무 협조 전화도 줄었다. 간간이 스탠딩 회의를 했지만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말없이 일하는 차 대리 곁을 떠나 6층 흡연실 앞으로 가봤다. “못 들어가요. 지금 잠겼어요”라며 청소 담당 아주머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카페도 한산했다. 복도에서 개인적인 통화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차 대리도 점심시간인 11시 30분까지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계속되는 정적 탓에 지켜보던 기자가 졸음이 올 정도였다. 오전 11시 40분. 메뉴를 정하고 나갈 준비를 서두르는 일반적인 회사 풍경과 달리 차 대리는 동료들과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식당은 북적였다. “점심 외출 시간을 줄여 일해야죠. 가끔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해요. 올해는 한 번도 밖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없어요.” 차 대리의 말에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에서 만난 한 대리급 직원이 말했다. “솔직히 진짜 집에 일찍 가게 될 줄 몰랐어요. 외부에 맛 집을 가도 상사와 함께라면 불편한데 그냥 빨리 먹고, 몰아서 일하고 집에 가는 게 좋아요.” 차 대리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업무가 시작했다. 오후 2시가 또 단호한 ‘집중근무 알림방송’이 나왔다. 오전 방송 때보다 차 대리의 손이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두 번째 집중근무 방송이 나왔다는 건 업무마감까지 3시간 남았다는 소리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웹 서핑을 할 시간이 없었다. 차 대리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키보드와 전화기도 오전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5시. “시한폭탄이 떴다!” 차 대리가 말했다. 퇴근 시간 임박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모니터에 남은 시간 30분이 표시되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결승선을 앞둔 마라토너 같았다. 오후 5시 5분, 차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팀장이 아직 자리에 있었는데 그냥 나가도 되냐고 기자가 물었다. ‘퇴근할 때는 따로 인사를 안 해도 된다’고 팀장이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아침에 헤어진 모자(母子)가 다시 손을 잡은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아이는 엄마를 발견하자마자 와락 품에 안겼다.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말이야….” 아이의 수다가 벌써 시작됐다. 손을 꼭 잡은 모자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소리 내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회사의 워라밸 실험이 되찾아 준 건 모자의 ‘환한 미소’였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워라밸로 가는 길, 짧고 굵게 일하자”▼한국 재계에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때문만은 아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요구와 ‘일의 질’을 높여 혁신을 성취하자는 환경 변화가 배경이다. 전략경영 컨설팅 회사에는 ‘하우 투(how to)’를 묻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강혜진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는 “혁신 둔화의 원인을 조직문화에서 찾는 기업이 늘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의 새로운 직업관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대·중소기업 336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44.6%가 ’앞으로 워라밸 중심 조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6.7%에 불과했다. 동의한다는 답변은 대기업이 56.5%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48.8%), 중소기업(38.4%) 순이었다. 응답 기업이 추진하는 워라밸 관련 제도로는 PC오프제 등 시간 단축(50.0%·이하 복수응답), 회의 축소(48.2%), 회식 제한(43.4%), 보고체계 단축(37.3%), 자율근무제 도입(36.7%) 등이 거론됐다. 대기업들은 회의 축소(58.1%)를 워라밸을 위한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진행할 특별기획 ’행복원정대 202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 한 해 ’워라밸을 찾아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1부는 무너진 워라밸 현장을 소개했다. 2부는 ’기업편‘이다. 일과 삶의 균형 속에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워라밸 실험기‘를 다룬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퇴근시간만 당겼다고 워라밸 달성 아니에요”▼‘김 대리’가 회사에서 실제 일하는 시간은 몇 시간일까. 오전 9시 회사로 출근해 오후 7시58분에 퇴근한다.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58분이지만 점심시간과 오후에 커피 한 잔 등을 빼고 생산적으로 보낸 시간은 5시간 32분이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략 컨설팅펌 맥킨지가 2016년 9개 기업 대리 45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보고서는 “야근 할수록 생산시간은 줄어드는 야근의 역설이 만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무시간에 바짝 일하고 일찍 퇴근 하는 것이 기업과 임직원 모두 ‘윈윈’인 셈이다. 올 초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마트의 배광수 인사팀장은 “단축 근무 도입은 워라밸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몰입도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처럼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기업들은 근태 정보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 개인의 현재 직무 리스트를 만들고 불필요한 것부터 없애지 않으면 ‘몰래 야근’만 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도 근무시간 입력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에는 사원증을 게이트에 찍고 들어가거나 나온 시간만 기록됐다. 시스템 개편 후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와, 주당 근무 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돼 분 단위까지 시스템에 나타난다. LG전자도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40시간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개인이 자신의 스케쥴을 관리하기 위해 출퇴근 및 비근로시간을 입력할 수 있도록 근태 정보 시스템을 개편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 도입 전에는 ‘오늘은 야근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설렁설렁 일하는 날도 있었다면, 시범운영이 시작된 후부터는 하루에 최대 8시간은 넘기지 말자는 목표를 세워 놓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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